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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진정을 고소사건으로 바꿔 경찰에 넘겼다가 경찰로부터 첫 재지휘 건의를 받게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에 규정된 경찰의 수사 재지휘 건의 권한을 경찰이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 남해경찰서 수사지원팀장인 허모 경위는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가 내려보낸 대출사기 사건에 대해 지난달 30일 재지휘를 공식 건의했다. 사건 당사자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이 고소가 아닌 진정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해에 사는 박모 씨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해당 지역 금융기관이 200만 원을 갚으라고 독촉했다며 진주지청에 진정을 냈고 진주지청은 이 사건을 고소사건으로 바꿔 남해서로 지난달 12일 이첩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를 조사해보니 담당 검사가 진정인과 상담하지 않고 상담기록부 등 서류를 갖춰 진정을 고소사건 형태로 바꾼 사실이 드러났기에 수용할 수 없었다”며 “진정서를 고소사건으로 접수해 하명하는 것은 부당 지휘이므로 조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에 내려보낸 수사실무 지침을 통해 검찰에서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가운데 고소 고발 사건이 아닌 진정이나 탄원, 풍문 등은 접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개정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에 따라 검사의 수사지휘는 받지만 고소 고발 등 수사 절차가 진행된 사건에 대해서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다. 진정, 탄원 등은 내사에 포함돼 수사 지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진주경찰서도 남해서와 유사한 사유로 검찰 진정 1건에 대해 진주지청에 최근 재지휘를 건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편법으로 내사나 진정을 고소 고발 사건 형태로 내려보내면 재지휘를 건의한다는 게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을 보면 사법경찰관이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수사지휘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경우 해당 검사에게 재지휘를 건의할 수 있다는 이의제기 조항이 포함돼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연자들은 1일에도 잠잠했다. 방송 출연자들이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비키니 사진’으로 응원하자고 독려해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날 방송에서 이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라”며 ‘비키니 응원’을 부추긴 김용민 PD와 “가슴응원 사진 대박. (정 전 의원은) 코피를 조심하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들끓었던 여성단체까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사이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1일 나꼼수 멤버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 ‘나꼼수’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마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들은 사과든 변명이든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주 기자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연회비 1억 원 피부과 출입설’과 관련해서도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을 펴 나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나꼼수’에서 “나 후보가 피부과에서 코를 세우는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피부과 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여자 연예인의 코를 만져줬다고 말한 건데 중간 내용을 다 빼고 나 전 의원의 코를 시술한 것으로 말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주 기자 등 시사IN 취재진에게 해당 녹취파일 원본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주 기자는 세 차례의 출석요구에도 불응했다. 주 기자 측이 A4 용지 2, 3쪽 분량의 녹취록을 경찰에 내긴 했지만 공증절차 없이 임의로 작성한 문건이어서 법적 효력이 없다. 경찰은 “이 녹취록 문건에서 실제 대화 내용 중 일부가 삭제된 거 같은데 원본이 없어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시사IN이 1일 연회비 1억 원 논란과 관련해 일부 공개한 피부과 원장의 육성 동영상에도 코 수술 내용은 없었다. 동아일보는 주 기자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 통화하기 어렵다” “회의 중”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가능한 시간을 알려 달라’는 문자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 ‘나꼼수’는 ‘권력의 치부를 시원하게 까발린다’는 콘셉트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이들이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대상은 잘못을 하고도 감추려는 기득권층이었다. 하지만 그 권력자들의 꼼수를 이젠 나꼼수가 답습하고 있다. ‘비키니 시위’ 발언이 성희롱이었다면 사과해야 할 것이다. 코 수술 의혹 역시 동영상 파일이 있다면 모두 공개하고 여론의 판단을 받는 게 정도일 것이다.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파헤친다면서 자신의 불편한 진실은 숨기려 한다면 그동안 외쳐온 주장의 정당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이냐. 이거 참 애매합니다∼잉. 오늘 제가 정해드립니다∼잉.” 남색 경찰 제복을 입고 교단에 선 연사가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으로 유명한 개그맨 최효종 흉내를 내자 초등학교 6학년생 200여 명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들이 다 때린다고 나도 따라 하면 학교폭력 맞습니다. 친구가 일진한테 맞는 걸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폭력에 동참하는 거예요.” 한 학생이 “그냥 보고만 있어도요?”라고 묻자 연사는 ‘애정남’ 사투리로 “아무도 안 도와주면 맞는 친구 입장에선 혼자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 같아 더 무서운 거예요∼잉”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31일 서울 강서구 등촌초등학교 강당 무대에 선 이 연사는 경찰청 ‘기본과원칙구현추진단’ 박우현 총경. 박 총경은 이날 자신의 딸(6학년)과 아들(3학년)이 다니는 이 학교를 ‘일일교사’ 자격으로 찾았다. 최근 학교폭력 대책으로 경찰관들이 자녀의 학교를 찾아 직접 예방교육을 하기로 했고 박 총경이 첫 타자로 나선 것. 그는 “경찰관이기 이전에 두 남매를 둔 학부모이고 내 아이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음이 아니면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그런 방안을 제안했다. ‘애정남 공세’로 아이들의 관심을 끈 박 총경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했다. “‘나는 어리니까 괜찮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여러분도 감옥은 안 가도 소년원에 갑니다. 13세면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할 나이예요.” 박 총경의 진지한 표정에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그가 가해학생 처벌내용을 소개하며 ‘다른 사람을 때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란 말을 꺼내자 학생들은 ‘헉, 정말요?’라며 놀라워했다. 실제로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도 범죄를 저질러 구속되면 만 10∼13세는 소년원에, 만 14세부터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퀴즈도 이어졌다. 박 총경은 한 남학생을 교단으로 불러 “괴롭힘을 당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중학생 형들에게 골목에서 맞은 적이 있는데 신고하면 더 세게 때린다고 해서 안 했다”고 답했다. 박 총경은 준비해온 경찰 배지를 학생 가슴에 달아주며 “오늘부터 경찰로 임명하니 앞으로 그럴 땐 선생님이나 경찰에 알리고 친구들이 그런 일을 당하면 대신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마지막 퀴즈로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맞히면 선물을 준다”고 하자 수십 명이 손을 들고 ‘117’(학교폭력 상담전화)을 외쳤다. 학생들은 “경찰관 아저씨가 직접 설명해주니 평소 수업 때보다 신뢰가 가고 실감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모 군은 “단체로 심하게 때리는 것만 학교폭력인 줄 알았는데 문자로 욕하는 것도 폭력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젠 안 그러겠다”고 했다. 임모 양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어떤 벌을 받나 궁금했는데 유익했다. 117에 전화 거는 게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신고하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공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외과 4학년}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논란이 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사진)의 ‘연회비 1억 원 피부과 이용설’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이 병원은 연간 최대 이용가능액이 3000만 원이었으며 나 전 의원은 당시 이 병원에 치료비로 55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나 전 의원 측이 지난해 11월 “1억 원대 피부과를 다녔다”는 의혹을 보도한 시사주간지 ‘시사IN’ 기자와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출연자 등 7명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경찰은 문제가 된 서울 청담동 D클리닉을 지난해 11월 30일 압수수색해 2008년 개업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진료 기록과 나 전 후보의 진료 기록을 분석하고 병원장을 소환조사했다. 조사결과 D클리닉에는 연회비가 1억 원에 달하는 회원권은 없었다. 경찰은 나 전 의원이 지난해 2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9개월간 딸과 본인의 치료를 위해 10차례 병원에 갔고, 치료비 550만 원의 절반은 나 전 후보의 치료비로, 나머지는 딸의 치료비로 지불됐다고 밝혔다.‘1억 원 피부클리닉 이용 주장’은 허위로 판명 났지만 이 의혹을 보도한 시사IN 취재진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 당시 기자가 ‘가장 비싼 게 얼마냐. 한 장(1억 원)이냐’고 묻자 D클리닉 원장이 ‘맞다’는 뉘앙스로 답변해 사실로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나꼼수’에서 제기한 나 전 후보의 코 성형수술 의혹에 대해선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과 무관한 사생활 비방으로 보고 있다. 주 기자는 경찰의 3차례 소환통보에 불응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CNK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매계좌 59개를 찾아내 이들 계좌에 입출금된 자금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은 BW 매매계좌를 보유했던 인물을 30∼50명 정도로 압축해 놓고 이들 가운데 오덕균 CNK 대표가 정관계 로비용으로 BW를 넘겼을 만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CNK가 발행한 신주인수권은 모두 370만 주에 달하며 오 대표가 일부를 정권 실세와 그 주변 인사들에게 넘겼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또 외교부가 2010년 12월 17일 CNK 다이아몬드 사업에 관한 허위·과장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이듬해 2월 28일까지 73일간 CNK 주식 5만 주 이상을 대량 매도한 32개 계좌를 확인하고 이들 계좌의 매매 내용과 입출금 자금 흐름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짙어 보이는 46개 주식 매매계좌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 중이다. 한편 총경급 경찰간부가 CNK 주식으로 거액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경찰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한 지방경찰청 소속 임모 과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던 2009년 2월 6300여만 원을 들여 CNK 유상증자에 참여해 10만 주를 배정받았다. 임 과장은 그 후 1년 10개월 만인 2010년 12월 주식 전량을 매입가의 10배 가격으로 되팔아 5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임 과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교 동창인 오 대표가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며 투자를 권유해 주식을 샀다”며 “2년쯤 지난 뒤 주가가 올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한민국 국민은 여러분(경찰관)을 의지하고 신뢰합니다.”(이명박 대통령) “검찰 공화국을 검찰 제국으로 만드셔 놓고 무슨 염치로 이런 문자를 보내셨습니까.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경찰 간부) 이명박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전국 경찰관들에게 격려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한 경찰 간부가 이 같은 답신을 보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 첫날인 21일 경찰관들에게 “남들이 쉴 때 늘 쉬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경남 진해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던 양모 경감은 이에 대해 “시대를 거꾸로 돌려놓으신 행보에 대해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라는 답변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은 양 경감이 이 메시지를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양 경감은 이를 통해 검경 수사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검찰 편을 든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분노를 표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양 경감은 지난해 11월 총리실이 내놓은 수사권 직권중재안에 반발해 수사 경과(警科) 반납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양 경감의 돌출행동이 알려지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제복 입은 공무원으로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적절한 행동이고 개인의 무분별한 감정적 언행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할 뿐”이라고 질책했다. 양 경감은 26일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경남경찰청 경비교통과로 전보 조치됐다. 양 경감은 비수사부서인 교통과로 옮기게 돼 수사경과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반발해 동료 경찰관들의 수사경과 반납 운동을 주도하다 이번 사건으로 혼자 수사경과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양 경감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을 비난할 의도는 없었지만 표현이 지나쳤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일부 일선 경찰관은 “이런 식으로 입을 틀어막으면 누가 소신 발언을 하겠느냐. 방법은 잘못됐지만 지나친 문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등 간부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잡고 자택과 소속 학교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보안국과 국정원은 18일 전교조 박미자 수석부위원장과 인천지부 김명숙 수석부지부장, 인천지부 통일위원회 소속 교사 2명의 자택과 학교에서 각종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 다수의 친북게시물을 올리고 오프라인상에서도 이적표현물을 여러 차례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에 관한 학습자료를 만들어 교사들을 상대로 의식화 교육을 하고 학생들에게도 종북(從北)사상을 전파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여서 구체적인 혐의는 압수한 자료를 검토해봐야 파악할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와 이적표현물 배포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 부위원장의 △2003년 이후 남북교육자교육협력사업에서 북측 인사 접촉 △진보연대 후원회인 진보사랑의 운영위원 활동 △재일 조선인학교 지원 사업 등에 혐의를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는 “어느 하나 위법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오늘 압수수색은 ‘전교조가 교육문제는 등한시하고 친북활동만 했다’는 색깔론을 뒤집어씌워 전교조와 진보진영을 통째로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청와대가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장석웅 위원장을 초청해 이에 응할 방침이었으나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우리 아빠 멋있어요. 친구들한테 ‘우리 아빠는 사람들 구하는 소방관’이라고 하니까 애들이 부러워했어요.”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노블레스상을 받은 대전남부소방서 현장지휘대 김형수 소방위의 딸 가현 양(11)은 소방관 정복을 입고 단상에 오른 아빠를 보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현 양은 “아빠가 평소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근무하는 날이 많아 마냥 바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시는 걸 알고 놀랐다”고 했다. 김 소방위가 상패와 꽃다발을 안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가현 양은 여섯 살 위인 언니와 함께 아빠의 목을 감싸 안았다. 김 소방위는 “상을 받게 되니 가족이나 지인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며 “누군가에게 존경과 격려를 받으며 일을 한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영예로운 제복상이 생기면서 동료들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군 경찰 소방 등 개별 부처가 자체적으로 유공자를 선정해 시상을 하긴 하지만 제복 공무원이란 큰 틀에서 노고를 치하하는 상이 제정되면서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최승복 경사(45)는 “상을 제가 받긴 했지만 동료들도 그간의 고생을 인정받았다며 함께 기뻐하고 있다”며 “경찰 후배가 많이 전화를 해 ‘화재 감식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 경사는 13년간 숭례문 방화사건, 용산 화재참사, 정남규 연쇄방화 살인사건 등 서울지역 화재·폭발사건 1000여 건을 담당하며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최 경사와 함께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은 목포해경 박성용 경사(41)는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 단속일이 워낙 위험하다 보니 부모님이 아들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셨는데 이 상패를 보여드리면 많이 위로받으실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경사는 지난해 12월 중국어선 나포작전 도중 순직한 이청호 경사의 유가족과 불우이웃을 위해 이번에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국방 발명의 달인’이란 찬사를 받으며 특별상을 수상한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 김정진 중사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 시상식장을 찾은 부대 동료들은 “김 중사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함께 땀을 흘렸던 부대원들도 같은 영광을 느낀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1회 시상식이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양사(兩社)는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의 추천을 받아 각 기관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5명과 노블레스상 수상자 2명, 특별상 수상자 1명을 선정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인 김성호 해군 소령(7기동전단 최영함 전투체계관)을 비롯한 수상자 8명에게 상패와 상금을 수여했다. 김 소령은 지난해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한국 선박과 선원을 구출한 ‘아덴 만 여명작전’이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대상을 받았다. 김 소령은 수상소감에서 “아덴 만 여명작전은 동료들의 투철한 노력과 멀리서 걱정해주는 가족들의 성원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이 자리에 선 것은 주변의 많은 분들을 대신해 영광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은 △경북 영주경찰서 강력1팀장 임홍경 경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최승복 경사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 박성용 경사 △서울 도봉소방서 미아119안전센터 김영관 소방장이 각각 받았다. 특별상은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 김정진 중사가 받았고,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중 부상으로 얻은 장애를 이겨내고 업무에 헌신해 온 소방관에게 수여되는 노블레스상은 대전남부소방서 현장지휘대 김형수 소방위와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김응군 소방교가 영예를 안았다. 상금은 각각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3000만 원, 영예로운 제복상 2000만 원, 특별상 1000만 원, 노블레스상 1500만 원이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중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이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생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전국 모든 경찰서에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최소 1명 이상 두기로 했다. 경찰이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한 뒤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가 보복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방지 추가대책’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우선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여성·청소년 담당 경찰을 대폭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과 주요 광역시 등에 있는 1급 경찰서 137곳에는 여성·청소년 전담 직원이 있지만 중소규모 도시에 있는 2급 경찰서(인구 15만 명 이상∼25만 명 미만) 38곳과 3급 경찰서(인구 15만 명 미만 시·군에 설치) 74곳에는 여성·청소년계가 아예 없거나 전담 직원이 없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한 중학교 일진 학생이 수업 중 담배에 불을 붙인다. 교사가 담배를 끄라며 제지한다. 학생은 “에이 씨×”라며 책상 위에 담배를 비벼 끈다. 교사는 다시 학생의 욕설을 지적한다. 그러자 일진을 따르는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항의한다. 교사도 “정말 혼나볼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일진 학생은 교사를 노려보며 말한다. “선생님 돈 많아요? 그럼 때려보세요. 얘들아, 잘 찍어라!” 교사는 벌칙으로 수업 종료 종이 울린 뒤에도 계속 수업을 했다. 그러자 일진은 옆 반 일진에게 문자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연락을 받은 그 학생은 복도로 나와 수업 중인 교실 문을 발로 쾅쾅 찼다.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서울 A중 학생부장 김모 교사가 지난해 12월 초 교실에서 겪은 일이다. 교사는 한 명이지만 일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점조직. 수업마다 힘겨운 기 싸움이 이어진다. ‘호랑이’로 통하는 김 교사 앞에선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여교사 수업 땐 일진들의 지시로 학생들이 수업을 통째로 거부하기도 한다. 성희롱도 다반사다. 김 교사는 “일진이 교사 위로 군림하려 하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어 어느 순간 자포자기하게 됐다”고 했다.○ 학생부장들의 뒤늦은 반성학생부장은 학교폭력을 최일선에서 관리하는 파수꾼이다. 동아일보는 학교폭력으로 악명이 높은 수도권 중학교 8곳의 학생부장 교사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몰랐다’고 잡아뗀 것은 무력감을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였다”며 자성했다. 한 교사는 “사안이 크면 은폐하기 위해, 사안이 작으면 무덤덤해져 문제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일단 문제 제기를 하면 교장의 질책과 학부모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으며 혼자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학교폭력 문제는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학교 뒷산 등에 일진들의 아지트가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막상 가도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아 가보지 않았다”고 말했다.해학생들이 경찰에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은 경기도의 한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문제 학교’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성적 향상에 집중하다 보니 ○ 학생부장이 본 실전 대책교사들은 조폭 수준으로 진화한 일진그룹 등 학교폭력의 원천을 없애는 적극적 조치 없이는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일진 전수조사를 통해 가해학생들의 실체와 규모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A중 김 교사는 “학교와 교육당국이 일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만 쏟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력사건 관련 학생들을 신속하고 폭넓게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달라는 것도 교사들의 요구사항이다. 통상 가해자가 피해자와 다른 학급이거나 타 학교 학생인 경우가 많아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다보면 그 사이 가해학생들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서울 B중 이모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인정했듯 학생인권조례가 가해학생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며 “교사에게 일진들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되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를 적극 제기할 수 있도록 사건 발생 자체에 책임을 묻기보다 사후 처리과정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교사들은 정치권에서 피해신고 전화를 117로 통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C중 정모 교사는 “피해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여러 번 회의를 거친 뒤 어렵게 나를 찾아와 ‘선생님, 저희 나가면 맞아 죽어요’라고 벌벌 떨었다”며 “번호만 준다고 신고하는 게 아니라 학교 내에 신뢰가 두터운 관계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황지현 인턴기자 경희대 행정학과 4학년 }
검찰이 ‘영장전담판사’처럼 경찰이 신청한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을 전담해 심사하는 ‘영장전담검사(수사지휘전담검사)’제를 9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 신청 영장을 꼼꼼히 검토해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수사지휘권의 실질적 강화로 경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5일에는 “피의자를 호송하라”는 검찰의 구두 지시를 경찰이 거부하는 등 검경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구지검, 창원지검, 울산지검 등 지검과 지청 10여 곳은 자체적으로 1, 2월에 영장전담검사들로 구성된 수사지휘전담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부서는 관할 경찰서에서 신청한 압수수색, 계좌추적, 구속 영장과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증거관계 및 법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거나 재지휘하게 된다. 검찰은 근무성적이 좋거나 근무경력이 오래된 검사들을 우선적으로 이 부서에 배치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이날 내사 지휘에 대한 실무상 혼선을 막기 위해 “민원인의 단순한 진정이나 탄원에 대해 경찰에 내사 지휘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 지검 및 지청에 내려보냈다. 검찰은 다만 피해자가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바라는 등 실질적으로 고소·고발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 구제를 위해 고소·고발사건에 준해 수사지휘를 할 방침이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이날 인천지검 수사관에게서 “마약 관련 범죄 피의자를 데려가 가두라”는 전화 지시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경찰청이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해 반드시 문건으로 접수한 뒤 실행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천 남부서는 곧바로 피의자 송치 관련 서류인 인치지휘서를 작성해 보내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후 검찰이 팩스로 인치지휘서를 보내자 경찰은 해당 피의자를 호송했다. 검찰이 경찰에 전화로 피의자 호송을 지시했던 기존 관행이 깨진 셈이다. 향후 영장전담검사제가 도입되면 검찰이 영장 검토 과정에서 수사지휘권을 무기로 경찰을 압박할 수 있다. 경찰도 ‘준법투쟁’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는 만큼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내사 지휘 거부 이외에도 검경이 충돌할 수 있는 불씨가 곳곳에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수사실무지침 17개 조항 가운데 △호송·인치 △유치장 감찰 △수사중단 송치명령 △송치 전 지휘 등 관련 조항은 검경이 맞부딪칠 여지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에서 수배한 범죄자를 경찰이 체포했을 때 지금까지는 경찰이 해당 검찰청으로 범죄자를 호송했지만 앞으로 경찰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치장 감찰도 충돌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검찰은 유치장 감찰 과정에서 경찰의 일반사무 관련 서류까지 모두 열람해 왔지만 앞으로 체포·구속 관련 서류만 공개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이런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26일 수사협의회를 열어 수사지휘 체계 조정안에 대한 실무상 문제점을 논의하고 합리적인 수사지휘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기 여주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일진 폭력사건으로 떠들썩했던 4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 사건 주범이자 이 학교 3학년 '짱'인 김모 군(15)을 학교 주변의 한 PC방에서 만났다. 김 군은 함께 폭력에 가담했던 친구 3명과 함께 '워크래프트3'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 김 군 일행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식사를 하던 중 TV 뉴스에 자신들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이들은 "저거 우리 교복 아니네" "딴 학교 찍어놓고 왜 우리 학교래"라며 황당해했다.그때 불쑥 일행 중 한 명이 취재팀에게서 스마트폰을 빌리더니 인터넷으로 자신들이 연루된 사건 기사를 검색했다. 그러곤 "사람들이 우리 엄청 욕해. 우리 신상(신상정보) 다 털리겠어"라고 했다. 이들은 취재진의 스마트폰을 돌려 쓰며 각자의 미니홈피를 모두 '비공개'로 바꿨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소년원 가는 건 안 무서운데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욕하는 건 싫다"고 했다. 김 군은 키 180cm에 체구가 건장했지만 친구들에게 "내 홈피 방문자 수 오늘 100명이야. 벌써 털렸나봐"라고 말할 땐 어린 중학생의 초조함이 묻어났다.● 한번 일진 되면 못 벗어나김 군 등 이 학교 3학년생 20여 명은 여주에서 악명 높은 일진 그룹이었다. 최근 1, 2년 새 61차례에 걸쳐 후배들에게서 260만 원을 빼앗고 상습 폭행한 데다 가출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4일 주범인 김 군과 박모 군(15)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이 학교 2학년 A 군(14)은 김 군 등에게 폭행을 당하던 순간을 취재진에게 더듬더듬 말했다. "일단 형들이 집합을 걸면 일렬로 쭉 서요. 그러면 입에 옷을 물리고 주먹으로 가슴을 막 때려요. 한번은 엎드려뻗치게 한 상태에서 담뱃불로 팔을 지졌어요." 상납액이 적다거나 선배들을 험담한다거나 군기가 빠졌다는 게 집합의 이유였다.초등학교 때부터 싸움을 잘했던 김 군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일진들의 영입 1순위가 됐다. 신입생 중 덩치가 좋거나 외모가 튀는 아이들이 해당 학년의 대표가 되고 그러면 선배들이 접근해와 일진으로 임명하는 식이다. 조직폭력배들이 새 조직원을 모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한 학년 위는 '왕', 두 학년 위는 '신'으로 불린다. 한 가해학생은 "선배가 후배에게 관계를 맺자고 하면 거부할 수 없고 한번 일진이 되면 나올 수도 없다"며 "한 명이 도망치면 동기들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데려올 때까지 때린다"고 했다.이들에게 폭행은 선후배 간의 유대감을 다지는 '의식'이었다. 김 군은 "일단 심하게 팬 후배는 누군지 제대로 기억이 된다. 후배 입장에서 맞는 일은 선배에게 내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하창고나 야산 등을 아지트로 정해 일주일에 2, 3차례 때리고 맞았다. 숨을 참게 한 뒤 가슴 부위를 눌러 정신을 잃게 만드는 '기절 놀이'를 게임처럼 즐기곤 했다. 김 군 등은 2학년 후배들을 줄 세워놓고 자위행위를 시킨 것에 대해서도 "다 웃자고 한 일"이라고 했다.● 물고 물린 상납의 사슬일진이 되면 선배들로부터 매주 4, 5차례 5만~30만 원을 상납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3학년이 2학년에게 상납액을 할당하면 2학년은 1학년에게 '재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후배가 없는 1학년 기수는 동급생이나 초등학생의 돈을 뺏어 상납금을 마련한다. 선배 일진은 후배들이 모아 준 돈으로 술집에 가거나 오토바이를 산다.상납은 기수별로 모아서 하는 단체 상납과 특정 선배에게 일대일로 하는 개인 상납으로 나뉜다. 개인 상납의 경우 출신 초등학교와 싸움 능력 등에 따라 선후배 간 배분 비율이 7 대 3, 8 대 2 등으로 제각각이다. 김 군은 "제때 대금을 못 맞추는 후배들은 '저승사자 만나고 올 때까지' 5시간 정도 장소를 바꿔가며 맞는다"며 "후배를 때릴 때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어쩝니까. 저도 먹고살아야죠"라고 말했다.● 무능력한 학교김 군 역시 저학년 시절엔 선배들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돈을 뜯겼다. 일진으로서 감수해야 할 통과의례였다. 2학년 때는 후배를 때리지 않으면 선배의 폭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김 군과 함께 폭행을 당했던 친구가 피해 사실을 교사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핵심 가해자 1명을 전학 보내는 것 외에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전학 갔던 가해자는 해당 학교의 거부로 다시 돌아왔다. 김 군이 고교생 선배들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때는 고자질했다고 보복을 당했다. 김 군은 "선배들을 신고해서 학교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학교 밖에서 늘 마주칠 수밖에 없다"며 "학교나 어른은 믿을 수 없으니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가해 학생들은 일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형들 한두 명 빠지면 다른 형들이 그 자리를 채워요. 형사처벌 받고 오면 깡이 더 세져서 나타나죠."김 군은 지난해에 3학년이 되면서 일진 그룹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교사들은 초기엔 김 군을 자주 혼냈지만 언젠가부터 "졸업할 때까지만 얌전히 있다가 나가라"고 타일렀다. 김 군은 "예전 선배들은 매일 삽자루로 맞으면서 힘들게 학교 생활했는데 요즘 후배들은 손으로만 맞으니까 많이 편해진 것"이라며 "가끔 찔릴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찌질이'처럼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폭력 대책' 비웃는 일진들김 군 등은 최근 학교가 자신들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동료 일진인 박 군은 "우리가 (저학년 때) 당할 땐 못 본 체하던 선생님들이 이제 와서 우리만 나쁜 놈으로 몰아간다"며 "전통대로 했을 뿐인데 우리만 재수 없게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가해학생은 "학교 폭력이 적발되면 선생님도 같이 처벌해야 한다"며 "그래야 학교에서 우리 같은 애들을 방치 안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이들은 최근 나오는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담교사 늘린다고요? 그래봐야 소용없어요. 상담 받으러 가는 애들 명단 파악해서 겁주면 신고 못해요." 한 가해 학생은 후배들이 폭행사실을 학교에 알린 뒤 인터넷 메신저 대화명을 '두려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로 바꿨다.김 군 등은 다만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는 방침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우리를 때린 선배들이 엄하게 처벌을 받았더라면 '벌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따라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4일과 5일 취재진과 10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던 김 군 등은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김 군은 "지금 이 난리만 없었으면 운동학원 다니면서 복서의 꿈을 키웠을 텐데 망했다"며 "원래 경찰관이 꿈이었는데 경찰서 들락날락거려서 힘들 테고 소방관이라도 되고 싶은데 소년원 가면 그마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은 '스펙 관리'를 위해 중학교 3년 내내 반장과 부반장을 하기도 했다.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일이 잘 풀리면 사과할 텐데 소년원 간다면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취재진과 마주 앉은 김 군과 박 군은 모두 성한 얼굴이 아니었다. 김 군은 한쪽 입술이 터져있었다. 얼마 전 8살 많은 친형에게 주먹으로 맞은 상처였다. 박 군 역시 술에 취한 아버지가 휘두른 소주병에 맞아 머리 곳곳에 '땜빵'이 많았다. 그 두 학생은 "제가 학교에서 이러고 사는 지 집에선 꿈에도 모를걸요"라고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검찰청이 당분간 검찰에 접수된 진정사건을 경찰에 넘기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경찰의 내사지휘 거부에 대해 검찰의 합법적 대응이 쉽지 않은 데다 경찰과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켜 봤자 검찰에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부산지검과 광주지검 등 일선 지검에서는 수사지휘에 대한 세부방침이 마련될 때까지 내사지휘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1일부터 경찰에 진정사건 등을 수사할 것을 지휘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급적 내사지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진정사건 가운데 수사 단서가 될 만한 사건에 대해선 수사번호를 붙여 수사지휘를 하는 등 대통령령에 맞춘 새로운 수사지휘 지침을 준비 중이다. 또 법령과 실제 업무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정비하고 경찰과 조율해 수사협의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검경 수사지휘 체계를 조정한 개정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1일부터 시행된 이후 4일까지 서울 서초·동대문·금천경찰서, 대구 수성·성서경찰서, 인천 중부·부평경찰서, 대전 대덕경찰서, 전주 덕진경찰서, 충북 음성경찰서 등 10곳에서 검사가 내려보낸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경찰청이 지난해 12월 30일 각 경찰서에 내려보낸 수사실무지침에 따른 것이다. 앞서 경찰청은 검찰이 이첩해 오는 사건 중 고소, 고발만 접수하고 진정이나 탄원 등은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형소법 대통령령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에 대해서만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데 진정 탄원 등은 혐의가 불분명하고 일방의 주장인 경우가 많아 수사가 아닌 내사 대상이라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은 내사에 대해선 검사의 지휘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내사 종결 후 사후통제만 받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이 검찰에 조사를 맡기고 싶어 수사기관으로 검찰을 선택한 것인데 신청인 동의도 없이 검찰이 경찰로 사건을 내려보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며 “수사 여건상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면 고소, 고발 건 등으로 제한하는 게 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실무지침이 현장에서 잘 이행되는지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확인할 방침이다. 또 경찰서마다 ‘수사절차 정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해당 관서에 내려오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 확인하도록 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갈등으로 억울함과 의혹을 풀어달라고 시민들이 낸 진정 사건 수사가 지연되는 등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이 국민을 보지 않은 채 상대방만 보며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검경은 상대방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내부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여성이 그렇게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안 했다면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대전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스물여덟 살이나 어린 20대 여성을 5년간 성폭행하고 살해 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씨(56)에 대해 상습 강간 부분은 무죄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8월 24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강간 폭행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5년에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상습 강간이 무죄로 바뀌면서 징역 8년으로 크게 감형된 것이다. 1심 재판장은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은 ‘강간이 아닌 화간’이라고 주장하지만 강압과 폭력, 협박이 아니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관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여성 박모 씨(28)가 이혼한 전 부인을 살해 협박한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이던 피고인에게 10개월의 복역기간 동안 70여 통의 편지를 보낸 점을 근거로 ‘자발적 관계’라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편지에 ‘자기’ 등 애칭을 썼고 내용도 애절하다”며 ‘편지에 진정성이 없으면 출소 후 보복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억지로 썼다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여러 쟁점에서 배심원 9명이 참여한 1심과 다른 시각을 보였다. 피고인 이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11세 나이 차가 나는 전처를 성폭행해 임신시킨 뒤 결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이를 감안해 “피해자를 강압적으로 성폭행한 뒤 그 이후에도 5년간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사건과 무관하다”며 고려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신고 전 성관계나 폭행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 것에 대해서도 1심은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봤지만 2심은 “반항을 포기할 정도로 억압돼 있었던 건 아니라는 증거”라고 봤다. 이런 판단을 토대로 2심 재판부는 이 씨가 박 씨를 처음 만난 2006년 여름 한 차례 성폭행한 점과 공기총 불법소지, 상해 등의 혐의만 인정해 1심보다 7년을 감경했다. 전자발찌 10년 부착도 무효화했다. 두 사람의 첫 성관계는 강간이지만 그 후 며칠 뒤부터 5년 간 이뤄진 성관계는 화간(합의된 성관계)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인 셈이다. 피해자 박 씨는 “수백 번 신고를 하려 했지만 지인을 성폭행한 남성이 2년만 살다 나오는 걸 보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했다”며 “이 씨가 출소하면 어떤 보복을 해올지 몰라 판결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이민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상습 강간을 무죄로 판단한 2심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지난해 12월 2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경 수사지휘 체계를 조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경찰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대한 실무 지침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법 개정 과정에서 불만이 컸던 경찰이 법을 바꾸지 못할 바에는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검찰과의 관행적인 주종(主從)관계를 청산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경찰청이 지난해 12월 30일 전국 경찰서에 내려보낸 ‘대통령령 제정 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지침’을 보면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한계와 관련 법규정이 일일이 명시돼 있다. 경찰이 법 테두리 안에서 수사주체로서 재량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 경찰이 2일 검사의 내사 지휘를 처음 거부한 데 이어 인천에서도 같은 사례가 연이어 나오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관행 빙자한 검사의 횡포 이제 그만” 경찰은 우선 검사가 경찰 수사를 중단시키거나 사건을 넘기라고 명령할 경우 사건 관계인의 인권침해 가능성이 명백할 경우에만 지휘에 따르기로 했다. 피의자 등이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경찰관의 불법 체포·감금·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을 때만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사가 넘기라고 하면 무조건 송치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앞으론 법에 근거해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피의자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 엇갈리면 담당 경찰관이 이의신청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검사들이 불시에 유치장 감찰을 나와 사무 감사를 했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피의자가 체포·구속돼 있거나 과거에 불법구금을 당했다는 상당한 의심이 있는 경우만 검사에게 관련 서류를 보여주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유치장 감찰은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경찰에 대한 군기잡기 식으로 악용돼온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내사종결 전에는 검사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경찰이 검찰에서 내려온 사건 중 고소·고발건만 수사하고 진정·탄원은 접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검찰이 지난해 고소·고발건 외에 경찰에 이첩한 진정 및 탄원은 8321건.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이 6544명의 인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이 접수된 진정·탄원을 직접 조사하려면 1인당 연간 1.3건의 사건을 더 맡아야 한다. 경찰은 “1인당 연간 내사 건수가 경찰은 13건인 반면 검찰은 1.6건에 불과하다”며 “경찰이 이를 거부하더라도 검찰 업무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경찰에 이어 인천 중부경찰서와 부평경찰서는 3일 인천지검이 수사 개시 전 내사 지휘한 사건 2건에 대해 경찰청 지침에 따라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인천 검찰이 중부경찰서에 넘기려 했던 사건은 80대 남성이 “누가 나를 죽이려 한다”며 진정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개정 형소법 시행령에 근거해 검사는 수사에 대해서만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수사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진정 탄원 풍문 등을 경찰에 이첩하는 것은 내사에 해당해 지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검경이 서로 사건을 미루면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경찰이 접수를 거부한 사건의 진정인 A 씨는 “검찰에 진정을 하면 좀 더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런 갈등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검찰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대응부서인 형사정책단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경찰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수사실무 과정에서 대통령령에 맞게 수사지휘 방식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주장을 반박해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실제 수사지휘 과정에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취지다. 경찰이 진정사건에 대한 내사지휘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선 “개정된 형소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수사지휘를 하되 논란이 되는 세부사안에 대해 좀 더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법령을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정 및 탄원사건은 형식상 내사라고 해도 수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사과정의 일부”라며 “규정을 고의로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은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 단서가 될 만한 진정사건의 경우 내사가 아닌 수사로 분류해 수사지휘를 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또 법령과 실제 업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정비하고 경찰과 조율해 수사협의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 우수상 임홍경 경위“고생하는 우리 경찰을 격려하는 큰 상을 마련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3일 ‘영예로운 제복상’ 우수상을 수상한 경북 영주경찰서 강력1팀장 임홍경 경위(49)는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함께 고생하는 경찰들에게 미안하다”며 수상 소감을 겸손히 밝혔다. 그는 동료들에게 ‘목숨을 아끼지 않는 정통 수사반장’으로 통한다. 임 경위는 지난해 8월 영주시 부석면에서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맨몸으로 구조했다. 당시 현장에는 피서객 10여 명이 있었지만 계곡 물살이 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순찰 중 우연히 발견한 그는 “주변에서 미쳤느냐며 말렸는데 물놀이용 튜브에 의지해 버티는 여학생을 본 순간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며 “물 속에 들어가니 시커먼 물이 휘감아 겁이 났지만 꼭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에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학생과 함께 20m 가까이 휩쓸려 내려가는 순간에도 물 밖으로 여학생을 먼저 올려 보냈다. 그는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감싸고 있느라 물 밖에 나오니 돌덩이에 부딪쳐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며 “나중에 병원에 가보니 요추까지 부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에는 영주시에서 열린 농민대회 집회 때 흥분한 시위대에 감금돼 구타당하던 전경 3명을 구하다가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록에 얼굴을 맞아 뇌진탕으로 6개월간 고생하기도 했다. 그는 범인 잡는 실력도 뛰어나 2010년 6월 3인조 강도살인범을 검거하는 등 최근 3년간 모두 339명을 검거했다. 그는 “24년 형사 생활 동안 온몸에 흉터가 가득하다”며 제가 헌신하는 만큼 국민의 치안이 확보된다는 믿음으로 “앞으로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우수상 최승복 경사“큰 격려를 받았으니 잿더미 속에 묻힌 진실을 찾는 데 혼신을 바치겠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화재감식 전문수사관 최승복 경사(45)는 13년간 서울지역 화재·폭발 사건 등 1000여 건을 담당한 ‘화재감식의 달인’이다. 그는 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던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 용산 화재참사, 정남규 연쇄방화 살인사건 등을 해결하며 방화치사범 15명, 연쇄방화범 17명 등을 검거했다. 최 경사는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 당시 살을 에는 추위에도 18일간 망루에 올라 화재감식을 진행해 발화 부위를 밝혀내고 방화에 사용된 물병 잔존물, 시너 성분, 일회용 라이터 등 결정적인 현장 증거물을 확보했다.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 화재사건 때는 화재원인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자 과학적인 재연실험을 통해 농성자의 화염병으로 불이 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최 경사는 화마 속에 숨겨진 억울한 죽음도 밝혀냈다. 단순 화재변사 사건으로 묻힐 뻔한 2010년 강원도 캄보디아 결혼 이주 여성 화재 사망 사건도 그의 노력 덕에 보험금을 노린 남편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그는 “범인이 범죄 현장에 불을 지르면 범죄 증거를 찾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더 크다”고 말했다. 최 경사는 화재감식을 연구하며 화재공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고 주요 사건을 해결한 뒤 쓴 17편의 논문을 학술등재지에 발표했다. 2002년에는 경찰청 제1호 사단법인 ‘한국화재조사학회’를 창설하고 2008년에는 주도적으로 서울청 ‘화재감식전문과정’을 만들어 화재감식 전문요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우수상 박성용 경사“높은 파도에도 아랑곳없이 바다 곳곳을 누비며 해상 경계활동에 나서고 있는 1만여 해경에게 보내주시는 국민의 따뜻한 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부터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인 1509함에서 고속단정(경비함에 탑재된 고무보트)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성용 경사(41)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잡는 도사’로 통한다. 그는 2010년부터 2년간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에 나선 중국어선을 48척이나 나포했다. 2006년에는 두 차례나 해양경찰청장상(중국어선 나포 유공)을 받은 그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에 투입되는 특공대원들이 타는 고속단정을 직접 운전한다. 현장에 도착하면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선원들을 나포하는 작전에도 몸을 던지고 있다. 어선만 단속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신안 가거도 남쪽 해상에서 불법으로 폐유를 유출하며 항해한 중국 유조선을 적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가거도 주변에서 한국어선을 충돌한 뒤 도주하는 중국 상선을 검거하는 등 해상에서의 모든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해양사고에 따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도 그의 임무다. 지난해 5월 가거도 남쪽 해상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던 유자망 어선을 예인해 선원들을 모두 구조했다. 지난달 중국어선 나포작전 도중 순직한 이청호 경사의 유가족과 불우이웃을 위해 상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한 그는 “중국어선의 폭력적 저항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단속 장비뿐만 아니라 인력도 크게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그는 완도수산고를 졸업한 뒤 6년간 원양어선을 타며 해양경찰관이 되는 꿈을 키우다가 1996년 해경에 입문했다.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우수상 김영관 소방장“저는 봉사하면서 월급도 받잖아요. 그러니 이 직업이 제게는 큰 복이죠. 하하하.” 3일 ‘영예로운 제복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영관 소방장(50·서울 도봉소방서 미아119안전센터)은 3일 ‘왜 소방관이 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1988년 2월 소방관이 돼 그동안 화재현장에 출동한 횟수만도 5600여 건에 이른다.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딴 그는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 다시 살려낸 ‘하트세이버’ 기록만 14차례 갖고 있다. 그와 2인1조로 근무하는 정연욱 소방교(31)는 “김 소방장은 경험이 적은 제가 긴장할까 봐 항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응급상황이 닥치면 무섭게 돌변해 CPR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주간 근무 때는 9시간, 야간 근무 때는 15시간을 근무하기 때문에 비번 때는 쉬기 바쁜 구급대원의 운명 역시 김 소방장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다. 그는 강북장애인 복지관을 찾아가 응급구조사 실력을 발휘해 혈압을 재고 혈당을 체크하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목욕시켜 주는 일도 벌써 100여 회가 넘었고 장애인 가정 도시락 배달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그는 “취했거나 단순 부상일 때 구조대를 호출하거나 이유 없이 폭언을 퍼붓는 시민이 아직도 있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1초가 급한 분들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격무에 지치기도 하지만 가족의 격려는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김 소방장은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한 두 딸이 수상 소식을 듣고는 ‘대단한 우리 아빠 축하하고 사랑해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줘 눈물이 났다”며 감격해했다.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특별상 김정진 중사특별상을 받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 정비담당 김정진 중사(33)는 ‘국방 발명의 달인’으로 불린다. 김 중사는 스마트폰용 군사작전 애플리케이션, 방독면 정화통 교환 알림장치, 무선 크레모어 등 군 관련 발명품 8건을 개발해 모두 특허등록을 했다. 이 중 통합정비관리시스템은 김 중사 개인이 아닌 국방부 명의 특허 1호로 등록돼 군의 지식자산이 됐다. 그의 관심은 발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군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120여 건의 각종 정책 제안도 내놓았고 이 중 25건이 받아들여졌다. 그는 미아방지시스템 제안으로 2008년 행안부 장관상, 소년소녀가장 지킴이 사업 제안으로 2009년 복지부 장관상, 출산용품 기부·대여센터 구축 제안으로 지난해 서울시 창의상을 받았다. 한국신지식인협회는 지난해 김 중사를 ‘신지식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 중사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매일 신문을 정독한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개선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내가 제안한 것이 개선되면 미묘한 희열도 느낀다”고 말했다. 내년에 상사 진급을 앞둔 김 중사는 군번이 2개다. 임관 4년 만인 2001년 장기복무 부사관 인원이 줄어들면서 부득이 전역해야 했다. 이후 민간기업에 다니다 군 당국에 “재입대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고, 재입대 제도가 새로 생기자 2002년 하사로 재임관했다. 대구공고 출신인 김 중사는 자동차정비사 등 자격증 10개를 갖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 학사, 숭실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고, 아주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전역하면 부사관학과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노블레스상노블레스상 수상자인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김응군 소방교(37)는 2003년 7월 화재 진압 도중 건물 더미에 깔리면서 하반신 마비라는 중증 장애를 얻었다. 전처럼 화재 현장으로 달려갈 수는 없었지만 그는 2004년 3월 다시 소방서로 복귀해 동료를 지원하는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병원 치료 과정에서 겪은 공상(公傷) 소방관의 어려운 처지를 각종 토론회와 외부 기고를 통해 알리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2005년 8월에는 소방장비개발대회에서 ‘발광형 안전표시등’을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국회에서 열린 ‘소방관 처우 및 노후장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에 대표 소방관으로 참석해 소방관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소방교는 “뜻깊은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며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소방 현실을 개선해 나가는 데 이 상이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노블레스상을 받게 된 대전남부소방서 현장지휘대 김형수 소방위(47)는 구조대 레펠 훈련 중 추락해 11차례 수술 끝에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고도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뼛속까지 소방관’ ‘불사조’다. 2000년 11월 사고를 당했지만 화재조사관 자격증을 따 전문화재조사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1999년 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 완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8차례 완주 기록도 갖고 있다. 꾸준한 재활치료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손목과 안면의 심각한 부상 탓에 다시 소방호스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빵기능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매주 한 번씩 장애인이나 노인, 결식아동 등을 위해 빵을 만들어 나눠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 헌혈 횟수는 60회에 이른다. 김 소방위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 장기적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충실히 보호할 수 있는 일이라 보람을 느낀다”며 “아직 몸이 불편하지만 계속 노력해 더 많은 일을 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 제복 공무원들은 열악한 근무여건에서도 나라를 위해 봉사해 왔지만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평가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뼈저린 반성에서 이 상의 정신은 출발했다. 제1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은 국민적 관심과 언론의 조명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혼신을 바쳐온 공무원이다. 수상자는 최근 1, 2년의 일회성 실적이 아닌 10년 이상 근무하는 동안의 공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대상을 받은 해군 김성호 소령은 아덴 만 여명 작전이라는 유명한 군사작전을 성공시킨 공적뿐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 270일 가까이 배에 머물며 동료 군인들에게 ‘살신성인’의 귀감이 됐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 12월 29일 이 같은 기준을 토대로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에서 추천한 15명의 후보 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4명, 특별상 1명, 노블레스상 2명 등 모두 8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명품을 소개하는 잡지 노블레스가 후원한 노블레스상은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중에 부상해 장애가 생긴 소방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대상과 우수상 수상자 중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 말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다 순직한 이청호 경사 등 순직 공무원들은 훈장과 보상금 중복 수여 등의 문제를 고려해 추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심사에는 군과 경찰 소방기관 등 해당 부서의 내·외부 인사가 1명씩 참여했고 동아일보와 채널A에서도 부국장급 인사가 심사위원에 1명씩 포함됐다. 심사위원들은 “제복 공무원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게 선진국”이라며 “나눠주기식 시상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엄정하게 심사하겠다”고 다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대통령령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온 경찰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검찰이 관행적으로 경찰에 의뢰해 수사해오던 진정 등의 사건을 더는 경찰이 대신 수사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한마디로 검찰이 경찰을 수족 부리듯 해온 ‘하청 수사’ 관행의 고리를 끊겠다는 뜻이다. 경찰의 이번 조치는 ‘준법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수사 지휘는 받되 엄밀한 의미의 ‘수사’에 대해서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다. 통상 고소 고발은 범죄혐의가 비교적 분명해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만 진정이나 탄원, 첩보 등은 수사의 전 단계인 ‘내사’ 사안으로 분류되는 만큼 검사가 지휘할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검찰이 고소 고발 건뿐 아니라 진정이나 탄원, 풍문도 경찰서에 내려보내면 관행상 대부분 조사를 했다”며 “하지만 이번 형소법 대통령령 논의 과정에서 수사에 대해서만 검사 지휘를 받는다는 게 분명해진 만큼 수사 요건에 해당하는 고소 고발 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검사의 수사지휘 원칙을 규정한 개정 형소법 대통령령 제2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은 ‘검사는 사법경찰관을 존중하고 법률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의 모든 수사를 적정하게 지휘한다’고 돼 있다. 수사에 대해선 예외 없이 검사 지휘에 따르겠지만 수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검찰의 진정이나 탄원 사건에 대해선 경찰이 대신 조사해줄 법적 근거도 없고 지휘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전국의 일선 경찰서로 모두 확산될 경우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 접수하는 고소 고발뿐 아니라 진정이나 탄원 사건의 80%가량을 그동안 경찰이 수사해왔는데 경찰이 고소 고발 사건만 수사한다면 검찰에 들어오는 진정 탄원 풍문 첩보 등 대부분의 범죄단서는 그대로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10만1108명에 이르는 전체 경찰 중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18.3%인 1만8457명. 검찰은 2044명에 불과한 인력으로는 접수하는 사건을 모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사건을 경찰에 이관해 처리해왔다. 경찰의 이 같은 강공 대응에 검찰은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이 이날 밤 공식 입장을 곧바로 결정하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 사이에서는 불만이 대단하다. 수도권의 한 재경 검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꼭 고소 고발이 아니더라도 첩보가 구체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내려보낸 것이고 수사지휘에 따르는 것은 검찰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비난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통령령)이 정식 시행된 뒤 이틀 만에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수성경찰서는 2일 “대구지검이 수사 개시 전에 내사 지휘한 사건의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상기 대구수성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대구지검의 고소 고발 사건은 접수했지만 수사가 개시되기 전의 검찰 내사 지휘 사건은 접수하지 말라는 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며 “접수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 내용 때문에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경찰이 접수를 거부한 사건은 대구 수성구 상동 지역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해 주택조합 관계자가 택지 보상금을 횡령한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다.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말 검찰에서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가운데 고소 고발 사건이 아닌 진정이나 탄원은 접수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하달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개정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에 따라 검사의 수사 지휘는 받지만 고소 고발 등 수사 절차가 진행된 사건에 대해서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다.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진정이나 탄원 등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나 풍문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수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따라서 접수해 조사하거나 검사 지휘를 받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자세한 사건 내용과 경위를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며 “이번 내사 지휘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등 다각도로 따져본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올해부터는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을 때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경찰청은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 등 운전면허 재발급 기관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강검진 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열람시스템을 2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운전면허를 재발급 받으려면 건강보험공단 지부나 병원을 방문해 4000원을 내고 신체검사를 받은 뒤 관련 서류를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신청자의 검진기록만 보유하고 있으면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경찰은 민원인이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받으려면 운전면허재발급 기관에서 자신의 의료기록을 접속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에 사전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