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막, 배급, 프로모션, 통역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또 다른 주역들’의 공도 컸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 각본을 쓴 한진원 작가는 골든글로브 각본상 후보에 봉 감독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 작가는 봉 감독이 2017년 선보인 영화 ‘옥자’의 연출부로 봉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한 작가가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모델이 된 운전사 등 여러 직업군을 취재한 내용이 각본에 반영됐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주제가 ‘소주 한 잔’의 가사도 봉 감독과 함께 썼다. 이 곡은 기우 역의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됐다.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기생충 대사의 맛을 그대로 살린 영어 번역으로 미국에서도 영화의 의미를 완벽히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에게 기택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냐”고 묻는 대사에서 명문대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대를 ‘옥스퍼드(Oxford)’로 번역한 게 그 예다. 봉 감독의 북미 행사에 동행하며 봉 감독에게 ‘빙의한 듯한’ 통역을 선보인 최성재 씨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9일(현지 시간) NBC 토크쇼 ‘더 투나이트쇼’에 출연한 봉 감독의 통역을 맡아 봉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린 재치 있는 통역으로 화제가 됐다. 이 방송이 담긴 유튜브 영상에 북미 현지인이 ‘통역이 매끄럽다’며 감탄하는 댓글을 남겼을 정도다. 최 씨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도 올라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을 통역했다. ‘마더’로 봉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도 기생충 제작 전반을 총괄한 주역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봉 감독의 손짓에 곽 대표도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봉 감독이 참석하지 못하는 세계 각국 시상식에 대신 참석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영화를 미국에 꾸준히 선보이며 북미 시장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네온은 ‘설국열차’의 미국 배급을 맡기도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영화 ‘기생충’이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 끝나자마자 관객석에 있던 할리우드 유명 감독, 배우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 TV 콘텐츠에 대해 시상하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콘텐츠가 수상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벽을 넘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 봉 감독은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지만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 할리우드는 유독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어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개봉한 이후 상영하는 곳마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생충’은 북미에서만 2390만 달러(약 280억 원), 세계적으로는 1억2974만 달러(약 1518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가장 큰 규모다. 극 중에서 기정(박소담)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가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로 북미 관객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주제가상으로 꼽히는가 하면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골든글로브를 앞두고 열린 ‘기생충’ 파티에 참석해 봉 감독과 송강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기생충’은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북미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4일 열린 전미비평가협회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비롯해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 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서 약 50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시상식을 앞두고 쏟아진 예측 기사에서도 외신은 골든글로브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기생충’의 몫이라고 평가했다.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미국 관객들이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영화는 가난한 자와 부자,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대를 모았던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다음 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수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골든글로브 감독상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을 만든 샘 멘데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송강호는 기자간담회에서 “골든글로브도 크고 중요한 시상식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오스카다. 봉 감독이 아쉽게 감독상에서 탈락한 불운을 오스카에서 반드시 달성하리라 생각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 전 펼쳐지는 프로모션 캠페인을 ‘선거운동’에 비유하며 “칸의 황금종려상, 한국의 1000만 관객의 선물을 받은 작품이라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즐거운 소동이다. 오스카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한국 영화산업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리우드를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이 수여하는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상은 배우와 감독 등 영화 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8000여 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회원의 일부가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미국감독조합과 미국배우조합이 수여하는 상이 아카데미 수상의 가늠자가 되는데 ‘기생충’은 미국배우조합의 작품상 격인 캐스팅상 후보에 올라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따낼 첫 외국어 영화로 ‘기생충’을 언급하는 이유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에 예비 후보로 선정됐으며 13일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체 후보가 발표된다.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에 관객석에 앉은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 배우들 사이에서 일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 역사 100년 사상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벽을 넘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아울러 한국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에서 후보에 오른 데 이어 트로피까지 거머쥔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봉 감독은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지만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 할리우드는 유독 자막을 읽어야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미 ‘1인치’의 장벽을 뛰어 넘어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첫 개봉한 이후 상영하는 곳마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생충’은 북미에서만 2390만 달러(약 280억 원), 세계적으로는 1억2974만 달러(약 1518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가장 큰 규모다. 극중에서 기정(박소담)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가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로 북미 관객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주제가상으로 꼽히거나 핼러윈 코스튬으로 재생산되는 등 관객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입소문을 탔다.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골든글로브를 앞두고 열린 ‘기생충’ 파티에 참석해 봉 감독과 송강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의 영화’로 꼽을 정도였다. ‘기생충’은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북미 평단의 찬사를 함께 받으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4일 열린 전미비평가협회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기에 앞서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 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서 약 50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시상식을 앞두고 쏟아진 예측 기사에서도 외신은 골든글로브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기생충’의 몫으로 평가했다.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 직후 프레스룸에서 가진 질의응답에서 미국 관객들이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영화는 가난한 자와 부자,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대를 모았던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다음달 9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골든글로브 감독상은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을 만든 샘 멘데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샘 멘데스와 쿠엔틴 타란티노는 최근 20년 간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감독이라 이들의 수상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생충’이 이들의 작품과 경쟁했다는 것으로도 대단한 기록이지만 외국어 영화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과 호평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아카데미 수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를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이 수여하는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상은 배우와 감독 등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8000여 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회원의 일부가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미국감독조합과 미국배우조합이 수여하는 상이 아카데미 수상 여부의 가늠자가 되는데 기생충은 ‘아이리시 맨’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 미국배우조합의 작품상 격인 캐스팅 상 후보에 올라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따낼 첫 외국어 영화로 기생충을 언급하는 이유다. 기생충은 이미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2개 부문에 예비 후보로 선정됐으며 13일(현지시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체 후보가 발표된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중환자실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마주한다. 의식이 있는지 체크하는 간호사에게 “내가 여기에 죽어 있는 거야, 살아 있는 거야”라고 묻는 환자부터 “공 차고 온다”며 축구하러 나가서는 높은 곳에 올라간 공을 갖고 내려오다 추락사한 20대 청년까지. 놀라운 기적과 허무한 비극이 교차하는 현장을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5년차 간호사가 담담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고 죽음에 무뎌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다잡는다.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일을 그만두려다가 환자의 고통에 진심으로 대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고군분투기다. 간호사 평균 재직 기간 6.2년이라는 힘든 현실에서도 ‘휩쓸리듯 떠나지는 않겠다’는 저자의 다짐은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위안의 메시지를 전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의학 드라마의 수술신(Scene)처럼 정교한 메이크업 과정을 담았죠.” 3일 오후 10시 50분 첫 회가 방영된 채널A 드라마 ‘터치’의 주연 배우 주상욱(42)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다. 채널A 금·토 드라마 터치는 한국 최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혁(주상욱)과 말단 어시스턴트인 ‘장수’ 아이돌 연습생 출신 수연(김보라·25)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상욱은 “대하사극의 전쟁신처럼 터치에서는 메이크업신이 자세하게 그려진다. 메이크업으로 배우가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회에서 정혁과 수연은 모두 꿈이 좌절되며 인생의 쓴맛을 봤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그룹 데뷔 멤버로 뽑히지만 과거 자신의 폭행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방송국에서 퇴출된 수연. 정혁 역시 불우한 가정형편을 딛고 업계 최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지만 경쟁자들의 모략으로 자신의 뷰티숍이 문을 닫으며 실직자로 전락한다. 터치는 이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 돼 서로를 북돋우며 성장하는 시간을 담아낸다. 김보라는 “누구나 느끼는 삶과 일에서의 불안 및 스트레스를 정혁과 수연이 서로 의지하며 이겨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꼽는 터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배우의 민낯부터 풀 메이크업까지 과정을 모두 화면에 담았다는 점이다. 첫 회에서 정혁이 비행기에서 만난 손님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장면은 촬영에만 9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연출을 맡은 민연홍 PD는 “‘이 정도는 건너뛰어도 되는데…’ 싶은 것까지도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국내 드라마 사상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소재를 전면에 앞세운 드라마는 터치가 처음인 만큼 이 직업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특히 신경을 썼다. 김보라는 “숍 안에서 직원들끼리 무전으로 대화하는 것이나 샴푸를 ‘에스피(SP)’라고 줄여 부르는 것 등 사소해 보이는 것까지 살렸다”며 “드라마와 현실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고 자랑했다. 실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주상욱의 이력도 정혁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됐다. 주상욱은 “미대 입시를 준비할 때 붓을 잡은 손의 새끼손가락을 쳐드는 습관이 있었는데 25년 만에 다시 (미용)붓을 잡으니 그 습관이 그대로 나오더라”며 “카메라가 꺼졌는데도 새끼손가락을 늘 들고 있었다”며 웃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 해 가슴에 새겨진 안타까운 이별이 적지 않았다. 설 연휴에도 병원을 지키다가 과로사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사진)과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김태호 군,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희생자들…. 그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이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가 죽어야 바뀌는 사회’라는 씁쓸한 자조는, 뒤집으면 ‘누군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의지’란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올해 별이 된 사람들과 이들이 남긴 숙제를 돌아봤다.상실은 때론 절망을 남긴다. 하지만 누군가는 희망을 싹 틔우기도 한다. 올 한 해는 유독 안타깝게 하늘의 별이 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해가 저무는 이때, 동아일보는 그들이 떠난 뒤 ‘남겨진 사람들’을 만나봤다. 남은 이들은 하나같이 슬픈 다짐을 드러냈다. 여전히 고통과 싸우면서도 무릎 꿇지 않겠다는…. 고인이 꿈꾸던 세상, 혹은 그들이 겪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언약이다. 영원히 기억돼야 할 별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윤선배 헌신 배울것”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늘어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올해 2월 4일 설 연휴 첫날은 국민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응급의료 공백을 막으려 퇴근도 미루고 일했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사진)이 과로로 목숨을 잃은 날이기 때문이다. 비보였지만 사회 각계에선 ‘우리 생명이 누군가의 헌신 덕에 보호받는다는 걸 일깨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고인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 희생자 이후 민간인으로선 처음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윤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 씨(51)는 “남편이 하려던 일들은 남은 사람들이 이룰 거라 믿게 됐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희생은 의료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낳았다. 고인이 의학도 시절을 보낸 전남대병원이 이달 중순 전공의를 모집했는데, 응급의학과가 신설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정원(4명)보다 많은 지원자(6명)가 몰렸다. 지원자들은 “윤 선배처럼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전국 수련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평균 지원율도 101.8%로 집계됐다. 응급의학과에 초과 지원율이 나온 건 3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윤 센터장의 숙원인 응급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민관 합동 응급의료 개선 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다. 윤 센터장의 25년 지기인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56)는 내년 1월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에 취임해 이 대책을 추진할 책임을 맡는다. 윤 센터장이 뿌린 씨앗이 모두 싹을 틔운 건 아니다. 고인이 생전에 꼬집었던, 병원 내 응급구조사가 환자의 심전도조차 재지 못하는 불합리한 법령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 “여덟살 태호 흔적 아직 생생… 法 통과는 우리의 몫”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김태호군“5월 16일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비행이었어요.” 항공사 승무원인 이소현 씨(36·여)는 ‘그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전날 귀국 비행을 준비하던 도중 다급하게 걸려온 남편 김장회 씨(36)의 전화 한 통과 함께 이 씨의 삶은 뒤바뀌었다. 남편은 외아들 태호 군(8·사진)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했다. 태호는 15일 인천에서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에 타고 있다가 동갑내기 정유찬 군과 함께 짧은 생을 마감했다. 24일 찾아간 김 씨 부부의 인천 연수구 자택엔 태호가 쓰던 장난감과 책상 등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맞벌이였던 김 씨 부부는 사고 뒤 국회와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스포츠클럽 통학차량은 겉만 노란색으로 칠했을 뿐, 성인 보호자의 동승 의무나 관할 경찰서 등록 등 안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를 고칠 법안이 이른바 ‘태호유찬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다. 하지만 태호유찬법은 이달 10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외면당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통학차량 범위를 정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통과시키지 않았다. 한 의원은 “어린이가 학원 가려고 타면, 시내버스도 다 보호자를 태워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단다. 이 씨는 “태호가 이 세상에서 숨 쉬다 간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부모로서 남은 할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의 배 속에는 내년 봄 출산 예정인 태호의 동생이 자라고 있다. ▼ “우린 여전히 전쟁중” 제2 안인득 국가가 막아야 ▼안인득 사건 피해자들금모 씨(40·여)는 4월 17일 안인득(42)이 휘두른 흉기에 어머니 김모 씨(65)와 조카 금모 양(12)을 잃었다. 지난달 안인득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참아 왔던 스트레스가 휘몰아쳤다. 밥 한 숟갈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지도 못해 결국 2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금 씨는 “그가 벌받는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눈물을 감췄다. 금 씨에 따르면 안인득 손에 중상을 입은 주민들은 지금도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며 그날의 기억과 싸우고 있다. 중증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의 목숨을 빼앗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안인득 사건은 정부의 부실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살인 사건 전에도 아파트에 벌레를 뿌리는 등 난동을 피웠다. 주민들이 경찰에 일곱 차례나 신고했다. 형도 안인득을 입원시키려 했지만, 현행법상 강제 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보호 의무자’가 아니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현재 국회엔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 없이도 가정법원이나 준사법기관이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사법입원’ 도입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 가족에게 전가했던 치료의 책임을 이제는 국가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해상-다뉴브강-잠원동… 마를 새 없던 눈물 ▼안타까운 사고 희생자들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선 철거 작업을 하던 5층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에 깔린 이모 씨(29·여)가 숨졌다. 이 씨는 예비남편인 황모 씨(31)와 예물인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씨의 사망은 인재(人災)였다. 철거업체는 공사에 잭서포트(지지대)를 60개 세우겠다고 관할 구청에 계획서를 제출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27개만 설치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철거 현장 조사에 나서고 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철거업체가 공사 기한 단축에 열을 올리는 관행을 없애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이 씨의 아버지는 “국가는 (내 딸을) 잊으면 끝이겠지만, 나는 평생 이 일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10월 31일엔 응급환자를 태운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호’ 헬기가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해 환자와 동료 선원, 소방대원 등 7명이 세상을 떠났다. 헬기엔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의 구조 현장에도 급파됐던 배혁 구조대원(31)이 타고 있었다. 그는 사고 두 달 전 결혼했다. 동료인 이영민 소방장(37)은 “혁이는 다들 기피하는 헬기 업무에 적극 지원했고, 환자를 구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당국은 지금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에 경북 울릉도·독도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보낼 수 있는 헬기가 영남1호를 포함해 단 2대뿐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항공구조대의 열악한 현실이 재조명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인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박상준 speakup@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경찰이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 진영 단체 집회 때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 대표인 전광훈 목사(63)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 목사를 포함한 3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집회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전 목사 등이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확인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범국민투쟁본부는 26일 논평을 내고 “전 목사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라며 “경찰은 이미 (전 목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까지 했기 때문에 도주 우려도 없는데 뜬금없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경찰이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 진영 단체 집회 때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 대표인 전광훈 목사(63)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 목사를 포함한 3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집회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전 목사 등이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확인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집회 당일 참가자 일부가 종로구 청와대 방면으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이 설치해 놓은 차단벽을 무너뜨려 40여 명이 현장에서 체포됐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한 곳을 압수수색했다. 범국민투쟁본부는 26일 논평을 내고 “전광훈 목사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라며 “경찰은 이미 (전 목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까지 했기 때문에 도주 우려도 없는데 뜬금없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를 지휘한 의혹으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57)이 경찰인재개발원장에 내정됐다. 경찰인재개발원은 경찰 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곳이어서 수사나 치안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리다. 황 청장은 2017년 7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울산경찰청장이 됐고 지난해 11월 대전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방경찰청장을 세 차례 연이어 맡은 전례가 드문 만큼 황 청장이 다른 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되지 않은 것 자체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 다만 경찰청 참모가 아닌 외곽직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황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고려한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황 청장은 지난달 18일 명예퇴직원을 제출하면서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예고했지만 경찰청은 이를 반려했다. 공무원 신분인 황 청장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6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황 청장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다가 내년 초 의원면직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중징계에 해당하는 비위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은 허락되지 않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 현장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작업 인부 1명이 숨졌다. 전날 경기 고양시의 한 공사 현장 인근에서도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있었다. 고양시의 사고 지점은 2년여 전 싱크홀, 도로 균열 등의 사고가 한 달 사이에 3차례나 발생했던 곳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인데 지난달 고양시 점검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서울 영등포소방서와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 20분경 여의도 메리츠화재 건물 인근 지하보도 공사 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내려앉아 지상에서 작업하던 A 씨(53)가 3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오전 9시 10분경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지반이 내려앉은 싱크홀의 크기는 가로 2m, 세로 1.5m로 타원형 모양이었다. 사고 지점 아래에서는 지하철 5, 9호선 여의도역과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연결하는 지하보도를 내년에 완공할 예정인 대형 복합시설 파크원까지 잇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날까지 이곳은 보행자들이 지나다닌 인도였다. 앞서 9월에도 사고 지점으로부터 100여 m 떨어진 인도에서 땅꺼짐이 있었다. 경찰은 사고 지점 아래에 묻혀 있는 상수도관 파열로 새어 나온 물에 주변의 모래가 휩쓸려 나가면서 지반을 받치고 있던 흙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감리업체 관계자는 “육안으로 봤을 때 상수도관의 약 50cm가 떨어져나간 상태였는데 관이 낡아 수압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사고 1127건의 원인으로는 하수관 손상이 452건(40.1%)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상수관 손상으로 214건(19%)이었다. 2018년 기준 전국의 상하수도관 35만6411km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13만1598km로 36.9%에 이른다. 30년 이상 된 노후관도 5만8175km(16.3%)나 된다.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경 호수로와 일산중앙로를 잇는 5차로 도로에 길이 20m, 폭 15m, 깊이 1m의 땅꺼짐이 있었다. 당시 사고 지점을 지나던 차량이나 행인이 없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고양시는 사고 지점 인근의 다른 도로 여러 곳에서 지난달 깊이 1cm 미만의 균열이 발견되자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시킨 채 지표투과레이더(GPR)검사를 하면서 21일 사고가 난 지점에 대해서도 확인했는데 당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약 2주 만에 공사가 재개됐다. 21일 사고가 난 곳 인근에서는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고 지점은 2017년 2월 싱크홀, 도로 균열 등의 사고가 3차례 발생했던 공사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경찰은 공사 현장 지하 4층의 흙막이벽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공사 현장으로 흘러들었고 이 때문에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신도시 일대는 옛 한강변 장항습지를 매립해 만든 곳이어서 지반이 약하다. 사고 지점 바로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순희 씨(66·여)는 “싱크홀 영향이 아파트에까지 미칠까 봐 불안하다”며 “시에서 근본적인 싱크홀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서형석·한성희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지하공공보도 공사 현장에서 상수도관 파열로 인한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공사장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하루 전인 21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지하수 유실로 인한 지반 약화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지점에서 500여 m 떨어진 곳에서 2년 전에도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츠화재 건물 인근 지하공공보도 공사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붕괴하면서 지상에서 공사를 준비 중이던 작업자 최모 씨(53)가 3m 높이에서 추락했다. 최 씨는 오전 9시 10분경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지점 지하에서는 여의도역에서 대형복합시설 ‘파크원(Parc 1)’ 까지를 잇는 지하공공보도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경찰, 구청 등은 사고가 발생한 곳 지하에 매립된 상수도관에서의 누수를 싱크홀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 지점 지하에 흐르던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관을 흐르던 물이 흘러나와 상수도관 밑 부분의 모래가 휩쓸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현장 감리업체 단장은 “상수도관을 지지하고 있던 상수도관 아래 부분 모래가 비면서 아스팔트와, 상수도관 위의 모래층이 함몰됐다. 육안으로는 상수도관의 약 50cm가 떨어져나간 상태였다”며 “해당 상수도관은 30년 정도로 노후화 돼 수압을 견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소장, 시공사 관계자 등 조사와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오피스텔 공사현장 인근 도로에서도 길이 20m, 폭 15m, 깊이 1m의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했다. 일산동부경찰서와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경 호수로와 일산중앙로를 잇는 4차선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차량통행이나 지나가던 사람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지역 인근에서는 지상 10층, 지하 5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이 진행 중이었다. 경찰, 시청 등은 지하 4층 지점 터파기 작업 중 지하수가 유출돼 사고 지점의 모래를 밀어내면서 지반이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동부서 관계자는 “지하 4층 지점에 설치한 흙막이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누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공사에서 흙막이 설치 작업을 규정에 따라 진행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산신도시 일대는 옛 한강변 장항습지를 매립해 만들어져 토지 기반이 취약하다. 이날 사고 지점과 불과 500여 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사현장 인근에서는 2017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도로가 침하도고 균열이 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지점 바로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순희 씨(66·여)는 “아파트까지 싱크홀 영향이 미칠까봐 불안해 아파트에서 계속 내려다보고 있다. 시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로 위 지뢰밭’인 싱크홀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9건이었던 싱크홀은 2015년 186건, 2016년 255건, 2017년 279건, 2018년 338건으로 5년 사이 390% 늘었다. 상하수도 공사부실, 하수관 손상 등 상하수관 관련 싱크홀은 5년간 총 발생한 1127건 중 706건으로 전체의 62.6%에 달했다. 심기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지하시설물들의 유지관리에 예산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내구연한 다 되기 전 시설물을 교체해 싱크홀 등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경찰이 연말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16일부터 음주운전 집중 단속에 나선다. 경찰청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와 함께 16∼31일을 ‘교통안전 특별기간’으로 정하고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유흥가, 식당, 유원지 등 음주운전이 많이 발생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낮에도 불시 단속할 계획이다. 특히 일명 ‘제2의 윤창호법’이 시행된 6월 25일 이후 지난해보다 오히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증가한 경기 하남경찰서와 오정경찰서, 부산 서부경찰서 등 경찰서 47곳 관할 지역이 집중 단속대상이다. 술자리가 많은 금요일 야간에는 전국에서 동시에 단속을 하고 20∼30분 단위로 단속 장소를 수시로 옮기는 이동식 단속도 펼친다. 실제 사고도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도로교통공단이 2014∼2018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토요일 0시∼오전 2시가 347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요일 오후 10시∼토요일 0시가 3433건으로 뒤를 이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과도한 검찰권은 때때로 권력, 금력에 유착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등 남용되기도 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배포한 A4용지 3쪽짜리 내부 문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의 주요 내용’에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검찰권을 권력과 금력에 유착됐다고 표현한 것이다. 수사구조개혁단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설명하며 “현실에서는 그 개념이 무제한 확장돼 경찰 조직에 대한 지배를 초래했다”고도 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선 “자백에 의존하는 인권 침해적 수사 관행의 원인”이라며 증거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현행 패스트트랙 안에 대해서도 “검사의 송치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경찰 수사에 대한 여러 통제장치를 담고 있어 경찰 수사의 주체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과도기적 안으로 볼 수 있다”며 비판적 속내를 드러냈다.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 조직의 쟁점이기 때문에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관련 문건을 내부에 공유해왔다”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나, 임은정 검사의 고발 사건에 검찰이 영장도 주지 않고 지휘권으로 수사를 무력화한 사건만 봐도 검찰이 우월적 권한으로 경찰 수사에 개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 개정안을 ‘과도기적 법안’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현 개정안에선 검찰이 여전히 직접 수사를 할 수 있어 과도기적 법안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조직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거친 표현까지 쓰면서 검찰을 비판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검찰 통제를 벗어나겠다’는 목표로 개정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기보단 구성원들을 동요시켰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수사권 조정은 과도기 방안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검찰의 사법통제를 벗어나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수사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이견 조율 시스템이 붕괴돼 끝없는 검경 갈등이 우려된다”고 했다.이호재 hoho@donga.com·김재희 기자}

“과도한 검찰권은 때때로 권력·금력에 유착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등 남용되기도 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최근 내부 구성원들에게 배포한 A4용지 3쪽짜리 내부 문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의 주요 내용’에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개정안에 대한 설명하면서 검찰권을 권력과 금력에 유착됐다고 표현한 것이다. 수사구조개혁단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설명하며 “현실에서는 그 개념이 무제한 확장돼 경찰 조직에 대한 지배를 초래했다”고도 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선 “자백에 의존하는 인권 침해적 수사 관행의 원인”이라며 증거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현행 패스트트랙 안에 대해서도 “검사의 송치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경찰 수사에 대한 여러 통제장체를 담고 있어 경찰 수사의 주체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과도기적 안으로 볼 수 있다”며 비판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 조직의 쟁점이기 때문에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관련 문건을 내부에 공유해왔다”며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나, 임은정 검사의 고발사건에 검찰이 영장도 주지 않고 지휘권으로 수사를 무력화한 사건만 봐도 검찰이 우월적 권한으로 경찰 수사에 개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 개정안을 ‘과도기적 법안’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현 개정안에선 검찰이 여전히 직접 수사를 할 수 있어 과도기적 법안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조직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거친 표현까지 쓰면서 검찰을 비판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검찰 통제를 벗어나겠다’는 목표로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보단 구성원들을 동요시켰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수사권 조정은 과도기 방안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경찰이 검찰의 사법통제를 벗어나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수사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이견 조율 시스템이 붕괴돼 끝없는 검경갈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는 연말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16일~31일을 ‘교통안전 특별기간’으로 정하고 집중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유흥가, 식당 등 음주운전이 자주 발생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상시단속에 나선다. 특히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된 6월 이후 음주운전이 증가한 47개소를 선정해 집중 단속한다. 술자리가 많은 금요일 밤에는 전국 동시 일제단속을 하고 20~30분 단위로 단속 장소를 수시로 옮기는 단속도 추진한다. 실제 음주운전 교통사고도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도로교통공단이 2014년~2018년 5년 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한 결과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2시 사이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토요일 0시~오전 2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3477건으로 가장 많았고, 바로 전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 10시~토요일 0시가 3433건으로 뒤를 이었다. 5년 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전국에서 모두 10만7109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59건 꼴이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110만9987건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9.6%다.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5년 간 2441명, 다친 사람은 18만6391명으로 집계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경찰이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보수 진영 단체의 집회를 주도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의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63)의 출국을 금지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전 목사를 최근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그동안 전 목사에 대해 4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전 목사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 목사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관련자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 목사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1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10월 3일 광화문 집회 때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해 투쟁본부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당시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종로구 청와대 방면으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을 무너뜨려 현장에서 40여 명이 체포됐다. 전 목사는 개천절 집회 당시 내란선동 발언을 한 혐의와 집회 현장에서 헌금을 모아 기부금품법을 어겼다는 혐의로도 고발돼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제 두 딸이 있게 해준 홍상희 선생님을 찾고 싶습니다.” 수능시험일인 지난달 14일 오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22년 전인 1997년 본부를 통해 신장을 이식 받은 박지원 씨(38·여)였다. 박 씨는 “오늘 제 딸이 수능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신장을 기증해 준 홍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딸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박 씨에게 신장을 기증한 홍상희 씨(78·여)는 1991년 국내 최초로 신장을 기증했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83)의 아내다. 박 씨와 홍 씨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2년 본부 행사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17년 만이다. 이날 박 씨는 둘째 딸 이한나 양(17)과 함께 본부를 찾았다. 한나 양은 홍 씨의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태어났어요”라고 했다. 박 씨는 “첫째 딸 주은이가 수능시험을 보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 씨는 고교 졸업 후 8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혈액투석을 했다. 체중이 늘면 신장에 이상이 생겨 약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물 한 모금도 맘대로 마시지 못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때 투석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둘째 딸이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남편이 가출해 생계와 육아를 혼자 책임지던 박 씨는 2006년 뇌출혈 등 합병증으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심폐소생술을 받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박 씨에겐 기억상실이라는 후유증이 남았다. 박 씨는 뇌출혈로 쓰러지기 이전의 기억을 대부분 잃었다. 박 씨는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을 겪은 뒤 두 딸과의 기억도 지워졌다”면서도 “신장 이식 수술 전날 홍 선생님이 저를 보러 입원실에 오셨던 건 기억한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홍 씨의 신장 기증은 두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생명 이음’은 점차 줄고 있다. 생존자의 장기기증은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지만 대부분 부모나 형제자매 등 8촌 이내 혈족으로부터의 기증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이뤄진 혈족이 아닌 타인의 신장 기증은 2011년 16건에서 2017년 6건, 지난해 2건으로 계속 줄었다. 뇌사자 장기기증 역시 2016년 573명에서 2017년 515명, 지난해 449명으로 감소했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선 기증인과 기증인 가족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이식인과 기증인 가족이 편지나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뇌사자 기증의 경우 장례 절차 지원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생존 시 기증자의 경우 수술 후 건강은 물론이고 심리 상태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김재희 사회부 기자 jetti@donga.com}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79)가 반중(反中) 시위에 나선 홍콩의 학생들에게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홍콩 민주항쟁을 지지하는 연세인 모임(연세인 모임)’은 배 씨가 지난달 28일 전화로 이 모임에 전한 메시지를 4일 공개했다. 이한열 열사는 연세대 86학번으로 2학년이던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연세인 모임’에 전한 메시지를 통해 배 씨는 “지금 홍콩 학생들이 죽어 나가는 게 제일 가슴이 아프다. 단 한 명도 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솔직히 용기를 내라든지 이런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열이한테는 시위에 나가도 맨 앞에 서지 말고 뒤에 서 있으라고 했다. 그런 마음이 어땠겠냐”며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도 한열이는 앞에 나가서 싸우다가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씨는 시위에 나선 홍콩 학생들의 승리도 바랐다. 그는 “이번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범민주 진영이) 이겼다고 하던데 선거를 통해 민심을 확인한 것”이라며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그대로 쭉 밀고 가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다들 다치지 말고 승리하기를”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일 오후 3시 20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경찰병원역 주변의 한 도로. 3호선 오금역 방면으로 달리던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빨간불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곧장 내달렸다. 이를 본 순찰차 한 대가 곧장 오토바이를 따라붙었다. 신호 위반이나 속도 위반 오토바이를 단속하기 위해 순찰 중이던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차량이었다. 그동안 이륜차의 사고나 교통 위반이 잦은 곳에 자리를 잡고 단속해 왔던 경찰은 하루 전인 이달 1일부터 순찰 단속을 시작했다.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음식 등 이용자들이 늘면서 배달업체 오토바이의 교통규칙 위반이나 사고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오토바이가 가해 차량인 사고는 2014년 1만1758건에서 2015년 1만2654건, 2016년 1만3076건, 2017년 1만3730건, 2018년 1만5032건으로 최근 5년간 해마다 증가했다. 이 때문에 배달 서비스업체의 산업재해도 2016년 277건에서 지난해 618건으로 2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순찰차 운전석에 앉아있던 김은성 경감(45)은 달아나는 오토바이를 쫓아 초등학교 인근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쪽으로 차를 몰았다. 옆자리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이승렬 경장(34)은 들고 있던 캠코더로 촬영을 시작했다. 오토바이의 뒤쪽 번호판을 향한 캠코더는 ‘줌인’ 기능으로 번호를 확인했다. 오토바이 단속에 나선 경찰들이 캠코더를 휴대하기 시작한 것도 1일부터다. 김 경감은 “‘경찰이 못 따라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달아나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많았다”며 “이제는 운전자들이 달아나더라도 캠코더로 번호판을 찍어 오토바이 소유자를 확인한다”고 했다. 경찰이 오토바이 순찰 단속 때 캠코더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달아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사고 위험을 막고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김 경감-이 경장 조는 캠코더로 번호판을 촬영한 뒤에도 계속 추격해 결국 달아나던 운전자를 붙잡았다. 2일 오후 4시 45분.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앞 교차로. 이번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지하철 9호선 삼전역 쪽으로 달리던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김 경감의 눈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이 경장은 곧바로 캠코더 촬영을 시작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빨리 배달을 해야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오후 4시 30분경엔 삼전역 앞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적발됐다. 중국집 배달원인 이 운전자는 순찰차 안에서 캠코더로 자신을 찍고 있던 이 경장을 발견하고 뒤늦게 안전모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날 김 경감-이 경장 조는 약 2시간 반 동안 신호 위반과 안전모 미착용, 속도 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오토바이 운전자 7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내년부터는 오토바이 단속에 순찰차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를 투입해 ‘암행 단속’도 벌일 예정이다. 그동안 경찰은 명절 연휴 기간에 고속도로에서만 암행 단속을 해왔다. 호욱진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한곳에 자리를 잡고 하는 기존의 단속 방법으로는 검거율이 낮았다”며 “내년부터 일반 차량으로도 캠코더 촬영을 하는 암행 단속을 전국의 지방청에서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적발된 오토바이 운전자가 배달 서비스 업체 소속일 경우 업체를 직접 방문해 안전운전 교육도 진행할 방침이다. 김은지 eunji@donga.com·김재희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이 경찰서 강력반으로 전화를 걸어 사기 행각을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 10분경 이 경찰서 강력3팀장 양일모 경위의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1팀 소속 형사라고 밝힌 뒤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계좌 정보도 유출돼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은행으로 가서 통장에 든 돈을 인출한 뒤 집 냉장고에 넣어 두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라는 것을 직감한 양 경위는 통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남성의 지시에 따르는 척했다. 양 경위는 곧장 인근의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에 도착한 뒤엔 은행 직원에게 경찰 신분증과 함께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여주며 협조를 구했다. 메모엔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중인데 연기를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양 경위는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현금 계수기가 작동하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의 남성에게 들리도록 했다. 이 남성은 이날 양 경위가 ‘은행에서 찾은 돈을 넣어둔 냉장고가 있는 곳’이라며 알려준 서울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 나타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인 중국인 위모 씨(34)를 24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