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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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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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는 말 없이, 가장 근원적 사랑 보여주고 싶었다”

    6월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에는 “사랑해”라는 대사가 딱 한 번 나온다. 형사 해준(박해일)이 살인사건 용의자 서래(탕웨이)와 사랑하는 내용이지만, 정작 그 대사를 뱉는 인물은 서래의 남편 임호신(박용우). 하지만 말만 사랑일 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반면 해준과 서래는 단 한 번도 사랑을 입에 담지 않지만 서로 지독히도 사랑했다. 이들의 애절한 사랑이 긴 여운을 남겨서일까. ‘헤어질 결심 각본’(을유문화사)은 지난달 18일 사전예약 판매 직후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2주 연속 전체 1위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과 각본을 공동 집필한 정서경 작가(47)는 “사랑이라는 말 없이도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친절한 금자씨’(2005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 ‘박쥐’(2009년), ‘아가씨’(2016년)까지 모두 5개 작품을 박 감독과 함께 썼다. 지난달 27일 정 작가를 서울 용산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아래 기사에는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작품에서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대사를 꼽는다면…. “해준의 ‘나는 붕괴됐다’는 한마디다. 서래는 원래 해준을 범죄에 이용할 남자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 말이 서래에게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어떤 사람이 무너지면서까지 자신을 지켜줬다는 뜻이니까.” ―해준은 서래의 범죄 혐의를 감춰준다. “사랑이란 나의 가장 중요한 걸 버리더라도 상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형사인 해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윤리의식이었다. ‘나는 붕괴됐다’는 건 ‘당신을 위해 내가 무너진 채로 살겠다’는 고백 아닌 고백이다.” ―그런 고백을 받았는데도 서래는 왜 해준과 헤어질 생각을 하나. “붕괴의 깊이는 무너져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서래는 중국에서 어머니를 잃고 국경을 넘으며 완전히 무너졌다. 그 아픔을 알기에 ‘나 때문에 저 사람이 무너져도 되나’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되묻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울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서래는 범죄 증거 자체인 자신이 사라져야 해준이 예전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서래가 사라지기로 결심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는다. 해준은 서래를 계속 찾을까. “비극적이게도 그러지 않을까. 이건 한 남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잃고 무너진다. 바로 발밑에 사랑이, 혹은 진실이 묻혀 있는데도 바보처럼 평생을 찾아 헤매지 않나.” ―영화에서 그 사랑이 가장 완벽하게 녹아든 장면을 꼽는다면…. “처음 경찰서에 간 서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여느 부인처럼 어깨를 움츠린 채 등이 굽어 있다. 하지만 용의자인 서래에게 해준이 수사 용어를 하나하나 풀이하며 존중해 주자, 서래는 조금씩 허리를 펴기 시작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해준을 만나 존엄성을 회복하는 서래처럼 서로를 꼿꼿하게 세워주는 마음이 아닐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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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란 말없이,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

    6월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에는 “사랑해”라는 대사가 단 한 번 나온다. 형사인 해준(박해일)이 살인사건 용의자 서래(탕웨이)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사랑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정작 그 대사를 뱉는 인물은 서래의 남편 임호신(박용우).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반대로 해준과 서래는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영화 속에는 두 사람만 아는 사랑의 언어로 빼곡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들의 사랑이 시작됐는지, 어떤 대사가 사랑 고백이었는지를 재확인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지난달 18일 사전 예약판매를 시작한 ‘헤어질 결심 각본’(을유문화사)은 교보문고 인터넷 판매량 순위에서 ‘파친코’ 개정판을 제치고 깜짝 1위에 올랐다. 서울 용산구 작업실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정서경 작가(47)는 “사랑이라는 말없이 가장 근본적이고도 원초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답변에는 서래와 해준이 남긴 사랑의 단서가 담겨 있다.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붕괴됐어요’라고 고백하는 해준의 대사가 아닐까. 그전까지 서래와 해준이 느꼈던 감정은 설렘과 끌림이었다. 하지만 이 대사 이후 서래는 해준이 자신에게 느꼈던 감정의 깊이를 그제야 제대로 깨닫게 된다. 서래는 이전까지 해준을 범죄에 이용할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그 대사가 서래에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했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완전히 무너지면서까지 자신을 지켜준 거다.” ―형사인 해준은 서래의 범죄 혐의를 밝히면 형사로서 자기 자신을 지킬 수도 있었는데도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어째서 해준은 붕괴될 결심을 한 걸까. “이번 작품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에 관해 쓰고 싶었다. 결국 사랑이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버리면서까지 상대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형사인 해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직업인으로서의 윤리의식이다. 그런 해준이 서래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을 존엄한 인간으로 만들어줬던 그 직업정신을 버린다. 서래가 살인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서래는 생존을 위협받는다. ‘나는 붕괴됐다’는 말은 곧 당신의 생존을 위해서 내가 무너지겠다는 고백이다. 자기 자신이 무너진 이후의 삶이 아득할 텐데도 그마저 감수하는 사랑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해준은 서래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수갑을 채우지 않는다. 대신 서래에게 “아무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말한다. “그 대사에서는 ‘아무도 모르게’라는 말이 중요하다. 두 사람에게 바다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의 사랑이 존재하는 곳이다. 가루가 되어 사라진 게 아니라 (이들의 사랑은) 바다에 있다. 결국 그 대사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우리의 사랑이 존재하게 해요’라는 뜻이다.” ―대사뿐 아니라 해준와 서래의 행동에도 사랑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영화 속에 드러나지 않지만 해준이 직접 서래의 범죄 증거를 인멸해주는 대목을 뽑고 싶다. 형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던 해준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그런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해냈을 일이다. 마찬가지로 서래는 해준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피를 견디기 어려워 한다는 걸 알고 자신이 직접 살인사건 현장의 핏물을 치운다. 코를 막아가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사랑 고백을 주고받았는데 서래는 왜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한 건가. “무너져 본 적 있는 사람만이 붕괴의 깊이를 상상할 수 있다. 붕괴라는 말을 서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그 단어가 사랑을 뜻하는 줄 몰랐을 거다. 서래는 중국에서 어머니를 잃고 국경을 넘으면서 완전히 무너져 내린 적 있는 사람이다. 무너지고 부서서지는 아픔을 알게 된 순간 서래의 사랑이 시작됐을 것 같다. 진정 나 때문에 어떤 사람이 무너져도 되나,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이런 생각에 도달하면 마침내 내가 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다시 살게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서래는 모든 범죄 증거 그 자체인 자신이 사라져야 해준을 붕괴 이전으로 되돌릴 거라고 믿었다.” ―서래는 해준에게 “미결사건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인가. “해준의 집 벽에는 미결사건 사진들이 걸려 있다. 잠도 못 자고 매일 미결사건을 찾아 헤맨다. 서래는 해준의 집에서 그 사진들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무섭거나 두려워하기보다 기뻐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남겨진 서래에게 누군가에게 어떤 의심의 시선이라도 받는 것이 오히려 충만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마침내 서래는 해준 곁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하면서 영원히 미결사건으로 남는다. 해준은 서래를 찾으러 다시 바다에 올까. “해준은 미결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처럼 영원히 서래를 찾아 헤매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마치 신화처럼 느껴졌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헤매는 한 남자, 가만 생각해 보니 오르페우스더라. 마지막 장면을 본 뒤에야 이 영화가 그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길을 잃고 무너진다. 바로 발밑에 진실이, 사랑이 묻혀 있는데 바보처럼 그걸 모르고 평생을 찾아 헤매지 않나.”―실제로 해준은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서래의 말에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말했냐”고 되묻는다. 자신이 사랑한다고 말했는데도 끝까지 바보처럼 모른다. “해준은 행동하는 사람이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은 아니다. 자기가 붕괴됐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 말이 사랑한다는 의미로 서래에게 닿았다는 걸 몰랐을 거다. 서래가 ‘붕괴’라는 말의 의미를 사랑으로 받아들여서 이런 일을 벌일지 상상도 못했다. 그런 해준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붕괴됐어요“라고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그 미소는 사랑을 발견하는 표정이 아닐까. 해준은 내가 서래를 이토록 사랑했다는 것도, 서래도 내게 그 사랑을 똑같이 답하려고 했다는 것도 그제야 깨닫게 된 거다.” ―배우들의 호연이 사랑한다는 말없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성시켰다. 가장 완벽하게 완성된 장면을 꼽자면. “처음 경찰서에 들어서는 서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여느 부인의 모습처럼 황망해 보인다. 등이 굽어 있고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해준이 살인사건 용의자인 서래에게 어려운 수사 용어를 하나하나 번역해주며 인간적으로 대해주자, 서래가 점점 허리를 펴고 꼿꼿해지기 시작한다. 침묵했던 서래가 이 사람에게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도 될 거라고 확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사랑에서 핵심적인 한 단어를 꼽자면 ‘존엄성’이다.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해준을 만나 존엄성을 회복한 서래처럼 꼿꼿한 형태이지 않을까.” ―박찬욱 감독과 이번이 다섯 번째 함께 각본을 썼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모르겠다. 감독님은 내게 ‘(다음 작품을) 생각해야 된다’는 말씀을 남기고 떠났다(웃음). 감독님이 어느 날 너무 힘이 들 때 내게 메일을 보내면 어쩔 수 없이 써내려가지 않을까. 감독님이 쓰지 못하는 대사를 내가 쓰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을 감독님이 채워줬다. 함께 각본을 쓰면서 그렇게 서로의 한계를 뛰어넘어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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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언어의 한계 너머에서 ‘말할 수 없는 아픔’ 보듬다

    누군가에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일본 심리상담가 기무라 하루코와 5년 넘게 상담한 자폐아 Y 군도 말보다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쉬워했다. 기무라는 아이에게 억지로 말을 건네는 대신 작은 모래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을 건물과 나무, 자동차 등 미니어처로 꾸미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래놀이 치료법’의 일환이었다. 언제나 모래 위에 똑같이 2개의 산과 바다를 배치하던 Y 군에게 느리지만 변화가 찾아왔다. 산과 산을 잇는 도로를 만들고 철도를 놓기 시작했다. 기무라는 이 사소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작은 마을이 다른 도시로 연결되듯 아이의 마음 역시 열리고 있는 게 아닐까. 기무라의 믿음대로 치료를 마친 Y 군은 고교 학생회장에 뽑혔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도 진학했다. 상담가가 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이런 과정들이 신기했다.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림을 그리거나 모래놀이를 하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이 회복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08년부터 5년 동안 기무라를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실제 치료 현장을 꼼꼼히 취재했다. 직접 임상심리사 자격 취득 과정을 밟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접한다. 비언어 치료법은 1929년 영국 소아과 의사인 마거릿 로언펠드가 말이 서툰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개발한 것. 하지만 이 치료법이 마음에 상처를 지닌 어른들에게도 무척 효과적이란 걸 배웠다. 30대 여성 우울증 환자인 이토 에쓰코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서른두 살에 시각세포가 손상되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결국 실명한 그는 일자리를 잃고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남겨졌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이토에게 모래놀이 치료는 놀라운 변화를 안겨줬다. 이토는 텅 빈 모래상자에 조금씩 나무숲과 마을을 채워나갔다. 특히 마지막 치료에서는 높은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성인 여성의 미니어처를 놓았다고 한다. 마치 한발 한발 내딛은 자신을 상징하듯이. 1년가량 이어진 치료 뒤에 이토는 ‘조각가’라는 새로운 인생의 꿈을 가지게 됐다. “상담사가 그에게 생의 의지를 찾아준 것이 아니라 빈 상자를 채워나가며 그녀 스스로 꿈과 의지를 되찾은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인에게 논리적인 언어보다 비언어를 통한 심리 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계 전문가는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이른바 ‘주체의 부재’ 현상이라 부른다. 현대사회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나와 타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이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가 만난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죽고 싶다”고 괴로워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런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막막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뻔해 보여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 상담가는 언제나 상담 치료에 앞서 환자에게 “방법은 반드시 찾아질 테니 함께 고민해 보자”는 말을 건넨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자생력을 몸속에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심리적 번아웃(소진)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에서 회복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게 뭔지는 깨닫기 어렵다. 어쩌면 그런 이들에게는 현재의 상태를 낱낱이 파헤쳐 해답을 얻으려는 분석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가며 어깨를 두드려줄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것 아닐까. 진득하게 현장을 살핀 저자의 노력 덕인지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 책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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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모래상자 채우며… 상처받은 마음 회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일본 심리상담가 기무라 하루코와 5년 넘게 상담한 자폐아 Y군도 말보다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쉬워했다. 기무라는 아이에게 억지로 말을 건네는 대신 작은 모래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을 건물과 나무, 자동차 등 미니어처로 꾸미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래놀이치료법’의 일환이었다. 언제나 모래 위에 똑같이 2개의 산과 바다를 배치하던 Y군에게 느리지만 변화가 찾아왔다. 산과 산을 잇는 도로를 만들고 철도를 놓기 시작했다. 기무라는 이 사소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작은 마을이 다른 도시로 연결되듯 아이의 마음 역시 열리고 있는 게 아닐까. 기무라의 믿음대로 치료를 마친 Y군은 고교 학생회장에 뽑혔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도 진학했다. 상담가가 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논픽션 작가이자 신간 ‘아주 조용한 치료’의 저자인 사이쇼 하즈키는 이런 과정들이 신기했다.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림을 그리거나 모래놀이를 하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이 회복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08년부터 5년 동안 기무라를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실제 치료 현장을 꼼꼼히 취재했다. 직접 임상심리사 자격 취득 과정을 밟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접한다. 비언어치료법은 1929년 영국 소아과 의사인 마거릿 로언펠드가 말이 서툰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개발한 것. 하지만 이 치료법이 마음에 상처를 지닌 어른들에게도 무척 효과적이란 걸 배웠다. 30대 여성 우울증 환자인 이토 에쓰코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서른두 살에 시각세포가 손상되는 ‘망막색소변성증’이란 진단을 받고 결국 실명한 그는 일자리를 잃고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남겨졌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이토에게 모래놀이치료는 놀라운 변화를 안겨줬다. 이토는 텅 빈 그의 모래상자에 조금씩 나무숲과 마을을 채워나갔다. 특히 마지막 치료에서는 높은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성인 여성의 미니어처를 놓았다고 한다. 마치 한발 한발 내딛은 자신을 상징하듯이. 1년가량 이어진 치료 뒤에 이토는 ‘조각가’라는 새로운 인생의 꿈을 가지게 됐다. “상담사가 그에게 생의 의지를 찾아준 것이 아니라 빈 상자를 채워나가며 그녀 스스로 꿈과 의지를 되찾은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인에게 논리적인 언어보다 비언어를 통한 심리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계 전문가는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이른바 ‘주체의 부재’ 현상이라 부른다. 현대사회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나와 타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이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가 만난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죽고 싶다”고 괴로워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런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막막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뻔해보여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 상담가는 언제나 상담 치료에 앞서 환자에게 “방법은 반드시 찾아질 테니 함께 고민해보자”는 말을 건넨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자생력을 몸속에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심리적 번아웃(소진)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게 뭔지는 깨닫기 어렵다. 어쩌면 그런 이들에게는 현재의 상태를 낱낱이 파헤쳐 해답을 얻으려는 분석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가며 어깨를 두드려줄 주변의 도움이 아닐까. 진득하게 현장을 살핀 저자의 노력 덕인지 오래토록 잔향이 남는 책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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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필요한 순간, 당신 곁을 지켜줄 한 사람은 있을 것”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 2017년 말 동네 식당 입구에 삐뚤빼뚤 손 글씨로 쓴 안내문 앞에서 소설가 조경란(53)은 발길을 멈췄다. 어째서 ‘개인 사정’이 아니라 ‘가정 사정’이라고 썼을까. 어쩌면 식당 주인에게 개인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나보다 더 커서 나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긴다면 우리는 어떻게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다시 식당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식당 앞을 서성였다. 하지만 끝내 식당은 다시 문을 열지 않았다. “그 안내문이 계속 제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겪는 어떤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죠.” 그는 14일 표제작 ‘가정 사정’을 포함한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엮은 ‘가정 사정’(문학동네)을 펴냈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25일 만난 그는 “가족이라는 기둥을 지탱해주던 일부가 사라지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라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을 이 세상에 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서 그들 곁을 지켜주는 주변 인물들을 빚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마지막까지 집필한 ‘개인 사정’은 어릴 적 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려던 부모에게서 살아남은 두 남매가 한 아이를 돌보는 이야기다. 백화점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인주는 알코올의존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오빠의 부탁으로 일곱 살 규이를 돌보게 된다. 오빠와 함께 살던 아이 엄마마저 집을 떠나 집에 홀로 남겨진 규이를 거두는 건 인주에게 분명 과분한 일. 하지만 인주는 홀로 남겨지는 아픔을 알기에 규이 곁을 지켜준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던 오빠의 말을 떠올리며. “홀로 남겨진 사람은 상실이 한 인간을 얼마나 훼손시키는지 알고 있어요. 그 아픔을 알기에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버리지 않고 곁에 머물죠. 누군가를 먹이고 거두는 것은 분명 고단한 일이지만 결국 그 일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표제작 ‘가정 사정’은 2017년 말 그의 마음에 남았던 안내 문구로 끝맺는다. 양장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정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와 남동생을 잃고 아버지와 단둘이 남겨진다. 가족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던 살가운 남동생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말없는 부녀 사이에는 적막만 흐른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 이들은 서로의 곁을 지킨다. 경비 근무를 서다 다리를 다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정미는 양장점 문을 닫고 병원으로 향하며 안내문을 붙인다.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 “생업을 접어두고 아버지에게 향하는 정미처럼, 당신에게도 당신 곁을 지켜줄 분명한 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어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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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달 13일 청와대서 ‘광복 77주년’ 기념 특별 공연

    광복 77주년을 맞아 다음달 13일 밤 청와대에서 뮤지컬과 국악밴드의 특별 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다음달 13일 오후 7시 10분경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특별공연 ‘600년의 길이 열리다’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광복 77주년과 올해 청와대가 국민의 문화유산으로 되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날 청와대 본관과 상춘재에서는 뮤지컬 공연과 대중가수, 유명 국악밴드의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출연진은 다음주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연은 KBS 1TV를 통해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총 3000명이 현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희망자는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홈페이지(www.chf.or.kr/visit)를 통해 1인당 최대 2매씩 신청할 수 있다. 참석자는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무료.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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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에게도 당신 곁을 지켜줄 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거예요”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 2017년 말 동네 식당 입구에 삐뚤빼뚤 손 글씨로 쓰인 안내문 앞에서 소설가 조경란(53)은 발길을 멈춰 세웠다. 어째서 ‘개인 사정’이 아니라 ‘가정 사정’이라고 썼을까. 어쩌면 식당 주인에게 개인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나보다 더 커서 나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긴다면 우리는 어떻게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이 이어졌다. 동네를 산책할 때마다 일부러 그 식당 앞을 지나갔다. 식당 문이 다시 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식당은 끝내 다시 문을 열지 않았다. “그 안내문이 계속 제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겪는 어떤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죠.” 2018년 2월 시작한 글쓰기는 올해 3월 끝났다. 그는 14일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엮은 신간 ‘가정 사정’(문학동네)을 펴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가족이라는 기둥을 지탱해주던 일부가 사라지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라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을 이 세상에 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서 그들 곁을 지켜주는 주변 인물들을 빚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마지막까지 집필한 ‘개인 사정’은 어릴 적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부모에게서 살아남은 두 남매가 한 아이를 돌보는 이야기다. 백화점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인주는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한 오빠의 부탁으로 일곱 살 규이를 돌보게 된다. 오빠와 함께 살던 아이 엄마마저 집을 떠나 집에 홀로 남겨진 규이를 먹이고 거두는 건 인주에게 분명 과분한 일이다. 하지만 인주는 홀로 남겨지는 아픔을 알기에 규이 곁을 지켜준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던 오빠의 말을 떠올리며. “홀로 남겨진 사람은 상실이 한 인간을 얼마나 훼손시키는지 알고 있어요. 그 아픔을 알기에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버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거죠. 누군가를 먹이고 거두는 것은 분명 고단한 일이지만 결국 그 일이 나를 살게 하고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표제작 ‘가정 사정’은 2017년 말 그의 마음에 남았던 안내 문구로 끝맺는다. 양장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정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와 남동생을 잃고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겨진다. 가족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던 살가운 남동생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말없는 부녀 사이에는 적막만 흐른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 이들은 서로의 곁을 지킨다. 경비 근무를 서다 다리를 다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정미는 양장점 문을 닫고 병원으로 향하며 안내문을 붙인다.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 그는 “생업을 접어두고 아버지에게 향하는 정미처럼, 당신에게도 당신 곁을 지켜줄 분명한 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으로 ‘이웃 사정’을 쓰고 싶어졌어요. 여덟 번째 소설집을 쓰고 난 뒤에야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벗어나 이웃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됐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 닫은 그 가게 주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이제는 나보다 더 큰 이웃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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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조선 왕실 보물함’ 英서 돌아왔다

    이역만리에 머물던 조선의 ‘왕실 보물함’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 왕실의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寶~)이 7개월가량의 지난한 설득 끝에 영국에서 한국으로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영국의 한 법인으로부터 구입한 보록을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선보인 보록은 가로세로 23×23cm, 높이 27.5cm의 나무로 만든 목함. 네 모서리를 금속으로 감싼 ‘모싸개’ 장식이 눈에 띈다. 보록은 임진왜란 직후인 1600년대부터 주로 제작돼온 왕실 공예품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왕비의 인장을 담아두는 용도로 쓰였다. 해당 보록은 모싸개 장식 등을 미뤄볼 때 19세기 무렵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은 보록과 인록(印~·왕세손의 도장을 담은 상자) 312점을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록은 왕실 유물의 성격상 원래 종묘 정전에 봉안돼 오다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번에 되찾은 보록 역시 종묘에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 보록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경이었다. 영국 고미술상에서 유통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접촉에 나섰으나, 보록을 소장한 법인이 벌써 가격까지 합의한 뒤 판매 계약을 앞뒀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번에 놓치면 영영 찾을 수 없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재단 측은 해당 법인에 “종묘에 있어야 할 왕실 문화재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오게 해 달라”며 설득에 나섰다. 다행히 영국 법인 측은 보록이 가진 의미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오래 걸렸지만 보록의 한국행에 동의했으며, 이후 “예산 마련 문제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기꺼이 받아줬다고 한다. 보록의 환수는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68억7000만 원을 지원해 왔다. 2014년 조선불화 ‘석가삼존도’와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등 6건을 환수했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사회환원사업총괄은 “문화재 보호에 ‘이 정도면 됐다’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이 보록이 누구의 어보를 담고 있었는지, 어떤 경로로 해외에 반출됐는지 등을 연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현재 고궁박물관에서 환수문화재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 열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 해당 보록을 특별전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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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사, 두려워 말길… 마지막 행복은 집에서 홀로 기다리는 것”

    “생의 마지막 순간 집에서 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겁니다. 가족이 없는 제게 장례식이나 무덤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작별 인사를 미리 나누려 해요.” 일본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74)는 언제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꿈꾼다. 홀몸노인이라면 무조건 “불쌍하다”고 여기는 세상의 인식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에노 교수는 19일 e메일 인터뷰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 죽는 게 당연하지, 뭐 어때. 오히려 가족에게 돌봄의 짐을 지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 삶이라 여길 수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 국내 65세 이상 1인 가구는 467만 가구에 이른다. 일본은 한국보다 그 속도가 더 빨라 2025년 홀몸노인 751만 명 시대를 맞는다고 한다. 홀몸노인의 고독사(孤獨死)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 지난달 28일 국내 출간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동양북스)에서 우에노 교수는 “살아가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겁만 낼 게 아니라 혼자라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해 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24시간 방문 의료 체계를 갖췄다. 2000년 간병보험을 도입해 노인 인구의 80%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전문 간병인의 돌봄을 받는다. 간병인이 홀몸노인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노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집마다 설치해 확인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중화되진 않았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실수로 불을 내거나 사고가 나 다칠 위험은 없을까. 우에노 교수는 “심장박동 등 생체 신호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노인이 착용하고 전문 기관에서 이 신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사망 직후 조기 발견할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고독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뜻에서 그는 ‘재택사(在宅死)’란 표현을 즐겨 쓴다. 홀몸노인 비중이 높아지는 미래에는 의료기관이 그 많은 인원의 사망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갑작스러운 질병을 앓다 병원에서 숨지기보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서서히 집에서 노쇠해 세상을 떠나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일본 수명 조사에 따르면 임종 전에 남성은 약 8년, 여성은 약 12년 동안 ‘허약 기간’을 지낸다. 재택사는 막대한 의료비용을 줄이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먼저 해결될 과제가 있다.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려면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우에노 교수는 1인 노인 가구에 빈집을 대여하면 된다고 봤다. 현재 일본의 빈집 비율은 13%. 그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4인 가족 위주로 설계된 공공주택에 1인 가구가 입주하고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공용주택도 늘었다”며 “주거가 불안정한 노인에게 빈집 대여제가 마련되면 재택사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갖춰질 것”이라고 했다. “노인이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사회는 단지 나이 든 이들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그런 세상이야말로 청년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어요. 부모를 간병하는 데 구속받지 않으니까요. 혼자 당당히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홀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겁니다. 노인은 머잖아 다가올 청년의 미래이니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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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사가 뭐 어때서…집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기를”

    “생의 마지막 순간 집에서 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겁니다. 가족이 없는 제게 장례식이나 무덤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작별 인사를 미리 나누려 해요.”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74)가 꿈꾸는 생의 마지막 순간이다. 그는 독거노인이라는 말만 나오면 ‘불쌍하다’는 부정적인 인식부터 튀어나오는 세상에 반기를 든다.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 죽는 게 당연하지, 뭐 어때. 오히려 가족에게 돌봄의 짐을 지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삶이라고. 2025년 일본은 독거노인 751만 명 시대를 맞는다. 머잖아 한국사회가 맞이할 미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467만 가구로 예상된다. 모두가 독거노인 ‘고독사(孤獨死)’를 우려하는 세상에서 우에노 교수는 최근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동양북스)라는 도발적인 책을 국내 출간했다. 19일 진행한 e메일 서면 인터뷰로 만난 그는 “살아가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혼자 사는 인구가 느는 만큼 혼자 죽는 게 당연한 시대가 온다면 마냥 고독사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혼자이면서 행복한 죽음을 준비해보자는 것이다. 집에서 혼자 죽는다고 반드시 고독사는 아니다. 이미 일본 사회는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24시간 방문 의료 체계를 갖췄다. 2000년 간병보험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노인 인구의 80%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전문 간병인의 돌봄을 받는다. 간병인이 1인 노인 가구의 동향을 수시로 확인할 뿐 아니라 노인 가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집집마다 설치해 24시간 이상 노인이 움직이지 않을 때 응급의료에 자동으로 연락하는 식이다. 한국도 일본의 간병보험 제도와 유사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우에노 교수는 “사망 직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고독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재택사(在宅死)’를 권장한다. 고령화를 넘어 다사(多死) 사회로 진입할 미래에는 의료기관이 그 많은 노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우에노 교수는 “2018년 일본인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혈관 질환, 3위는 노쇠였다”며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갑작스러운 질병을 앓다 병원에서 죽는 노인들보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서서히 내 집에서 노쇠해 죽는 노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일본 노인의 수명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약 8년, 여성은 약 12년 동안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허약 기간’을 지난다. 이 기간 내내 의료기관에 머문다면 막대한 의료 비용이 들 터. 재택사가 경제적이면서 편안한 이유다. 단, 집에서 죽기 위해서는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우에노 교수는 1인 노인 가구에 빈 집을 대여해준다면 주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일본의 빈 집 비율은 13%. 그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주택 정책도 바뀌는 추세”라며 “4인 가족 위주로 설계된 공공주택에 1인 가구가 입주할 수 있게 됐고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공용주택도 늘었다. 주거가 불안정한 노인에게 빈 집을 빌려주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재택사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이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청년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어요. 부모 간병에 구속받지 않으니까요. 혼자 당당히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홀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겁니다. 노인은 머잖아 다가올 청년의 미래이니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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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 2024년까지 상설 전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22일부터 2024년 1월 28일까지 상설전시관 3층에서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시를 연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쐐기 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사진)과 인장, 회화 등 유물 66점을 소개한다. 인류 최초로 상형문자를 사용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긴 문자 점토판 13점에는 당대 생활상이 빼곡하게 담겼다. 가로 6.85cm, 세로 4.5cm 크기의 작은 점토판은 기원전 3100년경 메소포타미아 도시 행정을 맡았던 신전에서 기록한 장부다. 점토판에는 ‘맥주 제조업자에게 보리와 맥아 등 곡식을 빌려줬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맥주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문화유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곱셈을 익히는 학습지, 환자를 위한 약 처방전 등 메소포타미아의 기록 유물을 통해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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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념대립과 편가르기, 그 끈질긴 생명력

    “이게 다 좀비 탓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노 마스크’를 고수하며 방역에 불복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좀비에 비유한다. 저자에게 좀비란 문제 해결 능력은 없으면서 정치적 이념 대립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나쁜’ 정책과 이론을 뜻한다. 방역 불복 정책은 얼핏 무모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정치적 셈법에 따른 전략이었다.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정권에 코로나19가 불러올 경제 불황은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협이었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 코로나19 그딴 거 없고 미국 경제는 다시 살아날 거라는 맹목이다. 생사가 걸린 문제에 정치적 셈법이 끼어든 결과 방역 골든타임을 놓쳐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폴 크루그먼이 15년간 집필해온 경제칼럼을 수록한 책에는 각종 좀비들이 즐비하다. 부자 감세 정책, 사회보장제도 민영화 정책, 긴축 정책…. 그중에서도 부자 감세 정책은 저자가 꼽은 ‘최강 좀비’다. 1980년대 레이건 정권, 2000년대 부시 정권, 2017년 트럼프 정권까지 죽지 않고 살아났다. 저자가 보기에 이 정책은 경제 성장은커녕 경제 불평등을 불러왔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부유층의 표를 집결하는 논리로 목숨을 부지한다. 기후변화 부정론도 마찬가지. 기후변화를 예견한 과학적 지표가 수두룩한데도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기만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좀비라고 단언하는 건 독단일 수 있다. 좀비는 제거 대상일 뿐 대화 상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긴축정책파와 사회보장제도 반대파를 좀비라 명명하지만, 이는 기후변화나 코로나19 위기와는 다른 정치적인 문제다.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세금을 거둬 어떤 이에게 재분배할 것인지. 정부가 얼마만큼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으며 만약 정부의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면 어떤 이들이 희생을 감내할 것인지. 다른 생각들이 치열하게 맞붙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대화의 영역이다. 어쩌면 반대파를 좀비라고 규정짓는 행위 역시 사라져야 하는 이 시대의 좀비일지 모른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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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CJ 부회장 국제 에미상 공로상 받는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64·사진)이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2022년 국제 에미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는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ATAS)는 19일(현지 시간) “이미경 부회장은 25년 이상 한류를 이끌어온 선봉장으로서 사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과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리더”라며 선정 소식을 밝혔다. 1973년 제정된 국제 에미상 공로상은 방송 산업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큰 기여를 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한다. 지금까지 그레그 다이크 전 영국 BBC 사장 등 국제 방송계 유력인사들이 받아왔다. 아카데미 측도 “K콘텐츠의 역사적 이정표가 된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통해 세계는 한국 문화와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헌신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총괄프로듀서였다.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을 받은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한 ‘브로커’도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미 매체 버라이어티는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 부회장을 ‘국제미디어산업 분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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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엔 음악-역사-빛이 흐른다

    19일 더위가 가시지 않은 채 어둠이 내려앉은 밤. 별빛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그만큼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첼로와 가야금 소리. 전통 한옥 너머 솟구친 도심의 빌딩들이 빽빽한 숲처럼 포근하게 감싸는 기분마저 자아내는 곳. 얼마 전까지 일반인은 들여다볼 엄두도 못 내던 청와대가 이렇게 바뀔 줄 뉘라서 짐작했을까.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과 한국문화재재단이 마련한 야간탐방행사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이 20일부터 국민을 찾아간다. 공식 개장을 앞두고 전날 모니터링에 나선 일반시민 27명에게 먼저 공개된 행사는 프랑스영화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1990년)가 떠올랐다. 청와대 깊숙한 관저 앞마당에서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과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이 합주한 퓨전 국악 듀오 ‘첼로가야금’의 연주는 국악이나 클래식에 딱히 조예가 없어도 상쾌하고 감미로웠다. 야간탐방은 단지 연주회로 멈추지 않는다. 해설사가 동행한 여정에는 은은하게 역사가 흘렀다. 이날 해설사로 나선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청와대 본관을 두고 “노태우 정부 때 지은 본관은 강력한 근대국가의 이미지를 드러내려고 푸른 기와에 콘크리트 양식을 혼합해 지었다”고 설명했다. 늦은 밤 출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라면을 끓여먹었다는 관저 부엌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조깅을 했던 녹지원까지. ‘이야기’가 담긴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은 각자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중 녹지원에서 선보인 ‘반딧불 조명 쇼’는 야간탐방의 하이라이트 격. 형형색색 빛을 내는 레이저 조명이 수백 그루의 나뭇잎 사이사이를 반딧불처럼 부유했다. 심 소장은 “녹지원 마당 한가운데 선 나무는 대한제국 때부터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함께 견뎌왔다”고도 했다. 부인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박준흥 씨(75)는 “5월 10일 청와대 개방 첫날 오고 두 번째 방문이다. 불빛이 길을 밝혀줘 더 근사하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도 연신 “브라보!”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번 야간탐방은 다음 달 1일까지 하루 두 차례(오후 7시 반, 오후 8시 10분) 선보인다. 회당 50명씩 1시간 30분 동안 연주회를 감상하고 산책하는 일정. 문화재청은 11일까지 사전 신청한 시민 가운데 1200명을 이미 추첨으로 선정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반응이 뜨거워 가을 야간탐방행사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란 문화유산을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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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조자수 10폭 병풍’은 어쩌다 미국으로 건너갔을까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조자수 10폭 병풍’. 조선 왕실 궁녀들이 정성으로 수놓은 이 병풍은 어쩌다 이역만리로 건너갔을까. 한반도의 고단한 역사 탓에 짐짓 약탈문화재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엔 아름다운 사연이 한 땀 한 땀 배어 있다. 호러스 알렌(1858∼1932)은 1882년 조미수호조약 이후 조선을 방문한 미국인 의사이자 선교사. 그는 1884년 갑신정변 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민영익(1860∼1914)을 치료해 목숨을 구했다. 고종은 명성왕후의 조카인 민영익을 살려준 알렌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이 병풍을 하사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여정을 추적하는 대대적인 연구에 나선다. 재단 실태조사부는 “미 다트머스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대학(SOAS)과 협업해 영국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보스턴미술관 등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에 대한 출처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재단이 그간 국외 문화재 현황 파악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해왔다면, 이번 출처 연구는 본격적으로 문화재가 흘러간 역사를 짚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고려청자 ‘청자상감국화문발(靑磁象嵌菊花文鉢)’은 고종이 조선의 미국수호통상사절단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1855∼1916)에게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바로 조선 외교관이던 윤치호(1865∼1945)가 1884년 2월 20일 쓴 일기에는 ‘임금이 로웰 군에게 하사한 물건을 전하고 공사관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재단 측은 “과거 신문과 관료 일기, 왕실 문헌뿐 아니라 해외 경매 거래증서 등 국내외 사료를 꼼꼼히 확인해 우리 문화재의 반출 경로를 추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출처연구는 문화교류사 파악은 물론이고 향후 일부 문화재를 반환 받을 수 있는 뼈대가 되어줄 수도 있다. 독일분실미술품재단은 2008년부터 10년에 걸쳐 나치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대인 소유주에게 약탈한 문화재 1200여 점에 대한 출처 연구를 진행했다. 약 10%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으며, 33점은 나치 약탈을 법적으로 입증해 원소유주에게 돌려주는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일단 개항기와 대한제국 시기에 넘어간 문화재가 대상이나, 향후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로 연구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며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반출 경로를 데이터베이스(DB)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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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오래된 풍경 속 ‘인간다움’의 기원을 찾아[책의 향기]

    인류가 창조해낸 첫 번째 발명품은 뭘까. 영국 고고학자인 저자는 그건 ‘길’이라고 단언한다. 잉글랜드 북서부 산악지대에 있는 랭데일 바위에는 날카로운 돌로 새겨진 암각화가 있다. 약 5000년 전 신석기인들이 새겨 놓은 그림은 고대 채석장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을 안내하는 표지였다. 깎아지른 협곡에 자리한 채석장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을 터.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이들은 뒤에 올 누군가를 위해 바위마다 길을 새겼다. 암각화가 존재하기 전에는 그보다 원시적인 길도 있었다. 앞서 간 이들의 발자국이다. 제아무리 현대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일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수만 년 전 인류의 습성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저자는 옛 인류에게 묻는다. 어째서 무리 지어 살아가며, 안락한 집을 짓고, 또 낯선 이방인을 기꺼이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는지. 수만 년 전 무덤에 남겨진 유골과 발자국을 쫓아가 보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길이 열리리라 믿으며.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에 있는 신석기시대 마을 유적지 ‘스카라 브레’는 집의 기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물로 씻어 내리는 변소, 돌로 만든 침대, 찬장을 갖춘 집은 산 자들의 거처인 동시에 죽은 자의 무덤이었다. 돌침대 아래에서는 나란히 놓인 여성 유골 2구가 발견됐다. 차마 망자를 떠나보낼 수 없었던 가족들이 유해를 가장 가까운 곳에 간직하려 했던 흔적이다. 가족들은 어쩌면 한여름 시신에서 나는 악취마저도 떠난 이들의 유산이라 여기며 감내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들의 흔적에서 집의 의미를 되새긴다. 집값이라는 가치가 존재하기 전, 인류에게 집이란 함께 사는 이의 잔향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옛 인류에게서 낯선 이방인과 교류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2002년 루마니아의 동굴 ‘페슈테라 쿠 오아세’에서 약 3만8000년 전 인간의 뼈가 발굴됐다. 유럽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놀랍게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가 섞여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호모사피엔스는 유럽 대륙에 도달한 뒤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아가던 네안데르탈인과 교류했다. 오래전부터 고고학계는 인류의 피부색과 생김새가 이토록 다양한 이유를 연구해 왔는데,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방인을 배척하지 않고 교류했던 현생 인류의 용기가 현대인의 다양성을 만든 것이다. 책에는 현생 인류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생존법도 나온다. 바로 ‘공존’이다. 1950년대 이라크 북부 샤니다르 동굴에서 신체장애를 지닌 사람의 뼈가 발굴됐다. 팔꿈치 아래가 잘려나간 데다 관절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유골은 무리에서 40대까지 살아남았다. 이 정도면 그 시대에서 장수한 셈. 그의 무덤 주변에는 불을 피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인류학자들은 그가 ‘불지기’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옛 인류는 다른 이만큼 제 몫을 하기 힘든 그를 내쫓기보다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준 게 아닐까. 옛 인류가 남긴 공존의 흔적을 보며 저자는 ‘태초에 사랑이 그곳에 있었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각박한 현생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사랑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어쩌면 사랑은 인류의 최초 발명품은 아닐지언정 최고의 발명품일지 모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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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엘류 “BTS 음악, 악 쫓아내는 선한 영향력”

    “BTS(방탄소년단)의 음악 ‘Love Yourself’를 보면 노랫말이 지닌 선한 힘을 느낄 수 있어요. 예수님도 ‘너 자신을 사랑하듯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이웃도 사랑할 수 없어요. BTS는 음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거예요.” 소설 ‘연금술사’(1988년) 이래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브라질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75)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극찬하고 나섰다. 코엘류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 연사로 등장했다. 5월 스위스 제네바 자택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작가는 “BTS의 춤과 음악은 세상의 악을 쫓아낸다”며 “지금까지 BTS 콘서트에 다섯 번이나 가봤다. BTS의 음악은 단순한 팬덤을 넘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BTS 국제학술대회는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와 문화마케팅 그룹 머쉬룸 주최로 14일부터 사흘간 ‘포스트 팬데믹 시대, 새로운 휴머니티와의 조우’를 주제로 열린다. BTS와 이젠 BTS만큼 유명한 팬클럽 아미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인간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한다. 2020년 영국 킹스턴대에서 시작된 BTS 국제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 올해 대회는 25개국 학자 165명이 발표자로 참석한다. 코엘류는 더 나아가 BTS의 노랫말을 통해 팬덤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도 살폈다. 작가는 “아미는 BTS의 노랫말에 영향을 받아 그들이 마음먹고 다짐한 것을 지켜낸다”고 짚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브라질에서 투표 독려 운동을 이끈 ‘아미 헬프 플래닛(Army help The Planet·AHTP)’. BTS의 브라질 아미에서 출발한 이 단체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는 환경단체로 성장했다.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을 지지하며 투표권을 행사한다. 코엘류는 이에 대해 “BTS가 그들의 노랫말로 말하려는 것은 바로 이런 내적인 변혁”이라 했다. 아프리카 여성 대상 성범죄에 저항하는 비영리단체 ‘The Justice Desk(TJD)’의 대표 제시카 듀허스트도 이날 학술대회에 직접 참석해 “BTS는 아프리카의 많은 여성 청소년들에게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음을 일깨워준다”고 분석했다. 14일 학술대회에 직접 참석한 듀허스트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끔찍한 성범죄 피해를 입었지만 BTS의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했던 한 소녀의 영상을 소개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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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民의 예술’… 채색화-민속유물을 다시 보다

    민화와 민속 유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백성이 즐겼다는 것. 이를 이유로 민족의 그림 채색화는 사대부 문인화(文人畵)에 가려져 한국 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일반 백성이 사용하던 민속 유물 역시 왕실 유물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평범한 ‘민(民)’의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잇달아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중 채색화와 민속유물을 주목한 두 전시를 살펴봤다. ○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채색화 첫 조명국립현대미술관 경기 과천관은 지난달 1일부터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를 진행 중이다. 전시에는 19세기 조선 후기 민화 ‘책거리’뿐만 아니라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83)과 이종상(84), 이숙자(80), 강요배(70) 등 근현대 작가들의 채색화 80여 점을 선보인다. 민화, 궁중회화, 종교화를 아우르는 한국의 채색화는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길한 복을 불러들이는 부적과 같았다. 하지만 조선시대 흑과 백 수묵으로 그려진 문인화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형형색색을 수놓은 채색화는 근·현대 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채색화를 조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종상 화백의 ‘원형상 89117―흙에서’(1989년)가 1989년 개인전 이후 33년 만에 공개된다. 407개의 조각을 연결한 가로 12.3m, 세로 3.7m의 동판 위에 황토색 흙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다 마침내 산봉우리가 피어나는 형상을 담아냈다. 흙에서 산으로 태초에 태산이 만들어지는 형세를 그린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성파 스님이 조선 후기 유행했던 민화 ‘대호도(大虎圖)’를 본떠 옻칠을 입혀 완성한 ‘수기맹호도’(2012년)를 비롯해 민족의 영산을 그려낸 채색화 ‘금강전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하늘에서 백두산 천지의 설경을 내려다본 풍경을 그려낸 이숙자 작가의 ‘백두성산’(2016년)에선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온 한국 채색화의 저력이 느껴진다. 9월 25일까지, 입장료 2000원. ○ 국립민속박물관, 전통 현대 잇는 민속유물 조명경기 파주시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에서 열리는 ‘소소하게 반반하게’ 전시는 오랜 시간 수장고에 갇혀 있던 평범한 민속 유물에 빛을 밝혔다. 박물관 수장고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소반과 반닫이 등 민속유물 200여 점에 더해 류지안 작가 등 현대 공예작가 13명의 작품 49점을 함께 전시한 것. 낡고 오래된 18, 19세기 반닫이와 소반들 사이에 놓여 있는 류지안 작가의 자개 반닫이 ‘설중매(雪中梅)’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흰 빛깔 자개로 만든 그의 반닫이는 빛을 머금은 듯 고가구들이 한데 모인 수장고를 비춘다. 류 작가는 “옛것과 연결을 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그 뿌리를 지키고 키워가려는 노력 또한 내 작업의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작고 평범해서 때로는 하찮게 여겨졌던 민속 유물의 강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일례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소반은 아직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함께하는 살아 있는 민속 유물이다. 하지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투명하게 제작한 ‘투명 나주반(Ban Clear)’을 선보였다. 전라남도 나주지방에서 이어져온 전통 소반의 틀을 유지하되, 투명 소재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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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버-휠체어화보… “장애인 ‘금단의 영역’ 침범하고 싶어요”

    형형색색의 그라피티가 새겨진 ‘힙(Hip)’한 휠체어….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 운영자인 뇌성마비 장애인 김지우 씨(21)에게 휠체어는 패션이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한복, 웨딩드레스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그에 알맞은 휠체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화보 프로젝트 ‘이달의 휠체어’를 진행 중이다. 그가 거리에 나설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휠체어가 눈에 띌 정도로 개성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의 휠체어가 타인의 시선을 받아내는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이제는 타인의 눈길을 끄는 패션이 됐어요. 요즘은 그 시선을 즐깁니다.” 뇌성마비 장애인, 유튜버, 서울대생, 라디오 DJ, 모델, 연극배우….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김 씨가 최근 에세이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휴머니스트)를 펴냈다. 12일 전화로 만난 김 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을 거라고 여기는 일일수록 더욱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못 갈 곳도, 못 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책에는 입시와 차별의 장벽을 넘었던 그의 학창 시절이 담겼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조차 “수련회에 안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지만 김 씨는 임원 수련회까지 포함해 6년간 꼬박 7번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가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자 학교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 씨를 빼놓고 가는 것이 당연했던 학교가 먼저 장애인 보조 활동가를 섭외해 그와 함께 수련회를 떠날 채비를 하게 된 것. 그는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꿈을 꺾지 않았다. 전교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던 그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어머니의 권유에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갈 수 있으니까요.”(웃음) 그 대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을 넓혀왔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해 현재까지 관악구 예산 지원으로 서울대 인근 식당 32곳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는 “휠체어가 들어설 수 있는 ‘맛집’ 리스트를 늘려나가면 언젠가 내가 초대받을 공간 역시 늘어날 것이란 믿음에서 출발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것도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에도 장애인 패널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말하면 되죠.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거든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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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最古’ 한글 금속활자로 백성 위한 가축치료책 찍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32점 가운데 한글 활자는 600점.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가 반영된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 활자를 비롯해 세종 재위 기간인 1434년에 만들어진 ‘갑인자(甲寅字)’ 53점이 포함돼 주목받았다. 이는 1450년대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금속활자보다 최소 16년 앞선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꼽힌다. 이 한글 활자로 조선의 왕들은 어떤 책을 만들었을까. 국립고궁박물관이 13일 수도문물연구원과 공동 주최하는 ‘2021 인사동 발굴, 그 성과와 나아갈 길’ 학술대회에서 출토된 한글 활자로 어떤 책을 출간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한 논문이 공개된다.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는 ‘인사동 출토 한글 금속활자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지난해 출토된 한글 활자 중 일부가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능엄경(楞嚴經)’ 등 15, 16세기 출간된 을해자(乙亥字) 간행물 13권의 글씨체와 가깝다고 분석했다. 불설아미타경은 석가모니가 아미타불의 공덕이 장엄함을 설명한 불경으로, 불교 친화적이었던 세조 집권 시기인 1461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현존하는 인쇄물에 드러난 글씨체의 변모 양상으로 갑인자(甲寅字), 을해자(乙亥字), 을유자(乙酉字), 경서자(經書字) 등 4가지로 활자를 분류해 왔는데, 지난해 조선 전기 한글 활자가 대거 출토되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출토된 한글 활자 600점 가운데 386점을 차지하는 을해자는 1455년 조선 초기 문신 강희안(1417∼1464)의 글씨체를 바탕으로 만든 금속활자다. 옥 교수는 조선 전기 간행물과 실제 출토된 한글 활자의 모양새를 비교 분석해 해당 활자로 불설아미타경 등 을해자본 13권을 펴낸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한글 활자로 출간된 책 목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지난해 출토된 을해자 활자 중 일부는 성종 때인 1482년 ‘분류두공부시(分類杜工部詩)’의 본문 글자와도 유사해 해당 책 출간에도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를 한글로 풀어낸 국내 최초 국역 한시집이다. 한글 책을 출간해 백성에게 생활 지식을 전파하려 했던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중종 집권 시기인 1541년 출간된 수의서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 언해본 역시 지난해 출토된 을해자 한글 활자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소, 말, 양, 돼지 등 가축에서 발생하는 여러 전염병에 대한 치료법을 담고 있다. 당대 가축 3515마리가 폐사됐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지자 중종이 나서서 대처 방안을 담은 한글 책을 출간해 백성에게 전하려 했다. 옥 교수는 “을해자 활자는 약 150년간 사용되는데 왕이 어떤 사상을 중시했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간행물이 제작됐다. 불교 친화적이었던 세조는 활자로 불경을 만들었고, 문예를 중시했던 성종은 시집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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