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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민을 생각했어요. 올해 5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급박함이 생겼죠. 대만 이주를 바로 행동에 옮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홍콩대 정보기술 전공 교수 출신으로 현재 학원을 운영 중인 레이먼드 신 씨(44)는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왜 대만 이민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아내, 열 살 난 딸과 이번 달 대만으로 떠난다. 대만 현지에 집은 구했지만 아직 새 일자리는 찾지 못했다. 그는 “수입이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홍콩을 서둘러 떠나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신 씨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있다면 생활수준이 지금보다 낮아져도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은 우리에게 안전감을 주는 고향이었는데 지금 그 안전감을 위협받고 있어요. 홍콩 정부는 표현의 자유, 민주 선거를 원하는 홍콩 시민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정치, 사회가 불안정한 홍콩에 남는 건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고향을 떠나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고 물어보니 “내 아이, 다음 세대가 자유롭고 민주주의가 있는 곳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단호했다. 이민 컨설팅 업체가 이날 홍콩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대만 이민설명회에 홍콩인 100여 명이 몰렸다. 준비한 의자가 부족해 사람들이 뒤에 서야 할 정도였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20∼40대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대만 내정(內政)부 이민처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 증가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 대만 이민자 수는 1997년 홍콩 반환 전 홍콩인들의 엑소더스 때인 1500∼1600명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설명회를 연 컨설팅 업체의 로이 람 이사는 “최근 대만 이민 상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법 반대 시위 이전엔 한 달에 한 번 설명회를 열면 30∼40명이 왔지만 지금은 한 달에 4번을 열어도 매번 100여 명이 참가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이민 상담은 나이 많은 은퇴자들이 주로 많았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많다.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 젊은층이 홍콩에 미래가 없다고 보고 홍콩과 가까우면서도 자유민주 체제인 대만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순민·폭민·이민” 홍콩 신(新)삼민주의 신 씨는 “지난달 21일 홍콩 위안랑에서의 ‘백색 테러’ 이후 나와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돼 하루 3, 4시간밖에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다”고 했다. 그는 시위대를 지지하지만 시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정부와 경찰에 실망했고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괴롭다. 마음이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며 이민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고향인데 아쉽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아쉬운 마음이 없다. 이는 매우 슬픈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주변 친구들 모두 대만이 아니더라도 캐나다 호주 등으로 떠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머니, 10대 남동생과 함께 설명회장을 찾은 키티 훈 씨(23·여)는 ‘왜 대만으로 가려느냐’는 질문에 “그것보다 당장 홍콩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경찰이 시민들을 보호하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어머니 에이미 초 씨(56)는 “홍콩이 중국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빈센트 입 씨(42)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아내, 9세 5세 자녀와 대만으로 갈 계획이다. 그는 “2014년 우산혁명 이후 정부는 우리 권리를 한발 한발 조이며 통제해 왔다”며 “내 아이가 자유를 잃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홍콩인들은 순민(順民) 폭민(暴民) 이민(移民)의 새로운 삼민주의를 얘기한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쑨원이 제창한 삼민주의는 민족주의, 민권주의, 민생주의다. 하지만 홍콩의 신(新)삼민주의는 ‘홍콩의 현재에 순응하거나 저항하지 않으면 이민을 선택해 떠날 수밖에 없다’는 홍콩 시민들의 절망적 상황을 풍자한다.○ 경제 피폐하게 한 홍콩의 중국화 홍콩 시민들의 탈출 행렬에는 정치적 이유와 함께 살인적인 집값, 집세, 물가 등 경제적 이유도 크다. 본토에서 몰려온 중국인들이 홍콩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반감이 상당하다. 사회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홍콩의 지니계수는 2016년 0.539를 기록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인 0.5를 넘어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인들의 평균 임금은 남성 1만9100홍콩달러(약 288만 원), 여성 1만4700홍콩달러인데 홍콩 도심의 방 한 칸짜리 다세대주택 월세가 1만6551홍콩달러에 달한다. 매달 수입이 약 2만 홍콩달러인 레이먼드 신 씨는 월세가 2만 홍콩달러인 800평방피트(약 74m²) 집에서 살고 있다. 아내의 수입이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 지난해 6월 대만으로 이주한 뒤 홍콩 이민업체의 대만지사에서 일하는 라우와이나 씨(32·여)를 지난달 30일 타이베이(臺北)에서 만났다. 그는 “2017년 결혼했지만 월세를 마련하지 못해 대만으로 오기 전까지 남편과 각자 부모 집에서 따로 살았다.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의 삶은 생활이지만 홍콩에서는 생존이었다”며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몰려 집을 사면서 젊은이들이 집세를 낼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빈센트 입 씨는 “홍콩 반환 이후 매일 150명의 중국인이 중국 장기체류 비자를 받아 홍콩에 정착했다. 20여 년간 100만 명이 온 것이다. 홍콩 정부는 이들을 막거나 심사할 권한조차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 결과 홍콩 인구 700만여 명 중 7분의 1을 돈 많은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들이 집값과 물가를 올려 홍콩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며 “영국 식민지 때는 능력이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과 인맥 등 관계가 조금도 없으면 어렵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 와중에 ‘홍콩의 중국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증시 시가총액 기준 중국 기업 비중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이 수치는 60%에 달한다.○ “우리는 사실상 정치적 난민” 홍콩 퉁뤄완 서점 주인이던 람윙키 씨(64)는 올해 4월 홍콩 정부가 인도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대만으로 피신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도부를 다룬 책을 출판했다가 2015년 중국 당국에 붙잡혀 5개월 동안 억류된 뒤 홍콩으로 돌아와 이를 폭로했다. 그처럼 언제든 중국 당국의 억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공포는 인도법을 반대한 홍콩 대규모 시위의 배경이었다. 지난달 30일 타이베이 시내에서 만난 그는 “홍콩인들은 저항하거나 시 주석 의사에 통제당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시 주석의 권력이 너무 강해서 홍콩의 장래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마지막 출로는 홍콩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다 방학을 맞아 홍콩에 잠시 온 융납탁 군(18)은 졸업 뒤에도 홍콩에 돌아올 생각이 없다. 그는 “홍콩의 친구들을 만나봤더니 여력이 되는 가정은 홍콩을 떠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떠나고 싶어도 홍콩에 남을 수밖에 없다더라”며 고개를 떨궜다. 라우와이나 씨는 “이전에는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대만에 왔지만 지금은 홍색(중국)의 홍콩 침입을 원하지 않는 홍콩 시민들의 정치적 탈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어떤 이민이든 사실 정치적 난민의 한 종류다. (일찍 떠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레이먼드 신 씨에게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강조한다’고 말하자 헛웃음을 지으며 “이미 일국양제는 없다. 일국일(一)제”라고 꼬집었다. 그에게 ‘일국양제가 끝나는 2047년 홍콩 엑소더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을 건네자마자 돌아온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엑소더스는 이미 시작됐어요. 이미 이곳에 믿음이 없기 때문이에요. 희망이 철저히 사라졌습니다.” ― 홍콩·타이베이에서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한 지하철 역 입구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신분을 감추려는 듯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 본보 기자를 보자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다가왔다. “대만은 홍콩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위해 인근 공원으로 함께 걸어가는 10여 분 동안 그는 미행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연방 뒤를 돌아봤다. 홍콩 퉁뤄완 서점 주인있던 람윙키 씨(64)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도부를 다룬 책을 출판한 뒤인 2015년 11월 중국 선전(深¤)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5개월 동안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모처에 5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홍콩으로 돌아온 뒤 이를 폭로했다. 람 씨의 서점 동료 4명도 각기 다른 곳으로 억류됐다. 람 씨처럼 언제든 중국 당국의 억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공포는 올해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규정한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을 반대한 홍콩 대규모 시위의 원동력이었다. 람 씨는 홍콩 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올해 4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대만으로 사실상 망명했다. 정치적 망명 관련 법이 없는 대만은 람 씨에 대한 체류 기간을 두 달씩 연장해주고 있다. 그는 계속되는 홍콩의 시위와 홍콩 정부의 진압에 대해 “1980년 한국의 광주민주화운동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젊은이들이 죽임을 당할 수 있고 이는 시간문제”라고 우려하면서 “홍콩인들은 저항하거나 시 주석의 의사에 따라 통제당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홍콩인은 저항할 수 있지만 시 주석의 권력이 너무 강해서 홍콩의 장래는 너욱 나빠질 것이다. 마지막 출로는 홍콩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람 씨는 올해 12월 대만에서 퉁뤄완 서저믈 다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람 씨와의 일문일답. ―금서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홍콩에는 금서의 개념이 없다. 소위 금서라는 개념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홍콩 출판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이고 인권이다. 금서는 중국 본토에만 있는 말이다.” ―억류 상황을 설명해달라. “고문은 없었다. 하지만 2015년 11월 재판도 없이 어딘지도 모르는 건물의 독방으로 끌려가 혼자 갇혔다. 중국 중앙에서 나온 특별안건수사팀 소속이라는 자들은 우리가 출판한 ‘지도자’ 관련 서적이 지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안보를 위반했고 국가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는 죄명을 열거하며 내 행동이 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내가 갇힌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는 너무 큰 정신적 압박이 됐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벽이 매트로 둘러싸여 있고 천장도 높아 자살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자살을 막기 위한 장치로 볼 때 이전에 누군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신이 붕괴될 정도로 공포가 커졌다.” ―그들이 중국 본토의 당신 서점 독자 정보를 요구했다고 들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우 이상한 게 억류된 뒤 나를 취조하면서 컴퓨터로 서점의 주문자료를 보여주며 그들과 관계, 그들이 어떤 책을 주문했는지 물었다. 그 자료는 모두 비공개이고 홍콩에는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법이 있다. 이 자료를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다. 홍콩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그들이 홍콩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서점의 컴퓨터 내부 자료를 복제한 것이었다. 나를 억류한 자들은 홍콩에 나를 돌려보내면서 나를 감시하기 위해 GPS 추적기가 설치된 전원을 끌 수 없는 휴대전화를 주기도 했다.” ―최근 많은 홍콩인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홍콩을 떠난다 “시위에 참가한 홍콩의 많은 젊은이들이 대만으로 피신해온다고 들었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직면한 것은 홍콩 정부가 아니라 중국 본토 정권이다. 이 문제는 3, 5년이 아니라 10년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견딜 수 없다면 떠날 권리가 있다. 안전하지 않은 곳(고향)을 위해 다음 세대를 희생할 필요가 없다.” 타이베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타이베이=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중국은 떨쳐 일어나 부유해져 ‘두들겨 맞는 문제’와 ‘배고픈 문제’는 해결했으나 진정으로 강해져 ‘욕먹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화춘잉(華春瑩·49)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중국 공산당 핵심 간부 교육 기관인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에 ‘중국의 국제적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는 주제로 기고문을 보냈다. 중국 매체들이 ‘철의 여인’이라고 부를 만큼 강경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화 대변인은 이 글에서 “국제 여론은 서강아약(西强我弱·서방이 강하고 우리가 약하다)이다. 중국이 열세다. 중국이 세계무대 중앙에 진입했지만 마이크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며 “옳음에도 말하지 못하고, 말해도 전파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동적으로 발언권을 쟁취해 결연한 신념으로 당당하게 중국 공산당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발언권의 핵심은 국가 이데올로기이고 국가 가치관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2월부터 중앙당교 교육에 들어가 5개월째 브리핑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외교부 수석 대변인으로 승진할 것이 유력시된다. 화 대변인의 이번 글은 중국 외교가 앞으로 더욱 공세적으로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신장위구르 인권, 대만, 홍콩, 남중국해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문제에서 더욱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 외교관들은 주요 현안과 관련해 국내에선 막혀 있는 트위터에 강경한 입장을 잇따라 올리면서 트위터 전쟁을 시작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 하는 자는 자신이 불에 탈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주파키스탄 대리대사는 미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비판을 반박하면서 “미국이 오히려 인종주의가 심하다”고 비난했다가 수전 라이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설전을 벌였다. 영국 BBC는 “중국 외교관의 발언 스타일이 더욱 직접적이고 강경해지면서 갈수록 ‘전랑(戰狼)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랑’은 중국 특수부대 출신의 주인공이 해외에서 자국민을 구출하는 중국판 ‘람보’ 영화로, 배타주의적 애국주의의 일면을 보여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영업하는 일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피해 불법으로 중국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중국 내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1개월마다 북한에 다녀오는 방식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했지만, 최근 베이징의 일부 식당에서는 북한에 돌아가지 않고도 다녀온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이다. 노동비자나 공연비자 없이 식당에서 일하거나 공연하는 것은 편법으로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당국의 묵인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방북 이후 중국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9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는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 신규 발급 및 비자 연장을 금지했다. 중국은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올해 12월 22일까지 북한 식당 종업원 등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체류 기간 1개월 연장 방식으로 이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힘닿는 대로 돕겠다”고 약속한 뒤 제재의 구멍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북한 인민보안성의 참사(차관급)가 방중해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을 만났다. 공안은 비자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했어요. 그러자 일본 국내에서 아베 정부에 대한 압력이 생겨났습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양보장(楊伯江·사진) 일본연구소장은 12일 본보 인터뷰에서 ‘한일 간 충돌이 누구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인가’라고 묻자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해 일본의 우려 심리가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소장은 중국에서 일본 문제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대북 외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아베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라는 강경한 정책을 통해 외교적으로 무능하지 않다는 걸 과시해 21일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를 두고 “북한이 이미 일본의 조치를 비판했다. 북-일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고 단기간에는 북-일 관계에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대목에서 “결국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것(适得其反·괄득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파동을 일으키고 피해를 입힐 것이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제품을 공급받는 기업은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같이 타격받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체인이 파괴될 것이다.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의 반도체 산업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글로벌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삼성의 중요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국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웨이를 포함해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이 분명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다.” 그동안 한일 갈등으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양 소장은 중국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한일 중 어느 쪽이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로는 일본에 반도체 재료를 의존하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크고 뚜렷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훨씬 깊고 클 것이다.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국은 WTO 제소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절차 때문에 WTO 제소는 ‘헛되이 시간만 오래 끄는(曠日持久·광일지구)’ 전쟁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동맹인 미국도 개입할 의지가 없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근본적인 출로는 한일 정부가 직접 대화 및 협상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원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했어요. 그러자 일본 국내에서 아베 정부에 대한 압력이 생겨났습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양보장(楊伯江) 일본연구소장은 ‘한일 간 충돌이 누구의 잘못이 일어난 것인가’라고 묻자 “과거사 등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오랜 이견으로 일어난 것”이라면서도 “이외에 현실적인 요인이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해 일본의 우려 심리가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소장은 중국에서 일본 문제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인터뷰는 12일 베이징(北京)의 일본연구소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북 외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아베 정부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라는 강경한 정책을 통해 외교적으로 무능하지 않다는 걸 과시해 21일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보복성 조치의 배경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는 “오히려 북-일 관계를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미 일본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해놓은 상태이지만 이런 식이면 대화는 물론이고 북-일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고 북-일관계는 단기간 안에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결국 일본이 바라는 바와 정반대 결과가 될 것(适得其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적 측면에서 전 세계 공급망에 파동을 일으키고 피해를 입힐 것이다. 한국 기업은 반도체 제품의 생산자이자 제공자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제품을 공급받는 기업은 한국에 의존한다.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체인이 파괴될 것이다.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 반도체 산업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글로벌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삼성의 중요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국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웨이를 포함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이 분명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 경제적 이익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다.” ―한일 중 어느 쪽이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로는 일본에 반도체 재료를 의존하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크고 뚜렷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적군 1000명을 죽이면 아군 800명도 피해를 입는다(殺敵一千自損八百)’는 속담이 있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훨씬 깊고 클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일본은 30년 전 미국으로부터 30년 전 보호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방향을 바꿔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됐다. 하지만 지금 일본이 한국에 취한 방식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정신에 배치된다. 정치 외교 문제를 경제적 보복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됐다. 일방적인 제재를 취하거나 규제하는 건 건설적인 방식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일본이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선언과 공동성명을 통해 다자무역에 대한 지지를 논했다. 수출 규제는 그런 공동성명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조치는) 미국을 닮아 있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배웠다는 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작은 사이즈의 트럼프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중일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올해 20년을 맞았는데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의 조치는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시작돼 올해 15차 공식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리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동북아 평화 안정과 협력,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은 왜 한중일 협력을 더 밀접하게 해야 할 시기에 한국과 충돌을 일으켰을까? “국내 정치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최소한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 전까지 2년여 동안 아베 총리가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을 것이다.” ―아베 정부의 한국 정책 및 전략이 크게 변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리 이전의 일본 지도자들은 미국의 동맹이라는 시각에서 한국과 관계 문제를 다뤘다. 아베 총리는 과거 지도자들처럼 미국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물론 미국을 중시하지만 그 정도가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 줄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자신이 주장하는 국가이익에 근거해 한국과 관계를 다룬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일 중재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자국의 일에만 관심이 있다. 동맹의 관점에서 한일 두 동맹국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WTO 절차 때문에 이는 복잡하고 오래 걸릴 것이다. 북한이라는 정치적 요소도 개입돼 관련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WTO 제소는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시간만 오래 끄는(曠日持久)’ 전쟁이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동맹인 미국도 개입할 의지가 없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근본적인 출로는 한일 정부가 직접 대화, 협상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역시 매우 어렵겠지만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길이라고 본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에 대해 사상 첫 여행자보험을 적용하고 북-중 접경인 동북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에 이어 베이징시(市)도 평양에 경제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북-중 양국이 경제협력을 대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여서 눈길을 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5일 “시 주석 지도부가 중국 기업들에 ‘한국이나 미국이 진출하기 전에 1년 내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뿐 아니라 미국과 무역·안보 등 전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관광산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유의 하나이다. 한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앞서 북한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제가 낙후된 동북 3성 지역 경제를 장기적으로 진흥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잠재적 시장을 중국에 뺏길 수도 있다. 중국은 대형 보험기업인 A사를 통해 처음으로 북한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여행자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15일 북한을 찾은 방북단 약 40명 가운데는 A사의 투자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 이 투자 기업들은 중국의 호텔 체인, 항공, 해운, 항만, 물류, 농업 분야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 관광 확대는 물론이고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 및 추가 투자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행자보험 문제는 북한 관광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4월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북한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로 사망했지만 북한에 여행자보험이 도입되지 않아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였다. 또 북-중 접경인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에 이어 베이징시가 경제사무소를 평양에 설치하면 북한과 투자와 경제협력을 협의하는 중국 기업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방북 때 “북한이 합리적인 안보와 발전의 우려를 해결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며 경제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당시 중국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허리펑(何立峰) 주임뿐 아니라 무역과 중국 기업 관리를 담당하는 중산(鐘山) 상무부장도 이례적으로 북-중 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대북 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중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간 교류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겸 신문사 사장(외교부 신문국 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10∼13일 평양을 방문해 북-중 매체 간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중국 대형 보험사와 북한 당국이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에 대해 처음으로 여행자보험을 적용하는 등 중국의 대북 관광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또 베이징시(市)가 평양에 경제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방북 이후 북-중 경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중국 대형 보험사 A기업 관계자와 투자 기업의 고위 관계자 등 약 40명이 15일 방북했다”며 “이들은 북한 당국과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국제적 수준의 여행자보험 적용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A기업은 지난해 미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회사다. 북한에서는 여행자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여행 중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북한과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관광 확대의 걸림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북-중 접경지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이 대북 투자 및 협력을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중국 기업들을 돕는 경제사무소를 이미 평양에 설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시도 추가로 평양에 경제사무소를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중 양국이 여행자보험을 적용하고 경제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북-중 경제 협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방문한 대만 차이잉원(蔡英文·사진) 총통이 12일 중국을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최근 미국 정부가 22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어치 무기의 대만 판매를 승인하자 해당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며 경제 보복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대만 중양(中央)통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비공개 강연에서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를 언급하면서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경험은 독재와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세계에 분명히 폭로했다”라며 “독재 정권은 기회를 잡기만 하면 민주주의의 한 줄기 희미한 빛이라도 모두 인정사정없이 질식시킬 것”이라고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독재 정권으로 규정했다. 차이 총통은 11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카리브해의 대만 수교국을 순방하는 길에 뉴욕을 방문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독재 세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손을 뻗치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별안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이 어떤 책을 팔면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매체가 새로운 정책을 비판하니 신문을 받는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세력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느낀다. (이때는) 모든 것이 이미 너무 늦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의 반중 시위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홍콩 ‘퉁뤄완 서점’ 5인의 실종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과 중국은 정치와 문화 분야에서 갈수록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대만은 언론 자유 인권 법치를 선택했기 때문에 독재 정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며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차이 총통은 또 “대만 경제가 중국 시장에 의존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주권을 제한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이를 이용해 대만을 위협하고 대만 사회에 침투하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편취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를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할 수 없다”며 “대만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와 평화 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할 것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밤 미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이 “중국의 주권과 안보에 해를 끼쳤다”며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중국은 대만 무기 판매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정치 외교 국가안보를 이유로 경제 보복 조치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상무부가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블랙리스트’에 이 기업들이 올라갈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과 홍콩 언론들은 대만에 탱크를 판매할 제너럴다이내믹스, 스팅어 미사일을 판매할 레이시언, 레이시언과 합병할 항공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가 소유한 엘리베이터 제조 기업 오티스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방문한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12일 중국을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최근 미국 정부가 22억 달러(약 2조5940억 원)어치 무기의 대만 판매를 승인하자 해당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며 경제 보복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비공개 강연에서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를 언급하면서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경험은 독재와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세계에 분명히 폭로했다”라며 “독재 정권은 기회를 잡기만 하면 민주주의의 한 줄기 희미한 빛이라도 모두 인정사정없이 질식시킬 것”이라고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독재 정권으로 규정했다. 차이 총통은 11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카리브해의 대만 수교국을 순방하는 길에 뉴욕을 방문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독재 세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손을 뻗치는 것을 상상해보라”며 “별안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이 어떤 책을 팔면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매체가 새로운 정책을 비판하니 심문을 받는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세력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느낀다. (이때는) 모든 것이 이미 너무 늦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의 반중 시위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홍콩 ‘퉁뤄완 서점’ 5인의 실종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과 중국은 정치와 문화 분야에서 갈수록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대만은 언론 자유 인권 법치를 선택했기 때문에 독재 정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며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차이 총통은 또 “대만 경제가 중국 시장에 의존하면서 중국과 관계에서 자주권을 제한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이를 이용해 대만을 위협하고 대만 사회에 침투하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편취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를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할 수 없다”며 “대만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와 평화 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동참할 것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밤 미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이 “중국의 주권과 안보에 해를 끼쳤다”며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중국은 대만 무기 판매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정치 외교 국가안보를 이유로 경제 보복 조치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상무부가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블랙리스트;에 이들 기업에 올라갈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과 홍콩 언론들은 대만에 탱크를 판매할 제너럴 다이내믹스, 스팅어 미사일을 판매할 레이시온, 레이시온과 합병할 항공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가 소유한 엘리베이터 제조 기업 오티스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일본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 22개국이 중국에 신장(新疆) 지역 위구르족 무슬림에 대한 대규모 구금을 중단하라는 서한 형식의 성명을 발표했다. 47개국 인권이사회 회원국 중 절반 가까이가 공동 서명한 것으로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첫 집단행동이다.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인권이사회가 있는 제네바 주재 22개국 대사들은 8일 “중국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들을 임의로 구금하거나 이들의 (독립을 요구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형태로 나왔다. 22개국 대사들은 “중국이 인권이사회 회원국으로서 국내법과 국제적 의무를 지키고 인권과 종교 및 신념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2개국 중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유럽 국가들 외에 일본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일본을 제외한 21개국은 모두 유럽 국가였으며,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성명은 위원회 전체 차원의 공식 성명이나 위원회 표결에 부치는 결의 형식은 아니다. 로이터는 성명에 참여한 외교관들을 인용해 “정치,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성명에 참여한 서방 외교관들은 “신장 위구르 문제에 대한 최초의 집단적 대응”이라며 “향후 이사회의 공식적인 문서로 나올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집단 대응한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 공격하고 모욕하며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시설을 “직업 재교육 훈련 센터”라고 부른다. 종교적 극단주의를 근절하고 이로 인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새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한과 중국이 전쟁 발발 시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58주년을 맞아 당, 정부, 경찰 분야 고위급 교류를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세월은 흐르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조중(북-중) 두 나라 인민의 운명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평론에서 “조약의 원칙과 정신에 따라 북-중 양국이 서로 지지하고 밀접하게 협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조약은 조약 당사국이 다른 국가의 공격을 받아 전쟁이 발생하면 조약의 다른 당사국이 바로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의 ‘전쟁자동개입조항’을 담고 있다. 즉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중국이 바로 참전해 북한과 함께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만 해도 중국 내부에서는 이 조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전격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북한의 안보와 발전 우려를 해소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밝혔다. 북-중이 상호원조 조약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조약을 고리로 중국이 북한의 안보 보장에 기여하겠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0일 북한에서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방중했고 중국에서는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끄는 대표단이 방북했다. 특히 런민일보에 따르면 같은 날 북한 인민보안성의 리성철 참사(차관급)가 방중해 시 주석의 측근인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을 만났다. 리성철은 “중국 공안부과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에 탈북자 단속과 송환에 더욱 협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30년 전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했던 것과 너무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갈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10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이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속에 중국이 어부지리로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 상황은 1990년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텔을 앞세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미국은 1980년대 중반 일본에 역전당한 뒤 경제 보복에 나섰다. 일본 내 10% 수준이던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20%까지 높이고, 일본의 반도체 저가 수출을 중단시킨 1986년 1차 미일 반도체협정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1991년 이 협약을 한 번 갱신하며 10여 년에 걸쳐 일본을 공격했고 한국은 그 사이 메모리 부문의 세계 최강자로 거듭났다. 중국 언론은 이 같은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띄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한일 갈등을 ‘한일 무역전쟁’으로 표현하면서 “중국이 이 무역전쟁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한일 무역전쟁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모두 중국에 좋은 뉴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SCMP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부진하면 중국이 정상에 올라갈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 따라 현재 10% 미만인 반도체 국산화율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한국 반도체 인력 빼가기’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는 4월부터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D램 연구개발(R&D)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정 회사 이름까지 언급하면서까지 경력자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과 정부 고위 관료들을 모아놓고 “반(反)부패를 핑계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9일 ‘중앙 국가기관·당의 건설 업무 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고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과 서열 5위 왕후닝(王滬寧) 서기처 서기, 6위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7위 한정(韓正) 상무부총리 등을 비롯해 주요 당정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대중이 중앙 국가기관의 새로운 변화의 기상을 피부로 느끼게 해야 한다. 형식주의 관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어 당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적으로 무감각해지면 안 되고, 업무가 흐리멍덩한 아둔한 관리가 되면 안 되며, 전혀 일하지 않는 게으른 관리가 되면 안 된다. 책임을 미루면 안 되고, 진취성 없는 하찮은 관리가 되면 안 되며,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타락하고 변질된 탐관이 되면 안 된다”며 요구 사항을 일일이 열거했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당 관료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정을 벌여 왔다. 이 때문에 당 내부가 경직된 상황에서 미중 갈등, 경기 둔화 등 대내외 위기가 겹치자 강력한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 출신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 씨는 본보 인터뷰에서 “당 내부에 각종 갈등과 권력 투쟁이 있을 때 당 조직의 사상과 기풍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나온다”고 지적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한국인 소상공인들이 요즘 골치를 앓고 있다. 베이징시 정부가 도시 경관 정비를 이유로 과거엔 묵인했던 무허가 증축 시설 철거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 일부를 철거하면서 식당 내 일부 공간이 없어지거나, 공원 안 불법 증축을 이유로 문을 닫기도 한다. 베이징시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한국인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지만 오랫동안 묵인해 오던 당국의 무자비한 철거에 상가에 세든 많은 한국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2017년 말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구 불법 개축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이 사망한 직후 한겨울인데도 베이징의 저소득층 거주 건물들에 대한 일제 철거가 진행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국의 규제 단속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방예(膀爺·웃통 벗는 남성)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베이징 비키니’로 불리는 웃통 벗은 남성들의 도심 활보 모습에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톈진(天津) 선양(瀋陽) 지난(濟南)시 등에선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는 이른바 ‘문명적이지 않은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50∼200위안(약 8500∼3만4000원)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예고도 곁들였다. 그러자 런민(人民)일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가 6일 밤 “잘 가! 방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샤커다오는 삼국지 수호전 등의 사례를 들며 중국 고전에선 웃통을 벗는 인물들이 용맹한 성격을 드러냈다는 다소 익살스러운 비유를 했다. 샤커다오는 “오랜 기아, 빈곤, 전란의 역사 속에서 중국의 평민, 백성들은 피서 자원도 부족했다. 그들은 무더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옷을 벗는 수밖에 없었다”며 “환경에 대응하는 생활방식이 문명, 문화라 한다면 웃통을 벗은 ‘동지’들을 ‘문명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샤커다오는 ‘방예’가 사라져야 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사회가 진보했으니 과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행위라도 갈수록 용인되기 어렵다. 공공장소에서 기본 예의를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上海)시는 이달 1일부터 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50∼300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상하이 시민들은 당황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돼지가 먹을 수 있는 건 젖은 쓰레기, 돼지가 못 먹는 건 마른 쓰레기, 돼지가 먹고 죽을 수 있는 건 유해 쓰레기, 팔아서 돼지를 살 수 있는 건 재활용 쓰레기”라는 ‘돼지 분리배출론’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9일 평론에서 “분리배출 성공을 위해 사회적 동원이 중요하고 법률은 (단속의) 이빨이 있어야 한다. 문명은 단속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드파워에 비해 소프트파워, 즉 대외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라는 걸 중국도 조금씩 인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과도한 사회 통제로만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베이징 비키니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적) 흐름을 따라야지 거칠게 막는 건 좋지 않다”는 샤커다오의 지적처럼.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이 자국의 탱크와 미사일 등 약 22억2400만 달러(약 2조6000억 원)어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중이 무역 문제에선 일시 휴전했지만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8일 대만에 미 육군의 주력전차인 M1A2T 에이브럼스 탱크 및 탱크 관련 장비와 스팅어 미사일(휴대용 대공유도탄) 등의 판매 계획을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판매 목록에는 전차 관련 거치 기관총, 탄약, 장갑차, 중장비 수송 차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안보협력국은 “이번 판매는 대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M1A2T 에이브럼스 탱크 등은 대만 주력 전차의 현대화에 기여할 것이며 현재 또는 미래의 지역적 위협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고 국토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사일은 지역의 정치적 안정, 군사 균형, 경제 발전을 위한 중요한 힘인 수령인(대만)의 안보와 방어 능력 개선을 도와 미국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군사력에서 중국에 절대적인 열세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미국의 무기 판매 승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한 뒤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이 수용했던 ‘하나의 중국’, 즉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정책을 흔들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하원은 대만에 대한 무기 및 전술 제공을 허용해 대만의 군사 작전 능력을 높이는 ‘2019년 대만 보증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어기고 난폭하게 중국의 내정에 간섭해 중국 주권과 안보 이익을 해쳤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11일 시작하는 카리브해 우방국 순방길에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8일 베이징 세계평화포럼에서 “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면 반드시 재앙적인 결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71·사진)이 8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 질서가 붕괴 직전에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중국 고위 인사가 이례적으로 ‘붕괴’란 직설적 표현을 써 가며 미국을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왕 부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칭화(淸華)대에서 열린 8회 세계평화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인류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는 전체적으로 평화 안정을 유지했다”면서도 “세계는 여전히 수십 년간 진영이 갈라져 있고 진영 그룹이 대립하는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냉전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진영 대결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 한일 등 군사동맹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역사는 장기적으로 봐야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며 “전쟁과 평화, 생존과 발전이 인류 역사를 계속 관통해 왔다. 세계는 수천 년 동안 전체적으로 갈라져 있었고 여러 민족과 국가가 정복과 항쟁, 번영과 쇠락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왕 부주석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붕괴”를 거론한 것이 ‘미국의 쇠락’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왕 부주석은 또 “강대국 간 관계가 크게 조정되고 경제적 세계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보호주의 및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가 범람하고 있다. 글로벌 다극화(多極化)가 가속화하면서 지정학적 긴장 및 지역 내 동요도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가 가는) 길에 곡절이 있을 것”이라며 “도전에 직면한 세계에 가장 큰 공포는 ‘공포 그 자체’다. 평화 발전의 신념을 굳게 지키고 절대 흔들림 없이 경제적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내세운 보호주의를 반대한다”며 또다시 미국을 비판했다. 왕 부주석은 “다른 정치 체제와 문화 역사 등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질투와 적대시를 멀리해야 하며, 이해를 증진하고 상호 신뢰를 높여 인류 사이에 극단적인 사조가 일어나고 만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중심적인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세계와 떼어 놓을 수 없고 세계의 발전은 중국과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의 일을 잘 해내면서 전략적 의지와 자신감으로 외부 환경의 불확정성에 대응할 것”이라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이 어떻게 발전하든 영원히 패권과 확장, 세력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가 1997년까지 홍콩을 식민통치했던 영국과 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됐다. 최근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들과 “체제 문제는 내정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중국 간에 ‘이데올로기 충돌’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3일(현지 시간) 류샤오밍(劉曉明) 주영국 중국대사를 초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초치’는 정부가 자국에 주재하는 대사관 관계자를 외교부 등으로 불러들여 특정 사안에 대해 항의할 때 쓰는 외교 용어다. 대사 초치는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지 않는 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헌트 장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항의를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콩 문제를 둘러싼 류 대사의 노골적인 비난을 문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헌트 장관은 2일 “런던은 제한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려는 이들 곁에 서 있을 것”이라며 홍콩 시위대 지지를 밝힌 바 있다. 주영 중국대사 초치는 3일 류 대사의 발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지 더 이상 영국의 식민지 홍콩이 아니다. 홍콩 문제에서 손 떼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기 총리와 정부가 내정 간섭을 계속하면 반드시 양국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영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를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류 대사는 또 다른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에게 “내정 간섭을 중단하지 않으면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슨 전 장관은 앞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며 기꺼이 변호할 것”이라면서 “홍콩 시민들은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중국 본토 송환 제안에 대해 불안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같은 날 하원 질의응답에서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중국 정상에게 직접적으로 (홍콩 시위 관련)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박 요구에 동참하지 않아 중국의 환영을 받았지만 이번 홍콩 문제를 기점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셈이다. 홍콩 문제뿐 아니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놓고서도 미국 독일 등과의 갈등이 격화되다 보니 중국과 서구 국가 간에 이데올로기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4일 홍콩 사태와 관련해 “서구 이데올로기가 중국에서 불안을 일으키는 속임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독일은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이 100만 명 이상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탄압 및 학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신장위구르는 내정 문제다. 미국과 독일은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3일 홍콩 경찰은 최근 입법회 점거 사태 후 처음으로 관련 용의자를 체포하며 대대적인 검거를 예고했다. SCMP는 31세 남성 푼모 씨가 입법회 청사 불법 침입 및 입법회 내부 시설 파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지난달 26일 베이징 서쪽 관광지 이허위안(頤和園)과 위안밍위안(圓明園) 사이의 중국중앙당교를 찾았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를 양성하는 국립 단기 교육기관. 당교 교정에 우뚝 선 대형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에는 ‘우리의 옛 교장’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다른 편에는 ‘총설계사’라는 표지가 붙은 대형 덩샤오핑(鄧小平) 동상이 자리했다. 덩샤오핑은 중국에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린다. 당교 역사를 소개한 전시관 입구에는 덩샤오핑이 강조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붉은 글씨로 쓰인 현판이 붙어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모두 최고지도자에 오르기 전 중앙당교 교장을 지낸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 핵심 간부들은 이곳에서 ‘시진핑 사상’을 집중적으로 학습한 뒤 각지로 배출된다. 1일 공산당 창건 기념일 98주년을 전후해 중국 전역에서 ‘시진핑 사상 교육’ 열풍이 부는 지금, 중앙당교 내부를 취재할 기회를 얻었다.○ “시진핑 사상으로 두뇌 무장” 이날 강의실에는 80여 명의 지방 당 간부가 시진핑 생태문명 사상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강사는 독일 일본 대만의 자연친화적 건축 설계 등을 소개하다 파워포인트(PPT)에 중국 농촌의 재래식 변기 사진을 띄웠다. 그는 “(시진핑) 총서기가 화장실 혁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수반인 시 주석은 동시에 공산당의 수장인 총서기다. “고상한 장면은 아니지만 안이 어떤지 한번 보세요. 가장 놀라운 게 뭡니까? 물이 나오는 수도관이 없다는 겁니다. 중국 북방은 물이 부족합니다. 모든 변기를 수세식으로 바꿀 필요가 없어요. 총서기가 농촌의 문명지식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우리가 왜 농촌 화장실에 가길 싫어합니까? 냄새가 지독해서죠. 이 변기를 보세요. 대소변을 분리하도록 작은 변화를 줬더니 냄새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농경지 거름으로 쓰기에도 매우 좋아졌습니다. 냄새 문제를 해결하고 생태 순환을 실현하면서 물도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강의의 모든 사례는 시진핑 사상으로 귀결됐다. “총서기의 생태문명 사상은 여러분에게 과거의 힘든 생활로 돌아가라는 게 아닙니다. 총서기는 ‘생태문명은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화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날 중앙당교 간부들이 설명한 당교 커리큘럼은 한마디로 요약됐다. “모든 교육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두뇌를 무장하는 것입니다.” 당교에 온 중견·고위 당 간부와 청년 간부들은 매일 마르크스주의 저작과 함께 시 주석의 주요 연설, 저서 등을 학습한다. 당교 측은 “지난해에만 당 간부 1만682명이 교육받았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일 중국의 공산당원이 9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인구 14억 명 중 약 6.5%에 달한다. 신화통신은 기업 학교 지역공동체 등에 파고든 당 기층조직이 461만 개라고 밝혔다. 당교를 거쳐 간 핵심 간부들은 중국 곳곳으로 돌아간 뒤 자신의 조직에서 왜 중국이 사회주의를 유지해야 하는지, 시 주석 중심의 단결이 왜 필요한지 선전하고 있을 것이다.○ 일반 당원들도 직장서 사상 학습 중국은 전 사회적으로 시진핑 사상 교육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애당 애국’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한다. 1921년의 공산당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홍(紅)색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홍색은 중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뜻한다. 요즘 시 주석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부왕추신 라오지스밍(不忘初心牢記使命)’이다.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는 뜻. 지난달부터 중국 모든 정부 부처에서 주말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 30여 곳의 기자 500여 명은 지난달부터 1930년대 중국군의 ‘고난의 행군’ 대장정 루트를 답사하고 있다. 중국 전역은 홍색으로 물드는 중이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찾은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淸華)대에서는 ‘홍선(紅船)정신의 만리행(萬里行)’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홍선은 과거 중국 공산당이 창당선언을 한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의 한 배를 일컫는 말. 중앙당교 내에도 홍선을 재현해 놓았다. 공교롭게도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5월 시 주석은 대장정 출발지인 장시(江西)성 위두(于都)현에서 기념비에 헌화한 뒤 모여든 주민들에게 “현재는 새로운 (대)장정이다. 우리는 새롭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외친 뒤 홍색 교육 열풍이 거세졌다. 당시 신화통신이 대장정 정신을 “모든 적을 압도하고 어떤 적에도 압도당하지 않는다. 모든 어려움을 정복하고 어떤 어려움에도 정복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홍색 교육 바람은 미중 갈등의 장기화,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등 시진핑 지도부가 처한 대내외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홍색 교육 바람에 일반 당원들도 직장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시진핑 사상을 학습해야 한다. 당원 사이에서는 “사상 학습 때문에 야근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취재진이 중앙당교 관계자들에게 그런 사례를 전하자 “재미있는 대목이다. 내 주변에도 비슷한 의견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른 관계자는 “학습할 줄 모르는 간부는 업무 수준도 높이기 어렵다. 그 친구(당원)를 만나면 이 말을 전해주기 바란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 “가치관 다원화 다양화가 공산당에 충격” 전 당원의 시진핑 사상 교육 강화 배경에는 공산당 내부가 직면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은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전인 지난달 25일 정치국 학습 회의를 열어 “당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당의 선진성·순결성을 약화시키는 요소, 당의 근본 기초를 흔드는 위험이 곳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이 무엇을 가리킨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중앙당교 관계자에게 물었다. ―시 주석이 지적한 문제의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 달라. “1992년 당이 시장경제 도입을 제기한 뒤 시장교환 원칙이 당 정치생활에 들어오면서 시장경제의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외부 세계의 도전이 시작됐다. 가치관의 다원화, 다양화가 공산당에 깊은 충격을 줬다. 정치 면에서 인민을 중심으로 할지 자본을 중심으로 할지, 사상 면에서 일원(화)과 다원(화) 사이의 갈등, 조직 면에서 민주집중제(사회주의 통치 방식)를 통일에 집중하느냐, 정책결정(권한)을 분산시키느냐의 도전, 기풍 면에서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의 답변은 추상적이었지만 솔직한 면이 있었다. 중국은 시장경제를 도입한 사회주의라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섰다. 하지만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다원화된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최고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된 중국 사회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다. 이런 위기의식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답은 당 지도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서구식 다원주의를 거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달 30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잠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견제가 여전한 가운데 미중 갈등의 장기화, 미국 등 서구와 중국 간 이데올로기 전쟁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당 내부를 강하게 단속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지도부는 시 주석에게 권력을 집중해야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홍색 열풍에 중국 사회가 경직화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앙당교에 붙은 실용을 중시하는 ‘실사구시’는 당원 간부부터 지도부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격언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 젊은이가 주축인 일부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대가 1일 밤 3시간 반 동안 홍콩 국회(입법회)를 습격,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홍콩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위에 대해 “그들 대부분이 민주주의를 원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일부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중국 통제 거부 적나라하게 드러내 검은 옷에 노란 헬멧, 고글, 마스크를 갖춘 수백 명의 홍콩 젊은이들은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인 1일 오후 9시 입법회를 기습해 철제 셔터와 유리문을 부수고 점거했다. 입법회 내부 회의실까지 점거한 이들은 회의장 내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글씨, 홍콩을 상징하는 로고 ‘홍콩난(바우히니아)’을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운 뒤 그 위에 홍콩 반환 전의 영국령 홍콩기를 걸었다. 이들은 의회 벽 내에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홍콩을 자유롭게 하라”라고 써 그들이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장관의 퇴진뿐 아니라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의 중국을 거부함을 분명히 했다. 최근 30대 남성과 10대 여대생이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법’의 완전 철회를 호소하며 투신해 숨진 사건도 이번 입법회 점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법회 점거 시위대는 이날 평화 시위에 참여한 55만 명 홍콩 시민과는 별도로 움직였다. 시위대가 쓴 ‘입법회 해산’ ‘진짜 (행정장관) 직접선거’ 등은 과거 대학생 등이 주도한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구호와 비슷했다. 입법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을 요구한 우산혁명 주역들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산혁명 지도자인 조슈아 웡은 2일 람 장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분노 이해” “과격성 지나쳐” 초유의 입법회 점거는 경찰 진입 전 시위대가 빠져나가면서 유혈사태 없이 끝났지만 홍콩 시민 사이에서는 분노를 이해한다는 쪽과 과격성이 지나치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람 장관 퇴진을 주장해온 야당 의원들도 이날 입법회 현장에서 시위대에 “그렇게 할 가치가 없다”며 만류했다.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5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중 3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입법회 점거로) 베이징은 더욱 단호해질 좋은 구실을 얻었다”며 “홍콩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람 장관은 시위 직후인 2일 오전 4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6월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면 인도법은 기한이 다 돼 죽게(철회) 될 것”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법을 위반한 자들을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며 주동자 색출을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이날 “홍콩 정부가 위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정 간섭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시위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건 없다”며 “이런 시위는 (전에) 거의 보지 못했다. 매우 슬프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폭력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중국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홍콩 시위는 스트롱맨 시진핑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