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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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건강57%
칼럼37%
여행6%
  • 16강은 못갔지만… 세계 1위 짐싸게 했다

    정규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던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을 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자 독일 관중은 환호했지만 러시아 관중은 한국 관중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헤드셋을 통해 비디오판독 심판과 얘기를 나누던 주심은 경기장 밖으로 걸어가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공이 독일 선수에게 맞고 김영권 앞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프사이드 판정은 취소됐다. ‘전차군단’을 격침시킨 한국의 결승골은 이렇게 힘겹게 만들어졌다. 이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6분에 하프라인 근처부터 50m가량 질주한 후 골키퍼가 없는 독일의 빈 골대에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녹초가 된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은 27일 독일과의 경기에 4-4-2 전형으로 나섰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홍철-김영권-윤영선-이용이 섰고, 미드필드는 문선민-정우영-장현수-이재성으로 꾸렸다. ‘투톱’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손흥민과 현재 독일에서 활약 중인 구자철이 나섰다. 골키퍼는 1차전부터 신임을 받은 조현우가 맡았다. 이날 스타팅 멤버 중 눈에 띄는 점은 수비라인에서 있던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긴 것이다. 장현수는 멕시코전 때 중앙 수비수로 나서 페널티킥의 빌미를 주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다시 선발로 나서며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미드필드 라인에는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등 독일이 자랑하는 ‘황금 미드필더’가 총출동했다. 경기 초반 독일은 예상외로 공을 뒤로 돌리며 느슨하게 공격에 나섰다.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를 염탐하는 듯했다. 중앙 미드필더 크로스의 조율 속에 좌우 사이드로 볼을 빼고 날개 마르코 로이스 등이 크로스를 띄우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패스 불안과 몸을 내던지며 막는 김영권과 윤영선 등 한국 수비수들에게 막혀 골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윤영선은 월드컵 첫 경기였지만 안정적인 대인 방어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장현수도 이날은 패스 미스를 줄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등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중앙 수비 라인의 분전과 함께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가 후반 3분 결정적인 선방을 했다. 독일 요주아 키미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레온 고레츠카가 헤딩한 것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FIFA 랭킹 1위로 한국(57위)과는 무려 56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독일이었지만 이날 플레이에는 힘이 없었다. 멕시코에 0-1로 패한 독일은 2차전에서 스웨덴에 2-1로 진땀승을 거두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보였다. 한국은 점유율에서는 독일에 밀렸다. 전날 신태용 감독은 “경기 주도권은 가져올 수 없지만 몇 차례 안 되는 기회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은 공격 전개가 느리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져 문선민 등 한국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차단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다.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해야 하는 독일인 만큼 심리적으로는 우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반 들어 독일은 무리한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틈을 노려 한국은 끊임없이 역습을 시도했다. 결국 초조해진 독일의 집중력이 떨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값진 승리를 낚았다.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양종구 기자}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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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너희가 자랑스럽다

    후반 추가시간 3분. 문전 혼전 중에서 김영권이 날린 슛이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하던 그 순간 선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곧이어 심판이 손으로 비디오판독(VAR)을 뜻하는 네모를 그렸다. 비디오판독 결과는 한국의 골.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에서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한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순간이었다. 이어 3분 뒤인 후반 추가시간 6분. 총공격에 나선 독일의 뒷공간을 파고들던 손흥민이 질주했다. 독일의 세계적이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앞으로 나온 상황에서 독일의 골대가 텅 비었다. 폭풍 질주한 손흥민은 빈 골대를 향해 여유 있게 골을 성공시켰다. 2-0. 한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받던 독일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한국은 이날 동시에 열린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스웨덴이 3-0 승리를 거두면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F조에서는 멕시코와 스웨덴이 나란히 2승 1패를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독일을 꺾은 것은 2004년 12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3-1로 이긴 뒤 14년 만의 일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2승 2패로 균형을 이뤘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독일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은 ‘우승국 징크스’를 털지 못하고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무 2패 무득점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2무 1패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번엔 독일이 그 길을 간 것이다. 한국은 1차전 스웨덴, 2차전 멕시코전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극심한 비난을 받았으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한국은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을 상당부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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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던져 다친 성용이, 마무리 못해 마음 더 다쳐”

    “마지막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아파 잠도 잘 못 잤어요.”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61)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기성용이 왼쪽 종아리를 다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25일 다른 도시로 이동 중인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만난 기 단장은 “성용이와 전화 통화를 잠깐 했는데 많이 아프다고 했다. 나중에 언론 보도로 전치 2주라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주장으로서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까지 잘 마쳤어야 했는데…”라고 말문을 뗐다. 그는 또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용이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그 상황에서 몸을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기성용은 멕시코 선수들을 온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주장인 한국 대표팀이 한 경기라도 이겨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성용이와 아직 얘기는 안 했는데 이번이 월드컵으론 마지막이 될 수 있어 더 아쉽다”고 했다. 기성용은 아직 4, 5년 프로 생활을 할 예정이고 대표팀도 곧바로 은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년 뒤 월드컵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기 단장은 “나도 축구 선수였고 성용이는 내 분신이었다. 축구 선수로 너무 잘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성용이가 좀 더 큰 클럽에서 뛰어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등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이적하지는 못했다. 기성용은 19세이던 2008년 9월 5일 요르단전에서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에 데뷔해 멕시코전까지 104경기를 뛰었다. 기 단장은 “2008년 9월 10일 북한전에서 터뜨린 데뷔 골,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한 어시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기 단장은 금호고 감독 시절 ‘왼발의 달인’ 고종수(40·대전 감독), ‘그라운드의 마술사’ 윤정환(45·세레소 오사카 감독) 등 천재 미드필더를 키운 지도자 출신이다. 광주축구협회 회장을 지내고 K리그2 광주를 이끄는 등 축구 행정가로도 활동 중이다. 축구 선수가 아닌 아들 기성용은 어땠을까. “속이 깊은 효자였다. 늘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했다.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멋진 아들이다.” 한편 기성용은 독일과의 3차전이 열리는 카잔 아레나에서도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한다.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벤치의 캡틴’ 역할을 한다. 기 단장도 독일과의 경기 현장에서 한국을 응원할 예정이다. 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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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닮은 패션’ 신태용-뢰프, 배수진 충돌

    ‘딱 달라붙는 셔츠와 바지. 노타이에 소매를 반쯤 걷어올린 스타일.’ 2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맞붙는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48)과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58)의 ‘닮은꼴’ 사령탑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두 감독은 평소 정장보다는 깔끔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격식보다는 편하게 선수들과 팬들에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두 감독 모두 선수 시절부터 패셔니스타로 불렸다. 한국 대표팀을 맡은 지 10개월여 된 ‘초보’ 신 감독과 2006년부터 ‘전차군단’을 맡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제패한 ‘백전노장’ 뢰프 감독은 명성 면에선 비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선 두 감독이 ‘동병상련’ 속에서 배수진을 치고 만난다.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 한국은 2패, 독일은 1승 1패.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F조 4개 팀 중 가장 낮다. 그렇다고 독일이 크게 유리하지도 않다. 신 감독은 ‘유종의 미’를 다짐하고 있다. 독일을 꺾어도 16강 진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리는 멕시코(2승)-스웨덴(1승 1패)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수비수 박주호(울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데 이어 기성용(스완지시티)마저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설 수 없는 상태지만 한국 축구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멕시코전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 신 감독은 기성용의 결장에 대해 걱정을 털어놨다. 신 감독은 “주장으로서 100% 잘해준 기성용의 결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다.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선수들의 의지를 불태워줬다”며 ‘캡틴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천신만고 끝에 스웨덴을 잡고 모스크바 인근 베이스캠프에서 한국전을 준비하는 뢰프 감독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을 잡아도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스웨덴전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것은 신 감독과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센터백 마츠 후멜스가 21일 팀 훈련 중 목을 다쳐 스웨덴전에 뛰지 못한 데 이어 후멜스와 중앙수비수로 짝을 이루는 제롬 보아텡이 경고누적 퇴장으로 한국전에 뛰지 못한다.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루디(이상 바이에른 뮌헨)도 스웨덴전에서 상대팀 스트라이커 올라 토이보넨의 발뒤꿈치에 맞아 코피를 흘리며 교체됐다. 뢰프 감독은 “루디는 한국전에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계속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은 “한국에 대한 분석을 끝냈고 꼭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역대 A매치에서 한국은 독일에 1승 2패로 뒤져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예선(2-3 패)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0-1 패)에서 석패했다. 가장 최근인 2004년 평가전에서 3-1로 이겼지만 무려 14년 전이라 역대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팀이 더 간절한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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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잔도 30도 무더위… 비 예보, 습도 높을듯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볼가강 중류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세계 최강 독일과 러시아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카잔 아레나(사진)에서 독일 선수들을 상대하며 다시 한번 더위와 싸워야 한다. 24일 멕시코와의 경기가 열린 로스토프나도누는 섭씨 30도가 넘었는데 경기 당일인 27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카잔도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카잔에는 비 소식도 있어 습도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카잔의 습도는 40%. 24일 로스토프나도누의 습도가 28%였으니 훨씬 높은 것이다. 더운 날씨에 습도까지 높으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크다.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14도인 점을 감안하면 태극전사들은 한마디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선수들이 생활하는 실내 공간의 온도는 25도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더운 지역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하고 선수들이 수분을 많이 섭취하도록 의무팀에서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선수들이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훈련 후 반드시 온욕 샤워를 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선수들이 외출을 할 때 훈련복 외에 패딩조끼를 착용했다. 아직까지 감기에 걸린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똑같은 날씨에서 싸운다. 하지만 열세라고 평가받는 한국으로선 한 발 더 뛰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체력에 영향을 주는 더운 날씨가 더 부담스럽다. 게다가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이 같은 날씨가 더 신경 쓰인다. 카잔=양종구 yjongk@donga.com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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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작 이렇게 싸웠다면… 신태용호, 멕시코에 아쉽게 무릎

    스웨덴과의 1차전 때 이렇게 싸웠다면 어땠을까. 한국이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선전하고도 멕시코에 1-2로 졌다. 수비에 치중하던 스웨덴 경기 때와는 달리 공격적으로 나서 멕시코를 흔들었다. 다만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수 판단 미스 등 2%가 부족해 패배의 멍에를 썼다. 한국이 27일 오후 11시 최강 독일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 실낱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리려면 멕시코전처럼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슈팅 17(유효 6)-13(유효 5)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5개의 슈팅 중 단 하나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한국은 이날 17번의 슈팅을 해 6번을 골문 쪽으로 향하게 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의 거리를 좁혀 압박하는 한국의 플레이에 멕시코는 경기 초반 다소 당황하기까지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재성을 손흥민과 함께 투톱으로 깜짝 배치했고, 문선민과 황희찬을 양쪽 날개로 선발 출전시켰다. 주세종 역시 예상을 깨고 기성용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재성은 최전방이었지만 수시로 미드필드로 내려왔고 그 자리에 황희찬이 올라가 슈팅을 노렸다. 이는 슈팅 수에서 나타나듯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골을 잡아내기엔 세기가 부족했다. 전반 21분 후방에서 올라온 패스를 손흥민이 받아 질주하며 골 기회를 잡았지만 막판 컨트롤 부족으로 멕시코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23분 혼전 중 기성용이 골 지역 정면에서 찬 슈팅도 오초아의 선방으로 무산됐다. 전반 39분 또다시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찬 슈팅도 오초아의 손을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슈팅은 많았지만 정확도가 부족했다.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손흥민의 중거리 슛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골로 연결됐다. 하지만 이 한 방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 “스웨덴은 움츠러들었다 순간적으로 역습해 골을 잡아내는 스타일이다. 1차전에서 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렸는데 골을 잡지 못했다. 멕시코는 배수의 진을 치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선수들의 투혼도 빛났다. 독일전에서도 멕시코전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 또 페널티킥, 수비수 판단 미스 전반 24분 멕시코 안드레스 과르다도가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올린 짧은 크로스를 막으려 장현수가 쓰러지며 태클에 나섰다. 하지만 볼은 장현수 오른팔을 맞아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다. 스웨덴전 김민우의 태클 반칙에 이어 2경기 연속 페널티킥 허용이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런 상황에선 수비수가 자리를 지켜야지 태클을 하면 안 된다. 태클 실패는 곧 골이다”고 장현수의 판단 착오를 지적했다. 수비수들의 성급한 판단도 패인이었다. 후반 21분 멕시코 역습 상황에서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슈팅하려 할 때도 장현수가 성급하게 태클에 나서 실패했고 치차리토는 완벽한 슈팅 찬스를 맞았다. 잇따른 장현수의 실수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쉽게 바꿀 수 없다”며 장현수를 보호하고 나섰다. 한국은 이날 24개의 파울을 했다. 멕시코(7개)보다 3배를 많이 했다. 그만큼 태극전사들은 혼신을 다해서 몸을 던졌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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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성용 2주 진단… “독일전 못 뛸듯”

    한국이 결정적인 오심에 울었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2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기성용(사진)과 멕시코 엑토르 에레라가 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에레라가 기성용의 발을 걸었고 기성용은 넘어졌다. 이때 튕겨져 나간 볼을 이르빙 로사노가 잡아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패스해 추가골로 연결했다. 명백한 반칙이었지만 주심은 침묵을 지켰다. SBS 박지성 해설위원은 “기성용의 다리를 걸면서 볼을 빼앗았기 때문에 완벽한 파울이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에레라가 분명하게 발을 걸었지만 반칙으로 선언되지 않은 행운 덕분에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해설했다. 만약 반칙이 인정됐더라면 한국은 추가 실점 없이 추격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번 대회 처음 적용된 비디오판독(VAR)은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레드카드에 따른 직접 퇴장,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등에만 시행해 신태용 감독은 VAR를 요청할 수 없었다. 신 감독은 “기성용이 분명히 다리를 차인 상황이었다. 주심이 인플레이를 시킨 건 멕시코 선수가 볼만 찼다고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두 번째 골로 이어진 상황이 내 실수인 거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오심 논란과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공식 유감 표명을 하기로 했다. 기성용은 이날 플레이 도중 왼쪽 종아리를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기 후 목발에 의지한 채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이 부상으로 기성용은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27일 독일과의 3차전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성용이 검사 결과 종아리 근육이 늘어나 2주 진단을 받았다. 3차전 출전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캡틴’ 기성용이 결장할 경우 한국은 전력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앞선 1, 2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활발한 움직임과 넓은 시야로 공수를 조율하고 과감한 슈팅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키플레이어였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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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양종구]4년 후엔 행복할 수 있을까

    “또 ‘희망고문’이 될 텐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만난 K리그1 전북 최강희 감독은 ‘한국의 성적에 대한 전망’으로 이같이 말했다. 최 감독은 “한국이 16강 진출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축구계 전반적인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늘 이상만 좇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희망고문’을 당한다는 것이다. 24일 한국이 멕시코에 패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 KBS 해설위원과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4년 후에도 똑같다. 국민들은 월드컵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끝나 안타깝다.” 특히 박 해설위원은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오늘의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 15위 멕시코. FIFA 랭킹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순 없지만 한국은 F조에서 랭킹이 가장 낮고 한국의 부진은 그에 맞는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가 축구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최근 한국 유소년 축구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선수 육성을 중요시하던 학원축구와 ‘놀이’를 중시하는 클럽축구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선수 양성보다는 ‘놀이축구’를 강조하는 흐름이 대두되면서 학원축구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원과 클럽 지도자들끼리도 서로의 이익에 따라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는 일부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니 언제나 선수 자원이 부족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공격수 권창훈과 수비수 김민재 등 주요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대표팀 전력에 큰 구멍이 났다. 일부에선 ‘전북 현대 선수 없으면 대표팀 구성이 안 된다’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선수 육성 시스템 개선은 수십 년간 지적된 문제였다. 즐겁게 축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저변을 넓히고 능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자는 움직임은 늘 있었다. 하지만 저변은 넓혔는데 제대로 된 선수는 없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국 축구는 2002년 4강 신화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그리고 증가하는 유럽 진출 선수 등 그럴듯하게 드러난 현상 탓에 마치 축구 선진국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축구협회가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 개선은 무시한 채 연령별 국가대표를 구성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궁리만 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영표 박지성에 안정환 등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입을 맞춘 듯 “드러난 현상에 안주하지 말고 한국 축구의 인프라와 노력을 점검해보고,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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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설가’ 박지성에 “해설과 축구 어떤 게 더 힘든가” 물었더니…

    “첫 경험이지만 재미있다. 무엇보다 경기를 현장에서 보는 게 가장 좋다.” 언제나 그렇듯 축구 얘기를 하면 활짝 웃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37)은 SBS 축구해설위원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현장을 누비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박 본부장은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출전했고 남아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주도했다. 2005년 아시아 축구선수론 사상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해 활약하기도 했다. 2015년 은퇴한 박 본부장은 ‘제2의 축구인생’을 걷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 박 본부장으로선 처음해보는 해설이다. 그는 경기 비디오 리허설만 한 뒤 15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처음 실전에 나섰지만 무리 없이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한국과 멕시코의 F조 2차전 전후로 박 본부장을 만나 해설 경험에 대한 생각과과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었다. -처음 하는 해설 어땠나. “글쎄요,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는데…. 나쁘지는 않다. 현장에서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TV로 볼 때랑은 다르다. 아주 재밌다.” -해설과 축구 어떤 게 힘든가. “(씩 웃으며)축구가 더 힘들다. 축구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써야 하는데 해설은 머리 잘 쓰면서 말 잘하면 된다.” -해설 계속 할 생각은 없나. “해설을 직업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해설이 재밌어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경험했던 축구를 팬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다시 해설을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직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당초 생각했던 축구 행정가의 길은 잘 가고 있나.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아직 알아가는 단계다. 사실 이일을 좋아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국제축구연맹(FIFA) 행정가 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하고 있다.” -은퇴 후 4년이 지났다. 아직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인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행정을 하고 있지만 이일이 안 맞는다면 다른 일을 또 찾을 것이다. 내가 할일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FIFA 행정가 과정은 어땠나. “축구선수로서 느꼈던 것 이상을 배웠다. 축구가 단순하지 않았다. 축구 이외에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를 느꼈다. 축구에 많은 것들이 얽혀 있고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도자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난 지도자 자격증이 하나도 없다. 난 축구를 하면서 좋은 감독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스승으로 모셨던 거스 히딩크 감독(한국대표팀, PSV 에인트호벤)과 알렉스 퍼커슨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보면서 느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수석 코치 정도다.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하고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 선수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내 개인 성격상 채찍을 잘 못 들 것 같다. 그래서 일찌감치 지도자는 포기했다.” -시청률 신경 쓰이지 않나. 그리고 해설가로 이영표(KBS), 안정환(MBC) 등 형들과 경쟁하는데 1등할 욕심은 없나. “시청률은 SBS가 신경 써야 하지 않나(웃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시작했으니 열심히 노력은 한다. 난 이제 시작이고 형들은 이미 월드컵을 한번 경험했으니…. 점점 나아지고 있다.” -형들이 조언해주지 않았나. “형들 전화 없었다(웃음). 사실 각자 자기 방송하느라 다른 방송은 들을 수 없어 조언할 수도 없다.” 박 본부장은 4월부터 한국과 멕시코, 독일 등 평가전 비디오를 보면서 리허설을 했다. 실제 해설은 해보지 않고 바로 실전이 투입됐다. 선수시절과 마찬가지로 ‘노력파’였다. 감독 선수들에게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고 안 되는 부분을 계속 반복해 개선했다고 한다. 손근영 SBS 월드컵 단장(스포츠국 부국장·51)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현역시절 꾸준히 노력했듯 계속 더 나아지려고 공부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슈퍼스타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의 친분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알던 선수들에 대한 다양한 에비소드 등을 잘 섞어 해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본부장은 23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 훈련 현장을 찾아 치차리토와 포옹하는 등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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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만회골’ 한국, 멕시코에 1-2 패…2연패 16강행 희박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2연패해 16강 진출이 더욱 어렵게 됐다. 한국은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전반 26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21분 추가골을 허용하며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에 1-2로 졌다. 한국은 18일 스웨덴에 0-1로 진데 이어 2연패를 당해 16강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은 15위 멕시코를 맞아 4-4-2 전형을 들고 나왔다. 수비라인엔 왼쪽부터 김민우-김영권-장현수-이용, 미드필더엔 황희찬-기성용-주세종-문선민, 투톱엔 손흥민과 이재성이 나섰다. 한국은 스웨덴전 선발 명단과 비교해 3명이 바뀌었다. 김신욱 대신 문선민이 깜짝 선발 출전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이 빠지고 주세종이 포함됐다. 부상자 박주호의 대체자로는 김민우가 낙점됐다. 멕시코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를 원톱으로 세우고 독일전 결승포 주인공 이르빙 로사노와 미겔 라윤을 양 날개로 투입하는 4-3-3 전형으로 나섰다. 카를로스 벨라는 처진 스트라이커. 중원엔 안드레스 과르다도와 엑토르 에레라, 포백은 왼쪽부터 헤수스 가야르도, 엑토르 모레노, 에드손 알바레스, 카를로스 살시도로 구성됐다. 백전노장 기예르모 오초아가 골키퍼로 나섰다. 한국은 경기 초반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을 좁히며 멕시코의 공격을 차단하는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미드필드부터 길게 손흥민에게 찔러주는 전진 패스로 역습도 노렸다. 하지만 이렇다할 골 찬스를 잡지 못했다. 멕시코는 한국의 짜임새 있는 수비에 볼을 돌리며 느긋하게 플레이했다. 과르다도와 벨라의 중앙 플레이, 로사노와 라윤의 사이드 플레이를 활용해 골 사냥에 나섰다. 한국은 또 페널티킥에 발목을 잡혔다. 스웨덴 경기에서도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준 한국은 이날 장현수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전반 24분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던 멕시코의 안드레스 과르다도가 왼발로 살짝 크로스한 볼을 장현수가 넘어지면서 막으려다 오른팔 핸드볼 반칙을 범한 것이다. 멕시코의 카를로스 벨라는 26분 가볍게 오른쪽으로 차 넣었다. 한국은 후반 21분 ‘작은 완두콩’ 치차리토에게 쐐기 골까지 허용했다. 한국은 에이스 손흥민이 후반 추가 시간에 아크서클 오른쪽 외곽에서 날린 중거리슛이 골 왼쪽 네트를 갈라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이미 승부는 멕시코로 넘어간 뒤였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상대 전적에서 4승 2무 7패로 더욱 열세를 보이게 됐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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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콩’ 치차리토 발 묶고… 손흥민, 측면 돌파 노려라

    24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운명’이 갈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1-0으로 꺾고 한껏 기세가 오른 멕시코와 2차전을 갖는다.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리는 것을 넘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꼭 이겨야 하는 한판이다. 멕시코는 한국을 잡고 16강을 일찌감치 확정 지을 기세다. FIFA 랭킹은 한국이 57위, 멕시코는 15위. 역대 전적도 한국이 4승 2무 6패로 열세다. 객관적인 전력은 멕시코가 우세하지만 공은 둥글고, 이번 월드컵에선 유독 이변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배수진’을 친 한국이 승리하기 위해 넘어야 할 멕시코를 포지션별 매칭으로 살펴봤다. ○ 골 사냥 대결, 손흥민 vs 치차리토 이기기 위해선 골이 필요하다. 한국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선봉에 나선다. 그는 ‘차붐’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65)과 박지성 SBS 해설위원(37)을 잇는 한국의 슈퍼스타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월드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도 통하는 폭발적인 스피드, 파괴력 넘치는 슈팅, 순간 속도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 시 시도하는 슈팅이 날카롭다.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한국으로선 유효 적절한 ‘손흥민 사용법’이 필요하다. 스웨덴전에서 손흥민은 단 한 번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 윙백’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왼쪽 공격수로 나섰지만 수비 가담이 많아져 히트맵(주로 뛴 구역)이 왼쪽 윙백과 비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 공격의 정점을 맡아야 할 손흥민이 수비 가담에 주력하는 바람에 나타난 현상이다. 골을 넣기 위해선 손흥민에게 슈팅 기회를 줘야 한다. 그 역할은 ‘패스 마스터’ 기성용(29·스완지시티)이 맡아야 한다. 주장이자 중원 사령관인 기성용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공격형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치중했다. 수비진이 불안한 탓에 신 감독이 수비형으로 기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골이 필요하고 그 기회를 기성용이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등에서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수들에게 자로 잰 듯한 패스를 뿌렸을 때 공격이 원활하게 잘 풀렸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그랬듯 좋은 패스 마스터가 있을 때 살아난다. 기성용이 손흥민의 기를 살려야 하는 셈이다. 멕시코 선수 중에는 독일전에서 한 방을 보여준 ‘신성’ 이르빙 로사노(23·에인트호번)도 주의해야 하지만 본명보다는 별명 ‘치차리토’(스페인어로 ‘작은 완두콩’이라는 뜻)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를 더 주의해야 한다. 그는 ‘멕시코 축구의 전설’ 우고 산체스의 후계자로 놀라운 순간 스피드와 감각적인 슈팅으로 전개되는 기습적인 ‘골 사냥’이 일품이다. 공격 본능뿐만 아니라 볼 배급 능력도 뛰어나다. 18일 독일전에서도 멕시코 공격의 시발점은 바로 치차리토였다. 전반 35분 수비수로부터 센터 서클 근처에서 볼을 받은 치차리토는 상대 선수가 따라붙자 원터치로 안드레스 과르다도(30·레알 베티스)에게 패스한 뒤 뒤로 돌아 달렸고 과르다도의 패스를 다시 받아 질주했다. 그리고 왼쪽 사이드로 파고드는 로사노에게 찔러줬다. 로사노는 수비 라인까지 쫓아온 독일의 메수트 외질(30·아스널)을 가볍게 따돌리고 골네트를 갈랐다. 치차리토는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레버쿠젠(독일) 등 빅 클럽에서 활약하다 2017년 웨스트햄(잉글랜드)으로 이적했고 멕시코의 금세기 최고 축구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 거미손 대결, 조현우 vs 오초아 이기기 위해선 골을 넣어야 하지만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나란히 첫 경기에서 선방을 펼친 한국 조현우(27·대구)와 멕시코 기예르모 오초아(33·스탕다르 리에주)의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현우는 한국 선수 중 스웨덴전에서 유일하게 빛난 선수다. 전반 20분 스웨덴 마르쿠스 베리(32·알아인)가 골문 바로 앞에서 찬 슈팅을 오른발로 막아낸 데 이어 결정적인 순간마다 슈팅을 막아냈다. 조현우에게는 이날 경기가 7번째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A매치 33경기를 뛴 골키퍼 김승규(28·빗셀 고베)의 선발이 유력했지만 신 감독은 키가 큰 스웨덴 선수들을 감안해 공중볼 플레이에 능한 조현우에게 골문을 맡겼다. 전술상 빠른 멕시코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2차전엔 김승규가 투입될 수도 있다. 하지만 조현우가 스웨덴전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친 데다 한 대회에서 골키퍼는 팀의 안정성을 위해 처음 투입된 선수를 계속 투입하는 관례에 따르면 다시 조현우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조현우는 ‘달구벌 데헤아’로 불린다. 맨유의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에 빗댄 표현이다. 조현우는 2013년부터 6년째 대구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대구가 K리그1 8위를 기록했음에도 조현우는 K리그 ‘베스트11(골키퍼)’으로 선정될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지난해 11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그해 12월에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주전으로 뛰며 대회 2연패에 일조해, 신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스웨덴전 선방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팬들은 ‘조현우 다시 한번 선방해 리버풀 가즈아’라는 댓글들을 다는 등 조현우를 응원하고 나섰다. 그의 대구 FC 친필 사인 유니폼을 구입하려는 팬들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FIFA 홈페이지는 ‘꿈의 시작에서 기회를 잡았다’고 조현우를 소개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초아는 전설의 골키퍼 ‘호르헤 캄포스’의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2006년 독일 대회부터 월드컵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네 번째 월드컵 출전. 2006년과 2010년엔 ‘대기 골키퍼’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홈팀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8개의 유효 슈팅을 모두 막아내 무실점 무승부를 만들어냈고, 16강 네덜란드전에서는 비록 1-2로 패했지만 놀라운 반사 신경을 선보였다. 당시 독일 출신 최고 수문장 올리버 칸은 오초아를 “최고의 골키퍼”라고 극찬했다. 오초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독일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강력한 프리킥을 막아내는 등 독일의 유효 슈팅을 9개나 무위로 돌리며 대이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오초아도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략 대결, 신태용 vs 오소리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8)으로선 개인의 명운이 걸린 한판이다. 혹여나 멕시코에 완패한다면 대회 도중 사령탑이 교체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을 공산이 크다. 1차전의 무기력한 패배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미 신 감독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비밀주의’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린 신 감독으로선 지금까지 쌓아온 지도자로서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그는 K리그1에서 401경기에 출전해 99골 68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다재다능하게 활약했지만 안타깝게도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진 못했다. 국내에선 ‘월드컵에서 뛰었느냐’가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2008년 K리그1 성남(현 K리그2)의 사령탑을 맡아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궜고 2011년엔 프로와 아마가 모두 참가하는 축구협회(FA)컵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국가대표 감독이 꿈이던 신 감독은 2014년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밑에서 코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 감독(8강), 2017 FIFA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 대표팀 감독(16강)을 차례로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꿈에 그리던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2무승부를 기록해 ‘한국이 어부지리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대표팀의 무기력한 플레이에 실망한 누리꾼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을 재영입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 자리를 유지했지만 신 감독은 이번 월드컵 본선 스웨덴전에서 또다시 팬들을 실망시켰다.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달리 콜롬비아 출신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56)은 느긋한 상황이다. 독일을 잡았고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한국, 스웨덴 경기에서 1승만 해도 16강을 확정하기 때문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천재성 여우’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 운동학을 전공했고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대에서 ‘사이언스와 풋볼’로 학위를 받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리버풀에서 공부할 때 제라르 울리에 리버풀 감독의 지도방식을 지켜보면서 지도자의 꿈을 키웠다. 영국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A 라이선스를 취득한 오소리오 감독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코치를 맡았다. 2008년엔 미국 뉴욕 레드불스 감독으로 리그 우승을 이뤘다. 2012년부터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의 3연속 우승을 이끈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2015년 멕시코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오소리오 감독은 레크리에이션에 가까운 훈련 방식을 사용해 ‘진지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도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위기도 있었다. 2016년 코파아메리카 8강에서 칠레에 0-7로 참패를 당해 경질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오소리오 감독은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을 물리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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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밤 12시, 붉은 마법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로스토프나도누에는 22일 붉은 옷을 입은 한국 팬들과 짙은 녹색 옷을 입은 멕시코 팬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24일 0시(한국 시간) 이곳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을 응원하려는 양국 팬들이다. 승리가 필요한 한국은 절박하다.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해 멕시코를 넘지 못하면 16강 진출이 좌절된다. 비겨도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만나 쉽지 않다. 멕시코를 꼭 이겨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볼 수 있다. 반면 우승 후보 독일을 1-0으로 꺾은 멕시코는 여유가 넘친다. 한국을 잡고 7회 연속 16강 진출을 확정하려는 기세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한국축구대표팀은 ‘배수진’을 치고 멕시코 경기에 나선다. 스웨덴전에서 수비에 치중해 단 한 번의 슈팅도 날려 보지 못한 공격수 손흥민(토트넘)도 골 사냥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비적으로 나섰던 패스 마스터인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도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원정 응원에 나선다. 한국은 더운 날씨와 열성적인 팬이란 경기 외적인 변수와도 싸워야 한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에는 30도가 넘는 더위가 예상된다. 4만3000여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 3만 명 넘게 운집할 멕시코 팬들의 광적인 응원전도 넘어야 한다. 멕시코축구협회가 자국 팬들에게 욕설 자제를 당부하고 있을 정도다. 멕시코 팬들은 전통 타악기를 두드리고 괴성을 지르다가 독일 선수에게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욕설까지 해서 제재를 받았다. 한국 팬은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팬들은 현지 교민들과 함께 어떻게 맞불을 놓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 경기의 주심은 5월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리그 결승전을 담당했던 세르비아 출신의 밀로라드 마지치가 맡는다.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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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멕시코에 승리 기원”… 러시아서 직접 응원한다

    “러시아와 한국이 모두 선전해서 4강전 정도에서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21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현장에서 응원한다. 현직 대통령의 해외 월드컵 원정 응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24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관전한다. 문 대통령은 20일 러시아 매체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한국은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다음 멕시코 경기의 승리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며 “러시아와 한국이 모두 선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 소식에 러시아 현지에서는 응원단 구성이 한창이다. 멕시코의 대규모 응원단에 맞서 태극전사들이 기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모스크바 교민 100여 명은 응원단을 조직해 로스토프나도누로 출발할 예정이다. 로스토프나도누에는 선교사 외 한국 교민이 거의 살지 않는다. 권순건 교민 응원회장(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은 “수는 많지 않지만 한국에서 온 아리랑응원단과 함께 목청껏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6년 만이다. 4강 진출 쾌거를 이뤘던 그 대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네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특히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전 승리 후엔 라커룸을 찾아 직접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역대 대통령이 꽤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3년 4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 축구를 관전했다. 당시 경기에 앞서 선수 한 명씩 악수로 격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축구광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박스컵)라는 국제대회를 창설해 개막식마다 시축을 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것에 자극받아 이 대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육사 시절 축구부 주장이자 골키퍼로 활약했던 전 전 대통령은 예고 없이 경기장을 찾아 한국 대표팀 경기를 관전하곤 했다. 5차례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박종환 아마추어 축구팀 여주세종축구단 총감독은 “한창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청와대로 직접 불러 축구 얘기를 듣곤 하셨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어지간한 전문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yjongk@donga.com / 이헌재·문병기 기자}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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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동 월드컵 안된다” 러, 훌리건 외출 막고 도청까지

    러시아 월드컵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훌리건(폭력 축구팬) 난동 사태가 재발할 것인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러시아 당국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이 훌리건 대책이다. 러시아에는 주로 극우 성향의 축구팬으로 이루어진 악명 높은 훌리건들이 있다. 이들은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경기장 안팎의 폭력 사태는 물론이고 인종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러시아 정부는 훌리건 대책을 포함한 안전 관리 예산으로만 470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유튜브에 자신들의 무술 연마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잉글랜드 팬들을 학살하겠다”는 위협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 훌리건들이 잉글랜드 팬들을 지목한 건 이들이 대대로 악연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역시 훌리건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영국 훌리건들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따라다니며 각종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러시아와 영국 훌리건들은 유로 2016 대회 때 대규모 유혈 사태를 일으킨 전례가 있다. 당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잉글랜드가 맞붙어 1-1로 비겼을 때 두 팀 팬 수백 명이 충돌해 경기장 안팎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프랑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로 진압했다. 프랑스가 극렬 러시아 훌리건들을 붙잡아 징역형을 선고했고 이 사태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외교 문제로도 번졌었다. 이때 잉글랜드 팬 30명이 다치고 2명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중 한 명은 신체 일부가 마비됐다. 목격자들은 “러시아 훌리건들이 글러브와 마우스피스 같은 장비까지 갖추고 왔다”고 진술했다. “유로 2016 때 당한 것을 갚아줘야 한다”는 훌리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영국 경찰은 최근 훌리건으로 분류된 1312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영국에서는 훌리건들이 국제대회에서 행패를 부릴 경우 5000파운드(약 730만 원) 이상의 벌금이나 징역 6개월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는 잉글랜드 팬 1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러시아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훌리건 난동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러시아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애쓰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훌리건 단속은 중요한 일이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잉글랜드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을 상대로도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러시아는 이미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개최하면서 훌리건 단속 모의고사를 치렀다. 경기장에 악명 높은 훌리건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러시아 정부는 폭력적인 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경호 인력들은 주기적으로 이 리스트에 있는 훌리건을 찾아 집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자택 감금’을 종용하고 있다. 과거 폭력을 주도했던 훌리건들은 삼엄한 감시는 물론이고 전화 도청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도 수천 명의 경찰과 군인이 추가로 파견되는 등 경기장과 훈련 장소 주변의 순찰이 강화되고 있다.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멕시코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부근 유노스트 호텔 근처에 멕시코 축구팬들이 운집하자 군인들이 호텔을 둘러쌌다. 멕시코 의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에 접근도 하지 못하게 막았다. 패한 독일 팬들과의 싸움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는 테러 및 훌리건 사태를 막기 위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일종의 ‘축구 신분증(팬ID)’ 제도를 만들었다. 경기를 보려면 표를 산 뒤 별도의 팬ID를 발급받아야 한다. 월드컵이 개막한 지금 곳곳에서 이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키트로프 알렉 씨는 “(푸틴) 대통령도 팬ID를 발급받았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신분증만큼 중요한 것이 팬ID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전이 열린 18일 경기 장소인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니키틴 호텔에서 만난 스웨덴 팬들은 전세버스가 시동을 건 뒤에도 한참 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일부가 호텔 방에 팬ID를 놓고 왔기 때문이다. 한 스웨덴 팬은 “과거에는 표만 있으면 자유롭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팬ID를 신분증처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게 너무나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불편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엄격한 팬ID 제도와 강력한 보안검색을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10분 이상 걸리는 보안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강력한 조치로 이번 월드컵에서는 훌리건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극우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주로 러시아 프로축구 팬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러시아 당국은 팬클럽 리더들을 만나 수시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와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훌리건 사태는 언제나 의외의 상황과 장소에서 터지곤 했다. 러시아 훌리건들이 영국 훌리건들에 대한 폭력을 예고한 상태에서 19일 잉글랜드가 튀니지와 첫 경기를 치렀다. 이날은 폭력사태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잉글랜드 팬들의 입국이 늘면서 러시아 당국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trigger@donga.com / 모스크바=양종구 / 임보미 기자}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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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흔든 “골∼∼” 멕시코시티에 인공지진

    18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지진관측센터 두 곳에서 지진이 감지됐다.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독일전이 열린 모스크바에서 전반 35분 이르빙 로사노가 선제골을 성공시킨 순간과 완벽히 일치하는 타이밍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멕시코가 골을 뽑아내자 감격한 멕시코 축구팬들이 동시에 곳곳에서 발을 구르며 환호해 만들어낸 인공지진이었다. 주정부는 이날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에만 7만5000명의 인파가 운집했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시티의 랜드마크인 독립기념비 주변에도 2만 명이 넘는 축구팬이 모여 “멕시코! 멕시코!”를 연호했다. 멕시코 팬들의 정열은 러시아에서도 화력을 뽐냈다. 이들은 자국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환호의 함성을, 독일 선수들이 잡으면 조롱하는 야유를 쏟아냈다. 함성은 천둥이 치듯 8만1000여 명 수용 규모의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독일 선수들도 순간순간 멈칫거리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로사노의 골이 터졌을 때는 폭탄 폭발음에 가까운 큰 소리에 루즈니키 스타디움이 흔들릴 정도였다. 멕시코가 월드컵 4회 우승의 독일을 무너뜨린 데는 이 같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큰 몫을 했다. 24일 2차전에서 멕시코를 만나는 한국은 멕시코의 열광적인 응원전에도 잘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독일전에만 약 4만 명이 운집했듯 멕시코는 수만 명이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 팬들은 수천 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멕시코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도록 잘 다독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모스크바=양종구 yjongk@donga.com / 임보미 기자}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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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톱 세운 호날두 “모로코, 떨고 있나”

    ‘호날두 vs 하키미.’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에선 늘 일어나는 일이다. 20일 오후 9시에 만나는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B조 경기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와 아슈라프 하키미(20)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 포르투갈은 ‘거함’ 스페인과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반면 랭킹 41위 모로코는 이란에 0-1로 졌다. 팀 분위기와 전력 면에선 포르투갈이 절대 우세다. 이에 따라 같은 클럽에서 공격수와 수비수로 함께 뛰고 있는 호날두와 하키미의 활약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라토보에 위치한 포르투갈 대표팀 훈련장에 등장한 호날두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스페인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맘껏 드러낸 것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개인적으로 월드컵 참가 이래 첫 해트트릭. 특히 2-3으로 뒤진 경기 막판에 터진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프리킥은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었다. 호날두는 이런 기세를 몰아 모로코전에서도 골 사냥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투갈은 강력한 측면 돌파가 주요 공격 루트다. 호날두를 주축으로 이뤄지는 측면 공격은 이번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포르투갈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날두가 모로코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한다면 월드컵 득점왕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키미는 호날두를 막아야 할 운명이다. 패하면 16강 탈락 확정이다.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승리에 익숙했던 하키미로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팀 동료 아지즈 부핫두즈의 자책골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서 온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 모로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본선에 올라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이룬 ‘16강 진출’ 재연에 도전하고 있다. 소속 팀에선 오른쪽 백, 대표팀에선 왼쪽 백을 보는 하키미는 상황에 따라 호날두를 전담 마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로코로선 호날두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고 그 중심엔 하키미가 있는 셈이다.모스크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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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만명 소국의 ‘천둥 축구’… 아이슬란드, 아르헨과 깜짝 무승부

    “후!” 짧지만 커다란 외침과 함께 팔을 넓게 벌리고 머리 위에서 손뼉을 친다. 굵고 짧은 함성과 함께 손뼉 치는 소리가 마치 천둥 같다. 아이슬란드 팬들이 내는 ‘천둥 박수’다. 16일 인구 33만8000명의 소국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는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주점은 물론이고 미술관 박물관에까지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천둥소리를 냈다. 이날은 아이슬란드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역사적인 첫 경기를 치른 날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이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겼다. 평균 신장 185cm가 넘는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흐트러지지 않는 수비 대형을 유지하며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얼음 성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포함해 11개의 슈팅(전반 3개, 후반 8개)을 날리고도 골을 잡아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26개의 슈팅(유효 7)을 날렸지만 단 한 골에 그쳤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게로가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며 날린 그림 같은 골로 앞서 나갔지만 4분 뒤 역습에 나선 알프레드 핀보가손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핀보가손은 아이슬란드 본선 첫 골의 역사를 썼다. 이날 후반 19분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한네스 할도르손은 “오늘 경기는 우리의 전형적인 경기 모습이다.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고 빠르게 역습한다. 우리는 예측불허다.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에 우리는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이슬란드가 보여준 역습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6에서 강호 잉글랜드를 잡고 8강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던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등이 속한 유럽 예선 I조에서 조 1위로 사상 처음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유로 2016 첫 경기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무실점으로 막고 포르투갈과 1-1로 비기며 돌풍을 예고했던 아이슬란드는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도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전하며 ‘제2의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였다.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 등이 함께 속한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토의 70%가 빙하와 호수 용암지대로 이뤄져 있어 ‘불과 얼음의 나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는 1년 중 축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국토가 눈과 비, 얼음으로 뒤덮여 9월부터 5월까지는 축구를 하지 못하는 악조건을 갖고 있다.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는 풀타임 축구선수는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수비수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은 소금 포장 공장에서 일했다. 감독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은 치과의사 출신이다.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으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골키퍼 할도르손은 4년 전까지 축구가 부업, 영화감독이 주업이었다. 지금은 하들그림손 감독이 축구에만 전념하고 있고 선수 대부분도 각국 프로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은 ‘투잡맨’이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정부의 지원으로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하들그림손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레이캬비크의 주점에서 팬들을 만나 스타팅 멤버와 전술을 공개하는 등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처음엔 10명도 오지 않던 팬들이 지금은 수백명씩 모인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15년 동안 실내경기장 7개를 짓고 국가가 나서 축구 코치와 선수 육성에 나섰다. 인구가 적은 대신 모든 선수와 시민들이 서로를 잘 알고 지내다 보니 협동심이 높다. 하들그림손 감독은 “상대가 우리를 작은 나라 출신이라고 가벼이 보기 일쑤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우리를 더 뛰게 만든다”고 했다. 2016년 유로 경기에서 아이슬란드가 프랑스 니스에서 잉글랜드를 이기는 첫 기적이 일어났을 때 전체 국민의 약 8%인 2만7000명의 아이슬란드 인이 니스 경기장에 모였다. 당시 TV 점유율은 99.5%에 달했다. 축구가 있는 날은 모든 게 올스톱이다. 아이슬란드는 6년 전만 해도 세계랭킹 133위였지만 지금은 22위까지 올라갔다. 축구는 2008년 경제위기로 주요 은행이 무너지는 침체를 겪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되고 있다.  모스크바=양종구 yjongk@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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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 충격의 대이변 연출…사상 처음으로 독일 제압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가 세계 최강 독일을 사상 처음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18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인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는 1위인 독일을 1-0으로 제압했다. 멕시코는 전반 35분 터진 이르빙 로사노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멕시코가 독일을 꺾은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월드컵 4회 우승과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3회 우승을 거둔 독일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은 1962년 브라질에 이어 56년 만에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6회 연속 16강에 오른 멕시코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멕시코가 경기 초반부터 빠른 패스와 역습으로 독일 수비라인을 흔들어 놓았다. 23일 F조 2차전에서 멕시코를 만나는 한국은 역습을 조심해야 할 전망이다. 멕시코는 예상 보다 더 강했다. 멕시코는 전광석화 같은 역습으로 세계 최강 독일의 골문을 열어 젖혔다. 멕시코는 짧은 패스와 롱패스를 조화롭게 구사하는 역습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공격의 시발점은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인 카를로스 벨라. 멕시코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 받는 벨라는 공을 잡으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왼쪽 날개 로사노와 오른쪽 날개 미겔 라윤으로 배급했다. 양 날개는 기회가 있으면 슈팅을 하고 아니면 최전방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느에게 패스했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벨라에게 연결해 기회를 엿봤다. 벨라만이 아니었다. 모든 선수는 골을 빼앗는 순간 중앙 좌우로 패스하고 손살같이 상대 진영을 달려들었다. 전반 35분 터진 선제골도 이런 기동력 덕분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뽑아낸 수비수 엑토르 모레노는 바로 센터 서클 근처의 에르난데스에게 패스했다. 에르난데스는 상대 선수가 따라 붙자 원터치로 안드레스 과르다도에게 패스한 뒤 뒤로 돌아 달렸고 과르다도의 패스를 받아 질주했다. 그리고 왼쪽 사이드로 파고드는 로자노에게 찔러 줬다. 로자노는 수비라인까지 쫓아온 독일의 메수트 외칠을 가볍게 따돌리고 상대 골문을 갈랐다. 멕시코는 수비도 강했다. 헤수스 가야르도-모레노-우고 아얄라-카를로스 살세도가 지키는 포백 수비는 외칠과 토니 크로스, 티모 베르너 등 독일 공격라인을 잘 틀어막았다. 멕시코는 후반 들어 거의 전원이 수비를 펼치며 선제골을 지켰고 간간히 역습을 펼쳤다.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도 전반 38분 크로스의 프리킥 슈팅을 쳐내는 등 수차례 선방으로 독일 선수들의 기를 죽여 놓았다. 독일은 후반 들어 짜임새 있는 패스를 앞세워 골사냥에 나섰지만 멕시코의 수비라인을 뚫지 못했고 재빠르게 이어지는 멕시코의 역습에 번번이 뚫리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 선수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짜증스럽게 거친 파울을 하기도 했다. 독일은 종료 직전 날린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따르기도 했다. 8만2000여 명을 수용하는 루즈키니 스타디움엔 독일과 멕시코 등 7만8000여 명의 팬들이 입장해 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모스크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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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아올라라 월드컵” 붓으로 태극전사 응원… ‘축구를 그린다’ 전시회 연 작가 3인

    “스웨덴 이기면 분위기 확 달아오르겠죠?”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맞아 국내 젊은 스포츠 전문 작가들이 해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우리는 축구를 그린다’를 주제로 전시회(1일∼7월 1일)를 열고 있다. ‘축구 예술’로 월드컵 열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4개국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축구를 소재로 한 회화, 디자인, 캐릭터, 조형물 등 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터 광작가(본명 김민식·40)와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 주키(본명 이재성·33), 회화 작가 김보미 씨(31) 등 한국 아티스트 3인방은 “축구는 열정이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광작가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과 기성용, 박주호, 황희찬, 김승규 등을 주제로 ‘국가대표 2018’이란 대형 디지털 일러스트 작품을 출품했다. 각 선수의 역동적인 포즈와 특징적인 동작을 표현했다. 스포츠 아티스트 ‘국내 1세대’로 평가받는 그는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부터 스포츠의 역동성을 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주키는 아시아의 호랑이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질주하는 도전자라는 의미를 담은 그림 ‘The Next Contender’를 전시했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태극전사를 호랑이 캐릭터로 형상화해 다양한 색상으로 시각적 재미를 전달했다. 김 씨는 축구 선수들이 한적한 호숫가에서 공을 뺏고 있는 ‘호숫가’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경쟁이 갖는 진지함과 땀 흘리는 장면을 통해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광작가는 “월드컵 때마다 전시회를 여는데 이런 썰렁한 분위기는 처음이다”며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에 월드컵이 묻힌 것 같다. 이제 다 지나갔으니 팬들이 다시 월드컵 축구에 빠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이 더 열성적으로 응원해야 한국 선수들도 힘을 낸다”고 덧붙였다. 광작가, 주키, 김보미 씨는 18일 오후 9시 열리는 한국과 스웨덴의 F조 첫 경기를 함께 보며 응원할 계획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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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주의’ ‘철벽수비’ ‘기선제압’ ‘완벽주의’… F조 감독들 보면 팀이 보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전쟁에서 사령탑이 누구냐에 따라 전략 전술도 달라진다. 한국이 속한 F조 감독들도 색깔이 다 다르다. 이들이 어떤 전술을 보여줄 것인가. 4인 4색 감독 스타일을 알아본다. 최근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8)은 국내 취재진으로부터 불평불만을 자주 듣는다. 대표팀 훈련을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보통 비공개 훈련은 대회가 시작되는 장소에 입성해서 시작하는 게 관례지만 신 감독은 국내에서부터 일찌감치 비공개를 시작했다. “정보전인 월드컵에서 우리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대표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팬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취재진으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현역 시절 ‘여우’라는 별명을 잘 반영한 스타일이다. 사실 여우라는 별명은 K리그 401경기에 출전해 99골 68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다재다능해서 붙여진 별명. 신 감독은 첫 상대 스웨덴을 잡기 위해 ‘비밀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수비라인을 ‘스리백’이라고 했다가 갑자기 ‘포백’으로 바꾸는 등 취재진에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 규율과 조직력을 중시하는 스웨덴의 얀네 안데르손 감독(56)은 ‘철벽 수비 구축자’다. 이탈리아와의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때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1, 2차전으로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은 1차전에서 1골을 넣고 무려 180분간 세계 최강 이탈리아에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면서 ‘아주리 군단’에 60년 만의 본선 진출 좌절이란 충격을 안겼다. 그만큼 수비라인을 탄탄하게 조련했다. 유럽 A조 예선에서는 프랑스, 네덜란드 등 강호를 만나 네덜란드를 3위로 밀어내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최종 엔트리에서 노장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LA 갤럭시)를 과감하게 뺄 정도로 뚝심이 있다. 콜롬비아 출신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57)은 상대의 혼을 빼놓는 기선 제압을 중히 여긴다. 국가대표 경력은 없지만 축구 지식이 해박하고 분석력이 뛰어나다. 2015년부터 멕시코 대표팀을 맡아 66.7%(30승 8무 7패)의 승률을 자랑한다. 포백과 스리백 등 경기 중에도 전술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준다. 이런 변화무쌍한 전술로 북중미카리브 지역 예선 1위로 월드컵 티켓을 챙겼다. 멕시코는 1994년부터 6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58)은 말이 필요 없는 명장. 탁월한 전략가로 독일을 10여 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이끌고 있다. 정상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까지 이뤄내 이번 월드컵 본선 32개국 지도자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축구 전문가들은 “힘을 추구하는 독일 축구에 기술과 아름다움을 입혔다”고 평가한다. 이번 월드컵도 들어 올린다면 56년 만에 대회 2연패를 이루며 브라질이 가지고 있는 역대 최다인 5번의 월드컵 획득과 타이를 이루는 대업을 달성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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