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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이 8일 선거구 획정 무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선거구 실종’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젠 위원장까지 사퇴하면서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을 의결 요건으로 하는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입법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선거구획정위에 현행 지역구 246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획정위는 의결에 실패했다.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인 김 위원장을 제외한 획정위원 8명이 여야 성향으로 4명씩 갈려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 의장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본회의에도 직권상정을 하지 못했다. 중앙선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후임을 선정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로 넘기면 안행위는 10일 이내에 획정위원을 의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가 획정위원장을 맡으려 할지, 또 위원장을 맡는다 해도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획정 작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예비후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임시방편으로 8일까지 허용한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지속 여부와 1일부터 중단한 예비후보 등록 접수 개시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깜깜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는 총선 선거일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8일 제기했다. 경기 남양주갑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조광한 군장대 석좌교수는 “선거구가 없어져도 현역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예비후보자는 그 자격을 상실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선거일을 ‘국회 임기 만료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치르도록 규정돼 있어 20대 총선은 4월 13일 치러진다. 조 교수는 4월 13일로 총선 일정을 정한 중앙선관위 선거공고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는 의원 임기 만료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20대 총선을 선거구 획정 후 120일 뒤에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조동주 기자}

‘자괴감→ 위축→ 아쉬움.’ 그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19대 국회 3년 7개월간 악순환의 사이클 속에서 허덕대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정치 탁류(濁流)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초선인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61·서울 서초갑·사진)은 “(100점 기준으로) 과락 수준인 60점”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솔직히’라는 단어를 17번이나 사용했다. “원래 정치에 뜻이 없었다”는 그는 총선 20여 일을 앞두고 ‘전략공천’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나름대로 △사심 없는 정치인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 △낮은 곳을 향하는 정치인 등 3가지를 소명으로 내걸었지만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사심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늘 주변을 의식했다고 한다. “고생해서 공천을 받은 사람도 아닌데 주민들이 ‘튀려고 하는구나’라고 하지 않을까 스스로 위축이 됐습니다.” 검찰 간부 출신인 그는 2년 전 친정인 검찰을 의식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특검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상설특검법은 임명 절차 등으로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검찰이나 정부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상황 때문에 그냥 입을 다물게 되더라고요. 자칫 발언을 하면 저쪽(야당)에 힘이 실릴지도 모르잖아요.” 김 의원을 부끄럽게 하는 법안은 또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적용 대상에 언론인 등 민간인이 포함돼 위헌 요소가 있는데도 의원 총회에서 찬성 발언을 하고 국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지금도 옳은 판단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왜곡된 접대문화를 법률이라는 충격요법으로 바꾸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평생 (검찰로서) 법을 한 사람으로서 위헌적 요소가 있는데 지지하라고 찬성 발언을 한 것이…. 아직도 저는 퀘스천 마크(물음표)입니다.” 김 의원은 3년 7개월간 경험한 우리 정치문화에 대해 “거의 질식할 정도로 숨이 막혔다”고 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날(2015년 10월 13일)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정부질문을 할 정도였다. “여야는 완전히 철벽처럼 진영 논리에 갇혔어요. 의원들이 대치해야 막판에 (여야 지도부 협상인) ‘3+3’회동에서 서로 주고받는 ‘딜’을 할 수 있잖아요. (상임위에서) 무슨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있겠습니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입법이 힘들다 보니까 의원들의 입법 기능도 사실상 무효화가 된 겁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제가 어디에 있든 밥값을 할 때 제일 행복했습니다. 국회의원은 너무나 큰 영예였지만 재선을 하면 나도 행복하지 않고 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는 불출마를 언제부터 고민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05년) 검사 옷을 벗을 때는 굉장히 괴롭게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솔직히 어려움이 크게 없었습니다. 진짜!”김회선 의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일했고, 현재 19대 초선 의원으로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우리가 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더불어민주당 이수혁·전 6자회담 수석대표) 여야가 전날 북한의 4차 핵실험의 대응책을 놓고 7일 공방을 벌였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계속 우리 머리에 핵무기라는 권총을 겨누고 있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계속 제재라는 칼만 갖고 있을지 답답한 상황”이라며 자체 핵 무장론을 제기했다. 반면 이 전 수석은 같은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가설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를) 강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할 수 있는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히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정부는 한반도에 핵무기의 생산, 반입 등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당은 대북 강경책을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4차 핵실험까지 마친 마당에 북핵 해법을 계속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할 시점이 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것이나 미군의 전술 핵 재배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일부 당 지도부도 원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대북정책의 재검토와 핵전략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를 지키기 위한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만 핵 고립화돼 있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불안을 이용한 무책임한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북한 핵 실험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어떤 이유로도 한반도에 핵이 존재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 당의 일관되고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변인도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공동 서명한 것으로 절대 무너뜨려서는 안 되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의 핵무장론과 관련해 “북핵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의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주장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공조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북한에 핵 개발 명분을 더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을 두고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 자체가 매우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내가 체포하고 가는 겁니다!”(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하하하.”(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5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통화를 하며 한바탕 웃었다고 한다. 이날 원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의 KTX 열차표를 마련한 사연을 두고서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을 하기로 했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8일)을 앞두고 4월 총선 선거구 협상과 노동 개혁 5개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결과와 관련해 외교부를 항의 방문하면서 회동은 불발됐다. 고민하던 원 원내대표는 더민주당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원내대표가 장례식장이 마련된 전북 익산으로 갈 거라고 보고 ‘심야 열차 협상’을 생각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참모진을 통해 이 원내대표의 기차표 시간을 알아냈고 이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두 자리로 바꿨다고 한다. 원 원내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이 원내대표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렸다. 이 원내대표는 전화를 걸어 웃으며 화답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10차례나 통화를 시도한 끝에 이 원내대표와의 만남에 성공한 셈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밤 10시 15분 서울 용산역에서 전북 익산으로 향하는 KTX에 올랐다. 자리는 5호차 3B(이 원내대표), 3C(이 원내대표). 둘은 이동하는 1시간 2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지역구 246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시한이었지만 획정위는 논의조차 없었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8일 정 의장의 직권상정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정 의장은 “여야 대표가 합의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지역구 의석을 253석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쟁점 법안과의 연계 처리 여부 등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결국 돌고 돌아 지역구 253석?’ 4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자신이 제안한 현행 지역구 246석 기준안이 2일 무산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선거구획정위원장으로부터 들었다. 이어 여야 대표와 비공개 오찬 회동까지 했다. 정 의장이 지역구 246석 기준안의 직권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정 의장은 여야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253석이 가장 적절하겠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주장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도 “(여야 지도부에) 246석과 253석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의장이 ‘획정위에서 246석안을 못 만드는 것으로 됐으니 253석안으로 빨리 합의를 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 의장은 1일 0시부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선거구 공백사태를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246석안을 제시했다. 획정안 제출 시한도 5일로 못 박았다. 그러나 246석 기준안은 애초에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우려되는 농어촌 의원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여야는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 의장이 246석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2일 선거구획정위 합의가 무산되자 선거구 획정에 총대를 멨던 정 의장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다급해진 정 의장은 4일 획정위원장에게 회의 재소집을 긴급 요청했지만 획정위원들의 개인 일정 등으로 이날도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예비후보자들이었다. 정 의장이 제시한 자치 시군구 분할 금지 예외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자 가슴을 졸이며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정 의장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도 못할 246석안을 공식 추진하면서 혼란만 부채질한 모양새가 됐다.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는 여야 지도부가 각자의 이익만 주장하면서 비롯된 것이지만 정 의장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혼란을 가중시킨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4일로 4·13총선이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시계(視界) 제로(0)다. 선거구도 없고, 여야 대결 구도 역시 오리무중이다. 유권자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3일 현재 선거구가 없는 나라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0시를 기해 선포한 대로 ‘입법부 비상사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제시한 지역구 ‘246석’ 기준안을 놓고 8시간 동안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정 의장이 요구한 선거구 획정안 제출시한(5일)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야권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총선에서 여야가 어떤 구도로 맞붙게 될지도 안갯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은 3일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며 “애오라지(‘오로지’를 강조하는 말)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9번째다. 야권의 비주류 좌장으로 불리는 김 의원이 당을 떠남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의 후속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다음 주에 탈당이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최대 15명이 더 나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 의원은 10일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앞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4월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확률이 높다. 야권의 이합집산,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총선 구도는 선거 직전까지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사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으로 갈려 3개월째 ‘공천 룰’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행 지역구 246석을 기본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제안했지만 선거구획정위는 2일 ‘여야 대리전’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년 위원장을 제외한 획정위원 8명 중 여야 성향 위원은 각각 4명. 획정위원들은 3개월 전에도 246석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맺지 못했었다. 획정위원들은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 의석을 배려하기 위해 앞으로 늘어날 수도권 지역구 중 최대 3석의 분구를 막자는 정 의장의 기준안을 두고 대립했다.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는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끝났다. 결국 정 의장의 직권상정 방침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새누리당은 임시국회 회기(8일)를 넘길 경우 다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조기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예비후보들의 법적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곽규택 예비후보(부산 서)는 4일 지역 현역 의원인 같은 당 유기준 의원을 상대로 ‘의정보고서 발송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했다. 임정석(부산 중-동), 정승연(인천 연수), 민정심 예비후보(경기 남양주을) 등도 국회를 상대로 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낸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8일에도 선거구 획정이 안 될 수 있는 거죠?”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서울 성동갑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신년 인사를 하러 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자 선거구 획정부터 물었다. 김 대표는 “그렇지!”라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현역 의원들의 직무유기로 이날 0시를 기해 전국 246개 선거구가 법적으로 사라졌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까지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편법이 또 다른 편법을 낳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선거구가 없어져 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예비후보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이후에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또 다른 편법 대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폭탄 돌리기’만 하는 형국이다. ○ “미치고 팔짝 뛸 심정” 진 전 장관은 “요즘 미치고 팔짝 뛰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새벽부터 응봉산에서 명함을 돌리고 왔다는 그는 “여성 및 정치 신인들에게 당 공천 경선 시 가산점을 준다지만 말짱 ‘꽝’”이라며 “예비후보자들에겐 유권자를 접촉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 전 장관은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인 서울 중구와 성동구가 합쳐질 경우 선거구가 3개에서 2개로 줄면서 적게는 8만 명, 많게는 14만 명까지 새로운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며 “나도 (18대) 의원 출신이지만 19대 국회의원들은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후보들은 ‘깜깜이 선거’에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분구 지역을 노리고 강남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은재 전 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대로 지역구가 현행 246개로 묶이면 강남구 일부 동(洞)이 송파구에 붙는 대신에 지역구 분구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강남구와 송파구는 문화권이 다르다”며 “강남구 일부를 송파구와 합치면 최악의 게리맨더링(정략적인 선거구 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원주갑 예비후보인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아예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합법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변인은 “예비후보자들은 살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는데,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날이 바짝 선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을 달리고 있다”며 “차라리 무능한 국회를 해산하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선거구 획정이 하염없이 지연되는 건 조정 대상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당장 정 의장이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에 구체적 획정 기준을 제시하자 지역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다. 지역구가 강원 춘천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장에게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달라고 위임한 적이 없다”며 “농촌지역이 도시와 묶이면 농촌지역은 더 소외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들끼리는 자기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은 ‘도전과 응전’ 앞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이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획정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획정위는 ‘독립 기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9명의 획정위원 중 위원장인 중앙선관위 김대년 사무차장을 제외한 8명이 여야 성향으로 4명씩 갈리면서 사실상 여야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에도 지역구 246개를 기준으로 획정안을 논의했으나 영호남 의석 배분을 두고 충돌해 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획정위까지 정치권의 ‘아바타(분신)’를 자처할 경우 ‘선거구 획정 공백’은 출구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수영 기자}
“God only knows(신만이 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7시 40분 국회 본관 3층 엘리베이터 앞. 정의화 국회의장은 퇴근길에 직권 상정할 선거구 획정안의 부결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영어로 대답했다. 선거구 획정 직권 상정 절차 돌입을 앞둔 정 의장은 “그것(부결)을 제일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하느님만 아는 것을 우리 인간이 괜히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정 의장은 1일 0시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에 5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의원정수 300명(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획정 인구 기준일 2015년 10월 31일 △자치 시군구 분할금지 예외 인정 3가지를 제시했다. 정 의장은 자치 시군구 분할금지 예외를 위한 세부 요건으로 △5개 이상 자치 시군구가 합쳐지거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충족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인구 상한이 초과되는 수도권 분구 대상 선거구 최대 3곳 등 3가지를 명시했다. 한마디로 현행대로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마련하되 늘어나는 수도권 의석 중에 최대 3석을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직권 상정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본회의 통과 여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직권 상정을 하려면 선거구획정위에서 획정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미 10월에 현행 지역구 246개를 기준으로 논의했다가 영호남 등의 의석 배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의결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획정안이 마련돼 직권 상정되더라도 본회의 가결은 불투명하다. 수도권 3석을 농어촌 지역에 배려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 대 1’ 규정에 따라 대규모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안만 통과시킬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개혁 5개 법안 등 쟁점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것으로 선거구 무효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선(先) 민생경제 법안, 후(後) 선거구 획정 처리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도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선거구 획정보다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는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야권이 내홍을 겪다 보니 여야 간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의) 리더십이 붕괴돼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부에서 결정된 사안도 상임위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지도부, 상임위가 서로 폭탄 돌리기만 하며 아무 결정도 못하는 게 정상적인 정당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강경석 기자}

집권 4년 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견고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문건 파문, 지난해 성완종 게이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의 악재를 거치며 지지율이 한때 20∼30%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4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동아일보·채널A 신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5.9%였다.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직접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집권 후반기의 국정 동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반대층도 결집하면서 부정 평가가 50.4%로 높았다.○ 박 대통령, ‘지지층’은 견고 ‘소통’은 부족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진에 “지지율 때문에 일하느냐”고 말하곤 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보면 박 대통령이 지지층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4년 차를 맞아서도 새누리당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각종 현안에 확실한 주장을 밝히면서 내 편과 네 편이 확실히 갈린다.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마니아’가 확실한 지지층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반대층도 견고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확연히 갈린 이유다. 지지층이 연령대로 확실히 구분되는 양상도 여전하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령대 가운데 중장년층인 60대 이상(81.6%)과 50대(57.7%)는 견고하다. 반면 부정 평가는 30대(74.7%)와 20대(73.4%)에서 높았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당시 신년 여론조사에서 ‘소통이 부족하다’(21.6%)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이 사람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고, 각계각층의 천거를 받아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아쉬웠던 분야는 ‘국민과의 소통 부족’(26.4%)이었다. 모든 연령층이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아쉬워했고 그중에서도 20대(39.6%)가 가장 높았다. ‘야당 등 정치권과의 대립·갈등’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정치권을 향해 ‘배신의 정치’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라며 호통만 칠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교 성과와 대북정책이 지지율 떠받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친 힘은 ‘외교적 성과’와 ‘원칙에 따른 대북정책’이었다. 지난해 초 ‘13월의 세금’이 된 연말정산 파동을 겪었지만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이끌었다. 당시 원칙 있는 남북 관계 대응으로 도발의 악순환을 끊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일본과 타결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협상도 박 대통령의 성과로 꼽혔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이름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가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외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9월 주요 교역 대상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新)외교를 펼쳤다. 10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처음으로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외교적 성과는 60대 이상이 31.0%로 가장 높았고 대북정책은 20대(31.6%)와 50대(23.0%)에서 비교적 호응을 얻었다.○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리더십 필요 다만 박 대통령의 재임 3년간의 성적표는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50대 이상에서는 긍정 평가가 높았던 반면 20∼40대에서는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매우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0.6%에 불과했다. 30대 응답자 10명 중 4명(43.7%)은 ‘매우 잘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 경북에서 다소 변화가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2년 전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는 21.1%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2.4%로 높아졌다. 반면 긍정 평가는 66.2%에서 63.6%로 떨어졌다. 2년 전 12.8%였던 모름·무응답층이 이번에는 부정적 평가 쪽으로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야 할 국정 현안으로는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활성화’ 등이 꼽혔다.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올해 얼마나 실질적인 결과물을 보여줄지 주목된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큰일이네. 내년 1월 초 의정보고회 하기로 했는데…. 12월 넘기면 이제 못 하는 거 아냐?” “혹시 그럴까 봐 나는 벌써 지역 순회 의정보고회 다 마쳤다니까.” 28일 국회 의원회관. 새누리당 A 의원은 같은 초선인 B 의원에게 의정보고회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거구 전면 무효’ 사태가 되면 지역구 활동이 ‘불법 선거운동’이 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246개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가 31일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 0시부터 선거구 무효 사태가 현실화된다. 자격이 상실되는 예비 후보뿐만 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구가 없어지더라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 획정될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전 선거구에서 뽑아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유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선거 관리 방침이 없어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3선 의원은 지역 선관위로부터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의정보고를 못 한다”는 잘못된 해석을 듣고 당황했다. 당초 예정된 22일에 국회 본회의가 열려 내년 1월 13일로 의정보고를 미뤘기 때문. 선거구 통폐합이나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의 예비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개소를 언제 해야 할지, 어디에 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예비 후보는 선거사무소 문을 닫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무소를 낸 동(洞)이 이웃 지역구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그는 “내년 총선까지 임차 계약을 해놓은 데다 새로 구하려 해도 목 좋은 곳은 다 차 있더라”고 했다. 통폐합이나 분구 예상 지역이 아니더라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는 예비 후보들도 많다. 대구 달성군에 출사표를 낸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선거구 무효 사태가 발생하면 어차피 문을 닫아야 한다”며 “획정이 결정된 뒤 다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심 선거구 공백 사태를 반기는 쪽도 있다.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초반 레이스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후보들이 그렇다. 지역 활동을 하던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족쇄를 채우는 격이기 때문. 한 비례대표 의원 보좌관은 “경쟁하는 예비 후보의 선거사무소 밖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눈엣가시’ 같았는데 선거구 무효로 당분간 철거하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국구’로 어디에서나 의정보고회를 열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고민이 깊다. 현역 의원이든, 예비 후보든 “빨리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치고 있어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 다양한 안을 검토, 논의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어떻게 운영할지 30, 31일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가 방침을 정한다 해도 선거구 공백 기간 동안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비 후보는 “비자발적인 이유로 자격이 상실된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고발 조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 등으로 내년 총선에 등록한 예비 후보자 수도 19대 총선 때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 31일 1054명이었던 예비 후보가 올해는 29일 현재 758명에 불과하다. 야권 예비 후보들의 혼란은 더욱 심하다. 새누리당 예비 후보는 475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은 172명으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홍수영 gaea@donga.com·고성호·길진균 기자}
현행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2016년 1월 1일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행 의석대로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직권 상정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 역시 ‘공포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 의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1일 0시부터는 예비후보와 지역구가 없어지기 때문에 (입법) 비상사태다. (직권 상정) 고려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행대로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마련해 1일부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사이에 직권 상정하겠다는 거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직권 상정을 하려면 선거구획정위에서 획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는 이미 10월에 현행 지역구 246개를 기준으로 논의를 한 적이 있지만 영호남 및 강원 지역 의석 배분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의결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설사 획정안이 마련돼 직권 상정을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가결될지도 의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 대 1’ 규정에 따라 당장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의 엄포는 이 때문에 여야 합의를 압박하는 성격이 짙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타협안으로 (지역구) 253개 방안에 대해 공감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합의를 끝내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치개혁법은 지금까지 국회가 지켜온 협상이고 룰(규칙)이었다”며 “지금까지와 달리 (정 의장이) 직권 상정해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그동안 논의한 쟁점 법률은 앞으로 논의할 수 없다. 모두 여당의 책임”이라고 반발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은 24일 담판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 때 유리한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각자의 주장을 고수하는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지역구과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는 획정 기준안 마련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의 선거제도 변화도 달갑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구 획정 등에서 변화를 줘야 야권의 의석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각자 선거 때 유불리만 따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여야 협상 막판에 등장한 선거제도가 △최소의석 보장제도 △투표연령 하향 조정이다.○ ‘비례대표 배정 방식’이 최대 쟁점 여야는 전체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253석으로 7석 늘리고 비례대표는 47석으로 7석 줄이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우려되는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고육지책인 셈이다. 문제는 ‘비례대표 배정 방식’이다. 야당은 정당 득표비율에 따라 일정 의석을 보장해주자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기존 방식대로 정당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면 된다고 버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2+2 회동’에서 정당 득표율 3∼5%인 정당에는 3석을, 5% 이상에는 4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의 새로운 절충안을 내놨다. 당초 5% 이상은 5석 배정이었는데 1석을 줄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른바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최소의석 보장제다. 이럴 경우 야권은 총선에서 분열하더라도 최소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수 붕괴를 우려해 반대했다.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이 위력을 발휘하고 정의당과 제2의 통합진보당 등 소수당이 연합작전을 통해 각각 5% 득표 선거운동을 벌일 경우 선거 구도가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본 것이다.○ 투표연령 낮추기도 힘겨루기 투표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도 논란이 계속됐다. 야당은 “투표연령을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선거권 확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속내는 투표연령 하한을 주장해 합의되지 않더라도 야권 성향이 강한 20∼30대 청년층의 당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표연령을 낮추는 걸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야당은 당장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하지 않고 2017년 1월 이후 전국 선거에서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절충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처럼 선거구 획정 기준안 마련을 놓고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정의화 국회의장이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심사기간을 지정해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려는 안으로는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인 246석, 비례대표 의석인 54석을 유지하는 안과 여야 잠정 합의안인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년 1월 8일 직권상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내년 4·13 총선 때 서울에서 최소한 24개 동(洞)의 선거구가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가 23일 정치권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선거구 획정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선거구(현 48석)는 총 49석으로 1석 늘게 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으로 인구 하한선에 걸린 중구가 인접한 성동구(갑-을)와 통합되면서 1석이 줄어드는 대신 인구 상한을 초과한 강서구와 강남구에서 각각 1석씩 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구와 성동구(갑-을) 3석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다. 야당으로선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인 중구에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용산구의 일부를 갖다 붙여 3개 선거구 모두를 살리는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헌재 결정으로 통폐합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서울 의석 증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성동구의 일부가 중구와 합쳐질 수밖에 없어 성동갑의 최재천, 성동을의 홍익표 의원과 중구의 정호준 의원 등 야당 현역 의원들 간 공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야권세가 만만치 않은 이들 지역이 합쳐질 경우 승리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역구가 한 곳씩 늘게 되는 강서-강남은 각각 7개와 12개 동의 변동이 예상된다. 강서는 ‘갑’과 ‘을’에서 각각 4개와 3개 동을 떼어 내 ‘병’을 만드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재 ‘갑’ ‘을’은 각각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이며, 새롭게 신설되는 ‘병’에서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통적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은 여당 내 공천 경쟁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강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특성상 ‘을’에서 8개 동이 ‘병’이 되는 방식으로 선거구 획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갑’과 ‘을’은 모두 여당 의원 소속 지역구여서 향후 재편되는 3개 지역구를 놓고 여당 예비 후보자들의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인구 상한을 초과한 은평을 지역은 인구수 조정이 가능해 기존 갑-을 체제를 유지한다. 그 대신 은평갑과 인접한 역촌동, 대조동, 불광1동 중 1개 동이 은평을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표류하고 있는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정 의장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직권상정 대상의 분리 대응 방침을 밝혀서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은 연말까지 합의가 안 되면 직권상정 수순을 밟겠지만 청와대가 공을 들이는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와 여야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선거구 획정만 직권상정하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하자 정 의장은 “저속하다”고 받아쳤다. 야당은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해선 정 의장과 함께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구 획정은 ‘빅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 선거 연령 하한선 인하가 물꼬 틀 수도 정 의장은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의석이 유지되더라도 지역구 경계 조정은 불가피하다. 농어촌 지역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구 여야 의원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본회의에서 관련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진다. 대안으로 검토되는 ‘플랜B’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여야가 대표 협상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안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정 의장과 여당은 “안 된다”고 손을 잡았다. 문제는 선거 연령 하한선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요구다. 야당은 “직권상정은 절대 안 된다”면서도 선거 연령 하한선 인하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여당은 만 18세에서 고교생은 제외하고 적용 시점도 내년 총선이 아닌 2017년 대선부터 도입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가 선거 연령 문제로 접점을 찾으면 선거구 획정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쟁점 법안 처리는 불투명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등은 정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연내 처리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당의 내홍이 계속되면서 법안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여서다. 청와대와 여당이 ‘입법 비상사태’라며 정 의장을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에게 쟁점 법안의 심사기간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대상 법안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법이다. 원내지도부가 결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정 의장을 직접 찾아갔지만 정 의장이 5분여 만에 의장실을 박차고 나오는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정 의장은 “지금 법 테두리에서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국회의장만 살고 국회가 죽으면 의장이 설 자리가 어디냐”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책임 있는 정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과의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문제 조항을 들어낸 뒤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수영 기자}

수도권은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접전지다. 지난 총선에서 쓴잔을 마셨던 중진급 정치인들이 재기를 노리고 있고, 숙명의 맞대결로 선거판이 벌써부터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상당수 출마자들은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15일 일찌감치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의석수는 현행 지역구 246석 중 112석.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질 경우 최대 122석까지 늘어날 수 있다. 수도권의 성적이 총선 승패의 가늠자인 셈이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빅매치 서울 종로는 새누리당의 공천 경쟁이 뜨겁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3선 출신의 박진 전 의원, 정인봉 당협위원장은 이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선을 벼르고 있다. 5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표를 다지고 있다. 강남권도 새누리당 공천 경쟁이 본선처럼 뜨겁다. 김회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초갑에서는 이혜훈 전 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쳤고,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도 곧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소 고문도 등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서초을에서 강석훈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남갑과 을은 선거구 재획정으로 분구가 이뤄지면서 갑, 을, 병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은 외교관 출신인 심윤조(갑), 김종훈 의원(을)이다. 강남갑에는 이종구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고, 18대 의원을 지낸 원희목 전 사회보장정보원장과 이은재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등이 출사표를 냈다. 숙명의 맞대결도 벌어진다. 서대문갑은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이 수성에 나선 가운데,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기도 한 두 사람의 역대 성적은 2승 2패다. 영등포을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3선 출신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현역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과 다시 붙는다. 마포갑에서는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치고 새정치연합 노웅래 의원과의 재대결을 벼르고 있고, 도봉을에서는 새누리당 김선동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에게 재도전한다.○ 경기도는 ‘권토중래’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이 버티는 경기 수원갑에 박종희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같은 당 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과 당내 경선이 예상된다. 부천 소사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차명진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 김상희 의원과 한판 붙을 예정이다. 2012년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에게 진 새누리당 김영선 전 의원도 고양 일산서에서 등록을 마쳤다. 4년 전 전국 최소 표(170표) 차로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패배한 새누리당 손범규 전 의원도 고양 덕양갑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재기를 노리는 전직 의원이 적지 않다. 18대 총선에선 승리했다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던 새정치연합 백원우 전 의원이 시흥갑에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남에서는 4년 전 패배했던 문학진 전 의원이 설욕전에 나선다.○ 스포트라이트 받는 인천 연수구 인천 총선의 하이라이트는 연수구다. 5선 의원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역구로 분구가 확실시되고 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연수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아직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아 일단 현행 황 장관의 지역구를 대상으로 등록한 것이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도 분구 예상 지역에서 뛰고 있어 ‘민의 전쟁’이 벌어질지 관심사다. 민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했고, 민 의원은 박 대통령과 불편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이다. ‘올드보이의 귀환’도 눈길을 끌고 있다. 4선 의원을 지낸 이윤성 전 국회 부의장은 남동갑에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눈앞이 깜깜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를 노리는 이현출 전 한국정당학회 회장(새누리당)은 14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선거구로 묶인 세 곳이 공중분해된다는데 어떻게 선거구가 갈라질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서울 중구를 노리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새누리당)은 홍보용 현수막 문구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중구’에서 ‘중구·성동구’로 했다가 결국 공란으로 갔다. 서울 성동갑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인 장백건 전 서울시설공단 감사는 성동을이 중구와 붙을지 아니면 성동갑과 붙을지 몰라 냉가슴을 앓고 있다. 15일 오전 9시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자화상이다. 내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만 정해졌을 뿐 내가 뛰어야 할 동이나 읍, 면이 내년 선거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길도 없는데 무조건 뛰어라”라고 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12월 31일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현재의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선거구가 무효가 되면 예비후보자가 운영 중인 기존의 선거 사무실을 폐쇄하고, 후원회도 해산해야 한다. 명함 배포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사무실을 어디에 둘지 몰라 일단 자택을 ‘베이스캠프’로 두는 웃지 못할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은 철저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원외 인사들과 정치 신인들은 불공정한 사례로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와 민원의 날 행사를 꼽았다. 재선 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박종희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은 “예비후보들은 등록 후에도 총가구의 10%밖에 홍보물을 돌릴 수 없는데 의정보고서는 형식이나 장수 제한도 없어 완전히 불공정 게임”이라며 “이런 법을 고치지 않고 무슨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했다. 여야는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비례성 강화 방안을 놓고 접점을 못 찾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어수선한 야당 상황은 여야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31일 이후부터는 입법 비상사태가 될 수 있고, 그때에는 의장이 액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연말이 지나야 직권상정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성호 sungho@donga.com·길진균 기자}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고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는 본회의 등 의사 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사진)은 이날 “15일 전까지 선거구획정을 결론 내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여야 지도부는 12일 선거구획정 담판을 하기로 했지만 결과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오히려 여야 지도부의 관심은 당내 현안에 더 쏠려 있다.○ 정 의장, “15일 이전에 선거구 결론 내야” 여야 지도부가 12일 만나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만나는 것이다. 담판이라고 하지만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야는 의원정수(현 300명)를 유지하되 지역구 7석을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인다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거제도 도입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야당은 최소한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지역+비례)의 과반을 보장해주는 중재안인 균형의석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럴 경우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어 과반 의석이 붕괴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선거구획정은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가 선뜻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정 의장은 1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단의 조치’에 대해 “의장 나름대로 생각하는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이날 오후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에 조속한 획정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국회에 보냈다.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15일)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야 서로 ‘네 탓 공방’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에 몰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법안은 인질도, 협상을 위한 흥정의 대상도, 전리품도 아니다”라며 “법안 처리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가 돼야 하는데 현재 야당은 법안의 알맹이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의 관심 법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야당이 지난주 국민 앞에서 내놓은 합의문을 휴지 조각처럼 구겨버리고, (야당의) 막무가내식 모르쇠 태도와 판 깨기 행태로 인해 끝내 시급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가세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쓰는 자만 생존하는 ‘적자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회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청와대를 겨냥해 “사회적 합의 없는 노동법 통과는 없다.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 통과도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일정을 제시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고개를 돌렸다.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9일 대규모 송년세미나를 개최하며 세(勢)를 과시했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국회에서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해 경제활성화 법안들과 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회를 가졌다. 세미나에는 포럼 간사인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김태환 서상기 유기준 김재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을 비롯해 40여 명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초 이날 모임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당내 공천 룰과 관련해 비박(비박근혜)계를 견제하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안에 대한 토론 위주로 진행됐다. 친박계는 세미나를 마친 뒤 오찬을 함께 하며 결속도 다졌다. 비박계와 치러야 할 본격적인 공천 룰 전쟁에 앞서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동개혁 5대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오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결선투표제 방식과 관련해 언급했다. 그는 “결선투표제는 상식적으로 (당내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하지 못한 후보가 있으면 1등과 2등을 다시 붙여 최종 후보자를 뽑는 것”이라며 “가장 자연스럽고 민주적으로 최고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선에서 5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더라도 차점자와 득표차이가 오차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는 결선투표 없이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비박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마치고 당으로 복귀한 유기준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의 ‘우천추천’ 지역이라든가 결선투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당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인재들이 들어오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가 “나를 밟고 하라”며 거부감을 보인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이어 “(김무성) 당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못한 것에 대해 별 말이 없는 점은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내년 4월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야는 아직 선거 룰도 못 정하고 있다. 선거 룰의 핵심인 선거구 획정 협상은 벽에 부딪힌 상태다. 이미 국회의 법정 처리 시한(11월 13일)을 어긴 국회가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말을 넘기면 현 선거구가 모두 무효화되며 정치 신인들의 예비후보 등록은 취소된다. 선거 현장의 대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여야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현역 의원의 ‘갑질’ 논란 협상에 임하는 여야 정치권에는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겉으로는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17, 18대 국회에서도 선거일 한 달여 전에 선거구를 획정한 전례가 있다. 선거 전에만 획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태도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국회 바깥에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고 처리 일정까지 제시한 국회는 결국 대국민 쇼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선거구 획정이 연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대혼란이 벌어지게 된다.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지만 정치 신인들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서 ‘깜깜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제시한 입법 시한(12월 31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선거구는 무효화된다. 예비후보 등록 후 선거사무소 설치나 홍보물 배포 등은 할 수가 없게 된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선거운동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 현역 의원의 ‘갑(甲)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야의 한심한 ‘네 탓’ 공방 여야 모두 현행 의석수(300석) 유지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 없는 선거제도를 자꾸만 들고나와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폐합이 우려되는 농어촌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 짓자는 얘기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무너뜨리는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만큼 최저 선을 보장하는 균형의석제도를 수용하라는 압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형님이라고 볼 수 있는 여당이 너무 당리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냐”며 ‘협상의 묘’를 주문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총선 룰은 양보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 공정성의 문제”라고 주장하자 “그 이야기는 당장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15일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야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그 다음엔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