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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앞바다에서 생명이 끊긴 지 한참 된 어린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안타까운 행동이 포착됐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11일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생태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죽은 새끼를 등에 업은 어미 돌고래를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고 26일 밝혔다. 수산과학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새끼 돌고래는 이미 숨진 지 오래돼 꼬리지느러미 등 일부를 제외하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다. 하지만 어미는 자기 몸에서 새끼가 떨어지면 다시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얹기를 반복했다. 김현우 수산과학원 박사는 “새끼의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어미는 2주 이상 이런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어미 돌고래가 새끼가 숨져도 포기하지 않는 건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행동이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선 2017년과 2018년에도 비슷한 모습이 발견된 적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어미의 애착을 무리의 개체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최근 제주도 연안에서 돌고래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진로를 방해하지 말고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조금만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투석 치료까지 받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판정을 받은 5세 아이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하고 있는 어머니 A 씨의 목소리가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A 씨 아이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유치원생이다. A 씨는 “유치원에서 사태를 축소하느라 허비한 시간 동안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에서 시작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26일 6명이 추가돼 49명으로 늘어났다. 전날까진 식중독 환자로 분류됐던 원아 1명이 갑작스레 햄버거병 증세를 보여 햄버거병 의심 환자도 15명으로 증가했다. 유치원 식중독 사태에 따른 입원 환자는 지금까지 모두 23명(원아 20명, 원아 가족 어린이 3명). 전날까지 투석을 받던 원아 5명 가운데 1명은 증세가 호전돼 투석 치료를 중단했다. 검사 대상자 295명 가운데 14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99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집단 식중독 피해가 커지면서 학부모들은 해당 유치원을 둘러싸고 ‘늑장 대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이 유치원엔 최소 14일 이전부터 이상 증세를 보인 원생이 있었다. A 씨 아이도 14일부터 복통이 발생했고 15일엔 증상이 악화돼 유치원에 상황을 알렸다. A 씨는 16일 결국 안산에 있는 한 응급실을 찾았고 이날 처음으로 보건소와 유치원으로부터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다른 원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A 씨는 “15일 다른 학부모가 유치원에 복통을 호소하는 원생이 또 있느냐고 물었을 때 원장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 사이 원생들 가족까지 감염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유치원은 16일 오후 처음으로 안산시교육지원청에 집단 식중독 사태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보건소에는 아예 알리지 않아 상록구 보건소는 이날 고려대 안산병원의 신고로 사태를 인지하게 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유치원이 직접 신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보건소가 사태를 인지했다는 것을 알고 16일 늦은 저녁에야 보호자들에게 “몇몇 원아가 장염 증상으로 진료를 받게 됐다”고 공지했다. 동아일보는 조치가 늦어졌던 이유를 묻기 위해 해당 유치원의 박모 원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유치원 측은 보호자들에게 “간식은 원래 보존하지 않아도 시 식품위생과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여름은 장염 등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같은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몇몇 보호자는 26일 안산의 한 카페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집단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환자 치료를 포함한 관련 조치들을 철저히 이행하라”며 “집단 급식소가 설치된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해 관계 부처는 전수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정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해당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정부는 학교 급식소 및 식재료 공급 업체를 찾아 지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안산=전채은 chan2@donga.com·김태성/박재명 기자}

‘삐라(대북전단)’가 또다시 남북관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16일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대외적인 명분은 알려진 대로 대북전단 살포였다. 곧이어 대남전단 1200만 장 살포까지 예고했고, 이에 맞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2일 대북전단 50만 장을 기습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총칼 없는 ‘삐라 전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1세기에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삐라는 전단이나 벽보를 뜻하는 영어 ‘빌(Bill)’이 일본어 ‘삐루’로 바뀐 게 어원이란 설이 일반적이다. 6·25전쟁 이후 70년간 삐라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 최근엔 드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의 기술을 도입해 살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즘은 ‘종이폭탄’이라 불리기도 한다. 적군의 마음을 동요케 해 전쟁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리적 타격을 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삐라의 사회학-남북 정치 경제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대북전단 전문가들은 6·25전쟁 시기부터 남북의 전단 살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전쟁 당시 유엔군이 뿌린 대북전단은 약 25억 장, 북한군이 뿌린 대남전단은 약 3억 장으로 추정된다. 이때가 양측이 삐라를 가장 많이 뿌렸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삐라는 큰 종이에 신문 형식으로 제작된 ‘뉴스 삐라’가 주를 이뤘다. 상대방이 승리를 기대했던 전선에서 나온 암울한 소식이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소식을 담는 게 통상적이었다. 당연히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려는 목적이 컸다. ‘안전보장증명서’라는 걸 뿌리기도 했다. “항복하면 살려주겠다”며 귀순자의 안전 보장을 증명하는 문서였다고 한다. 1960, 70년대는 서로의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대북전단에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나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 산업화의 성공을 드러내는 내용이 많이 실렸다. 가족들이 여유롭게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북한도 자신들이 잘사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제력이 나쁘지 않았던 북한은 체제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도 북한 주민이 살아가는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삐라를 남쪽으로 보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며 남북의 경제적 격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자 북한의 삐라는 정치적 이슈로 돌아섰다. 특히 남한 지도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앞세웠다. 선전보다 선동에 가까워졌다. ‘전두환 군사독재 치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서야 한다’ 등 전두환·노태우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해외 언론이 5·18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보도한 사진도 자주 곁들였다고 한다.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당시 남한도 체제 우위를 내세운 내용의 전단을 연평균 1억 장가량 지속적으로 살포했다. 또 동유럽 북한 유학생들의 탈북이 대거 이어졌는데, 남한의 탈북 유학생 사진을 전단에 적극 활용했다”며 “남북의 정치적 경제적 시대상이 삐라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삐라의 정치학-남북관계 삐걱댈 때마다 카드로 떠올라 남한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 중단에 합의한 뒤 2004년부터 국가 차원의 삐라 살포는 실질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탈북민단체와 종교단체 등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는 여전히 이어졌다. 주로 북한의 세습 체제를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과 여자관계, 사치스러운 생활 등을 비판하는 내용도 많았다. 남북이 갈등을 빚을 때마다 삐라는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대남 도발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일시적으로 대북전단 40만 부를 살포했다. 2014년에는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남북 간 총격전이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발생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이 담긴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쏜 것이다. 남한도 북한군 초소 일대에 기관총 사격을 가하는 등 양측의 총격전이 이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국방부는 또다시 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삐라 전쟁’은 잠잠해진 것처럼 보였다. 남북이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서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다시금 삐라 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요즘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해 삐라의 전달 형태와 살포 방식도 진화해왔다. 탈북민 민간단체는 비닐 재질로 제작한 전단을 대형 풍선에 띄워 보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풍선 안에는 전단 외에도 휴대용저장장치(USB)와 SD카드 등을 함께 담아 보낸다. 여기엔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국의 경제 발전상, 한국 가수들의 공연 등도 담겨 있다고 한다. 대북풍선단 이민복 대표는 “USB에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다큐멘터리를 꼭 넣는다. 북한 주민의 가치관을 흔들 수 있는 사실 전달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했다.○ 삐라의 과학―진짜 150km도 날아갈 수 있을까그런데 대북전단은 정말로 약 150km를 날아가 평양 시민들에게 당도할 수 있을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실제로 “올해 4월 드론을 사용해 대북전단 1만 부를 평양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가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응했다. 이동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전단 1만 장이 실리는 무게를 지탱하려면 흔히 접하는 프로펠러가 4개 달린 드론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평양까지 드론을 조종하는 건 몇몇 드론 전문가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한다. 방법이 없진 않다. 기체 길이 3m가 넘는 비행기 형태의 대형 드론(픽스드 윙)을 쓰고 자율비행의 조종이 가능한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면 해볼 만하다. 이 교수는 “대당 비용이 최소 5000만 원 정도 들 것”이라고 했다. GPS를 이용해 전단을 매단 애드벌룬의 위치를 추적하는 건 가능할까. GPS장치 업체 ‘케이엔시택’의 박상호 부장은 “만약 스마트폰 통신기를 풍선에 집어넣었다면 불가능하다. 기지국 범위를 벗어나면 수신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역시 방법이 없진 않다. 상당히 고가인 ‘위성 통신모듈’ 제품을 사용했다면 평양처럼 먼 거리라도 GPS 추적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개당 적어도 300달러(약 36만 원)로 알려져 있다. 기술이 뒷받침되더라도 제일 중요한 건 기상 조건이다. GPS 기술을 활용해도 바람과 기압 패턴 등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평양까지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애드벌룬을 하늘에 띄워도 실제로 북한에 가는 건 일부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상전문가는 “대기 상층부는 바람이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어 삐라는 일본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며 “기상 환경이 수시로 바뀌어 정확하게 예측해 북한으로 삐라를 보내려면 매우 고차원적인 시기 예측이 필수”라고 전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구특교 기자}

“우리는 재미있는 생각만 가지고 항상 신나고 싶습니다.” 26일 찾은 경기 안산 상록구에 있는 한 유치원 앞마당에는 원아들이 적은 글귀들이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 이 유치원에선 최근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 증상을 포함한 집단 식중독(장출혈성 대장균)이 발생했다. 평상시라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원아 167명 규모의 유치원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현관에는 안산시에서 19일 발부한 일시폐쇄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해당 유치원에서 시작된 집단 식중독의 유증상자는 26일에도 6명이 추가돼 지금까지 49명으로 늘어났다. 전날까진 식중독 환자로 분류됐던 원아 1명이 갑작스레 햄버거병 증세를 보여 햄버거병 의심 환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이로써 A유치원 식중독 사태에 따른 입원 환자는 모두 23명(원아 20명, 원아 가족 어린이 3명). 전날까지 투석을 받던 원아 5명 가운데 1명은 증세가 호전돼 투석 치료를 중단했다. 원아와 교직원, 식재료 납품업체 직원 등 295명을 대상으로 식중독 검사를 벌이고 있는 안산시는 “14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99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상록구의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전날 원아 8명과 교사 1명에게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으나 추가 증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집단 식중독의 피해가 커지면서 해당 유치원을 둘러싼 ‘늑장대응’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심 증상을 발견한 보호자들이 등원 중지 등의 대처를 요구했지만, 유치원이 차일피일 미루며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구 관계자는 “보건소에 최초로 집단 식중독을 신고한 것도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유치원이 아닌 병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로 인해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아이의 큰아버지’라는 한 누리꾼은 2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카가 배출했다는 혈뇨와 배꼽 옆에 관을 꽂고 투석 중인 조카의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이 누리꾼은 “부모가 아이에게 증상이 발현되자마자 유치원에 알리고 모든 원아의 등원 중지를 요청했는데 유치원은 수일 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역학조사에 꼭 필요한데다가 교육시설이라면 일정 기간 보관 의무가 있는 식재료를 폐기한 데 대해 5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상록구 보건소에 따르면 보건소는 16일 안산고대병원이 “한 유치원에서 여러 명의 원아가 같은 증상으로 입원했다”고 신고한 뒤 해당 유치원의 집단 식중독 사태를 알게 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유치원이 직접 신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은 보건소가 사태를 인지했다는 것을 안 뒤에야 16일 오후 보호자들에게 “몇몇 원아들이 장염 증상으로 진료를 받게 됐다”고 공지했다. 동아일보는 적절한 조치가 해당 유치원의 박모 원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산=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안산=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일단은 지원금 받으러 왔어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센터.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창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모 씨(59)는 대뜸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입식품 도매점을 운영하는 오 씨는 3개월째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월 매출은 지난해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 씨는 “한 달 매출에서 건물 임차료와 세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며 “일단 급한 불이라도 끄려고 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A 씨 뒤로는 30여 명이 대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날 서울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3곳은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부는 2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고용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프리랜서와 무급휴직자 등에게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지원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북부고용센터에는 이날 하루만 500여 명이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문의하러 방문했다. 한 센터 직원은 “평소보다 5배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 것 같다”며 “상담원들이 계속 문의전화에 응대하느라 (통화가 어려워) 시민들이 직접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정부는 신청자들이 센터에 몰리는 걸 방지하려고 출생연도에 따라 ‘5부제’로 지원금을 신청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센터에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대리운전기사 최모 씨(49)는 “요새는 밤 12시 이후엔 일감이 거의 없다”며 “택배 주문량은 늘어나고 있으니 나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배 업체로 이직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공예품 가게를 하는 이모 씨(34)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했는데, 코로나19로 관광객이 확 줄어 매출이 거의 없다”며 “계속 빚만 불어나고 있어 가게를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 지하상가에서 의류를 파는 임모 씨(39·여)도 “손님들이 온라인으로 의류를 사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며 “일단 지원금 150만 원을 받아 밀린 월세부터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 신청자들이 “신청 대상자인 ‘특수고용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뒤 소란을 피우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선 이날 오후 3시경 상담 창구에 앉아있던 주차관리원 최모 씨(49)가 “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느냐”고 큰 소리로 항의했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한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열흘 동안 일하면서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일했던 특수고용근로자와 프리랜서 등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는 신청 서류 작성법을 몰라 헤매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이 센터의 한 직원은 “여러 사업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배달 기사들은 자신이 일하는 업장마다 소득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와야 한다”며 “이런 사람들은 지원금 신청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김태언·고도예 기자}

“TNT 등 군용 폭약을 대량으로 설치한 것 같다.” 북한이 16일 오후 2시 50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영상이 공개되자 군 폭파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폭파 영상에 따르면 4층짜리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 3초 만에 엄청난 연기 속에 폭삭 무너지고 인근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또한 외벽이 무너지며 7초 만에 반파됐다. 북한이 군대를 배치하기 위해 개성공단 완전 철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 北 예고했던 연락사무소 외 지원센터도 파괴청와대가 공개한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보면 최초 폭파가 시작된 지 3초 만에 사무소가 대규모 연기 속에 휩싸이면서 무너져 내린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사무소와 약 100m 떨어진 종합지원센터도 외벽이 흘러내리고 유리창이 깨지며 반파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종합지원센터도 파괴된 것. 종합지원센터는 개성공단 내 최고층 건물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은행, 편의점 등이 들어서 있었지만 공단 폐쇄 이후 비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량의 폭약을 연락사무소 건물의 최소 4곳 이상에 설치해 ‘완전 파괴’를 노렸다고 보고 있다. 강력한 폭발 장면 연출을 통해 강도 높은 대남, 대미 압박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건물 발파 해체 전문업체인 비앤티데몰리션 박근순 사장은 “폭파 영상을 보면 TNT 100kg 안팎의 폭약을 연락사무소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산업용 폭약보다 강도가 센 군용 폭약을 사용해 인근 개성공단 내 건물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종합지원센터에도 폭약을 설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영상을 살펴보면 지원센터 건물 곳곳에서도 번쩍거림과 연기 등이 보여 지원센터에도 TNT나 C4 같은 폭발물을 설치한 것 같다”며 “다만 중간에 설치한 폭약이 모두 터지지 않아 완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중앙TV는 폭파 2시간여 뒤인 오후 5시 6분경 “요란한 폭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며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한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4일 담화에서 이미 공단 완전 철거를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공단 내 시설 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접경지역 주민들 “대포 소리 1, 2분 간격으로 세 차례 들려”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날 오후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 주민들은 폭발 소리를 듣거나 연기를 목격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개성공단에서 20km 떨어진 김포시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김포시 매화미르마을 캠핑장 소유자 김중환 씨(62)는 “대포를 쏘는 것 같은 소리가 1, 2분 간격으로 세 차례 들렸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개성공단에서 10km 거리에 있는 파주 통일촌마을의 청년회장 박경호 씨(49)는 “폭발 소식을 언론을 통해 확인한 뒤 집 밖으로 나갔는데 산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접경지역엔 긴장감이 흘렀다. 비무장지대(DMZ) 내에 위치한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외부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DMZ 내에 위치한 파주시 관광사업소 직원들은 임진각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폭파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주민들에게 ‘마을 안으로 들어와 TV를 주시하라’고 안내방송을 했다”며 “주민들이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규진 / 파주=김태성}
검찰이 해외에서 수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51)를 약식 기소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재승)는 양 전 프로듀서에 대해 도박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약식명령 청구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공판 절차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 몰수 등의 처분을 내려 달라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양 전 프로듀서에 대해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도박 혐의로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도박 기간과 횟수, 그동안의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상습도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 전 프로듀서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다른 일행 5명과 함께 7차례에 걸쳐 총 33만5460달러(약 4억355만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프로듀서가 미국에서 달러를 빌려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고 이를 한국에서 원화로 갚는 이른바 ‘환치기’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 거주하던 길원옥 할머니(93)가 11일 쉼터를 떠났다. 양아들인 황선희 목사가 길 할머니를 직접 돌보기로 결정해 이 쉼터에는 더 이상 머무는 할머니가 없다. 길 할머니는 이날 오전 황 목사와 함께 쉼터를 떠났다. 황 목사는 길 할머니가 갓난아기 때 직접 입양해 키웠다고 한다. 황 목사는 쉼터 소장인 A 씨가 6일 세상을 떠난 뒤 인천 자택에서 어머니를 부양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1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황 목사가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셔서 직접 모셔야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해 1월 함께 생활하던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뒤 쉼터에 거주하는 마지막 위안부 피해자였다.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A 소장의 외장 하드디스크 등 유류품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김태성 kts5710@donga.com·박종민 기자}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군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상업광고를 촬영했던 JTBC 제작진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로 JTBC 다큐멘터리 ‘DMZ’의 제작총괄을 맡은 A 씨를 서울서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JTBC는 지난해 3월 국방부에 다큐멘터리 ‘DMZ’ 제작 협조 공문을 보내 비무장지대 촬영 허가를 받았다. 공문에는 “DMZ의 자연환경을 다큐멘터리로 찍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공문과 달리 DMZ에서 기아자동차의 광고 영상을 촬영했다. 국방부는 이를 파악한 뒤 촬영을 중단시켰고, 제작진에게서 “관련 영상을 광고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았다. 한데 JTBC는 촬영 영상을 광고로 만들어 지난해 8월경 몇몇 극장에서 상영까지 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도 참회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987년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을 찾아 이 열사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찰청장이 이 열사 유족을 만나 사과한 건 처음이다. 9일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이 열사를 기리는 제3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복 차림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민 청장은 식이 열리기 전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80)에게 다가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시니 그 마음을 깊이 새기고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앞서 추모식을 주관하는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직접 연락해 “추모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날 민 청장은 일행 없이 홀로 추모식을 찾았다. 추모식이 끝난 뒤 민 청장은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의 행사로 비극이 초래된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한다”며 “유가족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씨는 민 청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식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 청장에게)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속에서 천불이 난다. 잘못해놓고 사과로 끝내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33년 전 오늘을 어떻게 잊겠느냐”고도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하던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전두환 군사정권 항거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열사가 쓰러진 다음 날 전국으로 시위가 번지며 ‘6월 민주항쟁’이 시작됐다. 이 열사는 같은 해 7월 5일 2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조건희 기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8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의 중국동포교회 앞. 임시로 차려진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서 있던 한 중국동포는 초조해 보였다. 이 교회 교인인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 뒤로도 50여 명이 늘어섰다. 줄은 교회 밖 30m 너머까지 이어졌다. 이날 교회 주변은 코로나19로 발칵 뒤집어졌다. 이 교회의 중국동포 체류시설(쉼터)에 머물던 A 씨(64)가 집단 감염이 발생한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온 뒤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 날 8일엔 같은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교회는 33명이 함께 먹고 자는 데다 150여 명이 예배에 참석해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크다.○ “중국동포 33명, 침실·식당 같이 쓰며 공동생활”방역당국에 따르면 중국동포 33명은 건물 4층에 있는 쉼터에서 함께 거주해왔다. 4층에는 30평 남짓한 방 두 개가 있는데, 남녀 거주자들이 한 방씩 이용했다. 이들은 주로 건물 1층에 있는 단체급식소에서 함께 식사를 했으며, 엘리베이터 1대로 건물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6층 규모인 교회 건물은 1층 급식소와 4층 쉼터를 비롯해 3층엔 쉼터를 운영하는 단체 사무실이 있다. 5층에는 교회 예배당이 있으며 2층과 6층은 비어 있다. 구 관계자는 “거주자는 대부분 60, 70대로 외부 활동이 없을 땐 거의 쉼터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7일 확진된 A 씨가 또 다른 쉼터 거주자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리치웨이’를 찾아가 상품 판매와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는 8일 기준 60명이 넘는다. 당국은 이달 3일 A 씨의 방문을 확인하고 자가 격리를 안내했다. 쉼터 관계자는 “거주자들에게 ‘방문판매업체 같은 데 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래서인지 A 씨가 쉼터 측에 격리 대상임을 알리길 주저한 듯하다”고 했다. A 씨는 당국이 쉼터에 직접 통보한 5일에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함께 예배한 중국동포 150여 명도 추적”7, 8일 확진된 중국동포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7일 같은 건물 예배당에서 함께 예배를 봤다. 방역당국은 “이들을 포함한 교인 150여 명이 2∼3시간 가까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예배당은 279m²(약 80평) 크기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했고 예배당에서 서로 약 2m씩 거리를 두고 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로구 관계자는 “두 차례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의 명단이 거의 겹친다”며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배에 참석한 모든 교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확진자 9명을 제외한 쉼터 거주자 24명과 목사 및 운영진 등 3명은 8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당국은 A 씨가 확진된 뒤 나머지 35명 전원을 진단 검사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중국동포교회 반경 1.5km 안에는 초중고교 11곳이 있다. 교회 건물은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직선거리로 1km,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선 1.5km 떨어져 있다.김태성 kts5710@donga.com·고도예·김소영 기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8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의 중국동포교회 앞. 임시로 차려진 선별진료소에 줄을 서있던 한 중국동포는 무척 초조해보였다. 이 교회 교인인 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 뒤로도 50여 명이 늘어섰고, 줄은 교회 밖 30m 너머까지 이어졌다. 이날 교회 주변은 코로나19로 발칵 뒤집어졌다. 이 교회의 중국동포 체류시설(쉼터)에 머물던 A 씨(64)가 집단감염이 발생한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온 뒤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 8일엔 같은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교회는 33명이 함께 먹고 자는데다, 150여 명이 예배에 참석해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크다.● “중국동포 33명, 침실·식당 같이 쓰며 공동생활”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국동포 33명은 건물 4층에 있는 쉼터에서 함께 거주해왔다. 4층에는 30평 남짓한 방 두 개가 있는데, 남녀 거주자들이 각각 하나씩 이용했다. 이들은 주로 건물 1층에 있는 단체급식소에서 함께 식사를 했으며, 엘리베이터 1대로 건물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6층 규모인 교회 건물은 1층 급식소와 4층 쉼터를 비롯해 3층엔 쉼터를 운영하는 단체 사무실이 있다. 5층에는 교회 예배당이 있으며 2층과 5층은 비어있다. 구 관계자는 “거주자는 대부분 6~70대로 외부활동이 없을 땐 거의 쉼터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던 B 씨는 “한국에 있는 중국동포 가운데 주로 직장이 없거나 ”이 아파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무료로 지낼 수 있게 해줘왔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7일 확진된 A 씨가 또 다른 쉼터 거주자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리치웨이’를 찾아가 상품 판매와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는 8일 기준 60명이 넘는다. 당국은 이달 3일 ”A 씨의 방문을 확인하고 자가 격리를 안내했다“며 ”하지만 A 씨는 사실상 쉼터의 거의 모든 거주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함께 예배한 중국동포 150여 명도 추적“ 7, 8일 확진된 중국동포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7일 같은 건물에서 예배당에서 함께 예배를 했다. 방역당국은 ”이들을 포함한 교인 150여 명이 2~3시간 가까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예배당은 279㎡(약 80평) 크기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했고 예배당에서 서로 약 2m씩 거리를 두고 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로구 관계자는 ”두 차례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의 명단이 거의 겹친다“며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배에 참석한 교인 모두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확진자 9명을 제외한 쉼터 거주자 24명과 목사 및 운영진 등 3명은 8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당국은 A 씨가 확진된 뒤 나머지 35명 전원을 진단 검사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확진자와 예배를 함께 본 교인 일부도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중국동포교회 반경 1.5㎞ 안에는 초중고교 11곳이 있다. 교회 건물은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직선거리로 1㎞,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선 1.5㎞ 떨어져 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부실 회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 안성시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의 집’과 그 쉼터를 매각한 시공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5일 오전 경기 안성 쉼터와 시공업체 K사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서류를 등을 확보했다. K사는 2013년 쉼터 건물을 지은 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에 매각했다. 검찰은 안성 쉼터 부지를 매입한 뒤 정대협에 매각한 K사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 쉼터는 검찰이 정의연의 관계자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 측 변호인은 “아무런 자료가 없는 곳이라 현장에 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출입구 비밀번호만 알려줬다”고 했다. 이 쉼터는 2013년 정대협이 7억5000만 원에 매입해 올해 4월 4억2000만 원에 팔았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시세보다 비싼 값에 건물을 사들여 헐값에 팔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다. 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의 소개를 받아 이 쉼터 건물을 샀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21일에는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도 압수수색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마스크를 쓰고 있어 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어요.”2일 오후 경기 부천에 있는 유베이스타워 콜센터 5층. 상담원 A 씨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안내하며 전화를 받았다. 같은 사무실엔 직원 200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상담원들이 앉은 책상은 여느 콜센터와 풍경이 달랐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나뉜 책상 위로 약 30cm 길이의 투명한 아크릴판이 덧대어졌다. 비말(침방울)이 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최근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부천 유베이스타워 콜센터에서도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원 등 직원 1989명이 진단 검사를 받은 결과 2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관련 확진자가 166명 발생했던 서울 구로 콜센터와 달리, 이 콜센터는 ‘4가지 방역 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추가 감염이 없었던 것으로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닭장 구조’ 바꾸고 층별 이동도 제한 부천 콜센터는 3월 말 사무실 구조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상담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콜센터의 ‘닭장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콜센터 관계자는 “가능한 한 상담원들이 한 칸씩 띄워 앉도록 했다”며 “침이 튀지 않게 기존 책상 칸막이에 아크릴판을 덧대 칸막이를 높였다”고 했다. 이 콜센터는 직원들이 자기 사무실이 아닌 층엔 갈 수 없도록 제한했다. 건물 곳곳마다 ‘근무 층 이외 다른 층에 출입하면 인사 조치 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원들이 목에 건 사원증엔 자신이 몇 층에서 근무하는지도 표시돼 있었다. 직원들은 사무실 층별로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콜센터 측은 다른 층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등에서 밀접 접촉하는 걸 막으려고 내부 지침을 내렸다. 이날도 점심 식사 뒤 회사로 복귀하던 직원 10여 명은 건물 1층에서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2, 3층 근무자는 계단을 이용했다. 4∼7층 근무자는 저층용 엘리베이터, 8∼11층 직원들은 고층용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섰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타 층 직원 탑승 금지. 적발되면 엄중 처벌’이란 안내문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러 직원이 함께 이용하던 구내식당과 회의실 등은 모두 폐쇄됐다. 콜센터에서 근무한 지 1개월가량 됐다는 B 씨(37)는 “회사에서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하라고 권유했다”며 “불편하고 심심하기도 하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 방침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확진 직원도 이상 증세 느끼자 즉각 신고 지난달 26일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상담원이 방역수칙을 잘 지킨 것도 집단 감염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직원은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지난달 23, 24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25일 콜센터로 출근한 상담원은 근무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고 동료들과 1m 이상 거리를 뒀다. 7층에서 근무하던 이 상담원은 회사 지침에 따라 저층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했다. 출근 당일 오후 이 상담원은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팠다고 한다. 이때도 상담원은 즉시 회사에 통보한 뒤 집으로 돌아가 신속하게 진단 검사를 받았다. 다른 직원들 역시 방역수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2일 둘러본 콜센터 건물 안팎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을 찾을 수 없었다. 직원들은 인터뷰 때도 1m 이상 떨어져 거리를 유지했다. 직원 C 씨(41)는 “상담원이 마스크를 쓰면 아무래도 소리가 뭉개져 고객들이 불편해하긴 한다”며 “초기엔 상담원들이 마스크 착용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고 했다.부천=김태성 kts5710@donga.com / 고도예 기자}
경희대에 재직하는 한 교수가 같은 대학원생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희대 대학원의 교수 A 씨는 지난해 11월 초 재학생 2명과 술을 마신 뒤 만취한 B 씨를 인근 숙박업소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교수는 함께 술을 마셨던 다른 학생에게 “B 씨는 내가 집으로 보낼 테니 먼저 들어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같은 달 A 교수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지난해 학교 측에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가 이뤄진 뒤에도 계속해서 강의를 맡아왔다. B 씨는 이 때문에 최근까지 2차 피해를 우려하며 학교를 관둘지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B 씨는 지난달 29일 이러한 사실을 경희대 성평등상담실에 신고했다. 경희대 측은 “성평등상담실에서 신고를 접수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A 교수를 강의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 교수는 “B 씨가 자신의 추측만 가지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마스크를 쓰고 있어 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어요.” 2일 오후 경기 부천에 있는 유베이스타워 콜센터 5층. 상담원 A 씨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안내하며 전화를 받았다. 같은 사무실엔 직원 200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상담원들이 앉은 책상은 여느 콜센터와 풍경이 달랐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나뉜 책상 위로 30㎝쯤 더 위로 투명한 아크릴판이 덧대어졌다. 비말(침방울)이 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최근 쿠팡부천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부천 유베이스타워 콜센터도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원 등 직원 1989명에게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2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관련 확진자가 166명이나 나왔던 구로 콜센터와 달리, 이 콜센터는 ‘4가지 방역 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인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닭장 구조’ 바꾸고 층별 이동도 제한 부천 콜센터는 먼저 3월 말부터 사무실 구조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 구로구의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상담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콜센터의 ‘닭장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콜센터 관계자는 “가능한 한 상담원들이 한 칸씩 띄워 앉도록 했다”며 “침이 튀지 않게 기존 책상 칸막이에 아크릴판을 덧대 칸막이를 높였다”고 했다. 둘째로 직원들이 자기 사무실이 아닌 층엔 갈 수 없도록 제한했다. 건물 곳곳마다 ‘근무 층 이외 다른 층에 출입하면 인사 조치 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직원들은 목에 건 사원증에 자신이 몇 층에서 근무하는지도 표시돼있다. 셋째, 사무실 층별로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콜센터 측은 다른 층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등에서 밀접 접촉하는 걸 막으려 내부 지침을 내렸다. 이날도 점심식사 뒤 회사로 복귀하던 직원 10여 명은 건물 1층에서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2, 3층 근무자는 계단을 이용했다. 4~7층 근무자는 저층용 엘리베이터로, 8~11층 직원들은 고층용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섰다. 엘리베이터에도 ‘타 층 직원 탑승 금지. 적발되면 엄중 처벌’이란 안내문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여러 직원이 함께 이용하던 구내식당과 회의실 등은 모두 폐쇄했다. 콜센터에서 근무한 지 1개월가량 됐다는 B 씨(37)는 “회사에서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하라고 권유했다”며 “불편하고 심심하기도 하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 방침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 확진 직원도 이상 증세 느끼자 즉각 신고 지난달 26일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상담원이 방역수칙을 잘 지킨 것도 집단감염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직원은 쿠팡부천물류센터에서 지난달 23, 24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25일 콜센터로 출근한 상담원은 근무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고 동료들과 1m 이상 거리를 뒀다. 7층에서 근무해 회사 지침에 따라 저층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했다. 출근 당일 오후 이 상담원은 갑자기 기침이 나고 목이 아픈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때도 즉시 회사에 통보한 뒤 집으로 돌아가 신속하게 진단 검사를 받았다. 다른 직원들 역시 방역수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2일 둘러본 콜센터 건물 안팎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을 찾을 수 없었다. 직원들은 인터뷰 때도 1m 이상 떨어져 거리를 유지했다. 직원 C 씨(41)는 “상담원이 마스크를 쓰면 아무래도 소리가 뭉개져 고객들이 불편해 하긴 한다”며 “초기엔 상담원들이 마스크 착용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부천=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1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해체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이날 인천 강화군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윤미향은 수십 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닌 권력 단체로 살찌웠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이어 “지난 30년간 위안부 문제를 악용한 윤미향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의연을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대협이 피해 할머니들의 삶에는 무관심한 점도 지적됐다. 양 회장은 “죽으면 망향의 동산에 묻어 달라는 고 강순애 할머니의 유언을 정대협이 무시했다. 강 할머니는 결국 납골당에 안치됐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전에 정대협과 윤미향을 무서워했다. 정부가 더는 이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보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양엽 할머니의 자녀도 참석했다. 김 할머니의 딸은 “아무 보상도 없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다”며 “지원금을 받아야 할 사람은 10원도 못 받고 있는데 윤 의원은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족회는 1973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직접 만든 단체로, 한때 50여 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유족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유족회는 2014년 일본 아베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주장을 내놓자, 1993년 당시 일본 정부 대표단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증언을 듣는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인천=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1일 정의기역연대(정의연) 해체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이날 인천시 강화군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대협(정의연의 전신)과 윤미향은 수십 년 동안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닌 권력 단체로 살찌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이어 “지난 30년간 위안부 문제를 악용한 윤미향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의연을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대협이 피해 할머니들의 삶에는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죽으면 망향의 동산에 묻어달라는 고 강순애 할머니의 유언을 정대협이 무시했다. 강 할머니는 결국 납골당에 안치됐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전에 정대협과 윤미향을 무서워했다. 정부가 더는 이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보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양엽 할머니의 자녀도 참석했다. 김 할머니의 딸은 “윤 의원에게 너무 화가 나서 광주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양 회장이 강순애 할머니가 납골당에 안치됐다고 말하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아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난다”고 했다. 유족회는 1973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직접 만든 단체다.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일본 아사히신문의 기자는 양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라임자산운용(라임)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던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지난해 7월 청와대 고위 관계자 A 씨를 청와대에서 만나 라임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차량 부품 제조사 스타모빌리티의 이모 대표(58)는 지난해 7월 28일 오후 2시 20분경 청와대 연풍문에서 신원 확인을 거쳐 A 씨의 집무실로 이동해 A 씨를 약 30분 동안 만났다. 이 대표가 이틀 전 A 씨에게 “차 한잔 가능하시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A 씨가 “일요일에 사무실에서 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면담 도중 A 씨에게 “라임으로부터 전환사채 투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겨서 어려워졌다”면서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그러는데 도움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6월 라임으로부터 4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스타모빌리티는 같은 해 7월 23일 전환사채 대금 200억여 원을 라임에서 추가로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라임의 펀드 수익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금융감독원이 같은 해 6월부터 사전조사에 나서면서 투자를 받지 못했다. 면담 뒤 이 대표는 A 씨가 건넨 구글 개인 이메일 주소로 라임 측 입장이 담긴 참고자료 4건을 첨부파일과 함께 이메일로 전달했다. A 씨는 그 다음 날 이 대표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내 소관이 아니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A 씨와 함께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지난달 14일 이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내용 등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서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의 부탁을 받은 뒤 A 씨에게 2년 만에 처음 연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B 의원을 1시간 가까이 비공개 면담했다. 당시 B 의원은 금감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이 전 부사장은 B 의원에게 “경쟁사들이 라임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와 B 의원을 만나기 전인 지난해 7월 17∼22일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를 통해 현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돈의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라임 사태를 막아 달라거나 보호해 달라며 돈을 준 적이 전혀 없다. 김 전 회장 측에서 받은 3000만 원은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만난 적은 있고, 라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길래 ‘금융 관련 기구에 자진 조사를 신청하라’고 했고,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A 씨는 또 “그날 본 뒤로 이 대표와 어떠한 만남도, 어떠한 연락도 한 적 없다. 금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불쾌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B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도예 yea@donga.com·김태성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25일 오후 2시 40분경 대구의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예정보다 40분 늦은 시간이었다. 단상에 오를 땐 운전사 등의 부축을 받았다. 하지만 1시간 내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기억이 부정확하다’는 일각의 추측과 달리 27년 전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땐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고,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아내고 숨을 골랐다. ○ “‘위대한’ 윤미향, 검찰이 다 밝힐 것” 이 할머니는 입을 열자마자 “처음(7일) 기자회견 땐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후로) 너무도 많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라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을 겨냥했다. 그는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30년 동안 (곰처럼) 재주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돈은 다른 사람(윤 당선자 등)이 받아먹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경기 안성시의 피해자 쉼터를 고가에 매입하고 윤 당선자의 아버지를 쉼터 관리자로 앉혀 임금을 지급한 의혹을 콕 찍어 지적했다. 그는 “안성에도 보니까 쉼터를 화려하게 지어놨습니다. (쉼터에) 그 위대한 윤미향 대표의 아버님이 사셨다 하대요. 검찰청에서 다 밝힐 겁니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할머니는 “아직까지 그 사람은 당당하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회견 중엔 “속 시원히 말 못 하지만 엄청나게 이용당한 것도 많다”, “수십만 가지 말씀을 다 못 드린다”라며 의혹이 더 있다는 걸 시사했다. ○ “피해자 소외시키고 가짜 눈물”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운동 방식이 피해 당사자를 소외시켰다고 기자회견 중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는 “1992년 6월 25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할 당시 윤 당선자는 정대협 간사였다”고 회상하며 “(나흘 후인) 29일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정대협이) 교회에서 모금을 하고 있더라. 정작 나는 왜 모금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위안부 책이 발간됐을 때도 책을 내는 줄도 몰랐고, (나를) 박물관(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대표로 앉혔지만 대표 대우도 안 했다”고 했다. 또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지칭할 때 ‘성 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점에 대해서도 “제가 왜 성 노예냐. 그 더러운 단어를 왜 쓰냐고 하니까 ‘미국 사람 겁내라는 의도’라고 답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의연에 협조적인 일부 할머니만 도왔다고도 했다. 그는 “어느 날 미국에 가기로 하고 윤 당선자가 600만 원인가 모금했는데 저에게 전화를 해와 할머니는 정대협 사람이 아니라고 (하며) 못 오도록 해요. 이 사람은 자기 맘대로 30년을 같이 (해온 사람을) 팽개칩니다”라고 했다. 정의연이 고 김복동 할머니(1926∼2019) 등 건강이 악화된 피해 할머니를 관련 행사에 참석하게 한 점에 대해서도 아픈 심경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한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으로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키고 이용해먹었다. 그래놓고 뻔뻔히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가짜 눈물”이라고 말했다. ○ “국민 여러분도 피해자…함께 해결해 달라” 이 할머니는 준비해온 A4용지 9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며 “전부 읽기는 힘드니 촬영해 달라”고 말했다. 이 회견문엔 △피해자 명예 회복 방안 △한일 국민 간 교류 △청소년 대상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구 설립 △투명한 단체 운영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당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저만 피해자가 아니라 여러분도 다 피해자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피해가) 대대로 내려간다”라며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도 (일본 측이)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 서로서로 가르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30년 운동을 함께 해왔던 피해자의 회견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대구=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