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12시간 30분 가량의 조사를 마치고 오후 10시 53분경 검찰 청사를 나왔다. 이 대표는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었다.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한다는 느낌”이란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기자들이 재차 질문하자 “막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선 “오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할 때는 준비해 온 원고를 2분 40초가량 읽었다. 입장문 낭독 전 취재진이 마이크를 가슴 높이에 대며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자 한 기자 얼굴을 바라보며 “왜 떨어요?”라고도 했다. 기자가 “추워서”라고 답하자 이 대표는 웃으면서 “추워서”라고 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며 “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읽은 A4 한 장 분량의 입장문 곳곳에는 펜으로 줄을 긋고 문장을 수정하는 등 직전까지 고친 흔적으로 가득했다. 이 대표는 ‘오늘을 기억해 달라’를 ‘오늘 이 현장을 기억해달라’로, ‘검찰 독재권력’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으로 고쳤다. 이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은 지난 10일 성남지청 출석 당시 A4용지 8장 분량의 입장문을 11분 가량 읽은 것과 비교하면 분량은 줄었지만 수위는 더 높았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란 표현은 두 차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선 이 대표 지지자들의 집회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양측은 출석 2시간 전인 오전 8시 반부터 서울중앙지검 앞 왕복 9차선 도로를 각각 2차선씩 차지하고 집회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19분경 이 대표가 집회 장소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울먹이며 “이 대표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반대 편에선 “이재명 구속하라”는 고함이 이어졌다. 이날 경찰 추산으로 이 대표 지지자 집회에는 1500여 명, 보수단체 집회에는 200여 명 참석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조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신경전을 벌였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구민기기자 koo@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2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사가 약 12시간 30분 만에 끝났다.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53분경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본관 밖으로 나와 “진실이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을 했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며 “굳이 추가 소환을 하기 위해 시간 끌고 제시한 자료 또 제시하고 질문을 지연하는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 권력 사유화하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밝혔다.그는 “윤석열 검사 정권의 검찰답게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었단 느낌이었다. 굳건하게 싸워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그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 측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와 민간사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개발 정보를 넘기는 데에 관여했다는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검찰은 2015년 민간업자들로부터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이 빠지고 대장동 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주는 식으로 사업 공모지침서가 구성된 경위에 대해 이 대표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개발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이 7%에 불과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개발업자들이 총 7886억 원의 이익을 챙긴 반면 50% 지분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22억 원만을 챙겨 이 대표가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이 대표는 이날 미리 준비한 33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의 질문에는 진술서 외의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표는 진술서에 "민간투자자가 2561억 원으로 1공단을 공원화해 공익 환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장동 사업자에게 920억 원 상당의 터널공사, 배수지, 진입도로를 만들어 기부채납하도록 인가조건에 부가하였고, 그 외 1공단 지하주차장 공사비 200억 원도 추가 부담시켰다"고 덧붙였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은 검찰이 제시한 1822억 원만이 아니라 추가 환수를 해 총 5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이날 조사 내내 양 측 간 날카로운 신경전은 지속됐다. 조사가 마무리돼 가던 오후 9시경 민주당은 공식 발표를 통해 "반복적인 질의와 자료제시, 의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행위, 자료를 낭독하는 행위 등이 야간조사 제한시간인 밤 9시까지 계속됐다"며 "이 대표 측의 잇따른 항의에도 검찰은 고의 지연 작전을 계속했다. 이는 추가 조사를 위한 전략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는 현대사에 볼 수 없던 행태"라며 검찰 조사를 비판했다.검찰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대장동 의혹은) 장기간 진행된 사업 비리 의혹 사건으로 조사 범위와 분량이 상당히 많다. 최종결재권자에게 결재된 자료를 토대로 상세히 조사를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반박했다.이 대표가 심야 조사를 거부하며 조사는 9시경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2차 출석을 요청한 상태지만 이 대표 측은 "더 이상의 조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한편, 검찰은 이 대표의 진술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우리가 이재명이다. 조작 검찰 박살내자”(민주시민촛불연대 시위단)“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나쁜 사람 검찰 출석”(애국순찰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의혹’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은 이 대표의 지지자와 보수단체들 간 맞불집회가 열렸다. 양 측은 “선 넘어오지 말라”라며 소리치는 등 서로를 견제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이 대표 출석이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전인 8시 30분부터 이 대표 지지 집회와 보수단체 집회가 서울중앙지검 앞 9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열렸다. 양측은 각각 2차선을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이 대표 지지자 300여 명은 서울중앙지검 서문에서부터 100m 가량 띠를 만들어 이 대표 출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지자들은 ‘이재명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이재명이다’ ‘대표님 힘내세요’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와 파란풍선을 들었다.반대측 집회에선 5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와 “문재인 김정숙 조국 조민 이재명 김혜경 구속하라” “성남시장 이재명 구속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주최측인 애국순찰팀의 황경구 대표는 ”윤석열 한동훈 파이팅. 서초동 검사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오전 10시 19분경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검 집회 장소 앞에 등장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 대표가 차에서 내리자 지지 집회 주최 측인 민주시민촛불연대 사회자는 “대표님 오셨습니다. 힘찬 구호주세요”라고 호소했고, 지지자들은 울먹이며 “이 대표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반대 측에선 “이재명 등장했다”, “구속해라”라며 비방을 이어갔다.이 대표는 별다른 행사 없이 정청래, 박찬대 등 마중 나온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이날 집회에선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오기 직전 경찰이 압사 위험으로 인파를 통제하다 이재명 지지 측과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차선을 넘어서려는 시위대를 안쪽으로 밀어넣었고, 지지자들은 “경찰 때문에 깔려죽을 것 같다. 숨 막힌다”고 호소했다.경찰에 따르면 이날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1000여 명에 달한다. 집회 신고 기준 이재명 지지 측은 2000명, 보수단체에선 5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거나 사고가 발생하진 않았다. 이 대표가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간 뒤 일부는 현장을 지키며 대기 중이고 일부는 삼삼오오 흝어졌다. 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구민기기자 koo@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헤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가 출석하며 대장동 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3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본관 앞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질서유지선에 서서 “대장동과 위례 사업에 대한 제 입장은 검찰에 제출할 진술서에 다 담았다.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지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법치주의 그리고 헌정 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며 “이제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주어진 소명을 피하지 않고 무도한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폭압에 맞서 당당하게 싸워 이기겠다”고 덧붙였다.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 측에 그만큼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와 민간사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개발 정보를 넘기는 데에 관여했다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부장검사 엄희준 강백신)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위주로 100 페이지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다.검찰은 2015년 민간업자들로부터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빼고 대장동 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주는 식으로 사업 공모지침서가 구성된 경위에 대해 이 대표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지면서 개발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이 7%에 불과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개발업자들이 총 7886억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분 50%에 달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22억 원만을 챙겼고 이 모든 과정이 이 대표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준비해 검찰 조사에 응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한 진술서 서문을 통해 “중립성을 잃고 이미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진실과 사건 실체에 관심이 없다”며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진술서 외에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이 대표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2021년 9월 기자회견에서도 “대장동 개발은 민간 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강조했다. 5503억 원은 성남도개공이 받은 1822억 원에 신흥동 제1공단 공원조성비 2561억 원, 서판교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 1120억 원을 합친 금액이다.이날 이 대표의 출석은 제1야당 대표 신분으로 두번 째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10일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부동산 관련 특혜를 줬다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이 대표는 10시 30분경 출석해 약 12시간 가량 검찰 조사를 받았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난방용품 매출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43)는 난방비가 크게 올랐다는 얘길 들은 후 캠핑할 때 사용하던 보온 물주머니를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난방 온도를 낮추고 뜨거운 물을 채운 물주머니를 안고 자면서 월 10만 원 안팎이던 난방비를 월 3만 원대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준영 씨(46)도 3주 전부터 등유를 이용한 캠핑용 난로를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황 씨는 “다들 난방비가 올랐다고 하는데 저는 지난겨울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월 5만 원가량 줄었다”고 했다. 외풍을 막는 문풍지나 방풍 커튼, 난방 텐트 등 방한 용품을 찾는 이들도 증가세다. 주부 최유리 씨(37·경기 군포시)는 ‘난방비 폭탄’을 맞은 후 약 60만 원을 들여 난방 텐트와 방풍 커튼, 전열 기구, 내복 등을 구입했다. 최 씨는 “한파가 찾아오면 난방 온도를 올리지 않고 온 가족이 난방 텐트 안에 들어가 지낸다”며 “월 관리비를 40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줄였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28)도 난방비가 지난해 12월보다 2배 넘게 청구된 걸 확인한 뒤 방한 용품을 대거 구매했다. 박 씨는 “주말에 창문과 현관 틈새를 문풍지로 막고 나니 한결 외풍이 덜하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22∼25일 난방텐트 판매액은 전주(15∼18일) 대비 128%, 핫팩은 100% 늘었다. 같은 기간 SSG닷컴에서도 전기장판은 71%, 온수매트는 46% 등 온열 침구류 판매량이 급증했다. 정희용 한국가스학회 회장은 “이른바 ‘뽁뽁이’라고 불리는 에어캡이나 문풍지를 창문 등에 덧대 실내 온도가 떨어지는 걸 막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난방비를 아끼겠다고 보일러를 장시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수도관이 동파될 수 있다”며 “하루에 최소 한 번이라도 실내온도를 20도가량으로 설정하고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게 낫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잠시 외출할 때는 보일러를 ‘외출’로 해 놓지 말고 온도를 1, 2도가량 낮춘 후 외출하라고 입을 모은다. 외출 모드로 할 경우 난방수가 급격히 식어 다시 난방을 할 때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보일러 배관 청소를 최소 2년에 한 번씩 하면 난방 효율이 개선돼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란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이 한 벌도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 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 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의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라는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도 한 벌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라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 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날(18일) 압수수색을 당한 피의자 4명이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주도하거나 관련 집회에 적극 참여했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안 당국이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민노총 조직국장 A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대회에서 사회를 맡았다. 국가정보원은 A 씨가 지난해 8월 참석한 ‘8·15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북한 노동자 단체 조선직업총동맹이 민노총에 보낸 연대사가 낭독됐던 사실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 씨가 직접 연대사를 낭독하진 않았다. A 씨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운동에도 참여했다. 또 민노총 활동 초기였던 2000년대 반미 반전 캠페인에 참여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 국정원은 202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A 씨 이메일 계정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직실장 B 씨는 경기 수원시의 병원 노조 지부장을 맡아 2010년대부터 보건의료노조 간부직을 지냈다. 그는 2021년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주도했고 또 기획재정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대정부 투쟁을 했다.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대표 C 씨는 2004∼2008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 조직국장을 지냈다고 한다. 과거 한라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의 전신)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다 노조 활동을 시작했으며 부당노동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서울 영등포구에 한 전단 제조업체를 세운 뒤 각종 집회에 쓰이는 깃발과 전단, 현수막 등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D 씨는 2007∼2009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서 국장급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 국가보안법 제정 60년을 맞아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엔 광주 기아 공장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쇠사슬 투쟁’을 벌였다. 2018년 창립된 민족작가 모임의 대표로도 활동했는데, 이 단체는 2020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C 씨는 2007년 무렵 D 씨와 금속노조에서 함께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은 A 씨가 ‘총책’ 역할을 하며 반정부 활동을 주도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물가는 올랐는데 월급은 그대로잖아요. 세뱃돈과 용돈 나갈 걱정에 귀성을 포기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모 씨(33)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설 명절에 고향에 안 내려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씨는 지난해 거리 두기 해제 후 처음 맞은 추석에 고향에 갔다가 부모님과 집안 어른, 조카 용돈으로 10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정 씨는 “올해는 용돈을 많이 드리지 못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명절을 혼자 보내겠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세뱃돈과 용돈 부담은 물론이고 치솟은 기름값과 선물값 때문에 귀성길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4)는 매년 설마다 고향인 전북 익산을 찾았지만 올해는 귀성을 포기했다. 이 씨는 “집안에서 맏이다 보니 명절이면 할머니와 친척 동생들 세뱃돈으로 수십만 원이 나간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생활비도 크게 증가해 그렇게 쓸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귀성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고향이 전남 목포인데 왕복 거리를 따져 보니 기름값만 20만 원가량 들더라. 귀성 선물까지 준비하려면 수십만 원이 깨질 것 같다”며 고향에 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는 2021년 12월 기준 L당 1469원에서 2022년 12월 L당 1783원으로 1년 만에 20% 넘게 올랐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건네야 하는 세뱃돈 액수도 높아졌다. 직장인 강선혜 씨(30)는 “지난해 조카와 사촌동생들에게 한 명당 1만 원씩 총 7만 원을 줬는데 이제는 물가가 올라 1만 원으로는 눈치가 보인다”며 “액수를 올리자니 사회 초년생인 나도 부담이 돼 고민 끝에 올 연휴 때는 집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적정한 세뱃돈 액수가 얼마인지를 놓고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고향에 안 가는 이들 중에는 “노느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류모 씨(28)는 “명절 때 집에 내려가면 가족들 용돈에 교통비까지 대략 70만 원 정도 썼다”며 “올해는 귀성 대신 연휴 기간에 돈을 더 많이 주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8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직국장 A 씨는 1990년대부터 노동 운동에 참여했으며 2000년경부터 민노총 활동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20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이메일 계정 등을 압수수색당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압수수색 영장 사진을 직접 올리며 “내 사생활이 뭐가 궁금들 하실까”라고 썼다. A 씨는 2003년 민노총 경기본부에서 일하면서 경기도의회로부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당시 도의회는 “2003년 3월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방청객으로 참여해 용산에 주둔하던 주한미군 기지를 경기 평택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할 당시 폭언과 고성을 질렀다”며 A 씨와 시민단체 관계자를 고발했다. A 씨는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하면서 해외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그가 해외 출장 중 북한과 접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안당국은 민족해방(NL·자주파) 계열이 주축인 ‘경기동부연합’과 A 씨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한 통합진보당 소속 이석기 전 의원이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지난해 숨진 A 씨의 부친은 과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가 2009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물이다. 1980년대 간첩단 사건과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을 복역했다. 하지만 2009년 서울중앙지법은 재심에서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이들의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 외에 이날 국정원 수사 선상에 오른 전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기아 광주공장 구조조정 관련 집회를 하다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압수수색 대상에는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과,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대표도 포함됐다. 국정원은 압수수색 대상자들이 서로 어느 정도 공모를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설 명절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당분간 낮에는 연탄을 안 때고 냉골바닥에서 버티려고요.” 15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달동네. 조모 씨(67)는 난방을 안 해 입김이 나오는 차가운 방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맞았다. 털모자를 쓰고 패딩 점퍼를 입은 조 씨는 “도시가스가 안 들어와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데 최근 지원이 줄면서 매달 20일이면 연탄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주민들도 “해마다 명절을 앞두면 연탄 자원봉사자들이 동네 곳곳에 보였는데 올해는 적막만 감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는 오른 반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원봉사자와 후원금은 줄어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 여파로 연탄 지원 25% 줄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는 설 명절이지만 달동네에선 명절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정릉동 달동네 주민 성갑순 씨(77)는 “예전보다 연탄 지원이 많이 줄어든 탓에 주민들끼리 ‘네가 훔쳐갔느냐’며 싸우는 일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21년 말 한 장에 1100원 수준이었던 연탄 가격은 지난해 말 약 1400원으로 약 27% 올랐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면서 매달 가구당 200장씩 지원해왔던 연탄을 올해는 상당수 가구에 월 150장도 못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들도 명절을 앞두고 고물가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대전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나눔의 집’에 따르면 지난해 초 도시락 100인분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비용은 월 400만 원이었지만 1년 만에 비용이 100만 원이나 올라 최근에는 500만 원이 됐다. 이 단체에서 저소득층 휴식 공간에 쓰던 난방용 등유는 한 통에 24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8만 원 올라 아껴 쓰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구 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에서 무료 급식을 받는다는 김모 씨(67)는 “원래 고기나 달걀 반찬이 거의 매일 나왔는데 이제는 3일에 한 번꼴로 나오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원봉사자 3분의 1로, 후원금은 반 토막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자와 후원금도 줄고 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최근 연탄 배달 봉사에는 회당 자원봉사자 50명 안팎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는 150여 명씩 모였는데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자원봉사자 이모 씨(43)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지 올 때마다 봉사자 수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10년 이상 봉사를 해왔던 분마저 ‘운영하는 식당이 장사가 안 돼 한동안 봉사에 못 나올 것 같다’고 할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취약계층 후원을 위한 기부금도 줄고 있다. 경기 안산시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안산행복나눔무료급식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 연간 2000만 원 안팎이었던 후원금은 지난해 1000만 원으로 반 토막 났다. 급식소 관계자는 “후원금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평소 쓰던 식재료보다 값이 싼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미경 밥퍼 부본부장도 “중소기업 30여 곳이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이유로 후원을 중단했다”며 “반찬 수를 줄일 순 없어서 원가가 비싼 재료를 쓰는 빈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단칸방 냉골 바닥보다 지하철역이 따뜻하잖아요.”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에서 혼자 사는 정성욱 씨(56)는 최근 매일 아침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으로 나간다고 했다. 정 씨는 5일에도 오후 1시경 영등포역에 출근 도장을 찍은 후 지인 김모 씨(58)와 만나 저녁까지 담소를 나눴다. 저녁은 자판기 커피 2잔으로 때우고 오후 11시가 지나서야 집으로 향했다. 이날 영등포역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장판을 틀고 집에서 버텼는데 전기요금이 너무 올라 장판마저 틀 수 없게 됐다. 커피값도 비싸져서 결국 지하철역밖에 갈 곳이 없더라”라고 했다.○ 한파에 갈 곳 잃은 취약계층 최근 한파에 고물가와 난방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추위를 피해 지하철역으로 모이는 취약계층들이 적지 않다. 지하철역이 ‘한파 피난객’을 위한 피난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영등포역에는 오전 9시부터 롱패딩을 입고 모자를 쓴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벤치 위에 앉았고, 몇몇은 익숙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일부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영등포역을 찾는다는 윤모 씨(72)는 “난방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잠만 단칸방 집에서 잔다”며 “역 근처에서 매일 무료 급식도 주고 난방도 잘되는 데다 따뜻한 물도 나와 집보다 오히려 편하다”라고 했다. 한파를 피해 나온 이들은 오후 9시 이후가 되자 하나둘 인근 거주지로 돌아갔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과 종로3가역 내 환승통로를 찾는 이도 적지 않다. 평소 창신동이나 탑골공원을 주로 찾던 고령층이 추위를 피해 지하로 내려오면서 모이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무료 급식이 나오는 매주 월요일에는 경기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고령층이 적지 않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매주 월요일 종각역을 찾는다는 김순옥 씨(70)는 “물가가 오르다 보니 비슷한 또래가 모이는 모임에 나가려고 해도 낼 돈이 없다. 최대한 아끼기 위해 지하철을 무료로 타고 여기까지 온다”고 했다.○ 직장 잃은 중장년도 지하철역으로지하철역에 모이는 이들 중에는 고령층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직장을 잃은 중장년층도 많았다. 공사 현장을 전전하다 최근 일자리를 잃은 이모 씨(47)는 3개월째 매일 영등포역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씨는 “홀어머니와 둘이 사는데 직장도 없고 겨울철 난방비 부담도 크다 보니 집에 남아 있기 죄송해 역에 나온다”며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연료비가 오른 만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추위를 피해 갈 만한 곳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계층을 지하철역에 방치하지 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을 통해 난방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추위를 피하면서 필요한 복지 지원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단칸방 냉골 바닥보다 지하철 역이 따뜻하잖아요.”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에서 혼자 사는 정성욱 씨(56)는 최근 매일 아침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으로 나간다고 했다. 정 씨는 5일에도 오후 1시경 영등포역에 출근도장을 찍은 후 지인 김모 씨(58)와 만나 저녁까지 담소를 나눴다. 저녁은 자판기 커피 2잔으로 때우고 오후 11시가 지나서야 집으로 향했다. 이날 영등포역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장판을 틀고 집에서 버텼는데 전기요금이 너무 올라 장판마저 틀 수 없게 됐다. 커피 값도 비싸져서 결국 지하철역밖에 갈 곳이 없더라”고 했다.●한파에 갈 곳 잃은 취약계층 최근 한파에 고물가와 난방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추위를 피해 지하철역으로 모이는 취약계층들이 적지 않다. 지하철역이 ‘한파 피난객’을 위한 피난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영등포역에는 오전 9시부터 롱패딩과 모자를 입은 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벤치 위에 앉았고, 몇몇은 익숙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일부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영등포역을 찾는다는 윤모 씨(72)는 “난방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잠만 단칸방 집에서 잔다”며 “역 근처에서 매일 무료 급식도 주고 난방도 잘 되는데다 따뜻한 물도 나와 집보다 오히려 편하다”라고 했다. 한파를 피해 나온 이들은 오후 9시 이후가 되자 하나둘 인근 거주지로 돌아갔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과 종로3가역 내 환승통로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평소 창신동이나 탑골공원을 주로 찾던 고령층이 추위를 피해 지하로 내려오면서 모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무료 급식이 나오는 매주 월요일에는 경기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고령층이 적지 않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종각역을 찾는다는 김순옥 씨(70)는 “물가가 오르다보니 비슷한 또래가 모이는 모임에 나가려고 해도 낼 돈이 없다. 최대한 아껴기 위해 지하철을 무료로 타고 여기까지 온다”고 했다.●직장 잃은 중장년도 지하철역으로지하철역에 모이는 이들 중에는 고령층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직장을 잃은 중장년층도 적지 않았다. 공사 현장을 전전하다 일자리를 잃은 이모 씨(47)는 3개월 째 매일 영등포역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씨는 “홀어머니와 둘이 사는데 직장도 없고 겨울철 난방비 부담도 크다 보니 집에 남아있기 죄송해 역에 나온다”며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연료비가 오른 만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추위를 피해 갈 곳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계층을 지하철역에 방치하지 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을 통해 난방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추위를 피하면서 필요한 복지 지원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다시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게 되면서 직장 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 회식 때 고기도 안 굽더라,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만 중시한다…. 반면 MZ세대는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동아일보가 직장 내 MZ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청년 20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직장 내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다. ‘칼퇴근’에 회식은 기피하며 사생활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리자급 최모 씨(58)는 “5년 전만 해도 맡은 일을 못 끝내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알아서 야근을 했다”며 “이제는 남아서 일을 더 하라고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꼭 필요해 야근을 하자고 해도 얼굴에 싫은 표정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직장인 정모 씨(24)는 “퇴근시간 2분을 앞두고 상사로부터 추가 지시를 받았는데 담당자가 이미 퇴근한 걸 확인하고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보고했다”며 “더 이상 추가 확인을 할 수도 없는 업무였는데 ‘벌써 퇴근한 거냐’ ‘워라밸만 챙기느냐’고 질책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싸잡아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회사원 김다영 씨(28)는 “부서 절반이 20대인데 편견 때문에라도 대부분 회식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며 “일부의 사례를 마치 MZ세대 전체의 일처럼 일반화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모두 꼰대 취급” vs “수용할 지적은 수용”기성세대는 MZ세대가 상사나 선배의 조언을 무조건 ‘꼰대 소리’로 치부한다고 토로한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권소영 씨(56)는 “교회 청년부 친구들에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도 꼰대 취급 받을까 걱정돼 아무 말도 못 하는 분위기”라며 “기성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과 꼰대 소리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MZ세대들은 “세상이 변했음에도 ‘라떼(나 때)는 말이야’만 반복하는 조언을 거부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이상훈 씨(24)는 “상황이 변한 걸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본인들의 생각만 고집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필요한 조언은 얼마든 수용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권준표 씨(27)는 “상사에게 공문 작성 요령을 배웠을 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 커피도 사고 지금은 먼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공존을 위해선 서로 더 이해해야”‘심심한 사과’를 ‘심심해서 사과했느냐’고 해석한 걸 두고 “전반적인 문해력이 떨어져 큰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직장인 김진하 씨(25)는 “상대적으로 한자를 배울 기회가 적었을 뿐”이라며 “교육 과정이 다르고 세대별로 익숙한 용어에도 차이가 있다. 영어나 제2외국어는 우리 세대가 훨씬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채식, 친환경 등 트렌드에 유난히 민감해 조직생활을 못 한다는 지적에 대해 MZ세대들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고 항변한다. 직장인 최모 씨(26)는 “채식주의자라고 했더니 오히려 육식을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며 고기를 먹는 걸 강요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호소했다. 또 “기후변화 등을 고려하면 환경보다 개발 우선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우리는 천천히 가더라도 환경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이 빠른 속도로 사회가 변하면서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차이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보다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직장 내에선 기성세대와 MZ세대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서로 다른 점들을 인정하고 오해를 풀어가기 위해 양쪽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