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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최대 징역 26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24일 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심의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스쿨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해야 하는 기준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하는 교통사고를 낼 경우 최대 징역 8년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했을 때는 최대 징역 5년이 선고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돼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결합돼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달아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6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승아양 참사’ 다시 나면 최대 15년刑… 스쿨존 음주운전 일벌백계 대법, 새 양형기준 신설 스쿨존사고 음주운전 안해도 처벌… 어린이 사망사고땐 최대 징역 8년음주운전 새 양형기준도 7월 적용… 알코올농도 0.2%, 최대 징역 4년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우리 승아 얼굴이 떠올랐어요. 사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달라진 제도가 없는지 확인했는데 이제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승아도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배승아 양(10)의 오빠 송승준 씨(25)는 25일 발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양형기준 신설에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 양은 8일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방모 씨(65)의 승용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스쿨존 교통사고 관련 양형기준 신설 그동안 스쿨존 발생 교통사고에 대해선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담당 판사가 일반적인 교통사고 치사상 양형기준과 법령에 정해진 형량을 고려해 임의로 형량을 정했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시 스쿨존에서 A 양(당시 9세)을 치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운전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호 조치 등의 정상이 참작돼 올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스쿨존 발생 치상 사건에 대한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 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번 양형기준 신설에 따라 올 7월부터는 별도의 판결 기준이 적용된다. 먼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 1년 6개월∼8년의 형이 선고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징역형의 경우 6개월∼5년을 선고받게 된다.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생기면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이 선고된다. 배 양 사고와 같이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범행이 결합돼 최대 징역 15년이 선고된다. 다만 배 양을 숨지게 한 방 씨의 경우 양형기준이 바뀌는 7월 전 기소될 것으로 보여 해당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범선윤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판사들이 그동안 내렸던 판결보다 높은 형량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무줄 형량’ 논란 가능성도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에게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중심에 두고 진행할지가 정해진다는 의미”라며 “7월 이후에는 심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형기준에서 설정한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등이 중대범죄란 인식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충만 법률사무소 광현 변호사는 “이번 양형기준 신설을 통해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저 형량이 사실상 6∼7년부터 시작된다. 스쿨존 교통사고 등이 중대범죄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시된 양형기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교통범죄 관련 책을 발간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변호사)은 “양형기준의 상한선은 많이 올랐는데 하한선이 비교적 낮아 중간대역이 넓어진 상태”라며 “재판부의 재량이 커져 자칫 고무줄 양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이른바 ‘빌라왕’ 고모 씨 사건에 공인중개사 40여 명이 추가로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25일 경기 구리경찰서는 고 씨 일당으로부터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수수료를 챙긴 공인중개사 40여 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고 씨 일당이 범행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300여 명에게 뒷돈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추가 입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경찰은 고 씨 일당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신축 건물의 분양 비용과 매매 비용을 치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경찰은 올 2월 “전세 만기가 다 됐는데 전세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는 진정이 여러 건 접수되자 관련 수사에 나섰다. 이후 고 씨와 공인중개사 20여 명을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사기)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40여 명이 추가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입건자는 60여 명으로 늘어났다.경찰 조사 결과 고 씨 일당은 구리 오피스텔 11채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940여 채의 주택을 임대 중인 이른바 ‘빌라왕’이었다.범행 과정에서 고 씨 일당은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비를 주겠다”며 공인중개사를 대거 포섭한 것으로 조사됐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올 7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 최대 징역 26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24일 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심의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의결된 양형기준은 7월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엄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감안해 스쿨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해야 하는 기준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형기준과 다른 형을 선고하려면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양형기준 내에서 선고가 이뤄진다. 새 기준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한 교통사고를 낼 경우 최대 징역 8년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했을 때는 최대 징역 5년이 선고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돼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결합될 경우 양형기준은 더 높아진다.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이 선고되고 어린이가 사망하면 최대 징역 15년, 사망한 어린이를 두고 도주하면 최대 징역 23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어린이를 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달아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6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교통범죄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음주운전 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스쿨존 음주운전 가중처벌…알코올농도 0.2%, 최대 징영 4년形“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우리 승아 얼굴이 떠올랐어요. 사고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달라진 제도가 없는지 확인했는데 이제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승아도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배승아 양(10)의 오빠 송승준 씨(25)는 25일 발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양형기준 신설에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 양은 8일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방모 씨(65)의 승용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스쿨존 교통사고 관련 양형기준 신설 그 동안 스쿨존 발생 교통사고에 대해선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담당 판사가 일반적인 교통사고 치사상 양형기준과 법령에 정해진 형량을 고려해 임의로 형량을 정했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시 스쿨존에서 A 양(당시 9세)을 치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한 운전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호조치 등의 정상이 참작돼 올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스쿨존 발생 치상사건에 대한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번 양형기준 신설에 따라 올 7월부터는 별도의 판결 기준이 적용된다. 먼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 1년 6개월~8년의 형이 선고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소 징역 6개월 또는 벌금 300만 원, 최대 5년을 선고받게 된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징역 2년 6개월~4년,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징역 1년 6개월~4년이 선고된다. 배 양 사고와 같이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범행이 결합돼 최대 징역 15년이 선고된다. 다만 배 양을 숨지게 한 방 씨의 경우 양형기준이 바뀌는 7월 전 기소될 것으로 보여 해당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범선윤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판사들이 그 동안 내렸던 판결보다 높은 형량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무줄 형량’ 논란 가능성도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에게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중심에 두고 진행할지가 정해진다는 의미”라며 “7월 이후에는 심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형기준에서 설정한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등이 중대범죄란 인식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충만 법무법인 광현 변호사는 “이번 양형기준 신설을 통해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저 형량이 사실상 6~7년부터 시작된다. 스쿨존 교통사고 등이 중대 범죄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시된 양형기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교통범죄 관련 책을 발간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변호사)은 “양형기준의 상한선은 많이 올랐는데 하한선이 비교적 낮아 중간대역이 넓어진 상태”라며 “재판부의 재량이 커져 자칫 고무줄 양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눈물 흘리고 있는데, 저 혼자만 잘 먹고 잘살자고 경매를 그대로 진행시킬 순 없죠.” 이달 3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에서 전세사기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철회 의사를 밝힌 ‘선한 낙찰자’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가 낙찰받은 매물은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미추홀구 숭의동의 아파트 중 한 채다. A 씨는 경매에서 해당 아파트를 1억3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법원에 ‘매수보증금’ 2300만 원을 경매 당일에 납부했다. 현행법상 경매를 통해 매물을 낙찰받을 경우 최저 매각가격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경매 다음 날 해당 아파트를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아파트 곳곳에 붙은 전세사기 관련 공지를 보고 그제야 해당 아파트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아파트임을 알았던 것이다. A 씨는 “지금 사는 집 전세가 두 달 뒤 만기돼 경매에서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한 것인데, 전세사기를 당한 매물인지 전혀 몰랐다”며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낙찰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씨가 철회 의사를 밝혔음에도 경매 철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경매 당일에 낸 매수보증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없어 A 씨가 경매 입찰을 철회할 경우 보증금 23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를 어떻게든 돕고 싶어도 지금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낙찰자가 이미 낸 매수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경매 낙찰 취소 허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피해가 막심한 만큼 법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연은 안타깝지만 일시적으로 매수보증금을 반환하면 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으니, 현행 규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당초 공공매입에 선을 그어왔지만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LH에 이미 예산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매입임대 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겠다”며 “이를 범정부 회의에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올해 2만6000채의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최대한 피해주택 매입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지방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예정 물량 9000채까지 하면 총 3만5000채를 매입할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 평균 가격이 채당 2억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대 7조 원가량을 피해 주택 매입에 투입하게 된다. 단,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모두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경우에만 LH가 대신 매입한다. 집을 낙찰받지 않더라도 피해 임차인이 원할 경우 주거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LH 등 지방공사가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집을 낙찰받으면 해당 임차인에게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한다. 원 장관은 “올해 매입임대주택 사업 물량을 피해 주택 매입에 배정하면 피해 주택을 상당 부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부족하다면 추가 물량을 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23일 고위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LH, 전세사기 집 매입해 시세 30~50% 임대… 선정기준 논란일듯 전세사기 주택 매입임대제도 활용“제3자 낙찰받아 쫓겨나는일 없게”… 정부, 임차인이 보유한 우선매수권LH 양도 받을수 있게 법개정 나서… 기존 피해자와 형평성 논란 가능성 공공매입에 부정적이었던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나선 건 당장 주거를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임차인의 거주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란 반응이 나오지만 전세 사기 대상 주택 범위 산정이나 이전에 전세보증금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우려도 나온다. ● LH가 피해 주택 매입해 시세 최저 30%에 임대 원래 LH의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이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빌라나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임대료가 시세 대비 30∼50% 수준으로 저렴하다. 정부는 올해 예정된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피해 주택 매수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LH가 매입에 나서는 주택은 경매 절차에 들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 중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은 주택이다. 임차인 중에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경락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거나 자기 자본이 없어 우선매수권을 쓰지 못하는 경우 LH에 공공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매입’ 카드를 꺼내 들긴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공매입특별법’과는 다르다. 공공매입특별법은 공공매입을 통해 정부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대신 반환하는 것이지만 LH 매입임대는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는 않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후순위 임차인 등 당장 집에서 나가야 할 상황이 생기는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며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 전세사기 주택 대상 모호 등 우려도 정부는 임차인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을 LH가 양도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국토부는 2007년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신설해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LH나 지방공사에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법 적용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현재 전세사기 피해 주택과 다르지만 LH의 역할은 같다. 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낙찰을 받으면 세입자에게 임대를 내주게 된다. LH는 올해 매입임대 사업 예산으로 5조5000억 원을 확보한 상태여서 사업 추진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임대 방식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하면 재원을 따로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 임대기간과 임대료는 23일 당정협의 등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들은 일단 환영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임대 대상 등이 까다로워 피해 보는 경우가 없도록 정책을 세심히 설계해달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 등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주거권 차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어떤 주택을 먼저 매입할지 가려내는 것 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피해자 개인이 처한 상황과 희망 사항을 고려해 입법 과정에서 균형 있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 저금리 대환대출 등 금융·법률 지원 시작 한편 국토부는 24일부터 우리은행을 통해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연 1.2∼2.1% 수준의 저리로 대환 대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사를 가지 않고 피해 주택에 그대로 살아도 대상이 된다. 금융권과 법조계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15억 원을 기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긴급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상담 변호사단을 구성해 거의 무제한으로 (법률상담)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확실히 어제보다 매물이 줄었네요.” 20일 오전 10시경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 경매장을 찾은 한 여성(63)이 법정 앞에 걸린 경매 물건 명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명단 물건 상당수에 빨간 밑줄과 함께 ‘경매 기일이 변경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해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20채의 경매가 유예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추심업체가 채권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 4채는 이날도 경매가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전날(19일) 정부가 ‘20일부터 경매가 전면 중단된다’고 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보여주기식 발표에 불과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각지대에 놓인 주택 551채 정부는 전날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미추홀구 피해 주택 채권은 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모두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회사들에 6개월 동안 경매 절차를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 주택 1787채 중 551채는 채권자가 대부·추심업체(440채)이거나 개인(111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넘긴 것이다. 정부는 전날 “금융회사들이 추심업체에 채권을 넘긴 경우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부실률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부·추심업체에 넘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우 ‘부실 채권’으로 분류돼 이미 금융권에서 대거 대부·추심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에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30채에 대해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중 26채는 정부 발표대로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 기일 변경을 요청했지만 나머지 4채는 채권자가 경매 개시 시점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대로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가 진행된 4채의 채권자는 모두 대부·추심업체였다.● “우리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 현행법상 경매 일자를 미루는 건 채권자만 가능하다. 그런데 부실 채권을 처분해 수익을 내는 대부·추심업체들은 “우리가 왜 손해를 감수하며 경매를 중단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여러 채의 채권을 갖고 있다는 한 대부·추심업체 대표는 “우리도 돈을 빌려서 부실 채권을 사들인다. 그러다 보니 매물을 처분하지 못하면 대출 이자로만 매달 1억 원이 나간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경매를 유예했을 때 우리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항변했다. 다른 대부업체 관계자도 “무작정 경매를 미루라는 건 피해자 대신 우리에게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것”이라며 “경매를 유예한 업체들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 씨(35)는 “살고 있는 집 채권자가 은행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대부업체에 넘어갔다”며 “정부가 금융회사들에 대부·추심업체로 채권을 넘기지 못하게 하거나, 대부·추심업체들도 경매를 유예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0일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을 전방위적으로 쏟아낸 건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알려진 서울 강서구나 인천 미추홀구 외에도 경기 구리시 등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 경매 유예, 대출 지원, 채무 조정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정이 대책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우선매수권 부여는 피해자 부담이 적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 우선매수권, 세입자 자금 부담 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전세사기 빌라(전용면적 50㎡)가 지난달 24일 법원 경매에서 1억2010만 원에 낙찰됐다. 우선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선순위 채권자로서 8980만 원을 배당받았다. 세입자는 후순위 채권자로 전세 보증금 7500만 원으로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받아 2700만 원을 최우선변제받았다. 보증금 4800만 원을 잃은 것. 만약 이 집을 세입자가 우선매수권으로 같은 금액(1억2010만 원)에 낙찰받았다면, 세입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2700만 원을 제외한 9310만 원을 대출 받거나 스스로 마련해서 법원에 내야 한다. 이 경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4800만 원에 9310만 원을 합한 1억4110만 원에 해당 집을 매수하는 셈이다. 집의 소유권은 가져갈 수 있지만, 경매 낙찰가보다 자기 부담액이 커지는 데다 향후 시세가 떨어질 경우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우선변제도 못 받는다면 우선매수권 행사 시 부담은 더 커진다. 당정이 경매 자금에 대한 장기 저리대출을 추진하는 것도 세입자가 당장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낙찰대금(경락자금)이 필요한 경우 특례보금자리론을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 재원 마련 방안-도입 시기 등 불확실해하지만 이 같은 대출 재원 마련 방안을 협의하는 데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채무 조정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공공재원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어떤 기금에서 대출 재원을 마련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사가 손실을 입고 공적 재원이 소진된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미 전세금을 떼인 세입자가 대출을 추가로 받아 원치 않는 집을 낙찰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2005년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은 민간 건설사 부도가 나자 옛 임대주택법(현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해 세입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지만 실적은 저조했다. 당시 준공 후 부도가 난 임대주택이 7만254채로, 이 중 3만7211채가 경매를 진행했지만 세입자 호응은 낮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낙찰가가 감정가의 80∼90% 선에서 형성돼 600채가량만 우선매수권을 활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매에 부쳐진 주택 세입자의 약 1.6%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셈이다. 강은현 EH경매 대표는 “시세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세입자가 많다면 우선매수권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우선매수권을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그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경매를 유예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이날부터 금융권에 경매 유예에 관한 협조를 구하고 행정안전부도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이 경매나 공매에 넘어가면 지방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권자가 개인이나 채권추심업체일 경우까지 경매 유예 협조를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들 “반쪽 대책” 정치권 일각에서는 피해 주택을 공공이 직접 매입하거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정부가 싼값에 (피해 주택을) 매입해 세입자들이 (기존 거주지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무슨 돈을 가지고 어느 금액에요?”라고 되물으며 “피해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막대한 재원이 드는 데다 채권 할인 비율도 사례마다 달라 결국 피해자 기대보다 적은 돈을 보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발표된 정부 해결책에 대해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 씨는 “당장 피해자들이 우선매수권을 받으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세금을 활용해 지원을 하려면 갈등이 커질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장애인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이루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브릿지온 아르떼’ 예술단에 소속된 발달장애인 김승현 작가(25·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이 예술단 소속 작가 4명이 제43회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내가 바라는 장애인의 날’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이날 공개했다. 김 작가의 그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등산도 하고, 자전거도 타는 모습이 담겨있다. 김 작가는 “장애인도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목표로 하루에 8시간씩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작가가 소속된 브릿지온 아르떼는 2020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으로 창단한 밀알복지재단의 예술단이다. 예술단에 소속된 작가들은 모두 발달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다. 이들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한 기업이나 관공서를 찾아가 작품을 전시하거나 강의를 진행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브릿지온 아르떼’라는 팀명에는 미술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리(Bridge)가 되겠다는 작가들의 포부가 담겨 있다. 같은 예술단에 소속된 발달장애인 최석원 작가(23·왼쪽에서 첫 번째)는 자신의 그림인 ‘동물들의 ET’를 설명하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림 그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최 작가는 앞으로 그림을 열심히 그려 전시회를 여는 게 목표다. 작가들에게 4년째 미술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 노재림 씨(47)는 “장애인들의 그림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올해 예정했던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했어요.” 전세사기 피해자 직장인 승모 씨(34)는 18일 “모아 놓은 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승 씨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등 수도권 일대에 주택 1139채를 소유하고 약 170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40대 빌라왕 김모 씨 사건 피해자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승 씨는 가해자 김 씨가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되면서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요원해졌다. 김 씨의 유족들이 상속을 거부하면서 보증금을 돌려줄 주체가 사라진 것. 상속자가 없을 경우 법원에서 관리인을 선정해 경매에 넘기는데, 선순위 채권이 있다 보니 승 씨는 전세보증금 2억3000만 원 중 대부분을 날릴 가능성이 높다. 승 씨는 “전세보증금을 날리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 경매에 참여해 살던 집을 낙찰받는 거라고 해서 입찰에 참여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뿐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이들이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월에만 전국에서 1121건, 2542억 원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접수됐다. 이 중 60%에 육박하는 655건이 서울과 인천에서 접수된 것이었다. 인천에선 부평구가 104건(사고액 195억7500만 원)으로 가장 많아 인천 전체(356건)의 29.2%에 달했다. 서울에선 강서구가 102건(256억4750만 원)으로 서울 전체(299건)의 34.1%를 차지했다. 이 같은 피해 현황은 HUG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보증금 반환 신청을 한 경우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상 전체 전세 세입자의 10%가량이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최근 6개월간 접수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 사고는 전국에서 5516건에 달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백골 상태인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4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47)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인 어머니 B 씨(사망 당시 76세)를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2020년 8월까지 혼자 보살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았고 다른 자녀들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만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사이가 좋았고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며 보살폈다”고 했다. A 씨는 202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에 어머니 시신을 약 2년 5개월간 백골 상태로 방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인복지법상 방임, 기초연금법 및 국민연금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백골 상태인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4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47)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인 어머니 B 씨(사망 당시 76세)를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2020년 8월까지 혼자 보살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았고 다른 자녀들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만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사이가 좋았고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며 보살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돈이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피해자가 고집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안방에서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발견한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202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에 어머니 시신을 약 2년 5개월간 백골 상태로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노인복지법상 방임, 기초연금법 및 국민연금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선 “연금을 부정 수급할 목적으로 (사망 사실을)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A 씨가 어머니 사망 후 대신 받은 연금은 18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인천 부평구에서 고1 아들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아이 학교에서 남학생 두 명이 싸웠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화해한 뒤에도 부모들이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고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사정을 들어보니 혹시라도 나중에 상대편에서 학교폭력(학폭) 문제를 제기할까봐 걱정돼 미리 대비하려 그랬다고 한다”며 혀를 찼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을 계기로 학폭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일명 ‘학폭 연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든 학폭과 연루되는 것을 막고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학생,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일부 학생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에게 “너를 학폭 가해자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자녀가 서울 A중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부모는 “학교에 장애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급식 줄에 새치기를 하려다가 친구들에게 주의를 받았다. 그러자 그 학생이 ‘너희들을 학폭으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해자가 안 되려면 먼저 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 초6, 초4 자녀를 둔 학부모 권모 씨(46)는 “초교 아이들은 사소한 말다툼도 학폭으로 신고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들이 어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먼저 신고를 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부모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폭에 연루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의사 소통도 줄이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한모 양(17)은 반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대화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한 양은 “자칫 문제 소지가 될 말을 하거나 사진을 잘못 올리면 사이버 학폭으로 걸리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사이버 학폭을 막기 위해 ‘학생들끼리 단톡방을 개설하지 말라’는 공지도 내렸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결국 입시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에서 고1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는 요즘 자녀에게 “친구들에게 불쾌한 장난은 아예 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김 씨는 “자칫 학폭으로 몰리면 대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학생들은 서로 운동하고 놀다보면 몸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마저도 학폭으로 걸리까봐 아예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정 변호사 아들 사건 이후 주변에서 다들 그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가상화폐를 노린 납치 살인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가운데 ‘판박이’처럼 비슷한 강력 사건이 코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2018년 이후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무풍지대에서 시세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큰 손실을 보자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범죄가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코인 두고 납치-탈취 강력 범죄 반복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납치 살인과 유사한 강력 범죄는 4년 전에도 있었다. 2019년 지인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약 1억 원을 날린 A 씨는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압박을 받던 중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에게 3억 원 상당의 코인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B 씨에게 납치 강도 범행을 제안했고 2019년 4월경 피해자가 살고 있던 광주 북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피해자를 납치해 광주 서구의 한 저수지 인근 공터로 이동했다. 둘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재산 가치가 없는 코인만 있는 걸 확인하고 피해자를 풀어줬다. 광주지법은 2019년 4월 특수강도 미수 및 공동감금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B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코인을 둘러싼 납치 사건은 지난해 2월에도 있었다. 약 50억 원의 코인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인천의 한 물류창고로 납치하는 등 총 28시간 동안 감금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일당 6명이 붙잡힌 것이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내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9월 일당 중 주범 2명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는 500만∼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시세조종 전담 세력이 피해자 양산”가상화폐 업계에선 최근 발생한 강남 납치 살인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상화폐가 보급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시세 조종 세력이 판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됐는데 여기에 시세 조종 세력이 붙어 가격을 좌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코인에 투자해온 한 투자자는 “코인 가격이 올랐을 때 비트코인 등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 코인을 둘러싸고 시세 조종 정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시세 조종 수법은 대형 거래소 상장 등 각종 호재를 흘려 가격을 띄운 뒤 팔아치우는 ‘허위 공시’,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지인들과 거래하며 가격을 올리는 ‘펌핑’, 보유 코인을 자기 돈으로 사고팔며 시세를 올리는 ‘자전 거래’ 등이다. 주식의 경우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적용되고 액수에 따라 최대 징역 15년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세 조종은 자본시장법 대신에 형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돼 입증이 어렵고 처벌 수위도 높지 않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도 ‘코인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10∼10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라인상에 여러 차례 올리며 코인을 판매한 행위를 시세 조종이 아닌 단순 사기로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벌이 약하다 보니 시세 조종을 전담으로 하는 비밀세력도 있다”며 “업계에선 ‘전무’라고 불리는 인물이 서울 강남구 ○○동에 약 1650㎡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컴퓨터 300대를 가져다 놓고 작업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카이라인’으로 불리는 작전 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과거처럼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되는 일은 줄었지만 그 대신 과거 시세 조종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며 범죄 등 극단적 선택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강력 범죄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선 가상화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듯이 새로 발행하는 가상화폐 심사에도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 시세 조종이 투자자 피해 또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에 대해 경찰이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던 재력가 부부와 금품을 노린 3인조의 이해관계가 맞아 벌어진 범행”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0일 “피해자와 송사 등으로 원한을 갖고 있던 유 씨 부부(둘 다 수감 중)와 금품을 노린 이경우(36·수감 중), 황대한(36·수감 중), 연지호(30·수감 중)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 피해자에 대한 납치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마취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경우의 아내 A 씨가 이경우의 납치 살인 범행 계획을 알면서도 마취제를 건넸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 씨의 부인 황모 씨에 대해선 “황 씨 계좌에서 인출된 7000만 원이 착수금 등의 명목으로 A 씨 계좌에 입금된 사실 외에도 공범으로 볼만한 여러 정황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아직 찾지 못한 피해자의 휴대전화 4대도 황 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황 씨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따. 이경우 일당이 피해자를 지난달 29일 밤 납치한 것을 두고 경찰은 “특정일을 범행 날짜로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일당들이 (시간이 지나며) ‘빨리 (범행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진술했는데 피해자를 계속 엿보다 귀가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연지호가 “죽일 생각까진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곡괭이와 삽을 준비해가는 등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했다. 현재까지 경찰은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와 범행 모의 단계에서 이탈했다고 주장한 20대 남성 이모 씨까지 모두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또, 경찰은 납치 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가상화폐 퓨리에버 코인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살인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 씨 부부가 주범 이경우(36·수감 중)의 납치 살인 계획을 승인하고 착수금 등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당들은 피해자 A 씨뿐만 아니라 A 씨의 남편까지 범행 대상에 올려놓고 살인 계획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에게 피해자 부부를 납치, 살해할 것을 제안했고 유 씨 부부가 동의해 착수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 부부가 “피해자에게 코인이 몇십억 원 있을 것이다. 잘해 보자. 코인을 옮기고 현금 세탁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이미 구속된 유 씨 외에 부인 황모 씨도 8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퓨리에버 코인 폭락 사태를 계기로 A 씨와 원한 관계를 갖게 된 유 씨 부부가 이경우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유 씨의 부인 황 씨 계좌에서 7000만 원이 인출되고, 이경우의 아내 B 씨 계좌로 현금 수백만 원씩 약 43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간호사인 B 씨는 지난달 29일 피해자 납치 직전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마취제를 몰래 가져나와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 마취제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경우는 공범 황대한(36·수감 중)과 연지호(30·수감 중)가 A 씨를 납치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전 1시경 경기 용인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유 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씨와 이경우는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 코인뿐 아니라 A 씨가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탈취하려고 했지만 정작 A 씨가 코인을 보유한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한 후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같은 날 오후 2시에도 서울 강남구에서 유 씨를 만나 “도피 자금 6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 씨는 “당장 그런 돈을 구할 수 없다. (밀항) 배편을 알아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경우가 범행 직후 A 씨 휴대전화 등을 쇼핑백에 담아 B 씨에게 줬고, B 씨는 이경우가 체포된 후 유 씨의 부인 황 씨에게 이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미행 과정에 가담했던 이모 씨(수감 중) 등 4명을 9일 검찰에 송치했다. 연지호는 검찰에 이송되며 취재진에게 범행 가담 이유에 대해 “3억 원 넘게 받기로 했다”며 “황대한과 이경우가 ‘너도 (범행 모의를) 알고 있어 죽을 수 있다’고 협박해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경우는 “고인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범행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4개월 전에 일 때문에 집을 나올 때 동생이 ‘가지 말라’고 훌쩍이더군요. 전화 걸 때마다 ‘보고 싶다. 빨리 오라’고 해 별명이 ‘오빠 껌딱지’였어요.” 9일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 전날(8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9일 새벽 사망한 배승아 양(10)의 빈소에서 만난 오빠 A 씨(25) 씨는 “식당일 하는 엄마가 일 끝나고 오면 그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힘내라’고 하던 사랑스러운 동생이 이제 없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선 배 양의 어머니 B 씨(49)가 영정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연신 흐느꼈다.● 대낮에 음주운전 하다 인도 덮쳐 9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2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대전시청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SM5 차량이 갑자기 오른쪽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차량은 인도를 지나던 10∼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는데 그중 초등학교 4학년생인 배 양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만취 상태에서 차를 8km가량 운전한 방모 씨(65)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방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108%)이었다. 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낮 12시 반경 모임이 있어서 소주를 반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방 씨)가 좌회전하면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도로 경계석에 충돌한 후 정신이 없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문정네거리는 문정초 탄방중 충남고 등 인근에 학교가 밀집한 스쿨존으로 시속 30km 이하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보면 방 씨의 차는 1차 추돌 후 급가속하면서 아이들을 덮쳤다. 경찰은 9일 오후 방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간식거리 생기면 친구부터 챙기던 아이” 이날 사고 현장에는 파손된 도로 경계석, 사고 차량에 의해 부서진 자전거 등이 그대로 남아 당시 처참했던 사고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가로등에는 노란색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한 목격자는 “문정네거리 주변은 학교가 많아 대부분 무단횡단 차단 펜스가 설치돼 있는데 유독 이곳에만 펜스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사고를 당한 배 양은 이날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을 다녀오겠다”며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오빠 A 씨는 “사고 15분 전 어머니에게 전화해 ‘친구들이랑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했다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초콜릿 한 봉지를 사면 본인은 한두 개만 먹고, 친구들에게 다 나눠 주는 착한 아이였다”며 “민식이법 시행에도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축구와 사랑에 빠진 여대생들 최근 축구를 직접 즐기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 5개 여자대학 소속 축구동아리가 참가하는 ‘제1회 한국여자대학 스포츠 교류전’이 개최됐다. 여자대학 학생들만 참가하는 축구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제 인생의 8할은 축구입니다. 축구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레고, 다음 날 훈련할 생각에 신나서 밤에 잠이 안 올 때도 있어요.” 성신여대 축구 동아리 ‘FC 크리스탈즈’ 선수 박정현 씨(22)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1회 여자대학 축구대회 경기 출전을 앞두고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1년 전 축구 동아리에 참여한 박 씨는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지만 ‘여자애가 무슨 축구냐’는 핀잔을 많이 들어 축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며 “요즘은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여성 축구 인기도 높아져 축구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최근 직업과 연령을 불문하고 축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면서 축구, 풋살 등 단체 스포츠가 다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여기에 여자 축구팀끼리 경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대는 물론이고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여성 축구단을 운영하는 곳들이 확산되고 있다.● “남자 축구만큼 박진감 넘쳐요” 박 씨가 이날 참가한 대회는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회장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 주최로 열린 ‘제1회 한국여자대학 스포츠 교류전’. 서울 시내 5개 여대(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가 처음으로 연 축구대회다. 첫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11시. 삼삼오오 팀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들이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종합운동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운동장 곳곳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기장에 입장한 선수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드리블 연습을 했다. 표정에서는 진지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묻어났다. 대회는 5개 대학이 2개 조로 나눠 A조(덕성, 숙명)와 B조(동덕, 서울, 성신)가 각각 경기당 전·후반 15분씩 총 30분간 맞붙는 리그전으로 진행됐다. 각 조 1위가 결승에서 맞붙는 방식이다. 첫 경기는 덕성여대와 숙명여대.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양쪽 응원단은 선수들을 향해 “잘한다 숙명”, “덕성 파이팅” 등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기념비적인 첫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은 숙명여대였다. 숙명여대 응원단은 골이 확인되자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덕성여대 응원단은 이에 질세라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에게 기운를 불어넣었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쥐는 박빙 양상으로 전개됐다. 최종 결과는 1―0, 숙명여대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관람한 대학생 이윤호 씨(24)는 “평소 축구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여자 축구가 이렇게 박진감 넘칠 줄 몰랐다.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여자 축구도 자주 챙겨 볼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첫 대회 우승은 숙명여대 축구 동아리 ‘FC 숙명’이 차지했다. 숙명여대는 덕성여대와의 조별리그에서 1골을 넣은 데 이어, 성신여대와의 결승전에서 2골을 넣으며 탄탄한 실력을 과시했다.● 국가대표 못지않은 선수들의 열정 대회에 출전한 여대생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만은 국가대표 못지않았다. 동덕여대 축구팀 ‘동덕 FC’ 소속 김채완 씨(23)는 팀 내에서 연습벌레로 통한다. 김 씨는 “대학 축구 동아리뿐 아니라 지역 축구 동호회 활동까지 하며 주 10시간 이상 훈련 중”이라고 했다. 김 씨는 평소 수업 쉬는 시간이나 이동 시간에도 틈틈이 축구 선수 동영상을 찾아보며 기술을 연습하고 따라 해본다. 김 씨는 “요즘 가장 열심히 연습 중인 건 손흥민 선수의 ‘헛다리 짚기’ 기술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몇 주 더 연습해 반드시 내 주특기 기술로 만들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대회에서 MVP를 차지한 FC 숙명 주장 강서연 씨(20)는 “학교에 축구 연습할 운동장이 없어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공원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우승해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이런 대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2년 전만 해도 축구 동아리 모집할 때 경쟁률이 미미했는데 올해는 경쟁률 3 대 1이 넘었다”며 “최근 높아진 여자 축구 인기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아쉽게 2연패로 탈락한 서울여대 축구 동아리 ‘SWU FC’의 공격수 김하늘 씨(22)는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학생만 선발하던 축구부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김 씨는 “남자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지만 결국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김 씨는 “친한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연달아 두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직업, 연령대 불문하고 인기 최근에는 여대생뿐 아니라 직장인, 주부, 환갑을 앞둔 장년 여성까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다. 서울시의 경우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여성 축구단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여성축구단에 가입한 주부 박수진 씨(42)는 최근 축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다. 박 씨는 주 3회 훈련에 참여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축구 일지에 쓰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박 씨는 “아들(10)이 축구를 하는데 경기를 보다 보니 직접 뛰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저녁마다 아들과 축구 연습을 한다. 박 씨는 “필라테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보다 축구처럼 여럿이 뛰는 활동적인 운동이 좋다. 팀플레이를 하면서 팀원들끼리 끈끈한 우정도 다질 수 있다”며 웃었다. 20년째 서대문구 여성축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김우석 씨(47)는 “요즘 여성축구단에 지원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며 “2년 전과 비교하면 지원율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마포구 여성축구단에선 24∼6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가 활동한다. 이귀례 회장(60)은 1999년에 마포구 여성축구단 문을 연 창단 멤버다. 24년째 수문장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받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한 축구선수 생활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그라운드에 있는 축구공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뻥뻥 차다 보니 어느새 축구에 푹 빠지게 됐다”며 “상대편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찬 공을 온몸을 던져 막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직접 해본 사람만 알 것”이라며 웃었다. 마포구 여성축구단 멤버는 약 60명. 7년째 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한창윤 감독(47)은 “회장님을 중심으로 연배가 있는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독려하는 걸 보면 뿌듯한 마음”이라며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은 남자든 여자든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꿋꿋한 선수들 국내 여자 축구는 1946년 당시 서울 종로구에 있던 중앙여중(현재 서대문구 소재)에 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한 끝에 2010년 여자 U17(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우승하는 등 최근 들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성 축구단도 많아졌지만 여자 축구 프로리그가 열리는 유럽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더구나 2019년 12월 대한축구협회가 여성 축구인들의 염원이던 2023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유치 신청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찾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마포구 여성 축구단의 김리안 씨(34)는 “손흥민 선수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여자 축구팀과 손 선수가 단합대회라도 한번 열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며 웃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착하게 생긴 아줌마들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올려주는 음료’라고 권했다고 했어요.” 3일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고교생 6명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인 1조로 움직였던 일당 4명을 직접 만났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맘카페 등에는 직접 음료를 권유받았거나 권유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수십 건 올라왔다. 이를 두고 현재까지 밝혀진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자가 적잖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 앞에서 시음 행사를 했다더라. 같은 반 친구가 음료를 마셨는데, 다행히 그 친구는 맛이 없어서 한 모금만 마시고 버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도 “길거리 시음 행사에서 나눠 준 음료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마약 음료였다”, “음료를 마신 한 명은 먹자마자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밤에 잠을 못 잤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6일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만난 박모 양(14)도 “(범행 당일) 학원에서 나오다가 길에서 20대 여성들이 ‘이거 먹으면 기억력 좋아진다’고 음료를 권하자 한 언니가 그걸 마시는 걸 봤다”고 했다. 경찰에는 전날까지 접수된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약 투약을 신고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꺼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남구청역 인근 한 학원 원장은 “만에 하나 마약 복용 사실이 기록에 남을 경우 대학 입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할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거리에서 만난 김모 군(18)은 “주변에 마약 성분 음료를 마신 사람이 있는데 민망하다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오모 군(18)은 “부모님 친구가 ‘당신 아들 마약 먹었으니 돈 내놔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는데 흔한 보이스피싱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아들이 마약 음료 마신 걸 알았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도 안 했고 아들에게도 입단속을 시켰다고 들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마약을 복용하게 된 경우 범죄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가 의심될 경우 즉각 신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25세까지 뇌 성장기… 마약, 청소년에 더 치명적”“성인보다 대뇌피질손상 더 심해한번 노출로 중독가능성은 낮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로폰이나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에 노출될 경우 아직 발달이 진행 중인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마약 치료 전문병원인 인천 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25세까지는 뇌가 발달하며 신경회로가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청소년기에 마약에 노출되면 30, 40대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마약에 중독되면 기억력, 판단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 측두엽의 대뇌피질이 얇아진다. 청소년은 마약 중독 시 대뇌피질 등의 손상이 성인보다 훨씬 더 심하다. 마약으로 뇌가 손상되면 제대로 발달 과정을 거치지 못해 충동 조절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천 원장은 “건물을 지을 때 마지막에 외장재를 덮어줘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바람이 치면 구조물이 무너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들이 한 번 마약 성분에 노출됐다고 해서 바로 중독 증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필로폰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속하지만 최소 2, 3회 이상 사용했을 때 중독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쓰인 음료 병에는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ADHD’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고, 유명 제약회사 상호도 표기돼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중 집중력 강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대한약사회 등 7개 기관과 협력해 이달부터 11월까지 온라인상에서의 의약품·마약류 불법 판매 광고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인다고 이날 밝혔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착하게 생긴 아줌마들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올려주는 음료’라고 권했다고 했어요.” 3일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고교생 6명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인 1조로 움직였던 일당 4명을 직접 만났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맘카페 등에는 직접 음료를 권유받았거나 권유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수십 건 이상 올라왔다. 이를 두고 현재까지 밝혀진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자가 적잖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 앞에서 시음 행사를 했다더라. 같은 반 친구가 음료를 마셨는데, 다행히 그 친구는 맛이 없어서 한 모금만 마시고 버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도 “길거리 시음 행사에서 나눠 준 음료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마약 음료였다”, “음료를 마신 한 명은 먹자마자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밤에 잠을 못 자잤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6일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만난 박모 양(14)도 “(범행 당일) 학원에서 나오다 길에서 20대 여성들이 ‘이거 먹으면 기억력 좋아진다’고 음료를 권하자 한 언니가 그걸 마시는 걸 봤다”고 했다. 경찰에는 전날까지 접수된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약 투약을 신고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꺼린 것 아니냔 말이 나온다. 강남구청역 인근 한 학원 원장은 “만에 하나 마약 복용 사실이 기록에 남을 경우 대학 입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할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거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모 군(18)은 “주변에 마약 성분 음료를 마신 사람이 있는데 민망하다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오모 군(18)은 “부모님 친구가 ‘당신 아들 마약 먹었으니 돈 내놔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는데 흔한 보이스피싱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아들이 마약 음료 마신 걸 알았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도 안 했고 아들한테도 입단속을 시켰다고 들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마약을 복용하게 된 경우 범죄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가 의심될 경우 즉각 신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경찰이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배후로 거론됐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를 5일 전격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가 범행 직후 유 씨를 두 차례 만나 수천만 원을 요구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3시 6분경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피의자 1명(유 씨)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용인의 한 백화점에 유 씨와 함께 있던 부인 황 씨는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유 씨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 직후였던 지난달 31일 0시경 경기 용인시 유 씨 자택에서 한 차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 씨 회사 근처에서 한 차례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구속된 황대한(36)과 연지호(30)로부터 “이경우가 ‘윗선에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 A 씨와 맞소송을 벌이던 유 씨 부부가 착수금을 건네고 살해를 사주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또, 황대한과 연지호가 “이경우가 유 씨 부부를 ‘가상화폐 업계 큰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유 씨 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유 씨 부부를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다만 이경우는 여전히 범행 관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만나긴 했다.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고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건네진 돈에 대해서도 “유 씨 부부가 2019년 9월경 이경우에게 약 35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며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것이지 범행과 관련된 착수금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상화폐 퓨리에버를 고리로 얽혀 있는 이경우와 유 씨 부부, 피해자 A 씨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이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가상화폐 투자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경우는 유 씨의 부인 황 씨를 통해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 손실을 봤다”고 했다. 유 씨 부부와 A 씨는 한때 친밀한 관계였으나 2021년 초 1만 원대였던 코인 가격이 6개월 만에 10원대로 급락하면서 맞소송을 벌이는 등 사이가 틀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 부부는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며 A 씨 사무실 집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한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A 씨 소송을 두고 ‘금전적 대가를 주는 쪽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날 범행을 실행한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핵심 피의자 3명의 사진과 실명 등 신상을 공개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