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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뒤에서 흉기 난동범 등에게 테이저건을 쏠 수 있는 ‘스마트 방패’를 고안한 경찰관과 소방관, 해양경찰관 등 24명이 발명상을 받는다. 경찰청과 소방청, 특허청, 해양경찰청은 23일 오전 10시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19 국민안전 발명챌린지 시상식’을 열고 현장 공무원이 낸 치안 및 재난 안전 분야 아이디어에 대해 시상한다고 22일 밝혔다. 스마트 방패를 고안한 강종원 경위는 경찰청 최우수상을 받는다. 소방청 최우수상은 비상 사다리로 변신하는 책상을 고안한 이일규 소방교가, 해양경찰청 최우수상은 항공기와 선박 등 어디서든 쓸 수 있는 구조용 하네스(가슴 줄)를 고안한 장세일 경장에게 각각 돌아간다. 각 기관은 수상작 24건을 국유특허로 출원한 뒤 상용화해 사건 사고 현장에 도입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 첫 여성 경무관이 독립유공자 황현숙 선생(1902∼1964·사진)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황 선생은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함께 투옥됐던 것으로 알려진 독립유공자다. 71년 전 동아일보에 실린 인사 발령 기사가 황 선생의 경무관 이력을 밝히는 단초가 됐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 내 숨은 독립유공자의 기록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201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황 선생이 1948년 11월 10일 경무관으로 특채돼 내무부 치안국(현 경찰청) 여자경찰과장으로 임명되면서 최초의 여자 경무관으로 재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종전엔 2004년 1월 경무관으로 승진한 김인옥 전 제주지방경찰청장(67)이 첫 여성 경무관으로 알려져 있었다. 황 선생이 임용됐을 때 경무관은 이사관(치안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찰 계급이었다. 현재도 경무관은 치안총감(경찰청장)과 치안정감, 치안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아 ‘경찰의 별’이라 불리는 계급이지만 당시엔 최고위 지휘부에 해당했다. 황 선생은 여자경찰과장을 맡아 1년여간 재직하며 여성과 청소년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전국 4개 여자경찰서를 총괄했다. 경찰청이 71년 만에 이런 사실을 밝혀낸 데엔 동아일보의 인사 기사가 한몫했다. 황 선생은 광복 후 이름을 ‘금순’에서 ‘현숙’으로 바꿨는데 경찰이 관리하는 여경 명단엔 개명 후의 이름만 기록돼 있었다.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독립유공 경찰 발굴 과정에서 황 선생을 찾아내지 못했던 이유다. 충남지방경찰청은 분석 대상을 넓혀 국가보훈처 공훈 사료를 뒤지던 중 황 선생의 개명 전 이름이 병기된 공적조서를 찾아냈고, 이를 토대로 문헌 조사를 벌여 1948년 11월 16일자 동아일보 1면에 게재된 ‘정부 인사 발령’ 기사에서 그가 경무관으로 임명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경찰 내 사령원부와 대조해 그가 최초의 여성 경무관이었다는 사실을 확정한 것이다. 이영철 경찰청 임시정부태스크포스(TF)팀장은 “광복 전후로 많은 자료가 파손되거나 사라져 기록 확인이 어려웠는데 공신력 있는 신문의 기사가 잘 보존된 덕에 발굴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선생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같은 달 20일 충남 천안에서 직접 만든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붙잡혀 보안법 위반죄로 1년간 옥고를 치렀다. 1950년 1월 24일자 ‘부인신문’에 따르면 황 선생은 만세운동 직후 공주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와 한 방에 갇혔다. 황 선생은 전북 군산 멜볼딘여학교(현 군산영광여고)에서 교원으로 재직하던 1929년에도 광주 지역 학생들의 동맹휴학 운동 배후로 지목돼 구류되자 옥중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광복 후 1945년 9월 조선여자국민당을 창당했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 등 민족 지도자들과 함께 남조선대한국민대표민주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여성 5명을 포함해 총 55명의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지방경찰청에서 발굴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찰청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예외적으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특별법에 찬성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특별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혀 달라’는 국회의 요청에 최근 ‘찬성’ 의견을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총 10건의 화성 사건은 1991년 4월에 마지막으로 발생해 현행법상으론 2006년 4월로 공소시효가 지났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07년 12월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고, 2015년 7월엔 폐지됐지만 2007년 12월 이전에 발생한 사건은 기존 공소시효(15년)를 따르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화성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법을 바꿔서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한 실체 규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화성 사건을 비롯해 총 14건의 살인을 자백한 피의자 이춘재(56)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옛 법에서 공소시효가 완성된 범죄를 새 법으로 처벌하는 건 형사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입법 추진 과정에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법으로 특정 사건의 공소시효를 되살린 전례는 1995년 12월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1일 부산시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55)에 대한 청와대 감찰이 중단된 게 조국 법무부 장관의 관여 때문 아니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이날 부산시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국감장에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대통령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유 부시장과 기업은) 골프 접대와 차량 제공을 받은 스폰서 관계임이 확인됐다”며 “이런 비리가 적발돼도 그냥 넘어간 데는 조국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의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0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유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0월경 특별감찰반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별다른 징계 절차 없이 사직했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같은 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유 부시장은 “당시 조국 수석을 만난 적도 없고, 감찰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감찰 내용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비위가 없었다면 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유 부시장은 “경미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라며 “(어떤 위반인지)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감찰을 받으며 힘들었고, 중요한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처벌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유 부시장을 임명한 경위를 따져 물었다. 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유 부시장을 어떻게 임명했냐”고 묻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 시장은 “당 쪽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답했다. “부정부패자를 임명한 이유가 뭐냐”는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의 지적에 오 시장은 “아직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조건희 기자}

1986년 12월 12일 발생한 세 번째 화성 연쇄살인 사건 증거물에서도 용의자 이춘재(56)의 것과 일치하는 유전자(DNA)가 나왔다. 이로써 10건의 화성 사건 중 이춘재의 DNA가 확인된 사건은 모두 5건으로 늘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긴 3차 화성 사건 피해자 권모 씨(당시 24세·여)의 유류품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고 11일 밝혔다. 그간 경찰은 1991년 4월 발생한 10번째 사건부터 역순으로 증거물을 다시 감정한 결과 9번째와 7번째, 5번째, 4번째 피해자의 유류품에서 이춘재의 DNA를 찾아낸 바 있다. 권 씨의 시신은 당시 이춘재의 직장이었던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 I전기로부터 불과 500m 가량 떨어진 논둑에 파묻혀 있다 발견됐다. 사건 발생 133일만인 1987년 4월 23일 발견된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고, 당시엔 피해자 속옷에 묻은 정액에서 혈액형조차 판독해내지 못했다. 수사본부는 이미 윤모 씨(52)가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8차 사건도 이춘재가 자기 소행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클로버잎도 재감정 중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1988년경 범행 장소와 수법을 바꿨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자 이전 방식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쇄살인범 정남규(50)처럼 주거지에서 다소 떨어진 ‘완충지역(버퍼존)’에서 피해자를 물색하던 방식을 잠시 썼다가 이를 버리고 유영철(49)처럼 주거지 인근에서 범행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범행은 경기 화성 연쇄살인 10건을 비롯해 수원에서 2건, 충북 청주에서 2건으로 전해졌다. 1994년 1월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를 강간 살인해 검거된 것까지 합하면 모두 15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의 범행은 시간 순으로 화성에서 1∼8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 1기(1986년 9월∼1988년 9월)와 수원 여고생 살인 및 강도예비 사건이 일어난 2기(1988년 12월∼1989년 9월), 화성의 나머지 살인 2건과 청주 살인 3건이 발생한 3기(1990년 11월∼1994년 1월)로 나뉜다. 이 중 1기 범행의 발생 장소는 전형적인 ‘범행원’ 패턴을 보인다. 연쇄 범죄자는 거주지나 직장 등 지리적으로 익숙한 거점 주변에서 주로 피해자를 찾는다는 프로파일링(범죄유형분석) 이론이다. 범행 장소 중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곳을 직선으로 이은 뒤 이를 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리면 그 안에 범인의 거점이 있을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에서 비롯됐다. 1∼8번째 화성 사건이 발생한 지름 12.3km의 범행원 안에는 이춘재의 태안읍 진안리 본가와 안녕리 직장(I전기)이 모두 들어 있었다. 특히 이춘재의 통근길을 따라 4명의 피해자가 발견됐다. 2004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경우도 20명의 피해자 중 19명이 그의 자택을 포함한 14km의 범행원 안에 암매장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춘재가 자백한 2기 범행의 장소는 화성이 아닌 수원이었다. 당시 2건의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춘재의 본가에서 약 15.3km 떨어진 수원역을 중심으로 5.2km의 범행원 안에서 일어났다. 이는 연쇄살인범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거주지를 어느 정도 벗어날 때까지 이동하다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장소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면 그곳에서부터 피해자를 찾기 시작한다는 버퍼존 패턴으로 해석된다. 정남규가 인천 자택에서 멀리 떨어진 구리시 등에서 범행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임흠규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 프로파일러(경장)는 “범인들은 주로 (검거) 위험을 피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버퍼존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춘재가 1987년 처음으로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오르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 장소를 수원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원으로 경찰력을 분산시켜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73)은 “범인은 수원에서 범행한 뒤 기차를 타고 본가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1989년 9월 수원의 한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가 검거돼 강도예비 등의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7개월 뒤인 11월부터 3기 범행이 시작됐다. 모두 이춘재의 화성 본가와 직장(청주의 한 골재회사) 인근이었다. 버퍼존이 아닌 거점 인근으로 범행 장소를 다시 옮긴 것이다. 김종길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실패했던 방식을 버리고 검거될 위험으로부터 안전했던 이전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1988년경 범행 장소와 수법을 바꿨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자 이전 방식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쇄살인범 정남규(50)처럼 주거지에서 다소 떨어진 ‘완충지역(버퍼존)’에서 피해자를 물색하던 방식을 잠시 썼다가 이를 버리고 유영철(49)처럼 주거지 인근에서 범행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7일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범행은 경기 화성 연쇄살인 10건을 비롯해 수원에서 2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1월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를 강간 살인해 검거된 것까지 합하면 모두 15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의 범행은 시간 순으로 화성에서 1∼8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 1기(1986년 9월∼1988년 9월)와 수원 여고생 살인 및 강도예비 사건이 일어난 2기(1988년 12월∼1989년 9월), 화성의 나머지 살인 2건과 청주 살인 3건이 발생한 3기(1990년 11월∼1994년 1월)로 나뉜다.이 중 1기 범행의 발생 장소는 전형적인 ‘범행원’ 패턴을 보인다. 연쇄 범죄자는 거주지나 직장 등 지리적으로 익숙한 거점 주변에서 주로 피해자를 찾는다는 프로파일링(범죄유형분석) 이론이다. 범행 장소 중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곳을 직선으로 이은 뒤 이를 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리면 그 안에 범인의 거점이 있을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에서 비롯됐다.1∼8번째 화성 사건이 발생한 지름 12.3km의 범행원 안에는 이춘재의 태안읍 진안리 본가와 안녕리 직장(I전기)이 모두 들어 있었다. 특히 이춘재의 통근길을 따라 4명의 피해자가 발견됐다. 2004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경우도 20명의 피해자 중 19명이 그의 자택을 포함한 14km의 범행원 안에 암매장된 상태였다.그런데 이춘재가 자백한 2기 범행의 장소는 화성이 아닌 수원이었다. 당시 2건의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춘재의 본가에서 약 15.3km 떨어진 수원역을 중심으로 5.2km의 범행원 안에서 일어났다. 이는 연쇄살인범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거주지를 어느 정도 벗어날 때까지 이동하다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장소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면 그곳에서부터 피해자를 찾기 시작한다는 버퍼존 패턴으로 해석된다. 정남규가 인천 자택에서 멀리 떨어진 구리시 등에서 범행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임흠규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 프로파일러(경장)는 “범인들은 주로 (검거) 위험을 피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버퍼존을 찾는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이춘재가 1987년 처음으로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오르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 장소를 수원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원으로 경찰력을 분산시켜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73)은 “범인은 수원에서 범행한 뒤 기차를 타고 본가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춘재는 1989년 9월 수원의 한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가 검거돼 강도예비 등의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7개월 뒤인 11월부터 3기 범행이 시작됐다. 모두 이춘재의 화성 본가와 직장(청주의 한 골재회사) 인근이었다. 버퍼존이 아닌 거점 인근으로 범행 장소를 다시 옮긴 것이다. 김종길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실패했던 방식을 버리고 검거될 위험으로부터 안전했던 이전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충돌로 고소 고발을 당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검찰 소환에 집단으로 불응할 방침을 1일 다시 한 번 밝혔다. 만약 국회 회의 방해(국회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5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로서 언제든 (소환 통보가 오면)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다”라며 “(다른) 의원들께서는 사실 출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를 제외한 다른 한국당 의원들은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한국당 의원 60명 중 상당수가 올 4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13년 8월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폭행이나 감금, 퇴거불응, 재물손괴 등으로 국회 회의를 막으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국회 회의 방해죄는 친고죄(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죄)가 아니기 때문에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해도 검찰 수사나 기소를 막을 수는 없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39명과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3명 등은 국회 회의 방해가 아닌 형법상 폭행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폭행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그간 법원은 단순 폭행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에게 대체로 벌금형을 선고해왔다. 검찰은 한국당의 기조와 관계없이 고소, 고발된 의원들은 순차적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통상 소환에 3차례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한다. 다만 정기국회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당장 강제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에 따라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김소영 ksy@donga.com·조건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엔 법최면 기법으로 확보한 사건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이춘재를 면담한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의 설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최면으로 부활시킨 진술이 결정적 역할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춘재가 무기수로 복역 중인 부산교도소로 모두 9차례 프로파일러를 보내 대면조사를 벌여 왔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았던 공은경 경위(40·여)가 진술분석팀장을 맡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2명과 전국에서 활동 중인 베테랑 프로파일러 6명 등 총 9명이 투입됐다. 프로파일러들은 이춘재와 라포르(rapport·신뢰감으로 이뤄진 친근한 인간관계)를 쌓는 한편 법최면 기법을 통해 확보한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을 제시하며 범행 자백을 유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법최면은 과거의 어렴풋한 순간적인 기억을 극대화하는 수사기법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달 26일부터 이춘재의 여죄로 의심되는 미제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성을 폭넓게 조사해 왔다. 이 중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한창이었던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 사이에 화성에서 성폭행을 당한 30대 여성 A 씨도 있었다. A 씨는 지난주 1시간가량 법최면 조사를 받으며 당시 성폭행범이 자신의 옷을 사용해 손을 묶은 사실을 떠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가 다른 화성 사건의 피해자를 살해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수법이다. A 씨가 묘사한 범인의 인상착의도 이춘재와 유사했다. 경찰이 법최면 조사를 한 또 다른 30대 여성 B 씨는 이춘재가 충북 청주에 거주한 1991년부터 1994년 1월 사이에 청주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B 씨의 진술도 A 씨와 비슷했다. A 씨와 B 씨의 사건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최근 피해자들이 스스로 “날 성폭행한 범인이 이춘재인 것 같다”고 제보하면서 조사가 이뤄졌다. 1988년 9월 7번째 화성 사건 직후 용의자를 목격하고 몽타주 작성을 도운 시외버스 안내양 엄모 씨도 최근 경찰의 법최면 조사에서 “당시 용의자의 생김새가 이춘재와 똑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런 구체적인 진술에 이춘재는 지난주부터 입을 열기 시작해 1일까지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춘재 여죄 캐려 미제사건 100건 추가 분석 여기에 5차, 7차, 9차 사건 피해자의 유류품에서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유전자(DNA)가 검출된 데 이어 4차 사건 피해자의 속옷 등 증거물에서도 DNA가 확보된 점, 이춘재가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된 1989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다가 석방된 지 7개월 만에 다시 사건이 벌어진 점을 들어 추궁한 것도 이춘재의 입을 여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이춘재가 가석방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 자포자기로 거짓 자백을 했거나 여죄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범행만 시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춘재가 군대에서 제대한 1986년 1월부터 1994년 1월 사이에 화성, 수원, 청주에서 발생한 미제 성폭행, 살인, 실종 사건 약 100건을 분석하는 한편 이 중 성폭행 사건의 생존 피해자 10여 명을 추가로 조사하기 위해 접촉 중이다. 특히 이춘재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7번째 범행 직후 경기 수원시로 향하는 버스를 탄 점, 이춘재가 강도예비 사건을 저지른 지역이 수원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과 이춘재의 연관성도 추적하고 있다. 이춘재는 범행을 자백한 후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이춘재는 반복되는 경찰 조사에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도, 밥을 안 먹고 잠을 안 자는 등 변화를 보이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한성희 기자}

《지난달 29일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50)의 연구실 책장엔 붉은 수채화 물감을 발라둔 듯한 메모지가 10여 장 놓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감이 아니라 혈액이었다. “아, 그건 제 피예요. 오래된 혈액의 유전자(DNA)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해보려고 사나흘마다 뽑아둔 건데….” 임 교수가 설명했다. 반평생을 DNA 감정에 바치고도 자기 피를 뽑아 ‘인체 실험’을 벌일 정도로 DNA 연구가 매력적인 걸까. 올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떠나 대학 강단에 선 임 교수를 경기 수원시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 ―언제부터 DNA를 다뤘나.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기 시작한 건 1991년이다. 원래 환경 분야를 연구하려고 했는데 박사 과정을 밟던 1995년 6월에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의 신원을 DNA로 찾아내는 걸 보고 흥미가 생겼다. 환경연구소를 그만두고 국과수에 지원해 1997년 1월 채용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국과수에 채용된 강필원 선배(국과수 법유전자과장)가 ‘화성 세대’라면 나는 ‘삼풍백화점 세대’인 셈이다. 처음엔 무서웠다. 피 묻은 칼과 참혹한 시신을 매일 봐야 하니…. 지금은 내 피를 스스로 뽑아도 아무렇지 않다.” ―DNA로 화성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를 33년 만에 찾아낸 건 피해자 속옷에 남은 땀 세포 덕분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볼펜으로 종이에 작은 점을 하나 찍으며) 이 점이 보이나. 이게 혈흔이라면 이 안엔 백혈구 세포가 약 160개 들었을 양이다. 현재 기술로는 세포 15개면 DNA를 밝혀낼 수 있다. 이 점의 10분의 1 크기인 혈흔만 있어도 그 주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땀도 마찬가지다. 증거물이 잘 보존돼 있다면 세포 속 DNA를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다. 화성 사건의 9번째 피해자인 김모 양(당시 13세)의 경우 범인이 김 양의 속옷을 잡았을 때 그의 땀이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증거물도 어느 부위를 오려서 분석하느냐에 따라 DNA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번엔 경찰이 증거물을 잘 보존했고, 국과수는 분석 부위를 정확히 선택한 덕에 DNA를 찾아낸 거다.” ―화성 사건 당시엔 경찰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추정했는데 이춘재는 O형이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86년은 증거물을 수집하는 절차도, 분석하는 기술도 설익은 시절이었다. 당시 기술로는 O형인 용의자의 체액이 A형인 피해자의 체액과 섞이면 A형으로만 보였다. 현행 DNA 분석 기법의 정확도는 화성 사건 당시의 100경(京) 배 이상이다.” ―화성 사건은 2006년 4월로 공소시효가 지났다. 증거물을 서둘러 재감정했으면 범인을 더 일찍 찾아낼 수 있었을까. “DNA 분석 기법으로만 따지면 그때도 가능했다. 1997년 8월 KAL기 괌 추락사고 때 이미 우리나라의 DNA 분석 기술은 미국에 견줄 수준이었다.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를 생각해보라. 불에 탄 시신은 DNA 분석이 어려운데도 희생자의 신원을 다 찾아냈다.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법이었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49)이 검거되자 강력범죄자의 DNA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런데 당시엔 관련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만약 그때 DB가 구축돼 1995년부터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의 DNA를 확보하고, 화성 사건의 증거물도 재감정했다면 그를 법정에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국은 이미 1995년부터 강력범죄자 DNA DB를 관리하고 있었다.” ―22년간 감정한 범행 현장의 DNA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뭔가. “2009년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강호순(50) 사건의 감정을 맡았다. 강호순은 DNA를 아는 지능범이었다. 피해자의 모발이나 혈흔이 남아 있을까 봐 자기 차량을 불태울 정도로 치밀했다. 그때 내 책상 앞엔 포스트잇 4장이 붙어있었다. 2008년 11월 경기 수원시에서 실종된 김모 씨(당시 48세·여)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실종된 여성 4명의 DNA 식별번호였다. 강호순의 밝혀지지 않은 범행의 희생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외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마침 강호순의 점퍼 소매에 묻어있던 깨알 크기의 혈흔을 분석해보니 DNA가 김 씨의 것과 같았다. 그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곧장 경찰에 알렸고, 이를 근거로 추궁한 결과 강호순이 여죄를 시인했다. DNA 감정가는 누구나 자기가 분석한 증거물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유영철 때 좌절됐던 강력범죄자 DNA DB 구축 관련법도 2010년 7월 시행됐다.”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혈흔 분석 시약을 국산화한 일화가 유명하다. “범행 현장에서 혈흔을 찾아낼 때 쓰는 루미놀 시약을 전량 수입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입품은 1L당 14만 원 정도로 비싸서 수사 일선에서 쓰기가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화학을 전공한 임승 광주지방경찰청 검시관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 개발에 나섰다. 제 기능을 하면서도 DNA를 오염시키지 않는 조합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었다. 본업인 감정 업무와 병행하려니 8년이 걸렸다. 결국 2017년 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냈다. 지금은 국제특허도 출원 중이다.” ―강력범죄자가 아닌 성인 실종자의 DNA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는데…. “매년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가 200여 명씩 국과수에 온다. 소지품 등 신원을 추정할 근거가 없어 ‘신원불상’으로 DNA가 기록된다.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아동이 아닌 성인 실종자는 ‘가출인’으로 분류돼 그 DNA를 보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성인 실종자는 숨진 후에도 가족이 그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실종자 가족이 경찰에 애원하면 알음알음으로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보내지만 이는 제대로 된 DB가 아니다. 성인 실종자가 범죄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꼭 제대로 된 DB를 구축해야 한다. 국회에 관련법도 발의돼 있는데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국과수를 떠나 교수직을 택한 이유가 뭔가. “우리나라의 DNA 감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뒷받침하고 유지하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 대학 학부엔 과학수사학과가 없고 일반 대학원에도 성균관대가 유일하다. 국과수에 입사하는 직원 중에도 관련 교육을 받고 들어온 직원이 없었다. 또 하나는 연구다. 법과학은 생물학뿐 아니라 의학과 광학, 기계공학 등 많은 학문과 함께 발전하는 ‘종합예술’과 같은 분야다. 성폭행 용의자의 정액을 검사하는 시약도 원래는 전립샘 환자를 검사하려고 만든 거였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면서 연구에 파고들려면 대학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DNA 분석 기법이 얼마나 발전할까. “DNA 분석 기술은 1990년대 중반에 ‘짧은연쇄반복(STR)’ 기법이 도입되면서 한 차례 크게 발전했다. 화성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를 밝혀낸 기법의 원형이다. 지금은 ‘제2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또다시 기술력이 급격히 도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DNA만으로 주인의 인종과 나이, 안구 색상 등을 파악하는 피노타이핑(phenotyping) 기법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DNA를 통해 범죄 용의자 범위를 상당히 좁힐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상용화돼서 민간 업체가 한 건당 약 400만 원을 받고 서비스해 주고 있다. 또, 현행 기법으로는 2명 이상의 혈액이 섞인 경우 DNA를 특정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DNA 관리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 “우리 정부는 대검찰청과 경찰청, 해양경찰청, 국방부 등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DNA를 따로 관리한다. 총괄하는 거버넌스도 없고 미래 전략도 없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이 DNA 관리를 총괄하고 법무부 산하 국립사법연구소(NIJ)가 DNA 감식을 포함한 법과학 관련 연구의 연구비를 관리하고 연구과제 선정도 한다. 연구비 자체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한국은 법과학 예산을 다 합해도 연 70억∼80억 원 정도인데 미국은 100배가 넘는다. 그러니 신기술은 다 미국에서 나온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실을 떠나려는 기자의 눈에 벽에 붙은 메모가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 광원(플래시)을 활용한 혈흔 감정’ 등 앞으로 연구할 과제의 목록을 30여 개 빼곡하게 적어둔 것이었다. 그 옆엔 임 교수가 직접 쓴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임 교수는 “저는 정말 이렇게 생각해요. 오래된 미제 사건도, 새로운 DNA 분석 기법 개발도 포기하지 않으면 풀릴 거라고요”라고 말했다.○ 임시근 교수 프로필△1991년 고려대 생물학과 졸업△1995년 고려대 석사(미생물학)△1997∼2019년 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신원확인정보관리실장, 유전자분석실장△2001년 고려대 박사(미생물학)△2017년∼현재 한국유전학회 이사△2019년∼현재 한국법과학회 이사△2019년 3월∼현재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 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근 6년간 A급(체포영장) 지명수배자 약 8000명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지명수배 중 공소시효가 완성(만료)된 사례가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8282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혐의별로는 사기와 횡령이 5106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288건)과 절도(271건)가 뒤를 이었다. 살인(21건)과 강도(22건) 강간(12건) 등도 있었다. 여기서 ‘살인’은 영아살해나 촉탁살인 등을 뜻한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2015년 7월에 폐지됐지만 영아살해와 촉탁살인은 공소시효가 여전히 10년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민갑룡 경찰청장이 26일 오전(현지 시간) 필리핀 경찰청에 오토바이 142대를 전달했다. 경찰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이날 필리핀 마닐라 경찰청 본부에서 ‘한국형 경찰 오토바이 전달식’을 열고 오스카 알바얄데 필리핀 경찰청장에게 한국 경찰 표준 오토바이를 인도했다. 국내 업체 KR모터스가 제작한 오토바이다. 이번 행사는 양국이 2016년 시작한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 사업’의 하나로, 우리나라 입장에선 현지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 사건 수사와 도피사범 검거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의미가 크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도피 사범은 2015년 47명에서 지난해 108명으로 늘었다. 알바얄데 청장은 감사를 표하며 수사 협력을 약속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부산시는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둔 2017년 12억 원을 들여 ‘택시운수종사자 희망키움’ 사업을 신설했다. 열악한 업계 사정을 감안해 택시운전사 1명당 월 5만 원을 준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같은 해 한부모 가족 자녀와 장애인 교육에 배정된 부산시 예산은 오히려 전년보다 11억5071만 원이 줄었다. 이 때문에 일선 수화통역센터에선 청각장애인에게 나눠줄 영상전화 장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부산에 사는 청각장애인 A 씨(53)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같아 이 사회에서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현금복지에 밀린 취약계층 지원 부산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자의 가정 형편을 따지지 않는 보편적 현금복지 사업을 앞다퉈 신설하면서 그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신설한 보편적 현금복지 사업은 2014년 30건에서 2015년 29건, 2016년 18건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 다시 30건이 신설되더니 지난해 55건, 올해 60건(6월 30일 현재)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2014년 114억7700만 원에서 올해 1637억3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존 복지 예산을 오히려 줄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 1226억9600만 원을 들여 만 24세라면 취업 여부도 따지지 않고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주는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한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경기도가 경기도의료원 산하 공공병원에 지급하던 공익적 운영비 지원액은 지난해 353억1600만 원에서 올해 216억5200만 원으로 줄었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노숙인 대상 무료 진료를 줄일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지원 예산이 1억2725만 원 줄어든 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30차례 진행했던 장애아동 가족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올해는 25차례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는 올해 ‘출산 축하금’을 도입하면서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복지제도를 안내해 주던 ‘희망나눔콜센터’를 없앴다. 지난해 만 0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아기수당’을 신설한 충남도는 성폭력 및 가정폭력 상담소에 주던 운영비 지원금을 깎았다. 강원도는 올해 생후 48개월까지 월 30만 원을 주는 ‘육아 기본수당’을 도입하며 재해 사전대비 능력강화 예산을 42억5130만 원 줄였다. 올 4월 큰 산불을 겪기 전의 일이다.○ “‘표몰이’ 현금복지 전면 재검토해야” 더 큰 문제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현금복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전국 지자체의 지방세 수입 대비 현금복지 지출 비율은 평균 1.3%다. 하지만 경북 봉화군은 지방세 수입 92억7300만 원 가운데 현금복지에 25억9300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 그 비율이 28%나 됐다. 그 뒤를 강원 인제군(25%)과 서울 도봉구(24.5%) 등이 이었다. 이처럼 지방세 수입 대비 현금복지 지출 비율이 10%가 넘는 시군구는 26곳이나 됐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강원도(5.7%)와 경북도(3.4%), 대구시(2.6%), 경기도(2.3%) 등의 현금복지 지출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들의 보편적 현금복지 사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표몰이’에 도움이 되는 보편적 현금복지만 늘어나는 ‘복지사업의 정치 종속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희 의원은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이 받아야 할 지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에서 시행하는 현금복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소영·한성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력범죄자의 유전자(DNA)를 확보하는 조건이 내년부터 까다로워진다. 대상자의 의견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판사가 불허하면 보관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2010년 7월 시행된 DNA법에 따라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나 구속 피의자의 DNA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 강력범죄자가 거부해도 요건에 맞으면 법원에서 채취영장을 받아 DNA를 강제로 채취한다. 1994년 강간살인죄로 검거돼 무기 복역 중인 이춘재도 당국이 2011년 10월 DNA를 채취해둔 덕에 지난달 9일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구속영장 발부 전 피의자 심문을 거치는 것처럼, DNA를 채취할 때도 대상자가 판사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보완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범죄자 DNA 정보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독일과 영국은 범죄자의 DNA를 채취할 때 대상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미국은 일부 주(州)에서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만 체포된 피의자는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연쇄살인범 강호순(50)의 입을 열었던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이 투입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춘재와 라포르(rapport·신뢰감으로 이뤄진 친근한 인간관계)를 쌓아 자백을 받고 여죄를 캐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신뢰-친근감 통한 자백이 핵심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 진술분석팀에 배치된 프로파일러 3명은 20일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찾아가 오후 4시까지 조사를 벌였다. 18일과 19일에 이어 세 번째 조사였다. 진술분석팀장인 공은경 경위(40·여)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았던 프로파일러다. 2007년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한 공 경위는 강호순의 여죄 수사를 위한 범죄분석팀에 투입된 후 강호순과의 라포르 형성을 통해 그의 자백을 이끌어 냈다. 지금까지 3차례 조사에서 이춘재는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10건의 화성 사건 가운데 증거품에서 이춘재의 것과 같은 유전자(DNA)가 검출된 사건은 1987년 1월 10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황계리에서 발생한 5번째 홍모 양(당시 18세) 사건을 포함해 7번째와 9번째 등 3건이다. 이미 모방범의 소행으로 밝혀진 8번째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사건에 대해서도 유전자 감식이나 주변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상 규명을 위해선 이춘재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진술분석팀이 라포르를 형성해 가는 단계에 있다”며 “이를 통해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 것이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키(열쇠)’다”라고 말했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이춘재가 수사팀과 대면하는 시간은 하루 4, 5시간이라고 한다. 교도소 일반 접견은 통상 10분 내외로 제한되지만 경찰 접견은 수사 목적이라 더 긴 시간 접견을 허용했다. 다만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완성(만료)된 탓에 이춘재가 거부하면 강제로 조사할 수는 없다. ○ 4번째, 5번째 시신 모두 짚으로 가려둬 경찰이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4번째 사건 증거물의 감정 결과는 약 일주일 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4번째 사건은 1987년 1월에 정남면 관항리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모 씨(당시 23세·여)가 숨졌다. 이 씨는 발견 당시 자신의 블라우스로 손이 뒤로 묶인 채 들깻짚 사이에 가려진 상태였다. 시신이 우산 손잡이로 훼손돼 있었고 범인이 범행 후 옷을 다시 입혀뒀다. 본보가 전체 10개 사건의 초동수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4번째 사건과 같은 양상은 한 달 후 발생한 5번째 사건과 흡사했다. 범인은 홍 양의 블라우스로 그의 양손을 뒤로 묶고 범행 후 옷을 다시 입혀뒀다. 홍 양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도 가슴 높이까지 쌓인 볏짚 사이였다. 이런 유사성은 각기 다른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인지 판단할 때 중요한 단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화성경찰서장을 지낸 최원일 전 총경은 “피해자들의 손을 묶은 매듭 형태가 시그니처(서명)처럼 특정한 모양으로 분류돼 관련 보고서까지 썼었다”라며 “이를 DNA 감정 결과, 시신 훼손 방식 등과 교차 분석하면 동일범 여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화성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 감정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5, 9번째 사건은 B형으로, 7번째 사건은 AB형으로 추정하긴 했지만 이런 추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올해 7월 경찰로부터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받은 국과수가 DNA를 분석한 결과 혈액형은 모두 이춘재와 같은 O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은 “화성 사건 당시 B형으로 추정됐던 혈액형은 DNA를 통해 밝혀낸 것이 아니고 감정물에 남아 있던 인체 분비물과 여러 혼합물질이 뒤섞인 상태에서의 분석이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한성희 chef@donga.com·고도예·조건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정체를 밝힌 건 29년 전 피해자 속옷에 남아 있던 이춘재의 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올해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성 사건으로 희생된 여성 10명 중 1990년 11월 숨진 9번째 피해자 김모 양(당시 13세)의 속옷을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속옷의 허리 부분에서 이춘재의 유전자(DNA)가 검출됐다. 이춘재가 손으로 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속옷에 땀이 묻었고, 그 안에 섞여 있던 미량의 DNA가 남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7번째(1988년 9월 발생) 피해자 안모 씨(당시 52세)의 유류품을 국과수에 추가로 넘겼다. 이 중 안 씨의 속옷 허리 부분에 김 양 사건과 판박이로 이춘재의 땀과 DNA가 남아 있었다. 5번째(1987년 1월) 피해자 홍모 양(당시 18세)의 경우 유류품 4건에 남은 체액이 이춘재의 것이었다. DNA 분석 결과 혈액형도 이춘재와 같은 O형이었다. 수사팀은 이춘재의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4번째(1986년 12월) 피해자 이모 씨(당시 23세)의 손수건과 블라우스 등을 19일 국과수에 보냈다. 1∼3번째 피해자의 유류품도 순차적으로 감정을 맡길 예정이다. 또 이춘재의 여죄를 캐기 위해 화성 인근에서 발생한 성폭행이나 실종 사건도 폭넓게 다시 검증하기로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조사 중인 이춘재는 조사 편의를 위해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경기 안양교도소로 이감될 것으로 보인다.구특교 kootg@donga.com·조건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9번째 피해자 김모 양(당시 13세)은 1990년 11월 16일 경기 화성시 병점동(당시 태안읍 병점5리)의 야산에서 발견됐을 때 흰색 속옷 하의만 입은 상태였다. 이 속옷은 화성 사건의 유류품으로 영구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김 양 발견 당시의 사진을 통해 일반인의 뇌리에도 남아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속옷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를 찾아낼 결정적 증거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29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난달이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올 7월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 양과 화성 사건 10번째 피해자 권모 씨(당시 69세·여)의 유류품을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올 6월 경기 오산시 ‘백골 시신’ 사건처럼 오래된 사건도 유전자(DNA)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엔 김 양의 속옷도 있었다. 수사팀이 총 10건의 화성 사건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발생한 2건의 증거물을 우선적으로 국과수에 보낸 이유는 최근에 수거한 것일수록 DNA 정보가 더 뚜렷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 김 양 속옷의 허리 부분에선 미량의 남성 DNA가 검출됐다. DNA 감정 전문가들이 이른바 ‘터치 세포’라고 부르는, 옷 등을 만졌을 때 손에서 묻어나는 땀의 혈액세포나 상피세포에 포함된 것이었다. 권 씨의 유류품에선 DNA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이 남성의 DNA 정보를 넘겨받아 지난달 8일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대검은 2010년 7월 시행된 DNA법에 따라 강력 범죄자의 DNA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 대검이 해당 DNA를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강간 살인해 이듬해 무기징역이 확정된 이춘재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시점의 역순으로 감정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고 국과수에 7번째 피해자 안모 씨(당시 52세·여) 등의 유류품을 추가로 보냈다. 그 결과 안 씨의 속옷에서도 김 양의 경우와 똑같이 땀에서 비롯된 DNA가 검출됐다. 추가로 분석한 5번째 피해자 홍모 양(당시 18세)의 경우엔 속옷과 티셔츠, 청바지, 브래지어 등 4건의 증거물에서 체액의 DNA가 검출됐다. 모두 이춘재의 것과 같았다. 경찰은 18일 이춘재가 수감된 부산교도소에 프로파일러 3명을 보내 그를 면담했다. 이춘재는 이 자리에서 화성 사건을 저질렀느냐는 취지의 물음에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9일에도 이춘재를 면담하는 한편 4번째 피해자 이모 씨(당시 23세·여)의 유류품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했다. 이춘재는 화성에서 나고 자라 연쇄살인 사건이 한창이었던 1990년대 초반까지 화성 일대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춘재의 본적은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로, 화성 사건 중 2번째와 6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다. 이춘재가 처제를 살해해 청주서부경찰서(현 청주흥덕경찰서) 형사들이 이춘재의 태안읍 본가를 압수수색했을 때 화성 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들도 그 장소에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주서부서 담당형사였던 김시근 씨(62)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화성 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들에게 ‘수사자료를 열람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춘재를 잡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조건희 becom@donga.com·한성희·구특교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33년 만에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유전자(DNA) 분석 기법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이었다. 이춘재의 DNA는 현재까지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건 중 1건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도 다시 감정해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 올 7월 다시 빛을 본 증거물 경기 화성경찰서 창고에 잠들어 있던 증거물이 다시 빛을 본 것은 올 7월 중순이다. 화성 사건을 비롯한 장기미제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최근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사건이 발생한 지 십수 년이 지난 후에 재감정한 증거물에서 용의자의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화성 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1990년 11월 15일 화성시 병점동(당시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발생한 9차 사건의 희생자인 김모 양(13)의 속옷 등 유류품도 대상이었다. 김 양의 속옷에서 검출된 남성의 DNA를 국과수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현재 강간 살인죄로 무기 복역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양의 다른 유류품에서도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DNA가 검출됐다. 공교롭게도 국내에 DNA 분석기법이 처음 도입된 계기는 화성 사건이었다.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1988년 9월 16일 박모 양(13)이 살해되는 8차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수사 사상 처음으로 음모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대조하는 분석법을 적용했고, 9차 사건부터 피해자의 시신에서 검출된 정액 DNA를 일본에 보내 감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DNA 수사 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다만 당시엔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DNA를 이미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의 것과 1 대 1로 대조하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실제로 화성 사건으로 DNA 분석 대상에 오른 용의자만 570명, 모발 감정 대상은 180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 발전으로 더 적은 양의 검체에서도 2배 이상 정밀한 유전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고,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대상도 크게 증가했다. 경찰과 국과수가 이춘재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경찰은 1991년 4월 3일 화성시 반송동(당시 동탄면 반송리)에서 일어난 마지막 10번째 사건의 희생자 권모 씨(69·여)의 유류품을 비롯해 나머지 증거품도 재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결과에 따라선 추가 범행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 화성 사건 기록 ‘영구 보존’ 후 계속 추적 용의자를 찾아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2016년 1월 출범했다.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각 지방청에 생겨난 미제전담팀 중 하나다. 미제전담팀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사건의 기록을 일선 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직접 수사한다. 화성 사건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의 수사 대상 가운데 중요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1991년 4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기록이 15년 후까지 남아 미제수사팀에 전달된 것은 경찰이 해당 기록의 영구 보존을 결정한 덕이다. 경찰은 1986년 12월 14일 이모 씨(23·여)가 숨지는 4차 사건이 일어나자 화성에서 일어난 일련의 살인사건을 연쇄살인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이후 연인원 205만 명의 경찰이 투입돼 수사와 수색을 벌였다. 용의자와 참고인 명단에 오른 사람만 2만1280명이었다. 하지만 모방 범죄였던 8차 사건의 범인 윤모 씨(52)가 1989년 7월 검거된 것을 제외하곤 성과가 없었고, 결국 10차 사건의 공소시효마저 2006년 4월 2일로 만료됐다. 경찰은 공소시효 완성 1년이 지나면 기록을 폐기하는 다른 사건과 달리 화성 사건의 기록을 영구 보존하기로 했고, 오산경찰서의 강력팀 한 개를 담당 수사팀으로 남겨 가끔씩 들어오는 제보를 확인해왔다. 화성 사건 제보를 받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만 1495명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becom@donga.com·구특교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신원이 드러났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86년 9월 이후 33년 만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현재 강간 살인죄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56)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범행 당시 이춘재는 27세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올 7월 중순 오산경찰서(옛 화성경찰서) 창고에 보관돼 있던 증거물 중 속옷 등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다시 감정을 의뢰한 결과 남성의 DNA를 발견했다. 경찰이 이를 유력 용의자의 것으로 보고 수감자 및 출소한 전과자의 것과 대조한 결과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강간 살인한 혐의로 기소돼 한때 사형이 선고됐다가 이듬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경찰은 이춘재의 DNA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9번째로 발생한 1990년 11월 15일 여중생 김모 양(13) 살인 사건에서 검출된 것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10건 중 1988년 9월 16일 발생한 박모 양(13) 살인 사건의 범인 윤모 씨(52)는 1989년 7월 검거돼 같은 해 10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나머지 9건의 범인은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대구의 ‘개구리소년 실종사건’과 함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국내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현행법상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완성됐다. 2007년 12월 이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마지막 10번째 범행의 공소시효는 2006년 4월 2일까지였다. 경찰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이춘재를 소환해 여죄를 추궁할 예정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 / 수원=이경진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신원이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현재 강간 살인죄 무기수로 복역 중인 A 씨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50대 초반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시작된 1986년 당시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오산경찰서(옛 화성경찰서)는 올 7월 중순 창고에 보관돼 있던 증거물 중 속옷 등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류품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남성의 DNA를 발견했다. 경찰이 이를 유력 용의자의 것으로 보고 수감자 및 출소한 전과자의 것과 대조한 결과 A 씨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의 DNA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여성 10명이 희생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건 중 2건에서 검출된 것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10건 중 1988년 9월 16일 발생한 박모 양(13) 살인 사건의 범인 윤모 씨(52)는 1989년 7월 검거돼 같은 해 10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나머지 9건의 범인은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대구의 ‘개구리소년 실종사건’과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났다. 2007년 12월 이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마지막 10번째 범행의 공소시효는 2006년 4월 2일까지였다. 다만 경찰은 진실 규명을 위해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A 씨를 조사해 여죄를 추궁할 계획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