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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만을 대상으로 한 ‘원 포인트 개각’ 방침을 밝히면서 외교안보라인 투톱이자 원년 멤버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8일 “최근 들어 정 실장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2년 반 넘게 청와대에 근무해 ”이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북-미 관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도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실장은 지난해 3월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평양에 다녀오고, 곧이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날 정도로 남북미를 잇는 핵심 메신저 역할을 해 왔다. 서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물밑 접촉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서 원장만큼 북한을 잘 아는 인사는 없다“며 ”서 원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대북 접촉을 이끌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서 원장은 7월 한일 갈등이 시작된 이후 일본과의 물밑 접촉에도 발을 담근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을 이끈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구체적 성과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라인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정 실장이 물러나면 그 후임은 서 원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두 사람의 교체에 대해 ”아직은 아니다“는 기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의 마지막 고비라고 평가받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두 사람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 등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 실장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인사는 ”통상 분야에 오래 일해 거침없는 김 차장과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신중한 정 실장은 스타일이 다르고 서로 상보적인 측면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을 함께 휘하에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서 원장 역시 국정원에 대한 강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장이 교체됐던 8월 국정원 인사 역시 문 대통령이 서 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각 부처와 기관에서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리지만 여전히 국정원에서 올린 보고서의 질이 가장 좋다“며 ”각각 73세(정 실장), 65세(서 원장)인 두 사람은 총선 차출 자원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017년 5월 31일 취임한 이낙연 국무총리(67)가 28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881일째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황식 전 총리의 재직 기록(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5일)을 깨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 첫 총리인 이 총리는 4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를 지내면서 줄곧 민주당 계열에 있었지만 친문 계보는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천거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잠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했으나 2003년 친노 그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도 합류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히려 가까웠다. 그런 그가 어느 정권보다 정파색과 진영 논리가 강한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었을까.○ 디테일하고 안정감 있는 언어, 이낙연의 ‘절대 반지’ 이 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다양하지만 그가 책임 총리, 실세 총리를 부활시켰다는 평가에는 별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 총리 취임 후 몇 달까지만 해도 총리실에서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하면 “청와대에 직보하겠다”는 반응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 총리 취임 초기에는 ‘스텔스 총리’ ‘대독 총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다 얼마 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진 게 계기가 됐다. 2017년 8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계란 파동, 생리대 파동 등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 총리는 의원 시절부터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는 것을 그냥 두지 않았다. 류 처장이 보고를 제대로 못하자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보다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이 총리는 “공직자는 4대 의무(국방, 근로, 교육, 납세) 외의 ‘설명의 의무’가 있으며, 이에 충실하지 않으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2017년 8월, 차관급 인사 임명장 수여식에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가 특유의 디테일로 정부 내에서 군기반장 노릇을 하자 공직사회에서 “총리에게 보고하러 가는 게 무섭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깨지는 걸 좋아한다. 그만큼 공무원들의 서비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라며 “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나 간담회를 열기만 해도 변화의 징후들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대중적 이목을 끌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국회 대정부질문이다. 야당 의원들이 총리와 장관들을 불러 혼쭐내고 정부 측에서는 “시정하겠습니다”라며 상황을 정리하는 게 통상적인 국회 대정부질문의 풍경. 그러나 이 총리는 정부 회의에서처럼 야당 의원 질의를 격식 있는 언어로 하나하나 깨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었다.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를 하면서 한국이 대북 대화 구걸하는 거지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냐.”(김성태 의원, 2017년 9월 대정부질문)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이 총리) 그때부터 이 총리가 국회 답변에 나설 때마다 촌철살인 화법을 모은 유튜브 동영상이 돌기 시작했다. 이전 총리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팬덤’이었다. 이렇게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실세 총리를 거쳐 최장수 총리 기록을 깨게 된 강력한 무기는 바로 그의 디테일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언어 구사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문 기자로 20년간 글을 닦아 온 이 총리는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언어를 자신의 장기로 삼았다. 초선 시절 아무 인연 없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그의 취임사까지 쓸 수 있었던 것도 쉬우면서도 격식 있는 이낙연식 정치 언어 덕이었다. 이 총리의 언어는 정치적 무기를 넘어, 어느덧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됐다. 특히 저음에 실려 가는 안정감 있는 언어는 소득주도성장이나 한반도 운전석론 등 문재인 정부의 진보 정책 드라이브에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보정 효과’를 준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안정감을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1위를 놓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안정감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총리도 언어의 힘을 잘 알고 있다. 평소 좋은 아이디어나 표현이 떠오르면 바지 뒷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기자 시절에 했던 것처럼 메모를 한다. 일요일 오후에는 사무실에 나와 그 주 자신의 연설 원고를 직접 쓰거나 고친다. 대변인을 오래 해서인지 틈날 때마다 입에 볼펜을 무는 식으로 또박또박 원고 읽는 연습을 한다. ○ 총리 이후 ‘달라진 이낙연’ 보여줄 수 있을까 2017년 5월 10일 오후 2시 45분경, 청와대 춘추관 뒤편 대기실. 몇 시간 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과 인사 발표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전남지사 공관에서 갑작스럽게 상경한 이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어떻게 저를….” 왜 별 인연도 없는 자신을 총리로 발탁했느냐는 물음이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제가 예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면 초대 총리로 이 총리를 발탁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건 2016년 5월경이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으로 대선을 1년 7개월 앞둔 시점. 문 대통령은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 총리에게 “나중에 이 지사와 꼭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때만 해도 이 총리는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여겼다고 한다. 이 총리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깬 것은 무엇보다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지금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한 친문 인사는 “말과 행동의 신중함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닮은 면이 많다”고 전했다. 지금도 문 대통령은 참모들이 작성한 발언 초고를 직접 읽고, 빨간색 펜으로 고친다. 이 총리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호흡은 국무회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무회의에서 법령 개정 등이 논의되기 전 해당 부처 장관이 개정 취지 등을 설명하는데, 아무래도 공무원들이 써준 원고대로 읽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 이 총리가 나서 ‘이 법안의 개정 이유는 무엇이고, 개정되면 일반 국민이 체감하기에 이런 점이 달라진다’며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총리가 2인자로서의 처신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몇 차례의 개각 국면에서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고려했던 인사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고, 본인이 원하는 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 중 하나는 이 총리의 다음 역할이다. 내년 4월 총선 전에는 당에 돌아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서는 이 총리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진 당 입장에서 이 총리가 내년 4월 총선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늦어도 연말에는 당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리 측근들도 이 총리가 가급적 연내에 총리직에서 물러나 당에서 내년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라는 간판으로 선거에 기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현역 의원 중에는 이개호 오영훈 의원 등과 가깝고 이 총리와 함께 내각에서 호흡을 맞춘 의원 출신 장관들 사이에서도 이 총리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일각에선 총리직을 내려놓고 당에 복귀하는 순간 현재 1위를 달리는 대선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리라는 견장을 떼고 정치권에 복귀하는 순간부터 당의 대주주인 친문 진영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고, 정치 경력에 비해 자기 세력이 없는 이 총리가 지금처럼 대선 주자 위치를 유지할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당으로 돌아가는 건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정치인 이낙연’이 총리 이전과 이후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디테일하고 안정감 있는 언어를 갖춘 국정 2인자 그 이상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에 대한 ‘원 포인트 개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당분간 인사청문회 정국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만약 대규모 개각을 단행한 뒤 조 전 장관 사태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권에 거대한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文, 조국 후임 인선 “서두르지 않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초청 행사에서 “지금 법무부 장관 외에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지만 현 내각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인선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며 “검찰개혁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고, 관련된 수사도 진행 중이고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가 있는 입법도 관심사이기 때문에 지켜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을 지켜본 뒤 법무부 장관 인선을 고민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당분간 검찰개혁과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두 가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정국 주도권을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시 확대 및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편을 지시한 문 대통령은 “국정이 참 어렵다. 누구나 공정을 말하지만 공정의 개념은 굉장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차라리 점수로 따지는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기준, 잣대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기자단 산행 이후 1년 만에 기자단 초청 행사를 가진 문 대통령은 마무리 인사에서 “저만큼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 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제 모습을 잘 전해줘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덕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 “언론은 입법·사법·행정부와 함께 국가를 움직여 가는 ‘제4부’”라며 “지금은 언론이 진실을 알리는 것을 가로막는 권력의 작용은 전혀 없다. 이제 이것이 진실인가, 또 우리가 진실을 알리고 있는가라는 (언론) 스스로의 성찰이나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 北 금강산 시설 철거에 “국민 정서에 배치”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를 지시한 데 대해선 “국민의 정서에 배치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남북 관계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 ‘무관중’ 축구 경기에 이어 금강산 시설물 철거 등 북한이 잇따라 ‘한국 때리기’에 나선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존의 관광 방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때문에 그대로 되풀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광의 대가를 북측에 지불하는 기존 방식이 안보리 제재에 해당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방식의 금강산 관광 해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관광 자체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해당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대해선 “남북 간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그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말하자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과 같다”며 “문제는 김정은이 바라는 조건을 미국이 대화를 통해 받쳐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이 좀 더 적극적인 보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입 정시전형 확대를 비롯한 대대적인 교육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25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시 확대 외에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편,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2025년 일괄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학생 개인의 역량과 노력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이 대물림되고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며 “11월 중에 획기적인 학종 개선 방안과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강한 교육개혁 의지를 밝힌 것은 ‘조국 정국’에서 공정한 입시제도 마련에 대한 민심이 표출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입시에서부터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단순한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의 요구대로 누구나 쉽게 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는 과제와 사회배려계층의 대학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과제도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회의 종료 직후 브리핑을 열고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11월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2학년도에 권고된 ‘정시 30% 이상’ 확대 지침을 서울 15개 주요 대학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30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최예나 yena@donga.com·한상준 기자}

2017년 5월 31일 취임한 이낙연 국무총리(67)가 28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881일째다.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전 총리 기록(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5일 재직)을 깨는 것이다.언론인 출신 첫 총리인 이 총리는 4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하면서 줄곧 민주당 계열에 있었지만 친문 계보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천거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잠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했으나 2003년 친노 그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도 합류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히려 가까웠다. 그런 그가 어느 정권보다 정파색과 진영 논리가 강한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을까.● 디테일하고 안정감있는 언어, 이낙연의 ‘절대 반지’이 총리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다양하지만 그가 책임 총리, 실세 총리를 부활시켰다는 평가에는 별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 총리 취임 후 몇 달까지만 해도 총리실에서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하면 “청와대에 직보하겠다”는 반응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 총리 취임 초기에는 ‘스텔스 총리’ ‘대독 총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그러다 얼마 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대형 사건사고가 터진 게 계기가 됐다. 2017년 8월 류영진 식약처장이 계란 파동, 생리대 파동 등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 총리는 의원 시절부터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는 것을 그냥 두지 않았다. 류 청장이 보고를 제대로 못하자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보다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 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이 총리는 “공직자는 4대 의무(국방, 근로, 교육, 납세) 외의 ‘설명의 의무’가 있으며, 이를 충실히 못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2017년 8월, 차관급 인사 임명장 수여식에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이 총리가 특유의 디테일로 정부 내에서 군기반장 노릇을 하자 공직 사회에서 “총리에게 보고하러 가는 게 무섭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깨지는 걸 좋아한다. 그만큼 공무원들의 서비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라며 “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나 간담회를 열기만 해도 변화의 징후들이 보인다”고 전했다.이 총리가 대중적 이목을 끌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국회 대정부질문이다. 야당 의원들이 총리와 장관들을 불러 혼쭐내고 정부 측에서는 “시정하겠습니다”라며 상황을 정리하는 게 통상적 국회 대정부질문의 풍경. 그러나 이 총리는 정부 회의에서처럼 야당 의원 질의를 격식있는 언어로 하나하나 깨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었다.“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를 하면서 한국이 대북 대화 구걸하는 거지 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냐”(김성태 의원, 2017년 9월 대정부질문)“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이 총리)그 때부터 이 총리가 국회 답변에 나설 때마다 촌철살인 화법을 모은 유투브 동영상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전 총리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팬덤’이었다.이렇게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실세 총리를 거쳐 최장수 총리 기록을 깨게 된 강력한 무기는 바로 그의 디테일하면서도 안정감있는 언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문 기자로 20년 간 글을 닦아 온 이 총리는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언어를 자신의 장기로 삼았다. 초선 시절 아무 인연없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그의 취임사까지 쓸 수 있었던 것도 쉬우면서도 격식있는 이낙연식 정치 언어 덕이었다.이 총리의 언어는 정치적 무기를 넘어, 어느 덧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됐다. 특히 저음에 실려가는 안정감있는 언어는 소득주도정상이나 남북관계 운전석론 등 문재인 정부의 진보정책 드라이브에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보정 효과’를 준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안정감을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1위를 놓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안정감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이 총리도 언어의 힘을 잘 알고 있다. 요즘도 일요일 오후에는 사무실에 나와 그 주 자신의 연설 원고를 직접 쓰거나 고친다. 대변인을 오래해서인지 틈날 때마다 입에 볼펜을 무는 식으로 또박또박 원고를 읽는 연습을 한다.● 총리 이후 ‘달라진 이낙연’ 보여줄 수 있을까2017년 5월 10일, 오후 2시 45분 경, 청와대 춘추관 뒤편 대기실. 몇 시간 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과 인사 발표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전남지사 공관에서 갑작스럽게 상경한 이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어떻게 저를….”왜 현재 전남지사인 자신을 총리로 발탁했냐는 물음이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제가 예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답했다.문 대통령이 집권하면 초대 총리로 이 총리를 발탁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건 2016년 5월경이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으로 대선을 1년 7개월 앞둔 시점. 문 대통령은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 총리에게 “나중에 이 지사와 꼭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는 메시지는 전한다. 그 때만 해도 이 총리는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여겼다고 한다.이 총리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깬 것은 무엇보다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지금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한 친문 인사는 “말과 행동의 신중함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닮은 면이 많다”고 전했다. 지금도 문 대통령은 참모들이 작성한 발언 초고를 직접 읽고, 빨간 펜으로 고친다. 이 총리도 마찬가지다.두 사람의 호흡은 국무회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무회의에서 법령 개정 등이 논의되기 전 해당 부처 장관이 개정 취지 등을 설명하는데, 아무래도 공무원들이 써준 원고대로 읽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 이 총리가 나서 ‘이 법안의 개정 이유는 무엇이고, 개정되면 일반 국민이 체감하기에 이런 점이 달라진다’며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설명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총리가 2인자로서의 처신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몇 차례의 개각 국면에서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고려했던 인사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고, 본인이 원하는 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이제 사람들의 관심 중 하나는 이 총리의 다음 역할이다. 내년 4월 총선 전에는 당에 돌아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다.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서는 이 총리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진 당 입장에서 이 총리가 내년 4월 총선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늦어도 연말에는 당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총리 측근들도 이 총리가 가급적 연내 총리직에서 물러나 당에서 내년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대선 지지율 1위라는 간판으로 선거에 기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현역 의원 중에는 이개호 오영훈 의원 등과 가깝고 이 총리와 함께 내각에서 호흡을 맞춘 의원 출신 장관들 사이에서도 이 총리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일각에선 총리직을 내려놓고 당에 복귀하는 순간 현재 1위를 달리는 대선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리라는 견장을 떼고 정치권에 복귀하는 순간부터 당의 대주주인 친문 진영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고, 정치 경력에 비해 자기 세력이 없는 이 총리가 지금처럼 대선 주자 위치를 유지할 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당으로 돌아가는 건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정치인 이낙연’이 총리 이전과 이후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디테일하고 안정감있는 언어를 갖춘 국정 2인자 그 이상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결국 구속되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다음 차례는 조 전 장관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정 교수 구속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없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아시면서 왜 물어보느냐”고 했다. 사법부의 판단에 청와대가 별도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23일 밤늦게까지 정 교수 구속 여부를 두고 상황을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구속이 조 전 장관 관련 의혹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정 교수가 구속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한편으로는 검찰이 이제 20일 이내에 정 교수를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의 ‘마감 시한’이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14일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조 전 장관 관련 의혹과 검찰 수사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이나 언급을 내놓지 않는 것도 ‘조국 정국’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그간 청와대를 대신해 “검찰이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던 민주당은 정 교수 구속에 역시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법 절차가 시작된 만큼 남은 재판으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들과 당 지도부는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원칙으로 따지면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 불구속으로 해놓고 재판하는 게 공정한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조 전 장관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갖다 붙이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 교수 구속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가릴 수는 없다”며 “수사 기밀 유출과 여론 재판으로 미리 한 개인의 범죄를 완성하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은 검찰이 이제는 조 전 장관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책임론을 주장하며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지만 법원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면서 “이제 검찰은 정권 실세들이 가담한 권력형 게이트를 보다 철저히 수사해 낱낱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 임명 당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사건 당사자이자 몸통인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더이상 미루지 말기를 검찰에 당부한다”면서 “문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잘못된 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주장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시 확대 등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교육만을 주제로 장관들을 불러 회의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에게 “(교육관계장관회의가)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해 입시제도 개편 전반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 논의할 주제, 자료 등도 청와대 교육비서관실에서 준비한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장관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시 비율이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시제도는 단숨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밝힌 대로 정시 확대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비율과 적용 시점 등은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 확대 방침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교육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공정성 시비를 완화하기 위해 서술·논술형 문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시의 기초 자료인 수능을 보완하는 등 장기적인 추진 과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교육혁신 및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 부총리는 “11월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때 2024학년도 중장기 방안도 함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다수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학교 교육과정과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 탓에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강동웅 기자}

“그것은 북한만이 알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 경제’를 강조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말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김 위원장이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를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이어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기는커녕 전례 없는 움직임과 발언을 내놓는 것에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발언으로 비핵화 협상, 남북 교류 등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내에선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김 위원장 참석 여부를 두고도 “이제는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를 통한 남북 경제특구 구상 등 평화경제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펠리페 6세와의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이 되어 세계인이 함께 걷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남북관계에 있어 정부가 속도를 내달라는 요청도 있지만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이 시점에 통합된 국민들의 힘이 있다면 어느 쪽이건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대북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너절한 평화경제’를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에 북한이 ‘너절한 남측 시설 철거’로 응답했다”면서 “남북관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결과가 악담뿐인가. 이제는 ‘너절한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실효적인 대북정책으로 답하라”고 촉구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최우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위한 개혁을 강조하며 검찰 개혁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최대한 빨리 서두르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날까지 네 차례의 시정연설을 했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의 빠른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여당의 ‘공수처법 드라이브’에 확실한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은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文 “국민의 뜻은 시급한 검찰 개혁”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찬반과 상관없이 민심이 바라는 것은 검찰 개혁이라고 문 대통령은 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며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도 검찰개혁안의 빠른 통과를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을 언급한 것은 5월 사회 원로와의 오찬 이후 5개월여 만이다. ○ ‘공정’ 27차례 언급한 文, “스스로 성찰하겠다”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이날 ‘공정’을 27차례 언급했다. 정권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공정’이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으로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공정을 기치로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정’과 관련해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4일 조 전 장관 사퇴 당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은 ‘성찰’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며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옹호했던 진보 진영 지지층에 조 전 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 상황을 지켜본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 인선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인사 전선(戰線)’을 형성하기보다는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에 일단 집중하고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은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국회의 패스트트랙 논의 상황까지 지켜본 뒤 인선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정국 이후 최우선 과제를 패스트트랙 입법에 두기로 했다. 민주당은 29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안을 상정해 이달 안에 의결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사법개혁안 중 ‘공수처법’을 분리해 우선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에 맞서 공수처 설치에 긍정적인 다른 야3당과의 공조부터 공고히 한다는 것. 이인영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제안한 기소심의위원회도 열어 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한국당과의 협상은 교섭단체 3당 간 ‘3+3’ 회의가 예정된 23일까지라고 못 박았다. 이에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공수처는 문 대통령만 바라보는 달님처”라며 여권의 공수처 드라이브를 맹비난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는다. 7월 한일 갈등 본격화 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특사 파견에 따라 한일 양국에선 11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이 총리는 22일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24일에는 아베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초 태국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나 11월 중순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만큼 양 정상이 해법 모색에 나선다면 그 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0일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함과 기대감이 섞인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이 풀리는 흐름이 없다면 두 정상이 만나기 쉽지 않다”면서도 “반대로 접점만 찾아진다면 정상회담은 양국이 가까운 만큼 한일 어디에서든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방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9일(현지 시간)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는 것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일 간에 연내에 이 문제가 마무리돼 불확실성이 걷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7월 이후 답보 상태였던 한일 관계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22일 방일을 앞두고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열리지 않았던 한일 정상회담이 이 총리 방일을 계기로 다음 달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갈등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 부담인 만큼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흐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에서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실제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흐름이 있어야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전향적 검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이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내달 국제회의에 맞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아세안+3(한중일)’ 관련 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도 16일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소미아가 다음 달 23일 효력이 끝난다는 점도 11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결정은 실수(mistake)”라고 할 정도로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백악관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청와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이번 이 총리의 방일부터 지소미아 효력 종료까지의 약 한 달이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일본도 이 총리의 방일에 생각했던 것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별 성과 없이 한 달을 보낸다면 한일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청와대와 총리실은 신중한 분위기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 논의의 모멘텀만 만들어 내도 성공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석 달 넘게 양국 실무라인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리 방일 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방일을 수행하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의 행보도 관심사다. 외교부의 대표적인 일본통인 조 차관은 7월 이후 한일 물밑 접촉에 참여해 왔고, 이번 방일에서도 실무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번 이 총리 방일을 통해 ‘통상 당국 간 협의를 시작한다’는 수준의 진전만 있어도 정상회담을 위한 교두보는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는 분위기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7월 이후 답보 상태였던 한일 관계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22일 방일을 앞두고 꿈틀거릴 조짐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열리지 않았던 한일 정상회담이 이 총리 방일을 계기로 다음달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갈등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게 부담인 만큼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흐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에서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없다. 다양한 가능성은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꾸준히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제의했던 만큼 그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실제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흐름이 있어야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전향적 검토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일 정상이 만나 또 다시 얼굴만 붉히고 헤어진다면 갈등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이 다음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일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내달 국제회의에 맞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아세안+3(한중일)’ 관련 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도 16일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소미아가 다음달 23일 효력이 끝난다는 점도 11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결정은 실수(mistake)”라고 할 정도로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백악관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청와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일파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에게 양국 갈등을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 한달 정도 남았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도 이 총리의 방일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이 총리의 방일 자체만으로 꽉 막혔던 한일 갈등이 풀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도 “한술에 배 부르랴”는 분위기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내도 현실적으로는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석 달 넘게 양국 실무 라인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리 방일 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 총리 방일 이후 일본이 당장 경제 보복을 철회하지 못하더라도 ‘통상 당국 간 협의를 개시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혀도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는 확보하게 되는 것”며 “일본통인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이 총리를 수행하는 만큼 별도의 양국 간 실무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39%로 떨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책임론과 지지층 이탈로 ‘심리적 저지선’인 40%가 깨진 것이다. 한국갤럽이 15∼1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9%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53%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조 전 장관 사퇴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조국 사태’로 촉발된 민심의 분열과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든 연령·지역에서 지지율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30대 지지율은 46%로 전주보다 14%포인트, 호남 지지율은 67%로 9%포인트 하락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 행보를 강화하며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전주보다 9%포인트 상승한 25%로 1순위로 꼽혔다. 또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해선 ‘잘된 일’이라는 응답이 64%로 ‘잘못된 일’(26%)이라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며 검찰 개혁과 경제 집중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예정에 없던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것은 각종 경제 지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공직 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두 달 넘게 청와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일단락된 이상 앞으로 경제 행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경제 문제는 정권 후반부의 명운을 가를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대신 10차례 ‘투자’ 강조 이날 회의에선 3시간 넘게 최근 경제 동향과 고용 동향 등 안건 보고와 함께 문 대통령과 참석 장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소득 확대 등 기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언급 없이 10차례에 걸쳐 ‘투자’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돈을 풀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교통망 확충 등 세 차례에 걸쳐 ‘건설 투자’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 왔다”며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1월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으로 24조1000억 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발표한 데 이어 건설 투자 확대를 주문한 것. 청와대는 대규모 토목 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그 대신 지역 공공시설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내세웠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생활 SOC 사업으로는 경기 침체 방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엔 제대로 건설 투자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계획된 주택 건설 시기 등을 앞당기라는 의미이지 새로운 건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며 적극적인 고용 정책을 당부했다. ○ 이틀 연속 긴급회의 개최한 문 대통령 이날 회의는 하루 전인 16일에야 개최가 확정될 정도로 급하게 마련됐다.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던 문 대통령은 이틀 연속 예정에 없던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이례적인 ‘긴급회의 릴레이’는 집권 후반부를 앞두고 공직 사회를 다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경제 등 핵심 국정 과제는 앞으로도 문 대통령이 직접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곧 있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경제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 의지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예정에 없던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것은 각종 경제 지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df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공직 사회에 전달하기위한 것이다. 두 달 넘게 청와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일단락 된 이상 앞으로 경제 행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경제 문제는 정권 후반부의 명운을 가를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대신 10차례 ‘투자’ 강조 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 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돈을 풀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소득 확대 등 기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언급 없이 10차례에 걸쳐 ‘투자’를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교통망 확충 등 세 차례에 걸쳐 ‘건설 투자’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 왔다”며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1월 지역 균형 발전 등의 명분으로 24조 1000억 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를 발표한데 이어 건설 투자 확대를 주문한 것. 청와대는 과거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정부 주도형 대규모 토목 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신 도서관, 어린이집, 지역 공공시설 등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를 내세웠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생활 SOC 사업으로는 경기침체 방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엔 제대로 건설 투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앞서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은 “건설경기가 2018, 2019년 0.7¤0.8% 정도 경제성장률을 깎아먹고 있어 (경제에 미친) 충격이 굉장히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계획된 주택 건설 시기 등을 앞당기라는 의미지 새로운 건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고용 지표 개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가 가장 아픈 부분”이라며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국 사태’로 20대 여론 악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청년 일자리 대책 등 적극적인 고용 정책을 당부한 것이다. ● 이틀 연속 긴급회의 개최한 문 대통령 이날 회의는 하루 전인 16일에서야 개최가 확정될 정도로 급하게 마련됐다.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던 문 대통령은 이틀 연속 예정에 없던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이례적인 ‘긴급 회의 릴레이’는 집권 후반부를 앞두고 전열 재정비를 통해 공직 사회를 다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경제 등 핵심 국정 과제는 앞으로도 문 대통령이 직접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는 “사안에 따라 (문 대통령과 장관들이) 자주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현장 방문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곧 있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경제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 의지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호출한 자리에서 “후임 (법무부) 장관을 인선하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을 서두르기보다는 당분간 장관 대행 체제로 가면서 검찰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차관에게 “앞으로도 장관 부재중에 법무부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며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부처를 흔들림 없이 잘 관리한다는 차원을 넘어 ‘내가 장관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말하자면 장관 부재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역할을 다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장관 인선을 두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장관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서둘러 차단하면서 현장에서 검찰 개혁을 지휘할 김 차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후임 인선에 따른 인사청문회로 국정이 마비되고 주도권이 다시 국회로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중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증 실패로 홍역을 치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증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청와대는 다른 부처 개각과 함께 하기보단 법무부 장관만 ‘원 포인트’로 먼저 지명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마냥 늦추지는 않겠다는 것이다.박효목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호출해 전달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사퇴했지만 검찰 개혁은 대통령 본인이 직접 챙기겠으니 법무부와 검찰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검찰 개혁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김 차관 등에게 추가적인 검찰 개혁안과 감찰 기능의 활성화 방안 등을 지시한 것도 검찰 개혁의 속도를 결코 늦추지 말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 두 차례 “검찰 개혁안 (나에게) 직접 보고하라”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지목해 “검찰 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한번 검찰 개혁안 마련을 강조했다.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경쟁적으로 특수부 축소 및 명칭 변경, 포토라인 폐지, 심야 수사 제한 등의 조치를 쏟아냈지만 아직 문 대통령이 기대했던 수준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도 추가적인 (개혁) 방안들을 제시할 테고, 검찰도 개혁 방안을 스스로 내놓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 직접 보고해 달라”며 “그 과정에서 검찰 의견도 잘 수렴해서 추가적인 개혁 방안이 잘될 수 있도록 차관이 중심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임 장관의 취임까지 기다리지 말고, 김 차관과 윤 총장이 중심이 돼 추가적인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실질적 ‘액션 플랜’ 중 하나로 감찰 기능의 강화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보면 대검의 감찰 기능, 법무부의 감찰 기능도 그렇게 크게 실효성 있게 작동되어 왔던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대검과 법무부로 나눠진 감찰 기능이 유명무실했으니 강력한 감찰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다. 조 전 장관은 14일 사퇴 전 “2차 감찰권을 적극 행사하여 1차 감찰의 부족함을 밝혀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역시 7일 발표한 권고안에서 검찰의 ‘셀프 감찰’을 폐지하고 법무부 안에 검찰전담팀을 구성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또 “(감찰 강화가) 검찰 내에서 아주 강력한 자기 정화 기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잘 마련해서 준비가 되면 직접 보고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나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40주년 부마항쟁 기념식에서도 “모든 권력기관은 조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민주주의의 상식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 조국 사퇴 직후 “법무부 보고 준비하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법무부 요청이 아닌 문 대통령 지시로 마련됐다. 한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뒤 문 대통령이 ‘가급적 빨리 김 차관 등과 만났으면 한다’고 했고, 법무부는 15일 국정감사가 있어 16일 가능하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문 대통령이 부마항쟁 기념식이 끝나고 청와대로 복귀한 뒤인 오후로 일정이 잡혔다. 문 대통령이 장관이 공백인 부처의 차관을 불러 직접 보고받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서 개각 때마다 봤듯이 새 장관의 지명이 발표되기만 해도 부처가 제대로 일을 안 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고 검찰 개혁 이슈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사퇴 전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절차는 적어도 10월 중 다 끝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과 별개로 시행령 개정 등 행정부의 권한으로 가능한 개혁안은 최대한 처리를 서두를 계획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민심이 극명하게 갈라졌던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몇몇 의원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을 만났다. 각 지역구에서 민심 악화를 체감하고 있는 의원들은 두 사람에게 “‘조국 정국’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 수석은 “11월 정도까지 지켜보자”고 답했다. 답답해진 의원들은 노 실장을 바라보며 “실장님이라도 대통령께 말씀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노 실장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여당 의원은 15일 “돌이켜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조 전 장관의 거취 문제를 결심하고 있었지만, 정작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그런 기류를 전혀 읽지 못했던 것 같다”며 “여권 내에서 이번 ‘조국 사태’에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2인자인 노 실장을 비롯해 강 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이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올해 1월 나란히 청와대에 입성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노 실장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정확한 여론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 의문”이라며 “오죽하면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기를 들고 청와대 바깥 인사들에게 ‘조 전 장관 의혹의 실체가 무엇이냐’, ‘조 전 장관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겠느냐”고 토로했다. 여기에 다음 달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는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청와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청와내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좀처럼 사람을 바꾸지 않는 성향이고, 조 전 장관 사태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참모진 개편은 오히려 힘이 빠지고 더 수세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만약 청와대 개편을 하더라도 연말 정기 국회가 끝난 뒤 내각 개편 여부와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일요일인 13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이 탄 차량이 국회를 빠져나왔다. 검찰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마친 조 장관이 향한 곳은 청와대.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김조원 민정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만나 “이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도 조 장관의 거취에 대해 결심을 굳히고 있던 터라 별 이견 없이 방향이 정해졌다. 사퇴 발표 시점도 14일 오전 조 장관이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어 오후 2시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文, 광화문과 서초동 대립에 사퇴로 기울어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장관의 퇴진은 전격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임명 단계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었다. 문제는 시점이었던 것. 첫 번째 계기는 3일 광화문과 5일 서초동에 각각 모인 대규모 인파였다. 광화문에 조 장관 사퇴를 외치는 함성이 가득 찼던 다음 날인 4일 청와대 참모들은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수 야당 등에서 동원한 것 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이런 참모들의 보고를 들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특유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의 인식 차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5일 서초동 촛불집회가 끝난 뒤인 7일에도 여전했다. 당시 참모들이 작성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 초안에는 조 장관 관련 내용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광화문, 서초동 집회와 관련된 내용을 써내려갔다. 극명하게 나눠진 민심에 문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조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쪽으로 결심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저에서 광화문 집회의 함성이 들린다. 문 대통령은 3일 오후부터 다양한 경로로 ‘조국 정국’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고, 거취 결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론 분열에 따른 부담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는 얘기다. 7일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 개혁안이 본궤도에 오르면 조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주 내내 문 대통령과 민정수석실은 조 장관 거취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어갔다.○ 靑 자체 여론조사도 ‘사퇴’… “디데이는 14일뿐” 여기에 7일 문 대통령의 수보회의 발언 이후 실시된 정무수석실의 자체 여론조사도 영향을 미쳤다.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윤 총장에 대한 찬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별 지지율 등이 주요 문항이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1일 전후 여론조사 결과가 취합됐다. 결과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조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가 맞다는 응답은 70%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하락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지율도 50% 선이 무너졌고,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뒤처졌다. 문 대통령의 결심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3일 이낙연 국무총리,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이 참석한 당정청회의가 소집됐다.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긴급회의에서 조 장관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뜻이 전달됐다. 여권 관계자는 “회의 참석 인사들이 조 장관의 사퇴로 뜻을 모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문 대통령의 뜻을 가지고 후속 대응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사퇴 시점은 자연스럽게 14일로 수렴됐다. 15일은 조 장관이 출석해야 하는 법무부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어 주 후반부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컸다.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도 임박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등 떠밀리듯 조 장관을 경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결국 ‘디데이’는 국감 전날인 14일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사퇴문을 공개했다. 이어 오후 5시 38분,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8월 9일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66일 만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