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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남기관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23일 한국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9개 항목의 공개 질문을 보냈다. ‘온 민족의 이름으로 남조선 당국에 묻는다’는 제목의 이 질문장에는 북한이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들이 모두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민족 이념을 토대로 한 자주적 남북관계 개선 △한미 군사훈련 중지 △상호 비방 중상 중단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치 △남북 대화에서 핵 협상 배제 △제재 압박과 대화 병행 정책 철회 △보수정권의 대북정책 청산 △집단탈출 여종업원 송환 △민족대회합 개최가 포함됐다. 민화협은 질문장에서 “남조선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이고 원칙적 문제에 함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6·15공동선언에 기초해 북남 관계 발전과 자주통일의 새 장을 열어나가는가, 대결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보수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다가 재앙을 불러오는가 하는 운명적 시각에 남조선 당국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의 요구 조건은 상당 부분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우선 미국을 배제한 남북관계 전진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대북제재 역시 유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한국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홀로 국제 공조에서 발을 빼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은 “핵 문제는 미국에 의해 산생되었기에 조미 사이에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핵 문제를 전제로 한 ‘대화’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질문장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과격한 요구는 빠졌지만 북한이 수시로 요구해 온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역대 어느 정부도 수용한 적이 없다. 또 중국에서 탈북한 여종업원 12명 송환 역시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사항이다. 다만 상호 비방 중단은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사항이다. 또 민족대회합 개최나 군사적 충돌 위험 해소를 위한 조치, 보수 정부의 대북정책 청산 등은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해 보인다. 민화협은 “중대한 시점에서 남조선당국은 선택을 바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북과 남, 해외가 자기들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우리의 물음에 명백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외무성이 2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첫 입장을 발표했다. 웜비어 사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그의 건강상태가 나빠진 것을 고려하여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성의껏 치료해 주었다”며 “그가 생명지표가 정상인 상태에서 돌아간 후 1주일도 못 돼 급사한 것은 우리에게도 수수께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왜 건강이 나빠졌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라며 “우리가 득실계산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판단은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웜비어가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며, 그의 송환을 위해 우리나라에 왔던 미국 의사들이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미국 의료진이) 웜비어의 맥박과 체온, 호흡, 심장 및 폐 검사 결과 등 생명지표가 정상이라는 데 대하여서와 우리가 심장이 거의 멎었던 웜비어를 살려내어 치료해 준 데 대하여 인정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웜비어는 우리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과 거부감에 사로잡혀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해온 오바마(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희생자”라고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미국 정부가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웜비어 석방에 대한 양국의 협상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다. 또 외무성 발표 직전 북한 대남기구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대변인 대답’을 발표했다. 민화협은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 보수 야당들과 보수 언론들은 때를 만난 듯이 떠들고 있다”며 “남조선 집권자까지 미국에 ‘위문 메시지’를 보내며 망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처음으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 취임 42일 만이다. 과거 대북 화해 정책을 선언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보다 빠르게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조평통은 ‘북남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는 제목의 ‘대변인 대답’에서 “현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걸고 들며 입부리를 되는 대로 놀려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문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남북 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지만 핵·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를 “북남관계가 열리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 보려는 오그랑수(꼼수)”라고 단정한 뒤 “남조선 당국자는 상대를 자극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언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집권 시작부터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곤경에 몰려 있다”며 “미국과 수구보수 패거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촛불 민심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 남조선 현 집권자의 난감한 처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자의 처사가 보수역적 패당의 대결적 망동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2003년 5월 “이번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힘의 논리를 반박하지 못했다”며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직접적 비난을 삼갔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취임 3개월 뒤인 1998년 5월 “햇볕론은 반민족적이고 침략적인 것이 본질이며 악랄성과 교활성을 겸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북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북한 노동신문은 22일 “극도의 통치위기로 심리적 압박에 허덕이는 트럼프가 이제 어떤 무모한 도박으로 나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한 뒤 “남조선 당국은 정신병자인 트럼프에게 추종하여 북침전쟁 불장난 소동에 매달리다가는 대참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외교관을 앞세운 특유의 ‘평화공세’도 시작했다. 계춘영 주인도 대사는 20일 인도 방송 위온(WION)에 출연해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와, 도로가 끝내주는데…. 밟아라, 밟아.” 2010년 초 북한군 총정치국 회의 참석차 평양에 오던 황해도 주둔 4군단 산하 모 사단장은 기분이 한껏 들떴다. 개성∼평양 고속도로의 평양 쪽 관문인 ‘조국 통일 3대헌장기념탑’ 근처에 오니 시내까지 쭉 뻗은 넓은 도로가 펼쳐졌다. 운전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팔라딘’의 액셀을 힘껏 밟았다. 2007년 북한은 일본 닛산과 중국이 합작으로 설립한 ‘정저우 닛산’에서 이 차를 300여 대 구매해 사단장과 사단 정치위원들에게 주었다. 6단 자동변속기에 배기량 3275cc인 팔라딘은 당시 북한에선 보기 드문 최신 승용차였다. 이런 차를 먼지가 풀풀 나고 울퉁불퉁한 시골에서 몰고 다니다 모처럼 평양의 넓은 아스팔트에 들어서니 질주 본능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마침 밤이라 다니는 차도 별로 없었다. 이들은 앞차를 마구 앞지르며 질주했다. 그런데 추월당한 한 고급 차가 갑자기 가속해 팔라딘을 재차 추월한 뒤 앞길을 막고 정지했다. 무려 벤츠600이었다. 북한에서 벤츠는 노동당 간부들만 탄다. 한국에서는 장관급인 노동당 비서의 관용차가 벤츠280임은 웬만한 사람은 안다. 그런데 무려 600이라니 사단장과 운전병은 기가 질려 버릴 수밖에 없었다. 멈춰 선 벤츠 창문이 열리더니 새파란 젊은이가 얼굴을 쑥 내밀고 차를 째려보았다. 그러다 아무 말 없이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 날 열린 총정치국 회의에선 그 사단장과 운전병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벤츠600을 직접 운전했던 김정은에게 걸려 이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얼마 뒤 김정은을 열 받게 만드는 일이 또 있었다. 평양에서 원산으로 가는 도중 마식령을 관통하는 길이 4km의 ‘무지개 동굴’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터널은 좁고 긴 데다 환풍 장치도 제대로 없어 평소 매연으로 꽉 찬다. 이곳에서 김정은 앞으로 매연을 새까맣게 내뿜으며 북한군 화물차가 느릿느릿 달렸는데 비키라고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선군정치를 앞세우던 당시 북한에서 군 차량은 교통경찰도 단속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아마 운전병은 차종이 구별되지 않는 민간 승용차가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니 “감히 군대 차량에게”라는 심정으로 더 천천히 갔을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분노했다. 2010년 5월 5일 군에는 ‘청년대장 동지 방침’이란 것이 하달됐다. 당시 김정은은 후계자 신분이었음에도 직접 자기 이름으로 지시를 하달한 것이다. ‘5월 5일 방침’으로 불리는 이 지시에는 “요새 군 운전사들이 무법천지이니 강하게 단속해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때부터 북한군 경무원(헌병)들은 교통질서를 어기는 장성들의 차를 직위에 상관없이 단속했다. 예외는 없었다. 인민무력부장도 단속되면 청사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내 운동장에서 운전병과 함께 2시간 넘게 제식훈련을 해야 할 정도였다. ‘금수저’만 될 수 있는 장성 운전병들은 시장에서 산 맵시 나는 군복과 비싼 내의를 입고 살다가 이때부터 후줄근한 북한군 면내의를 입고 다녀야 했다. 병사들 속에선 “청년대장이 참 쪼잔하다”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청년대장은 난폭 운전만 못 견딘 것이 아니었다. 김정은은 후계자 신분일 때 예고 없이 군 관련 시설을 시찰했다. 김정일은 몇 달 준비한 세트장에 가서 안내해주는 동선을 따라 쭉 본 뒤 사진을 찍고 돌아갔지만, 김정은은 뒷마당에도 불쑥 들어가 담배꽁초가 많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때마다 내로라하는 간부들이 빗자루를 들고 나와 쓰느라 난리가 났다. 2012년 5월 김정은이 평양 만경대 유희장을 방문해 보도블록의 잡초를 직접 뽑으면서 “설비의 갱신은 몰라도 손이 있으면서 잡풀을 왜 뽑지 못하는가. 한심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들에 실렸다. 북한 매체에서 지도자가 화를 내는 것을 보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강을 세우려고 일부러 공개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러저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원래 김정은은 무시당하는 것과 더러운 것을 못 참는 성격인 것 같다. 하지만 자기 맘대로 성질을 부릴 수 있는 국내와 달리 국제무대에서 김정은은 철저히 ‘왕따’ 신세로 무시당해왔다. 압박하면 할수록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무시당하는 데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우리는 보수 정권 내내 김정은을 별로 상대해 본 일이 없고 성격 같은 건 몰라도 됐다. 하지만 앞으론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과의 대화를 위해 햇볕정책 시기 남북 협상의 주역들을 요직에 중용했다. 그런데 과거 협상 경험이 얼마나 유효할진 모르겠다. 어쩐지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말을 트기가 훨씬 까다로울 것 같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타도 제국주의로 튼튼히 무장하자.’ 2016년 1월 1일 오전 2시경 평양을 찾은 미국 공립 명문 버지니아대 3학년인 오토 웜비어는 숙소인 양각도호텔 ‘종업원 구역’에서 이런 구호를 발견했다. 북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빨간색으로 칠한 나무판에 흰색 글씨로 쓰인 구호였다. 웜비어가 해당 구호의 뜻을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그것을 뜯어 복도에 내려놓았다. 이 행위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양각도호텔 5층은 외부인 접근이 차단돼 있다. 이곳엔 보위성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호텔 내 1000여 개의 객실을 도청하고 감시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전용 호텔임에도 복도에 ‘타도 제국주의로 튼튼히 무장하자’는 괴이한 구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틀 뒤 출국하려던 웜비어는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순안공항에서 북한 당국에 연행됐다. 그로부터 약 2개월 뒤인 2월 29일 북한은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다 적발, 체포된 웜비어의 요청에 따른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다. 웜비어는 약 40분간의 기자회견에서 아주 침착하게 주어진 각본대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마지막 5분을 남기고 울음을 터뜨렸다. 제국주의를 타도하라는 구호판을 떼어낸 웜비어의 즉흥적 행동은 ‘체제 전복 시도’로 둔갑했다. 북한은 같은 해 3월 16일 그에게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했다. 웜비어가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 여행길에 오른 것은 21세 생일을 맞은 지 보름쯤 지나서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미지의 국가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북한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한순간에 전도유망한 한 청년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웜비어는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와 운동, 사교 등 다방면에 뛰어났다. 전교 차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진학했고, 무도회나 동창회에서 ‘킹카’로 통했다. 고교 시절에는 학교 축구부 주장을 맡기도 했다. 북한을 방문하기 전엔 에콰도르와 쿠바를 여행한 적도 있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다. 기자회견을 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그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식중독 치료 과정에서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은 과거 미국인들을 억류했을 때 고문을 가하진 않았다. 대체 웜비어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사자는 말없이 떠났고 사인은 미궁에 빠졌다. 웜비어는 기자회견 당시 이렇게 말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양에 와서 보십시오. 그러면 제 말을 믿게 될 것입니다.” 1년 뒤 그의 죽음으로 전 세계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똑똑히 목격하게 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국제사회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핵·생물·화학(NBC) 무기와 관련 시설을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북한 NBC 인프라의 개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40년 동안 통치 이념인 ‘주체사상’에 따라 지속적으로 NBC 관련 무기를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38노스는 현재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미 북한은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조만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공격용 생물무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 무기들의 재고도 갖췄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무기 생산과 연구를 각각 제2경제위원회와 국방과학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NBC 무기의 연구개발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단체와 인력 규모는 △핵무기 100∼150개 단체, 9000∼1만5000여 명 △생물무기 25∼50개 단체, 1500∼3000여 명 △화학무기 25∼50개 단체, 3500∼5000여 명 수준으로 파악했다. 한편 북한은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한 한국의 유화책을 비난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9일 “남조선 당국이 운운하고 있는 ‘대화’니, ‘협력’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공공연히 우리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주구에 불과한 저들의 가련한 처지도 깨닫지 못하고 불어대는 궤변이고 앙탈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매체는 “조미(북한과 미국)간의 문제인 핵 문제를 북남 사이에 해결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부질없는 망상이며 스스로 제 손발을 묶어놓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주성하 기자}

한미 정상회담(29, 30일)을 코앞에 두고 양국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이은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발언 파문 탓이다. 자칫 북한 김정은만 어부지리를 얻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미관계가 ‘적전분열’까지는 아니어도 금이 가 있는 ‘적전균열’ 형국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 ‘조건 없는 대화’와 남북중일 4개국 월드컵 공동 유치 등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어질 4강 외교에서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익을 위해선 북핵 문제 해결을 주변국에만 맡길 수 없다. (우리가 주도해)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과 대북 대화 재개 움직임이 과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노무현 정부의 ‘균형외교’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한반도 안보 현황을 논의하면서 사드 배치 지연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미국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문정인 특보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발언 등은 미국 내 우려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한미 간 파열음이 확산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문 특보에 대해 “앞으로 있을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엄중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과의 오찬이 무산된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 ‘홀대’ 논란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연일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14일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의 호전적 망동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핵 문제는 당사자인 미국과 우리(북한)가 논할 문제다. 남측이 참견할 것이 못 된다”고 했다.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는 동시에 한미 간의 틈새를 벌려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문병기 weappon@donga.com·주성하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23)는 북한 주장과 달리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리지 않았고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인 것으로 판정됐다고 미 의료진이 밝혔다. 웜비어 씨가 입원한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 씨가 북한 주장대로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진은 웜비어 씨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됐으며, 지속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라고 밝혔다. 이 병원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 박사는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폭행이나 구타를 당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과거 전례를 보면 북한은 억류한 미국인들을 비교적 잘 대우했다. 미국과 대화하고 싶을 때 요긴한 ‘말 걸기’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2014년 비자 훼손을 이유로 6년형을 선고받고 억류됐다 7개월 만에 풀려난 매슈 토드 밀러 씨는 “고문받을 준비를 했지만 북한이 오히려 너무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이길 것이지만 (한반도) 전쟁은 사람이 겪는 고통의 측면에서 1953년(6·25전쟁) 이후 어떤 전쟁보다 심각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모든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남김없이 쏟아붓고 있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주성하 기자}

13일 지명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금강산 관광, 경의선 철도 연결, 개성공단 등 이른바 ‘통일부 3대 남북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햇볕정책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행시 출신 최초의 통일부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북한과의 비밀 협상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주로 관여했고, 공개적인 협상 현장에는 늘 조 후보자가 앉았다. 조 후보자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선 실무 준비를 책임졌다. 2007년 2차 정상회담 때는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으로 회담에 배석했고, 북측과의 10·4 정상선언 문안 조율에도 참여했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을 맡으며 북한과 경제협력 관련 대화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특히 개성공단이 문을 열 때 미국 정부를 설득해 중소기업 장비 반입 허가를 받아내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에서 나왔지만 통일부에서 자리를 받지 못하면서 2008년 10월 퇴직했다. 이후 조 후보자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되면서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1, 2심 재판부는 조 후보자가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판 중인 조 후보자를 발탁한 이유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설사 유죄라고 해도 벌금형 정도에 불과할 사안이어서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퇴임 이후 조 후보자는 가톨릭교리신학원을 다니며 평신도를 교육할 자격을 받았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의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 후보자는 9년 동안 철저히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며 “아들도, 재산도, 논문도 없는 ‘3무(無) 후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를 발탁함으로써 ‘햇볕정책 실무자’라는 낙인이 찍혀 보수 정권에서 통일부를 떠난 소위 ‘비운의 3인방’ 중 조 후보자와 지난달 31일 임명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새 정부 출범 후 화려하게 돌아왔다. 고경빈 전 통일부 정책실장만 남은 상태다. △경기 의정부(60) △동성고 △성균관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23회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일화를 소개하며 ‘섭섭치(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하시며’라는 제목을 붙여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난생처음 북녘 땅을 밟게 된 감개무량함과 예상치 못했던 극진한 환대에 김대중 대통령과 그 일행은 다소 굳어진 표정들이었다”며 “(이때 김정일이) ‘대통령이 평양에 와서 점심을 많이 잡수시려고 아침식사를 적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정일이 “남쪽에서 특사가 왔을 때 우리가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오시면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말보다 실천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온 김 대통령께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다, 우리가 성의를 다하느라고 하였지만 소홀한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직접 운영한다. 북한 매체가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을 맞아 과거 일화를 소개하면서 “섭섭지 않게 해주겠다”는 김정일의 말을 거듭 강조한 것은 최근 변화기를 맞고 있는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며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 새 정부를 향해 ‘민간 교류 등 부분적인 대북 유화책이 아니라 대북 제재 전면 해제 등을 내놓는다면 우리도 호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최근 남한에서 ‘국민 생선’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명태 인공 부화에 성공해 동해에 대량 방류했다고 선전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인공적인 새끼 명태 생산에 성공해 수십만 마리를 방류했다”며 관련 뉴스를 1면에 크게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함경북도 연진수산사업소에선 명태 인공알받이(인공수정)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명태에 먹일 먹이까지 국산화했다. 이렇게 길러낸 새끼 명태들을 올 4월 말부터 5월 상순 사이에 동해에 방류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김정은이 지난해 직접 “명태 양어를 할 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고 은정어린 대책까지 세워주시었다”고 전했다. 명태 인공 부화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전기와 사료 등 모든 것이 부족한 북한이 명태 인공수정을 성공시킨 게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어선 연료 부족으로 바다에 있는 생선도 제대로 잡지 못해 어장 조업권을 중국에 파는 북한이 명태 부활 프로젝트에 이처럼 매달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남한 바다에서 잡히는 명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에서 수산업에 종사했던 한 탈북 인사는 “명태 인공수정에 성공했는지, 얼마나 방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북한이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를 자기들이 방류한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한은 2014년부터 명태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5년 12월 동해 저도어장 인근 해역에 치어 1만5000여 마리를 처음으로 방류했고, 지난달에는 15만 마리를 바다에 방류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매년 100만 마리의 어린 명태를 동해에 방류할 예정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문제를 놓고 한미 간의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시각이 머지않았다”고 위협했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연내 ICBM 발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은 주체조선(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머지않았다는 것을 확증해 주었다”며 “반드시 있게 될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의 대성공은 바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총 파산을 선언하는 매우 중대하고도 역사적인 분기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륙간탄도로켓 개발에 필요한 첨단기술들을 모두 우리의 것으로 확고히 틀어쥐었다”며 “우리나라에서 뉴욕까지의 거리는 1만400km 정도이고 미국의 모든 곳은 우리의 타격권 내에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밝힌 지 약 5개월 만에 ‘북한이 모든 기술적 준비가 끝났다’는 점을 재차 선언함으로써 미국을 향한 협박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ICBM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외부의 시각을 의식한 듯 “화성 12형(KN-17)이 최대정점고도 2111.5km까지 올라간 것은 관건인 대출력 발동기(엔진) 문제를 우리가 창조적으로 해결하였다는 것을 실증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미사일이 787km를 날아가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로켓 개발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완전무결하게 확보했음을 확증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수퍼 국방부 핵·미사일방어정책 부차관보는 7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은 최근 시험에서 (대기) 재진입 운반체 개발 능력에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며 “북한은 올해 첫 ICBM 시험 발사를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증언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일정에 대해 이같이 말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ICBM 발사 기회를 신중히 엿보고 있으며,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움직임이 최근 긴박해졌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는 사드 갈등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연 논란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을 되돌리지 않을 것으로 확언했다(assure)”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북한에서 이산가족은 대다수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된다. 고향이 남쪽이고, 혈육이 남한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핵심 계층이 아닌, 언젠가는 변절할 수 있는 적대 계층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남한 출신은 노동당이나 국가보위성 같은 핵심 권력 기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남한 출신 주민 대다수는 벗을 수 없는 신분의 굴레를 쓴 채 광산 등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평생 감시 속에 살고 있다. 얼굴에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한 남한 출신 북한 주민들을 말끔한 남한의 형제들과 마주 세운다는 것 자체가 북한 당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초기 이산가족 상봉 때에는 교수나 예술인 등 내세울 만한 남한 출신들을 내보냈지만 이제 ‘잘나가는’ 사람들은 바닥난 상태다. 두 번째 이유는 평균 수명이 긴 남쪽과 달리 북한은 수명이 짧은 데다 상봉 대상자인 남한 출신은 육체적 학대를 받는 직업이 많아 일찍 세상을 뜬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상봉 후보군이 적다. 세 번째로 이산가족 상봉자들에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행사 보름 전부터 평양으로 올라와 마사지와 머리단장을 받고 옷도 단체로 맞춰 입는다. 남측 가족을 만났을 때 지켜야 할 절차, 각종 돌발 질문 대처법, 우상화 및 체제선전 방법 등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받는다. 특히 납북 어부 등 ‘요시찰 인원’은 선발 시 몇 배로 신중할 수밖에 없고, 돌발 행동이나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내보내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시 서로 건넬 수 있는 현금 액수를 500달러로 제한했다. 남쪽 가족에게서 받은 돈 중 250달러 정도는 당국이 평양에 체류할 때 머문 호텔 비용, 옷값, 남쪽 가족에게 건넨 선물 값 등으로 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50달러와 선물은 집에 갖고 갈 수 있지만 지방의 노동당 간부나 보안원 등이 “내 덕분에 상봉에 나갈 수 있었다”며 대다수 뜯어갔다고 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관계자가 8일 “(탈북민) 13명을 송환하지 않으면 인도주의적 협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먹구름이 끼었다. 북한의 이번 요구는 이산가족과 탈북민 송환 문제를 처음으로 연관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 당국자는 “조평통 일개 간부의 의견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북한이 탈북민 송환 요구를 쉽게 철회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지목한 13명은 지난해 4월 중국 소재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성 종업원 12명과 2011년 9월 한국에 입국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하는 김련희 씨다. 북한은 중국 집단 탈북 당시 종업원 12명과 함께 온 남성 지배인의 송환은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가 한국으로 탈북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나머지 여성 종업원은 납치됐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평양에 거주하는 여성 종업원 가족들을 동원해 ‘납치된 딸을 돌려보내라’며 지속적으로 공세를 펴왔다. 그동안 북한의 공세에 우리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들이 언론에 나와 스스로 탈북했다는 점을 밝히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만에 하나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누군가가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자신의 탈북 사실이 알려져 평양에 거주하는 딸 등 가족이 피해를 입게 되자 “나는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속아서 온 것이기 때문에 돌아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본인의 의사로 왔고, 절차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저런 주장을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 씨를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면 그가 남쪽에서 알게 된 수많은 탈북자의 신상 정보가 고스란히 북한에 넘어간다. 북한에 사는 탈북자 가족 수백 명이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보낸 메시지의 핵심 키워드는 ‘최대 우방’과 ‘창의적 방안’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우려를 씻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북한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며 대북정책 기조 전환을 노렸지만 북한이 방북 거부와 미사일로 화답하면서 답답한 상황을 맞았다. 아직 외교안보 라인을 구성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 방향 제시 없이 창의적 북핵 해법을 주문한 것이다.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논란을 포함해 북핵 해법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동맹 강조 나선 文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대해 ‘최대 우방’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군에 대해서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자주적 역량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의 사드 조사 지시 이후 청와대가 1차 조사를 진행했고, 내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구성된 범부처 차원의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한국의 사드 관련 움직임에 대해 미국 내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북한을 향해 ‘한미동맹의 균열을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새로운 대북 패러다임의 수립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력한 규탄과 군사적 공조 말고 북핵을 폐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무엇인지, 즉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할 전향적인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창의적 방안’을 찾아야 할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미비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새 정부 인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 인사가 함께했다. ○ 北, 결국엔 ‘통미봉남’ 의도? 북한의 움직임도 정부의 기대와는 차이가 크다. 문재인표 ‘달빛정책’이 북한의 ‘얼음정책’을 만나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 4발은 한미 정보당국 분석 결과 기존 지대함 및 함대함 순항미사일인 KN-01을 개량한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확인됐다. 순항미사일은 수면 위 수 m 높이로 초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우리 군 그린파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나 해상의 이지스함 레이더 등에 잡히지 않는다. 또 이 미사일에는 최신 기술로 꼽히는 ‘경로점 기술(Waypoint)’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 정해 놓은 두 개 지점을 우회해서 비행하면서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기술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편집위원은 “경로점 기술이 적용되면 섬 등 은폐물 뒤에 숨어있는 우리 군 함정을 찾아가 타격할 수 있게 돼 더욱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은 새 정부가 어렵게 내민 화해의 손도 매몰차게 거절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는 15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했다. 이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북측에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남한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던지고 있다. 6일 “인도적 지원과 민간 교류 수용보다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고, 8일에는 탈북민 13명의 북송을 요구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한이 감당하지 못할 청구서를 내밀며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는 것은 결국 남한보다는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한번 ‘통미봉남(通美封南)’ 카드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각각 연간 1억 달러와 5000만 달러의 현금 수익을 가져다주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의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제재는 유지하되 점진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남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북한의 시각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현재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작은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강경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실리를 얻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한상준 alwaysj@donga.com·주성하·손효주 기자}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남한 민간단체들에 북한이 5일 보낸 답장을 보며 “대남 부서는 건재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보수정권 9년 동안 북한의 대남 담당 ‘에이스’들도 많이 사라졌을 법한데 워낙 ‘선수층’이 탄탄한 모양이다. 일단 북한은 민간단체의 방북을 모두 불허하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만 허락했다. 얼핏 평양에서 열리는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행사에 들러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남측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초기 남측위 참여 단체들은 한국진보연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종교단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를 포함한 시민사회 등 크게 4개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대다수 단체가 빠지고 진보연대와 민화협 일부만 남았다. 진보연대 소속이 아닌 이창복 상임대표 의장이 수장 역할을 맡고 있지만 남측위의 주축은 진보연대다. 진보연대가 누군가. 2010년 밀입북한 뒤 수많은 친북 발언을 쏟아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한상렬 목사가 이 단체 상임고문이다. 2012년 북한에서 “위대하신 김일성 수령님,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경애하는 김정은 최고사령관님 만세” 삼창을 외친 노수희 범민련 부의장을 ‘통일투사’로 칭송하는 곳이 진보연대다.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진보연대 동지들은 제 마음속의 동지들입니다”라고 평가한 곳이다. 이들이 평양에 가면 어떻게 행동할까. 남측위는 통일부에 곧 방북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승인하는 건 큰 모험이다. 첫 방북단이 평양에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말과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그 역풍은 고스란히 새 정부가 뒤집어쓴다. 북한 대남부서는 한국 기자들조차 잘 모르는 남측위의 구성까지 다 파악한 듯하다. 한편으로 북한은 다른 민간단체의 방북은 모두 거절한 뒤 6일 노동신문을 통해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 수용보다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새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북한이 보인 첫 실질적 반응이다. 민간단체들이 보따리 싸들고 우르르 몰려오자 “우릴 비렁뱅이 취급하느냐”는 북한 특유의 자존심도 작용했겠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고약한 ‘시험문제’도 숨어있다. 일단 북한의 말을 해석하면 “시시하게 시간 끌 생각이 아니라면 판부터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남북 시장 통합’ 등 대형 공약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이를 이행할 의지는 있는지 테스트를 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숨어있다. 당면 현안으론 “곧 미국에 가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 우리 편을 좀 들어달라”는 부담까지 얹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새 정부를 한 달간 관찰하며 남북관계를 어떻게 할지 고심했을 것이다. 지난달 26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첫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뒤 열흘이나 지나 답을 내놓은 것을 보면 민간단체 방북을 허용할지도 심사숙고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결론은 “문 대통령이 먼저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우리도 믿고 마음을 열겠다”는 것으로 내려졌다.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 재개라는 ‘군불’부터 지펴서 점차 남북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던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북한이 보낸 시험문제는 그들의 시각에서는 일리가 있다. 5년마다 정부가 바뀌면서 대북정책이 널뛰기를 하는 남한을 수십 년 지켜본 북한으로선 힘들더라도 집권 첫해에 판을 바꾸어야 남은 4년 동안 큰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한으로선 유엔의 대북제재가 보다 강경해지고 있고, 중국마저 동참하는 마당에 혼자 대열을 이탈하기 어렵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리 만무하다.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마음 같아선 북한이 ‘갑’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토록 비난했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점이 뭐냐는 비난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등을 돌릴 생각이 없는 한 당장 민간단체 방북 이상의 것을 주기도 여의치 않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제시한 문제를 남한이 풀 수 있을까. 난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북한이 제시한 이 문제는 우리가 아닌 북한이 먼저 풀어야 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민간단체를 거부한다면 정부가 다음 행보로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성의’ 정도는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사는 김정은에게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열쇠는 지금 당신이 쥐고 있다. 첫 선물은 남쪽이 아닌 북쪽이 먼저 내놓아야 한다. 그러면 확실히 화답할 것이다. 싫다면 우리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6일 남한 정부를 향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 수용보다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남한 민간·종교단체들에 방북 거절 의사를 통보한 뒤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북남선언들을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정세논평)에서 우리 측 민간단체들의 대북 교류 시도에 대해 언급한 뒤 “물론 (이는) 전면 폐쇄 상태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되살리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를 허용한다고 하여 북남관계가 개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요구는 ‘통일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고 명시한 6·15공동선언에 맞게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발을 빼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간 교류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더 큰 ‘당근’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3당 원내대표가 5일 주례회동을 열어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동에는 민주당 우원식,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했고,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강행에 반발해 불참했다. 결의안 채택 추진은 정 의장이 직접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정례회동이 여야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창구여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회동 후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결의안에 합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이뤄진 회동인 만큼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결의안 채택 추진을 위한 최종 합의까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다당제를 사실상 처음 겪는 각 정당들이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에서라도 대화의 장을 접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당 입장에서는 홀로 고립되는 형국이 될 수 있어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결의안을 채택하더라도 곧바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관은 북한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남한의 정치적 양보나 대북 지원을 얻기 위한 카드로 활용해 왔다. 현재 남북관계가 전면 단절돼 있어 북한이 바라는 대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북한은 이날 남쪽 민간단체들이 보낸 접촉 제안 중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에 팩스로 첫 답변을 보내왔다. 남측위는 “북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로부터 15일 북한에서 개최될 예정인 6·15 공동행사 관련 장소와 기조 등이 담긴 팩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행사를 개성에서 개최하자는 남측위의 제안 대신 평양 개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위는 평양 개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방북을 하기 위해선 통일부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측위의 6·15 공동행사 승인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한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6, 7일경 개성 지역에 말라리아 방역 물자와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지만 이날까지 북한에서 대답이 오지 않자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날 남북 종교 교류를 위한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교단체의 방북도 거부했다.박성진 psjin@donga.com·주성하 기자}

김정은이 북한 곳곳에 자신의 전용 활주로를 건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곳만 9곳이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김정은의 취향은 격추나 사고가 두려워 비행기를 절대 타지 않았던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뚜렷이 구별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미국의 상업위성이 4월 21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평안북도 창성군에 김정은의 9번째 전용 활주로가 건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새로 건설된 활주로는 소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약 550m 길이로 헬리콥터 착륙장과 격납고 등도 보인다. 여기서 불과 몇 km 떨어진 곳에는 김정일이 애용했던 창성 별장이 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 씨는 김정은이 어린 시절 여름마다 창성 별장 옆 호수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겼다고 밝힌 바 있다. 압록강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별장엔 유사시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는 지하통로가 있다는 설이 있다. 창성 외 다른 활주로 8곳은 △평양 대성구역, 미림 △평북 묘향산 △평남 은산, 강동 △ 황해도 신천 △강원도 갈마, 송도원에 있다. 전용 활주로가 건설된 9곳의 공통점은 인근에 김정은의 거주지나 별장이 있다는 것이다. 활주로 건설의 기준이 인근에 주요 도시나 시설이 있는지 여부가 아닌 김정은이 놀러 다니는 데 편한 곳 위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김정은이 차를 타고 별장에 가려면 한나절 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정은은 벤츠600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행기로 이동하면 오전엔 황해도 신천 별장에서 온천욕을 하다가 오후엔 원산 송도원에서 해수욕을 하는 게 가능하다. 창성 별장에서 수상스키를 타다가 묘향산에 가서 잠을 자는 것도 문제가 없다. 김정은의 외부 활동도 별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평북 구성 방현비행장은 창성 인근에 있다. 김정은은 집권 초 송도원 별장에 군 장성들을 불러 사격과 수영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전용 활주로가 건설되지 않은 함남 함흥 이북에는 김정은의 현지 시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정부가 2일 민간단체 8곳의 대북 접촉 신청을 무더기 승인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북한 인민군까지 포함한 강력한 추가 대북 독자제재 방안을 발표한 것과 상반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 제동을 건 데 이어 대북 정책에서도 한미 간 불협화음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달 하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찰음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대북 민간 교류 확대 급물살 통일부가 이날 대북 접촉을 승인한 단체는 어린이어깨동무 등 인도적 지원단체 2곳과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등 종교 교류 단체 6곳이다. 지난달 26일과 31일 각각 대북 접촉을 승인받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접촉이 승인된 단체는 10곳으로 늘었다. 새 정부는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민간 교류는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 접촉 승인 결정은 미국 정부가 추가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공개됐다. 미 재무부가 성명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두 차례 언급하며 강경한 대북 제재 의지를 밝힌 직후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의 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정부의 대북 민간 교류 확대 조치는 국제사회 분위기와는 차이가 컸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우리 정부 대북정책 기조의 무게 중심이 ‘한미 공조’에서 ‘민족 공조’로 옮겨가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냄으로써 국제 제재를 주도하는 워싱턴 입장에서는 머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가장 시급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입장도 고려하면서 비핵화 퍼즐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양국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양국 정상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미묘한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과 온도차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새 정부 취임 전부터 외교가 안팎에서는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한반도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려다 소외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었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도 한국 정부가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도 국제사회에 미온적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대상을 확대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중국은 ‘기존의 제재들로도 충분하다’며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중국마저도 북한에 등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 소식통들은 “이번 제재안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새 결의안이) 추진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