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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운전자 차모 씨(68)를 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최대 7년 6개월의 금고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법조계에선 현재까지 교특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외에 살인죄나 음주운전에 따른 위험운전치사상 혐의 등 다른 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살해의 고의를 엿볼 수 있는 증거나 자백이 없으며, 차 씨가 사고 직후 도주하지 않았고 음주 및 마약 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교특법은 최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상자가 13명인 사건으로, 개별적으로 형량을 적용할 수 있지만 경합범 가중(1.5배)을 통해 최대 7년 6개월의 형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통사고 치사상에 대해 징역 8개월~2년을 권고하고 있어 실제 선고형량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차 씨가 주장한 급발진은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급발진 의심 사고 운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판결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검찰이 운전자 과실을 입증하지 못한 것일 뿐 급발진을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형사재판부 부장판사는 “급발진과 같은 차량결함이 인정된다면 차 씨 측이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할 여지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시청 소속 공무원 2명이 공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면 숨진 공무원의 배우자와 자녀, 부모 등이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 유족이 공무상 재해 인정을 신청하면 담당 기관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심사해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 구형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전주’ 손모 씨에게도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심리로 열린 권 전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소 사실은 권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포괄일죄’(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보는 것)로 하나의 범행인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벌금 150억 원과 추징금 81억3000만 원도 함께 요청했다. 선고는 9월 12일에 이뤄진다. 권 전 회장은 이른바 ‘주가 조작 선수’ 등과 모의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최후진술에 나선 권 전 회장은 “실체 없는 주가 조작 시비에 휘말려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지난 수년간 너무도 힘들었다”며 “(재판부가) 과연 검찰이 주장하는 제(저의) 위법행위가 있는지 현명히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주가 조작 ‘2차 주포’ 김모 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제안을 받고 인위적으로 대량 매수세를 형성한 ‘전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손 씨에게도 검찰은 징역 3년에 벌금 50억 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손 씨는 대출받은 100억 원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최소한 방조 혐의는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여권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근거로 손 씨의 1심 판결을 들어왔다. 1심 재판부가 손 씨에 대해 “전주라도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만큼 김 여사 역시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손 씨의 공소장을 변경해 방조 혐의를 추가한 바 있다. 주가 조작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방조 혐의로라도 처벌해 달라는 취지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 구형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전주’ 손모 씨에게도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2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심리로 열린 권 전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은 권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포괄일죄’(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보는 것)로 하나의 범행인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벌금 150억 원과 추징금 81억3000만 원도 함께 요청했다. 선고는 9월 12일에 이뤄진다.권 전 회장은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등과 모의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최후진술에 나선 권 전 회장은 “실체 없는 주가조작 시비에 휘말려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지난 수년간 너무도 힘들었다”며 “(재판부가) 과연 검찰이 주장하는 제(저의) 위법행위가 있는지 현명히 판단해달라”고 밝혔다.주가조작 ‘2차 주포’ 김모 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제안을 받고 인위적으로 대량매수세를 형성한 ‘전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손 씨에게도 검찰은 징역 3년에 벌금 50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손 씨는 대출받은 100억 원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최소한 방조 혐의는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여권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근거로 손 씨의 1심 판결을 들어왔다. 1심 재판부가 손 씨에 대해 “전주라도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만큼 김 여사 역시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손 씨의 공소장을 변경해 방조 혐의를 추가한 바 있다.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방조 혐의로라도 처벌해달라는 취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그의 동선이 기록된 ‘구글 타임라인’에 대한 전문가 감정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심리로 진행된 감정기일에서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 구글 계정에 기록된 타임라인에 대해 전문가 감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부원장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휴대전화로 또 다른 타임라인 기록을 생성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1차 불법 정치자금 수수 시점 및 장소로 특정한 2021년 5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스마트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감정을 통해 신뢰도가 입증되면 공소 사실을 반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감정의 목적은) 구글 타임라인을 얼마나 신빙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피고인이 증거로 제출한 데이터의 무결성, 정확성, 동일성이 보장되느냐”라며 “과도하게 재판이 지연될 뿐”이라고 맞섰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컨설팅이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금융규제팀을 이끌고 있는 노미은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환경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면서 규제 대응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갖춰야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고도화된 서비스의 밑바탕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도 더 믿을 만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금융사로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업계는 최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주요 금융회사들은 1년 이내에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명확히 규정한 ‘책무구조도’를 만들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출신의 이재인 변호사(37기)는 “금융당국이 시행세칙 등을 통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임원별로 업무와 책임을 정교하게 분리해 내야 한다”며 “법이 규정하는 세부 내용의 디테일을 얼마나 자세히 파악해 반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약 5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규제팀을 구성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조언하고 있다. 전담팀에는 제도 설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금융당국 출신 전문가들뿐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 외국 금융회사 등 각 권역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제재 방어 및 소송업무를 비롯해 내부통제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해 왔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금융회사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최근 시장 교란 및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강조하면서 태평양의 방어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불건전 영업 의심행위 등에 대한 각종 조사와 검사, 제재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오해를 소명하고,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내부통제체제 구축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출신 최흥수 변호사(변호사시험 8회)는 “감독기관의 제재는 행위를 사후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인 만큼 당시의 규제환경에 비춰 책임이 있는지를 소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도 규제 대응 솔루션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이 변호사는 “(디지털 관련) 새로운 서비스들이 법과 제도의 모호한 경계에 서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며 “정책과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인공지능(AI) 기반 금융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자문 경험을 비롯해 토큰 증권 등 신규 화폐, 혁신 금융 서비스 등에서도 이미 자문 경력을 갖추고 있다. 노 변호사는 “태평양 금융규제팀은 하나의 프로젝트에도 금융권역별 전문가들이 ‘원팀’으로 참여해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한다”며 “법률지식을 전달하고 끝나는 자문이 아니라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맡아 수년간 키웠더라도 최초 분양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 반려견 소유권은 최초 분양자에게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30일 A 씨가 아들의 전 여자 친구를 상대로 ‘무단으로 데려간 반려견을 돌려달라’며 낸 유체동산인도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의 아들과 교제하던 B 씨는 2017년 8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를 반려견으로 분양받았다. 하지만 B 씨는 분양 12일 만에 A 씨에게 20일 동안 맡기는 등 3년여간 수시로 반려견을 맡겼다. 2020년 8월 B 씨가 “이사를 하게 돼 반려동물을 키우기 곤란하다”고 하자 A 씨는 본격적으로 반려견을 맡아 키우게 됐다. 문제는 A 씨의 아들과 B 씨가 결별하면서 불거졌다. B 씨는 지난해 2월 A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데려갔고, A 씨는 B 씨가 무단으로 반려견을 탈취해 갔다며 소송을 냈다. 반려견에 대한 ‘기른 정’을 두고 1,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반려동물은 보통의 물건과 달리 그 관리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바, 이를 권리관계에 고려해야 한다”며 “B 씨가 A 씨에게 반려견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약 30개월간 반려견을 키우며 사육비용 대부분을 부담했고, 동물등록증상의 소유자가 A 씨의 아들로 되어 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행위나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으로 증여 또는 권리 포기를 인정하려면 이때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며 장기간 반려견을 맡기고 사육비를 내지 않은 것만으론 B 씨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 씨 역시 반려견을 보기 위해 A 씨의 집에 방문하고, 전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전달받는 등 반려견의 상태를 수차례 살폈다는 점도 B 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됐다. A 씨가 상고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맡아 수년간 키웠더라도 최초 분양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 반려견 소유권은 최초 분양자에게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30일 A 씨가 아들의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무단으로 데려간 반려견을 돌려달라’며 낸 유체동산인도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A 씨의 아들과 교제하던 B 씨는 2017년 8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를 반려견으로 분양받았다. 하지만 B 씨는 분양 12일 만에 A 씨에게 20일 동안 맡기는 등 3년여간 수시로 반려견을 맡겼다. 2020년 8월 B 씨가 “이사를 하게 돼 반려동물을 키우기 곤란하다”고 하자 A 씨는 본격적으로 반려견을 맡아 키우게 됐다.문제는 A 씨의 아들과 B 씨가 결별하면서 불거졌다. B 씨는 지난해 2월 A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데려갔고, A 씨는 B 씨가 무단으로 반려견을 탈취해 갔다며 소송을 냈다.반려견에 대한 ‘기른 정’을 두고 1,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반려동물은 보통의 물건과 달리 그 관리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바, 이를 권리관계에 고려해야한다”며 “B 씨가 A 씨에게 반려견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약 30개월간 반려견을 키우며 사육비용 대부분을 부담했고, 동물등록증 상의 소유자가 A 씨의 아들로 되어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반면 2심 재판부는 “행위나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으로 증여 또는 권리 포기를 인정하려면 이때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며 장기간 반려견을 맡기고 사육비를 내지 않은 것 만으론 B 씨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 씨 역시 반려견을 보기 위해 A 씨의 집에 방문하고, 전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전달받는 등 반려견의 상태를 수차례 살폈다는 점도 B 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동물등록에 대해서도 “동물 보호 및 유실·유기 방지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방지 등을 위한 것일 뿐” 이라며 소유권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A 씨가 상고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한 지 하루 만인 18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분 기여도’를 변경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최 회장의 기여도 판단을 위한 주가의 비교 시점을 기존 1998∼2009년에서 1998∼2024년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기여도는 수정된 판결문에선 35.6배였는데, 설명자료에선 160배로 크게 늘어났다. 최 회장의 기여도가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기여도(125배)보다 여전히 더 높다고 보고 재판부는 ‘1조3808억 원 재산 분할’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가 ‘세기의 이혼 재판’에서 판결문을 고친 것도 이례적인데, 설명자료까지 배포한 것은 더욱 이례적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 “최 회장 기여도, 35배→160배” 18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17일자 판결경정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A4용지 4장 분량의 설명자료를 통해 “(수정 내용은) 재산 분할 기준 시점인 올해 4월 16일 기준 SK㈜ 주식의 가격인 16만 원이나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선고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이 1994년 11월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은 주당 100원, SK C&C(현 SK㈜)가 상장한 2009년 11월은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2009년은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이 SK그룹 전체의 지배 주식이 된 시점이다. 최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계산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수용해 1998년 5월 주당 가치를 1000원으로 수정하고, 이에 맞춰 최 회장이 2009년 11월까지 기업 가치를 355배 키웠다고 판단했던 부분도 35.6배로 바로잡았다. 기존 판결문과 달리 수정된 판결문에서 최 선대 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가 역전된 것이다. SK 측은 최 회장의 기여도가 35.5배로 줄어들어 최 선대 회장의 기여도(125배)보다 훨씬 적어진 만큼 재산 분할 판결의 전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정된 판결문에서도 재산 분할 비율과 분할금 등 결론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18일 설명자료에서 “2009년 11월 (SK C&C 주식 가치)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기여도는 재산 분할 기준 시점인 항소심 변론종결(2024년 4월 16일) 당시 SK㈜ 주식 가치인 16만 원과 비교해야 한다는 취지다. 1000원이 16만 원이 된 만큼 최 회장의 기여도는 160배로 최 선대 회장(125배)보다 크고, 따라서 결론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승계상속형’이라는 SK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재판부가 수정된 판결문에도 없는 ‘기여도 160배’를 꺼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판부는 “‘노태우가 최종현 및 최태원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이 인정된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항소심 판결 요지가 두 시기 모두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최 회장 부자(父子)의 기여도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재산 분할 기준점 당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지분 17.73%·1297만 주)의 가치를 약 2조760억 원으로 산정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 “설명자료 납득 안 돼”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판결에 없는 내용이 설명자료엔 들어갔다는 취지로 다시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최 회장의 기여 기간을 2024년 4월까지로 늘렸는데, 판결문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선 최 회장 기여도 판단 기준일을 SK C&C 상장 무렵인 2009년 11월로 제시했는데, 설명자료에선 이 기준일을 올해 4월로 바꾸었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은 또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 관계는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를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SK 성장에 대한 최 회장과 최 선대 회장의 기여도를 변경한 것과 관련해서도 변호인단은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처음 산정한 기여도가 달라진 만큼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맞는 것인지 재판단이 필요하며, 맞다 해도 분할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7일 판결문을 경정(更正·수정)했다. 최 회장 측은 바뀐 부분이 1조3808억 원 재산 분할 전제에 해당하는 ‘치명적 결함’이라고 주장하며 상고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날 판결문 수정으로 인해 재산 분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항소심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한 뒤 고개를 2초간 깊이 숙였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심 배경에 대해 최 회장은 “재산 분할에 관련돼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SK㈜)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또 얼마나 분할돼야 하는지의 전제에 대해서도 치명적인 오류”라고 밝혔다. SK 측이 지적한 오류는 항소심 재판부가 1998년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별세할 무렵의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최 회장 기여도가 높게 측정돼 SK㈜ 주식이 ‘승계상속형 자산’이 아닌 ‘자수성가형 자산’으로 분류됐다는 주장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최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판결문을 수정하는 판결 경정 결정을 내리고 양측에 수정한 판결문을 송달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항소심 결론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한텔레콤 주식가치를 판결문에 잘못 적었을 뿐 항소심 판결에 오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계산 오류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은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SK)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원, 판결문 이례적 수정… SK “1.3조 재산분할 판결 달라져야”[‘최태원 이혼 항소심’ 오류 논란]SK측 “지분 계산 100배 왜곡… 노소영 재산형성 기여 줄어”재판부, 판결문 단순 ‘오기’ 판단대법, 수정 결정 새 쟁점 부상할 듯… 파기환송땐 분할액 줄어들수도재산 분할금이 1조3808억 원에 달해 ‘세기의 재산 분할’로 불린 판결이 경정(更正·수정)되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정은 판결문에 단순 오기, 계산 착오 등 오류가 있을 때 재판부가 직권으로 고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선 수정한 부분이 1조4000억 원에 육박하는 재산 분할금 결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에도 불구하고 재산 분할 비율과 분할액 등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재산 형성에 대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기여가 현저히 줄어든 만큼 결론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상고심 과정에서 재판부의 수정 결정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기존 쟁점과 함께 수정 결정의 적법성 여부도 함께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 “SK㈜ 주식은 승계상속형 자산” 17일 최 회장 측은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가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최 회장의 기여도보다 최종현 선대 회장의 기여도가 더 높으므로 SK㈜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인 부부공동재산이 아닌 최 선대 회장으로부터의 상속 재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를 ①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8원 ②1998년 5월 최 선대 회장 별세 직전에는 100원 ③2009년 11월 SK C&C(현 SK㈜) 상장 시점엔 3만5650원으로 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 회장이 최 선대 회장 사망 후 2009년까지 기업 가치를 355배 올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기여도엔 틀린 계산이 근거가 됐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1998년 5월 주당 가치를 계산할 때 2007, 2009년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식에 따르면 1998년 주당 가치는 1000원이 돼야 하는데 100원으로 잘못 계산이 된 것이다. 오류를 바로잡을 경우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상승에서 최 선대 회장의 기여도는 125배, 최 회장의 기여도는 약 35배로 뒤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SK 측은 “최 선대 회장의 기여분이 10배 늘고, 최 회장의 기여분은 10분의 1로 줄기 때문에 판결문에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SK의 기자회견 이후 재판부는 1998년 5월 주식 가액을 1000원으로,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6배로 판결문을 수정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 “결론은 그대로”… SK “결론 바뀌어야” 재판부는 판결 경정 결정을 통해 내용을 바로잡으면서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을 주도록 한 재산 분할 규모는 바꾸지 않았다. 단순 오기일 뿐 분할 대상 재산 규모와 분할 비율을 산정하는 데는 오류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판결 경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 오류 등에 대해서 할 수 있는데, 이번 판결은 오류에 기반해 재산 분할 대상 및 분할 비율을 판단했기 때문에 경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경정 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판부는 수정 전 판결문에서 “이 같은(355배) 주식 가치의 상승 폭 역시 대한민국 경제의 전반적인 발전 수준을 넉넉히 상회한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가 크다는 취지로 인정한 바 있다. 한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제 사실에 대한 명백한 오류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이 이뤄졌다면 상고심에서 이를 그냥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경정 부분이 결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파기환송) 재산 분할 규모는 2심보다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계산 오류가 결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에 따라 파기환송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재산 분할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문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상고 방침을 공식화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그룹 지주사 SK㈜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잘못 계산한 뒤 이를 근거로 노 관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SK 지적을 받아들여 곧바로 판결문 내용을 수정했지만 결론은 바꾸지 않았다.17일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항소심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한 뒤 고개를 2초간 깊이 숙였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결심 배경에 대해 최 회장은 “재산 분할에 관련돼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SK㈜)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또 얼마나 분할돼야 하는지의 전제에 대해서도 치명적인 오류”라고 밝혔다.SK 측이 지적한 오류는 항소심 재판부가 1998년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별세할 무렵의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최 회장 기여도가 높게 측정돼 SK㈜ 주식이 ‘상속승계형 자산’이 아닌 ‘자수성가형 자산’으로 분류됐다는 주장이다.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최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판결문을 수정하는 판결 경정(更正) 결정을 내리고 양측에 수정한 판결문(판결경정결정정본)을 송달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항소심 결론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한텔레콤 주가를 판결문에 잘못 적었을 뿐 항소심 판결에 오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나,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은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SK)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가 제일 외롭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에 와서 책임감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재판 지연 해소’를 사법부의 최우선 현안으로 꼽은 그는 주로 점심을 혼자 집무실에서 먹으며 시간을 아껴 일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챗GPT’를 깔아두고 세계 각국의 사법제도 등을 영문으로 직접 찾아본다. 최근 2개월간 전국 법원을 돌며 구성원을 만나온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4시간 동안 재판 지연 등 사법부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 지연 문제의 진단은 마쳤나. “근본적으로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휴직 등을 빼면 3000명도 안 되는 법관이 연간 600여만 건을 맡아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2∼8배 수준으로 많다. 거기에 가정법원의 면접교섭 같은 복지후견이나 회생사건 등 업무 범위도 늘어나는데 인원은 그대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니 모든 증인이 법정에 나와야 해 예전에 수백 건 처리할 시간에 한 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복합적 문제인데 구체적 해결 방안은…. “결국 법관 수가 늘어야 하고 법관임용제도 우리 실정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우선 법원장이 실태를 상세히 알기 위해 직접 장기미제사건 재판을 맡도록 했다. 판결문을 핵심만 간단히 써서 한 주당 3건씩 쓰던 것을 5, 6건씩 써 보자고도 제안했다. 또 재판연구원과 사법보좌관 등을 적극 충원해 법관 업무를 분담시켜야 한다. 사법 정보화를 서둘러 기록들을 전자화하고, 사건 요약과 판례 검색 등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부터 법관 최소 법조경력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는데….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법조경력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이 (3명이 재판하는) 합의부를 유지하는 이상 거기에 맞는 판사를 뽑아야 한다. 체력이 좋아 기록을 꼼꼼히 볼 수 있는 젊은 배석판사와 경륜을 토대로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재판장이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들만 판사로 뽑는 ‘법조일원화’는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는 법관을 선발하자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내년부터는 법조경력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변호사나 검사만 판사가 될 수 있다. ―배석판사는 젊게, 재판장은 노련하게 뽑자는 건가. “내가 아는 노래 중에 ‘몰라서 걸어온 그 길, 알고는 다시는 못 가게 된다’는 가사가 있다. 처음엔 몰라서 했지만 겪고 나면 못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연구관을 할 때 주말에 아픈 몸을 이끌고 다음 날 내야 하는 보고서를 한 페이지씩 넘길 때 이 가사가 생각나더라. 배석판사는 그만큼 깨알같이 악착같이 봐야 하는데, 법조경력 3∼5년 된 젊은 인재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경륜 있는 법관이 재판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식 법관임용제는 우리나라 현실과 안 맞는다. 영미법 근간의 배심제인 미국은 당사자끼리 공방을 벌이고 재판장은 진행자로 다툼이 있을 때만 개입한다. 미국 형사재판은 무죄면 항소도 없고 판결도 안 쓴다. 반면 우리는 법관이 기록을 직접 다 검토해 유무죄를 가리고 많게는 수천 쪽짜리 판결문도 써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미국식으로 하는 건 국민을 속이고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이미 실패한 벨기에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끝까지 가보고 돌아가자’고 할 이유가 있나. 환상을 심어줄 게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판기간을 법으로 정하는 방법은 어떤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선거사범은 1심을 6개월, 2∼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강행 규정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지켜지지 못할 만큼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조 대법원장이 건넨 서류에는 선거사범의 재판기간을 강행 규정으로 정한 공직선거법 제270조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재판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당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법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법정 규정마저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법관 증원 법안이 폐기됐는데…. “전국 법원을 순회할 때 ‘법관 한 명이라도 보내 달라’는 말을 가는 곳마다 들었을 만큼 전국 모든 법원에서 법관 부족이 정말 심각하다. 법관 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3214명인 법관 정원을 5년에 걸쳐 총 370명 늘리는 법관정원법 개정안은 올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야의 무관심 속에 끝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다. ―젊은 엘리트 사이에선 더는 판사가 1순위 지망이 아닌데…. “법관 급여가 동년배 로펌 변호사의 70% 정도라도 돼야 한다. 사명감으로만 법관을 하라고 하면 제도 운영이 안 된다. 로펌 급여의 3분의 1만 받고 누가 법관을 하려 하겠나. 싱가포르에선 법관 보수를 로펌 파트너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였더니 국민의 사법 신뢰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사법부 예산이 국가예산의 0.33% 수준밖에 안 되는데…. “결국 재판 지연도 예산 부족과 맥이 닿아 있다. 재판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형사소송 전자화도 예산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 전산망 해킹 사태 이후 전담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월급이 너무 낮아 구인난이 심했다. 사법부 예산을 2000억 원만 증액해도 2조 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법관들이 ‘법원은 칼도 없고 지갑도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엄청 잘못된 말이다. 어느 칼이며, 어느 지갑도 사법부에 복종하지 않는 데가 있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담긴 헌법 조문들을 직접 손으로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법관들이 나약해지거나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대법관 3명의 후임에 대한 임명 제청 원칙에 대해선 “실력이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첫 번째 수단”이라고 못 박았다. 법관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날 인터뷰는 4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정원수 부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의 사법화에 이어 경제의 사법화까지 심화되면서 사법부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민감한 사건들이 사법부로 밀려들고 있다. 미국도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걸로 나라가 두 쪽으로 나누어져 한쪽에선 재판을 잘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똑같지 않나.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법관과 대법원장의 역할은…. “문제가 됐을 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다.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앞장서서 지켜낼 거고, 법관의 권한이 막강하니 자부심을 갖고 재판해야 한다. 대통령도 사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법관은 할 수 있다. 법관들이 자꾸 나약해지지 말고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방안은…. “사법부 독립이라고 개별 법관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사법부가 판결의 일관성을 가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 국민이 형을 높이라 하고 구속하라고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헌법과 법률인지 고민하고 일관성을 갖고 제대로 재판해야 한다.” ―사법부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법관에게 인신공격만 해선 긴장하지 않는데, 언론과 법학교수 등이 판결에 대해 학술적으로 비판하면 법관들도 ‘엉터리 판결했다간 이렇게 혼나는구나’라고 긴장한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이라는 항로를 이탈하면 국민들 보기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보일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 “국민들께 송구하고 그런 일이 생겼다는 자체가 안타깝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앞으로 시스템을 고쳐 나가겠다.”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을 제청하는 최우선 기준은….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시각을 다양하게 봐야 하지만 실력이 최우선이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 넘게 처리해야 한다. 흔히 사회에서 인권과 다양성을 얘기할 때 성소수자 예를 많이 드는데, 성소수자 건강보험 등도 중요하지만 사형당할 수 있는 피고인에 대한 정교한 판결도 중요하다. 실력이 인권을 보호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앞으로 이념적으로 치우침 없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해도 되나.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의 투표권은 13분의 1밖에 안 된다. 대법관 시절에도 전합에서 대법관끼리 고성을 지르며 법리를 다투고 한 달 동안 신경전 하는 모습도 봤다. 그게 대법원이다.” ―사회적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양형 등 제도가 못 따라오는 문제도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계속 시정하고 있다. 성폭력도 예전엔 보통 3∼5년이거나 집행유예였는데 지금은 최하가 징역 3년이다. 기술 유출, 스토킹, 보이스피싱, 동물학대 등의 양형 기준도 높아진다. 다른 죄의 형량이 높아지니 지금은 살인죄가 오히려 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형벌을 높이는 것만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도 깊이 연구해봐야 한다.” ―청문회에서 밝힌 조건부 구속영장제 도입 경과는…. “사법 불신 중 큰 부분이 구속 문제다. 나도 학교(성균관대 로스쿨)에 있을 때 교수들이 현안을 두고 구속 여부를 물으면 전혀 답변할 수 없었다. 구속도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조건부 구속영장제가 100%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이 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입법 사안이라 우리가 할 순 없고, 국회가 입법하겠다면 반대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쟁점인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지면서 압수수색이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해졌다. 입법으로 할지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할지 정해진 건 없고 관련한 정책 용역 결과가 9월에 나온다. 규칙으로 하는 게 논란이 된다면 국회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국회가 얼마든지 나설 수 있는 사안이지 않느냐.” ―대법원장이 보는 법관의 조건은…. “법관이 되려면 새벽에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 봐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격언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도 ‘런던의 빈민가에 가보지 않은 자는 내 연구실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법관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춰야 국민들의 신(信)을 얻을 수 있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인 ‘인’, 정의감과 부끄러움을 뜻하는 ‘의’, 본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지적 겸손(intellectual modesty)으로서의 ‘예’, 법관으로서 실력인 ‘지’다. 이런 태도를 가진 법관들을 우대하는 인사를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 조희대 대법원장 약력△1957년생(67세) 경주 출생 △경북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 △서울 형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장 △대법관 (2014년 3월∼2020년 3월) △성균관대 법학전문 대학원 석좌교수 △제17대 대법원장(2023년 12월 취임. 2027년 6월 정년퇴임 예정)[단독]조희대 “법관 임용 ‘배석 3∼5년, 재판장 10년’으로 이원화해야”재판 지연 해소” 거듭 역설… 법관 3000명이 年 600만건 맡아다른 나라보다 업무 2∼8배 많아… 법관 늘리고 법관임용제 손볼 필요재판연구원-사법보좌관 충원해… 판사의 과중한 업무 분담시켜야““제가 제일 외롭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에 와서 책임감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재판 지연 해소’를 사법부의 최우선 현안으로 꼽은 그는 주로 점심을 혼자 집무실에서 먹으며 시간을 아껴 일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챗GPT’를 깔아두고 세계 각국의 사법제도 등을 영문으로 직접 찾아본다. 최근 2개월간 전국 법원을 돌며 구성원을 만나온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4시간 동안 재판 지연 등 사법부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 지연 문제의 진단은 마쳤나. “근본적으로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휴직 등을 빼면 3000명도 안 되는 법관이 연간 600여만 건을 맡아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2∼8배 수준으로 많다. 거기에 가정법원의 면접교섭 같은 복지후견이나 회생사건 등 업무 범위도 늘어나는데 인원은 그대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니 모든 증인이 법정에 나와야 해 예전에 수백 건 처리할 시간에 한 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복합적 문제인데 구체적 해결 방안은…. “결국 법관 수가 늘어야 하고 법관임용제도 우리 실정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우선 법원장이 실태를 상세히 알기 위해 직접 장기미제사건 재판을 맡도록 했다. 판결문을 핵심만 간단히 써서 한 주당 3건씩 쓰던 것을 5, 6건씩 써 보자고도 제안했다. 또 재판연구원과 사법보좌관 등을 적극 충원해 법관 업무를 분담시켜야 한다. 사법 정보화를 서둘러 기록들을 전자화하고, 사건 요약과 판례 검색 등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부터 법관 최소 법조경력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는데….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법조경력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이 (3명이 재판하는) 합의부를 유지하는 이상 거기에 맞는 판사를 뽑아야 한다. 체력이 좋아 기록을 꼼꼼히 볼 수 있는 젊은 배석판사와 경륜을 토대로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재판장이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들만 판사로 뽑는 ‘법조일원화’는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는 법관을 선발하자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내년부터는 법조경력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변호사나 검사만 판사가 될 수 있다. ―배석판사는 젊게, 재판장은 노련하게 뽑자는 건가. “내가 아는 노래 중에 ‘몰라서 걸어온 그 길, 알고는 다시는 못 가게 된다’는 가사가 있다. 처음엔 몰라서 했지만 겪고 나면 못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연구관을 할 때 주말에 아픈 몸을 이끌고 다음 날 내야 하는 보고서를 한 페이지씩 넘길 때 이 가사가 생각나더라. 배석판사는 그만큼 깨알같이 악착같이 봐야 하는데, 법조경력 3∼5년 된 젊은 인재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경륜 있는 법관이 재판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식 법관임용제는 우리나라 현실과 안 맞는다. 영미법 근간의 배심제인 미국은 당사자끼리 공방을 벌이고 재판장은 진행자로 다툼이 있을 때만 개입한다. 미국 형사재판은 무죄면 항소도 없고 판결도 안 쓴다. 반면 우리는 법관이 기록을 직접 다 검토해 유무죄를 가리고 많게는 수천 쪽짜리 판결문도 써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미국식으로 하는 건 국민을 속이고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이미 실패한 벨기에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끝까지 가보고 돌아가자’고 할 이유가 있나. 환상을 심어줄 게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판기간을 법으로 정하는 방법은 어떤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선거사범은 1심을 6개월, 2∼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강행 규정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지켜지지 못할 만큼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조 대법원장이 건넨 서류에는 선거사범의 재판기간을 강행 규정으로 정한 공직선거법 제270조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재판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당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법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법정 규정마저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법관 증원 법안이 폐기됐는데…. “전국 법원을 순회할 때 ‘법관 한 명이라도 보내 달라’는 말을 가는 곳마다 들었을 만큼 전국 모든 법원에서 법관 부족이 정말 심각하다. 법관 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3214명인 법관 정원을 5년에 걸쳐 총 370명 늘리는 법관정원법 개정안은 올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야의 무관심 속에 끝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다. ―젊은 엘리트 사이에선 더는 판사가 1순위 지망이 아닌데…. “법관 급여가 동년배 로펌 변호사의 70% 정도라도 돼야 한다. 사명감으로만 법관을 하라고 하면 제도 운영이 안 된다. 로펌 급여의 3분의 1만 받고 누가 법관을 하려 하겠나. 싱가포르에선 법관 보수를 로펌 파트너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였더니 국민의 사법 신뢰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사법부 예산이 국가예산의 0.33% 수준밖에 안 되는데…. “결국 재판 지연도 예산 부족과 맥이 닿아 있다. 재판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형사소송 전자화도 예산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 전산망 해킹 사태 이후 전담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월급이 너무 낮아 구인난이 심했다. 사법부 예산을 2000억 원만 증액해도 2조 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사진)은 “노동법원 설치만큼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급선무”라고 밝혔다. 관련 법령이 모호해 특정 임금이 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와 파견근로자 지위 등을 두고 소송이 빗발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쳐야 최종 법리가 세워지는 현실을 입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자 확인 관련 사건을 합치면 장기 미제만 1000건 가까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자 관련 장기 미제사건 때문에 기다리는 2심 사건이 360여 건”이라며 관련 통계가 담긴 서류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노동법원 설치는 정부와 빈틈없이 협의할 것이고,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이뤄지면 법원 판결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설치’를 공식화한 노동법원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첫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하루빨리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다’란 식이든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며 “파견근로자 관련 법안도 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4시간에 걸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판 지연 해소 방안과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대법관의 제청 기준 등 현안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혔다.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를 재판 지연 해결이라고 설명해온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법관 증원과 법조경력 이원화 등 입법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3214명인 판사 정원을 5년에 걸쳐 370명 늘리는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된 상태다. 조 대법원장은 내년부터 판사의 법조 최소 경력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에 대해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경력을 이원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앞장서서 지켜낼 것이고, 법관의 권한이 막강하니 개의치 말고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판결의 일관성을 가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법관의 조건으로는 “새벽에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며 “법관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춰야 국민들의 ‘신(信)’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여부 항목마다 대법 전합서 결정, 이런 나라가 어딨나”‘통상임금 조기 입법화’ 강조현대제철 11년-기아 9년 소송하급심-최종심 달라 혼란도 초래“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딨습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상임금 관련 장기 미제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기업체에선) 임금 항목이 하나 생길 때마다 5년쯤 지나면 그게 ‘통상임금이냐 아니냐’고 한다”며 “하루빨리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라든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공무원의 경우에는 보수라든지 퇴직금이라든지 계산 방식이 법에 정해져 있어 다툴 일이 크지 않다”고 했다. 공무원의 임금 체계처럼 입법으로 기업체의 통상임금이 좀 더 명확해진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다. 이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통상임금은 1개월을 초과해 정기적, 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기준을 처음 세웠다. 하지만 그 뒤에도 정기적, 고정적, 일괄적 해석을 놓고 기업체별로 노사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 재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치다 보니 소송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대제철은 11년, 기아는 9년 만에 통상임금 소송이 최종 확정된 바 있다. 여기에 1, 2심의 판단이 엇갈리거나 하급심과 최종심의 결론이 정반대여서 사회적 혼란도 빚어진다. 특히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임금 지급 항목이 생기면 십중팔구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가령 한 회사가 지급하는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분쟁이 생기면 결국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와 판례가 만들어지고, 그제야 기준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조 대법원장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파견 관계 등 판별이 어려운 경우나 소송 및 재정 부담 등을 감안하면 법을 좀 더 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대법원은 현대제철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현대제철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3년 만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 파견 소송에선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는지에 대한 입증 판단이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현행 파견법에는 지휘 명령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현행법은 근로자 파견의 개념에 관한 간단한 정의만 두고 있을 뿐 사내 도급과 불법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전적으로 법원의 몫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근로자를 파견할 수 있는 업무를 32개로 한정한 현행법이 “산업 현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자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전직 교수가 2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남성민)는 11일 준유사강간·강제추행·피감독자간음 혐의로 기소된 전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 임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임 씨는 2017년 1~3월 자신이 관리하는 학회 소속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개인 서재에 데려가 입맞춤하는 등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범행은 2018년 3월 졸업한 피해자가 학교 성윤리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임 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조치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였던 피감독자간음 혐의에 대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로 보고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제자인 피해자들이 평소 자신을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친분 등을 이용해 간음하거나 강제추행해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수사기관부터 이 법정까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불합리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다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던 준유사강간 혐의는 “당시 술을 마신 때부터 상당 시간이 지나 항거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로 뒤집었다. 선고에 불복한 임 씨가 상고함에 따라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나게 됐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이 사건도 맡는 만큼 유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광민 변호사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부지사의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이 유죄 심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유사 구조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기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북송금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가 7일 선고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검찰은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죄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 전 부지사도 공범으로 추가 기소했다. 그런데 이 사건마저 형사11부에 배당되자 이 전 부지사 측이 법관 기피 신청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피고인은 재판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경우 법관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선행 재판의 유죄 선고’는 기피 요건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형사재판 경험이 풍부한 한 고법 부장판사는 “공범 관계고 상당 부분 공소사실이 겹치면 이를 잘 아는 재판부가 맡는 게 오히려 재판을 진행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던 지난해 10월에도 형사11부 소속 법관 3명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재판은 한 달여 지연됐다. 한편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올 8월 중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28일 마지막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중 결심 공판을 거쳐 이르면 9월 1심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이 사건도 맡게된 만큼 유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광민 변호사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부지사의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이 유죄 심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유사한 구조의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기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대북송금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가 7일 선고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쌍방울이 북한 측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검찰은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 전 부지사도 공범으로 추가 기소했다. 그런데 이 사건마저 형사11부에 배당되자 이 전 부지사 측이 법관 기피 신청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다만 법조계에선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피고인은 재판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경우 법관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선행 재판의 유죄 선고’는 기피 요건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형사재판 경험이 풍부한 한 고법 부장판사는 “유죄 판결 전력은 기피 사유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범 관계고 상당부분 공소사실이 겹치면 이를 잘 아는 재판부가 맡는 게 오히려 재판을 진행하는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이 전 부지사 측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판을 받던 지난해 10월에도 신 부장판사 등 형사11부 소속 법관 3명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신청이 기각되자 항고했고, 항고마저 기각되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재항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재판이 일시 정지되기 때문에 그사이 재판은 한 달여 지연됐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수도권 일대에서 분양대행업체와 짜고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주택 시세를 초과)를 놓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일명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2일 사기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5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이지만 2건 이상 사기를 저질렀을 경우 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김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두 딸(징역 2년)을 비롯해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들에게도 모두 징역형이 선고됐다. 김 씨는 2017∼2019년 임차인 270여 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약 61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한 뒤 분양가를 부풀려 고지하는 수법으로 분양대금보다 많은 보증금을 챙긴 혐의다. 재판부는 “전세 사기 범행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다수의 피해자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피해자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주택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씨는 183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피해자들은 주로 20, 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였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수도권 일대에서 분양대행업체와 짜고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주택 시세를 초과)를 놓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일명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부장판사는 12일 사기 및 부동산실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5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이지만 2건 이상 사기를 저릴렀을 경우 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김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두 딸들(징역 2년)을 비롯해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들에게도 모두 징역형이 선고됐다.김 씨는 2017~2019년 임차인 270여 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약 61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한 뒤 분양가를 부풀려 고지하는 수법으로 분양대금보다 많은 보증금을 챙긴 혐의다. 재판부는 “전세 사기 범행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다수의 피해자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피해자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주택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씨는 183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피해자들은 주로 20, 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64)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의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의 재산 분할금 몫이 1조3808억 원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것을 두고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노 관장은 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약속어음 300억 원(1992년 선경건설 명의 발행) 등을 증거로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근거로 당시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는 “300억 원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고, 퇴임 후에 그 액수만큼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300억 원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자금 조성 경위나 불법성 여부 등을 밝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자금 실체, 그 돈의 성격은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 과정을 재확인하고, 법조계 인사들을 취재해 ‘노태우 비자금’의 2대 쟁점을 살펴봤다.》● “비자금이라면 노 관장에게 주는 게 맞나”1991년경 노 전 대통령이 300억 원의 자금을 갖고 있었다면 합법적인 자금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불법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공약으로 재임 중에 대통령의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 원이라며 구체적인 내역까지 공개했다. 재산 목록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 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6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은 거액의 비자금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1995년 10월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자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 중에 매년 1000억 원씩 약 500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1700억 원이 남아있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단 한 푼도 국가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실제 비자금 규모는 8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수사와 기소를 거쳐 1997년 2628억 원의 추징이 확정됐고, 2013년 이를 완납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회고록에서도 “비자금 사건이 발생하자 보유 중이던 현금과 비자금을 빌려 간 기업에 대한 채권 내역을 제출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징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그는 2009년 동생 재우 씨와 조카 호준 씨를 상대로 비자금으로 설립한 회사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벌이는 등 친인척과의 소송전도 불사했다. 김옥숙 여사는 2013년 “친인척에게 차명으로 맡겼던 비자금을 국가가 환수해주면 미납 추징금 231억 원을 모두 납부하겠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SK의 약속어음 300억 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300억 원이 불법 자금인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지만 “만약 노태우 측이 최종현으로부터 받은 약속어음과 보관 경위가 (이번 재판이 아닌 과거에) 대외적으로 공개됐다면 대한민국이 최종현을 상대로도 추심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불법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 판결 이후 300억 원이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불법 비자금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 관장 측은 “불법 자금이라고 볼 증거가 전혀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게 불법성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그런 불법적인 자금을 사돈(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맡겼겠느냐”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노 관장 측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대로 300억 원이 SK에 흘러갔다고 인정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 판단대로라면 노 관장 측이 불법 비자금을 증여세 없이 받은 다음 대규모 재산 증식의 원천으로 쓴 것이 정당화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에서 노태우 비자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비자금에 대한 추가 단죄가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상고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인정한 300억 원의 원천은 결국 불법 자금일 것”이라며 “300억 원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법 해석’인지를 두고 상고심에서 쟁점이 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盧측 “SK 유입돼 성장에 기여”… SK측 “받지도 주지도 않았다”● “유입됐나, 안 됐나”… 전달 과정 명확한 증거 없어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어음과 메모 등을 근거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의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과 사진 2장, 김 여사가 지인들에게 맡겨둔 비자금 내역을 1998년, 1999년 적었다는 메모다. 맨 위에 ‘1998년 4월 1일 현재’라고 적힌 메모에는 ‘선경-300억’이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약속어음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 소송 과정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노 관장 측은 “300억 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재판 과정에서 300억 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로 드러나지 않았던 비자금이 29년 후 천문학적 재산 분할 분쟁의 씨앗이 된 것이다. 판결문을 읽어 보면 재판부도 입금증이나 계좌 추적 내역 등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유입됐다는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양측의 주장 중 우위에 있다고 본 쪽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약속어음 발행 날짜는 1992년 12월 16일인데, 1991년경 이미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판단하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계좌 거래 내역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하지만 전혀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관계는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설령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해도 이 자금이 1994년 대한텔레콤(현 SK㈜) 지분 인수 때까지 남아있었다는 입증도 전혀 없다”고 했다. SK 주장대로 비자금을 받은 대가로 ‘300억 원 약속어음’을 발행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쓸 자금을 약속한 것이 맞다면 재산 분할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재판부 판단의 대전제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약 2조 원 규모의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 18.44%)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도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재산분할금을 665억 원만 인정했다. 법조계에선 300억 원이 SK에 실제로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환수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추징금이 완납된 상태로, 추가로 추징하려면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소시효가 지나고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 2021년 사망한 만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추가 수사나 추징, 과세 등이 어려운 시점에 노 관장 측이 비자금 관련 자료를 30년 만에 이혼소송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1995년 검찰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전모와 사용처가 100% 규명되지 않은 점이 ‘비자금 은닉’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과 이현우 전 대통령경호실장, 대기업 총수들의 진술에 주로 의존해 이뤄졌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법 시행 이전 거래들이라 무기명 수표가 많아 추적이 어려웠다”며 “기업 총수들까지 완강히 부인하는 경우 반박할 자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 역시 “국민적 관심사가 엄청나서 수사를 빨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일부 기업은 총수도 모른다고 해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77·사진)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돼 2034년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허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올해 4월 25일 확정했다. 허 대표는 2022년 20대 대선 당시 TV 방송 연설에서 “나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역이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전 회장의 양자가 됐다는 부분 및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역으로 활동했다는 부분은 모두 허위 사실”이라며 허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이 사건과 동일한 내용이 포함된 허위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자신의 지지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2심과 대법원 역시 1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허 대표는 2034년 4월까지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형이 확정된 때부터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 대표는 1991년 지방선거 출마를 시작으로 1997∼2022년 15, 17, 20대 대선에 각각 출마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도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2008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10년간 선거에 나오지 못하다가 2020년부터 다시 선거에 도전해 왔다. 허 대표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에서 신도들을 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