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부끄러웠나요. 양버즘나무 가로수에 고정한 동그란 인식표가 웃자란 껍질에 반쯤 가려 있네요. 번호 말고 이름을 붙여줬다면 어땠을까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0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넥스트 모빌리티 2022’ 전시회에서 LG전자 관계자들이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옴니팟’을 선보이고 있다. 옴니팟은 기존 스마트홈을 차량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항상 무표정한 그림자. 모래밭에서 웃는 얼굴을 갖게 됐네요. 파도가 밀려와 곧 지워지겠지만 즐거웠던 기억은 남겠지요. ―강원 속초 동명항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삭막한 겨울 숲. 누군가 벚나무 잔가지를 모아 움막을 지어 놓았네요. 칼바람 쌩쌩 들어오겠지만 왠지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21년 12월#1위 사진 설명의 맨 마지막 문장은 처음엔 이랬습니다.“초록으로 남을지, 빨강으로 변할지 결정하세요!”#2‘양념 반 프라이드 반’ ‘짬짜면’….위 메뉴의 공통점은? ‘선택장애’가 있는 손님들의 해결책이죠. 한 끼 메뉴 정도야 웃어넘기면 그만이지만, 결정 장애가 있으면 중요한 기로의 순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정을 선뜻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겠죠. 무엇이 가장 올바른(합리적인) 선택일까? 어떤 결정을 해야 후회가 없을까? 후회 없는 결정은 없으며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요.#3때로는 반반메뉴 주문하듯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고 결심할 때도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쿨한 척 하지만 실상은 선택을 미루고 주저하고 있는 것이죠.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사진도 비슷합니다. 눈앞에 벌어진 모든 풍경과 상황을 다 담아보겠다고 하면, 메시지가 불분명한 맥없는 사진만 찍게 됩니다. 부각 시킬 주제를 선택해야 합니다.사진기자들 중에는 선택 장애가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현장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순간 촬영 대상과 프레임, 앵글을 반복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죠. 물론 적확한 결정을 할 때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ㅠㅠ 현장에서 자주 ‘물’을 먹는다는 불편한 진실이 증거입니다. 주식 투자 등 재테크에서도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해서 손해 보는 일도 흔합니다. 빠른 결정은 사진기자의 직업병입니다.축구 같은 구기 종목 선수들도 결정 장애가 드물다고 합니다. 공이 있거나 없거나 순간적으로 모든 동작을 결정하는 행동을 초 단위로 지속하니까요. 선택장애도 일상의 훈련과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평소 선택장애가 걱정인 분이시라면, 자잘한 결정부터 빠르게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축구 선수가 잘못된 선택 때문에 질까 두려워 아예 결정을 안 하면…그 경기는 무조건 그냥 집니다.#4개인적인 선택장애는 한 사람의 문제로 끝이지만, 집단의 결정 장애는 사회적인 문제가 됩니다. 며칠 전 미국 펜실베니아 뷔페 레스토랑에서 손님들 40여 명이 뒤엉켜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스테이크가 구워지자마자 새치기하는 바람에 싸움이 났다는 건데요, 이런 뉴스는 국내에서도 많이 들리지요? 옆 테이블이 시끄러워 조용히 하라고 했다가 싸움 붙는 …. 사소한 시빗거리가 왜 집단 난투극으로 이어질까요? 주인이나 매니저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면 손님들끼리 싸우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처음 다툼이 일어난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의 손님을 내보내야 합니다. 책임자가 쭈뼛거리며 결정을 회피하면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가 손님들에게 넘어가고, 결국 싸움만 나게 마련입니다. 집단의 결정 장애는 집단의 문제처럼 보여도 실상은 책임자의 우유부단함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끼리 분쟁이 격화되는 사건의 뒤를 들여다보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관료나 정치인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고 화해나 조정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판단하겠다”며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만 반복적으로 엽니다(아…이런 취재현장이 제일 괴롭습니다). 결정에 책임을 지기 싫으니 시간 끌면서 주민들끼리 알아서 협의하라며 판을 깔아주는 것이지요. 결국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폭력사태는 물론 법원 소송까지 가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문제 해결에 주민이 직접 나서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아 싸움만 하는 것이죠. 공적 위치에 계신 분들에겐 의사 결정을 책임지고 설득과 조정으로 마무리까지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지난 달 20일 외신 뉴스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여객기 승객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 기장이 이륙 한 시간 만에 회항을 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였고요. 그 승객은 회항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승객 모두 다른 항공편으로 옮겨야 했다고 하는데요, 제가 만약 이 항공기 탑승객이었다면 어땠을지 잠시 상상해 봤습니다. 투덜대겠지만, 기장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에 마음 한편으로는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화이트 설날’이 된 임인년 새해. 온통 하얗게 변한 멋진 설경이 설날 선물인 듯도 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대 위에 반가운 새해 인사 남겨봅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꽃다발의 주인공은 꽃. 리본은 아무리 멋을 낸들 조연을 벗어나기 힘들지요. 그래도 한 명쯤 나를 찾지 않을까. 언젠가 화려한 단독 데뷔를 꿈꿔 봅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적한 골목 주택가. 차량의 최고 시속 5km 표지판이 보입니다. 성인이 빨리 걷는 수준의 속도이니, 준수만 한다면 큰 교통사고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경기 용인시 포곡읍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리좀’을 떠올리며 위 사진을 찍었습니다. 리좀. 조금 생경한 용어지요. 주로 창작이나 비평을 하는 문화인들이 씁니다. 리좀(Rhizome·근경·根莖)은 원래 뿌리줄기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땅속에서 옆으로 뻗어 번식을 하는 식물에 있죠. 대나무나 아카시아가 그러합니다. 위 그림에 붉게 칠해진 부분이 리좀입니다. 적절한 토양만 있다면 끝없이 수평으로 퍼지며 싹을 틔웁니다. 그림으로 보면 그냥 선으로 보이시겠지만 이 상황을 위에서 평면적으로 내려다보면 아래 그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나무는 중심이 되는 줄기와 뿌리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리좀 식물은 딱히 중심(Core)이라 할 만한 개체가 없죠. 그래서 탈중심적이고 수평적이며 개방적인 체계를 지닌 다중 개념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질 들뢰즈 등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이 1980년 경부터 처음 인용한 단어입니다. 들뢰즈 책은 너무 어려워서 읽지 못한 저도 대략적인 개념은 알고 있을 정도로 리좀은 인문학계에선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리좀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산업은 건축 같아요. 2006년 완공된 독일 촐페라인 경영디자인학교는 벽면 창문을 비대칭의 질서 없는 배열로 보여줍니다. 정형(定形) 없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냥 각기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며 존재합니다. 모두가 주인공인 동시에 모두가 조연입니다.#2졸가리 없이 리좀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뉴스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리좀처럼 줄기가 없는 배열은 뉴스사진에선 보기 드뭅니다.뉴스사진엔 위와 같은 구도의 사진이 많이 등장합니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보시면 중심(Core)이 명확하죠. 모든 사람의 시각이 가운데로 향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경선 당선인을 위해 참가자 전원이 들러리가 되는 앵들입니다. 권력이 창출된 순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에 딱 좋은 화면 구성 방법입니다. 행사 연출가도 이러한 사진을 목표로 무대를 설정했을 것입니다.줄 서 있는 모습도 뉴스사진에 잘 맞는 앵글입니다. 구도가 단순하면서도 시작점과 끝이 명확한 선형(線形·linear) 패턴. 줄의 지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건의 목적을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좋습니다.중심(core) 패턴이나 선형 패턴 등의 정돈된 구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죠. 뉴스를 전해야 하는 기록사진이니 메시지의 통제도 정확해야 합니다. 자칫 엉뚱하게 해석되지 않도록, 기록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알리려면 사진의 구도가 단순해야 합니다. 정형적인 패턴의 선과 점, 면으로 앵글을 통제해야 합니다. 사진 한 장에도 중심 소재가 있고 나머지는 주변부에서 중심을 돕는 배경 역할을 하죠. ‘주캐’와 ‘부캐’를 확실하게 나눠야 합니다. 사진이라는 2차원 평면 세계 안에도 소재끼리의 권력관계가 있는 것입니다.#3우리 일상 공간에도 권력이 있습니다. 저희 막내 아이는 초등학생인데요, 아이들은 복도를 공유하는 똑같이 생긴 교실에 들어가 똑같이 생긴 책상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습니다.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 건물은 학생들을 통제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통제하려는 학교측과 통제돼야 하는 학생들의 권력 관계가 공간에 그대로 드러나지요. 주말에 미술관, 박물관에 데려 가도 공간과 동선이 거의 일정합니다. 매표소 발권→메인 홀 진입→전시장 입장→바닥에 새겨진 화살표 따라 순서(서열)대로 관람→기념품 가게→퇴장…. 주최측이 관람객을 통제하기 좋은 배열입니다.물론 통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통제 없는 공간에서 아이를 풀어놓고 싶어지지요. 목적이 없는 리좀이 자연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아이를 자연에서 더 놀게 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설계자의 의도가 있는 인공 환경 패턴은 목적의식이 분명한 선과 면의 공간으로 구성되니까요.#4배송된 로봇청소기 포장재가 언뜻 보기에 무질서한 모양새였는데요, 뒤집어 보니 리좀을 연상시켰습니다. 아이에게 주니 자기가 만든 찰흙 캐릭터를 놓고 잘 놉니다.중앙홀과 메인 갤러리가 없는 일본 가나자와 미술관은 전시장이 일정한 배열 없이 들쭉날쭉입니다. 원형이라 앞뒤도 없고요. 관람객들의 동선도 딱히 정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 사진출처 가나자와 미술관 홈페이지신문사진이라고 리좀을 차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는 시각적 즐거움을 앞세우는 사진은 과감하게 개념을 빌립니다. 색다른 화면구성을 시도하는 것도 저희 사진기자들의 의무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토바이 운전자 등에 있는 배우 알 파치노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봅니다. 졸음이 달아나는 듯하네요. 어찌 됐건 모두 안전운전!! ―서울 종로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칠이 벗겨진 낡은 나무 의자 위에 반들반들한 새 좌식 의자가 올려져 있습니다. 왜 할머니가 손주를 안고 있는 따뜻한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요? ―서울 정릉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비교 우위, 상대적 우위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남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내가 더 뛰어나다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고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정신승리.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원래 국제무역 용어입니다. 타국에 비해 앞선 산업의 재화를 수출하고, 대신 열세인 것은 수입해 충당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개념. 그런데 이 단어를 생활 속 사람들 관계에도 흔히 쓰곤 합니다. 심리학 용어가 아닌데도 왜 자주 쓸까요. 짐작컨대, 비교하려는 속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비교는 행복의 최대 걸림돌”이란 말이 있듯 비교는 습관, 아니 본연의 습성일까요? 데칼코마니처럼 맞은편에 무언가를 둬 대칭 구조를 만들어 놔야 머릿속이 좀 안정감이 생기긴 합니다. ‘사람’을 생각하면 남-녀, 노-소를 같이 떠올린다던지, ‘정치’를 생각하고 있다면 여-야를 떠올리는 것처럼요. ‘세계’를 생각하면 꼭 동-서양이 같이 떠오르기 십상입니다. 문제는 공평하게 완전한 대칭으로 생각하기보다 한쪽을 선호하거나 우월하다고 여긴다는 것이죠.#2물론 모든 관계는 본질적으로 권력 관계입니다. 상대적인 관계지요. 조직 위계처럼 공적인 서열 관계도 있지만, 공평한 친구 사이라도 미묘한 위계질서가 생기기도 합니다. 심지어 나이마저 권력이죠. 가족과 친척 사이에선 항렬이 계급이듯이. 수평 문화가 대세인 요즘까지도 여전히 서열주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이유 아닐까요. 서열은 무리지어 사는 동물의 본능이기도 하겠고요.#3그럼에도, ‘평등’은 이제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하는 공리(公理·axiom)입니다. 토를 달지 못합니다. 만약 “내가 신분으로 보나 인격으로 보나 당신들보다 위에 있다”고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본인의 인격부터 의심받을 것입니다. 속으로야 할 수야 있겠지만, 비교우위적인 생각은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근대 이전엔 누구나 법 앞에서 동등하고, 공평한 선거권을 갖고 기회의 평등을 누리는 사회는 없었습니다. 서열과 계급에 따라 인격이 상하로 갈리고, ‘생사여탈권’까지 당연시 됐죠.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계약론 등 개인의 인격을 중시하는 생각이 퍼지면서 ‘평등’ 개념도 물감 번지듯 조금씩 번졌습니다. 20세기 초 잠시나마 파시즘 광풍이 불며 특정인종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퇴행적인 역사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지금은 전 인류가 인격적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것은 공리가 됐습니다. 인류는 어느새 여기까지 왔습니다. #P.S.1) 일하는 조직이 수직 체계인 이유는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대외 상황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을 위해서입니다. 요즘은 업무 이외의 영역에선 민주적인 운영이 대세죠. ‘갑질’은 박물관에만 전시될 채비를 마쳤습니다.2) 저 비둘기는 유기생명체이고 수명은 불과 몇 년입니다. 반면 돌은 영구적인 광물질. 애초에 비둘기와 돌조각은 대칭적인 비교대상이 아닌 것이죠. 그럼에도 비교 우위라는 장광설을 위한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저에게 사진과 글 소재로 악용(?) 당한 비둘기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3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무용학부 정시모집 실기고사가 시작되기 전 수험생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습을 하고 있다. 각 대학의 2022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은 29일까지 진행되고, 합격자는 다음 달 8일까지 발표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소나무에 소원이 달렸습니다. 입장할 때 받은 손목 밴드들을 정성스레 연결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남과 북도 언젠가 이런 밴드처럼 연결되겠지요.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0일 밤 서울 광진구 광진숲나루 일대에 조성된 ‘소원·희망의 빛 거리’에서 시민들이 조형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빛 거리를 조성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학교 앞 볼록거울은 키가 작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 뒤를 지켜줘야 하거든요. 작은 배려 덕분에 등하굣길이 든든합니다.―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사진가들은 대체로 겸허합니다. 자신이 원 창작자로 인정받는 사진일지라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죠. 사진가는 피사체(사람·사물 포함)를 창조하지 못합니다. 피사체가 뿜거나, 피사체에 반사된 빛을 기계에 기록해 디지털 신호로 저장할 뿐이니까요. 피사체가 벌이는 사건이나 행위, 인위적이거나 우연한 상황은 사진가가 창조하지 못합니다. 사진은 창작자와 기록자가 다른 예술이죠.#2때로는 창작 주체를 특정할 수 없는 피사체를 만나곤 합니다. 사람과 자연, 물성과 시간이 우연히 얽히고설켜 생성된, 언뜻 보기엔 누군가 만든 것 같은 이미지.위 사진을 보시죠. 인도 보도블럭과 차도 사이의 길 어깨를 아이폰으로 찍은 것인데요, 도로 공사를 하던 분들이 작업의 편의를 위해 노란색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렸는데 그 뒤 락카 페인트가 흘러내리면서 둥근 점이 되고, 그게 다시 흘러내리면서 다리 4개가 또렷하게 보이는 뿔사슴 이미지가 창조됐습니다.이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일까요? 처음 화살표를 그린 분? 페인트의 점성? 시간? 지구의 중력? 화강암 특유의 질감? 온 우주가 동원된 우연? 제가 발견하고 촬영했으니 원작권(原作權)을 제가 감히 가져도 되는 것일까요? 이 이미지의 원작가(原作家)는 특정하기 힘듭니다. 사람의 힘과 자연의 시간, 물리·화학 성질 모두가 조금씩 지분을 가진 ‘협업’ 사진인 셈입니다. 사진을 촬영하며 저는 다시 한번 ‘겸허해져야 함’을 깨닫습니다. ‘온전한 내 소유의 사진’은 세상에 없다는 것도요. 이 그림을 발견한 건 단지 ‘운빨’이었다는 것을요.#3 사족필름으로 촬영하는 작가라면 현상·인화 과정에서 개입할 선택지를 많이 갖습니다. ‘사진’이라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미술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물리·화학 변화가 있다보니 창작 활동으로 인정받습니다. 디지털 사진은 상대적으로 작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약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형 빌딩의 환풍구들이 늠름한 장승으로 변신했습니다. 건물 내 공기 정화는 물론 수호신 역할까지 하니 보기만 해도 든든해집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마트에서 장을 보다 바코드가 잘 보이도록 상품을 정리합니다. 직원이 쉽게 바코드를 찍을 수 있게요. 그분이 몰라도 됩니다. 배려는 상대가 모를수록 빛나니까요. ―경기 하남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