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 텍사스주 아울렛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국계 일가족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말 오후 가족이 함께 댈러스 외곽 앨런시 아울렛을 찾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 시간) 주휴스턴 총영사관 댈러스 출장소와 댈러스 지역 한인 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총기 난사 사건으로 조모(38) 씨, 강모(36) 30대 부부와 3세 아들이 숨졌다. 5세 다른 자녀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댈러스 한인 매체에 따르면 조 씨와 강 씨는 각각 변호사와 종합병원 치과의사로 알려졌다. 병원에 다녀왔다는 지역 한인 교회 관계자는 “유족들이 매우 충격에 빠진 상태라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모두들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한인 2세로 미국 국적이지만 한인 교회에서 성실하게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CNN에 따르면 총격범은 자신의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아울렛 점포를 향해 AR-15 류 무기로 난사했고, 100발 이상의 탄피를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33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로 확인됐으나 동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 수사당국은 범인이 ‘신나치’와 백인 우월주의 활동을 해온 것으로 보고 인종 증오범죄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이 옷에 극우 극단주의자를 일컫는 ‘RWDS(Right Wing Death Squad·우파 죽음의 부대)’ 휘장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이 아시아인을 노렸을 가능성에 미국 내 한인 사회도 충격에 빠진 상태다. 경찰 당국은 사망자 8명과 부상자 7명의 인종 등 신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텍사스주 아울렛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망한 8명 중 한국계 일가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 오후 가족이 댈러스 외곽 아울렛을 찾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주 휴스턴 총영사관 댈러스 출장소와 댈러스 지역 한인 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총기 난사 사건으로 조모(38) 씨, 강모(36) 30대 부부와 3세 자녀가 숨졌다. 5세 다른 자녀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변호사와 치과의사로 한인 커뮤니티도 충격에 빠져 있다. 지역 한인 교회 관계자는 “유족들도 매우 황망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부는 한인 2세로 미국 국적이지만 한인 교회에서 성실하게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텍사스 공공안전국 및 경찰은 병원으로 이송된 희생자의 연령대가 5~61세라고 전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망자 중 어린이들이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댈러스 지역 관계자는 “댈러스에 워낙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외곽도시 앨런에 있는 아울렛이라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소도시 앨런은 한인 밀집 지역은 아니지만 최근 교육 때문에 한인들 이주가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이날 CNN에 따르면 총격범은 AR-15 류 무기로 난사했고, 100발 이상의 탄피를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33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로 확인됐으나 동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범인은 현장에서 숨졌으며 범인까지 포함하면 총 사망자는 9명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6시 미 경제방송 블룸버그 TV. 매일 이 시간이 되면 미 월가 하루를 정리하고 호주에서 한국 일본 시장이 열리기까지 전세계 투자자나 교수들과 3시간에 걸친 생방송을 진행한다. 그녀의 이름은 셰리 안. 혹시 한국계가 아닐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블룸버그 홈페이지에 ‘볼리비안 코리안’이라고 소개가 돼 있었다. 블룸버그 뉴욕 본사 최초의 한국인 앵커다. 무작정 알음알음 연락했더니 한국어도 유창했다. 볼리비아에서 자랐지만 늘 부모님이 집에서 한국어를 쓰도록 했고, 한국 유학을 유도(?) 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한국 대학에는 동아리가 있어 무척 재미있다고 말씀하셔서 당연히 대학은 한국으로 가야겠다 생각해 왔어요.“지난달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뉴욕 본사에서 만난 안 씨가 웃으며 말했다. 한국 이름은 안지수 씨. 2017년 뉴욕 본사에 온 이후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는 안 씨는 방송 시작 최소 6시간 전에는 출근해 각국 뉴스를 취재하고, 챙겨보며 바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 日 지진, 홍콩 우산혁명, 韓 탄핵 “미국 방송에는 거의 스크립트라는 게 없어요. 3시간 생방송 동안 6,7명 인터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정확하게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니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스튜디오에 가보니 앵커 데스크 위에 TV화면으로는 안 보이는 모니터가 붙어 있었다. 금융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프로그램으로 스크립트가 써있는 프롬프터는 아니었다. 미국은 아나운서와 기자를 따로 뽑지 않는다. 기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앵커가 된다. 일본 방송은 거의 꼼꼼하게 스크립트 위주로 운영된다면 미국은 좀 더 앵커의 진행 능력에 기대는 편이라고. 안지수 씨도 15년 이상 기자와 앵커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2014년 블룸버그로 옮기기 전까지 아리랑TV와 일본 NHK 를 거쳤다.“딱히 어느 나라에서 살아야겠다 보다 기자로서 앵커로서 좋은 기회를 찾겠다는 마음이 더 강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한국 통신사에 입사했다 아리랑TV로 옮겼죠.”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썩이던 해 서울대 정치학과를 입학한 안 씨는 처음엔 한국어 수업이 쉽지 않아 필기하기도 벅찼다고 하지만 곧 성적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됐다. 아리랑TV 외교부 출입기자로 경력을 쌓다 마침 NHK가 영어 방송을 강화하는 가운데 NHK로 자리를 옮겼다. 아시아 지역의 주요 뉴스는 신기하게도 모두 그를 따라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그랬다. 도쿄 아파트까지 흔들리는 통에 한숨도 자지 못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헬멧을 끼고 생방송에 나서야 했다. “지진도 겁이 났지만 길거리에 아무도 없는 정적, 방사선에 대한 우려까지 모두가 힘든 시기였어요. 체르노빌 트라우마가 있는 일부 유럽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죠. 기자니까 계속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 홍콩 블룸버그로 자리를 옮기자 마자 이번에는 중국 우산 혁명이 일어났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처음으로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약 80일 이어졌다. 2016년 겨울은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벌어지던 때였다. 경제 뉴스에 더해 굵직한 취재 경험이 쌓이며 뉴욕 본사에 가보고 싶다고 손을 들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뉴욕시가 봉쇄되고 이후 연일 속보투성이다. 신흥국 담당 기자이기도 한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이 아시아와 신흥국에 미칠 영향이나 한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인터뷰하며 각국 통화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요즘은 미 은행 위기로 숨가쁜 하루다. 마침 안 씨와 만난 이날은 한미정상회담차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해 있던 시기라 한국 뉴스도 많았다. SK하이닉스 실적발표도 앞두고 있었다. “미국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 시청자라 경제뉴스 주를 이루지만 정치, 사회 이슈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요하게 다뤄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나 한국 배터리 소식은 미 월가나 글로벌 투자자들도 관심이 많고요. 요즘은 K팝 인기 때문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느낍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영어 발음 걱정 말아야”이날 저녁 방송에서 안 씨는 한미 정상 부부가 미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헌화하는 모습을 생중계 화면으로 소개하고, 향후 한미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장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음날 한미 정상회담도 상세히 알렸다. “한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 국빈 초청이라 그 의미가 더욱 커 보였어요. 한국이 지정학적 경제적 동반자로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죠. 이를 미국과 세계 시청자에게 알릴 수 있어 저도 자랑스러웠습니다.”뉴욕 본사에는 한국계 기자들도 많다고 한다. 영어 기반 방송인이 되려면 당연히 영어를 잘해야 겠지만 블룸버그의 경우 반드시 해외에서 태어나 미국식 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세계 각국의 영어 발음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액센트를 걱정하며 영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고 일본에 갔지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정치계 인물들과 수도없이 인터뷰를 하지만 어려움을 느낄 때 도 있다고. 지난해 역사적 폭우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인터뷰할 때에는 국가적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경제적 영향을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정계 인사들은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을 시작시간 한, 두시간 전에 주기도 해 급하게 ‘열공’도 해야한다. “세계 각국 기준금리 같은 모든 디테일을 모두 외울 수는 없지만 많은 나라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속에 고민이 깊다는 트렌드는 같은 것처럼 큰 흐름을 잘 전하고 싶어요. 특히 한국과 아시아의 의미 있는 스토리를 발굴해 미 월가와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5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K팝 동아리 ‘KBS 댄스팀’이 트와이스의 ‘톡댓톡(Talk That Talk)’ 후렴구 춤 동작을 설명과 함께 선보였다. 그러자 100여 명의 뉴욕 시민과 10대 청소년이 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K팝 팬들뿐만 아니라 호기심에 찾아온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힙합 댄서라는 30대 앨리스 씨는 “K팝이 뭔지 대충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안무가 역동적이고 수준 높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링컨센터와 뉴욕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K팝 댄스 나이트’는 대학 K팝 동아리와 시민들이 함께 춤을 배우는 행사다. 이날 뉴욕대 K팝 동아리 ‘K네시스(Knesis)’는 걸그룹 뉴진스의 ‘OMG’ 댄스를 선보였다. 아시아계인 K네시스의 그레이스 청 회장(22)은 “어린 시절 미디어에서 아시아인을 찾기 어렵다 보니 롤 모델이 없었다. 다들 미국 주류 백인 문화에 맞출 것인지, 나만의 정체성을 찾을지 고민하는 시기”라며 “그때 K팝 뮤직비디오를 통해 만난 멋진 아시아인들의 모습이 아시안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2013년 생긴 K네시스는 매주 뉴욕대에서 학생들을 위한 무료 댄스 강습을 해왔다. 청 회장은 “모집 인원이 금방 마감될 때가 많아 학교에 더 큰 공간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K네시스의 페이스북 회원은 1000명이 넘는다. 부모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초등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6학년 같은 반 친구라는 에덴 로니어 양(12)과 이사벨라 새글레스 양(12)은 “학교에 K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이 알려줘서 좋아하게 됐다”며 열심히 춤을 따라 했다. 어머니가 한국계인 로니어 양은 “제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어서 K팝에 더욱 관심이 갔다”고 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미 기준금리가 5.00∼5.25%로 뛰면서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상단 기준 1.75%포인트 벌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4%대로 여전히 높다며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고, 이미 도달했을 수도 있다”며 6월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금리 인상 지속을 상징하는 ‘추가 긴축이 적절하다’는 표현도 성명서에 담지 않았다. 지난 14개월간 10차례, 총 5%포인트를 올린 40여 년 만의 통화 긴축 사이클이 끝났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면서 “(필요하다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회견 이후 이날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파월, 10차례 금리인상 끝에 ‘종료’ 시사…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엔 “부적절” 일축 美 금리 0.25%P 인상 언론 “금융안정에 무게 둘것” 전망시장은 7월 금리인하 가능성 점쳐 “(필요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 (현재는 금리 인상 종료에) 가까워졌고 이미 와 있을 수 있다.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 3일(현지 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기자회견은 이 세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미국 은행은 건강하며 더욱 제약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면 더 할 일을 하겠다”는 준비된 발언으로 시작했지만 (통화) 긴축 종료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면서도 “이미 도달했을 수 있다”며 종료 가능성을 좀 더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특히 이날 연준 성명서에는 금리 인상 지속을 시사하는 ‘추가적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는 표현 대신 ‘추가 긴축이 필요한지 결정하기 위해 누적된 긴축 효과를 고려하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파월 의장은 이를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2006년 긴축 사이클을 끝낼 때도 비슷한 문구를 성명서에 넣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자회견을 들은 사람은 (연준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는지 알 수 있다”며 파월 의장이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은행발(發) 신용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5%를 넘으면 경제가 더 냉각될 수 있다는 것도 직접적으로 암시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3월 4.6%로 연준 물가 목표 2%보다 높았다. 하지만 3, 4월 미 은행 4곳이 무너졌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금리 결정 과정에서) 금융 안정과 경기 상황에 무게를 더 둘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봤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FOMC 회의에서 하반기 가벼운(mild) 경기 침체를 전망했지만 자신은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또 파월 의장은 1년 넘게 금리를 5%포인트 올렸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며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달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29만6000개 늘어, 상승 폭 기준 전월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이 시장의 냉각 우려에도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이다. 파월의 발언에도 시장은 7월 금리 인하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투자자들은 6월 동결 가능성 95.8%, 7월 금리 인하 가능성 64.2%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백인 남성 중심의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여성 작곡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미국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린 헬렌 박 씨(37·사진)는 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용기 있게 한국인의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격려 같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미 브로드웨이 뮤지컬 ‘KPOP’으로 공동 작곡가인 맥스 버넌과 함께 이번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뮤지컬 ‘KPOP’은 브로드웨이 최초로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브로드웨이 진출 정기공연 2주 만에 조기 종영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짧은 공연 기간에도 음악성을 인정받아 후보에 올랐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이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도 그의 후보 지명에 주목했다. 박 씨는 “쇼가 짧게 끝나도 작품이 끝난 것은 아니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8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만간 뮤지컬 ‘KPOP’ 앨범도 선보인다. 박 씨는 브로드웨이에서 작곡가 데뷔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회가 워낙 적은 데다 백인 남성, 기존 유명 음악가 중심으로 판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뮤지컬을 접한 이후 늘 꿈이었지만 실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부모님 뜻대로 의사가 되기 위해 캐나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뮤지컬의 꿈을) 시도도 못 해 보고 포기하기에는 죽어도 싫었다”고 했다. 뉴욕대 뮤지컬작곡과 대학원 졸업 후 무작정 유명 작곡가들에게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e메일을 보냈다. 토니상 수상자인 유명 작곡가 톰 킷이 답장을 해줬고 브로드웨이 현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어 2014년 뉴욕대 동기 버넌으로부터 ‘KPOP’ 제작 참여 제의를 받으며 이 뮤지컬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박 씨는 전 세계 인기 어린이 동화인 ‘이사도라 문’의 영미 합작 TV 애니메이션의 수석 음악감독 등도 맡고 있다. 그는 “솔직하면서도 정체성과 경험이 녹아 있는 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백인 남성 중심의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여성 작곡가로서 실력을 인정을 받아 기쁩니다.”미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린 헬레 박(37) 씨는 3일(현지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용기 있게 한국인이 한국인의 이야기를 써도 된다는 격려 같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미 브로드웨이 뮤지컬 ‘K팝 뮤지컬’로 공동 작곡가인 맥스 버논과 함께 이번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K팝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최초의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기공연 2주 만에 조기종영 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정기공연 횟수가 17회임에도 음악상을 인정받아 후보에 올랐고, 아시아 여성 최초라 뉴욕타임스(NYT)등 미 언론도 그의 후보 지명에 주목했다. ● 브로드웨이 좁은 문, “시도라도 하고팠다”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작곡가로 데뷔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기회가 워낙 적은데다 백인 남성, 기존 유명 음악가 중심으로 판이 짜져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6학년 때 뮤지컬을 접한 이후 늘 꿈이었지만 실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부모님도 음악은 취미로 하고 의사를 권했다. 캐나다 대학에서 메디컬스쿨 전 과정인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시도도 못해보고 포기하기에는 죽어도 싫었다.” 작곡을 독학으로 배워 뉴욕대 뮤지컬작곡과 대학원에 합격했다. 졸업 후 무작정 학교에 강연 온 유명 작곡가들에게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e메일을 보내다 토니상 수상자인 유명 작곡가 탐 킷으로부터 뮤지컬 ‘이프/덴(f /then)’ 제작팀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됐다. 2014년 뉴욕대 동기 맥스 버논으로부터 K팝 뮤지컬 프제작에 참여 제의를 받으며 K팝 뮤지컬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K팝은 미 주류 사회에서 ‘강남스타일’ 의 재미있는 음악 정도로 여겨졌다. 박 씨는 “미국도, 한국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 K팝 커뮤니티는 유일하게 나에게 소속감을 줬고, 그 음악이 정체성이었다”며 “미국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브리트니스피어스도 좋지만 보아도 있지 않나. 신나게 곡을 썼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을 위해 50곡 이상 썼다고 한다. ●“쇼는 끝나도 작품은 이어진다 희망“그는 “K팝의 힘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춤과 음악으로 하나가 되게 만드는 것”이라며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사회에선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늘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극복을 K팝에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한국계지만 ‘토종’이냐 미국생이냐 등으로 갈등을 빚는 내용의 ‘아메리카(Amerika)’에 특히 애정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K팝 뮤지컬은 2017년 10월 오프 브로드웨이 데뷔에서 NYT의 엄청난 극찬을 받았다. 마침 BTS가 미국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말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문을 닫았다. 팬데믹 이후 ‘오페라의 유령’도 종영할 정도라 신생 뮤지컬이 살아남기 어려웠던 셈이다. 그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괴로웠지만 쟁쟁한 신작이 많은 이번 토니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너무 기뻤다“며 “쇼가 짧게 끝나도 작품이 끝난 것은 아니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8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조만간 K팝 뮤지컬 앨범도 첫 선을 보인다. 박 씨는 현재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브로드웨이로 작품과 더불어 전 세계 인기 어린이 동화인 ‘이사도라문’의 영미 합작 TV의 수석 음악 감독을 맡았고, 애니메이션 영화도 시작했다. 2020년 넷플릭스 개봉작 ‘오버 더 문’의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바쁜 일과지만 워킹맘인 박 씨의 7살 아들은 늘 엄마 편이다. “아들에게 토니상 후보가 됐다고 하니 ‘엄마는 이미 K팝 무대로 상을 받은 거야’라고 했어요. 나만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솔직한 음악을 스토리가 있는 작업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4.75~5.00%에서 5.00~5.25%로 뛰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최대 1.75%포인트로 벌어졌다.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비치는 가운데 “연준 데이터는 아직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 인하는 부적절”하다며 인하에는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3일 다우존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270.29포인트(0.80%) 하락하는 등 3대 지수 모두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 14개월, 10차례 5%포인트 인상…이제 끝?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은 유력시 돼왔다. 연준 선호 물가지수인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6%로 시장 전망치를 소폭 상회하며 미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관심사는 금리 동결이다. 이미 한국과 캐나다 등은 물가상승보다 경기침체 우려에 무게를 두고 금리 인상 종결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동안 10차례에 걸쳐 5%포인트를 높인 연준은 은행 위기 한가운데에 있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던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추가 긴축이 2% 물가 회복에 적절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위원회는 누적된 긴축 효과를 고려하고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지연 효과를 고려할 것”이라고 적어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를 두고 연준이 현재 경제지표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또 “오늘 FOMC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지지는 매우 강했다”면서도 “우리가 거의 (인상) 종료에 가까워지고 있고 이미 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동결 여부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살펴보며 결정할 것”이라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연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는 올해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않는다”며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14개월 동안 5%포인트를 올렸는데 실업률은 오히려 지난해 우리가 인상을 시작할 때보다 낮고, 금리 인상이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물가가 충분히 빠르게 내려가기 힘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그널에 상승하던 미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일축에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투자자들은 6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9%, 인하할 가능성을 30% 가량으로 내다보고 있다. ● 파월 VS 연준 스태프 침체 견해차이날 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또다른 관심사는 경기침체가 올 것인지 여부였다. 지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 등 스태프 경기 지단에서는 연말 가벼운 경기침체가 예상됐다. 5월 회의에서도 경기침체 전망이 제시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은 “우리 시스템이 좋은 것이 FOMC 참석자들 간 다른 견해를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제한 뒤 “연준 스태프 경제 전망은 가벼운 경기침체를 내다봤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경기침체를 피할수 있고,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 위기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중량급 은행 3개가 두 달 새 무너진 것은 충분히 경고음으로 들린다면서도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는 위기에 선을 긋는 좋은 결과”라며 “미국 은행시스템은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지역 은행들이 심상치 않다. 미국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 파산과 JP모건의 인수로 은행 위기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규제 당국 바람과 달리 시장은 또 다른 약한 고리를 찾아 불안을 옮기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에서 지역 은행 주가지수 ‘KBW 지역은행지수’는 5.5% 하락해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전날 10% 이상 하락한 미 로스앤젤레스 기반 은행 팩웨스트 주가는 이날 또 27.8% 폭락해 장중 거래가 한때 중단됐다. 시장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이어 팩웨스트를 잠재적 위기 은행으로 지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팩웨스트 주가는 최근 5일간 44.74%, 올 들어 71.11% 폭락했다. 메트로폴리탄은행(―20.45%) 웨스턴얼라이언스(―15.1%) 코메리카(―12.4%) 자이언스(―10.81%) 등 다른 지역 은행도 낙폭을 키웠다. 대형 은행들도 줄줄이 1∼3% 하락했다. 컨설팅 및 위기 분석 업체 훼일런 글로벌의 크리스 훼일런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은 약한 은행에서 더 약한 은행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예금 인출 문의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이번 은행 위기는 끝났다”고 했지만 투자자와 예금주는 여전히 불안해 한다는 의미다. 은행 위기로 신용 공급이 줄어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 노동지표도 경제 둔화를 시사했다. 올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민간 기업 구인 건수는 959만 건으로 2021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였다. 지난해 한 차례 감원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3000명 추가 감원을 발표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국제 유가는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금값은 오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3%(4달러) 떨어졌고 런던 ICE선물거래소 7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3.99달러) 내려간 75.32달러에 장을 마쳤다. 반면 6월 인도분 금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6% 올라 2000달러 선을 회복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반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식당가. 뉴욕 최고 식당들이 모인 이곳에 지난해 10월 문을 연 ‘나로(NARO)’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겨울에 스케이트장으로 변하는 광장 앞, 엘리베이터 옆자리 이른바 명당에 자리한 이 식당은 이름이나 인테리어로 볼 때 한식당 같지 않다. 메뉴판에서 ‘Tangpyengchae(탕평채)’ ‘Bugak(부각)’ ‘Kkwabaegi(꽈배기)’ 등을 보고 나서야 알아챌 수 있다. 저녁 코스 가격이 1인당 165달러(약 23만 원) 수준으로 개점하자마자 뉴욕타임스(NYT)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 식당가를 벌벌 떨게 하는 NYT 유명 음식평론가 피트 웰스는 리뷰에서 ‘훌륭함(excellent)’을 뜻하는 별 3개를 주며 “한국 전통요리에서 새로운 마법을 발견했다”고 극찬했다.》 나로는 미슐랭 별 2개를 받은 모던 한식당 ‘아토믹스’를 이끈 박정은 대표와 박정현 셰프 부부가 열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식을 먹고 자란 경험을 음식에, 그릇에, 인테리어에 종합 예술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언어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간장도 그대로 ‘간장’이라고 손님에게 알린다”고 말했다. 뉴욕 외식업계를 ‘한식 바람’이 흔들고 있다.맨해튼 빌딩들 “한식당 와 달라” 한국 음식이 세계인의 음식이 된 지는 꽤 됐다. 미국 코스트코, 홀푸드 같은 대형마트에서 김치, 라면은 물론이고 한국 만두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식 바람의 중심에는 코리아타운을 벗어난 미슐랭급 ‘오트 코리안 퀴진(고급 한식)’이 있다. 지난해 10월 선정된 뉴욕시 72개 미슐랭 식당 중 9개가 한식당이었다. 전년 6개에서 늘었다. 72개 중 미슐랭 별 2개 식당은 12곳뿐으로 한식당은 ‘정식(Jungsik)’ ‘아토믹스’가 들었다. 서울에 있던 ‘정식당’이 2011년 상륙한 정식은 2014년 별 2개를 받았다. 정식 시그니처 디너 코스는 1인당 295달러(약 40만 원)나 하지만 예약조차 어렵다. 뉴욕 한식당 중에 10월 발표될 새 미슐랭 후보로 나로를 비롯해 서너 곳이 꼽힌다. 지난달 문을 연 한식 스테이크하우스 ‘안토’, 올 초 개장한 김훈이 셰프의 ‘메주’ 등이 대표적이다. 안토는 뉴욕 명물이던 이탈리안 식당 ‘펠리디아’ 자리를 접수해 개장 전부터 화제였다. 토니 박 안토 대표는 “미슐랭 기준을 맞추려면 맛은 기본이고 테이블당 서버 2명, 방대한 와인 리스트, 그릇과 디스플레이 등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까다로운 입맛의 뉴욕 파인다이닝에서 승부를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한식 바람을 눈치채고 입점 영입에 나서고 있다. 록펠러센터는 팬데믹 기간 대규모 개선 작업을 진행하면서 박정은 대표에게 먼저 입점을 제안했다. 포스트모던한 건축물로 역사적 랜드마크인 뉴욕 AT&T 빌딩도 최근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미슐랭 한식당 ‘꽃(cote)’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계 펀드 투자를 받아 3개 층에 걸쳐 기념비적 한식당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뉴욕 패션스쿨 FIT 박진배 교수는 “1990년대 ‘노부’ 같은 일본 스타 셰프들이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와 비견될 만하다”며 “뉴욕 현지인이 정통 한식을 미식의 세계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일식 미슐랭 식당은 18곳. 고급 한식은 이제 시동이 걸린 셈이다.코리아타운에서 전문 셰프로 미국 한식은 한인 상점이 밀집한 코리아타운 위주로 형성됐다. 한국인의 본격적인 미국 이민 행렬은 1960년대 중반 미 이민법 개정 이후 시작됐다.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은 1970년대 ‘뉴욕곰탕’ ‘우촌’ ‘강서회관’ 등이 들어서며 이뤄졌다. 교민에 이어 유학생과 관광객이 더해지며 새벽까지 불야성인 거리로 확장됐다. 1인당 30, 40달러 이상 받기 어려웠던 한식이 고급 음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2009년 한식으로 미슐랭 스타를 세계에서 처음 받은 한인 2세 김훈이 셰프가 한식 고급화의 길을 열었다. 이후 한국의 2030 전문 셰프들이 야심 차게 미국 땅을 밟았는데 마침 한류 열풍과 잘 맞아떨어졌다. 뉴욕에서 정식을 제외한 미슐랭 한식당은 모두 2015년 이후 문을 열었다. 오이지 미(2015년), 꽃(2017년), 제주 누들바(2017년), 아토믹스(2018년), 꼬치(2019년), 주아(2020년), 마리(2021년), 주막반점(2021년)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실력은 미국 요리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2023’에서도 인정받았다. 나로와 아토믹스, ‘아토보이’ 메인 요리사인 박정현 셰프는 올해 ‘제임스 비어드’ 뉴욕 지역 베스트 셰프 5인에 들었다. 꽃은 미 전역을 통틀어 ‘뛰어난 와인-음료 프로그램’ 부문 톱5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대 중반 이후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K팝과 한국 영화 및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고급 한식 열풍의 이유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정보기술(IT) 업계 직장인이자 한식 마니아를 자처하는 수하리 씨(36)는 “한국 드라마에선 점심시간에도, 퇴근 후에도 늘 모여서 무언가 먹고 있다. 재택근무가 많은 미국에선 멀어진 풍경”이라며 “그래서 한식이 더욱 궁금해졌다”고 말했다.안동, 제주 된장 ‘찐(眞)’ 코리안 이전 오트 코리안의 중심이 모던 한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나로나 안토처럼 완벽한 전통 한식으로 트렌드가 진화하고 있다. 안토는 된장과 고추장을 경북 안동에서 공수한다. 전통 재래식 방법으로 끓이고 말린 메주와 고추를 가지고 손으로 빚은 재래식 장(醬)이다. 한국 장을 미국에 들이기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 인증 절차까지 마쳤다. 고급 프랑스 식당이 프랑스 현지 버터나 치즈를 쓰듯, 한식 본연의 맛을 살리려면 재래식 유기농 된장 고추장으로 음식 맛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략이다. 미슐랭 레스토랑 ‘세종(Saison)’ 출신 조시 코플랜드 안토 총지배인은 떡갈비, 물회 같은 음식 이름을 한국식 그대로 발음해서 손님에게 알린다. 역시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인 한국계 미국인 주 리 와인 디렉터는 “어릴 때 학교에 한국 반찬을 싸가면 ‘이게 무슨 냄새냐’며 놀림을 받았다. 이제는 한식이 파인다이닝의 중심이 됐고, 한식에 맞춰 와인 리스트를 만들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훈이 셰프는 지난해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에 한국 반찬 가게 ‘리틀반찬숍’을 낸 데 이어 이곳과 일종의 ‘비밀통로’로 이어지는 고급 식당 ‘메주’를 올 초 열었다. 제주도에서 공수한 유기농 된장을 쓰며 발효 음식과 유기농 건강식 위주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 고급 한식당들은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식기도 한국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을 주문해 받는다. 박정은 나로 대표는 “한국에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다. 식당을 매개로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을 선보인다고 생각한다”며 “한식 일식 이탈리안 각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의 음식을 잘 선보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지역 은행들이 심상치 않다. 미국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 파산과 JP모건의 인수로 은행 위기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규제 당국 바람과 달리 시장은 또 다른 약한 고리를 찾아 불안을 옮기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에서 지역 은행 주가지수 ‘KBW 지역은행지수’는 5.5% 하락해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전날 10% 이상 하락한 미 로스앤젤레스 기반 은행 팩웨스트 주가는 이날 또 27.8% 폭락해 장중 거래가 한때 중단됐다. 시장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이어 팩웨스트를 잠재적 위기 은행으로 지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팩웨스트 주가는 최근 5일간 44.74%, 올 들어 71.11% 폭락했다. 메트로폴리탄은행(-20.45%) 웨스턴얼라이언스(-15.1%) 코메리카(-12.4%) 자이언즈(-10.81%) 등 다른 지역 은행도 낙폭을 키웠다. 대형 은행들도 줄줄이 1~3% 하락했다. 컨설팅 및 위기 분석 업체 훼일런 글로벌의 크리스 훼일런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은 약한 은행에서 더 약한 은행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예금 인출 문의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이번 은행 위기는 끝났다”고 했지만 투자자와 예금주는 여전히 불안해 한다는 의미다. 은행 위기로 신용 공급이 줄어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 노동지표도 경제 둔화를 시사했다. 올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민간 기업 구인 건수는 959만 건으로 2021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였다. 지난해 한 차례 감원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3000명 추가 감원을 발표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국제 유가는 급락하고 안전자산 금값은 오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3%(4달러) 떨어졌고 런던 ICE선물거래소 7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3.99달러) 내려간 75.32달러에 장을 마쳤다. 반면 6월 인도분 금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6% 올라 2000달러 선을 회복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반영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이날 새벽 미 규제당국이 압류한 뒤 JP모건체이스에 매각하는 등 하루아침에 은행 주인이 바뀌었지만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로 영업 중이었다. 고급 상점가에 위치한 이 지점의 간판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퍼스트리퍼블릭’ 이름을 달고 있었다. 3월 한 달 동안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 예금이 이미 빠져나간 탓인지 매각 소식을 듣고 추가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행렬은 보이지 않았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오전 3시 40분경 은행 폐쇄와 동시에 JP모건에 매각한다고 발표하는 등 월요일 영업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 혼란을 막았다. 그로부터 6시간여 뒤 개장한 뉴욕 증시도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04% 내려가는 등 소폭 하락으로 ‘블랙먼데이’를 피했다. 하지만 미 로스앤젤레스 기반 지역은행인 팩웨스트 주가가 10.6% 떨어진 데 이어 키코프, 자이언스 등도 4% 안팎으로 하락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미 월가 투자자들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추가 은행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 다이먼 “숨 쉬자”에 “이제 시작” 경고음2008년 워싱턴뮤추얼에 이어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로 미 역사상 파산 규모 1, 2위 은행을 모두 인수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투자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부른) 은행 위기의 이번 파트는 이제 끝났다”며 “깊게 숨을 내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미국 금융이 강하고 건전하다는 의미”라며 “예금자들은 구했고,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를 찾은 대부분의 월가 큰손들은 “이제 시작”이라며 우려했다. 미 역사상 4대 최대 규모의 은행 실패 사례 중 3곳(퍼스트리퍼블릭,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이 최근 두 달 새 무너진 것은 분명한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1조2000억 달러(약 1606조 원) 규모의 자산운용사 PGIM의 데이비드 헌트 최고경영자(CEO)는 “퍼스트리퍼블릭 문제가 해결돼 다들 안심하는 분위기 같다. 하지만 이제 막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대출 규제는 엄격해지고 결국 신용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의 마크 로언 CEO도 “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위기) 물결이 올 것”이며 위험한 영역으로 상업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 연준, 인플레 vs 금융안전 또 갈림길 은행 위기 확전을 우려하는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여 동안 금리를 4.75%포인트 급격하게 올린 여파가 이제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중량급 상업은행 3곳이 줄줄이 쓰러질 정도면 비금융기관이나 상업 부동산 시장은 더욱 곪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 연준은 이번에도 물가 억제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직전 FOMC 정례회의도 은행 위기 한복판에서 열렸고 연준 인사들은 은행 위기가 아니었다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고려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경제계에서는 연준이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베이비스텝을 결정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인지 시장의 이목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금 여러분께서는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관에 자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국 윤석열 대통령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유력 경제방송 블룸버그TV 앵커 셰리 안(사진)은 한미 정상 부부의 헌화 장면을 생중계하며 곧바로 현장 기자를 연결해 윤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들이 함께 온 배경과 한미 공급망 이슈를 물었다. 셰리 안 앵커의 한국 이름은 안지수. 미 뉴욕 블룸버그 본사의 유일한 한국인 앵커다. 볼리비아에서 자라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해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2017년 뉴욕 본사에 온 이후 매일 3시간에 걸쳐 ‘데이브레이크 아시아’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뉴스는 그에게도 특별했다. 뉴욕 본사에서 만난 안 씨는 “바이든 재임 중 두 번째 국빈 방문이란 점에서 한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했고, 이를 미국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3시간 생방송에서 매일 6, 7명과 인터뷰하기 위해 미국과 세계 각국 뉴스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가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한국 경제계 인사들이 출연하면 반가움도 크다. 그는 “세계 각국 기준금리를 일일이 외울 수는 없지만 많은 나라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속에 고민이 깊다는 트렌드를 읽고 전하려 한다”며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의미 있는 스토리를 발굴해 미 월가와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기업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배터리 기업 실적 발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K팝 열풍과 더불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이날 새벽 미 규제당국이 압류한 뒤 JP모건체이스에 매각하는 등 하루아침에 은행 주인이 바뀌었지만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로 영업 중이었다. 고급 상점가에 위치한 이 지점의 간판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퍼스트리퍼블릭’ 이름을 달고 있었다. 3월 한 달 동안 1000억 달러(130조 원) 이상 예금이 이미 빠져나간 탓인지 매각 소식을 듣고 추가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행렬은 보이지 않았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오전 3시 40분경 은행 폐쇄와 동시에 JP모건에 매각한다고 발표하는 등 월요일 영업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 혼란을 막았다. 그로부터 6시간여 뒤 개장한 뉴욕 증시도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0.04% 내려가는 등 소폭 하락으로 ‘블랙먼데이’를 피했다. 하지만 미 로스앤젤레스 기반 지역은행인 팩웨스트 주가가 10.6% 떨어진 데 이어 키코프, 자이언스 등도 4% 안팎으로 하락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미 월가 투자자들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추가 은행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 다이먼 “숨 쉬자”에 “이제 시작” 경고음 2008년 워싱턴뮤추얼에 이어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로 미 역사상 1, 2위 규모 은행을 모두 인수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부른) 은행 위기의 이번 파트는 이제 끝났다”며 “깊게 숨을 내셔도 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미국 금융이 강하고 건전하다는 의미”라며 “예금자들은 구했고, 납세자들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즈에서 열린 밀컨 컨퍼런스를 찾은 대부분의 월가 큰손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우려했다. 미 역사상 4대 최대 규모의 은행 실패 사례 중 3곳( 퍼스트리퍼블릭,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이 최근 두 달 새 무너진 것은 분명한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1조2000억 달러(1606조 원) 규모의 자산운용사 PGIM의 데이비드 헌트 최고경영자(CEO)는 “퍼스트리퍼블릭 문제가 해결돼 다들 안심하는 분위기 같다. 하지만 이제 막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대출 규제는 엄격해지고 결국 신용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로완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의 마크 로완 CEO도 “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위기) 물결이 올 것”이며 위험한 영역으로 상업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 연준, 인플레 VS 금융안전 또 갈림길 은행 위기 확전을 우려하는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여 동안 금리를 4.75%포인트 급격하게 올린 효과가 이제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중량급 상업은행 3곳이 줄줄이 쓰러질 정도면 비금융기관이나 상업부동산 시장은 더욱 곪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 연준은 이번에도 물가 억제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직전 FOMC 정례회의도 은행 위기 한복판에서 열렸고 연준 인사들은 은행 위기가 아니었다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고려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경제계에서는 연준이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베이비스텝을 결정할 것이 유력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미 동부시간 2일 0시 기준 93.5%로 내다본다. 다만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인지 시장의 이목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주가 폭락에 시달려 온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결국 규제당국에 의해 폐쇄된 뒤 JP모건체이스 은행에 인수된다. 올해 들어 미국 내 4번째 은행 실패이자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일 오전 3시 40분(현지 시간), 은행 개장 5시간 20분 전에 성명을 내고,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하는 동시에 예금과 자산 대부분을 JP모건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 1039억 달러(약 139조 원)를 모두 인수하고, 2291억 달러(약 307조 원) 자산 대부분도 매입할 예정이다. FDIC는 파산관재인으로서 퍼스트리퍼블릭의 미실현 손실 일부를 분담하게 된다. FDIC는 보험 기금에서 약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부담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38년 역사의 미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1∼3월) 고객 예금 인출액이 1020억 달러(약 136조 원)에 이른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은행 주가는 올 들어 97% 폭락했다.● 은행 폐쇄-매각 동시 카드 미 규제당국은 주말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3월 SVB가 파산한 뒤 퍼스트시티즌스에 인수되기까지 17일이나 걸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목요일인 지난달 27일 퍼스트리퍼블릭이 회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주요 은행들에 입찰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오후를 인수 입찰 마감일로 정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JP모건, PNC파이낸셜그룹, 시티즌스 은행 등 3곳이 입찰에 응했고, FDIC는 밤늦게까지 이 은행들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결국 오전 3시 40분경 FDIC의 법정관리와 JP모건 인수를 동시에 발표한 것이다. SVB나 시그니처 은행처럼 일단 규제당국이 은행 자산을 몰수하고 일부 부담을 떠안은 뒤 JP모건에 매각하도록 했다. 어떻게든 월요일 증시와 은행 영업 전에 사태를 해결하려 한 미 규제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장 1일부터 퍼스트리퍼블릭 고객들은 JP모건 고객으로서 기존 미 9개주 84개 영업점포에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예금도 전액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이 규제당국에 몰수되는 바람에 국내외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SVB 위기설이 확산된 3월 9일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9262만 달러(약 124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 “다음은 상업 부동산?” 우려 여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미 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성장해 왔지만 SVB 사태 이후 뱅크런과 저리 장기 고정 모기지 등에 따른 손실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 1위 은행인 JP모건은 미국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 추가 은행 인수가 불가능하지만 미 규제당국이 다급함 속에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미 역사상 최대 은행 파산인 워싱턴뮤추얼, 두 번째인 퍼스트리퍼블릭 모두 JP모건에 안착하게 됐다. 미 규제당국의 전례 없이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은 진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15년 만에 3, 4월 두 달 새 SVB,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등 중량급 은행 3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오른팔로 꼽히는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2008년(금융위기)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은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전 (경제) 영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상업 부동산 부문에 ‘나쁜 대출’이 너무 많다”고 경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39년간 식당 ‘스타라이트 델리’를 운영한 김민 씨(71)가 가게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김 씨 주위에는 브로드웨이 배우와 극단 관계자 등 단골 수십 명이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훔쳤다. 지난달 28일 델리 영업 종료를 앞두고 단골들이 작별을 고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이 브로드웨이 단골들은 김 씨 부부를 위해 미국에서 작별할 때 상대방의 행운을 비는 의미로 부르는 노래 ‘해피 트레일(Happy Trail)’을 합창하고 각자 감사의 뜻을 적은 커다란 액자를 선물했다. 노래를 들으며 김 씨의 부인은 두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또 은퇴 선물로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 원)을 김 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이들의 뭉클한 이별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씨는 29세이던 1981년 뉴욕에 이민 와 1984년 타임스스퀘어 인근 44번가에 델리를 열었다. 델리는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 수프, 커피 등을 파는 곳이다. 40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문을 열어 브로드웨이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처럼 된 이 가게의 마지막을 CBS방송, 폭스뉴스 같은 미 언론도 집중 보도했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 역을 초연한 제임스 먼로 아이글하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굴에 반짝이를 붙이며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김 사장님이 극장 분장실로 샌드위치를 가져다줬다”며 “추억이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닉 포레로 극장 미술감독은 CBS에 “미스터 M(김 씨 애칭)은 우리 업계 전설적 존재였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고령의 나이와 임차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가게를 접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김 씨는 “자고 싶다”며 웃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주가 폭락에 시달려 온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결국 규제당국에 의해 폐쇄된 뒤 JP모건체이스 은행에 인수된다. 올해 들어 미국 내 4번째 은행 실패이자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일(현지 시간) 오전 3시 40분, 은행 개장 5시간 20분 전에 성명을 내고,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하는 동시에 예금과 자산 대부분을 JP모건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 1039억 달러(139조 원)를 모두 인수하고, 2291억 달러(307조 원) 자산 대부분도 매입할 예정이다. FDIC는 파산관재인으로서 퍼스트리퍼블릭의 미실현 손실 일부를 분담하게 된다. FDIC는 보험 기금에서 약 130억 달러(17조 원)를 부담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38년 역사의 미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1~3월) 고객 예금 인출액이 1020억 달러(13조 원)에 이른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은행 주가는 올 들어 97% 폭락했다. ● 은행 폐쇄-매각 동시 카드 미 규제당국은 주말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3월 SVB가 파산한 뒤 퍼스트시티즌스에 인수되기까지 17일이나 걸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목요일인 지난달 27일 퍼스트리퍼블릭이 회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주요 은행들에 입찰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오후를 인수 입찰 마감일로 정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JP모건, PNC 파이낸셜그룹, 시티즌스 은행 등 3곳이 입찰에 응했고, FDIC는 밤늦게까지 이들 은행들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결국 오전 3시 40분경 FDIC의 법정관리와 JP모건 인수를 동시에 발표한 것이다. SVB나 시그니처은행처럼 일단 규제당국이 은행 자산을 몰수하고 일부 부담을 떠안은 뒤 JP모건에 매각하도록 했다. 어떻게든 월요일 증시와 은행 영업 전에 사태를 해결하려 한 미 규제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장 1일부터 퍼스트리퍼블릭 고객들은 JP모건 고객으로서 기존 미 9개주 84개 영업점포에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예금도 전액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이 규제당국에 몰수되는 바람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SVB 위기설이 확산된 3월 9일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9262만 달러(124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 “다음은 상업부동산?” 우려 여전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미 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성장해왔지만 SVB 사태 이후 뱅크런과 저리 장기 고정 모기지 등에 따른 손실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 1위 은행인 JP모건은 미국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 추가 은행 인수가 불가능하지만 미 규제당국이 다급함 속에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미 역사상 최대 은행 파산인 워싱턴뮤추얼, 두 번째인 퍼스트리퍼블릭 모두 JP모건에 안착하게 됐다. 미 규제당국의 전례 없이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은 진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15년 만에 3, 4월 두 달 새 SVB,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등 중량급 은행 3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오른팔로 꼽히는 찰리 멍거 부회장은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2008년(금융위기)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은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전 (경제) 영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상업부동산 부문에 ‘나쁜 대출’이 너무 많다”고 경고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39년간 식당 ‘스타라이트 델리’를 운영한 김민 씨(71)가 가게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김 씨 주위에는 브로드웨이 배우와 극단 관계자 등 단골 수십 명이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훔쳤다. 지난달 28일 델리 영업 종료를 앞두고 단골들이 작별을 고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이 브로드웨이 단골들은 김 씨 부부를 위해 미국에서 작별할 때 상대방의 행운을 비는 의미로 부르는 노래 ‘Happy Trail(해피 트레일)’을 합창하고 각자 감사의 뜻을 적은 커다란 액자를 선물했다. 노래를 들으며 김 씨의 부인은 두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또 은퇴 선물로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 원)을 김 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이들의 뭉클한 이별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씨는 29세이던 1981년 뉴욕에 이민 와 1984년 타임스퀘어 인근 44번가에 델리를 열었다. 델리는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 스프, 커피 등을 파는 곳이다. 40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문을 열어 브로드웨이 사람들 ‘마음의 고향’처럼 된 이 가게의 마지막을 CBS방송, 폭스뉴스 같은 미 언론도 집중 보도했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 역을 초연한 제임스 먼로 이글하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굴에 반짝이를 붙이며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김 사장님이 극장 분장실로 샌드위치를 가져다 줬다”며 “추억이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닉 포레로 극장 미술감독은 CBS에 “미스터 M(김 씨 애칭)은 우리 업계 전설적 존재였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고령의 나이와 임대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가게를 접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김 씨는 “자고 싶다”며 웃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찰리 멍거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99)이 미 경제 위기 다음 진원지로 상업부동산 시장을 꼽았다. 미 은행들이 부동산 ‘나쁜 대출’을 과다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시장에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것이다.‘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오른팔로 꼽히는 멍거 부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2008년(금융위기)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은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전 (경제) 영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좋은 시절에는 나쁜 습관을 들이게 되고, 나쁜 시절이 오면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고 했다. 10년 이상 저금리 속 자산 버블로 상업부동산 대출이 지나치게 많아졌는데 최근 고금리 및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실화 우려가 커졌다는 경고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돼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다. 부동산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미 사무실 18.6%가 비었다. 지난달 말 로스앤젤레스 대형 빌딩 두 곳을 보유한 부동산 펀드는 건물 대출금 7억5000만 달러(1조58억 원)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지원하며 소방수 역할을 했지만 최근 은행 위기에 대해서는 잠잠하다. 멍거 부회장은 “은행에 실망감을 느꼈다”면서도 “은행을 똑똑하게 경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잘못된 일을 하려는 유혹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3조 원 넘는 재산 대부분을 코스트코 등 4개 기업 투자에서 얻었다는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평생 3~5회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투자 황금기는 끝났는데 투자 참여자는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3월 한 달 동안 고객 예금이 130조 원 이상 빠져나간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결국 붕괴 수순을 밟게 됐다. 3월에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벌써 4번째 은행 실패다.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미 은행 위기가 다시 촉발될까 미 규제 당국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후 현재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를 위한 입찰을 마감하며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가 급격한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 시스템의 ‘약한 고리’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목요일인 27일 밤부터 퍼스트리퍼블릭의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인수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24일 퍼스트리퍼블릭이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후 만 3일 만이다. 실적 발표에서 이 은행의 1분기 순수 고객 예금 인출이 1020억 달러(약 137조 원)로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주 이 은행 주가는 75.4% 폭락했다.실적 발표후 주가 75% 급락… 美 14위 은행 ‘역사 속으로’퍼스트리퍼블릭 파산 임박팬데믹때 판매 저리 모기지에 발목… 긴급 지원에도 인출 행렬 못막아당국, 회생 불가 판단 인수자 물색… ‘블랙먼데이’ 피하려 긴급 입찰 마감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월요일 주가 폭락을 의미하는 ‘블랙 먼데이’를 피하기 위해 일요일인 4월 30일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입찰 마감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FDIC가 입찰 의사를 물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PNC파이낸셜그룹, US뱅코프 등 중에서 JP모건과 PNC, 시티즌스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입찰을 통한 매각이 불발될 경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처럼 FDIC가 파산관재인을 맡아 예금과 자산을 인수해 직접 관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퍼스트리퍼블릭은 사실상 파산으로,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은행에 이어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실패로 기록된다.● 미 14위 은행도 역사 속으로자산 규모 2330억 달러(약 312조 원)인 퍼스트리퍼블릭이 SVB처럼 갑작스러운 파산, 영업정지 수순을 겪을 경우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규제당국은 인수 중재에 먼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VB는 3월 10일 폐쇄 이후 27일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에 인수될 때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 전이에 시달렸다. 반면 파산 직전에 몰린 스위스 2위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위스 당국의 중재와 전폭적인 지원으로 1위 UBS에 인수돼 시장 공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과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도 파산 직전 정부의 중재로 JP모건에 인수된 바 있다. 앞서 미국 금융당국과 다른 대형은행들은 최근까지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3월에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 은행인 SVB와 29위인 시그니처뱅크가 파산하면서 14위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나자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11개 은행이 긴급자금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예치했다. 연방준비은행(FRB)도 1000억 달러(약 134조 원)를 긴급 대여한다고 발표하며 충격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고객들의 전례 없는 인출 행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총 예치금 중 63%는 기업 고객 자금이었고, 예금자 보호 한도 25만 달러(약 3억 원)를 넘는 예금 비중이 68%에 이르는 등 불안에 취약했다. 예금을 계속 넣어둘 경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팬데믹 당시 저리 주택담보대출이 발목 198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동·서부 연안 대도시 90여 개 점포에서 미 부호 고객들을 유치해 미 월가의 부러움을 사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이 은행 고객이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다급하게 자산 매각을 시도해 왔지만 저금리 시기에 대량 판매한 고정금리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발목을 잡아 불발됐다. 팬데믹 기간 집값 상승기에 판매한 모기지가 고금리, 집값 하락기를 맞아 대출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커진 것도 몰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고객 대출로 벌어들이는 평균 이자 수익은 3.73% 남짓인데, 연방준비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금 이자 비용은 3∼4.9%로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때문에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순이자 마진이 연말에 ‘제로(0)’에 도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고, WSJ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산송장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미 규제 당국은 은행 인수 과정에서 일부 부담을 떠안거나, 일단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떠안은 후 헐값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7일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퍼스트리퍼블릭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