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구독 42

추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6-04-15~2026-05-15
문화 일반32%
인물/CEO17%
정당13%
선거9%
정치일반9%
사회일반4%
IT4%
산업4%
검찰-법원판결4%
패션4%
  • 집에서, 자동차에서 즐긴다…접촉 없는 여가생활 찾아나선 사람들

    “뭐 보러 오셨어요?” “‘인비저블맨’ 9시 반 한 장이요.” 3일 오후 8시 반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내 잠실자동차극장 매표소 앞에는 영화 시작 1시간 전부터 차량 7대가 늘어서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미국 공포영화 ‘인비저블맨’ 표를 사기 위한 차량들이었다. 공영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영화 ‘정직한 후보’가 한창 상영 중이었다. 자동차극장 티켓 가격은 차량 한 대당 2만2000원. 탑승자 숫자에 관계없이 차량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두 명 이상 올 경우 일반 영화관 티켓(1만 1000원) 가격과 비슷하다. 5분 사이에 ‘인비저블맨’ 티켓 5장이 팔려나갔다. 정신없이 손님을 받던 자동차극장 매표소 직원은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월을 기점으로 손님 수가 전달보다 20% 가량 늘었다. 극장에 약 100대의 차량이 들어가는데 매일 60~70대는 찬다. 오늘도 60대 넘는 차량이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약 두 시간을 운전해 남편, 강아지와 함께 잠실자동차극장에 온 직장인 남정화 씨(43)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영화관이 폐쇄되는 사태를 보면서 무서워서 영화관은 못 가겠다. 내 차를 타면 사람들과 접촉할 일도 없으니 안전하겠다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생활 방식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집, 자동차에서 즐긴다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는 자동차극장과 상반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2일 오후 8시 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아트레온 CGV에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조조래빗’의 상영관에는 127석 중 단 18개석만 찼다. 관객 모두 마스크를 끼고 옆 자리는 비워 둔 상태였다. 이날 극장을 찾은 직장인 이 모씨(31·여)는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왔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도 ‘1917’을 시작 10분전에 예매했는데도 자리의 3분의 1이 채 안 찼다. 관객이 하나도 없으니 영화관이 오히려 바깥보다 안전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일 전체 관객은 5만9895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5일도 6만5530명으로 6만 명을 겨우 넘겼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신작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 영화관 폐쇄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전시 등이 ‘올 스톱’되면서 문화 콘텐츠를 ‘자가 격리’된 상태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극장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인터넷 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다. 치량 500여 대를 수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극장인 경기 파주시 자유로자동차극장은 이용자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윤혜정 자유로자동차극장 운영실장은 “자동차극장은 기존 고객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방문한 고객이 대폭 늘었다. 고객 거주지도 경기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도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도 급증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인 왓챠플레이의는 코로나19의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2월 23일 하루 시청 시간이 1월 중순에 비해 약 14% 늘었고, 3월 1일에는 약 37% 늘었다.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 수가 늘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가 전국 만 20~59세 스마트폰 이용자 1만여 명의 로그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 첫째~셋째 주와, 2월 첫째~둘째 주 사이 넷플릭스 앱 이용자 수는 92만 명에서 104만 명으로 늘었다. 지상파 3사 연합 OTT 플랫폼인 웨이브도 지난달 18~25일 사이 영화 단건 구매 건수가 5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7% 증가했다. 전염병을 다룬 콘텐츠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컨테이전’과 ‘감기’가 대표적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전은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만진 요리사와 악수한 미국 여성이 감염돼 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내용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깜짝 놀랄 만큼 닮았다. 컨테이젼은 왓챠플레이에서 2월 한 달 간 가장 많이 본 영화였다. 2013년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도시를 폐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감기’도 2월 8번째로 많이 본 영화였다. 드라마로는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체르노빌’이 1위였다.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극한 직업’, ‘미드소마’, ‘돈’은 2~5위를 차지했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컨테이전과 감기는 50위 밖의 영화들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청 시간이 급증했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순위가 뛰었는데 전염병 공포를 다룬 ‘괴물’의 상승폭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6일 기준 인기 콘텐츠는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이바이 마마!’, ‘연애의 참견’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늘 한국의 톱 10 콘텐츠’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즐긴다 공연계에도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가 확산하고 있다. 공연 기관, 제작사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티켓 판매 등 수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배우, 무용수, 제작진의 노력을 살리자는 취지다. 팬들은 생중계, 녹화중계 등을 시청하며 갈증을 달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네이버 공연전시판을 통해 꾸준히 소개해왔다. 6일에도 무용 ‘히트&런’을 무관중 생중계했고,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 역시 12일 개막 예정이었던 연극 ‘브라보 엄사장’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작품 연출가인 박근형 씨도 무관중 생중계는 처음이다. 공연 중계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공연 영상화 사업,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연 팬들은 “화면으로 보면 무대의 매력이 반감하지만 ‘내 방 1열’에서 조금이나마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06
    • 좋아요
    • 코멘트
  • 다시 뜬 한국형 좀비… “전 세계 홀리겠다”

    “‘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유튜브에서 5일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의 제작발표회에서 김은희 작가가 시즌2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피를 탐하는 ‘생사역’ 병자들과 혈통을 탐하는 인간, 두 가지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사역은 드라마에서 역병에 걸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자를 뜻하는 말이다. 킹덤2는 1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김상호 등과 김성훈 박인제 감독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제작발표회를 온라인으로 바꿨다.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좀비 드라마로, 지난해 1월 방송된 시즌1은 역병이 퍼지면서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백성을 구하기 위해 경북 상주로 떠나는 여정의 시작을 다뤘다. 킹덤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뽑혔고 해외에서 ‘K 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주지훈은 “시즌1에서 쫓기는 역할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쫓는 자가 된다”고 했다. 의녀 서비 역의 배두나는 “역병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생사역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창과 대립하는 영의정 조학주 역의 류승룡은 “여러 세력과 대립하며 긴장감을 더한다”고 밝혔다. 시즌2는 김성훈 감독이 1부를, 박인제 감독이 2∼6부를 맡았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세계 190여 개국에 27개 언어로 된 자막과 함께 공개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흥미로운 소재 ‘부산행’처럼… 늘 올인할수 있는 작품 골라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영화제작사 ‘레드피터’ 사무실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에 이 회사가 만든 영화 포스터 네 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부산행’(2016년), ‘염력’(2018년), ‘생일’(2019년), ‘미성년’(2019년) 순서다. 좀비가 나오는 ‘부산행’과 초능력을 소재로 한 ‘염력’은 각각 제작비 115억 원, 130억 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다. ‘생일’과 ‘미성년’은 이 둘과 전혀 다른 색의 영화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후 남겨진 유가족의 삶을 다뤘고 ‘미성년’은 바람이 난 부모를 둔 여고생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고 좋게는 스펙트럼이 넓다고 하는 분도 있고,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하하.” 지난달 27일 레드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동하 대표(51)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가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영화를 접하고 싶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8대학과 파리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과 영화를 전공했다. 유학 시절 변혁 감독의 영화 ‘인터뷰’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처음 상업 영화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 ‘여행자’, 이창동 감독의 ‘시’,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의 프로듀서를 거쳤다.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중 ‘앰뷸런스’ ‘고양이’ 같은 호러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늘 ‘올인’할 수 있는 작품을 택했어요. 영화로 만들어진 걸 제가 보고 싶은 작품요. 투자배급사와 스태프에게는 ‘이 영화를 만들자’고, 관객에게는 ‘이 영화를 보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나 자신부터 재미있지 않으면 어떻게 그들을 설득하겠어요.” 흥행보다 흥미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 1156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에서 성공한 첫 좀비 영화’가 된 ‘부산행’도 시작은 무모했다. 1980년 만들어진 한국 최초 좀비 영화 ‘괴시’ 후 국내에서 흥행한 좀비 영화는 없었다. ‘좀비=호러물’이라는 공식이 굳어져 투자배급사의 선택을 받기도 힘들었다. ‘귀찮은 일 하는 게 싫어서 제작사는 안 만든다’고 다짐했건만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2014년 레드피터를 차렸다. “어느 날 아침 연상호 감독이 전화를 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몸을 실은 부산행 KTX에 감염된 여학생이 타는 얘기 어때요?’라고 하는데 듣자마자 끌렸어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 본 곳이 없으니 우선 제작사를 세워서 우리끼리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죠.” 대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메시지가 강한 영화도 겁 없이 택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의 민감성 때문에 투자사가 결정을 번복했고, 배우 캐스팅이 좌절되기도 했다.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도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투자사와 배급사, 배우들까지 ‘용감한 선택을 내려줬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생일은 하루 2만∼3만 명씩 더해져 관객 100만 명을 채웠어요. ‘세월호에 지쳤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영화관을 찾아준 관객들의 힘이 컸죠. 저에겐 1000만 같은 100만이에요.” 겁 없는 도전은 뼈아픈 실패를 안기기도 했다. 연 감독과 두 번째로 만든 ‘염력’은 관객 99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석헌(류승룡)의 초능력인 ‘염력’ 묘사가 엉성했고 철거민들과 용역 깡패가 대립하는 내용의 주제의식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무거운 주제와 초능력 사이의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 저렇게 만화처럼 날아다니고 끝나는 거야?’라는 허무함을 줬을 수 있죠. 완성도보다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른 이야기를 통해 풀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레드피터는 올여름 ‘부산행’의 후속작인 ‘반도’를 개봉한다. ‘부산행’ 4년 뒤 좀비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한반도에 정석(강동원)이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연 감독과 이 대표가 손잡은 세 번째 영화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호흡이 길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드라마로도 만들 예정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온 건 용기라기보다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잘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될 수도 있어요. 제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관객에게도 메시지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는…△1969년 출생 △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 파리3대학 대학원 철학 영화 전공△2010년 이창동 감독 ‘시’, 2013년 장준환 감독‘화이’ 프로듀서 △2014년 ‘레드피터’ 설립, ‘부산행’ ‘염력’ ‘생일’‘미성년’ 제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부산행’, 1000만 좀비 영화된 비결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영화제작사 ‘레드피터’ 사무실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에 이 회사가 만든 영화의 포스터 네 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부산행’(2016년), ‘염력’(2018년), ‘생일’(2019년), ‘미성년’(2019년) 순서다. 좀비가 나오는 ‘부산행’과 초능력을 소재로 한 ‘염력’은 각각 제작비 115억 원, 130억 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다. ‘생일’과 ‘미성년’은 이 둘과 전혀 다른 색의 영화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후 남겨진 유가족의 삶을 다뤘고 ‘미성년’은 바람이 난 부모를 둔 여고생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고 좋게는 스펙트럼이 넓다고 하는 분도 있고,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하하.” 지난달 27일 레드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동하 대표(51)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가를 가리지 않고 폭 넓게 영화를 접하고 싶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8대학에서 철학을, 파리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과 영화를 전공했다. 유학시절 변혁 감독의 영화 ‘인터뷰’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처음 상업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프랑스 합작영화 ‘여행자’, 이창동 감독의 ‘시’,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 프로듀서를 거쳤다.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중 ‘앰뷸런스’, ‘고양이’ 같은 호러 영화제작에도 참여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늘 ‘올인’할 수 있는 작품을 택했어요. 영화로 만들어진 걸 제가 보고 싶은 작품이요. 투자배급사와 스태프에게는 ‘이 영화를 만들자’고, 관객에게는 ‘이 영화를 보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나 자신부터 재미있지 않으면 어떻게 그들을 설득하겠어요.” 흥행보다 흥미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 1156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에서 성공한 첫 좀비 영화’가 된 ‘부산행’도 시작은 무모했다. 1980년 만들어진 한국 최초 좀비영화 ‘괴시’ 후 국내에서 흥행한 좀비 영화는 없었다. ‘좀비=호러물’이라는 공식이 굳어져 투자배급사의 선택을 받기도 힘들었다. ‘귀찮은 일 하는 게 싫어서 제작사는 안 만든다’고 다짐했건만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2014년 레드피터를 차렸다. “어느 날 아침 연상호 감독이 전화를 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몸을 실은 부산행 KTX에 감염된 여학생이 타는 얘기 어때요?’라고 하는데 듣자마자 끌렸어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 본 곳이 없으니 우선 제작사를 세워서 우리끼리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죠.” 대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메시지가 강한 영화도 겁 없이 택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의 민감함 때문에 투자사가 결정을 번복했고, 배우 캐스팅이 좌절되기도 했다.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도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투자사와 배급사, 배우들까지 ‘용감한 선택을 내려줬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생일은 하루 2만~3만 명씩 더해져 관객 100만 명을 채웠어요. ‘세월호에 지쳤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영화관을 찾아준 관객들의 힘이 컸죠. 저에겐 1000만 같은 100만이에요.” 겁 없는 도전은 뼈아픈 실패를 안기기도 했다. 연 감독과 두 번째로 만든 ‘염력’은 관객 99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석헌(류승룡)의 초능력인 ‘염력’ 묘사가 엉성했고 철거민들과 용역 깡패가 대립하는 주제의식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철거민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초능력 사이의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 저렇게 만화처럼 날라 다니고 끝나는 거야?’라는 허무함을 줬을 수 있죠. 완성도보다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른 이야기를 통해 풀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레드피터는 올해 여름 ‘부산행’의 후속작인 ‘반도’를 개봉한다. ‘부산행’ 4년 뒤 좀비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한반도에 준석(강동원)이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연 감독과 이 대표가 손잡은 세 번째 영화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호흡이 길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드라마로도 만들 예정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온 건 용기라기보다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잘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 될 수도 있어요. 제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관객에게도 메시지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는…▼△1969년 출생△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 파리3대학 대학원 철학 영화 전공 △2010년 이창동 감독 ‘시’, 2013년 장준환 감독 ‘화이’ 프로듀서 △2014년 ‘레드피터’ 설립, ‘부산행’ ‘염력’ ‘생일’ ‘미성년’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3-04
    • 좋아요
    • 코멘트
  • ‘홍상수 스타일’에 빠진 국제영화제

    ‘일상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감독.’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60)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다. 홍 감독은 남녀의 일상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을 선보여 왔다. 1996년 장편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까지 자전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며 ‘홍상수 영화’만의 색깔을 구축해 왔다. 홍 감독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성이다. 평범한 남녀가 직장 혹은 여행지에서 만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술을 마시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대화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묘사한다. 남녀 주인공이 술을 마시며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홍 감독 영화의 일상에 꼭 등장한다. 술자리에서 사소한 것들이 토론의 주제가 되고 정작 등장인물이 말하려는 핵심은 빠진다. 진심은 묻히는 소통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캐릭터지만 각 인물들 간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통해 내면적 갈등, 모순, 위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재미를 더한다”며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홍 감독의 영화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작품세계는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페르소나’로 공고히 자리 잡으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과거 홍 감독의 영화는 속내를 명쾌히 밝히지 않는 여성 인물에 대한 남자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다뤘고, 그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의 ‘찌질함’을 자조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짙었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기존 홍 감독 영화에서 여성 인물은 남성의 미시적 욕망의 대상이었다면 2010년 ‘옥희의 영화’부터 여성의 욕망을 들여다보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년)에서는 김민희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사회의 기준에 벗어나는 삶에 대한 고민도 표출했다”고 말했다. 김민희에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유부남과의 만남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외로 떠나온 영희(김민희)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일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각본의 특징은 촬영 기법에서도 드러난다. 홍 감독은 별다른 기교 없이 풀샷, 줌인 같은 기본적인 기법을 선호한다. 안 평론가는 “장면을 끊지 않고 보여주는 ‘롱 테이크’ 기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화면에서 피사체가 사라져도 몇 초간 그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기교 없이 그대로 담아낸다. 이를 통해 인물이 하는 말과 행동, 대사 안에 숨은 비루한 욕망에 오롯이 집중하게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국제영화제에 꾸준히 영화를 출품하며 ‘영화제가 사랑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서구 사회에 자리 잡은 모더니즘의 특징은 일상의 미학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프랑스, 베를린 등에서 각광받는 이유도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라며 “사회적 메시지나 시대성을 담지 않고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천착한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늙고 병든 몸도 존중받는 사회

    건강한 이에게 새벽 세 시는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하며 ‘자기만의 우주를 누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아픈 이에게 새벽 세 시는 통증의 들쑤심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고, 또 이들을 돌보는 이에겐 지친 몸으로 아픈 이의 머리맡을 지키는 시간이다. ‘몸을 잊고 살아도 되는 사람들’, 즉 건강하고 젊으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늙고 병들거나, 다쳐서 불구가 된 삶은 살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모든 인간은 건강함과 독립성이 아닌, 취약함과 의존성을 기본값으로 가진다고 답한다. 건강한 신체가 ‘효율성 높은 몸’이고, 약함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바꿔 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의존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돌봄 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그린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소 중박의 비결은…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시도했어요”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52)가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의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극을 이끌어가는 황 반장(설경구) 역의 캐스팅이 꼬이면서 다른 주연 배우들의 발탁이 완료된 시점까지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 촬영을 코앞에 두고 주연 배우를 섭외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 대표는 ‘그놈 목소리’로 인연을 맺은 설경구에게 전화를 했다. “‘꼭 출연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가 그런 얘기 잘 안 하거든요. 경구 씨도 당황하더니 통화 말미에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래도 시나리오는 보고 결정하시라’고 했더니 ‘할 만하니까 하라고 하겠지’ 그러더라고요. 진짜 고마웠죠.” ‘감시자들’은 관객 550만 명을 모으며 ‘전우치’(606만 명)에 이어 영화사 집이 500만 관객을 넘긴 두 번째 작품이 됐다. 서울 강남구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24일 만난 이 대표는 설경구를 ‘츤데레(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사람)의 전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화 한 통에 배우가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 건 이 대표가 꾸준히 신뢰를 쌓아왔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2005년 영화사 집을 설립한 뒤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다졌다. ‘그놈 목소리’를 시작으로 ‘전우치’ ‘내 아내의 모든 것’ ‘감시자들’ ‘검은 사제들’ ‘마스터’ ‘국가 부도의 날’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장르를 넘나들며 1년에 꼭 1편씩은 영화를 만들었다. 14편 중 4편이 관객 500만 명 이상을 모았고, 모든 영화가 관객 100만 명을 넘겼다. ‘타율이 높은 곳’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거창한 꿈을 갖고 영화판에 뛰어든 게 아니었다. 광고사 카피라이터로 7년간 지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를 따라 1997년 영화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5년 ‘더 주체적으로 내 걸 만들어 보자’는 목표가 생겨 영화사 집을 차렸다.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한두 편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흥행작을 낼 수 있을까? 한 회사 대표로서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이 대표는 “그래도 소재든 캐스팅이든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시도해 왔다”고 했다. 영화사 집은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에 과감히 도전했다. 오컬트(초자연적 현상)를 다룬 ‘초능력자’나 ‘검은 사제들’은 한국 영화에서 드문 소재였다. 올해 상반기에 개봉하는 ‘ALONE’(가제)도 스케일로 승부를 보는 재난영화와 달리 인터넷도 끊긴 도시에 고립된 개인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에서도 기존에 배우가 가졌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끌어냈다. 배우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진지했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코믹한 카사노바 역을 완벽히 해냈다.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배우 한효주는 ‘감시자들’에서 커트 머리에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의 경찰 역을 소화하면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새롭게 보이게 할 수 있는 게 캐스팅이에요. 그 배우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때 재미가 훨씬 배가될 수 있거든요.” 도전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0년 개봉한 ‘초능력자’는 강동원과 고수라는 ‘A급’ 주연 배우가 섭외된 상황이었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흥행이 안 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 메이저 투자사에서 모두 거절당한 이 대표는 수출보험공사로부터 12억 원을 빌렸고, 당시 신생 투자배급사였던 NEW의 일부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마련했다. “워낙 ‘마이너’한 소재였으니까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김민석 감독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남들 다 하는 걸 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고 마음먹었죠.” 초능력자는 213만 명이 관람해 손익분기점이었던 130만 명을 넘겼다. 이 대표는 신예인 홍석재 감독과 이요섭 감독, 해외 감독 등과 6, 7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액션 스릴러 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하다.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 짧아도 2년 넘게 걸려요. ‘인고의 작업’이죠. 그 과정을 통해 욕심 부리지 않고 현재 작품에 집중하는 게 최선임을 배웠어요. 뭐든 무르익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요.” ○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는…△1968년 출생△이화여대 교육공학 전공△광고회사 ‘코래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1997년 ‘영화사 봄’ 마케팅 디렉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프로듀서△2005년 ‘영화사 집’ 설립, ‘전우치’ ‘감시자들’ ‘검은 사제들’ ‘마스터’ ‘국가부도의 날’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끼 발휘 마음껏” 유튜브로 몰리는 개그맨들

    ‘봉준호 감독 피곤할 때 대타로 나가도 되겠다.’ 개그맨 문세윤과 유세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유세유니 대단해’에 18일 올라온 한 패러디 영상에는 이런 내용의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과 통역을 맡은 최성재 씨의 수상 소감 장면을 패러디한 게시물이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된 지 6일 만에 조회수 132만 회를 넘었다. 봉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 영상에는 외국인들도 영어로 ‘저 개그맨과 봉 감독은 정말 똑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코미디언들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때 30%를 넘었던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5%대로 떨어지는 등 TV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잃자 코미디언들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은 발언이나 표현 수위에 제한이 있지만 유튜브는 편하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활동이 뜸하던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개그맨 정준하는 3주 전 유튜브 채널 ‘정준하 소머리국밥’을 개설했다. 정준하는 MBC ‘무한도전’의 ‘식객’ 편에서 요리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김치전을 만들어 논란이 됐는데, 당시 요리사를 찾아가 사과하는 콘텐츠를 올렸다. 정준하 스스로 당시 태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채널은 3주 만에 구독자 2만 명을 넘었다. 개그맨 형제인 양세형과 양세찬은 지난해 12월 ‘양세브라더스’를 열었고, 석 달 만에 구독자 38만 명을 넘겼다. 먹방, 게임, 대결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선보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유튜브에서는 내용 선정부터 편집, 분량에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어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줄어든 개그맨들이 개인 채널을 만드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코세이지 ‘차기작 기다리니 조금만 쉬라’며 편지 보내와”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로 떠난 영화 ‘기생충’은 자신의 여정이 이렇게 길어질 것을 예상했을까. 칸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일주한 기생충은 마침내 아카데미 4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가 오스카 시상식 이후 처음으로 국내 관객 앞에 섰다. 봉 감독은 “이곳에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 거의 1년이 돼간다. 참 기분이 묘하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의 일문일답.》 ―‘오스카 캠페인’은 한국 영화가 처음 경험한 길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중소 배급사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다. 게릴라전이라고 할까, 거대 스튜디오들이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지만 대신 저희는 열정으로 메웠다. 물량의 열세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팀워크로 커버했다.” ―‘오스카는 지역(local) 축제’라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오스카를 도발한 것인가. “제가 처음 캠페인에 참여하는 와중에 ‘도발’씩이나 하겠나(웃음). ‘칸과 베를린, 베니스는 인터내셔널(국제영화제)이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이라고 비교하다가 나온 얘긴데 미국 젊은 분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리셨나 보더라.” ―빈부격차를 다룬 영화가 처음은 아닌데 왜 폭발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나. “‘괴물’은 괴물이 한강변을 뛰어다니고, ‘설국열차’는 미래 열차가 등장하는 공상영화다. 하지만 ‘기생충’은 동시대 이야기이고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영화이기 때문에 폭발력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수상 소감이 큰 화제를 모았다.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의 편지를 받았다. 몇 시간 전에 편지를 읽었는데 저로선 영광이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고생했고 쉬라고 하셨다.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를 포함해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준비하라’고. 무척 기뻤다.” ―다음 주 개봉하는 ‘기생충’의 흑백판을 제작한 건 어떤 의도인가. “고전 영화나 옛 클래식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시절도 있지 않았나.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어떤 관객이 ‘흑백으로 보니까 더 화면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웃음).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섬세한 연기의 디테일이나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 ‘기생충’의 드라마 버전이 제작된다. 어떻게 진행 중인가. “저는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구체적으로 에피소드를 연출할 감독을 찾을 예정이다. 영화 ‘빅 쇼트’와 ‘바이스’의 애덤 매케이 감독과 몇 차례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기생충’의 주제의식을 블랙코미디와 범죄 드라마 형식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갈 것 같다. 넷플릭스 드라마 ‘체르노빌’처럼 5, 6편으로 밀도 있게 제작하려고 한다. 틸다 스윈턴이나 마크 러펄로 같은 배우의 캐스팅 얘기가 나왔는데 공식적인 사안은 전혀 아니다.” ―한국사회 불균형에 대한 어두운 묘사에도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에 굉장한 지지를 보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현대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한 것. 그걸 1cm라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해야 하는, 그러기 위해 만드는 영화다’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당의정을 입혀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진 않았다.” ―봉 감독이 지금 데뷔했다면 ‘플란다스의 개’는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영화계 불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 신인(감독)들이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대본을 가져왔을 때 과연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영화산업은 제가 1999년 데뷔한 이후 20년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동시에 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향도 있다. 홍콩 영화산업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영화산업계가 껴안아야 한다.” ―‘1인치 장벽’을 넘는 자막 작업을 어떻게 진행했나. “‘대만 카스텔라’라고 하면 맥락 전달은 힘들지만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보자 했었다. 저는 최대한 세밀하게 짚고 그 솔루션을 달시 파켓이 찾아냈다. 그는 이미 ‘밥은 먹고 다니냐’(영화 ‘살인의 추억’ 대사)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해결한 분이라 자신감을 갖고 작업에 임하신다.”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배우는 누구인가. “이정은 씨는 ‘오리지널 하우스키퍼’라며 화제였다. ‘그녀가 벨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들 했다. 톰 행크스 부부가 특히 이정은 씨를 보고 매우 반가워하면서 여러 질문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조여정 씨와 그가 연기한 부잣집 아내 연교 캐릭터에 대해서 하루 종일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작품상의 일등공신은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들이다.” ―앞으로의 바람을 꼽는다면….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배우와 스태프의 장인정신으로 만든 장면 하나하나, 또 그 장면에 들어간 제 고민들 하나하나까지 많이 기억되길 바란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봉준호 감독 “동상? 생가?… 그런 얘기는 내가 죽은뒤에”

    “하하하. 유세윤 씨 참 천재적인 것 같아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문세윤 씨도.” 봉준호 감독(51)과 기생충 제작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자회견 현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수상 소감 패러디 영상을 보셨느냐’는 질문에 봉 감독이 웃으며 개그맨 유세윤과 문세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유세윤과 문세윤은 각각 통역가 최성재 씨와 봉 감독으로 변장하고 수상 소감을 성대모사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다. 봉 감독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9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특유의 입담을 뽐냈다. ‘봉 감독의 생가 터를 복원하거나 박물관을 세운다는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상이랑 생가…. 그런 얘기는 제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가장 큰 웃음이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5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기생충에 쏟아진 관심을 또 한 번 입증했다. 호텔 1층은 오전 9시부터 현장 등록을 하러 온 국내외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블로거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를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진원 작가 “시나리오는 경험에서 나와… 도움준 분들께 감사”

    “가사도우미, 수행기사, 아동상담 전문가분들 감사합니다.” 제92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시상식 현장에서 못다 한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장에서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사람 머릿속에서 나오겠습니까.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인데…. 취재할 때 가사도우미, 수행기사, 아동상담 전문가의 도움으로 좋은 장면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한 작가는 영화 후반을 지배하는 ‘냄새 코드’를 발굴했고 “실전은 기세야, 기세” 같은 명대사를 썼다. 극 중 기택(송강호)과 충숙(장혜진)의 직업인 택시기사와 가사도우미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으며 리얼리티를 더했다. 그는 “저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기우(최우식)의 환경과 가깝게 살았다. 박 사장(이선균)의 집은 판타지였다. 자료 조사를 위해 만난 취재원들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는 수상 소감에 대해 한 작가는 “(충무로는) 대학 졸업 이후 유일하게 사회생활을 한 곳이고 아직도 충무로에서 하고 있다.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기생충이 ‘자막의 장벽’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 영화에는 아주 잔혹한 악당(도 없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10명 각자만의 드라마가 있고 각자 욕망에 따라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미술상 후보에 올랐던 이하준 미술감독은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수상 때도 너무 떨어 말을 다 못 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정말 빼곡히 적어놨었다”며 “여러 시상식에서 봉 감독님 언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더라. 수상 소감 서두에 봉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 모든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편집상 후보에 올랐던 양진모 편집감독은 “저희는 사실 영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이다. 여러 스태프분의 노력이 이 자리를 만들어준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송강호 “칸서 奉감독 갈비뼈에 실금… 오스카선 리액션 자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굉장히 자제한 겁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51) 옆자리에 앉아 ‘기생충’ 4관왕의 순간을 함께한 배우 송강호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이 호명되자 송강호는 두 팔로 봉 감독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얼싸안았다. 현장의 감격이 그대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송강호는 “(봉 감독) 바로 옆에 앉아 있어서 제 얼굴이 TV 화면에 나오는데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다”며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제가 너무 과도하게 하는 바람에 감독님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이번에는 뺨을 때리고 뒷목을 잡기도 하며 갈비뼈만 피해 갔다”고 말하며 웃었다. 기생충의 주역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제하기 어려웠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흥분과 감동의 순간을 공유했다. 출연진으로는 송강호를 비롯해 박명훈 장혜진 이정은 박소담 이선균 조여정이 참석했다. 최우식은 촬영 일정이 있어 오지 못했다. 한국 영화 100년,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다시 쓴 영광의 순간은 배우들에게는 ‘벅참’ 그 자체였다. 이선균은 “벅차도 눈물이 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저희가 도전하고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 없이 응원하고 좋아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저희만 한국 사람이었다.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온 기생충팀 전체가 무대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서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봉 감독님의 수상 소감처럼 ‘영화는 하나의 언어’라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봉 감독과 6개월간의 아카데미 캠페인에 함께하며 ‘1인치 자막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왔다. 송강호는 “타인의 위대함을 느끼는 (캠페인) 과정”이었다며 세계 영화인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이 더 성장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6개월간 최고의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아갔다. 저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며 “상을 받기 위해 (캠페인) 과정을 밟는다기보다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과 공감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되게 경쟁적인 구도 같지만 (지난해) 8월부터 캠페인을 하면서 그들(다른 경쟁작 제작진)과 동지가 됐다. (봉 감독이) 항상 유머를 잃지 않으셨고 그게 소감에서도 늘 묻어났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으셨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북미는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베트남 등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지 관심도 뜨겁다. 송강호는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촬영이 작년 1월이다. 13개월째 아무런 일이 없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정은은 “초반에는 인터뷰 때마다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에는 한 번 가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자주 했다. (기생충으로) 각광을 받다 보니 ‘굳이 할리우드를 안 가도 영화를 잘 찍으면 세계가 알아주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저는 한국에서 화보도 찍어본 적이 없어 일단 한국 화보부터 찍고 싶다”며 “외국에서 만약 제의가 온다면 ‘오브 코스, 와이 낫? 아임 레디(물론이지, 왜 안 하겠어. 준비됐다고)”라고 영어로 말해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극중 신발 벗어놓은 위치까지 기억… 비명 하나까지 “왜 그랬지?” 물어

    《영화 ‘기생충’에는 여행을 떠난 동익(이선균)네 집이 빈 틈을 타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몰래 집에 들어가 술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져 동익네 가족은 여행을 떠난 당일 밤 귀가한다. 집에 들어온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숨바꼭질을 벌인 끝에 기택의 가족은 동익의 집을 탈출한다.》 기생충의 연출팀이었던 윤영우 씨(33)는 “봉준호 감독은 동익의 집에 몰래 들어간 기택의 가족들이 어디에 신발을 벗어 놓았는지도 기억했다. 도망칠 때 어느 위치에서 신발을 신게 되는지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10번 이상 보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영화 ‘기생충’, ‘옥자’(2017년), ‘마더’(2009년)에서 호흡을 맞췄던 제작진과 배우들은 ‘작은 돌을 세공하는 듯한’ 봉 감독의 섬세함을 그의 리더십 원천으로 꼽는다. ‘마더’에서 고등학생들이 비닐봉지에 본드를 넣고 흡입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봉 감독은 “봉지가 비어 보인다”며 샴푸를 구해 와서 넣었다고 한다. ‘마더’에서 남고생 ‘깡마’ 역을 맡았던 배우 정영기 씨(39)는 “2초 정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고, 속이 보이지도 않는 검정 봉지였는데도 본드가 들어 있는 느낌을 살리려는 걸 보고 감탄했다. 대충이라는 게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로케이션(장소) 섭외에 완벽을 기하기로도 유명한 봉 감독은 ‘옥자’에서 주인공 미자(안서현)가 사는 산골 마을을 찾기 위해 9개월 넘게 전국을 뒤졌다. ‘옥자’ 조감독 조용진 씨(39)는 “스태프 8명이 2인 1조로 전국의 산간 마을 1000여 곳을 돌았다. 봉 감독이 머릿속에 그린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았다”고 했다. 봉 감독은 현장에서 “왜?”라는 질문도 자주 던진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촬영과 편집 장면까지 머릿속에 정해놓고 그대로 구현하는 제작 스타일로 유명하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 씨가 ‘마더’에서 배우 진구에게 맞아 앞니가 부러지는 장면에서 봉 감독은 비명소리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질문했다. “짧게 ‘악!’ 하며 내지르지 않고 비명을 길게 떨며 냈더니 봉 감독님이 ‘이렇게 비명을 지른 이유가 있느냐’고 물으셨어요. ‘단순히 아픈 것뿐 아니라 서럽고 억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하니 그 부분을 더 살려보자고 하셨죠. 장면마다 배우에게 질문하셨어요. 그런 감독은 봉 감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봉 감독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그 끈을 놓지 않는다. ‘마더’ 개봉 이후 ‘시간 되면 오시라’는 문자 한 통에 정 씨가 출연한 연극 두 편을 모두 보러 왔다. 연극이 끝난 뒤 술을 사주며 “무대 위에서 너의 표정이 난 참 좋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했다. 시간을 쪼개 후배 감독들의 작업을 본 뒤 의견을 말하며 섬세하게 챙기기도 한다. ‘옥자’를 함께 작업한 조 씨가 봉 감독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봐 달라고 부탁하자 당시 ‘기생충’ 시나리오를 쓰던 봉 감독은 집필이 끝난 직후 40분 분량의 음성 파일을 보냈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4∼5개월간 썼더니 키보드 만지기가 싫어서 음성으로 녹음했다. 저질 팟캐스트를 듣는 기분이라도 이해해 달라’는 웃음 섞인 봉 감독님 목소리에 저도 웃었죠. ‘이 길로 가자’고 하면 우르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최고의 선장이에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최고의 선장” 배우들이 말하는 ‘봉준호 리더십’

    영화 ‘기생충’에는 여행을 떠난 동익(이선균)네 집이 빈틈을 타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몰래 집에 들어가 술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져 동익네 가족은 여행을 떠난 당일 밤 귀가한다. 집에 들어온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숨바꼭질을 벌인 끝에 기택의 가족은 동익의 집을 탈출한다. 기생충의 연출팀이었던 윤영우 씨(33)는 “봉준호 감독은 동익의 집에 몰래 들어간 기택의 가족들이 어디에 신발을 벗어 놓았는지도 기억했다. 도망칠 때 어느 위치에서 신발을 신게 되는지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10번 이상 보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51)과 영화 ‘기생충’, ‘옥자’(2017년), ‘마더’(2009년)에서 호흡을 맞췄던 제작진과 배우들은 ‘작은 돌을 세공하는 듯 한’ 봉 감독의 섬세함을 그의 리더십의 원천으로 꼽는다. ‘마더’에서 고등학생들이 비닐봉지에 본드를 넣고 흡입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봉 감독은 “봉지가 비어 보인다”며 샴푸를 구해 와서 넣었다고 한다. ‘마더’에서 남고생 ‘깡마’역을 맡았던 배우 정영기 씨(39)는 “2초 정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고, 속이 보이지도 않는 검정색 봉지였는데도 본드가 들어 있는 느낌을 살리려는 걸 보고 감탄했다. 대충이라는 게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로케이션(장소) 섭외에 완벽을 기하기로도 유명한 봉 감독은 ‘옥자’에서 주인공 미자(안서현)가 사는 산골 마을을 찾기 위해 9개월 넘게 전국을 뒤졌다. ‘옥자’ 조감독 조용진 씨(39)는 “스텝 8명이 2인 1조로 전국의 산간 마을 1000여 곳을 돌았다. 봉 감독이 머릿속에 그린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았다”고 했다. 봉 감독은 현장에서 “왜?”라는 질문도 자주 던진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촬영과 편집 장면까지 머릿속에 정해놓고 그대로 구현하는 제작 스타일로 유명하지만 배우와 스태프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 씨가 ‘마더’에서 배우 진구에게 맞아 앞니가 부러지는 장면에서 봉 감독은 비명소리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질문했다. “짧게 ‘악!’ 하며 내지르지 않고 비명을 길게 떨며 냈더니 봉 감독님이 ‘이렇게 비명을 지른 이유가 있느냐’고 물으셨어요. ‘단순히 아픈 것 뿐 아니라 서럽고 억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하니 그 부분을 더 살려보자고 하셨죠. 매 장면마다 배우에게 질문하셨어요. 그런 감독은 봉 감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봉 감독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그 끈을 놓지 않는다. ‘마더’ 개봉 이후 ‘시간 되시면 오시라’는 문자 한 통에 정 씨가 출연한 연극 두 편을 모두 보러 왔다. 연극이 끝난 뒤 술을 사주며 “무대 위에서 너의 표정이 난 참 좋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했다. 시간을 쪼개 후배 감독들의 작업물을 본 뒤 의견을 말하며 섬세하게 챙기기도 한다. ‘옥자’를 함께 작업한 조 씨가 봉 감독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봐 달라고 부탁하자 당시 ‘기생충’ 시나리오를 쓰던 봉 감독은 집필이 끝난 직후 40분 분량의 음성파일을 보냈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4~5개월 간 썼더니 키보드 만지기가 싫어서 음성으로 녹음했다. 저질 팟캐스트를 듣는 기분이라도 이해해 달라’는 웃음 섞인 봉 감독님 목소리에 저도 웃었죠. ‘이 길로 가자’고 하면 우르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최고의 선장이에요.”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0-02-17
    • 좋아요
    • 코멘트
  • 봉준호 감독 금의환향 “긴 미국 일정 마무리돼서 홀가분… 이제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겠다”

    “이제 저도 손을 열심히 씻겠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51)이 16일 귀국하면서 국민에게 전한 말은 감사인사만이 아니었다. 그는 최근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스카로 가는 여정과 시상식에서 세계인을 사로잡은 말솜씨 그대로였다. 봉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날 오전 10시 50분(현지 시간) 출발한 대한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머플러를 두른 봉 감독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봉 감독을 기다리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축하드려요!”라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손을 흔들며 인사한 봉 감독은 “작년 5월 칸부터 여러 차례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다. 미국에서 되게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서 이제 조용히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까 박수도 쳐 주셨는데 감사하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계신 국민들께 박수를 쳐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미국에서 뉴스로만 봤다. 이제 저도 손을 열심히 씻으며 코로나 대처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19일 저뿐 아니라 배우, 스태프와 같이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때 아주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인사말을 마쳤다. 소감을 전한 뒤 마스크를 착용한 봉 감독은 약 20명의 경호진에 에워싸인 채 현장을 떠났다. 봉 감독은 12일 먼저 입국한 배우, 제작진과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 봉 감독의 귀국을 지켜보기 위해 약 100명의 취재진을 포함한 많은 시민이 몰려 입국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해외 여행객은 이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패러사이트’의 봉 감독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온 대학생 박우영 씨(24)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 동양인을 꺼린다고 해 걱정했는데, 봉 감독님이 아카데미에서 쾌거를 이루신 덕분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7년 전 결혼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노리타 허(56·여) 씨는 “17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 전체가 이렇게 들뜬 모습은 처음 본다”며 “피자가게 등 영화 배경이 된 곳들이 관광명소가 됐다고 하는데 모두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봉준호 금의환향 “이제 창작으로…코로나 대처 국민께 박수”

    “이제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겠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51)이 16일 귀국했다. 지난달 2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위해 출국한 지 45일 만이다. 봉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전날 오전 10시 50분(현지시간) 출발한 대한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후 5시 40분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했다. 검정색 코트를 입고 회색과 검정색이 섞인 머플러를 두른 봉 감독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봉 감독을 기다리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축하드려요!”라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손을 흔들며 인사한 봉 감독은 “추운 날씨에 많이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입을 열었다. 봉 감독은 “작년 5월 칸부터 여러 차례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다. 미국에서 되게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서 이제 조용히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까 박수도 쳐 주셨는데 감사하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계신 국민들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미국에서 뉴스로만 봤다. 이제 저도 손을 열심히 씻으며 코로나 대처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19일 저뿐 아니라 배우 분들과 스태프들 같이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 때 아주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인사말을 마쳤다. 소감을 전한 뒤 마스크를 착용한 봉 감독은 약 20여 명의 경호진에 에워싸인 채 현장을 떠났다. 봉 감독은 12일 먼저 입국한 배우 제작진과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 봉 감독의 귀국을 지켜보기 위해 약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모였고, 시민들 수십여 명이 몰렸다. 이 광경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던 한 해외 여행객은 “‘패러사이트’의 봉 감독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온 대학생 박우영 씨(24)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서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고 해 걱정했는데 봉 감독님이 아카데미에서 쾌거를 이루셔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미국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7년 전 결혼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노리타 허(56·여) 씨는 “17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 전체가 이렇게 들뜬 모습은 처음 본다”며 “피자가게 등 영화의 배경이 된 곳들이 관광명소가 됐다고 하는데 모두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6
    • 좋아요
    • 코멘트
  • 폭소와 박수…좌중을 휘어잡는 봉준호 화법의 특징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목전에 둔 1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비평가협회 시상식. ‘기생충’의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을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동영상 수상 소감은 원래 김이 새기 쉽지만 봉 감독의 수상 소감에 시상식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머리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않는 기생충처럼 패러사이트(기생충)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상만으로도 좌중을 휘어잡는 봉 감독의 화법의 특징은 유머와 촌철살인,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다. ‘오스카 레이스’ 동안 500여 차례 인터뷰, 100여 차례 GV(관객와의 대화)에서 그가 말한 발언들이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인터넷과 유튜브에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다. 봉 감독의 숱한 어록을 통해 ‘기생충’의 여정을 되짚었다. △유머 봉 -(‘설국열차’는 ‘윈터 솔져’ 2편 아니었나. 거기엔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번스가 출연했으니까‘고 묻자) “에번스는 (영화에서) 생선을 밟고 미끄러집니다. 그런 건 마블의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버라이어티 지난해 11월 인터뷰-“LAFCA(LA비평가협회의 약자)를 들으니 갑자기 AKFN이 생각납니다. 주한미군방송인데, 한국문화가 정말 보수적일 때 AFKN은 유일하게 야한 거, 폭력적인 걸 볼 수 있던 곳이었어요. 아홉 살 때 부모님 주무시면 혼자 나와서 금요일 밤에 영화를 봤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정말 유명한 감독님들의 영화였어요. 그 당시엔 영어도 몰라서 영상만 봤는데 그때 몸속에 영화적인 세포들을 만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LA비평가협회 시상식 수상소감. -(한국 선거에 나가도 될 것 같다는 질문에) “저와 여기 모든 배우 분들은 오로지 예술에만 미친 사람들로서 정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지난해 10월 뉴욕영화제 인터뷰-(셀카를 함께 찍고 싶다. 기억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밌는 분위기의 어떤 여자 분이 와서 셀피를 찍으려고 했는데 화면 플립이 계속 안돼서 1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갔습니다. 그 때가 제일 안타까웠어요.” -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제가 습관이 좀 이상하게 들어서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못 쓰고 항상 커피숍에서 썼습니다. 제가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커피숍 주인 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1월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수상 소감 -“지금 상황이 ’인셉션‘ 같습니다. 곧 잠에서 깨 이 모든 게 꿈이란 걸 깨닫겠죠. 저는 아직도 기생충 촬영 중이고 모든 장비들이 고장나있겠죠. 밥차에 불이 붙어 있는 걸 보고 저는 통곡하겠죠. 하지만 당장은 모든 게 훌륭하고 너무 행복합니다.”1월 미국 매체 ’데드라인‘ 인터뷰-“오늘은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시상식을 즐기고만 있었거든요.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내려가서 반쯤 남아있는 비건 버거를 먹어야겠습니다.”-1월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 소감△촌철살인 봉-“한국은 겉으로는 K팝, 초고속인터넷, 정보기술(IT) 등으로 매우 부유하고 매력적인 나라처럼 보이지만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있구요.”-올해 1월, 영국 ’가디언‘ 인터뷰-“세상이 오히려 혁명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혁명이란 것은 부서뜨려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그 복잡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올해 1월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인터뷰-“이 가족들이 멍청하거나 무능력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다 멀쩡히 일을 하잖아요, 막상 부잣집에 들어가면. 멀쩡하고 분명 능력 있는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에요. 그거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뿐만 아리나 세계 양극화시대에 대해서.”-지난해 10월 뉴욕영화제 인터뷰-“관객들이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거죠.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지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가 와 닿으면서 한 방 먹은 느낌이 드는 것, 영화의 메시지에 완전히 매료돼 계속 그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그런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 1월 ’뉴욕타임즈 인터뷰‘-(’기생충‘은 왜 한국어로 만들었냐는 황당한 질문에)“’설국열차‘에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좀 더 내 이웃, 내 주변에서 정말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고 싶어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지역, 한국어를 선택했다.”-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 △겸손 봉-“나흘 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세 번 보고 있고 벤·조슈아 사프디 형제, 타란티노 감독님을 세 번 만나 인생에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해 12월 전미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 -“제가 비록 지금 골든글로브에 와 있긴 하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000배는 넘는 거니까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거든요.”-올해 1월 골든글로브 레드 카펫 인터뷰. -“최근 자주 뵙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보니까 25년 후에 제가 그 분의 나이가 되거든요. 오늘 이후 25년간 진정한, 아웃스탠딩한 감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1월 산타바바라 영화제 수상 소감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펼쳐준 배우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바디 랭귀지야말로 가장 유니버설한 만국공통어란 생각이 들어요….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렇게 런던 한복판에 로얄 엘버트홀에 서게 될 날이 올 줄 정말 상상도 못했던 거죠.”-2월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 수상 소감 △긍정주의자 봉 -“저 자신이 바프타나 오스카의 다양성에 공헌하고 있는 건지…. 저는 20년 간 만들어오던 영화가 영광스럽게 초대돼서 와 있는 거니까요. 여성이나 인종, 성적 정체성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그걸 의식하지 않더라도 균형들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날들이 올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하고 있는 노력에 의해서요. 저는 긍정적입니다( I’m optimistic).” -2월 영국아카데미 수상 후 기자회견 -(현재의 디스토피아적 특성에 대해)“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그 어떤 모습도 디스토피아라고 정의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최우식이 소주한잔을 부르는 장면을 언급하며)”가사가 엄청나게 긍정적이진 않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담겨있습니다.“지난해 10월 ‘타임지’ 인터뷰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6
    • 좋아요
    • 코멘트
  • “콘텐츠는 무조건 ‘섬싱 뉴’… 없던걸 만들어야 해외서 통해”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지난해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조선시대 좀비 드라마 ‘킹덤’은 해외에 ‘K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보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생생한 좀비들, 이에 대비되는 아름다운 궁궐과 오색 단풍 그리고 전통의상이 세계를 사로잡았다. 해외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킹덤은 ‘멋진 모자(fancy hat)’에 대한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멋진 모자는 갓을 뜻한다. “미팅하러 간 미국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킹덤은 대단한 드라마다.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이스토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백 대표(56)의 말이다. 킹덤 시즌2는 다음 달 13일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이 대표가 2004년 드라마 ‘올인’의 최완규 작가, 유철용 감독과 함께 설립한 에이스토리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하며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를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을 놓고 보면 꿈만은 아닌 듯하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 각본으로 방영 당시 국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그널’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됐고 곧 영화로까지 나온다. 백미경 작가의 ‘우리가 만난 기적’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드라마는 작가예술 아니겠느냐”고 설득해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 ‘최고다 이순신’의 정유경 작가가 모였지만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한 에이스토리는 이들에게 줄 계약금이 없었다. 투자 유치를 위해 작가들 머릿속의 아이템을 정리한 책자를 뿌렸다. “참 용감했어요. 지금이라면 표절당할 위험이 있어 절대 못하죠. 하하.” 킹덤의 성공으로 ‘퀄리티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믿게 된 이 대표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건축 공사장에 비유했다. “드라마 만드는 일은 건물 올리는 것과 똑같아요. 비가 와서 하루 공쳐도 스태프에게 돈을 줘야 하죠.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작비는 늘어나고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빨리 찍고 돈을 아낄 것인가, 될 때까지 찍을 것인가.” 에이스토리와, 제작비를 투자한 넷플릭스는 후자를 택했다. 킹덤 6부작을 만드는 데 16부작 드라마 제작에 맞먹는 시간이 들었다. 편당 제작비는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저러다 에이스토리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공사기간을 늘리면서까지 퀄리티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유료 이용자를 유지하려면 거기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완성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별로면 (무료로) 한 달 보고는 관둡니다. 재미있게 본 것의 다음 시즌이 나오면 그걸 보려고 계속 구독하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보다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은 OTT가 갖는다. 킹덤의 IP도 넷플릭스에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화살로 사냥해서 다 갖기보다 총으로 사냥하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협업해 경험을 쌓는 일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봉준호 감독도 ‘설국열차’ ‘옥자’ 등을 찍으면서 할리우드의 눈높이를 경험했을 겁니다. 최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할리우드와 같이 일하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킹덤도 후반작업은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의 힘을 빌렸다. 이 대표는 킹덤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국적 콘텐츠로 글로벌 OTT를 공략할 생각이다. 차기작도 한국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광복 직후부터 현재를 오가는 대서사시 같은 드라마다. 10년 넘게 스토리를 구상한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말 촬영에 들어간다. 사극 드라마도 계획하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서양 업체들의 높아진 관심을 체감하면서 에이스토리가 나아갈 방향에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결국 한국 이야기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무조건 ‘섬싱 뉴(something new)’, 없던 걸 만들어야 해요. 해외에서 과연 성공할지 반신반의했던 조선시대 좀비가 히트를 친 것처럼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한국적인 콘텐츠를 만들 겁니다.”::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1964년 10월 출생△미국 뉴욕공과대(NYIT) TV 프로덕션 석사△1994년 KMTV(현 Mnet) 음악 PD△1997년 국민일보 비서실 기자△2002년 ㈜엔터원 대표이사△2004년 ㈜에이스토리 대표이사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는 집 지을때 못 한 포대가 아닌 53개가 필요하다고 말할 사람”

    “그는 집을 지을 때 못 한 포대가 아니라 53개가 필요하다고 말할 사람이다.” 봉준호 감독(51)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커티스’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2013년 한 인터뷰에서 봉 감독의 촬영 방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떻게 촬영할지 정확히 알고 모든 컷을 찍었다는 얘기다. 에번스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일반적으로 풀샷(두 사람을 다 담는 것)을 찍고 내 쪽과 상대방 쪽에서 각각 클로즈업을 찍는데 봉 감독은 컷당 한 가지 방식으로만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가 “풀샷은 필요 없느냐”고 묻자 봉 감독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에번스는 “봉 감독은 이미 머릿속에 스토리보드가 있어 편집을 다 끝낸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거의 천재(borderline genius)”라고 극찬했다. 설국열차로 인연을 맺은 유명 해외 배우들은 봉 감독과의 작업이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설국열차에서 하층민의 반란을 진정시킨 성자 ‘길리엄’으로 출연한 존 허트 경은 2014년 호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틸다 스윈턴과 촬영을 마친 뒤 (봉 감독 외에) 누구와도 촬영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봉 감독은 그가 스크린에서 보고자 하는 장면만 정확하게 찍었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진솔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봉 감독의 성품을 높이 산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무명의 연극배우 시절이던 1997년 한 영화의 단역 오디션을 봤다 떨어졌다. 그러자 당시 조감독이던 봉 감독이 그에게 탈락 사유를 장문의 삐삐 음성메시지로 남긴 일은 유명하다. 송강호는 “그때 이미 봉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5년 뒤 이들은 ‘살인의 추억’을 함께 만들었다. 영화 ‘옥자’에도 출연한 스윈턴은 2013년 설국열차 홍보를 위해 방한했을 때 “섬세하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묘한 기운을 가진 봉 감독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촬영장에서는 머릿속에 백과사전을 넣고 다니는 듯 모든 답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엄청난 수의 기사와 글에 어질어질”… ‘기생충’ 주역들 12일 금의환향

    “앞으로도 좋은 한국 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뛰어난 우리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카데미 역사를 다시 쓴 영화 ‘기생충’의 주연 배우 송강호가 12일 이같이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기록한 ‘기생충’의 주역들이 금의환향했다. 송 씨와 조여정 이선균 장혜진 최우식 박소담 박명훈을 비롯해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이날 오전 5시 15분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봉준호 감독은 현지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 주 초 귀국할 예정이다. 송 씨는 배우와 제작진을 대표해 “봉준호 감독은 다른 일정 때문에 같이 귀국하지 못했는데 저희끼리라도 인사를 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과 영화 팬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 씨가 소감을 밝힐 때 지나가던 한 입국자의 케이지에 있던 강아지가 짖자 송 씨가 “죄송합니다. 근데 뭐가 죄송하지?”라고 말해 현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송 씨와 함께 입국장으로 나온 배우들은 일렬로 서서 취재진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배우들은 빡빡한 오스카 레이스를 달린 탓에 다소 지쳐 보였지만 밝은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송 씨에 앞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곽 대표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나와 주셔서, 환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감사한 만큼 송구스럽다. 따로 날짜를 잡고 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송 씨와 곽 대표만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약 5분간 인사를 한 뒤 다같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기생충 배우들과 제작진의 입국 장면을 보기 위해 9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입국장을 빠져나가던 외국인들은 취재진이 모인 광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며 배우들의 입국을 함께 기다리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춘 채 “오늘 봉준호 감독도 오는 것이냐” “배우들은 다 들어오는 것이냐”고 물으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곽 대표는 귀국 후 페이스북에 “국내 분위기를 몰랐는데 엄청난 수의 기사와 글에 어질어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말한 데 대해 “혹시라도 작품상을 수상하면 제 다음 순서로 이 부회장님 소감을 듣기로 정해뒀다. 봉 감독님은 이미 세 차례 수상하며 충분히 말씀을 다 해 소감 소진 상태라 다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