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희

소설희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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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h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사회일반38%
사건·범죄20%
검찰-법원판결20%
인사일반7%
사고3%
국회3%
미담3%
지방뉴스3%
보건3%
  • “1분만에 뚫렸다”… 병원 수술실 IP캠-아파트 월패드 보안 구멍

    “해킹 시작하겠습니다.” 국내 보안업체 A사 직원들은 이 같은 말과 함께 동아일보 취재진이 가져간 인터넷 카메라(IP캠) 해킹을 시도했다. 그런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IP캠이 촬영 중인 사무실 벽면 영상이 직원들 노트북에 나타났다. 이들은 IP캠이 연결된 인터넷주소(IP주소)와 기기 제조사 정보만 알고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 등에서 촬영된 IP캠 영상이 외부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아파트 월패드 홈네트워크 시스템 등 인터넷과 연결된 IP캠 장비의 보안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사와 패스워드 리스트 공유”동아일보는 14일 IP캠의 보안 취약성을 점검하기 위해 A사에 해킹 시연을 의뢰하면서 영상이 유출된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던 IP캠과 같은 제조사 제품을 A사 사무실에 설치했다. 직원들은 해킹 프로그램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IP주소를 입력했다. 그러자 자동으로 비밀번호 조합이 입력되다가 1분도 안 돼 해킹에 성공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IP캠 해킹의 첫 단계는 IP주소 12자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국가별, 지역별로 특정 IP주소가 지정돼 있어 해킹 타깃을 정하면 주소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어느 정도 범위가 좁혀지면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나머지 숫자를 넣으며 IP캠을 찾아낸다. 해킹툴을 사용하면 IP캠과 연결된 IP를 특정해준다. IP캠을 찾을 때 어느 제조사 제품을 찾을지도 정할 수 있다. 제조사를 파악하면 공장에서 출고될 당시 초기 비밀번호 ‘12345’ ‘qwer’ 등을 입력하며 해킹을 시도한다. 기기 설치 후 비밀번호를 사용자들이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해커들 사이에선 IP캠 제조사와 제품별 기본 패스워드를 모아놓은 리스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해커들은 IP캠을 해킹한 후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에는 해킹된 IP캠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CCTV 비해 저렴하지만 보안에 취약”인터넷망과 연결된 아파트 월패드 시스템도 IP캠의 일종이다 보니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 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성형외과의 경우 대부분 IP캠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외부망과 연결되지 않은 폐쇄회로(CC)TV와 비교할 때 IP캠은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CCTV와 비교하면 10분의 1 가격이라 IP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IP캠은 대당 설치 비용이 10만∼30만 원대지만 CCTV는 300만 원대에 달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IP캠 등 사물인터넷(IOT) 보안 취약점 관련 신고 건수는 2020년 141건에서 2022년 333건으로 급증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 가운데 부재 중 반려동물 관찰용 펫캠 등이 유행하는데 보안 측면에서 굉장히 취약하다”며 “영상 암호화 기능을 갖춘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고 의료기관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곳은 처음부터 IP캠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비밀번호에 특수기호나 숫자 등을 섞으면 해킹이 쉽지 않다. 특수기호와 숫자를 조합해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게 좋으며 최소한 초기 비밀번호는 받는 즉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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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옆 타이어 공장 전소… “눈앞서 ‘펑펑’, 불길 번져 악몽의 밤”

    “악몽 같은 밤이었어요. 아파트 창문으로 연기가 들어와 화재 감지기는 계속 울리고 눈앞에서 불길은 계속 번지고….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그 자체였어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49·여)는 13일 오후 대피소인 대덕문화체육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오후 11시 반부터 불길이 보이더니 밤 12시 무렵부터 1시간가량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타이어 공장 옆에 주유소가 2개 있는데 거기까지 불이 번질까 봐 한 숨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12일 밤 시작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1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공장이 전소되고 타이어 수십만 개가 불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연기와 분진이 인근 아파트 단지로 번지며 주민들이 대피했고 학교 3곳도 등교를 중단했다. 인근을 지나는 KTX 열차 운행과 경부고속도로 통행도 일시 중단됐다.● 연기 분진 인근 아파트 덮쳐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 제2공장 12동에서 발생했다. 타이어 반제품을 고무 틀에 넣은 뒤 열과 압력을 가해 완제품으로 만드는 작업 중 성형압출 기계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다. 불길이 가연성 높은 타이어에 옮겨붙으며 화재는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됐다. 소방청은 13일 오전 2시 10분경 1공장으로 불이 확산되자 인접 지역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산림청 헬기 5대를 포함해 헬기 9대와 장비 158대를 투입했다. 또 소방관 등 784명을 투입한 끝에 화재 1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경 초진을 완료했다. 화재 발생 직후 직원 400여 명이 신속히 대피해 대형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직원 10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소방대원 1명이 발목을 다치는 경상을 입었다. 또 불길이 순식간에 아파트 38층 높이까지 치솟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었다. 매캐한 냄새와 연기도 인근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덮쳤다. 인근 주민 김모 씨(40·여)는 “아파트 22층에 사는데 새벽 2시경 매캐한 연기가 올라와 숨이 막혔다”고 했다. 화재 반경 1㎞ 내에 있는 3개 중고교는 재량휴업을 하거나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공장과 50m 거리를 지나는 KTX 경부선 운행도 한때 중단됐다가 13일 오전 6시 반경 재개됐다. 이 공장에선 2014년에도 물류창고에 큰불이 났다. 60대 주민 A 씨는 “손자와 함께 대피소에 왔는데 처음도 아니고 화재가 되풀이되니 불안해 살 수가 없다.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사 갈 것”이라고 했다.● 피해 수천억 원 달할 듯 지난주 조현범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한국타이어는 경영공백 와중에 또 다른 악재를 만나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먼저 화재가 난 대전공장 2공장(면적 8만6769㎡)은 전소됐다. 또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2공장 물류 창고 3곳 중 2곳이 불타 보관돼 있던 타이어 완제품 약 21만 개가 불탔다. 나머지 1개 창고에 보관됐던 약 19만 개는 현재 납품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재 이후 한국타이어는 1, 2공장을 합쳐 연간 타이어 2300만 개를 생산하는 대전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특히 2공장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공장에서만 연간 5000억∼6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소실로 인한 피해액은 최대 4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그 외에도 매출 차질로 인한 피해가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편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4개사가 공동 인수한 재산종합보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상 한도는 최대 3000억 원으로 확인됐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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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 영화 같았다”…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타이어 40만 개 전소

    “악몽 같은 밤이었어요. 아파트 창문으로 연기가 들어와 화재 감지기는 계속 울리고 눈 앞에서 불길은 계속 번지고···.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그 자체였어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49·여) 씨는 13일 오후 대피소인 대덕문화체육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오후 11시 반부터 불길이 보이더니 자정 무렵부터 1시간 가량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타이어 공장 옆에 주유소가 2개 있는데 거기까지 불이 번질까봐 한 숨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12일 밤 시작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1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공장이 전소되고 타이어 수십만 개가 불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연기와 분진이 인근 아파트 단지로 번지며 주민들이 대피했고 학교 3곳도 등교를 중단했다. 인근을 지나는 KTX 운행과 경부고속도로 통행도 일시 중단됐다.● 연기 분진 인근 아파트 덮쳐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 제2공장 12동에서 발생했다. 타이어 반제품을 고무 틀에 넣은 뒤 열과 압력을 가해 완제품으로 만드는 작업 중 성형압출 기계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다. 불길이 가연성 높은 타이어에 옮겨 붙으며 화재는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됐다. 소방청은 13일 오전 2시 10분경 1공장으로 불이 확산되자 인접 지역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산림청 헬기 5대를 포함해 헬기 9대와 장비 158대를 투입했다. 또 소방관 등 784명을 투입한 끝에 화재 1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경 초진을 완료했다. 화재 발생 직후 직원 400여 명이 신속히 대피해 대형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직원 10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소방대원 1명이 발목을 다치는 경상을 입었다. 또 불길이 순식간에 아파트 38층 높이까지 치솟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었다. 매캐한 냄새와 연기도 인근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덮쳤다. 인근 주민 김모 씨(40·여)는 “아파트 22층에 사는데 새벽 2시경 매캐한 연기가 올라와 숨이 막혔다”고 했다. 화재 반경 1㎞ 내에 있는 3개 중고교는 재량휴업을 하거나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공장과 50m 거리를 지나는 KTX 경부선 운행도 한때 중단됐다가 13일 오전 6시반경 재개됐다. 이 공장에선 2014년에도 물류창고에 큰 불이 났다. 60대 주민 A 씨는 “손자와 함께 대피소에 왔는데 처음도 아니고 화재가 되풀이되니 불안해 살 수가 없다.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사갈 것”이라고 했다.● 피해 수천 억 원 달할 듯 지난 주 조현범 회장이 배임·횡령혐의로 구속된 한국타이어는 경영공백 와중에 또 다른 악재를 만나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먼저 화재가 난 대전공장 2공장(면적 8만6769㎡)은 전소됐다. 또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2공장 물류 창고 3곳 중 2곳이 불타 보관돼 있던 타이어 완제품 약 21만 개가 불탔다. 나머지 1개 창고에 보관됐던 약 19만 개는 현재 납품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막대할 전망이다. 화제 이후 한국타이어는 1, 2공장을 합쳐 연간 타이어 2300만 개를 생산하는 대전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특히 2공장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공장에서만 연간 5000~6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소실로 인한 피해액은 최대 4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그 외에도 매출 차질로 인한 피해가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편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4개사가 공동 인수한 재산종합보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상 한도는 최대 3000억 원으로 확인됐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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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12시간만에 초진…타이어 40만개 태워

    12일 밤에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이틀째 계속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근로자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북쪽 2공장이 전소되면서 타이어 완제품 40만 개가 불에 탔다. 화재가 계속되면서 연기와 분진이 인근 아파트 단지로 번져 주민들이 대피하고 주변을 지나는 고속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으며 인근 4개 학교는 등교가 중단됐다. ● 화재발생 화재는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 제2공장 12동 가류공정(타이어 반제품을 고온에 쪄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 중에 성형 압출 기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가연성이 강한 타이어에 옮겨붙고 바람까지 겹쳐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8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13일 오전 2시1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해 진화작업을 했다. 대응 3단계는 광역 자치단체 소속 소방본부 소방력이 총동원되고, 인접 지역의 가용 가능한 소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소방당국은 13일 날이 밝자 헬기 9대와 장비 148대, 소방관 등 751명이 총 투입돼 진화작업을 펼쳐 화재발생 12시간 만인 오전 10시경 초진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연성이 높은 타이어의 특성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불로 야간에 근무하던 근로자 10명과 소방대원 1명 등 11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공장에서 근무하는 400여 명은 긴급히 대피하는 바람에 대형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쪽 2공장(8만7000㎡)이 전소되고 타이어 40만 개가 탄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대전소방본부 측은 “공장 내부가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진데다 수십만 개의 타이어가 불에 타면서 가연 물질이 나와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이틀째인 13일 현재까지 건물 내부에 직원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명 피해나 다른 위험성 등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근 아파트 주민들 “고무 탄내 진동…아수라장” 불길은 순식간에 아파트 30층 높이까지 치솟고 매캐한 냄새와 검은 연기 등이 공장 주변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를 덮쳤다. 특히 13일 새벽부터는 폭발음까지 들리면서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일부 주민들은 구청이 마련한 대피소(대덕문화체육관)나 친척 집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 모씨(63)는 “바로 집 앞으로 고속도로 하나를 두고 공장이 보이는데 ‘펑펑’ 소리와 함께 폭발 소리가 몇 번 나고 불길이 바람 방향에 따라 번지더니 아파트 화단 쪽까지 불꽃들이 계속 튀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파트 창문 밖이 시뻘겋고 화재 감지기까지 작동하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화재 현장 반경 1㎞ 내에 있는 신탄진초와 신탄진중, 신탄중앙중, 이문고 등 4개 학교는 1일부터 등교를 중단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화재로 인해 연기가 치솟아 학생들이 안전이 우려돼 등교를 중지한다’는 내용의 긴급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 가운데 이문고는 오전 10시부터 원격수업을 진행했으며 신탄진중과 신탄중앙중은 재량휴업일로 정했다. 신탄진초는 추후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 고속열차와 고속도로 한때 마비 12일 오후 11시20분부터 대전역과 오송역에서 우회 운행했던 경부선 상행선과 하행선 고속열차는 이날 오전 6시31분부터 정상 운행됐다. 또 경부고속도로 양방향 남청주IC에서 신탄진IC 구간 통행 제한 조치도 이날 오전 5시 20분을 기해 풀렸다. 화재가 난 장소와 고속도로 및 경부고속철로와는 불과 100m 거리에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종 점검 작업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고 화재가 일부 진압됨에 따라 출근길 열차 운행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대전지사도 통제 중이던 경부고속도로 양방향 남청주IC에서 신탄진IC 구간 통행을 이날 오전 5시 20분부터 재개했다.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대전=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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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비 아끼려” 직장인들 대학가 유턴

    “대학가로 돌아가는 게 저 같은 사회초년생들에겐 훨씬 이득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3년 차 직장인 이모 씨(26·여)는 지난해 9월 모교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원룸으로 이사했다. 보증금(1000만 원)이 기존에 살던 광화문 오피스텔의 절반 수준인 데다 월세(40만 원)도 광화문보다 20만 원이나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고물가로 식비 등의 부담이 커졌는데 대학가로 이사했더니 저렴한 학생식당도 이용할 수 있어 생활비가 월 50만 원 가까이 절감됐다”며 “당분간 모교 인근에 계속 거주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물가에 등장한 ‘캠퍼스 캥거루족’서울 강남·종로구, 영등포구 여의도 등 직장과 가까운 도심 지역에 거주하던 젊은 직장인들이 대학가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창 시절 대학가에 살다가 취업 후 ‘직주 근접’에 매력을 느껴 도심 지역으로 이사했지만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주거비와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가로 ‘유턴’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 졸업생 중에는 취직 직후부터 물가가 저렴하고 익숙한 대학 인근에 계속 거주하는 ‘캠퍼스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던 이모 씨(24)는 지난해 12월 중구의 한 디자인회사에 취직이 결정된 후 회사 근처 원룸으로 이사하려다가 포기했다. 최소 2000만 원인 보증금이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결국 서대문구 대학가의 한 ‘셰어하우스’(보증금 60만 원, 월세 40만 원)에 입주했다. 이 씨는 “재택근무할 때는 한 끼 5000원짜리 대학 학생식당을 종종 이용한다”며 “학생식당이 아니더라도 컵밥 등을 파는 저렴한 식당이 많아 식비 부담이 적은 게 대학가의 장점”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직장 근처 원룸에 사는 박모 씨(28)도 임차 계약이 끝나면 서대문구 모교 근처에 자취방을 마련해 이사할 계획이다. 박 씨는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가 매달 월급의 절반이나 차지한다”며 “직장 근처에 계속 살다가는 도저히 돈을 모을 수 없을 것 같아 이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때문에 집 못 구하는 대학생도캠퍼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것은 도심 지역의 부동산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대학가와의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을 통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관악구 신림동의 원룸 가운데 면적, 준공 연도, 지하철역과의 거리 등이 비슷한 2곳을 비교한 결과 서초동 원룸의 보증금은 신림동의 2배 수준이었다. 월세 역시 20만 원가량 높았다. 직장인들이 속속 대학가로 돌아오면서 대학가에는 원룸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3월와 비교하면 최근 대학가 원룸을 찾는 직장인들이 20%가량 늘었다”며 “직장인들 때문에 오히려 대학생들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갈수록 높아지는 사회초년생의 거주비 부담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촌이나 건국대 주변 등은 주거비가 저렴하면서 교통편도 나쁘지 않아 젊은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며 “거주비 부담을 줄이고 자산 축적을 유도하기 위해 사회초년생 월세 대상 세액공제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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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딩 척척’ 초중고생, 문서작성은 ‘쩔쩔’

    “우리 애가 코딩은 할 줄 아는데 한컴오피스나 MS오피스로 문서를 작성할 줄은 모르더라고요.” 5일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현수 씨(42)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학교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한컴오피스 사용법을 물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라 한컴오피스를 못 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당장 숙제를 못 해갈 정도라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2000년대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한 초중고교생 중에 정작 문서 작성 프로그램 사용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딩 세대’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코딩은 능숙, 문서 작업은 쩔쩔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으로 재직 중인 정모 씨는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숙제를 냈더니 한 학생이 컴퓨터 메모장으로 작성한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한글로 작성해 낸 게 맞지 않느냐’고 되물어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한글 프로그램’을 ‘한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 씨는 “새 학기에는 먼저 한컴오피스 사용법을 숙지시킨 후 과제를 내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김모 씨는 “MS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 자료를 준비해 오라고 했더니 일부 학생이 종이에 사인펜과 색연필로 내용을 적어 와 당황했다”며 “영상 제작이나 코딩을 척척 해치우는 학생들이 기본적 문서 작업을 못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학생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는 능숙하게 사용하는데 오히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PC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PC 바탕화면에 새 폴더 만들기, 인터넷 브라우저 사용 등 기초적인 사용법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컴퓨터 활용 교육 늘려야”‘코딩 열풍’이 불면서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활용 능력시험(ITQ) 청소년 응시자 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2018년 22만2268명에 달했던 20세 미만 응시자 수는 지난해 13만6536명으로 40%가량 줄었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코딩 자격시험으로 응시자가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과 회사, 공공기관 등에선 여전히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를 이용해 보고서 등을 작성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 중에선 최근 문서 작성을 가르치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김현영 씨(39·여)는 “최근 중학교 1학년 자녀와 컴퓨터 문서 작성 학원 상담을 받고 왔다”며 “지금이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도 제대로 문서를 작성하지 못할까 싶어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관련 학원을 운영하는 A 원장도 “최근 학부모 문의가 많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문서작업반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2008년 정규 교육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능력 교육이 사라지고 지금은 코딩 등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을 중심으로 가르치게 돼 있다”며 “방과 후 과정에서 컴퓨터 활용 능력에 대한 교육 수요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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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들이 폭삭 속았수다”…실종된 40대 장애인 하루 만에 찾은 사연[사건 Zoom In/온라인 휴지통]

    “제 아들이 장애가 있어서 금방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정말 고맙수다. 경찰분들이 폭삭 속았수다(‘수고 많으셨다’는 제주도 방언).” 지난달 15일 제주에서 실종된 40대 장애인을 다음 날 서울 한 모텔에서 찾은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실종자의 노모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70대 노모는 아들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다 울먹거리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종자를 가족에게 인계한 뒤에도 남동생으로부터 ‘형을 찾아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혼자 배 타고 목포로 간 40대 아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A 씨가 집을 나간 건 지난달 15일 오전 8시경이었다. A 씨는 가족들에게 집에서 약 10km 떨어진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오후 7시가 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가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제주 동부경찰서 수사팀은 집 근처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며 A 씨의 동선을 추적했다. 강정효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당시 A 씨의 휴대전화가 꺼져있어 위치 추적은 할 수 없었고, 밤이 되면서 목격자를 찾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다음 날 오전 8시경,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진 걸 확인하고 곧바로 위치 추적을 실시했다. 그 결과 A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곳은 전남 목포였다. 경찰이 확보한 제주여객터미널 CCTV에는 A 씨가 전날 오후 4시 20분경 목포항 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목포항에 A 씨가 내린 건 확인했지만, 이후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휴대전화 전원이 다시 꺼진 탓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제주 동부경찰서는 목포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고, 목포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A 씨의 인상착의를 담은 실종경보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나경수 목포경찰서 경장은 “A 씨가 지적 장애가 있어 다른 범죄에 휘말리기 전에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 “서울까지 태워준 손님 같네요” 택시 기사의 결정적 제보 시민 제보를 기다리며 목포항 인근 숙박업소를 수소문하던 경찰은 실종경보문자 발송 4시간 만인 오후 3시경 한 택시 기사의 제보를 받았다. 목포항에서 출발해 서울 서초구에 내려준 손님이 실종경보문자에 적힌 인상착의와 비슷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승객이 정확한 목적지도 말하지 않고 다짜고짜 서울로 가자고 한 게 다소 이상했지만, 택시비를 낼 여력이 있는 것 같아 일단 서울로 출발했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A 씨를 서울 서초구 양재파출소 근처에 내려줬고, A 씨는 택시비 38만 원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택시 기사의 제보를 전달받은 제주 동부경찰서는 이번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서초경찰서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시도하며 A 씨가 택시에서 내린 양재파출소 근처 숙박업소에 전화를 돌리던 중 극적으로 A 씨가 묵고 있던 호텔을 발견했다. 제주, 목포, 서초까지 경찰서 3곳의 발 빠른 공조로 지적 장애가 있는 A 씨는 실종 하루 만에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이번 수사를 맡았던 경찰들은 모두 “당연한 일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정효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목포경찰서와 서초경찰에서가 협력을 잘해준 덕분에 A 씨를 하루 만에 빨리 찾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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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졸업뒤 뭐할까 AI에 묻자, ‘지식 남 위해 써라’ 하더라”

    “인공지능(AI)에게 ‘서울대생이 졸업 후 뭘 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서울대에서 갈고닦은 지식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유홍림 서울대 총장(사진)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I와의 대화를 소개했다. 이어 “우리 삶이 여럿이 함께하는 공동 달리기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인공지능이 던진 이 조언을 여러분이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유 총장은 또 “지난 3년의 팬데믹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줬지만 동시에 지독한 성찰의 기회를 줬다”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경험은 강력한 삶의 백신이 돼 여러분을 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축사는 지난해 6월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이 맡았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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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원이라도…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에 기부”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에게 100원이라도 기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단돈 100원씩이라도 기부하자는 ‘먼지의 백원’ 캠페인을 기획해 저소득 장애아동 가정에 50만100원을 기부한 취업준비생 박준우 씨(25)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어린 시절 두부 반 모조차 외상으로 사야 했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복지재단이나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왔다고 했다. 박 씨는 “고물가 때문에 최근 내 통장 잔액에 100원밖에 남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며 “그동안 받은 만큼 나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부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달 2∼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모금을 진행해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한 달간 SNS에 ‘먼지’ 그림을 올리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매일 점심마다 통장 사진을 캡처해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의 모금 현황을 알렸다. 그 결과 약 130명이 참여해 50만100원이 모였다. 박 씨 스스로도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모은 5만7000원을 기부했다. 그는 “처음엔 장난스러워 보일까 봐 걱정도 많이 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주변에서 ‘100원이라도 기부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 측은 “박 씨의 뜻에 따라 기부금은 도움이 시급한 저소득 장애아동 가정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 중인 박 씨는 벌써 새 기부 캠페인도 구상 중이다. 박 씨는 “시각장애 아동들이 읽을 수 있는 촉각 도서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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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버스, 평소 두배 15분 지나도 안와”… 운영난에 띄엄띄엄 배차

    “예전에는 길어야 7분 정도 기다리면 마을버스가 왔는데 이젠 평균 대기시간이 두 배도 넘게 바뀌었습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남모 씨(26)는 “최근 마을버스가 15분 지나도 안 와 결국 택시를 탔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와 유가 인상, 버스기사 구인난 등 ‘3중고’ 때문에 수도권 마을버스 운영업체들이 심각한 운영난에 빠졌다. 업체들이 견디다 못해 배차 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회사 대표가 직접 운전대 잡아”강북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유병기 씨(70)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사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워 대표인 내가 직접 운전할 때도 많다”며 “기사가 부족해 버스의 30% 정도는 차고지에 처박혀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강북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조모 씨(64)도 “1년 전만 해도 기사가 15명 있었는데 지금은 10명뿐”이라고 했다. 마을버스 기사가 줄어든 것은 시내버스나 배달업종 등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22년째 서울 양천구에서 마을버스 회사를 운영 중인 김모 씨(53)는 “기사 월급으로 한 달에 280만 원 정도 주는데 준공영제인 시내버스는 적자가 나면 서울시가 보전해주기 때문에 기사 월급이 400만 원가량 된다”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의 마을버스 기사 수는 2019년 3496명에서 2022년 2756명으로 20% 넘게 감소했다. 기사 월급을 올려주려 해도 승객 감소와 유가 급등 때문에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 마을버스 승객 수는 2억7875만 명으로 2019년 4억2701만 명 대비 34.7% 줄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1, 2년 전만 해도 버스 한 대당 기름값으로 매달 200만 원씩 들었는데 이제 300만 원씩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배차 간격 길어져, 2시간에 1대”경기 일부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경기 고양시 마을버스 업체 20곳이 보유한 버스 427대 중 107대는 차고지에서 쉬고 있다. 정병철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고양지부장은 “마을버스 기사 96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640여 명밖에 없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버스 운행 대수가 줄면서 배차간격은 크게 늘었다. 고양시 관상동에서 일산동구청까지 운행하는 050번 마을버스는 올 1월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공휴일과 주말에는 아예 다니지 않는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회사원 정모 씨는 “어느 순간부터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져 버스는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업체들은 ‘요금이라도 빨리 올려 달라’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2015년 이후 8년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인상 시기를 4월에서 하반기(7∼12월)로 늦추면서 9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리려던 마을버스 요금 인상 역시 미뤘다. 서울 강남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 중인 A 씨(53)는 “보험과 적금을 전부 해지하며 기사들 월급만 겨우 주고 있었는데 요금 인상까지 연기돼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허가 없이 폐업도 못 해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를 팔려고 내놔도 인수자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마을버스 회사 대표는 “7년 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회사를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올 1월에도 6000만 원가량 적자가 났다”고 밝혔다. 휴업이나 폐업을 하려 해도 관련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마을버스 업체들의 운영난이 심해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500억 원에 이어 올해도 300억 원을 투입해 지원하는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선 “시내버스와 같은 준공영제 도입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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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퇴사 막기 위한 3대 키워드 ①약속 ②자율 ③성장 가능성”

    “한 달 동안 매일 야근을 했어요. 계약서와 다르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어기는 거라 몇 번 싫은 내색을 했더니 사장이 눈치를 주더군요.” 생애 첫 직장으로 한 중소기업에 2021년 4월 입사했던 최재연(가명·26·여) 씨는 3개월 만에 선임이 퇴사하면서 온갖 일을 떠맡았다. 주말 출근에 주 6일 근무를 밥 먹듯이 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자 최 씨는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직했다. 최 씨는 “전 직장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0점이었다면 현 직장 만족도는 90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급증하는 ‘청년 퇴직’ 현상의 원인과 해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4∼11일 재단법인 청년재단과 함께 ‘청년 이·퇴직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또 청년 29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및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고, 설문 및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전문가 10명의 조언을 들었다. 전문가들이 청년층 퇴사를 막기 위한 ‘3대 키워드’로 제시한 건 △약속 △자율 △성장 가능성이었다.●“입사 때 약속한 내용 지켜야”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만 19∼34세 청년 응답자 중 47%는 청년층 퇴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근로환경 개선’을 첫손에 꼽았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은 입사할 때 약속과 다른 상황을 불합리하다고 받아들인다. 계약된 근로조건과 근무시간을 지키는 등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재택근무 폐지를 결정하자 노조 가입률이 상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그만큼 청년층이 워라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대로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준 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워라밸에 대한 욕구는 근무시간에만 대충 일하겠다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회사도 정해진 기준에 맞춰 성과를 끌어내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성 살리는 직장 분위기로”전문가들은 “수직적이거나 강압적인 조직문화는 청년층을 떠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최선민(가명·28) 씨는 2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20년 2월 새 직장으로 옮겼다. 최 씨는 “일선에서 경험한 걸 바탕으로 여러 차례 건의했는데 상사들은 ‘내가 너보다 잘 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견디다 못해 퇴사하겠다고 하자 회사는 ‘연봉을 100% 올려주겠다’고 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최 씨는 거절하고 이직을 택했다. 그는 “새 직장 급여는 예전과 비슷하다”며 “급여 못지않게 자율적이고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동아일보-청년재단 조사에서 청년 응답자들이 ‘근로환경 개선’에 이어 청년층 퇴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꼽은 것은 ‘더 높은 임금’과 ‘수직적·강압적 조직문화 개선’(각각 21%)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성세대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입사 초기 교육을 위해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층이 왜 떠나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성장 가능성 있어야 안 떠난다”입사 6개월째인 신입사원 김영민(가명·29) 씨는 도전적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취직했지만 직장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했다. 김 씨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며 “도전적이고 성취감을 느끼는 업무를 할 수 없다면 조만간 이직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규연(가명·28·여) 씨도 “현재 일하는 곳이 자아실현이 어려운 부서라 어학 공부와 대학원 입학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며 “6개월 내 퇴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청년재단 조사에서 청년들이 퇴사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27%)이었고 두 번째는 ‘개인의 낮은 성장 가능성’(19%)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젊은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영컨설팅회사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롤모델이 될 만한 리더가 얼마나 많은지도 청년층에게는 직장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보고 배울 수 있는 상사 밑에서 일해야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청년층은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하면서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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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때는 다 야근” 말하는 순간 MZ들은 사직서를 품는다[사표 품은 퇴준생들]

    “한 달 동안 매일 야근을 했어요. 계약서와 다르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어기는 거라 몇 번 싫은 내색을 했더니 사장이 눈치를 주더군요.” 생애 첫 직장으로 한 중소기업에 2021년 4월 입사했던 최재연(가명·26·여) 씨는 3개월 만에 선임이 퇴사하면서 온갖 일을 떠맡았다. 주말 출근에 주 6일 근무를 밥 먹듯이 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자 최 씨는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직했다. 최 씨는 “전 직장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0점이었다면 현 직장 만족도는 90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급증하는 ‘청년 퇴직’ 현상의 원인과 해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4~11일 재단법인 청년재단과 함께 ‘청년 이·퇴직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또 청년 29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및 개별 인터뷰를 실시했고, 설문 및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전문가 10명의 조언을 들었다. 전문가들이 청년층 퇴사를 막기 위한 ‘3대 키워드’로 제시한 건 △약속 △자율 △성장 가능성이었다.● “입사 때 약속한 내용 지켜야” 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만 19~34세 청년 응답자 중 47%는 청년층 퇴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근로환경 개선’을 첫 손에 꼽았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은 입사할 때 약속과 다른 상황을 불합리하게 받아들인다. 계약된 근로조건과 근무시간을 지키는 등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재택근무 폐지를 결정하자 노조 가입률이 상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그만큼 청년층이 워라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대로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준 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워라벨에 대한 욕구는 근무시간에만 대충 일하겠다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회사도 정해진 기준에 맞춰 성과를 끌어내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자율성 살리는 직장 분위기로” 전문가들은 “수직적이거나 강압적인 조직문화는 청년층을 떠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최선민(가명·28) 씨는 2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20년 2월 새 직장으로 옮겼다. 최 씨는 “일선에서 경험한 걸 바탕으로 여러 차례 건의했는데 상사들은 ‘내가 너보다 잘 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견디다 못해 퇴사하겠다고 하자 회사는 “연봉을 100% 올려주겠다”고 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최 씨는 거절하고 이직을 택했다. 그는 “새 직장 급여는 예전과 비슷하다”며 “급여 못지 않게 자율적으로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동아일보-청년재단 조사에서 청년 응답자들이 ‘근로환경 개선’에 이어 청년층 퇴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꼽은 것은 ‘더 높은 임금 제공’과 ‘수직적·강압적 조직문화 개선’(각각 21%)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성세대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머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입사 초기 교육을 위해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층이 왜 떠나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장가능성 있어야 안 떠난다”입사 6개월째인 신입사원 김영민(가명·29) 씨는 도전적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취직했지만 직장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했다. 김 씨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며 “도전적이고 성취감을 느끼는 업무를 할 수 없다면 조만간 이직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규연(가명·28·여) 씨도 “현재 일하는 곳이 자아실현이 어려운 부서라 어학 공부와 대학원 입학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며 “6개월 내 퇴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청년재단 조사에서 청년들이 퇴사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27%)’이었고 두 번째는 ‘개인의 낮은 성장가능성(19%)’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젊은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영컨설팅회사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롤모델이 될 만한 리더가 얼마나 많은지도 청년층에게는 직장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보고 배울 수 있는 상사 밑에서 일해야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청년층은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하면서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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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위한 값진 희생, 기억하겠습니다

    “동생은 헬기를 20년 동안 조종하면서 누구보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이런 상을 받았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의 형 정인환 씨(54)는 “나라를 위해 언제 쓰일지 모른다며 경영학 박사 학위,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매 순간 열심히 살았다”고 동생을 기억했다. 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베테랑인 고인은 지난해 4월 7일 동료들과 해경 헬기 ‘S-92’에 올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부산에서 대만 해역으로 향했다. 한국인 6명이 탄 선박 조난 신고가 접수되자 현장 수색에 투입할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을 사고 현장까지 이송하는 임무를 맡은 것. 다음 날 새벽 제주해경 소속 경비함에 구조대원과 장비를 무사히 내려준 뒤 제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이륙한 헬기는 채 1분도 안 돼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 추락했다. 헬기 부기장이었던 정 경감(51)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정비사 차주일 경사(42), 전탐사 황현준 경사(28·이상 당시 나이)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황 경사의 아버지 황상철 씨(58)는 “자기가 맡은 일은 꼭 해내겠다는 책임감이 강한 아들이었다. 대전현충원에 상을 잘 전달하겠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11회째를 맞은 올해는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상 3명과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2명, 위민소방관상 2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모두 14명에게 시상했다.세살 아들 “경, 찰” 순직 아빠 불러… 전신 화상 소방관 “꼭 복귀” 유족-동료들 고인 이름 호명에 눈물 혼수상태 경관 회복해 “참석 영광”경찰-소방관-군인 등 14명 수상순직한 영웅 4명은 유족이 참석 “아들에게 이렇게라도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같이 왔어요.”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린 13일, 이꽃님 씨(36·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행사장 화면에 나오는 고 유재국 경위(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한강경찰대·순직 당시 39세)의 생전 모습을 촬영했다. 시상식이 열린 이날은 유 경위의 3주기 이틀 전이다. 유 경위는 2020년 2월 15일 한강 가양대교에서 투신한 사람을 수중 수색하던 중 사고로 순직했다. “한 번만 더 찾아보자”며 물속으로 몸을 던진 유 경위는 수중 구조물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씨는 아들 유이현 군(3)을 데리고 시상식이 열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유 군은 현재 강직형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유 경위 사고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 이 씨는 충격으로 예정보다 4개월 일찍 유 군을 출산했다. “나중에 컸을 때 아빠가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멋진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의 어머니 박현우 씨(63)도 시상식에 동행했다. 박 씨가 유 군을 끌어안고 “네 아빠가 뭐였다고”라고 묻자 유 군은 어눌한 발음으로 “경, 찰”이라고 말해 주위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날 수상한 14명 중 4명은 유 경위처럼 작전이나 근무 중 순직한 이들이었다. 아들과 동생, 남편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준비된 영상 속에서 영웅들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었다. 대상을 받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51), 고 차주일 경사(42), 고 황현준 경사(28·이상 당시 나이)의 가족과 동료들은 수상자로 그리웠던 이름이 불리자 단상으로 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당시 부기장이었던 정 경감은 해군 헬기를 20년 동안 조종하고 2017년에 수석으로 해경에 들어갔을 정도로 나라를 사랑했다고 한다. 정비사 차 경사는 2014년 헬기 정비사로 해경에 임용된 후 헬기 결함을 여러 차례 발견해 사고를 예방했다. 레이더로 선박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전탐사 황 경사는 2019년 해경에 임용돼 수많은 해양사고 현장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지켰다. 수상자 중에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이도 많았다. 박우근 육군 17보병사단 상사(41)는 2021년 11월 경기 김포시 일대 한강변에서 철책 점검 작전에 나섰다가 북한 지뢰를 밟았다. 왼쪽 무릎 아래가 절단된 그는 “뜻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20년간 경찰로 근무한 김민정 부산 영도경찰서 경위(46)는 2016년 납치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임무를 완수했다. 김 경위는 “제복을 입으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난다. 제복상이 앞으로 더 활약할 힘을 줬다”고 했다.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전북경찰청 안보수사과 최영희 경정(56)은 2021년 3월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류의 운반책 검거를 위해 나간 현장에서 도주하려던 범인의 차에 치였다. 최 경정은 “혼수 상태까지 갔는데 기적적으로 회복해 오늘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위민소방관상을 받은 경남 창원 의창소방서 김규빈 소방사(32)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제거하던 중 다른 나무에 깔려 경추 골절로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시상식에 대신 참석한 형 김현민 씨는 “동생도 재활을 열심히 해 다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최규호 소방교(32)는 2021년 7월 화마 속에서 인명 수색을 하던 중 무너지는 천장 지붕에 깔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참석한 그는 “꼭 업무에 복귀한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정기욱 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경사(36)는 2021년 제주 서귀포시 인근 해상에서 좌초한 어선을 구조하다 구조 보트가 전복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회복해 시상식에 참석한 정 경사는 “잊지 않고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상을 받은 순직자 셋과 함께 헬기를 타고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의 최홍준 경감(48)은 위민해양경찰관상을 수상했다. 아직 치료를 받는 최 경감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나창현 경위는 그를 “위험이 많은 현장에서도 늘 제복의 무게를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조직과 동료들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1998년 입직한 이기원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경(49)은 국내외 재난 현장은 어디든 누볐다. 최근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구조대로 떠난 후배들에게 “제 몫까지 기적을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현철 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 경감(49)은 2001년 입직 후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검거에 앞장서 왔다. 정 경감은 “지난 경찰 생활 동안 항상 피해자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공군 52시험평가전대 안준현 중령(41)은 지난해 7월 19일 국산 첫 초음속 전투기인 KF-21(보라매)의 조종간을 잡고 33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안 중령은 “군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대상고 정두환 경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고 차주일 경사(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고 황현준 경사(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제복상안준현 중령(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박우근 상사(육군 제17보병사단 101보병여단)정현철 경감(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 형사과)김민정 경위(부산경찰청 영도경찰서 영선지구대)이기원 소방경(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예방과)정기욱 경사(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위민경찰관상고 유재국 경위(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한강경찰대)최영희 경정(전북경찰청 안보수사과)◇위민소방관상최규호 소방교(부산시 소방재난본부)김규빈 소방사(창원소방본부 의창소방서 소답119센터)◇위민해양경찰관상최홍준 경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심사위원 김진태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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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로 팔려던 패딩 기부” 시민들도 나서

    “중고로 팔려고 당근마켓에 올렸던 중학생 자녀 패딩과 보온 텀블러, 무릎 담요 등을 포장해 보내려 합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피해가 커지자 국내에서 ‘튀르키예를 돕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이 공식 트위터 계정 등으로 구호 물품을 보내는 방법을 안내하면서 8일 온라인에선 기부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맘카페 등에선 “중고로 파는 대신 구호 물품으로 보냈다”는 인증글이 잇따랐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주부 김정민 씨(45)는 “안 입는 아기 옷과 어른 코트, 양말 등을 모아 보냈다”며 “초등학생 때 튀르키예 친구와 펜팔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이재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기부도 이어졌다. 직장인 김모 씨(28)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10만 원을 기부했다. 김 씨는 “지진 기사를 보다 ‘커피 3잔 가격이면 이재민들이 밤에 따뜻하게 덮고 잘 담요 5개를 후원할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카카오 온라인 기부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는 튀르키예를 응원하는 댓글이 18만 건 이상 올라왔고 기부액은 8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7억 원을 넘었다.대한적십자사는 이재민 긴급구호를 위하여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3693만 원)을 긴급 지원하고, 200억 원 규모의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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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유족들 “이제야 진상규명 첫 단추 끼워져”

    “우리 딸이 생각나 뭉클했습니다. 또 속이 후련합니다.” 8일 오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송은지 씨 아버지 송후봉 씨(61)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두고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등 유가족 18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 장관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면담했다. 이종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철저하게 침묵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제라도 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책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협의회 측도 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제야 첫 단추를 끼웠다”고 입을 모았다. 희생자 최다빈 씨 아버지 최현 씨(65)는 “진즉에 탄핵안이 통과됐어야 하는데 이제야 됐다는 게 씁쓸하다”며 “딸을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이 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유족 측은 참사 직후부터 줄곧 “재난관리 주관기관인 행안부가 책무를 다하지 않아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고 대응도 부실했다”며 이 장관에 대한 수사와 탄핵을 주장해 왔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장관 등을 기소하지 않자 유족 측은 “꼬리 자르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예고 없이 방문했을 때도 유족 측은 “일방적 방문을 규탄하며 재난 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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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유족들 “이제야 진상규명 첫 단추 끼워져”

    “우리 딸이 생각나 뭉클했습니다. 또 속이 후련합니다.” 8일 오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송은지 씨 아버지 송후봉 씨(61)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두고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등 유가족 18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 장관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면담했다. 이종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철저하게 침묵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제라도 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협의회 측도 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제야 첫 단추를 끼웠다”고 입을 모았다. 희생자 최다빈 씨 아버지 최현 씨(65)는 “진즉에 탄핵됐어야 하는데 이제야 됐다는 게 씁쓸하다”며 “딸을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이 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유족 측은 참사 직후부터 줄곧 “재난관리 주관기관인 행안부가 책무를 다하지 않아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고 대응도 부실했다”며 이 장관에 대한 수사와 탄핵을 주장해 왔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장관 등을 기소하지 않자 유족 측은 “꼬리 자르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예고 없이 방문했을 때도 유족 측은 “일방적 방문을 규탄하며 재난 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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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법인택시 “요금 오른 뒤 손님 급감… 개인택시 3부제 재시행해야”

    “1일 택시 요금 인상 이후 손님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들이 지난해 11월 해제된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 1일 휴무) 재시행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초 택시 요금 인상으로 승객 수요가 감소한 만큼 택시 공급도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개인택시 기사들은 3부제 재시행을 반대하고 있어 택시업계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택시 기사 단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조) 서울본부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 21일경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택시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부제 재시행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곧 집회 신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회에는 법인택시 기사 등 약 2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 부제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유류 절약 등을 목적으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11월 ‘택시 대란’ 대책 중 하나로 전면 해제됐다. 이후 휴무 없이 운행하는 개인택시가 늘고 지난해 12월과 이달 택시 기본요금 및 심야할증료 인상 등으로 택시를 타려는 승객이 줄면서 택시 승차난은 사라지는 추세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오후 10시∼오전 3시 심야 시간대 수도권 배차 성공률은 지난해 6월 26.1%에서 지난해 12월 42.3%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달 초 택시 요금 인상 후 승객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면서 택시기사의 수입이 줄었다는 것이다. 오봉훈 택시노조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요금 인상 후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부제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며 “요즘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도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을 빼면 실제 월급은 200만 원 안팎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법인택시 업계 요구에 따라 조만간 국토부에 부제 해제 철회를 신청할 방침이다. 반면 부제 해제로 운행 제한이 사라진 개인택시 기사들은 부제 재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지금 승객 감소는 일시적”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택시난이 반복될 수 있는데 부제를 다시 시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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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에 멈춘 일상… 이태원 유족들 “아직도 하루하루가 지옥”

    “100일이 되기 전 딸이 마지막에 있었던 곳에서 흔적이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 지난해 10월 158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에 한 중년 남성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사고로 늦둥이 딸 최다빈 씨(당시 25세)를 떠나보낸 아버지 최현 씨(65)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그날의 흔적에서 딸을 찾고 있었다. 최 씨는 사고 이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동안 몇 번이나 골목 입구까진 왔지만 결국 돌아섰다. 유독 애교가 많아 집안의 ‘행복 전도사’로 불렸던 딸의 얼굴이 아른거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 씨는 “지금도 밤마다 ‘아빠’ 하고 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100일 전 그날에 갇힌 사람들동아일보 취재팀은 참사가 벌어진 지 100일이 되는 이달 5일을 앞두고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 동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일대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참사 관계자들의 일상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희생자 유족들은 번갈아 가며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한 시민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분향소 천막 주변에서 찾아온 시민들을 지켜보던 희생자 송은지 씨의 아버지 송후봉 씨(61)는 “아직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집사람은 매일 영정사진을 안고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송 씨는 아직 딸의 방을 치우지 못한 채 종종 딸의 메모장이나 일기장을 열어본다고 했다. 생존자들도 대부분 참사 당일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김초롱 씨(33)는 사고 당일 마지막 순간 인근 주점 주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 김 씨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면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매일 든다”며 “자꾸 떠오르는 사고 당일의 기억 때문에 일상이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또 “희생자들을 남겨둔 채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자책감에 빠질 때도 적지 않다”고 했다. 사고 당일 정신을 잃고 넘어졌다가 구조된 최승헌 군(17)은 최근 “이태원에서 잘 즐기고 왔느냐”는 친구 말을 듣고 주먹다짐을 벌였다. 최 군은 “아직도 사람이 가득 찬 버스를 타면 불안하다”고 말했다.●“경제적 사회적 피해 극복 지원해야”그날을 잊지 못하는 이들은 또 있었다. 1일 시민분향소에서 만난 이시험 씨(64·경남 김해시)는 “막내아들이 참사 당일 사고 현장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며 “남 일 같지 않아 벌써 7번이나 들러서 추모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북적였던 거리는 여전히 조용하기만 하다. 한 주점 사장 A 씨(41)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참사 이후 지난달까지 총 6004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의 상담이 절반이 넘는 3854건이나 됐다. 이나빈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수석책임연구원은 “이제는 피해자들이 장기적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고민할 시기”라며 “심리적 치료뿐만 아니라 이들이 앞으로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피해 극복을 지원할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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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서 北 공작원 만나”… 전북 시민단체대표 기소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만나 국내 정보를 전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에서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민중전위’(약칭 자통) 조직원 4명은 1일 새벽 구속됐다. 전주지검은 이날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등의 혐의로 전북 시민단체 상임대표 하모 씨(70)를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하 씨는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및 중국 베이징 창사 장자제 등에서 최소 5차례 만나고 e메일 등으로 80여 차례 국내 정보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 및 법리 검토를 거쳐 하 씨를 재판에 넘겼다.하지만 하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왜 인생을 망칠 짓을 하겠느냐. 시민단체 대중 활동을 한 걸 두고 무슨 보안 운운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자통 조직원 4명도 이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북한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공안당국의 수사 및 기소가 속도를 내면서 진보 진영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조직국장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291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정권 위기 국면 전환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대책위)를 발족했다. 대책위는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반인권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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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檢청사 들어갈때 기자에 “왜 떨어요?”… 12시간30분 조사받고 나갈때 “막지 마십시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12시간 30분가량의 조사를 마치고 오후 10시 53분경 검찰 청사를 나왔다. 이 대표는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었다.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한다는 느낌”이란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기자들이 재차 질문하자 “막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선 “오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할 때는 준비해 온 원고를 2분 40초가량 읽었다. 입장문 낭독 전 취재진이 마이크를 가슴 높이에 대며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자 한 기자 얼굴을 바라보며 “왜 떨어요?”라고도 했다. 기자가 “추워서”라고 답하자 이 대표는 웃으면서 “추워서”라고 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며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읽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은 곳곳에 펜으로 줄을 긋고 문장을 수정하는 등 직전까지 고친 흔적으로 가득했다. 이 대표는 ‘오늘을 기억해 달라’를 ‘오늘 이 현장을 기억해 달라’로, ‘검찰 독재권력’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으로 고쳤다. 이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은 이달 10일 성남지청 출석 당시 A4용지 8장 분량의 입장문을 11분가량 읽은 것과 비교하면 분량은 줄었지만 수위는 더 높았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란 표현은 두 차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선 이 대표 지지자들의 집회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양측은 출석 2시간 전인 오전 8시 반부터 서울중앙지검 앞 왕복 9차선 도로를 각각 2차로씩 차지하고 집회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19분경 이 대표가 집회 장소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울먹이며 “이 대표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반대편에선 “이재명 구속하라”는 고함이 이어졌다. 이날 경찰 추산으로 이 대표 지지자 집회에는 1500여 명, 보수단체 집회에는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조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신경전을 벌였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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