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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으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올 여름휴가 일수가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국 421개 기업(중소기업 327곳, 대기업 94곳)을 대상으로 ‘2015년 하계휴가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올해 여름휴가 일수는 평균 4.6일로 지난해(4.2일)에 비해 0.4일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4.8일)과 중소기업(4.5일)이 전년도에 비해 각각 0.1일, 0.5일 증가했다. 여름휴가 일수가 증가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생산량 감축’(42.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근로자 복지 확대’(25.7%) ‘연차수당 등 비용 절감 차원’(22.9%) ‘단체협약 개정’(8.6%) 등이 뒤를 이었다. 임영태 경총 경제조사1팀장은 “경기가 활성화돼 공장을 계속 돌려야 하면 휴가 일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생산량이 감축되면 공장이 쉬어야 하고, 조업(操業) 일수를 줄여도 큰 문제가 없으니 휴가 일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10곳 중 7곳은 경기 상황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최근 경기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에 비해 ‘매우 악화됐다’(22.4%) 혹은 ‘악화됐다’(49.4%)고 응답한 비율이 총 71.8%였다. 전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26.5%, 개선됐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경기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중은 대기업(68.5%)보다 중소기업(72.5%)에서 높았다. 경기 악화의 이유로는 ‘글로벌 경제 부진에 따른 세계 교역 규모 감소’ ‘엔화 약세로 인한 기업 경쟁력 저하’ ‘메르스 불안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가계 부채 과다로 소비 부진’ 등이 꼽혔다. 여름휴가 계획이 있는 기업 중 휴가비를 주는 기업은 70.1%로 지난해(71.4%)에 비해 다소 줄었다. 다만 기업들이 주는 평균 휴가비는 57만4000원으로 지난해(56만2000원)에 비해 2.1%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62만3000원, 중소기업이 55만8000원이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역량이 있는 지방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희망한국, 방방곡곡 수출원정대’ 사업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충남 홍성에서 열린 발대식에는 식품 및 기계류 수출업체 29개사가 참석했다. 수출원정대는 올해 군(郡) 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 77곳 중 16곳을 돌면서 수출 역량이 있는 중소제조업체를 발굴하고, 바이어 찾기부터 계약 체결과 클레임 관리까지 수출 활동 전반을 지원할 예정이다. 무역협회는 기초지자체와 공동으로 중소제조업체의 수출과 관련해 전반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해외 마케팅 설명회와 일대일 개별 상담회를 여는 한편 영문 카탈로그 제작비, 바이어 상담 및 통·번역비, 수출보험료, 수출계약서 작성 등을 지원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두고 재계와 중소기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의 노사문제 관련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9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경총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 채 또다시 고율의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경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2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저임금 근로자의 87.6%가 근무하고 있는 영세기업·소상공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해당 근로자의 일자리에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향후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업종별 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최저임금의 범위를 정확히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메르스 등으로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더욱 힘들게 됐다”며 “직원을 줄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샘물 evey@donga.com·정세진 기자}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업무용으로 고가 차량을 구입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부당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업무용 고가 차량에 대한 제한 없는 세제 혜택으로 연간 2조5000억 원의 세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서울 종로구 동숭3길 경실련 강당에서 ‘급증하는 수입차 등 업무용 고가 차량의 판매실태 및 세제혜택 문제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세법이 조세형평성을 훼손한다”며 업무용 차량의 경비 처리와 관련한 제도 개선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차량 가격은 물론이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5년간 무제한으로 경비 처리해 준다. 경실련은 6390만 원짜리인 ‘BMW 520d’의 경비 처리를 예로 들었다. 연간 1만5987km 주행, 21세 이상 운전자 대상 보험 가입 등을 적용하면 5년간 약 1억800만7005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는 각각 5년간 4500만 원과 2600만 원의 돈을 돌려받게 된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10만5720대(약 7조4700억 원)의 고급 업무용 차량이 팔렸다. 세제 혜택을 받는 기간인 5년 동안 차 가격 등을 분납해 경비 처리할 경우 고급 업무용 차를 구입한 사업자들은 연간 4930억 원씩 모두 2조4651억 원의 세금 감면을 받는다. 매년 같은 금액만큼의 업무용 차량이 새로 판매된다고 가정하면, 5년 동안 누적된 금액을 반영해 해마다 2조5000억 원에 가까운 세제 혜택이 일어나는 셈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1억 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 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팔리면서 이런 혜택을 누렸다. 그렇다 보니 일부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이 회사 명의로 비싼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 세금을 탈루해 왔다. 경실련은 현행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업무용 차량 가격의 3만 캐나다달러(약 2684만 원)까지만 경비 처리를 해주는 캐나다식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경실련은 법인차 가격의 약 3000만 원까지 경비 처리를 허용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징수할 경우 연간 약 3058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와 관련해 업무용 차를 전액 경비 처리해 주던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정부는 이 규정을 고치는 것이 자칫 무역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이샘물 evey@donga.com·정세진 / 세종=손영일 기자}
현대·기아차그룹은 해외 임직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열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7일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해외 임직원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를 이달부터 11월까지 집중적으로 국내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수를 진작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차원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할부금 유예 등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50여 개국 우수 정비사 월드 스킬 올림픽, 30여 개국 고객만족 담당자 세미나를 주관하고 있고, 기아차는 30여 개국 우수고객 초청 행사, 전 세계 주요 대리점 애프터서비스(AS) 책임자 회의 등을 주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행사를 국내에서 여는 한편 글로벌 신규 딜러 한국 초청 세미나, 최우수 딜러단 한국 방문 등도 기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도 진행한다. 한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농촌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를 제안했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도농교류의 날’ 기념식에서 “도시와 농촌이 다시 힘을 모아 내수 회복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농촌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기념식 후 복숭아화채를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농촌 여름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직접 독려하기도 했다. 전경련 캠페인에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삼성은 임직원 대상 ‘전국 휴양지 콘테스트’를 열어 국내 휴가를 독려하고, 해외 거래처와 고객을 국내로 초청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 말부터 임직원과 가족들이 전국 주요 전통시장을 방문하게끔 독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경북 경주 등지의 휴양소를 무료로 개방해 임직원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하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이샘물 evey@donga.com·박형준 기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입사 후 3년 안에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가 기업 256곳, 구직자 5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 내 한국기업의 인력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7%가 직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1~3년이라고 답했다. 평균 재직기간이 4~6년이라는 비율은 30.1%였다. 중국 내 한국기업은 직원들의 빈번한 이직과, 이로 인해 업무 적임자를 찾기 힘든 것을 인력관리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기업의 42.2%(복수 응답)가 ‘직원들의 빈번한 이동’을, 34.4%가 ‘적임자를 찾기 힘든 인재 수급 불균형’이 최대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최용민 무역협회 북경지부장은 “올 하반기(7~12월)에 한·중 FTA가 발효되고 갈수록 중국 내수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생산보다는 유통과 금융 등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 근로자 채용이 크게 늘 것”이라며 “중국 근로자의 장기근무를 유도하는 인력정책을 통한 기업과 근로자의 상생이 중국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민의 상당수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다소 불편하더라도 영업시간 제한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관련해 20대 이상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나타났다. 6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이번 설문에 응한 국민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통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56.1%)이 소비자 편익(39.3%)이 우선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특히 최근 법원의 판결로 주목받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해 응답자의 77.9%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이번 설문 결과를 통해 불편함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골목상권, 전통시장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지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KOTRA 아테네무역관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 투표결과 반대(61%)가 찬성(39%)을 앞질러 그리스의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서 한국과 그리스 간 교역의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6일 전망했다. 올 1~5월 우리 기업의 대(對) 그리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나 줄었다. 그리스 은행의 영업중단, 예금인출 제한이 장기화되면 바이어의 대금 미지급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한국의 그리스 수출 중 86%를 차지한 선박의 경우 선사들이 파나마 등에 본사를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출 감소가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 장기화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회복이 더뎌지면 국내 선박 수출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박기원 KOTRA 아테네관장은 “투표결과가 긴축반대로 나와 당분간 정국혼란 및 경제침체는 불가피하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유로존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산업용 접착제 시장에서 글로벌 ‘빅3’로 꼽히는 독일 헨켈이 국내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과 공동 연구개발(R&D)센터 설립에 나섰다. 헨켈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글로벌다중협력사업(GAPS) 착수식을 열고 이러 내용을 담은 국내 사업전략을 소개했다고 KOTRA가 3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총 56곳이 참가해 이번 협력사업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GAPS란 글로벌 기업의 자본, 노하우, 마케팅 채널과 국내 중소기업¤대학¤연구소의 기술 및 인적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사업이다. 그렉 로시어 헨켈코리아 사장은 “최고 수준의 접착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 강소기업들과 헨켈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기원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대표는 “산업용 접착제 산업은 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의 경량화, 소형화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분야”라며 “헨켈과 국내기업 간 기술교류는 수출 핵심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헨켈과 KOTRA는 이달 말까지 협력제안서를 접수받아 12월 협력대상 파트너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참가문의는 KOTRA 제조업유치팀(02-3460-7619)으로 하면 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주얼리 브랜드 골든듀, 결혼 예물 할인 행사주얼리 브랜드 골든듀가 3∼12일 서울 청담본점 및 전국 66개 백화점에서 1년 중 가장 큰 혜택을 보며 결혼 예물용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골든 웨딩 위크’ 행사를 연다. 예물을 100만 원 이상 산 고객에게 구매 금액의 15%를 상품권으로 증정하고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를 특별가로 선보인다.■ 신한카드 카자흐스탄 법인 개소식신한카드가 국내 카드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 신한카드는 2일 카자흐스탄에서 해외 법인 ‘신한파이낸스’ 개소식을 열고 현지 영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한파이낸스는 우선 자동차 및 가전 할부금융 사업에 주력하고 이후 소액신용대출, 리스상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라홀딩스, 한라마이스터 흡수합병한라홀딩스는 2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한라마이스터 흡수합병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라홀딩스는 자동차 부문인 ㈜만도, 건설 부문인 ㈜한라와 함께 그동안 추진해 왔던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9월 만도를 한라홀딩스와 만도로 분할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은 이력 때문에 보건당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능동감시’를 받던 간 질환 환자가 병원들의 진료 거부로 치료 시기를 놓칠 뻔하다가 극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은 건 19일 오후. 다른 병원 서너 곳이 같은 문의를 받은 뒤 거절한 상태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급하게 회의를 열어야 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대구에 사는 전모 씨(72)는 간경화와 ‘원발성 담도 경화증(지속적인 염증으로 담도가 망가지는 병)’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 올해 초부터 증상이 악화됐고, 간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전 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뒤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메르스 14번 환자(35)가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입원해 인근을 돌아다녔다. 응급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는 2∼10일 병원 내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 씨가 1일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를 받았다는 것. 사태가 불거지자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의 접촉자 범위를 최대한 넓게 선정해 관리를 시작했고, 전 씨는 능동감시 대상자가 됐다. 메르스 확진자나 의심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면 ‘자가격리 대상자’가, 직접 노출되지 않은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며 증상 모니터링을 받는 능동감시 대상자가 된다. 전 씨에게 메르스 증상은 없었지만, 간과 콩팥 기능이 11일경 급속도로 나빠졌다. 간 이식이 급하게 필요해지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마침 간을 기증해줄 뇌사자도 나타났다. 보통 간을 이식받을 땐 담당 의료진이 뇌사자가 숨진 병원에 가서 환자에게 이식할 간을 적출해 와야 한다. 하지만 뇌사자가 머물던 병원은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방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전 씨를 받아 수술을 집도해 줄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병원 서너 곳의 거절 끝에 분당서울대병원에 노크를 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최영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당시 환자는 ‘뇌사자 응급도 1위’였다. 즉 빨리 간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컸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병원 감염관리실에서 환자의 감염 위험도가 낮고, (감염) 표준 지침을 잘 지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해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수술은 힘겨웠다. 보통 의료진은 간 이식 수술을 할 때 멸균된 수술복과 가운을 입고, 장갑 한 겹을 낀다. 하지만 이날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 셋은 감염을 철저히 막기 위해 수술복 위에 방역복을 입고, 또다시 수술복을 입었다. 장갑은 세 겹을 꼈다. ‘수술용 확대경’ 외에 보호 안경도 추가로 착용했다. 7시간가량 이어진 수술시간 동안 온몸은 땀범벅이 됐고, 보호안경 안에는 습기가 찼다. 장갑이 세 겹이라 손놀림도 쉽지 않았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N95마스크’를 착용해 숨쉬기가 힘들어 간호사는 수술 후반에 탈진하기도 했다.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전 씨는 음압 격리된 중환자실에서 방역복과 N95마스크를 낀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의식이 깨어나 인공호흡기도 분리했다. 콩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혈액 검사 지표가 나아지고 있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교수는 “(감염 관련) 지침과 지금까지의 노하우,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으로 (메르스) 두려움을 훌륭히 극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김모 씨(51). 김 씨는 자신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이 병원을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한 뒤 자가 격리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불안감은 계속됐다. 메르스에 치명적이라는 신장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 김 씨는 보건당국 콜센터에 다시 한번 문의를 했고, 곧 자가 격리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인 시설 격리 조치를 취해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김 씨는 시설로 이송되지 못했다. 시설 격리를 위한 장소 마련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A연수원을 시설 격리 장소로 지정하려 했지만 해당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가 거부한 것이다. 김 씨는 적절한 시설 격리를 받지 못하다 뒤늦게 증상이 발현돼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의 가족들이 다시 격리되는 악순환을 겪어야 했다. ○ 보건 당국 지침 일선 보건소에선 먹통 보건복지부와 보건소의 엇박자가 메르스 확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스 환자가 본격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지난달 말 보건당국은 보건소에 의심신고가 들어올 경우 상부 보고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보건소는 안이한 대응으로 확진환자의 신고를 지나쳐 다량의 격리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보건소의 늑장 대응으로 격리 대상자들의 격리가 늦어지기도 했다. 30대 회사원 유모 씨는 “지난달 27일 아들과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는데 열흘이 지나서야 지역 보건소로부터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통일된 지침이 없어 일선 보건소의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11일부터 병원 외부에 호흡기 환자를 위한 별도 공간(선별진료소)을 설치하라고 권고했지만, 보건소에는 별다른 권고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음압시설, 발열카메라 등을 갖춘 선별진료소를 둔 보건소가 있는가 하면, 아직도 선별진료소가 없는 보건소도 있다. 방역 체계의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것은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에 대한 지휘 권한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는 기본적으로 복지부 지휘를 받는다. 하지만 보건소장을 포함한 보건소 인력의 인사권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 행정자치부, 복지부가 정책 지침을 내려도 영이 잘 서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강력한 협력 체제를 갖추지 않는 한 방역의 최전선인 보건소는 따로 놀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울의 한 보건소장은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나타났을 때, 서울시는 접촉자에 대해 하루 2회 이상 체크하는 능동격리, 복지부는 증상 발현 후 신고를 유도하는 수동격리를 지시해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정영철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현재는 복지부와 지자체가 각자 도생하는 형국”이라며 “중앙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되고 지자체는 손발이 되는 형태로 감염병예방법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소 의사 채용 하늘의 별 따기 열악한 인력 상황도 보건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한 가지 이유다. 특히 전체 격리자가 수천 명을 넘어서면서 보건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전남도는 16일 보성군보건소 간호사 38명이 자가 격리자 173명을 돌보기에 역부족이어서 인근 군(郡) 보건소 간호인력을 지원받아야 했다. 서울 서초구보건소도 35번 환자 발생 후 격리자 관리를 감당하지 못해 구청 소속 직원 160여 명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나마 있는 인원도 전문성이 떨어져 보건 당국의 지침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기준 전국 254개 보건소에 근무하는 인력 1만2736명 중 7%(887명)가 의사고 이 중 60%(535명)가 공중보건의다. 대부분이 의료현장 경험도 짧고 감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보의로 채워지면 방역에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공보의는 경북(87명), 전남(73명), 전북(69명), 경남(68명) 순으로 많이 배치됐다.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초짜 공보의가 배치돼 감염에 취약할 우려가 있다. 서울 도심에서도 보건소가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의사를 확충하는 건 쉽지 않다. 서초구보건소는 감염병 담당 의사가 사직한 뒤 지난달부터 두 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쩔쩔매고 있다. 보건소 의사는 ‘전문계약직’으로 월 500만∼6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권영현 서초구보건소장은 “의사들이 이를 적정 월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민원업무 등으로 보건소 근무가 예전처럼 편하지도 않다. 가정의학과, 내과 전공자에게도 문을 열어뒀는데 감염병 관리 업무가 힘들다 보니 지원을 안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건소 인력 확충 없이는 방역 최전선이 뚫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은 KAIST를 만들 때 외국 박사 출신을 영입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줬다”라며 “의료인이 공공보건을 위해 일할 수 있게 인센티브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샘물·박은서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한국 사회의 해외발(發) 감염병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처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밑바닥까지 보여줬다. 보건당국과 보건의료계에서는 “메르스 정도여서 다행이었다”는 안도까지 나온다. 메르스보다 위험성이 높은 에볼라나 라사열 같은 출혈열성 감염병 확산 사태가 터졌다면 훨씬 더 상황이 심각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대에 해외발 감염병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사태를 ‘감염병 예방 및 대응 로드맵’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예방 시스템 강화 시급 제2, 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로 꼽힌 건 ‘질병관리본부의 기능 확대’(54.3%)다. 국가 방역을 지휘하는 정부 내 감염병 담당 조직부터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국가 방역체계와 의료체계가 감염병에 얼마나 부실하고,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제2, 3의 메르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처럼 질병관리본부의 △고급 인력과 전문성 부족 △적은 예산 △허약한 지휘권 등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키워 평소에도 해외 감염병에 대한 대책 수립과 연구를 진행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 다인실 중심 병동 개선 필요 ‘의료진과 병원의 감염병 예방 시스템 강화’(45.7%)와 ‘다인실 중심의 병동문화 개선’(34.3%)도 메르스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로 꼽혔다. 다양한 종류의 환자들이 별도의 조치 없이 방치돼 있는 응급실, 기본적인 감염 예방 조치도 지키지 않는 병원 시스템이 메르스 확산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여러 환자가 함께 머무는 다인실 역시 얼마나 감염병에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조사단은 한국 대형병원에서 다인실 병동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에 놀라며 보건당국에 심각성과 개선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그동안 우리는 다인실 위주의 병실 운영 정책 때문에 1인실이 부족했다”며 “정부도 감염 관리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1인실 병실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에선 보호자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제도’ 활성화를 감염 방지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감염병 확산 막으려면 정보 공개가 중요 메르스 사태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자들 중 상당수가 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한 원인 중 하나는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명을 즉각 공개했다면 감염자 중 많은 수는 증세를 느낄 때 ‘보건당국에 대한 신고’나 ‘자체 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추가 감염자와 격리 대상자 역시 줄어들 수 있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병원명 공개’에 대해 80%가 ‘초기에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답했다. 또 이번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도 ‘뒤늦은 병원명 공개’(48.6%)를 꼽았다. 환자 정보의 경우 거주하는 지역의 ‘동’, 다녀간 장소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42.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성별, 나이, 거주 도시 정도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22.8%로 많았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보건당국이 성별과 나이만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 메르스 사태의 핵심은 보건당국의 역량 부족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뒤늦은 병원명 공개(48.6%) △보건당국의 안이한 전망(42.9%) △보건당국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뒤늦은 조사(34.3%)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모두 보건당국의 부실한 조치 및 역량 부족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한편,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주요 섹터(정부, 국민, 병원)의 대응 수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두 낙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정부 평균 4.6점 △국민 5점 △병원 5.6점이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WHO 권고에 너무 의존해 대응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ICT 활용 보건위기정보망 구축 전문가-국민 소통창구 만들어야” ▼메르스 사태에서 배울점은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를 두고 보건당국의 업무 조정 능력과 소통 미흡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반면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와 시민의 협조는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장이 질병 통제의 핵심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느낌이 적었다. 교육부의 학교 휴업 조치로 사회 혼란이 가중됐는데도 복지부의 각 부처에 대한 업무 장악력은 부족한 듯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혼선을 부추겼다. 전 교수는 “서울시장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체계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공했고, 이후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발표해 통제의 일관성이 결여됐고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전문가를 경시하는 세태를 드러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최고 전문가가 컨트롤타워가 돼 모든 걸 판단하고 지휘해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엔 예산도 인력도 없고, 본부장이 힘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소통 부족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영성 충북대 의대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 등) 당사자 간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전문가 단체가 국민에게 (메르스 관련) 지침을 내놓는 것도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중보건위기대응 긴급연구정보망시스템’을 구축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활용해 국민과 소통하며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도 발견했다.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장은 “(전북) 순창의 마을 주민 모두가 합심해 메르스를 이겨낸 성공 사례는 지역사회의 규범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가치를 발휘하는지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사례다”고 평가했다.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선 의료진의 헌신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설문에 답해주신 전문가 (가나다순)△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윤정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박성학 가톨릭대 호흡기내과 명예교수 △배종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 △서동우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영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전 국립보건원장) △양재명 서강대 생명공학과 교수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장 △이영성 충북대 의대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임현술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정영철 광운대 법대 교수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홍두호 마음복지관 사무국장(전 가천의대 의학교육실 교수) 이세형 turtle@donga.com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이샘물 evey@donga.com·박은서·김민 기자}
“병실 내에서 밀접 접촉 할 때만 감염된다.”-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 발생 시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는 응급실 내부에만 있었다.”-삼성서울병원 환자 발생 시 보건당국의 호언장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4번 환자가 응급실 밖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모두 초기 역학조사관 인력과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역학조사관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왜 최정예 요원이 될 수 없는 걸까. 정부는 1999년 제도 도입 직후만 해도 공보의의 자원을 받아 시험과 면접을 거쳐 역학조사관을 선발했다. 2001∼2004년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한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45)는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이 관심이 많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전 세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때, 공항에서 방역복을 입고 환자를 맞이한 뒤 격리병원에 옮기는 역할을 했다. 3주가량은 집에도 안 들어가며 매일 환자를 돌보고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환자 4명은 합병증 없이 쾌유됐고, 감염이 확산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열의가 있는 공보의를 역학조사관으로 ‘선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07년 공보의 배치시험 오류가 발생한 뒤 (공보의) 지역 배치가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다. 2008년부터 역학조사관도 추첨 방식으로 뽑는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역학조사는 본인의 열의가 가장 중요한데, 사람을 잘 뽑으면 제도가 얼마든지 잘 굴러간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학문적 열의가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관의 수도 적다. 메르스 확산 직후 국내의 역학조사관은 총 34명. 이 중 32명이 공보의였다. 역학조사관이 주로 복무기간이 1∼3년에 불과한 공보의로 채워질 경우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일사불란한 군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달 16일에야 역학조사관 90명을 충원했다고 밝혔다. 미국 CDC의 경우 역학조사관만 300여 명에 이른다.이샘물 evey@donga.com·김민 기자}

“늑장 대응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는 과잉 대응으로 욕먹는 게 낫다. 지금 즉시 국방부에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해 달라.” 신종 바이러스 발생을 보고받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의 행보엔 거침이 없다. 매뉴얼에 따라 군사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신속하게 역학조사관을 투입한다. 이때부터 모든 바이러스와 환자 정보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CDC 상황실로 모인다. 국방부 재무부 환경부 연방재난청 등 정부 각 부처는 협력 인원을 즉시 파견한다. 센터장은 전권을 가지고 방역작전을 진두지휘한다. 9·11테러 당시 뉴욕지역 소방대장이 작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과 흡사하다.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격상하거나 군대 파견 및 지역 통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센터장의 몫이다. 센터장이 대통령 또는 보건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상황실을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방장관이 펜타곤에서 전쟁을 지휘하듯 말이다. 상부 보고는 대개 ‘선(先)조치 후(後)보고’로 이뤄지고, 그것도 대면보고가 아니라 서면보고가 대부분이다. ‘특수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미국 사회의 인식이 고스란히 시스템에 녹아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차례 언론 브리핑에 나서는 것도 센터장의 몫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초라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첫 환자 발생 후 수일간은 의사 출신 질병관리본부장 주도로 방역작전이 진행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23일 이후에는 비전문가인 행정관료들을 이해시키고,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상황실보다는 서울 충정로의 장관 집무실, 세종시 복지부 청사, 국회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다. 급기야 환자가 급증한 이후에는 본부장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과 대면하는 일일 브리핑에서도 본부장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전문가가 껍데기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CDC에서 6년 동안 근무했던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역학조사관은 “톰 프리든 미국 CDC 센터장은 지난해 에볼라 환자가 늘면서 비난 여론에 시달렸지만, 미국 정부는 그에게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 지휘-인사권-예산-전문성 ‘4無 본부’… 수술없인 또 당한다 ▼“메르스가 종식되더라도, 현 조직 체계로는 다른 신종 감염병에 또 당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 보건 시스템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내 1% 수재집단인 의료인들이 여러 벽에 막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즉각대응팀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청와대 내 메르스긴급대책반, 국민안전처 산하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등 이미 행정관료 중심의 태스크포스(TF)가 양산돼 전문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감염병 통제의 중심이 돼야 할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본부장 차관급 격상 없이는 문제 계속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1급(실장급)이다. 그 위치로는 각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고 적재적소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장이 병원 봉쇄, 강제 격리 등 선제적 격리 조치에 나서야겠다는 판단을 해도 경찰,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없이는 이행이 어렵다. 군의관, 간호장교 등 군 인력 차출이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다. 선제적 조치보다는 기존 매뉴얼을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해야 감염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역학조사관은 “신종 바이러스는 위험도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장은 책임지지 못할 수준의 선제적 조치에 절대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통제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것이 초기 역학조사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감염병은 살인사건처럼 초기 역학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장에 전념하기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연금 전문가로 보건 분야가 생소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주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장옥주 차관을 보좌하기 위해 대책반에 불려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대책반을 지휘하는 장차관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대응지침을 받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상황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불려가서 보고를 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살인현장을 누비고 연구실에서 퍼즐을 맞추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들이 현장보다는 과외 업무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국내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해 청으로 독립시키거나, 보건복지부 내 보건2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보건 요직 행시 출신 장악 질병관리본부에 우수한 보건행정 인력이 모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염병 발생 초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직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사실상 본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사과장을 지낸 한 고위 관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를 하고, 남은 인원을 산하로 보낸다. 그래서 잘나가는 보건복지부 관료는 질병관리본부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를 지휘하는 보건복지부의 보건 분야 요직을 비전문가가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 보건복지부의 실장급(1급) 4명 중 의사 출신은 단 1명도 없다. 보건의료정책실 소속 국장(2급) 3명 중 보건 전문가는 공공보건정책관 1명뿐. 심지어 건강증진기금을 운영하는 건강정책국장도 비보건 전문가다. 질병정책과, 응급의료과 등 전문 분야도 비의료인 출신이 맡고 있다. 보건 없는 보건복지부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의 요직을 지낸 한 보건 전문가는 “의약분업 이후 이해당사자가 업무를 맡으면 안 된다는 논리로 의사 출신들을 전문 업무에서 배제시켰는데, 지금은 그 부작용이 심하다”며 “행시 출신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병원에 대한 영향력, 보건소에 대한 예산권이 있는 보건 분야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연구 역량, 비정규직에 의존 질병관리본부의 보건행정 능력뿐만 아니라 연구인력의 역량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우수한 정규 인원을 충원해주지 않다 보니 질병관리본부는 연구비, 사업비로 비정규 연구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비정규 직원이 269명으로 정규직(156명)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이 석·박사 학위를 가진 경우가 많아 정규직보다 능력과 스펙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석·박사 출신 비정규직들이 자신보다 스펙은 떨어지는데 권한은 더 많은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조직이 불안정하다”며 “게다가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우수한 정규직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의사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수 수당 등 유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KAIST를 만들 때 선제적으로 외국 박사들을 스카우트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키워 미래 감염병에 대처하려면 우수한 의사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파견인력이 부족해 세계적 감염병 추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병원 내 감염 관리 조직 없어 질병관리본부에 ‘병원 내 감염’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없는 것도 문제다. 2003년까지는 세균질환부 산하에 병원감염과가 있었지만 2004년 질병관리본부 출범 이후 사라졌다. 이종구 소장은 “당시 병원감염과의 명칭을 약제내성과로 바꿨다. 병원감염 관리를 하지 않고 항생제 내성만 관리하는 과로 축소시킨 것이다”며 “인력이 부족해도 의지를 가지고 해당 과를 발전시켰다면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감염병관리과가 존재하지만 급성전염병 관리, 곤충매개 전염병 관리에 치우쳐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병관리과장은 홍보 업무도 겸하고 있어 ‘병원 내 감염 관리’ 업무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의 대부분은 병원 안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200병상 이상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운영하게 돼 있지만 이 제도는 메르스 앞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보건당국의 병원 감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400병상 이상의 94개 병원 166개 중환자실에서 총 2843건의 병원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염병 발생 후에야 뒷북 예비비 투입 땜질식 예산 처방도 신종 감염병을 막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관련 예산은 총 4024억 원이지만 고정비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종 전염병 대응체계 강화 사업 예산은 2007년 153억 원에서 올해 34억 원으로 급감했다. 국가격리시설 운영사업비도 2013년 11억2900만 원에서 올해 9억1200만 원으로 줄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는 16일 505억 원을 예비비로 긴급 지원해야 했다. 큰 문제가 터지고 국가적인 이슈로 부상한 이후 부랴부랴 ‘예비비’ 등으로 뒷수습을 하는 행태가 재연된 것이다. 예산 부족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강제 격리조치를 할 경우 생계비 등 피해보상 청구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으로선 향후 예산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강력한 격리 조치를 머뭇거리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재해를 대비해서 농산물 매입과 농가 보전 비용을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질병관리본부 어떤 일 하나‘질병 예보관.’ 질병관리본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 현황을 수집하고 분석해 위험도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마치 기상청이 매일 날씨 정보를 수집해 발표하는 것과 흡사한 역할이다. 뇌염모기 주의보 등을 발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질병 예보는 예방접종 확대 등 후속 조치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는 것도 질병관리본부 역할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과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업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13개 공항과 항구의 국립검역소에 330명의 검역관이 일하고 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질병관리본부의 레이더망에 걸려 있었지만 끝내 국내 유입을 막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생명 관련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백신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美 센터장 아래 4각 편대… 부처 지휘-軍동원 요청권까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랑스의 국립보건통제센터(INvS),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 등 외국의 기관들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초긴장 상태다. 전염병이 돌 때 이 기관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강력한 초동 대처를 해왔다.세계의 전염병 경찰, 미국의 CDC 미국 CDC는 2013년 7월부터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에 대비해 의심환자를 처리하는 절차와 점검 사항을 매뉴얼로 만들어 미국 각지의 병원에 보냈다. 이 매뉴얼은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지난해 5월 위력을 발휘했다. 첫 메르스 의심환자가 들렀던 인디애나 주 먼스터의 한 지방 병원은 응급실이 아닌 격리 진료실에서 초동 진료를 하는 등 매뉴얼대로 처리했다. 확진 판정이 나온 즉시 의료진 50여 명도 격리됐다. 그 결과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기민한 병원의 대응은 CDC가 선도했다. 캐서린 대니얼 CDC 커뮤니케이션실장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만일 메르스가 미국에서 또 발생한다면 ‘호흡기 질환 센터’를 축으로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CDC의 신속대응팀은 전염병 대책본부를 주축으로 유관 조직들을 동원하는 태스크포스(TF)다. CDC는 전염병 대책본부를 포함해 보건위생본부, 비전염성 질병 대책본부, 보건대책 지원본부 등 크게 4개의 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4개 본부는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이 직접 지휘한다. 대니얼 실장은 “국가적 수준의 보건 위험 요소에 대응하도록 조직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에볼라에 이어 메르스를 조기에 수습하기까지 CDC 인력은 중추 역할을 해왔다. 1946년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처음 설립된 CDC는 세계보건기구(WHO)보다도 2년 먼저 설립됐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 퇴치 기구인 셈이다. 계약직까지 합쳐 1만5000여 명이 근무하는 CDC에서 3000명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받은 의사 출신이다. 이들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전염병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CDC는 24시간 안에 역학조사팀을 파견한다. 역학조사팀은 다른 나라에도 나간다.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 원숭이천연두 같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는 곳이면 당사국의 요청을 받아 24시간 내에 역학조사관을 보낸다.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게 대기하고 있는 역학조사팀의 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2004년 사스가 발병했을 때도 CDC는 사스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을 완성해 세계의 병원에 배포하기도 했다. CDC는 전염병이 돌지 않는 평상시에도 24시간 가동하는 비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로부터 비상 연락을 받는다. 또 메르스 같은 전염병 의심환자의 경우 CDC가 마련한 ‘감염 기준표’를 참고해 감염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당부를 수시로 병원에 전파한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CDC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각종 방역 대책과 매우 구체적인 대응 프로그램 및 매뉴얼을 공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에는 보건 기구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CDC 예산은 66억700만 달러(약 7조3300억 원)다. CDC 산하 기구인 독성물질·질병등록(ATSDR)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전체 예산은 113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 선이다. 이는 WHO의 연간 예산(40억 달러)의 3배에 가깝다. 예산은 펀드 형식으로 모으기도 한다. 올해 예산 중 ‘질병예방 공중보건 펀드’로 8억1000만 달러를, ‘공중보건 서비스 평가 펀드’로 3억9700만 달러를 조성했다. 이런 예산을 쓰는 CDC에 미국은 질병 컨트롤타워의 임무를 계속 맡겨왔다. 지난해 10월 15일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자 프리든 소장은 “지금까지 주 정부와 보건기관에 일임했던 방역 대책을 이 순간부터 CDC 주도하에 국가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CDC가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미국은 에볼라 사태 발발 후 43일 만에 에볼라 사태 종료를 선언했다. 에볼라 감염 환자 11명 중 2명이 사망했지만 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 나갈 수 있었다. 세계 주요국은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대비해 CDC를 벤치마킹한 조직을 창설해왔다. 중국의 경우 2002년 CDC를 본떠 중국질병통제센터(CCDC)를 만들었다. CCDC에는 현재 4000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CDC는 2004년 CCDC와 공동으로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허난, 안후이, 헤이룽장 성 등 중국 10개 지방에서 에이즈 감시와 환자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신속 소통, 결정을 모토로 삼는 INvS 프랑스는 1998년 광우병 위기 이후에 INvS를 창설했다. 메르스, 광우병, 에볼라, 식품 오염, 열대성 질병에 대한 경보를 내리고 비상사태에 질병을 통제하며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역할을 하는 정부기관이다. INvS의 상황실은 공무원이 아닌 전문 의료진이 모든 통제의 책임을 진다. 또한 전국 각지의 병원 의사들 및 감염 전문가들과 신속히 정보 교류를 하며, 응급구조대(SAMU)에서 올라오는 각종 정보도 즉각 전달된다. 상황실 근무자가 메르스 의심사례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면 상황실의 전문가들은 짧은 토론을 거쳐 격리조치 같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린다. INvS는 지역의 감염예방 전문가 및 현장 의사들과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3년 5월에 첫 메르스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체류하다가 귀국한 65세의 환자가 북부 도시 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도중 한 달 만에 숨졌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병실을 같이 썼던 다른 50대 환자도 감염됐다. INvS는 즉시 확진환자를 격리하고, 이 병원에서 접촉했던 모든 사람을 추적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메르스 의심환자들을 추적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여 결국 확진환자는 2명에 그쳤다.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자마자 INvS에는 위기대책상황실이 설치됐다. 24시간 가동되는 상황실에는 모든 포스트에 팀원을 2배로 늘렸다. 또한 수십 명의 감염 질병 관련 전문가가 소집돼 컴퓨터와 전화기를 앞에 두고 새로운 발생경로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기 위한 합동 작전을 벌였다. 당시 소집된 전문가들에는 호흡기 감염뿐만 아니라 열대질병, 광우병 등을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포함됐다. 전국적 비상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당시 상황실의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INvS의 감염예방 책임자 브뤼노 쿠아냐르 박사는 당시 “상황실에서 전문가들이 의심 사례 분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의사 결정은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아롤드 노엘 박사는 “전국의 병원과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질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열나는 아이를 집에서 돌봐도 되느냐”는 등 사소한 질문에도 응답했다.대책 수립 기관인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 일본에서 메르스 같은 질병이 발생하면 후생노동성이 국립감염증연구소와 함께 전면에 나선다. 후생노동성 산하 연구소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1947년 설립된 국립예방위생연구소를 전신으로 하며 직원은 300명가량이다. 이 연구소는 결핵 장티푸스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등 각종 감염증 질환을 연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또 해당 질병이 일본 내에 들어오는지를 감시하고 후생노동성과 함께 예방 대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메르스의 경우에도 연구소는 약 2년 전부터 감염 사례를 분석해 어느 정도 위험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10여 차례에 걸쳐 자료를 공개하고 수정해왔다. 또 WHO와 같은 외국의 질병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 위생연구소 등이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연구소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메르스 대책에 따르면 의심환자 사례가 지역 보건소에 접수될 경우 즉시 지정 의료기관에 옮기고 채취한 검체를 지방 위생연구소에 보내도록 했다. 검체는 이후 국립감염증연구소 바이러스 제3부로 옮겨지고 연구소는 양성 여부를 후생노동성에 보고해야 한다. 오이시 가즈노리(大石和德) 국립감염증연구소 감염증역학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염병 정보를 수집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라며 “메르스의 경우 국민들에게 어떤 상태이며 한국 여행을 해도 되는지 등의 정보를 적극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샘물 / 이진한 기자·의사 / 워싱턴=이승헌 / 파리=전승훈 / 도쿄=장원재 특파원}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무슨 불편을 끼쳤냐고?” 4일 오후 9시 35분경 서울 구로구의 식당 앞. 술에 잔뜩 취한 이모 씨(56)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경찰 두 명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식당 앞에는 손님 대여섯 명이 테이블 앞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이 씨가 테이블 앞에서 가방을 깔고 앉은 채 “술을 달라” “죽여 버리겠다”며 행패를 부리자 참다못해 경찰을 불렀다. 이 씨는 경찰이 오자 “내 조카도 경찰이다. 어디 해보자”며 윽박질렀다. 2분쯤 지났을까. 경찰 세 명이 추가로 달려왔다. 다섯 명의 경찰이 둘러서서 “손님들이 불편해하지 않느냐”고 하자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조카 같은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가야겠어. 이따 다시 와야겠구먼….” 이 씨가 ‘순한 양’처럼 꼬리를 내리자 인근 상인 대여섯 명이 우르르 달려와 경찰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매일 손님에게 술 달라고 하고, 죽여 버린다고 협박해요. 진짜 환장할 노릇이에요!” 경찰은 이날 피해 업주들의 진술서를 받아 이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서울 구로경찰서(서장 이원영)의 ‘다목적 기동순찰대’. 통상 112 신고를 하면 순찰차 1대에 경찰 2명이 출동하지만 기동순찰대는 순찰차 2∼5대에 경찰 4∼10명이 한꺼번에 출동한다.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과 역할은 비슷하지만 치안 수요가 많은 야간 시간대(오후 8시∼이튿날 오전 8시)에만 활동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전국 11개 경찰서에 기동순찰대를 출범시켰다. 현재 경찰서마다 40∼50명의 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은 8월 전국 19개 경찰서에 기동순찰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매년 설치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출동 인원 늘려 치안 역량 강화 112 신고가 접수되면 대부분 경찰 2명이 탄 순찰차 1대가 현장에 출동한다. 전체 출동 중 88.4%(2013년 기준)가 이런 ‘나 홀로’ 출동이다. 하지만 경찰 두 명만 현장에 출동하면 간혹 사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 경찰이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구로서 기동순찰대 오왕권 경위(33)도 지난해 초 구일지구대에 근무할 때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늦은 밤 폭행 신고가 접수돼 동료 경찰과 둘이 현장에 출동했다. 가해자는 줄행랑을 쳤고 피해자인 40대 A 씨는 술에 취한 채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오 경위는 피해자 치료가 우선이란 생각에 119 구급대를 불렀다. 하지만 A 씨는 “지금 뭐 하는 거냐. 가해자를 왜 빨리 안 잡느냐”며 욕을 하고 멱살을 잡았다. 심지어 전화로 친구 2명을 불러 함께 주먹을 휘두르며 거칠게 항의했다. 오 경위는 “치료부터 해야 된다”며 달랬지만 술에 취한 상태라 막무가내였다. 보다 못한 행인들이 “경찰관이 맞고 있다”며 112 신고까지 하기 시작했다. 결국 10분쯤 뒤 다른 순찰차가 와서 A 씨 일행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했다. 오 경위는 “그동안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기동순찰대는 많은 경찰이 함께 출동하다 보니 가해자 검거와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장 출동 인원이 늘면서 법 집행에 반발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창희 기동순찰대 3팀장(55)은 “기동순찰대가 출범한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업무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막무가내로 공무집행 방해를 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서는 기동순찰대 출범 이후 야간 시간에 공무집행 방해 사례가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할구역 넘나들며 피의자 검거 지난달 24일 오후 9시 50분경. 기동순찰대원들이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한 주민이 뛰어와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람이 칼에 찔렸다’는 112 신고가 막 접수된 직후였다. 아버지가 과도로 아들의 허벅지와 가슴에 상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주변을 순찰 중이던 순찰대원 8명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피의자를 검거하고 피해자를 이송했다. 기동순찰대는 관할 구역이 따로 없어 경찰 내에선 ‘리베로’로 불린다. 다른 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해도 출동한다. 집단범죄, 지역을 넘나드는 광역범죄,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4월 24일 오전 2시 50분경 영등포경찰서 관할인 대림역 앞길에서 ‘퍽치기’ 강도가 발생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로서 기동순찰대원 8명은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해 현장 부근에서 약 40분간 검문 검색을 해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 2월 3일 오전 2시 반경 금천경찰서에 오토바이 날치기 신고가 접수됐을 때도 순찰대, 금천서뿐 아니라 동작경찰서 등이 함께 추격한 끝에 날치기범을 붙잡았다. 통상 112 신고는 오후 10시∼오전 2시에 몰린다. 최근 신고가 급증하면서 야간 치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12 신고 건수는 2009년 778만8866건에서 지난해 1877만9003건으로 5년 만에 2.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휴대전화가 보급돼 신고가 간편해진 것도 한 이유다. 사유는 다양하다. “옆집에서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고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민원 같아 보이지만 옆집에 사람이 죽어서 개가 짖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경찰은 일단 출동해서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기동순찰대는 오후 8시부터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취약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구로서의 경우 안양천을 기점으로 동부권(신도림동 구로동 가리봉동)과 서부권(고척동 개봉동 오류동)으로 구역을 나눈 뒤 순찰차 3, 4대가 함께 다니면서 동네를 살피기 시작한다. 순찰대 이명동 경장(37)은 “순찰차 여러 대가 골목길까지 중점 순찰을 하는 것으로도 범죄를 초기에 예방하거나 확산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이 싸우려다가도 순찰차 여럿이 지나가면 멈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네 어려움 살피는 지역경찰 ‘문안순찰’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에게 “괜찮으세요? 별일 없으세요?”라고 안부를 물으며 순찰하는 식이다. 만취 상태로 도로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도로에서 미끄러져 쓰러져 있던 할아버지를 돕고, 오토바이 짐칸의 물건을 쏟은 뒤 쩔쩔매던 남성을 위해 물건을 실어주기도 한다. 특히 구로에는 중국 동포 등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어 순찰대의 도보 순찰은 낯선 땅에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따뜻함을 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동순찰대 이기홍 경장도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10시경 순찰을 돌다가 이런 경험을 했다. 이날 이 경장은 중국인 여행객 B 씨(40)를 만났다. B 씨는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짐 가방을 모두 잃어버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영사관 업무가 끝난 금요일 밤이어서 꼼짝없이 월요일까지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경장은 보호시설에 연락해 딱한 사정을 상세히 설명했고, B 씨는 시설에서 편안히 숙식했다. B 씨는 “낯선 타국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는데 도움을 준 한국 경찰관에게 감사한다”며 감동했다고 한다.밤에만 일하는 경찰 기동순찰대와 일반 지역경찰의 가장 큰 차이는 근무 형태다. 통상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은 ‘주간-야간-비번-휴무’로, 낮 근무와 밤 근무를 번갈아가면서 한다. 하지만 기동순찰대는 야간(오후 8시∼다음 날 오전 8시) 근무만 전담해 ‘야간-야간-비번-휴무’로 일한다. 4일에 한 번꼴로 쉬지만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강력사건이 주로 밤에 발생하는 만큼 업무 강도 역시 센 편이다. 기동순찰대 이진철 경위(41)는 “연달아 이틀을 밤을 새우니 체력적 부담이 큰 편이다. 낮에 잠을 청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밤에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쉬고 출근하는 첫날은 비교적 몸 상태가 괜찮지만 연 이틀 야간근무를 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동순찰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야간근무 중 돌아가면서 4시간씩 ‘대기시간’을 갖고 잠깐 눈을 붙인다. 남들처럼 가족과 함께 잠을 자거나 밤에 가족 곁을 지키지 못하지만 사명감으로 버틴다. 기동순찰대 정지열 경장(31)은 야간근무를 서던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진통하던 만삭 임신부 아내(30)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 당시 아내는 진통이 심해지자 글자도 제대로 쓰지 못해 ‘ㅇㅏㅏㅏ’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 경장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늘 남편의 경찰 업무를 우선시하던 아내는 “올 수 있느냐”고 묻더니 “참아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정 경장은 야간 순찰을 한 뒤 대기시간이 돌아온 1일 오전 4시에야 조퇴해 달려갔다. 아내는 캄캄한 집에서 혼자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날 오후, 오랜 진통 끝에 딸이 무사히 태어났다. 정 경장은 “힘들지만 시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메르스 확진자 10명 중 6명(63.3%)이 다른 질환을 앓고 있다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감염학회가 메르스 환자 98명의 사례를 수집한 뒤 분석한 결과다. 메르스는 다른 질환이 있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감염될 확률이 높고, 치료 경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대상 중 36명(36.7%)만 메르스 감염 당시 지병이 없었다. 나머지 환자들은 고혈압(21.4%), 당뇨(18.4%), 고형암(13.3%), 심장질환(10.2%) 등이 있었다. 메르스의 주요 증상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이다. 조사 대상 환자가 입원 당시 보인 주된 증상도 발열(86.7%)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침(37.8%), 근육통(27.8%), 가래(23.5%), 호흡곤란(18.4%), 두통(14.3%), 구역질(12.2%) 순이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 24일까지 부분 폐쇄되는 병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높이 4m, 길이 30여 m의 가림막이 설치됐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삼성서울병원은 이 가림막 때문에 더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중환자들은 옮길 수도 없는 상황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최소한의 진료만 이루어지는 상황. 평소 180여 건이던 수술은 이날 7건만 시행됐다. 입원 환자는 평소 1800여 명에서 80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외래 신규 환자나 입원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치료가 급한 암 환자 등 633명이 이날 외래진료를 받았다. 이날 오전 병원 본관 정문 앞에는 출입 허가를 받으려는 내원객 5명이 줄을 서 있었다. 문병객은 안전요원이 각 병동에 전화를 걸어 환자 이름을 확인하고 검정 글씨로 쓴 ‘방문’ 스티커를 오른팔에 부착한 뒤 입장할 수 있었다. 폐쇄 사실을 통지받지 못한 예약 환자들은 발길을 돌렸다. 1주일 전 이비인후과 진료를 예약한 A 씨(48)는 “병원으로부터 부분 폐쇄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지 못했다. 병원 현관에서 집에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으니 황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치료가 시급한 암 환자들은 메르스 여파에도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1층 로비에서 만난 암 환자의 아내 B 씨(58)는 “남편이 지난해 울산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병이 재발한 상태”라며 “삼성서울병원밖에 희망이 없다. 메르스가 무섭지만 남편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중증환자는 암 환자 247명, 심혈관질환자 40명, 심장 등 이식 환자 17명, 중환자실 환자 102명 등 총 406명이다. 이 중 일부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암 환자인 C 씨는 “지난달 1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과 항암치료는 한 병원에서 받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찝찝한 기분이 들어 오늘부터 국립암센터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중증환자는 전원(轉院)을 거부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암 말기인 아버지를 둔 D 씨는 “말기 암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해 지금은 다인실에 아버지 혼자 계시다”며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갈 수도 없는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D 씨는 집 근처인 서울의 한 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다른 병원 환자들은 받기가 곤란하다”는 답을 받았다. 의료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이송요원과 의사가 추가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병원 한 의사는 “‘메르스가 보건복지부나 전문가들의 말과 달리 심각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동료 의사였던 35번 환자가 차도가 없는 점도 사기를 떨어뜨리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병원 의료진은 이날 현재 의사 75명, 간호사 216명이 격리된 상태다. 평소 빈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장례식장도 한산했다. 지상 1층과 지하 1, 2층에 걸쳐 20개 빈소 중 이날 이용 중인 빈소는 1곳뿐이었다.○ 다른 병원 응급실 문 닫아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추가 확산이 우려되면서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가 방문한 다른 병원도 잇달아 응급실을 폐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은 14일 오후 7시부터 16일 오전까지 응급실을 임시로 폐쇄했다. 메르스 환자가 1시간 반가량 응급실에 머문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서다. 병원 측은 의사 4명, 간호사 1명, 원무수납 직원 2명, 보안요원 2명, 약사 2명, 미화원 1명 등 밀접 접촉자 12명을 자가 격리했다. 보라매병원은 평소 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병원이다. 암 치료에 특화된 원자력병원도 이날 오후 2시 50분경 응급실을 잠시 폐쇄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에 삼성서울병원을 4, 5일 방문했다는 환자 한 명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환자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원자력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한 뒤 방역 작업을 하고 16일 오전 8시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쳐 간 건국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도 응급실의 파행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6일부터 긴급한 환자만 선별해서 진료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에서는 의료진 400명 중 55명이 격리돼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중환자만 선별해 오전 8시∼오후 5시 응급실을 운영한다. 한편 정부는 15일 삼성서울병원에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국무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점검·조사단은 민간 전문가 10명, 복지부 방역관 등 6명, 역학조사관 4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대응팀은 137번, 138번 등 통제망을 벗어났다가 뒤늦게 발견된 확진환자와 접촉한 약 4075명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민병선 bluedot@donga.com·이샘물·천호성 기자}
10세 미만 어린이로서는 처음으로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기 성남시의 초등학생 A 군(7)이 메르스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A 군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다. 아직 증상이 있는 (메르스) 환자라고 보긴 어렵고,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인 상태로 관찰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 군은 14번 환자가 머물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문 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91번 환자(46)의 아들로, 지난달 27일 아버지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뒤 자가 격리 중이었다. 2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12일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양성 환자와 같은 기준으로 음압격리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현재 4차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건당국은 A 군의 누나와 엄마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A 군에 대한 보건당국의 메르스 검사 결과는 오락가락했다. 1차 검사(10일)에선 음성, 2차 검사(12일)에선 양성, 3차 검사(13일)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정 센터장은 “정확히 검사하려면 하기도(下氣道)의 분비물인 객담(가래) 등 검체를 받아서 검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기침이나 객담 같은 증상이 없는 데다 연령이 어려서 정확히 검체를 채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조만간 4차 검사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한편 대책본부는 14일을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총 145명이며, 이 중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사망률은 10.3%가 됐다. 사망 환자 대부분은 기존에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암, 고혈압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 보건당국은 현재 입원한 메르스 환자 중 건강 상태가 불안정한 사람은 16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14일을 기준으로 메르스로 확진받은 환자 중 12명이 퇴원했다. 퇴원한 환자의 평균 연령은 49.9세이며, 확진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10.9일 뒤에 퇴원했다. 확진부터 퇴원까지 기간이 가장 짧았던 사람은 평택성모병원 의료진인 25세 여성(34번 환자)과 평택성모병원에서 1, 9, 11, 12, 14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머물렀던 45세 남성(37번 환자)으로, 6일 뒤에 퇴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막연한 공포로 일반 환자분들이 병원 방문을 미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 바랍니다.” 1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2층 로비. 메르스 환자 진료로 인해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병원 감염관리실장 최수미 감염내과 교수(44·여)가 연단에 서서 그간의 힘겨웠던 심경을 털어놨다. 최 교수와 함께 자가 격리된 의료진과 직원은 총 40여 명에 이른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측은 “당시 진료활동을 펼쳤던 의료진은 전원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자택 격리 기간은 10일 끝났지만, 이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15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지난달 27일 6번 환자(71·사망)를 진단하고 자가 격리됐다. 당시 6번 환자는 타 병원에서 패혈증, 폐렴이 의심돼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왔다.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음압 격리병상에 있다가 메르스로 확진받고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최 교수는 자가 격리 기간에 친정 식구를 본인 집으로 보낸 뒤 홀로 친정에서 지냈다. 혹시나 가족에게 메르스가 전염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최 교수는 친정에 머물면서도 감염관리실장으로서 병원에 있는 의료진을 전화로 진두지휘했다. 최 교수는 “우리 병원은 메르스 사태 초기에 첫 확진환자로부터 접촉자 파악의 허점, 질병관리본부와의 불통, 당국의 미숙한 초동 대응 등 여러 문제점을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6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1번 환자(68)와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동에 입원해 메르스에 감염됐다. 병원은 6번 환자와 같은 중환자실에 머문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검사한 끝에 모두 메르스 음성을 확인했다. 이날 최 교수는 그간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친다며 준비된 원고 이외에 별도의 인터뷰는 사양했다. 안종배 여의도성모병원 영성부원장은 “(최 교수가)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와의 불통을 가장 힘들어했다. 메르스 의심환자라고 건의를 했는데도 확진 판정이 신속히 되지 않고 지연되다 보니 (메르스 환자에) 노출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송석환 여의도성모병원장은 “처음 이 환자의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을 땐 아직 메르스라는 병이 우리나라에 노출되기 전이었다. 6번 환자가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도 않았고, 병원에서 접촉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들었지만 (정부에) 지속적으로 부탁해서 (메르스를) 검사했다”고 털어놨다. 최 교수는 병원 내 추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로 원내 감염관리 기본수칙을 잘 지켰고, 의료진이 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했고, 비상상황에서 직원들이 추가 예방지침을 잘 준수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지시에 따랐던 점을 꼽았다. 한편 이날 가톨릭중앙의료원장과 8개 부속병원 원장들은 ‘메르스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어떤 환자도 차별하지 않고 최선으로 돌보겠다’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상황에 완벽히 대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르스는 안전수칙만 잘 따르면 확실하게 예방이 가능하다. 근거 없는 소문은 무시하고 이제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도 담겼다.박은서 clue@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