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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끔찍한 선혈로 물들인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배후 단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테러 조짐을 열흘 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고를 했는데도 21일 오전 8시 45분경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첫 폭발을 포함해 총 8번의 폭발이 스리랑카를 뒤흔들었다.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 높은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숙박한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목격했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자살 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07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외국인은 35명이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는 “스리랑카에 1000여 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하지만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서버도 차단했다. 미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가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고려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손택균 sohn@donga.com·위은지 기자}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작성한 448쪽 분량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 편집본이 공개된 후 미국 정계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CNN 등이 20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시도한 정황이 참모들의 증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CNN은 이날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부터 광범위한 조사를 받은 과거 참모들에게 분노했다. 케이블 뉴스에서 자신이 ‘참모들에게 제지당하고 무시당하는 부도덕한 대통령’으로 그려지는 것에 화가 났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했지만 참모들이 관련 지시를 거부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은 “대통령이 내게 뮬러 특검 해임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혀 ‘보복 1순위’에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뮬러 특검은 이해충돌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시를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게 전하라고 지시했다. 맥갠 고문은 “이 지시를 이행하느니 차라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미친 짓(crazy shit)’을 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보고서에는 프리버스 비서실장, 한때 대통령 최측근으로 평가받았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겼던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의 해임을 막으려 시도했던 정황도 담겼다. 맥갠 전 고문을 향한 대통령의 보복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가 2020년 대선을 대비해 맥갠 고문이 파트너로 있는 존스데이 로펌 대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서 일했던 네이선 그로스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뮬러 특검이 ‘증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을 때만 해도 “완전한 면죄부”라며 그를 칭송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그는 19일 트위터에 “정신 나간(crazy) 뮬러 보고서에 담긴 진술들은 조작됐고 사실이 아니다. ‘완전한 헛소리(total bullshit)’”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기독교의 대표 기념일인 부활절을 맞은 21일 오전 8시 45분경(현지 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 3개 주요 도시의 성당과 교회 3곳, 호텔 3곳, 게스트하우스와 공동주거시설 등 모두 8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7명 이상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고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첫 폭발은 콜롬보 시내 코치키케이드 지역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발생했다. 이어 중부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성당, 동부 해안도시 바티칼로아의 자이언 교회, 콜롬보의 샹그릴라, 시나몬그랜드, 킹스버리 호텔, 콜롬보 남부 외곽의 트로피컬인 게스트하우스, 콜롬보 북부 교외 오루고다와타 공동 주거시설에서 동시다발로 폭탄이 터졌다. 부활절 미사를 위해 성당에 모였던 신도들이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성세바스티안 성당의 현장 사진에는 신도석 위로 무너진 천장 잔해 사이로 희생자들의 핏자국 등이 담겼다. 사망자 중엔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 등 외국인 3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희생이 컸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 및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사건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로 보고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배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AFP통신은 “경찰이 급진적 이슬람단체의 자살 테러 위험을 열흘 전 감지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에는 불교 신자들이 이슬람 사원을 습격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스리랑카 국민의 70.0%는 불교 신자이며 이슬람교도는 10.0%, 기독교 신자는 7.4%다. ○과격 무슬림단체 소행 가능성 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끔찍한 선혈로 물들인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배후 단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테러 조짐을 열흘 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고를 했는데도 21일 오전 8시 45분경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첫 폭발을 포함해 총 8번의 폭발이 스리랑카를 뒤흔들었다.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 높은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숙박한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목격했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자살 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 체포를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07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외국인은 35명이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는 “스리랑카에 1000여 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하지만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서버도 차단했다. 미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가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고려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도 동참했다.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트위터에 "스리랑카의 부활절 비극이 믿기지 않는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 충격에 빠진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시리세나 대통령님이 하루 빨리 갈등과 혼란을 수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갈등의 역사 왜? 스리랑카는 극심한 종교, 민족, 언어 갈등에 시달려온 나라다. 국민 약 2200만 명 중 74.9%를 차지하며 불교를 믿는 신할리족과 힌두교도인 타밀족(11.2%)의 반목으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1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인도 언론 원인디아 등에 따르면 남부와 중부에 주로 거주하는 신할리족과 인도에 가까운 북부에 거주하는 타밀족의 핵심 갈등 요소는 언어였다. 스리랑카 정부는 1956년 신할리어를 유일 공식 언어로 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78년 두 언어를 모두 공식 언어로 지정했지만 불교 중심 국가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이에 반발한 타밀족의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은 1983년 타밀 무장단체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가 정부군 13명을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LTTE는 자살부대를 만들어 스리랑카 정치지도자 및 정부군을 공격했고 1991년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 암살, 1993년 라나싱헤 프레마다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 암살 등의 배후로 지목받는다. 1987년 미국은 LTTE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다. 1994년 집권한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전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시도했고 2002년 노르웨이의 중재로 휴전협정이 체결됐다. LTTE가 휴전을 거부하자 정부군은 2009년 군사력을 동원해 LTTE 무장반군을 무력 진압했다. 이때 정부군이 저지른 각종 잔학 행위는 인권 침해 및 인종청소 논란을 낳았다. BBC 등에 따르면 21일 테러 원인으로는 민족 문제보다는 종교 갈등이 꼽힌다. 스리랑카의 불교도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등은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에도 기독교에 대한 공통의 적대감을 갖고 있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서구 기독교 국가에 연이어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 때문이다. 기독교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때 테러가 발생한 점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끔찍한 선혈로 물들인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배후 단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테러 조짐을 열흘 전 미리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21일 오전 8시 45분경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첫 폭발을 포함해 총 8번의 폭발이 스리랑카를 뒤흔들었다.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 높은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숙박한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목격했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자살 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 체포를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07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외국인은 27명이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는 “스리랑카에 1000여 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하고 있지만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서버도 차단됐다. 미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가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고려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손택균 기자 soh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기독교의 대표 기념일인 부활절을 맞은 21일 오전 8시 45분경(현지 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 3개 주요 도시의 성당과 교회 3곳, 호텔 3곳, 게스트하우스와 공동주거시설 등 모두 8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7명 이상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고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첫 폭발은 콜롬보 시내 코치키케이드 지역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발생했다. 이어 중부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성당, 동부 해안도시 바티칼로아의 자이언 교회, 콜롬보의 샹그릴라, 시나몬그랜드, 킹스버리 호텔, 콜롬보 남부 외곽의 트로피컬인 게스트하우스, 콜롬보 북부 교외 오루고다와타 공동 주거시설에서 동시다발로 폭탄이 터졌다. 부활절 예배를 위해 성당에 모였던 신도들이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성세바스티안 성당의 현장 사진에는 신도석 위로 무너진 천장 잔해 사이로 희생자들의 핏자국 등이 담겼다. 사망자 중엔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 등 외국인 3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희생이 컸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 및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사건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로 보고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배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AFP통신은 “경찰이 급진적 이슬람단체의 자살 테러 위험을 열흘 전 감지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에는 불교 신자들이 이슬람 사원을 습격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스리랑카 국민의 70.0%는 불교 신자이며 이슬람교도는 10.0%, 기독교 신자는 7.4%다. ○과격 무슬림단체 소행 가능성 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끔찍한 선혈로 물들인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배후 단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테러 조짐을 열흘 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고를 했는데도 21일 오전 8시 45분경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첫 폭발을 포함해 총 8번의 폭발이 스리랑카를 뒤흔들었다.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 높은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숙박한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목격했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자살 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 체포를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07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외국인은 35명이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는 “스리랑카에 1000여 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하지만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서버도 차단했다. 미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가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고려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도 동참했다.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트위터에 "스리랑카의 부활절 비극이 믿기지 않는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 충격에 빠진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시리세나 대통령님이 하루 빨리 갈등과 혼란을 수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갈등의 역사 왜? 스리랑카는 극심한 종교, 민족, 언어 갈등에 시달려온 나라다. 국민 약 2200만 명 중 74.9%를 차지하며 불교를 믿는 신할리족과 힌두교도인 타밀족(11.2%)의 반목으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1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인도 언론 원인디아 등에 따르면 남부와 중부에 주로 거주하는 신할리족과 인도에 가까운 북부에 거주하는 타밀족의 핵심 갈등 요소는 언어였다. 스리랑카 정부는 1956년 신할리어를 유일 공식 언어로 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78년 두 언어를 모두 공식 언어로 지정했지만 불교 중심 국가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이에 반발한 타밀족의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은 1983년 타밀 무장단체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가 정부군 13명을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LTTE는 자살부대를 만들어 스리랑카 정치지도자 및 정부군을 공격했고 1991년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 암살, 1993년 라나싱헤 프레마다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 암살 등의 배후로 지목받는다. 1987년 미국은 LTTE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다. 1994년 집권한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전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시도했고 2002년 노르웨이의 중재로 휴전협정이 체결됐다. LTTE가 휴전을 거부하자 정부군은 2009년 군사력을 동원해 LTTE 무장반군을 무력 진압했다. 이때 정부군이 저지른 각종 잔학 행위는 인권 침해 및 인종청소 논란을 낳았다. BBC 등에 따르면 21일 테러 원인으로는 민족 문제보다는 종교 갈등이 꼽힌다. 스리랑카의 불교도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등은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에도 기독교에 대한 공통의 적대감을 갖고 있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서구 기독교 국가에 연이어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 때문이다. 기독교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때 테러가 발생한 점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손택균 기자 soh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특검 보고서가 공개된 후 미 정계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CNN 등이 20일 보도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으로 내분에 휩싸였고, 백악관에서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법방해 시도와 거짓말이 드러난 대통령 및 참모들은 여론의 공격에 직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보고서에 등장하는 참모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트럼프 저격수’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 매사추세츠)는 대선주자 중 처음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그는 19일 트위터에 “특검 보고서는 적대적인 외국 정부가 트럼프 캠프를 돕기 위해 2016년 미 대선을 공격했고, 트럼프 캠프 또한 이 같은 도움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토시개발부 장관도 CNN에 탄핵 찬성 뜻을 밝혔다. 다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주장에 거리를 두고 있다. 탄핵에는 하원 과반 및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어서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지도부는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가 탄핵보다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백악관 내 진통도 상당하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부터 광범위한 조사를 받았던 과거 참모들에게 분노했다. 자신이 ‘참모들에게 제지당하고 무시당하는 부도덕한 대통령’으로 그려지는 것에 화가 났다”고 전했다. 특히 도널드 맥갠 백악관 전 법률고문은 “대통령이 내게 뮬러 특검 해임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혀 ‘보복 1순위’에 올랐다. 특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뮬러 특검은 이해 충돌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시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 부장관에게 전하라고 지시했다. 맥갠 고문은 이 지시를 이행하느니 차라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는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미친 짓(crazy shit)’을 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임을 고려했으나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만류로 지난해 가을까지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맥갠 전 고문을 향한 보복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가 2020년 대선을 대비해 맥갠 고문이 파트너로 있는 존스데이 로펌 대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서 일했던 네이선 그로스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스데이 로펌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 측 변호를 맡았다. 이에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는 ‘복수’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전했다. 뮬러 특검을 향한 대통령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18초 분량의 ‘숫자로 보는 뮬러 특검’이란 동영상을 통해 “특검에 3000만 달러(약 34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고 수사에 675일이 걸렸지만 러시아와 공모 혐의, 사법 방해 혐의는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2017년 5월 제임스 코미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했을 때 기자들에게 허위 브리핑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거센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경질한 다음 날인 2017년 5월 10일 기자에게 “대통령이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차관의 권고에 따라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는 “내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다만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도 뚜렷하다. 마이클 글래스너 트럼프 재선캠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9일 뉴욕포스트에 “특검 보고서 공개 후 19일 정오까지 하루만에 약 100만 달러(약 11억3600만 원)가 모금됐다. 최근 하루 평균 기부액과 비교하면 2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기독교의 대표 기념일인 부활절을 맞은 21일 오전 8시 45분경(현지 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 3개 주요 도시의 성당과 교회 3곳, 호텔 3곳, 게스트하우스와 공동주거시설 등 모두 8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7명 이상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고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첫 폭발은 콜롬보 시내 코치키케이드 지역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발생했다. 이어 중부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성당, 동부 해안도시 바티칼로아의 자이언 교회, 콜롬보의 샹그릴라, 시나몬그랜드, 킹스버리 호텔, 콜롬보 남부 외곽의 트로피컬인 게스트하우스, 콜롬보 북부 교외 오루고다와타 공동 주거시설에서 동시다발로 폭탄이 터졌다. 부활절 예배를 위해 성당에 모였던 신도들이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성세바스티안 성당의 현장 사진에는 신도석 위로 무너진 천장 잔해 사이로 희생자들의 핏자국 등이 담겼다. 사망자 중엔 중국, 일본, 네덜란드 국적자 등 외국인 27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희생이 컸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 관광객 및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사건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로 보고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배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AFP통신은 “경찰이 급진적 이슬람단체의 자살 테러 위험을 열흘 전 감지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동아일보는 ‘지구의 날’(22일)을 앞두고 프랑스 르피가로, 이스라엘 하아레츠 등 세계 17개 주요 언론사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100일이면 자연 분해되는 쌀 빨대를 개발한 업체 ‘연지곤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나무를 심는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의 이야기를 통해 주요 언론들과 함께 환경 문제 해법을 모색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같은 날 동시에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외 언론이 소개하는 기발한 환경 문제 해법은 동아일보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희 빨대는 ‘먹을 수 있는’ 빨대입니다. 먹기 싫으면 그냥 버려도 돼요. 화단에 꽂아도 되고, 어항에 넣어도 금방 분해됩니다.” 세계 최초로 ‘쌀 빨대’를 개발한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42)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공유 사무실 ‘스페이시스’에서 만난 그는 기자에게 쌀 빨대를 꽂은 아이스 음료부터 건넸다. 엉겁결에 받아들고 빨대를 입에 물었다. 플라스틱 빨대보다 딱딱했고 쌀 냄새도 조금 느껴졌다. 음료 본연의 맛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쌀가루와 타피오카(식용녹말) 가루를 7 대 3 비율로 섞어 만든 연지곤지의 쌀 빨대는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플라스틱 빨대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탄생했다.○ ‘꽃신’ 만들다 변신한 ‘친환경 빨대 사업가’ 김 대표는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하던 1998년 부친을 여의었다. 이듬해 가업인 연지곤지를 물려받았다. 그의 부모님이 20년간 운영했던 연지곤지는 원래 꽃신을 제조하고 유통하던 업체였다. 김 대표가 이후 15년 이상 연지곤지를 운영했지만 이는 사실상 사양 산업이었다. 여기에만 매달릴 순 없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그는 2017년 초 우연히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Loliware)’가 식물성 소재로 ‘먹을 수 있는 컵’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먹을 수 있는 컵이 있다면 먹을 수 있는 빨대도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직접 개발에 나섰다. “한국인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 식재료는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바로 쌀이 떠올랐죠.” 당초 김 대표는 한국산 쌀을 이용해 한국에서 빨대를 제조하려 했다. 하지만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없었다. 결국 쌀값과 인건비가 모두 저렴한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에 공장을 마련했다.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약 1년 반 동안 제품 개발에 매달린 결과, 지난해 8월 제품화에 성공했다. 현재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는 빨대 수는 한 달에 약 5억 개. 그는 “시원한 음료 수요가 늘어나는 올여름에는 월 생산량이 7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쌀 빨대 사업부문 매출 규모는 월 2000만 원 수준이나 김 대표는 올 연말에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1개국 소재 기업들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소규모 카페에 납품하고 있으며 유명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어떻게 버려도 100일이면 자연 분해 쌀 빨대의 최대 장점은 빠르게 분해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반 플라스틱 빨대가 썩는 데 약 200년이 걸리지만 쌀 빨대는 어떻게 버려도 최대 100일이면 완전히 분해된다”고 했다. 그는 “집에 있는 어항에 쌀 빨대를 넣으니 물고기들이 빨대를 뜯어먹어 한 달도 안 돼 사라졌다”며 “일반 쓰레기로 버려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도 상관없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먹어서 없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가격 문제다. 플라스틱 빨대 소매 공급가는 개당 3∼4원으로 개당 30∼35원인 쌀 빨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아직 한국 내에서 널리 쓰이지 못하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이다. 김 대표는 “빨대를 월 20억∼25억 개 생산하면 플라스틱 빨대 값의 120% 수준(개당 약 5원 이내)까지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으로 각광받는 ‘종이 빨대’도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종이 빨대를 만들려면 원 재료인 나무를 베어야 한다”며 “쌀 빨대는 동남아에서 지천으로 남아도는 쌀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쌀로 만든 일회용 컵, 포크, 스푼, 나이프, 비닐봉지 개발도 마쳤다. 이를 이르면 5월부터 국내외 업체들에 판매할 계획이다. ○ “쌀 빨대 만들며 높아진 환경에 대한 관심” 플라스틱 빨대의 편리함에 익숙한 소비자들로서는 쌀 빨대를 사용하는 초기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플라스틱 빨대처럼 구부러지지도 않고, 오래 보관하려면 파스타 통 등에 밀봉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쌀 빨대를 구입해 쓰고 있다는 제주 서귀포시 카페 꽃이다의 모정은 사장(36)은 “생각보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모 사장은 “섬에 살다 보니 근처 바닷가에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걸 남들보다 많이 본다. 나의 조그만 노력이 쓰레기 감소에 기여한다는 것이 뿌듯하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쌀 빨대의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 일부 빨대에서 음료를 마시는 도중 금이 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쌀과 타피오카 가루의 배합 비율을 바꿔 기존 7∼10%이던 불량률을 3∼5%로 낮췄다”고 말했다. ‘환경 전도사’ 풍모를 풍기는 김 대표에게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냐고 물었다. 그는 “창피하지만 예전에는 분리배출도 귀찮아서 잘 안 했어요. 쌀 빨대 사업을 시작한 뒤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제 스스로도 이런 변화에 놀랍니다.” 한번은 어떻게 알았는지 한 초등학생 기자가 그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돌한 ‘꼬마’ 기자는 그에게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을 망가뜨린 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질문을 받고 죄책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환경에 관심이 없었던 부끄러운 과거를 면하려고 요즘엔 분리배출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18일(현지 시간) 대만 동부 화롄(花蓮) 인근에서 진도 6.1의 강진이 발생해 대만 전역이 크게 흔들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분 대만 화롄현 청사로부터 북서쪽으로 10.6㎞ 떨어진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8.8㎞다. 화롄현 일대에서는 최대 진도 7의 흔들림이 감지됐으며, 진원으로부터 115㎞ 떨어진 타이페이에서는 진도 4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대만해협 인근에 있는 중국 본토 지역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는 중국 누리꾼들의 글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올라왔다. 지진이 발생한 지 17분 후 진도 4.1의 여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타이페이 시내 고층 건물들이 흔들렸고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동부 해안가 인근에 있는 학교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타이페이 시내에 위치한 한 고층 건물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건물 내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외에 쑤아오와 화롄을 잇는 고속도로 일부가 무너졌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은 세계의 지진 활동이 집중된 환태평양 조산대를 가리키는 ‘불의 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화롄에 6.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17명이 사망했고 258명이 부상을 입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조사와 관련한 대북 제재 면제를 16일 승인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한국 정부가 요청한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를 위한 장비의 대북 반출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안보리가 기존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 협력사업에 한해 한시적으로 면제를 인정한 것이다. 면제가 승인된 장비 및 구체적인 물품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간 대북 제재 면제는 주로 의료·식량 지원, 장애인 및 아동 지원 등 인도적 사안에 대해 이뤄져왔다. 이에 따라 만월대 공동조사와 같은 남북 문화재 발굴 사업에서도 제재 면제가 이뤄진 것에 의미를 두는 해석들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미 워싱턴에서 만월대 발굴 사업 등 대북 제재 면제에 대한 사전협의를 거쳤다. 만월대 남북 공동조사는 2007∼2015년 7차례 진행됐지만 2016년 1월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지난해 10월 8차 조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안보리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장비의 대북 반출에 대한 제재 면제도 승인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가시면류관 등 성당 내 역사적 유물들도 소실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상당수가 무사히 구출됐다. 프랑크 리에스테 문화부 장관은 16일 “(주요 유물인)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그리스·로마 시대의 소매 없는 의복) 등 성물들은 시청사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진압되기 전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내부로 들어간 소방관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유물부터 안전하게 옮긴 덕분이다. 성당 내부에 있던 대형 회화 작품들도 대체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에스테 장관은 “회화 작품들은 건조 및 복원 작업을 위해 금요일에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톨릭 성물과 예술 작품을 다수 보유해 왔다. 가장 유명한 성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머리에 썼던 가시면류관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뭇가지와 갈댓잎을 원형으로 엮었다. 예루살렘 시온산에 있었으나 1239년 루이 9세가 사들였고 이후 국가적 보물로 귀하게 보관돼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예수의 수난 때 사용된 성(聖)십자가 조각 및 못 등도 보관돼 있으나 구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2사도와 4명의 전도자를 상징하는 16개 동상은 다행히도 화마를 피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성당 측은 지난주 첨탑 보수 공사를 위해 성당 꼭대기를 장식하던 동상들을 이동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르간 중 하나인 대성당 내 오르간은 불타지는 않았지만 화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화재 현장에서 대성당 재건 의지를 밝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는(성당 재건은) 프랑스의 운명이며 향후 수년간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라고 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대성당을 복원하기 위해 프랑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원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전인 이달 초 BBC는 노트르담 대성당 골조 공사에만 최소 1억5000만 유로(약 1935억 원)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자금을 마련해도 ‘숲(포리스트)’으로 불리는 대성당 천장의 목조 뼈대를 재건하는 일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문화유산 전문가 베르트랑 드 페이도는 1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성당 지붕에 쓰였던 목재는 원시림에서 800년 이상 자란 나무로 만든 것”이라며 “목재 기둥을 만들 큰 나무가 더 이상 프랑스에 없다”고 우려했다. 목재 기둥을 만들려면 참나무 약 1300그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금은 빠르게 모이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은 16일 2억 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구치,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도 앞서 1억 유로 기부 의사를 밝혔다. AFP통신은 “프랑스 기업들이 약속한 기부 총액이 6억 유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오, 신이시여….” 15일 오후 7시 50분(한국 시간 16일 오전 2시 50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93m 높이 첨탑 끝 부분이 불길 속으로 뚝 떨어졌다. 센 강변에서 화재 현장을 바라보던 파리 시민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상당수는 눈물을 흘렸다. 연 1300만 명 관광객이 찾는 850년 역사의 인류 문화유산은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화마와 싸운 9시간 첫 화재 경보가 울린 시각은 15일 오후 6시 20분(한국 시간 16일 오전 1시 20분). 23분 후 다시 경보가 울리면서 본격적으로 불길이 치솟았다. 앙드레 피노 대성당 언론 담당자는 현지 언론에 “경고음이 울린 뒤 성당의 높은 곳에서 회색빛 연기구름을 봤다”고 했다. 저녁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약 500명에 이르는 소방관들이 18개의 대형 물 호스를 사용해 물을 뿌렸다. 한 소방관이 중상을 입었다. 큰 불길은 발화 9시간이 지난 16일 오전 3시 30분경 잡혔고 15시간 만인 오전 9시 30분경 완전 진화됐다. 진화 후 로이터 등이 공개한 사진에 드러난 성당 내부 모습은 참혹했다. 천장은 폭격을 당한 듯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벽면은 시커멓게 그을렸다. 장클로드 갈레 파리 소방청장은 “전면부의 두 탑은 불길을 피했지만 대성당 지붕의 3분의 2는 붕괴됐다”고 했다. 프랑크 리에스테르 프랑스 문화장관은 “성당의 또 다른 상징물인 대형 장미모양 스테인드글라스 3개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불타버린 성당 내부를 둘러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우리의 성당을 다시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성당에 들어갔을때 탄내가 코를 찔렀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16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고, 내각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성당 재건 방안을 논의했다. 프랑스 문화유산재단은 성당 재건을 위한 국가 모금에 돌입했고 지방자치단체, 기업, 개인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진화를 어렵게 한 비계와 좁은 도로 프랑스 검경은 테러나 방화가 아닌 실화(失火)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6일 대성당 보수 작업을 하던 5개 회사의 인부 탐문 및 현장 조사를 시작한 레미 헤이츠 검사는 “고의로 불을 지른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비계(飛階) 쪽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비계 아래의 핵심 구조물 ‘아치형 나무보’는 12세기에 벌목한 참나무로 만들어져 ‘숲(The Forest)’으로도 불린다. 건물 손상을 우려해 철재가 아닌 나무 비계를 쓴 데다 오래돼 건조해진 보가 불쏘시개가 되어 화재를 키웠다는 의미다. 로랑 누네즈 내무차관은 “건물에 구조적인 취약한 부분이 있었고, 특히 아치형 지붕과 북쪽 상층부에 그런 현상이 있었다”고 했다. 소실된 대성당 첨탑은 프랑스어로 ‘플레슈’라고 불린다. 불과 비바람에 취약한 형태인데다 오랜 세월 동안 부식돼 프랑스 정부가 첨탑 개보수를 진행해왔다. 파리 특유의 좁은 도로도 초기 대응을 어렵게 했다. 물을 댈 소방용 호스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신이 도운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 “프랑스가 울고 있다” 15일 밤 시청 광장에서 불타는 대성당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민 티보 씨(25)와 앙젤라 씨(23)는 기자에게 “너무 슬퍼 두 시간 째 이렇게 서 있다”며 “모든 프랑스인들은 어려서부터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와 의미를 배운다”고 했다. 시민 오베이 씨는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건물이 사라지다니 정말 슬픈 저녁”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시테섬을 비롯한 센강의 섬 2곳에는 비극적 현장을 보려는 인파가 몰려들어 주변 정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퐁네프 다리에 서 있던 시민들은 화재 초기에 구조 소방차가 오자 박수와 환호를 지르며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이번 비극은 다음 주말 부활절 직전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리는 가톨릭 성주간에 발생해 침통함을 더했다. 시민들이 찬송가 ‘아베 마리아’를 합창하는 모습을 담은 트위터 동영상은 조회수가 700만 회를 넘었다. 현장에서 마주친 시민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큰 울림을 남겼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노트르담은 파리의 역사 그 전체이며 이번 화재는 전 세계의 비극”이라고 말했다.●역사적 유물은 대부분 안전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가시면류관 등 성당 내 역사적 유물들도 소실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상당수가 무사히 구출됐다.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장관은 16일 “(주요 유물인)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그리스로마 시대의 소매없는 의복) 등 성물들은 시청사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진압되기 전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내부로 들어간 소방관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유물들을 안전하게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물 구조 작업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2015년 11월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일어난 테러 때 시민들을 구조했던 한 성직자가 또다시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성당 내부에 있던 대형 회화 작품들도 대체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에스테르 장관은 “회화 작품들은 건조 및 복원 작업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톨릭 성물과 예술 작품을 다수 보유해 왔다. 가장 유명한 성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머리에 썼던 가시면류관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뭇가지와 갈댓잎을 원형으로 엮었다. 원래 예루살렘 시온산에 있었으나 1239년 루이 9세가 사들였고 이후 국가적 보물로 귀하게 보관돼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당시 이 면류관이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기쁨에 찬 루이 9세가 맨발에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달려 나가 관을 맞이했다는 구문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외 예수의 수난 때 사용된 성(聖)십자가 조각 및 못 등도 보관돼 있으나 구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2사도와 4명의 전도자를 상징하는 16개 동상은 다행히도 화마를 피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성당 측은 지난주 첨탑 보수 공사의 일환으로 성당 꼭대기를 장식하던 이 동상들을 이동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르간 중 하나인 대성당 내 오르간도 소실되지 않았다. 그러나 리에스테르 장관은 16일 “오르간도 화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대성당 재건 의지를 밝힌 마크롱 대통령은 “이는 (성당 재건은) 프랑스의 운명이며 향후 수년간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라고 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대성당을 복원하기 위해 프랑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복원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전인 이달 초 BBC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10년 안에 무너지지 않도록 골조 공사만 진행하더라도 최소 1억5000만 유로(약 1935억 원)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설사 자금을 마련해도 ‘숲(포레스트)’으로 불리는 대성당 천장의 목조 뼈대를 재건하는 일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문화유산 전문가 베르트랑 드 페이도는 1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성당 지붕에 쓰였던 목재는 원시림에서 800년 이상 자란 나무로 만든 것”이라며 “목재 기둥을 만들 큰 나무가 더 이상 프랑스에 없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목조 건축자재 기업 샤를루아 그룹은 “지붕 구조물 복구를 위해서는 참나무 약 1300그루가 필요하다”며 “성당 복구에 사용될 정도의 규모의 목재를 확보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복원 작업을 위한 성금은 빠르게 모이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인으로 꼽히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은 16일 2억 유로(약 258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아르노 회장의 경쟁자이자 구치,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도 앞서 1억 유로(약 1290억 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 대형 석유업체 토탈 최고경영자(CEO) 파트리크 푸야네도 1억 유로를 쾌척하기로 했다. 프랑스 대표 화장품기업 로레알을 이끄는 베탕쿠르 가문도 2억 유로를 쾌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AFP통신은 “프랑스 기업들이 약속한 기부 총액이 6억 유로(약 7706억 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온라인을 통한 ‘풀뿌리’ 국제 모금도 활발하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프랑스 헤리티지 소사이어티는 대성당 복원을 위한 기부 사이트를 개설했다. 유명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서 진행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캠페인도 50여 개에 달한다. 이웃 국가들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16일 트위터에 “독일은 대성당 복구 작업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문화유산안전청의 파비오 카라페짜 구투소 청장도 “이탈리아의 문화재 복구 경험을 기초로 대성당 재건을 위해 프랑스 당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각국 속속 애도…이슬람권 지도자도 동참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제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국 정상도 애도를 표했다. 교황청 대변인은 16일 트위터에 “교황은 프랑스와 가깝게 있다. 프랑스 가톨릭 신자와 파리 시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 전 교황청은 “세계 가톨릭의 상징을 파괴한 끔찍한 화재에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 소방관들과 이 극단적 상황을 해결하고자 애쓰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16일 “서울대교구 공동체 전체가 소방관과 관계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누구보다 프랑스 국민의 안타까운 마음이 클 것”이라며 위로했다. 영국 왕실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깊이 슬퍼하며 국가적 기념물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긴급 요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와 유럽 문화의 상징에 일어난 끔찍한 일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위로하려다 의도치 않게 프랑스에 불쾌감을 줬다. 그는 화재 직후 트위터에 “공중 살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썼다. 프랑스 소방당국은 “위에서 물을 쏟아 부으면 그 압력 탓에 목재로 된 건물 전체가 무너진다”고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하나의 역사를 잃었을 때 슬퍼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내일의 역사를 위해 강하게 재건하는 것 역시 우리의 본성”이라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이슬람권 지도자도 종교를 뛰어넘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도 국가적 문화유산이 파괴된 경험이 있기에 프랑스 국민을 괴롭히는 고통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위로했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대성당에 친숙하다”고 했고, 팔레스타인 외교부도 “화재에 깊은 유감과 슬픔을 느낀다. 프랑스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위은지기자 wizi@donga.com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가시면류관 등 성당 내 역사적 유물들도 소실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상당수가 무사히 구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소방 당국, 경찰, 정부 직원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내 유물을 구하기 위해 인간 띠를 만들었다”며 “덕분에 가시면류관, ‘성(聖) 루이’로도 불리는 13세기 왕 루이 9세가 입었던 튜닉 등 다수의 유물들을 꺼내 안전한 곳에 보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톨릭 성물과 예술 작품을 다수 보유해 왔다. 가장 유명한 성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머리에 썼던 가시면류관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뭇가지와 갈댓잎을 원형으로 엮었다. 원래 예루살렘 시온 산에 있었으나 1239년 루이 9세가 사들였고 이후 국가적 보물로 귀하게 보관돼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예수의 수난 때 사용된 성(聖)십자가 조각 및 못 등도 보관돼 있으나 구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2사도와 4명의 전도자를 상징하는 16개 동상은 다행히도 화마를 피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성당 측은 지난주 비계 작업을 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성당 꼭대기를 장식하던 이 동상들을 이동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르간 중 하나인 대성당 내 오르간도 소실되지 않았다. 다만 성능까지 완벽한 상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프랑크 라이스터 문화부 장관은 1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오르간도 화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형 회화 작품들도 불타진 않았지만 소화전 물로 인해 훼손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대성당 재건 의지를 밝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는(성당 재건은) 프랑스의 운명이며 향후 수 년간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라고 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대성당을 복원하기 위해 프랑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복원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전인 이달 초 BBC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10년 안에 무너지지 않도록 골조 공사만 진행하더라도 최소 1억5000만 유로(약 1926억 원)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설사 자금을 마련해도 ‘숲(포레스트)’으로 불리는 대성당 천장의 목조 뼈대를 재건하는 일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문화유산 전문가 베르트랑 드 페이다우는 16일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성당 지붕에 쓰였던 목재는 원시림에서 800년 이상 자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목재 기둥을 만들 큰 나무가 더 이상 프랑스에 없다”고 우려했다. 복원 작업을 위한 성금은 빠르게 모이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인으로 꼽히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은 16일 2억 유로(약 258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아르노 회장의 경쟁자이자 구치,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Kering)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도 앞서 1억 유로(약 1290억 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가 경쟁사 애플에 5세대(5G) 모바일 칩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퀄컴과의 분쟁으로 5G 칩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애플이 화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5G 단말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5G 칩 판매와 관련해) 우리는 애플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사 제품에만 모바일 칩을 탑재해온 화웨이가 ‘방향 전환’을 암시한 것이다. 전체 인터뷰 내용은 15일 공개된다. 런 회장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그는 “잡스가 훌륭한 이유는 애플을 창업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그가 ‘훌륭했다(great)’고 말하는 건 절제된 표현이다. 나는 그가 ‘매우 훌륭했다(super great)’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잡스가 타계했을 당시 여행 중이던 가족들과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5G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한 반면 애플은 아직 5G 단말기를 공개조차 하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5G 칩 수급 문제다. 애플은 그동안 퀄컴과 인텔의 모바일 칩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퀄컴과의 특허 분쟁으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에는 인텔 칩만 탑재했다. 그러나 인텔이 내년에야 5G 칩을 출시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애플의 5G 단말기 출시도 함께 늦춰진 상황이다. 현재 5G 칩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은 퀄컴,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다. 삼성전자는 물량 부족으로 애플에 5G 칩 공급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화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5G 단말기를 더 빨리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5G 장비 보안을 문제 삼으며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어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와 기업들의 민감한 기밀정보를 온라인에 폭로하며 명성을 얻은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7)가 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 법무부는 11일(현지 시간)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체포된 어산지를 컴퓨터 침입 음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히고 영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구했다. 이날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어산지는 2010년 1월에서 3월 사이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과 공모해 국방부 컴퓨터를 해킹해 기밀 자료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매닝은 어산지의 도움을 받아 국방부 내부 시스템에서 기밀 정보를 다운로드받아 이를 위키리크스로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어산지는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공소장은 지난해 3월 서명됐으며, 미 검찰은 어산지를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어산지가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자 생활을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2010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국 기밀 70만여 건을 폭로하며 1급 수배 대상에 올랐던 그는 같은 해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영국에서 스웨덴 검찰 측의 체포영장을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을 냈으나 2012년 패소했다. 그는 스웨덴으로 송환될 경우 결국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영국 법원의 보석 결정을 무시하고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에콰도르 정부는 이날 갑작스럽게 어산지의 망명자 신분을 철회했다. 대사관은 영국 경찰의 진입을 허용했고 어산지는 대사관 생활 2487일 만에 체포됐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어산지가 망명 관련 국제 규정을 계속 위반했기 때문에 보호 조치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측은 어산지에 타국의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올 1월에도 위키리크스는 바티칸과 관련한 기밀 문서를 공개했고, 에콰도르는 위키리크스의 계속되는 폭로에 어산지가 개입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이날 영국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어산지가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구금하기로 했다. 마이클 스노 판사는 “(어산지의 행동은) 자신의 이기적인 관심사를 넘어설 수 없는 나르시스트의 행동”이라고 말한 뒤 그를 사우스워크 형사법원으로 넘겼다. 그는 사우스워크 법원에서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다음달 2일엔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을 심리하기로 했다. 어산지의 변호인 제니퍼 로빈슨은 “미국의 송환요청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언론들은 어산지의 체포가 ‘러시아 스캔들(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2016년 8월 러시아 정보기관이 해킹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의 이메일을 폭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사실상 도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클린턴은 “어산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관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선 기간 동안 “위키리크스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11일 어산지 체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위키리크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내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둔 마지막 달 위키리크스를 164번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간)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탄도미사일이나 신형 무기를 공개하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북한의 열병식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평양 동쪽 미림비행장 일대를 7일에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또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월 25일) 기념 열병식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위성사진에는 미림비행장 일대에 군용차량 217대가 두 무리로 나뉘어 집결한 모습이 촬영됐다. 보고서는 “확정적이지는 않으나 이는 과거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관측된 열병식 준비 초기 단계를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열병식 3∼6주 전까지는 훈련장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열병식 준비 단계에 들어서면 군 병력을 태운 버스와 군용 차량 다수가 훈련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미림승마장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과 미림비행장에 세워진 초경량 항공기 10대도 촬영됐다. 보고서는 “열병식 준비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2015년 열병식 때 기마의장대가 대열을 이끌었고 초경량 항공기가 상공을 비행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예전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전력을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 시스템이나 탄도미사일이 등장한다면 이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비타협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선거 캠페인 영상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저작권 위반으로 재생 중지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AP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과 함께 2분 2초 길이의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영상 초반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CNN 등의 사진과 함께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고 비웃은 뒤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른다”는 자막이 뜬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하는 장면 등 임기 중 활동 모습과 “당신의 투표가 그들이 모두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문제는 이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한스 치머가 작곡한 ‘다크나이트 라이즈’ 삽입곡 ‘우리는 왜 쓰러지나(Why Do We Fall)’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날 워너브러더스 측은 “영상에 다크나이트 라이즈 삽입곡이 허가 없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트윗에 올라온 영상에는 현재 “저작권자의 신고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가 떠있다.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은 형편없다(AOC sucks!).”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사진)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국가의 삼권분립도 제대로 모르는 새내기 민주당 의원(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조언을 따르는 걸 보라”고 맹비판하자 청중은 이같이 화답했다.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으나 지난달 24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무혐의 결과를 받아든 트럼프 주니어가 본격적으로 아버지 재선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넘어 자신의 정계 진출 야망도 내비치고 있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 ‘구원투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백악관 고문을 맡고 있는 동생 이방카 부부와 달리 정치적 직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그룹 수석부회장을 맡아 왔으며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며 ‘트럼피즘’(트럼프식 극우 포퓰리즘)의 열렬한 옹호자를 자처해 왔다.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 스캔들 면죄부를 받아든 지 사흘 만에 정계 진출 야망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7일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을) 제외하고 싶진 않다”며 “아버지는 68세에 정계 진출을 결정했다. 나는 아직 41세라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는 아버지의 ‘확성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 주류 언론 비난에 열을 올렸다. 그는 8일 최근 반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였던 일한 오마 하원의원(민주)의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백인 국수주의자’ 발언에 대해 “유대인 남성을 상대로 또다시 반유대주의적 편견에 휩싸인 발언을 했다”고 트위터로 비난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행보는 ‘러시아 스캔들’ 무혐의 결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16년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해가 되는 정보를 주겠다”고 약속한 러시아 측 인사를 만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9일 로버트 뮬러 특검팀 수사 결과 보고서의 편집본을 일주일 내에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그 여파가 주목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북한이 대만에 소형 잠수함 및 관련 기술을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만 상보, 타이완뉴스 등 현지 언론을 인용해 북한이 대만의 국산 잠수함 도입사업(IDS) 초기인 2016년 국방부 측에 잠수함 판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독자적으로 방어용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며 IDS를 추진했고, 여기에 미국 등 17개국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북한은 대만의 한 무역회사를 통해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역회사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 측은 자체 개발한 227t급 상어급 잠수함, 연어급 유고급 잠수정 등 소형 잠수함 판매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북한은 특히 연료전지로 산소를 자체 생산하는 공기불요 추진(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체계도 공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북한이 AIP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AIP를 장착한 디젤 잠수함은 최장 4주간 잠항이 가능하다. 이에 대만 국방부의 잠수함 전문가는 입찰 제안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북-중 접경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를 방문해 북한 군부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고 RFA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대만 측은 북한의 제안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대만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로 북한의 기술을 구매하지 않았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이 한국 등 5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리비아 내 정부군과 군벌의 무력 다툼으로 리비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對)이란 제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미 정부 관계자는 “리비아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며 “원유 시장에서 우리는 사고(accident)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리비아에서는 동부 군벌 세력이 4일 리비아 통합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겠다고 선언해 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관계자에 따르면 예외국가 8개국 중 더 이상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은 예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터키 등 5개국의 예외 조치는 연장되나 첫 예외 기간 때보다 수입량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는 원유 공급량 급감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미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