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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2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를 딴 ‘신궁’ 기보배(35)는 올해 1학기 서울대에서 교양과목 양궁 강의를 맡았다. 엄마이자 현역 양궁 선수인 기보배는 매주 금요일 오전에 교수님이 된다. 1인 3역이 쉽지만은 않다. 광주광역시청 소속 선수인 그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광주에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한다. 목요일 저녁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금요일 오전에 서울대생들을 가르친다.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갖지만 월요일 훈련 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일요일에 다시 광주로 내려가야 한다. 이렇듯 바쁜 와중에도 그는 올해 ‘소원’ 하나를 이뤘다. 3월 열린 2023년 양궁 국가대표 3차 선발전 리커브 여자부에서 종합순위 8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8명 중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것. 2017년 이후 6년 만의 국가대표 복귀였다.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지만 기보배는 “선수 생활을 올해까지만 하기로 했다. 태극마크를 달아 보고 은퇴하는 게 작은 소원이었는데 그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양궁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 기보배지만 아쉬움은 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와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일명 ‘양궁 그랜드슬램’을 놓친 것이다. 이 중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선수로서 전성기이던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올해 항저우 대회도 역시 탈락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는 박성현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만이 유일하게 양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은퇴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양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궁을 빼곤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선수 타이틀을 내려놓는 기보배는 교육자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광주여대 시절 은사 김성은 감독(현 광주은행 감독)의 권유로 바쁜 선수 생활 중에도 공부를 한 그는 작년 2월 조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밟던 조선대에서도 세 학기 정도 강의를 했던 그는 “양궁의 매력은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게 양궁이다. 선수 시절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 왔듯이 은퇴 후에는 교육자로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충실한 몸 관리로 3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온 그는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주로 하는 ‘밴드 운동’을 추천했다. 양궁 선수들은 스트레칭 밴드를 이용해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근력까지 강화한다. 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효과도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보배는 “양궁은 큰 근육보다 작은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밴드 운동은 보여주기 위한 근육보다는 정말 필요한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일반인분들께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올해 1월 서울대 수강신청 시스템에는 ‘강의계획서_양궁_기보배.hwp’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이 올라왔다. 1학점짜리 교양과목 양궁의 강사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35·광주광역시청)라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문서였다. 곧바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광클(광속 클릭)’ 전쟁이 벌어졌다. 수강 신청 경쟁률은 10대 1을 훌쩍 뛰어넘었다. 클릭이 빨랐던 60명(오전 9시 30명, 오전 11시 30명)의 학생들만 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는 양궁장이 따로 없다. 기보배의 양궁 강의는 서울대 야구장 한쪽의 빈 공간에서 열린다.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다. 얼마 전 찾은 서울대 야구장에서는 학생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었다. 선수들이 쓰는 활에 비해 장력이 약한 활을 사용해 누구나 쉽게 활시위를 당겼다. 과녁까지의 거리도 20m 남짓했다. 기보배는 이리저리 다니며 선수들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기도 하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기보배는 “서울대의 양궁 강의는 원래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강의를 늘리면서 추가로 강사를 채용했는데 내가 지원을 하게 됐다. 시간강사이지만 학생들로부터 ‘교수님’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기보배가 교수님이 되는 건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오전뿐이다. 기보배는 여전히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결혼해 딸을 낳은 엄마 궁사다. 교수와 선수, 엄마 등 1인 3역을 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광주광역시청 소속 선수인 그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소속팀이 있는 광주에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한다. 목요일 훈련을 마친 뒤 저녁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금요일 오전에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친다. 강의가 끝나면 마침내 기다리던 가족들과 주말을 함께 지낸다. 하지만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월요일 훈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일요일에 다시 광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올해 ‘소원’ 하나를 성취했다. 3월에 열린 2023년 양궁 국가대표 3차 선발전 리커브 여자부에서 종합순위 8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8명 중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17년 이후 무려 6년 만의 국가대표 복귀였다. 이후 열린 최종 평가전에서 탈락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4명 안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2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딴 기보배에게는 ‘국가대표’ 자체가 큰 영광이자 성취였다. 기보배는 “사실 선수 생활을 올해까지만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은퇴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은퇴하는 게 작은 소원이었다. 항저우 아시아경기는 못 가지만 목표로 했던 소원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가 되면서 4월에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하게 되면서 서울대 양궁 강의는 잠시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했다.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으면서 그는 다시 대면 강의를 진행해 왔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얘기할 때 흔히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뽑히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한다. 기보배의 사례를 보면 이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신궁’이라 불리며 양궁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 기보배이지만 그에겐 아쉬움이 남은 게 또 하나 있다. 양궁 그랜드슬램을 놓친 것이다. 양궁 그랜드슬램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와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기보배는 유독 아시아경기와 인연이 없었다. 선수로서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던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올해 항저우 대회도 역시 탈락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3개나 땄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지만 아시아경기 개인전 금메달은 딴 적이 없다. 한국 선수로 양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박성현 여자 대표팀 감독이 유일하다. 내년 파리 올림픽이 있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이유에 대해 기보배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양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궁을 제외한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기보배는 교육자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은사인 김성은 광주여대 감독(현 광주은행 감독)의 권유로 바쁜 선수 생활 와중에도 공부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2월 조선대에서 ‘다중지능이론을 활용한 초등학생 표적도전 양궁 신체활동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보배는 “선수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학위를 받는데 7년이 걸렸다. 그 사이 결혼도 했고, 출산도 했다. 또 2021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기 전 박사 과정을 밟던 조선대에서도 3학기 정도 강의를 했다. 그는 “양궁의 매력은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게 양궁이다. 선수 시절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 왔듯이 은퇴 후에는 교육자로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듬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기보배가 3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몸 관리에도 충실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 양궁은 체력소모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하루에 수백 발의 화살을 쏘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동계 훈련 때 지구력과 근력을 충분히 쌓아두지 않으면 한 시즌을 버텨낼 수 없다. 기보배도 러닝과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한다. 일 주일에 3, 4번은 5km 정도 뛰면서 지구력을 키우고 코어 운동 위주로 근력을 키운다. 기보배를 포함한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장 애용하는 훈련은 바로 ‘밴드’를 활용한 운동이다. 스트레칭 밴드를 이용해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근력까지 강화한다. 밴드만 있으면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집이나 숙소에서도 할 수 있다. 기보배는 “양궁은 큰 근육보다는 소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밴드 운동은 보여주기 위해 근육보다는 정말 필요한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일반인분들께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47)은 41세까지 선수 생활을 했는데 37세이던 2013년엔 타율 0.253에 13홈런에 그쳤다. 스스로 “2군에 가 있어야 할 성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소속팀 삼성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번 더 해보라”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 이듬해 그는 타율 0.308, 32홈런을 기록하며 부활했고 은퇴할 때까지 중심 타자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팀의 베테랑 왼손 투수 장원준(38)을 똑같이 대했다. 2015,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주역인 장원준은 2018년 3승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장원준과 면담한 뒤 “통산 129승을 한 투수다. 이 정도 이력을 쌓은 선수가 은퇴할 생각이 없는데 뛸 수 있는 팀을 찾지 못하는 건 불명예다. 장원준에게 ‘후회 없이 한번 뛰어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이런 판단이 장원준과 두산을 모두 살렸다. 국내 투수들의 부진과 외국인 투수의 부상 공백을 메워준 선수가 바로 장원준이기 때문이다. 장원준은 지난달 23일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마침내 통산 130승 고지를 밟았다. 2주 뒤인 이달 6일엔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째이자 통산 131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로 장원준은 임창용(은퇴·130승)을 제치고 다승 부문 역대 10위로 올라섰다. 장원준은 등판 간격을 일주일로 줄인 13일 NC전에 다시 선발로 등판했고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3연승에 성공했다. 투구 수는 73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때 시속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던 장원준이었지만 이날 최고 스피드는 시속 139km에 그쳤다. 하지만 볼 끝 움직임이 큰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이 감독은 18일 LG전 선발 투수로 장원준을 내정했다. 에이스로 뛰던 시절처럼 나흘 휴식 뒤 5일 만의 등판이다. 일주일에 두 번 선발 등판하는 건 2017년 8월 29일 롯데전, 9월 3일 삼성전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장원준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지금은 선발 로테이션이 구멍 난 곳에 들어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을 주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내셔널 타이틀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이 15일부터 나흘간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총상금 12억 원, 우승 상금 3억 원이 걸린 이 대회에는 11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박민지와 시원한 장타로 스타덤에 오른 신예 방신실 등 132명이 출전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흥행을 위해 1, 2라운드에 흥미로운 조 편성을 했다. 1라운드가 열리는 15일 오전 8시 25분 10번홀에서는 올 시즌 KLPGA투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1∼3위인 방신실(260.64야드) 김수지(256.26야드) 황유민(254.92야드)이 같은 조에서 티오프한다. 이 대회는 코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코스 전체 길이는 6721야드(약 6146m)로 그리 길지 않지만 드라이버 샷이 떨어지는 랜딩 지점의 페어웨이 폭이 22∼27야드로 좁은 편이다. 골프장이 언덕에 만들어져 코스 굴곡이 심하다. 파4홀 기준 세컨드 샷 지점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도 있다. 그린 스피드도 빠르게 세팅됐다. 한국 여자 골프를 대표하는 세 명의 장타자가 난코스를 어떻게 공략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오후에는 최근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메이저 여왕들’의 맞대결이 준비돼 있다. 디펜딩 챔피언 임희정과 2021년 대회 우승자 박민지, 2019년 우승자 이다연이 오후 1시 10분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박민지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연장전 이글로 대회 3연패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한국여자오픈에서 각각 3위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 대회에서 강했다. 임희정은 지난 18년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은 2003, 2004년 정상에 오른 송보배가 마지막이다. 임희정은 작년 이 대회에서 역대 대회 최소타 기록(19언더파 269타)을 세웠다. 메이저 대회 3승을 기록 중인 이다연은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4월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정상을 차지하는 등 큰 대회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DTD’는 한국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표현이다. ‘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약자로 2000년대 중반 김재박 당시 현대 감독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문(非文)이지만 의미가 명확해 지금도 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반대편에 있는 말로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는 표현도 있다. 이정후(25·키움)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 최다안타, 타점, 장타율, 출루율)에 올랐던 이정후는 타격 폼을 바꾼 올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4월 타율이 0.218(87타수 19안타)에 그쳤다. 4월 22일 SSG전 4타수 무안타로 시즌 타율이 0.19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월 들어 반등하더니 6월 11일 KT전에서 4타수 4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타율 3할대로 올라섰다. 12일 현재 타율 0.304(230타수 70안타)를 기록 중이다. 6월 10경기에선 타율 0.500(38타수 19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정후는 11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을 것 같아서 사우나에서 몸에 소금도 뿌려보고, 배트를 마사지 건으로 두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가 성당에서 성수를 가져다주셔서 안방인 고척스카이돔 타석에 뿌려보기도 했다”고도 했다. 이정후는 심기일전을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 수시로 특타를 했다. 그는 “특타는 (타격감이 살아난) 5월 중순까지 했다. 이후로는 체력이 떨어질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도움도 컸다. 이정후는 “어머니가 나 때문에 매일 새벽 기도를 했다. 모든 패턴이 나에게 맞춰져 있다”고 했다. 아버지인 이종범 LG 코치도 “서두르지 말고 순리대로 하면 곧 네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후는 “3할에 그칠 게 아니라 더 치고 나가야 한다. 지난해보다 잘하는 게 목표다. 올해 좀 늦었지만 지금의 감을 후반까지 유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이정후는 12일 발표된 2023 프로야구 올스타전 베스트12 팬 투표 1차 집계에서 50만2241표를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후보인 이정후는 총 투표 수 96만5475표 중 절반 이상을 얻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2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베이 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 3라운드. 선두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두 타 뒤진 2위 김효주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홀까지 약 25m 거리에서 어프로치샷으로 이글을 노린 것. 58도 웨지로 친 이 공이 들어갔으면 동타가 돼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던 공은 홀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살짝 꺾이며 멈추고 말았다. 홀인을 기대했던 김효주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오르며 아쉬워했다. 마지막 홀 버디로 이날 3언더파 68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최종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은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를 적어 낸 부하이에게 돌아갔다. 작년 8월 AIG 여자오픈에서 전인지를 4차 연장 끝에 누르고 LPGA투어 첫 승을 신고한 부하이는 두 번째 우승도 한국 선수와의 경쟁 끝에 따냈다. 34세인 부하이는 올 시즌 우승자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우승 상금은 26만2500달러(약 3억4000만 원). 투어 통산 6번째 우승을 놓쳤지만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둔 김효주의 표정은 밝았다. 준우승 상금 16만1615달러(약 2억1000만 원)를 받은 김효주는 “18번홀 세컨드 샷 지점에서 (앞 조의) 부하이가 버디를 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무조건 이글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칩샷이 홀에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1등은 못 했지만 다음 주까지 좋은 느낌을 이어가다 그다음 주 메이저대회(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지은과 주수빈은 나란히 최종 합계 9언더파 204타를 적어 내며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선수 시절 ‘느림의 미학’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유희관(37)은 은퇴 후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KBSN 야구 해설위원을 맡고 있으면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유튜버 크리에이터로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유희관희유’는 구독자가 12만6000여 명에 이른다. 1년도 되지 않아 ‘실버 버튼’(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받은 유희관은 “야구 선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만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 원대하게 ‘골드 버튼’(구독자 100만 명 이상)까지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유희관이 만드는 콘텐츠는 야구와 관련된 게 많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안방구장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장면을 담는다. 생맥주 통을 등에 메고 맥주보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응원단상에 올라 치어리더들과 함께 춤을 춘다. 야구장 주변 맛집도 소개한다. 방송인으로서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바다. 유희관은 선수 시절부터 누구보다 입담이 좋은 선수였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가 아니었지만 미디어데이에서는 ‘1선발’이었다. 시속 130km 안팎의 느린 공으로 101승을 거둔 유희관이 은퇴 후 방송인으로 성공 가도를 걷는 것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투수라면 누구나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 하지만 아무리 세게 던져도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내가 가진 장점을 살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후 제구를 더 정교하게 하려고 노력한 게 야구 선수로 성공하는 데 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공이 느린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반장’이 아닌 ‘오락부장’에 가까운 학생이었다. 넘치는 에너지로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곤 했다. 그는 “야구가 잘될 때 행복했던 것처럼 지금도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하니 행복하다.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는 자세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촬영과 방송 출연 등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 그가 잠시 숨을 돌리는 취미활동은 골프다. 골프의 매력에 대해 그는 “투수 때는 던지기만 했다. 그런데 골프는 공을 때릴 수 있어서 좋다”며 “공으로 하는 운동은 다 잘하는 편인데 골프는 할수록 어렵더라.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구력이 10년이 넘었지만 그의 스코어는 여전히 90개 안팎이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83타다. 투수로 느린 공을 던졌던 그는 골프도 ‘단타자’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20m 정도를 치는 그는 “골프도 거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따박따박’ 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유희관은 “누구나 멀리 치고 싶어 하지만 장타자들은 그만큼 아웃 오브 바운즈(OB) 확률도 높다. 거리에 신경 쓰기보다 정확하게 치는 게 나을 수 있다. 선수 시절 좌우명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였다. 골프를 칠 때도 내게 딱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얼굴만 보면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너끈히 던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서 던져도 나온 스피드는 130km 안팎이 고작. 직구만 느린 게 아니었다. 사회인 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시속 70km대의 커브(라고 쓰고 ‘아리랑볼’이라고 읽는다)도 종종 던졌다.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유희관(37)은 KBO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그런데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10년 전인 2013년 유희관은 서울 아리랑 페스트벌 행사의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유명 가수인 이승철과 존박 등도 함께 홍보대사를 맡았다. 야구 선수로는 유일하게 홍보대사가 된 그는 “구성진 목소리로 아리랑 한 소절을 불렀다”고 했다. 2017년에는 당시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던 경기 남양주시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공은 느려도 야구는 잘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해 2021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두산 한 팀에서만 뛰며 101승 69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8년 연속 10승을 거뒀다. 또한 두산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이자 유일하게 통산 100승을 달성한 왼손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도 3차례(2015년, 2016년, 2019년)나 차지했다. 현역 시절 그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멋진 별명으로 불렸다. 남부럽지 않은 야구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은퇴 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KBSN 야구 해설위원을 맡고 있으면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유튜버 크리에이터로서도 순항하고 있다. 2022년 7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유희관희유’는 구독자 수가 12만 6000여 명에 이른다. 채 1년도 되지 않아 ‘실버 버튼(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받은 유희관은 “야구 선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만들었는데 이렇게 많은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 이와 이렇게 된 김에 원대하게 ‘골드 버튼(구독자 100만 명 이상)’까지 달려 보겠다”고 말했다. 유희관이 만드는 컨텐츠는 야구와 관련된 게 많다. 10개 구단 홈구장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장면을 찍는다. 직접 생맥주 통을 등에 메고 맥주보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응원단상에 올라 치어리더들과 함께 춤은 춘다. 선수 때 입었던 두산 유니폼 대신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하기도 한다. 각 구장 주변의 맛집들을 소개하는 것도 주요 컨텐츠 중 하나다. 유희관은 “내 인생은 야구와는 떨어질 수 없다. 조금이나마 팬들에게 야구를 알리고 싶다. 각팀마다 독특한 응원 문화를 알아보고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다. 제 영상을 보고 대리만족을 하신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방송인 또는 유튜버로서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바다. 유희관은 선수 시절부터 누구보다 입담이 좋은 선수였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가 아니었지만 ‘미디어데이 1선발’로 불렸다. 그는 포스트시즌이나 정규시즌에 앞서 열리는 미디어데이의 단골손님이었다. 은퇴 후에는 스포츠채널 여러 곳에서 야구 해설위원 제의를 받았다. 유희관이 야구 선수로, 이후엔 방송인으로 성공 가도를 걷는 것은 스스로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투수라면 누구나 강하고 빠른 공 던지고 싶어 한다. 한창 20대 대학생이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내게는 제구라는 좋은 무기가 있었다. 고민 끝에 단점을 힘들게 고치기보다는 내가 가진 장점을 살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후 제구를 더 정교하게 하려고 노력한 게 야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했다. 고교 때까지 그는 키도 작은 선수였다. 오죽했으면 당시 감독이 다른 선수들은 운동을 시키면서 그에게 “넌 키 크게 철봉에 매달려 있으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부모님도 그에게 운동을 그만 시키려 했다. 하지만 당시 감독은 “키가 크고 힘이 붙으면 야구를 잘할 수 있다. 구속은 느려도 투구 폼은 너무 예쁘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유희관은 “돌이켜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어릴 때 야구를 못하고, 공이 느려도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아닌가. 지금 아마 선수들도 누구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반장’이 아닌 ‘오락부장’에 가까웠다.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활발한 분위기를 선호했다. 유희관은 “사실 처음 은퇴를 하고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장훈, 안정환, 김병현 같은 운동 선수 출신 선배님들이 좋은 선례를 만들어 주신 덕을 많이 봤다”며 “때마침 ‘최강야구’라는 야구 예능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시기를 잘 타고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이 많아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야구가 잘 될 때 행복했던 것처럼 지금도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하니 행복하다.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는 자세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촬영과 방송 출연 등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 그가 잠시 숨을 돌리는 취미활동은 골프다. 선수 시절부터 가끔씩 골프를 즐겼던 그는 요즘 기회가 될 때마다 필드에 나간다. 골프의 매력에 대해 그는 “투수 때는 던지기만 했다. 그런데 골프를 공을 때릴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개인적으로는 농구와 볼링, 탁구 등 공으로 하는 운동엔 모두 자신이 있다. 그런데 골프는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구력이 10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90개 안팎을 친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83타다. 야구 선수 출신치고는 잘 치는 편이 아니다. 그리고 골퍼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비거리에 대해 그는 “제게 골프와 야구는 똑같다. 야구에서 강속구 대신 느린 공을 던졌던 것처럼 골프도 거리가 잘 나지 않는다. 제구를 잡듯이 ‘따박따박’ 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야구 선수 출신들이 드라이버로 280~300m를 보내지만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20m 정도다. 그는 “티샷을 4번 아이언으로 할 때도 많다. 많은 분들이 롱 아이언을 어려워하는 데 난 이상하게 롱 아이언이 편하다. 4번 아이언으로 200m 보낸다. 18홀동안 드라이버 티샷을 한 번도 안해서 욕을 먹는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누구나 멀리 치고 싶어 하지만 장타자들은 그만큼 아웃 오브 바운즈(OB) 확률도 높다. 거리에 신경쓰기 보다는 정확하게 치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야구를 할 때부터 내 좌우명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였다. 골프를 칠 때도 나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왼쪽 팔뚝 부상으로 재활 중인 NC 왼손 투수 구창모가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야구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고교 최고 투수로 평가받는 장현석(마산용마고)은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9일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을 발표했다.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 21명과 와일드카드 3명(29세 이하)으로 구성됐다. 이전과 달리 아시아경기 대회 기간에도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중단하지 않기로 하면서 KBO는 2021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이 같은 선수 선발 원칙을 세웠다. 투수 박세웅(롯데)과 외야수 최원준(상무)도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부상 선수의 상태와 치료 과정 등을 확인한 결과 아시아경기 개막 전까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전 대회 규정을 보면 경기 전날까지는 부상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혔던 이정후 김혜성(이상 키움) 고우석 정우영(이상 LG) 강백호(KT) 최지훈(SSG) 곽빈(두산) 원태인(삼성) 이의리(KIA) 등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WBC 때 한 명의 대표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던 한화에서는 투수 문동주와 내야수 노시환이 이름을 올렸다. 키움 포수 김동헌은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선발됐다. 장현석은 아시아경기에 나가는 첫 고교 야구선수가 됐다. 조 위원장은 장현석을 뽑은 것에 대해 “아시아경기가 원래 아마추어 대회 아닌가. 아마추어 선수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표팀 평균 나이는 23.2세로 1998년 방콕 대회(22.3세)에 이어 역대 아시아경기 대표팀 중 두 번째로 젊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27.1세)보다는 4세가량 낮아졌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뽑혀 병역 미필 선수는 19명이나 된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금메달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 2026년 WBC의 초석을 다지는 첫걸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항저우 아시아경기 야구 대표팀(24명) △투수(12명)=구창모(NC) 박세웅 나균안(이상 롯데) 고우석 정우영(이상 LG) 박영현(KT)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문동주(한화) 이의리 최지민(이상 KIA) 장현석(마산용마고) △포수(2명)=김형준(NC) 김동헌(키움) △내야수(7명)=박성한(SSG) 김혜성(키움) 문보경(LG) 강백호(KT) 김주원(NC) 노시환(한화) 김지찬(삼성) △외야수(3명)=이정후(키움) 최지훈(SSG) 최원준(상무)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양현종(KIA)은 지난달 27일 LG와의 경기에서 시즌 3승째이자 개인 통산 162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그는 국내 리그 통산 최다승 단독 2위가 됐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후 악몽 같은 6월을 보내고 있다. 2일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2이닝 9피안타(1피홈런) 2볼넷 9실점으로 무너졌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 실점이었다. 양현종은 명예 회복을 노리고 나흘 휴식 후 7일 SSG와의 경기에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4와 3분의 1이닝 동안 11안타와 2볼넷을 내주며 7실점했다. 5월까지 2.29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4.55까지 치솟았다. 한때 ‘타격 기계’로 불렸던 김현수(LG)도 생애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4월까지만 해도 타율 0.400으로 순항하던 김현수는 갑자기 타격 폼이 무너지며 5월 한 달간 타율 0.148에 그쳤다. 6월 들어 치른 4경기 타율은 1할도 안 되는 0.063(16타수 1안타)이다. 7일 현재 시즌 성적은 타율 0.254(177타수 45안타), 1홈런에 불과하다. 급기야 김현수는 6일 키움전부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주말 한화와의 3연전(9∼11일)까지는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것 같다. 대타로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군에 머물면서 스스로 감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부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두 선수는 15년 넘게 리그 최정상급 자리를 지켜왔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는 야구 격언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삼성)도 그랬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게 블론 세이브를 연발하던 그는 선발 등판이라는 강수를 둔 뒤 5월 초 2군으로 내려가 투구 폼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1군에 복귀한 그는 지난달 19일 NC전 세이브를 시작으로 1승 4세이브를 기록하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 6일 NC전에서는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500세이브 고지에도 올랐다. 지난해 타격 5관왕 이정후(키움) 역시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4월말 한때 타율이 0.194까지 떨어졌지만 7일 현재 타율을 0.290(214타수 62안타)까지 끌어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23년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슈퍼 루키’ 김서현(19)이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4월 19일 처음 1군에 올라온 뒤 필승조로 활약하던 김서현의 첫 2군행입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앞서 “중간계투로 쓴다면 김서현 정도 구위를 가진 선수는 필승계투조로 써야 맞다고 본다. 필승조가 안 된다면 아예 선발로 써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1군에 머물며 패전처리를 하느니 차라리 2군에 내려가 선발로 구위를 가다듬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최 감독은 “일단 2군에서 차분히 마음을 추스르고 트레이닝부터 다시 해서 투구 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은 선발 수업을 하는 차원이고, 최종 보직은 최종 상의를 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군행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김서현의 자신감 상실입니다. 최 감독은 “어제 마운드에서도 눈치를 보더니 투구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도 기가 죽은 듯이 앉아있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 절대 아닌 선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많이 힘들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감독의 말대로 김서현은 원래 그런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구위도 최상급이지만 멘탈 하나만큼은 ‘최고 중의 최고’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김서현은 올해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 ‘인스타그램 욕설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에 코치진과 팬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구단으로부터 3일간 훈련 참가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징계 기간에도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지자 “멘탈이 대단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일정 기간의 근신과 제구를 가다듬은 뒤 4월 19일 1군에 올라와서도 그는 남다른 신인이었습니다. 데뷔 후 첫 경기부터 그는 시속 160.1km짜리 광속구를 던졌습니다. 며칠 지난 23일에는 159.5km를 스피드건에 찍었습니다. 야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을 때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다음 타자들을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원래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어떤 날엔 오버핸드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겁 없는 신인의 자신감 넘치는 투구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습니다. 최원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날인 5월 12일 SSG전에서 그는 1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첫 세이브도 따냈습니다. 당시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그 공은 감독님께서 가져가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쭉 세이브를 따면서 더 높은 기록을 달성했을 때 공을 가져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서현은 5월 23일 KIA와의 경기에서 1과 3분의1이닝 3피안타 3실점을 한 뒤 갑자기 부진에 빠졌습니다. 이후 그는 갑자기 제구가 무너지며 나오는 경기마다 사사구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장점인 패스트볼 대신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더 제구 난조의 늪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급기야 7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3-1로 앞선 7회 문동주를 구원 등판해 3분의1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습니다. 선두 타자 로하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박계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후 이유찬에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8개의 투구 중 7개가 볼이었습니다. 한 때 160km에 육박했던 패스트볼은 이날 152km가 최고였습니다. 한화는 결국 3-6으로 역전패했습니다. 김서현은 6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2와 3분의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 7개와 몸에 맞는 볼 2개 등 7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습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60까지 올라갔습니다. 최 감독은 “맞는 게 문제가 아니다. 볼 질이 문제다. 차라리 맞는 건 괜찮다. 맞으면 포수가 볼 배합을 똑바로 하면 된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아예 답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김서현의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처음 1군에 와서는 겁 없이 던졌다. 그런데 5월 이후 자신 있게 던진 공이 맞아 나가자 자신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사실 김서현의 구위면 맞더라도 다음에 다시 던지면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기 힘들다. 하지만 김서현은 아예 맞지 않으려는 투구를 하다가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투수 스스로가 자신의 볼을 믿지 못하니 상대 타자들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요. 김서현은 당분간 2군에 머물며 선발로 나서게 됩니다. 2군 타자들을 상대로 많은 공을 던지며 자신감과 함께 구위를 찾아야 합니다. 최 감독의 말대로 김서현의 보직은 그의 구위가 회복된 이후에나 다시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한화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김서현은 이제 고교를 갓 졸업한 고졸 신인이다. 워낙 좋은 신체와 구위를 갖고 있으니 지금의 성장통을 잘 이겨내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투수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지원하는 LIV 인비테이셔널 시리즈(LIV)가 출범하면서 벌어진 ‘골프 전쟁’이 하루아침에 끝났다. 싸움의 당사자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LIV골프가 서로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PGA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안투어), 그리고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지원하는 LIV골프는 7일 공동 성명을 통해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세 단체는 새로 출범하는 공동 소유 영리 법인 아래 하나로 뭉치게 된다. PGA투어가 새 법인 운영을 맡고 PIF는 독점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이번 합병에 따른 승자는 PGA투어에서 뛰다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LIV로 이적했던 선수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LIV골프가 출범한 지난해 6월 이후 PGA투어와 LIV골프는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이른바 ‘오일 머니’로 불리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LIV골프가 필 미컬슨,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을 빼가자 PGA투어는 LIV로 넘어간 선수들의 투어 대회 출전을 막았다. PGA투어를 대표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은 LIV로 이적한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배신자 취급을 했다. LIV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몇몇 LIV 선수는 PGA투어가 대회 출전을 막는 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PGA투어가 상금을 크게 올린 특급대회를 지정하고 컷오프 없는 대회를 새로 만들기로 하자 “우리 걸 따라 한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랬던 양측은 갑자기 손을 맞잡은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LIV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지난 1년간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회 스폰서와 중계 방송사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PGA투어는 LIV에 맞서 상금 규모를 크게 키우면서 재정적 압박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와 야시르 루마이얀 PIF 총재가 최근 영국 런던에서 회동을 갖고 합병에 전격 합의했다.● PGA투어 선수들은 분노, LIV는 미소모너핸 커미셔너는 합병 문서에 사인한 후 곧바로 PGA투어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가 선수들과 만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동에서 몇몇 선수는 모너핸 커미셔너를 “위선자”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너핸 커미셔너의 사임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너핸 커미셔너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LIV 선수들을 ‘반역자’ 취급하며 PGA투어 선수들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안병훈은 “PGA투어를 지켰던 선수들은 패배자가 됐다”고 썼고, 웨슬리 브라이언(미국)은 “배신감을 느낀다. PGA투어 사람들을 더 이상 못 믿겠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제일 먼저 LIV골프로 이적한 미컬슨은 “멋진 하루!”라는 짧은 글로 기쁨을 표현했다. 이번 합병 발표에 따라 LIV 소속 선수들은 다시 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위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겠다. 과거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잘 안다”고 말했다.● 美 정치권서도 ‘스포츠 워싱’ 논란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합병 발표에 대해 “골프계를 위한 크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합의다.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재임 시절 사우디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그가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낸 건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LIV 대회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스포츠를 통해 인권침해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는 이른바 ‘스포츠 워싱’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PGA투어 관계자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 인권 기록을 언급하며 미국 스포츠 분야 지분 소유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며 “아마도 그들의 관심사는 인권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올해 염경엽 감독 부임 후 ‘뛰는 야구’를 내세운 프로야구 LG는 6일까지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00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가장 많은 5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도루사 역시 41개로 최다였다. 도루 성공률이 59.0%밖에 되지 않는다. 도루 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은 키움이다. 도루 시도는 10개 팀 중 9위인 26번밖에 되지 않는데 그중 23번을 성공해 88.5%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일반적으로 도루는 성공률이 70% 정도 되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보는데 키움은 이를 훌쩍 넘는다. 키움의 성공률 높은 도루 중심엔 발 빠른 내야수 김혜성(24)이 있다. 2021시즌 베이스를 46차례 훔쳐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김혜성은 6일 LG와의 경기에서 3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올 시즌 14번 시도한 도루에서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률 100%를 이어갔다.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혜성은 “도루는 첫발을 떼는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겨울훈련 때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코치들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1.3초 안에만 포수 미트에 들어오면 주자의 스타트가 아무리 빨라도 도루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도루 저지는 포수보다는 투수한테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린라이트(벤치의 지시가 없어도 주자 스스로 판단해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권한)를 갖고 있는 김혜성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경기 당일 내 몸 컨디션을 확인하고 상대 팀 배터리의 움직임도 유심히 관찰한다. 몸 상태가 괜찮다고 판단되는 날에는 적극적으로 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득점이나 작전 수행 등 다른 플레이를 더 잘하려고 준비한다”고 했다. 또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하면 공격의 맥이 끊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팀과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도루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김혜성의 개인 통산 도루 성공률은 85.9%(198번 시도해 170번 성공)에 이른다. 올 시즌뿐 아니라 다른 해에도 무척 높았다. 도루 1위에 올랐던 2021년엔 50번 시도 끝에 46번 성공해 92.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이 가장 낮았던 2020년에도 성공률은 75.8%였다. 김혜성은 “도루에 성공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예전에 비해 도루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열심히 뛸 것”이라고 했다. 2루수로 나서고 있는 김혜성은 도루뿐 아니라 타율(0.308)과 최다안타(64개), 득점(36개) 등에서도 팀 내 1위다. 홈런은 2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그중 하나가 4일 SSG전 8회초에 나온 결승 솔로포였다. 김혜성의 이 홈런 덕에 키움은 4-3으로 이기며 올 시즌 SSG와의 경기 8전 전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도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고루 갖춘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혜성은 “MLB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작년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빅토르 호블란(26)은 노르웨이 남자 골프의 선구자다. 2018년 노르웨이 선수로는 최초로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9년에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무대에 섰다. 그는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는데 이 역시 노르웨이 선수 최초였다. 5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그는 노르웨이 골프에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노르웨이 선수 최초로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2억 원)가 걸린 특급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호블란은 이날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데니 매카시(30·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14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그는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데 이어 가장 어렵게 세팅된 17번홀(파4)에서 8m짜리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1차 연장전에서 매카시가 티샷 실수로 보기를 범한 사이 호블란은 파를 지켰다. 개인 통산 4번째 우승. 2승(마야코바 클래식)과 3승(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을 모두 멕시코에서 거뒀던 그는 미국에서 처음 우승하며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 원)를 받았다.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던 그는 11세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미국 출장을 갔다가 사 온 클럽으로 실내 연습장에서 골프를 쳤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 온 태권도도 도움이 됐다. 태권도 검은 띠인 그는 “태권도를 하면서 근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노르웨이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던 그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입학하면서 골프 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였던 김시우(28)는 이날 1타를 잃고 4위(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던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샷 난조를 보이며 3타를 잃고 공동 7위(3언더파 285타)로 밀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롯데의 경기는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 반에 2만2990석의 좌석이 모두 팔렸다. 하루 전인 3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매진이었다. 야간 경기로 열린 2일엔 1만8996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거의 가득 메웠다. 두 팀의 주말 3연전 동안 모두 6만4976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적지 않은 롯데 팬들이 ‘기세’라고 쓴 종이를 들고 응원을 펼쳤다. 시즌 개막 후 봄에만 반짝한다는 의미의 ‘봄데’를 넘어 앞으로도 지금 기세를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승리하며 스위프(시리즈 전승)를 노렸던 롯데의 기세는 이날 꺾이고 말았다. 롯데의 상승세를 막아낸 것은 KIA 왼손 투수 이의리(사진)와 집중력 있는 타선이었다. KIA는 이날 6회초 공격에서만 6점을 뽑으며 6-0으로 이겼다. 2연패를 끊어낸 KIA는 23승 24패로 6위를 유지했다. 패한 롯데도 29승 19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양 팀 선발 이의리와 한현희(롯데)의 호투 속에 5회까지 팽팽한 0-0 흐름이 이어졌다. 승기는 6회 들어 단숨에 KIA 쪽으로 기울었다. 선두 타자 고종욱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물꼬를 트자 3번 타자 소크라테스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고종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는 투구 수가 79개이던 한현희를 내리고 왼손 투수 김진욱을 투입했지만 한번 불붙은 KIA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KIA는 계속된 무사 2루에서 최형우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탰다. 롯데는 계속된 무사 1, 2루 위기에서 김도규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KIA 6번 타자 이우성은 김도규의 초구를 2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KIA는 이후에도 김규성과 류지혁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KIA 타선은 이날 15개의 안타를 합작했다. 최고 시속 153km의 빠른 공을 던진 이의리는 5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5승(3패)째를 따냈다. 삼진은 8개를 잡았다. 이후 임기영이 3이닝, 김유신이 1이닝을 각각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영봉승을 완성했다. 키움은 SSG와의 인천 방문경기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이정후와 김혜성이 각각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4-3으로 역전승했다. 전날까지 올 시즌 8전 전패를 당했던 키움은 이날 승리로 SSG전 첫 승을 거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월 2일 경남FC와 김천 상무의 K리그2 경기에서는 모처럼 서울대 출신 선수가 탄생했다. 경남FC 신인 공격수 유준하(22)가 주인공이다. 서울대 출신 프로축구 선수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58)이다. 원래 그는 공부와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책 읽기를 권한 한 선생님의 조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그는 “처음엔 읽기 쉬운 소설로 시작했다. 공부에도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공부로도 인정을 받으니까 운동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1988년 유공에 입단한 그는 그해 7골 5어시스트로 신인왕에 뽑혔고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그는 “‘서울대 나온 애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더 독한 마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황보관 하면 떠오르는 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나온 ‘캐넌 슛’이다. 최순호가 살짝 밀어준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시속 114km로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슈팅이었다. 1995년엔 일본 오이타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96년과 1997년에 선수로 뛴 뒤 유소년 구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수석 코치를 거쳐 2005년엔 감독까지 맡았다. 이후 프런트로 변신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8년 오이타는 나비스코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FC서울 감독을 지냈고 2011년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현 직책인 기술본부장은 국가대표 선발과 지원, 지도자 육성 등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건강관리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한 시간가량 일찍 출근해 코어를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집에서 쉴 때는 아내와 함께 집 인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한 시간 내외로 걷곤 한다. 6년째 서울대 축구부 OB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공을 찬다. 동호인 축구라고 해도 부상 방지를 위해선 평소에 꾸준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심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 년째 몸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이다. 그는 “어떤 일이든 발전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시간이 될 때마다 국내외로 여행을 다닌다. 요즘엔 커피와 와인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육성 전문가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야인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축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또 하나의 미래는 ‘제2의 고향’인 오이타에 집을 장만한 뒤 지인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 온천 지역인 오이타는 골프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좋은 분들과 인생을 함께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프로축구 경남FC 신인 공격수 유준하(22)는 4월 2일 김천 상무와의 K리그2 경기에 선발 출전해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프로 데뷔전을 가지면서 유준하는 서울대 출신으로는 모처럼 프로축구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1988년 황보관, 1989년 양익전, 1991년 이현석 이후 32년 만의 일이었다. 고교 때 축구 선수를 하면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공부보단 축구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고교 때 축구를 꽤 잘했지만 프로 팀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1학년 때 서울대 축구부 ‘서울대 네이마르’로 불리던 그는 2학년이던 2021년 테스트를 통해 4부 리그 노원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아마추어 선수로 뛰었다. 그리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끝에 마침내 경남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대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프로축구 선수는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58)이다. 그가 서울대에 입학한 과정은 유준하와는 달랐다. 고향인 대구에서 다니던 고교 축구부가 해체돼 서울체고로 전학을 간 그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당시 여느 축구를 하는 또래들처럼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전학을 와서 본 첫 시험에서 같은 반 60명 중 58등을 했다. 황보 본부장은 “그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유해 주셨다. 처음엔 읽기 쉬운 소설로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글과 익숙해 지면서 공부에도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당시 체고 재학생들은 주말이면 외박을 받았다. 시골에서 올라온 황보 본부장은 갈 곳이 없었고, 숙소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그는 “그렇게 1년쯤 하다 보니 10등 안에 들어 있더라. 공부가 잘 되고 인정을 받으니까 운동까지 덩달아 더 재미있어졌다. 그렇게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면서 서울대까지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예나 지금이나 운동과는 거리가 먼 학교다. 서울대 야구부는 2004년 거둔 1승이 유일한 승리다. 하지만 황보관이 활동할 당시 서울대 축구부는 달랐다. 베스트11 중 특기생도 여럿 됐고, 체계도 잘 갖춰져 약팀이긴 해도 무시할 수는 없는 팀이었다. 신연호, 김종부 등이 뛰던 고려대에 승리하기도 했고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 황보 본부장은 대학교 4학년 때 국가대표 2진으로 뽑혀 남미 원정에도 동행했다. 그 대회에서 골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1988년 프로 팀 유공 코끼리에 입단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프로 첫 해 7골-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에도 뽑혔다. 여세를 몰아 국가대표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황보 본부장은 “당시 ‘서울대 나온 애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시선이 많았다. 내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 훨씬 더 독한 마음으로 뛰고 또 뛰었다”며 “별볼일없던 선수였던 내가 발전하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다. ‘어, 정말 되네’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축구 인생의 클라이막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이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후반 최순호가 살짝 밀어준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시속 114km가 나와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슈팅이었다. ‘캐논슈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즈음이다. 황보 본부장은 “사실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때도 최순호 선배가 밀어준 공을 프리킥 골로 성공시켰다”며 “그 골 이후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외국 팀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스타덤에 올랐다”고 했다. 매일 숙소로 팬레터가 수십 통씩 쏟아졌고, 당시 라디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던 ‘별이 빛나는 밤에’에도 두 번이나 게스트로 출연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출전이 불발된 후 그는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곳에서 그는 제2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1996년과 1997년에 선수로 뛴 뒤 유소년 구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수석 코치를 거쳐 2005년엔 감독으로 승진했다. 이후엔 프런트로 변신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오이타는 나비스코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FC서울 감독을 역임했고, 2011년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으로 선임돼 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현재 맡고있는 기술본부장은 국가대표 선발과 지원, 지도자 등 인재 육성, 한국 축구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등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경기 일산에서 살고 있다. 협회가 있는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이 위치한 경기 파주를 쉽게 오가기 위해서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건강관리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파주에 출근할 때는 출근시간을 한 시간 정도 당겨 한 시간 가량 코어 운동을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평소 집에서 쉴 때는 아내와 함께 집 인근 호수공원을 한 시간 내외 걷곤 한다. 한 달에 최고 한 번은 공도 찬다. 6년째 서울대 축구부 OB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동호인 축구라고 해도 몸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서울대 축구부의 끈끈함이 있다. 월례적으로 하는 축구 경기와는 별개로 7월과 11월 등 1년에 두 번은 서울대 축구부 OB와 YB가 함께 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현재 체중은 선수 때보다 3kg 정도 많은 70kg대 후반을 유지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 년째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황보 본부장은 “나도 잘 몰랐는데 요즘 딸들이 ‘아빠는 참 긍정적이야’라고 말하더라. 그런 마음이 어디서 왔을지 생각해 보니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잘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있더라. 어떤 일이든 발전적인 방향을 생각하고, 그 방안을 찾아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요즘에 그는 커피와 와인에 빠져 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다니려 한다.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는 육성에서 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황보 본부장은 “현직을 끝내고 야인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부모의 마음,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축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또 하나의 미래는 ‘제2의 고향’인 오이타에 집을 하나 장만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 온천 지역인 오이타는 골프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오이타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많이 쳤다. 지금도 70대와 80대를 오가는 실력”이라며 “오이타에 집을 마련하면 그 동안 신세를 졌던 분들을 초대해 좋은 시간을 갖고 싶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생을 즐기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0년 이후 한국프로야구에서 홈런왕을 가장 많이 차지한 선수는 KT 박병호다.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차례나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2위는 SSG 거포 최정으로 2017년과 2021년 등 두 번 홈런왕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뜻밖의 얼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정규시즌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 5월 말 현재 홈런왕 경쟁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LG 포수 박동원이다. 박동원은 키움 시절이던 2021년 22홈런으로 공동 10위에 턱걸이한 게 유일한 홈런 톱10 진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1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4월에 4개의 홈런을 친 박동원은 예년에 비해 한결 안정된 스윙으로 5월에만 9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최주환(SSG)-로하스(두산)-노시환(한화) 등 세 명이 9개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처음 KBO리그 무대를 밟은 로하스는 열외라 쳐도 최주환과 노시환은 그동안 홈런 10위 안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타격 5관왕 키움 이정후의 부진 속에 타격왕 부문도 혼전이다. 그동안 이 부문 타이틀을 타 본 적이 없던 LG 홍창기(0.330)와 문성주(0.329)가 1리 차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선수는 출루율에서도 각각 0.441과 0.430으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홍창기는 62안타로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1위다. 타점은 키움으로 돌아온 외국인 선수 러셀이 38개로 선두고 득점은 최정이 41개로 1위다. 투수 쪽에서는 SSG 마무리 서진용이 생애 첫 구원왕 타이틀에 바짝 다가서 있다. 지난해 21세이브로 세이브 6위에 올랐던 서진용은 5월 말까지 18세이브 1승 평균자책점 0.77의 특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문 2위 롯데 김원중(12개)과는 6개 차다. 지난해 구원왕 LG 고우석은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2세이브밖에 올리지 못했다. 2003년 입단한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도 13홀드로 이 부문 1위다. 필승조를 맡고 있는 노경은은 1점대 평균자책점(1.73)을 기록하며 21번째 시즌 만에 생애 첫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2위 구승민(롯데·11개)과는 2개 차다. NC 새 외국인 선수 페디는 8승 1패 평균자책점 1.47로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탈삼진왕 키움 안우진이 87삼진으로 1위를 유지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동아일보 야구팀은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참가한 현장 지도자들에게 고교야구 발전 방안에 관해 물었다. 이 중 가장 관심이 높았던 건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이었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올해 황금사자기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심판을 도입한 대회다. 같은 달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1회전에서 덕적고 선발 신준서(16)가 공주고 톱타자 김용현(18)을 상대로 던진 공이 로봇심판 첫 판정 대상이었고 결과는 볼이었다. 이후로도 로봇심판은 스트라이크보다 볼 판정이 잦았다. 다음 날 야로고BC(21개)와 부산공고(12개)는 볼넷 33개를 주고받기도 했다. 두 팀은 몸에 맞는 공 6개를 합쳐 사사구를 총 39개 남겼다. 1971년 고교야구가 4대 메이저 대회 체제를 갖춘 뒤 이보다 사사구가 많이 나온 경기는 없었다. 이날 목동에서 치른 3경기에서는 볼넷이 총 68개 나왔다. 서울 신월야구장에서도 황금사자기 1회전 경기가 열렸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목동에서 볼넷 68개가 나온 날 신월에서 열린 3경기에서는 볼넷 20개가 나오는 데 그쳤다. 신월은 로봇심판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해 인간심판이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책임졌다. 이런 경향은 목동과 신월에서 대회 일정을 나눠 소화한 1회전 종료 시점까지 이어졌다. 목동(9경기)에서는 신월(12경기)보다 1회전 경기를 3경기 덜 치렀지만 총 볼넷 수는 163개로 신월(89개)보다 1.8배 이상으로 많았다. 타석당 볼넷 비율은 목동(22.7%)이 신월(10.1%)의 두 배를 넘었다. 이번 황금사자기는 주말리그 도입(2011년) 이후 처음으로 볼넷 비율(19.7%)이 삼진 비율(15.6%)보다 높은 대회였다. 오태근 휘문고 감독은 “수십 년간 야구를 해 온 우리 눈에는 스트라이크인데 (로봇심판에서) 볼 판정을 받는 공이 나오곤 했다. 투수들의 발전을 위해 존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상 공주고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바깥쪽에서 흘러들어오는 공을 던지면 로봇심판이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한 수도권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평소 스트라이크였던 공이 볼이 되면 어린 선수들은 어쩔 줄 모른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은 뒤 제구가 무너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런 것도 볼넷이 많아진 이유”라고 말했다.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인간심판은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경기에서는 애매한 공에 대해 ‘융통성 있는’ 판정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로봇심판은 단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현장 지도자들은 “로봇심판에 판정을 맡기는 큰 방향은 맞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로봇심판의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우리 투수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판정으로 인해 심판과 감정싸움을 할 일이 없었다. 판정의 일관성이 문제가 되곤 했는데 그런 점에서 모든 팀에 공평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팀 감독 역시 “판정에 대한 불신 탓에 아마추어 야구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심판으로 인해 그런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고교 지도자의 95% 이상이 로봇심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황금사자기 대회 중에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넓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음 대회 때는 존의 좌우 폭을 넓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 대회 중 하나인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6월 1일부터 나흘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다. 메이저대회 18번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73승을 거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83)가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부터 특급 대회로 지정돼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5억 원),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7000만 원)가 걸렸다. 특급 대회에 걸맞게 세계랭킹 톱5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29일 현재 세계랭킹 1∼5위는 스코티 셰플러(미국), 욘 람(스페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잰더 쇼플리(미국)다. PGA투어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2020년 대회 우승자 람을 1위에 올려놨다. 람은 이번 시즌에만 4승을 쓸어 담으며 페덱스컵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람은 2021년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6타 앞선 선두로 나서 2연패가 유력했으나 3라운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는 바람에 타이틀 방어가 무산됐다. 그해 캔틀레이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9년에 이어 대회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작년 대회에서 에런 와이즈(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빌리 호셜(미국)은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 김시우, 김주형, 이경훈, 김성현, 안병훈, 최경주가 출전한다. 7명의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임성재(19위)는 이달 중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5타 차 대역전승을 거뒀고 PGA투어에 복귀해서는 두 대회 연속 컷 탈락했다. PGA투어는 임성재를 파워랭킹 15위에 올려놓으며 “이제는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임성재는 지난해 대회에서 공동 10위를 했다. 김시우의 파워랭킹은 12위다. 올해 시니어 투어인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주로 뛰는 ‘맏형’ 최경주는 이번 시즌 정규 투어 첫 컷 통과에 도전한다. 1월 소니오픈과 3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선 모두 컷 탈락했다. 최경주는 200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챔피언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