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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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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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7%
칼럼3%
  • “아픈 뒤에야, 이전의 내 위로가 건성이진 않았나 싶더군요”

    “아픈 뒤에야, ‘전에 했던 내 위로가 혹시 건성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해인글방에서 8일 만난 이해인 수녀(78)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시 편지집 ‘꽃잎 한 장처럼’(샘터)으로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지난달 받았다. 그는 “일상의 삶에 대한 사랑과 감사, 기쁨에 관한 내용”이라며 “힘든 사람들, 특히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대장암이 발견돼 수십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양쪽 다리에는 인공관절을 넣었고, 류머티즘으로 몇 개의 손가락에 변형이 왔다. ‘꽃잎 한 장처럼’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올해 가을과 수녀회 입회 60주년인 내년에도 아픈 이들을 위한 시선집을 연이어 내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변에 아픈 분들이 많아서 병문안을 자주 가요. 기도와 함께 제가 쓴 시를 읽고, 배경 설명도 해주는데 의외로 많이들 우시더라고요. 제가 아픈 걸 아니까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나 봐요. ‘아직은 시가 주는 역할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해서…. 마침 어제도 새 책 ‘인생의 열 가지 생각’(마음산책)이 나왔는데, 위로에 관한 얘기예요.” ―내가 아픈데 남을 생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제 암 투병에 관한 시를 읽은 한 독자가 ‘항암 치료가 무서워서 안 받겠다던 어머니가 수녀님 시를 읽고 치료받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편지를 보내왔어요. 그때 알았죠. 병도 축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구나. 내가 아직도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이제는 더 진심을 담아 위로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지요.” ―‘꽃잎 한 장처럼’을 보니 몰래 사탕을 먹었다가 주치의에게 혼나셨다고요. “제가 허브 사탕, 조각 초콜릿을 좋아해서…. 하하하. 당뇨 약을 먹으면서도 절제가 안 돼 걱정이죠. 긴 시간을 투병하다 보니 약을 충실하게 먹는 게 쉽지 않아요. 의사 선생님에게 자주 혼나지요.” ―수녀님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그 믿음이 흔들리신 적도 있는지요. “수도 생활을 50년이 넘게 했어도 정말 힘든 게 인간관계고, 사랑인 것 같아요. 저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흔들린 적이 더러 있어 괴로웠지요. 그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줬겠지?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겠지?’ 하는 믿음과 신앙으로 버틴 것 같아요.” ―책에 국내외 사건, 사고에 관한 언급이 많아서 의외였습니다. “우리 같은 수도자들이 관념적인 삶을 살기가 쉽잖아요. 저는 매일 아침에 신문 4개를 봐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그래야 기도가 구체적일 것도 같고.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슬픈 이들을 향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독자들이 보낸 선물을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선물은 돌고 돌아서 그것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가는 게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 그 물건이 필요해 보이는 분들에게 드리죠. 처음에는 생각을 못 했는데, 주신 분이 서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지금은 먼저 물어보고 허락받아요. 최근에 한 동료가 제게 ‘마치 선물의 집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기쁘더라고요.”부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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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인 수녀 “아픈 뒤에야…제 위로가 건성이진 않았나 싶더군요”

    “아픈 뒤에야, ‘전에 했던 내 위로가 혹시 건성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달 중순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가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지난해 출간한 ‘꽃잎 한 장처럼(샘터)’. 그는 8일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해인글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작은 위로, 작은 기도, 작은 희망 등 일상의 삶에 대한 사랑과 감사, 기쁨 등에 관한 내용”이라며 “힘든 사람들, 특히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올가을과 수녀회 입회 60주년인 내년에도 아픈 이들을 위한 시선집을 연이어 내신다고 들었습니다.“주변에 아픈 분들이 많아서 병문안을 자주 가요. 기도와 함께 제가 쓴 시를 읽고, 배경 설명도 해주는데 의외로 많이들 우시더라고요. 작가가 하니까, 또 제가 아픈 걸 아니까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나 봐요. ‘아직은 시가 주는 역할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해서…. 마침 어제도 새 책 ‘인생의 열 가지 생각(마음산책)’이 나왔는데, 위로에 관한 얘기에요.” ※그는 2008년 대장암이 발견돼 수십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양쪽 다리에는 인공관절을 넣었고, 류머티즘으로 몇 개의 손가락에 변형이 왔다. ‘꽃잎 한 장처럼’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내가 아픈데 남을 생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제 암 투병에 관한 시를 읽고 한 독자가 ‘항암 치료가 무서워서 안 받겠다던 어머니가 수녀님 시를 읽고 치료받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편지를 보내왔어요. 그때 알았죠. 병도 축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구나. 내가 아직도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그리고…제가 아프고 보니까, 전에 했던 위로가 혹시나 건성은 아니었는지 싶더라고요. 이제는 더 진심을 담아 위로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지요. 하하하.”―책을 보니 몰래 사탕을 먹었다가 주치의에게 혼나셨다고요.(“…단 것을 절제하라는/ 의사의 충고도 무시하고/ 초콜릿 하나 살짝 챙겨 먹고/ 쑥스럽게 웃는 나/ 이리도 말 안 듣는 내가/ 스스로 한심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 변명할 궁리를 하며/ 웃음만 나오는/ 어느 날의 병실에서…”, ‘꽃잎 한 장처럼’ 중 ‘병상일기’에서) “제가 허브 사탕, 조각 초콜릿을 좋아해서…. 하하하. 당뇨약을 먹으면서도 절제가 안 돼 걱정이죠. 긴 시간을 투병하다 보니 약을 충실하게 먹는 게 쉽지 않아요. 의사에게 자주 혼나지요.”―수녀님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그 믿음이 흔들리신 적도 있으신지요.“수도 생활을 50년이 넘게 했어도 정말 힘든 게 인간관계고, 사랑인 것 같아요. 저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흔들린 적이 더러 있어 괴로웠지요. 그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줬겠지?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큰 사랑이겠지?’하는 믿음과 신앙으로 버틴 것 같아요. (수녀님이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 거라는 게 상상이 안 갑니다만….) 저도 사람이니까… 상대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왜 없겠어요.”―책에 국내외 사건·사고에 관한 언급이 많아서 의외였습니다.“우리 같은 수도자들이 관념적인 삶을 살기가 쉽잖아요. 저는 매일 아침에 신문 4개를 봐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그래야 기도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일 것도 같고.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슬픈 이들을 향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독자들이 보낸 선물을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주신다고 하던데요.“저는 선물은 돌고 돌아서 그것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가는 게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 그 물건이 필요해 보이는 분들에게 드리죠. 단지 처음에는 생각을 못 했는데, 주신 분이 서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지금은 먼저 물어보고 허락받아요. 최근에 한 동료가 제게 마치 선물의 집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기쁘더라고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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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범죄도 교육과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지난달 29일 팝페라 가수 임형주, 소프라노 박성희, 하프 박라나 등 국내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한 자선공연이 열렸다. 1800여 석(무대 뒷자리 제외) 중 1400여 석이 찰 정도로 성황을 이룬 이 공연은 몽골 노밍요스 중등학교 건립 후원을 위한 것. 기획부터 대관, 섭외, 홍보까지 대부분을 홀로 한 살레시오수녀회 최수경 수녀(선교위원장)를 6일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수녀회에서 만났다. 최 수녀는 “어떻게든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도 교육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살레시오수녀회는 1872년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 활동을 위해 설립됐으며 한국에는 1957년 진출했다. ―절박감 때문에 할 수 있었다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저희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인 게르촌 지역에 유치원(2013년)과 초등학교(2014년)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데 지난해 몽골법이 바뀌었지요. 중고교 과정을 신설해야만 계속 운영을 할 수 있게 의무화한 거예요. 몽골은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 지원이 없어요. 저희는 사립이거든요. 우리 학교가 있는 지역은 변두리인데, 먹고살기 위해 수도로 이주한 사람들이 처음 정착하는 곳이에요. 그만큼 모든 환경이 열악하지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가 많아서 학교에서 매일 간식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거든요. 그런 학교가 없어지면 안 돼서….” ―공연 기획 경험은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 “전 완전 비전문가예요. 수녀원 안에서 아이들과 행사를 준비한 정도가 경험의 전부죠. 건축비를 마련하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생각하다 자선 공연이 떠올랐어요. 무작정 대관부터 알아봤죠. 그런데 서울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공공 공연장은 저희 같은 종교단체에는 빌려주지 않더라고요. 대관일도 이미 대부분 차 있어서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롯데콘서트홀은 하루 빈 날이 있었는데 그게 5월 29일 월요일이더라고요. 우리 처지에 월요일이면 어떠냐 싶어서 작년 12월에 계약했는데, 그날이 부처님오신날 대체공휴일인지 몰랐어요. 결과적으로는 공휴일이라 많이 오신 것 같아요.” ―섭외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소프라노 박성희 선생님과 몇 분은 아는 사이였어요.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또 다른 분들도 연결해주셨지요. 임형주 씨는 제가 아는 분은 아닌데, 무작정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서 평화방송 사장 신부님께 전달을 부탁했어요. 임형주 씨가 그곳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든요. 원래 다른 스케줄이 있었는데, 취지를 듣고 감사하게도 일정을 변경해 참여해주셨어요.”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데요, 혹시 교육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은 없는지요. “저도, 다른 교육자들도, 사람이다 보니 한계가 있고 또 넘어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육이 희망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지요. 아이들의 마음을 얻으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형사 처벌 나이를 낮추거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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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범죄도 교육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청소년 범죄도 저는…. 교육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 소프라노 박성희, 하프 박라나 등 국내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한 자선공연이 열렸다. 1800여석(무대 뒷자리 제외) 중 1400여석이 찰 정도로 성황을 이룬 이 공연은 몽골 노밍요스 중등학교 건립 후원을 위한 것. 기획부터 대관, 섭외, 홍보까지 대부분을 혼자 힘으로 해낸 살레시오수녀회 최수경 수녀(선교위원장)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수녀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살레시오수녀회는 1872년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한국에는 1957년 진출했다.―절박감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요.“저희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인 게르촌 지역에 유치원(2013년)과 초등학교(2014년)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데 작년에 몽골법이 바뀌었지요. 중·고등학교 과정을 신설해야만 계속 운영을 할 수 있게 의무화한 거예요.” (몽골 정부 지원은 없습니까) “몽골은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 지원이 없어요. 저희는 사립이거든요. 우리 학교가 있는 지역은 변두리인데, 먹고 살기 위해 수도로 이주한 사람들이 처음 정착하는 곳이에요. 그만큼 모든 환경이 열악하지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학교에서 매일 간식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거든요. 그런 학교가 없어지면 안 돼서….”―공연 기획 경험은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전 완전 비전문가에요. 수녀원 안에서 아이들과 행사를 준비한 정도가 경험의 전부죠. 건축비를 마련하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생각하다 자선 공연이 떠올랐어요. 무작정 대관부터 알아봤죠. 그런데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같은 공공 공연장은 저희 같은 종교단체에는 빌려주지 않더라고요. 대관일도 이미 대부분 차 있어서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루 빈 날이 있었는데 그게 5월 29일 월요일이더라고요. 우리 처지에 월요일이면 어떠냐 싶어서 작년 12월에 계약했는데, 전 그때까지도 그날이 부처님오신날 때문에 대체공휴일인지 몰랐어요. 결과적으로는 공휴일이라 많이 오신 것 같아요.”―섭외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제가 소프라노 박성희 선생님과 몇 분은 알아요.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또 다른 분들도 연결해주셨지요. 임형주 씨는 제가 아는 사이는 아닌데, 무작정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서 평화방송 사장 신부님께 전달을 부탁했어요. 임형주 씨가 그곳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거든요. 원래 다른 스케줄이 있었는데, 취지를 듣고 감사하게 일정을 변경해 참여해주셨어요.”―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데, 혹시 교육에 대한 믿음이 흔들려보신 적은 없으신지요.“저도, 다른 교육자들도 사람이다 보니 한계가 있고 또 넘어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육이 희망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지요. 아이들의 마음을 얻으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형사 처벌 나이를 낮추거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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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불교, 치우침 없어 넓고 깊어”… 한국학 가르치는 외국인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참선과 경전 공부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게 한국 불교의 특징이지요. 그만큼 넓고 깊어요.”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지난달 30일 ‘외국인의 눈으로 본 고전 텍스트―최치원전’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리처드 맥브라이드 미국 브리검영대 아시아·극동아시아 언어학과 교수(54). 대학에서 한국학과 불교학을 가르치는 그는 국제 한국학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그는 “한국학 연구가 유명한 인물과 사건에 집중된 면이 있다”며 “더 다양한 대상을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에 1988년 선교사로 처음 와 부산과 그 인근에 있었다. 그때 신라 문화를 처음 접했다. 내게는 너무너무 놀라운, 새로운 세상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대학에서 아시아학과 한국어를 복수 전공하고, 1994년 연세대 외국어학당에 들어가 한국어를 더 배웠다. 한국과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경영학을 했는데 자꾸 마음이 한국학으로 향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불교 신앙과 화엄 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덕분에 먹고사는 셈이다. 하하하.” ―최치원은 한국 사람들도 단편적으로만 안다. “최치원전(崔致遠傳)은 신라시대 천재인 최치원과 귀신의 기이한 만남을 이야기로 담은 한문 소설이다. 최치원전에 관심을 가진 건 그 안에 신라시대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시대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유령,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만 최치원전은 이를 받아들여 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풀어냈다. 내게는 한국과 한국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한국 불교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불교에서 단번에 깨우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돈오돈수(頓悟頓修)라고 한다. 이런 주장이 여전히 있지만, 대체로 한국 불교는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래 깨치고 난 뒤에도 계속 수행해야 깨침의 경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강조한다. 그래서 참선과 공부를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넓고 깊은 면이 있다.” ―삼국유사와 불경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 “K팝과 달리 한국학, 한국 역사는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선(禪)’도 그렇다. 영어로 ‘젠(Zen)’인데 ‘선’의 일본어 발음이다. 사실 일본 불교보다 한국 불교가 훨씬 발달했는데 일본 용어로 세계에 알려져서 아쉽다. 연구자들과 삼국유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학을 하는 외국 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궁금하다. “한국학 연구가 아주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돼 아쉽다. 홍길동전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전우치전을 연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유신에 관한 연구는 많아도 ‘박씨부인전’(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소설) 연구는 적다. 더 다양한 대상을 연구한다면 한국을 세계에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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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학 외국 학자, 맥브라이드 교수 “한국 학자들이 다양한 대상을 연구했으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참선과 경전 공부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게 한국 불교의 특징이지요. 그만큼 넓고 깊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고전 텍스트-최치원전’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리처드 맥브라이드(54) 미국 브리검 영(Bringham Young)대학교 아시아·극동아시아 언어학과 교수. 그는 대학에서 한국학과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국제 한국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학 연구가 유명하거나 중요한 것에 집중된 면이 있다”라며 “한국 연구자들이 좀 더 다양한 대상을 연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한국학을 하게 된 계기는.“한국에는 1988년 선교사로 처음 왔다. 부산 쪽에 있었는데 그때 신라 문화를 처음 접했다. 내게는 너무너무 놀라운,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간 뒤 대학에서 아시아학과 한국어를 복수 전공하고, 1994년에 연세대 외국어학당에 들어가 한국어를 더 배웠다. 한국과 한국문화를 더 깊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경영학을 했는데 자꾸 마음이 한국학으로 향하더라. 그런 인연으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불교 신앙과 화엄 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덕분에 먹고 사는 셈이다. 하하하.”―최치원은 한국 사람들도 단편적으로만 아는데.“최치원전(崔致遠傳)은 신라시대 천재인 최치원과 귀신의 기이한 만남을 이야기로 담은 한문 소설이다. 내가 최치원전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 안에 고대 신라시대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시대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유령,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만, 최치원전은 그것들을 받아들여 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풀어내고 있다. 내게는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더 깊게 이해하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불교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불교에서 단번에 깨우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돈오돈수(頓悟頓修)라고 한다. 물론 이런 주장이 여전히 있지만, 대체로 한국 불교는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래 단박에 깨치고 난 뒤에도 계속 수행해야 깨침의 경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강조한다. 그래서 참선과 공부를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넓고 깊은 면이 있다.” ―삼국유사 및 불경을 영어로 번역해오고 있다고 하던데.“번역하다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설마…’하겠지만 솔직히 K팝 등과 달리 한국학, 한국 역사는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선(禪)’도 그렇다. 영어로 ‘젠(Zen)’인데 이게 ‘선’의 일본어 발음이다. 사실 일본 불교보다 한국 불교가 훨씬 더 발달했는데 일본 용어로 세계에 알려져서 아쉬운 점이 많다. 내가 삼국유사의 영어 번역을 돕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학을 하는 외국 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유는 있겠지만, 연구자 폭이 아주 중요하거나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돼있다는 점이 아쉽다. 홍길동전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전우치전을 연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유신에 관한 연구는 많아도 ‘박 씨 부인전(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소설)’은 적다. 한국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좀 더 다양한 대상이 연구된다면 그만큼 더 한국을 세계에 잘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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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참전용사들 향한 보은, 마지막 한분까지 멈추지 않을 것”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담임목사 소강석)가 주최하는 6·25전쟁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 행사가 4년 만에 대면으로 17∼22일 열린다. 이 행사는 2007년 순수 민간 차원으로 시작돼 올해 17년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는 온라인과 현지 방문 등으로 열렸다. 지금까지 초청된 세계 각국 참전용사들은 모두 6000여 명.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로 국내 초청 행사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미국 등 참전국을 방문해 현지 초청 행사로 열 계획이다. 이번 초청 행사에는 21세 때 참전했던 폴 헨리 커닝햄 전 미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장(93), 올 4월 윤석열 대통령 방미 중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미국 해군 중위의 유가족 등 한미 참전용사와 가족 200여 명이 참석한다. 로페즈 중위는 기관총에 맞은 상태에서도 떨어진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쳐 부하 10여 명을 구하고 전사했다.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 헌화한 뒤,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열리는 ‘6·25전쟁 제73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과 미 전몰 장병 추모예배’에 참석한다. 또 해병대 사령부,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평택 미8군 사령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새에덴교회는 올해 초청된 참전용사 6명을 비롯해 전사자 4명과 실종자 12명 등 22명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한국전 참전 수기록 기념 책자(위대한 헌신, 자유의 꽃을 피우다)’를 발간한다. 또 이번 행사에 참석한 양국 참전용사들의 서명록을 동판으로 제작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전달할 계획이다. 소강석 담임목사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지켜준 참전국과 용사들에게 감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로 내년부터는 해외 현지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지만,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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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터서 풀 뜯어 먹는 소리? 비유 아닌 패장의 전술

    회사든, 군대든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이나 예산, 인력이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상부에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지원을 요청하면 습관처럼 듣는 말이 있다. “그런 거 다 있으면 누가 못 하나.” 1억 원이 필요한 참호 공사에 5000만 원만 주고, 일주일이 걸릴 일을 이틀 만에 하라고 하면 실무자의 선택은 뻔하다. 값싼 자재를 써서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평시에는 그렇다 쳐도, 전쟁이 나면? 전쟁사 연구자인 저자가 어떤 조직에서나 최악의 리더로 꼽히는 ‘부지런한데 멍청한’ 장군들의 이야기를 썼다. 물론 역사에 남을 정도로 전투에서 어마어마한 패배를 당한 장군들이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패배에 이를 수밖에 없게 만든 그들의 이상하고 괴이한 지휘 스타일이다. “무다구치 렌야의 더욱 황당한 발상은 어차피 식량이 없어도 이 넓은 산에서 열매나 동식물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 준비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버마의 정글은 일본의 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다구치 렌야는 병사들에게 풀을 먹는 적응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제2장 ‘일본군은 초식동물, 쌀 없으면 풀 먹으면 되지’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버마(현 미얀마) 주둔 제15군 사령관이었던 무다구치 렌야. 그는 버마 지역에서 영국군과 연합군을 몰아내는 임팔작전을 주도했지만, 출전했던 10만 명 중 1만2000여 명만 살아 돌아오는 사실상 전멸을 당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지만 그의 문제는 패배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작전도, 보급도 없이 밀어붙이면 이긴다는 주술 같은 사고방식과 지휘 스타일이었다. 전투를 앞둔 부하들에게 “총알이 없으면 맨손으로, 그것도 쓸 수 없으면 물어뜯는 게 황군 정신”이라고 했으니 제정신일까. 더 나아가 부족한 보급을 보완하기 위해 병사들에게 풀을 먹는 훈련까지 시켰으니 이기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미국 육군의 로이드 프레덴들 중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의 로멜에게 전차 183대와 및 차량 600여 대가 격파되고, 사상자 3000여 명에 더해 3700여 명이 포로가 되는 참패를 당한다. 오죽하면 보고받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우리 병사들이 싸움할 줄은 아는가?”라고 반문했을까. 프레덴들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만 근거는 없는, 사령부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현지 상황을 잘 아는 부하들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무다구치나 프레덴들, 또 책에 소개된 다른 장군들 대부분이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인재로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 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혹한 평가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들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감투를 씌워준 조직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회사든, 군대든, 나라든 마찬가지다. 웃으면서 보고 있겠지만, 당신의 얘기일 수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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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 대규모 대회 개최

    한국 기독교 부흥 시대를 연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대회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빌리 그래함 목사(1918~2018)는 세계적인 복음 전도가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1973년 5, 6월 열린 그의 전도대회에는 3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한국 기독교 성장의 전환점이 됐다. 이 전도대회 실황이 미국 전역으로 중계되면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6·25전쟁이 벌어지던 1952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미군 장병들을 위문하고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이때 쓴 일기를 책(‘당신 아들을 전쟁터에서 보았습니다’)으로 출간해 수익금은 모두 구호금과 선교비로 한국에 보냈다.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의 주 강사는 그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맡는다. 합심 기도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대표대회장), 축도는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 목사(공동대회장), 개회 기도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공동대표회장)가 한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리를 타협하거나 희석하지 않고, 성경 말씀을 충실하게 전하려고 한다”며 “기독교인이나 교회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대회에 참석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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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차별이 하나님 뜻일리가… 女목사 편견 바꾸겠다”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에서 25일 목사 안수를 받은 김명희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장(50)이 말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여성 목사 47명이 대거 탄생했다. 이렇게 많은 여성 목사가 한꺼번에 배출된 것은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김 목사는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목사가 되기도 어려웠지만, 목사가 된 후에도 편견 때문에 사역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세대 영산신학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괴팅겐대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목사는 2007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이란 어떤 걸 말하는가. “여성 목사가 장례식 집도를 하러 가면 남자 목사가 와 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또 남자 목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개인 문제로 생각하는데, 여성 목사의 경우 ‘여자라서…’라며 자질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여성 목사가 더 많아지면 바뀌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한꺼번에 47명의 여성 목사가 탄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목사가 되려면 얼마나 힘든가. “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에서 목사가 되려면 남성은 3년, 여성은 전에는 15년 이상 전도사로 활동해야 했다. 그러다가 여성의 경우 10년으로 줄고, 작년에 5년으로 또 단축하기로 하면서 여성 목사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 남성이 3년인 것은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한 것이라 이제는 남녀가 거의 동등해졌다고 보면 된다.” ―오랫동안 전도사를 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이유가 궁금하다. “2007년부터 전도사를 했다. 전도사나 목사나 사역에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연구직(국제신학연구원)이라 사실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목회자로 나중에 어떤 일을 맡았을 때 목사가 아닌 것이 벽이 되는 상황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목사 안수를 받게 됐다.” ―어떤 목사가 되고 싶은가.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시대가 달라지면 성경 해석도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일 리는 없지 않을까? 그런데도 교계가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좀 늦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여성 목사들이 잘하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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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요?”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요?”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에서 여성 목사 47명이 대거 탄생했다. 이렇게 많은 수의 여성 목사가 한꺼번에 배출된 것은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목사 안수를 받은 김명희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장(50)은 “여성 목사들은 그동안 목사가 되기도 어려웠지만, 목사가 된 후에도 편견 때문에 사역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앞으로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세대 영산신학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7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여성 목사가 장례식 집도를 하러 가면 남자 목사님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또 남자 목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개인 문제로 생각하는데, 여성 목사의 경우에는 ‘여자라서…’라며 자질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아직도 한국적인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여성 목사들이 더 많아지면 바뀌지 않을까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한꺼번에 47명의 여성 목사가 탄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여성은 목사 되기도 힘들다고 하던데.“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서 목사가 되려면 남성은 3년, 여성은 전에는 15년 이상 전도사로 활동해야 했다. 그마저도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나갈 때나 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10년으로 줄고, 작년에 5년으로 또 단축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여성 목사가 나올 문턱을 대폭 낮췄다. 남성이 3년인 것은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한 것이라 이제는 남녀가 거의 동등해졌다고 보면 된다. 여성이 목사를 하는 것을 아주 탐탁지 않아 하는 교단들도 여전히 있는데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하나님이 남녀에 차별을 두실 리는 없을 테니까.” ―굉장히 오랫동안 전도사를 한 거로 아는데 목사 안수를 받은 이유는.“2007년부터 전도사를 했으니 한 16년 정도 된 것 같다. 전도사나 목사나 사역에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나는 연구직(국제신학연구원)이라 사실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목회자인데 내가 나중에 어떤 일을 맡았을 때, 그 일을 하는데 목사가 아닌 것이 벽이 되는 상황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목사 안수를 받게 됐다.”―앞으로 어떤 목사가 되고 싶나.“앞서 말한 대로 교회 내에서 남녀 간의 차이를 두는 문화를 개선하고,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노력하고 싶다. 시대가 달라지면 성경 해석도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는 없지 않을까? 그런데도 교계가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좀 늦는 게 사실이다. 여성 목사들이 앞으로 잘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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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는 맛과 마음의 위안을 찾아… 울주 천주교 순례길 걸어볼까

    돌담 위에 핀 꽃들. 모퉁이를 도니 모내기가 한창인 논이 펼쳐졌다. 여기에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새들의 지저귐은 덤. 한가로운 농촌 마을을 누비며 호젓한 산길을 걷는 맛이 그만이다. 나를 찾는 여행이 인기인 요즘, 24일 기자가 찾은 ‘울주 천주교 순례길’은 걷는 맛과 마음의 위안을 함께 느끼게 했다. 2019년 조성된 ‘울주 천주교 순례길’은 울산 울주군 내 천주교 성지를 잇는 3개의 둘레길이다. 울주군은 신유박해(1801년) 이후 사람들이 박해를 피해 정착한 곳이 많아 영남 천주교 신앙의 발원지로 불린다. 1코스는 이들이 형성한 마을을 중심으로 걷는 길로 인보성당∼하선필 공소(1893년)∼탑곡 공소(1839년)에 이르는 약 8km의 길. 2코스는 언양 시가지를 지나 가지산 산중에 자리 잡은 살티마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약 13km의 순례길이다. 3코스는 상북면 이천리(배내골)에서 국내 유일의 천연 석굴 공소인 죽림굴(상북면 간월산)까지 오르는 약 3.2km의 산길이다. 세 곳 모두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가지산, 간월산 등을 끼고 있어 경치가 그만이다. 공소(公所)는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며 사목하는 장소로, 우리나라 천주교회는 공소에서부터 시작됐다. 기자가 걸은 길은 가장 긴 2코스. 출발점인 언양성당(언양읍)은 1927년 건립됐으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성 범 라우렌시오 주교 등의 유해가 모셔진 곳이다. 순례길 패스포트에 도장을 찍으니 성당 관계자가 “오늘은 더우니 꼭 물을 챙겨가라”라고 당부한다. 언양 시가지를 빠져나오자 물이 가득한 논, 산자락에 핀 들꽃 등 경치가 그만이다. 두 시간쯤 걸려 도착한 순정 공소는 나지막한 산 중턱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 숨어 있었다. 한때 선교사들의 휴양지로 사용됐다고 알려졌는데, 흡사 제주도에 온 것처럼 좁은 길 사이로 이어진 돌담길이 무척이나 정겹다. 걸은 지 두 시간이 넘으니 왜 성당 관계자가 물을 챙기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가다 보면 중간에 편의점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오산. 애타게 찾아도 끝내 편의점은 고사하고 구멍가게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2코스 마지막인 살티 공소는 가지산 중턱에 숨어 있다. 과거 이 지역은 나무와 수풀이 울창해 맹수들이 우글거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관헌들이 신도들을 잡으려고 해도 들어오지 못했는데, 살티(살 수 있는 터)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총 6시간 넘게 걸어 도착하니 살 것 같다. 기자는 발목이 좋지 않은 데다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 있게 쉬면서 걸었다. 보통 중간 지점인 순정 공소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는 것을 포함해 약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1코스는 2∼3시간, 3코스는 거리가 짧아도 산을 오르는 탓에 쉬엄쉬엄 가면 2∼3시간 정도가 보통이다. 막 물들기 시작한 노을을 보며 내려오는 길. 순례길이라 그럴까. 삶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일상에 치여 제쳐놨던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갖고 싶다면 종교를 떠나 한 번쯤 걸어볼 만하다.울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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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입은 사람들 위로, 자기를 낮추는 등불 돼야”

    “오늘 우리가 밝힌 자비의 등불은 좌절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오만해진 사람들에게는 회심의 눈을 뜨고, 자기를 낮추게 하는 하심(下心)의 등불이 돼야 합니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인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자광 스님이 대독한 봉축법어를 통해 이같이 당부했다. 성파 스님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대비(大悲·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려는 부처의 큰 자비)의 한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꾼다”며 “이 세상 고통은 사랑과 자비의 헌신 없이는 줄어들지 않고, 중생의 고통을 제 몸에 담는 비원(悲願) 없이는 구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해 봉축법요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열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상대를 배려한 따뜻한 마음, 희생정신, 자비심이 우리 모두를 구했다”고 말했다. 봉축법요식은 이날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열렸다. 대한불교천태종은 총본산인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한국불교태고종은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서 각각 봉축법요식을 열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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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비의 등불로 상처 입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오늘 우리가 밝힌 자비의 등불은 좌절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오만해진 사람들에게는 회심의 눈을 뜨고, 자기를 낮추게 하는 하심(下心)의 등불이 돼야 합니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인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자광 스님이 대독한 봉축법어를 통해 이같이 당부했다. 성파 스님은 또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대비(大悲·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려는 부처의 큰 자비)의 한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꾸게 한다”라며 “날마다 미워하고 다투며 얼굴을 붉히는 이웃이 부처 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봉축법요식은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거행됐다.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각계각층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진우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코로나 감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한 부처님오신날을 맞게 됐다”라며 “상대를 배려한 따뜻한 마음, 희생정신, 자비심이 우리 모두를 구했다.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정부가 지향하는 인권 존중과 약자 보호, 세계 평화의 국정철학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전통 문화유산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등 사찰의 문을 활짝 열어주신 불교계에 깊이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조계사 법요식은 사찰을 정화하는 결계 의식에 이어 28번 종을 울리는 명종(鳴鐘) 의식으로 시작됐다. 이어 부처님과 가르침, 스님들에게 의지하고 따를 것을 의미하는 삼귀의(三歸依)와 반야심경 봉독, 탐욕·성냄·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씻어내는 관불(灌佛) 의식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진우 스님과 함께 등, 향, 과일, 차, 쌀, 꽃 등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 공양을 올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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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갈등-빈곤 사라지길” 오늘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27일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열린다. 올해 봉축법요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진행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사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리는 봉축법요식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불교 발전을 위해 애쓴 불자들을 격려하는 불자 대상 시상식도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발표한 봉축사에서 “모든 차별과 혐오, 갈등과 폭력, 빈곤과 질병이 사라지기를 발원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욕심은 마음의 전쟁을 불러오고 내려놓음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며 “내 안의 존엄함을 깨닫고 청정하게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때 진정한 행복의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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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전의 꽃 화엄경,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서… ”

    “이 좋은 걸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서….” ‘불경의 종합판’이라 불리는 화엄경(華嚴經). 분량이 방대한 데다 내용도 난해해 혼자서는 그 참뜻을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출가한 승려조차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 나올까.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화엄경)’을 국역한 ‘화엄경 역주’(전 8권)를 이상규 전 문교부 차관(90·사진)이 최근 출간했다. 이 전 차관은 21일 “화엄경은 경전의 꽃으로 불리지만 불교 용어나 지식이 없으면 일반인은 물론이고 불자들도 읽기가 쉽지 않은 그림의 떡이었다”라고 출간 이유를 말했다. ‘대방광불화엄경’은 부처의 만행(萬行)과 만덕(萬德)을 칭양(稱揚·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불교는 화엄의 불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경전이다. 하지만 대부분 한문본인 데다 한글 번역본이 있어도 스님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불자들도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 전 차관은 화엄경의 성립과 구성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풀어 옮겼다. 불교 신자로, 환갑을 넘겨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에 매진한 그는 30년 동안 ‘능가경’ ‘열반경’ 등 불경 관련 책을 20권 넘게 출간했다. 2007년에는 달라이 라마에게 아함경 전권을 주제별로 재분류해 번역한 ‘전해오는 부처의 가르침’을 선물했다. 그는 2004년 인도 성지 순례 중 우연히 달라이 라마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차관은 “80세에 화엄경 번역을 시작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빛을 보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다”며 “부처에 대한 찬탄과 가르침을 넘어 열반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세세히 설명한 화엄경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덜고 마음의 위안을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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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열과 갈등만 일으키는 정치인들, 저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분열과 갈등만 일으키는 정치인들, 저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인 자광 스님은 한국 선불교의 살아있는 큰 스승이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원로의장실에서 만난 자광 스님은 “(죽은 뒤) 화장하면 한 줌 재밖에 안 남는데 뭘 그리 가지려고 싸움만 하는지 애처롭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조계종 원로의장에 선출된 자광 스님은 1957년 조계사에서 경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0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취임사에서 나라가 혼란하면 원로회의가 따끔하게 경책(警策·막대기로 어깨를 쳐 정신을 차리게 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불교와 정치는 중생(국민)을 위해 존재해야지요. 불철주야 국민만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연구한다는 게 고작 어디서 상대방 심장을 후벼 파는 독한 말이나 찾아와서 그걸 내뱉고 있으니…. 그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그러는지. 종교인도 이 나라 안에 사는 사람인데 정치가 잘못되면 종교인인들 제대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야단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죽비를 좀 쳐주셨습니까. “하지요. 그런데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 알지요? 들을 사람들이라야 쳐주지. 목탁으로 해야 하나….” ―지난 3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국민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는 누가 준 건가요. 부처님? 하나님? 코로나는 우리가 매우 잘못 살아온 결과로 생긴 것입니다. 알량한 몸뚱이 하나 살아내려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해 왔습니까. 그 업보고 과오지요. 자성하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질병은 또 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업보로 지금 힘든데, 앞으로 힘들어질 일을 지금 만들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다른 종교도 비슷합니다만, 불교도 출가자와 신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저출산이나 사회가 풍요로워진 것 같은 어쩔 수 없는 문제도 있겠지요. 동국대 산하에 있는 학교들도 한 해에 학급 하나씩이 없어지고 있으니까요. 또 우리 스님들이 세상을 잘 모르는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속세와 거리를 둬야 하지 않습니까?) “불교도 마찬가지지만, 종교가 교화하는 대상은 대중이지요. 스님들끼리, 목사들끼리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지요. 그런데 스님들이 산속에서 수행만 하다 보니 세상을 너무 몰라요. 특히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요즘 초코파이 먹으러 법당이나 예배당 오는 군인들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까. 물론 물질에 침잠하는 것 등 우리 자신도 고쳐야 할 것도 많고요.” ―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요. “우리가, 특히 정치인은 꼭, 화장터나 공동묘지에서 일정 기간 봉사활동을 해봤으면 합니다. 결국 한 줌 재로, 저 땅속에 말없이 묻히게 되는데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이 제대로 된 것인지 그 옆에서 보며 생각했으면 합니다. 탐욕스럽게 혼신의 힘을 다해 쌓아 놓은 것들이 천년만년 내 것인 줄 알겠지만, 그중 뭐 하나를 가져갈 수 있습니까. 가져가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고 갈지를 생각하길 바랍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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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열과 갈등만 일으키는 정치인들, 저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분열과 갈등만 일으키는 정치인들, 저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인 자광 스님(사진)은 한국 선불교의 살아있는 큰 스승이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자광 스님은 “화장하면 한 줌 재밖에 안 남는데 뭘 그리 가지려고 싸움만 하는지 애처롭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조계종 원로의장에 선출된 자광 스님은 1957년 조계사에서 경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0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취임사에서 나라가 혼란하면 원로회의가 따끔하게 경책(警策·막대기로 어깨를 쳐 정신을 차리게 함)하겠다고 하셨습니다.“불교와 정치는 중생(국민)을 위해 존재해야지요. 불철주야 국민만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연구한다는 게 고작 어디서 상대방 심장을 후벼 파는 독한 말이나 찾아와서 그걸 내뱉고 있으니…. 그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그러는지. 종교인도 이 나라 안에 사는 사람인데 정치가 잘못되면 종교인인들 제대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야단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죽비를 좀 쳐주셨습니까. “하지요. 그런데…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 알지요? 들을 사람들이라야 쳐주지. 목탁으로 해야 하나….” ―지난 3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국민이 아주 힘들었습니다.“코로나는 누가 준 건가요. 부처님? 하나님? 코로나는 우리가 매우 잘못 살아온 결과로 생긴 것입니다. 알량한 몸뚱이 하나 살아내려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해왔습니까. 그 업보고 과오지요. 자성하지 않으면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질병은 또 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업보로 지금 힘든데, 앞으로 힘들어질 일을 지금 만들고 있으면 되겠습니까.”―다른 종교도 비슷합니다만, 불교도 출가자와 신도 급감 문제가 심각합니다.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저출산이나 사회가 풍요로워진 것 같은 어쩔 수 없는 문제도 있겠지요. 우리 동국대 산하에 있는 학교들도 한 해에 학급 하나씩이 없어지고 있으니까요. 또 우리 스님들이 세상을 잘 모르는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속세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 “불교도 마찬가지지만, 종교가 교화하는 대상은 대중이지요. 스님들끼리, 목사들끼리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지요. 그런데 스님들이 산속에서 수행만 하다 보니 세상을 너무 몰라요. 특히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요즘 초코파이 먹으러 법당이나 예배당 오는 군인들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까. 물론 물질에 침잠하는 것 등 우리 자신도 고쳐야 할 것도 많고요.”―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한 말씀 해주신다면.“저는 우리가, 특히 정치인은 꼭, 화장터나 공동묘지에서 일정 기간 봉사활동을 해봤으면 합니다. 결국 한 줌 재로, 저 땅속에 말없이 묻히게 되는데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이 제대로 된 것인지 그 옆에서 보며 생각했으면 하지요. 탐욕스럽게 혼신의 힘을 다해 쌓아 놓은 것들이 천년만년 내 것인 줄 알겠지만, 그 중 뭐 하나를 가져갈 수 있습니까. 가져가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고 갈지를 생각하길 바랍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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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부자, 돈줄, 행동대원”… 푸틴 제국의 핵심인물들

    진정한 ‘좌표 찍기’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들이 암살은 물론이고 전쟁도 서슴지 않는 거악(巨惡)을 구성하는 사람들!’이라고 외친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러시아에 체류하며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등 유수의 언론사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맞짱’을 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정치·경제적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에 의한 성폭력, 아동 납치, 민간인 학살도 여전하다. 저자는 16년간 러시아에 있으면서 구축한 폭넓은 인맥과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이 모든 악행의 원인자가 푸틴 대통령과 그를 떠받치는 내부 조직이라며 세상에 공개했다. 크렘린 행정 부실장으로 국가의 석유 장악을 지휘한 이고리 세친, 전 연방보안부(FSB·KGB 후신) 대표이자 현 연방안보회의 서기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밤의 지배자’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쿠마린 등 20여 명을 ‘이너 서클’(실로비키)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 ‘범죄 조직’(전 KGB 행동대원)으로 나눠 분류했다. “법원의 판결은 사실 판결이 아니었고, 단지 크렘린의 지시일 뿐이었다.… 의회도, 선거도, 올리가르히 집단도 마찬가지였다. 푸틴의 KGB 사람들은 그 모두를 통제했다.… 푸틴의 심기를 거스른 사람은 언제든지, 누구든지 조작되거나 꾸며낸 혐의에 따라 교도소에 갈 수 있었다. 재산권도 크렘린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조건부로 인정됐다.… 푸틴의 사람들이 권좌에 오르도록 길을 열어 주었던 옐친 시대의 배후 실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푸틴이 당신네 돈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떻게 푸틴이 20년 넘게 장기집권을 할 수 있게 됐는지부터 푸틴과 푸틴의 사람들이 민간 회사를 석연치 않은 방법으로 차지하는 과정, 경제를 장악하고 정적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사실,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이용해 서방으로 영향력을 뻗치는 과정까지 치밀하게 추적한다. 왜 이 책이 2020년 더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FT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에 올랐는지 알 만하다. 책 내용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최소한 50회 분량은 나올 것 같다. ‘주(註)’만 111쪽에 달하니 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등 푸틴과 그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행은 멈춰질 수 있을까. 저자는 푸틴 정권이 옛 소련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진단한다. 단, 이것이 실현되려면 러시아 국민의 각성이 필수적인데, 안타깝게도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노화와 건강 문제 등으로 언젠가는 푸틴이 물러나겠지만 그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설사 그날이 오더라도 그 뒤는? 저자는 옐친이 공산당 집권을 막기 위해 그 당시 만만해 보였던 푸틴을 발탁했지만, 더 나쁜 결과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스스로 때를 알고 물러날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그가 상식적이고 민주적인 인물을 후계자로 세울 것 같지도 않다.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러시아는 물론이고 세계도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더 타임스가 ‘러시아에 관한 최고의 책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부제 ‘러시아를 장악한 KGB 마피아와 대통령의 조직범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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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 바이든, 기시다 유코, 리처드 기어가 진관사에 빠진 까닭은…[인사이드&인사이트]

    《#1. 2011년 6월 배우 리처드 기어가 자신의 사진전 ‘순례의 길’ 홍보차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津寬寺)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방문을 취소했다. 가는 곳마다 장사진을 이룬 팬들과 취재진의 관심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다음 날 취재진과 팬들 몰래, 경찰 경호도 없이 가족과 진관사를 찾아 3시간 정도 둘러보고 떠났다. 그는 당시 통역을 맡은 혜민 스님에게 “다음에는 몰래 와 쉬면서 한국 불교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2. 2015년 7월 미국 부통령 부인으로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질 바이든 여사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진관사를 방문했다. 바이든 여사는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총무국장 법해 스님(현 주지 스님)과 함께 경내 사찰음식 체험관인 향적당과 세심교 다리, 장독대 등을 둘러봤다. 바이든 여사가 진관사를 찾은 건 당시 백악관 부주방장 샘 카스가 강력히 권했기 때문. 카스 부주방장은 2014년 진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며 콩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 갔다. 바이든 여사는 예정했던 1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넘게 머물렀다. 이 사실은 5년 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알려졌다. 바이든 여사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진관사 스님들을 일일이 포옹한 뒤 떠났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자하문터널, 구기터널을 거쳐 은평뉴타운을 지나면 멋스러운 한옥이 즐비한 은평 한옥마을이 보인다. 차로는 도심에서 30∼40분 거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7일 방문해 화제가 된 진관사는 바로 그 뒤에 고즈넉하게 숨어 있다. 11일 기자가 찾은 진관사는 평범한 여느 사찰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북한산 등산로에 자리 잡은 탓에 많은 등산객들로 오히려 더 평범해 보일 정도. 하지만 속세와 부처님의 세계를 가르는 해탈문을 지나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아하∼” 하는 감탄과 함께 벨기에 마틸드 필리프 왕비, 건축가 페터 춤토어 등 수많은 해외 귀빈이 왜 그토록 이곳을 찾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다.● 삼각산 자락 속 한 폭의 동양화진관사는 예부터 동쪽 불암사, 남쪽 삼막사, 북쪽 승가사와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찰로 손꼽혔다. 고려 제8대 왕 현종이 1011년 왕사인 진관대사(津寬大師)를 위해 창건해, 절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진관대사는 당시 전국에서 올라온 후보지 3곳(오대산 상원사 터, 해남 대흥사 터) 중 이곳을 택했다고 한다. 그만큼 진관사의 풍경은 수려함을 넘어 감탄을 자아낸다. ‘뭐지? 골짜기 안에 있지만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눈 맛이 시원한 이 느낌은….’ 귀빈들이 가장 먼저 탄성을 자아내는 것도 바로 이 풍광이라고 한다. 삼각산(북한산) 바위의 매력과 기세가 주변 소나무, 계곡과 어우러져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자연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구니 사찰이란 특성 때문인지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깨끗하다, 정갈하다’는 느낌이 온몸에 밴다. 홍제루를 지나 본당으로 향하다 보면 작약꽃 흐드러진 마당 너머 보이는 대웅전과 나한전, 적묵당과 잘 정돈된 정원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진관사의 별칭이 ‘마음의 정원’이다. 이 때문인지 진관사 템플스테이는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릴 정도로 예약이 어렵다.● 매일 나물 캐는 스님들“그날 만들 음식은 당일 캔 재료로만 만들지요. 여기 있는 음식도 모두 오늘 새벽에 스님들이 직접 산에서 땄어요.” 지난달 중순 진관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후 가진 식사 자리에서 법해 스님은 “채소와 나물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진관사 사찰 음식의 기본 정신은 ‘그날 채취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이다. 이 때문에 정해진 메뉴가 없다. 계절별로, 그날그날 인근 산과 재배하는 밭에서 딴 재료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 수많은 음식이 있지만 진관사를 아는 사람들이 백미로 꼽는 것은 550년 전통의 두부찜 ‘포증(泡蒸)’이다. 신숙주의 시문집 ‘보한재집(保閑齋集)’에도 등장하는 진관사 두부찜은 갓 만든 두부에 곱게 채 썬 석이버섯, 잣, 검은깨를 얹고 그 위에 미나리로 글자를 입혔다. 진관사에는 섣달그믐에 두부와 두부소를 넣은 만두를 빚어 묵은 제사와 조왕불공을 드리고 이를 신도들과 나누는 풍습이 있다. 이 때문에 두부 음식이 발달했다. 두부채소탕, 두부호박찜, 두부깻잎전병, 구운두부찜, 구운두부장아찌 등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백악관 부주방장 카스는 진관사를 어떻게 알았기에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바이든 여사에게 추천까지 했을까.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를 주관하는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1990∼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냉장 음식과 식재료 오염, 육식에 대한 반성이 일 때 채식 요리 중 하나로 한국 사찰음식이 조금씩 소개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명 셰프들이 한두 명씩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았고, 이들이 사찰음식을 미국과 유럽의 리더들에게 소개하면서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불교 상차림의 끝판왕 ‘수륙재’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이 발달하게 된 것은 조선 태조가 진관사를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국가무형문화재)’를 지내는 사찰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를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의식으로, 최근 진관사를 방문한 유코 여사도 수륙재 중 법고무를 관람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며 잠시 맥이 끊겼으나 1970년대 진관사 스님들의 노력으로 복원됐다. 재에 필수인 음식도 스님들이 각종 사료를 뒤져가며 복원에 나섰고, 이것이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진관사에는 산사음식연구소가 있고 경내에 방앗간도 있어 가래떡, 절편, 백설기 등 각종 떡도 직접 만든다. 본디 사찰음식은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수륙재 음식은 다르다. 수륙재는 왕이 외로운 영혼을 도량에 모셔 장엄한 의식과 음식을 베푸는 최고의 불교 의식이기 때문에 수륙재 음식은 속된 말로 불교 의식 상차림의 ‘끝판왕’이라고 불린다. 49일 동안 7번 재를 지내는 수륙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이틀 열리는 칠재. 상중하 3단으로 차린 제사 음식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2년 기사에 나오는 단차림 규정에 따르고 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올기쌀’로 지은 찐밥 서른 동이, 유과와 두부탕 각각 아홉 그릇, 국수와 떡 각각 아홉 그릇을 올린다. 상중하단과는 별도로 용왕을 위한 용왕단에는 미역, 사자(使者)가 타고 온 말이 쉬는 마구단에는 콩죽을 올린다. 그리고 재가 끝난 뒤에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 국행수륙재를 비롯한 의례음식에서 발우공양과 대중공양이 발전해 온 셈이다. 신도, 비신도를 가리지 않고 진관사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진관사가 사랑받는 이유는 맛과 풍광과 함께 ‘나누는 마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지만 그 전까지는 월·화요일만 빼고 절을 찾는 누구에게나 점심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등산로 옆에 자리한 탓에 점심 식사를 한 사람이 하루 평균 500∼600여 명이나 됐다니 아무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김유신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팀장은 “공양은 보시하는 마음을 의미하고, 나눔과 베풂의 지극한 경지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진관사 공양문화는 인류가 지향하는 참된 음식문화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문화부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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