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김보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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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보라 기자입니다.

purp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미국/북미43%
국제일반11%
사고7%
중남미7%
국제정세7%
국제정치7%
인사일반7%
경제일반4%
중동4%
사회일반3%
  • 美 기권에 ‘가자 휴전결의안’ 통과… 이 “대표단 방미 취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가 25일 채택됐지만, 전쟁의 향배에 키를 쥐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등 비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한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표를 던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협상대표단 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대표단은 당초 이번 주 중 가자 최남단 라파 공격과 휴전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안보리 결의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금방 가라앉긴 힘들어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어 쉽사리 휴전을 택하긴 어렵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빨리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바이든에겐 전쟁이 대선 걸림돌 처음 전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반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미국은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스라엘이 가자 민간인들이 밀집한 라파 지역에서 지상전 돌입 의지를 꺾지 않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21∼22일 하버드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정책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약 38%에 불과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흑인 유권자 표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흑인 인권단체 ‘우리들만의 목소리’는 25일 “18∼29세 흑인 유권자의 38%만 올해 대선에 투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투표조차 거부하는 배경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반대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유대계 정치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슈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은 하루빨리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에겐 휴전이 총리 사임 이스라엘 총리실은 25일 유엔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에서 “인질 석방의 조건이 없는 휴전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한 건, 인질을 풀어주지 않아도 휴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마스에 심어줄 것”이라며 비난했다. 자국에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휴전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미 언론매체 액시오스도 미 관료들을 인용해 “백악관은 네타냐후가 자국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전쟁의 갈등을 키우고 싶어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매체 마아리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지지를 포명했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총리에 더 어울린다는 답은 48%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은 “전쟁 중단은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강경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간츠 대표는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게 옳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해 내분 양상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이던 1982년 주미 이스라엘대사로 부임한 네타냐후 총리를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40년 넘게 이어졌던 우정은 최근 서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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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겨운 옷 입고 출근”… 희망 잃은 中 Z세대의 반항

    “옷을 잘 입는다고 월급을 더 주지도 않으니 초라하게 입을래요.”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잠옷으로 보이는 회색 체크무늬 바지, 펑퍼짐한 갈색 원피스, 분홍색 상의, 갈색 어그부츠, 빨간색 장갑, 얼굴 전체를 감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여성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세련되고 멋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여성은 영상에서 상사가 자신의 이런 옷차림을 보고 “역겹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많은 누리꾼이 “일은 많고 월급은 적은데 언제 옷차림까지 신경 쓰냐”며 이 여성을 지지했다. 영상은 140만 번 이상 공유됐다. 이처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일부러 ‘역겨운 복장(gross outfits)’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유행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형광색의 두툼한 패딩 점퍼, 무릎까지 오는 양말, 잠옷 등 출근 복장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을 인증할수록 더 많은 호응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젊은층이 일종의 고의적인 ‘자기 비하’를 통해 적은 급여, 초과 근무가 잦은 생활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도 누리꾼들은 보기 흉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이유로 ‘피곤해서 옷차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새 옷을 살 돈이 부족하다’ 등을 꼽았다. 성장 둔화로 기회가 줄어든 중국 젊은층이 출세, 승진 등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삶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에서는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탕핑(躺平)’이라고 표현한다. 옷차림 퍼포먼스는 탕핑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다. 저장성 항저우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조애나 천 씨는 노란색 패딩 점퍼, 노인들이 즐겨 신는 검은색 털신 등을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봉쇄, 격리 등으로 지쳤다. 승진과 출세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의류 회사 직원 제시카 장 씨(36)는 “(도심 집값이 비싸) 출퇴근에만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아침에 옷을 제대로 차려입을 시간이 넉넉지 않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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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잘 입는 것도 귀찮아”… 中, ‘역겨운’ 출근 복장 유행

    “옷을 잘 입는다고 월급을 더 주지도 않으니 초라하게 입을래요.”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잠옷으로 보이는 회색 체크무늬 바지, 펑퍼짐한 갈색 원피스, 분홍색 상의, 갈색 어그 부츠, 빨간색 장갑, 얼굴 전체를 감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여성이 등장했다. 세련되고 멋진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이 여성은 동영상에서 상사가 자신의 이런 옷차림을 보고 “역겹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옷차림을 신경 쓰라”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많은 누리꾼이 “일은 많고 월급은 적은데 언제 옷차림까지 신경 쓰냐”며 이 여성을 지지했다. 영상 또한 140만 번 이상 공유됐다. 이처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일부러 ‘역겨운 복장(gross outfits)’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유행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형광색의 두툼한 패딩 점퍼, 무릎까지 오는 양말, 잠옷 등 출근 복장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을 인증할 수록 더 많은 호응을 얻는다고 전했다.이를 두고 중국 젊은 층이 일종의 고의적인 ‘자기 비하’를 통해 적은 급여, 초과 근무가 잦은 생활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 둔화로 기회가 줄어든 중국 젊은 층이 출세, 승진 등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삶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중국에서는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쳐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탕핑(躺平)’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누리꾼들은 보기 흉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이유로 ‘피곤해서 옷차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새 옷을 살 돈이 부족하다’ 등을 꼽았다. 저장성 항저우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조안나 첸 씨 또한 노란색 패딩 점퍼, 노년층이 즐겨신는 검은색 털신, 하늘색 양말, 소 그림이 그려진 덧소매 등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봉쇄, 격리 등으로 지쳤다. 승진과 출세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며 앞으로도 편안한 옷차림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 의류 회사 지원 제시카 지앙 씨(36) 또한 “출퇴근에만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아침에 옷을 제대로 차려입을 시간이 넉넉치 않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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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문불출 英왕세자빈 “암 치료중” 영상 고백

    “전 괜찮다고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도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걸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올 초부터 중병설 등에 시달려 왔던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42)이 결국 자신의 암 투병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왕실도 이젠 통제 불가능한 온라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촌평했다. 윌리엄 왕세자의 부인 캐서린 왕세자빈은 22일(현지 시간) 영상을 통해 “지난 몇 달은 우리 가족에게 엄청나게 힘든 시간이었다”며 “1월 복부 수술 뒤 검사에서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으며 현재 화학 치료 등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앞서 공개했던 사진보다 훨씬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윌리엄과 난 우리 아이들인 조지와 샬럿, 루이를 위해 사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려고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치료 역시 시간이 걸렸고요.” 왕세자 부부는 아이들이 시달리지 않도록 학교 방학에 맞춰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서린 왕세자빈은 또 “현재 치유에 집중하며, 매일 건강해지고 강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왕세자빈은 암의 종류나 단계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왕세자 부부의 공식 거처인 켄싱턴궁 측도 “개인 의료정보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지난달 암 투병을 밝혔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성명을 통해 “용기를 낸 며느리가 자랑스럽다”며 격려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캐서린 빈은 특정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왕실도 사생활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캐서린 왕세자빈은 올 1월 중순부터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혹이 커졌다. 이달 1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한 가족 사진이 보정된 사실이 드러나자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치료를 받았던 병원의 한 직원이 의료기록을 살펴보려다가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NYT는 왕실 관계자를 인용해 “암을 공개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며 “의료기록 누출 시도는 이런 정보를 무기한 비밀에 부치는 게 불가능하단 걸 깨닫게 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동영상 제작은 왕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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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안 붕괴로 곳곳 피비린내… 고질적 경제난 속에 자라난 갱단

    《중남미 왜 ‘갱단 무법천지’ 됐나 갱단 폭력에 휩싸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살인, 약탈, 방화가 판치는 무법천지로 변했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도 갱단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남미의 고질적 경제난과 양극화, 정치권의 부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매일 사람이 죽고 시체가 불타는 모습을 본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사는 유사프 알오마리 씨가 18일 호주 ABC방송에 전한 현지 상황이다. 아이티는 2010년 강진으로 국가 인프라가 파괴된 후 국제원조에 의지해 왔다. 이 와중에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괴한 총격으로 숨진 후 고질적 정정 불안이 심화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갱단 폭력으로 국가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이로 인해 살인, 약탈, 방화 등이 빈번해지면서 거리 곳곳에 시체가 즐비하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대부분 국가 또한 급격한 치안 악화와 정정 불안에 직면해 있다. 중남미 전체의 이런 모습은 극심한 경제난 및 양극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서구 열강의 오랜 식민지배로 중남미 백인과 비(非)백인 간에는 해소하기 어려운 경제적 불평등이 고착화했다. 이로 인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서민들이 주로 택한 생계 수단이 바로 ‘마약’이다. ‘고질적 경제난→마약 범죄 기승→치안 약화→정정 불안 심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산 채 화형하는 갱 두목, 아이티 장악 인구 약 1160만 명의 아이티는 2022년 세계은행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748달러(약 227만 원)에 불과한 최빈국이다. 2021년 7월 모이즈 당시 대통령은 전직 군인 등으로 구성된 콜롬비아 용병들에게 암살됐다. 아리엘 앙리 당시 총리는 과도정부 수반으로 새 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선거를 치르지 못해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유지했다. 앙리 총리는 이달 1일부터 자국 경찰을 파견해 치안 유지를 도와주겠다는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해 지원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총리가 나라를 비운 틈을 타 포르토프랭스의 갱단 연합 ‘G9’의 수장 지미 셰리지에(47)가 공항과 도로를 점령하고 4000여 명의 교도소 재소자까지 탈출시켜 사실상 국가를 장악했다. 11일 앙리 전 총리는 귀국하지도 못한 채 푸에르토리코에서 사퇴했다. 셰리지에는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는 잔혹함으로 악명 높다. ‘바비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셰리지에가 아이티를 장악한 후 최소 1만5000명이 집을 잃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구 약 3분의 1에 달하는 4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도시 전역의 식량, 연료, 물 공급도 막혔다. 생필품 품귀도 극심해 식수 등의 가격은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오른다. 곳곳에서 몸값을 노린 납치도 빈번하다. 현재 아이티 전체 병원의 60%는 전기 및 의료품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한 의사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갱단이 병원 내 엑스레이 시설은 물론 창문까지 가져갔다”고 토로했다. 구호단체 유니세프 또한 인공호흡기 등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필수품을 담은 컨테이너 등도 포르토프랭스의 무장단체에 약탈당했다고 16일 밝혔다. 잔혹한 갱단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갱단을 살려줬다는 이유로 일부 의사마저 공공연하게 살해했다. 현재 포르토프랭스에서만 200여 개 갱단이 활개 치지만, 아이티 전체 경찰 수는 채 1000명도 되지 않는다. 최근엔 은퇴한 경찰과 군인을 주축으로 조직된 민간 자경단이 ‘마체테(벌목도)’ 등을 들고 도시 곳곳을 순찰해 갱단과의 추가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셰리지에와 긴밀하게 협력했던 또 다른 갱단 ‘델마스95’의 수괴 티 그레그 또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도자, 갱단 이용해 정권 유지 아이티 갱단은 수십 년간 여러 정권과 결탁하며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 특히 1957년부터 1986년까지 29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과 아들 장클로드 전 대통령 부자(父子)는 개인 군사조직을 꾸려 반대파를 탄압함으로써 오늘날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지도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군부 쿠데타로 해외 도피했던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또한 미국 등 외세 도움으로 귀국해 재집권하는 과정에서 군대를 해산하고 갱단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정규 군경의 영향력과 위상이 급락했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교수는 “아이티는 ‘국민’은 있지만 ‘국가’는 없는 나라”라며 “갱들이 권력을 전유하고 기성 정치권이 이 갱단에 기생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번 폭력 사태를 주도한 G9 역시 모이즈 정권 당시 집권당 PHTK로부터 자금, 무기, 경찰복, 정부 차량까지 제공받는 대가로 반정부 세력을 탄압했다. 로버트 패튼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AP통신에 “최근 3년간 주요 갱단이 약탈, 인신매매, 마약 밀매, 소형무기 밀수 등으로 많은 돈을 모았다”며 “정치권 통제를 벗어나 갱단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2010년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도 사회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 당시 최소 30만 명이 숨지자 국제사회의 원조가 쏟아졌지만 중앙정부 기능 약화, 부패 등으로 국민들이 구호물자를 제대로 보급받지 못했다. 주요 갱단들은 이 구호물품을 독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사회 불안을 조장했다. 지진 대응을 위해 파견됐던 유엔구호군은 각종 성범죄 등에 연루돼 쫓겨나듯 철수했다. 그 틈새를 메꾼 갱단은 자신들의 각종 범죄를 ‘사업화’하며 급격히 세를 불렸다. 손혜현 고려대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교수는 “최빈국 아이티의 유일한 수입원이 국제 원조였는데 그 운영이 극도로 불투명하고 부패해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2016년 이후 8년 넘게 아이티에선 선거가 한 번도 치러지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2020년 1월 4년 임기인 하원 119석 전체, 6년 임기인 상원 30석 중 20석에 대한 선거가 치러져야 했지만 정정 불안 등으로 불발됐다. 2023년 1월에는 나머지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까지 만료됐다. 국민을 대표할 입법부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퇴한 앙리 총리를 대신할 과도정부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G9을 이끄는 셰리지에는 과도정부에 참여해 자신이 직접 정권을 잡겠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마약 통로’ 에콰도르, 아르헨도 갱단 난립 이웃 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콰도르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1987년생 우파 지도자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주요 갱단 ‘로스 초네로스’와의 대립으로 정상적인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스 초네로스는 최근 에콰도르에서 급증한 각종 강력 범죄의 배후로 꼽힌다. 멕시코를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 마약 밀매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과 긴밀히 협력하며 중남미산 마약을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다른 갱단 또한 브라질, 알바니아 범죄 조직 등과 연계하며 각종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 호세 아돌포 마시아스는 살인, 강도, 마약 밀매 등으로 징역 3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올 1월 7일 최대 도시 과야킬 감옥에서 탈옥했다. 분노한 노보아 대통령이 이들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군대를 통해 진압할 뜻을 밝히자 거세게 저항하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마시아스 탈옥 이틀 후인 1월 9일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는 10여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두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생방송 중인 뉴스 스튜디오에 난입했고 총과 수류탄 등 무기로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들을 위협했다. 노보아 대통령을 향해 “우리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보냈다. 이런 상황이 약 15분간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이후 당국과 로스 초네로스의 대립으로 최소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과거 중남미 대표 관광국가였던 에콰도르는 기존 마약 범죄가 심했던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서 마약 단속이 심해지자 최근 각종 범죄 조직으로부터 신(新)마약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에서 압수된 코카인의 4분의 1이 에콰도르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도 판치고 있다. 2023년 기준 에콰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약 45명으로 2016년에 비해 약 9배 급증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보아 대통령과 경쟁했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대통령 후보 또한 선거 유세 도중 살해됐다. 마약 카르텔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일부 마약 조직이 살해 배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르도바에 이은 3대 도시 겸 산타페주 주도(州都) 로사리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좌파 혁명가 체 게바라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곳은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등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는 마약 이동의 주요 통로다. 마약 갱단에 의한 폭력 사태가 빈번해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살인이 22건으로 전국 평균보다 약 5배 높다. 앞서 5일 파블로 코코시오니 산타페주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반바지만 입고 빼곡히 포개져 앉은 재소자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갱단 엄벌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반발한 갱단은 불특정 주민을 대상으로 ‘본보기성 살인’을 자행했다. 이 여파로 택시 운전사, 버스 기사, 주유소 직원 등 최소 4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모두 범죄 조직과 연루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로사리오 도심을 관통하는 큰길에 “무고한 주민, 택시와 버스 기사, 환경 미화원, 상인들의 죽음이 이어질 것”이란 무시무시한 글이 적힌 협박성 현수막도 나붙었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장관은 11일 로사리오를 직접 찾아 “이곳을 마약 밀매 집단의 손 안에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연방경찰과 군 병력을 로사리오에 투입하기로 했다. 범죄자들을 추가로 잡아넣기 위해 대규모 교도소 건립 또한 서두르기로 했다.● 갱단 확장 토양은 ‘극심한 경제난’ 중남미의 이 같은 치안 불안은 극심한 경제난과 관련이 깊다. 유엔은 지난해 중남미 인구 전체의 약 29%인 약 1억8100만 명이 빈곤층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UNODC에 따르면 2020년 중남미의 코카인 생산량은 1982t으로, 201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마약으로 큰돈을 번 주요 범죄 조직이 정규 군경보다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는 일도 잦다. 교도소는 갱단 범죄의 소굴로 전락했다. 재소자들은 교도관과 결탁해 마약 밀매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새로운 갱단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해 9월 탈옥한 갱단 두목이 교도소에 미니 동물원, 수영장, 나이트클럽, 야구장까지 마련하는 등 호화 수감 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국 범죄 조직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손혜현 교수는 “단일 정부의 노력만으론 초국가적인 집단으로 성장한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에 무리가 있다.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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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르메스, 손님 가려가며 버킨백 판매” 美서 소송 당해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준’ 고객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여성 니타 카발레리는 최근 세계적인 명품 에르메스 매장에서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한 매장에 버킨백을 사려고 갔는데, 다른 상품도 함께 사야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화가 난 카발레리가 미 에르메스 본사에 전화했더니 역시 똑같은 뉘앙스로 대답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를 상징하는 핸드백 버킨백의 판매 전략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카발레리와 마크 글리노가는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하며 고객을 선별하는 건 부당하다”며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킨백은 한국 기준으로 1500만 원부터 시작해 비싼 건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가 핸드백이지만, 전 세계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던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1946∼2023)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버킨백은 “돈이 있어도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버킨백은 일반적으로 매장에 전시되지 않으며, 온라인 구입도 불가능하다. 원고들은 “에르메스 측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비자에게만 (프라이빗 룸에서) 버킨백을 보여준다”며 “이 또한 불공정한 영업행위”라고 했다. 원고 측은 에르메스가 독점금지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발레리 등은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여 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강요한다”고 했다. 신상품을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 버킨백은 중고명품시장에서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버킨백 중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희귀품으로 알려진 ‘2008 히말라야 버킨백’은 2022년 중고시장에서 63만 달러(약 8억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르메스 측은 아직 소송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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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킨백’ 아무한테나 안 판다고?…美서 소송 휘말린 에르메스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준’ 고객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여성 티나 카벨레리는 최근 세계적인 명품 에르메스에게서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한 매장에 버킨백을 사려고 갔더니, 다른 상품도 함께 사야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화가 난 카벨레리는 미 에르메스 본사에 전화했더니 역시 똑같은 뉘앙스로 대답했다고 한다.프랑스의 대표적 명품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를 상징하는 핸드백 버킨백의 판매 전략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카발레리와 마크 글리노가는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하며 고객을 선별하는 건 부당하다”며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킨백은 한국 기준으로 1500만 원부터 시작해 비싼 건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가 핸드백이지만, 전 세계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던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1946~2023)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버킨백은 “돈이 있어도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버킨백은 일반적으로 매장에 전시되지 않으며, 온라인 구입도 불가능하다. 원고들은 “에르메스 측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비자에게만 (프라이빗 룸에서) 버킨백을 보여준다”며 “이 또한 불공정한 영업행위”라고 했다. 원고 측은 에르메스가 독점금지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발레리 등은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강요한다”고 했다.신상품을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 버킨백은 중고명품시장에서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버킨백 중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희귀품으로 알려진 ‘2008 히말라야 버킨백’은 2022년 중고시장에서 63만 달러(약 8억 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르메스 측은 아직 소송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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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불법 이민자 추방법’ 두고, 연방대법-고법 다른 판단에 혼란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인 이민을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사법부가 이민 의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분열과 대립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우위인 미 연방대법원은 19일 “주(州)정부 직권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 텍사스주 이민법의 시행을 취소해 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몇 시간 후 하급심인 연방항소법원(고등법원)은 “해당 법의 시행을 보류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각급 법원의 판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해당 법으로 인한 논쟁과 대립만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민정책의 집행 권한이 연방정부와 주정부 중 어디에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대선에서 맞붙을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동물(animal)’로 지칭하면서 재집권 시 강력 규제를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무시할 수는 없고 불법 이민자도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항소법원 판단 오락가락 대법원은 이날 주 당국이 직권으로 불법 이민자를 체포, 구금,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주 이민법 ‘SB4(Senate Bill 4)’의 집행정지 명령을 해제했다. 야당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서명한 이 법은 당초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추방은 연방정부 고유 권한’이라며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제5 연방항소법원은 판결 전까지 법 시행을 일단 허용하는 ‘행정유예(administrative stay)’ 결정을 2일 내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가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대법원에 긴급 요청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의 타당성은 판단하지 않고, 항소법원에 돌려보냈다. 몇 시간 뒤 항소법원은 “법 시행을 보류하라”며 대법원과 다른 결정을 했다. 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구두 변론은 20일 진행한다. 대법원과 항소법원의 이날 판결은 모두 법 시행 보류에 대한 결정일 뿐이어서 법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회적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대법원은 최근 잇따라 보수적인 성향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1973년부터 49년간 유지됐던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2022년 6월 폐기했다. 지난해에는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도 위헌 판결했다. 이날 판결이 이민 정책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인정해 온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10년 애리조나주가 불법 체류 의심자를 조사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을 통과시키자 당시 대법원은 위헌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보수 우위로 바뀌면서 이런 기류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우세 州 , 자체 이민법 제정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텍사스를 넘어 공화당 우세 지역인 다른 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이오와주는 이날 미국에서 추방되거나 미국 입국이 거부된 이민자가 아이오와주를 방문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1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추방된 이민자가 플로리다주를 다시 찾으면 중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랫동안 연방정부의 영역이었던 이민 문제를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직접 다루려는 의지가 커졌다”고 평했다. 국경을 맞댄 멕시코와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멕시코는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해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끼리 협상할 문제”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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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중설 英왕세자빈 외출사진에 “대역” 음모론

    1월 복부 수술을 한 뒤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위중설에 시달리고 있는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의 외출 사진이 공개됐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이 ‘대역 배우’란 주장이 제기되는 등 그의 건강을 둘러싼 음모론이 계속되고 있다. 캐서린빈은 앞서 10일 과거 사진을 편집한 사진을 최근 찍은 새 사진인 듯 공개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고 하루 뒤 사과했다. 거듭된 논란에도 정확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왕실을 둘러싼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을 캐서린빈의 애칭 ‘케이트’와 ‘사건’을 결합한 ‘케이트 게이트(Kate-Gate)’로 명명했다. 18일 대중매체 더선은 캐서린빈이 남편 윌리엄 왕세자와 16일 런던 근교 윈저성 인근의 한 상점을 방문한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편한 옷차림의 캐서린빈은 밝은 표정이었고 한 손에는 해당 상점에서 산 물품을 넣은 쇼핑백을 들었다. 직후 이 여성이 대역 배우가 연기한 ‘가짜 케이트’라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급격히 확산됐다. BBC에 따르면 영상 공개 후 불과 24시간 만에 그의 건강 이상설 관련 게시물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1200만 회 이상, 틱톡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국민 세금으로 왕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중에게 건강 정보를 감추려고만 드는 왕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애나 화이트록 런던시립대 교수는 “가시성(Visibility)은 군주와 국민 사이의 계약”이라며 “군주의 정당성은 가시성에서 나온다”라고 평했다. 캐서린빈의 시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또한 생전 “왕실 가족은 눈으로 봐야 믿을 수 있다”며 공개행사에 적극 참여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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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 밀레이, 100일간 1000개 개혁안… 협치 못해 표류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vs “밀레이 집권 후 살림살이만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10월 취임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이 18일 집권 100일을 맞았다. 극우 성향이며 자유경제 신봉자인 그는 좌파 정권의 오랜 집권과 보조금 직접 지급 정책 등으로 만연한 고물가, 페소 가치 하락 등을 해결하겠다며 1000개 이상의 강도 높은 개혁 정책을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페소 평가 절하, 생필품 가격 상한제 폐지, 공무원 감원, 에너지 보조금 삭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들은 밀레이 정권의 일방통행식 개혁, 생활고 심화 같은 부작용에 적지 않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올 1월 24일에는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노동자총연맹(CGT) 등이 5년 만에 총파업도 벌였다. 밀레이 대통령이 속한 집권 자유전진당은 하원 257석 가운데 40석, 상원 72석 가운데 7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밀레이 정권은 의회 권한을 행정부로 대폭 가져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366개의 규제 철폐안을 한꺼번에 모은 이른바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위헌 논란 속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경제 부문의 성과도 아직은 미미하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해 전 같은 달보다 276.2% 뛰었다.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지난해 11월(160.9%)보다 1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이달 들어 쇠고기, 계란, 유제품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것도 국민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작은 정부와 긴축 재정을 내내 강조했던 밀레이 대통령이 2월 월급을 1월보다 48% 인상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한 달 만에 취소한 점, 대학을 갓 졸업해 특별한 경력이 없는 23세 여성 헤랄디네 칼베야를 이달 초 내무부 산하 국가인명등록관리소의 국장급으로 앉힌 것도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이런 여파로 지지율은 하락세다. 현지 매체 ‘파히나12’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4%로, 긍정평가(46%)를 웃돌았다. 취임 직후 긍정평가(61%)보다도 많이 떨어졌다. 또 다른 현지 매체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는 밀레이 대통령의 초기 정책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중남미 좌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시초 격으로 꼽히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 이후 수십 년간 좌파 지도자가 주로 집권했고, 이를 통해 누적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취임 100일 된 신임 대통령의 성과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수십 년간 누적됐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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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콜릿 값도 들썩… 아프리카 이상기후에 카카오 생산 급감

    초콜릿 등 코코아 가공품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주요국의 이상기후, 전염병 등으로 코코아 가공품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의 수확이 급감한 탓이다. 공급 부족으로 카카오 열매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자 ‘글로벌 초콜릿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13일 세계 카카오의 60%가량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의 주요 코코아 가공 공장이 카카오 열매를 구입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코코아 가공 공장들은 카카오 열매를 버터, 액상, 분말 등으로 바꿔 초콜릿 등을 생산하는 전 세계 식품업체로 수출한다. 코트디부아르의 주요 코코아 가공 업체인 트랜스카오는 최근 카카오 열매의 가격 급등에 따라 열매 구입을 중단했다. 아직 재고분으로 생산을 하고 있지만 공장 가동이 거의 중단됐다. 코트디부아르 내 다른 업체, 가나의 공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 열매의 최대 생산지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조차 생산량이 최근 1년간 약 30% 급감해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12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카카오 가격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4.7% 오른 t(톤)당 7049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카카오 흉작의 원인으로 폭우, 전염병 등이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강수량은 30년 평균치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수확기인 여름엔 폭우로 카카오 열매를 시들게 하는 곰팡이로 인한 ‘검은 꼬투리병’이 확산했다. 겨울엔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가 카카오 나무를 시들게 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은 한 해 전보다 10.9% 감소한 445만 t이다. 수요분에 비해 37만4000t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전 세계 카카오 재고가 4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공급 감소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열매에 관한 각종 질병이 최근에도 거듭되고 있어 공급 부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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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AI 무기화, 인류 멸종 수준 위협될 것”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인공지능(AI)이 영화 ‘터미네이터’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처럼 인류를 종말로 몰고 갈 위협이 될 수 있단 보고서가 나왔다. AI가 탑재되면 어떤 무기보다 위험한 ‘대량살상무기’가 될 수 있으며, 세계 민주주의에도 엄청난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예측이 담겼다. 미국 CNN방송은 12일 “미 국무부 의뢰를 받아 민간업체 글래드스톤AI가 작성한 보고서는 AI의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247쪽 분량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구글 딥마인드 등 빅테크 경영진과 사이버 보안 연구원, 무기 전문가, 안보 당국자 등 약 2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AI 시스템의 무기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인간 수준의 인식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무기화되면 “생화학 무기나 사이버 테러를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으며, 기존에 없던 응용 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이 AI 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국가 안보나 보안에도 AI 개발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AI 기업들이 경쟁 압박에 시달려 안전 문제를 논외로 하고 개발을 가속화한다면, 국가적인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 한 AI 연구소 관계자는 “차세대 첨단 AI 모델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오픈 소스가 된다면, 민주주의에도 ‘끔찍하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AI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감독기관과 규제법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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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인류멸종 수준 위협될 수도”…美 보고서의 섬뜩한 경고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인공지능(AI)이 영화 ‘터미테이터’나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처럼 인류를 종말로 몰고갈 위협이 될 수 있단 보고서가 나왔다. AI가 탑재되면 어떤 무기보다 위험한 ‘대량살상무기’가 될 수 있으며, 세계 민주주의에도 엄청난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예측이 담겼다.미국 CNN방송은 12일 “미 국무부 의뢰를 받아 민간업체 글래드스톤AI가 작성한 보고서는 AI의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247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구글 딥마인드 등 빅테크 경영진과 사이버 보안 연구원, 무기 전문가, 안보 당국자 등 약 2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보고서는 AI 시스템의 무기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인간 수준의 인식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무기화되면 “생화학 무기나 사이버 테러를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으며, 기존에 없던 응용 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이 AI 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국가 안보나 보안에도 AI 개발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AI 기업들이 경쟁 압박에 시달려 안전 문제를 논외로 하고 개발을 가속화한다면, 국가적인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 한 AI 연구소 관계자는 “차세대 첨단 AI 모델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오픈 소스가 된다면, 민주주의에도 ‘끔찍하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보고서는 AI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감독기관과 규제법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시스템에 사용하는 컴퓨터 성능을 제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AI가 미 국익 보호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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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印 모디 ‘무슬림은 시민권 제외’ 법 시행

    인도가 반(反)무슬림법으로 비판받는 ‘시민권 개정안(CAA)’을 11일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2019년 법안 통과 후 이슬람교도의 거센 반발 등으로 4년 동안 시행이 미뤄졌지만 갑자기 실시한 것이다. 4, 5월 실시되는 총선을 통해 3선을 노리며, 힌두 극우주의 성향 또한 강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사진)가 핵심 지지층인 힌두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려는 목적으로 실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AA는 2014년 12월 31일 이전 인도에 들어온 인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3개국 불법 이민자 중 힌두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조로아스터교·기독교 등 6개 종교의 신자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가 봐도 무슬림을 배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의회가 2019년 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15억 명 인도 인구 중 약 14.2%(약 2억1300만 명)을 차지하는 무슬림이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열렸고 진압 과정에서 최소 수십 명의 이슬람 교도가 숨졌다. 각계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등으로 시행이 미뤄지는 듯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가 전격 실시를 단행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날 반대 시위가 일어난 수도 델리 등 몇몇 지역에 군경을 배치해 소요 사태에 대비했다. 2014년부터 집권 중인 모디 총리는 그간 반이슬람 성격이 강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2019년 8월 무슬림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북서부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했다. 올 1월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분쟁지인 북부 아요디아의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여했다. 32년 전까지만 해도 16세기 세워진 모스크가 있던 곳이다. 지난달에는 델리, 할드와니 등에 있는 모스크도 철거했다. CAA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핵심 공약이다. 5일 현지 여론조사회사 ‘CNX’에 따르면 BJP를 주축으로 한 중도우파연합 ‘국민민주동맹(NDA)’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543석 중 약 70%에 달하는 최소 378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정권의 반이슬람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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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22년 러의 우크라 실제 핵공격 대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에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하던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가 ‘더러운 폭탄(dirty bomb)’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우방은 물론 중국과 인도에도 러시아 저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CNN방송은 9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은 2022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여러 차례 소집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거나 공격에 나설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핵 공격에 대한) 두려움은 단지 가설이 아니라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반격에 밀려 유일한 점령지였던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었다. 미 정부 내에선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재탈환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잠재적 방아쇠’가 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를 짐작하게 하는 이상 징후도 있었다. 2022년 10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과 영국 등으로 직접 연락해 “우크라이나가 (방사성 물질이 담긴) ‘더러운 폭탄’을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은 이런 주장이 러시아의 거짓 선동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러시아가 핵 공격을 위해서 빌미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보 당국의 판단 역시 비슷했다. 러시아 내부에서 여러 당국자들이 핵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는 첩보가 뒤따랐다. 이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여러 루트를 통해 러시아 당국자들에게 핵 공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가까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측에도 러시아 설득에 동참해 주길 요청했다고 한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폴란드는 국가서열 1, 2위인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폴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25주년을 맞아 동시에 12일 미국을 방문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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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독재자 김정은에 아부” vs “무능한 바이든이 최대위협”

    11월 미국 대선에서 각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 주요 격전지인 조지아주를 각각 찾아 유세 맞대결을 벌였다. 서로를 향해 각각 ‘독재자(dictators)’, ‘사이코(psycho)’라는 막말도 일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도(州都) 애틀랜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들 간의 우정)’를 지적하며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며 독재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랜타에서 약 113km 떨어진 소도시 롬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지나치게 관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곳은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의 강경파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지역구이자 최근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당한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의 고향과도 가깝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 8일 미국을 방문한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만 만나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에도 고무된 분위기다. ● 바이든 “오르반 만난 트럼프, 독재자에 아부”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세계 독재자와 권위주의 깡패에게 아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자신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 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왕’이라고 불렀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미국의 동맹에게 원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 하라’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MSNBC방송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김정은을 존경한다고 했고 푸틴을 칭송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 세계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의 밀착을 문제 삼는 것은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 대 독재’의 대결 구도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7일 국정연설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푸틴에게 머리를 조아린다”고 비판했다. 8일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의 만남을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일절 만나지 않았다. 7일 수도 워싱턴에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을 찾았고 하루 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했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가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푸틴이 매일같이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은 미 대통령(바이든)이 무능하고 바보임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나처럼 유능한 대통령이 있으면 (미국이)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바이든은 사이코” 두 전현직 대통령이 같은 날 조지아주에서 ‘맞불 유세’를 벌인 것은 조지아주가 4년 전은 물론이고 이번 대선에서도 판세를 좌우할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은 재검표까지 간 끝에 이곳에서 0.23%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 국무장관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라일리는 바이든이 의도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석방해서 살해당했다”며 재집권하면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며 “이 자는 사이코!(this guy is a PSYCHO!)”라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유세 장소를 골랐다. 그가 택한 애틀랜타의 대형 공연장 ‘풀먼 야드’는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직접 출두해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사진)’을 찍은 풀턴 카운티 구치소와 가깝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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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백기 들고 협상할 용기있는 자가 강한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상황이 악화하기 전 협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세를 겪는 와중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9일(현지 시간) 사전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며 “패배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 용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초 바티칸에서 진행됐으며 이달 20일 방송된다. 교황은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국가를 자살로 몰지 않는 것은 용기”라며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튀르키예(터키)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나라도 많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교황이 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백기(white flag)’나 ‘패배(defeated)’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 등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를 속속 장악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미국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교황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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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일간지 “尹대통령, 한국의 트럼프” 비판… 이유는?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가 윤석열 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빗대 비판했다.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는 9일(현지 시간)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도끼를 놓고 있다(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듣지 않거나,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을 ‘우익 포퓰리스트’로 지칭하며 대선 후보 당시부터 강경파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려고 노력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6일 대전 유성구 KAIST 졸업식에서 당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한 일로 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한 사건을 언급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비판이 나온다며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박하는 사람을 ‘싸워야 할 상대’로 간주한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트럼프’로 여겨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통해 증오 정치가 만연해지는 한국의 정치 환경 또한 우려했다. 올해 초 이재명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흉기 피습 사건 또한 이러한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인터넷을 통해 증오가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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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22년 러의 우크라 핵공격 실제 대비”…시진핑·모디에도 SOS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에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하던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가 ‘더러운 폭탄(dirty bomb)’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우방은 물론 중국과 인도에도 러시아 저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CNN방송은 9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은 2022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여러 차례 소집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거나 공격에 나설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핵 공격에 대한) 두려움은 단지 가설이 아니라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반격에 밀려 유일한 점령지였던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었다. 미 정부 내에선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재탈환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잠재적 방아쇠’가 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를 짐작하게 하는 이상 징후도 있었다. 2022년 10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과 영국 등으로 직접 연락해 “우크라이나가 (방사성 물질이 담긴) ‘더러운 폭탄’을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은 이런 주장이 러시아의 거짓 선동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러시아가 핵 공격을 위해서 빌미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보 당국의 판단 역시 비슷했다. 러시아 내부에서 여러 당국자들이 핵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는 첩보가 뒤따랐다. 이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여러 루트를 통해 러시아 당국자들에게 핵 공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가까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측에도 러시아 설득에 동참해 주길 요청했다고 한다.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폴란드는 국가서열 1, 2위인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폴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25주년을 맞아 동시에 12일 미국을 방문한다. 두다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두 나라는 누가 통치하든, 강력하게 동맹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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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독재자에 아부” vs “푸틴 핵위협은 무능한 바이든 때문”

    11월 미국 대선에서 각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 주요 격전지인 조지아주를 각각 찾아 유세 맞대결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도(州都) 애틀랜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브로맨스(bromance· 남성들의 우정)’를 지적하며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비판했다.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란타에서 약 113km 떨어진 소도시 롬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지나치게 관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곳은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의 강경파 마조리 테일러그린 하원의원의 지역구이자 최근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당한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의 고향과도 가깝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 8일 미국을 방문한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만 만나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에도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 “트럼프, 독재자에 아부” VS 트럼프-오르반 밀착바이든 대통령은 9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세계 독재자와 권위주의 깡패에게 아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자신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 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왕이라고 불렀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미국의 동맹에게 원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 하라’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MSNBC방송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김정은을 존경한다고 했고 푸틴을 칭송한다”고 거듭 비판했다.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 세계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의 밀착을 거듭 비판한 것은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 대 독재’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7일 국정연설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푸틴에 머리를 조아린다”고 비판했다. 8일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세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의 만남을 비판하며 “트럼프는 독재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오르반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일절 만나지 않았다. 7일 수도 워싱턴에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을 찾았고 하루 뒤 마러라고리조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났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가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푸틴이 매일 같이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은 미 대통령(바이든)이 바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처럼 유능한 대통령만 있다면 (미국은)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바이든은 사이코”두 전현직 대통령이 같은 날 조지아주에서 ‘맞불 유세’를 벌인 것은 조지아주가 4년 전은 물론이고 이번 대선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곳에서 0.23%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주 국무장관에세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해 지난해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라일리는 바이든이 의도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석방했기 때문에 살해당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비판하며 “이 자는 사이코!(this guy is a PSYCHO!)”라는 막말을 올렸다.바이든 대통령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유세 장소를 골랐다. 그가 택한 애틀란타의 대형 공연장 ‘풀만야드’는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직접 출두해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사진)’을 찍은 풀턴카운티 구치소와 가깝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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