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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철봉(喫鐵棒)이라고, 쇠방망이 맞을 각오가 있어야 직언(直言)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때 진정한 리더십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강원 고성군 화암사(禾巖寺)에서 만난 정휴 스님(74)은 지도자의 리더십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일갈했다. 일간지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스님은 2010년 입적한 법정 스님과 함께 불교계의 대표적 문사로 알려져 있다. 불교신문 사장과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 7선 의원을 지낸 뒤 8년 전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사찰 내 영은암에 주석하고 있다. 정휴 스님은 “리더십의 핵심은 인간의 망가진 마음을 소생시키는 것”이라며 “정치 논리가 아니라 인간애가 담긴 리더십으로 정치해야 올림픽도 정치도 잘되는 것이다. 그래야 평양 올림픽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다. 멀리서 왔으니 점심 공양 뒤 차나 한잔 마실 요량이었다는 스님과의 인터뷰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법정 스님처럼 살아 보겠다고 했다는데….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법정 스님의 명상의 깊이에 내가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그 어느 스님보다도 많은 독서를 했더라. 스님은 내면세계를 닦아 경지에 이르렀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송광사 불일암에서 강원도 오두막으로 가는 길이 그렇다.” ―특히 어떤 기억이 있나. “내 소소한 인연보다는 법정 스님과 가까웠던 청학 스님이 마지막 면회 뒤 전한 말을 잊을 수 없다. 법정 스님이 말을 못하는데, 하얀 종이에 ‘나고 죽음은 하나다’라고 썼다고.” ―지난해 수행 체험을 담아 ‘백담사 무문관 일기’라는 책을 냈다. “무문관 수행을 통해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부처를 과연 드러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런 고민도 있었다. 왜 우리는 중국 선사들이 이뤄 놓은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지금은 어떤가.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한다. 이게 논리적으로는 맞는데 마음이잖아. 마음이 어렵다. 마음은 빛보다 빠를 수 있다. 단, 분노 애욕 탐심에 가려 그 마음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거다. 먹물 옷을 입은 칠십 중반의 나도 그런 경험은 몇 번 되지 않으니….” ―요즘 글쓰기는 어떤가. “건강이 허락한다면 죽어가는 이들이 열반하는 모습을 주제로 책을 쓰고 싶다. 나도 죽을 준비 10분의 1은 했다. 2년 전 비에 글도 써 넣고 죽을 날짜만 빈칸으로 만들어 놨다. ‘비를 세울 필요가 뭐 있느냐. 지나가는 행인의 입이 비석이지’ 하면서도 죽음 앞에서 게을러지고 싶지 않은 노력일 게다.” ―요즘 화두는 무엇인가. “출가자 대부분 성불(成佛), 깨닫겠다고, 부처를 이루겠다고 화두를 참구한다. 하지만 인간이 부처님처럼 완전한 깨달음을 이룰 수 있을까? 그게 내 화두라면 화두다. 물건이라면 완제품이 가능하지만 정신은 그렇게 완성되지 않는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깨달음이 인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처의 깨달음은 그 하나는 지혜요, 다른 하나는 자비다. 큰 스님들 만나 봤지만 지혜는 번득이는데 인간의 ‘자비 체온’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산골 마을에서 군불 지펴 이불 속에 손을 넣으면 따뜻하다. 그런 인간적인 체온의 자비다.” ―조계종 총무원이 신년에 대탕평과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용서를 하려면 이쁜 놈, 미운 놈 가리지 말고 해야 한다. 그게 대탕평이다.” ―최근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평양 올림픽이냐는 논란도 있었다. “국가 운영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하나로 묶는 능력이 아쉽다. 선거 때는 통합의 리더십을 입이 마르도록 얘기하더니 집권 뒤에는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설사 참모들은 그런 생각을 해도 지도자는 오로지 통합 정신을 가져야 한다. 저기 설악산에 눈보라 칼바람 쳐도 머지않아 봄이 온다. 리더십의 핵심은 인간의 망가진 마음을 소생시키는 것이다. 정치 논리가 아니라 인간애가 담긴 리더십으로 정치를 해야 올림픽도 정치도 잘된다. 그래야 평양이니 뭐니 하는 소리도 안 나온다.” ―지도자들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중국 당나라 선승인 조주 선사의 일화가 있다. 누군가 충언(忠言)이 뭐냐고 물었더니 선사가 ‘네 어미는 못생겼다’고 답한다. 다시 직언(直言)에 대해 묻자 끽철봉, 쇠방망이를 맞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런 정도의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재 등 거듭된 재난으로 고통 받는 분들도 있다. 위로의 말씀을 주시면…. “솔직히 위로할 자신이 없다. 법화경에 만사만생(萬死萬生), 하룻밤에 만 번 죽음과 태어남이 되풀이된다지만 혈육을 잃은 그 슬픔을 어떻게 몇 마디로 헤아리고 위로할 수 있겠나.” 그러면서 스님은 원효 스님과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대안 대사의 대화를 언급했다. 어미 없는 너구리 새끼들을 돌보던 대안 대사가 저자에 가서 젖을 얻어오겠다며 그 일을 원효에게 맡겼다. 그 사이 한 마리가 죽자 원효는 염불을 한다. “그 염불소리, 너구리가 알아듣습니까.”(대안) “짐승들이 알아듣는 염불도 있습니까.”(원효) 그러자 대사는 “이게 바로 그 염불”이라며 새끼에게 젖을 먹였다.고성=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원천으로 돌아가자’는 표어를 내세운 것은 성경시대와 교부(敎父) 시대의 순수한 가르침과 열성적인 삶으로 되돌아가자는 뜻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도교 교부들의 목소리를 담은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분도출판사)의 1차분 3권(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교부는 1세기부터 7, 8세기까지 활동한 교회 지도자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성경과 사도들에게 배운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전해주고 해설했다.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는 1차분에 이어 눈높이에 맞춰 선별한 교부 문헌 총서 50권을 매년 5권씩 발간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간담회에서 하성수 연구회 선임연구원은 “짧고 감동적이면서도 실천적 주제를 다룬 문헌을 골랐다”고 밝혔다. 1권 ‘내 곳간들을 헐어 내리라 외 3편’은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 대(大)바실리우스의 가르침을 담았다. 2권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는 180년경 인구 100만의 대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의 혁신가 클레멘스의 저술, 3권은 ‘선행과 자선 외 2편’은 카르타고 주교였던 키프리아누스의 글이 담겨 있다. 최원오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해설과 각주를 최소화해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번역했다”고 말했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LDS·모르몬교)의 보니 엘 오스카슨 본부 청녀회장과 쉐런 유뱅크 LDS 자선회장이 1일 한국을 찾았다. 청녀는 이 교회의 12~18세 소녀들을 가리키며 오스카슨 회장은 청녀회를 통해 이들의 영적 성장과 교육,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유뱅크 회장은 교회 내 인도주의 기관인 자선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2017년부터 여성들을 위한 상호부조회도 이끌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뱅크 회장은 “세계 각국 인도주의 기관이 기부 감소라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LDS 자선회의 경우 교회 내의 자발적인 기부 문화 덕분에 지난 2년간 기부금이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1985년 만들어진 이 자선회는 세계 189개국에서 빈민 구호활동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기금은 성도교회 회원들로부터 충당되며 정부 보조금이나 대기업 기부금은 받지 않는다. 유뱅크 회장은 “자선회가 조직된 1985년에는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두 끼에 해당하는 식사를 하지 말고 기부하자는 교회 지도자의 권유로 하루 만에 1000만 달러를 모금했다”라며 “기부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아픔을 느끼면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스카슨 회장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점점 약해지는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부모는 일, 자녀는 학업 때문에 가정생활의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라며 “사회와 국가의 핵심적 기반인 가족이 허물어지면 모든 것이 와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교회의 봉사단체인 헬핑핸즈는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자를 위해 7개국어 통역 및 안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헬핑핸즈센터’를 KTX 강릉역사 맞은편에 운영하고 있다. LDS 한국교회는 가수이자 팝 아티스트인 알렉스 보예 공연을 8일 오후 7시반 서울 영등포 와드 컬처럴홀, 10일 오후 6시반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연다고 밝혔다. 1995년 유럽 보이밴드 ‘어썸’의 리드 보컬로 데뷔한 보예는 재즈와 팝, 힙합,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콘서트는 별도의 신청 없이 무료 관람이며 선착순 입장으로 인원이 초과될 경우 입장이 제한된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그 귀하다는 배꼽살이네.” “아, 사잇살은 쇠고기 육회보다 부드럽죠.” “등골살은 쫀득하면서도 매끄러운 맛이 일품인데 소금장에 살짝 찍어야 제맛이죠.” 가을 전어, 겨울 방어다. 북극 한파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최근 서울 삼각지의 한 식당은 주인공 방어의 등장으로 뜨거웠다. 이 자리는 동아일보에 ‘오늘 뭐 먹지’ 칼럼을 연재 중인 셰프와 전문가 뺨치는 내공을 자랑하는 식객들의 신년회였다. 보통 저녁 식사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때로 젓가락보다는 입이 바쁘다. 자연스럽게 해설이 있는 미식 모임이 된다. “먹고는 있는데 방어 배꼽은 어디죠?” “가운데인데, 먹으면서 말하기가 좀….” 항암 치료 때문에 날것이 부담스러운 정신우 셰프를 위해 광어전도 특별 메뉴로 나왔다. 그런데 방어 배꼽은 어디일까? 이날 방어를 손질한 주인장 채성태 대표에 따르면 7, 8kg짜리 방어의 경우 배꼽살(사진)은 한 줌도 아닌 반 줌 정도다. “배설 부위죠. 항○이라고. 옛날부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어른들이 그 부위를 배꼽이라고 하더군요.”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다음달 18일부터 28일까지 문선명 한학자 총재의 생일과 기원절을 기점으로 다양한 행사를 연다. 이기성 신임 한국 회장(사진)은 30일 간담회에서 “평화세계 실현을 위한 참가정운동과 축복운동에 힘쓰고, 참사랑의 실천으로 좌절과 고통 속에 소외 받은 이웃들을 향한 종교인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행사로 △문선명·한학자 총재 생일 기념식(2월21일) △기원절 5주년 기념식(2월28일) △국제지도자회의(2월18일~21일) △세계국회의원연합 국제컨퍼런스(2월19일) △효정세계평화재단 장학증서 수여식(2월24일) △문선명·한학자 총재 생애 업적 전시회(2월20일~28일)가 이어진다. 국제지도자 회의에는 세계 70개국에서 국회의원 4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회의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의 비전과 역할’을 주제로 다음달 19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다. 이 회장은 최근 한 총재의 세네갈 방문 성과를 소개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선교 활동에도 힘쓰겠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남미 지역 등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30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 선거가 무산됐다. 한기총은 이날 제29회 정기총회에서 대표회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선거 없이 총회만 진행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전광훈 목사가 제출한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전 목사는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가 한기총에 소속되지 않은 교단의 추천서에 범죄수사경력조회서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자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었다. 법원은 ‘정관 규정과 대표회장 선출 경위 및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한기총 소속 교단만이 대표회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초 한기총 선거에는 김노아 전광훈 엄기호 목사가 출마했다. 하지만 전광훈, 엄기호 두 후보의 경우 출마할 수 없다는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라 이번 선거는 김노아 목사에 대한 찬반 투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하성여의도 총회 측도 소속 교단 후보인 엄 목사의 후보 자격 박탈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기총은 이날 정기총회 뒤 정관에 따라 최연장자인 김창수 목사를 대표회장 대행으로 뽑아 1개월 뒤 대표회장 선거를 다시 치르기로 했다. 한기총은 법원 판결에 따라 선관위의 두 후보 자격 박탈에 대한 재론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그 귀하다는 배꼽살이네.” “아, 사잇살은 소고기 육회보다 부드럽죠.” “등골살은 쫀득하면서도 매끄러운 맛이 일품인데 소금장에 살짝 찍어야 제 맛이죠.” 가을 전어, 겨울 방어다. 북극 한파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최근 서울 삼각지의 한 식당은 주인공 방어의 등장으로 뜨거웠다. 이 자리는 동아일보에 ‘오늘 뭐 먹지’ 칼럼을 연재 중인 셰프와 전문가 뺨치는 내공을 자랑하는 식객들의 신년회였다. 보통 저녁 식사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때로 젓가락보다는 입이 바쁘다. 자연스럽게 해설이 있는 미식 모임이 된다. “먹고는 있는데 방어 배꼽은 어디죠?” “가운데인데, 먹으면서 말하기가 좀….” 항암 치료 때문에 날 것이 부담스러운 정신우 셰프를 위해 광어 전도 특별 메뉴로 나왔다. 그런데 방어 배꼽은 어디일까? 이날 방어를 손질한 주인장 채성태 대표에 따르면 7, 8kg 방어의 경우 배꼽살은 한 줌도 아닌 반 줌 정도다. “배설 부위죠. 항○이라고. 옛날부터 어른들이 그 부위를 배꼽이라고 하더군요.”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개신교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 대표인 송길원 목사(61)는 교계에서 손꼽히는 행복전도사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팽목항에 추모의 의미를 담은 우체통을 설치해 ‘하늘나라 우체국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복합기독교(개신교) 문화공간 W스토리에서 만난 그는 나이 60이 넘어 처음 담임목사가 된 사연을 들려줬다. W스토리 건축 등으로 그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동기생들이 나섰다. ‘무관의 송 일병 구하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옥수석(거제교회) 이종관(울산시민교회) 박성실(제일신마산교회) 담임목사 등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동기생 60명이 지난해 정성을 모은 2억4000만 원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한 동기생은 “송길원, 저긴 담임도 한번 못 해봐 목사도 아닌기라. 되든 안 되든 한번 해 봐라”라고 했다. 농담 섞인 동기들의 배려에 감격한 그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송 목사는 초기에는 교단 행정과 의대 교목(校牧), 이후에는 가정사역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해 담임목사를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다른 이들은 하지 않는 영역에서 혼자 뛰면 1등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다. 교회나 신자의 도움 없이 활동하는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 ‘무관의 송 목사’로 불렸다. 동기들 ‘등쌀’에 밀린 그는 W스토리 내의 청란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2012년 세워진 이곳은 바닥 면적 13m², 높이 9.7m인 푸른 계란 모양의 초소형 교회로 종교개혁 500주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아직 신자는 40여 명으로 많지 않다. 초보 목사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자평이다. “전도사님이 부활절 예배인데 헌금 봉투도 준비 안 했냐고 막 야단치더군요. 설교하다 열중해 십일조 안내도 빠뜨리고요.(웃음)” W스토리와 청란교회는 어느 교단에도 속해 있지 않다. 다만 그는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교단’으로 부르고 싶다”라고 했다. 흰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W스토리 곳곳에는 한국 교회의 갱신이라는 그의 염원이 짙게 배어 있다. 버려진 종을 복원한 사랑의 종에 이어 ‘Where am I?’라는 표지의 미로, 청란교회가 보인다. 뒤편에는 2.5km의 주기도문 길이 조성돼 있고, 심지어 스모킹 존도 있다. “담배 피우는 분들도 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북한강 풍광을 배경으로 조성된 이 공간이 육체적, 영적으로 기도하고 치유 받는 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예배 전 카페와 식당용으로 조성된 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두 아이의 안내를 받아 계단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공간을 거쳐 채플로 향하게 된다. “교회의 얼굴은 목사가 아니라 예배죠. 예배의 갱신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설교만 강조하다 보니 성찬을 잃어버리고 시쳇말로 교회 안 나가는,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어요. 300명이 넘으면 성찬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회의 대형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양평=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개신교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 대표인 송길원 목사(61)는 교계에서 손꼽히는 행복전도사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팽목항에 추모의 의미를 담은 우체통을 설치해 ‘하늘나라 우체국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복합기독교(개신교)문화공간 W스토리에서 만난 그는 나이 60 넘어 첫 담임목사가 된 사연을 들려줬다. W스토리 건축 등으로 그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동기생들이 나섰다. ‘무관의 송일병 구하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옥수석(거제교회) 이종관(울산시민교회) 박성실(제일신마산교회) 담임목사 등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동기생 60명이 지난해 정성을 모은 2억 4000만 원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한 동기생은 “송길원, 저긴 담임도 한번 못 해봐 목사도 아닌기라. 되든 안 되든 한번 해 봐라”라고 했다. 농담 섞인 동기들의 배려에 감격한 그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송 목사는 초기에는 교단 행정과 의대 교목(校牧), 이후에는 가정사역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해 담임목사를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다른 이들은 하지 않는 영역에서 혼자 뛰면 1등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다. 교회나 신자의 도움 없이 활동하는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 ‘무관의 송 목사’로 불렸다. 동기들 ‘등쌀’에 밀린 그는 W스토리 내의 청란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2012년 세워진 이 곳은 바닥 면적 13m², 높이 9.7m인 푸른 계란 모양의 초소형 교회로 종교개혁 500주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아직 신자는 40여명으로 많지 않다. 초보 목사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자평이다. “전도사님이 부활절 예배인데 헌금 봉투도 준비 안했냐고 막 야단치더군요. 설교하다 열중해 십일조 안내도 빠뜨리고요.(웃음)” W스토리와 청란교회는 어느 교단에도 속해있지 않다. 다만 그는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교단’으로 부르고 싶다”라고 했다. 흰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W스토리 곳곳에는 한국 교회의 갱신이라는 그의 염원이 짙게 배어 있다. 버려진 종을 복원한 사랑의 종에 이어 ‘Where am I?’라는 표지의 미로, 청란교회가 보인다. 뒤편에는 2.5km의 주기도문 길이 조성돼 있고, 심지어 스모킹 존도 있다. “담배 피우는 분들도 와야 하는 것 아니냐? 북한강 풍광을 배경으로 조성된 이 공간이 육체적, 영적으로 기도하고 치유 받는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예배 전 카페와 식당용으로 조성된 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두 아이의 안내를 받아 계단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공간을 거쳐 채플로 향하게 된다. “교회의 얼굴은 목사가 아니라 예배죠. 예배의 갱신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설교만 강조하다보니 성찬을 잃어버리고 시쳇말로 교회 안나가는,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어요. 300명이 넘으면 성찬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회의 대형화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양평=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사랑이 귀한 시절입니다. 말은 흔해졌지만 천금 무게로 다가오는 사랑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로 방송인 송해 씨(본명 송복희·91)의 사부곡(思婦曲)이 찡합니다. 빈소를 지키던 그는 “누구나 가는 길을 당신이 조금 앞서 가는 거야”라며 눈물 지었습니다. 22일에도 그는 “편안하게, 하늘나라에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못한 것만 생각하면서 기다려 달라”며 “내가 가서 또 볼게. 안녕, 잘 가오”라며 못다 한 말을 남겼습니다. 조부 때부터 아들까지 4대 목회의 신앙 일가를 이룬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93)의 최근 고백도 떠오릅니다. 그는 20년 동안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않은 무능한 남편이었습니다. 가족 생일은 예수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공동생일로 대신하고, 교인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다며 아들들을 연고도 없는 곳에서 결혼시킨 고집쟁이였습니다. 두 아들 목사는 웃으면서 ‘도둑 결혼’이라고 하더군요. 세상의 잣대로 볼 때 무능한 고집쟁이 남편은 2012년 아내를 떠나보내는 장례식 예배에서 “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천사였소”라고 고백합니다. 부인은 말년 당뇨병과 파킨슨병 등을 앓았고, 림 목사는 투병 기간 동안 병시중을 도맡았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20년 동안 생활비 안 줬던 것도 그때 다 용서해 줬을 거예요.” 길이 38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알려진 경북 안동 월영교(月映橋)는 사부곡(思父曲)의 사연이 있는 곳입니다. 1998년 안동에서 묘지 이장 작업을 하던 고성 이씨 문중의 이응태(1556∼1586) 관 속에서 이른바 ‘원이 엄마의 편지’가 발견됩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이 편지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회자되며 심금을 울렸습니다. 미라로 변한 남편의 관 속에는 젊은 아내가 머리카락을 잘라 삼은 미투리 한 켤레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400여 년이 흐른 2003년 사람들은 이들 부부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안동댐 아래에 월영교를 세웁니다. 원이 엄마는 미투리를 가슴에 품은 동상으로 거듭나 월영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선 영·정조 시대에 활약한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이 아내를 위해 지은 제문은 근엄한 표정에 가려진 선비의 깊은 정이 드러납니다. 명문가 출신인 그는 시서화(詩書畵)에 뛰어나 삼절(三絶)로 불렸지만 그 삶은 굴곡이 많아 곤궁하게 살다가 60대에 들어서야 영화를 맛보게 됩니다. 15세에 강세황과 결혼한 아내 유씨는 30년을 살다가 돌림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그의 제문은 꽃길보다는 고생길을 함께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그대의 가난도 나 때문이요, 그대가 병든 것도 나 때문이며 그대가 죽은 것도 나 때문이니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사람이라 불릴 수 있으며 내가 무슨 면목으로 구천에서 당신을 볼 수 있겠소.” 화가로 잘 알려진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는 최근 아내 정미경 소설가의 1주기를 맞아 유고 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문학동네)과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를 출간했습니다. 원고를 발견하고도 한동안 출간을 망설인 사연이 있습니다. 정 작가는 문장을 숱하게 손본 뒤에야 원고를 넘기는 완벽주의자였고, 원고를 책 더미에 뒀다는 건 수정하려 했는데 갑작스레 떠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정 작가는 펄쩍 뛰며 고치려고 했겠지만 색다른 시도라고 여기고 출간했어요. 아마 곁에 있었다면 곱게 눈을 흘긴 채 따라 줬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생전 배우자에 대해 묻거나, 그 사연을 다시 전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거나 처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목사의 한마디는 평생 부부의 울타리를 지켜온 인생 선배의 훈수라는 점에서 옮겨봅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그가 지켜낸 결심입니다. 평양에서 목회를 시작한 그는 6·25전쟁과 분단으로 치닫던 시점이라 이런 마음가짐이 절실했다고 합니다. 그 결심은 어쩌면 그의 천사를 보낸 뒤에도 계속되고 있지 않을까요?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어떤 길이든 함께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세상입니다.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몇 년 사이에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책임 있는 일본 정부가 나서 본격적으로 참사의 실상을 밝히고,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최근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사진)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니시키와(西岐波) 바닷가에 있는 조세이(長生) 탄광 희생자에 대한 양국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탄광은 1942년 2월 3일 높은 수압으로 해저 갱도가 무너져 인부 183명을 그대로 삼켰다. 이곳은 법으로 채탄이 금지됐고 여러 차례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자원 확보가 절실하자 무리하게 조업하다 사고가 났다. 희생자 183명 중 136명은 강제징용 조선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줄곧 숨겨져 오다가, 1976년 우베여고 역사교사였던 야마구치 다케노부(山口武信) 씨의 수몰사고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91년 결성된 ‘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500여 m 떨어진 곳에 일본 정부의 도움 없이 추모광장을 마련했고, 2013년에는 추모비도 건립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201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 조세이 탄광과 관련한 참상을 전해 듣고, 이듬해 1월 30일 현장을 찾아 천도재를 봉행했다. 특히 관음종은 2015년 창종 50주년을 맞아 일본에 산재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희생자 유골 환국 사업을 벌여왔고, 그 일환으로 이 행사를 주관해 왔다. 관음종은 20일 오후 1시 우베시 추모광장에서 추모식과 위령재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양국 유족과 일본 불교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홍파 스님은 “희생된 조선인과 일본인 183명의 유골이 하루빨리 발굴돼 유족 품에 안기기를 바란다”며 “이들이 영면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한다. 아픈 역사의 청산을 통해 새로운 한일관계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93) 집안은 4대에 걸쳐 100여 년의 신앙 일가를 이뤘다. 국내 최초로 4대째 목회자를 배출했다. 조부 림준철 목사는 1914년 평양신학교에 입학해 길선주 등과 함께 공부한 뒤 평북 지방에서 3·1운동을 주도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림준철 목사의 장남인 림재수 목사(림 원로목사 부친)는 교편을 잡다 뒤늦게 목회자가 됐다. 평양 창동교회 전도사로 목회를 시작한 림 원로목사는 6·25전쟁 중 목사 안수를 받았다. 창동교회 피란민들이 세운 동광교회와 대구영락교회를 거쳐 1962년 노량진교회에 부임해 30년 넘게 시무했다. 림 원로목사는 3남 2녀를 뒀다. 장남 림형석 목사(66·평촌교회)는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인 예장 통합 교단의 총회장으로 9월 취임한다. 셋째 림형천 목사(63)는 잠실교회 담임 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17일 평촌교회에서 삼부자(三父子) 목사를 만났다. ○ 4대 100년의 신앙 명가(名家) 교계에서 부러워하는 4대 목회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죠. 사람이 억지로 못 만들어요. 제가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겠어요. 할아버지의 신앙이 흔들리지 않고 아버지께, 다시 대대로 전해진 거죠.” 두 아들 목사는 ‘본보기’의 신앙을 강조했다. 집안 어른들의 삶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신앙과 목회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림형석 목사는 “중학 1학년 때부터 아버님의 설교를 들으며 학생과 어른 예배를 모두 드렸다”며 “집안 전통이 된 진실한 신앙, 사랑의 목회가 가슴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림형천 목사는 형과 달리 처음부터 목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신학교에 진학했다. “다른 일을 했지만 기쁨을 얻지 못했다. 1년간 기도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저도 주의 종이 되겠다’고 답한 뒤 힘들다, 괴롭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도둑결혼과 공동생일, 잔치 안 하기 본보기는 신앙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철저했다. “형과 저는 몰래 ‘도둑결혼’ 했어요. 전날 야간에 주례 목사님 모시고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내려가 월요일 낮 12시에 결혼했어요. 물론 교인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죠.”(림형천 목사) “목사가 교회에 짐이 되면 안 된다는 게 아버님 원칙이었죠.”(림형석 목사) 림 원로목사는 껄껄 웃으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약혼식은 부조가 없고 결혼식만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 약혼식 때 제대로 대접하면서 결혼식은 집안끼리 할 터이니 욕하지 말라고 했죠.” 가족의 생일파티나 림 원로목사의 칠순, 팔순 잔치도 없었다. “예수님 생일인 크리스마스가 가족 모두의 합동 생일입니다.(웃음) 어릴 때 노량진교회에 방이 두 칸 있었는데 하나는 책이 많던 아버님 서재, 남은 방 한 칸에서 5남매가 살았죠. 내 방이 어디 있겠어요? 책을 펴면 책상, 밥 먹으면 밥상이었죠.”(림형석 목사)○ 나의 아내, 나의 어머니, 5대 목회 2012년 소천한 어머니의 한결같은 신앙과 가르침도 4대 목회의 비결이다. 림형석 목사는 “신앙과 삶이 하나가 된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고 떠올렸다. 림형천 목사는 “늘 쉽지 않은 생활이었는데 힘들다는 얘기가 없으셨다. 섬기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세상을 뜬 아내 생각에 림 원로목사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나는 목회 중심으로 살아와 남편으로서는 빵점이고, 아내도 마누라로서는 만점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둘이 통하는 것은 목회가 첫째고 어떤 고생도 좋다는 생각이었죠. 목회 협조자로서는 만점이었죠.” 5대 목회는 노 목사의 오랜 기도이지만 쉽지 않다. 두 아들 목사는 “조상들로부터 배운 것은 희생하는 목회인데 다음 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림 원로목사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희망적이지 않다”며 아쉬운 표정이다. 9월 교단 총회장 취임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림 원로목사는 “총회장이 돼 축복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차라리 안 하는 게 좋았다는 이들도 있었다”라며 “우리 사회와 교회를 충실하게 섬기는 총회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림형석 목사는 “아버님께서 존경받는 전직 총회장이라 부담이 있다”라며 “보고 배운 대로 언제나 교회와 신앙 중심으로 생각하고, 진보와 보수의 균형, 교회와 교단 화합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원불교 4대 성지의 하나인 전북 진안군 만덕산(萬德山) 훈련원. 만덕산은 해발 762m로 높지 않지만 만 가지 덕을 베푸는 산이라고 해서 ‘부처산’으로도 불린다. 원불교에서는 창시자인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이곳에서 열두 제자와 최초의 선(禪) 훈련을 가져 초선성지(初禪聖地)라고 한다. 15일 훈련원장을 맡고 있는 전흥진 교무(48)를 만났다. KAIST 물리학과 출신인 그는 2000년 출가한 뒤 2007년 정남(貞男) 서원으로 독신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만덕산 훈련원은 교단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다른 훈련원도 있지만 만덕산은 초선성지로 원불교의 선 정신이 싹튼 곳이다. 대종사께서 원불교는 ‘천여래 만보살’이 나올 수 있는 교단이라 했는데 산 이름이 만덕이라는 것도 공교롭다.” ―이웃 종교와의 교류에서 이곳에 대한 반응이 좋다. “훈련원은 진안 지역의 대표적인 표고버섯 재배지로도 유명했다. 일하면서 선 수행하는 영육쌍전(靈肉雙全)의 도량이었다. 지금도 한 해 2000명의 교무(성직자)들이 훈련한다.” ―KAIST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출가하게 됐나. “학창 시절부터 우주의 생성과 사람들의 행복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 반대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 그래도 비슷해 보이는 물리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과 군 복무 이후에도 그 고민이 떠나지 않았고, 복학 이후 원불교와 인연을 맺어 출가를 결심했다.” 그의 고향은 경남 거창군으로 집안은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들이 나중에 박사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출가의 뜻을 밝히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설득했나. “아버지는 내 고집을 꺾지 못하자 결혼을 단서로 출가를 허락했다.(원불교 교무는 결혼하지 않는 정남, 정녀가 있지만, 자유 선택에 따라 결혼할 수도 있다)” ―결국 정남 서원을 했는데…. “결혼한 교무님들 봐서 알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 내 경우 출가 뒤 오롯이 수행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래서 100일 기도 뒤 부모님에게 뜻을 밝혔다. 교단의 옛 어른들이 그런 것처럼 ‘심지를 뽑아’ 결정하자고….” ―심지를 뽑아서? “그랬더니 아버지가 한마디로 ‘치아라’ 그러더라. 교단의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걸 심지를 뽑아 정하냐고(웃음). 남의 집 귀한 딸 어떻게 고생시키겠느냐, 혼자만 고생하라고 하시더라.” ―물리학과 원불교 진리관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사 논문이 ‘원불교와 현대물리학의 진리관 비교 연구’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물리학의 경우 주체와 객체가 분리돼 있다. 하지만 원불교를 포함한 종교의 세계에서는 마음의 세계와 물질의 근원 세계가 하나로 되어 있다.” ―물리학 차원에서 불교에 접근하는 시도들이 있다. “진리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지만 경험, 체득, 실천은 어렵다. 복잡한 생각으로 헤아리는데 집착하는 사량분별(思量分別)에 그치기 쉽다.” ―지금 행복한가.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물질주의적 가치가 팽배할수록 영성적 평화를 더 갈구한다는 게 우주적 진리다.” 진안=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쇼트트랙 박승희 선수의 한마디에 인생이 꼬였는지, 아니면 풀렸는지…. 하하.” 9일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내에 있는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체험관에서 만난 임의준 신부(40·천주교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의 말이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두 달 정도 앞둔 2013년 12월, 교구장인 염수정 당시 대주교가 가톨릭 신자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염 대주교가 “뭐든지 돕겠다”고 하자 박 선수는 “올림픽 기간 중 신부님이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염 대주교의 시선이 선수촌의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작은 성당)을 담당하는 임 신부를 향했다. 올림픽이라면 TV에서만 봤던 그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러시아 말 한마디도 못 하는 데다 이미 ID카드도 구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신부들이야 교구장 말씀 떨어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숙소는 소치 관할 러시아 교구의 도움으로 얻었다. 그런데 대회의 보안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했다. 바깥에서 검문받았는데 ID카드가 없어 결국 14시간이나 경찰서 신세를 져야 했다. 러시아 신부님이 실종 신고하러 경찰서에 왔다 꺼내줬다.(웃음)” ―선수들과는 어떻게 지냈나. “황당한 ‘신고식’ 빼고는 잘 풀렸다. 미사를 집전하고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도 진행했다. 성적 부담이 있어 선수들이 신부와 나누는 대화를 편하게 여긴 것 같다. 가끔 선수들이 주는 ‘미션’도 있었다.” ―미션? “외부 출입이 안 되는 선수들과 달리 신부는 출입이 자유롭지 않나. 집에 두고 온 인형을 대신할 무언가나 초콜릿 같은 기호 식품을 사다 주기도 했다. 이거 나가도 괜찮은지….” 한국 신부가 와 있다는 소문이 나서 이탈리아 선수단 요청으로 미사도 진행했다. 이후 그는 스페인 그라나다 겨울 유니버시아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지난해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대회까지 단골 멤버가 됐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가톨릭 담당으로 활동한다. ―잘 풀린 것 아닌가. “그런 것 같다. 박승희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출전하는데 이번에도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교구에서 한국체대 대학원 진학을 허락해 스포츠심리도 배워볼 생각이다.” ―그림 그리는 신부로 알려져 있었는데 ‘스포츠 신부’가 됐다. “2014년 출간된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라는 책에 삽화를 그렸다. 2015년 ‘그대를 나는 이해합니다’, 지난해 ‘아직도 뒷담화 하시나요?’로 교황님 말씀을 담은 이 시리즈는 완결됐다. 자존감이 부족한 것 같아 치료 차원에서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먼지처럼 조용하게 살자는 게 삶의 모토인데 일이 점점 커진다.” ―교구의 직장사목부는 어떤 역할을 하나. “신자들이 직장에서도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본당은 신자들을 기다리지만 우리는 찾아가서 ‘야쿠르트 아저씨’로도 불린다(웃음). 청와대와 국회, 헌법재판소, 한국은행 등 70여 곳에서 평일 점심 미사를 드린다.” ―청와대 미사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담당했는데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이전 정권들에서는 일사불란했다면 요즘에는 질문하는 분도 많아지고 공기가 좀 자유로워졌다.” ―이번 대회에 북한 선수단도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화합의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또 메달 색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향해 박수를 보내면 좋겠다. 작은 힘이지만 옆에서 선수들을 돕겠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우리가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 화를 부려 쓰면 그것은 건강한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만약 화를 전혀 낼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곤란합니다. 화는 어쩌면 열정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경산 장응철 종법사가 최근 출간한 책 ‘아, 이 사람아! 정신 차려야 해’(사진)의 일부다. 분노나 화에 대한 다른 해석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경산 종법사의 짧지만 울림 있는 법문들을 엮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마음사용 설명서’ 등 6개의 장이 이어진다. 4장 ‘마음사용 설명서’는 모든 것의 근원이 마음임을 깨우쳐 준다. 평소 종법사를 만난 이들은 알 수 있지만, 목소리 크고 어려운 법문이 아니라 조용히 타이르듯 세상의 진리와 마음공부에 대한 생각을 책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최초의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12월 현재 서울 세종로와 종로가 만나는 옛 동아일보 사옥(현 일민미술관) 앞에 설치됐다. 동아일보는 그해 12월 22일자 ‘구세군주최 자선과설치(救世軍主催 慈善鍋設置)’ 기사에서 모금에 나선 여성 사진과 함께 구세군이 빈민을 구제하고자 자선냄비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솥 또는 냄비를 가리키는 한자 ‘과(鍋)’를 쓴 것이 흥미롭다. 구세군에 따르면 당시 자선냄비는 20곳에 설치했다. 17일 동안 848환을 모았는데 쌀 10가마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첫 구세군 냄비가 설치된 곳에서 걸어 5분여 거리에 있는 서울 중구 덕수궁길 구세군중앙회관에서 김필수 한국 구세군 사령관(64)을 5일 만났다. 》 ―빨간 자선냄비는 연말 풍경의 한 상징이 됐다. 성과는 어떤가. “지난해 12월 자선냄비를 통한 거리 모금으로 40억 원을 모았다. 기업 모금 23억 원을 합치면 총 63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영학 사건 등 이른바 ‘기부 포비아’ 영향으로 어려움이 염려됐지만 목표액 58억 원을 넘어섰다.” ―모금 단체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더 커졌다. “구세군은 해마다 행정안전부에 모금 관련 집계를 알려준다. 아동·청소년, 노인·장애인 등 7개 부문의 전국 160여개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예산을 집행하고, 다시 행안부 감사를 받는다. 모두 어렵다고 하는데 소폭이라도 모금이 늘어난 것은 최고의 원칙으로 지켜온 자선냄비의 정직성과 투명성을 방증하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지난해 모금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은…. “온정의 손길이 하나같이 소중하지만 5000만 원짜리 수표 3장이 기부됐다는 보고였다. 하지만 무조건 기뻐하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었다. 수표는 다음 날 은행가면 도난수표이거나 지급 정지된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음 날 은행가서 문제없다는 확인을 받은 뒤 함께 기뻐하며 ‘만세’를 불렀다. TV에 나가 이름이나 얼굴을 알리고 싶을 텐데 익명으로 기부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런 분이 많아지면 더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다.” ―구세군 사업 가운데 아동 청소년 부문에 대한 투자가 많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모금액 기준으로 보면 구세군은 슈퍼모금 단체가 아니다. 월드비전, 유니세프 등 모금액이 한 해 10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단체도 있다. 구세군은 높은 사회적 인지도에 비해 모금액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더 적극적인 모금은 생각하지 않나. “대형 모금 단체는 연예인을 캐스팅해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도 찍고 광고도 많이 내보낸다. 그런 광고를 알아보니 ‘억’ 소리 나더라. 우리는 못하겠더라. 부족하지만 더 아끼고 절약해 알차게 사업을 펼치겠다.” ―자선냄비와 동아일보의 인연도 오래됐다. “자선냄비가 처음 설치된 장소가 동아일보 앞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기부와 빈민구제 등에서는 언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세군 활동과 관련한 보도를 조사해보니 동아일보가 가장 많다고 한다. 올해 또 하나의 인연이 생겼다. 동아일보 사옥 앞에 설치된 자선냄비는 개신교 21개 교단이 하루씩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알다시피 교단 연합이 쉽지 않은데 자선냄비의 출발점 앞에 모여 마음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개신교뿐 아니라 종교계 전체의 위기다. 신자나 성직 희망자 모두 줄고 있다. “교회만 신바람 났기 때문이다. 교회 밖 세상을 섬기고 나누는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자선냄비 표어가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병든 자와 배고픈 자를 섬기는 것, 이게 바로 예수님이 하셨던 일이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전국 교도소와 사회복지시설에 80만 그릇 이상 짜장면 보시(布施·널리 베풂)를 해와 ‘짜장 스님’으로 잘 알려진 운천 스님(57·사진)이 5일 대한불교조계종을 탈종했다. 운천 스님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에 총무원을 찾아 탈종계를 제출했다”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스님은 은사인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에게 “탈종계 제출하러 갑니다. 은사 스님 20년 동안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운천 스님은 “떠나는 마당에 소속돼 있던 종단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종단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짜장면을 만들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정말 손톱만큼도 종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종단에서 일을 꼬이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스님은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현지에서 2개월 가깝게 짜장면 등을 무료로 제공했고, 2015년 네팔 지진 때도 봉사단을 만들어 급식과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운천 스님은 “조계종이 아니라 부처님 제자라는 게 중요하다”라며 “다른 종단 가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재단법인 자비공덕회를 만들어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말했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물질적 삶은 풍요로워졌다는데 정작 행복하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힐링과 나눔은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심지어 종교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신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종교인 인터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 거의 2년 만의 만남이지만 변함이 없다. 쌀쌀한 날씨에 눌러쓴 모자를 살짝 올리니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눈빛과 웃음은 여전하다. 4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식당에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힐링 멘토’로 불리는 혜민 스님(45)을 만났다. “여전하다”고 하자 스님은 “이제는 40대 중반이라 어깨도 곧잘 뭉치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다. 아름다운 몰락을 준비해야 한다”며 엄살이다. ―베트남 다녀왔다는데…. “연초 일정을 만들지 않고 아는 친구가 있는 베트남 호찌민시를 다녀왔다. 일 없이 휴식만 취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마음치유학교 운영에 강연과 글쓰기…. 몸이 몇 개라고 해도 모자랄 지경이겠다. “정말 올해는 많이 안 바쁜 게 목표다.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닌데, 마음치유학교 하면서 몸이 아프다면 그것도 문제다. 하하.” ―마음치유학교가 3월이면 3주년을 맞는데…. “자랑 같지만 학교가 스태프와 후원회원들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 다행스럽다. 암 환자, 한부모,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을 위해 만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효과를 봤다. 지난해만 6000명 가까운 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외 강연 활동도 많았다. “지난해 독일과 영국 등에서 강연도 하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독일 영성수련자와 함께 강연과 수련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가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일은 기독교 전통이 강한데,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나. “독일 강연의 주제가 ‘living silence, living compassion’이었는데 살아있는 침묵, 살아있는 자비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사는 곳과 말은 달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고부 갈등이 많은데 현지에서는 장모와 사위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 좀 의외였다.(웃음)” ―살아있는 침묵? “마음수련에서는 침묵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불교나 기독교 모두 처음에는 ‘이것도, 저것도 잘되게 해 주세요’ ‘나를 도와주세요’라는 기도가 많다. 즉, 자기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신앙이 성숙해지고 마음수련이 깊어지면 주변을 살피게 되고 살아있는 침묵과 만나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불교에서는 불성(佛性)과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침묵은 종교인만 가능하다고 보나. “종교인이 익숙하겠지만 그들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선한 삶의 깊이와 편안함을 주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분들은 인생에서 배운 것 아닐까.” 출가자가 무례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신년 인터뷰라 좀 엉뚱하지만 평소 궁금하던 질문도 던졌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인생결정’은 무엇이고, 다음 생(生)이 있다면 어떤 일을 택하겠는가. “(웃음) 먼저 교수 그만두고 마음치유학교 시작한 거다. 또 글을 쓴다는 것, 마지막으로 종교를 공부한 것이다. 학교를 열거나 글을 쓰는 건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 처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쓸 때 ‘산속으로 들어가 수행이나 제대로 하라’는 식의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쓴 글 몇 줄에서 위안을 얻고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지금도 그렇다. 부족한 게 있으면 수련도 하고 깨우친 분들을 찾아 더 배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다음 생? 직업에 관계없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어깨 아파 침 맞으면서도 큰 고마움을 느꼈으니까.” ―‘이모 수녀’(이해인 수녀)와는 자주 연락하나. “서로 바쁘지만 틈틈이 연락한다. 외국에 계신 것 같은데 신년 인사를 간단히 나눴다. 종교는 다르지만 항상 큰 힘이 돼주는 내 인생의 멘토다.” ―스님의 올해 목표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날마다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교 차원의 바람도 있다. 마음의 병이 있어 학교에 오고 싶지만 지방에 있거나 여러 사정으로 오지 못한다는 분들의 사연이 적지 않다. 요즘 빌딩 공실률이 높다는데 그 공간에 우리 학교 분교를 운영할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독자에게 남기고 싶은 신년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보다 주변의 다른 이들과 많이 나눠서 복을 나누기도 하지만, 복을 쌓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아침 무렵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다 보면 익숙한 풍경이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이는 광장 앞 교차로에 서면 찬 바람은 더 거세진다. 대형 전광판의 광고 화면과 짧은 뉴스를 보고 있자면 “힘내라” “Have a nice day” 등 노방전도에 나선 누군가의 말이 어김없이 귓전을 때린다. 11월부터는 사랑의 온도탑이 등장했다. 마지막에 본 숫자는 65.2도였다. 연말 온도로는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이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랑은 어디에 있나? 며칠 전 우연히 본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주장은 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러브 액추얼리 이즈 올 어라운드(love actually is all around)’이다. 사랑은 사실 어디에나 있다 정도로 풀이될 것이다. 2003년 개봉 당시 젊은 총리(휴 그랜트)의 사무실과 계단을 오가는, 예상을 깬 현란한 허리춤과 절친의 아내를 사랑하는 한 남성이 전하는 무언의 ‘손 팻말’ 고백이 화제가 됐다. 14년 만에 보는 추억의 영화는 새삼 또렷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고백할래요. 크리스마스잖아요. 내 희망사항을. 내게 당신은 완벽해요. 가슴 아파도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영화는 사랑과 결혼, 죽음과 이별 등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인생의 의문 부호와 함께 다양한 커플을 등장시켜 삶이란 그림의 모자이크를 보여준다. 그 조각들을 단단하고 설득력 있게 붙여주는 접착제는 바로 사랑이다. 많은 팬들은 이 커플들의 ‘스토리 그 후’를 기다렸다. 결국 이 얘기는 단편으로 만들어져 5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날인 ‘레드 노즈 데이(Red Nose Day)’ 특집으로 공개됐다. 연말이면 댕그랑댕그랑 종소리와 함께 거리에 서는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에 역대 최고 금액인 1억5000만 원 상당의 수표가 최근 모금됐다. 27일 자선냄비 모금액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5000만 원짜리 수표 3장이 발견됐다. 이 수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자선냄비에 24일 누군가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3장이 함께 접혀 있고 일련번호도 이어져 한 사람이 기부한 것이 확실한데 누가 기부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게 구세군의 설명이다. 구세군 홍보팀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46억 원이 모금돼 지난해 45억 원을 넘어섰다. 거리모금은 10% 정도 줄어들고, 기업 모금은 30% 늘었다. 홍보부장인 임효민 사관은 “현금보다 카드 사용 비중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의 영향으로 ‘거리 인심’이 나빠진 것 같다. 웃으면서 ‘잘 쓰이는 게 맞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늘어 씁쓸하다”라고 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격동의 2017년이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 정권교체에 이어 최근 제천 참사까지 숨 막히는 한 해였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선정한 올해의 한자는 2017년 ‘맑을 정(淨)’이었지만 내년에는 조화와 평화를 의미하는 ‘화할 화(和)’다. 희망이 담긴 글자다. 영화는 크리스마스니까 더 솔직하고 용감해지고 사랑하라고 외친다. “찾아보면, 사랑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고. 크리스마스를 새해로 바꾸면 어떨까. 마음에 둔 여직원을 찾아 나섰다 헛다리 짚은 총리와 한 여성의 대화다. “내털리는 옆집인데요. 혹시 그분(총리) 아니세요?” “정치 못해서 미안해요. 내각 탓이죠. 내년엔 나아질 거예요.” 새해엔 이런 솔직한 고백과 희망, 사랑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김갑식 문화부장 dunanworld@donga.com}
최근 출판사로부터 작은 패키지를 받았다. 그 모양이 결혼 인사차 돌리는 떡과 비슷해 ‘이게 웬 떡’이냐며 뜯었더니, 안에서 작은 탁상일지를 닮은 책이 나왔다. ‘정호승의 하루 한 장-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비채).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값’ 등으로 잘 알려진 시인 정호승이 경구처럼 남긴 말들이 실려 있다. 하루에 한 장씩 넘기며 잠시 그 말을 되새겨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책과 일기, 묵상집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례인 듯하다. 새해 첫날의 장에는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았다면 일생을 성실히 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하루가 바로 일생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날마다 즐겁고 기쁜 날을 만들라는 의미를 담은 불가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과 일맥상통한다. 송년회 자리에서 며칠 전 정해진 마니또(비밀친구)로부터 귀마개를 선물 받았다. 칼바람이 부는 요즘, 주변을 잠시라도 따뜻하게 하는 작은 선물과 말 한마디의 온기가 새삼 그립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