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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시청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프로그램의 인기를 다시 회복하기란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약 1년 전 시즌2 당시 낮은 시청률로 폐지논란을 겪었던 ‘1박2일’은 시즌3로 바뀌면서 꾸준히 시청률이 올라 현재 16주 째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1박2일’ 연출자인 유호진 KBS PD(35)는 기사회생한 ‘1박2일’의 숨은 공신이다. 2008년 KBS에 입사한 후 당시 나영석 PD(현 tvN PD)가 이끌던 ‘1박2일’ 시즌1의 막내 조연출을 지냈던 그는 시즌3를 통해 연출자로 정식 데뷔했다. 가차 없이 편집한다며 ‘가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요새 TV에서 가장 많이 얼굴을 내미는 PD이기도 하다. -‘1박2일’의 선전을 두고 다른 방송사 PD가 ‘기적’이라고 하더라. 비결이 뭔가. “운이 좋았다. 무엇보다 멤버 구성이 요새 트렌드에 맞았다. 한명이 주도하기보단 다극적인 출연진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더불어 언젠가는 뭔가 하겠지 하고 기다려준 충성도 높은 시청자가 있었고, 이미 아이디어 고갈을 경험했던 우리와 달리 경쟁 프로들이 최근 사춘기를 맞이한 것도 영향을 줬다.”-멤버들의 케미(궁합)가 좋다. 고려해서 섭외했나. “상당부분 우연이다. 단적인 예가 김준호인데 촬영 전날 밤 합류가 결정됐다. 사실 전작을 보곤 안정적인 카드로 봤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오랫동안 콩트를 하면서 스토리텔러의 역량을 쌓은 것 같다. 멤버들이 다들 고만고만하다보니 서열이 전복될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승부욕 강했던 시즌2 멤버에 비해 시즌3의 멤버들은 관계지향적인 편이다. 연출자인 나조차 경쟁을 별로 안 좋아한다.” -방송 햇수가 8년 쯤 되면 새로운 걸 찾기 힘들지 않나.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봤다. 방영 초반에는 장소로 새로움을 줬겠지만 이젠 독도든 백령도든 대부분 가본 장소다. 장소에 천착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떤 여행을 할지를 먼저 정한 뒤 장소를 생각했다. 다만 너무 도식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한 예로 얼음골이라는 곳에 간다고 하면 다들 얼음 깨기 게임을 하고 이긴 사람이 밥 먹는 패턴을 생각하는데 그렇게 너무 목적이 드러나는 여행은 피하려고 했다.”-TV에 얼굴 내미는 양이 많다. 원래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던데…. “촬영 현장의 민낯을 보여주는 건 이 프로 고유의 색깔이다. 시청자들은 제작과정, 촬영장 자체에 관심을 가진다. 연예인 출연자 뿐 아니라 작가, 조명 감독도 출연자의 일부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를 꿈꿨던 건 맞다. 대학(고려대) 방송국에서 기자하다가 군 시절 국군심리전단 대북방송 아나운서를 했는데, 진짜 좋았다. 그런데 계속 카메라에서 떨어지고 좌절했다. 이후 패션지 기자도 했는데 적성에도 잘 맞고 좋았지만 패션지 기자 수명이 너무 짧아서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2008년 KBS PD로 입사했다.”-시즌1 조연출을 할 땐 음악 프로 연출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맞다. 사실 조연출 할 당시만 해도 음악 프로 자체가 별로 없었다. 내가 음악 프로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당시 멤버들이 빵 터졌을 정도로 백안시 됐으니까. 그래도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도 늘고 음악 프로가 조명 받는 듯 하다. 언젠가 음악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솔직히 시즌2 끝나고, 시즌3의 PD를 맡으라고 했을 때 원망스럽지 않았나.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세간은 많은데 빚을 잔뜩 진 종갓집 며느리 같은 역이잖나. 당시 서수민 CP가 자잘한 구성을 바꾸는 것 보다는 프로 자체를 둘러싼 스토리 메이킹을 원했고 그래서 내가 발탁됐다고 본다. ‘시즌1의 어리버리한 막내가 존폐 위기에 놓인 시즌3의 메인이 됐다’는 이야기 자체가 주목을 끌기 쉽지 않나. 회사 차원에서는 젊은 PD를 기용할 경우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가 가능하다는 것도 고려한 것 같다.” -PD가 젊으니까 프로가 젊어진 면도 있을 것 같다. “메인 PD가 어리다보니 연출진의 평균 근속 연수가 4년 정도다. KBS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9년인 걸 감안하면 ‘1박2일’팀은 가장 어린 팀이라고 할 수 있다.”-1년 중 위기는 언제였나. “여름 바캉스 특집이었다. 그 때 비키니 미녀 논란(여성 상품화 논란)도 있었지만 정말 힘들었던 건 아이디어가 안 나와서 였다. 그 때 시즌2 연출자였던 최재형 선배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 제작진이 주도해 촬영 일정을 빽빽하게 짜기 보단 출연자들을 믿고 관찰 예능적인 요소를 늘렸다. 그 후부터 훨씬 자연스러워졌다.”-앞으로 계획은 뭔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는 업계가 아니다. 시즌3 초반 막막해서 (나)영석이 형한테 전화를 해서 ‘다음 편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이번 편만 생각하라’고 하더라. 그게 정답 같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이민호(28)의 이름 앞에는 늘 ‘한류 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13년 SBS 드라마 ‘상속자들’ 이후 국내 작품 활동이 없었지만 “지난해 쉬었던 날은 딱 사흘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스크린 주연 데뷔작으로 유하 감독의 ‘강남 1970’을 택했다는 사실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1년 중 광고 스케줄만 170일을 소화하며 시간 절약을 위해 전세기를 타는 한류 왕자에겐 수컷 냄새 풍기는 시대극보다 풋풋한 로맨스 물이 더 쉬운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 ‘비열한 거리’(2006년)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판이다. 서울 강남 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대를 조명한 이 영화에서 이민호는 고아 출신으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다가 강남 개발 이권 다툼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조직폭력배 종대 역을 맡았다. 그는 “현재의 강남 남자 느낌을 가진 배우가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강남으로 가서 연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했다. ―10대 여성 팬이 많은데 남성적 색이 강한 청소년불가 영화를 선택했다. “20대 후반은 배우로서 색깔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봤다. 이미지를 고려하면 로맨틱 코미디나 오락 영화를 택했겠지만 생각해 왔던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강남 1970’은 내가 그동안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이 담긴 영화다.” ―혹시 그동안 배우 아닌 하이틴 스타로만 비치는 게 아쉬웠나. “연기가 더 부각되고, 배우로서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기다리길 잘했다 싶었다. 원하는 배역을 맡았을 때 억지스럽거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면 안 되지 않나.” ―유하 감독은 권상우 조인성 등 남자 스타를 배우로 만드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때 ‘말죽거리 잔혹사’를, 20대 초반에 ‘비열한 거리’를 재밌게 봤다. 남자 배우로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영화를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타이밍 좋게 감독님을 만났다.” ―영화 초반 넝마주이로 나왔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어땠나. “솔직히 좀 뜨악했다.(웃음) 많이 준비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거지처럼 보이는 느낌은 못 준 거 같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감독이 연기에서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함을 강조했다. 감독님은 ‘의식주’에 대한 얘길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를 누아르로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과 살 수 있는 집, 따뜻한 밥 한 끼, 가장으로서 식구에게 좋은 걸 해 주고 싶은 종대의 마음을 느끼려고 했다. 그리고 종대가 느꼈을 미래에 대한 불안, 출구 없는 인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속 종대처럼 살면서 그렇게 불안했던 시절이 있었나. “20대 초반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 ‘꽃보다 남자’ 출연 전까지는 흑역사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진 않았지만 그때 꿈은 빨리 밴을 타는 거였다. 그 나이에는 밴이 성공한 연예인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지금은 밴을 타지 않는다. 숨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영화가 개봉 전 북미를 포함해 13개국에 판매됐다. 할리우드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할리우드에서도 작품 제안이 왔다. 그러나 원래 할리우드를 목표한 것도 아니고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다. 배우로서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민호(28)의 이름 앞에는 늘 ‘한류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2013년 SBS 드라마 ‘상속자들’ 이후 국내 작품 활동이 없었지만 “지난해 쉬었던 날은 딱 사흘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스크린 주연 데뷔작으로 유하 감독의 ‘강남 1970’을 택했다는 사실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1년 중 광고 스케줄만 170일을 소화하며 시간절약을 위해 전세기를 타는 한류 왕자에겐 수컷 냄새 풍기는 시대극보다 풋풋한 로맨스 물이 더 쉬운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 ‘비열한 거리’(2006년)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판이다. 서울 강남 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대를 조명한 이 영화에서 이민호는 고아 출신으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다가 강남 개발 이권 다툼에 맨 몸으로 뛰어드는 조직폭력배 종대 역을 맡았다. 그는 “현재의 강남 남자 느낌을 가진 배우가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의 강남으로 가서 연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했다. -10대 여성 팬이 많은데 남성적 색이 강한 청소년불가 영화를 선택했다. “20대 후반은 배우로서 색깔을 가져야할 시기라고 봤다. 이미지를 고려하면 로맨틱 코미디나 오락 영화를 택했겠지만 생각해왔던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강남 1970’은 내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담긴 영화다.” -혹시 그동안 배우 아닌 하이틴 스타로만 비춰지는 게 아쉬웠나. “연기가 더 부각되고, 배우로서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기다리길 잘 했다 싶었다. 원하는 배역을 맡았을 때 억지스럽거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면 안 되지 않나.” -유하 감독은 권상우 조인성 등 남자 스타를 배우로 만드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때 ‘말죽거리 잔혹사’를, 20대 초반에 ‘비열한 거리’를 재밌게 봤다. 남자 배우로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영화를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타이밍 좋게 감독님을 만났다.” -영화 초반 넝마주이로 나왔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어땠나. “솔직히 좀 뜨악했다.(웃음) 많이 준비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거지처럼 보이는 느낌은 못준 거 같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감독이 연기에서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함을 강조했다. 감독님은 ‘의식주’에 대한 얘길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를 느와르로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과 살수 있는 집, 따뜻한 밥 한 끼, 가장으로서 식구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종대의 마음을 느끼려고 했다. 그리고 종대가 느꼈을 미래에 대한 불안, 출구 없는 인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속 종대처럼 살면서 그렇게 불안했던 시절이 있었나. “20대 초반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 ‘꽃보다 남자’ 출연 전까지는 흑역사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진 않았지만 그 때 꿈은 빨리 밴을 타는 거였다. 그 나이에는 밴이 성공한 연예인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지금은 밴을 타지 않는다. 숨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영화가 개봉 전 북미를 포함해 13개국에 판매됐다. 할리우드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할리우드에서도 작품 제안이 왔다. 그러나 원래 할리우드를 목표한 것도 아니고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다. 배우로서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여자는 화가다. ‘눈을 영혼의 창’이라고 믿는 그는 주로 크고 휑한 눈을 가진 아이를 그린다. 어린 딸을 데리고 첫 남편에게서 도망치듯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온 여자는 곧 화가입네 하는 사기꾼과 재혼했다. 1950년대 말 갤러리의 벽은 높았다. 수완 좋은 여자의 남편은 갤러리 대신 유명인이 찾는 클럽 바에서 전시회를 열고 여자의 눈 큰 아이 그림(빅 아이즈)은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딸에게조차 숨긴다. 28일 개봉하는 ‘빅 아이즈’는 화가 마거릿 킨과 남편 월터 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60년대 월터 킨은 당시 아내의 작품을 자신의 것인 양 팔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하고 소송을 통해 그림의 진짜 주인을 밝혀낸다. 재판정에서 빅 아이즈 그림을 그려 내라는 판사의 지시에 1시간 만에 그림을 그려낸 마거릿과 달리 월터가 어깨 통증을 이유로 그리기를 거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영화의 감독은 팀 버턴이다. 마거릿 킨 작품의 애호가로도 유명한 팀 버턴은 “어릴 적부터 빅 아이즈의 큰 눈에 매료됐고 그 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팀 버턴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유령 신부’ 속 캐릭터, 영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조니 뎁은 마거릿 킨의 그림처럼 크고 휑한 눈을 가졌다. 팀 버턴은 다소 무겁거나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코믹하게 매만졌다. 원색을 강조한 동화적인 색감과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팀 버턴 특유의 기괴함은 줄었다. 영화는 대신 마거릿의 진실 찾기와 함께 팝아트가 태동했던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특히 남편 월터가 유명인과의 인맥, 언론을 통한 가십을 이용해 그림에 지명도를 입히며 가격을 올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는 그림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빅 아이즈 포스터, 엽서 등을 내놓으며 미술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도 거둔다. 배우의 호연도 빛났다. 마거릿 킨 역을 맡아 섬세하고 불안한 여성 화가의 모습을 그려낸 에이미 애덤스는 지난해 ‘아메리칸 허슬’에 이어 2년 연속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2세 이상.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여자는 화가다. ‘눈을 영혼의 창’이라고 믿는 그는 주로 크고 휑한 눈을 가진 아이를 그린다. 어린 딸을 데리고 첫 남편에게서 도망치듯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온 여자는 곧 화가입네 하는 사기꾼과 재혼했다. 1950년대 말 갤러리의 벽은 높았다. 수완 좋은 여자의 남편은 갤러리 대신 유명인이 찾는 클럽 바에서 전시회를 열고 여자의 눈 큰 아이 그림(빅 아이즈)은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딸에게 조차 숨긴다. 28일 개봉하는 ‘빅 아이즈’는 화가 마거릿 킨과 남편 월터 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60년대 월터 킨은 당시 아내의 작품을 자신의 것인 양 팔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하고 소송을 통해 그림의 진짜 주인을 밝혀낸다. 재판정에서 빅 아이즈 그림을 그려 내라는 판사의 지시에 1시간 만에 그림을 그려낸 마거릿과 달리 월터가 어깨 통증을 이유로 그리기를 거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영화의 감독은 팀 버턴이다. 마거릿 킨 작품의 애호가로도 유명한 팀 버튼은 “어릴 적부터 빅 아이즈의 큰 눈에 매료됐고 그 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팀 버턴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유령 신부’ 속 캐릭터, 영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조니 뎁은 마거릿 킨의 그림처럼 크고 휑한 눈을 가졌다. 팀 버턴은 다소 무겁거나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코믹하게 매만졌다. 원색을 강조한 동화적인 색감과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팀 버턴 특유의 기괴함은 줄었다. 영화는 대신 마거릿의 진실 찾기와 함께 팝아트가 태동했던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남편 월터가 유명인과의 인맥, 언론을 통한 가십을 이용해 그림에 지명도를 입히며 가격을 올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는 그림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빅 아이즈 포스터, 엽서 등을 내놓으며 미술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도 거둔다. 배우의 호연도 빛났다. 마거릿 킨 역을 맡아 섬세하고 불안한 여성 화가의 모습을 그려낸 에이미 애덤스는 지난해 ‘아메리칸 허슬’에 이어 2년 연속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2세 이상.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방송가에는 시청률이 바닥을 친 프로그램의 인기를 끌어올리기란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한때 영화를 누린 프로가 한번 시청률이 고꾸라지면 회생보다 폐지 순서를 밟는 건 이 때문이다. MBC ‘일밤’ 부활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던 ‘아빠!어디가?’가 18일 종영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의 성공은 눈여겨볼 만하다. 9년 차에 접어든 이 프로는 한때 시청률이 10%를 밑돌며 폐지설까지 돌았으나 시즌3에서 살아났다. 현재 ‘1박 2일’은 시청률 15∼20%를 오가며 16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다.(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 ▽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377회나 된 예능 프로에서 신선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백두산, 독도, 마라도까지 다녀온 처지에 새로운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어렵다. 강원 인제군 내 ‘1박 2일’ 혹한기 관련 촬영지만 10군데가 넘는다. 또 새것에 집착할수록 웃음은 억지스러워진다. 1박 2일 시즌3가 영리한 건 시즌2를 지배한 ‘새로움’ 강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출연진은 계속 복불복 게임을 했지만 전처럼 무리수를 두거나 치열하진 않다. 그 대신 제작진은 ‘착한 예능’이라는 초심을 찾고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웃음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인사가 만사 섭외는 시즌3 성공의 핵심이다. 시즌3엔 강호동 같은 강력한 리더가 없다. 사실 구성원 면면을 보면 시즌1, 2에 비해 밀린다. 그러나 출연진끼리의 궁합이 잘 맞았다. 튀기보단 어울림을 강조하는 멤버 구성은 ‘나 홀로 생존’보다 ‘공존’을 강조하는 요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와 함께 젊은 제작진은 낡은 예능에 새 피를 수혈했다. 시즌3의 메인 연출자이자 ‘가재’라는 별명을 갖게 된 유호진 PD는 2008년 입사해 동기 중 가장 일찍 연출로 데뷔했다. ▽어쨌건, 복불복 뛰는 놈, 나는 놈 위에 운 좋은 놈이 있다. 시즌3 역시 운이 따랐다. 시즌3의 ‘신의 한 수’ 멤버로 꼽히는 ‘얍쓰’(얍삽한 쓰레기) 김준호는 촬영 하루 전 급히 섭외됐다. 또 시청률이 한창 바닥을 쳤던 시즌2 당시에는 경쟁 채널의 새로운 프로(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승승장구했지만 시즌3에는 경쟁 프로들도 아이디어 고갈로 고전하는 중이다. 여기에 ‘1박 2일’ 직전 프로가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다. 결국, 복불복 게임의 철학은 시청률에도 적용된다. 행운과 불운은 돌고 돌며, ‘운발’의 힘은 막강하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14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15세 이상 관람가)는 이승기(28)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18년 차 친구와 ‘썸’을 타는 초등학교 교사 준수 역을 맡았다. 그는 상대인 현우(문채원)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고백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사귈 때는 100일도 못 가 번번이 차인다. 영화는 방송에서 익히 봐 온 이승기의 이미지에 기대고 있다. 반듯하고 성실하지만 지루하다고 핀잔을 듣는 준수에 대해 이승기는 “나와 싱크로율이 70∼80%”라고 했다. 이승기와 인터뷰한 13일은 그의 28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오늘의 연애’는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 ‘허삼관’과 1000만 흥행 영화 ‘국제시장’을 누르고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데뷔 12년 차다. 그간 인기에 비해 스크린 데뷔가 늦었다. “드라마, 예능, 앨범,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하다 보니 엄두를 못 냈다. 고정 예능프로가 없어지고 짬이 났는데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준수의 우직한 사랑이 좋았다. 내가 여자 마음을 잘 모르는 타입이라 그런지 공감 되는 게 많더라.” ―음, 여자 마음 모르는 타입인가. “여자가 뭔가 불만을 쏟고 투덜거리면 조언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불평이 해결책을 원한 게 아니라 공감을 바라는 거였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꽤 오래 걸렸다.” ―영화 속 준수는 18년간이나 짝사랑을 했다. 그렇게 오래 누구를 좋아한 적은 있나. “사랑 앞에서 계산하거나 ‘밀당’을 싫어하는 건 나랑 준수랑 통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준수 같은 짝사랑을 해본 적은 없다. 잠깐씩 짝사랑인지 뭔지 모를 상대를 마음에 둔 적은 있겠지만….” ―박진표 감독이 ‘노력하는 천재’라고 칭찬하더라. “천재는 아니다. 노력형이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10년 걸렸다. 연기는 지금도 겁난다. 대본집을 100번 읽는 것 같다. 끊어 읽기, 억양 표시를 하다 보면 나중엔 대본집이 새까맣게 된다. 또 늘 조언을 구한다.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위해 이성민 선배님한테 배웠고 윤여정 선생님께는 틈나면 전화해서 대사 톤을 상의한다. (윤여정) 선생님이 이런 얘기는 부끄러운 거니까 밖에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배운 게 정말 많다.” ―이번 영화에서는 누구의 조언을 받았나. “주변에서 감독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각색부터 내 캐릭터에 맞춰 주셔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촬영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던데 자이로드롭 타는 장면은 어렵지 않았나. “밤에 잠을 설칠 만큼 힘들었다. 그래도 감독님이 ‘자이로드롭 타는 게 ‘너는 내 운명’(감독의 전작)에서 황정민이 면회실 스피커 뜯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줄 것’이라고 얘길 하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나.” ―이미지 변신 욕심은 없나. “그동안 연기 변신을 안 한 건 아니다. 다만 대중에게 각인된 이승기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것 같다. 이미지 소모가 심할 것 같다는 얘기도 듣는데 꼭 그런 거 같진 않다. 나는 연예인을 직업으로 생각한다. 그러려면 계속 노출하고 계속 내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특정 이미지에 갇혀 있기보단 가급적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지난 12년간 쉼 없이 달렸다. 도망가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 “전혀. 그 대신 지금까지 한 번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슬럼프도 조금씩 나눠서 겪은 거 아닐까.”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14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15세 이상 관람가)는 이승기(28)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18년차 친구와 ‘썸’을 타는 초등학교 교사 준수 역을 맡았다. 그는 상대인 현우(문채원)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고백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사귈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100일도 못 가 번번이 차인다. 영화는 방송에서 익히 봐 온 이승기의 이미지에 기대고 있다. 반듯하고 성실하지만 지루하다고 핀잔을 듣는 준수에 대해 이승기는 “나와 싱크로율이 70~80%”라고 했다. 이승기와 인터뷰한 13일은 그의 28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오늘의 연애’는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 ‘허삼관’과 1000만 흥행 영화 ‘국제시장’을 누르고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데뷔 12년 차다. 그간 인기에 비해 스크린 데뷔가 늦었다. “드라마, 예능, 앨범,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하다보니 엄두를 못 냈다. 고정 예능프로가 없어지고 짬이 났는데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준수의 우직한 사랑이 좋았다. 내가 여자 마음을 잘 모르는 타입이라 그런지 공감 되는 게 많더라.” -음, 여자 마음 모르는 타입인가? “여자가 뭔가 불만을 쏟고 투덜거리면 조언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불평이 해결책을 원한 게 아니라 공감을 바라는 거였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꽤 오래 걸렸다.” -영화 속 준수는 18년간이나 짝사랑을 했다. 그렇게 오래 누구를 좋아한 적은 있나. “사랑 앞에서 계산하거나 ‘밀당’을 싫어하는 건 나랑 준수랑 통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준수 같은 짝사랑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잠깐씩 짝사랑인지 뭔지 모를 상대를 마음에 둔 적은 있겠지만….” -박진표 감독이 ‘노력하는 천재’라고 칭찬하더라. “천재는 아니다. 노력형이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10년 걸렸다. 연기는 지금도 겁난다. 대본집을 100번 읽는 것 같다. 끊어 읽기, 억양 표시를 하다보면 나중엔 대본집이 새까맣게 된다. 또 늘 조언을 구한다.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위해 이성민 선배님한테 배웠고 윤여정 선생님께는 틈나면 전화해서 대사 톤을 상의한다. (윤여정) 선생님이 이런 얘기는 부끄러운 거니까 밖에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배운 게 정말 많다.”-이번 영화에서는 누구의 조언을 받았나. “주변에서 감독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각색부터 내 캐릭터에 맞춰주셔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촬영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던데 자이로드롭 타는 장면은 어렵지 않았나. “밤에 잠을 설칠 만큼 힘들었다. 그래도 감독님이 ‘자이로드롭 타는 게 ‘너는 내 운명’(감독의 전작)에서 황정민이 면회실 스피커 뜯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줄 것’이라고 얘길 하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나.” -이미지 변신 욕심은 없나. “그동안 연기 변신을 안 한 건 아니다. 다만 대중에게 각인된 이승기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것 같다. 이미지 소모가 심할 것 같다는 얘기도 듣는데 꼭 그런 거 같진 않다. 나는 연예인을 직업으로 생각한다. 그러려면 계속 노출하고 계속 내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특정 이미지에 갇혀있기 보단 가급적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지난 12년간 쉼 없이 달렸다. 도망가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 “전혀. 대신 지금까지 한번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슬럼프도 조금씩 나눠서 겪은 거 아닐까.”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치정멜로 영화 ‘인간중독’과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의 공통점은? 두 영화는 극장보다 인터넷TV(IPTV)를 비롯한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인간중독’은 144만 관객이 들어 연간 박스오피스에서는 41위에 그쳤지만 IPTV 3사(KT 올레TV, SK BTV, LG tvG)의 지난해 이용 횟수 등에서 10위 안팎의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올레TV에 따르면 이 영화의 이용 횟수는 60만 건이 넘는다. 다른 업체와 모바일까지 감안하면 극장 밖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극장 관객 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초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역시 극장 관객 92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61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올레TV 기준 이용 횟수만 50만 건이 넘었다. VOD 시장에서 영화의 인기는 박스오피스 순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역린’(384만 명)처럼 기대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가 VOD 이용 횟수로는 변호인(1137만 명)을 앞섰다. 문지형 올레TV 홍보팀 과장은 “VOD 영화 시청은 변수가 많다. 극장 화제작이 선호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못지않게 콘텐츠의 가격이나 장르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VOD는 통상 극장 동시상영작은 1만 원, 극장에서 내린 지 1년 이내는 4000원, 이후에는 더 내려간다. ‘역린’처럼 극장에서 뜨진 못했어도 인지도 있는 스타(현빈)가 출연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영화들이 VOD 시장에서 환영받는다는 것. 또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멜로나 에로 영화도 인기 있다. 특히 19금 성인용 콘텐츠의 경우 IPTV뿐 아니라 ‘손안의 극장’ 모바일TV에서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모바일VOD 이용자가 많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 ‘티빙’에서는 지난해 영화 콘텐츠 중 ‘인간중독’과 ‘마담뺑덕’이 매출액 순위로 각각 1위와 6위에 올랐다. ‘올레TV 모바일’에서는 ‘인간중독’(2위) ‘황제를 위하여’(3위) ‘맛 무삭제판’(4위) ‘밀애’(7위) ‘화려한 외출’(9위) 등 19금 영화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4년 개봉한 에로영화 ‘맛 무삭제판’과 ‘밀애’ 등은 극장 개봉 시 관객이 4000∼5000명에 그쳤으나 VOD 이용 횟수는 수십만 건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1300억 원대 규모였던 국내 VOD 시장은 지난해 3500억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VOD 시장의 급성장은 영화 산업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극장 개봉 없이 IPTV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너브러더스, 소니픽처스 등 해외 직배사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해 하반기 IPTV로 개봉한 ‘22 점프 스트리트’ ‘노 굿 디드’ ‘타미’ 등은 각각 북미 박스오피스 1위작이며,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2’의 경우 북미 개봉 시기와 비슷하게 12월 IPTV로 개봉했다. 또 VOD 시장을 겨냥해 영화 개봉작이 늘고, 인터넷 때문에 퇴출 위기에 놓였던 에로 영화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0년까지 400편 안팎이었던 영화 개봉작은 2013년 907편, 2014년 1117편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 영화 개봉작 232편 중 에로 영화는 40∼50편이나 된다. 한 수입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을 거치지 않은 영화도 VOD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국이 VOD 테스트 마켓으로 여겨지고 있어 앞으로 영화 제작과 유통의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조종엽 기자 }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위해 ‘국제시장’ 제작진은 오랜 취재를 거쳤다. 영화 속 에피소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일까. 알쏭달쏭한 다섯 가지 에피소드의 진실과 거짓을 가렸다. [1] 가수 남진은 베트남전에서 ‘저 푸른 초원 위에∼’를 불렀을까 해병대 출신인 남진은 1969년 참전해 1971년 전역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덕수가 남진을 만난 시기는 1974년으로 한참 뒤다. 남진은 베트남에서 주로 수색과 보급, 연희 담당을 맡았지만 영화처럼 총격전을 하진 않았다. 또 영화에선 남진이 베트남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지만 이 노래를 남진이 발표한 건 전역한 이후였다. [2] 부산 ‘국제시장’엔 실제 ‘꽃분이네’라는 가게가 있었나 덕수네 가족이 운영하는 ‘꽃분이네’ 잡화점은 시나리오 작가가 만든 허구의 가게다. 꽃분이네 촬영 장소는 실제 국제시장 안에 위치한 ‘영신상회’다. 영화에서는 수입 잡화점이지만 ‘영신상회’는 양말 스카프 허리띠 시계 등을 판다. 영화가 흥행해 관광객이 몰리자 아예 간판을 ‘꽃분이네’로 바꿔 달았다. [3] 파독 광부를 뽑을 때 정말 쌀가마니 들기 테스트를 했나 파독 광부 선발 시 초반 경쟁률은 100 대 1 정도로 높았다. 선발 방식은 여러 차례 바뀌어 일부는 ‘쌀가마니 테스트’를 했지만 쌀가마니를 들지 않고 뽑힌 사람도 많다. 광부로 뽑힌 덕수가 영화에선 1963년 보잉 747기를 타고 독일로 떠나지만 이 비행기는 1970년부터 운항해 시기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4] 흥남철수 장면에 묘사된 것처럼 미국 화물선이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무기를 버렸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흥남부두에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워 거제도로 간 건 역사적 사실이다. 이 배는 단일 선박으로 가장 큰 규모의 구조작전에 성공해 기네스북에도 기재됐다. 영화처럼 당시 미 10군단 고문인 현봉학 박사가 지휘관과 선장을 설득한 것도 맞다. 다만 승선 인원이 60명이던 이 배에서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영화처럼 무기를 버렸는지 항공유를 포함한 군수품을 버렸는지는 의견이 갈린다. [5] 이산가족 찾기 장면 속 TV 화면은 진짜인가 그 장면은 독일 탄광과 함께 제작진이 장소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은 장면이다. 1983년 이산가족 찾기가 진행된 KBS 구식 스튜디오가 남아 있지 않아 남원 KBS에서 촬영했다. 여의도광장도 공원으로 바뀌어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찍었다. 광장을 도배한 벽보는 제작진이 한 명당 10장씩 써와 2000여 장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 재현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TV 속 이산가족 화면은 당시 방송된 실제 화면을 그대로 썼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8일까지 855만 명이 본 이 영화는 이르면 다음 주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의 1000만 관객이 확실시됨에 따라 윤제균 감독(46)은 ‘해운대’(2009년·1145만 명)와 함께 최초로 1000만 영화 두 편을 낸, ‘쌍천만’ 감독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윤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국제시장’ 개봉 직전과 이달 7일 두 차례 진행됐다. 그 사이 영화는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로 만든 영화여서 진심이 통하길 기대했는데 논란을 겪으며 한동안 패닉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할 때 정치 얘기는 삼가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대화는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흘러갔다. ―흥행을 이만큼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손익분기점(6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는데 개봉 첫 주 스코어가 낮아 출발이 불안했다. 그러다 정치 논쟁이 붙었다. 논란은 불편했지만 흥행 면에서만 보면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이념 논쟁으로 ‘보수의 기수’가 됐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국제시장’은 ‘12세 이상 관람가’ 가족 영화다. 아버지를 기리며 만든 영화라 어설픈 정치 메시지를 넣고 싶지도 않았다. 도식적으로 섞을 순 있지만 그건 더 비겁하다고 봤다.” ―수많은 현대사 중 흥남 철수, 파독 광부, 베트남전, 이산가족 찾기 4개를 주요 에피소드로 삼은 이유는 뭔가. “가장 고민한 부분이다. 정치적으로 거세한 후 남은 선택지에서 특히 치열했던 배경을 정했다. 특히 1970년대 베트남전과 중동 파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어려웠다. 개인의 드라마를 그리기에 베트남이 낫다고 봤다.” ―“힘든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는 대사가 산업화 세대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됐다. “깜짝 놀랐다. 각본을 맡은 박수진 작가가 쓴 대사였는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전혀 문제를 못 느꼈다. 그 대사는 특정 세대의 상징이 아니라 그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다. 나만 해도 두 아들이 없다면 이렇게 열심히 일 안 한다. 진보든 보수든 부모라면 자식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부모 마음은 이념이나 세대를 초월해 똑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애국심의 사례로 든 국기 경례 장면은 웃기려는 의도 아니었나. “한 장면을 두고 관객의 반은 웃고 반은 탄식한다. 풍자로 해석하거나, ‘그땐 정말 그랬다’며 공감하거나, 애국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관객 몫이다.” ―비판이 서운하진 않았나. “영화는 김춘수 시인의 ‘꽃’과 같다. 이름을 불러주면 받아들여야지(웃음). 다들 남진(정윤호)의 카메오 부분을 재미용으로만 본다. 그런데 거기엔 전라도 사람 남진이 경상도 사람 덕수의 목숨을 구한다는 함의도 있다. 영화 속 동남아 노동자 에피소드는 50년 전 독일로 떠나야 했던 우리 역사를 통해 역지사지하길 바라며 넣었던 거다. 내 나름의 소통과 화합을 말한 건데 그건 내 진심이다.” 영화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는 윤 감독의 부모 이름에서 따왔다. 윤 감독에게 ‘국제시장’은 “10년 동안의 숙원 사업”이었다. 아버지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2004년. 세 번째 영화 ‘낭만자객’ 실패 후 슬럼프를 겪을 당시, 첫아들이 태어나며 그는 아버지가 됐다. ―다음 영화가 4년 후 나왔으니 공백이 컸다. “사회생활에서 첫 실패를 겪을 때 가장 사랑하는 존재(아들)를 얻었다. 대학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처음으로 절실히 이해했다. 아버지가 퇴직 후 주식 투자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돌아가실 때 유언이 ‘미안하다’였다. 임종 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돌이켜볼수록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때 ‘아버지 그래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못한 게 응어리가 됐다. 언젠가는 아버지 얘기를 해야 했고, 그만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재기의 동력이 됐다.” ―영화에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뭔가. “마지막 장면이다. 덕수의 독백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대사는 내가 썼다. 내가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윤 감독의 이력은 특이하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영화계 입문 전까지 5년간 광고회사(LG애드)에서 근무했다. 감독 데뷔작 ‘두사부일체’(2001년)를 포함해 총 여섯 편의 영화를 내놓으며 충무로의 대표 흥행 감독이 됐다. 2002년 제작사 JK필름을 차려 10여 편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윤제균표’ 영화는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평단의 평가는 좋지 않다. ―대중의 취향을 잘 아는 것 같다. 흥행 공식이란 게 있나. “없다. 그렇게 머리로 찍은 영화가 ‘낭만자객’인데 망했다. 흥행 비결을 꼽는다면 공감 능력이다. 이른바 ‘윤제균표’ 영화라는 게 좋게 말하면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안 좋게 말하면 전형적이고 신파적인데 거기에 다수가 공감할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악인이 없고, 역경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캐릭터가 단조롭고 꿈과 희망을 강요한다고 욕도 많이 먹지만 내가 원래 굉장히 긍정적이다. 세상엔 ‘because of(때문에)’형 인간과 ‘in spite of(그럼에도 불구하고)’형 인간이 있다고 한다. 난 후자다.” ―영화판에 오기 전 광고회사를 다녔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한 달간 무급휴직을 했는데 그때 쓴 시나리오가 당선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광고회사에서는 주로 예산과 결산 업무를 했다. 예전엔 영화에 늦게 입문한 게 아쉬웠는데 이젠 그 경험이 영화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많은 도움이 된다. ‘자존심을 버리면 인생이 즐겁다’는 걸 그때 배웠다. 신인 감독들은 더러 배우나 스태프와 갈등을 겪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다. 갈등이 생기면 도와달라며 무릎 꿇고 운다(웃음). 나처럼 ‘비굴한 감독’은 처음 봤다고들 한다. 그러면 어떤가. 영화만 잘되면 된다.” ―윤제균 사단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특정 배우와 자주 작업을 한다. 특히 여배우 중에는 하지원, 김윤진, 엄정화 등이 꼽힌다. 셋 다 다소 ‘세 보이는’ 여성이다. “정이 많아서인지 좋은 사람들과 한 번 하면 계속 하게 된다. 내가 강한 이미지의 여성을 선호하는 건 맞는 거 같다. 보통 남자 감독들이 영화를 찍을 때 남주인공에는 자신의 모습을, 여주인공의 모습에는 이상형의 모습을 투영한다고들 한다. 생각해보니 내 와이프도 센 편이다.(웃음)” ―본인만의 영화 작법이 있나. “한 장면에 집중한다. 처음 기획할 때 한 장면을 생각하고, 나머지는 그 장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달려간다. ‘국제시장’은 마지막을 위해 앞의 드라마가 필요했던 것이고, ‘해운대’에선 세 커플의 생사가 갈리는 장면을 위해 쓰나미가 상영 한 시간이나 지나서 몰려온 거다.” ―‘국제시장’에서는 ‘윤제균표’ 영화라는 말을 벗어나고 싶다고 했는데…. “‘웰메이드’로 만들고 싶었다. 더 웃길 수 있었지만 코미디를 줄였다. 신파라는 소리 안 듣게 하려고 배우들에게 ‘오버하지 말자’고 했다. 실제로 영화를 본 외국 프로그래머들은 울지 않았다. 유독 한국인들만 보고 우는 거 보면, 우리 특유의 한이 있는 거 같다.” ―‘국제시장’ 후속편도 만들 건가.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배우나 투자자도 다 허락해야 하기에 쉽진 않다. 덕수 가족이 1980, 90년대를 어떻게 헤쳐 현재에 왔을지 궁금하긴 하다.” ―목표는…. 혹시 예술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나.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내 꿈이 임권택 감독님처럼 되는 거다. 한국은 감독의 수명이 짧은데, 그렇게 오랫동안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최고령 감독이라는 얘길 듣는 게 목표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8일까지 855만 명이 든 이 영화는 이르면 다음 주 중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의 1000만 관객이 확실시됨에 따라 윤제균 감독(46)은 ‘해운대’(2009년·1145만 명)와 함께 최초로 1000만 영화 두 편을 낸, ‘쌍 천만’ 감독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윤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국제시장’ 개봉 직전과 이달 7일 두 차례 진행됐다. 그 사이 영화는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로 만든 영화여서 진심이 통하길 기대했는데 논란을 겪으며 한동안 패닉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할 때 정치 얘기는 삼가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대화는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흘러갔다.-흥행을 이만큼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손익분기점(6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는데 개봉 첫 주 스코어가 낮아 출발이 불안했다. 그러다 정치 논쟁이 붙었다. 논란은 불편했지만 흥행면에서만 보면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이념 논쟁으로 ‘보수의 기수’가 됐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국제시장’은 ‘12세 이상 관람가’ 가족 영화다. 아버지를 기리며 만든 영화라 어설픈 정치 메시지를 넣고 싶지도 않았다. 도식적으로 섞을 순 있지만 그건 더 비겁하다고 봤다.”-수많은 현대사 중 흥남철수, 파독광부, 베트남전, 이산가족 찾기 4개를 주요 에피소드로 삼은 이유는 뭔가. “가장 고민한 부분이다. 정치적으로 거세한 후 남은 선택지에서 특히 치열했던 배경을 정했다. 특히 1970년대 베트남전과 중동 파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어려웠다. 개인의 드라마를 그리기에 베트남이 낫다고 봤다.”-“힘든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는 대사가 산업화 세대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됐다. “깜짝 놀랐다. 각본을 맡은 박수진 작가가 쓴 대사였는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전혀 문제를 못 느꼈다. 그 대사는 특정 세대의 상징이 아니라 그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다. 나만 해도 두 아들이 없다면 이렇게 열심히 일 안한다. 진보든 보수든 부모라면 자식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부모 마음은 이념이나 세대를 초월해 똑같다.”-박근혜 대통령이 애국심의 사례로 든 국기 경례 장면은 웃기려는 의도 아니었나? “한 장면을 두고 관객의 반은 웃고 반은 탄식한다. 풍자로 해석하거나, ‘그땐 정말 그랬다’며 공감하거나, 애국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관객 몫이다.”-비판이 서운하진 않았나. “영화는 김춘수 시인의 ‘꽃’과 같다. 이름을 불러주면 받아들여야지(웃음). 다들 남진(정윤호) 카메오 부분을 재미용으로만 본다. 그런데 거기엔 전라도 사람 남진이 경상도 사람 덕수의 목숨을 구한다는 함의도 있다. 영화 속 동남아 노동자 에피소드는 50년 전 독일로 떠나야했던 우리 역사를 통해 역지사지하길 바라며 넣었던 거다. 나름 소통과 화합을 말한 건데 그건 내 진심이다.” 영화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는 윤 감독의 부모 이름에서 따왔다. 윤 감독에게 ‘국제시장’은 “10년 동안의 숙원 사업”이었다. 아버지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2004년. 세 번째 영화 ‘낭만자객’ 실패 후 슬럼프를 겪을 당시, 첫 아들이 태어나며 그는 아버지가 됐다. -다음 영화가 4년 후 나왔으니 공백이 컸다. “사회생활에서 첫 실패를 겪을 때 가장 사랑하는 존재(아들)를 얻었다. 대학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처음으로 절실히 이해했다. 아버지가 퇴직 후 주식 투자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돌아가실 때 유언이 ‘미안하다’였다. 임종 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돌이켜볼수록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때 ‘아버지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게 응어리가 됐다. 언젠가는 아버지 얘기를 해야 했고, 그만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재기의 동력이 됐다.”-영화에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뭔가. “마지막 장면이다. 덕수의 독백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대사는 내가 썼다. 내가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윤 감독의 이력은 특이하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영화계 입문 전까지 5년간 광고회사(LG애드)에서 근무했다. 감독 데뷔작 ‘두사부일체’(2001년) 이후 총 여섯 편의 영화를 내놓으며 충무로의 대표 흥행 감독이 됐다. 2002년 제작사 JK필름을 차려 10여 편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윤제균표’ 영화는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평단의 평가는 좋지 않다. -대중의 취향을 잘 아는 것 같다. 흥행 공식이란 게 있나. “없다. 그렇게 머리로 찍은 영화가 ‘낭만자객’인데 망했다. 흥행 비결을 꼽는다면 공감 능력이다. 이른바 ‘윤제균표’ 영화라는 게 좋게 말하면 재미있고 감동적, 안 좋게 말하면 전형적이고 신파적인데 거기에 다수가 공감할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악인이 없고, 역경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캐릭터가 단조롭고 꿈과 희망을 강요한다고 욕도 많이 먹지만, 내가 원래 굉장히 긍정적이다. 세상엔 ‘because of(때문에)’형 인간과 ‘in spite of(그럼에도 불구하고)’형 인간이 있다고 한다. 난 후자다.”-영화판에 오기 전 광고회사를 다녔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한 달간 무급휴직을 했는데 그때 쓴 시나리오가 당선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광고 회사에서는 주로 예산과 결산 업무를 했다. 예전엔 영화에 늦게 입문한 게 아쉬웠는데 이젠 그 경험이 영화감독으로, 제작자로서 많은 도움이 된다. ‘자존심을 버리면 인생이 즐겁다’는 걸 그때 배웠다. 신인 감독들은 더러 배우나 스태프와 갈등을 겪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다. 갈등이 생기면 도와달라며 무릎 꿇고 운다(웃음). 나처럼 ‘비굴한 감독’은 처음 봤다고들 한다. 그러면 어떤가. 영화만 잘되면 된다.” -윤제균 사단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특정 배우와 자주 작업을 한다. 특히 여배우 중에는 하지원, 김윤진, 엄정화 등이 꼽힌다. 셋 다 다소 ‘세 보이는’ 여성이다. “정이 많아서인지 좋은 사람들과 한 번 하면 계속 하게 된다. 내가 강한 이미지의 여성을 선호하는 건 맞는 거 같다. 보통 남자 감독들이 영화를 찍을 때 남주인공에는 자신의 모습, 여주인공의 모습에는 이상형의 모습이 투영된다고들 한다. 생각해보니 내 와이프도 센 편이다.(웃음)” -본인만의 영화 작법이 있나. “한 장면에 집중한다. 처음 기획할 때 한 장면을 생각하고, 나머지는 그 장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달려간다. ‘국제시장’은 마지막을 위해 앞의 드라마가 필요했던 것이고, ‘해운대’에선 세 커플의 생사가 갈리는 장면을 위해 쓰나미가 상영 한 시간이나 지나서 몰려온 거다.” - ‘국제시장’에서는 ‘윤제균표’ 영화라는 말을 벗어나고 싶는데. “‘웰메이드’로 만들고 싶었다. 더 웃길 수 있었지만 코미디를 줄였다. 신파라는 소리 안 듣게 하려고 배우들에게 ‘오바 하지 말자’고 했다. 실제로 영화를 본 외국 프로그래머들은 울지 않았다. 유독 한국인들만 보고 우는 거 보면, 우리 특유의 한이 있는 거 같다.”-‘국제시장’ 후속편도 만들 건가.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배우나 투자자도 다 허락해야 하기에 쉽진 않다. 덕수 가족이 1980~1990년대를 어떻게 헤쳐 현재에 왔을지 궁금하긴 하다.”-목표는? 혹시 예술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나.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내 꿈이 임권택 감독님처럼 되는 거다. 한국은 감독의 수명이 짧은데, 그렇게 오랫동안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최고령 감독이라는 얘길 듣는 게 목표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과 영화 ‘패딩턴’은 각각 펭귄과 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겨울방학용 작품이다. 오랫동안 가족 영화에서 사랑받은 이 동물들의 매력은 뭘까. 영화 속 캐릭터와 가상 인터뷰를 통해 촬영 뒷얘기를 들었다.마다가스카의 펭귄 ―‘마다가스카’ 시리즈 전편에선 조연이었는데 이번에 업그레이드됐다. “훗, 그러게 이놈의 인기란…. 영화 1편이 2005년 나온 후 반응이 좋아서 우리 사총사(스키퍼, 코왈스키, 리코, 프라이빗)가 2008년부터 TV 애니메이션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이번엔 영화 타이틀 롤까지 맡았지.” ―한국에도 뽀로로라는 펭귄이 있다. 당신들의 경쟁력은 뭔가. “아, 그 어린 친구? 동향(남극)이라는데 무슨 종인지 모르겠다.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건 비슷하지만 우리 유머가 더 성숙하달까. 패러디나 말장난에 능하지.” ―그런데 당신들은 펭귄 중 어떤 종인가. “음, 우리 근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전작에서 거주지가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이었다. 이 동물원에는 황제, 젠투, 턱끈 펭귄이 있는데 호기심 많고 공격적인 우리 성격을 보면 턱끈 펭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론 안 닮았다는 사람도 많다. 참고로 한국에서 턱끈 펭귄을 볼 수 있는 곳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이다.” ―해외 로케 촬영이 많았다지? “정말 힘들었다. 남극부터 베네치아와 상하이, 뉴욕까지 전 세계를 돌았다. 게다가 극지 출신에게 사막 촬영이라니…. 진짜 힘들었던 건 먹을거리다. 특히 리코는 치즈 스낵을 좋아한다는 설정으로 수십 봉지를 먹어야 했다. 이거 동물 학대 아닌가!” ―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목소리로 참여했던데…. “다들 컴버배치 얘기만 하는군. 비밀요원 늑대 역으로 나온다. 어디까지나 조연이지. 존 말코비치도 문어 악당 역으로 참여했는데 역시 조연이다. 주연은, 우리라고!” 패딩턴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영국에선 유명인사라던데…. “낯간지럽지만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인형 가게에서 빨간 모자에 떡볶이 단추 코트(더플코트) 입은 곰 인형 본 적 없나? 다 날 모델로 한 거다. 원작소설이 1958년 처음 출간됐는데 지금도 새 시리즈가 나온다. TV 드라마는 출연했는데 영화는 처음이다.” ―패딩턴은 런던에 있는 역 이름이라지? 그런데 고향은 페루라면서? “원작자 마이클 본드가 아내에게 곰 인형을 선물하면서 이름을 패딩턴으로 지었다. 그 가족이 런던 패딩턴 역 주변에 살았거든. 이름이 좀 성의 없긴 하다. 암튼 고향은 ‘머나먼 페루’가 맞다. 폭풍우 때문에 가족을 잃고 밀항해서 런던에 왔지. 원작자는 내 고향을 ‘머나먼 아프리카’라고 하려다 아프리카엔 곰이 없어서 페루로 바꿨다고 하더라. 페루는 안경곰이 유명한데 사실 내 외모는 불곰, 더 정확히는 테디베어에 가깝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영화에선 상당히 예의 바르던데…. “온순한 척하는 게 쉽진 않았다. 뉴스에서 봤겠지만 곰은 맘만 먹으면 사자도 이기는데 말이지…. 물론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건 원래 그대로다. 영화에선 마멀레이드 잼을 좋아하는 걸로 나오는데, 단 건 다 좋아한다.” ―니콜 키드먼이 악당 박제사로 나온다지? 연기호흡은 어땠나. “브라운 가족과의 일화가 많다 보니 누님과 함께 촬영한 건 3, 4차례 정도다. 많이 귀여워해 주셨지.” ―촬영 내내 두 다리로 걸으려면 힘들었겠다. “쉽진 않았다. 내가 골반과 허벅지 근육이 발달했으니 그만큼 한 거다. 기립보다 고민한 건 내면 연기였다. 눈동자나 콧잔등의 움직임, 털 한 올만으로 감정이 전달되길 바랐다. 제작진이 많이 고생했지.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팀부터 화가까지 500명의 스태프가 나에게 달라붙었다.”(도움말: 박설희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극지관 담당자, 추원정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육사)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과 영화 ‘패딩턴’은 각각 펭귄과 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겨울방학용 작품이다. 오랫동안 가족 영화에서 사랑받은 이들 동물의 매력은 뭘까. 영화 속 캐릭터와 가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촬영 뒷얘기를 들었다.(마다가스카의 펭귄) -‘마다가스카’ 시리즈 전편에선 조연이었는데 이번에 업그레이드됐다. “훗, 그러게 이놈의 인기란. 영화 1편이 2005년 나온 후 반응이 좋아서 우리 사총사(스키퍼, 코왈스키, 리코, 프라이빗)가 2008년부터 TV 애니메이션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이번엔 영화 타이틀 롤까지 맡았지.” -한국에도 뽀로로라는 펭귄이 있다. 당신들의 경쟁력은 뭔가. “아, 그 어린 친구? 동향(남극)이라는데 무슨 종인지 모르겠다.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건 비슷하지만 우리 유머가 더 성숙하달까. 패러디나 말장난에 능하지.” -그런데 당신들은 펭귄 중 어떤 종인가. “음, 우리 근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전작에서 거주지가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이었다. 이 동물원에는 황제, 젠투, 턱끈 펭귄이 있는데 호기심 많고 공격적인 우리 성격을 보면 턱끈 펭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론 안 닮았다는 사람도 많다. 참고로 한국에서 턱끈 펭귄을 볼 수 있는 곳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이다.” -해외로케 촬영이 많았다지? “정말 힘들었다. 남극부터 베니스와 상하이, 뉴욕까지 전 세계를 돌았다. 게다가 극지 출신에게 사막 촬영이라니…. 진짜 힘들었던 건 먹을거리다. 특히 리코는 치즈 스낵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수십 봉지를 먹어야 했다. 이거 동물 학대 아닌가!” -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목소리로 참여했던데? “다들 컴버배치 얘기만 하는군. 비밀요원 늑대 역으로 나온다. 어디까지나 조연이지. 존 말코비치도 문어 악당 역으로 참여했는데 역시 조연이다. 주연은, 우리라고!” (패딩턴)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영국에선 유명인사라던데…. “낯간지럽지만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 인형 가게에서 빨간 모자에 떡볶이 단추 코트(더플코트) 입은 곰 인형 본 적 없나? 다 날 모델로 한거다. 원작소설이 1958년 처음 출간됐는데 지금도 새 시리즈가 나온다. TV 드라마는 출연했는데 영화는 처음이다.” -패딩턴은 런던에 있는 역 이름이라지? 그런데 고향은 페루라면서? “원작자 마이클 본드가 아내에게 곰 인형을 선물하면서 이름을 패딩턴으로 지었다. 그 가족이 런던 패딩턴 역 주변에 살았거든. 이름이 좀 성의 없긴 하다. 암튼 고향은 ‘머나먼 페루’가 맞다. 폭풍우 때문에 가족을 잃고 밀항해서 런던에 왔지. 원작자는 내 고향을 ‘머나먼 아프리카’라고 하려다 아프리카엔 곰이 없어서 페루로 바꿨다고 하더라. 페루는 안경곰이 유명한데 사실 내 외모는 불곰, 더 정확히는 테디베어에 가깝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영화에선 상당히 예의 바르던데…. “온순한 척 하는 게 쉽진 않았다. 뉴스서 봤겠지만 곰은 맘만 먹으면 사자도 이기는데 말이지…. 물론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건 원래 그대로다. 영화에선 마멀레이드 잼을 좋아하는 걸로 나오는데, 단 건 다 좋아한다.” -니콜 키드먼이 악당 박제사로 나온다지? 연기호흡은 어땠나. “브라운 가족과의 일화가 많다보니 누님과 함께 촬영한 건 3~4차례 정도다. 많이 귀여워해주셨지.” -촬영 내내 두 다리로 걸으려면 힘들었겠다. “쉽진 않았다. 내가 골반과 허벅지 근육이 발달했으니 그만큼 한거다. 기립보다 고민한 건 내면 연기였다. 눈동자나 콧잔등의 움직임, 털 한 올만으로 감정을 전하길 바랐다. 제작진이 많이 고생했지.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팀부터 화가까지 500명의 스태프가 나에게 달라붙었다.” (도움말: 박설희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극지관 담당자, 추원정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육사)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노래가 죄다 연애 단계에서 성장을 멈춘 것 같아.”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던 남편이 던진 말에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당시 라디오에서는 이별 후 정처 없이 거리를 서성이며 방황한다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한 여가수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절절할 수 있겠으나 우리 부부에겐 ‘뭐 그런 걸로 그렇게 힘들어할 것까지야. 그래도 바람 쐴 시간 여유가 있어서 좋겠군’ 싶은 사연이기도 했다. 마침 동석했던 우리 집 세 살 ‘떼쟁이’ 씨는 “그런 노래 말고 ‘울면 안 돼’나 ‘루돌프 사슴코’를 틀어 달라”고 발을 굴렀고, 결국 우리는 라디오를 끄고 전자음 가득한 동요 메들리를 들어야 했다. 우리가 이토록 ‘건조’해진 게 바쁜 생활 탓인지, 호르몬 탓인지, 그도 아니면 떼쟁이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주 자극적이지 않은 이상 타인의 로맨스는 자주 들으면 지겨운 게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TV 드라마에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사라졌다. 과거 TV 드라마의 가장 ‘핫’한 장르였던 멜로드라마는 요즘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로맨틱 코미디(로코) 역시 예전만큼의 힘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로코는 로맨스보단 코미디에 무게가 실려 있다. 또 남주인공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거나 심지어 외계인, 갑작스레 회춘한 노인 등인 것도 특징이다. 이유가 뭘까.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영미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분석은 흥미롭다. 그는 ‘진지한 애정물의 몰락’이라는 제목의 평론(‘황해문화’ 2014년 겨울호)에서 “젊은 드라마 애호가들에게 연애 이야기란 진지하게 몰입할 소재가 아니며 환상이나 코미디로나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돼 가고 있다”면서 “환상과 코미디는 현실로부터 거리를 떼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즉, 드라마 속 사랑의 소멸에는 ‘사랑 따위에 목숨 걸지 않는’ 세태가 반영돼 있으며, ‘연애가 인생의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릴 만큼 세상이 복잡다단하고 팍팍해졌다’는 해석이다. 우리 부부만 메마른 게 아니라는 사실에 잠시 안도했으나 곱씹어 생각하면 씁쓸하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에서 사랑 이야기를 대신하는 것은 KBS ‘힐러’, MBC ‘오만과 편견’, SBS ‘펀치’ ‘피노키오’ 등 부조리한 사회를 소재로 삼은 사회물이나 특정 직업 세계를 다룬 전문직 드라마다. 그리고 그나마 사랑을 다루는 건 ‘막장 드라마’다.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주목받는 사랑은 ‘막장’뿐이라니…. 유치한 사랑 노래는 지겹다지만 사랑을 시시해하는, 늙어 버린 드라마 역시 슬프지 아니한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사랑 따윈 필요없어” TV 드라마에서 로맨스가 사라졌다, 이유는?.“노래가 죄다 연애 단계에서 성장을 멈춘 것 같아.”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던 남편이 던진 말에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당시 라디오에서는 이별 후 정처 없이 거리를 서성이며 방황한다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한 여가수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절절할 수 있겠으나 우리 부부에겐 ‘뭐 그런 걸로 그렇게 힘들어 할 것까지야. 그래도 바람 쐴 시간 여유가 있어서 좋겠군’ 싶은 사연이기도 했다. 마침 동석했던 우리 집 세살 ‘떼쟁이’ 씨는 “그런 노래 말고 ‘울면 안돼’나 ‘루돌프 사슴코’를 틀어 달라”고 발을 굴렀고, 결국 우리는 라디오를 끄고 전자음 가득한 동요 메들리를 들어야 했다. 우리가 이토록 ‘건조’해진 게 바쁜 생활 탓인지, 호르몬 탓인지, 그도 아니면 떼쟁이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주 자극적이지 않은 이상 타인의 로맨스는 자주 들으면 지겨운 게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TV 드라마에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사라졌다. 과거 TV 드라마의 가장 ‘핫’한 장르였던 멜로드라마는 요즘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로맨틱 코미디(로코) 역시 예전만큼의 힘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로코는 로맨스 보단 코미디에 무게가 실려 있다. 또 남주인공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거나 심지어 외계인, 갑작스레 회춘한 노인 등인 것도 특징이다. 이유가 뭘까.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영미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분석은 흥미롭다. 그는 ‘진지한 애정물의 몰락’이라는 제목의 평론(‘황해문화’ 2014년 겨울호)에서 “젊은 드라마 애호가들에게 연애 이야기란 진지하게 몰입할 소재가 아니며 환상이나 코미디로나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돼 가고 있다”면서 “환상과 코미디는 현실로부터 거리를 떼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즉, 드라마 속 사랑의 소멸에는 ‘사랑 따위에 목숨 걸지 않는’ 세태가 반영돼 있으며, ‘연애가 인생의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릴 만큼 세상이 복잡다단하고 팍팍해졌다’는 해석이다. 우리 부부만 메마른 게 아니라는 사실에 잠시 안도했으나 곱씹어 생각하면 씁쓸하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에서 사랑 이야기를 대신하는 것은 KBS ‘힐러’ MBC ‘오만과 편견’ SBS ‘펀치’ ‘피노키오’ 등 부조리한 사회를 소재로 삼은 사회물이나 특정 직업 세계를 다룬 전문직 드라마다. 그리고 그나마 사랑을 다루는 건 ‘막장 드라마’다.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주목받는 사랑은 ‘막장’뿐이라니…. 유치한 사랑 노래는 지겹다지만 사랑을 시시해하는, 늙어버린 드라마 역시 슬프지 아니한가.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뒷심이 무섭다. 영화 ‘국제시장’이 지난 주말 7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이르면 5일 8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4일 “개봉 3주 차에 700만 명을 넘어 지금 추세라면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제시장’은 일반적인 ‘1000만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흥행 곡선을 보이고 있다. 개봉 1, 2주에 각종 최단 기록을 갈아 치우며 관객을 모으다가 3주 차부터 줄어드는 것과 달리 ‘국제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특히 3주 차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3일까지 나흘 동안에 233만 명이 관람해 이 기간 중 역대 최다 관객을 모았다. 개봉 첫 주 기대에 다소 못 미쳤던 ‘국제시장’ 흥행에 불을 지핀 것은 ‘보수 영화’ 논란과 영화를 둘러싼 정치·이념·세대 논쟁이다. 허지웅 영화평론가의 발언으로 촉발된 진영 갈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 강조 발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영화 관람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확대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 ‘변호인’ 때도 그랬듯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진영 싸움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며 흥행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에 대한 관객 반응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윗세대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감동적인 영화”와 “산업화 세대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만 간추려 신파조로 엮은 영화”로 엇갈린다. 극단적인 시각차는 온라인 댓글에서도 확인된다. 동아일보 영화팀은 의미망 분석 업체인 트리움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이후 31일까지 네이버 영화 섹션에 올라온 국제시장의 댓글을 살펴봤다. 최고 평점인 10점을 준 누리꾼의 댓글 중 ‘공감한다’는 클릭 수가 가장 많은 120개를 뽑아 분석했다. 영화를 지지한 이들의 반응은 ‘부모 세대의 희생에 감사하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있었다’ ‘영화 자체가 감동적이고 연기력도 훌륭했다’로 요약된다. 키워드로는 ‘감동’ ‘부모님’ ‘눈물’ ‘황정민(배우)’ ‘감사’ ‘세대’ ‘희생(고생)’의 빈도가 높았다. 반면 최하 평점인 1점을 준 댓글 중 공감 빈도가 높은 120개를 분석해 보니 △아버지 세대의 희생에 공감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감 △윤제균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비판 △지나치게 좋은 평점에는 일베(일간베스트) 같은 배후가 있다는 의혹 제기 등이 표출됐다. 키워드 역시 ‘억지’ ‘강요’ ‘신파(감성팔이)’ ‘일베충’ 등 부정적 단어들이 등장했다. 10점 만점을 준 관객이 부모의 희생에 감동을 ‘느꼈다’면, 1점을 준 관객은 부모 세대의 희생을 강조한 전개에 불편해하고 정치적인 의도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종대 트리움 이사는 “의미망 분석 결과 두 집단 모두 영화 속 아버지의 희생에 주목한 것은 공통점이지만 시각은 상이해 결국 윗세대의 희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포털 사이트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서도 영화 평점이 엇갈렸다. 네이버의 경우 10점 만점에 9.0점이었다. 반면 아고라를 중심으로 진보 목소리가 강한 다음에서는 누리꾼 평점이 6.9점에 그쳤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영화 ‘국제시장’에는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흥남철수 장면에서 시작한 영화는 파독광부,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주인공 덕수의 삶을 통해 녹여냈다. 이 과정에서 근대화 시절에 대한 미화 여부와 5·18민주화운동 등이 빠져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가 됐다. 가장 이슈가 된 세 장면을 꼽아봤다. ① 베트남전에 대한 시각=기술근로자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주인공 덕수는 위기에 빠진 베트남 마을 사람들을 구해 주려다 부상을 당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군이 일방적으로 시혜한 것으로만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전쟁터에 가야 했던 가장이자 흥남철수 때 아픈 기억을 가진 덕수의 시각에서 그린 장면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② 국기강하식과 애국심=덕수가 아내 영자와 길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애국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③ 자식 세대를 위한 희생=덕수가 아내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 힘든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하는 독백 장면은 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는 장면이다. 자식에 대한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과 대사로 공감을 얻었지만 세대 간 시각차를 보인 장면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산업화 세대가 과오에 대한 반성보다는 젊은 세대를 위해 희생한 것을 강조하는 대사라고 비판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임희윤 기자}

《 24일 개봉한 ‘기술자들’(15세 이상)은 김우빈(25)의 영화다. 김우빈이 나오는 장면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한다. ‘도둑들’(2012년)이나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시리즈 같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범죄 계획과 실행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를 표방하지만 가끔 김우빈이 주인공인 CF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영화는 순항 중이다. ‘국제시장’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연말 화제작 틈바구니에서 개봉 5일 만에 관객 142만 명이 들었다. 김우빈은 ‘친구2’(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영화에서도 본인의 티켓 파워를 확실히 증명했다. 지난 1년간 연이은 영화와 광고 촬영 등으로 강행군을 한 그는 “일과 휴식의 비중이 96 대 4 정도일 만큼 바빴다”며 “체력적으로 너무 피곤할 때에도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1시간의 인터뷰 중 ‘감사하다’는 표현을 10번 이상 했다. ―두 번째 영화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시나리오를 읽고 유쾌하긴 했는데 딱 ‘이거다’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신구, 김영철, 고창석 선배 같은 엄청난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족집게 과외 받는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케이퍼 무비는 좋아하나. “유명한 범죄물은 다 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작품 때문에 따로 케이퍼물을 챙겨 보진 않았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기보단 나만의 지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좀 다른 연기를 위해 금고 여는 것도 배워볼까 생각했는데 내 성격상 배우면 써먹을 거 같아서 상상으로만 표현했다.” ―액션도 나온다. 몸만들기를 했나. “액션 때문이라기보단 샤워 장면을 위해 몸을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아무리 봐도 왜 그 장면이 필요한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감독님한테 여쭤봤는데, 상업적인 신이라고….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너무 몸에 집중하다 보니 시나리오 볼 시간에 운동하고 있더라. 나중엔 주객이 전도된 거 같아서 포기했다.” ―액션 못지않게 감정선도 중요하지 않나. “맞다. 나는 몸 쓰는 것보단 마음 쓰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극 중 내가 맡은 지혁이 오 원장(신구)이랑 각별한 사이라는 설정이어서 신구 선생님을 만나기 전부터 선생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자주 봤다. 처음 뵙더라도 바라보는 눈빛이 좀 편안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영화 속 옷도 눈에 띄더라. “촬영 전부터 감독님이 스타일리시한 영화라는 걸 강조했다.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회의하고 쇼핑도 같이 했다.” ―요즘 방송이나 영화는 모델 출신이 대세다. 장점만큼 단점도 있을 것 같다. 연기를 위해 뭘 고쳤나. “일자 걸음을 일부러 팔자로 고쳤다. 연기할 때 모델 워킹 하는 듯한 느낌이 싫더라. 차승원 선배도 한 얘긴데 습관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각을 잡는다. 몸에 힘을 빼려고 한다.” ―연말 계획은 뭔가. “영화 홍보를 하느라고 바쁠 것 같다. 명절 때마다 촬영을 했고, 부모님 생신에도 못 내려갔다. 이달 말에는 꼭 부모님 계신 전주에 가서 식사를 하고 싶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12일째인 28일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제시장’은 제작사가 개봉 전부터 ‘1000만 관객’을 기대했던 영화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크리스마스 휴일과 토요일인 27일 각각 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으며 60∼70%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7번방의 선물’(2012년·1281만 명)과 비슷한 흥행 속도다. 》 영화의 주인공 황정민(44)은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지만 흥행운은 별로였다. ‘너는 내 운명’(2005년·305만 명)이나 ‘신세계’(2012년·468만 명) 같은 대표작조차 5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1000만 (관객) 파티에서 또 보면 좋겠다”는 ‘뼈 있는’ 인사를 했다. ―윤제균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황정민을 염두에 뒀다더라. “재작년 초에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라 하기에 바로 한다고 했다. 내가 아빠가 되니 그런 것 같다. 마치 여자들이 아이 낳고 엄마를 이해하듯.”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했다. “직접 체험하지 않았어도 파독광부나 월남전, 이산가족 등 모두 아는 이야기라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경험을 한 70대 할아버지가 현재 어떤 생각과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아내는 게 큰 숙제였다. 70대 덕수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배역이 파악됐다. 할아버지 분장하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최근 ‘나의 독재자’ 설경구를 비롯해 노인 분장이 유행이다. “분장에 시간 뺏기는 게 싫어서 제작진에게 무조건 빨리 해달라고 했다. 3시간 걸렸으니 짧았던 편이다. 관객이 분장을 의식하지 않게 걸음걸이나 손 모양새 같은 행동을 70대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2년 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때 70대 돈키호테 역을 맡으면서 취재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서울 탑골공원에 찾아가 할아버지들의 움직임을 캠코더로 찍은 뒤 그걸 보면서 공부했다.” ―20대 모습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다듬었다고 들었다. 식스팩도 있더라. “20대 때 영화만큼 피부가 좋지는 않았다. 늘 빨갰지. 내심 (오)달수 형도 20대로 나오니까 나는 욕을 덜 먹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내 20대는 지금이랑 (피부 빼고는) 똑같고 달수 형은 지금이 더 낫다.”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꼽힌다. “조연할 때가 나았다. ‘달콤한 인생’(2005년) 보면, 좋잖아. 그런데 주인공을 맡으면 왜 날것의 느낌이 안 나오나, 고민이었다. 잘하려다 보니 어깨에 벽돌만 쌓인 거다. 그런데 40대가 되면서 가벼워졌다. 고민할 시간에 놀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지금은 재밌다, 현장이.” ―국제시장은 한국 현대사의 전형적 장면을 조합했다. 상투적이지 않나. “덕수가 보통의 남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나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버지를 대표하는 얼굴이길 바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평범하게 보일까 애썼다. 그러면 에피소드가 상투적이더라도 공감을 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다. 말 없고 성격도 급하다. 내 영화를 보신 적이 별로 없는데 최근 시사회에 오셨다. 어머니를 통해 반응을 물었는데, 역시 아무 말 없으셨다고 한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