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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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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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밀 수출 금지 이어 설탕도 수출 제한

    세계 설탕 수출 2위 국가인 인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설탕 수출을 제한했다고 2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인도는 앞서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공급 부족에 따른 전 세계 식량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주요 곡물 및 식품 수출국들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해 설탕 수출량을 1000만 t으로 제한하고 6∼10월 해외 반출 설탕은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인도는 수출도 브라질에 이어 2위다. 인도 정부는 “설탕 수출 증가로 인한 국내 설탕값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뭄바이 소재 무역회사 딜러는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정부가 4분기 축제 시즌에 설탕을 충분히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도의 설탕 수출량은 700만 t 수준으로 이번에 수출 상한선으로 제한한 1000만 t보다 적다. 인도 설탕 수출업자들도 올해 생산 전망치가 늘어 상당한 양을 내다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 발표 직후 런던 선물거래소 백설탕 가격이 1% 이상 오르는 등 세계 식량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다른 설탕 생산국들도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어 국제 설탕 가격 상승 등 여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파키스탄도 9일 설탕 수출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의 식량안보 조치는 강화되고 있다. 인도는 국내의 안정적인 공급을 이유로 13일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각각 팜유와 닭고기 수출을 막고 있다.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공급이 멈추고 다른 식품 수출 국가들이 수출을 조이면서 각국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30여 개국이 식품과 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무역을 제한했다”며 “과거 수십 년의 경제적 통합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세상을 더 가난하고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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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밀 이어 설탕 수출도 제한…식량안보 조치 확산

    세계 설탕 수출 2위 국가 인도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설탕 수출을 제한했다고 2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인도는 앞서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공급 부족에 따른 전 세계 식량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주요 곡물 및 식품 수출국들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해 설탕 수출량을 1000만 t으로 제한하고 6~10월 해외 반출 설탕은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인도는 수출도 브라질에 이어 2위다. 인도 정부는 “설탕 수출 증가로 인한 국내 설탕 값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뭄바이 소재 무역회사 딜러는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정부가 4분기 축제 시즌에 설탕을 충분히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 발표 직후 런던 선물거래소 백설탕 가격이 1% 이상 오르는 등 세계 식량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다만 인도 설탕 수출업자들은 수출 물량 제한에도 생산 전망치가 늘어 상당한 양을 내다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설탕 생산국들도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어 국제 설탕가격 상승 등 여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파키스탄도 9일 설탕 수출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의 식량안보 조치는 강화되고 있다. 인도는 국내 안정적 공급을 이유로 13일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각각 팜유와 닭고기 수출을 막고 있다.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공급이 멈추고 다른 식품 수출 국가들이 수출을 조이면서 각국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30여 개국이 식품과 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무역을 제한했다”며 “과거 수십 년의 경제적 통합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세상을 더 가난하고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씨티그룹 제이 콜린스 부사장도 “세계 지도자들이 침착하게 테이블에 둘러 앉아 무역 식품 투자를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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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 폭락, 달의 여신이 몰락했다…루나 사태와 블록체인[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전 세계 뒤흔든 ‘K코인’ 최근 한국 출신 엔지니어가 2018년 개발한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 ‘테라’가 전 세계를 뒤집어 놨다. 12일 루나가 하루 사이에 97%, 일주일새 99.99%가 폭락한 것이다.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아(시가총액 약 50조 원)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에 들었던 루나는 18일 현재 0.0001~0.0002달러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 셈이다. 블록체인 세상과 루나의 활약을 꿈꿨던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 영국 가디언은 현재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빨리 부자가 되는 계획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던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이제 거의 모든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루나 사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록체인의 작동 방식을 간단히 언급한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2008년에 선보인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자산이다. 비트코인은 국가 화폐를 발행, 관리하는 중앙은행을 대신해 이용자들이 전 세계 비트코인 전체 거래를 약 10분에 한 번씩 기록한다. 이 때문에 ‘탈중앙화’(퍼블릭 블록체인)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기록은 손으로 쓰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한다. 거래 기록이 제대로 됐는지 입증하고, 가장 먼저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푼 사람에게는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이를 채굴이라 부른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 대신 일을 하는 만큼 무언가를 지불해줘야 시스템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전기세도 만만찮다. 이 10분마다 생기는 거래 ‘기록’(블록)을 ‘체인’처럼 연결하는 방식이 블록체인이다. 이는 중앙 서버(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고 기록을 공개해, 투명성이 보장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보상을 누구에게 해줄 것인가(누구 기록이 정확한가)를 판가름하는데 오래 걸린다. 합의 과정과 보상 방법, 블록을 연결하는 방식 등에서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이더리움과 리플, 이오스 같은 가상화폐들이다. 이들은 아이폰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독립적인 생태계(메인넷)를 만들고 싶어 한다. 실제로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여러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사업 모델들이 생겨났다. ● 테라와 루나, 그리고 알고리즘 ‘테라’ 역시 그랬다. ‘한국판 머스크’로 불리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1)가 만든 테라는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블록체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 스탠퍼드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실리콘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는 하루에 수십 %씩 오르내리는 변동성이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테라는 달러 등 실물자산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방식을 활용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가격이 안정적인만큼 금융 분야에서 가능성을 평가 받았다. 시세가 급변하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계좌 이체를 했는데, 보낼 때와 받을 때 금액이 다르다고 생각해보자. 루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안정성을 위해 나온 가상화폐다. 여기서부터 개념이 좀 어렵다. 테라폼랩스는 테더(USDT)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처럼 1UST의 가격을 1달러로 고정시켰다. 코인의 발행량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 급변하는 것을 실물 화폐의 가치와 연동시켜서 막은 것이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고정하는 것을 ‘페깅’(pegg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못을 박듯’(peg) 법정화폐와 가격을 연동하는 것이다. 보통의 스테이블코인은 시중 은행처럼 ‘지급 준비금’을 마련해 안전성을 높인다. 스테이블코인을 1개 새로 발행할 때마다 1달러씩 은행에 맡기는 것이다. 예금주 격인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언제든지 코인을 달러로 바꿀 수 있도록 현금을 마련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권 대표는 ‘알고리즘 방식’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테라의 가치를 또 다른 코인인 루나에 연동시킨 것이다. 테라가 1달러보다 낮아지면, 테라를 루나 1달러어치로 바꿔준다. 테라 보유자는 차익을 얻기 위해 교환에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테라의 유통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테라가 1달러보다 높을 땐, 루나 1달러어치를 테라와 바꿔준다. 테라의 유통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같은 거래는 실제로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코인의 소각과 발행을 통해 이뤄진다. 희소성(발행량)을 활용해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아무튼 복잡하다. 다 잊고, ‘1테라=1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코인들을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만 기억하자.● 풍차돌리기와 폰지사기 루나 사태 초기만 해도 시장 탓인 줄 알았다. 이달 9일(현지 시간)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테라가 69센트로 하락하자 WSJ은 “자산 상승 시장에서 상황을 질서 있게 유지시킨 ‘시소 메커니즘’은 거래자가 두 코인을 모두 판매하는 하락 시장에서는 약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최근 몇 주간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긴축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주식·가상화폐 등 전 세계 자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이 알고리즘을 위태롭게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다시 올리기 위해,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팔고 테라를 사들였지만 매물이 쏟아졌다. 회사는 루나를 대규모로 발행해 자금을 다시 조달하려 했지만,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은 루나를 시장에 더 내던졌다. 그러면서 테라까지 다시 급락했다.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빠져든 것이다. 테라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시장 탓만이 아니었다. 테라 생태계서 작동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였다. 테라가 등장한 이후 플랫폼에 하나 둘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미국 상장 주식의 합성자산을 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디파이(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 서비스(프로토콜) ‘미러’가 대표적이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것을 블록체인으로 사고팔 수 있게 한 것이다.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똑같은 효과(수익)를 거두는 게 장점이다. 테라 생태계의 핵심 디앱인 ‘앵커프로토콜’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디앱은 ‘블록체인판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보면 된다. 앵커프로토콜에 테라를 맡기면 연 20%에 가까운 고정 이자를 준다. 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에서 20%의 이자를 받는 것과 똑같은 셈이다. ‘빨리 부자가 되는 계획’을 발견한 수천 명이 몰렸다. 업계에 따르면 예치 금액만 수십조 원에 이르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사는 예치 받은 테라를 대출해줬다. 투자자가 루나를 담보로 맡기면 시가의 60%까지 테라를 빌려줬다. 회사는 대출 이자를 받았는데, 예금 금리인 연 20%에 못 미쳐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더 큰 문제는 여러 투자자들이 대출받은 테라를 다시 앵커프로토콜에 맡겼다는 점이다. 20% 이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대출과 예치가 반복됐다. 투자자들은 이를 ‘풍차돌리기’라고 불렀다. ● 코인판 뱅크런·리먼 사태 ‘모래성’은 루나 가격이 하락하면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담보 가치가 줄면서 대출금은 줄어드는데 예치금은 계속 늘어났다. 이자로 줄 돈이 서서히 부족해지게 된 것이다. 7억 달러를 웃돌던 이자준비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것은 테라의 가치가 1달러를 깨지는 순간이었다. 신뢰를 잃은 예치금이 앵커프로토콜을 탈출하기 시작했다.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한 것이다. WSJ은 12일 “지난 주말까지 140억 달러(약 17조7400억 원) 이상의 테라가 예치됐다. 그런데 테라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이 테라를 꺼내서 팔기 시작했다”며 “매도는 또 다른 매도를 일으키는 계단식 효과를 일으켰고, 정점에 치달았다”고 했다. CNN은 이번 사건을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의 부실과 파생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견줬다. 부실 상품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그럴 만도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면서 리먼 사태와 비교하는 것은 과장됐다는 반박도 있다. ‘작전 세력’의 공격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큰 손’이 비트코인과 루나, 테라 등을 잔뜩 사놓고, 비트코인·루나의 가격이 떨어지는 선물가격 하락에 베팅해 놨다가, 전반적인 자산 시장이 안 좋은 틈을 타 일시에 퍼부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테라의 가격을 방어(1달러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회사가 테라 가격을 높이기 위해 자금마련용으로 보유하던 비트코인이나 루나를 팔면, 비트코인의 실물 가격이 떨어져 하락에 베팅해 놨던 선물이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리가 있지만 루나·테라의 취약한 알고리즘과 앵커프로토콜의 문제점까지 설명하진 못한다. ● 비트코인과 직접민주주의 테라폼랩스도 아예 손을 놨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폰지 사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회사는 안전망을 확보하겠다며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라는 재단을 세우고 3월까지 3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8만394개)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테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결국 막지는 못했다.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소셜미디어에서 “8일 비트코인 5만2189개를 팔았고, 12일에도 가격을 지키기 위해 3만3206개를 매각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남은 가상화폐는 피해자 보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가상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먼저 시스템 구성(알고리즘) 등이 취약할 경우, 참여자들이 한 순 간에 많은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하나는 가상화폐에서 다수의 지분을 가진 발행자나 초기 참여자들이 채굴의 합의 과정이나 시스템 개선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면 과연 ‘탈중앙화’라는 근본 가치에 맞아떨어지느냐는 질문이다. 테라처럼 위급한 상태에서라도 말이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빠른 대처를 위해서 ‘조정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다수의 투자자들은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생태계를 이끈다고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수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개발자나, 초기 투자자의 영향력이 큰 것이 현실이다. ‘직접민주주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의제’였던 셈이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블록체인을 세상에 알린 ‘비트코인’의 속성은 직접민주주의나 무정부주의에 가깝다. 암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은 1982년 논문을 통해 ‘은닉 서명’이라는 개념을 알렸다. 온라인에서도 현금처럼 추적이 불가능한 화폐, ‘e-캐시’를 구현한 것이다. 논문 제목이 ‘추적당하지 않는 결제시스템’이다. 학계에서는 비트코인이 e-캐시 이후 등장한 다양한 기술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적어도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시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비트코인은 리먼 사태 이후 금융기관의 불신을 기반으로 등장했다. 나카모토는 금융기관과 일반 사용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은행에서 금융상품을 살 때 금리 등 제한적인 정보만 듣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정보 비대칭성이 리먼 사태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애초에 정부나 금융기관 같은 ‘빅 브라더’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탄생했다. 루나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리먼 사태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디선가 나카모토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 현재의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탐탁치 않게 생각할 것 같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 주기적으로 루나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가상화폐 추종자 못지않게 ‘불신론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가상화폐는 대동강물을 공짜로 끌어다 팔던 ‘봉이 김선달’과 같다.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던 2017년에는 그런 측면이 강했다. ‘사기’라는 말이 정말 많았다. 당시 한국 코인 시장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2017년 중반 100만 명 수준이던 가상화폐 투자자는 반년 만에 300만 명까지 늘었다. 주요 국가들이 가상자산공개(ICO) 등에 규제에 나서자 중국 등 해외 대규모 자금들이 한국에 몰렸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 시세보다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생겨났다.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국제 시세를 크게 웃돌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1500만 원대에 거래되는 1비트코인의 한국 가격은 2300만 원대에 형성됐다. 국내 상황에 따라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쳤다. ‘가즈아(Gazua) 열풍’이 해외로 수출된 시기였다. 그만큼 부작용이 많았다. 이 차익을 노리기 위해 원정투기에 나선 이들이 꽤 있었다. 이들은 많게는 수억 원의 현금을 들고 가상화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태국과 홍콩으로 간 뒤, 현지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였다. 이를 자신의 코인 지갑으로 전송하고, 한국 거래소에서 팔아 차익을 얻었다. 결국 관세청이 조사에 나섰다. 더 우려스러웠던 것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 생겨나는 신규 가상화폐들이었다. 나름 괜찮아 보이는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백서’(일종의 가상화폐 기술·사업 설명서)를 만들고 코인을 찍어냈다. 백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투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보였다. “어디 거래소에 상장된다”, “어느 대기업 서비스에 곧 쓰인다” 등의 소문만 무성했다. 이를 믿고 돈을 넣은 투자자들에게는 결국 ‘가상의 휴짓조각’만 남겨졌다. 당시 기자가 가상화폐를 담당하면서 여러 취재를 했는데, 중국 등에서 관련 사업을 하겠다며 한국을 찾은 이들이 꽤 있었다. 이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가상화폐는 엄밀히 따져서 ‘투자’가 아니라 ‘기부’에 가깝다. 백서를 보면 대부분의 코인이 그렇게 쓰여 있다. 개발사나 발행사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백서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블록체인판 일론 머스크 비트코인을 전기차, 우주여행 등 세상을 바꾸는 ‘일론 머스크’처럼 느끼는 이들도 분명 있다. (일론 머스크도 가상화폐 지지자 중 한 명이다.) 블록체인이 현실 세계의 거래비용 등 비효율을 줄이면서도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가상화폐 사용의 이상적인 모습은 이런 것이다. 한 온라인 플랫폼에 ‘신비코인’이라는 것을 만들고, 서비스 이용에 쓸 수 있게 만들었다고 치자. 물건을 사고팔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고, 고객이 댓글을 달거나 후기를 남기는 등 열심히 활동하면 소정의 코인을 주기로 약속한다. 수수료는 소액만 채굴자에게 지불한다.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면, 코인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비코인의 가격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단순히 활동하는 사람에게도 이득이 된다. 플랫폼을 유지 관리하는 이들에게는 채굴 보상이 떨어지는데, 채굴로 받은 신비코인의 시세가 올라가는 것은 덤이 된다. 모두가 ‘윈윈’하는 세상이다. 쉽게 말해,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이 가져가는 이윤(수수료 등)을 사용자들에게 분배하는 개념이다. 블록에서 거래 등 서비스 이용 기록들이 공유되면서 사업의 투명성까지 보장된다. 이 같은 모델은 글로벌 사업에서 특히 강점을 지닌다. 국가 별로 돈이나 재화가 넘나들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화 시켜서 설명했지만, 이외에도 블록체인의 쓰임은 곳곳에서 늘고 있다. 보안시스템이나, 공급망 관리(SCM)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처럼 가상에서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활용도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으로는 가상 공간에서 생성된 각종 저작물의 소유권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기록하고 증명하는데 대체불가토큰(NFT) 등이 쓰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시세’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더욱 복잡한 상품·서비스가 나올 것이고, 일반 사람들이 이를 분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상화폐 규제는 정부도 조심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험이 있다. 2018년 1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2018년 한국발(發) 전 세계 가상화폐 폭락의 배경이 됐고, 사람들은 이를 ‘박상기의 난’이라고 명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대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18일(현지 시간) 가상화폐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구분 과정부터 서둘러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테이블코인은 무엇인지, 자산은 어디에 있고 누가 이를 통제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기준을 충족한 자산들을 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운영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에게 어떤 가상화폐가 자신들의 규제 기준을 충족시켰는지를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핵심은 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코인) 사기에 쉽게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과 일론 머스크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들자는 의미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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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파력 강한 새 변이 유입… “확진자 격리 없애면 신규확진 5.5배로”

    이르면 6월 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정부 예측이 나왔다. 거듭되는 새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인해 종전의 ‘가을 유행’ 전망이 대폭 앞당겨진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6월 말 8309명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7월 말 9014명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추산한 결과다. 만약 의무 격리를 완전히 없애면 하루 확진자는 6월 말 2만4725명, 7월 말 4만9411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헌주 질병청 차장은 “신규 변이로 인해 백신 접종의 효과가 감소하는 등 면역력이 떨어지면 올여름부터 재유행이 시작해 9, 10월경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이르면 이달 23일부터 해제하려던 확진자 7일 의무 격리 조치를 6월 20일까지 연장했다. 4주 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다시 평가하고, 확진자들이 동네 병의원에서 대면 진료를 받게 하는 등 의료체계를 정비한 뒤에 의무 격리 해제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6월 치러지는 중고교 기말고사는 코로나19에 걸린 학생들도 학교에서 대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시차를 두고 등교한 뒤 별도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20일 각 시도에 안내했다. 중고교에서 확진 학생이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는 건 국내 코로나19 발생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확진자 7일 격리 4주간 연장재유행 예상 가을→여름 앞당겨져… 방역 유지해도 7월 중순 증가 전환美 등서 전파 27% 빠른 변이 재유행… 국내서도 지역사회 전파 확인돼확진 중고교생 기말고사 격리 예외… 시차 두고 등교, 별도 건물서 치러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독감처럼 격리 없이 치료하겠다는 계획을 미룬 것은 최근 국내외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전파력이 강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탓에 코로나19 재유행 예상 시기가 가을에서 여름으로 앞당겨졌다. 지금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마저 없앤다면 자칫 유행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면역 효과 하락에 ‘여름 유행’ 우려이달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국내 코로나19가 가을철이 되어서 재유행할 것으로 봤다. 많은 성인이 3차까지 백신 접종을 끝냈다. 2월 이후 1600만 명 넘게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됐다가 회복돼 자연 면역이 있어 당분간 예방 효과가 유지될 것이란 예측이었다. 하지만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한 데다 백신이나 자연 면역의 효과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신규 변이들이 최근 국내에 유입되면서 ‘재유행 시계’가 앞당겨졌다.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 속도가 23∼27% 빠르다고 알려진 세부 계통인 ‘BA.2.12.1’과 ‘BA.5’는 국내 지역사회에 전파됐다. 20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국내 코로나19 발생 전망’에 따르면 현재 방역수준을 유지해도 7월 중순부터는 신규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선다. 만약 확진자를 7일 동안 의무 격리하는 현 조치를 해제하면 6월 말에 확진자 증가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격리 의무를 유지하는 경우 7월 말 하루 9014명의 확진자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에 전면 격리 해제가 된다면 이 숫자가 4만9411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약 5.5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19일(현지 시간) 10만3537명이 확진돼 2주 전보다 52% 급증했다. 이날 독일과 프랑스의 신규 확진자도 전날보다 각각 5만6000명, 2만7000명 이상 늘었다.○ “오미크론 전파 뛰어넘을 수도”이미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유행의 감소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2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5125명으로 2주 전(2만6700명)에 비해 6.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23일 해제하려던 확진자 격리 의무를 다음 달 20일까지 유지한다. 유급휴가비와 생활지원비 등 격리 관련 지원도 유지한다. 최근 국민 인식 조사에서 격리 의무 해제에 반대하는 응답이 54.7%로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여름 재유행’이 새로운 바이러스 등장과 맞물릴 경우 오미크론 변이를 뛰어넘는 규모의 유행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병상 여유가 충분하지만 오미크론 다음 변이가 전파력이 더 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확진 중고교생 2년 반 만에 등교 시험다만 정부는 중고교 기말고사 기간에는 코로나19 확진 학생의 격리 의무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형평성을 고려해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들이 등교해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말고사를 치르는 코로나19 확진 학생은 KF94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비확진 학생들과 시간 차이를 두고 등교해야 한다. 확진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고사실과 화장실은 별도 건물에 마련하도록 권장했다. 시험을 칠 때 학생들은 최소 1.5m 이상, 칸막이가 있으면 1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확진자 등교 시험의 부담과 책임을 학교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반발도 나온다. 경기 A고 교장은 “확진자 격리 지침이 바뀐 것이 아닌데 확진 학생이 시험 응시를 했다가 교내 확진자가 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분리 고사실 운영 매뉴얼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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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물가 내릴 때까지 금리인상”… 6, 7월에도 ‘빅스텝’ 예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사진)이 17일(현지 시간) “물가가 확실히 내려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며 6, 7월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할 뜻을 시사했다. 다만 최근 일각에서 우려하는 미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이 아직 강하다”며 침체가 아닌 ‘연착륙’을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광범위하게 인식된 중립금리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면 그 일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0.75∼1.00%인 미 기준금리를 통상 2.5%로 여겨지는 중립금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압력이 모두 없는 안정된 상태에서의 금리 수준을 뜻한다. 빅스텝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이달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했다. 월가는 연준이 다음 달과 7월 FOMC에서도 연거푸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FOMC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확실히 꺾이지 않는다면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0.75%포인트 인상, 즉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에 부정적이었던 파월 의장이 거듭된 금리 인상에도 현재 8%대인 미 소비자물가가 가라앉지 않으면 자이언트스텝까지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 위험을 높인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는 것을 포함해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미국의 역대급 구인난이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인플레 압력을 높인다는 점을 거론하며 “현재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 많은 인력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거듭된 금리인상에도 실업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강력한 노동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준(準)연착륙(softish landing)으로 가는 길이 많이 있다. 때로 약간 울퉁불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좋은 착륙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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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물가 확실히 잡을 때까지 금리 인상”…6·7월 빅스텝 예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7일(현지 시간) “물가가 확실히 내려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며 6, 7월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할 뜻을 시사했다. 다만 최근 일각에서 우려하는 미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이 아직 강하다”며 침체가 아닌 ‘연착륙’을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광범위하게 인식된 중립 금리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면 그 일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0.75~1.00%인 미 기준금리를 통상 2.5%로 여겨지는 중립금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압력이 모두 없는 안정된 상태에서의 금리 수준을 뜻한다. 빅스텝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이달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했다. 월가는 연준이 다음달과 7월 FOMC에서도 연거푸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FOMC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확실히 꺾이지 않는다면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0.75%포인트 인상, 즉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에 부정적이었던 파월 의장이 거듭된 금리인상에도 현재 8%대인 미 소비자물가가 가라앉지 않으면 자이언트 스텝까지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 위험을 높인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는 것을 포함해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미국의 역대급 구인난이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인플레 압력을 높인다는 점을 거론하며 “현재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 많은 인력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거듭된 금리인상에도 실업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강력한 노동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준(準) 연착륙(softish landing)으로 가는 길이 많이 있다. 때로 약간 울퉁불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좋은 착륙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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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리랑카 이번주 디폴트 위기… 3중고에 개도국 연쇄 부도 우려

    경제난이 심각한 스리랑카가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개발도상국 최초로 이번 주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식량 위기, 유가 상승 등과 맞물리면서 고(高)물가와 화폐 가치 하락, 부채 상환 압박에 몰린 개도국의 연쇄 디폴트를 부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18일까지 내야 하는 2023년, 2028년 만기 달러 채권 이자가 7800만 달러(약 1000억 원)다. 내지 못하면 국가 부도 상태가 된다. 스리랑카가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70억 달러(약 8조9800억 원)에 이른다. 17일 이코노미넥스트를 비롯한 스리랑카 언론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국영 항공사를 팔아서라도 빚을 갚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신임 총리는 전날 “스리랑카항공 민영화를 제안한다. 민영화되더라도 이는 우리가 견뎌내야 할 손실”이라고 말했다. 부채뿐만 아니다. 스리랑카는 석유 의약품 생활필수품이 매우 부족하다. 생필품 수입을 위해 7500만 달러(약 960억 원)가 급히 필요하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휘발유 재고가 하루 치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몇 달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가 디폴트 위기까지 직면한 데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채무가 쌓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요 돈벌이인 관광 산업이 무너진 영향이 컸다. 미국 등이 금리를 올리며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는 양적 긴축을 본격화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 금융 협상이 마무리되고 채무 재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부채 상환을 일시 유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4일 사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5000만 달러(약 642억 원)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디폴트 확률이 커졌다. 스리랑카 외환보유액은 2019년 말 76억 달러(약 9조7700억 원)에서 올 3월 말 19억 달러(약 2조4420억 원)로 줄었고 그나마 남은 외화도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자금으로 달러화 결제에 사용할 수 없다. 파키스탄 이집트 레바논 페루 터키 등도 상황이 심각하다. 파키스탄 외환보유액은 130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로 두 달 치 수입 물품 대금을 지불할 정도고, 코로나19로 관광 산업이 흔들린 이집트는 화폐 가치가 14% 급락해 자본이 빠르게 해외로 빠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각각 55%, 69.97%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레바논에서는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IMF와 세계은행(WB)은 “스리랑카 사태가 ‘탄광 속 카나리아’(과거 산업혁명 시대 광부들이 탄광에 카나리아를 먼저 들여보내 갱도 위험을 감지) 같은 징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대와 금리 인상이 식량난과 채무 상환 압박을 불러 개도국에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연초보다 40% 이상 뛰었다. 전 세계 밀 수출량 25% 이상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최근 3위 생산국 인도가 수출을 중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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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밀 수출 금지에 국제 밀 가격 ‘급등’

    인도 정부의 전격적인 밀 수출 금지 발표 이후 국제 밀 가격이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발생한 전 세계 밀 공급 부족 현상이 각국 식량보호주의로 번지며 세계 곡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선물가격은 장 중 부셸당 12.475달러로 5.9% 올라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는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밀 생산국이다. 그동안 인도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 정도를 수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밀 수출량의 25%가량 차지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밀 공급에 차질을 빚자 인도 밀 수출량이 급증했다. 올 4월 인도는 지난해 동월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밀 140만 t을 수출했다. 밀 수출이 늘고 국제 밀 가격이 연초보다 40% 이상으로 뛰자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식량안보를 이유로 13일 밤 곳간 문을 닫았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온 수출 금지 발표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인도가 식량보호주의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밀 수출 금지 발표가 예년에 나왔다면 시장에 주는 충격은 미미했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올해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인도는 정부 허가 물량은 수출할 수 있다는 등 여지를 남겼다. 이날 세계 최대 밀 수입국에 속하는 이집트는 밀 50만 t을 수입하기로 인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정부는 “국가 간 합의이기 때문에 인도 밀 수출 금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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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밀 수출금지… 급등한 국내 과자-빵값 추가 인상 가능성

    인도 정부가 13일(현지 시간) 밤 자국의 식량 안보 확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즉각 금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도 같은 이유로 팜유와 주요 곡물의 수출을 막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잇따라 곡물 수출 금지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중앙 정부의 허가 물량을 제외하고 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자국의 식량 확보를 우선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인도는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인도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 4% 수준으로 생산량에 비해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국제시장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각국이 대체 물량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140만 t의 밀을 수출했다. 한국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대부분 밀을 수입하고 있고 인도에서 직접 수입하는 양은 크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도의 밀 수출 금지로 국제 곡물 가격이 더욱 상승하면 한국도 악영향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연초 대비 40% 이상 뛰었다. 국내 식품업계도 밀 사용 비중이 높은 라면과 빵, 과자 제품들의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는 지난달 각각 대표 제품인 허니버터칩과 빼빼로의 가격을 13.3% 올렸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2월 빵과 케이크류를 평균 6.7% 인상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곡물을 여유 있게 비축해놓을 수 없어 가격 인상 압박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도 식량 위기의 직접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곳간을 걸어 잠근 곳은 인도만이 아니다.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8일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밀의 70%를 수입해 온 이집트는 자국의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아르헨티나는 수출세를 올려 수출 장벽을 높였다. 세계화에 역행하는 이 같은 ‘식량 보호주의’가 경제·정치가 불안한 신흥국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날 이란에서는 빵값이 폭등하면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속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밀 수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한 뒤 밀가루가 원료인 주요 식품 가격이 최대 300% 급등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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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 대통령 별세에 장제원 특사 파견

    윤석열 대통령이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전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별세와 관련해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사진)을 대통령 특사 단장으로 하는 조문사절단을 15일 파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장 단장과 주UAE 대사, 외교부 간부들로 구성된 사절단은 16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신임 UAE 대통령 등 유족을 만나 윤 대통령과 우리 국민의 애도와 조의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AE는 우리 정부의 대중동 외교 핵심 국가로 꼽힌다. 조문사절단장으로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장 의원을 보낸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12월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UAE에 특사로 파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오래 같이 일해 대통령 마음을 잘 아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주한 UAE대사관을 방문해 할리파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국가안보실장의 주한 외국공관 방문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실은 “한-UAE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현지 시간) 별세한 할리파 전 대통령은 UAE 연방을 세운 아버지 셰이크 자이드 타계 이후 2004년부터 연방 대통령직을 맡아왔다. 새 대통령으로는 할리파 전 대통령의 동생인 무함마드 왕세제가 14일(현지 시간) 선출됐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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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이 만든 자동차 과연 나올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받은메일함: Steve Jobs(스티브 잡스)2010년 5월 어느 날, 미국 자동차 스타트업 ‘브이-비히클’의 디자이너인 브라이언 톰슨은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제목은 ‘Steve Jobs’였다. 당시 브이-비히클은 작고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는데, 비공식 고문을 맡고 있던 잡스가 만나자고 연락해온 것. 톰슨은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외곽에 있는 잡스의 집을 찾았다. 영국 가디언은 그곳을 학교 선생님 스타일의 수수한 집이라고 묘사했다. 마른 체형에 청바지를 입은 잡스와 톰슨이 악수하는 동안 잡스의 아들은 “아이폰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불평하고 있었다. 둘은 브이-비히클 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 강철보다 가벼운 차체, 크림색과 흰색 해치백, 합성수지와 목재 펄프의 합성물로 만들어진 대시보드 등. 잡스가 “영혼이 있다”고 극찬한 브이-비히클 사업은 결국 실패했다. 회사는 이름이 바꿨다가, 다른 기업에 넘어갔다. 1년 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도 세상을 떠났다. 2016년 6월 가디언은 ‘스티브 잡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비밀 자동차’라는 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당시 소문이 무성했던 ‘애플 자동차에 대한 단서’라는 보충 설명도 달았다. 이후 6년 간 ‘애플카’는 유령처럼 세상을 떠다녔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소식은 꾸준히 전해졌다. 공식 코멘트는 없었지만, ‘익명의 소식통’이 전하는 뉴스는 계속됐다. 더 이상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소식에 놀랄 사람은 없어 보인다.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곧바로 집에 보낼 정도로 보안에 철저한 애플이었지만, 사람들이 애플을 가만두지 않았다.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신을 이끈 애플이라서 그렇다. 최근 애플이 인재를 영입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완성차 업체 포드 출신의 베테랑 엔지니어인 데시 우즈카셰비치를 영입했다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포드에서 31년 간 근무한 그는 차량 안전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디자인, 차체 인테리어 엔지니어링 등 자동차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다. 포드 이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 등의 차량 개발에 참여했고, 전기차도 개발해봤다. 확실히 아이폰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 애플은 자동차 개발에 과연 진심일까. 자동차는 왜 만들려는 것일까. 과거 휴대전화에서 자판을 없앤 것처럼, 차 바퀴마저 없애버릴까. 여러 단서들을 찾아봤다. ● 프로젝트명: ‘타이탄’애플의 자동차 개발 소식은 정말 뜬금없는 곳에서 처음 나왔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소송을 벌이던 2012년에 법정 증인으로 나선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이 “애플은 아이폰을 선보이기 이전부터 자동차 개발을 논의했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 그는 “애플 내부에서 카메라, 자동차 등 여러 물건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이후 나온 토니 파델 전 애플 부사장의 인터뷰는 더 구체적이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잡스와 여러 번 자동차 만드는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배터리와 시스템, 모터 등의 기계적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아이폰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5년 2월 ‘애플, 전기차에서 테슬라에 도전할 준비’라는 글에서 비밀 프로젝트 ‘타이탄’을 공개했다. 애플이 미니밴 스타일의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승인한 이 프로젝트는 포드 엔지니어 출신의 스티브 자데스키 당시 부사장이 이끌었다. WSJ은 수백 명이라고 했지만, 팀원이 1000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팀은 애플에서 누구나 차출할 수 있는 권한도 지녔다. WSJ은 쿡 CEO가 이전 인터뷰에서 “아무도 모르는 제품이 있다.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았다”고 언급한 내용도 담았다. 이를 밝혀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그냥 전기차가 아니라, 자율주행 전기차였다. 2015년 8월 가디언은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는 문서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수백 명의 개발자들이 캘리포니아주의 한 건물에서 비밀리에 이를 개발 중인데,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보안이 철저한 옛 해군 기지로 장소를 옮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혼다도 이곳의 철조망 뒤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진행했다.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웠는지, 애플카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발에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15년 한 정보기술(IT) 매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애플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본다.” ● 공개된 비밀, 직원들의 ‘묘지’2016년 초 애플은 ‘apple.car’, ‘apple.cars’, ‘apple.auto’ 등의 도메인을 등록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사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나보다. 1년 뒤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 일부를 중단하고, 수십 명의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좀 들여다보니 오히려 프로젝트에 힘을 더 실어 주려했던 것 같다. 2016년 7월 애플은 프로젝트의 수장을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에서 스티브 잡스의 왼팔이라 불렸던 밥 맨스필드 수석 부사장으로 바꿨다. 그는 아이폰과 맥북에어, 아이패드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간 자데스키의 보고는 하드웨어 책임자를 거쳐 쿡 CEO에게 전달됐는데, 맨스필드는 쿡 CEO에게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애플은 자동차 소프트웨어사인 QNX 창립자 겸 전 CEO 댄 다지도 스카웃했다. 중요한 전략적 수정도 있었다. 사업 초기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 전체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차 제조는 협업사를 찾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처음 자체 자동차를 만들려고 했지만 자율주행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재조정했다”고 했다. 목적지는 정했는데,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이후 수백 명의 직원이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했다. 타이탄을 책임지던 맨스필드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애플은 2018년 당시 테슬라 개발담당 임원이었던 더그 필드를 영입해 그를 대신하게 했다. 3년 뒤, 더그 필드는 포드 자동차의 첨단 기술 및 임베디스 시스템 최고책임자로 이직해버렸다. 이후 애플워치를 맡던 케빈 린치 부사장이 현재까지 타이탄을 이끌고 있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프로젝트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애플을 테슬라 직원들의 ‘묘지’라고 언급했다. 직원 유출을 우려했던 것 같다. 머스크는 한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애플에서 일하게 된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지만, 머스크는 2016년(추정) 테슬라를 애플에 헐값으로 매각하려 했는데, 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최근 급락해서 8288억 달러 정도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머스크는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의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여러모로 애플에 대한 감정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애플이 왜 자동차에 관심을?애플카 개발은 제한적인 자율주행만 가능한 모델과 운전자의 조작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진행돼 왔다. 그러다가 케빈 린치가 프로젝트를 맡은 이후 완전 자율주행차를 목표로 현재 애플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2025년 내 자율주행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더 늦춰질 수도 있다. 팀쿡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은 모든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의 어머니와 같다”며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 가면 애플의 자율주행 테스트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붕에 센서가 달린 흰색 렉서스 차량이다.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시범운행 거리는 1만3000마일(2만1300㎞)이었다. 1위는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230만 마일, 370만㎞)였다. 시범운행 거리는 곧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 분석량을 상징한다. 구글에 비하면 애플의 테스트 경험은 아직 한참 못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전자 기기를 만들어 온 애플은 왜 ‘차’에 꽂혔을까. 엔진과 브레이크, 변속기 등의 운동으로 백 년을 달려 온 자동차는 최근 몇 년 새 진화했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전자 센서, 중앙 시스템 등이 이를 대체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버전도 업그레이드한다. 자동차가 애플이 제일 잘 하는 ‘전자 기기’(전기차)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웅장한 엔진 소리를, 똑똑한 두뇌가 대신한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다. 이제야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했던 제프 윌리엄스 COO의 말이 이해가 간다. 토요타의 벤처캐피털펀드인 토요타AI벤처스의 짐 애들러 이사는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다음 메뉴는 자동차”라고 했다. 미국 컨설팅사 맥킨지의 요하네스 다이히만 자동차 파트너는 “오늘날 가장 복잡한 자동차에는 많게는 200개의 컴퓨터가 달려 있다. 컴퓨터들은 엔진,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것을 제어한다”며 “이는 공급사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데, 자동차 제조사의 능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 “주유소에서 멈추지 않는 놀라운 경험”현재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가 이를 만들었고, 테슬라와 폭스바겐, 다임러는 자체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애플의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오토도 있다. 포드는 내년부터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 모델에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자동차 대시보드의 작은 모니터가 사실상 네비게이션에 그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행되면 스마트폰, 테블릿PC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 컴퓨터는 자동차 안에서의 사람들의 활동(데이터)을 수집할 것이다. 언제 될지 모르는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다면 영화를 보거나,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심리스’(Seamless, 끊김 없이 매끄러운)다. 디지털 경험을 끊김 없이 유지한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과 자주 등장한다. 안방 TV에서 보던 넷플릭스 영화가 주방에 가니 냉장고에 달린 화면에서 곧이어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걸을 때는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에서, 차에 타면 대시보드에 등장할 수 있다. 물 흐르듯 이어서 나온다는 것이 핵심이다. 애플도 점점 확장되는 ‘연결성’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쿡은 5년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유소에서 멈추지 않는 것은 놀라운 경험일 것이다.”● 달리는 플랫폼, ‘애플카’ 애플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제일 먼저 세상에 내놓고 싶을 것이다. 현재는 사람들이 디자인과 가격, 일부 성능을 고려해 자동차를 고르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나오면 초기에는 이를 개발한 회사로 고객이 우르르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처음 내놨을 때처럼 말이다. 그 다음에는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생태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매력적인 아이폰에 빠진 사람들이 IOS에서 허우적대는 모습과 비슷하다. 다만, 스마트폰과 다르게 생명이 걸린 만큼 디자인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도 있겠다. 애플은 이 주도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애플도 한 때는 잔소리를 들었다. WSJ은 2020년 “아이폰이 나온 뒤 10년 간 애플이 한 가장 큰 혁신은 이어폰”이라고 비꼬면서, 성장이 정체됐다고 비판했다. WSJ의 지적처럼 2015년 2338억 달러였던 애플의 연 매출은 2019년(2745억 달러)까지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애플은 지난해 365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에는 시가총액이 장중 3조 달러(약 3823조5000억 원)를 찍었다. 삼성전자 가치의 8배 이상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다. 애플의 사업 전략이 빛났다. NYT는 “스마트폰은 냉장고, TV처럼 자주 구매하지 않는 필수품”이라며 “사람들은 예전만큼 자주 새 제품을 구입하지 않자 애플은 추가 용량, 애플리케이션 구독, 헤드폰 등 아이폰을 더욱 유용하게 만드는 것들로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모바일 생태계를 움켜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도 애플은 이 같은 전략을 펼칠지 모른다. 사람들이 애플카를 더 이상 바꾸지 않는다면, 연관된 서비스에서 열심히 돈 벌 궁리를 할 것이다. 핸들이나, 차 열쇠를 따로 팔지도 모른다. 모두 다 차가 제품으로 있어야 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 애플과 또 손잡은 폭스콘? 애플의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5년에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행보가 심상찮다. 차를 조립, 생산해 줄 파트너를 찾았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한 대만 언론은 유명 IT 전문가를 인용해 애플카 진행이 한창 진행 중이며, 애플이 차 조립과 생산을 혼하이그룹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면서 오래 신뢰를 쌓아 온 혼하이그룹 ‘폭스콘’에 차 생산까지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체는 애플카가 고품질 금속 소재 티타늄 합금을 사용하며, 아이폰으로 열쇠 없이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을 가질 것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애플은 BMW, 제네시스, 기아 등 차량 모델에서 이 자동차키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미 폭스콘은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전기차 브랜드 ‘폭스트론’을 발표하고 모델E(전기 세단), 모델C(전기 SUV), 모델T(전기버스) 등을 공개했다. 애플카 생산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애플은 일본 차량용 에어컨 부품 제조사인 산덴과 비밀리에 논의를 진행했는데, 당시 회사가 애플카 설계도까지 공유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애플은 지난해 차 조립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닛산,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연달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당시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애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자동차 산업은 한순간에 정복할 수 있는 일반적 기술 분야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이를 폭스바겐이 애플의 협력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은 차 설계부터 디자인과 마케팅, 판매까지 전부 애플이 주도하고 차량 조립만 완성차 업체에 맡기는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선 ‘사실상 하도급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 “‘시리’야 동해 바다로 부탁해”애플카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특허들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동차 선루프 특허를 미 특허청에 등록했다. 특허대로라면 자동차 선루프에 가변 불투명 유리를 탑재해 운전자가 선루프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선루프가 차량 윗면과 측면 창 전체가 연결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위와 옆 창문 등 개방 순서를 통제할 수 있다. 손동작만으로 주차와 차선 변경해주는 기능도 있다. 지난해 2월 ‘제스처 기반 자율주행차’라는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다. 직진을 할지 옆 차선으로 옮길지 손짓만으로 차를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애플카 전면 유리창에는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특허청에 ‘구역 식별 및 표시 시스템’이라는 특허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가 차량 전면에 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알려진 ‘시리’(Siri) 명령 기능은 더 영화 같다. 해외 자동차 매체 카스쿱스에 따르면 애플은 ‘목적을 가진 신호를 이용, 목적지 주변 자율주행차 안내’라는 특허를 냈다. 음성인식 시스템 시리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자율주행차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도착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섬세한 위치까지 조정한다. 자율주행차 탑승자가 말(시리)이나 손(터치스크린)으로 원하는 특정한 주차장소, 심지어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고 싶은 문까지 선택할 수 있다. 특허는 아직 신청 단계에 있다. 애플은 이 같은 기능들을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운용체계(OS)도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처럼 차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여러 전자제어장치(ECU)를 하나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에서 통합적으로 관리(DCU)하게 된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차 중 통합 관리를 쓰는 것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애플은 자율주행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직접 설계하고, 한국 협력사에게 후공정 중 일부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앙집중형 설계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로 복잡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 ‘아이폰’ 만든 애플이라는 기대감그동안 애플은 프로세서와 배터리,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개발에 투자해왔다. 모두 자율주행전기차의 핵심기술들이다. 아이폰 최신 기종에는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됐는데, 레이저를 쏴서 대상에 부딪혀 돌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공간을 지도로 구성하고 개체를 식별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에 필수적이다. 기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자본력이다. 인재를 끌어 오거나 외부 기술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2026억 달러(약 261조 원)에 달한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자본조달력과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할 능력, 하드웨어 디자인 능력 등 애플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애플 특유의 ‘감성’이다. ‘사용하기 편하다’, ‘예쁘다’ 등으로 단순화 시켜서 말하곤 하지만, 여기에는 애플의 완벽성이 녹아있다. 2007년 한 일화를 소개한다. 아이폰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시제품을 써본 스티브 잡스가 개발자들에게 불 같이 화를 냈다. 청바지 주머니에서 열쇠와 함께 꺼낸 아이폰의 플라스틱 화면에 흠집이 선명하게 난 것. 잡스는 “나는 흠집 나는 제품은 안 판다”며 6주 안에 완벽하게 유리 화면으로 설계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할 때의 미묘한 편의성과 아이폰 카메라에 담기는 대상의 느낌, IOS의 생태계 등은 이 같은 노력 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물론, 이는 사용자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역시 애플이 만들면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간간히 들리는 신선한 소식은 우리를 더 설레게 만든다. 타이탄 프로젝트 초기, 직원들은 삭막한 도로 대신에 탑승자끼리 서로 마주보는 라운지 형태의 내부 인테리어부터 떠올렸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한 팀은 측면 이동을 더 잘할 수 있는 공 모양의 구형(球形) 형태로 자동차 바퀴를 재발명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애플다운 발상이다.김성모기자 mo@donga.com}

    •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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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에 이상기온까지…곡물생산량 ‘뚝’ 세계 식량위기 확산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이 전쟁과 기상 이변 등으로 예년만큼의 곡물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세계 밀 수출의 30%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출길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두 막힌 가운데 미국, 중국 등에서도 이상 기온 등으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 현상)이 악화하고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캥커키의 한 농장을 찾아 “미 농민은 ‘민주주의의 곡창지대’ 역할도 하고 있다”며 농가의 생산 확대를 독려했다. 특히 그는 2000만 t의 밀을 보유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때문에 제대로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흑해의 러시아 전함이 우크라이나의 물품 배송을 막고 있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 곡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 수많은 아프리카인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옥수수 파종률은 22%로 5년 전(50%)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콩(12%)과 봄밀(27%)의 파종률 또한 각각 5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곡창지대인 미 중서부에서 습하고 서늘한 기온이 지속돼 파종이 지연된 탓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네소타 노스다코타주 등 주요 곡창 생산지의 강수량이 예년 평균을 뛰어넘는 바람에 파종이 늦어졌다. 캔자스, 네브래스카주 등에선 이상 가뭄으로 토양이 말라 역시 파종에 애를 먹었다. 수확량 감소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 콩 등을 재배하는 아이오와주 농부 제프 라이언 씨는 “올해 수확량이 최대 10~20%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 겸 소비국인 중국 또한 대홍수 등의 여파로 곡물 매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해 가을 대홍수로 지난해 말 중국의 밀 생육 환경 또한 좋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다음 달부터 지난해 겨울 재배한 밀 수확에 나서는데 매집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다. 지난달 미 농무부는 올해 중국의 밀 수확량이 작년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정세가 엄중해 식량 안보가 시급하다며 “더 많이 생산하고 비축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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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가짜뉴스에 맞선 우크라 언론인들 퓰리처賞

    지난달 29일 러시아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셰우첸키우스키의 한 아파트를 강타했을 때 비라 히리치 ‘라디오 리버티’ 기자(55)는 25층 자신의 집에 있었다. 건물 일부가 불에 타고 무너져 내렸다. 소방대원들이 밤새 불을 끈 뒤에야 히리치 기자의 시신이 수습됐다. 그의 동료는 “훌륭한 동료가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히리치 기자처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에 맞서 전쟁의 진실을 보도하려 애쓴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 시간)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을 퓰리처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선정위원회는 “용기와 인내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무자비한 침공을 진실하게 보도하려는 헌신”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선정위원회 위원장 매저리 밀러 AP통신 부사장은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은 러시아군의 폭격과 점령 납치 살해 등 각종 위험에도 참혹한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헌신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국언론인연합에 따르면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 등 언론인 23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취재 도중 숨졌다. 퓰리처상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안과 관련된 인물이나 단체에 특별상을 수여해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하는 장면을 찍어 세계에 알린 10대 소녀 다넬라 프레이저가 특별상을 받았다. 올해 퓰리처상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보도 분야 수상작은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을 다룬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차지했다. NYT는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분쟁 지역에서 벌어진 미군 오폭(誤爆) 문제와 미 경찰의 폭력적인 교통 단속을 파헤친 탐사보도로 각각 국제, 국내 분야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 언론 재벌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제정된 퓰리처상은 매년 언론 15개 부문, 예술 7개 부문 등 22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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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스텐 5800만t 묻혀있는데… 혜택 못보는 한국

    전 세계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재편하며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첨단무기 등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전략광물 텅스텐이 1992년 이후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생산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2015년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 영업권을 사들인 캐나다 광산개발회사 ‘알몬티’는 지난해부터 광산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대량 생산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텅스텐은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5대 핵심 광물로 꼽힌다. 상동광산에서는 전 세계 텅스텐 공급량의 10%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제품은 모두 주요 소비국이자 제련 시설이 있는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텅스텐 필요량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상동광산에서 생산되는 텅스텐 절반을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텅스텐 제련 설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미국에서 다시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등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전략광물을 관리할 국내 공급망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질 우수한 텅스텐 원광 5800만 t 보유‘알몬티’ 측에 따르면 현재 상동광산에는 5800만 t이 넘는 텅스텐이 매장돼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연간 100만 t씩 캐어도 60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상동광산에 매장된 텅스텐의 광물 내 함량은 0.45%로 중국산(0.19%), 세계 평균(0.18%)의 약 2.5배에 달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1916년 문을 연 상동광산은 1960, 70년대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17%를 점유하며 호황을 누렸다. 1980년대 세계 최대 텅스텐 생산국인 중국의 시장 개방으로 텅스텐 공급이 급증하자 가격이 급락해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1992년 원광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국영기업 대한중석이 보유했던 광산 운영권은 이후 여러 기업을 거쳐 2015년 알몬티로 넘어갔다. 알몬티는 지난해 5월 미국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해 생산 재개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5년 광업권 확보 후 진행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동광산에서는 원광만 생산할 수 있다. 이 원광의 불순물을 제거해 품위를 높인 광석 즉 ‘정광’은 없으며 갱도 또한 300, 400m 정도만 굴착한 초기 단계다. 알몬티 측은 원광을 정광으로 바꾸는 불순물 제거 시설만 국내에 갖추고 나머지 제련 작업은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제조 및 판매업체 GTP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GTP의 손을 거치면 비록 한국에서 캤지만 완제품은 미국산이 되는 셈이다. 알몬티 측은 빠르면 내년부터 연 2500t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여 년 만에 국내 텅스텐 생산 기회 잡았지만…텅스텐이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생산될 기회를 잡은 것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데다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 등이 이념은 물론이고 경제자원을 가지고도 일종의 신냉전을 벌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귀금속 희토류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미국, 일본 등과 대립할 때마다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텅스텐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 파라텅스테이트 가격은 t당 346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비싸다. 국내 텅스텐 필요량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도 텅스텐 제련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요소수 사태처럼 텅스텐 수입이 막힐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 및 지역 주민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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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월 텅스텐광산 30년만에 부활…국내공급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전기차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 공급량 확보에 주요국이 힘을 쏟는 가운데 한국의 텅스텐(중석) 광산이 30여 년 만에 채굴을 재개한다. 9일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 강원도 영월군 상동광산은 텅스텐 채굴을 곧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호주 리튬과 미국 희토류 등을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계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분위기 속에 국내에서 핵심 자원 텅스텐을 다시 캐게 됐지만 국내 공급은 불가능하다. 상동광산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외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텅스텐 수요량의 70%를 수입하고 있다.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핵심 5대 광물로 꼽히는 텅스텐은 화합물이나 합금 형태로 전기전자 분야에 많이 쓰인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총알을 비롯한 무기의 각종 탄(彈)류 제작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기술에 쓰이며 사용량이 늘어 가격도 뛰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텅스텐 생산물 핵심 원자재인 파라텅스테이트 가격은 t당 346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비싸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부존(賦存)량의 60%, 생산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텅스텐 연간 수입량의 약 70%가 중국산이어서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말 ‘요소수 사태’가 터지자 공급망 편중을 막기 위해 핵심품목 200여 개를 선정했다. 이 중 텅스텐은 ‘20대 우선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과거 텅스텐 수출국이었다. 유엔(UN)에 따르면 1944년 한국에서 생산된 텅스텐은 7402t이었다. 6·25전쟁 이후에는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당시 상동광산을 비롯해 경북 옥방광산, 대구 달성광산, 충북 월악광산, 충남 청양광산 등에서 텅스텐을 채굴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이 저가 텅스텐을 수출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상동광산은 국영기업 대한중석이 보유하다가 민영화돼 여러 기업을 거쳐 2015년 캐나다 광산개발사 알몬티로 넘어갔다. 2018년 알몬티는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고 지난해 5월 텅스텐 광산 개발을 본격화하는 ‘상동프로젝트’를 띄웠다. 이 프로젝트는 알몬티 본사와 해외자본이 진행하며 현재 불순물 제거 시설만 국내에 갖출 계획이다. 상동광산 텅스텐 매장량은 약 5800만 t이다.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동광산 광물 내 텅스텐 함량은 0.44%로 중국(0.19%), 세계 평균(0.18%)의 두 배가 넘는다. 본격 채굴이 시작되면 상동광산 텅스텐은 제조 및 판매업체인 미국 GTP에서 제련 과정을 거쳐 미국산으로 판매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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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와 카카오 중 주식을 산다면?” 넷플릭스로 보는 플랫폼 비즈니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흔들리는 ‘파괴적 혁신’ “음, 망했어요.”(Well, it’s a bitch.)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1~3월) 실적 발표 다음 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적 때문이다.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신화를 일군 넷플릭스가 최근 휘청이고 있다. 신규 가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 넷플릭스는 19일(현지 시간) 1분기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2164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20만 명 줄었다. 순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1분기 가입자가 25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전망도 어둡다. 넷플릭스는 2분기(4~6월) 고객 200만 명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장 중 700달러를 찍었던 주가는 지난달 29일 185달러까지 추락했다. 거의 ‘반의 반 토막’까지 났었다. ‘개척자’에 대한 존경심은 어디로 갔는지, 그간 꾹꾹 눌러온 것처럼 비판들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하면서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가 뜨면서 ‘오징어게임’의 딱지치기는 정말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 한때는 넷플릭스 보려 케이블 선을 잘랐다넷플릭스는 ‘파괴적 혁신’의 상징이다. 넷플릭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디지털 전환 두 가지 모두 성공한 케이스다. 헤이스팅스는 과거 DVD를 빌린 뒤 반납을 깜빡했다가 40달러의 연체료를 물어줬는데, 여기서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1997년 DVD 대여 업체를 설립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언젠가는 디지털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것으로 확신하고, 2007년 직원 7명과 동영상을 PC 등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차렸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물론, 사업 초기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가웠다. 2011년 넷플릭스는 가격을 올리고 DVD와 스트리밍을 분리시켰는데, 스트리밍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였다. DVD 대여는 아예 새 웹사이트로 옮겨버렸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8만2000개의 ‘분노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가격을 올린 데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던 DVD 사업을 따로 떼놓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해 9월 ‘엉망진창 넷플릭스’라는 기사에서 “영화가 영화관에 나오고 4개월 후면 DVD 대여가 가능하다”며 “반면, 스트리밍은 영화를 소유한 스튜디오마다 계약해야 하는데, 협상에 수 년은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DVD로는 몇 달 안 돼 신작을 소개할 수 있지만, 스트리밍은 개별적으로 스튜디오마다 계약을 해야 해 작품을 공개하는데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넷플릭스가 유명해질수록(부자가 될 수록) 콘텐츠를 보유해 ‘갑’ 노릇을 하는 스튜디오의 요구사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성급하게 미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보란 듯 성공가도를 달렸다. 미국 범죄물 ‘브레이킹 베드’ ‘베터 콜 사울’ 등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직접 제작에 나섰고, 곧바로 독점 콘텐츠(오리지널)들을 선보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 ‘나르코스’ 등은 전 세계 팬을 끌어 모았다. 특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13년 1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2917만 명을 기록하며 미국 2위 케이블 방송인 HBO까지 제쳤다. 케이블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 같은 전통 유료 방송을 끊고, 대신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코드커팅’(Cord cutting) 현상이 이어졌다. 전 세계 콘텐츠 제작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브레이킹 베드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한 이후 10배 더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좋은 원재료(각본)와 자본이 몰리면서 ‘방구석 시청자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도 스트리밍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한 축을 세우면서 ‘넷플릭소노믹스’(Netflixonomics·넷플릭스+경제)라는 단어까지 만들었다. ● “올드 미디어들이 넷플릭스를 쫓고 있다”그랬던 넷플릭스가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객이 줄었다. 해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경제활동이 기지개를 켰다. 각국이 리오프닝에 돌입하자 미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뒤흔들며 빠르게 성장했는데,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시청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가 서방의 규제에 발 맞춰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으면서 70만 명의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넷플릭스에서 이보다 더 심각하게 본 것은 ‘계정 공유’다. 고객들이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해 한 계정으로 여러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몰래 시청’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무단 가입 계정이 1억 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싸울 상대도 많아졌다. 국내외에서 지난해부터 판도 변화에 대한 예상이 종종 나왔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 훌루 등의 업체가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OTT 업체다. 보유한 자체 콘텐츠만 1만6000여 편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4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왕국의 디즈니와 어벤져스의 마블, 토이스토리의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유명 콘텐츠들이 수두룩하다. 팬데믹(대유행) 기간 스트리밍 시장에서 어린이 고객이 늘어난 것도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패럿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58% 증가한 반면, 기타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22.5% 늘었다. 전체에서 아동용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서 10.5%로 확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젊은 시청자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TV플러스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로 최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 업체들은 OTT라는 본업에 집중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랜드나 아이폰, 아마존닷컴 등 기존 핵심 사업을 스트리밍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월 넷플릭스의 미국 TV 시청점유율은 6.4%로 지난해 5월의 6%에서 0.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아마존프라임도 2%에서 2.3%로, 디즈니플러스도 1%에서 1.7% 늘어났다. 그간 외면 받던 ‘올드 미디어’들의 활약도 있다. 워너미디어 계열의 OTT인 HBO맥스와 케이블 채널 HBO의 1분기 전 세계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80만 명 늘어난 7680만 명이었다. 직전분기 보다 300만 명이나 늘었다. HBO는 밴드오브브라더스,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로 유명한 미국 대표 방송국이다. 시트콤 프렌즈와 빅뱅이론 등도 HBO맥스에서 볼 수 있다. HBO맥스는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경쟁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 중계권이 넷플릭스에 없다는 점도 넷플릭스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NYT는 최근 “디즈니, HBO 같은 구식 미디어 회사가 스트리밍 스타에 도전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넷플릭스를 쫓고 있다”고 전했다. ● P(가격)도 Q(고객)도 ‘C(비용)’도 걱정가격도 문제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키우면서 선택권이 늘어나자 고객들은 가격표를 보기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9900원이다. 월 9500원~1만7000원 수준인 넷플릭스보다 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가격을 올렸는데, 가격 인상으로 고객이 이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가격(P)과 판매량(Q), 비용(C)의 함수다. 가격을 올리거나 많이 팔면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물건을 더 팔기 어려울 때는 비용(C)을 줄인다. 가격은 이미 올렸고, 경쟁자로 고객이 늘기는커녕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의 비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조 단위’다. 어마어마하다. 이 같은 비판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테슬라, 우버 등과 함께 “1년에 10억 달러(약 1조2600억 원)를 태워버리는 회사는 섹시하지만 통계적으로는 파멸”이라며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런데, 콘텐츠 제작에 이 만큼 투자하지 않았으면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스트리밍의 거물’이 될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는 미끄러진 실적에 효율적인 제작을 강조하면서도 제작비를 줄이진 않겠다고 밝혔다. WSJ은 “넷플릭스가 비용 대비 효율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비 관리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지난해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투자비를 깎진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신규 콘텐츠 제작에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70억 달러(21조47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0년보다 57% 늘어난 규모다. 인도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흔들리는 구‘속’경제넷플릭스가 흔들리면서 구독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두고도 말이 많다. 구독경제는 고객이 한 달에 정해진 비용을 내면, 서비스를 맘껏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용자는 개별 콘텐츠를 이용할 때보다 적은 금액으로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정기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 전략은 초기에는 가입비로 쉽게 수익화를 할 수 있지만, 추격자가 저렴한 가입비로 공격할 수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회사는 고객이 특정 콘텐츠에 꽂혀서 한 번 결제를 시작하면 쉽게 구독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구독경제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잘 나가자,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넷플릭스 모델을 따라서 한 달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두 번째 달부터 결제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짰다. 고객 중 일부는 한 달 안에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을 깜빡 잊고, 이용 대금을 내기도 한다. 기자도 그랬다. 넷플릭스의 고객 이탈을 보면서 구독경제 모델의 ‘구속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잇달아 나왔다. 정기 결제를 한 이용자들이 ‘잡아둔 고기’인 줄 알고 안심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플랫폼 회사에게 ‘록인’(lock-in)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요즘 IT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사 대신 자사 플랫폼 내에 이용자들을 묶어둘까 고민한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물건을 사게 하거나 최소한 광고라도 보게 만드는 것이다.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 제작사와 이용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업체에 속한다. 다만, 넷플릭스는 광고 없이 월별 구독료만 받는 전략을 그동안 유지해왔다. ● 네이버·카카오로 보는 ‘록인 전략’전문가들은 이 같은 쉬운 고객 이탈이 구독 서비스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비용을 어떻게 받는지 보다, 비즈니스 속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들이 월별 요금을 받고 이모티콘이나 웹툰 등을 이용하게 하는 구독모델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들도 항상 고객 이탈을 두려워하고 고객을 묶어두는 자물쇠 전략을 핵심으로 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중에 주식을 산다면 무엇을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돈은 네이버가 더 잘 번다. 지난해 네이버 실적은 연 매출 6조81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3255억 원이었다. 카카오는 6조1361억 원, 5969억원. 2020년에는 격차가 더 컸다. 그런데, 현재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네이버가 46조2600억 원, 카카오가 39조7100억 원으로 버는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안 난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카카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업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의 주요 사업은 검색 광고, 쇼핑, 핀테크, 웹툰 등이다. 카카오는 톡비즈(카카오톡), 웹툰 등 콘텐츠, 게임 등이다. 임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으로, 카카오톡은 네트워크(SNS)로 시작한 회사”라며 “검색은 구글로, 쇼핑은 더 저렴한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쉽지만, 카카오톡이나 택시 등 모빌리티, 은행 등은 사람들이 많이 쓸수록 효용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구속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당장 수익으로 보면 네이버의 경쟁력이 강하지만, 카카오의 주요 사업이 록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래 전망을 보고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플랫폼 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넷플릭스가 꺼내든 쌍따봉·광고·단속반넷플릭스도 네이버와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오징어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내놔도, 사람들은 이 시리즈만 보고 구독을 해지하거나, 어벤져스 시리즈 신작을 찾아서 디즈니플러스 같은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다른 재밌는 작품을 내놓으면 다시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명작을 내놓아 고객을 붙잡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투자를 늘려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영화·드라마 같은 작품은 흥행을 사전에 알 수 없는 ‘행운의 과자(포춘쿠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처참한 실적 발표와 함께 꺼내든 ‘더블 떰스-업(Double Thumbs-Up)’ 대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려 ‘쌍따봉’이다. 현재 넷플릭스 이용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양인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데, ‘최고예요’를 추가한 것.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는 “이용자들끼리 서로 평가를 공유할 수 있게 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넷플릭스가 향후 다양한 전략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 기간에는 대다수가 콘텐츠 소비가 많아 수혜를 봤지만, 리오프닝으로 ‘헤비유저’가 줄어들기 때문에 맞춤형 상품으로 매출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 교수는 “고객 수요가 변화한 만큼 넷플릭스가 이용자의 선호도 정보를 활용해 ‘버저닝’(제품 별 가격 다양화)이나 ‘번들링’(묶음 판매), ‘프리미엄’(Free+Premium, 무료+고급화) 등 다양한 가격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광고 도입도 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에 비해 비싸다는 비판을 들어왔던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요금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요금제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몰래 시청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입자 성장기에는 계정 공유를 묵인해 왔지만, 상황이 변했다”면서 공유 계정 상대로 과금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미국, 캐나다에서만 아이디(ID)를 공유하는 고객이 300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유료 계정 공유 고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 미디어 컨설팅 회사의 온프렘의 설립자인 존 크리스찬은 “극장, 테마파크, 소비재를 가진 디즈니를 보라”며 “넷플릭스가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선 이러한 것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사업의 다각화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NYT는 “고객들은 인기 프로그램을 고수하기 보다는 ’히트작‘이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며 “꼭 봐야 할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넷플릭스를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사업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어찌됐든 경쟁사들이 OTT 시장에 들어오면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는 현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비즈니스 혁신을 넘어서서 ‘넷플릭스 앤드 칠’이라는 문화적 현상까지 만들어낸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집에서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편하게 놀자는 뜻으로, 성적인 유혹도 들어가 있다. 해외에서 “라면 먹고 갈래”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재밌는 설문조사도 있다. 2017년 넷플릭스가 의뢰한 설문에 따르면 집 밖에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미국인 중 12%가 “공중 화장실에서 시청한 적 있다”고 답했다. 37%는 회사에서도 봤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미국인의 드라마·영화 시청 습관을 일정 부분 바꿔놓은 셈이다. 물론 그만큼 유튜브도 많이 봤을 듯하다. 수년 간 넷플릭스는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 산업만 뒤 흔든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를 미국 중심의 블록버스터에서 다변화시켰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더빙과 자막이 전 세계 170여 개 스튜디오에서 34개 언어로 만들어진다. 어디에서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EU)의 24개 공식 통번역 제공 언어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사용자가 적은 룩셈부르크어로 만들어진 경찰 드라마 ‘캐피타니’가 넷플릭스 덕분에 탄생했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국경을 넘나든다. 이코노미스트는 “챔피언스리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말고 유럽인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보는 순간은 드물었다”며 “자막이 서비스되는 넷플릭스가 유럽 공통의 문화를 만들었다”고도 평가했다.● 쿠키 코멘트이러한 분석에 지극히 공감한다. 최근 기자가 봤던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하나는 브라질 드라마 ‘부패의 메커니즘’이었다. 이는 과거 브라질 정경유착 비리 스캔들 수사인 ‘세차(Lava Jato) 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머나먼 브라질에서 나왔을 법한 TV 드라마를 국내에서 볼 기회가 있었을까.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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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 “난 머스크처럼 우주산업 안해… 자선사업 더 중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사진)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언급하며 자신은 다른 세계적인 부자들처럼 우주 산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고, 이들에게 자선사업에 나설 것을 권했다고 5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게이츠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다른 부호들을 따라 우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의 기업을 통해 우주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다. 게이츠는 이보다 자선사업 같은 사회적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바른 명분에 (재산을) 돌려줄 것을 나처럼 크게 성공한 이들에게 권할 것”이라며 “자선사업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 꿈은 먼저 소아마비를 없애는 것이며, 그 다음 말라리아 퇴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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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 “반도체 개발 협력”… ‘한국-대만 따라잡기’ 본격화

    미국과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최신 반도체 기술에서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으려는 목적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미일 양국에서 반도체가 부족해지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조하기로 했다. 미일 양국은 우선 반도체 초미세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 개발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2나노’ 기술은 현재 주류로 쓰이는 5∼7nm 기술보다 2세대 앞선 것으로,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2나노’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다. TSMC는 스마트폰과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될 2나노 제품의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2025년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대만과 한국의 ‘2나노’ 기술력을 따라잡고, 2나노를 넘어서는 최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미일 협력의 목표”라며 “미중 대립 상황에서 반도체의 경제 안보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반도체 조달을 대만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생산 기술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직접적인 반도체 기술 협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가 각종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군사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있다. 자국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던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 이후 TSMC나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자국에 유치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짜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에너지 수급 대란이 벌어지는 등 국제적 불안정성이 커지자 안보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인 반도체를 자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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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세일즈 재시동… 한전, 英정부와 협의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영국 정부와 원자력발전소 설립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원전 수출 세일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 실무자들은 지난달 초 영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영국의 원전 정책과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투자 협의가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영국 정부가 ‘원전 확대’를 공언한 만큼 한국 기업의 원전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영국의 신규 원전 건축에 참여하는 기업은 프랑스 국영기업(프랑스 전력공사)이 유일하다. 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에너지 자립을 추진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50년까지 원전 8기를 새로 지어 전력수요의 25%를 공급하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원자력 발전은 연 전력량의 18%를 공급 중인데 이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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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방대법, 여성 낙태권 인정 49년전 판례 뒤집을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49년 전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이 커졌다. 2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해 대법관들이 회람한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과반수의 대법관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기각하는 데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판결 초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낙태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 수백 명이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앞으로 몰려들어 밤새 시위를 벌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얼리토 대법관은 의견서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논리가 빈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이 판결을 기각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낙태 문제를 국민이 뽑은 대표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이 1973년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판결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낙태권을 확립한 판결로 평가받아 왔다.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이 의견서에는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찬성 의견을 밝힌 만큼 최종 판결에서도 낙태권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다음 달 최종 판결할 예정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낙태권은 각 주 의회의 결정 사항으로 넘어간다. 미국에서 낙태권은 정당의 이념적 성향을 보여주는 민감한 현안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성명을 내고 “여성의 선택권은 기본적 권리다. 약 50년간 국법으로 역할하며 기본적인 평등과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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