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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지어진 제주의 한 단독주택. 창문이 깨져 있고 벽에도 금이 갔다. 수년째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귀신이 나올 법한 집이다. 주택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는데도 올해 ‘표준 단독주택’으로 선정됐다.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는 인근 단독주택 공시가의 기준이 된다. 실제 이 주택의 공시가(연면적 102.61m²·5660만 원)를 기준으로 인근 단독주택 53채의 공시가가 산정됐다. 16일 제주도 공시가격검증센터가 공개한 제주의 표준 단독주택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가처럼 집값의 표준으로 삼을 수 없는 집을 표준 단독주택으로 선정하거나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 자체가 잘못 산정된 경우가 총 47채로 집계됐다. 이를 근거로 공시가가 책정된 단독주택은 1134채에 이른다. 지난해 제주 단독주택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공시가가 오른 것도 공시가 기준값인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훈령상에 규정된 ‘표준주택 선정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개·보수, 파손 등으로 지속적으로 살피며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단독주택은 표준주택에서 반드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인근 주택 가격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허가 건물까지 표준주택에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서귀포시의 한 단독주택은 주택 연면적 내에 무허가 건물이 있었는데 이 건물까지 표준주택 면적에 포함돼 공시가가 산정됐다. 지침에 따르면 정상적인 건물로 볼 수 없는 무허가 건물은 표준주택으로 선정해서는 안 된다. 주택 연면적이 실제와 맞지 않게 집계되는 등 기초적인 실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에 오류가 빚어지는 것은 현장 조사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센터에 따르면 제주의 표준 단독주택 4451채 가격을 산정하는 사람은 한국부동산원 제주지사 직원 7명에 그친다. 소수의 직원이 다수의 주택을 보기 때문에 일일이 현장 조사를 다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원이 정한 비준표에 따라 면적,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표준주택의 가격에 가감하는 방식으로 인근의 다른 단독주택 가격을 정한다. 표준주택 공시가의 오류가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다. 이런 현상은 토지와 건물을 합한 단독주택 공시가격보다 토지만 따로 본 공시지가의 가격이 더 비싼 역전 현상이 나타난 주택에서 많이 발견됐다.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들이 직접 산정하고, 주택은 부동산원 직원이 산정한다. 그런데 토지와 주택(토지+건물)의 가격이 크게 차이 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주택 공시가의 일부만 공시가로 책정되도록 공시비율(80%)을 적용해 발생한 일”이라며 “2020년 공시가부터 공시비율 적용을 폐지해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수연 제주 공시가격검증센터장(한국감정평가학회장)은 “전체 표준주택 중 일부만을 조사했을 뿐인데도 10% 이상에서 문제가 나타났다”며 “올해부터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했지만 부동산원이 책정한 시세는 얼마인지, 고려 요소는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번 주에는 지방에서 분양물량이 많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셋째 주에는 전국 13개 단지에서 총 3962채(일반분양 3759채)가 분양을 시작한다. 충남 계룡시 두마면 ‘계룡자이’, 대구 수성구 범물동 ‘수성범물일성트루엘레전드’,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한신더휴리저브’ 등이 분양할 예정이다. 본보기집은 11곳이 문을 연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북수원자이렉스비아’, 인천 서구 당하동 ‘검단신도시우미린파크뷰’ 등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9% 넘게 오른다. 이에 따라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1년 만에 21만5000채 늘어난다. 부동산대책 실패로 집값 급등세를 잡지 못한 정부가 공평과세를 명분으로 세 부담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15일 내놓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주택 등 전국 공동주택 1420만5075채의 공시가격은 평균 19.08% 상승한다. 이 같은 공시가 상승률은 2007년(22.7%)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공시가격안은 16일부터 집주인들의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다음 달 29일 최종 확정된다.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뛴 데다 작년 10월 정부가 밝힌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올해부터 공시가를 시세에 가깝게 만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지난해 69%에서 올해 70.2%로 높인 뒤 연평균 3%포인트씩 올려 2030년까지 평균 90% 선을 맞출 계획이다.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지역별로 세종의 공시가 상승률이 70.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기(23.96%), 대전(20.57%), 부산(19.67%), 서울(19.19%), 울산(18.68%) 등의 차례로 상승폭이 컸다. 공시가 인상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뜻하는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지난해 31만 채에서 올해 52만5000채로 70% 가까이 늘어난다. 올해 종부세가 부과되는 주택의 비중은 전국 공동주택의 3.7%, 서울 공동주택의 16.0%에 이를 것이라고 국토부는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으로 공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 계획이 발표돼 집주인과 은퇴자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고 본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공시가 산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부동산정책은 물론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 세종=구특교 기자}

정부가 15일 내놓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지금까지 서울 일부 아파트에 국한됐던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이 향후 전국 여러 지역으로 대거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전국 공시가격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지난해 집값 상승이 전국적으로 이뤄진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처음 적용됐기 때문이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납세자가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원구 공시가격 평균 35% 상승 최근 수년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4∼5%대를 유지했다. 정부가 주로 서울과 시세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 25개 구 중 17개 구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20%를 넘었다. 특히 지난해 20대와 30대의 ‘패닉바잉’(공포매수)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노원구(34.66%), 도봉구(26.19%), 강북구(22.37%) 등 강북지역의 공시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상승률은 서울 강남구(13.96%), 서초구(13.53%), 송파구(19.22%)보다 높은 것이다. 서울 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일부 지역은 1주택자라 하더라도 전용 59㎡(20평대) 아파트까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지역의 신축 아파트는 전용 59㎡도 시세가 지난해 말 12억 원을 넘어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 대구 등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지역도 주요 지역 대형 평형 아파트 1채만 보유해도 종부세를 내야 할 수 있다. 서울에서 공시가격 9억 원 초과인 아파트는 지난해 28만1000채에서 올해 41만3000채로 약 47% 늘어난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시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1760채로 지난해(25채)의 70배로 많아졌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인상분의 대부분이 시세 상승에 따른 것이며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공시가격 인상률이 정부가 내세우는 공식 집값 인상률보다 높게 나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7.5%로 공시가격 상승률(19.08%)보다 크게 낮다. 공시가격 산정체계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산세수 3600억 원 늘어… 증세 효과 뚜렷 이번 공시가격 개편으로 재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 6억 원 초과 주택은 늘어나는 반면 재산세 감면 대상인 6억 원 이하 주택은 줄었다. 정부는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3년 동안 공시가 6억 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22.2∼50% 깎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이 약 75만8000채로 전체 주택의 30%에 이른다. 전국 기준으로는 전체의 7%가 재산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재산세수가 전년 대비 36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이 증세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이 늘고 있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2%로 여전히 시세에 많이 미달한다”고 말했다. 정기 수입이 없는 고령층이 집을 파는 시점에 보유세를 내도록 해주는 과세이연 제도나 시세 9억 원인 고가 주택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세가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세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공시가격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8년 정부가 조세 부담 형평성을 명분으로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하기 시작한 뒤 서울의 경우 매해 10% 이상 공시가격이 올랐다. 특히 공시가격 산정 정확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감정평가사들이 직접 산정하는 토지 공시지가와 달리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먼저 산정해 감정평가사 등의 내·외부 검증을 거친다. 2019년에는 직원 실수로 아파트 공시가격을 잘못 산정하고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처음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근거가 되는 시세, 부동산 특성 자료 등을 전국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공개할 계획이다. 산정 기초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세종시에 한해 시범 공개된 공시가격 산정 기초 자료는 산정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지난해 세종시에서 외지인들이 사들인 토지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토지를 대상으로 한 투기 실태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에서 건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은 1만6130필지로,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작년 세종시 토지 거래량 가운데 세종시에 살지 않는 외지인이 매입한 토지는 1만786필지였다. 이 역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세종시에 대한 외지인의 거래량은 지난해 7월 세종시 국회 이전 등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한 뒤 크게 늘었다. 외지인 거래 규모는 지난해 7월 590필지에서 8월 1007필지로 뛴 데 이어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1000필지 이상 거래되고 있다.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주택과 달리 토지는 대출, 세제,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세종시는 2018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대한 투기 의혹이 잇따르자 조사에 나섰다. 세종시는 14일 산단 지정 전 연서면 와촌리 일대 토지를 매입한 공무원 A 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A 씨는 13일 공직자 부동산 투기신고센터에 부동산 거래 행위를 자진 신고했다. 세종시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달 9일 게시판에 올라온 ‘투기장 세종시에 투기공무원과 LH 직원 전수조사하라’란 청원 글에는 14일 현재 5030명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청원자는 “100만 평 가까이 국가산단을 추진하면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을 사서 미리 로또 차익을 챙겼는지 LH 직원은 물론 공무원의 대대적인 투기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다른 청원인은 ‘세종시에도 LH 직원 땅투기 정부조사단 파견해주세요’라는 글에서 투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이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한부 유임’ 상태로 전락하면서 2·4공급대책의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투기 의혹에 책임이 있는 변 장관에 대해 교체 시기를 밝히지 않은 ‘어정쩡한 경질’을 하면서 ‘변창흠표 공급대책’도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 중심의 2·4대책, 불신으로 ‘흔들흔들’ 14일 국회와 국토부에 따르면 2·4대책 추진을 위한 각종 법령 개정안이 당초 계획한 시점인 이달 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2·4대책은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등에서 공공 주도로 주택을 짓고, 신규 택지를 공공이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뼈대로 한다. 특히 도심 개발 사업은 “서울에도 집 지을 땅이 충분하다”는 변 장관의 구상에 따라 만들어진 ‘변창흠표 정책’으로도 불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토부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을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이런 도심 복합 개발을 하려면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을 도입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용적률 상향 등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상향도 도정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법안들은 현재 발의만 됐을 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법안소위, 상임위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등의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이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 하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시한부 장관’의 말이 먹히기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설사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추진이 원활할지는 의문이다. 도심에서 주택을 지을 땅은 대부분 민간 소유다. 주택을 지으려면 땅주인이 공공을 믿고 땅을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LH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한다 해도 공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입지 선정 뒤에도 입주 때까지 최소 3, 4년이 걸리고 주민 반대 등 장애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업에 힘을 실어줘야 할 변 장관이 나중에 물러난 뒤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주도 방식 보완하되 신규 택지 공급은 필요”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애초 사업성 면에서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어려울 거라고 봤는데, 이번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공의 리스크가 크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됐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역 주민들은 2·4대책 발표 직후인 2월 5일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에 대해 개발지구로 지정될 경우 현금만 주고 청산토록 한 투기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LH 직원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데 개발지구로 지정도 되지 않은 땅을 샀다는 이유로 현금 청산만 받도록 한 대책이 통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SH 등 지역 공사와 역할 분담이 가능한 도심 개발과 달리 3기 신도시는 LH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일각에서 3기 신도시 취소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기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한 뒤 3기 신도시 사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는 이미 토지 보상이 상당히 진척되는 등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포기할 경우 주택 수급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주도의 정책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대책과 유사한 조건으로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에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정부의 2·4 공급대책과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 역시 급등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예정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은 3월 둘째 주(8일 조사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주 대비 0.24%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11일 밝혔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지난주 0.29%에서 이번 주 0.28%로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은 지난주와 같은 0.07% 상승에 그쳤다. 서울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양천구(0.11%)가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서초구(0.1%), 강남·동작구(0.09%), 송파·마포·도봉·노원구(0.08%), 광진구(0.07%)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부동산원은 “2·4대책과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매수세가 둔화하며 대체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재건축 단지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상승 폭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과 경기에서는 GTX 등 교통망 확충 지역 위주로 올랐다. 의왕시(0.91%)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개발 기대감에 시흥시(0.82%)가 지난주(0.71%)에 이어 오름 폭을 키웠다. 광명시 역시 0.4%에서 0.42%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역시 지난주 0.17%에서 이번 주 0.16%로 상승 폭을 줄였다. 서울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6% 상승을 유지했지만 경기(0.2%→0.18%)와 인천(0.33%→0.25%)이 상승세가 둔화되며 수도권(0.17%→0.15%) 전체의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부동산원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이나 신축 단지는 아직 전세가 오르고 있고, 일부 고가 단지는 매물이 쌓이면서 호가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LH 직원 144명이 3기 신도시와 인접한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고양시 행신동, 하남시 덕풍동 지역의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가 신도시 개발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고 인접 지역 주택을 매입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11일 “국토부 공무원 25명과 LH 직원 119명이 3기 신도시 개발지구와 인접 지역에 아파트 등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투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사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다산신도시와 행신동 덕풍동에서 토지가 아닌 아파트 빌라 등을 매입했다. 다산신도시는 남양주 왕숙지구, 행신동은 고양 창릉지구, 덕풍동은 하남 교산지구와 인접해 있다. 합조단 관계자는 “개발예정지역 옆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 아파트를 거래한 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불법 거래가 아닌지 조사해봐야 한다는 취지”라며 “기존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어서 실거주 여부, 정확한 매입 시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기 전에는 (투기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은 3기 신도시가 추진되며 집값이 뛰었다. 덕풍동 한 아파트 단지는 3기 신도시 발표 전인 2018년 11월 전용 84m²가 3억 원 중반에 팔렸지만 지금은 6억 원대로 가격이 급등했다. 행신동의 전용 130m² 아파트 역시 2019년 5월 창릉지구 발표 전에는 5억∼6억 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8억 원 중반대로 가격이 뛰었다. 다산신도시 역시 2018년 말 5억∼6억 원대였던 전용 84m² 아파트 시세가 최근 10억 원까지 올랐다. 다만 2018년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했을 당시 이곳 주민들은 가뜩이나 교통이 안 좋은데 주변에 신도시가 추가로 들어서면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주거지역이어서 통상적인 거주용 주택을 구입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3기 신도시의 경우 교통대책이 함께 발표됐기 때문에 인근 지역 주거 여건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감에 집을 매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땅 투기 의혹은 ‘LH’로남불.”(‘LH가 하면 노후 대비,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이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온라인 게시물(사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톡방 등에는 LH의 알파벳 ‘L’을 한글 자음 ‘ㄴ’으로, ‘H’를 한글 모음 ‘ㅐ’로 각각 보고 LH를 ‘내’로 읽는 언어유희 풍자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LH돈 LH산’(LH 돈으로 LH 땅을 샀다)이라고 농담을 하거나, 정경유착과 비리를 다룬 ‘내부자들’ 포스터는 ‘LH부자들’로 패러디하고, ‘다 내꺼야’라는 동화책 제목을 ‘다 LH꺼야’로 읽는 식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합성한 게시물도 있다. LH가 내부정보를 투기에 이용했다는 의혹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나도 LH 지원할 걸 그랬다’는 푸념을 담은 게시물도 많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행정고시 패스한 공무원’과 ‘20억 원 자산가인 LH 직원’ 중 누가 나은지 설문을 올리는 식이다. “대기업 6년 차 직원이고 능력 인정받고 있는데 LH 경력직 입사 가능하냐”는 게시물에는 “이미 자리 다 찼다” “어려울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LH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LH 혁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더 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LH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 / 세종=남건우 기자}

“차명거래 등 수면 아래의 거래를 조사하지 않은 채 ‘꼬리 자르기’식 결과를 내놓은 것 아닙니까?”(이종익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장)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일주일간의 투기 의혹 조사에서 투기 의심자 20명을 확인했다는 정부 발표에 신도시 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투기는 형제자매나 지인 등을 통한 차명거래가 대부분인데 본인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LH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정부 발표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빙산의 일각’ 20명만 확인 합동조사단이 투기 의심자로 분류한 LH 직원 20명 중 13명은 이미 참여연대와 민변이 투기 의혹이 있다고 지목한 사람들이다. 새로 찾아낸 사례는 7명이 전부다. 4일부터 남양주 왕숙, 광명·시흥, 인천계양 등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등 대규모 택지 2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지만 실명으로 투기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 한계가 있는 조사였던 셈이다. 과거 1, 2기 신도시 관련 수사 당시 검찰은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친인척과 지인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수사를 했다. 그 결과 투기 사범 1만3000여 명을 적발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선 본인만 포함됐고 향후 조사도 부모, 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장인 장모, 시부모, 이모, 고모, 지인 등을 통한 차명거래나 법인을 통한 거래도 현재로선 조사 대상이 아니다. 민변이 LH와 국토부 직원 명단을 3기 신도시의 토지 거래 명세와 비교해 본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사 대상 지역이 3기 신도시와 과천, 안산장상지구에 국한됐다는 점 때문에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신도시 인접 지역과 수도권 외 지방까지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가 지정한 전국 공공택지지구와 세종시 등 가격 급등지에 대한 조사와 수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남 교산지구에 농지를 갖고 있는 한 주민은 “나중에 조사해도 되는 실명 거래를 조사하느라 일주일이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LH 직원과 지인 22명 공동 매입 이번 정부 발표에서 새로 투기 의혹이 드러난 7명은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과천 등 신도시 예정지 4곳에서 토지를 샀다. 조사 결과 전체 투기 의심자(20명) 가운데 6명은 2필지 이상의 토지를 매입했고 이 가운데 1명은 8개 필지를 사들였다. LH 직원과 지인이 공동으로 땅을 사기도 했다. 특히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땅 1필지 매입에는 LH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투기 의심자들은 해당 토지가 신도시나 택지지구로 지정되기 2년 전부터 매입에 나서 지구 지정 공고일 6개월 전까지 모두 19개 필지를 사들였다. 이 때문에 투기 의심 행위가 3기 신도시 전반에 퍼져 있을 뿐 아니라 LH 전·현직 직원과 지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토지 매입에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합조단은 투기 의심자로 지목된 LH 직원 20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78명으로 구성된 ‘부동산 투기사업 특별수사대’를 편성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안산장상, 과천 등 신도시 주변의 토지 거래, 인접지역 토지 거래명세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투기 혐의자를 찾아내려면 향후 조사와 수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직자라면 누구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도 이미 공무원 재산공개 대상으로 감시 대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인을 통한 차명거래, 정보를 알려주고 대가를 받는 행위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지금 같은 전수조사 방식으로는 변죽만 울릴 뿐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이경진 기자}

“땅 투기 의혹은 ‘LH’로남불”(‘LH가 하면 노후대비,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이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온라인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톡방 등에는 LH의 알파벳 ‘L’을 한글 자음 ‘ㄴ’으로 ‘H’를 한글 모음 ‘ㅐ’로 각각 보고, LH를 ‘내’로 읽는 언어유희 풍자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LH돈 LH산’(LH 돈으로 LH 땅을 샀다)고 농담을 하거나, 정경유착과 비리를 다룬 ‘내부자들’ 포스터는 ‘LH부자들’로 패러디하고, ‘다 내꺼야’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다 LH꺼야’로 읽는 식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합성한 게시물도 있다. LH가 내부정보를 투기에 이용했다는 의혹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나도 LH 지원할 걸 그랬다’는 푸념을 담은 게시물도 많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행정고시 패스한 공무원’과 ‘20억 원 자산가인 LH 직원’ 중 누가 나은지 설문을 올리는 식이다. “대기업 6년 차 직원이고 능력 인정받고 있는데 LH 경력직 입사 가능하냐”는 게시물에는 “이미 자리 다 찼다” “어려울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LH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LH 혁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더 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LH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새샘기자iamsam@donga.com세종=남건우기자 woo@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토지 매입에서 시작된 투기 의혹이 택지뿐 아니라 도로, 철도, 산업단지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다른 일반 개발도 투기 여부를 적극 알아보겠다”고 밝히면서 정부합동조사단 조사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도로, 철도, 산단…연이은 투기 의혹 10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인 A 씨는 지난해 9월 포천시 땅 1889m²와 1층짜리 건물을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방식으로 40억 원에 사들였다. 해당 땅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전철역이 생길 예정이어서 비공개 정보 활용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19년경 전철 7호선과 양주 옥정∼포천선(19.3km)을 잇는 사업을 담당하다가 이듬해 1월 부서를 옮긴 뒤 9개월 만에 땅을 사들였다.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고속도로 인근 토지를 매입했다가 파면당한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에 따르면 도로공사 직원 C 씨는 2017년 당시 비공개 정보였던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설계도면을 활용해 고속도로 나들목(IC) 인근 1800m² 규모의 토지를 매입했다. 도로공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거래한 C 씨를 파면 조치했다. 광역급행철도(GTX) 역사 등 교통망 확충 사업에서도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조사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 GTX 예정 지역에선 신규 역사가 발표되거나 노선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소문만으로도 집값이 급등했다. 올해 1월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상록수역에 정차할 수 있다는 온라인 기사가 뜨자 인근 역세권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다른 개발사업에 대한 투기 의혹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277만 m² 규모로 조성 중인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와 관련한 투기 의혹 수사에 나섰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2018년 초 이른바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이 주택에 대한 외지인 거래가 늘었다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소에는 토지 거래가 거의 없던 곳인데 갑자기 조립식 주택이 늘어 개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후 땅값이 2, 3배 뛰었다”고 전했다. ○ 전국 전수조사 방침에 실효성 의문 제기 이처럼 투기 의혹이 택지뿐 아니라 공공 주도 개발 사업 전반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전국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만 보더라도 한국도로공사 직원은 올해 1월 기준 8945명, 국가철도공단은 2091명, 한국철도공사는 3만2286명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나 지역사회에서 개발 추진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자신들의 제안을 유력한 안으로 외부로 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많아 지자체와 민자사업자가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노선이 바뀌거나 역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될 여지가 큰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전수조사 방식으로는 조사 대상만 무한정 늘릴 뿐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는 사례를 효율적으로 걸러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개발사업을 조사할 때는 신도시 사업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도시 택지만 하더라도 조사 대상이 수만 명에 이르는데 전국 단위의 개발사업에 같은 전수조사 방식을 적용하면 판만 벌이고 남는 결과물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투기로 시세차익을 챙겼을 만한 거래를 특정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박종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기 행위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벌어졌던 데다 변 장관이 LH 직원을 감싸는 듯한 발언까지 해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까지 변 장관 경질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청은 일단 당장 경질이 이뤄질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변 장관이 내놓은 2·4 부동산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강조한 것은 당장 경질을 고려하진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변 장관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일단 상황을 확인해 본 다음 성역 없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든지 다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질 문제는 정부의 합동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변 장관의 관리 소홀 등 책임이 드러나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 국토부 관계자도 “장관이 물러나면 2·4공급대책 등의 추진에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질을) 논의한 바가 없다”며 “당과 정부, 대통령이 아주 철저하게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강도로 처벌한다는 분명한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누구 하나가 직을 버리고 사퇴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발본색원하고 이 기회에 시스템 개선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책임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 장관을 경질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 장관 재직 시절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구조적으로 LH 임직원들의 투기 행위가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지 않느냐”며 “말실수를 한 것 빼곤 변 장관이 아직 책임져야 할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4·7 보궐선거에 미칠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가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변 장관은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새샘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추진 속도를 높이려고 토지보상 대상을 늘리고 혜택을 키우면서 공공 부문 직원들의 투기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변화의 의미를 빠르게 파악한 공공 부문 직원들이 재산 증식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신도시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대토보상을 활성화하고 토지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3기 신도시 추진 속도를 높이는 한편 현금으로 보상할 경우 이 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였다. 일례로 정부는 거주민에게 우선 공급권이 주어지는 택지 종류에 단독주택 용지 외 공동주택 용지를 추가했다. 거주민들끼리 조합을 꾸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에게 우선 공급되는 협의양도인 택지에 단독주택 용지 외에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도 도입했다. 한 토지보상 전문 감정평가사는 “토지 자체에 대한 보상액은 시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익이 크지 않아 일반인들은 토지 투자를 결심하기 쉽지 않다”며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들은 협의양도인 우선공급 택지 등 관련 규정과 정부 정책 변화를 빠르게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지 투자 전문 컨설턴트는 “협의양도인 택지를 신도시 어디에 받느냐도 향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LH 직원이라면 토지를 배정받을 때 유리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내부자 거래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가족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10여 명이 추가로 나왔다. 개발 지역 농지를 사들이는 등 투기 의혹으로 조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 현재까지 최소 44명에 이른다. 정부합동조사단은 10일 1차 조사를 마무리한 뒤 1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과 정부합동조사단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전·현직 직원은 최소 28명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 LH 직원 13명을 비롯해 전직 직원 2명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LH 직원 중 기존에 의혹이 제기된 것 외에도 10여 명이 조사 기간 중 대상 택지에 땅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직원 3명이 LH 내부 감사실 신고센터에 “신도시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차 조사 결과 파악된 직원들을 바로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셀프 조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스스로 위법성을 판단할 경우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는 자체 조사 결과 광명·시흥지구 등에 토지를 취득한 시청 직원이 각각 6명, 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광명시는 5급 2명, 6급 3명, 8급 1명이 2015∼2020년 각각 100∼1322m²의 농지 또는 대지를 취득했다. 시흥시의 5급 공무원 1명은 지난해 10월 91m²의 제방을 경매로 매입하기도 했다. 광명시와 시흥시는 “직원들 중 상속을 받았거나 매입 시기가 오래돼 투기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밝혔지만 이들 대부분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북부에서도 포천시의 한 간부급 직원이 도시철도 연장 노선에 있는 역사 건설 예정지 인근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부인이 광명·시흥지구 인근의 개발추진구역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토지를 매입한 사례가 발견돼 투기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흥시의회 소속 A 의원(무소속)의 부인 B 씨는 2017년 12월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미래형 첨단 자동차 클러스터(V-city) 복합단지’ 사업 예정지 내에 있는 1517m²의 농지를 3억6700만 원에 매입했다. A 의원은 6개월 뒤인 2018년 6월 ‘V-city 사업 조기 추진’을 공약하며 시의원에 당선됐다. 사업 대상지의 토지 호가는 이후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권기범 kaki@donga.com·이새샘 / 광명·시흥=이경진 기자}

“예전에도 비일비재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그런 줄은 몰랐네요. 요즘 시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취재하며 부동산 업계 사람들에게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반응이다. 실제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법상 비밀누설 금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0건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했다는 것이다. 내부 감시가 그만큼 소홀했다는 얘기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촉법’은 택지 개발 및 신도시 조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1980년 제정됐다. 주택 수급이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판단이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은 강제수용으로 원주민을 내몰고, 투기꾼의 이익만 키운다는 비판이 많았다.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이 계속되면 구도심의 공동화와 슬럼화를 낳는다는 목소리도 컸다. 택촉법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지연되며 살아남았지만 정부는 이후 신규 택지 지정을 사실상 중단했다. 정부 주택 공급의 방점은 대규모 택지 개발보다는 공공임대주택에 찍혔다. 신도시가 없으니 신도시 투기도 불가능했다. 특히 땅 투기 의혹이 나온 광명·시흥지구는 택촉법 폐지 방침이 나온 이듬해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해제됐다. 신도시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었던 셈이다. 사망선고를 받았던 신도시 정책이 다시 살아난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투기 우려를 이유로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하는 등 민간 재건축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다시 민간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던 시기였는데 이를 막은 것이다.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저금리로 불어난 유동성을 업은 아파트 가격은 민간의 주택 공급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까지 안고 계속 치솟았다. 민간 규제는 계속하면서 공급 감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신도시 카드가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공공이 공급 주체가 돼야 한다는 고집은 2·4공급대책까지 계속됐다. 신도시 정책이 부활하는 사이 시대는 바뀌었다. 국민들의 공정에 대한 감각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투기 방지책은 신도시 발표 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 외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제도는 물론이고 공직자들의 도덕적 감수성도 과거에 머물렀다. 그 결과가 이번 LH 땅 투기 의혹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설계했다고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은 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정권에 따라 세제, 공급, 금융정책 등이 자신의 지지 집단에만 경도될 경우 정책적 합리성은 무시되기 마련”이라며 “부동산정책의 큰 틀을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장기간에 걸친 로드맵으로 정해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정부가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부동산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이 사태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

정부가 3기 신도시 추진 속도를 높이려고 토지보상 대상을 늘리고 혜택을 키우면서 공공 부문 직원들의 투기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변화의 의미를 빠르게 파악한 공공 부문 직원들이 재산 축적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신도시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대토보상 활성화 및 토지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3기 신도시 추진 속도를 높이는 한편 현금으로 보상할 경우 이 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였다. 일례로 정부는 거주민에게 우선 공급권이 주어지는 택지 종류에 단독주택 용지 외 공동주택 용지를 추가했다. 거주민들끼리 조합을 꾸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에게 우선 공급되는 협의양도인 택지에 단독주택 용지 외에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도 도입했다. 한 토지보상 전문 감정평가사는 “토지 자체에 대한 보상액은 시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익이 크지 않아 일반인들은 토지 투자를 결심하기 쉽지 않다”며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들은 협의양도인 우선공급 택지 등 관련 규정과 정부 정책 변화를 빠르게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지 투자 전문 컨설턴트는 “협의양도인 택지를 신도시 어디에 받느냐도 향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LH 직원이라면 토지를 배정받을 때 유리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내부자 거래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퇴직한 A 씨는 LH 후배들과 수시로 만난다. 지난해 LH 전·현직 직원 모임에서 한 후배가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토지가 있다”고 하자 모임에 참석했던 ‘OB(올드보이)’ ‘YB(영보이)’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땅 매입 시 감수해야 할 리스크보다 기회가 크다는 데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했다. A 씨는 대출 금융기관을 알아보고, 후배들은 입지 분석을 맡을 계획을 세웠다. ‘LH 투기 의혹’의 이면에는 이처럼 전직과 현직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개발 정보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토지 전문가로서 평생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개인적인 재산 증식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실명 안 남기려 퇴직자가 세운 법인 통해 투자 토지 전문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LH 투기 의혹 조사에서는 실명 투자만 살펴본다고 하는데, 개인 명의로 땅을 투자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퇴직자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직 직원들의 출자를 받은 후 토지를 매입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거래 기록에는 법인명만 남고 직원들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 차명 거래 같은 비합법적 방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법인을 통해 토지 거래를 하면서 감시망도 피할 수 있다. 정부 합동조사로는 LH 전·현직 직원이 함께 땅을 매매한 사례를 모두 가려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신뢰가 중요한 땅 매입에서 직장 동료끼리 공동으로 돈을 모아 토지를 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본다. 한 컨설턴트는 “토지는 대부분 친인척과 투자하고, 남남이면 서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일종의 ‘보증’을 서놓는다”며 “LH 직원들의 공동 매입이 많다는 건 그만큼 LH 내 토지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LH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 13명 중 12명은 입사 30년 차 이상(1984∼1992년 입사)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1, 2기 신도시 개발 과정을 보며 노하우를 습득한 이들이 토지 보상 경험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신도시 땅 매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술자리에서 ‘여기 사라’ 찍어주기도” LH 내부 분위기는 자신들의 땅 매입은 정당한 투자일 뿐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LH 직원이 술자리에서 경기도 한 지역의 땅을 사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냥 흘렸는데 나중에 실제로 택지로 발표돼 놀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 LH 직원은 회식 자리에서 부서 상급자가 ‘재테크를 잘해야 한다’며 자신이 산 땅을 알려주면서 돈이 있으면 꼭 사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H는 오랜 기간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직장보다 관계가 끈끈하고, 퇴직해도 전·현직 직원 간 모임이 많다”며 “과거에도 LH가 개발한 땅에 청약해 당첨된 직원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하자’는 얘기도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과거 신도시 보상 업무에 관여했던 한 감정평가사는 “과거 1, 2기 신도시 때 감정평가를 나갔더니 LH 직원이 ‘가족이 산 땅’이라며 잘 봐달라고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며 “그 같은 일이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H 전·현직 직원들의 끈끈한 관계는 부동산업계에서 유명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퇴직자들이 용역회사를 설립해 LH가 발주한 각종 사업에 지원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며 “퇴직자 모셔가기가 치열해 고액 연봉에 차량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전·현직 직원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각종 개발사업의 이권을 챙길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일은 LH가 사실상 토지 개발을 독점하고 ‘갑’의 지위를 누리면서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내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9일 오전 9시 반부터 10시간 동안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 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 등 1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시민단체들이 2일 의혹을 제기한 지 7일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찰은 3기 신도시 부동산을 매입한 LH 직원 13명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여권이 없는 1명을 제외한 12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들의 주거지와 휴대전화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일부 직원의 자택에서 나대지 등 토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긴 토지 개발 관련 지도를 확보해 입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LH 본사 IT기획운영처에서 보관하고 있는 전자문서와 메신저 및 e메일 송수신 내역이 담긴 전산기록 등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이곳에는 LH 본사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본부 등의 자료도 포함돼 있어 수사 범위가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경찰은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를 구성했다. 합수본은 수사 범위를 3기 신도시 외에 다른 지방의 투기 의심 지역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투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 대상을 신도시 인접 지역뿐만 아니라 세종시 등 지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9일 밝혔다. 택지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지역에 대한 투기도 조사 대상으로 검토된다. 조사 지역과 대상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LH 투기 의혹 조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출석한 변 장관은 ‘세종시 등 지방에도 투기 의혹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신도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조사를) 확대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도시 인근에 투기 행위가 다수 있을 것’이라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는 “인접 지역까지 이번 조사에 포함했다”고 답했다. 변 장관은 또 “조사를 신도시부터 시작했지만 투기가 전체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 확인되면 다른 ‘일반 개발’도 (투기 유무를) 적극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도로 교통 철도 개발이 추진될 때 개발 가능지를 찾아 너도나도 투자하고 있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변 장관은 ‘토지 몰수를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의에 “논란이 있지만 부진정 소급입법을 통해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도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은 이르면 10일 오후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11일 오후 정 총리가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한 국토부와 LH 직원 12명은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권기범 kaki@donga.com / 진주=강정훈·이새샘 기자}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토교통부 공무원 1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11명 등 총 12명이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으로선 개인정보 이용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1차 조사 대상자인 국토부와 LH 직원 중 41명이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을 거부했다. 조사단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 국토부와 LH 직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조회하는 방식으로 3기 신도시에 투자한 적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 시스템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려면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다. 국토부에선 4509명 중 4508명이 동의했지만 1명은 거부했다. LH는 9839명 중 9799명은 동의했지만, 29명은 군복무나 해외체류 등의 이유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11명은 제출 자체를 거부했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땅 매입 정황이 드러난 LH 투기 의혹자 13명은 모두 동의서를 냈다. LH는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거부감으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부와 LH 직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정보제공 동의서는 10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지자체와 지방공사에 대한 동의서는 다음 주 중 받을 계획이다. 거래내역이 확인된 직원은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