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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감 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그의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시신의 행방마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정적이던 나발니가 세상을 떠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종신집권 ‘철권통치’의 초석을 공고히 다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푸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시신이 정확히 어디에 안치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인 노바야가제타유럽은 18일 “나발니의 시신이 보통의 옥사자가 안치되는 법의학국 안치소가 아니라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의 살레하르트 마을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나발니 시신에서 멍자국들이 발견됐으며, 이는 경련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강한 경련을 일으킨 나발니를 다른 사람들이 붙잡으며 멍이 생겼다는 얘기다. 러시아 안팎에선 나발니에 대한 추모 열기가 거세지만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발니의 죽음으로 푸틴의 정치적 장악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우선 나발니의 사망으로 러시아 내 야권 구심이 사라지면서 다음 달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걸림돌 없이 6년의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부터 총리직(2008∼2012년) 포함 24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푸틴은 이번에 재집권하면 29년 동안 소련을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을 넘어서게 된다. 대외적 여건도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17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핵심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 철수를 선언하며,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점령 뒤 가장 큰 땅을 차지하게 됐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는 결정적 군사적 타격을 입었고, 전쟁 주도권은 푸틴에게 확고히 넘어갔다”고 했다. 서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30일 2.6%로 수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예측했던 1.1%의 갑절 이상이다. 이런 상황들은 자칫 푸틴의 과도한 자신감으로 이어져 향후 심각한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고령의 러시아 통치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것보다 더 무모한 행동들을 앞으로 몇 년간 더 보여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나발니의 의문사를 계기 삼아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더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석유 재벌 출신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에서 “나발니의 죽음 이후 푸틴에 대해 더욱 강경해져야 한다”며 “3월 17일 대선에서 투표용지에 ‘알렉세이 나발니’란 이름을 써서 저항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일 뮌헨에서 16∼18일 열린 세계 최대 안보 분야 국제회의 ‘뮌헨안보회의(MS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각국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뿐만 아니라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 시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비판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 또한 규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비용 문제를 이유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와서 전장을 직접 보라”며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사는 푸틴 같은 침략자를 처벌하지 않고 (타국) 영토를 점령하도록 허용하면 계속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보여준다”고 동조했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최근 러시아의 수배 명단에 오른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성과를 거두면 다른 곳의 침공을 유도해 세계 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위이이이잉∼.’ 16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 방공 생산시설인 프랑스 리무르의 탈레스 군수 공장. 탱크 크기의 장비 위에 접혀 있던 사각 레이더가 굉음을 내며 위로 펼쳐졌다. 별도의 모니터에 뜬 프랑스 지도 위에는 수십 개의 점이 나타났다. 레이더가 전파로 포착한 비행물체들 위치다. 점마다 비행 속도와 높이, 물체의 종류 등 세부 정보가 깨알같이 제시됐다. 이 장비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 반경 250km 내 무인기(드론), 미사일 등을 찾아내는 ‘그라운드마스터(GM) 200’ 레이더다. 지난해 2월 1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곳에서 GM 200 레이더 1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에서 군용 레이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탈레스는 리무르 공장에서 제작된 제품의 80%를 다른 국가로 수출한다. 전 세계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고, 주요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며 레이더 주문도 급증했다. 탈레스 대변인은 “생산량을 늘리려 최근 리무르 공장 시설을 재정비했다”며 “조만간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의 군수품 생산 경쟁이 치열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른 유럽 국가들도 넘보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국방비를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 공격을 용인하겠다며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 전부터 생산, 납품 속도 높여”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GM 200 레이더 공장에는 안테나 등 레이더 부품 수백 개가 생산 공정에 신속히 투입되기 위해 미리 쌓여 있었다. 에리크 마르소 레이더 부문 부회장은 “레이더 수요가 급증해 얼마 전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전 미리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적으로 방위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군부대 연설에서 “방산 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자기만족에 빠져 (전쟁에) 무감각했다”며 업계에 ‘속도전’을 주문했다. 서방에서 미국에 이어 국방비를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영국도 무기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벤 브리지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 영국법인 회장은 최근 영국 매체 시티AM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생산 속도”라며 영국이 군수품 조달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비 확대를 자제했던 독일은 작년 2월 군비 지출의 ‘자이텐벤데(역사적 전환점)’를 선언하고 군수 산업을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방산 기업인 라인메탈은 12일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운터뤼스에서 공장 기공식을 열며 “최우선 목표는 최대한 빨리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독일이 탄약을 자주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생산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푸틴-트럼프 ‘쌍둥이 위협’ 유럽 국가들이 국방 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는 러시아가 정부 지출의 30% 이상을 국방에 쏟으며 유럽 국가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5∼8년 안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보지 못했던 위협을 경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나토 회원국들에 러시아의 공격을 용인할 수 있다며 국방비 지출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며 자국 군수품이 소진돼 재고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미 하원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 유럽이 지원을 두 배로 늘려야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안팎의 위협 요인에도 유럽 자체 국방력은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필립 셰틀러존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인도태평양 안보 선임연구원은 “나토의 여러 동맹국은 여전히 군 현대화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리무르=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언론들은 연초부터 프랑스 젊은 정치 스타의 탄생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9일 프랑스 공화국 역대 최연소 총리로 임명된 가브리엘 아탈(35). 그가 자주 입는 남색 양복의 특징이나 옛 동성 연인과의 인연까지 깨알같이 보도된다. 현재의 화제성만 놓고 보면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자나 웬만한 아이돌도 제친 분위기다.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엘리트이자 부르주아라는 반감이 있기는 하다. 성공한 영화 제작자이자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파리 명문 사립고교와 그랑제콜인 파리정치대(시앙스포)를 졸업하며 윤택하게 자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탈 총리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1일 프랑스 일간 레제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탈 총리의 신뢰도는 32%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신뢰도(25%)보다 7%포인트 높다. 전임자인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의 취임 당시 지지율(27%)보다도 5%포인트 앞섰다. 기성 정치인들보다 젊은 에너지로 교육 개혁을 이뤄냈단 평가가 많다. 아탈 총리는 이런 기대감에 호응하듯 총리 취임 뒤 첫 과제였던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를 낸 비결로는 탁월한 소통 능력이 꼽힌다. 그는 일찍이 유려한 화술로 주목받아 ‘언어의 저격수’로 불렸다. 소통 기술의 포인트는 노동계나 교육계가 자주 쓰는 표현을 자신의 연설에 넣는 것이다. 국민들이 ‘총리가 우리 요구를 경청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려는 취지다. 아탈 총리는 경청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직접 농촌을 찾았고, 이 모습은 그의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솔직하고 소탈한 점도 대중의 마음을 사고 있다. 10대 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다소 창피할 수 있는 경험도 털어놨다. 총리에 지명된 직후 외교장관에 발탁된 스테판 세주르네와 과거에 동성 연인이었던 사실도 공개했다. 3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건 행운이고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고 담담하게 말하기도 했다. 아탈 총리의 내공을 키운 건 청년 정치를 적극 받아들이는 프랑스 정치의 토양이다. 그가 사회당에 입당하며 정치를 시작한 건 17세 때다. 한국과 달리 각 정당이 가입 연령을 재량껏 내규로 정하니 가능한 일이다. 사회당은 만 15세 이상 청소년이면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정당마다 활성화된 청년 조직도 한몫했다. 아탈 총리는 2010년 사회당 청년조직 소속으로 파리정치대 지부 대표 선거에 출마해 학습의 기회로 삼았다. 중도 성향 르네상스의 ‘마크롱과 함께하는 청년들’, 극우 국민연합(RN)의 ‘청년 국민연합’ 등 정당마다 탄탄한 청년 조직이 청년 정치인들의 인큐베이터가 되고 있다. 정치 제도뿐 아니라 문화도 청년에게 열려 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유능한 청년이라면 다른 진영이어도 받아들인다. 실제 아탈 총리는 정치 입문 초기에 진보 성향 사회당에서 10년간 활동하다 탈당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한 중도 성향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에 합류했다. 지난해 마크롱 2기 내각의 교육부 장관 때는 중도 성향인 르네상스 소속이었지만 전통 보수인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그가 한국에서 정치를 했다면 ‘철새 정치인’ 혹은 ‘우클릭’이란 꼬리표가 발목을 잡았을 수도 있다. 프랑스 하원 의원 평균 연령은 2012년 54.6세였지만 2022년 총선 때는 48.5세로 낮아지며 또 다른 아탈의 출연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8세인 한국보다 10년가량 젊다. 아탈 총리나 마크롱 대통령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이기도 한 노동·교육 개혁을 주도하며 낡은 정치를 바꾸고 있다는 걸 우리도 눈여겨봐야 한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는 게 러시아에 이롭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대해서는 “미 대선이 점점 더 악랄해진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을 두고 진짜 속내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 자국 국영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미 대선에서 이기는 게 더 러시아에 좋은가’라는 질문에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 가능하며 전통적인(old school) 정치인”이라며 “우린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인지 능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다”며 미 선거 캠페인의 인신공격적 측면을 비판했다. 그는 2021년 스위스 제네바 회의를 회상하며 “사람들은 이미 그때 바이든이 유능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난 그런 걸 전혀 못 느꼈다”며 “그는 (말할 때) 자신의 메모를 봤는데 솔직히 나도 내 메모를 봤다. 이런 건 별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헬리콥터에서 내리다가 머리를 부딪힌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인터뷰가 실제 푸틴 대통령의 속내를 밝힌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방 안보전문가들은 “푸틴은 실제로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랄 것”이라고 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하는 방향으로 끝내려면 고립주의 노선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귀환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유세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내게 ‘그거, 참 안 됐네’라고 말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그가 내게 정말 큰 칭찬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미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어 “재선에 성공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매우 신속하게 종식시키는 등 놀라운 일을 성취하겠다”고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게 러시아에 이롭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대해서는 “미 대선이 점점 더 악랄해진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을 두고 진짜 속내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 자국 국영방송 로씨야1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미 대선에서 이기는 게 더 러시아에 좋가’라는 질문에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가능하며 전통적인(old school) 정치인”이라며 “우린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인지 능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다”며 미 선거 캠페인의 인신공격적 측면을 비판했다. 그는 2021년 스위스 제네바 회의를 회상하며 “사람들은 이미 그때 바이든이 유능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난 그런 걸 전혀 못 느꼈다”며 “그는 (말할 때) 자신의 메모를 봤는데 솔직히 나도 내 메모를 봤다. 이런 건 별 게 아니다”고도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헬리콥터에서 내리다가 머리를 부딪힌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이번 인터뷰가 실제 푸틴 대통령의 속내를 밝힌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방 안보전문가들은 “푸틴은 실제로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랄 것”이라고 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하는 방향으로 끝내려면 고립주의 노선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귀환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유세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내게 ‘그거, 참 안 됐네’라고 말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그가 내게 정말 큰 칭찬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미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어 “재선에 성공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매우 신속하게 종식시키는 등 놀라운 일을 성취하겠다”고도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4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노천 서점 ‘부키니스트’가 올해 파리 올림픽 기간(7월 26일∼8월 11일)에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 보안을 위해 올림픽 기간 일시적으로 부키니스트 매대를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한 것이다. 엘리제궁은 13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대비해 센 강변의 부키니스트를 철거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부가 부키니스트 운영자들과 철거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은 내무장관과 파리 경시청장에게 모든 서점을 보존하고 강제로 이전시키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부키니스트가 늘어선 센 강변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파리 경시청은 서점 매대가 개막식 시야를 가리거나 폭발물 설치 장소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부키니스트 운영자들에게 올해 올림픽 개막식 전 가판대를 철거하라고 지난해 통보했다. 하지만 운영자들은 서점 운영 차질로 생계를 위협받고, 매대가 손상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지식인들도 수도의 살아 있는 유산을 올림픽 때문에 해칠 수 없다며 성명을 냈다. 프랑스 정부는 개막식은 예정대로 센강에서 열 계획이다. 개막식 수용 인원은 보안을 고려해 기존 60만 명에서 절반인 30만 명으로 줄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은 갈수록 현실화되는 위협(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게 ‘찬물 샤워’ 같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를 잇달아 만난 뒤 이같이 말했다. 동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을 받은 뒤 안보 불안이 크던 차에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임 당시 나토 탈퇴까지 거론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럽 국가들에 ‘정신 차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 유럽 주요국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가 3국 협력체인 ‘바이마르 삼각동맹’ 부활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유럽 자체 안보 역량 강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럽, 1년 내 방산 역량 키워야” 프랑스, 독일, 폴란드 3국 외교장관은 이날 파리 교외 라셀생클루에서 그간 휴면 상태였던 바이마르 삼각동맹 부활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3국 비공식 협의체로 1991년 폴란드의 소련 탈퇴를 지원할 목적으로 창설됐지만, 나토 등을 통해 그 기능 대부분이 다뤄지며 사실상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부상으로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유럽의 두 강대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폴란드가 적극적인 모양새다. 투스크 총리는 유럽 국가들에도 “가능한 한 빨리, 향후 12개월 내 더 큰 방공 능력과 탄약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군사 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촉구했다. 폴란드 정부 소식통도 로이터통신에 “유럽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승리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답해야 하는 문제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안보 자강(自强)’은 비단 안보 불안에 쫓기는 폴란드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숄츠 총리는 “폴란드, 프랑스, 독일 간 협력은 유럽에 좋다”면서 유럽에 새로운 탄약 공장을 개설해 무기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연합(EU)의 자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유럽에서 나토를 보완하고 대서양 동맹의 기둥이 되는 안보 및 국방력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럽, 방어에 10년 걸려” 회의론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또다시 나토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지금은 (나토 회원국에)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내가 없기에 그들이 또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이건 틀렸다”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다음 달 12일 출간 예정인 CNN 안보전문기자 짐 슈토의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2% 기준을 달성한 국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17년만 해도 29개 회원국 중 4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31개국 가운데 11개국으로 늘어났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며 올해는 절반 이상이 2%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무기가 바닥이 나 ‘안보 자강론’이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사장은 BBC에 “유럽이 완전히 방어할 준비를 갖추려면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유럽의 탄약고가 텅텅 비어 있다”고 했다. 나토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려던 영국 항공모함 두 척이 잇따라 고장 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벌어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암 치료를 시작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매주 수요일 진행하던 총리와의 만남을 전화 통화로 대체하기로 했다. 장남이자 왕위 계승 1순위인 윌리엄 왕세자가 국왕의 암 진단이 발표된 뒤 첫 공개 행사에 나서며 영국 왕실이 변화를 맞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7일 “국왕의 암 치료로 총리가 국왕을 만나는 ‘수요 알현’을 전화 통화로 대신한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수요일 버킹엄궁에서 국왕을 만나 비공개로 국정을 논한다. 다만 버킹엄궁 측은 ‘통화 알현’은 일시적이라며 “이달 말에는 국왕과 총리의 대면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5일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 국왕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찾아온 차남 해리 왕자를 잠시 만난 뒤 왕실 소유 저택인 런던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묵었다. 6일 버킹엄궁에서 헬기를 타고 노퍽주 샌드링엄 영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암 진단 발표 이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블로이드 일간 데일리 메일 등은 “해리 왕자는 왕실 주거지 대신 고급 호텔에 숙박했다”며 “국왕과는 약 45분간 만났고 영국에 머문 시간은 약 24시간뿐”이라고 보도했다.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왕실을 떠난 뒤 가족과 멀어진 해리 왕자는 이번 방문 때 형 윌리엄 왕세자를 만나지는 않았다. 윌리엄 왕세자는 7일 오전 윈저성에서 훈장수여식을 주관해 국왕 암 진단 발표 뒤 처음으로 외부 행사에 등장했다.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수술 후 요양 중이라 세 아이를 돌보기 위해 3주 전부터 외부 활동을 일시 중단했지만, 상황상 국왕을 대신해 임무를 일부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 ‘무역전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구글, 아마존 등 미 빅테크 기업이 본사가 속한 미국뿐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린 유럽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등이 보복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미국과의 무역전쟁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처럼 유독 무역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특히 일찍이 무역전쟁 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외교장관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미국을 직접 찾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야당 공화당 인사들을 접촉하며 ‘친독 인사’들을 포섭하는 모습이다.● EU “징벌적 무역 대응책 마련”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EU 집행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에 대한 공식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재집권 시 EU에 대한 징벌적 무역 조치에 대응할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EU 관계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하는 것은 EU 회원국들의 의무”라며 무역전쟁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U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EU를 겨냥한 관세 등 강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EU 회원국들이 미 빅테크를 겨냥해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세가 첫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세는 빅테크들의 온라인 광고, 데이터 판매 등 매출의 2∼7%가량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은 이런 세금이 자국 빅테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불만을 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5일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유럽은 미 테크 기업을 규제하면서 왜 중국 테크 기업이 하는 일에는 눈을 감느냐”면서 “유럽이 미국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트럼프 1기를 교훈으로 삼아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EU를 ‘지옥’이라고 일컬으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적용하는 등 무역 공격을 가했다. 미국의 EU에 대한 무역적자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00억 달러(약 266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측이 볼 때 ‘불공정 무역 관행’의 요건에 해당하는 셈이다. ● 獨, 지난해 4월부터 트럼프 인사 접촉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은 미 대선 1년 전부터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대비에 들어갔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해 4월 “정부 외교 관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 등 독일 고위 관리들은 지난해 9월 공화당의 텃밭인 미 텍사스주 등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순진해선 안 된다”며 “독일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독일은 지난해 기준으로 멕시코, 중국,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4위 수입국이다. 독일 정계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하엘 링크 독일 자유민주당(FDP) 의원은 슈피겔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첫 임기 때보다 독일, 유럽, 세계에는 더 큰 도전”이라며 “미 대선 대응이 내 주요 업무가 돼 미국을 더 자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상원 의원 개개인은 법안 통과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상황이 어려워질 때 우리의 중요한 동맹자가 될 수 있다”며 포섭 의지를 드러냈다.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1월 야후파이낸스에 “유럽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그것(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에 대비해 진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달 24일 발발 2년을 맞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넘어 홍해, 레바논, 이라크 등으로 불똥이 튄 중동전쟁 등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무기가 있다. 바로 무인기(드론)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은 무기 소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타격이 가능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동전쟁도 하마스가 드론 공격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 역시 드론으로 홍해 바닷길을 마비시키고 있다. 실제 전쟁터에서 위력이 입증된 데다 2022년 12월 북한 드론이 서울 상공을 정찰비행하는 사태로 한국도 드론 방어체계 구축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젤렌스키, 포병 열세에 “드론부대 창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2년을 앞두고 드론을 ‘판세 역전’의 한 수로 믿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6일 야간 비디오 연설에서 “우리 군에 드론시스템 부대라는 별도 부대를 창설하는 법령에 방금 서명했다”며 ‘드론전쟁 속도전’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2024년 드론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갈수록 드론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건 ‘가성비’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없이 길어지며 무기와 재원이 소진되자 드론만 한 무기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이다. 조종사가 드론의 시점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어 붙은 명칭이다. 타깃을 발견하면 점점 고도를 낮춘 뒤 달라붙어 폭발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5일 “FPV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신화’에 가까운 지위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부 바흐무트의 드론부대 ‘아킬레스’는 최근 300∼500달러(약 40만∼66만 원)짜리 FPV 드론 몇 대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중무기를 무너뜨렸다. 간단한 FPV 드론은 400달러(약 50만 원) 정도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이보다 500배 비싼 약 20만 달러(약 2억7000만 원) 수준이다. 드론은 심리전에도 안성맞춤이다. 뻔히 드러나는 포격과 달리 드론은 소리 없이 날아가 공격하는 ‘조용한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새뮤얼 벤뎃 미 해군분석센터(CNA) 자문관은 이코노미스트에 “러시아 최전선에서 드론 공격의 위협 때문에 군대가 어둠을 틈타 소그룹으로 흩어져 움직이게 된다”며 드론이 러시아군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하마스 드론, 이스라엘 최첨단 무기 파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에서는 ‘드론전쟁’이 보다 본격화됐다. 특히 대규모 확전을 피하기 위해 목표물에 대한 정밀 공격이 중요한 상황에서 드론이 상대군의 핵심 인물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하마스의 부지도자 살리흐 알 아루리도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중동 소식통이 밝혔다. 드론의 위력을 일찍이 깨닫고 드론 전술을 가다듬어온 세력이 최근 홍해를 마비시키고 있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다. 후티 반군은 2019년을 ‘드론의 해’로 선언하고 드론을 개발했다. 이들은 드론을 마치 미사일처럼 목표물에 충돌시켜 폭발을 일으키는 전술을 써 더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미 NBC뉴스는 전했다. 드론은 남의 나라 전쟁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없다. 우리 군 당국은 2022년 12월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 사건 등 드론 도발에 대응하려 지난해 9월 국방부 직할 부대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지난달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이 부대를 방문해 “드론은 전장의 게임체인저”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 실전에서 효용성이 입증된 무기체계”라고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달 24일 발발 2년을 맞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넘어서 확전 양상을 띠는 중동전쟁 등 다양한 군사기술이 실전에 적용되는 전쟁터에서 최근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무기가 있다. 바로 무인기(드론)이다.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은 무기 소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타격이 가능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드론시스템 부대를 별도로 창설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을 드론으로 집중 타격하고 있다.중동전쟁도 하마스가 드론 공격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 역시 드론으로 홍해 바닷길을 마비시키고 있다. 북한도 드론 도발에 적극적이라 한국도 드론 방어체계 구축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젤렌스키 “드론부대 창설”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2년을 앞두고 드론을 ‘판세 역전’의 한 수로 믿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6일 야간 비디오 연설에서 “우리 군에 드론시스템 부대라는 별도 부대를 창설하는 법령에 방금 서명했다”며 ‘드론 전쟁 속도전’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올해 드론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적의 심장부까지 타격할 수 잇는 ‘최정예 첨병’으로 여긴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머무는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지난해 5월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 같은 해 8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 공항이 마비되기도 했다.러시아 역시 드론은 중요하다.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댐이나 에너지 시설, 탱크 등을 여러 차례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매체 ‘유로마이단 프레스’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의 1인칭 시점(FPV) 드론 생산량이 매달 5만 대인 반면, 러시아는 30만대에 이른다”고 전했다.갈수록 드론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건 ‘가성비’ 때문이다. 전쟁이 한없이 길어지며 무기와 재원이 소진되자 드론만한 무기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FPV 드론’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5일 “FPV 드론이 최전선에서 ‘신화’에 가까운 지위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의 드론부대 ‘아킬레스’는 최근 300~500달러(약 40~66만 원)짜리 FPV 드론 몇 대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중무기를 무너뜨렸다.드론은 심리전에도 안성맞춤이다. 뻔히 드러나는 포격과 달리 드론은 소리 없이 날아가 공격하는 ‘조용한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하마스 드론, 이스라엘 최첨단 무기 파괴최근 중동전쟁도 또 다른 ‘드론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습의 중심에도 드론이 있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도발을 선제적으로 제압하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한 ‘스마트 펜스’의 원격통제 무기 시스템(RCWS)은 작은 드론이 떨어뜨린 소형 폭발물에 허무하게 파괴돼 버렸다.예멘 후티 반군도 최근 드론으로 홍해 항로의 미국, 영국 선박들을 위협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일찌감치 드론의 가치를 알아보고 준비했다는 분석도 있다. 예멘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사나전략연구센터’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2019년을 ‘드론의 해’로 선언하고 적극 드론을 생산해왔다.드론은 남의 나라 전쟁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없다. 우리 군 당국은 2022년 12월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 사건 등 드론 도발에 대응하려 지난해 9월 국방부 직할 부대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지난달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이 부대를 방문해 “드론은 전장의 게임체인저”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 실전에서 효용성이 입증된 무기체계”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12월 발표한 ‘2024~2028 국방중기계획’을 통해서 북한의 드론 도발에 대응한 탐지-식별-타격이 통합된 무인기 방호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무인기를 탐지하고 식별해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으로 타격할 수 있는 소형무인기대응체계 등을 전력화해 방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찰스 3세 영국 국왕(76)이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사실을 공개했다. 장남을 뇌암으로 떠나 보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암 치료는 절대적 용기가 필요하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도 응원을 보탰다. 영국 왕실 버킹엄궁은 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국왕이 최근 양성 전립샘 비대증 시술 과정에서 (암에 대한) 우려가 지적돼 후속 진단 테스트를 받았고 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정기 치료를 시작했고 국왕은 평소처럼 국정 업무와 서류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치료 이후 처음으로 4일 노퍽주 샌드링엄에 있는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길에 대중에게 손을 흔들면서 웃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커밀라 왕비도 동행했다. 버킹엄궁은 그가 암 진단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공직에 복귀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분간 대규모 공개 행사에는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버킹엄궁은 그가 걸린 암의 종류, 단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정보가 암에 걸린 전 세계 사람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결과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고만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6일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왕의 암이) 다행히 조기에 발견됐다”고 안도했다. 데일리메일 또한 찰스 3세 국왕의 예후가 좋다고 보도했다. 2020년 왕실을 떠났으며 한때 아버지와도 소원했던 찰스 3세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가 현재 거주 중인 미국의 한 공항에서 영국으로 떠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국 매체 더선은 해리 왕자가 6일 오후 영국에 도착한다고 보도했다. 만약 찰스 3세 국왕의 병이 악화돼 그가 왕실 공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1937년 만들어진 ‘섭정법’에 따라 왕위 계승 1순위인 그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가 부친의 공식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찰스 3세 국왕은 2022년 9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군주가 됐다. 2023년 5월 세계 최고령 군주로 대관식을 치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찰스 3세 영국 국왕(76)이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사실을 공개했다. 장남을 뇌암으로 떠나보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암 치료는 절대적 용기가 필요하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도 응원을 보탰다.영국 왕실 버킹엄궁은 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국왕이 최근 양성 전립선 비대증 시술 과정에서 (암에 대한) 우려가 지적돼 후속 진단 테스트를 받았고 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정기 치료를 시작했고 국왕은 평소처럼 국정 업무와 서류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암 진단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능한 빨리 공직에 복귀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분간 대규모 공개 행사에는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버킹엄궁은 그가 걸린 암의 종류, 단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정보가 암에 걸린 전 세계 사람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결과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고만 했다. 데일리메일은 그의 암이 초기에 발견돼 예후가 좋다고 보도했다. 2020년 왕실을 떠났으며 한 때 아버지와도 소원했던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 또한 현재 거주 중인 미국에서 영국으로 와 아버지를 만날 것이라고 미 연예매체 피플 등이 전했다. 만약 찰스 3세가 헌법상 의무를 전혀 수행할 수 없고 국가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땐 1937년 만들어진 ‘섭정법’에 따라 왕위 계승 1순위인 그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가 찰스 3세의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찰스 3세는 2022년 9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군주가 됐다. 2023년 5월 세계 최고령 군주로 대관식을 치렀다.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된 지 65년 만이었다. 첫 부인 다이애나빈과 1981년 결혼했지만 과거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을 이어갔다. 1996년 이혼했고 다이애나빈은 다음해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찰스 3세와 커밀라는 2005년 재혼했지만 다이애나빈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터라 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는 최근 2주간 ‘성난 농심(農心)’으로 불타올랐다. 전국 농민 시위대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부터 파리 주변 고속도로 8곳을 막았다. 트랙터 800여 대를 동원해 행진하며 “파리를 굶겨 죽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시위의 정점은 이들이 파리 인근에 있는 유럽지역 최대 식품시장 ‘헝지스’ 봉쇄를 시도할 때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 민심을 들으려 찾기도 했던 이곳은 프랑스 농업, 나아가 유럽 농산물의 상징. 이곳이 봉쇄되면 정말 유럽 농산물 유통이 마비될 위기였다.결국 1일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가 농업 지원 대책을 내놓고 농민들을 달래며 시위는 중단됐다. 농민들은 도로에서 철수했지만 정부가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시위는 재점화할 수도 있다.● 佛 농부들이 화난 까닭프랑스 농부들은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낮아 농가가 어려워지며 그간 불만이 누적됐다. 이 와중에 정부가 농업용 경유에 대한 면세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시위에 불이 붙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면세 중단을 통해 경유 사용을 줄여보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농업용 경유는 농업 비용에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농부들은 분노했다. 여기에 정부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시행하는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해 농민 분노를 더 키웠다. 환경 보호를 위해 농업에 살충제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 농경지 일부를 휴경지로 남겨 놓도록 의무화하는 규제 등이다.무역 정책도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입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우리 농업이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늘었다. 특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동유럽의 농산물이 자국에서 충분한 수요를 찾지 못해 값싸게 해외로 판매되다 보니 프랑스 농업도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는 유럽의 최대 농업국이다. 농업은 프랑스 경제의 생산과 고용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탈 총리는 시위에 앞서 이미 지난달 26일 농업용 경유 면세를 유지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며 1차 농가 지원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긴급 내각회의를 위해 장관들을 소집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업 지원 ‘종합세트’ 풀어정부의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농민들은 1일 아탈 총리가 대대적인 2차 농가 지원 대책을 내놓자 시위 철회를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아탈 총리는 면세 중단 조치에 대해 “내가 한 실수”라며 “복잡하고 소규모 농장에는 공평하지도 않았다”고 진솔하게 사과했다. 농민들을 달랜 대책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정부는 시위를 촉발한 당면 규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유에 대한 면세 중단은 정부가 1차 대책 발표 때에 이어 거듭 취소하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살충제 사용 규제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여기에 농가 수익에 직결되는 지원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축산업자들에게 올해부터 장기적으로 1억5000만 유로(약 2144억 원)를 풀겠다고 했다. 농민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에갈림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에갈림법은 유통업체간 가격 경쟁으로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이다. 또 정부는 농가에 타격을 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은 제한하도록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장기적인 대책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식량주권을 법에 명시해 농업을 보호하기로 했다. 정부의 농업 지원이 지속가능하게 시행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또 농업 상속 면세 기준도 완화된다. 인구 감소로 농업이 소멸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젊은 세대가 농업을 상속해 이어가도록 한 조치다.● EU도 결국 성난 농심에 ‘백기’프랑스 정부는 물론이고 EU 집행위원회도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스 등 곳곳에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농민들이 반대하는 농업 온실가스 배출 감축 권장 목표를 폐기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당초 EU 집행위는 6일 2040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축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농업과 관련된 메탄, 질소 및 기타 가스의 30% 감축 방침을 언급하려 했는데 이를 제외한 것이다.이에 대해 EU가 올 6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민들 눈치를 보는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FT는 이날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을 중심으로 반체제 정당의 큰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도우파 정당들은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희석시키는 실용적 접근으로 표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리는 (농민들의) 불편함에 잘 대응했는가? 분명히 아니다. 우리가 실수했는가? 분명히 그렇다.” 프랑스의 35세 ‘젊은 피’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1일(현지 시간) 농민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문하듯 말했다. 농민들이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강화, 수입 농산물 확대 등에 불만을 토로하며 2주 넘게 ‘트랙터 시위’를 벌인 데는 분명 정부의 잘못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가 낮은 자세로 농업용 경유 면세 중단 방침을 철회하고 1억5000만 유로(약 2157억 원) 지원 대책을 발표하자 농민들은 시위 중단으로 화답했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총리’로 주목받는 아탈 총리는 취임 첫 달 불거진 ‘성난 농심(農心)’을 진화하며 첫 시험대를 넘겼다. 현지에서는 정치 경력 18년 차의 ‘젊은 고참’이 실책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소통하는 태도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구원투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내가 한 일, 실수했다” 공개 인정 아탈 총리는 이날 자신의 실책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농민 시위를 촉발한 경유 면세 중단 조치에 대해 “이건 내가 한 일이고, 실수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다”며 “이는 복잡하고 소규모 농장에는 공평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아탈 총리는 겸손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농민과의 대화를 한 번도 멈춘 적이 없고, 나의 문은 닫힌 때가 없다”며 소통에 애썼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아탈 총리는 현장으로 달려가 대화를 시도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남서부 몽타스트뤼크드살리에 있는 한 농장을 찾아 농부들을 만났다. 그런 뒤 건초더미 옆에서 “농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농부가 없으면 우리는 더 이상 프랑스도, 국가도 아니다”라고 연설하며 성난 농심을 달랬다. 레제코는 “아탈 총리는 연설에서 근로자들이 실업자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점, 교사들의 요구사항 등을 끊임없이 언급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노동계, 교육계 등은 ‘아탈 총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집권 르네상스당 질 르 장드르 하원의원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탈 총리는 의사소통에 진정한 재능이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마티외 갈라르 대표는 라디오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그는 여론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18년 정치 훈련한 ‘젊은 고참’ 아탈 총리의 내공은 벌써 18년 차 정치인으로 탄탄한 경험을 쌓은 덕이다. 그는 17세였던 2006년 중도좌파 사회당(PS)에 입당해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연설문을 썼다. 2016년 당시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마크롱이 이끄는 신생정당 ‘전진하는공화국’(LREM·현 르네상스)으로 옮겨 의회에 입성했고, 마크롱 집권 뒤에는 정부 대변인, 공공회계장관과 교육장관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베이비 마크롱’으로 불리는 아탈 총리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상당하다. 1일 레제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탈 총리의 신뢰도는 32%로, 마크롱 대통령의 신뢰도(25%)보다 7%포인트 높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최근 아탈 총리의 상승세에 대해 “(국민 지지의) 규모와 속도가 놀랍고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리는 (농민들의) 불편함에 잘 대응을 했는가? 분명히 아니다. 우리가 실수를 했는가? 분명히 그렇다.”프랑스의 35세 ‘젊은 피’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1일(현지 시간) 농민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문하듯 말했다. 농민들이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강화, 수입 농산물 확대 등에 불만을 토로하며 2주 넘게 ‘트랙터 시위’를 벌인 데는 분명 정부의 잘못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가 낮은 자세로 농업용 경유 면세 중단 방침을 철회하고 1억5000만 유로(약 2157억 원) 지원 대책을 발표하자 농민들은 시위 중단으로 화답했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총리’로 주목받는 아탈 총리는 취임 첫 달 불거진 ‘성난 농심(農心)’을 진화하며 첫 시험대를 넘겼다. 현지에서는 정치 경력 18년차의 ‘젊은 고참’이 실책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소통하는 태도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구원투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내가 한 일, 실수했다” 공개 인정아탈 총리는 이날 자신의 실책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농민 시위를 촉발한 경유 면세 중단 조치에 대해 “이건 내가 한 일이고, 실수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다”며 “이는 복잡하고 소규모 농장에는 공평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아탈 총리는 겸손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농민과의 대화를 한 번도 멈춘 적이 없고, 나의 문은 닫힌 때가 없다”며 소통에 애썼음을 강조했다.실제로 아탈 총리는 현장으로 달려가 대화를 시도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남서부 몽타스트뤼크 드 살리에에 있는 한 농장을 찾아 농부들을 만났다. 그런 뒤 건초더미 옆에서 “농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농부가 없으면 우리는 더 이상 프랑스도, 국가도 아니다”라고 연설하며 성난 농심을 달랬다. 레제코는 “아탈 총리는 연설에서 근로자들이 실업자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점, 교사들의 요구사항 등을 끊임없이 언급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노동계, 교육계 등은 ‘아탈 총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집권 르네상스당 질 르 장드르 하원의원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탈 총리는 의사소통에 진정한 재능이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마티외 갈라르 대표는 라디오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그는 여론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18년 정치 훈련한 ‘젊은 고참’아탈 총리의 내공은 벌써 18년차 정치인으로 탄탄한 경험을 쌓은 덕이다. 그는 17세였던 2006년 중도좌파 사회당(PS)에 입당해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연설문을 썼다. 2016년 당시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마크롱이 이끄는 신생정당 ‘전진하는공화국’(LREM·현 르네상스)으로 옮겼고 의회에 입성했고, 마크롱 집권 뒤에는 정부 대변인, 공공회계 장관과 교육부 장관 등 댜양한 경험을 쌓았다. ‘베이비 마크롱’으로 불리는 아탈 총리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상당하다. 1일 레제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탈 총리의 신뢰도는 32%로, 마크롱 대통령의 신뢰도(25%)보다 7%포인트 높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최근 아탈 총리의 상승세에 대해 “(국민 지지의) 규모와 속도가 놀랍고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중국의 도전을 관리하는 것은 미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단상에 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미국에서 좋은 거래(good deal)”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해 대외 문제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로는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헤리티지재단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정책 플랜과 인재풀을 만들고 있는 기관 중 하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헤리티지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유럽이 미 정치 현장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나토 탈퇴 안 할 것”이라 했지만… 미국을 찾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대담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 러시아, 이민 등 어떤 문제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은 갈수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서방) 제재와 압박을 무너뜨리고, 미국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유럽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등 각종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한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나토 탈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20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유럽이 공격 받아도 결코 도우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나토 탈퇴를 시사해 왔다. 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경제력에 비해 적은 분담금을 내 미국의 고충이 가중된다는 게 당시 불만의 이유였다. 일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이기더라도 미국이 (나토의) 확고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헤리티지재단 연설과 미 의회 방문 등은 ‘유럽을 재무장하는 게 미국에도 좋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유럽, 핵 억제력 구축해야” 트럼프 재집권 시 나토 탈퇴를 무기로 대서양 동맹을 흔들 경우 유럽 전체가 안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실제 우려도 크다. EU의 자체 핵무장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독일 정치인으로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지난달 25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토 없이도 트럼프 시대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핵)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러시아의) 압력을 받을 때 핵 옵션이 정말 결정적이란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으로 군사력 증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 2.0’이 가시화되면서 미 주도의 나토와 별개로 핵우산을 구축하자는 목소리가 더해졌다. 미국은 현재 나토 5개 회원국(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뒤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 억지력에 마냥 의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자크 랑사드 전 프랑스군 합참의장과 데니스 맥셰인 전 나토 의회 영국 대표, 마가리타 마티오풀로스 독일 포츠담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7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미래 전투 항공시스템과 독일 F-35 전투기에 프랑스 핵무기를 배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프랑스 파리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던 둘째가 지난해 9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립 유치원에 입학했다. 어린이집 친구들 중 둘째와 같은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이 적어도 한둘은 될 줄 알았다. 이 동네에 사는 친구들은 공립에 지원하면 행정구역상 정해진 한 유치원에서 만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째는 유치원에서 어린이집 친구들을 한 명도 마주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다른 아이들은 전부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사립 유치원들을 선택했다. 학부모들은 “입학 몇 년 전부터 미리 지원하느라 애 먹었다” “인기가 너무 많아 과밀 학급이 됐다”고들 했다. 반면 동네 공립 유치원엔 오히려 자리가 남고, 인근 다른 한 곳은 문을 닫는다는 소문까지 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간극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최근 프랑스는 이 간극을 다른 누구도 아닌 교육부 장관이 ‘공식화’했다. 지난달 새로 임명된 아멜리 우데아카스테라 장관은 아들 셋을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게다가 그는 이 사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공교육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바람에 공립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원래 프랑스에서는 공교육이 자국의 저출산을 해결하는 해법으로 꼽혔다.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3∼16세 아이들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돌봐주는 훌륭한 육아 인프라다. 심지어 기본 학비는 무료다. 하지만 저렴하고 넉넉한 공교육 서비스는 갈수록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2022년 교육 평가지표인 ‘사회적 지위 지수(IPS)’ 상위 10% 중학교 중 사립이 60.9%였다. 상위 100대 중학교 중에선 81%가 사립이었다. 공교육이 붕괴된 원인으로는 교사 양성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교사들은 근무 여건이 열악한데 처우는 좋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2019년 기준 18.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4.5명)를 훨씬 웃돈다. 반면 초등학교 15년 경력의 교사가 받는 급여는 연평균 3만7700유로(약 5400만 원)로,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약 20% 적다. 자연스레 우수한 교사들은 임금 조건이 훨씬 좋은 사립학교로 향한다. 여기에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 공립학교는 투자에서 소외되며 우수한 교사들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공립학교들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나친 평등주의에 갇혀 경직된 채 운영되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공립학교 학부모는 학교를 선택할 권한이 없어 행정구역상 정해진 곳으로 자녀를 보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공립학교들 간에 학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일어나질 않고, 이는 교육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근엔 학교를 민영화하면서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렴하고 넉넉한 공교육의 숨겨진 진실을 한국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도 저출산 대책으로 공교육 확대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 1학년의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부모들이 아이를 저렴하게, 오랫동안 안심하고 공교육에 맡기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정책이 발표된 뒤 벌써부터 돌봄 교사는 물론이고 돌봄 시설도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양질의 교사가 제대로 된 시설에서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돌보지 못한다면, 학부모들은 다시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내실 없이 공보육의 양적 확대에 치중하는 겉치레 대책은 더 큰 실망과 반발만 일으킬 뿐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3월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년 동안 ‘약 10억 원’만 벌었다고 선거관리 당국에 공식 신고했다. 부동산 역시 “소형 아파트 1채와 차고 1개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밀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서류상 흔적도 없이’ 용의주도하게 숨겨뒀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대선 후보 정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17∼2022년 소득을 6759만1875루블(약 10억600만 원)로 신고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러시아 대선 후보는 선거 연도 이전 6년간의 소득과 재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보유 자산도 검소하다. 은행 계좌 10개에 총 5441만6604루블(약 8억900만 원)과 상트페테르부르크 PJSC 은행 주식 230주를 보유하고 있다.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이 주식은 주당 280.49루블이다. 부동산은 더 소박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소형(77㎡) 아파트 1채와 18㎡ 크기의 차고 1개가 전부다. 자동차는 소련 시절 생산된 1960년형 가즈 M21과 1965년형 가즈 M21, 2009년형 라다 니바 등 3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CNN은 러시아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의 실제 재산은 말 그대로 서류상 흔적이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 최대 투자사였던 허미티지 캐피털의 빌 브라우더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미 의회에 출석해 “푸틴의 재산은 2000억 달러(약 267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러시아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 단체는 푸틴 대통령이 “흑해 연안에 이른바 ‘푸틴의 궁전’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형경기장과 지하 하키 링크, 개인 항구 등을 갖춘 저택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1억 달러(약 1300억 원) 상당의 호화 요트 ‘그레이스풀’ 등 요트 4척에 항공기 58종을 숨겨뒀다거나 연인 중 한 명이 모나코에 410만 달러(약 54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했다는 설도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