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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신성(新星) 빅토르 호블란(26)이 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지막 대회인 플레이오프 3차전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챔피언 보너스 1800만 달러(약 238억 원)를 챙겼다. 호블란은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몰아치며 7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로 대회를 마친 호블란은 2위 잰더 쇼플리(미국)를 5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1일 끝난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이다. 이날 우승으로 호블란은 시즌 3승을 포함해 통산 6승째를 거뒀다. 투어 챔피언십은 한 시즌 성적에 따른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로 우승자는 페덱스컵 챔피언이 된다. 페덱스컵 순위 2위로 8언더파를 안고 투어 챔피언십에 나선 호블란은 나흘간 버디 21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2개만 기록해 19타를 줄였다.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은 2차전까지의 페덱스컵 순위에 따라 1위 10언더파, 2위 8언더파 등 보너스 스트로크를 받고 시작한다. 평소 잘 웃는 호블란은 이번 대회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완벽에 가까운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쇼플리에 6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호블란은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후반 한때 3타 차로 쫓겼지만 마지막 16∼18번홀 3연속 버디로 추격을 뿌리쳤다. 호블란은 노르웨이 골프 역사를 새로 써 나가고 있다. 호블란은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아버지가 사온 골프채로 11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입학한 호블란은 2018년 노르웨이 선수 최초로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9년엔 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1위에 올랐다. 그해 프로로 전향한 호블란은 2020년 2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PGA투어 첫승을 거뒀는데 이 역시 노르웨이 선수로는 최초였다. 2020년 1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했다. 이듬해 6월엔 유러피안투어 BMW 인터내셔널 오픈 정상에 오르며 노르웨이 선수 최초의 유럽투어 우승 기록도 남겼다. 페덱스컵 챔피언이 된 호블란은 “항상 꿈꿔왔으면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자리에 올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내 골프 팬들 사이에서 호블란은 초등학생 시절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를 딴 것으로도 유명하다. 페덱스컵 랭킹 1위로 가장 많은 보너스 스트로크(10언더파)를 받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공동 6위(11언더파 279타)에 그쳤다. 김주형과 김시우는 나란히 공동 20위(6언더파 276타)를, 임성재는 24위(3언더파 279타)를 했다. 고진영은 같은 날 캐나다 밴쿠버 쇼너시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PKC 여자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했다.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메간 캉(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첫 번째 홀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라오스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소수민족 몽족 부모를 둔 캉은 LPGA투어 191번째 출전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연패는 끊고, 연승은 잇는 게 에이스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이 다시 한번 에이스 본색을 자랑했다. 류현진은 2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져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시속 146km의 패스트볼부터 104km의 느린 커브까지 여러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으로 갈 길이 바쁜 토론토로서는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전날까지 3연패를 당하면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류현진의 호투와 신인 2루수 데이비스 슈나이더의 활약에 힘입어 3연패에서 벗어났다. 슈나이더는 1-1로 맞선 1회말 결승 2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토론토는 AL 와일드카드 경쟁자 휴스턴에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류현진은 경기 내내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1회초 1사 후 상대 팀 지명타자 호세 라미레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토론토는 1회말에 곧바로 3점을 뽑으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류현진은 2회초엔 진기명기에 나올 만한 호수비를 선보였다. 2사 후 타일러 프리먼이 친 투수 땅볼을 글러브로 잡은 뒤 공을 빼지 않고 바로 글러브 토스로 1루에서 아웃시켰다. 류현진은 5회 프리먼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한 점을 더 내줬지만 60개의 공으로 5회를 버텼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류현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부상 복귀 후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도전했다. 하지만 내야 수비가 아쉬웠다. 무사 1루에서 라미레스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으나 3루수 맷 채프먼이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병살타가 됐어야 할 타구였는데 오히려 무사 1, 2루가 됐다. 다음 타자 오스카 곤살레스가 친 땅볼도 유격수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더듬고 말았다. 무사 만루 위기에서 토론토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구원투수 이미 가르시아를 올렸다. 류현진으로서는 아쉬울 법했지만 별다른 표정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히려 더그아웃에서는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가르시아는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한 점을 내줬지만 후속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류현진의 승리를 지켰다. 류현진은 최근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25로 조금 높아졌다. 경기 후 팀 안팎에서는 류현진의 호투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그 나이에 이렇게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류현진은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제구력을 되찾은 것이) 놀랍지는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을 되찾은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류현진은 “몸 상태를 되찾았기에 필요한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원조 신궁’ 김진호 한국체육대 교수(62)는 선수 시절 근력이 약했다. 힘이 없으니 그가 쏜 화살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곤 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가는 팔로 어떻게 활을 잘 쏘냐”고 묻곤 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활을 힘으로 쏘나요. 요령으로 쏘는 거죠.” 한국 양궁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도 그의 여린 팔에서 나왔다. 예천여고 2학년이던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장력이 좋은 플라스틱 재질의 활을 사용했는데 나는 연습용 나무 활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 그런 활로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산행이었다. 그는 태릉선수촌의 단골 훈련이던 ‘불암산 등산’을 누구보다 즐겼다. 그는 “내게 등산은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불암산에서 가장 힘든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무한한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고 했다. 산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엔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2021년 그는 안식년을 받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언니 집에 두 달가량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눈 덮인 주변 산을 올랐다. 그는 “두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산길을 한 번에 3∼4시간씩 걸었다”며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체대 양궁부원들과 함께 눈 덮인 한라산 정상에도 올랐다. 그는 “언젠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그는 “먹는 낙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간식도 수시로 먹는다”며 웃었다. 그의 연구실에는 커피와 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과일 등이 가득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먹는 걸 조절하거나 하지 않고 마음껏 먹는 편”이라며 “잘 먹고 행복한 게 최고”라고 했다. 여전히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치는 하지 않더라도 먹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 이왕에 먹는 거라면 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으로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 먹을라치면 수제버거와 주스를 먹는다. 닭고기도 튀김 닭보다는 백숙 위주로 즐긴다. 곰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는 소금이나 양념 등을 넣지 않는다. 그는 “외식보다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이라며 “뷔페 등을 갈 때면 샐러드나 과일 위주로 양껏 먹는다”라고 했다. 1995년부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올해 1학기부터 대학원장을 맡았다. 그는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직을 맡게 됐다. 학교를 위해, 또 한국 양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그는 “지금처럼 건강하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악기도 배워 보고 싶고, 시도 쓰고, 책도 내 보고 싶다. 그동안 양궁 외길을 걷느라 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한국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 등 총 4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전 종목(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을 석권했다. 여자 대표팀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9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한국 양궁의 국제대회 첫 메달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나왔다.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62)와 오영숙, 황숙주가 팀을 이룬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다. 당시 예천여고 2학년이자 팀의 막내였던 김진호는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양궁 금메달 신화의 시작이었다. 역사적인 김 교수의 첫 금메달에는 의외의 사실이 하나 숨겨져 있다. 당시 그가 대회에 들고 나간 활은 선수용 활이 아닌 연습용 나무활이었다. 그는 “그해 방콕 아시안게임은 한국 양궁 선수단이 처음 출전한 메이저 국제대회였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장력이 좋은 플라스틱 재질의 활을 사용했는데 나는 열악한 나무활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며 “당시 팔 힘이 약했던 내가 그 연습용 활로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1979년부터는 플라스틱 재질의 선수용 활을 쓰기 시작한 그는 그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0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며 한국 양궁 최초의 ‘신궁(神弓)’이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선수 시절 그는 날씬하다 못해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유연성과 지구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근력이 약했다. 스스로도 “아마 선수촌에서 가장 힘이 약했던 선수가 나였을 것”이라며 “무게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잘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한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힘이 워낙 약하다 보니 그가 쏜 화살은 직선보다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곤 했다. 그가 쏘는 화살의 90% 이상이 오조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그렇게 얇은 팔로 활을 어떻게 쏘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그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활을 힘으로 쏘나요. 요령으로 쏘는 거죠.” 하지만 장바구니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로 근력이 약했던 그도 누구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산행이었다. 태릉선수촌 시절 금요일 오후 ‘불암산 등산’은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암산 산행을 누구보다 즐겼다. 그는 “등산의 매력 중 하나는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불암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뭔가를 해냈다’는 희열을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체력 측정에서는 항상 꼴찌였지만 불암산 산행만큼은 항상 1등이었다. 산에 대한 그의 애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얼마 전부터는 겨울산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2021년 그는 안식년을 받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언니 집에 두 달가량 머물렀다. 그곳에서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토론토 주변 눈 덮인 산들을 올랐다. 그는 “두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산길을 한 번에 3~4시간씩 걸었다”며 “겨울산이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순백으로 덮인 그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체대 양궁부를 데리고 한라산 정상에도 올랐다.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23명 전원과의 겨울 한라산 등반에 대해 그는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노래를 부르면서 올라갔다”며 “처음에 다소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정상을 밟고는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와의 산행이 거의 처음이었던 많은 선수들이 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산에 가자고 하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언젠가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인생에서 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그는 “먹는 낙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간식도 수시로 먹는다”며 “학교 내에서도 ‘김진호 교수 방에 가면 먹을 게 많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에는 커피와 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과일 등이 가득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먹는 걸 조절하거나 하지 않고 마음껏 먹는 편”이라며 “잘 먹고 행복한 게 최고”라고 했다. 그는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배가 좀 나오더라도 잘 먹어서 감기 등에 걸리지 않는 게 더 낫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먹는 양에 비해 그는 여전히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사치는 하지 않더라도 먹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라며 “이왕에 먹는 거라면 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으로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햄버거와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도 멀리하는 편이다. 튀김 음식도 잘 입에 대지 않는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아예 먹지 않는 건 아니다. 이왕에 햄버거를 먹을라치면 고급 재료를 쓰는 수제버거와 쥬스를 먹는 식이다. 닭고기도 튀김 닭보다는 백숙 위주로 즐긴다. 곰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는 소금이나 양념 등을 넣지 않는다. 그는 “외식을 하기보다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이라며 “뷔페 등을 갈 때면 샐러드나 과일 위주로 실컷 먹는다”라고 했다. 1995년부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올해 1학기부터는 대학원장의 중책을 맡았다. “어느덧 이 학교에서 30년간 몸담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많은 걸 해주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한 자리에 오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이제 은퇴까지 3년여가 남았다.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학원장 직을 맡게 됐다. 학교를 위해, 또 양궁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궁’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그는 공부에도 관심이 많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그는 은퇴를 하고 공부를 하려 했다. 실제로 몇 달 간 손에서 활을 놓았다. 하지만 1986년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활을 잡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당시 장학금을 받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하기로 모든 절차가 끝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보라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 들였다. 거기서 인생이 다시 한 번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한 뒤 은퇴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지금처럼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악기도 배워보고 싶고, 시도 써 보고 싶고, 책도 내 보고 싶다. 그동안 양궁 외길을 걷느라 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표팀 선수들을 지금쯤 뽑았으면 좋았을 텐데….”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류중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60)은 “6월에 발표한 대표팀 엔트리 가운데 지금은 페이스가 떨어진 선수가 적지 않다. 국민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당연히 또 금메달을 딴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왼쪽 발목 수술을 받은 외야수 이정후(키움)는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야수 강백호(KT)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 부상을 당했던 투수 구창모(NC)와 나균안(롯데)은 이제 회복 단계에 들어섰지만 대회 개막 전까지 컨디션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류 감독은 “일단 다음 달 중순까지 기다리면서 이 선수들의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시점에 구위와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교체 카드를 쓴다면 오른손 타자와 선발 투수가 팀에 새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류 감독은 “양손 타자인 김주원(NC)을 포함해도 대표팀에 오른손 타자가 네 명밖에 없다. 불펜진도 마무리 투수 고우석(LG)까지는 계산이 서는데 5회까지 막아줄 선발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프로 선수가 출전하기 시작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 한 번뿐이다. 올해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하면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문제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번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는 25세 이하 선수들을 내보내기로 했다는 점이다. 와일드카드도 29세 이하 선수 중에서만 뽑기로 하면서 올스타급 대표팀을 꾸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 류 감독은 “현재 KBO리그를 이끄는 선수들은 대부분 30세 이상”이라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한국 야구 세대교체의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결과는 물론이고 경기 내용도 좋아야 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3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한국 야구 발전의 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상대 팀 전력 분석차 일본 도쿄에 다녀온 류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 사회인 야구 선수가 많이 포함됐다고 해서 8박 9일 일정으로 사회인 야구 경기를 보고 왔다. 그들이 야구를 대하는 진중한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대표팀을 소집하면 책임감부터 일깨우겠다. ‘국가대표’라는 단어에 ‘를’이라는 한 글자를 더 넣어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는 프로에서 뛰어도 될 만큼 좋은 기량을 가진 사회인 야구 실력자가 많더라.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또 “대만 대표팀에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소속 유망주가 여럿 있다. 힘이 좋은 대만 선수들은 공을 빠르게 던지고, 방망이 힘도 세기 때문에 일격을 당하기 쉽다”고 했다. 류 감독이 생각하는 해법은 ‘스몰볼’이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실수를 줄여야 한다. 큰 것 한 방으로 많은 점수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볼넷 등으로 부지런히 살아나가고 필요하면 희생번트도 대서 먼저 점수를 내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대구=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2년은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다. 고 박동희와 신인 염종석이 마운드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고독한 황태자’로 불렸던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62)이 17승을 거두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해는 그가 고독하지 않았던 몇 안 되는 시즌이었다. 약한 팀 마운드 사정상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1986년 롯데에 입단해 199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그는 100경기 완투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선수 시절 그렇게 많이 던지면서도 그는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그는 요즘도 가벼운 산행과 걷기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부산은 해운대나 광안리 등 바닷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곳곳에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들이 꽤 있다. 그는 “장산(해발 634m), 금정산(802m), 백양산(641m) 등이 ‘부산 3대 산’으로 불린다”며 “고교나 대학 친구들과 함께 자주 산에 간다. 가벼운 등산을 한 뒤 내려와 소주 한잔하는 게 인생의 재미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해변길도 자주 걷는다. 그의 집이 있는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걸으면 편도로 한 시간∼한 시간 반이 걸린다. 그는 “부산에 여행 오시는 분들은 대개 차를 탄다. 그렇지만 정작 부산 사람들은 경치를 즐기면서 걷곤 한다”고 했다.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도 그가 추천하는 부산의 ‘걷기 명소’다. 2019년 한화 코치를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난 그는 요즘엔 ‘윤지수 아빠’로 더 유명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며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역사상 최초로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된 윤지수(30)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지수는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6바우트에서 11점을 추가하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윤 전 감독은 “펜싱 단체전도 야구처럼 보직이 있다. 나는 주로 선발로 많이 뛰었는데 지수는 마무리로 나설 때 더 잘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윤학길-윤지수 부녀는 ‘올림픽 가족’이기도 하다. 1984년 상무 소속이던 윤 전 감독도 그해 열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다. 그는 “경기장이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이었다. 그곳에서 한국 팀의 첫 승을 내가 거뒀다. 박찬호보다 훨씬 빨랐다”며 “다저스타디움 첫 피홈런 기록도 내가 갖고 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선수 때부터 지도자 시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요즘 모처럼 여유로운 삶을 산다. 그는 “아흔이 넘은 노모를 보살펴 드리고 지수의 선수 생활을 응원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으로 야구와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충북 보은에서 열린 유소년 투·포수 육성캠프에서 중학교 3학년 투수 40명을 대상으로 투구 동작과 기술 등을 가르쳤다. 그는 “앞으로의 인생도 딱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야구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에는 어쩌면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은 기록들이 여럿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의 4할 타율(0.412), 1983년 투수 장명부(삼미)의 한 시즌 30승이 대표적이다. ‘무쇠팔’ 최동원(롯데)이 1984년 기록한 단일 시즌 한국시리즈 4승, 1982년 김성한(해태)의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10승)-두 자릿 수 홈런(13개)도 마찬가지다. 위에 열거한 기록들과 더불어 꾸준함으로 일궈낸 ‘불멸의 기록’이 하나 더 있다.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롯데)이 갖고 있는 통산 100경기 완투다. 1986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62)은 1997년까지 12시즌을 롯데 한 팀에서만 뛰며 100경기를 혼자 책임졌다. 데뷔 2년째이던 1987년 13완투를 기록한 그는 1988년에는 35경기 중 17번을 완투했다. 1989년에는 38경기의 절반에 가까운 18번이나 완투했다. 더욱 놀랍게도 30세 이후에도 그의 ‘완투 행진’은 계속 이어졌다. 1991년 11완투, 1992년 14완투에 이어 1993년에도 12번이나 완투를 했다. 1993년에는 완봉승도 4차례나 거뒀다.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요즘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는 “선발 투수라면 완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완전히 책임져 주면 불펜 투수들이 쉴 수 있다. 그러면 팀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렇게 묵묵히 던지고 또 던지며 개인 통산 1863과 3분의2이닝을 소화했다. 선수 시절 그는 187cm의 키에 90kg 몸무게의 듬직한 체격을 자랑했다. 좋은 신체 조건과 함께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그만의 노하우도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 많은 공을 던지면서 어깨를 단련한 뒤 시즌에 들어와서는 불펜 피칭이나 연습 피칭을 최소화하는 거였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투구 폼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엔 불펜 피칭은 밸런스를 잡기 위해 최소한의 공만 던졌다. 그리고 남은 힘은 모두 경기 때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로는 강속구였던 140km대 후반의 공을 간결한 투구폼으로 편안하게 던졌다. 좋은 폼으로 던지다 보니 많은 공을 던져도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았다. 팀 사정상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많은 이닝을 던져야 했다. 최동원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홀로 외롭게 롯데 마운드를 지키던 그에겐 어느 날부터 ‘고독한 황태자’란 별명이 붙었다. 1992년은 고독했던 그가 더는 외롭지 않았던 한 해 였다. 그해 그는 후배 투수들인 박동희, 염종석과 함께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를 거둔 박동희는 한국시리즈 MVP가 됐고, 정규시즌에서 17승을 거둔 염종석은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도 205이닝을 던지고 17승을 거두며 롯데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1992년 이후 롯데는 올해까지 30년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당시엔 박동희, 염종석, 윤형배 등 투수진이 참 좋았다. 박정태, 전준호, 김응국 등이 버틴 타선도 응집력이 대단했다”며 “요즘도 우승에 목마른 부산 팬들로부터 ‘롯데는 언제 우승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우승을 하려면 투타 전력이 모두 좋아야 한다. 나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퇴 후 그는 롯데와 히어로즈, LG, 한화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9년 한화 코치를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난 그는 요즘엔 ‘윤지수 아빠’로 더 자주 불린다. 딸인 윤지수(30)는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종목의 간판선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최초로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된 윤지수는 4년 뒤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6바우트에서 11점을 추가하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한 때 10점 이상 뒤졌던 한국은 45-42로 역전승하며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역사상 첫 메달을 따냈다. 윤 전 감독은 “펜싱 단체전도 야구의 선발 투수-중간 계투-마무리 투수처럼 보직이 있다. 나는 주로 선발로 많이 뛰었는데 지수는 마무리로 나설 때 더 좋은 활약을 한다”며 웃었다. 윤학길-윤지수 부녀는 ‘올림픽 가족’이다. 1984년 상무 소속이던 윤 전 감독도 그해 열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다. 프로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당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윤 전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고려대), 김용수(한일은행), 류중일(한양대), 이순철(연세대) 등 당대 아마추어 야구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졌다.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야구 대표팀은 4강까지 진출했으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에 패해 메달은 따지 못했다. 윤 전 감독은 “그때 경기가 열린 게 LA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이었다. 그곳에서 한국 팀의 첫 승을 내가 거뒀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보다 훨씬 빨랐다”며 “대만과의 3, 4위 전에도 내가 나가서 홈런을 맞았는데 아마 다저스타디움 한국인 피홈런이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선수 시절 그렇게 많이 던지면서도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던 그는 요즘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관리는 주로 가벼운 산행과 걷기로 한다. 그가 살고 있는 부산은 해운대나 광안리 등 바닷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산에는 곳곳에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들이 꽤 있다. 그는 “부산에는 야트막한 산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장산(해발 634m), 금정산(802m), 백양산(641m)이 ‘부산 3대 산’으로 불린다”며 “고교나 대학 친구들과 함께 자주 산에 간다. 가벼운 등산을 한 뒤 내려와 소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인생의 재미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시간이 날 때면 해변길 산책도 종종 한다. 그의 집이 있는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걸으면 편도로 한 시간~한 시간 반이 걸린다. 그는 “부산으로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대개 차를 타고 이 길을 이동한다. 하지만 정작 부산 사람들은 바닷가를 따라 경치를 즐기면서 걷곤 한다”고 했다.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도 그가 추천하는 부산의 ‘걷기 명소’다. 선수 때부터 해 왔던 사우나도 즐긴다. 그는 “선수 때에도 원정 숙소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사우나로 땀을 한 번 빼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 없었다”며 “요즘도 가끔 사우나에 가서 상쾌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고 했다. 선수부터 지도자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요즘엔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으로 유소년들에게 야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충북 보은 KBO 야구센터에서 열린 유소년 투·포수 육성캠프에서는 중학교 3학년 투수 40명을 대상으로 투구 시 상체와 하체를 활용하는 기술을 가르쳤다. 그는 “예전부터 일반 직장인들처럼 58세 정도까지 일을 하자고 생각해 왔다. 많은분들의 도움으로 2019년까지 프로야구 코치 생활을 했으니 목표를 이룬 셈이 됐다”며 “현재는 아흔이 넘은 노모를 보살펴드리고 딸 지수의 선수 생활을 응원하면서 지낸다.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처럼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야구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투타를 겸업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경기장 안팎에서의 모범적인 행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라운드에 떨어진 쓰레기를 손수 줍곤 하는 그는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착한 행동을 생활화하려 노력하는 선수가 있다. 삼성의 중심타자 구자욱(30·사진)이 주인공이다. 그는 “평소에도 착한 일을 많이 하려고 한다. 쓰레기는 아예 버리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올해 생애 첫 타격왕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구자욱은 1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안방경기에서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4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1회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3회 중전 적시타, 5회 우월 2점 홈런, 7회 우전 안타까지 매 타석 안타를 때리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까지 97안타를 기록 중이던 그는 9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101개)를 기록함과 동시에 시즌 타율을 0.341로 끌어올렸다. 타격 선두 자리를 지킨 그는 2위 SSG 에레디야(타율 0.332)와의 격차도 1푼 가까이 벌렸다. 구자욱은 6월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까지 타율이 0.295에 불과했다. 하지만 약 한 달간의 공백을 딛고 7월 초 복귀한 뒤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7월 한 달간 타율 0.377(61타수 23안타)을 기록한 그는 8월 들어서는 17일 현재 타율 0.462(52타수 2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삼성은 구자욱의 부활과 함께 키움에 앞서 9위로 올라섰다. 2005년 신인왕 출신인 구자욱은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지만 아직 타격왕에 오른 적은 없다. 2015년 타율 0.349로 3위를 했고, 2016년에는 타율 0.343으로 6위를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2021년 득점왕(107개)이 유일하다. 구자욱은 “아직 40경기 이상이 남아 타율이 얼마나 되는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경기 중 전광판 기록도 보지 않는다. 예전에 타격왕 경쟁을 해 보니 기록을 의식하는 순간 무너지더라. 올해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왼손 투수 차우찬(36·사진)이 유니폼을 벗는다. 프로야구 롯데는 “차우찬이 은퇴하기로 했다”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즌 중까지 열심히 준비했지만 몸상태와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17일 전했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차우찬은 2006년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으로부터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받았다. 구위는 위력적이었지만 제구에 약점을 보이던 그는 2010년 10승 2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며 수준급 투수로 도약했다. 삼성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 주역으로 활약했던 그는 2016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LG로 이적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는 대회 직후 어깨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LG를 떠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연봉 5000만 원에 계약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결국 부상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6월 10일 SSG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게 올해의 유일한 실전 기록이었다. 차우찬의 1군 통산 성적은 112승 79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4.51이다. 그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 12, 2017년 WBC, 2019년 프리미어 12, 2021년 도쿄 올림픽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자 LA 다저스가 17일 중부지구 1위 팀 밀워키와의 안방경기에서 7-1 승리를 거두고 10연승을 달렸다.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와의 승차를 10경기로 벌렸다. 이날까지 다저스는 8월 들어 치른 15경기에서 14승 1패를 기록했다. 6일 김하성의 소속 팀인 샌디에이고에 3-8로 진 게 유일한 패배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타이틀도 다저스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9차례나 지구 1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엔 창단 후 역대 최다인 111승(51패)을 거뒀다.다저스는 17일 경기에서도 강력한 선발투수와 탄탄한 불펜진, 화끈한 방망이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온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는 5이닝을 3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2회 미겔 로하스의 솔로 홈런 등으로 5회까지 4-1로 앞선 다저스는 6회부터 커쇼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막강 불펜진을 가동해 밀워키 타선을 묶었다. 커쇼는 시즌 11승(4패)째를 거뒀다.다저스 타선에서는 무키 베츠의 활약이 빛났다. 1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베츠는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4차례 출루한 뒤 4번 모두 홈을 밟았다. 3번 타자 윌 스미스가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낸 가운데 크리스 테일러도 7회 솔로 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다저스는 18일 밀워키전에 베테랑 선발투수 랜스 린을 내세워 11연승에 도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T 위즈가 또 이겼다. 순위로는 3위지만 최근 흐름으로만 보면 10개 팀을 통틀어 최고의 페이스다. KT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방문 경기에서 선발 투수 엄상백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찬스마다 터진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5-2로 승리했다. 최근 4연승을 달린 KT는 같은 날 롯데에 패한 SSG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5월까지만 해도 KT는 최하위권을 전전했다. 정규시즌 50경기를 치를 때까지 승률은 0.375(18승 30패 2무)로 10개 팀 중 꼴찌였다. 하지만 주전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KT는 이후 52경기에서 37승 15패(승률 0.712)로 10개 팀 중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8월 들어 치른 13경기에서도 무려 11승(2패)을 거뒀다. KT의 마법 같은 반등의 원동력은 ‘선발 야구’다. 6월 쿠에바스가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하면서 KT는 막강한 5명의 선발 투수가 톱니바퀴 돌 듯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의 주인공은 사이드암 엄상백이었다. 엄상백은 최고 시속 149km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을 절묘하게 섞어 던지며 6이닝을 3피안타 1볼넷 무실점 7탈삼진으로 막고 시즌 7승(6패)째를 챙겼다. 엄상백은 최근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선발승을 거뒀다. 엄상백이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타선도 힘을 냈다. 베테랑 타자 김상수는 0-0 동점이던 2회초 2사 2, 3루에서 김동주의 직구를 받아쳐 선제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어진 2사 1루에서는 배정대가 김동주의 시속 145㎞ 직구를 통타해 왼쪽 담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배정대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하루 전엔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가 두산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이 밖에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중인 고영표와 왼손 선발 투수 벤자민, 오른손 투수 배제성 등이 선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누구하나 만만하게 볼 투수가 없다. 최근 4연패의 늪에 빠진 5위 두산은 5할 승률(49승 1무 49패)가 되며 6위 KIA에 0.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선두 두산은 대구 경기에서 삼성을 6-3으로 꺾고 정규시즌 1위를 향해 한 걸음을 더 내딛었다. LG 포수 박동원은 1-2로 뒤지던 6회 2사 만루에서 삼성 네 번째 투수 김대우의 한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개인 통산 7번째 만루 홈런이다. 8회에는 김현수가 쐐기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정확히 100경기를 치른 LG는 62승 2무 36패(승률 0.633)로 10개 팀중 유일한 6할대 승률을 이어갔다. 2위 SSG와의 격차는 7경기로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시리즈 직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LG 선발투수 이정용은 이날도 6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째를 챙겼다. 삼성은 선발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갑작스런 목 통증으로 2이닝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간 게 뼈아팠다. 7위 롯데는 사직 안방경기에서 SSG에 7-4로 역전승하며 5강 싸움에 불을 붙였다. 롯데는 1-2로 뒤진 5회말 전준우의 좌월 3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회초 강진성에게 우월 1점 홈런, 김성현의 내야 안타를 내주며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곧 이은 6회 대타 정보근의 1타점 2루타로 다시 앞서갔다. 7회에는 김민석의 홈런과 이정훈의 좌중월 2루타 두 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마무리 김원중은 역대 21번째로 통산 100세이브를 거뒀다.이날 승리로 3연승을 거둔 롯데는 5위 두산을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4위 NC와도 불과 2.5경기 차다. NC는 창원 안방 경기에서 한화에 3-4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광주 경기에서는 14안타를 몰아친 KIA가 최하위 키움을 11-3으로 완파했다. KIA 왼손 선발투수 이의리는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뽑아내며 5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1회부터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은 KIA는 2회 김태군의 1타점 2루타와 박찬호의 2루타 등으로 3점을 얹어 초반 승기를 잡았다. 3회와 4회에도 한 점씩을 보탰고 5회엔 상대의 실책을 틈타 3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24일부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은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에게만 허락되는 ‘꿈의 무대’다. 신인이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밟은 임성재(25·사진)가 한국 선수 최초로 5번째 출전에 도전한다. 최경주(53)가 4차례(2007, 2008, 2010, 2011년) 출전했다. 투어 챔피언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17일부터 나흘간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 골프장에서 열리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이다. 임성재는 플레이오프 1차전이 시작되기 전 페덱스컵 랭킹 32위였다. 14일 끝난 플레이오프 1차전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를 하며 순위를 28위까지 끌어올렸다. BMW 챔피언십에서는 랭킹 30위 이내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순위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투어 챔피언십은 BMW 챔피언십까지 순위에 따라 보너스 타수를 주기 때문이다. 1위는 10언더파를 안고 시작한다. 2∼5위는 8∼5언더파를 받는다. 6∼10위는 4언더파로 출발한다.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10위로 출발한 임성재는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한 타 뒤진 공동 2위를 했다. 준우승 상금은 575만 달러(약 77억 원)나 됐다. 임성재는 BMW 챔피언십을 앞두고 PGA투어가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한 파워랭킹에서 1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BMW 챔피언십에는 김시우와 김주형, 안병훈 등도 출전한다. 페덱스컵 랭킹 17위 김시우와 18위 김주형은 투어 챔피언십 출전이 유력하다. 38위 안병훈은 랭킹을 8계단 이상 끌어올려야 데뷔 후 처음으로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밟을 수 있다. BMW 챔피언십 파워랭킹 1위에는 매킬로이가 이름을 올렸다. 패트릭 캔틀레이와 스코티 셰플러(이상 미국)가 각각 2, 3위로 평가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상문 감독이 이끈 한국 여자 야구대표팀은 1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선더베이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 야구 월드컵 A그룹 예선 캐나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0-10, 5회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예선 5경기에서 전패한 대표팀은 목표로 삼았던 결선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주부와 학생 등 전원 아마추어 야구 동호인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15일 쓸쓸한 귀국길을 앞두고 있었다. 선더베이에는 한국행 직항 비행편이 없어 토론토로 와서 갈아탈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선수들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었다. 전날 저녁 경기에 따른 피로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아내 배지현 씨와 딸을 데리고 대표팀이 환승을 기다리고 있던 공항을 찾았다. 류현진의 공항 방문은 여자 야구대표팀 수석코치인 정근우(41)의 부탁으로 이뤄졌다. 류현진은 9경기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준우승을 차지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뛴 인연으로 정근우와 친분을 유지해 왔다. 정 코치는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해준 (류)현진이에게 너무 고맙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깜짝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금 오타니가 해내고 있는 것들은 베이브 루스도 전혀 해내지 못했던 것들이다.”미국의 저명한 야구 평론가 제프 패산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는 미국 팬들이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야구 선수다. 통산 714개의 홈런을 친 그는 ‘야구의 역사를 바꾼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루스는 통산 94승 46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한 수준급 투수이기도 했다. 1918년 그는 투수로 13승을 거뒀고, 타자로는 11홈런을 때려내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하지만 야구의 새로운 역사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만들어 가고 있다. 오타니는 14일 휴스턴전에서 홈런을 추가하며 10승, 41홈런을 기록 중이다. 10승-40홈런은 루스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홈런왕-사이영상 동시 도전현대 야구는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100년 전인 루스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루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에는 주로 투수로 나섰고,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타자에 집중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낸 것은 1918년과 1919년 2년 정도다. 하지만 오타니는 그동안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21년 그는 투수로 9승, 타자로는 46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투수로 15승, 타자로 34홈런을 기록하며 루스 이후 104년 만에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남겼다. 올해의 오타니는 작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0승-41홈런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와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세웠다. 이런 기록을 남긴 건 MLB 역사상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A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 올 시즌 후 오타니가 2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리그 MVP를 받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저 2년 전처럼 만장일치로 수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따름이다. 이 밖에 오타니를 기다리는 수상은 여러 가지다. AL 홈런왕은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차지다. 31홈런을 기록 중인 리그 2위 루이스 로베르트 주니어(시카고 화이트삭스)와는 10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MLB 전체 1위 맷 올슨(애틀랜타·43개)과의 홈런 경쟁이 볼거리다.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수여되는 실버 슬러거상과 리그 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행크 에런상 역시 가시권이다. 오타니가 도전하고 있는 새로운 타이틀은 각 리그 최고 투수가 받는 사이영상이다.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 중인 오타니의 피안타율은 0.185로 MLB 전체 1위다. 남은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오타니는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오타니의 역대 사이영상 투표 최고 순위는 지난해의 4위였다.● 사상 최초 5억 달러 시대 개봉박두오타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야구 선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최근 1년 동안 연봉 3000만 달러(약 399억 원)에 광고 출연 등으로 3500만 달러(약 466억 원)를 더해 6500만 달러(약 865억 원)를 벌었다. 포브스는 “오타니가 태평양의 동쪽(미국)과 서쪽(일본)에서 모두 히트를 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 오타니지만 시즌이 끝난 뒤엔 더욱 귀하신 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오타니는 MLB 역사상 최초로 총액 5억 달러(약 6658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이달 초 MLB 구단 임원들과 에이전트 등 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이 중 14명이 5억∼5억5000만 달러의 계약을 예상했다. 심지어 3명은 6억 달러(약 7988억 원)를 넘길 것으로 봤다. 이는 역대 최고액 계약인 팀 동료 마이크 트라우트의 12년 4억2650만 달러(약 5678억 원)를 가볍게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최근 활약을 고려하면 5억 달러 계약도 그리 비싸게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선수들의 몸값 폭등 속에 수준급 선수들은 대개 연간 3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MLB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에서 오타니는 9.0으로 압도적인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의 5.9를 훌쩍 뛰어넘는다. ‘타자’ 오타니는 5.5, ‘투수’ 오타니는 3.5다. 오타니는 같은 포지션의 평균 선수에 비해 투수로는 5.5승, 타자로는 3.5승을 더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요즘 MLB의 계약 추세가 빈익빈 부익부다. 성적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쓴다. 전통적인 강자인 양키스나 LA 다저스에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큰돈을 쏟아붓는 팀들이 늘어났다. 경쟁이 세게 붙으면 역대급의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각종 광고 수입 등으로 벌어들일 돈을 감안하면 오타니는 스포츠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 부자가 될 수도 있다.● 야구 구도자의 삶역대급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오타니의 생활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구도자’의 삶에 가깝다. 7월 올스타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놨다. ‘시즌 중에 외식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올해 4월 뉴욕 방문경기 중에는 “아직까지 뉴욕 시내를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오타니의 모든 것은 야구에 맞춰져 있다. 수면을 중시하는 그는 오전 9, 10시경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본격적인 식사는 야구장에 나와서 한다. 방문경기 때에는 경기가 끝난 후 호텔로 음식을 시켜서 먹는다. 그는 “다음 날에도 경기가 있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외출을 하면 아무래도 늦게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야구 중심의 삶이지만 그리 힘들거나 하진 않다. 먹을 때는 맛있다고 느끼면서 먹고, 잠이 올 때는 잠을 잔다”며 “평소 시간이 있을 때는 혼자서 휴대전화를 보거나 TV 버라이어티 쇼를 시청하곤 한다”고 답했다. 시즌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타니와 동갑내기 친구인 일본 럭비 국가대표 히메노 가즈키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식사 자리에서 난 하이볼을 마시는데 오타니는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더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직 훈련에 대한 얘기만 했다. 하루 종일 야구만 생각하는 게 너무 대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스포츠심리학자 고마다 미쓰오는 ‘오타니 쇼헤이의 쇼타임’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오타니는 라이벌을 의식하지도 않고 명성에도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와 보람은 오직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것에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 이예원(20)이 ‘약속의 땅’ 제주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이예원은 13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3라운드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쳐 신인 김민선과 동타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이혜원은 18번홀(파4)에서 계속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6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해 신인왕에 올랐지만 무관에 그쳤던 이예원은 올해 4월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당시 대회가 열린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역시 제주 서귀포에 있다. 이번 대회장인 테디벨리 골프앤리조트와는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경기 광주 출신으로 학창 시절을 수도권에서 보낸 그는 “제주에서 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골프 시작 후 첫 우승도 2015년 제주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 했더라. 프로 데뷔 첫 승과 다승을 모두 제주에서 할 줄은 나도 몰랐다”며 웃었다. 이예원은 박민지, 박지영, 임진희(이상 2승)에 이은 시즌 4번째 다승자 명단에 올랐다. 선두 박현경에게 3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예원은 쾌조의 샷 감각과 신들린 퍼트를 앞세워 대역전극을 펼쳤다. 5번홀(파4) 버디에 이어 8번홀(파5) 버디로 선두에 한 타 차로 따라붙은 이예원은 12번홀(파4)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6번홀(파4)에서는 내리막 경사의 10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7번홀(파3)에서 첫 보기를 하며 김민선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연장 첫 번째 홀에서 6m 버디 퍼트로 승부를 갈랐다. 이예원보다 짧은 4m 버디 퍼트를 남겨뒀던 김민선은 파를 기록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을 받은 이예원은 박지영을 제치고 상금 1위(7억2592만 원)로 올라섰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344점으로 선두 박지영(370점)을 바짝 추격했다. 이예원은 “상반기에 목표했던 2승을 하지 못했지만 하반기 두 번째 대회에서 다승을 이뤄 기쁘다”며 “메이저대회 우승과 시즌 후 대상을 받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친 신인 김민별이 단독 3위(9언더파 207타)를 했다. 올해 첫 우승을 노렸던 박현경은 1타를 잃고 공동 4위(8언더파 208타)로 대회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갈색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진식 전 삼성화재 감독(48)은 요즘 주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배구 코트를 떠나 ‘고깃집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올해 초 경기 용인시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파는 고깃집을 열었다. 함께 돈을 댄 그도 엄연한 ‘사장님’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주방장’으로 소개한다. 주방장을 고용하는 비용이 워낙 비쌌기에 그는 스스로 칼을 잡기로 했다. 지인의 가게와 정육점을 돌며 고기 손질을 익힌 지 3개월여 만에 그는 능수능란하게 고기를 써는 주방장이 됐다. 그는 “예전보다 칼질이 많이 빨라졌다. 지금은 주문이 밀려도 늦지 않게 손님상에 고기를 내놓을 정도가 됐다”며 웃었다. 틈틈이 홀에 나와 손님들을 맞이하고 고기를 나른다. 앞치마 차림에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를 본 손님들 중에선 “정말 신진식 선수 맞느냐”며 신기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업사원’까지 겸하는 그는 손님들이 권하는 소주를 한 잔씩 받아 마시기도 한다. “장사가 힘들면서도 새로운 걸 배워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그는 “지금은 단골손님들도 꽤 생겼다. 손님들을 만나는 게 즐겁고, 함께 얘기하며 서로를 알아나가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다. 다만 매일 고기를 손질하다 보니 선수 때부터 고질이던 손가락 마디 사이 통증을 달고 산다.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일한다. 운동할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하는 그는 골프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 주로 일요일에 골프를 치는데 가끔 평일 아침 이른 라운드를 한 뒤 가게로 출근하기도 한다. 그는 배구계에서도 알아주는 골프 실력자였다. 2019년 열린 배구인 자선골프대회에서는 생애 베스트인 3언더파로 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연습을 자주 하지 못하는 요즘은 스코어가 80대 초중반을 오르내린다. 한때 드라이버샷으로 250m를 날리던 장타자였지만 요즘은 230m 안팎의 안정적인 샷을 구사한다. 다소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도 그는 선수 때와 비슷한 70kg대 중후반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바쁘게 살다 보니 살이 잘 찌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장사로 성공한 뒤 다시 배구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당장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구 해설 제안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주방장이다 보니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향후 배구계로 복귀한 뒤 가장 맡고 싶은 자리는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프로팀 감독을 지낸 그는 “남자 배구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인기도 많이 가라앉은 측면이 있다.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 예전 한국 배구의 위상을 되찾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그가 배구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지금 하는 장사가 잘돼야 한다. 그는 “돈을 많이 벌어야 주방장을 고용하고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지금 하는 가게를 누구나 편히 찾아와 먹고 얘기할 수 있는 ‘배구인들의 사랑방’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실업배구 시절이던 2000년대 초 삼성화재는 남자 배구는 물론 모든 구기 종목을 통틀어 최강의 팀이었다. 삼성화재는 2001년 1월 7일 대한항공전을 시작으로 2004년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하기 전까지 한국 종목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7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겨울 리그 9연패의 신화도 함께 일궜다. 당시 삼성화재는 팀 자체가 국가대표였다. 세터는 최태웅(현 현대캐피탈 감독), 센터는 김상우(현 삼성화재 감독)가 맡았다. 그리고 좌우 공격은 ‘좌진식-우세진’으로 불렸던 신진식과 김세진(현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 책임졌다. ‘월드 스타’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세진은 큰 키와 하얀 피부 덕에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김세진의 1년 후배인 신진식(48)은 호쾌한 플레이로 남성 팬들에게 더 어필했다. 공격수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188cm의 신장에도 탄력 넘치는 점프와 공이 찢어질 듯한 강 스파이크로 상대 코트를 맹폭격했다. 한 박자 빠른 공격과 탄탄한 수비 역시 강점이었다. 그런 플레이 스타일과 그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어우러져 그에겐 ‘갈색 폭격기’라는 멋진 별명이 생겼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구를 시작한 이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거쳐 프로 감독에 이르기까지 평생 배구공과 함께했던 그는 요즘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현재 그의 직함은 ‘고깃집 주방장’이다. 그는 올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경기 용인 기흥구에 ‘전설들의 집’이라는 이름의 고깃집의 문을 열었다. 소고기 특수 부위를 전문으로 하지만 돼지고기도 함께 판매한다. 함께 투자를 한 그도 엄연한 ‘사장님’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주방장’으로 소개한다. 그가 ‘사장님’ 대신 ‘주방장’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주방장을 고용하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용도 아낄 겸, 기술도 배울 겸해서 그는 직접 칼을 잡았다. 평생 배구만 해 온 그가 덩어리 고기를 직접 해체하는 일은 녹록하지 않았다. 처음엔 고깃집을 하는 지인의 가게에 가서 고기 손질법을 배웠다. 나중에는 고기를 떼 오는 정육점에 직접 가서 고기를 손질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약 3개월의 수련 끝에 그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해내는 주방장이 됐다. 그는 “소고기는 윗등심을 손질하면 살치살, 아랫등심을 잘 발라내면 새우살이 나온다. 예전보다는 칼질이 많이 빨라졌다. 지금은 주문이 밀려도 늦지 않게 손님상에 고기를 내놓을 정도가 됐다”며 웃었다. 주방장이라고 해서 주방에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지만 틈틈이 홀에 나와 손님들을 맞이하고 고기를 나르기도 한다. 앞치마 차림에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를 본 손님들 중에선 “정말 신진식 선수 맞느냐”고 물어보며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업사원’까지 겸하는 그는 손님들이 권하는 소주를 한 잔씩 받아마시기도 한다. 그는 “어떤 날은 손님이 거의 없다가도, 또 어떤 날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며 “장사가 힘들면서도 새로운 걸 배워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 맛이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단골손님들도 꽤 생겼다. 손님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함께 얘기하며 서로를 알아 나가는 것도 재미있다”며 “자주 오시는 손님들 중에서는 주방 작업대까지 와 인사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장사를 시작한 후 그는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가게는 오후 4시경 문을 연다. 그는 오후 2시 정도에는 가게에 나와 주방장으로서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한다. 손님 유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영업은 밤 12시경에 끝난다. 집에 가서 씻고 키우는 고양이와 놀다가 오전 2시쯤 잠자리에 든다. 휴일인 일요일 하루만 빼고 그는 이렇게 주 6일을 일한다. 다소 불규칙한 삶을 사는 그가 하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골프다. 장사를 하루 쉬는 일요일에 그는 지인들과 골프를 즐긴다. 가끔 평일 아침 이른 골프를 친 뒤 바로 가게로 출근하기도 한다. 그는 “단골손님들 중에 친해진 분들과 가끔 라운드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2007년 말 은퇴 후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는 2년간 호주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그곳에서 골프가 단기간에 많이 늘었다. 그는 “여름엔 해가 길어 오후에 공부가 끝나도 골프를 칠 수 있었다. 호주에 있으면서 80대 타수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배구계에서도 알아주는 골프 실력을 자랑했다. 핸디캡은 10 안팎으로 80대 초반을 기본으로 쳤다. 2019년 경기 여주 솔로모CC에서 열린 제7회 배구인 자선골프대회에서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생애 베스트인 3언더파를 치며 메달리스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2언더파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언더파를 쳤다. 그는 “언더파를 친 바로 다음 주 라운드에서 89타를 쳤다. 그래서 아마추어인 것 같다”며 “지금은 그리 기복이 심하지 않게 80대 초중반을 오르 내린다”고 했다. 한때는 강스파이크를 때리듯 드라이버샷도 온 힘을 다해서 때려 250m 가량을 보냈다. 하지만 요즘엔 230m 안팎을 안정적으로 친다. 그는 “언젠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과 함께 친 적이 있는데 얼마나 멀리 치는지 정말 공이 안 보이더라”며 “그때부터 거리 욕심을 버리고 안정적으로 보내는 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그는 장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당장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해설 제의도 받았지만 장사를 위해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홀에서 일하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면 되는데 주방장이다 보니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배구와의 끈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배구인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여러 팀들이 그의 가게에서 단체 회식을 하기도 한다. 그 역시 언젠가는 다시 배구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다. 그가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대표팀 감독이다. 그는 “예전과 달리 남자 배구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인기도 많이 추락한 측면이 있다.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 예전의 한국 배구의 위상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그가 다시 배구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먼저 지금 하는 장사가 잘되어야 한다. 그는 “장사가 잘되야 주방장을 고용하고 나도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더 나이가 많이 들어서는 내가 하는 가게가 ‘배구인들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와서 편하게 먹고 마시며 배구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궁금증. 그는 가게 이름을 왜 ‘전설들의 집’으로 지은 것일까. “원래는 나를 비롯해 가게를 차린 사람들이 전설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장사를 하다 보니 오시는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모두 전설이시더라. 더 많은 전설님들께서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더 좋은 맛과 서비스로 보답드리겠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올해 3월 열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한화 소속 선수는 한 명도 승선하지 못했다. 이제는 같은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망주 딱지를 떼고 차세대 거포로 거듭난 노시환(23·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팀 후배 문동주(20)와 함께 선발된 노시환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홈런을 잘 치는 선수다. 노시환은 9일 수원 KT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3개의 아치를 그리며 시즌 홈런 개수를 26개로 늘렸다. 베테랑 거포 최정(36·SSG·21홈런)보다 5개 많은 홈런 선두다. 노시환이 기세를 이어 홈런 1위를 굳히면 한화 선수로는 2008년 김태균(42)에 이어 15년 만에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2019년도 신인 드래프트 2차 1번으로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의 종전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8개(2021년)였다. 홈런뿐만이 아니다. 타율(0.307)이 3할을 넘고, 타점(71타점)에서도 리그 선두다. 노시환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3할-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 장종훈(55)이 1991년 타율 0.345, 35홈런, 114타점을 기록한 후 지난 시즌까지 31년 동안 한화(옛 빙그레) 선수 누구도 이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7월 한 달간 6홈런과 14타점을 올린 노시환은 이날 개인 처음으로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화 선수로는 2018년 5월 정우람 이후 5년 2개월 만에 월간 MVP로 뽑힌 노시환은 “대전 안방경기 때 커피차 같은 것을 불러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다”며 “8월에도 많은 홈런을 쳐서 월간 MVP 2연패를 노려보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의 새로운 거포 노시환이 데뷔 후 처음 한 경기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홈런 단독 선두 노시환은 24, 25, 26호 포를 연속으로 터뜨리고도 팀의 패배 속에 환하게 웃지 못했다. 한화는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3개의 홈런으로 5타점을 올린 노시환의 불방망이에도 불구하고 6-12로 대패했다. 노시환의 방망이는 1회부터 불을 뿜었다. 0-0으로 맞선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은 KT 선발 엄상백의 몸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팀이 2-1로 앞선 3회 1사 1, 2루에서는 엄상백의 3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받아쳐 다시 한 번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쳐냈다. 자신의 통산 5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한화는 3회까지 6-1로 넉넉히 앞서는 듯했지만 4회에 3점을 허용한데 이어 5회에는 대거 5점을 헌납하며 역전당했다. 7회 2점을 더 내줘 스코어는 5-12까지 벌어졌다. 노시환은 방망이는 8회에 다시 한 번 날카롭게 돌았다. 선두타자로 나선 노시환은 KT 2번째 투수 김영현을 상대로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노시환이 한 경기 3홈런을 때려낸 건 2019년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한 경기 2홈런은 7차례 있었다. 노시환은 이날 경기 전 큰 상을 받았다. 7월 한 달 간 타율 0.298, 6홈런(1위), 14타점(공동 5위), 장타율 0.649(1위)로 활약하며 월간 MVP에 오른 것. 한화 소속 선수가 월간 MVP을 수상한 것은 2018년 5월 정우람 이후 5년 3개월 만의 일이었다.8월 들어서도 노시환의 맹타는 이어지고 있지만 팀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최근 4연패에 빠진 한화는 38승 5무 51패로 8위에 자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노시환에 이어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는 SSG 최정도 이날 홈런을 추가하며 역대 두 번째로 통산 450홈런 고지에 올랐다. 오른손 타자로는 통산 최초다. 최정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좌완 선발 투수 최성영의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형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큼직한 타구였다. 비거리는 무려 135m로 측정됐다. 지난달 27일 삼성전 이후 13일 만에 때려낸 시즌 21호 홈런이다.최정은 왼손 타자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통산 450홈런 고지를 점령했다. 36세 5개월 12일의 나이로 450홈런을 달성한 최정은 최연소 기록도 작성했다. 이 감독이 보유한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은 467개로 최정은 넉넉하게 내년이면 이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날 경기가 2-1 SSG의 승리로 끝나면서 최정의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2연패 중이던 SSG는 한 점차 짜릿한 승리로 연패에서 벗어났다. 9회에 등판한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31세이브째(1승 1패)를 따냈다. 팀 창단 후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9연패 중이던 키움은 롯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9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키움은 고척스카이돔 안방경기에서 송구 실책을 3개나 범하며 자멸한 롯데를 10-8으로 꺾었다. 김혜성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송성문이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키움은 9회초 마지막 수비에 들어갈 때까지 10-3으로 크게 앞섰으나 구원 투수들의 난조 속에 9회초에만 5점을 내주며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선두 LG는 광주 방문경기에서 KIA를 6-2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전날 2회까지 8점을 앞서고도 우천 취소의 아픔을 겪었던 LG는 이날 선발 투수 이정용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부상에서 돌아온 김민성의 2회 선제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승리했다. 잠실 경기에서는 최하위 삼성이 두산에 6-4로 역전승했다. 3-3 동점이던 9회초 1사 2, 3루에서 강한울의 2루수 땅볼 때 이유찬의 송구가 포수 뒤로 빠지면서 3루 주자 류지혁과 2루 주자 피렐라가 모두 홈을 밟았다. 김현준은 계속된 1사 1, 3루에서 중전 안타로 1점을 보탰다. 두산은 9회말 김민혁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었으나 더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일부터 나흘간 영국 서리의 월턴 히스 골프클럽(파71)에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 달러·약 96억 원)이 열린다. 직전까지 올해 4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무관에 그친 한국 여자 골프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지난해 6월 전인지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게 마지막이다. AIG 여자오픈에 출전하는 15명의 한국 선수 중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이다. 통산 163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고진영은 이달 초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올 시즌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2승을 거둔 고진영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1위로 복귀한다. 변수는 잔부상과 피로다. 고진영은 지난달 말 프랑스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지난주엔 제주 제주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 참가했는데 대회 2라운드 도중 왼쪽 어깨 담 증세로 기권한 뒤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진영은 AIG 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에서 제주도까지 20시간 넘게 비행하며 피로가 다소 쌓였다. 올해 이미 2승을 했고 대회도 많이 남았다. 골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할 뜻을 전했다. ‘메이저 여왕’ 전인지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2016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2022년) 정상에 올랐던 전인지는 작년 이 대회에서 4차 연장 승부 끝에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전인지는 셰브론 챔피언십이나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5대 메이저대회 중 4개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지난주 스코티시 오픈 준우승으로 한 주 만에 다시 세계랭킹 톱10에 진입한 김효주(7위)의 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김효주는 시즌 첫 승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1위 코르다를 비롯해 셀린 부티에(프랑스·3위), 인뤄닝(중국·4위), 리디아 고(뉴질랜드·5위) 등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에비앙 챔피언십과 스코티시 오픈을 연달아 제패한 부티에는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