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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혼자 피식 웃을 때가 있는데요. 미국 영화를 봤을 때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영화의 한국 제목을 봤을 때입니다.미국 영화 제목은 당연히 영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대부분 한국어 제목으로 바뀌던데요. 단순히 영어 제목을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별도의 의미를 가진 한국어 제목이 달립니다.‘Cruel Intentions’(잔인한 의도)라는 미국 영화가 있습니다. 의붓남매가 한 여자를 유혹하는 내기를 하는 내용이죠 ‘위험한 관계’(Les Liaisons dangereuses) 라는 유명한 18세기 프랑스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수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주말에 케이블TV를 틀면 자주 등장하는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 케이블TV에서도 이 영화가 종종 방송되던데요. 한국 개봉 때도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Cruel Intentions’는 영화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입니다. 그런데 한국 TV 스크린 오른쪽 위에 조그맣게 써진 제목을 보니 한국 제목은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었죠. 근사해 보이지만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제목입니다. 삼류 영화 분위기가 나지 않나요. 재미있게 본 영화가 또 있습니다. ‘무한도전’에 출연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잭 블랙과 기네스 팰트로가 나오는 영화. 예쁜 여자만 찾던 블랙이 최면요법을 받고 뚱뚱녀 팰트로를 절세미녀 여자친구로 착각하는 내용이죠. 한국에서의 제목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입니다. 위트 있게 만든 제목 같지만 사실 별로 재미없죠. 한국에는 ‘내겐 너무 ○○한 당신’류의 제목이 너무 많아 신선감도 떨어집니다. 이 영화의 원 제목은 ‘Shallow Hal.’ 두 단어의 리듬감까지 고려해 만든 ‘웰메이드’ 제목입니다. ‘Hal’은 블랙의 극중 이름. ‘Shallow(쉘로우)’는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단어로 ‘(깊이가) 얕은’이라는 뜻이지요. 사람의 성격, 인성을 말할 때 많이 씁니다. 생각이 편협하고 겉모습만 따지는 사람. 한마디로 말하면 ‘골빈’ 사람입니다. 극중 할의 성격이 그랬죠.한국 영화 제작자들은 제목을 정성스럽게 짓는다고 하죠. 흥행을 결정지을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 영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잘 만든 영어 제목 제쳐두고 어색하고 영화 내용과 어울리지도 않는 한국 제목을 써야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영어 제목을 발음그대로 한국말로 쓰고 영어도 병기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죠.요즘 미국 영화 제목은 길지 않습니다.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네요. 이 글에서 사례로 든 ‘cruel’ ‘shallow’ 등은 알아두면 좋은 단어들입니다. 한국인들이 웬만큼 알거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영어 단어와 표현들. 영화 제목으로 나오면 사전도 한번 찾아보고, 그렇게 영어 공부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He is in my pocket.(그는 내 주머니 안에 있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고민거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러시아 스캔들’입니다. 러시아라고 하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미국인의 심기를 정통으로 건드린 겁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하루 10캔 이상 다이어트콜라를 마시며 초조, 불안, 고도의 신경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아마 이 사건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 스캔들의 전모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일 겁니다. ‘크렘린’(중세 러시아의 요새)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짓는 푸틴 대통령이 만약 입을 연다면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날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도 왔다 갔다 하겠죠. 다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핏대를 세워가며 “러시아 스캔들은 나와 상관없다”고 부인하기에 바쁜 트럼프 대통령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그의 속마음은 이렇지 않을까요. ‘아무리 뛰어봤자 당신(트럼프)은 내 손안에 있어.’ 그럴 때 쓰는 영어 표현이 바로 ‘He‘s in my pocket(그는 내 주머니 안에 있어)’입니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정치잡지 ‘슬레이트’ 최근호에도 ‘Trump is in Putin’s pocket(트럼프는 푸틴의 주머니 안에 있다)’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더군요. 이 말은 정치 이외의 분야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16일 동아시안컵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4-1로 대파했는데요. 외신을 보니 ‘South Korea crushed Japan’이라는 제목을 단 곳이 많았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바스러뜨렸다’는 의미인데요. 이긴 것도 좋지만 한국팀이 경기 내내 일본팀을 주도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듯합니다. 그럴 때 ‘South Korea had Japan in their pocket the whole game’이라고 쓸 수 있죠. ‘경기 내내 일본은 한국의 손안에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팀이 일본팀을 ‘갖고 놀았다’고 한다면 너무 심한 표현인가요. 이처럼 영어에는 ‘pocket’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표현이 많습니다, 올 한 해 한국인들이 좋건 싫건 가장 많이 접한 단어 중 하나는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일 겁니다. 그에 대한 미국 언론의 기사를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Choi lined her pocket’이라는 건데요. ‘Line’이 ‘줄, 선’이니 직역하면 ‘주머니에 줄 긋다’는 의미일까요. 그게 아니라 ‘주머니를 채웠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부정한 방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웠다’라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pocket’이라는 단어를 이리저리 활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는 ‘포켓’이라는 한국식 발음에 매우 익숙하죠. 그렇게 발음하면 불행하게도 미국인들은 십중팔구 못 알아듣습니다. ‘포켓(pocket)’이라 쓰고 ‘파킷’이라 읽는다. 아시죠.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前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는 언급으로, 그런 식의 프레임 잡기에 동의할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 기간 예정된 여덟 차례의 식사 기회 가운데 중국 측과 두 차례 밖에 식사 일정을 갖지 못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홀대론이 제기되자) ◆“중국을 배려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일본 정부가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 국방장관과의 전화 회담을 요청했지만 중국을 배려한 한국 측의 소극적 태도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아사히신문’ 보도를 부인하며)◆“단순한 경쟁국이 아니라 위협국이며 따라서 행정부 내 대다수는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는 ‘새국가안보전략’(NSS)에 중국이 명확하게 경쟁국으로 규정될 것이라며) ◆“사망한 신생아들이 입원한 사유는 모두 미숙아였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 긴급 기자브리핑에서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순차적으로 응급조치를 받다 사망하는 이례적인 사고에 유가족에게 사과하며)◆“이런 배로 먼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일본의 선박 전문가, 동해에서 원정 조업을 하다 일본 해안에 표류하는 북한 선박들을 조사한 결과 50년 전에나 쓰던 낙후된 기술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며)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한국인은 중국인이 겪은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첫 공식 일정인 재 중국 한인 간담회에서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얘기를 시작하며)◆“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출발이 될 거란 평가가 있고 시위꾼들에게 세금을 넣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있다. 양쪽 다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정부가 제주도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하는 내용의 법원 ‘강제조정안’을 수용한 것과 관련해)◆‘미국 양보!’ (중국 중앙(CC)TV 인터넷판 앙시망의 기사 제목,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전제 조건 없는 대북 대화 제안은 미국이 크게 양보한 거라고 보도하며)◆“인상된 최저임금을 무력화하기 위한 제도 변경을 노동자를 위한 결단처럼 포장했다.” (노동자민중당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기자회견에서 “신세계·이마트의 주 35시간 근로 시간제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 주장하며)◆“미국에선 야구가 생활이고 일본에선 야구를 종교라고 한다. 저는 야구를 한국인의 힐링(치유)으로 만들고 싶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를 이끌 새 수장으로 선출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Tillerson checked every box on the Trump checklist.”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 체크리스트의 모든 박스를 체크했다)요즘 미국 정가의 최대 화제는 언제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국무장관이 물러나느냐는 것이라는데요. 그동안 틸러슨 장관 사임설은 수차례 나왔었죠. 그의 사퇴를 말하는 ‘Rexit’(렉시트·Rex+Exit)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사퇴 루머를 잠재우려는 듯 틸러슨 장관이 어제 국무부 직원과 해외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원격 타운홀 미팅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건재하다’ ‘나는 물러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겠죠. 사실 우리는 틸러슨 장관을 ‘제멋대로 트럼프’의 피해자 앵글에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도 흠이 없는 건 아니죠. 국무부는 부처가 워낙 방대한지라 장관의 장악력이 매우 중요한데 틸러슨 장관은 ‘따로 노는’ 스타일입니다. 미국 정가에서는 틸러슨 장관에 대해 ‘aloof’(냉담한)라는 표현을 씁니다. 국무부는 언제나 예산 낭비 부서 1순위라고 불리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을 다독일 리더십이 없고, 그 흔한 언론 브리핑에 한번도 나선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거대기업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게 믿기 힘들 정도죠.틸러슨 장관은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기업인 출신에, 글로벌 기업을 운영한 글로벌 마인드에, 위엄 있어 보이는 풍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조건은 모두 갖췄거든요. 위의 문장은 CNN이 임명 당시 틸러슨 장관을 평가했던 내용입니다. ‘Check the box’는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인데요. ‘해당되는 박스에 체크하라’는 의미죠. 특히 선거 때 투표 독려 캠페인에 자주 등장합니다. ‘Check 대신 ’Tick‘을 쓰기도 하는데 같은 의미입니다. CNN은 ’틸러슨이 트럼프 체크리스트의 모든 박스를 체크했다‘고 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가 내건 ’국무장관은 어때야 한다‘는 체크리스트를 완전히 만족시켰다는 의미죠. 미국 영화에서 젊은 여성이 “He checked every box on my mom’s checklist”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결혼할 남자가 내 엄마의 체크리스트를 완전히 만족시켰다는 뜻입니다. 엄마들은 딸이 결혼할 남자에 대해 이것저것 조건이 많으니까요.임명 10개월 후 트럼프-틸러슨 관계는 완전 ‘냉랭’ 그 자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는 틸러슨 장관에 대해 ‘시간 낭비하지 마라’는 트윗을 날려 공분을 샀었죠. ‘자신이 임명한 장관이 열심히 일하는 걸 창피주다니’라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게 ‘moron’(멍청이)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복수가 아닌가 싶어요. 올 여름 틸러슨 장관이 국방부 관리들과의 사적인 미팅에서 대통령을 ‘moron’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미국인들이 정말 많이 쓰는 비속어 중 하나인데 영한사전에는 ‘멍청이’라고 나와 있지만 사실 ‘또라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맞는 소리 같기는 한데 듣는 당사자는 아무래도 기분 나빴겠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캠코더(캠프 출신·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밀어붙이는 건 적폐 청산을 외친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새로운 적폐의 시작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최근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를 보면 과거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남의 이목을 피해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있다.” (중국 변경도시의 한 대북 소식통, 중국에서 영업하다 폐업한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이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있다며)◆“동 국가 내 우리 국민이 대리모와 관련된 출산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최근 네팔에서 한국인 부부의 불법 대리모 출산이 적발됐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며)◆“의회는 당파를 떠나 트럼프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의 역사를 조사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3명의 여성,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관련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의회의 조사를 요구하며)◆“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한국 정부가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줄 것을 미 정부에 요청했다며)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북한은 이 귀중한 기회를 지나쳐버려선 안 된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사진),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결정하고, 더 이상의 도발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를 바란다며)◆“공동성명 발표는 없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14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정상회담 이후 양국 공동성명 발표없이 각국 정상의 입장을 담은 언론발표문을 밝힐 계획이라며)◆“대통령이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사퇴를 결심해줄 것을 희망한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방송 인터뷰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앨 프랭큰 상원의원이 사퇴한 것처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설득해봤지만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에 또다시 나오지 않아 두 번째 궐석재판으로 진행된다며)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Don‘t interrupt me.”(나를 방해하지 마)내가 어떤 일에 열중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을 때 하는 말인데요. 특히 내가 침 튀겨가며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말을 끊었을 때 하는 말입니다. 이 표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또는 적어도 동격인 사람들 사이에서 할 수 있죠. 사장님이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일개 사원이 끼어들었을 경우 기분 나빠진 사장님이 하는 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원이 열심히 브리핑하는 중에 사장님이 뭐라 하며 끼어들었을 때는 써선 안 되는 말입니다.요즘 ‘Don‘t interrupt me’라는 표현이 미국에서 화제인데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Don‘t interrupt me”라며 쏘아붙인 사례가 있습니다. 대화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같은 당 소속입니다. 권력구조상 이들 중에 누가 윗사람인지, 누가 아랫사람인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하는 대화의 흐름이 아닙니다. ‘나를 방해하지마’라고 쏘아붙인 사람은 맥코널 대표, 그의 한마디에 초라해진 이는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요즘 미국에선 공화당이 주도하는 백악관과 의회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오바마케어’(현행 건강보험법)를 폐기하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맥코널 대표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려고 만든 상원 건강보험 개혁안을 갖고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을 했죠.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었다고 합니다. 다혈질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이죠. ‘급’도 안 되는 질문을 해대며 브리핑을 자꾸 중단시키는 대통령에 화가 난 맥코널 대표가 ‘나를 방해하지 말라’며 쏘아붙인 겁니다. 한마디로 ‘입 다물어’(Shut up)라는 의미죠. 트럼프 대통령이 의원들로부터 ‘한 방 먹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그의 고민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번은 공화당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나를 따르지 않는 거냐”며 훈계를 했죠. 그 때 밥 코커 상원의원(상원 외교위원장)이 정색을 하며 말합니다. “I don’t work for you, Mr. President”(나는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미국 대통령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일 뿐입니다. 입법을 책임지는 의회, 법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법원과 함께 삼권분립이 비교적 확실하게 지켜지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의회의 도움 없이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존경은 대단합니다. 그것을 모르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제왕적 파워를 행사하려 했다가 입법부의 리더들로부터 반격을 당한 셈이죠.‘어떻게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맞장을 뜰 수 있나?’ 우리의 정서는 그렇습니다. 한국도 삼권분립 국가이긴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대통령은 파워(권력)의 정점에 서있고, 입법과 사법은 아래쪽 어디쯤에 있다는 걸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유엔 대사가 ‘나는 잘 모르지만’이라는 전제 하에 발언한 것인데 방송이 ‘나는 잘 모르지만’을 잘라버려 생긴 혼선이다.” (청와대 관계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open question)”라고 한 데 대해)◆“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의 능력을 평가할 때 정량적 평가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정성적 평가를 병행해 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오찬에서 유사시 최단 시간 내 최소 희생으로 전쟁을 종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작전수행 개념을 발전시키겠다며)◆“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은 동맹이라기보다 오히려 적(敵)에 가깝다.” (미국의 차기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 AP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실제로는 북한의 핵무기 추구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다며)◆“서울대 나온 사람이 리더 하는 세상은 끝났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강연에서 4차산업 혁명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중국에 어업권을 판 북한이 식량난 해결을 위해 어부들에게 무리한 먼 바다 조업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일본 전문가들을 인용해 백골화된 북한 어부의 시신을 싣고 일본 해안으로 표류하는 이른바 ‘유령선’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말도 안 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일부 단어를 부정확하게 발음하고, 연신 물을 마시는 등 구강건조증과 같은 건강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내년 초 대통령의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하겠다며)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적절한 경로를 통해 저희 뜻을 전달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북한의 첫 핵 공격 대상은 한국이라는 내용을 담은 사평(社評)을 낸데 대해 한반도의 평화·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급은 자제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며)◆“작금의 노동현안이 올 겨울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문재인 정부에 큰 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낙연 국무총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비공개로 노동현안과 공무원 성과급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에 앞서)◆“예루살렘 수도 인정에 대한 환영 여부와는 별개로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해 달라.”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에 보낸 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뒤 중동 국가의 반발로 해외에 있는 자국민과 자국 시설에 대한 안전이 걱정된다며)◆“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 지점)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비트코인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시장 과열이 가장 심각하다며)◆“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 조찬세미나에서 정치권 영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The early bird may get the worm.’(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미국에서 유명한 속담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얼리버드 세일’이라는 걸 많이 하죠. 필요한 때보다 먼저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걸 말합니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죠. 그 ‘얼리버드’의 유래가 바로 이 속담입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성공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의역 하자면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뜻이겠죠.그래서 미국에서는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을 ‘얼리버드’라 부릅니다. ‘rise’(일어나다)라는 단어를 써서 ‘얼리 라이저’(early riser)라고도 하죠. 일찍 일어났으면 일찍 저녁 먹고 자야합니다. 그래서 오후 5,6시경 일찌감치 저녁 먹는 사람들을 위한 단어도 있습니다. ‘얼리 다이너’(early diner)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미국인들이 더 즐겨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The early bird may get the worm, but the second mouse gets the cheese.’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그러나 두 번째 쥐가 치즈를 차지한다)‘얼리버드’ 속담을 한번 비튼 겁니다. 요즘 말로 ‘반전’이죠. 즉 첫 번째가 무언가 교훈을 주는 ‘속담’(proverb)이라면 두 번째 문장은 웃으면서도 뭔가 수긍하게 되는 ‘농담’(joke)인 거죠. 일찍부터 서두르는 새가 나무에 붙어 있는 벌레를 먼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두 번째 쥐가 치즈를 차지할까요. 마지막에 ‘in the trap(덫)’이라는 단어가 생략된 건데요. 치즈를 목격한 첫 번째 쥐는 덫이 있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뛰어들다 덫에 걸려 죽고 맙니다. 그래서 치즈는 뒤에서 보고 있던 두 번째 쥐의 차지가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먼저 나서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겁니다. 얼리버드 속담과 대치되는 의미죠. 이 농담은 특히 미국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직장인은 몸을 사리려는 보신 본능이 있습니다. 어떤 일에 먼저 설치고 나섰다가 실패하면 주변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하니까요.당신은 어떤 타입이신지요. 실패를 두려워 않고 박력 있게 1번 타자로 나서는 얼리버드 타입? 아니면 ‘모험은 내 사전에 없다’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세컨드 마우스 타입?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이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즉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SNS 라이브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며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있지만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며)◆“우리는 위나 장과 같은 소화기계통이 아니라 중추신경계, 중추야당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당이 내년도 예산 처리에 협조한 것을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 대표가 “국민의당은 위장야당”이라고 비난하자 아재개그 식 농담으로 맞받아치며)◆“양국이 이전 수준의 동맹과 신뢰를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있어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중 고위지도자 아카데미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에서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이렇게 된 거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 어선 ‘선창 1호’를 추돌해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급유선 ‘명진 15호 선장 전 모 씨,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출두하며)◆“양측의 대립하는 주장을 담은 자료집을 만들 때 중립적인 전문가의 검증이 없었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건설재개 문제를 논의한 공론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 한 포럼에서 공론화위원회가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시민참여단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며)◆“인상하기에는 아직 이른 판단이 아니었냐 하는 생각을 한다.” (국책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였고 오히려 인하 요인이 충분하다며)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당시 북한 병사는 다 부서진 병(jar) 같았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미국 CNN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귀순한 오청성 병사가 처음 병원으로 실려 왔을 당시를 설명하며)◆“한국과 글로벌 수출 경기에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중반께 누적 4개 분기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역사상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다.” (골드만삭스 한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전무, 내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내년 한국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이 같이 전망하며)◆“우리는 매일매일 철저히 조사하고, 살기 위해 힘든 일을 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연방수사국(FBI) 국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위망을 좁혀오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반발해 연일 FBI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직원들에게 외부 비판에 신경 쓰지 말라‘는 e메일에서)◆“억울한 마음 한이 없지만, 법적으로 항변할 길이 없어 받아들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확정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국민의당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 대법원 판결 직후) ◆“수사를 막을 생각도, 방법도 없다.”(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관훈토론회에서 적폐청산 수사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I am a 28 year old woman trying to make a living and a career. Harvey Weinstein is a 64 year old, world famous man and this is his company. The balance of power is me: 0, Harvey Weinstein: 10.” (나는 생계를 이어가고 커리어를 쌓으려고 하는 28세 여성이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64세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내가 다니는) 이 회사는 그의 회사다. 파워 균형으로 보자면 나는 0이고 하비 번스틴은 10이다) 지난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 기사 중 일부입니다. 로렌 오코너라는 하비 와인스타인 회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뉴욕타임스에 보내온 편지 내용이죠. 두 명의 여기자가 쓴 이 기사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미국 정계와 미디어 분야의 유명 인사들에 대한 성 추문 폭로가 줄을 이었죠. 하비 와인스타인이 부인이나 변명을 할 수 없도록 물샐 틈 없이 철저하게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성 추행, 성 폭력과 관련된 이슈는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만 뉴욕타임스의 하비 와인스타인 기사는 특별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개의 장문의 기사 중 가장 임팩트 있는 것으로 오코너 씨의 편지가 꼽힙니다. 왜 많은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죠. 오코너 씨는 “세력균형의 추가 있다면 나는 0이고 그는 10”라고 숫자를 동원해 말합니다. 뭔가 확 닿는 효과가 있죠. 여기서 오코너 씨는 10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뭔가를 평가할 때 10점이 만점이고 최대치를 말해주는 숫자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100을 좋아합니다. “남편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주시겠습니까?” “음, 80점이요.” 한국 TV에서 이런 대사 많이 들어본 듯 한데요. 어릴 적 빨간 색연필로 100이라고 쓰인 시험지를 받고 싶었던 적 있으시죠. 왜 힘들게 100까지 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인들은 ‘100점 사랑주의자’들입니다. “100점 만점에 몇 점 주겠느냐”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표현인데요. “On a scale of one to ten, how would you rate ~?”라고 하죠. ‘1부터 10까지 매긴다면 ~에 몇 점 주겠느냐’ 정도 되겠죠. 한국식으로 ‘ten’ 대신 ‘hundred’(100)라고 했다가는 상대방 미국인이 이상하게 쳐다볼 겁니다. ‘ten out of ten’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10점 만점에 10점’이니 최고를 뜻하죠. 한국인들이 100점을 좋아하는 건 그렇다 치고 왜 그 넓은 땅에 살면서 세계 제일이라고 외치는 미국이 겨우 10점에 만족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성서의 영향의 아닐까 싶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며)◆”숙박업계와 공감대가 형성돼 관람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바가지요금 논란에 휩싸였던 강릉 평창 지역 숙박업소들이 숙박요금을 인하하고 있다며)◆”선거기간 맥도날드에 들르면 빅맥 2개, 필레오피시(생선버거) 2개를 주문해 먹어치우고 입가심으로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들이켰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 5일 출간되는 책 ‘렛 트럼프 비 트럼프’(Let Trump Be Trump)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식가 식성을 소개하며)◆”공무원은 공무원임용령에 따라 공개경쟁 채용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평 이동한다는 건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 (이관우 충남도교육청 공무원 노조위원장, ‘획일적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공공기관 연대모임’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입사 준비에 수년씩 투자한 기존 정규직에게 공개채용 없는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이라며)◆”최근 SNS상에서 유머를 담은 참신한 영화들이 빠른 속도로 퍼질 뿐만 아니라 이슈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착안해 영화 제작을 기획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신형 세탁기 ‘퀵드라이브’의 유럽 출시를 기념해 러닝타임 66분 동안 세탁기가 돌아가는 장면만 등장하는 영국식 유머를 담은 영화 ‘세탁기’(Washing Machine)를 영국 일부 극장과 유투브를 통해 개봉한다며)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두 선박이 영흥대교 교각 사이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다 충돌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인천 해경 관계자, 영흥도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의 사고 원인에 대해)◆”그것은 매일 커지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꼼꼼히 제대로 현장 공무원을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줄이기 아깝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야당의 공무원 증원 예산 반대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2일) 내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재벌개혁의 핵심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단순한 명제를 국민이 신뢰하고, 기업들이 따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법을 어긴 재벌들을 모조리 고발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배경을 설명하며)◆”북한 수뇌부에서 이번 귀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 북한군 리명수 총참모장이 북한 병사의 귀순사건 열흘 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북측 초소 등을 극비리에 시찰한 것에 대해)◆”비 흡연자들은 오히려 좋아하기도 하고, 흡연자들도 한두 달만 지나면 다들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한 실내골프장 업주, 오늘부터 당구장과 실내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 금연 정책이 시행되자)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He had sharp elbows as well.” (그는 날카로운 팔꿈치도 갖고 있었다)올 5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부고 기사 중 일부입니다. 누구의 부고 기사인지 궁금하시죠? 발음도 어려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이 독특한 미국 정치가’ 정도로 알려졌지만 미국에서는 정치학계의 ‘거두’ ‘거성’이라고 불리죠. 하버드대에서 배운 정치학 이론으로 무장하고 실물 정치에 뛰어들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지내며 중동 평화협상, 중국 수교, 구 소련 견제 등에서 업적을 거뒀죠. 브레진스키의 가장 큰 특징은 날카로운 눈빛입니다.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에서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penetrating eyes)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브레진스키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 날카로운 눈빛에 주눅이 들 지경이었죠. 브레진스키의 또 다른 특징은 매우 공격적이고 야망 있는 정치가였다는 겁니다. 뒤로 물러나 있지 않고 앞으로 나와 일을 벌이고, 또 벌려 놓은 일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지는 타입입니다. 학계 출신의 정치가들이 주로 소극적인데 반해 브레진스키는 튀는 스타일이었죠.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 나는 미국 정치판에서 인정받으려면 남을 밀치고 앞으로 나와야 합니다. 남을 밀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팔꿈치로 밀어버려야 합니다. 팔꿈치는 팔을 구부리는 용도도 있지만 남을 밀칠 때도 사용 가능합니다. 영어에서는 후자의 의미로 훨씬 많이 쓰이죠. 미국에선 정치인에 대해 ‘He is a politician with elbows’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는 (경쟁자를 밀쳐 버릴 수 있는) 공격적인 정치가’라는 의미죠. 브레진스키는 그냥 팔꿈치도 아니라 ‘날카로운 팔꿈치’를 가졌으니 무수히 많은 경쟁자를 밀쳐 버릴 수 있었겠죠.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사이러스 밴스는 사사건건 대립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브레진스키는 국무장관의 영역까지 침범해가면서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했고, 뒤로 밀려난 밴스 국무장관은 결국 사임했죠. 경쟁자를 밀쳐버리고 앞에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인. 왠지 야비해 보이지만 사실 정치인은 그래야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닐지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과거에는 ‘팔꿈치를 가진 정치인’이라는 말이 전혀 칭찬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팔꿈치가 없는 정치인’이 무시당한다고 합니다. 팔꿈치가 없으면 원칙도 없다는 거죠. 요즘 각광 받는 ‘마쵸형 정치인’이 되려면 최우선 조건은 팔꿈치가 있어야 합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북한이 만에 하나 임박한 시점에 또다시 도발하면 평창 겨울올림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평창 올림픽을 안정된 분위기에서 잘 치러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평창 동계올림픽과 한미군사훈련이 공교롭게 겹치는 문제에 대해)◆“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적절한 수준의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유엔 주재 중국 차석대사 우하이타오,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본인의 입장을 차분히 잘 설명하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며)◆“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피고인에 대해선 비난 가능성이 작다.” (서울고법 형사 5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묵인하고 최순실 씨에게 차명폰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1심의 징역 1년 실형 보다 낮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안철수 대표 리더십에 굉장히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승민 대표까지 보태면 호남이 이걸 이고 가라는 거냐.”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국민의당 호남 초선 의원 회동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추가 생산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기존에 준비한 물량은 오래전부터 사전 주문을 통해 판매 시기와 가격을 정해둔 제품이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같은 가격에 추가 생산하기 어렵다.” (롯데백화점 관계자, 올 겨울 열풍을 몰고 온 ‘평창 롱패딩’이 잔여 물량 3000벌 판매를 끝낸 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 그런 발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특별히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청와대 관계자,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며)◆“미끼를 물지 마라.”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의 선임 정치학자 마이클 마자르가 CNN에 기고한 글 제목,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하는 건 결국 북한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미국과 협상해 평화협정을 체결,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뒤 한국을 적화통일하는 게 최종 목적이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 씨, 일본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이게 내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게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네 번째로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어제까지만 해도 나오겠다고 했는데 굉장히 당황스럽다.” (특별검사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던 고영태 씨가 ‘정유라 강도 피습’ 사건을 들어 돌연 불출석하자)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As of now, I‘m in control here.” (지금부터는 내가 주도하겠다)영어 단어가 한국말로 번역되면서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요. ’Control‘이라는 단어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에서 매우 많이 쓰이는 단어인데 ’지배하다‘ ’통제하다‘라고 번역되면 너무 ’센‘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어떤 상황을) 주도한다‘는 뜻이 더 적절할 듯 합니다. 아니면 그냥 “콘트롤한다”한다고 말할 때 오히려 더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됩니다.그런 미묘한 의미를 가진 ’control‘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미국 정치인이 있습니다. 알렉산더 헤이그라는 인물인데요. 국무장관, 대통령수석보좌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 등 이력이 화려합니다. 이력서 두세 장을 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업적을 쌓은 정치인, 외교인이지만 그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control‘이라는 단어를 썼던 바로 그 순간입니다.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라는 암살범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6발을 총을 쐈습니다. 한 발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가슴에 맞았고 수행원들도 총상을 입었죠.냉전시대에 미국 대통령이 총에 맞았다는 것은 파장이 상상 이상입니다. 상황 관리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헤이그가 백악관으로 달려와 빨리 기자들을 모으라고 지시합니다. 워싱턴의 한쪽에서 대통령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헤이그의 백악관 기자회견이 펼쳐집니다. 첫 문장은 헤이그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I‘m in charge’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어찌 보면 국무장관으로서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왕이다’는 의미가 더 강해 보입니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욕을 드러내다니….’ 기자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고 합니다. 더 황당한 것은 헤이그가 설치고 나섰지만 미 헌법상 그는 2인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 대통령 유고 시 승계자는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 국무장관, 재무장관’ 등의 순서입니다. 헤이그는 나중에 이런 저런 변명을 했지만 미국인들이 그를 용서할리 없죠. 헤이그는 이듬해 사퇴했습니다. 그는 198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꼴지를 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에서는 ‘I’m in control moment‘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행동을 말합니다.권력욕이 없으면 정치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정당당하지 않은 권력 의지는 뒤탈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헤이그 소동‘이 말해줍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