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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23일 ‘묻지마 범죄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온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요원) 3명에게서 범죄자들의 특징을 들어봤다.○ 11년차 프로파일러 C 경감 이들은 경찰에 잡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반 범죄자는 범행이 적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범행 후 최대한 증거를 인멸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잡히면 범행을 순순히 시인하고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범행 계획까지 다 털어놓기도 한다. 얼마나 무거운 처벌을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의 분노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회 문제에 대한 평소 주장을 펼치면서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양극화 문제 등 일리 있는 대목도 적지 않지만 자기만의 편협한 세계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8년차 프로파일러 A 경위 묻지마 범죄의 동기는 사회에 대한 누적된 분노다. 그 분노가 자기 안으로 향하면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에 이르기도 하지만 밖으로 분출되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이 된다. 자살과 타살의 경계에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자신을 망쳤기 때문에 자기 외에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그런 결과에 일조한 ‘적’으로 본다.○ 6년차 프로파일러 B 경사 이들은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가치관이 왜곡돼 대인관계에 좌절한 경험이 많다. 신뢰관계 형성이 안 되다 보니 집에 틀어박혀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실직이나 실연 같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주변 사람과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사회 탓, 남 탓을 하며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자살을 고민하다가도 ‘나 혼자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선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예전엔 늦은 밤이나 으슥한 거리만 아니면 성폭행 같은 건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낮밤 구분 없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끔찍한 일이 생기니 무서워서 못 살겠어요."(김윤미 씨·24·취업준비생)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국격 상승에도 아랑곳없이 흉악범죄는 오히려 늘어가고 있다. 나라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떠는 '위험 사회'가 되어 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 사이에 무려 8건의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2명이 숨지고 2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부분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하철 승객, 퇴근길의 직장인, 두 아이의 엄마, 하교하던 초등생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 영문도 모른 채 참변을 당했다. 경남 통영과 제주에서 각각 10세 소녀와 40세 여성이 성폭행을 시도하는 전과자에게 살해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흉악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우리 사회는 강력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살인 강도 성폭행 방화 등 강력범죄는 2001년 이후 10년간 84.5%나 증가했다. 성폭행은 2002년 6754건에서 2011년 1만9491건으로 3배로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살인 6위, 성폭행 11위로 범죄율이 높다. '범죄 방정식'도 깨졌다. 범인들은 굳이 으슥한 곳을 찾거나 야심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범행 동기도 불분명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누적된 분노를 쏟아낸다. 살인사건 가운데 우발적으로 일어난 비율은 1982년 6.8%에서 1998년 28.2%, 2010년 43.3%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 국민이 '거리의 악마'의 위험에 노출된 사회가 됐다.실제로 최근 두 달간 주요 흉악범죄를 분석해 보면 야심한 시간에 으슥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상식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 18일 퇴근시간대 경기 의정부역에서는 30대 남성이 지하철 전동차와 승강장을 오가며 승객 8명에게 공업용 칼을 휘둘렀다. 20일 등교 시간에 두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에 들어왔다가 성폭행범에게 살해됐다. 집에서 50m 앞을 잠시 다녀와 벌어진 참변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으로 4명이 크게 다친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해가 지기도 전인 오후 7시 10분경이다. 여의도의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은주 씨(30·여)는 "칼부림 사건이 나기 5분 전까지 사건 현장에 있었다"며 "이제는 매일 오가는 도심 번화가의 출퇴근길조차 혼자 다니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범인들의 면면을 봤을 때도 '범죄자 공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여의도에서 칼을 휘두른 김모 씨(30)와 의정부역에서 공업용 칼을 휘두른 유모 씨(39)는 둘 다 범죄전과가 없다. 김 씨는 한때 신용정보회사에서 부팀장으로 근무했던 화이트칼라였다. 당시 사건의 목격자들도 "안경을 끼고 나약한 인상의 김 씨가 갑자기 칼을 휘둘러 놀랐다"고 했다. 수입이 적은 일용직 노동자나 노숙인이 갑자기 흉악범죄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도한 경쟁사회에서 스스로 낙오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노를 범죄로 표출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무너진 사회적 안전망을 하루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강력범죄 가운데서도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새 성폭력 사건이 3배로 증가한 배경에 대해 사회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늘면서 적절한 방법으로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환경이 좋아지면서 아동 포르노 등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유포돼 왜곡된 성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도 성범죄가 느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남성들이 음란물이 불러일으킨 자극적 충동을 자제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단절된 사람이 늘어나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당할 고통을 가늠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욕구충족만을 최우선시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성범죄 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물론 범죄 접수 건수가 늘어난 것은 언론 등을 통해 '성범죄 피해를 입으면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홍보가 많이 돼 신고 건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성범죄가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일부 범죄자들이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으론 성범죄자가 성폭행만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피해자가 다치거나 숨지면 범행 후 더 많은 경찰력이 투입돼 추가 범행을 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범죄 건수는 급증했지만 피해자의 신체 상해 정도는 오히려 가벼워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매년 집계하는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폭행 과정에서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2008년 883명, 2009년 753명, 2010년 412명으로 줄었다. 장기 입원이 필요한 전치 8주 이상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도 38명, 26명, 22명으로 감소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최근 흉악한 성범죄 사건이 많이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겁을 먹고 반항을 포기해 가해자가 물리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필요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앞으로도 계속 범행을 할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범행 흔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를 무리하게 폭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성범죄자들은 아예 잔혹한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거나 교묘하게 수사망을 따돌리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오되는 사람들 상당수가 가족이 해체되거나 정상적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받지 못하고 추락하면 범죄 유혹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동영상=‘여의도 칼부림’, 묻지마 흉기 난동범 체포 영상}
“인천공항 지분을 매각한다는 정부 방침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습니다.” 10대 고교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며 기획재정부 영문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6월 26일 재정부 영문 홈페이지에 침입해 메인화면을 변조한 혐의로 경기도의 한 고교 1학년인 김모 군(16)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당시 ‘인천공항 일부 지분 매각’ 관련 보도를 보고 매각 주관 기관인 재정부 홈페이지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군은 인터넷 검색으로 재정부 영문 홈페이지(english.mosf.go.kr)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뒤 해킹해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청사초롱을 든 쥐’ 이미지와 ‘MBC 파업을 지지합니다’ 문구가 번갈아 표시되도록 바꿔놓았다. 김 군은 1월 MBC 노조파업 때도 사측 대응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MBC 사내 통신망에 침입해 메인 홈페이지 문구인 ‘通MBC’를 ‘通MB’로 변조하기도 했다. 당시 김 군은 이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군은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고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초보적인 해킹 수법으로 표현했다”며 “미성년자라도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성범죄자가 출소 후 전자발찌 없이 지내다 다시 성폭행이나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상 전자발찌 착용 대상인 성범죄자들이 최소한의 재범 예방 장치인 전자발찌조차 없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난동을 부려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 씨(39)는 특수강간으로 7년이나 복역한 전과자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강 씨는 전자발찌 소급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만 그는 전자발찌를 차지 않았다.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전자발찌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하도록 2010년 7월 전자발찌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회 이상 성폭행한 성범죄자 2675명을 선별해 법원에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중 75%인 2019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2010년 8월 개정 전자발찌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3건의 재판에서 "전자발찌 소급 적용은 형법 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보안처분이므로 적법하다"는 일관된 판례를 제시했지만 법관들은 헌재 판단을 더 중요하게 보는 셈이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위헌심판이 제청돼 재판 진행이 중단된 사건의 피고인과 다른 유사 사건 피고인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추후 위헌 결정이 나면 재심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위헌 결정이 나기 전에는 현행법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며 "입법부가 여론을 반영해 만든 법을 집행하지 않으면 민의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위헌심판이 제청된 사안은 헌재가 180일 안에 판결해야 한다는 훈시 규정이 있지만 헌재는 전자발찌법에 대해 2년째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그로 인해 일선 법원 판결이 계속 유보되면서 전자발찌를 차지 않은 성범죄자가 출소 후 재범한 사례는 19건에 달한다. 현행법상 위헌심판이 제기되면 해당 사건은 재판이 중단된다. 하지만 다른 유사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명확한 기준 없이 법관 재량에 맡겨져 있어 판단이 제각각이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소급적용 대상자 2675명 중 656명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 424명은 전자발찌를 차도록 했다. 성범죄자가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남 통영의 '아름이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소급적용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진 실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다음달 교체된다. 새 진용이 꾸려지면 다시 논의해야 해 결론이 날 때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2일 하청업체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GS건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GS건설 측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주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실제 금액보다 부풀려 결제해준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GS건설의 하청업체 계좌와 통신기록을 압수수색해 분석한 결과 공사가 여러 업체에 배당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공사비가 부풀려진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사 현장 담당 부서나 특정 직원의 비리일 가능성도 있지만 되돌려 받은 금액 규모가 크고 여러 하도급 업체에서 자금이 같은 방식으로 GS건설 측에 흘러들어간 점으로 볼 때 단순 리베이트 수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GS건설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되돌려 받은 거액의 자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경찰이 어느 협력업체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아 부당한 돈거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본사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불법행위를 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남 통영의 열 살 소녀 아름이가 김점덕(45)에게 무참히 살해된 지 불과 한 달, 성범죄 전과자들이 서울과 경기 수원에서 성폭행을 하려다 살인광란극을 벌였다. 성폭력대책을 강화하자던 정부와 정치권의 요란했던 목소리가 흐지부지되는 기미를 보이자 성범죄자들이 감춰온 수심(獸心)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구호만 무성할 뿐 실효성이 없는 제도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었다.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성범죄 전과자 서모 씨(42)가 주부 이모 씨(37)를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3번의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전과 12범인 서 씨는 전자발찌를 찬 채 범행을 저질렀다. 관할 보호관찰소는 “서 씨가 자기 집 1km 범위 내에서 움직여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전자발찌는 ‘이 상태로 범행하면 쉽게 잡힌다’는 착용자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인데 성범죄자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밀착 감시를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서 씨는 신상정보 공개대상에서도 제외돼 피해자 이 씨를 포함해 주민 누구도 그가 성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는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출소했는데, 신상공개는 지난해 4월 16일 이후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2010년 1월 1일 이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자에게 한정된다.21일 수원에서는 특수강간 전과자 강모 씨(39)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를 휘두르며 도주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강 씨는 2005년 2차례 성폭행을 저질러 7년이나 복역했지만 지난달 출소 후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고 전자발찌도 착용하지 않았다. 2005년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는 전자발찌 소급 적용마저 피해갔다. 국회는 2010년 김길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법 개정 한 달 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전자발찌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전국 법원이 소급 적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 사안은 아직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그 결과 소급적용 대상자 6916명 중 전자발찌를 차게 된 성범죄자는 위헌제청 전 출소한 378명뿐이다.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충동을 없애는 상담치료도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자발찌를 차고 가정주부를 살해한 서 씨는 성폭행으로 7년 6개월을 선고받고도 상담교육은 고작 40시간 처분에 그쳤다. 법원은 최대 500시간까지 상담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지만 판사 재량에 따라 시간이 제각각이다. 성범죄자는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개,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상담치료 등 모든 수단이 유기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면 언제 재범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주변과 단절돼 홀로 생활하는 성범죄자는 욕구 불만이 더 커져 음란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성관념이 더욱 왜곡될 수 있다”며 “성범죄자의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취업 준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저는 왜 ‘서류광탈(서류전형에서 미친 듯 떨어지는 사람)’의 반열에 올랐을까요.”“거의 완벽한 스펙인데 면접관들은 왜 저한테 관심이 없을까요.”“너무 자랑하듯 자기소개를 하면 건방져 보일 테고 적당히 하자니 자신감 없어 보일 거 같고 어쩌죠?”17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 본사에 20대 남녀 30명이 모여 취업 고민을 털어놨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낙방한 취업준비생들이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입사 면접에 온 것처럼 정장차림으로 눈을 반짝이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누구를 위한 스펙 경쟁인가”참가자 중에는 1차 관문인 서류심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들 상당수가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에 토익 학점 봉사활동 등 스펙 관리를 충실히 해온 터라 더욱 고민이 깊었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4학년 권모 씨(23·여)는 “토익 950, 토익 스피킹 레벨 6, 학점 3.8(4.5 만점)에 해외봉사까지 다녀왔다”며 “정보처리기사 한국사능력시험 등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도 많이 땄는데 서류에서 계속 떨어져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권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H대 출신 김모 씨(26)는 “해외인턴 같은 특별한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 스펙이 화려해야 면접 때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스펙 예찬론’을 폈다. 한편에선 스펙 경쟁의 허탈함을 토로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펙 준비에 시간을 쏟아 붓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직무나 지망하는 기업에 대한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 4학년 강모 씨(25·여)는 “어차피 원하는 곳에 합격하긴 어렵다는 생각에 일정 수준으로 스펙을 맞춰 놓고 웬만한 대기업에 다 지원하게 되는데 그런 방식으로 차별화가 되겠느냐”고 했다. 취업 준비가 ‘돈 잔치’가 됐다는 푸념도 쏟아졌다. 건국대 4학년 한모 씨는 취업 컨설팅 업체에 찾아간 일화를 소개했다. “60만 원만 내면 한 곳이라도 합격할 때까지 도와주고, 합격하면 60만 원을 추가로 내는 조건이었어요. 자기소개서 첨삭 받으러 갔더니 밑줄 하나 안 그어주고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만 하더군요.” 3년차 백수인 한 구직자가 “등록금으로 1800만 원을 대출받아 이자 내기도 벅찬 형편이라 매달 4만2000원 하는 토익시험료도 부담”이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공감한다는 듯,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엉뚱한 데 열정 쏟아 안타까워”참가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취업컨설턴트들은 “구직자의 절실함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휘돼 좌절을 반복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스펙 등 계량적 요소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기업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 기업은 업무에 대한 진정성과 근속 가능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과 업무 특성을 고려해 2, 3개 분야로 범위를 좁혀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기업은 이런 인재를 뽑는다는 방향이 있는데 구직자들이 그걸 고려하지 않고 일단 찔러 본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서류부터 계속 낙방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해당 기업 몇 곳을 집중 공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은 참가자들을 직접 면접하며 단점을 찾아주기도 했다. 면접관의 눈길을 피하거나 말끝을 야무지게 맺지 못하는 구직자가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선 멋대로 판단해 답하기보다 질문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게 낫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임현민 인크루트 컨설턴트는 면접관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여자친구가 데이트 끝나고 ‘오늘 어땠어’라고 묻는데 ‘할 말 없다’고 하면 어떻겠어요. 면접관도 마찬가지예요.”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
경찰이 노사분규나 재개발 현장에 투입되는 경비용역업체 직원 가운데 폭력전과자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또 현장에 배치되는 용역 직원의 신분이 드러나도록 이름표를 달게 하고 용역 업체 직원들의 장구와 복장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으로 경비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유성기업 사태와 올해 SJM 사태 때 드러난 경비용역업체의 폭력행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개정안을 보면 조직폭력배 등 범죄단체와 관련된 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향후 10년간 경비용역업체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강도 절도 성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 처분을 받거나 폭력 행위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두 번 이상 받은 자도 5년간 경비원 취업을 금지했다. 폭력 전과자가 경비원 등 용역업체 직원이 되는 길을 차단한 것이다. 집단 민원 현장을 담당하는 경비업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현장에 투입된 직원은 소속 업체와 본인 이름이 표시된 명찰을 부착해야 하고, 용역 직원 배치 24시간 전에 이들의 장구와 복장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민주통합당은 16일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박정희 정권 시절 대표적 재야 정치인이었던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을 계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에서 의문사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17일 경기 파주시 장준하 공원에서 열리는 장 선생의 37주기 추모식엔 이해찬 대표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유신독재의 정치적 계승자로, 5·16쿠데타에 대한 미화와 역사왜곡에 앞장서온 박 후보의 사과와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대선주자들도 박 의원에 대한 공세에 가세했다. 정세균 의원은 전북도당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친일파 박정희에 의해 독립군 장준하가 타살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후보 측은 논평을 내고 “박정희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 의원은 즉각 석고대죄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경선캠프 관계자는 “박 의원이 2007년 장준하 선생의 유가족을 만나 사과 말씀을 드린 게 있다”며 “그때 말씀한 뜻은 변함없으며 장 선생 아들의 말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더이상 어떻게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장준하기념사업회는 16일 서울대 법의학연구소의 장 선생 유골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사 소견서에 따르면 유골은 대체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머리뼈와 골반에서 골절 소견이 나왔다. 유골 검사를 진행한 이윤성 서울대 교수는 소견서에서 “머리뼈와 오른쪽 볼기뼈의 골절은 둔탁한 물체에 의한 손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하지만) 머리뼈 골절을 야기한 손상이 누군가의 가격에 의한 것인지, 추락하면서 부딪혀 생긴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장 선생의 사망 원인은 절대 추락사가 아니며 외부적 가격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주(駐)러시아 북한대사관 외교관이 최근 중국에서 행방불명되자 그의 가족들이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주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 A 씨(51)의 부인과 자녀가 4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며 “우리 정부가 러시아 외교부와 이들에 대한 출국허가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망명 신청자는 A 서기관의 부인 B 씨(51)와 딸(22) 아들(20) 등 3명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A 서기관이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행방불명되자 4월 24일 모스크바에 있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전화로 망명을 요청했다. 우리 대사관은 이튿날 오후부터 이들을 보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서기관 가족이 한국에 입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A 서기관의 행방은 현재 알 수 없는 상태”라며 “가족들이 A 서기관이 북한당국에 의해 숙청당한 것으로 보고 신변에 위협을 느껴 망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그동안 북한 외교관이나 가족의 한국 망명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북한의 핵심 우방인 러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 가족이 우리 공관에 망명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통상부는 동아일보가 A 서기관 가족의 망명 여부에 대해 공식 확인을 요청하자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0년 공개한 미국 국무부 전문(電文)에 따르면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그해 1월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숫자를 특정할 수 없는 북한의 해외 고위 관리들이 최근 남한으로 망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말 북한의 한 공관장급 외교관과 외화벌이 책임자가 한국으로 망명해 현재 우리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는 헝가리에 머물던 북한 국영회사 직원 등 4명이 한국으로 망명했다. 홍순경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은 부인 아들과 함께 북한 요원들에게 끌려가다 탈출해 2000년 한국 땅을 밟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48)이 1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취재하던 동아일보 기자에게 욕설을 하며 취재를 막았다. 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1시 40분경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13층의 민노총 기자회견장 앞에서 본보 김모 기자에게 “어디서 와서 ×랄이야”라며 폭언을 했다. 김 기자는 이날 민노총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 여부 결정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실에서 8시간가량 대기하다 결과 발표를 듣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정 대변인은 회견장 입구에서 김 기자의 소속을 확인한 뒤 “당장 나가요, 당장”이라고 언성을 높인 뒤 다른 기자들에게 “동아일보 기자가 나가기 전까지는 브리핑 못합니다”라고 말했다.김 기자가 회견장에 들어가지 않고 발길을 돌리려 하자 정 대변인은 김 기자 뒤에 대고 “어디서 와서 ×랄이야. 나 참”이라고 했다. 민노총은 기자실 등에 동아 조선 중앙 등 일부 언론사의 취재를 금한다는 내용의 벽보를 붙여 놓고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정 대변인은 민노총 산하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과 정책실장을 지낸 뒤 2010년부터 민노총 대변인 겸 홍보실장을 맡고 있다. 1989년 대한통운에 입사해 일하다 1995년 해고됐고,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구속된 바 있다.민노총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욕설과 폭언으로 여러 번 물의를 빚었다. 민노총 전주시내버스 조합원들은 4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버스기사 파업 문제를 해결하라”며 극장 주변에 있던 시민에게 폭언을 했다. “극장에 뱀과 쥐를 풀어 놓겠다”는 협박도 했다. 배종배 민노총 부위원장은 1999년 12월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을 맡은 강원일 특별검사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아, 네가 특검이냐”라고 욕설하기도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근 발생한 ‘통영 여아 살해사건’의 범인 김점덕은 2005년 강간 상해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2009년 출소 후 어떤 관리도 받지 않다가 올 7월 한아름 양(7)을 무참히 살해했다. ‘제주 올레길 살해 사건’의 범인 강성익도 2008년 특수강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출소했다가 살인범이 되어 세상에 나타났다. 이들은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과 감독 시스템이 없는 ‘사회 안전망의 빈틈’에서 자라난 범죄자들이다. 제2의 김점덕과 강성익을 방지하기 위해 법무부가 연간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재범 고위험군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형기가 끝난 후에도 보호관찰을 받도록 ‘형기종료 후 보호관찰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실형 이상을 구형하는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보호관찰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인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또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강력범죄인 살인과 미성년자 유괴범죄에 대해서도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 청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자에 대해 부착기간에만 적용되거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2년에서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만 적용됐다. 이 때문에 성폭력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자들이 만기 출소했을 때 이들을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빈틈’이 생겨났던 것. 법률이 개정되면 검사는 실형 구형이 가능한 성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 부착’이나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을 판사에게 청구하게 된다. 2010년 성폭력범 등 실형선고 현황 기준에 비춰 보면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선고받지 않아 형기 종료 후 관리와 감독에서 멀어졌던 1025명이 보호관찰 제도를 통해 관리감독을 받는 길이 열리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범 위험성이 낮고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한 수감자들은 가석방 하면서 보호관찰을 실시하는 반면 죄질이 나쁘고 재범 위험성이 큰 범죄자들은 관리하지 못하는 모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확대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보호관찰 인력도 상응하는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보호관찰 인력 1명이 160여 명을 관리해야 해 선진국의 경우(1인당 관리 대상 40∼50명 수준)보다 턱없이 인력이 부족하다. 또 검찰의 보호관찰 청구를 법원이 적극 승인해줘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날 법무부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사진)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추진해온 과제를 점검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행정소송법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행정기관이 국민의 각종 신청을 위법하게 거부하고 방치할 때 법원 판결로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의무이행소송’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될 경우 행정행위를 사전에 하지 못하게 막아 달라는 소송 형태인 ‘예방적 금지소송’도 도입하기로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이마트 지하 1층. 트레이닝복이나 반바지를 입은 50, 60대 남성 10여 명이 신선식품 판매 코너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들은 쇼핑카트도 없이 맨손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틈틈이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집어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모 씨(59)는 “몇 년 전 명예퇴직을 해 요즘같이 더우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카페에 가면 뭐라도 하나 시켜야 하고 은행에 가도 청원경찰 눈치를 봐야 하는데 마트는 다 ‘어서 오십시오’ 하니까 부담 없이 땀을 식히고 갈 수 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폭염이 바꾼 여름 풍속도 워낙 폭염이 심해지면서 은행, 백화점 등 예년의 ‘도심 피서지’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은행 등은 정부의 절전대책에 따라 26도 실내온도를 지키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번 여름엔 대형마트 내 신선식품 코너가 각광받고 있다. 냉장고가 몰려 있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온도를 다른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보다 낮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더위로 인한 갈증을 달래줄 수 있는 생수나 수박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수박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9% 증가했다. 생수와 아이스박스 매출도 각각 29.9%와 71.7% 늘어났다.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오후 6시가 지나면 생수나 과일이 모두 동나 그 이후에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가게 주인들은 “예전엔 생수 한두 통씩 사거나 6개들이 묶음으로 사던 사람들이 요즘에는 10개 이상씩 주문한다”며 “수박을 찾는 손님도 평소보다 2, 3배 많아져 한나절이면 다 팔린다”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있는 한 찜질방은 폭염이 시작된 뒤 갑절가량 손님이 늘었다. 냉방시설도 잘 갖춰졌고 벽을 온통 얼음으로 둘러싼 ‘아이스방’ 등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다. 가족끼리 찜질방 피서를 즐기는 김정훈 씨(51)는 “집 안에서 에어컨을 계속 틀면 전기료도 부담되는데 찜질방 사우나의 시원한 냉탕에서 몸을 식히고 찜질방에 있는 초대형 텔레비전으로 올림픽 경기도 시청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도심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낸 뒤 아침에 회사로 가는 ‘텐트 출퇴근족’도 등장했다. 회사원 조모 씨(31)는 “하루 종일 아파트가 달궈져 밤이 되면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이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더 시원하다”며 “지난 일요일에는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잔 뒤 아침에 샤워만 집에서 하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불청객 태풍이 그립다 폭염에 질린 시민들은 북상 중인 태풍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주말경 제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중국어로 말미잘이라는 뜻)’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 사상 최악의 폭염 때도 태풍 ‘월트(WALT)’, ‘브렌던(BRENDAN)’이 잠시 더위를 식히는 ‘효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직장인 박선미 씨(35·여·경기 성남시)는 “비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무더위만 계속된 것 같다”며 “태풍이 빨리 와서 비를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 예보를 다룬 온라인 기사에도 ‘올림픽처럼 태풍 응원하는 것은 처음’, ‘바람은 불지 말고 더위 식힐 비만 오기를…’ 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기상청은 하이쿠이가 8일 오후 중국에 상륙하면서 11일을 전후해 제주와 남해안에 비를 뿌릴 것으로 내다봤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도 약해져 주말경에는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의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과 함께 불청객도 따라왔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남해와 제주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부산 해운대 등 일부 해수욕장에 이안류(역파도)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은 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이안류 발생 위험단계로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입추(立秋)이자 말복(末伏)이던 7일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은 35.0도까지 올랐다. 경기 이천은 35.9도, 강원 홍천은 36.3도, 전북 전주는 36.8도까지 기온이 올랐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최지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4학년 }
최근 경기 안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서 벌어진 노조원과 경비용역 간 폭력사태 때 경찰이 부실 대응한 것으로 자체 감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양측 간 폭력사태가 임박한 상황에서 즉각 개입하지 않고 사측에 용역 철수를 요청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7차례나 112신고를 접수하고도 현장 확인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안산단원경찰서장 등 담당 간부를 중징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일 경찰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7일 새벽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노조원의 부인,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보안업체 직원 등에게서 모두 7차례 신고를 받고도 공장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112신고에는 “300명의 깡패가 충돌을 하려고 한다” “용역들이 들어와 흉기를 던진다” “깡패들이 쇳조각을 던지고 있으니 경찰관을 더 보내달라” 등의 긴박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현장 경찰관들은 멀리서 공장 정문이 용역 직원들에게 점거된 상황만 파악한 뒤 공장 내부 동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충돌이 임박한 시점에도 경찰이 조기에 개입해 사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수수방관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노조원 150여 명과 용역 직원 200여 명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공장 내부로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사측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당시 경찰은 SJM 측에 “용역 직원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조치”라며 거부했다. 경찰이 사측을 설득하고 있는 사이 공장에선 용역 직원들이 쇳조각을 던지고 곤봉을 휘두르며 노조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11명이 중상을 입는 등 40여 명이 다쳤다. 경찰은 “공장 내부에 그런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면 경찰력을 바로 투입했어야 했는데 사측을 설득하는 데 주력한 것은 현장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유성기업 사태 때 용역 직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던 것을 계기로 집단 민원 현장에서 용역폭력이 예상되면 공권력을 선제적으로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그 지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당신 또 에어컨 틀고 잤어?”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사는 김영선 씨(46·여)가 7일 오전 7시 남편을 다그치듯 깨웠다. 남편 이모 씨(48)가 부스스 깨어나며 말했다. “더운데 어떻게 해. 그래도 남자 탁구 유승민이 이겼어.”이 씨는 이날 새벽 3시 런던 올림픽 남자탁구 단체 준결승전을 보기 위해 일어나 에어컨부터 켰다. 열대야로 새벽에도 바깥기온이 27도가 넘는 데다 집 안에는 하루 내 달궈진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탁구에 이어 한순철 선수의 남자복싱 8강 경기까지 연달아 시청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신 터라 몸이 더워져 오전 5시경 에어컨을 켠 채 잠에 들었다. 남편이 이날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에어컨을 가동해 소요된 전력량은 6kW. 김 씨 가족이 올해 1∼7월까지 하루 평균 사용한 전력량은 9kW다. 4시간 동안 하루치 전력의 3분의 2를 쓴 것이다. ○ 요즘 하루 사용량 평소의 2.6배가정주부인 김 씨는 회사원인 남편, 고교생 아들과 함께 105.6m²(약 32평) 아파트에 산다. 거실에 스탠드형 에어컨과 선풍기가 각각 1대씩, 안방에 선풍기 1대가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6일과 7일에 걸쳐 김 씨 가족이 24시간 동안 소비한 전력량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전기사용량이 다른 계절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년 여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전력거래소에 따르면 6일 전국의 시간당 최대전력수요가 7429만 k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정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력 수급 ‘주의’ 경보가 내려졌다. 전력거래소는 7일 오전 11시 20분 예비전력이 정상 범위인 400만 kW 밑으로 떨어져 330만 kW까지 내려가자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오후 2시 15분에 예비전력이 261만 kW까지 떨어지자 경보 단계를 ‘주의’로 높였다. ▼ 에어컨 송풍 기능만 잘 써도 절전 ▼김 씨는 오전 8시 남편과 아들을 직장과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며 오전을 보낸다. 아직 바깥바람이 데워지기 전이라 창문을 열고 선풍기만 간간이 돌린다. 오후 1시부터는 부업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피아노레슨을 해 오후 내내 에어컨을 튼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오후 6시 이후로는 가급적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견딘다. 남편이 귀가하는 오후 8시부터는 선풍기를 각자 1대씩 쓴다. 에어컨 1대를 틀면 전력량이 1시간에 2kW씩 증가한다. 이에 비해 선풍기는 2대를 3시간 동안 돌렸을 때 1kW가 는다. 에어컨을 켜면 선풍기를 돌릴 때보다 전력량이 12배가량 빨리 증가하는 셈이다. 김 씨는 “오후에는 레슨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뿐 아니라 저 스스로도 너무 더워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어렵다”며 “전기를 가급적 아끼려고 하지만 더위에 지치면 일상생활이 안 돼 에어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씨 가족이 이날 하루 소비한 전력량은 23kW. 1∼7월 평균인 9kW의 2.6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김 씨 가족의 하루 평균 소비전력인 12kW와 비교하면 올여름엔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벽에 올림픽 경기가 몰려 있어 한밤중 에어컨 사용이 잦은 것도 전력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다.이런 현상은 김 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스위스 간 축구 예선전과 여자 양궁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오전 1∼3시의 전국 전력소비량은 평소보다 52만 kW가 늘었다. 박태환의 수영 자유형 400m 결선이 열린 지난달 29일에도 전력소비가 44만 kW 많았다.○ 에어컨-실외온도 차 5, 6도로 유지를전문가들은 에너지 절감 요령을 잘 실천하면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에어컨 온도 설정을 할 때 야외 온도와 실내 목표 온도 차이를 5, 6도 내로 유지하는 게 좋다. 에어컨 사용 시 권장 실내온도는 보통 26도이지만 요즘처럼 34도가 넘어갈 경우 28도 이하로 설정하면 전력 소모량이 급증한다. 에어컨이 바람을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송풍’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30분 정도 에어컨을 돌린 뒤엔 냉방기능을 잠시 끄고 10∼15분가량 송풍기능만 활용하면 전기요금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에어컨을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선풍기를 틀면 공기 순환이 빨라져 에어컨이 내뿜는 시원한 공기가 피부에 빨리 닿기 때문이다. 에어컨 위치를 TV 냉장고 등 열을 발산하는 다른 가전제품과 떨어뜨려 놓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의 뜨거운 공기가 필터를 통해 에어컨 안으로 들어가면 이를 차가운 공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커진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경찰청이 경기 안산시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SJM에서 발생한 노조원과 경비용역 간 폭력사태와 관련해 경찰 부실 대응 여부에 대한 감찰조사에 3일 착수했다. 경찰은 SJM이 동원한 용역업체 컨택터스 소속 200여 명이 지난달 27일 새벽 ‘직장폐쇄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하던 노조원 150여 명에게 곤봉을 휘둘러 30여 명을 다치게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사건 당시 112 신고센터로 “살려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는데도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을 면밀히 확인하지 않고 돌아갔던 경위를 집중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또 농성 현장의 폭력사태를 왜 예상하지 못했는지, 공장 안에 경찰력 투입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3일 우문수 안산 단원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농가에 싸구려 불량 종자를 공급해 수십억 원을 챙긴 수업업자와 이들에게서 뇌물을 받고 부정을 눈감아 준 공무원과 농협 직원 등 9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일 발아율이 떨어지는 불량 종자를 외국 기관에서 품질을 보증한 종자인 것처럼 속이고 농가에 보급해 납품대금 2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수입업자 김모 씨(4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를 묵인하고 검역에 문제가 생겨도 눈감아 주는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은 농협무역(농협중앙회 자회사) 종자수입담당 팀장 안모 씨(41)와 2500만 원을 챙긴 농림수산식품부 7급 공무원 홍모 씨(45)의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해 특정 종자가 납품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김 씨 등 종자 수입업자들에게서 1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민모 씨(55)도 구속했다. 한국영농신문 대표이사인 민 씨는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입업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민 씨가 수입업자들에게서 받은 로비자금 중 일부가 당시 농어촌공사 사장이던 현 새누리당 A 국회의원 측에 흘러간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 등을 조사 중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7월 26일부터 모 단체가 주관하는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5일 동안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인솔자인 총대장 A 씨(55)의 성추행과 폭행 때문이었다. 참다 못 한 일부 청소년들은 30일 울릉도를 출발해 동해시 묵호항으로 오는 여객선에서 승무원에게 “살려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승무원은 해경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8일 독도에서 울릉도로 향하던 여객선 안에서 B 양(14)과 C 양(17)의 가슴을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인봉 등반 도중 D 양(15)이 힘들어 주저앉자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일으켜 세우며 가슴 부위를 수차례 만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씨는 “일부 학생이 산에 오르려고 하지 않아 회초리로 체벌을 했을 뿐이며 성추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해양경찰서는 A 씨에 대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미성년자를 강간하거나 성추행한 성범죄자 가운데 청소년보호직종 종사자의 비율이 6.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신상이 공개된 아동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 955명의 직업을 확인한 결과 60명이 교사, 학원 강사, 목회자, 통학버스 운전사 등 청소년보호직종 종사자였다. 특히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청소년보호직종 종사자 비율이 9.3%로 높아졌다. 13세 이상인 경우는 4.3%였다. 청소년보호직종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쓰고 있던 성범죄자들이 나이가 어린 아동일수록 더욱 손쉬운 범행 대상으로 여긴 것이다. 피해 아동 중 28.5%는 평소 알고 지내던 어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선생님이 48명으로 14%를 차지했다. 이어 병원 직원 및 사회복지사가 9명, 아파트 관리인이 8명이었다. 하지만 미성년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은 여전히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에 따르면 2010년 미성년자 강간범의 평균 형량은 5년이었다. 전체의 63.6%는 5년형 미만의 처벌을 받았다.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평균 형량은 3년 2개월이다. 미국은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에게 최소 25년형을 선고하고(플로리다 주), 성인 대상 강간범은 평균 10년형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선 지난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교사에 대해 감봉 2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리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사는 모두 135명. 이 중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45명에 그쳤다. 90명의 교사는 아직도 교단에 서고 있다. 지난해 전남과 충남에선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교사와 교장이 모두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여름은 성범죄에 특히 취약한 시기다. 8월은 월별 범죄 건수가 연중 가장 많다. 성범죄도 계절을 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하의 실종’ 같은 여성들의 노출 패션이 성범죄를 부른다는 오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름에 성범죄가 많아지는 건 야간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적 특성 때문이지 여성의 옷차림과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성범죄, 여름이 겨울의 2배동아일보가 대검찰청이 매년 작성하는 ‘범죄 분석 자료’의 최근 6년 치를 분석한 결과 2010년 발생한 성범죄 1만9839건 중 8월에만 2263건이 일어났다. 7월은 2211건으로 두 번째로 많다. 7, 8월에 연간 성범죄의 22.6%가 집중됐다. 11.6%가 일어난 1, 2월의 갑절 수준이다. 여름(6∼8월) 성범죄 발생건수는 봄가을과 비교해도 각각 1.2배, 1.3배가 많다. 2006∼2010년의 성범죄 발생 현황을 봐도 여름에 일어난 비율은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봄 25% △가을 24% △겨울 18% 순이었다. 아동 대상 성범죄 역시 여름에 발생 빈도가 높다. 지난해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현황을 보면 여름에 일어난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을 26%, 봄 24%, 겨울 11% 순이었다.살인, 강도 등 다른 강력 범죄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살인(2010년)은 여름에 26%가 발생해 봄, 가을과 비슷했고 겨울보다 1.2배 정도 많았다. 강도도 여름에 발생한 비율이 22.6%에 그쳐 사계절 중 가장 적었다.○ 짧은 치마와 성범죄는 연관성 없어여름에 유독 성범죄가 많아지는 현상에 대해 일각에선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자를 자극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름을 범행하기 좋은 시기로 받아들이는 성범죄자 특유의 사고 구조가 원인일 뿐 여성의 행실과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면 여름철엔 성범죄 피해자 가운데 20, 30대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하는데 실제론 계절별로 피해 여성의 연령분포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성범죄자들은 공격 대상을 미리 정한 뒤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야한 차림의 여성을 보고 욕정을 못 이겨 우발적으로 성폭행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여름에 성범죄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성범죄자들이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에 용이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일조시간이 늘어나 야외활동을 하는 시간이 다른 계절보다 길다. 치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야간시간에도 여성들은 야외활동을 하는 데 부담을 덜 느낀다. 성범죄자로서는 여성을 관찰하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성범죄자들은 해수욕장이나 공원 등을 찾은 피서객들이 상대적으로 방심한 틈을 노리기도 한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들은 평소 왜곡된 성적 공상을 하고 있어 이런 욕구를 활성화하는 요인을 만나면 잠재돼 있던 범행 충동이 곧바로 현실화한다”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어 놓기 일쑤여서 성범죄자의 침입이 용이해진다. ‘발바리’들이 주로 노리는 곳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인 상황에서 에어컨 없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가구가 많다 보니 문을 열어 놓고 지내다 쉽게 범행의 표적이 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발생 여부는 여성의 노출정도가 아니라 피해자 주변의 치안 여건에 달려 있다”며 “부촌에 사는 젊은 여성들의 노출이 더 심하지만 성범죄는 열악한 주택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훨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지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4학년 }

경찰은 최근 통영 초등학생 피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음란물을 만들거나 퍼뜨리는 행위뿐 아니라 단순 소지 행위도 엄벌하기로 했다.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 성 관념을 왜곡해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미성년자가 출연하는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입·판매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웹하드나 자료공유(P2P) 사이트 등에 올려 배포하거나 이를 내려받는 행위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아동 음란물은 미성년자가 직접 출연하는 경우 외에도 성인이 미성년자처럼 보이게 변장한 뒤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도 모두 포함한다. 기존에 이미 내려받아 보유하고 있는 아동 음란물도 적발되면 처벌대상이다. 경찰은 음란 사이트나 웹하드 P2P 사이트 등에서 아동 음란물을 찾아낸 뒤 이를 올리거나 내려받은 사람의 인터넷주소(IP) 등을 추적해 적발할 계획이다. 물론 음란물을 올린 사람은 1명이어도 이를 내려받은 사람은 수백∼수천 명이어서 이들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휴대용저장장치(USB)나 외장하드를 통해 파일을 직접 주고받는 경우도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이번 경찰의 조치는 아동 음란물 단속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아동 음란물을 보관하고 있는 사실이 어떤 식으로든 적발되면 처벌을 받게 되니 애초에 소지하지 말라는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 ‘내려받기만 했을 뿐’이라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는 경각심을 주겠다는 것이다.다만 미국 등 선진국이 아동 음란물을 단순 소지해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2000만 원의 벌금이 최고형이다.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 3명 중 1명은 범행 1시간 전 아동 포르노를 탐닉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해외에서는 아동 포르노를 찍기 위해 미성년자 인신매매까지 성행하고 있어 소지 행위 자체를 엄벌해야 제작과 유통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