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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지역 확인하기 http://○○○.kr” 2월 초 스마트폰 이용자 수만 명은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확진자의 동선에 촉각을 세우던 시기였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보낸 줄 알고 무심코 인터넷주소(URL)를 누르는 순간 접속된 건 사기도박 사이트였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이처럼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문자메시지로 보내 사기도박이나 투자사이트 가입을 유도해 피해자 62명에게 약 26억 원을 뜯어낸 A 씨(33)와 B 씨(23)를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군 복무 중인 공범 C 씨(23)는 같은 혐의로 군 검찰에 넘겼고, 사이트 제작을 맡은 D 씨(55)는 불구속 입건했다. A 씨 일당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무려 62만9575건. 그 중엔 “코로나19 환자, 정부가 밝힌 건 4명이지만 실제론 29명” 등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코로나 확산 막을 백신 테스트 정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런 문구 뒤에 붙은 URL을 누르면 어김없이 사기도박이나 투자 사이트로 연결됐다. 사이트 방문자가 ‘30일 안에 1억 원 모으기’ ‘전문가가 1 대 1로 스포츠 분석’ 등 문구에 혹해 카카오톡 상담을 신청하면 일당은 본격적으로 베팅을 권유했다. 이용자가 돈을 보내면 며칠 만에 수익이 수십 배 난 것처럼 꾸며 ‘투자액을 늘리라’고 재촉했다.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돈을 더 뜯어낸 뒤 잠적했다. 2주 만에 2억6000만 원을 잃은 피해자도 있었다. A 씨 일당이 이런 식으로 돌려 만든 사이트는 167개였다. 경찰이 올 1월 말 수사에 착수해 문자메시지 발송업체를 통해 추적해보니 A 씨 등은 필리핀 마닐라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발송과 사이트 관리, 홍보 등 역할을 체계적으로 나눠 맡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현지 경찰과 A 씨의 마닐라 주거지를 급습했을 때 그의 금고엔 현금 8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도박 사이트 수익이 떨어지자 범행 방식을 (관련 가짜뉴스를 보내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온라인 불법도박 업계도 코로나19로 ‘불경기’가 찾아오자 더욱 교묘한 사기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A 씨 등 4명 외에도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한 문자메시지 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도 최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안내를 사칭한 스미싱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스미싱은 사이트 접속자의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 등을 빼내는 수법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지원금 신청 결과를 확인하라”며 실제 휴대전화 본인 인증 화면과 유사한 사이트 주소를 보낸 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인증번호 요청’을 누르면 이를 탈취하는 등의 방식이 활개치고 있다. 경찰은 이런 범죄를 막기 위해 △보낸 이가 확실하지 않은 URL은 누르지 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스마트폰에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설정→보안→출처를 알 수 없는 앱’ 메뉴로 들어가 상태를 ‘허용 안 됨’으로 설정하고 △의심스러운 가짜뉴스를 지인들에게 재전송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청와대가 이르면 이번 주 차기 국세청장과 경찰청장 인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청와대 관계자는 “김현준 국세청장이 임명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부를 맞아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해 교체가 다소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청와대가 차기 경찰청장 인선에 맞춰 김 청장을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세청장 후보로는 김대지 국세청 차장(54·행정고시 36회)과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52·〃 37회), 이동신 부산지방국세청장(53·〃 36회), 이준오 중부지방국세청장(53·〃 37회)이 물망에 오른다. 김대지 차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및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지난해 국세청장 선임 때 현 김현준 청장과 함께 최종 후보로 거론됐다.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국세청 본청에서 기획조정관과 조사국장을 역임했다. 이동신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충북 충주 출신이며 본청 자산과세국장과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이준오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본청 법인납세국장과 조사국장을 거쳤다. 신임 경찰청장 인선을 위한 실무 준비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여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6명의 치안정감 가운데 장하연 경찰청 차장(54·경찰대 5기)과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56·〃 3기), 김창룡 부산지방경찰청장(56·〃 4기)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7월 23일 임기를 마친다. 민 청장은 경찰청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2003년 이후 네 번째로 임기를 다 채운 청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조건희 기자}

16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4층 법심리과 연구실. 방 안엔 귀중품들이 무방비하게 놓여 있었다. 기자는 그중 하나를 서랍에서 꺼내어 슬쩍 주머니에 넣고 연구실에서 나왔다. 어떤 물건을 챙겼는지는 기자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국과수 법심리과 홍현기 연구원은 기자의 주머니를 뒤지지 않고도 어떤 물건인지 맞힐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과수가 최근 직접 개발한 생리 심리 검사기기 ‘TF-1’, 이른바 ‘기억탐지기’를 이용해서다. ○ 국과수, 기억을 훑는 새로운 탐지기 개발기자가 검사실 의자에 앉자 홍 연구원은 기자의 가슴과 배에 밴드를 둘렀다. 호흡의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다. 오른손엔 심박과 혈류를 측정하는 장비를, 왼손엔 미세한 땀을 포착할 수 있는 금속판을 끼웠다. 온몸에 전선을 주렁주렁 두르고 있으니 마치 실험동물이 된 기분까지 들었다. 이렇게 다양한 생리 반응을 측정해 거짓말을 할 때 생기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는 점에서 기억탐지기는 기존 거짓말탐지기와 다를 게 없다. 차이점은 질문 방식이라고 한다. “기존 거짓말 탐지 검사는 범죄 행위 여부를 직접적으로 질문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질문검사기법(CQT)을 씁니다. 반면 기억탐지기는 여러 자극 중 진범만이 알 수 있는 범죄 관련 자극을 대상자가 인지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숨김정보검사기법(CIT)’을 쓰죠.” 홍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기자가 도통 알아듣지 못한 표정을 짓자 홍 연구원은 차근차근 다시 설명했다. 살인의 경우 “당신이 ○○○을 살해했느냐”는 질문에 부인할 때 거짓 반응이 나타나는지 측정하는 게 CQT 방식이다. CIT 방식은 사건에 사용된 칼을 아무 관련 없는 다른 칼들과 섞어 제시한 뒤 반응을 측정한다. 결백하다면 범행에 이용된 칼이 어느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리 반응이 일정할 테지만, 진범이라면 범행에 사용된 칼을 제시했을 때만 호흡 패턴이 변하거나 땀 분비가 많아지는 등 생리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다. 기억탐지기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처럼 검사 대상자의 기억을 훑는 작동 방식 때문이다. ○ ‘생사람 잡을 확률’ 0.25%로 매우 낮아홍 연구원이 기자에게 질문했다. “당신이 가져간 물품이 지갑입니까?” 기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홍 연구원은 모니터를 통해 기자의 몸에서 일어난 생리 반응을 유심히 지켜본 뒤 같은 방식으로 반지나 수표, 시계, 신용카드를 가져갔는지 물었다. 그중엔 실제로 기자가 주머니에 넣은 물건도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모두 부인했다. 질문과 질문 사이엔 20초의 공백을 뒀다. 앞선 질문 때 나타났던 몸의 변화가 원래대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홍 연구원은 같은 과정을 3차례 더 반복했다. 여러 차례 반복할수록 결과가 정확히 나온다고 한다. 분석을 마친 홍 연구원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주머니에 있는 물건…. 반지죠?” 정답이었다. 모니터엔 기자가 질문을 받았을 때 나타난 생리 반응이 그래프로 기록돼 있었다. 반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생리 변화 폭이 가장 컸고, 지갑이나 카드 등 다른 물건에 대한 질문에선 그래프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홍 연구원은 “굳이 질문을 하지 않고 반지와 지갑 등의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검사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패배(?)를 인정하며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돌려줬다. 홍 연구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거 제 결혼반지였는데 맞혀서 정말 다행입니다.” 국과수는 기억탐지기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일반인 4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정확도가 9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존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가 94∼95%인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결과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위양성(僞陽性) 오류가 400명 중 1명에게서만 나타났다는 것이다. 위양성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거짓말을 했다’고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위양성 확률이 0.25%라는 것은, 한마디로 ‘생사람 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거짓말탐지기의 위양성 확률은 2.5∼3%로 알려져 있다. ○ 정확도 높여 ‘증거 능력’ 한계 극복국내에서 거짓말탐지기가 주목받은 계기는 1955년 7월 서울 남대문로 ‘백금상회 강도 사건’이었다. 복면강도들이 털어간 귀금속 중 일부가 군 장성의 집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해 11월 헌병사령부가 구속 수감 중인 피의자들을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했다. 이후 거짓말탐지기는 1956년 장면 부통령 저격 사건 등 주요 사건에서 종종 등장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활용되던 거짓말탐지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1978년 4월 ‘백화양조 여고생 살인 사건’이다. 19세 여고생이 술통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용의자 20명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였다. 그중 백화양조 회장의 아들에게서 거짓 반응이 나왔고, 그는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기기의 성능이나 절차의 적합성이 보장된 상태로 검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 상태의 변동과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고 △그 반응에 따라 거짓 여부를 정확히 판정할 수 있어야만 거짓말탐지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됐다. 국과수는 기억탐지기의 검사 결과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수사 일선에선 점점 더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성폭행이나 아동 학대처럼 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나 당사자끼리 진술이 엇갈리는 지능 범죄에선 거짓말탐지기가 수사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수십 년 전 벌어진 미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7)는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1992년 4월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청주 학천교 미제 살인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이는 거짓 반응으로 분석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검사팀 유지현 검사관(경위)은 “최근엔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검사를 자진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검사관의 전문성과 기기의 정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거짓말탐지기의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종민 blick@donga.com / 조건희 기자}
올해 6회를 맞는 난민영화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열린다.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아 13~27일 제6회 난민영화제 ‘Beyond Distancing(거리 두기를 넘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난민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사면 ‘노 프라블랜드’(2019년) 등 난민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휴대전화 홀더 등 사은품도 제공한다. 20일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과 이현서 공익변호사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이번 영화제는 사단법인 휴먼아시아가 주관하고 세이브더칠드런과 화우공익재단 등이 후원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도 참회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987년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을 찾아 이 열사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찰청장이 이 열사 유족을 만나 사과한 건 처음이다. 9일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이 열사를 기리는 제3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복 차림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민 청장은 식이 열리기 전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80)에게 다가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시니 그 마음을 깊이 새기고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앞서 추모식을 주관하는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직접 연락해 “추모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날 민 청장은 일행 없이 홀로 추모식을 찾았다. 추모식이 끝난 뒤 민 청장은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의 행사로 비극이 초래된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한다”며 “유가족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씨는 민 청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식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 청장에게)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속에서 천불이 난다. 잘못해놓고 사과로 끝내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33년 전 오늘을 어떻게 잊겠느냐”고도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하던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전두환 군사정권 항거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열사가 쓰러진 다음 날 전국으로 시위가 번지며 ‘6월 민주항쟁’이 시작됐다. 이 열사는 같은 해 7월 5일 2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조건희 기자}

최근 휴일이면 제주도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대안으로 제주를 찾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지난 주말인 5월 22∼24일 3일 동안 제주 방문객이 8만6000여 명에 이르렀을 정도다. 하지만 제주로 단체여행을 다녀온 목사 일가의 집단 감염이 31일 불거지며 또다시 코로나19의 지역 확산 우려가 높아졌다. 게다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1일 개장하는 등 휴가철까지 다가오고 있어 ‘경로가 불확실한 집단 감염’은 갈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여행 뒤 9명 감염…초교생도 2명이나 경기 안양시 등에 따르면 안양에 있는 한 교회의 A 목사(62)와 부인(60)이 31일 확진됐다. 이들은 지난달 25∼27일 제주로 단체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날 A 목사의 가족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나머지 가족은 함께 제주 여행을 가지 않았다. A 목사 부부로 인한 2차 감염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감염된 가족 가운데는 부부의 손자(12)와 손녀(8)인 초등학생이 2명이나 있다. 특히 손녀는 안양 양지초 2학년으로 지난달 28일 등교수업을 받았다. 안양시 관계자는 “학교 학생 및 교직원 150여 명과 교회 신도 50여 명 등에 대해 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교육 당국과 협의해 12일까지 해당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지하기로 했다. A 목사 등이 속한 교회 3곳에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A 목사 부부가 간 여행에는 모두 25명이 동행했다. 안양 교회 3곳과 군포 교회 9곳 관계자들이 단체로 다녀왔다. 군포에 있는 한 교회의 B 목사 부부 등 4명도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명과 2차 감염된 3명 등 9명이 감염됐다. A 목사 등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 주요 관광지 여러 곳을 방문했다. 일행은 서귀포시에 있는 아인스호텔에서 묵었으며, 렌터카를 이용해 향토음식점 등을 들렀다. 다만 공항에서 면세점은 들르지 않았으며, 여행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27일 오후 1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돌아왔다. 제주도는 이들 일행이 들렀던 제주 15곳의 방역 소독을 마치고,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119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 목사는 27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져 제주 여행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주도 관계자는 “단체여행 일행이 제주에 머문 세부 일정을 확인하는 역학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욕장 오늘 개장… “단체여행 자제해야” 관광지인 제주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또 다른 여름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1일 개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방역 당국은 “가급적 단체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휴가철을 맞아 몰려들 관광객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던 포커게임대회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주최 측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대회를 강행하려다 경찰 등의 제지를 받고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내놓은 개인 방역수칙에 따르면 여행을 갈 경우엔 개인이나 가족 등 소규모로 이동할 것을 권장한다. 불특정 다수가 밀접 접촉이 발생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수칙에는 △사람 간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며 △되도록 개별 차량을 이용하고 △밀폐되거나 밀집된 장소는 피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 / 제주=임재영 / 김소민 기자}

최근 휴일이면 제주도 행 비행기표를 구하기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대안으로 제주를 찾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지난 주말인 22~24일 3일 동안 제주 방문객이 8만60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제주로 단체여행을 다녀온 목사 일가의 집단감염이 31일 불거지며 또 다시 코로나19의 지역 확산 우려가 높아졌다. 게다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1일 개장하는 등 휴가철까지 다가오고 있어 ‘경로가 불확실한 집단감염’은 갈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여행 뒤 9명 감염…초교생도 2명이나 경기 안양시 등에 따르면 안양에 있는 한 교회의 A 목사(62)와 부인(60)이 31일 확진됐다. 이들은 지난달 25~27일 제주로 단체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날 A 목사의 가족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나머지 가족은 함께 제주 여행을 가지 않았다. A 목사 부부로 인한 2차 감염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감염된 가족 가운데는 부부의 손자(12)와 손녀(8)인 초등학생이 2명이나 있다. 특히 손녀 는 안양 양치초 2학년으로 지난달 28일 등교 수업을 받았다. 안양시 관계자는 “학교 학생 및 교직원 150여명과 교회 신도 50여명 등에 대해 검체 검사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교육당국과 협의해 12일까지 해당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지하기로 했다. A 목사 등이 속한 교회 3곳에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A 목사 부부가 간 여행은 모두 25명이 동행했다. 안양 교회 3곳과 군포 교회 9곳 관계자들이 단체로 다녀왔다. 군포에 있는 한 교회의 B 목사 부부 등 4명도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명과 2차 감염된 3명 등 9명이 감염됐다. A 목사 등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 주요 관광지 여러 곳을 방문했다. 일행은 서귀포시에 있는 아인스호텔에서 묵었으며, 렌트카를 이용해 향토음식점 등을 들렀다. 다만 공항에서 면세점은 들르지 않았으며, 여행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27일 오후 1시45분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돌아왔다.● 해수욕장 1일 개장…“단체여행 자제해야” 관광지인 제주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또 다른 여름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1일 개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방역당국은 “가급적 단체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휴가철을 맞아 몰려들 관광객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던 포커게임대회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주최 측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대회를 강행하려다 경찰 등의 제지를 받고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던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6월 중순에 제주에 가려던 이모 씨(24)는 “항공편과 숙소까지 예약했는데 집단감염이 발생해 너무 놀랐다”면서 “여행을 가야할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 내놓은 개인방역수칙에 따르면 여행을 갈 경우엔 개인이나 가족 등 소규모로 이동할 것을 권장한다. 불특정다수가 밀접 접촉이 발생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수칙에는 △사람 간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며 △되도록 개별차량을 이용하고 △밀폐되거나 밀집된 장소는 피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국회의원과 경찰 겸직 논란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당선자에 대해 경찰청이 29일 ‘조건부 의원면직’ 결정을 내렸다. 경찰청은 “재판 중인 사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면직 효력이 상실되는 조건부 의원면직을 하는 것이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가장 합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개원 하루 전의 결정으로 황 당선자는 경찰 신분이 아닌 상태로 국회의원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황 당선자는 올 1월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사표를 제출했지만 기소된 경우 의원면직이 제한되는 규정에 따라 그동안 사표가 처리되지 않았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중태 중앙대학교 총동문회장(덕명디앤씨 회장)이 28일 대학을 방문해 발전기금 1억 원을 전달했다. 김중태 회장은 “중앙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함께 힘쓰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총동문회의 우선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약 5억8000만 원의 발전기금을 모교에 기부했다. 대학은 해당 기부금을 법학관, 중앙도서관, 100주년기념관 건립기금, ‘덕명 김중태 장학기금’ 등으로 사용했다. 대학 관계자는 “이번 전달된 발전 기금도 ‘덕명 김중태 장학기금’으로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기틀을 잡은 원로 활동가와 이 분야에 정통한 학자들은 26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운영 방식에 쓴소리를 했다. 이들의 제언은 전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과 다르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 미래 세대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원로 입장문, 윤미향 두둔처럼 돼 후회”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초기 멤버인 A 씨는 26일 위안부 운동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위안부 운동을 사유화하면서 모든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윤 당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요집회에 나와 달라’는 말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A 씨는 엿새 전 윤 당선자를 옹호하는 취지의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데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원로 12명 중 1명이다. 당시 입장문엔 “윤 당선자는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정대협 30년 활동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 같아 입장문을 낸 것인데, 윤 당선자를 두둔하는 것처럼 됐다. 그 후로 (윤 당선자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너무 많이 나와서 후회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윤 당선자가 정대협 상임대표에 오른 2007년을 회상하며 “그 이후로 의사 결정과 실무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전엔 공식 의사결정 기구인 ‘대표자 회의’와 별개로 ‘실행위원회’가 중요한 사안을 검토했는데, 윤 당선자 체제에선 일원화됐다는 얘기다. A 씨는 “지금은 (구성원끼리) 회의는 하지만 다 같은 편 일색이라 개인의 전횡을 막지 못한다. ‘1인 체제’를 깨고 단체 내부의 견제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 소외시키는 운동 방식은 잘못돼” 초기 활동가들은 정의연이 해외모금 활동 등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정작 위안부 피해 당사자를 소외시킨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5일 기자회견에서 “30년 동안 재주는 곰(피해자)이 부리고 돈은 (정의연이) 받아먹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오랜 세월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많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피해자 명예 회복은 정대협 초기 활동가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한다. 정대협 초기 멤버인 B 씨는 “할머니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정대협이 만들어지게 된 궁극적인 목적이었다”면서 “지금은 여러 곁가지를 뻗으면서 무리가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대협이 매입한 경기 안성시 피해자 쉼터를 거론하며 “그 쉼터가 과연 필요했을까. (정대협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 지금 (사업에서) 곁가지를 쳐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다른 정대협 창립 멤버 C 씨도 “사업을 여기저기로 펼치면서 정작 할머니들한테 뭐가 필요한지 잊었다”고 했다. ○ “투명성-전문성 확보해야” 원로 활동가와 학자들은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사업 명세는 물론이고 단체 기부자와 국가보조금마저 공시에서 누락하는 지금의 주먹구구식 운영 방식으로는 위안부 운동 자체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 씨는 “지금 정의연에 가해지는 지적은 ‘조금 더 투명해지라’는 세상의 사인”이라고 조언했다. B 씨는 “현금 모금의 특성상 영수증 처리 누락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장 모금을 중단하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는 다원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인데, 이를 방기하는 사이에 정의연이 ‘과잉 대표성’을 갖게 됐다”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전문가와 피해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조건희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25일 오후 2시 40분경 대구의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예정보다 40분 늦은 시간이었다. 단상에 오를 땐 운전사 등의 부축을 받았다. 하지만 1시간 내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기억이 부정확하다’는 일각의 추측과 달리 27년 전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땐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고,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아내고 숨을 골랐다. ○ “‘위대한’ 윤미향, 검찰이 다 밝힐 것” 이 할머니는 입을 열자마자 “처음(7일) 기자회견 땐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후로) 너무도 많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라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을 겨냥했다. 그는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30년 동안 (곰처럼) 재주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돈은 다른 사람(윤 당선자 등)이 받아먹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경기 안성시의 피해자 쉼터를 고가에 매입하고 윤 당선자의 아버지를 쉼터 관리자로 앉혀 임금을 지급한 의혹을 콕 찍어 지적했다. 그는 “안성에도 보니까 쉼터를 화려하게 지어놨습니다. (쉼터에) 그 위대한 윤미향 대표의 아버님이 사셨다 하대요. 검찰청에서 다 밝힐 겁니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할머니는 “아직까지 그 사람은 당당하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회견 중엔 “속 시원히 말 못 하지만 엄청나게 이용당한 것도 많다”, “수십만 가지 말씀을 다 못 드린다”라며 의혹이 더 있다는 걸 시사했다. ○ “피해자 소외시키고 가짜 눈물”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운동 방식이 피해 당사자를 소외시켰다고 기자회견 중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는 “1992년 6월 25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할 당시 윤 당선자는 정대협 간사였다”고 회상하며 “(나흘 후인) 29일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정대협이) 교회에서 모금을 하고 있더라. 정작 나는 왜 모금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위안부 책이 발간됐을 때도 책을 내는 줄도 몰랐고, (나를) 박물관(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대표로 앉혔지만 대표 대우도 안 했다”고 했다. 또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지칭할 때 ‘성 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점에 대해서도 “제가 왜 성 노예냐. 그 더러운 단어를 왜 쓰냐고 하니까 ‘미국 사람 겁내라는 의도’라고 답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의연에 협조적인 일부 할머니만 도왔다고도 했다. 그는 “어느 날 미국에 가기로 하고 윤 당선자가 600만 원인가 모금했는데 저에게 전화를 해와 할머니는 정대협 사람이 아니라고 (하며) 못 오도록 해요. 이 사람은 자기 맘대로 30년을 같이 (해온 사람을) 팽개칩니다”라고 했다. 정의연이 고 김복동 할머니(1926∼2019) 등 건강이 악화된 피해 할머니를 관련 행사에 참석하게 한 점에 대해서도 아픈 심경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한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으로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키고 이용해먹었다. 그래놓고 뻔뻔히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가짜 눈물”이라고 말했다. ○ “국민 여러분도 피해자…함께 해결해 달라” 이 할머니는 준비해온 A4용지 9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며 “전부 읽기는 힘드니 촬영해 달라”고 말했다. 이 회견문엔 △피해자 명예 회복 방안 △한일 국민 간 교류 △청소년 대상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구 설립 △투명한 단체 운영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당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저만 피해자가 아니라 여러분도 다 피해자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피해가) 대대로 내려간다”라며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도 (일본 측이)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 서로서로 가르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30년 운동을 함께 해왔던 피해자의 회견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대구=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 조건희 기자}

‘이훈식. 실종 당시 13세. 현재 48세. 복사뼈 부근 화상 흉터.’ 앳된 남자아이의 사진과 그 아이를 닮은 40대 남성의 3차원(3D) 몽타주 사이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평소 흔히 보는 실종아동 전단이 아니다. 우체국과 한진택배를 통해 앞으로 한 달간 전국으로 배송되는 택배상자에 쓰일 ‘호프(희망) 테이프’다. 경찰청은 “25일 ‘실종아동의 날’을 맞아 장기 실종아동 28명을 담은 호프 테이프를 서울 총괄우체국 22곳과 한진택배 서울복합물류센터에 택배 포장용으로 비치했다”고 24일 밝혔다. 호프 테이프는 다음 달 20일까지 이들 우체국과 물류센터에서 출발하는 택배 약 62만 개를 포장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호프 테이프엔 실종아동의 당시 사진을 토대로 현재 모습을 재현한 3D 몽타주도 함께 인쇄됐다. 이런 나이 변환 몽타주는 1978년 7월 경기 수원시에서 실종됐던 A 씨(당시 12세)를 38년 만인 2016년 찾아내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다만 호프 테이프는 특성상 실종아동의 사진이 포장을 벗기거나 할 때 구겨지거나 잘릴 수도 있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실종아동 가족들은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니 그대로 진행해 달라”며 캠페인에 동의했다고 한다. 실종아동의 날은 사라진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날로 2007년 제정됐다. 실종된 지 1년이 넘은 장기 실종아동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661명에 이른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늦게라도 바로잡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39년 만에 징계 처분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양성우 전 경찰 총경(94)이 16일 기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남도경(전남지방경찰청) 경무과장이었던 그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직후 감봉 처분을 받았다. 몇 개월 뒤엔 ‘윗선’의 권고를 받고 아예 경찰에서 떠나야 했다. 광주 시민들이 경찰의 무기를 빼앗을 때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양 전 총경은 “당시엔 징계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고 표현할 수 없이 비참했다”며 “그래도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전 총경의 아들은 “아버지는 징계 취소 소식을 듣고 기뻐하지 않고 덤덤해했다”며 “아버지는 ‘시민 희생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양 전 총경 등 퇴직 경찰 21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징계 처분이 취소된 이들은 모두 5·18민주화운동 당시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감봉과 견책 등을 받았다. 21명 가운데는 안수택 전 총경도 포함됐다. 안 전 총경은 경찰에 붙잡혔던 광주 시민들을 훈방 조치했다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고 시민들이 무기와 탄약을 빼앗아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징계 취소 대상자를 추리면서 고 이준규 전 목포경찰서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양효미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이 전 서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서장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제 진압 명령을 거부했다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전교사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징계가 취소된 경찰에게 징계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급여를 산정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숨진 경찰 16명의 급여는 유족에게 지급된다. 고도예 yea@donga.com·조건희 기자}

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 개설해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 유포한 ‘갓갓’은 대학생 문형욱(25·사진)으로 13일 밝혀졌다. 문형욱은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대해 “내가 피해자 어머니를 협박했다”고 추가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3일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갓갓’ 문형욱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위원들은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 반복적이다. 아동 청소년 피해자가 10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하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문형욱의 신상 공개에 찬성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며 반 이상이 찬성해야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공범 강훈(19), 이원호(19) 등 3명도 신상을 공개했다. 9일 긴급 체포된 문형욱은 경찰 조사에서 ‘n번방’ 운영과 관련해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형욱은 과거 자신의 지시를 받은 남성 A 씨가 한 광역시의 중심가에서 미성년자 B 양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B 양의 어머니에게 소셜미디어 등으로 접근해 협박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문형욱은 A 씨가 성폭행을 저지른 뒤 B 양의 어머니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린 문형욱은 B 양 어머니를 직접 만나진 않았다. 경찰은 문형욱에게 형법상 협박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형욱은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A 씨에게 “B 양은 내 노예이다. 만나서 마음대로 다 해도 된다”고 제안했다. 문형욱은 B 양이 성 착취 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로 전송하도록 협박한 뒤 이를 텔레그램 ‘n번방’에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형욱이 재학하는 경기도의 한 대학교는 조만간 학생상벌위원회를 열고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퇴학 처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건축학부에 다닌 문형욱은 지난달 지도교수를 찾아가 “법적인 문제가 생겼다. 휴학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경찰은 18일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송치할 때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문형욱의 얼굴을 공개할 예정이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조건희 / 안동=명민준 기자}

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해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유포해온 ‘갓갓’ 문모 씨(24)가 12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문 씨는 그간 일본과의 형사사법공조가 어려워 수사가 막혀 있던 1년 반 전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문 씨는 9일 경찰이 긴급체포한 지 사흘 만인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유치장에서 나오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문 씨는 경찰서에서 나와 법원으로 들어가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문 씨는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오전 11시부터 약 30분간 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네, 인정합니다”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도 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곽형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도망할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 씨는 2018년 12월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자신이 지시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모 씨(29)는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한 ‘성명 불상자’로부터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고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A 양(16)을 만났다. 이 씨는 성명 불상자의 지시대로 A 양을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폭행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성명 불상자에게 보냈다. 이 씨는 A 양 가족의 고소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가 촬영한 성 착취물은 n번방에서 처음으로 유통됐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성명 불상자는 ‘갓갓’ 문 씨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경찰은 추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씨와 대화가 오간 메신저는 일본에 본사를 뒀는데, 경찰이 법무부를 통해 두 차례나 ‘성명 불상자’의 가입 정보와 접속 기록을 요청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경찰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씨를 찾아가 면담 조사까지 벌였지만 추가 단서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문 씨는 뜻밖에도 9일 긴급체포된 뒤 A 양 사건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이전까진 ‘나는 갓갓이 아니다’라고 부인해왔던 것과 달리 급격한 태도 변화였다. 경찰 관계자는 “문 씨가 경찰의 방대한 수사기록을 보고 범행을 시인한 뒤 선처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이번 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문 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또 다른 성 착취물 공유방인 ‘주홍글씨방’과 ‘완장방’에서 성 착취물 수백 건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A(대화명 ‘미희’·25)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소연 / 안동=명민준 기자}

일본군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의 자녀가 최근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1926∼2019)의 조의금 등으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을 수령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비영리 법인 ‘김복동의 희망(희망)’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희망 측은 지난달 1일 정의연 초대 이사 A 씨의 자녀에게 장학금 2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장학금은 김 할머니가 지난해 1월 영면한 뒤 시민들이 모은 조의금 등으로 조성됐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의원 당선자는 최근까지 희망 대표를 맡아 왔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장학금 심사에도 참여했다. A 씨는 2016년 9월 설립한 정의연의 초대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도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A 씨는 지난해 5월 민주당의 지역 조직의 간부로 위촉되기도 했다. 희망 측은 지난해 2월 장학금을 신설하며 수혜 대상을 ‘시민단체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로 한정했다. 김 할머니의 평소 뜻을 실천하는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지지하고 격려한다는 이유였다. 지난해엔 신청자 27명 중 25명이, 올해는 신청자 14명 중 10명이 각각 이 장학금을 받았다. 대다수가 진보 성향 단체 활동가의 자녀였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학금은 아내가 아이와 상의해 신청했다. 김 할머니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아이가 감동해서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장학금을 신청할 때 내가 정의연 이사라는 점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가 희망 측에 장학금 일부를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학생 모집 공고엔 가족관계 증명서와 부모의 경력·재직 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김복동 장학금엔 정의연 거래 업체의 기부금도 일부 쓰였다. 국세청 홈택스의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공연기획업체 H사는 2018년 정의연으로부터 총 4550만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해엔 “김복동 장학금에 써달라”며 정의연에 2000만 원을 지정 기부했다. 정의연 거래 업체 중 정의연 측에 기부금을 보낸 업체는 총 4곳이었다.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과 윤 당선자의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 인지’ 여부 등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7일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김소영 ksy@donga.com·조건희 기자}

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서구의 A빌딩 신축 공사 현장. 연면적 9500m²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작업자 2명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15m 정도 떨어진 같은 층 구석엔 알루미늄 고압산소통 2개가 뒹굴고 있었다. 쓰다 만 페인트통에서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엔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아침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소화기도 입구에 비치된 1개 외에 다른 소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장 직원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나 지적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38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천 참사도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화재 예방 규정을 어기고 인화성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다가 벌어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선 지금도 통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공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예방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5일 서울의 건설 공사 중인 15곳을 확인해 보니 관련법상 안전 조치가 제대로 지켜진 현장은 서초구에 있는 한 운동시설과 강남구의 오피스텔 공사장뿐이었다. 연면적이 약 6000m²인 B빌딩 공사장은 간이소화전과 소화기가 하나도 없었다. 한 현장 직원(63)은 “지하에서 용접할 때도 소화기를 본 적이 없다”며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공사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한 연구센터(연면적 약 4만 m²) 공사 현장은 지상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대형 간이소화전도 보였다. 하지만 굴착과 용접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지하엔 지상으로 이어지는 피난유도등이 없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처럼 정전과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인화성 물질을 바깥에 위험하게 노출시킨 현장도 있었다. 강남구의 한 신축 건물 공사장엔 고압산소통과 액화석유가스(LPG)통이 노즐이 연결된 채 놓여 있었다. 옆에선 중장비를 이용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LPG통은 어떤 안전 가림막도 없이 두께가 2cm도 안 되는 펜스에 바짝 붙어 있었다. 펜스는 청소년 수백 명이 드나드는 학원과 3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용접과 절단, 연마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올 3월 말까지 총 5825건. 이들 화재로 32명이 숨지고 42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2008년 1월) 이후 불티로 인한 화재는 2008년 1744건에서 2009년 1328건, 2010년 1291건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975건) 이후 다시 증가해 한 번도 연간 1000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만 이행 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용접 중 화재로 2명이 숨지자 같은 해 9월 공사 업체가 용접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일선 소방서는 ‘완공 전 건물은 소방서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실상 점검에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시공사인 ㈜건우 사무실과 하청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해 시공계획서와 임시소방시설 설치 계획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청아 기자}

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서구의 A빌딩 신축 공사 현장. 연면적 9500㎡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작업자 2명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15m 정도 떨어진 같은 층 구석엔 알루미늄 고압산소통 2개가 뒹굴고 있었다. 쓰다 만 페인트 통에서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엔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아침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소화기도 입구에 비치된 1개 외에는 다른 소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장 직원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나 지적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38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천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선 여전히 통곡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많은 공사현장은 여전히 화재 예방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서울의 건설공사현장 13곳을 확인해보니 관련법상 안전조치가 모두 제대로 지켜진 곳은 서초구에 있는 한 운동시설 공사장 1곳뿐이었다. 연면적이 약 6000㎡인 B빌딩 공사장은 간이 소화전과 소화기가 하나도 없었다. 현장 직원 A 씨(63)는 “지하에서 용접할 때도 소화기를 본 적은 없다”라며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공사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한 연구센터(연면적 약 4만㎡) 공사현장은 지상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대형 간이소화전도 보였다. 하지만 굴착과 용접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지하엔 지상으로 이어지는 피난유도등이 없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처럼 정전과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용접과 절단, 연마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올 3월 말까지 총 5825건. 이들 화재로 32명이 숨지고 42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도 약 1196억 원이다. 2008년 1월 용접 중 일어난 화재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이후 불티로 인한 화재는 2008년 1744건에서 2009년 1328건, 2010년 1291건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3년(975건) 이후 다시 증가해 한 번도 연간 1000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도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화재 예방 규정을 어기고 인화성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공사 중 용접이나 전선 탓에 불꽃이 발생하거나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기 전 시공업체는 △피난유도등 △비상경보장치 △간이소화장치 △소화기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환기를 철저히 하고 인화성 물질을 분리 보관하는 등 안전조치 의무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시돼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만 이행 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용접 중 화재로 2명이 숨지자 같은 해 9월 공사 업체가 용접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선 소방서는 ‘완공 전 건물은 소방서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실상 점검에 손을 놓고 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시공사인 ㈜건우 사무실과 하청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시공사가 이천소방서에 제출했던 임시소방시설 설치 계획서가 실제와 달랐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화재 현장은 건설 공사 때 반드시 갖춰야 할 임시소방시설 네 가지를 하나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게다가 소방서는 현행법상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용접 작업의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천 참사는 화재에 대비한 기초적인 장치나 확인마저 없었던 ‘인재(人災)의 총체적 난국’이 낳은 결과였다.○ 피난유도등도 경보기도 없이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연면적 400m², 지하 면적 150m² 이상인 창고 등을 건축할 땐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신속 대피를 위한 피난유도등과 비상경보장치, 초기 진화를 위한 간이소화장치와 소화기 등이다. 특히 피난유도등은 전기가 끊겨도 작업자들이 고립되지 않게 출입구까지 켜진 채 이어져 있어야 한다. 지난달 29일 화재가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는 연면적 1만1043m²로 소방시설법상 임시소방시설 설치 대상이다. 현장 감식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2층뿐 아니라 다른 층에서도 피난유도등을 설치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대피한 현장 관계자들은 불이 난 직후 전기가 끊겨 조명이 꺼진 데다 검은 연기가 건물을 뒤덮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 건물 바깥에 있었던 하청업체 직원 A 씨는 “동료를 구하려고 지하 2층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어두컴컴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 화재 감식 전문가도 “피난유도등만 있었어도 희생자가 훨씬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비상경보장치는 경보음을 울렸을 때 작업장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참사 현장엔 비상경보장치가 없었고, 비상벨 설치를 위한 전기선만 확인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상 근로자들은 연기가 차 오른 뒤에야 대피를 시도하며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소방 관계자는 “지상 1∼4층 희생자 상당수가 작업 공간에서 그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보음이 없어 적절한 대피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시소방시설 없어도 처벌 안 받아 소화기도 기준보다 적은 숫자만 비치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 세부 기준에 따르면 소화기는 작업장 층마다 기본 2개 이상 구비해야 한다. 우레탄폼 등 가연성 물질을 취급하거나 용접 등 불꽃이 발생하는 작업을 할 땐 대형 소화기를 포함해 5개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참사 현장의 지하 2층에서 발견한 소화기는 1개뿐이었다”고 전했다. 취재팀은 시공사 측에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공사장에 임시소방시설을 두도록 한 법 조항은 2014년 1월 신설됐다. 2012년 8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공사 현장에서 우레탄폼 작업 도중 일어난 화재로 4명이 숨진 뒤 “인화성 물질이 있고 용접 작업이 잦은 건설 공사장의 특성상 관리가 필요하다”며 만든 법이다. 하지만 이 법은 현재 ‘반쪽짜리’다.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시공사를 처벌할 수 없다. 관할 소방서장이 설치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긴 사실이 적발됐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 한데 소방 당국은 지난해 4월 물류센터 착공 이후 한 번도 안전 점검에 나서지 않았다. 완공 전 건물은 소방당국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고, 산업안전보건공단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시공자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물리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은 2018년 9월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이천=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 조건희 기자}

29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펑’ 하는 폭발음이 수십 차례 터져 나왔다. 불꽃과 검은 연기에 휩싸인 건물은 수백 m 밖에서 폭발음과 연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29일 오후 11시 기준 최소 38명이 목숨을 잃은 이번 화재 현장에서는 5시간 넘게 불길이 잡히지 않아 혼란이 극에 이르렀다.○ “동료 구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역부족” 소방청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후 1시 32분경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관계기관의 현장조사 보고에 따르면 불이 처음 시작된 곳은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의 냉동 창고 겸 사무동 지하 2층. 여기서 작업했던 하청업체 직원들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인근에서 우레탄폼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이 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함께 지하 2층에서 작업하다가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있던 A 씨는 폭발음을 듣자마자 동료를 구하러 다시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급하게 엘리베이터 인근 기계실에서 일하던 동료에게 전화하니 “형님, 불길 때문에 못 나가니 벽 좀 깨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동료 1명과 서둘러 내려가려 했지만, 이미 전기가 끊기고 연기가 가득 차 진입이 불가능했다. A 씨는 “미로처럼 공사 현장이 복잡하다.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동료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구조를) 부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당시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1043m²(약 3340평) 규모의 건물 공사 현장에선 올 6월 완공을 목표로 직원 78명이 투입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옆 건물 창고동에서 작업하던 건설근로자 강성태 씨(52)는 “폭발음을 듣자마자 ‘사고가 났구나’ 직감하고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사무동에 온통 불길이 번져 있었고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고 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약 150m 떨어진 체육공원에서 근무하던 이모 씨(51)도 “폭발음과 연기가 상상을 초월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길 건너편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려 뛰어나갔다. 건물 창문에서 검은 연기가 화산처럼 뿜어져 나오는 걸 봤다”고 했다. 폭발음 직후 건물에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몇몇은 온몸이 연기에 검게 그을린 채 콜록댔다고 한다.○ 연쇄 인화와 맞바람 탓에 진화 어려워 사고 발생 약 11분 뒤인 오후 1시 43분경 이천소방서 선발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건물 안에 여러 명이 고립돼 있는 걸 파악했지만, 불길과 연기가 거세 곧장 구조에 착수하지 못했다. 54분경 후발대가 도착하고 이어 지원대도 가세하며 동원된 소방인력은 335명으로 늘어났다. 구조대는 오후 2시 12분경 인부 2명을 처음으로 구했다. 중경상을 입은 10여 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 와중에도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인근 주민은 “첫 폭발음 이후에도 크고 작은 폭발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고 했다. 마감공사 중인 건물에 있던 페인트와 시너 등 인화성 물질에 연쇄적으로 불이 옮겨붙으며 불길이 더욱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난 직후 지하 2층을 가득 채운 연기는 빠르게 건물 전체로 퍼졌다. 건물 2층 이상에서 작업하다 숨진 이들만 26명이었다. 공교롭게도 건물 쪽으로 맞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유독가스가 창문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연기가 건물 안에 가득 찼다고 소방당국은 진단했다. 처남이 3층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하던 도중 숨졌다는 60대 김모 씨는 “같은 층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들었다”며 망연자실했다. 소방당국이 초기 진화에 성공한 것은 불이 난 지 2시간 56분 만인 오후 4시 31분이었다. 이후에도 건물 모든 층의 잔불을 잡는 작업을 벌여 오후 6시 42분 불은 모두 꺼졌다. ○ “용접 전 환기-커버 안 한 듯” 소방당국과 경찰은 지하 2층에서 용접 도중 불꽃이 튀어 인화성 물질인 우레탄폼에 옮겨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현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하 2층에선 우레탄폼 발포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지침에 따르면 우레탄폼 작업을 할 땐 화재 예방을 위해 건물 안 유증기(기름 성분이 많이 섞인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환기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인근에서 용접 작업을 할 땐 불꽃 방지 커버를 씌워야 한다. 만약 공사업체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용접 작업을 실행했다면 관리감독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천=이경진 lkj@donga.com·한성희 /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