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유근형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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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 좋은 글을 일군다 믿습니다. 파리 런던 베를린을 넘어 중동까지 한끗 다른 질문들을 던지겠습니다.

noel@donga.com

취재분야

2025-06-25~2025-07-25
국제정세23%
국제일반11%
유럽/EU11%
정치일반11%
정당11%
선거11%
중동7%
국제정치7%
경제일반4%
러시아4%
  • 1.5조 들여 만든 재난통신망, 작년 기관간 통화는 0.9%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이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하기 위해 예산 약 1조5000억 원을 들여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이 실제로는 기관 내부 무전기처럼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이 통신망으로 기관 간 통신이 이뤄지기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렸다. 2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한 음성·영상 통화는 약 586만 분 이뤄졌다. 그런데 통신망 도입의 주목적인 지자체, 소방, 경찰 간 통신은 약 5만2300분에 불과했다. 기관 내 통신량인 574만 분의 0.9%에 불과했다. 각 기관이 통신망을 활용해 소통, 공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뜻이다. 지난달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119에 첫 신고가 접수된 오전 7시 51분으로부터 55분이 지난 오전 8시 46분경에야 재난안전통신망을 이용한 첫 기관 간 공통 통화가 이뤄졌다. 첫 통화에는 충북 흥덕경찰서와 청주시, 충북도, 충북소방본부 등이 참여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기관들이 한 통신망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대응하기 위해 약 1조5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2021년 도입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관 간 공조에 차질을 빚었는데, 이번 참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며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약 2개월 전인 올 5월 25일 지자체, 경찰, 소방의 통신망 활용 합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 훈련 외에도 시도·시군구별 훈련을 내실화하며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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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조 들인 재난통신망, 내부 무전기처럼 사용… 오송 참사서 ‘무용지물’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이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하기 위해 예산 약 1조4000억 원을 들여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이 실제로는 기관 내부 무전처럼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이 통신망으로 기관 간 통신이 이뤄지기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렸다.2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한 음성·영상 통화는 약 579만 분 이뤄졌다. 그런데 통신망 도입의 주 목적인 지자체, 소방, 경찰 간 통신은 약 5만2300분에 불과했다. 기관 내 통신량인 574만 분의 1% 미만이다. 각 기관이 통신망을 활용해 소통·공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뜻이다.지난달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119에 첫 신고가 접수된 오전 7시 51분으로부터 55분이 지난 오전 8시 46분경에야 재난안전통신망을 이용한 첫 기관 간 공통통화가 이뤄졌다. 첫 통화에는 충북 흥덕경찰서와 청주시, 충북도, 충북소방본부 등이 참여했다.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기관들이 한 통신망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대응하기 위해 약 1조4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2021년 도입됐다.이태원 핼로윈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기관 간 공조에 차질을 빚었는데, 이번 참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며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약 2개월 전인 올 5월 25일 지자체, 경찰, 소방의 통신망 활용 합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 훈련 외에도 시도·시군구별 훈련을 내실화하며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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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근형]정당 현수막 난립 방지법 외면하는 현역 의원들

    여의도 정치권에 남아 있는 훈훈한(?) 문화가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품앗이’다. 법안을 발의하려면 최소 10명의 공동발의자(의원)가 필요한데, 서로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다.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이름을 올리는 게 기본이지만 인지상정으로 도와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발의할 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때문에 ‘법안 공동발의자 수가 곧 힘’이란 말도 나온다. 그런데 최근 공동발의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의원이 있다. 정당 현수막 무제한 허용을 막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비례대표)이다. 법안 발의 준비를 시작한 지 4개월째인데 공동발의자를 단 1명밖에 못 얻었다. 그나마 같은 당에선 찾지 못해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부탁해 이름을 올렸다. 공동발의 요청을 받고 이름을 올렸다 내용을 확인한 후 빠진 의원도 있다. 최 의원은 동료 의원 십수 명에게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공동발의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지역구 의원들은 물론 지역구 입성을 노리는 비례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수막’이란 홍보 수단이 필요한 현역 의원들이 국민들의 피로감과 현장의 혼란을 외면한 것이다. 특히 정당 현수막은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만 걸 수 있어 도전자를 차단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최 의원은 “평소 가까웠던 의원들이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총선 전인) 지금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정당 현수막 본연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정당의 비용(보조금)으로 만들어야 하고, 정책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상대 당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낯 뜨거운 자기 홍보가 현수막의 대다수인 게 현실이다. 심지어 자신이 당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단 의원도 있다. 개인 돈으로 현수막을 여기저기 거는 의원도 적지 않다. 현역 의원 눈치를 보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편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금지된 사전 선거운동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이 정당 현수막 문제에 눈을 감은 사이 정치 혐오와 피로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난립한 정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하자 지켜보던 시민들은 “속이 시원하다”며 박수를 쳤다. 다른 지자체에선 “우리 동네 현수막도 치워 달라”는 민원이 몰리고 있다. 내년 총선을 노리는 현역 의원들은 정당 현수막이란 수단을 스스로 놓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현수막이 오히려 역효과’라는 인식을 의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길을 걷다 불쾌감 또는 민망함을 안겨주는 현수막을 잘 기록해 두는 건 어떨까. 그리고 사무실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총선에서 찍어주지 않는 것이다. 후보들이 다 현수막을 걸었다면 그나마 덜 원색적인 현수막을 걸었던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정당 현수막이 동네 거리에서 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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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용 음주측정기선 ‘훈방’… 실제 경찰용 재보니 ‘면허정지’

    “더, 더, 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담당 경찰 목소리에 따라 숨을 불어넣던 기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어 음주측정기 화면의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약 10초 뒤 최종 수치를 확인하더니 “0.031%로 면허정지 수치”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시행되는 등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선 개인이 온라인 등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주량과 몸무게를 직접 휴대전화에 입력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 하지만 휴대용 음주측정기와 앱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본보 기자 2명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음주측정기 3개를 구입해 실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에 사용하는 음주측정기와 정확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경찰은 ‘면허정지’, 휴대용은 ‘훈방조치’ 포털 사이트에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검색하면 ‘고성능 숙취측정’, ‘정확성 보장’ 등의 문구와 함께 수만 개의 제품이 검색된다. 크게는 △스마트폰 연결형 △스마트폰 앱 연동형 △스마트폰과 관계 없는 건전지형 등으로 나뉜다. 가격도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부터 10만 원 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본보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1만 원 이하의 A 측정기, 건전지형인 2만 원대 B 측정기,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10만 원대 C 측정기를 구입해 성능을 실험했다. 실험에 참여한 남녀 기자는 체격과 평소 주량을 감안해 각각 소주 1병과 500mL맥주 1캔(남성), 소주 반병과 500mL맥주 1캔(여성)을 마셨다. 음주 후 1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남성 기자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A 측정기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약 10초간 숨을 불어넣었다. 측정기 화면에 표시된 수치는 0.02%였다. 건전지를 넣어 손에 들고 측정하는 B 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0.019%가 나왔다. 이를 보던 경찰은 “정말 소주 1병 이상 마신 게 맞느냐. 이 정도면 훈방 조치 수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사용하는 C 측정기를 불자 0.027%로 수치는 다소 높게 나왔지만 여전히 단속 기준 아래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은 면허정지, 0.08% 이상은 면허취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면허정지 수치인 0.031%가 나온 것이다. 경찰이 사용하는 측정기에서 0.028%로 아슬아슬하게 단속 기준을 밑돌았던 여성 기자도 휴대용 측정기에선 0.011∼0.023%가 나왔다. 남녀 기자 모두 휴대용 측정기 수치가 경찰 측정기보다 낮았던 것이다.● “직접 입력하는 앱이 가장 부정확” 측정을 도와준 경찰은 “휴대전화 앱과 연동되는 C 측정기의 경우 실제 경찰이 쓰는 측정기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이라 그나마 정확도가 높았다”면서도 “다만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직접 확인한 것처럼 정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맹신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관리 감독의 문제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는 4개월에 한 번씩 성능을 점검해 필요한 경우 교정을 한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경찰 장비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성능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건 성별, 몸무게, 마신 술의 양을 직접 입력해 계산하는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앱이었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계산했음에도 남성 기자는 0.57%, 여성 기자는 0.27%라는 비현실적인 수치가 나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음주운전 단속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의존하지 말고 운전대를 아예 안 잡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 날 숙취운전 때 참고는 가능” 경찰은 휴대용 측정기를 구입할 경우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가급적 정확도가 높은 측정기를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음주 직후가 아닌 다음 날 아침 숙취운전이 걱정될 때 술기운이 남아 있는지를 체크하는 정도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저녁 및 심야시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아침이나 점심 때 숙취운전으로 인한 음주운전 사고는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시간대별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올 1∼6월 전체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5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35건)에 비해 17.4%가량 줄었다. 이는 저녁·심야 시간으로 분류되는 오후 6시∼오전 6시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5574건에서 4312건으로 22.6%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간 시간대인 오전 6시∼오후 6시 사고는 지난해 1561건에서 올해 1578건으로 소폭(1.1%) 늘었다. 경찰청에 음주측정기를 납품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음한 경우 다음 날에도 혈중알코올이 감지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음주측정기는 숙취운전 예방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음주운전 못지않게 숙취운전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 날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 보고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감지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 먹은 다음날 무심코 운전대… 시동 안걸려 대중교통 탔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체험단도로교통공단, 20명 시범 운영국회선 제도 도입 본격 논의중 “부끄러운 얘기지만 예전에 음주운전으로 두 번 적발된 적 있어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험단에 참여했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37)는 지난달 도로교통공단(공단)에서 진행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시범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씨는 2021년 4월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차를 타고 집 앞 편의점을 방문했다가 차에서 잠들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는데 2016년에도 음주 후 차 안에서 잠든 적이 있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2년 동안 면허 취득이 금지됐던 박 씨는 올 4월 면허 재취득을 위해 공단을 찾았다. 그때 그의 눈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 체험단 모집’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박 씨는 “두 번이나 실수를 반복한 스스로에게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라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전날 술을 마신 후 아침에 차에 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걸 보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지난달 경찰청, 오비맥주, 센텍코리아, 디에이텍과 함께 국민 체험단 20명의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시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차에 탈 때마다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활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일정 기준치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다. 올 4월 배승아 양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어지자 본보 등이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국민 체험단으로 선정된 참가자 20명은 본인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간 체험을 진행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체험 기간 수집된 모니터링 데이터와 참가자 대상 설문 답변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의 국내 적용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동잠금장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입법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입하거나 체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지난달 시동잠금장치 제조업체 디에이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운송 차량 10대에 장치를 설치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후 본격 도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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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근형]“北에서 하는 방식인데”… 국격 깎아내리는 정당 현수막

    “남쪽으로 건너와서 이런 꼴을 볼 줄 몰랐다.” 북한에서 정치 선전물을 쓰는 일(특관원)을 했던 탈북자 A 씨는 최근 대한민국 곳곳을 뒤덮은 정당 현수막을 보면 기가 찬다고 했다. 북한에서나 보던 원색적 문구들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평양에서나 하는 구식 선전·선동을 인터넷과 모바일 강국인 남한 정치인들이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2대 총선을 280일 앞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현수막 공화국’이다. 올 5월 행정안전부의 ‘현수막 설치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사거리와 횡단보도마다 덕지덕지 붙은 현수막에 시민들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호소한다. 노골적 상대 비방이나 자기 홍보가 많아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도대체 왜 이런 문구를 매일 보며 살아야 하느냐”며 분노를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정치 현수막 무제한 허용은 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원색적 비방이 주를 이루는 문구는 오히려 시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알기 어렵게 한다. 극단의 시각을 부각시켜 사회를 분열시킬 뿐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비꼰 ‘더불어 비리 비호당’,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을 지적한 ‘대통령 때문에 못 살겠다!’ 등이 그렇다. 한 재선 의원은 “당에서 지역구에 문구를 하달하면 전국에 같은 문구가 걸리는데, 그러다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나 다양한 시각은 배제되기 일쑤”라고 했다. 정당 현수막이 여의도의 고인 물을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만 현수막을 게재할 수 있어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들도 현역 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 몸을 사린다. 실제로 경기 북부의 한 현역 의원은 홍보 현수막 수십 개를 지역에 도배했다. 게재 기한(15일)을 훌쩍 넘겨도 떼지 않자 정치 지망생들이 시청에 “단속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무원들은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했다. 한 정치 지망생은 “행안부 지침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정당 돈으로 해야 하는데, 현역 의원들이 정당법을 위반하며 개인 돈을 투입해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 씨는 “북한의 정치 선전물에서 체제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예컨대 ‘일당백으로 뭉치자’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리면 인민들은 “또 시작”이라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후 인민반장 등 중간 간부들이 모여 실천 방안을 찾는다며 논의한 후 결국은 김치, 쌀, 옥수수 등 충성 물품들을 걷어가기 때문이다. A 씨는 “공개적으로는 쉬쉬해도 북에서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있는 자리에선 선전물을 욕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한국은 어떤가. 극단의 정치와 혐오를 부추기는 정당 현수막은 이미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수막 내용을 알게 되면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감탄할까?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오죽하면 전체주의에 신음하다가 건너온 탈북자마저 “신물 난다”고 하겠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가 관련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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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행중 폰 사용-영화시청 가능, 음주-졸음운전은 안돼”

    “자율주행차, 정말 안전한가요?” 이르면 연내에 고속도로 등 특정 구간에선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가 일반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적지 않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해도 되나. “고속도로 등 자율주행 모드가 허용되는 구간에선 가능하다. 지난해 4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해 운전하는 경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방송 등 영상물 시청 금지, 영상표시장치 조작 금지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경찰은 이르면 연내에 출시되는 국내산 레벨3 자율주행차의 경우 정부의 안전 기준 조건을 충족해 해당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운전 중 술을 마시거나 자도 되나. “음주운전은 여전히 금지된다. 경찰은 레벨3 자율주행차의 경우 비상시 운전자가 대응해야 하며, 자율주행 모드가 허용되지 않는 구간도 있는 만큼 기존의 음주운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같은 이유로 잠을 자서도 안 된다.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에 운전자 모니터링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눈 깜박임, 머리나 몸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수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그러다 이상반응을 감지하면 시끄러운 알림음을 내거나 안전띠 조이기 등의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핸들을 안 잡은 상태에서 시속 몇 km까지 달릴 수 있나. “국토교통부의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안전 기준’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 모드로 국내에서 운행 가능한 최고 속도는 시속 110km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도로마다 정해진 최고 속도를 초과할 순 없다.” ―주행 중 갑자기 낙하물이 덮쳐도 괜찮나. “자율주행 차량에는 인간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의 센서가 탑재된다. 센서들이 감지한 위험이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대응 가능한 돌발 상황이라면 속도를 낮추면서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게 된다. 대응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라면 자율주행 시스템이 즉시 차량을 세우게 된다. 제조사들은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돌발 상황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라도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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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들 안잡는 자율車 ‘100% 준법운전’에… 성급한 뒷차들 ‘빵빵’

    ‘빵, 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4단지 사거리.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가 주황색 신호에 멈추자 따라오던 택시가 경적을 울려댔다. 자율주행차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 ‘무리한 좌회전’ 대신 ‘정지’를 선택했는데, 택시기사는 ‘속도를 더 내서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일반차 운전자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는 현대차동차의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의 지원을 받아 자율주행차를 체험했다. 항상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고, 전방을 계속 주시할 의무도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였다. 체험 주행을 한 30여 분 동안 자율주행차는 대체로 안정적인 주행 실력을 보였다. 교통법규를 100% 완벽하게 지키면서 큰 불편없이 서울 시내를 누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모범 운전은 다른 운전자들의 답답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는 시속 40km 중반대로 달렸는데, 이를 못 참은 운전자들이 연이어 추월하면서 앞질러 갔다. 기자가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파란불이 들어온 후 앞 차량이 10초가량 출발하지 않았는데 자율주행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기자가 조급한 표정을 짓자 체험에 동행한 안전요원은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되면 이와 유사한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공존하려면 서로 간 이해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르면 연내 본격 자율주행 시대 열린다 자동차 업계에선 연내에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 조만간 운전 중 핸들을 잡지 않고, 전방주시를 안 해도 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제네시스 G90을 올 하반기(7∼12월)나 내년 상반기(1∼6월)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 5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EV9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암동, 청계천, 세종시 등에서 기술연구와 테스트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레벨3 자율주행차가 전국 곳곳을 달릴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현행 규정상 레벨2∼4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 등 지정된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레벨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차이는 크다. 레벨2에선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핸들도 잡고 있어야 한다. 핸들을 놓으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레벨3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시스템이 요청할 때만 핸들을 잡으면 된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기자가 체험했던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 간 마찰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와 정부 안팎에선 일반 차량의 배려를 유도하기 위해 별도의 등을 달거나, 라이트 색을 다르게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추월 등 위험 운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일반차와 조화롭게 달리기 위한 교통안전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제조사들도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전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명시하고, 도입 초기 국민 보호 차원에서 제조사 외 제3자가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논란 불거질 듯 자율주행 시대 도래에 따른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 먼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를 구입한 이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하다 일어난 일을 왜 내가 책임지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교통사고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지게 돼 있다.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기술 결함과 사고 간 인과관계 등을 밝혀야 한다. 사실상 제조사에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5월 미 플로리다주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맞은편 대형 트럭과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자율주행 시스템이 흰색 트럭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명됐지만 미 교통 당국은 결함이 아닌 기술적 한계라고 판단하고 운전자 과실로 결론내렸다. 예를 들어 제조사가 매뉴얼에 ‘자율주행차 운전자에게 안전운전 의무가 있다’는 문구를 삽입할 경우 제조사의 책임 회피가 더 쉬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연구원의 황현아 손민숙 연구원은 올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존에 하드웨어만 공급하던 제조사가 이제는 소프트웨어까지 관리하는 만큼 제조사에 더 강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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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근형]“인기 부서 싫다”… 몸 사리는 공직 사회

    “대부분 가기 싫어한다. 있던 사람들은 나가려 한다.” 행정고시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 A 씨는 정부 내에서 소위 ‘잘나가는 부서들’의 요즘 분위기를 두 마디로 요약했다. 대통령 관심이 높은 정책을 다루거나, 주요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곳을 피하려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를 다루는 교육·노동·연금 담당 부서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한다. 젊은 공무원뿐 아니라 중간 간부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stance)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경고한 뒤 이런 분위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힘든 곳에서 일하면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옛말이 됐다”며 “급여는 같은데 일만 고되고 삐끗하면 눈 밖에 날 수 있으니 대부분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경고 직후 실제로 원전 등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교체됐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고시 출신 차관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실 비서관들로 교체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과거 정부에선 임기 1년 차에 주로 이뤄졌던 실장급 고위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뒤늦게 진행될 것이란 얘기도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당시 힘을 받았던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실장급 인사가 대기발령 조치되면서 사기가 크게 꺾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외국인 생활시설 관련 감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공무원은 “과거에 적극 행정 하라고 강조하던 사안을 시간이 지나 이렇게 감사하면 어느 공무원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공직사회 기강을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 정부에 대한 과도한 코드 맞추기가 다음 정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지우기를 경험한 공직사회이기에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몸을 잔뜩 웅크리거나 드러누울 공산이 크다. 한 여당 관계자도 “안 그래도 보신주의가 팽배한 공무원들인데 국회 권력이 여당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군기 잡기가 통할지 걱정”이라며 “현 집권 세력 앞에서 보이는 공무원들의 ‘위장 군기’의 뒷면에 ‘복지부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영혼 없이 밥그릇만 챙기는 공무원들을 다잡아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호통과 채찍만으로는 공직사회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에게 봉사할 준비가 돼 있는 ‘영혼 있는’ 공무원까지 등을 돌릴 수 있다. 공개적으로 ‘코드 맞추기’를 압박하기보다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실패할 기회’를 보장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공직사회를 적으로 돌리고 대통령실과 여당의 힘으로만 국정을 밀고 나가기엔 아직 임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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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자전거 이용 느는데… 사고 통계도 없고 안전규제 제각각

    40대 김모 씨는 지난달 서울 잠수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전기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했다. 커브 구간을 돌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다른 전기자전거와 정면충돌한 것이다. 김 씨는 충돌 직후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지면에 떨어졌다.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도 목 신경이 손상돼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전치 5주에 달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스로틀(Throttle)형’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 전 여러 차례 보험회사에 문의했지만 그때마다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란 말을 들었다”며 “보험 적용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전기자전거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사각지대 놓인 전기자전거 모터를 장착한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최대 시속 25km까지 달릴 수 있다 보니 사고 발생 시 부상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 관련 사고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아직 전기자전거를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보급 현황과 사고 건수, 단속 통계 등도 따로 없다”고 했다. 신종 모빌리티 수단이다 보니 관련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같은 전기자전거라도 일부는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일부는 자전거로 분류된다. 먼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손으로 레버를 돌리면 모터가 작동하는 스로틀형은 PM으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페달을 돌릴 때만 모터가 작동되는 파스(PAS·페달보조)형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법을 적용받는다. 분류가 다르니 적용되는 규제에도 차이가 있다.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는 전동 킥보드 등 다른 PM과 비슷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탈 수 있고, 13세 미만은 탈 수 없다. 탈 때는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한다. 안 쓰면 벌금이 부과된다. 야간에 전조등과 후미등 없이 주행하면 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파스형 전기자전거의 경우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이 같은 규제를 모두 적용받지 않는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전기자전거지만 법 적용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심한 상황”이라며 “신종 모빌리티 출현에 따른 법적 공백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 어려운 스로틀형전기자전거의 법적 공백은 이용자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전기자전거 동호회 등에선 “스로틀형의 경우에도 파스형인 것처럼 위장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등의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6일 한강공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스로틀형 전기자전거 이용자는 “가끔 경찰을 만나면 페달을 밟는 척하며 단속을 피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전기자전거 이용자 상당수는 안전 장비도 잘 착용하지 않는다. 특히 공유 전기자전거의 경우 대부분 헬멧 등 안전 장비 없이 이용한다. 올 3월 발표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역 주변 40개 장소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시민 115명 중 단 1명만 개인 안전모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도 쉽지 않다. 특히 스로틀형 전기자전거의 경우 국내에서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전기자전거를 타는 김태현 씨(33)는 “스로틀형은 각종 안전 장비 착용 의무가 부여되지만 정작 보험 가입은 어렵다”며 “이 때문에 페달을 좀 돌리더라도 자전거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파스형을 타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자전거 안전 규제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전을 위해 스로틀형과 마찬가지로 파스형에 대해서도 안전모 착용 등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스로틀형과 파스형을 오갈 수 있는 전기자전거도 나오는 만큼 규제를 달리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당장 규제를 통일할 수 없다면 안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파스형의 경우 최고 속도를 시속 25km 이하에서 시속 20km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에너지가 생성되는 전기차 충전 방식을 전기자전거에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이용자들은 배터리를 아낀다며 브레이크를 잘 안 잡는 경향이 있는데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충전되는 회생제동 장치가 도입되면 좀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트럭 대신 ‘화물용 전기자전거’ 뜬다 택배용 트럭보다 탄소 배출량이 약 22% 적은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최근 친환경 배송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상 화물차 진입을 막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전거가 주요 운송수단으로 활용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친환경 모빌리티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선 이미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DHL 등 글로벌 물류 대기업도 화물용 전기자전거 활용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 화물용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약 1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한 리서치 회사는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연평균 11.4%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선 쿠팡 등이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시범도입하고 활용도를 점검 중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시장 확대에 발맞춰 배달, 화물 등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아직은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본격 양산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생산을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탄소배출 저감 수단으로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주목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올 4월 회의를 열고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과 관련해 관계 부처에 규제 개선 및 제도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증 결과 및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중량, 속도 등 세부 안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신고, 보험 가입 의무 등 관리 기준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안전 기준과 면허, 주행 기준 등을 검토한다. 다만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전기자전거는 동체가 ‘30kg 미만’이어야 한다. 승객용만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한해 동체 중량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독일은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중량을 300kg 미만, 프랑스는 650kg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아예 무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중량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에 걸맞은 안전규정 확보도 필요하다. 무게를 늘리는 만큼 사고 위험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제호 삼성교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일반 도로에서 달릴 때는 시속 25km 이하로 제한하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활용해 아파트 내에 진입해 운행할 때는 시속 10km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는 등 세심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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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로 오토바이 무인단속… “흐릿한 CCTV 번호판도 명확히 판독”

    “이 새벽에 누가 보겠어.” 폭주족 이모 씨는 2일 오전 2시 반경 서울 중랑구 일대를 오토바이로 질주했다. 교차로 신호등에서 빨간불을 만나도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상봉지하차도 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50km였지만 이보다 30km나 빠른 80km로 질주했다. 새벽 시간대는 과속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의 폭주는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에서 관리하는 후면 무인교통단속 장비에 선명하게 잡혔다.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 8장에는 이 씨의 오토바이 번호판도 명확하게 찍혔다. 이진수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 계장은 “그동안 이륜차는 폐쇄회로(CC)TV 단속의 사각지대였지만, 최근 기술 진화로 무인단속이 가능해졌다”며 “반칙운전을 일삼는 오토바이들이 숨을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배달 오토바이 늘며 사고도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서비스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배달업 종사 라이더들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를 의미하는 소화물 배송대행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23만7188명에 달했다. 3년 전 같은 기간(11만9626명)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배달 대행업체는 전국 7794곳에 이른다. 배달 오토바이와 라이더가 늘면서 이들과 관련된 교통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줄고 있지만 유독 이륜차 사고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735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등이 줄어든 덕분이다. 반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484명으로 전년(459건)보다 5.4% 늘었다. 매일 1명 이상이 이륜차 사고로 세상을 뜨는 셈이다. 대행업체들의 촉박한 배달시간과 짧은 시간에 많은 배달을 하려는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딥러닝 기술로 CCTV 번호판 인식률 높여 이에 교통당국을 중심으로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첨단기술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폐쇄회로(CC)TV 판독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CCTV로 이륜차의 반칙 운전을 잡아내기 힘들었다. 승용차에 비해 오토바이가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번호판도 작다 보니 CCTV로 선명한 사진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불법 주차단속의 경우엔 오토바이 정차 시 차체가 기울어 번호판이 잘 안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일각에선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앞에 달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AI 딥러닝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수만 장의 번호판 사진을 학습하며 번호의 패턴을 익혔다. 그 결과 흐릿한 사진도 해상도를 조절해 명료하게 바꿔 줄 수 있게 됐다. 처음 본 형태의 번호판도 보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오토바이의 외양도 학습했다. 예를 들어 ‘A모델 오토바이 번호판은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다 보니 CCTV 판독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현재 5대인 딥러닝 단속 시스템을 연내에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는 번호판이 어디에 있던 단속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오토바이가 단속 사각지대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수 브레이크와 AR 헬멧도 개발한 번 사고가 나면 부상이 상대적으로 큰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호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차체의 균형을 인지해 코너를 돌 때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특수 브레이크(ABS)가 대표적이다. 일반 브레이크는 급제동 시 관성 때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거나 옆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운전자가 차체에서 이탈해 허공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특수 브레이크를 장착하면 관성측정장치(IMU)가 작동하면서 기울기를 감지해 차체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를 통해 속도 제어와 안전 주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몇 바이크 모델이 옵션으로 채택해 라이더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증강현실(AR) 스마트 헬멧도 개발 중이다. 이 헬멧은 실드(유리) 부분에 내비게이션 AR 영상을 띄워 줘 라이더가 손을 쓰지 않고도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후진국형 사고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첨단 기술 개발 및 적용과 함께 이륜차 운전문화 개선에 공을 들이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륜차 반칙운전 잡는 공익제보단… 작년에만 23만건 신고 현직 교사 등이 신호위반 등 촬영해교통안전공단에 제보… “사고 줄어” “가르치던 학생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A 씨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 반칙운전을 적발하는 ‘공익제보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A 씨는 출퇴근길 또는 주말에 휴대전화로 이륜차들의 신호 위반,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등을 촬영해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에 제보한다. A 씨가 지난해 제보한 도로교통법 위반 건수는 2632건에 달한다. 이륜차 공익제보단 4247명 중 제보 실적 2위다. 현직 교사 신분이라며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예전에는 길에서 보이는 오토바이 10대 중 9대가 교통법규를 어겼다면 지금은 10대 중 5대 정도로 위반 오토바이가 줄었다”며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는 동네 거리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안전을 위해 조직된 공익제보단의 법규 위반 제보 건수는 지난해 23만3539건이나 됐다. 신호 위반이 11만3222건(48.5%)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주행(15.3%), 중앙선 침범(11.3%), 안전모 미착용(10.2%) 순이었다. 공단은 제보 1건당 최대 8000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월 20건까지만 포상금을 준다. 지난해 이렇게 지급한 포상금은 총 11억2000만 원에 달한다. 공단은 공익제보단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익제보단 제보가 가장 많은 신호 위반 사고가 크게 줄었다. 2019년에는 이륜차 신호 위반 사고 사망자가 106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68명이 됐다. 공단 관계자는 “전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안 줄었는데 신호 위반 사망이 줄어든 건 제보단 활동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익제보단원들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제보 사진 촬영을 방해하는 건 예사고, 사진이나 영상을 지워달라며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도 있다. A 씨는 “배달원들이 저를 몰카범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 당시 자초지종을 파악한 경찰이 ‘멋있다’며 제 활동을 지지해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제보 활성화와 함께 이륜차 반칙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은 “오토바이는 금세 사라져 단속이 쉽지 않은 만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륜차는 신고제가 적용되는데 일반 자동차처럼 등록제를 실시해 소유자를 명확히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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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수리비 ‘억소리’… “배터리 일부만 교체할 기준 마련을”

    “배터리 덮개가 약간 긁혔다고 생각했는데, 배터리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소형 전기차를 타는 경남 김해의 직장인 이헌주 씨(44)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속도로에서 앞에 달리던 트럭의 바퀴가 빠지며 이 씨의 차량을 덮친 것이다.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량 전면부가 손상됐고 차량 하단에 있던 배터리 덮개가 약간 긁혔다. 이 씨는 “다친 곳도 없고 차량 손상도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리센터를 방문한 이 씨는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배터리 가격이 2600만 원이고 여기에 공임 등을 더하면 총수리비가 3200만 원이 나온다고 했다.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구입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씨는 “수리센터에선 사고 당시 충격으로 배터리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지 모르고 나중에 혹시라도 불이 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보상도 못 받기 때문에 완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결국 보험사에 차를 주고 2800만 원을 받으며 전손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전손 처리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수리비가 차 가격보다 높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뒤 폐차 처리하거나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 툭하면 전기차 배터리 통째 교체 국내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신규 차량 중 1.7%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지난해 9.8%로 4년 만에 5배 이상이 됐다.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현재 40만 대가량인데 2030년까지 3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에 비해 수리, 정비 등 안전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들은 차에 문제가 생겨 수리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먼저 첨단기술이 투입된 만큼 내연기관차보다 수리단가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의 ‘자동차보험 자차 담보 평균 수리비(공임)’는 회당 270만 원이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수리비(197만 원)보다 37.1% 높다. 특히 수백 개의 셀로 이뤄진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안전상의 이유를 들며 통째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래모빌리티실증센터장은 “언제 배터리 전체를 바꾸고, 언제 일부 모듈만 바꾸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이용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큰돈을 내고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경미한 손상의 경우 일부 모듈만 교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소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동네마다 카센터가 있다. 반면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정비소는 전체의 5% 미만이다. 이 때문에 한번 고장나면 수리까지 한두 달 걸리는 경우가 예사다.● 배터리 정기 점검 필수전문가들은 전기차 수리 정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정기 점검을 통해 고장을 미리 막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 중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점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내연기관차처럼 엔진오일 교체 등을 이유로 정기적으로 정비소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역시 1년에 한 번 또는 주행거리 1만 km 정도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 배터리 셀의 온도 및 전압, 모터와 인버터의 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더 안전하게 오래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이 지난해 8월 도입한 전자장치진단기(KADIS)를 활용하면 더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KADIS는 차량에 장착된 단자에 진단기를 부착해 배터리 결함 등을 확인하는 장비다. 공단이 운영하는 검사소 59곳, 민간 검사소 30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공단은 지난해만 전기차 9086대를 검사해 배터리 융착 등 93건의 이상을 발견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안전성 검사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보니 민간 검사소 중에는 KADIS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검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B-라이프케어’처럼 전기차에 장비를 장착하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배터리 성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점검 사각지대’전기차 안전을 위한 최선의 조치는 정기 점검이지만 일부 수입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점검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는 KADIS 운용을 위한 자료를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공단은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배터리 점검을 실시하게 된다. 하지만 CATL 등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기술보안을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KADIS를 활용해 배터리 검사를 할 수 없는 전기차는 승합차 62개 모델(약 3000대), 화물차 29개 모델(약 6000대)에 달한다. 특히 미국 테슬라는 KADIS를 연결할 수 있는 접합부를 아예 만들어놓지 않았다. 무선으로만 차량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이미 5만여 대가 팔린 테슬라의 전기차는 국내 시스템으로는 점검이 불가능한 것이다. 김승기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과 수입차 규제 등의 측면에서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기술 경쟁 때문에 정보 공유가 쉽지 않겠지만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업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90%가량 충전을… 완충하면 전압 높아 불안정” 전기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Q&A비오는 날-보닛 열때 감전 주의를 “이번에는 전기차를 사야 하나?” 최근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신차의 약 10%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화재 등 안전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Q&A로 정리했다. ―비 올 때 전기차를 충전하면 감전될 수 있나.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은 충전기는 이용자가 손으로 만지는 부분에 전류가 통하지 않게 설계돼 있다. 비가 내려 충전기에 물이 스며들면 보호 장치가 작동해 전류를 차단한다. 다만 감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차량이나 충전기의 충전단자가 파손됐다면 순간적으로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 비를 피하기 어려운 곳에선 최대한 물기가 충전단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견인 시 차량 손상이 많다던데….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모터가 발전기로 변환돼 전기를 생산한다. 앞바퀴만 들어올려 견인할 경우 뒷바퀴가 구르면서 발전 기능이 작동한다. 이에 따라 모터 내부 온도가 올라가 손상이 생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견인차에 차량을 완전히 싣거나, 전기차 바퀴를 ‘둘리’라고 부르는 작은 받침대에 올려 견인해야 한다.” ―배터리를 완충하면 화재 위험이 커지나. “전기차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내장돼 과충전을 자동 제어한다. 완충으로 인한 화재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90%가량만 충전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완충 상태에선 배터리 전압이 상대적으로 높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면 화재 위험 크지 않나. “정부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배터리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1000도 넘게 올라가고 불길이 잘 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지하주차장은 입구 높이가 낮아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전기차 화재 진화 장치 활용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지하주차장에 소방설비 의무 설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닛을 열 때 주의할 점이 있나. “전기차 보닛 안에 주황색 전선이 있는데, 이 전선은 만지면 안 된다. 300V(볼트) 이상의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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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車 시속 24km 넘으면 폰 사용차단 앱 나와… “韓도 도입 논의를”

    “아빠 위험하니 스마트폰 그만 보세요.” 운전 중 휴대전화를 5초 이상 사용하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리 녹음해둔 가족들의 목소리다. 운전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안전 운전에 위협이 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멈춘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개발한 ‘콜미아웃’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장면이다. 미국 등 교통선진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단속과 범칙금 부과를 넘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콜미아웃’처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시키는 서비스도 있지만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도 있다. 테슬라 출신 기술자들이 설립한 드라이브모드가 만든 ‘대시’라는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시속 24km 이상 주행할 경우 자동차 안에서 전화 통화와 문자 수신, 알람이 자동 차단된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경영본부장은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은 습관이기 때문에 앱 등의 기술을 통해서라도 강제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휴대전화 사용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만큼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km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정지 거리가 45.2m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음주운전자(18.6m)의 2.4배에 달한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는 운전자가 문자메시지 확인을 위해 2초 동안 전방 주시를 안 할 경우 약 35m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 유타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사고 확률이 5.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카네기멜런대 연구소는 핸즈프리 상태로 휴대전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운전과 관련된 뇌 활동의 양이 37% 감소한다고 밝혔다. 전방 주시 등 운전에 쏟아야 할 집중력이 휴대전화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교통사고 중 약 10%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한국에선 2018∼2022년 5년 동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총 371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79명이 사망하고, 5873명이 다쳤다. 그럼에도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30일 동안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했다는 답변이 2018년 28.7%에서 지난해 41.8%까지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조사에서는 운전자가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 수는 통계로 나타난 수치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차단 기술 있지만 상용화 안 돼 국내에서도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또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는 앱을 개발할 기술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ICT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운전 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지금은 운전 중’이란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는 ‘인 트래픽 리플라이’ 앱을 출시했지만 강제로 휴대전화 사용을 막진 않았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이 상당한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미지수”라며 “강제 규정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차단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지만 상당수가 이를 알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크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어렵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휴대전화 차단 앱 등 기술을 활용해 강제로 사용을 막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美선 운전중 폰 들기만 해도 최소 35만원… 벌금 韓은 6만원 미국-일본-영국 등 처벌 강화 추세“한국, 범칙금 지나치게 낮은 수준”난해한 CCTV 분석 등 단속 애로에AI 적발 시스템 도입 필요성 제기 영국 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18년 11월 런던 중심가에서 자신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베컴에게는 6개월 면허 정지와 함께 750파운드(약 12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영국 재판부는 “속도가 느렸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통 선진국들은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오리건주는 2017년부터 운전 중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기만 해도 처벌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교통 체증 등으로 차량이 잠시 정지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처벌된다. 범칙금은 최소 260달러(약 35만 원)다. 스쿨존 등에선 최대 1000달러(약 134만 원)에 달한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법 개정 후 후방 추돌 사고가 8.8% 줄었다. 일본은 2019년 관련 법을 개정하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5만 엔(약 48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됐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엔(약 9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처벌은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승합차는 7만 원, 승용차는 6만 원, 이륜차는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20% 미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범칙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범칙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서도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명백하게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쥐고만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귀에 대고 통화를 하는 등 명백한 경우를 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이 CCTV 영상을 분석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자동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AI 학습을 거치면 몇 주 내 자동 적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단속 기준이 마련돼야 AI 적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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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교통분석 모델 지자체 도입 확대… 도로안전 개선에 기여

    행정안전부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교통량 분석 모델’ 개발을 마치고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보급을 시작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보된 영상을 AI가 자동 분석해 차선별 통행량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확한 교통량을 측정해 교통 정체 해소 및 도로 안전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분석을 통해 정체 구간이 확인될 경우 즉시 교차로 직진 또는 좌회전 차선을 확대하며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 차선을 조정하려면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했는데, 과학적 데이터로 분석해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처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애자일 전략’을 정부 혁신 종합계획에 담았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며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민간 부문의 ‘애자일 전략’을 행정 분야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간 부문과 다른 점은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애자일 행정의 일환으로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정부 내 절차를 과감하게 정비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법제처 심사기일 축소다. 소관 부처 및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입법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법제처 심사 기간을 기존 150일에서 90일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단순 반복적 업무 처리를 자동화하고, 결재 절차를 간소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부처 장관 결재를 받는 경우 현재는 사무관의 기안문서가 팀장, 과장, 국장, 실장, 차관 검토를 거쳐 올라간다. 하지만 향후 반복적 업무의 경우 부서장(통상 과장급) 검토만 거치고 바로 장관 결재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재 절차를 단축하려면 고시 개정이 필요한데 관련 정부 내 논의가 속도를 내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행정 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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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 동력 저하시키는 행안장관 공백 장기화 [광화문에서/유근형]

    “장관도 없는데…. 다음에 만나죠.” 행정안전부 간부 A 씨는 최근 국회를 찾았다가 의원실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정책 설명을 위해 잡은 면담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올 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직무가 정지된 후 종종 겪는 일이라고 했다. A 씨는 “지난해만 해도 실세 부처라며 먼저 챙겨주는 의원도 있었는데 최근엔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간다고 해도 안 만나준다”며 “부모 없는 심정이 이런 건가 싶다”고 했다. 정부 조직과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안부는 ‘부처 위의 부처’로 불린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이 장관이 부임하면서 그 위상은 더 높아졌다. 공직사회에선 올해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입주 과정을 놓고 ‘행안부의 파워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안부가 기획재정부(5∼9층)를 제치고 로열층(10∼14층)을 차지하자 “이번 정부에선 기재부 위에 행안부가 있다”는 말이 돈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행안부의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기 어려워졌다. 장관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공백이 나타나고, 그 영향이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별교부세 교부 지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행안부는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없는 해에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매년 3∼5월 조기 특별교부세를 지자체에 나눠 줬다. 지자체엔 민생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단비 같은 돈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이미 교부됐을 시기지만 올해는 최근에야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지자체 예산 수요를 조율할 장관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 경제가 최악인데 교부금을 언제 줄 거냐는 지자체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도 상당수가 표류 중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속으로 추진되던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관련 법안 40여 건 중에 통과된 건 단 6건뿐이다. 특히 핵심 법안인 주최자가 불분명한 축제 행사에 대해 지자체장에게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재난안전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행안부의 한 공무원은 “야당이 ‘장관 복귀 후 논의하자’는 식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행안부발(發) 국정 공백 사례는 그 밖에도 많다. 윤 대통령의 ‘3+1’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범부처 과제 ‘정부 혁신’도 표류 중이다. 행안부 장관이 간사 역할을 하는 국민통합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도 개점휴업 상태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 후 최종 선고까지 6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2일이 각각 걸렸지만 이 장관은 90일 만인 9일 첫 변론이 시작됐다. 이대로라면 법에 규정된 180일을 모두 채운 8월에나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행안부 장관 부재는 부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행안부의 기능 저하는 다른 부처, 지자체 등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헌재는 판결을 서둘러야 하고, 정부는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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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확산 상황 실시간 공유로 2차 피해 예방

    “가스 폭발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면 큰일입니다.” 지난달 11일 강원 강릉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는 화재 진압을 지휘하는 동시에 2차 피해 우려 지역을 점검했다. 그리고 폭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회사 등에 산불 피해 지역과의 거리, 불길 확산 속도 등을 실시간 공유했다. 산불 확산 상황을 공유받은 SK가스는 주변 가스충전소와 사업장 등 1574곳에 통보해 밸브 잠금, 용기 이동, 대기 중 가스 버림 등 안전조치를 즉각 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일부 재산 피해는 발생했지만 가스 폭발 등 2차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이처럼 공공·민간 데이터를 분석해 재난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관계기관과 업체에 전달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기관과 업체가 재난 안전 데이터를 얻기 위해 관련 웹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야 했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진화 중인 것이다. 행안부는 올 3월 기관별로 분산 관리되는 각종 재난 안전 데이터를 재난 유형별로 수집, 연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지진과 감염병 등 재난 10종의 데이터와 관련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2024년까지 재난 57종을 다룰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관·업체뿐 아니라 국민 개인도 스마트폰을 통해 맞춤형 재난 정보를 제공받고 위험이 다가오기 전 사전 대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난 대비를 위해 도시침수지도도 만들었다. 빗물처리시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예상되는 침수 범위와 높이를 예측해 관계 기관 등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홍수에 취약한 읍면동 1654곳 중 607곳(약 37%)을 대상으로 제작을 마쳤으며 2024년까지 모두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상기후 증가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산사태 우려가 큰 지역 주민들에게 예측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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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 화재 골든타임 5분… “차량용 소화기가 소방차 1대 위력”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반경 충남 금산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밤늦게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회사원 이관범 씨(52)는 주차장에 진입하다 차를 세웠다. 주차장 입구 쪽에 세워진 1t 트럭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주차장 천장으로 번지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트럭 맞은편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었다. 서둘러 불길을 잡지 않으면 주차장 전체로 불이 번질 것으로 보였다. 이 씨는 문득 자신의 승합차 트렁크에 차량용 소화기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119에 신고한 후 곧바로 소화기를 꺼내 분사를 시작했다. 내심 ‘소화기 한 대로 불이 잡힐까’ 싶었지만 약 1분 만에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장에 출동한 금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 화재 골든타임은 불이 난 후 5분이다. 이 씨의 차량용 소화기 덕분에 큰 사고를 막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화재 초기 소화기는 소방차 한 대 위력”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19명, 재산 피해는 약 641억 원에 달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소방청 관계자는 “등록 차량이 늘면서 노후 차량과 전기차 등 신형 모빌리티가 동시에 증가한 탓”이라고 했다. 차량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7명의 사망자를 낸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해 있던 1t 화물차의 배기구가 과열돼 불이 붙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역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불이 터널로 번지며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차량용 소화기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5분 만에 엔진룸 내부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분이 지나자 엔진룸을 넘어 운전석으로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한 시간가량 지나면 차량은 전소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차량용 소화기가 있으면 소방차 현장 도착 전 조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차 안의 최종 보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에 비치되는 차량용 소화기는 평균 무게 0.7kg, 높이 24cm가량이다. 용량은 일반 분말 소화기(무게 3.3kg, 높이 38cm)의 20%에 불과하지만 진화 능력은 일반 소화기의 3분의 1 이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소화기는 소형화·첨단화돼 초기 진화 때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며 “차량 화재뿐 아니라 일반 건물 화재 상황에서도 약 100㎡ 면적(약 30평)까지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차량용 소화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분말형 또는 스프레이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소화기와 탈출용 망치 등으로 구성된 차량용 화재안전키트도 판매되고 있다.● “차량용 소화기 설치 전 차종으로 확대해야” 차량용 소화기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의 한 도로에서 불이 붙은 트럭을 보고 지나가던 덤프트럭 차주가 자신의 차량용 소화기를 꺼내 진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덤프트럭 차주의 활약으로 소방차 현장 도착 전 불길이 모두 잡혔고, 화재 차량에 실린 2억 원 상당의 건설 기계도 무사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 창원의 완암터널 입구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싣고 운행하던 트럭에서 불이 발생했는데, 운전자가 지나가던 탱크로리 운전자로부터 차량용 소화기를 구해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설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은 지금도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차종은 이미 신차 출고 때 차량용 소화기가 설치된 채로 운전자에게 인도된다. 그럼에도 매년 1만5000대 이상이 정기검사 때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소화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방법이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과태료 등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무시하기도 한다. 또 내년 12월부터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되는데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바뀐다는 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자동차 정기검사 때 시정권고로 돼 있는 규정을 강화해 의무 설치 대상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검사에서 통과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인승 차량까지 설치 의무가 확대되는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2인승 스포츠카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의무 설치 대상을 전 차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로 진화 10배 힘들어 이동식 침수조 전국 44개뿐설치에 15분 걸려 진화 어려움소방硏, 상방향 방사장치 개발“배터리 불길 16분 만에 잡혀”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이 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소방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이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런데 소방관 사이에선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일반 차량 10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열 폭주 현상’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고전압 배터리팩이 장착돼 있다. 불이 붙으면 이 배터리팩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이 치솟으며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오르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나고 공기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도 큰 효과를 못 낸다. 최근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동식 침수조를 활용하고 있다. 차량을 수조에 통째로 넣어 하부의 배터리팩을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예산 등의 문제로 현재 전국 소방서에 구비된 이동식 침수조는 44개뿐이다. 또 현장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하고 물을 채우는 데 10∼15분이 걸려 화재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차량 아래로 바퀴가 달린 분사장치를 밀어 넣는 방식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도 최근 전기차 전용 ‘상방향 방사장치’를 개발하고, 전기차 배터리 30개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불이 나자마자 열 폭주가 시작됐고, 8분 만에 배터리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이때 미리 배터리 밑에 넣어둔 상방향 방사장치를 가동해 물을 뿜었더니 약 16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전기차 화재 시 진화하는 데 7, 8시간까지도 걸렸다. 상방향 방사장치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상방향 방사장치 역시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장치의 부피가 커지면 기존 소방차에 싣기 어려울 수 있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올 3월 전국 소방서에 상방향 방사장치 안내서를 배포해 각 서 차원에서 현장 상황에 맞게 준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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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국민도 손쉽게 온라인 서류 발급 추진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하는 박영진 씨(55)는 최근 업무 때문에 주민등록등본이 급하게 필요한 일이 생겼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전화가 없는 탓에 온라인으로 본인인증과 인증서 발급이 안 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직접 재외공관을 찾아 신청서를 작성했고, 검토 후 서류를 발급받는 데 며칠이 소요됐다. 박 씨는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서류 한 장 받을 때도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재외국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디지털 영사민원시스템 구축 방침을 밝혔다. 여권정보, 해외체류정보 등을 활용해 재외국민도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에 머무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 같은 행정혁신 사례는 행정안전부가 올해 추진 중인 ‘2023년 정부혁신 종합계획’에 담겼다. 정부는 종합계획에 모두가 편한 서비스 정부, 데이터 기반 애자일(Agile) 정부, 소통·협력하는 선제적 정부 등 3대 전략과 9대 중점과제를 포함시켰다. 가장 먼저 나이, 국적, 장애 유무,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공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공서비스에 적용하기로 했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람의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지금까지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들고 자동문을 설치했다면, 앞으로는 아예 공공기관의 문턱을 없애 모든 사람을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900만 명(전체의 17.5%), 장애인은 약 260만 명(5.1%)에 달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순 배려의 차원으로는 공공 서비스의 혁신에 한계가 있다. 이제 모두를 포용하고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 사례가 국가신분증 표준안 마련이다.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언어 정보 격차도 커졌다. 지금은 신분증마다 표기 가능 글자 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이름이 긴 외국인은 신분증에 성명의 일부만 표기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신분증이 신원 확인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지향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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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행기록 2억건 분석한 ‘T-세이퍼’, 지역별 사고 위험 예측

    “전남 순천시 별량면 구룡리 일대 국도 2호선은 교통 위반 및 사고 발생이 잦다. 감속 등 교통안전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게 문제다.” 인공지능(AI) 교통사고 예측 시스템인 ‘T-세이퍼’가 과거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4월 교통사고 위험 분석 보고서’ 내용이다. T-세이퍼는 해당 지역의 교통사고 데이터, 교통시설 정보, 보행 데이터 등을 결합해 사고 요인을 약 40가지로 분류한 뒤 대안까지 제시해 준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KAIST가 함께 개발한 T-세이퍼는 최근 5년간 사업용 자동차 약 7000대에 부착돼 있던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DTG) 데이터 2억 건을 AI로 분석해 지역별 사고 위험도를 예측하고 있다. T-세이퍼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할까. 기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순천 국도 2호선 현장점검에 동행했다. 그런데 점검에선 T-세이퍼가 지적한 문제들이 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먼저 감속이 필요해 보이는 교차로와 건널목 등 곳곳에 안전 표지판이 부족했다. 차량 정지선이 횡단보도와 2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급정지도 자주 발생했다. 교차로도 십자가 모양이 아니라 X자형이어서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T-세이퍼가 순천 일대 도로의 문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잡아냈다”며 “예전에는 도로 현장점검에 최소 3명이 필요했지만 이제 T-세이퍼가 미리 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1명이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T-세이퍼는 실제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T-세이퍼가 도입된 국도 17호선(전남 여수∼순천)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5%가량 줄었다. 노시웅 전남경찰청 경위는 “지자체에선 교통 업무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데 T-세이퍼가 단기간에 교통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공단은 T-세이퍼를 약 10억 원에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T-세이퍼 개발에 참여한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의료비, 차량 복구비, 교통사고 처리비 등 사고 해결 비용이 해외의 경우 건당 약 39억 원 든다는 분석이 있다”며 “T-세이퍼의 사고 예방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T-세이퍼가 지금보다 더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T-세이퍼가 ‘도로 폭이 좁아 유턴 시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할 경우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민간 땅을 매입한 후 도로 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구중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장은 “AI가 아무리 정확하게 사고를 예측해도 지자체 등의 투자 없이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진정한 교통안전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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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자 나타나면 AI가 조명-경고등… 어르신 밤길 안전 지킨다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기리에 사는 김광태 씨(51)는 3년 전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장을 보고 귀가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시속 80km로 달려오는 차량에 치였다”며 “마을에 가로등이 부족해 해가 지면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밤에는 목숨을 걸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마을은 가운데 직선 도로가 관통해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많다. 또 마을 주민 상당수가 노인이다 보니 반응 속도가 늦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마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행자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고가 3건이나 발생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사고다발지점으로 분류됐다.● 스마트 횡단보도 도입 후 속도 14% 줄어하지만 지난해 12월 스마트 인공지능(AI)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마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행자가 스마트 횡단보도에 진입하면 폐쇄회로(CC)TV가 인지하고 조명이 켜져 횡단보도를 환하게 밝힌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400m 전에도 보행자를 눈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다. 운전자를 향해선 초록색 경고등이 켜진다. 경고등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완전히 통과한 후에야 꺼진다. 일반인보다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들도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 수준을 크게 높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 지역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도입한 후 차량 평균 주행 속도가 5.4% 줄었다. 횡단보도 전 1km에서 보행자를 인식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정지할 때까지의 평균 속도는 14.1%나 감소했다. 유장홍 대기리 이장(72)은 “25t 대형 트럭이 인근 채석장을 드나들어 사고 위험이 컸는데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후 트럭들이 서행하는 등 효과가 크다”며 “주민들도 마음 놓고 길을 건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AI 기술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미 약 20만 장의 사진을 통해 차량과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했다. 횡단보도에 공을 굴리거나 물건을 던지면 경고등이 켜지지 않는다. 사람이 없음에도 경고등이 켜져 운전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한 것이다. 또 AI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정밀하게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을주민보호구간’ 법제화 필요성도일각에선 국도와 지방도가 통과하는 마을을 ‘마을주민보호구간’으로 법제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처럼 첨단기술을 활용해 각종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구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도로변 지방 마을이 도심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도로변 마을의 자동차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72.3km로 제한속도(시속 60km)보다 높다. 이 때문에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2916명)의 36.8%(1073명)가 국도와 지방도에서 발생했다. 국도의 경우 차량이 속도를 많이 내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7.4%로 전체 평균(2.8%)의 2.6배나 된다. 마을주민보호구간이 법제화되면 해당 지역 교통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부터 마을주민보호구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행한 지역의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24.3%, 사망자 수는 50.1% 감소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호구간을 설정한 후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다시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선 법제화를 통해 구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과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첨단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부주의한 운전이 이어지면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안전교육을 강화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살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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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기초지자체 227곳, 올 예산 25% 현금복지에 투입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예산의 4분의 1을 현금성 복지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 중 40% 이상을 현금성 복지에 쓰는 기초지자체도 29곳이나 됐다. 주민들에게 각종 수당이나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나눠주는 현금성 복지 예산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국회부의장)이 26일 행정안전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 227곳은 올해 총예산(199조4270억 원)의 약 25%인 50조2786억 원을 현금성 복지에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자체 예산 중 현금성 복지 규모를 분류해 공개한 건 처음이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현금성 복지 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진구로 55%(4089억 원)에 달한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노인과 사회복지 대상자가 많아 현금성 지출의 약 70%가 이들에게 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 외에 부산 북구(51%)와 대구 달서구(51%)도 현금성 복지 예산이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부산 연제구(49%)와 사하구(48%), 대구 동구(48%) 등도 현금성 복지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서울에선 강서구(43%), 은평구(42%), 강북구(41%) 등에서 현금성 복지 예산이 많았다. 전국에서 예산의 40% 이상을 현금성 복지에 사용하는 기초지자체는 29곳에 달했다. 특히 부산은 자치구 16곳 중 13곳, 대구는 자치구 8곳 중 6곳이 현금성 복지 예산 비율 40% 이상이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금성 복지가 저출산과 인구소멸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사업마다 효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복지 사업이 확대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자체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라도 국민의 혈세가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게 엄격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예산 중 사회보장적 수혜금(현금성 복지) 편성 현황’을 고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동종 지자체보다 현금성 복지지출이 높은 지자체는 교부세 산정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향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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