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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34조 달러(약 4경7000조 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2029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우려 속에 IMF도 경고에 나선 것이다. 각국이 정부 부채 부담을 어떻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지 다뤄야 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부총재는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차입을 통해 모든 지출을 충당하려는 유혹은 각국이 피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은 특히 강력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일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IMF는 4월에 발표한 재정모니터 보고서에서 미국의 내년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7.1%로, 선진국 평균(2%)의 3배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미국과 중국의 재정 적자가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미국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연방 세입의 17%를 쓰고 있다”며 “이런 재정 부담은 필요한 지출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각국의 재정 지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령화를 겪고 있는 거의 모든 선진국은 연금 시스템과 의료 지출에 대한 개혁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음 경기 침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자체 연구에서 AI 도입이 선진국에서는 30%, 신흥시장에서는 20%, 저소득 국가에서는 18%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제로(0)에 가깝더라고요.” 올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글로벌 부동산 전문가 마크 노먼 뉴욕대 교수는 “서울에 갔다가 뉴욕과 다른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현재 뉴욕 맨해튼 오피스 빌딩은 텅텅 비어 있다. 빌딩 주인들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자리 잡아 사무공간이 남아 도는 것이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 춘계총회에서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의 대담에서도 ‘한국 상업부동산의 위험은 없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 총재는 “서울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코로나19 기간 중 셧다운을 하지 않아 오피스 공실률이 거의 제로”라며 큰 위험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사무실 텅 빈 뉴욕, 꽉꽉 찬 서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제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분기(1∼3월) 기준 5.4%다. 강남 여의도 성수동이나 A급 오피스는 가득 찼다. 같은 기간 뉴욕 맨해튼 공실률은 18.1%(투자은행 컬리어스 집계)로 사상 최고치다. 서울이 뉴욕에 비해 상업부동산 위험이 덜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는 왜 공실률이 낮은가’란 의아한 마음도 들었다. 마침 뉴욕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방문 홍보 행사에 등장한 미국 여행사 관계자가 “서울은 최고의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일하는 여행) 장소”라며 칭찬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커피숍이나 어디든 와이파이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좋아 업무와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서울 직장인들은 만원 지하철에 뛰어드는데, 뉴욕 직장인이 서울에 와서 원격근무를 한다는 사실에 ‘웃프다(웃기고 슬프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실제 지난해 미 스탠퍼드대가 실시한 34개국 조사에서 한국의 재택근무 일수는 월 1.6일로 최하위였다. 근무형태 변화도 어려운 경직성 재택근무가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 직무가 명확하지 않아 ‘팀 단위’로 특정 시간에 함께 일해야 할 수도 있고, 제조업처럼 출근이 필수인 곳도 많다. 그럼에도 도입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변화가 어려운 한국 사회의 경직성을 반영하는 듯해 씁쓸하다. 출퇴근으로부터 자유로우면 주거비가 좀 더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할 수 있다. 또 어린 자녀나 아픈 가족을 돌볼 여유가 생겨 경제적 보수보다 유연한 근무형태가 더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 한국의 미국 법인에서도 한국 직원들은 눈치상 출근을, 미국 현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택할 때가 많다고 한다. 한 기업 임원은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규칙을 제대로 지킬 것’을 믿는 ‘신뢰 자본’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많은 기업이 저성과자를 잡아내기 위해 우수한 직원까지 모두를 감시망에 넣는 것을 선호한다. 노동법상 정규직 해고가 어려워 근태 감시가 중요하다는 이유를 댄다. 정부나 정치권은 소수의 반칙 기업이 권리를 남용할까 봐 모든 기업의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시켰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규제를 늘리는 사회에서 근무 형태는 고사하고 다른 변화는 쉬울까. 서울 오피스 공실률 얘기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캐나다가 5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루 뒤에는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올들어 스위스, 스웨덴 등도 금리를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올 하반기(7∼12월) 중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단행했던 주요국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문을 열었다. ECB는 6일 기준 금리를 기존 4.50%에서 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내내 인상 기조를 이어갔지만 최근 독일 등 곳곳에서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자 금리를 낮췄다. 캐나다 중앙은행 또한 5일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포인트로 0.25%포인트 내렸다. 역시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의 인하다. 세계 주요국 중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던 미국 경제도 최근의 소비 부진, 고용 둔화 등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인하를 점친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개발 주도권을 쥔 대표 기술주 엔비디아가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5.16% 올랐다. 시가총액 또한 3조100억 달러(약 4119조 원)로 애플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美, 고용-소비둔화에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글로벌 ‘금리 피벗’ 확산일부 “금리 내려도 인플레 전쟁 계속”캐나다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각각 5, 6일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이달 말 영국중앙은행 또한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 경제지표 호조,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 수준 등을 들어 올해 안에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가 1.3%로 기존 속보치(1.6%)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지고 고용, 소비지표 등도 둔화하자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금리 선물(先物)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TD증권 또한 “(미국의 뜨거운) 고용시장을 더 이상 인플레이션의 위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가 점진적으로 둔화한다면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할 만하다”고 평했다. 다만 미국과 EU가 금리를 인하해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로 4월(2.4%)보다 올랐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이것이 인플레에 대한 “승리 선언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또한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피벗(pivot)‘축을 회전해 방향을 튼다’는 뜻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때 널리 쓰인다.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대신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글로벌 인공지능(AI) 칩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가 5일(현지 시간) 애플을 제치고 미 시가총액 2위 기업에 올랐다. 엔비디아 시총은 불과 1년 동안 1조 달러(약 1373조 원)에서 3조100억 달러(약 4119조 원)로 불었다.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격차도 약 14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같은 날 유럽 증시에서도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를 제치고 시총 2위로 뛰었다. AI가 전 세계 산업 지형과 금융시장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5.16% 급등한 1224.40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47% 상승했다. 올해 불어난 시총 약 1조8000억 달러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1조8394억 달러)과 맞먹는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칩 기술 개발 주기를 1년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AI 가속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뜻을 밝히자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미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 최근 AI 개발에 뒤처진 애플은 올해 MS, 엔비디아의 추격을 모두 허용하는 굴욕을 겪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시총은 2002년까지는 애플보다 높았다. 당시 두 회사의 시총은 각각 100억 달러 미만에 불과했다. 이후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판도를 바꾸며 ‘시총 3조 달러’ 클럽을 이끄는 수장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AI 경쟁에서 뒤처져 22년 만에 엔비디아에 역전당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인 ASML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 장비는 최첨단 파운드리 반도체 공정의 필수품이자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AI 열풍에 힘입어 EUV 장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SML의 시총은 5일 기준 4129억 달러(약 568조 원)를 기록해 LVMH를 제쳤다. 최근 대당 3억5000만 유로(약 5200억 원)에 이르는 극자외선 EUV 노광기를 올해 말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출하하기로 했다. 유럽 시총 1위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6280억 달러)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제가 상원의원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난해 9월 23일(현지 시간), 한인 2세인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42·뉴저지주)은 참모 6명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은 민주당 중진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이었다. 참모들은 “아무리 그래도 당 중진의 허락이 먼저”라며 만류했다. 막 기소된 메넨데스 의원이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회의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인사는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이 홀로 남더니 출마 선언을 했다”며 “김 의원은 기존 관례를 따르는 것보다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한국계 첫 상원의원 역사 이루나 김 의원은 4일 민주당 뉴저지주 선거구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90.3% 개표 현재 75%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돼 왔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도 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 연방 상원의원은 각 주마다 2명씩으로 모두 1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요 입법에 깊이 관여하는 강력한 자리다.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도전했을 때 ‘아시아계 이방인’이라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던 그가 미 주류 사회의 정점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원래 뉴저지주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순으로 투표용지에 잘 보이게 배열하는 ‘투표 라인’ 관행이 있었다. 그만큼 당의 입김이 센 곳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 눈치를 보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투표 라인 관행에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이 사건은 김 의원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돌풍”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후보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뉴저지 정치를 영원히 바꾸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을 이뤄냈다”며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미 상원으로 가져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USAID 인턴 이후 한 발 한 발 20년 뉴저지주 남부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주 딥스프링스 칼리지를 거쳐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이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인 뒤 국무부 중동 전문가로,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저지주로 향했다. 공화당 텃밭인 선거구였지만 ‘민생’을 강조한 그의 진심이 통해 2018년 4000표 차로 당선됐다. 김 의원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계기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였다. 새벽까지 혼자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돼, 진정성 있는 민주주의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는 상원의원 후보 경선을 앞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0년 전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정치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워싱턴에) 한두 번 가족여행 온 게 전부였던 내가 (USAID) 복사실 책상에서 시작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까지 왔다”고 썼다. 김 의원의 상원의원 입성에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메넨데스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대표는 “김 의원이 당선되면,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시도해 온 한인 정계 진출의 꿈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가 상원의원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지난해 9월 23일(현지 시간), 한인 2세인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42·뉴저지주)은 참모 6명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은 민주당 중진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즈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이었다. 참모들은 “아무리 그래도 당 중진의 허락이 먼저”라며 만류했다. 막 기소된 메넨데즈 의원이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회의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인사는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이 홀로 남더니 출마 선언을 했다”며 “김 의원은 기존 관례를 따르는 것보다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한국계 첫 상원의원 역사 이루나김 의원은 4일 민주당 뉴저지주 선거구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90.3% 개표 현재 75%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돼 왔다. 때문에 현지에서도 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 연방 상원의원은 각 주마다 2명씩으로 모두 100명 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요 입법에 깊이 관여하는 강력한 자리다.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첫 도전했을 때 ‘아시아계 이방인’이라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던 그가 미 주류사회의 정점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원래 뉴저지주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 순으로 투표용지에 잘 보이게 배열하는 ‘투표 라인’ 관행이 있었다. 그만큼 당의 입김이 센 곳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 눈치를 보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투표라인 관행에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이 사건은 김 의원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돌풍”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는 후보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뉴저지 정치를 영원히 바꾸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을 이뤄냈다”며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미 상원으로 가져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 USAID 인턴 이후 한 발 한 발 20년뉴저지주 남부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주 딥스프링스 칼리지를 거쳐 미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으로 공직에 첫 발을 들인 뒤 국무부 중동 전문가로 , 버락 오바마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저지주로 향했다. 공화당 텃밭인 선거구였지만 ‘민생’을 강조한 그의 진심이 통해 2018년 4000표 차로 당선됐다. 김 의원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계기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였다. 새벽까지 혼자 묵묵히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돼, 진정성 있는 민주주의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는 상원의원 후보 경선을 앞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0년 전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정치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워싱턴에) 한두 번 가족여행 온 게 전부였던 내가 (USAID) 복사실 책상에서 시작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까지 왔다”라고 썼다. 김 의원의 상원의원 입성에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메넨데즈 의원의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대표는 “김 의원이 당선되면, 1992년 LA폭동 이후 시도해 온 한인 정계 진출의 꿈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칩 출시 주기를 1년으로 줄이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우리는 1년 단위로 움직인다”며 차세대 AI 칩 출시 시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올 3월 공개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이 아직 출하되기도 전에, 2025년 ‘블랙웰 울트라’와 2026년 ‘루빈’ 출시 계획을 밝힌 것이다. 황 CEO는 “컴퓨터가 등장한 지 60년 만에 ‘생성형 AI 빅뱅’이 벌어졌다”며 “물리적 성질을 지닌 생성형 AI 로봇이 다음 주자”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포부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차세대 HBM 탑재한 AI 칩 공개 황 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체육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세계 AI의 주도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 모든 것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차세대 AI 칩 로드맵을 공개했다. 특히 그간 2년 주기였던 차세대 ‘AI 가속기’ 개발을 1년으로 줄이겠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른바 AI 가속기는 AI 특화 반도체로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조합해 만든다. 2026년 루빈에는 SK하이닉스의 6세대 HBM ‘HBM4’가 들어갈 계획이다. 황 CEO는 “루빈에는 HBM4 8개가,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 출시 주기를 앞당길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AI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SK하이닉스도 HBM4 양산 시기를 2026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AI 시대 문을 열었다”며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이터 양을 감당할 수 없고 ‘엔비디아식 가속 컴퓨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자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젠슨 황이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부 엔비디아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는 시대를 선포한 것”이라고 평했다.● “AI의 다음 물결은 로봇” 황 CEO는 이날 ‘AI 로봇’에 대한 열망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엔비디아는 책상(데스크톱)과 주머니(스마트폰), 데이터센터를 위한 컴퓨터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는 걷거나 바퀴로 굴러가는 컴퓨터(로봇)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3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인 ‘GTC 2024’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라 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황 CEO는 “AI발(發)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며 “소프트웨어는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 구동되지만 생성형 AI는 사용자에게 필요할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조업 공장과 손잡은 사례도 소개했다. 현재 폭스콘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디지털 가상공간 기술인 ‘옴니버스’ 기술을 사용해 원격 제어 및 AI 분석 기능들을 도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2030년까지 반도체 공정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AI 열풍으로 올해 컴퓨텍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AI 박람회’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981년 시작된 컴퓨텍스는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지만, 최근 미국 CES나 유럽 IFA 등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AI를 연결하다(Connecting AI)’를 주제로 한 올해는 엔비디아와 인텔, AMD,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 CEO가 대거 참여해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거주하는 맨해튼 ‘트럼프타워’ 주변은 혼란이 극심했다. 전날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34개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받으며 미 최초의 중범죄 처벌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자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공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힌 뒤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몰려든 탓이었다. 건물 위로는 방송 헬기가 시끄럽게 떠다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주변 상황을 취재하러 헬기까지 동원된 것이다. 현장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에도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송 취재진을 향해 “편향된 언론”이라며 욕설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을 두고 환호와 야유가 쉴 새 없이 뒤섞이는 모습은 ‘사상 최초’ 기록 릴레이를 쓰고 있는 미 대선의 ‘카오스’(혼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라고 쓴 팻말을 들고 나온 로버트 존스 씨는 유죄 평결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며 “뉴요커들이 제대로 평결을 내렸다. 트럼프는 범죄자이고, 이는 11월 대선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 진학을 앞둔 23세 제러미 씨는 “항소법원이든 대법원이든 이번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20대 남성들은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젊은 세대”라며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조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돌아섰다”고 했다. “올해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도 안 되고 학자금 갚느라 고생인데…”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워 안 로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기질 못하니 법원에서 이기려고 한다”며 “(이번 재판은) 사기이자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달러 소액 기부자들이 뜻을 모아 미 역사상 최고의 액수를 기부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에 따르면 유죄 평결 뒤 24시간 동안 528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후원금이 몰려 들었다. 캠프 측은 “기존 기록보다 2, 3배가량 많은 금액”이라며 “후원자의 30%가량은 새로운 소액 기부자들”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반(反)트럼프 시위대도 현장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유죄’, ‘주의(Caution): 이 건물에 중범죄자 있음’ 등의 팻말을 든 이들이 넘쳐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일부 유권자들은 혼탁한 정치 상황 자체를 우려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왔다는 관광객 애비 씨는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대선 후보 중 한 명이 범죄자라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트럼프 유죄 평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무당층과 공화당 지지자 일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난달 31일 모닝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의 49%, 공화당 지지자의 15%가 “트럼프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30, 31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자의 약 10%가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맨해튼 거주지 ‘트럼프 타워’ 위로 방송 헬기가 날아다녔다. 전날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히자 주변 상황을 취재하러 헬기까지 동원된 것이다. 트럼프타워가 위치한 뉴욕 명품 쇼핑거리 5번 애비뉴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수 백 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표시하며 몰려들었다. 현장 생중계 방송 취재진, ‘항복하지 말라’는 깃발을 들고 나선 트럼프 지지자, ‘감옥에 가라’비판하는 시위대가 뒤섞였다. 곳곳에서 말싸움을 벌이거나 방송 취재진에게 “편향된 언론”이라고 욕설을 던지는 등 분노와 기쁨을 표출하는 현장은 전례 없는 ‘중범죄자’ 대선후보가 나온 미 대선 혼란상을 보여줬다.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는 사인펜으로 쓴 종이를 들고 나온 뉴욕시민 로버트 존스 씨에게 트럼프 유죄 판결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어제 뉴스를 보고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살아 있음을 느껴서 매우 기쁘고, 감격스러웠다”며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에도 남은 재판이 있지만 우리 뉴욕시에서 뉴요커들이 제대로 평결을 내렸다. 그는 범죄자이고, 11월 대선에 분명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존스 씨의 발언을 듣고 있던 대학생 제레미 씨(23)가 끼어들었다. 그는 “조지아주에서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나. 특검에 불륜과 부패가 있지 않았냐”고 언급했다. 트럼프 선거 전복 혐의를 수사했던 조지아주 특검이 검사장과의 불륜으로 3월에 사임했던 사건을 말한 것이다. 뉴저지주에서 온 트럼프 지지자 제레미 씨는 친구를 만나러 맨해튼에 왔다가 트럼프 실물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트럼프 타워로 왔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는 그는 “결국 항소법원에서든 대법원에서든 (성추문 입막음 문서조작) 유죄 판결은 뒤집어 질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진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 20대 남자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젊은 세대다. 나라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고, 내 주변 친구들 대부분 트럼프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졸업생들은 취업도 안되고 학자금 갚느라 고생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학자금을 나라가 갚아주겠다고 젊은 표를 세금으로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듣고 바이든이 승리했던 2020년 대선 때처럼 기뻤다는 데이비드 윌시(45) 씨는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선이 될 것”이라며 “중범죄자 미국 대통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출마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시 20분 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타워 안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재판이 “사기(scam)”이고 “조작된(rigged)” 것이라며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밖에서 거대한 앰프로 트럼프의 연설을 듣던 극렬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뉴욕시의 골칫거리가 된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불법 이민자들이 럭셔리 호텔에서 잘 때 우리 참전군인들은 노숙자로 길거리에서 자고 있다. 내가 이를 바로잡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발언에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면 반(反) 트럼프 시위대는 노란색 바탕에 선명한 검정색 글씨로 ‘유죄(guilty)’ 표시로 대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외쳤다. 트럼프 유죄 판결이 바이든과 트럼프 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낸 것이다. 이날 트럼프 기자회견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나서 “어제 뉴욕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몇마디 하고 싶다”며 “250년을 이어 온 미국 사법 시스템은 존중 돼야 한다. 평결이 마음에 안 든다며 ‘조작됐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경박한 일”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타워를 찾아 올만큼 적극적인 지지자나 극렬한 반대 시위자 외에 지나가다 온 미국 관광객들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이라는 관광객 애비 씨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은 못했다. 대선후보가 범죄자라면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유죄 평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무당층과 공화당 지지자 일부에서 트럼프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시사됐다. 모닝컨설트가 유죄평결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실시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 응답자의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죄 평결이 나온 30일과 다음날인 31일 실시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 유권자의 10%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을 덮기 위해 회사 문서를 위조해 입막음 용도의 돈을 지급한 ‘성추문 입막음’ 형사 재판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혐의로 지난해 3월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됐던 그는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란 불명예도 안았다. 다만 그는 “나는 무죄이며 진짜 판결은 대선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 대선 출마 요건은 35세 이상 시민권자, 14년 이상 미국 거주자일 뿐이어서 11월 5일 치러지는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이날 뉴욕 맨해튼 법원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배심원단은 그의 34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검찰은 그가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관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용도의 13만 달러(약 1억7550만 원)를 지급했으며, 이 비용을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법률 자문비처럼 조작했다고 기소했다. 12명의 배심원단은 당초 심리에만 수 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뒤집고 10시간 만에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34개 혐의는 각각 위조된 수표와 송장 등의 총 건수다. 뉴욕주에서 다른 범죄를 은폐할 목적으로 사업 문서를 위조하는 것은 중범죄다. 그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은 “법 위에 아무도 없음을 보여줬다”고 반겼다. 형량은 7월 11일 선고된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의 개막 4일 전이다.트럼프 “대선이 진짜 판결” 반발… 7월 全大 4일전 형량 선고 주목[트럼프 34개 혐의 모두 유죄]“트럼프 유죄” 평결 美대선 영향은트럼프 지지층 기소때처럼 결집… 지지율 접전속 ‘중범죄’ 영향 촉각바이든 “투표로 트럼프 몰아내자”… 집행유예 관측속 징역형 가능성도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라” vs “끔찍한 평결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정치적 박해’를 외치는 트럼프 지지자와 ‘중범죄자’라고 비판하는 그의 반대파가 뒤엉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이날 그의 뉴욕 거처 트럼프타워 앞에서도 지지를 외쳤다. 유죄 평결이 지난해 3월 이 재판에 대한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강성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가 평결에 불복하며 “11월 5일 대선에서 심판받겠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 출신인 야당 대선 후보가 ‘중범죄자’ 평결을 받았다는 것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의 지지층 중에서도 소수의 ‘변심자’가 나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유권자는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바이든)과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트럼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7월 형량 선고 관심 유죄 평결은 그의 대선 출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최대 관심사는 7월 11일 있을 형량 선고다. 유죄를 받은 34개 혐의는 각각 최대 4년 형의 선고가 가능하다. 뉴욕주는 단순 문서 조작은 ‘경범죄’로 보지만 다른 범죄를 숨기기 위한 문서 조작은 ‘중범죄’로 여긴다. 즉,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문서를 조작한 만큼 상당한 중범죄라는 것이다. 다만 그가 78세 고령이고 전과가 없으며, 문서 조작이 폭력 등이 연계되지 않은 화이트칼라 범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형량을 선고할 후안 머천 판사가 징역형 혹은 가택연금을 선고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머천 판사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차례 재판에 관한 발언 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경고했다. 다만 징역형이 선고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형 집행을 미뤄 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전까지 유세가 가능하고 옥중 출마를 가로막는 규정도 없다.● “지지층 결집” vs “중범죄자 낙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외에도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시도, 2021년 1월 6일 지지자의 의회 난입 시도 선동, 퇴임 당시 기밀문서 무단 반출 혐의에 관한 3건의 형사 재판도 앞두고 있다. 11월 대선 전까지 1심 결과가 나오기 힘든 이 3건과 달리 이번 사건의 평결은 대선을 약 다섯 달 앞두고 나온 터라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엇갈린다. 평결 직후 그의 지지층이 앞다퉈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 ‘윈레드닷컴’(WinRed.com) 등에 모이자 이 사이트가 다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응징, 폭동 등을 거론하며 평결에 반발하는 강성 지지자의 글이 잇따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소셜미디어 ‘X’에 “미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믿음에 큰 손상이 생겼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누구든 비슷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나온 ‘중범죄자’ 낙인이 여론을 급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초박빙이다. 지난달 26∼28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바이든 대통령(42%)을 앞섰다. 같은 달 21∼23일 NPR, PBS, 뉴스아워, 매리스트대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눌렀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 또한 ‘X’에 “트럼프를 몰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라는 글을 올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결정에서 주로 참고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2.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부합한 수치로 3월(2.8%)에 비해서도 둔화된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했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0.2%, 2.7%에 비해서는 소폭 웃돈 것이다. PCE 물가지수는 대중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보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꼽힌다. 도시생활자에 집중돼 있고, 대체재 등이 현실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근원 PCE가 3월에 이어 2%로 진입해 있고, 전월 대비 소폭 진전을 보인 점에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잠재울 만하다는 평가다. 하락세를 출발했던 미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PCE 물가지수가 나온 직후 소폭 상승세로 전환됐다. 앞서 4월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고, 3월(3.5%)보다 소폭 둔화세를 보였다. 1분기(1∼3월) C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며 9월 인하 기대감이 반짝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수바드라 라자파 소시에테 제네럴 미국 전략 수석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시장 전망에 부합하고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시그널을 보였더라도 연준이 빨리 금리 인하를 해야 할 긴박성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미국 대선(11월 5일) 직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까지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을 약50%로, 11월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65%로 보고 있다. 연준 매파들의 강성 발언과 인플레이션 예측의 어려움 때문에 올해 금리인하가 한 차례가 될 지 두 차례가 될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 내 2인자로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지만, 올해 말부터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파월 의장의 발언과 톤을 같이 했다. 반면 매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올해 말이나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라” vs “끔찍한 평결이다”.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정치적 박해’를 외치는 트럼프 지지자와 ‘중범죄자’라고 비판하는 그의 반대파가 뒤엉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이날 그의 뉴욕 거처 트럼프타워 앞에서도 지지를 외쳤다. 유죄 평결이 지난해 3월 이 재판에 대한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강성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가 평결에 불복하며 “11월 5일 대선에서 심판받겠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그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 출신인 야당 대선 후보가 ‘중범죄자’ 평결을 받았다는 것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의 지지층 중에서도 소수의 ‘변심자’가 나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유권자는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바이든)과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트럼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7월 형량 선고 관심유죄 평결은 그의 대선 출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최대 관심사는 7월 11일 있을 형량 선고다. 유죄를 받은 34개 혐의는 각각 최대 4년 형의 선고가 가능하다. 뉴욕주는 단순 문서 조작은 ‘경범죄’로 보지만 다른 범죄를 숨기기 위한 문서 조작은 ‘중범죄’로 여긴다. 즉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문서를 조작한 만큼 상당한 중범죄라는 것이다.다만 그가 78세 고령이고 전과가 없으며, 문서 조작이 폭력 등이 연계되지 않은 화이트칼라 범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형량을 선고할 후안 머천 판사가 징역형 혹은 가택 연금을 선고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또한 “판사가 예상보다 가혹한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고 봤다. 머천 판사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 차례 재판에 관한 발언 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경고했다.다만 징역형이 선고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형 집행을 미뤄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전까지 유세가 가능하고 옥중 출마를 가로막는 규정도 없다. 또한 항소심은 최종 판결까지 최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 “지지층 결집” VS “중범죄자 낙인”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외에도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시도, 2021년 1월 6일 지지자의 의회 난입 시도 선동, 퇴임 당시 기밀문서 무단 반출 혐의에 관한 3건의 형사 재판도 앞두고 있다. 11월 대선 전까지 1심 결과가 나오기 힘든 이 3건과 달리 이번 사건의 평결은 대선을 약 다섯 달 앞두고 나온 터라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전망은 엇갈린다. 평결 직후 그의 지지층이 앞다퉈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 ‘윈레드닷컴(WinRed.com)’ 등에 모이자 이 사이트가 다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응징, 폭동 등을 거론하며 평결에 반발하는 강성 지지자의 글이 잇따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소셜미디어 ‘X’에 “미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믿음에 큰 손상이 생겼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누구든 비슷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다만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중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혀 여론이 급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측과 검찰 측이 직접 뽑은 12명의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34개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린 만큼 정당성을 비판하기도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초박빙이다. 지난달 27~29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바이든 대통령(42%)을 앞섰다. 같은 달 21~23일 NPR, PBS, 뉴스아워, 마리스트대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눌렀다.이에 바이든 대통령 또한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를 몰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라며 진짜 승부는 대선임을 강조했다. 그 역시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 링크를 올리고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을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을 맡은 배심원단은 이틀 동안 심리 끝에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다. 수 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총 심리 시간 10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본 것이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에게 ‘입막음’ 용도로 준 돈의 실제 목적을 숨기기 위해 사업 문서를 위조했다고 봤다.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폭로를 막기 위해 그녀에게 건낸 13만 달러 거래를 일반적인 법률 비용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법원 밖을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매우 수치스러운(disgrace) 일”이라며 “끝까지 헌법을 위해 싸우겠다.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짧은 성명 발표 형식으로 입장을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이날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후안 머천 담당 판사에게 전달함에 따라 머천 판사는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을 결정하게 된다. 형 선고일은 7월 11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34개 중범죄 유죄는 최대 4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전과자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판결에 항소할 것이기 떄문에 사건이 최종적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배심원단의 결정은 미국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만큼 향후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캠프 측은 성명을 내고 “법 위에 아무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 재판”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역사상 최고의 거짓말쟁이 말만 믿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 안 된다.”(트럼프 측 변호사 토드 블랜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의 철저한 음모 덕에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됐다.”(조슈아 스타인글라스 뉴욕 맨해튼지검 검사) 28일 뉴욕 맨해튼지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 향방을 결정지을 검찰과 변호인단의 불꽃 튀는 최종 변론이 펼쳐졌다. 문서 위조 등 모두 34개 중범죄 혐의에 대해 평결을 내릴 배심원 12명 앞에서, 양측은 서로가 “미 유권자들을 속이고 있다(hoodwink)”며 이번 재판의 정치적 무게를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이르면 며칠 내로 평결이 내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각종 민형사 재판들 중에 유일하게 11월 대선 이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정 바깥에선 유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트럼프 일가가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맹공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르면 다음 주초 평결 나와 지난달 15일 시작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29일부터 배심원 심리에 들어가며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양측 최종 변론을 청취한 배심원단은 이날 판사로부터 법리적 설명을 듣고 심리에 들어갔다. 이날 최종 변론에서 스타인글라스 검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밀한 수법(covert arm)으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것”이라며 “2016년 미 유권자들은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심각한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블랜치 변호사는 한때 ‘트럼프의 해결사’로 불린 마이클 코언의 ‘거짓 증언’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블랜치는 “해당 의혹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법정에서 판단할 게 아니다”라며 “거짓말 MVP인 코언의 말을 짜맞춰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라고 반격했다. 평결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루 만에 끝날 수도,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배심원단이 생업에 복귀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며칠 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지 못하면, 판사는 ‘재판 무효(mistrial)’를 선언하고 원점에서 다시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배심원단이 일부 혐의만 유죄로 평결할 가능성도 있다. AP통신은 “1개의 혐의라도 인정되면, 미 역사상 최초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고 전했다. ● “민주주의 붕괴” vs “마녀사냥”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죄 평결이 나더라도 형량이 즉시 결정되는 건 아니다. 판사가 선고 공판을 열어 형량을 결정해야 한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 현지 매체들은 전과가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아도 지지율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2일 발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6%만 “유죄 판결 시 지지 철회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6%가 경합주에선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다수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차가 5%포인트 이내다. 중도층 등에게 미칠 영향까지 감안하면, 재판 결과는 예상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날 법원 밖은 마치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배우 드니로는 현장을 찾아 “트럼프가 당선되면 링컨 대통령이 세운 민주주의가 무너질 것”이라며 “트럼프는 감옥에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와 에릭, 딸 티퍼니, 며느리 라라 등도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드니로가 작품이 뜸하다 보니 주목을 끌고 싶은 것”이라며 “아버지에 대한 재판은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현장에는 부인 멜라니아와 장녀 이방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블록버스터급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 ‘천비디아’로 등극한 엔비디아의 진격이 계속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급등세는 최근 3거래일 동안 20%가량 뛰며 나스닥지수를 사상 최고치인 17,000 돌파로 이끌었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7.1% 급등한 1140.59달러에 장을 마쳤다. 22일 분기 실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9% 오른 이후 3거래일 동안 약 20% 급등한 수치다. 엔비디아의 급등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구매의 ‘큰손’ 등극을 알린 덕이 컸다. 전날 머스크가 지난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가 약 60억 달러(약 8조2000억 원)를 유치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엔비디아 AI 칩 10만 개를 묶어 슈퍼컴을 만들겠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AI발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이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9% 뛰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주가 급등으로 무려 2조8050억 달러(약 3830조 원)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6월 13일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를 찍었고, 올해 3월 2조 달러를 돌파한 지 6개월도 안 돼 3조 달러 클럽 가입을 넘보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시총 3조 달러를 넘어본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뿐이다. 엔비디아는 시총 2위 애플과의 격차를 1000억 달러 안팎으로 좁혔다. 이날 소비자의 경기 인식을 보여주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깜짝 반등하며 금리 인하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로 국채 금리는 올랐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엔비디아의 질주 덕에 사상 최초로 17,000을 넘어섰다. 2021년 11월 19일 16,000 돌파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1,000포인트를 추가한 것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블록버스터급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 ‘천비디아’로 등극한 엔비디아의 진격이 계속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급등세는 최근 3거래일 동안 20%가량 뛰며 나스닥지수를 사상 최고치인 1만7000포인트 돌파로 이끌었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7.1% 급등한 1140.59달러에 장을 마쳤다. 22일 분기 실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9% 오른 이후 3거래일 동안 약 20% 급등한 수치다. 엔비디아의 급등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구매의 ‘큰손’ 등극을 알린 덕이 컸다. 전날 머스크가 지난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가 약 60억 달러(약 8조2000억 원)를 유치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엔비디아 AI칩 10만개를 묶어 슈퍼컴을 만들겠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AI발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이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9% 뛰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주가 급등으로 무려 2조8050억 달러(약 3830조 원)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6월 13일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를 찍었고, 올해 3월 2조 달러를 돌파한 지 6개월도 안돼 3조 달러 클럽 가입을 넘보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시총 3조 달러를 넘어본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뿐이다. 엔비디아는 시총 2위 애플과의 격차를 1000억 달러 안팎으로 좁혀졌다. 이날 소비자의 경기 인식을 보여주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깜짝 반등하며 금리 인하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로 국채 금리는 올랐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엔비디아의 질주 덕에사상 최초로 1만7000포인트를 넘어섰다. 2021년 11월 19일 1만6000포인트 돌파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1만 포인트를 추가한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집 앞 마트에서 자주 먹던 목초 달걀 12개들이 값이 9.99달러(약 1만3600원)로 또 올랐어요. 달걀만큼은 건강에 좋은 브랜드를 먹고 싶었지만 포기했습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 대형마트 ‘트레이더조’에서 만난 마지 후왕 씨(43)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는 집 앞 슈퍼보다 가격이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많은 해당 마트를 찾아 20분 걸어왔다고 했다. 》3년 전만 해도 그녀가 선호하던 달걀 브랜드 제품 가격은 7달러 안팎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0달러 가까이로 오르자 저렴한 마트로 바꿨다. 4.49달러(약 6100원)짜리 달걀을 장바구니에 넣은 그녀는 “수수료도 비싸고 배달 팁도 내야 하는 인스타카트(장보기 배달 서비스) 사용은 끊었고, 대형마트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조’에서 가격을 비교해 번갈아 장을 본다”고 말했다. 메모리얼데이(한국의 현충일 격) 연휴를 앞둔 이날은 뉴욕 시민들이 한꺼번에 장거리 여행을 떠나 시내 곳곳이 한적했지만 마트 계산대 앞은 달랐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주차장도 없지만 개인용 카트를 끌고 먼 길을 걸어온 소비자들도 눈에 띄었다. ● 햄버거 세트 2만 원… 뿔난 美 소비자 미국 소비자들이 3년여 지속된 인플레이션에 지쳐 ‘짠물’ 소비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을 이끌어 온 소비자들은 여전히 경제지표에선 미 경제를 떠받치는 것으로 나오지만 현장 경기 중심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경기 진단을 반영하는 미시간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67.4로 5개월래 가장 낮았다. 2022년 9%대까지 치솟았던 미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이제 3%대로 내려왔지만 현장 소비자들은 3년 전과 비교해 물가가 20∼40% 뛰었다며 생계비 상승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먹을거리 물가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사정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농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미국 가계 가처분 소득에서 식료품은 11.3%를 차지했는데 이는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외식 물가도 뛰고 있다. 26일 마트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햄버거 가격이 너무 올라서 패스트푸드 콤보(세트) 메뉴가 15달러(약 2만400원)가 넘는다”며 “차라리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맥도널드나 버거킹과 같은 대형 외식 업체도 지역별 가격이 다른데, 뉴욕에선 맥도널드 빅맥 세트가 세금 포함 약 13달러, 쿼터파운드 버거 세트는 15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코네티컷주에서 18달러짜리 맥도널드 세트 메뉴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며 ‘패스트푸드가 럭셔리가 됐다’는 공분을 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패스트푸드 가격은 전년 대비 4.8% 뛰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47%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으로 치면 대표적 서민음식 짜장면이나 국밥 값이 치솟은 셈이다.● 50센트라도… 허리띠 조인다 먹거리 가격이 치솟자 미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미국인들이 주로 먹는 시리얼, 계란, 우유, 베이컨 할인 쿠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생겼다. 비싼 소고기 대신 가격이 저렴한 닭고기를 먹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1년 동안 미국 닭고기 판매량은 3% 증가한 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하락 추세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육류 공급업체 타이슨 푸드의 도니 킹 최고경영자(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제품을 고르고 있다. 소고기 소비자들이 닭고기로 옮겨간 점이 닭고기 강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식료품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PB를 찾는 추세도 도드라진다. 미국에서 ‘트레이더조’나 ‘알디’ ‘코스트코’ 인기가 치솟는 이유다. 40대 주부 후왕 씨도 기자에게 “조금이라도 싸면 20분 정도는 걷는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월마트에도 싼 물건을 찾는 중상층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월마트는 최근 1분기(1∼3월)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주가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월마트는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4000만 달러) 이상 중상층 고객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실적 호조 배경을 밝혔다. 미 소비자들의 ‘짠물’ 소비 패턴을 확인한 다른 유통업체나 맥도널드 등 외식업체는 최근 앞다퉈 ‘파격세일’ 미끼상품을 내놓고 가격 전쟁 시동을 걸고 있다. 이달 초 대형마트 타깃이 5000여 개 상품을 할인한다고 발표했고,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식료품 부문 아마존 프레시도 뒤이어 4000개 가격 할인 품목을 발표했다.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집중됐던 맥도널드는 5달러짜리 세트 메뉴를 다음 달 25일부터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 다우 4만 돌파에도 “어느 나라 얘기냐” ‘짠물’ 소비자들의 불만과 달리 미국 경제는 여전히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 30개 대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최근 종가로도 4만 포인트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 서민들을 중심으로 “증시 랠리는 어느 나라 얘기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달 영국 가디언과 미국 여론조사 회사 해리스폴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미국 응답자 55%가 “미국은 경기 침체에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미 소득 상위 10%가 상장 주식 93%를, 상위 1%가 54%를 차지하고 있고, 이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미 저소득층은 증시 랠리에서 소외됐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으로 치솟은 임차료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연준이 최근 발표한 ‘2023년 가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차인 19%는 최소 한 번 이상 임차료를 제때 내지 못해 밀렸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2년에 비해 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미국 경제가 어느 때보다 좋은데 많은 미국인들이 주변 분위기와 잘못된 정보 전달로 현 상황을 침체로 느끼고 있다’는 요지의 칼럼을 쓰자 분노의 댓글이 500개 이상 달렸다. 이들은 “생계비 걱정 없는 엘리트들은 평범한 미국인의 고통을 모른다”, “크루그먼은 매주 우윳값을 얼마 내는지 궁금하다. 나는 50센트 싼 우유를 찾아 1마일(약 1.6km) 먼 마트를 간다”고 비판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57)는 정치, 경제, 기술을 넘나들며 각국의 경제 성장을 규명해 온 세계적 석학이다. 1000명이 넘는 MIT 교수 중 뛰어난 연구 실적을 증명한 10명 안팎에게만 부여되는 ‘인스티튜트 교수’이기도 하다. 2005년 38세의 나이로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튀르키예(터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왜 군사 정권하의 튀르키예는 민주주의와 경제 모두 어려울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경제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1992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이듬해 MIT 교수로 부임한 이후 어린 시절 꿈을 좇아 정치 경제 제도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2012년 그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정치 및 경제 제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됐다는 점을 증명해 스타 경제학자 반열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정치 경제 리더들이 가장 좋아하는 필독서로 꼽힌다. 지난해 펴낸 저서 ‘권력과 진보’를 통해서는 기술 발전이 소수 엘리트에 의해 독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2024 동아국제금융포럼 3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 )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샘 올트먼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실리콘밸리 소수에게 인공지능(AI) 운명을 맡길 순 없다.” 세계적인 정치경제 석학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사진)는 2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증기기관이나 컴퓨터 발명에 버금가는 기술 혁명”이라며 “소수 기업이 개발 방향을 정하는 AI는 불평등을 야기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올 AI 혁명이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나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미국 테크 경영진이 좌우하는 상황에 경고음을 낸 것이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세계 지도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유명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인생의 책’으로 꼽은 바 있다. 최근에는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 역사적으로 소수 엘리트가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편익을 독점하려 했던 역사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증명하며 AI 독점을 경고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실리콘밸리 소수 기술 리더들은 현재 AI를 (사람 수준의 지능을 갖춘) 인공일반지능(AGI)과 자동화로 이끌고 있다. 이것만으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올바른 AI 규제와 정책을 채택해 사람 중심의 AI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기술과 더불어 인적 자원을 활용해 성장한 것이 AI 시대에 교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30일 ‘AI 대혁신의 시대와 한국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AI와 경제 및 사회의 미래’에 대해 기조강연에 나선다.“AI ‘사람 중심’ 개발을… 韓도 자동화보다 생산성 향상 나서야”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 인터뷰 기술이 곧 번영을 의미하진 않아… 올바른 규제-정책이 뒷받침될때새로운 일자리 창출 이루어질것… 韓 ‘포용적 시장’ 성공모델이지만관치경제-부정부패 잔재 남아있어…완전한 포용적 제도까지 갈길 멀어 “인공지능(AI) 활용 방점을 인건비 절감에 둘 것인가, 사람을 돕는 데 둘 것인가. 한국도 선택해야 한다.” 세계적인 정치경제 석학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동을 핵심 인적 자원으로 보고 이 자원의 역량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기적 성과, 공동 번영, 민주주의 측면에서 훨씬 낫다”며 한국이 ‘사람 중심 AI 기술’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를 ‘AI 회의론자’라고 밝힌 애스모글루 교수는 “AI가 임금 상승을 돕고 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더 나은 생산성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올바른 규제와 정책 채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포용적 정치와 경제 제도가 국가 흥망성쇠의 열쇠라고 주장해 온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북한이나 다른 나라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포용적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놀라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가 정의한 ‘포용적 경제 제도’는 착취적 제도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유재산 원칙이 확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독점을 방지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 다만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은 아직 군사독재 시절의 관치기업(goverment-supported companies), 부정부패의 잔재가 남아 있다”며 “특히 서비스 분야 경쟁 체제를 비롯해 완전한 포용적 경제 제도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 ―당신은 AI 회의론자인가 낙관론자인가. “AI 회의론자라고 생각한다. AI가 유망한 기술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것이 아니라 AI가 개발되고 사용되는 방향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낙관론자들은 AI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인간의 자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우려를 무시하고 있다. 현재 AI 모델은 엄청난 양의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훈련되고 있고 여기에 수조 원이 든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이나 유럽, 또는 미국의 신생 기업들이 뛰어들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또는 페이스북과 경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AI 낙관론자들은 ‘산업혁명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한다.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산업혁명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기술이 자동적으로 번영을 가져온 것처럼 얘기하고 다닌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산업혁명의 첫 90년은 (일자리 파괴로) 노동자 계급에 끔찍한 시기였다. 1840년 또는 1850년 이후에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의 인정이라는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기술 발전의 방향이 보다 친노동자적인 궤도로 바뀌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1980∼2000년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AI 역시 자동화를 우선시한다면 새로운 기술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저절로 이루어질 수 없다. AI 방향이 바뀌어야 할 이유다.” ―당신을 놀라게 한 AI 기술은 무엇인가. “확실히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 구글의 (언어) 모델은 사람처럼 들리고 때로는 통찰력 있는 답변과 요약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체스 AI) 알파제로와 (단백질 구조 파악 AI) 알파폴드는 명확한 규칙이 있는 상황에서 AI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매우 인상적인 사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AI는 아직 ‘잠재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만 제공할 뿐 생산 공정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 테크 업계와 미디어가 AI에 대해 과대 광고를 하고 있다.” ―AI 투자 붐이 경기 침체를 막고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AI 기술이 경기 침체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은 AI가 지구 온난화 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희망적 사고 범주에 속한다.” ―현재 AI 개발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AI의 방향이 (사람 지능 수준의) 인공일반지능(AGI)과 자동화에 집착하는 소수의 기술 리더와 그들의 기업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나는 (AI 기술 가속을 주장하는) 샘 올트먼의 비전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같은 사람들에게만 의존해서는 올바른 비전을 찾을 수 없다. 소수가 좌우하는 기술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며, 기술 리더들이 약속하는 생산성 향상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AI가 인간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향, 즉 임금 상승을 돕고 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더 나은 생산성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올바른 규제와 정책을 채택하고 올바른 규범의 개발을 장려해 현재 기술 리더들이 추구하는 반인간적인 AI가 아닌 보다 친인간적인 AI를 구현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AI가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선거 개입이라는) 나쁜 목적에 아주 진보된 기술이 필요하진 않다. 딥페이크도 현재로서는 진정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발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6년 선거에서도 문제였던 (정치) 양극화, 국내외 ‘나쁜 선동가’들의 허위 정보 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가 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로봇 자동화에 투자하고 있지만 동시에 노동력도 잘 활용해 왔다. 이는 AI에도 적용돼야 할 교훈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경제인들은 인건비 절감을 우선 순위에 놓을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력을 핵심 인적 자원으로 간주하고 이 자원의 역량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매우 다른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가 중기적 성과는 물론 공동 번영, 민주주의, 사회 평화와 같은 사회적 목표를 위해서도 항상 더 낫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른다고 밝혔다. 한국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나. “한국은 북한보다 더 포용적인 경제 제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불평등을 줄이고 성장을 늘리려는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의 노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한국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한국의 성공이 권위주의적 성장 덕분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 경제 성장률과 경제 성장의 질 모두 개선됐다. 그렇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인 관치기업(경제)이나 부정부패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서비스 분야의 경쟁(저하)을 비롯해 완전히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2024 동아국제금융포럼 3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 )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다음 달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국을 맡는 한국이 북한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북한 등과 관련된 사이버 테러를 안보리에서 적극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사진)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간담회를 갖고 “북한이 핵 위협을 지속하는 만큼 의장국으로서 언제든 관련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며 “올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식 회의 개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안보리에선 2017년 이후 6년 만에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린 바 있다. 안보리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인 한국이 의장국을 맡는 건 2014년 5월 이후 10년 만이다. 안보리 의장국은 15개 이사국이 나라 이름의 알파벳 순서대로 한 달씩 돌아가며 맡는다. 의장국은 안보리 공식회의는 물론 비공식 협의도 주재하며, 회의 소집에 대한 절차적 권한을 갖는다. 관례에 따라 중요 이슈를 정해 시그니처 이벤트(대표 행사)를 열 수도 있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유엔을 직접 방문해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황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가상화폐 탈취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사이버 안보 이슈는 북핵 문제와도 연계된다”며 “사이버 테러 상황에서 각국의 자위권을 어떻게 인정할지 등 논의할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체된 유엔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등과 긴밀하게 대체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