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시사한 가운데 첫 교섭이 열리는 28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입장이 팽팽해 교섭 결렬 시 이르면 29일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섭을 갖고 화물연대 파업 쟁점인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4일 총파업 시작 후 처음으로 마주앉는 것으로, 공식 대화는 앞서 15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하지만 교섭 전망은 밝지 않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는 일단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교섭이 결렬되면 정부는 이르면 29일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실무 준비를 마치고 산업계 피해 규모 등을 집계 중이다.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국토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화물연대는 2003년 5월 2~15일, 8월 21일~9월 5일 두 차례 파업을 벌였는데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피해가 컸다.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30일 간의 면허정지(1차 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 처분) 될 수 있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없다. 다만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당시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은 발동된 사례가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조치했다. 만약 이번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대상은 레미콘, 시멘트, 정유업계 등 피해가 큰 업종을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미콘·시멘트·정유 등 업계는 유조차나 벌스시멘트트레일러(BCT) 등 대체가 어려운 특수 화물차여서 파업 시 피해도 크다”며 “우선 복귀하지 않는 기사들은 면허 정지하는 선에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동수기자 firefly@donga.com김예윤기자 yeah@donga.com}

“임단협 투쟁에서 승리하겠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광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의료연대본부 산하 서울대병원분회 노조원 730여 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보건의료를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 비정규직, 30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공부문 파업, 의료부터 시작연말 민노총 산하 노조의 연쇄 파업 시작은 의료 분야였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도입 철회도 요구했다. 이날 파업에 의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병동 관리 인력이 부족해져 백내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이 일부 연기됐다. 채혈실, 영상의학과 검사실에서도 환자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노조원 중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근무 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콜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도 이날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민간 위탁기업 소속인 이들은 인원 감축 없이 상담사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공단은 이날 민원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콜센터로 온 전화를 공단 본부와 각 지부 사무실로 돌려 처리했다. 25일엔 급식, 돌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측은 전체 직원 16만9000여 명 중 약 5만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시도교육청은 파업 당일 교직원들이 돌봄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빵 등의 대체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30일엔 서울지하철, 다음 달 2일엔 철도 파업이 예고됐다.○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 “군 차량 투입”이번 연쇄 파업의 ‘핵심’은 24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무제한 총파업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조합원 수가 2만2000명에 이르는 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화물연대 측은 23일 “정부가 최소한 (안전운임제) 개악 추진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해야 파업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위반한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는 등 화주만을 위한 개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실무진 협의, 물밑 접촉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24일까지는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강행하면 군, 지자체 등과 협력해 군 차량 등을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3일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에서 “화물연대의 불법 행위는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시설물 봉쇄, 정상 운송 방해, 비조합원 폭행 등이 벌어지면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피해 동향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멘트와 레미콘업계는 하루 매출 손실이 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번 임단협 투쟁에서 승리하겠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광장.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의료연대본부 산하 서울대병원분회 노조원 730여 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보건의료를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 비정규직, 30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의료부터 공공부문 파업 연말 민노총 산하 노조의 연쇄파업 시작은 의료 분야였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부터 사흘 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료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의료진 사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도입 철회도 요구했다. 이날 파업에 의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병동 관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백내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이 일부 연기됐다. 채혈실, 영상의학과 검사실에서도 환자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노조원 중에서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근무 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콜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도 이날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민간 위탁기업 소속인 이들은 인원 감축 없이 상담사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공단은 이날 민원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콜센터로 온 전화를 공단 본부와 각 지부 사무실로 돌려 처리했다. 25일엔 급식, 돌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측은 전체 직원 16만9000여 명 중 약 5만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직원들이 돌봄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빵이나 우유,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도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일 단축수업 등 학사 일정 조정도 허용했다. 30일엔 서울지하철, 다음 달 2일엔 철도 파업이 예고됐다.●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 “군 차량 투입” 이번 연쇄 파업의 ‘핵심’은 24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조합원 수가 2만2000명에 이르는 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파업기간도 ‘무기한’이다. 화물연대 측은 23일 “정부가 최소한 (안전운임제) 개악 추진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해야 파업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위반한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는 등 화주만을 위한 개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실무진 협의, 물밑 접촉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24일까지는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어명소 국토부 2차관 주재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강행하면 군, 지자체, 물류 단체 등과 협력해 군 컨테이너 차량 등을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피해 동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시멘트와 레미콘업계의 경우 하루 매출 손실이 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4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파업 쟁점인 안전운임제를 놓고 화물연대와 정부, 화주 등 3자 간 입장 차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물연대가 6월에 총파업한 이후 5개월 만이다. 화물연대가 1년에 2차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6월 총파업 철회 당시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지속 논의’에 합의하며 쟁점 논의를 미루며 ‘파업의 불씨’를 남겼고, 이후 정부와 여야가 책임을 서로 미루며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22일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발표했지만 쟁점별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애꿎은 기업 피해만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예견된 파업’ 막지 못한 정부·국회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돼 일몰제로 2020년 도입됐다.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도입 당시에도 화주 측이 부담이 과도하다며 반대해 정부는 시행 효과를 검토한 뒤 올해 말 종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이 연말로 다가오자 화물연대는 올해 6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영구화)’를 내걸며 8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지속 논의”를 조건으로 파업을 풀었지만 이후 논의는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차주, 화주가 참석하는 안전운임위원회는 총 4차례 열렸지만 품목 확대 여부 등 주요 쟁점은 정작 논의되지 못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논의한 것도 올해 9월 29일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 한 차례다. 국민의힘은 ‘시한 연장’을, 더불어민주당은 ‘시한 폐지’에 무게를 실으며 입장차를 못 좁혔다. 국회 상임위가 연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논의해야 했지만 야당이 용산공원 조성 지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여당이 반발해 일정조차 안 잡혔다. 이번 총파업이 사실상 예고됐다는 점에서 정부나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파업 이후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었는데도 의견 조율 과정이 부족했다”며 “이해 당사자는 5개월간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데 새로운 대안 등 진전된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 당정, 떠밀리듯 “안전운임제 3년 연장”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연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당정이 화물연대 파업 예고에 떠밀려 타협안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도 기존 품목(컨테이너·시멘트) 외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화주 측은 안전운임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주에 일방 책임을 지우는 데다 안전운임 산정 방식 등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 품목 확대도 화주 측은 반대한다. 5개 품목 차주 소득이 컨테이너·시멘트 차주 대비 양호하고 표준화·규격화도 어려워 일률적인 운임 산정이 힘들다는 이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안전운임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대화 아닌 집단행동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해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군 위탁 컨테이너와 자가용 화물차 투입을 늘리기로 했다. 또 10t 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차와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다.안전운임제화물차 기사의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해 일몰(日沒)제로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 전문가들이 현재 ‘주(週)’마다 적용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최대 ‘연(年)’ 단위까지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이 다음 달 13일 최종안을 내놓으면 이를 반영해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한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7일 간담회를 열고 검토 중인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앞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연구회에 구체안 마련을 맡겼다. 연구회가 검토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의 핵심은 1주일인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늘리는 것이다. 현행 주 52시간제에서는 1주일에 기본 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여기서 연장근로 12시간을 주간 단위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간 등의 단위로 잡고 ‘주당 평균’ 12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업무 스케줄에 따라 월말, 연초 등 특정 시기에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는 게 가능하다. 연구회는 구체적으로 △월 단위(1안) △월·분기·반기 단위(2안) △월·분기·반기·연 단위(3안)의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관리 단위를 복수로 제시한 2, 3안은 전체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하나의 관리 단위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연구회 측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지금보다 늘리면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조치 등을 도입하겠다. 이를 감안하면 관리 단위를 늘리더라도 주당 근로 가능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휴일근로 모아 휴가로 사용 주52시간제 개편 검토안특정시기에 집중근무 가능하게연장근로 관리 최대 1년 탄력적용노동계 “기업 입장만 대변” 반발법 개정 필요… 야당 설득도 과제 정부가 연구회를 통해 주 52시간제를 개편하려는 것은 산업과 사업장마다 다른 업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근로시간 ‘선택권’ 늘리기아이스크림 공장이나 에어컨·난방기 제조업체처럼 계절적 수요가 몰리는 업종에서는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연구개발(R&D)이나 영화·드라마 촬영 등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해야 하는 업종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확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늘려 사업장과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과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선택근로제는 정산 기간(1∼3개월) 동안 평균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한다.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면 이를 시간으로 저축해 뒀다가 원할 때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근로를 휴가로 저축하면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높은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 1시간을 했다면 원래 1.5배의 가산수당을 받는데 시간으로 저축하면 2시간을 적립해 주는 식이다.○ 노동계 “기업 입장만 대변”17일 연구회가 공개한 방안은 앞서 6월 고용부가 발표한 개편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월 단위 등’으로 제시했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구체화하면서 ‘연 단위’까지 열어 놓은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간 노동계는 관리 단위를 월로 늘리는 안에 대해서도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한다”며 정부를 비판해 왔다. 이번에 반기, 연 등으로 확대하는 안이 나옴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연구회 검토안에 대해 “결국 기업이 원할 경우 장시간 압축노동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연구회가 제시한 11시간 연속 휴식제나 휴가 확대 방안 역시 “주어진 연차 휴가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이번 개편 논의는 노동자가 아닌 기업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편 검토안이) 주 52시간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제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연구회 소속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관리 단위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건강권 보호 조치를 병행해서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13일 최종안 발표연구회는 이날 공개한 안을 토대로 추가 논의를 거친 뒤 다음 달 13일 최종 권고문을 내놓는다. 연구회가 근로시간제와 임금체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안을 모두 담은 권고문을 내놓으면 정부는 이를 반영해 필요한 입법 조치 등에 나설 계획이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연장근로를 할 때 거쳐야 하는 근로자 동의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주 12시간 연장근로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연구회 소속의 한 교수는 “거대 야당이 입법 주도권을 쥔 만큼 실제 입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최모 씨(25)는 7월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생활비에 보태고 싶어서다. 최 씨가 편의점을 아르바이트 장소로 선택한 이유 중에는 유통기한이 ‘갓 지난’ 폐기 도시락이 나온다는 점도 있다. 최 씨는 “대부분 밖에서 밥을 사 먹는데 식비가 부담스럽다. 가끔씩 폐기된 샌드위치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20대 취업준비생들은 최 씨처럼 생활비 중 식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플랫폼 캐치가 지난달 24∼31일 20대 취준생 159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406명(88.0%)이 “최근의 물가 상승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이 부담된다는 이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은 항목은 식당과 카페 등을 이용하는 ‘식비’. 전체의 85.6%(1204명)가 1위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시험 응시료 및 학원비’(7.0%·98명), ‘정장 구두 등 취업의류비’(3.0%·42명), ‘가전 디지털 제품 구매비’(2.8%·4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취준생들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겠다고 한 항목 역시 1위가 ‘식비’(60.8%·855명)였다. 이어 ‘취업의류비’(23.0%·324명) 등의 답이 이어졌다. ‘시험 응시료 및 학원비’를 줄이겠다고 한 응답자는 2.8%(39명)에 그쳤다. 최 씨는 “직장인도 고물가가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취업하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월세나 학원비를 줄일 수 없어 식비를 아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취업준비생 10명 중 7명(67.3%·946명)은 “아르바이트 등 추가 수입원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이들 중에선 주말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겠다는 응답자가 571명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특히 김밥(13.0%), 짜장면(13.2%), 라면(12.1%), 치킨(10.3%) 등 외식물가 항목이 8.9% 올랐다. 김정현 캐치 소장은 “물가가 급격히 오르며 구직 활동 중인 20대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구직자들이 식비를 줄이고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응답하는 것을 보면 현재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4차 산업혁명으로 달라진 일자리 환경에도 한국의 임금체계는 여전히 1987년 이후 강화된 호봉제에 머물고 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근무연수 중심의 급여 체계는 한계에 부닥쳤다. MZ세대는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고용, MZ세대의 공정 요구, 임금 격차 해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으로 임금 개편을 꼽는다. 하지만 노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연공서열에 묶인 임금체계… ‘공정 보상’ 요구하는 청년들 대형 조선사에서 용접을 하는 10년 차 직원 A 씨는 지난해 연봉 58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중장비가 움직일 때 주변을 통제하는 신호수인 20년 차 직원 B 씨는 지난해 6600만 원을 받았다. 대형 조선사 생산직은 연차별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적용받는다. 현재 업무 강도는 A 씨가 훨씬 높지만 ‘선배’인 B 씨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전엔 젊은 직원들이 ‘나도 나중엔 저렇게 편해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업황이 어렵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호봉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차 높은 직원이 업무와 관계없이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비단 이 조선소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30년 이상 일한 국내 근로자 평균 임금은 1년 미만 근로자의 2.87배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의 1.65배(2018년)를 크게 웃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도 여전히 연공서열에 묶여 있는 한국의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작용 커지는 호봉제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운영하는 곳은 전체의 55.5%였다. 특히 규모가 큰 1000인 이상 사업체의 호봉제 비율은 70.3%에 달했다. 한국이 유독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와 1년 미만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큰 것은 이런 호봉제 유지의 영향이 적지 않다. 고도성장기에 장기근속을 유도하려고 확산된 호봉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호봉제 비율이 높은 공공부문은 부분적으로만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도입하면서 임금이 왜곡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공공기관에 2000년 입사해 2014년 부장으로 승진한 C 씨(48)는 지난해 7246만 원을 받았다. 반면 입사 동기인 D 씨(48)는 2020년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600만 원가량 더 많은 7876만 원을 받았다. 이 기관은 평직원에겐 호봉제를, 부장 이상 관리자에게는 성과를 반영한 연봉제를 적용한다. 7년 늦게 승진한 D 씨가 호봉제를 더 오래 적용받으며 임금이 역전된 것이다. 기관 관계자는 “먼저 승진한 사람이 더 보상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호봉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대기업 직원은 한곳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매년 임금이 오르지만 중소기업 직원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잦은 사업체 변경 등으로 장기근속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 MZ세대 “지금 일한 만큼 받아야 공정”최근 20, 30대 젊은 직원들이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점도 임금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이직이 활발한 젊은 세대들은 ‘나중에 더 받기’보다 ‘지금 일한 만큼 받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본보가 취업플랫폼 캐치에 의뢰해 지난달 20, 30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1.9%(863명)가 연차에 따른 호봉제에서 직무급 또는 성과급으로 바꾸는 것에 찬성했다. 8년 차 직장인인 한 응답자(36)는 “어려운 직무를 맡은 직원과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직원이 같은 급여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23·여)도 “하는 일 별로 없는 사람들이 연차가 많다고 고액의 임금을 받는다”며 “시대가 바뀌었으니 호봉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3년 차 공무원인 30대 김모 씨(여)는 “같은 7급인데 호봉이 높다는 이유로 월급을 더 받는 사람들을 보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한다고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고 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부정적인 응답자들도 대부분 호봉제를 옹호한다기보다는 바뀔 임금체계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기에 반대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 응답자(337명)의 65.9%(222명)는 ‘평가 기준이 공정하다면 찬성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임금피크제 대체할 근본 해법 시급 전문가들은 2016년 60세 정년 법제화 때가 국내 임금 개편의 최적기였다고 꼽는다. 하지만 당시 정년을 늘리는 대신에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라는 임시방편을 도입하는 데 그쳤다. 최근 제조업 고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산업계에선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임금피크제를 대신할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화 시대 인력 수급과 고령자 고용 안정 등을 위해 과도한 연공(年功) 중심의 임금체계를 바꾸는 건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9월 ‘2022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사회적 파트너들과 협력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을 직무 요건과 능력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당장 직무급으로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호봉제의 연공성을 완화하는 식으로 서서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무원, 공공기관부터 임금체계를 선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일부 MZ “깜깜이 평가받을바엔… 차라리 호봉제가 덜 억울” “근로자가 수긍할 평가체계 구축이 임금체계 개편의 성공 열쇠” “팀장하고 친한 순서로 평가받을 거라면 차라리 호봉제가 덜 억울하죠.” 대기업 직원 정모 씨(32)는 지난해 인사 평가 면담에서 “평가 결과가 마음에 드느냐”란 부서장의 질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솔직히 답변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업무 성과를 설명하면서 반대로 ‘평가 근거’에 대해 물어봤다. 결국 명쾌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 씨 부서에서 평가를 가장 잘 받은 이는 부서장의 개인 경조사까지 챙기는 친한 동료 직원이었다. 정 씨는 “차라리 나보다 일을 더 잘해서 그에게 좋은 평가를 줬다는 말을 들었다면 납득했을 것”이라며 “그 직원도 일을 못한 건 아니지만 찜찜했다. 두 사람이 업무를 비슷하게 한다면 평가자가 더 친한 사람에게 높은 평가를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흔히 ‘능력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MZ세대 중에서도 호봉제에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호봉제 자체를 지지해서만은 아니다. 합리적인 보상을 원하지만 기존 경험에 비춰 볼 때 평가가 불합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들은 직장 내 평가의 문제점으로 평가자와의 사적 친분이 영향을 끼치거나 직무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꼽았다. 공무원 이모 씨(32)는 재작년에 누구나 부서 내 주요 업무를 도맡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인사고과에서는 중상 등급인 ‘A’를 받았다. 반면 근무시간에 종종 몰래 외출이나 게임을 하던 직원이 최상 등급인 ‘S’를 받는 것을 봤다. 이 씨는 “부서장이 ‘고생한 건 알지만 돌아가면서 고과를 줘야 한다’고 했다”며 “이런 깜깜이 평가가 임금으로 연계되면 억울할 텐데, 그래도 호봉제가 유지되면 언젠가 내가 많이 받는 순서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직무·성과급제를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기업과 직무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한 혼합형 임금체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A 씨는 “IT 업종은 직무 난이도가 높지만 객관적 성취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호봉제를 토대로 직무급을 보완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가 수긍하는 직무·성과 평가체계 구축이 MZ세대는 물론이고 전체 임금체계 개편의 성공 열쇠라고 말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회사가 독단적, 자의적으로 직무·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든다면 근로자들의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평가체계 설계에 근로자가 참여하고 미국의 ‘오넷’처럼 정부가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명치를 잘못 누르면 오히려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겠죠? 그 위에 있는 뼈를 눌러야 합니다.” 1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청 심폐소생술교육장.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 김현숙 씨(54)가 마네킹의 가슴 중앙에서부터 손을 더듬어 적절한 위치를 잡았다. 이어 단단한 가슴팍 중앙에 조심조심 깍지 낀 손바닥을 갖다 댔다. 2분에 맞춰진 스톱워치의 숫자가 움직이자 ‘하나, 둘, 셋, 넷’ 강사의 구령과 함께 김 씨와 같은 수강생 10여 명이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1초에 2번, 손바닥에 체중을 실어 눌렀다. 1분쯤 지났을까. 압박 위치가 조금씩 흐트러졌고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계속하세요, 계속! 왜 멈추세요!” 강사의 다그침에 수강생들은 다시 속도를 냈다. 2분이 지나자 수강생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김 씨는 “마네킹이 쓰러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아 정신없이 몸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응급조치 배워두자”…20·30대 중심으로 확산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시민들 사이에서 CPR와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등 비상시 응급구조처치 요령을 제대로 배워두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방대원과 의료진의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던 참사 현장에서 “CPR 가능한 분 계시냐”며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이 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 상황에서 나는 아무것도 못 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배워야겠다”며 CPR 교육 프로그램 정보나 후기를 나누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날 김 씨와 함께 교육에 동참한 김 씨의 딸 장혜원 씨(29)는 “(사고 영상에서) 간호사분이 혼자 CPR를 하는데 주변에서 구경만 하고 같이 하지 못하더라”며 “다들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라 바로 CPR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봤다”고 했다. 어머니 김 씨는 함께 교육을 받자는 딸의 제안에 처음엔 “나까지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사망자 수를 다시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김 씨는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게 하려면 1회 교육으로는 모자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의 주 연령층이 20, 30대인 만큼 젊은층 참여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모 씨(25)는 “나 자신이나 친구도 당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어 바로 신청했다”며 “땀도 많이 나고 힘들었지만 배우길 잘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 유용현 씨(25)는 “경찰도 시민을 살리는 직업이다. CPR가 필수 과목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를 보고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며 친구 세 명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CPR 문의 급증…전문가 “응급구조 교육 확대해야”참사 후 보건소와 대한적십자사 등에는 응급구조처치 교육 문의가 늘고 있다. 도봉구 관계자는 “오늘 수업뿐 아니라 다른 응급처치 교육에도 수강생이 15∼20%가량 늘었다”고 했다. 하루 1통에 불과하던 CPR 교육 문의 전화가 20통 이상 늘었다는 자치구도 있다. 마포구 등 일부 보건소는 이달로 예정된 CPR 교육 예약이 이미 마감됐다.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들은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적이고, 일회성 교육으로는 실제 상황 대응에 부족할 수 있다”며 “응급구조 교육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밀집된 군중 속에서 사고 위험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평소에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다면 참사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응급전문의들에 따르면 인파에 파묻히면 우선 자신의 가슴 쪽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들숨 날숨이 작동하지 않아 호흡 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인파의 움직임을 보고 압박이 가급적 등 쪽으로 오도록 몸을 움직인다. 넘어졌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최대한 몸쪽으로 모아 웅크리는 ‘태아 자세’로 호흡 공간을 확보한다. 같이 있던 사람이 의식을 잃는다면 ‘ABC’, 즉 기도 확보(Airway), 호흡(Breathing), 순환(Circulation)이 이뤄지도록 한다. 눕힐 공간을 찾은 후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다. 호흡과 맥박이 없다면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다. 양 갈비뼈가 만나는 흉골 중간점에 두 손을 얹은 후 4∼5cm 깊이로 1초에 2번씩 강하게 압박한다.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사는 “일반인은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보다 CPR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거나, 배가 불러오는 등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되면 CPR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기 파열 등이 악화될 수 있는 탓이다. 그러나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CPR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이재호 울산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숨이 멎으면 다 의미가 없어진다”며 “복강 내 출혈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현장에선 일단 CPR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밀집 상황에서는 가슴이 장시간 눌려 저산소증이 올 수 있다. 현장을 벗어났다면 상의 단추를 풀고 편안한 자세로 눕는다. 다리를 30cm가량 들어주면 주요 장기에 혈액과 산소가 보다 원활히 공급된다. 가슴에 강한 압박을 받으면 심한 두통이나 출혈도 생길 수 있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출혈 또는 뇌부종에 의한 점상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빠른 병원 이송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높여주기(Elevation)의 앞 글자를 딴 ‘라이스 요법’도 도움이 된다. 사고 시 기억하기 쉽도록 응급전문의들이 만든 대처법이다. 다친 부위를 고정하고, 얼음찜질로 염증과 통증을 줄인다. 손상 부위를 붕대로 감아 압박하고,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해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지난달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카카오 차원에서 ‘비상사태’였던 상황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나라 구하는 보람으로 하는 일도 아니고 오너도 자본주의를 좋아한다는데, 책임감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지 않나? 장애 대응 보상 가이드라인이 무급 맞다길래 쿨하게 노는 중.” 이를 둘러싸고 직장인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편에선 “저런 무책임한 직원 때문에 회사 망한다”고 A 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저게 현명한 태도다. 요즘 2030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는 옹호가 나왔다.○ ‘조용한 사직’ 열풍에 ‘조용한 해고’ 유행 신조어인 ‘조용한 사직’은 실제 퇴사하진 않지만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는 업무 태도를 뜻한다. 올 7월 미국 뉴욕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펠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유행했다. 펠린은 17초짜리 영상에서 지금 ‘조용한 사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과 열정을 바라는 ‘허슬(hustle)’ 문화를 그만두는 것”이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30일까지 약 350만 회 이상 조회되고, 49만5000회 공감을 받았다. 직장에 마음을 두지 않고 최소한의 업무만 한다는 이 신조어는 전 세계 2030 직장인들이 ‘#조용한사직’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을 올리며 SNS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9월에 미국인 18세 이상 근로자 1만5000여 명을 설문조사한 뒤 “미국인 근로자 50% 이상이 사실상 ‘조용한 사직’ 중”이라고 밝혔다. 갤럽은 응답자들에게 업무 몰입도를 물어본 결과 각각 ‘업무에 몰입 중’(32%)이라거나 ‘큰 불만을 갖고 있다’(18%)고 답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50%에 주목했다. 이들을 일에 열중하거나, 큰 불만도 없이 회사를 다니는 ‘조용한 퇴사자’로 분석한 것이다. 갤럽은 특히 35세 미만 청년 근로자들의 직장에 대한 기대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역시 “조용한 사직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MZ세대가 주도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서구권에서도 이들을 ‘게으른 직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국 BBC방송은 “조용한 사직에 맞서 기업은 게으른 직원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 등 ‘조용한 해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물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실질 임금이 낮아지면서 조용한 사직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도 조용한 사직이 ‘2023년 트렌드’로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고생만 더 할 것 같은데….” 금융권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회사 내 ‘주요 부서’로 꼽히는 자리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잠시 고민한 뒤 가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해서 승진해 봐야 임원이 되는 건데, 임원은 파리 목숨이고 큰 장점도 없다”며 지금 부서에 남기로 했다. 그 대신 맡은 업무를 ‘문제 생기지 않을 정도로’ 처리하고, 제 시간에 퇴근 후 저녁엔 아내와 함께 집밥을 해 먹는다. 달리기도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김 씨와 같은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직장인 39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딱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와 30대 직장인의 78.5%, 77.1%가 이렇게 답한 반면, 40대(59.2%)와 50대(40.1%)로 갈수록 그 비율이 낮아졌다. 이른바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사직’에 더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23’도 내년 대한민국의 변화상을 짚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조용한 사직을 꼽았다. 직장생활 7년 차인 조모 씨(32)는 “이 단어를 듣고 나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며 “입사할 때는 열정이 넘쳤지만 회사생활이 생각 같지 않다 보니 할 만큼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이런 조용한 사직 분위기가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고 내적 동기 부여를 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에게는 보수나 복지보다 구성원이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 회사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카카오 차원에서는 ‘비상사태’였지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나라 구하는 보람으로 하는 일도 아니고 오너도 자본주의를 좋아한다는데, 책임감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지 않나? 장애 대응 보상 가이드라인이 무급 맞다길래 쿨하게 노는 중.” 이를 둘러싸고 직장인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편에서는 “저런 무책임한 직원 때문에 회사 망한다”고 A 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저게 현명한 태도다. 요새 2030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는 옹호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올 여름 미국을 휩쓸었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조용한 사직’ 열풍…대응하는 ‘조용한 해고’도‘조용한 사직’은 실제 퇴사를 하진 않지만 마음은 일터에서 떠나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지난 7월 미국 뉴욕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펠린이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사용하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펠린은 17초짜리 영상에서 자신은 지금 ‘조용한 사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과 열정을 바라는 허슬(hustle) 문화를 그만두는 것”이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30일 기준 약 350만 회 이상 조회되고 49만5000회의 공감을 받았다. 직장에 마음을 두지 않고 최소한의 업무만 한다는 이 신조어는 2030 직장인들이 ‘#조용한사직’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을 올리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지난달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미국인 18세 이상 근로자 1만50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인 근로자 50% 이상이 사실상 ‘조용한 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갤럽은 응답자들에게 업무 몰입도를 물어본 결과 각각 ‘업무에 몰입 중’(32%), ‘큰 불만을 갖고 있다’(18%)고 답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50%)을 일에 열중하지도, 그렇다고 적극적인 불만도 없이 회사를 다니는 ‘조용한 퇴사자’들로 분석했다. 특히 35세 미만 청년 근로자들의 취업 만족도가 떨어지고 직장에서 발전할 기회를 얻으리라 기대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조용한 사직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MZ세대가 주도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장 소속감이 낮아지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직장인들에게 ‘성공’의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게으른 직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이에 맞서 기업에서는 게으른 직원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 등 ‘조용한 해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물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실질 임금이 낮아지면서 ‘조용한 사직’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에도 부는 바람…2030 청년층에 뚜렷“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고생만 더 할 것 같은데…” 금융권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최근 회사에서 ‘주요부서’로 꼽히는 자리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잠시 고민한 뒤 가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해서 승진해 봐야 임원이 되는 건데, 임원 돼봐야 파리 목숨이다. 지금 회사에 목숨 바친다고 해서 내 노후, 인생을 책임져 주지 못한다”며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에 더 들이고 싶지 않다”며 현 부서에 남았다. 대신 맡은 업무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처리하고, 제 시간에 퇴근한 후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집밥을 해먹고 달리기를 즐기거나 개인 재테크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김 씨와 같이 ‘조용한 사직’을 택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지난해 12월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923명을 대상으로 ‘회사 업무와 월급의 관계’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딱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응답자의 61.4%가 ‘열심히 일한만큼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회사는 늘 월급보다 높은 성과를 요구한다’(89.7%)고 답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세대별 온도차가 드러났다. ‘받은 만큼만 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대와 30대 직장인은 각각 78.9%, 77.1%인 반면, 40대(59.2%)와 50대(40.1%)로 갈수록 비율이 낮아졌다. 이른바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사직’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임민욱 사람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젊은 세대는 각종 수행평가나 시험 등을 통해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와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기성세대는 고도 성장기에 ‘열심히 일했더니 회사도 크고 내 자산도 축적했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며 “기업에서도 이들의 배경을 고려해 성과 보상이나 조직 문화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고용노동부가 26일 ‘제30회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산업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최근 SPL 제빵공장 사고를 계기로 식품 제조업체 1000여 곳을 대상으로 식품 혼합기 안전조치 및 3대 안전조치(추락 예방·끼임 예방·개인 안전보호구 착용)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현장점검은 최근 고용부가 내놓은 ‘유해·위험 기계·기구 집중 단속(10월 24일~12월 2일)’ 긴급 대책과 연계해서 이뤄진다. 집중 단속은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10월 24일~11월 13일)는 자율점검 기간으로, 총 13만 5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율 안전 점검표 공문을 발송하는 등 기업 스스로 안전 조치를 개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용부는 특히 안전관리 능력이 취약해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이들에게 안전조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제조업 분야에서 죽거나 다친 산업재해자는 총 11만5699명이다. 이 중에서 50인 미만 중소규모 제조업의 산업재해자가 8만8233명으로 전체의 76.3%를 차지했다. 사망자 역시 제조업 전체 1017명 중 767명(75.4%)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고용부는 또 50인 미만 중소규모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분석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12대 사망사고 기인물’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게차, 크레인, 컨베이어, 지붕, 사다리, 화물운반트럭, 배합·혼합기, 굴착기 등이 포함됐다. 특히 사망사고는 지게차(51명)에서 가장 잦았으며, 크레인(37명) 컨베이어(27명) 지붕(22명) 사다리(19명)가 뒤를 이었다. 고용부는 주기적 안전점검 대상 기계(프레스, 전단기, 리프트, 압력용기 등)와 함께 12대 사망사고 기인물에 대한 자율 안전 점검표를 배포하고 단속할 예정이다. 2차 단속(11월 14일~12월 2일)은 불시 감독 체제로 전환한다. 이 기간 안전조치가 미흡한 점이 발견될 경우 사용중지 명령, 과태료 부과 등 행정·사법조치를 병행한다. 고용부 양현수 안전보건감독기획과장은 “집중 단속기간에는 기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 사고에 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사진)이 25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될 경우 경사노위를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첨예한 노사 사이를 중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 수장의 말은 한마디도 가볍지 않다”며 “김문수 위원장의 정치 편향적 발언과 분란이 이어지면 경사노위를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총 내부에서도 ‘어떻게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느냐’는 압박이 많다”며 “또다시 분란이 일어나면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경사노위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신영복을 존경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등의 발언을 해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단독 처리를 통해 김 경사노위 위원장을 국회 모욕죄와 위증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상황이다. 경사노위는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모여 고용 노동정책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다. 노동계 대표로는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약자와 노동자를 위한 모든 사항이 노란봉투법에 집약돼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해 입법 성과를 내지 못하면 관계 단절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다음 달 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약 5만 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노총의 대규모 집회는 2019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이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20대 근로자의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SPL 역시 SPC그룹 계열사다. 고용노동부는 연달아 사고가 나고 있는 SPC그룹 계열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경 성남시 중원구의 샤니 공장에서 40대 직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는 빵 상자를 검수하던 중 기계에 손가락이 끼었다. A 씨는 이 사고로 오른손 검지 1cm가량이 절단됐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접합 수술을 마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사고 당시 2인 1조 근무 수칙이 지켜졌으며, 기계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SPC 관계자는 “사고 이후 해당 라인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전국의 SPC그룹 식품·원료 계열사 작업 현장을 이번 주 중에 불시 감독하기로 했다. 사고가 난 SPL과 샤니 외에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등 주요 계열사 12곳이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현장 위험요인 외에 안전보건 관리체계 등 구조적 원인도 점검할 계획이다.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고용부 산업안전보건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SPL 공장은 사고 한 달 전인 9월 고용부 산업안전감독을 받았으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었던 끼임 사고 방호조치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5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SPL 공장에 대해 실시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심사에서는 끼임 사고 방지와 관련된 권고가 있었지만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감독 직후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은 8월 29일 고용부 산업안전감독 이후 이틀 만인 3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남 창원시 현대비앤지스틸 역시 5월 산업안전감독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9월과 10월 잇달아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 교수는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페이스 리포트’처럼 안전감독 후 지적 사항과 사고의 맥락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산업계에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20대 근로자가 15일 작업 도중 소스 혼합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의 SPL 제빵공장. 이 곳은 사고 약 한 달 전인 9월에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을 받았다. 당시 감독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었던 끼임사고 방호 조치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감독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산업안전보건감독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감독 이틀만에 사망사고…‘눈가리고 아웅’ 안전감독 23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SPL 제빵공장뿐 아니라 상당수 사업장에서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은 8월 3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공장은 사고 바로 이틀 전인 8월 29일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 당시 ‘경고표시 미조치’와 ‘개구부 추락방지 미조치’로 시정조치 및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 불과 이틀 후 사상자 7명의 중대재해가 벌어진 것이다. 해당 공장은 산업안전감독 넉 달 전인 4월에도 저장탱크 청소 작업 중 불이 나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사업장이다. 경남 창원 현대비앤지스틸에서도 역시 산업안전감독을 받은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9월과 10월 근로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5월 산업안전감독 당시 ‘안전보건교육 미실시’와 ‘안전난간 설치기준 미준수’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감독이 무색하게 넉달 만에 2건의 중대재해에서 근로자 총 2명이 사망한 것이다.마찬가지로 9월 8일 차량에 철강 자재를 싣던 근로자 1명이 차량과 자재 사이에 끼어 숨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역시 사고 석 달 전인 6월 산업안전감독에서 공정안전보고서 미준수 및 미보완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위주 ‘반짝’ 감독-산업안전감독관 역량 한계전문가들은 사고 위주로 이뤄지는 집중 감독과 산업안전감독관의 역량 부족을 현행 산업안전보건감독의 한계로 지적했다.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 교수는 “현재 감독 정책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집중 감독이나 불시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인데 둘다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재해 발생 후 엄벌식 감독을 가면 오히려 사업장들이 재해를 숨기려고 할 수 있다. 또 현실적으로 작업장 규모가 아주 작은 곳이 아닌 이상, 불시 감독을 나가도 사업장에서 시간을 끌면서 미리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대신 강 교수는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페이스 리포트(FACE Report)’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단순히 책임자 처벌 목적이 아닌, 감독 후 지적 사항이나 작은 사고에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났는지 ‘맥락’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사업장 전체에 공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안전감독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산업안전감독관의 숫자는 늘리고 있지만 기술 자격이 없는 일반 행정직군이 다수”라며 “해외 감독관은 기술자격이 확실한 이들이 산업안전감독에서 행정사법조치와 기술 지도를 병행하는데, 우리 감독관들은 기계 설비 작동 원리와 위험요인을 볼 수 있는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24일부터 12월 2일까지 6주간 식품 혼합기 등 최근 SPL제빵공장 사고 기계와 유사한 위험 기계장비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 집중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1차 단속(10월 24일~11월 13일)에서는 집중 자율점검과 개선·계도 중심, 2차 단속(11월 14일~12월 2일)에서는 기계에 대한 사용중지 명령 등이 포함된 불시 점검이 될 전망이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산업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 서영배)는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A건설사 대표이사 B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올 3월 대구 달성군의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A사의 하도급 업체 소속 C 씨가 11m 높이 작업대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A사와 하도급 업체 측은 작업대에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원도급사인 A사가 안전 미비 사항을 사전 점검하지 않아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를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올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망 사고에 대해 처음 적용해 기소한 사례이며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과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를 기소한 것 역시 처음”이라고 밝혔다. A사와 하도급 업체 현장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한편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하청근로자 A 씨(66)가 조선소 내 도로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지게차 뒷바퀴에 끼여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중지 조치를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중대재해법상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회사는 ‘2인 1조’ 근무를 시켰다는데 현장에선 사실상 지켜진 적이 없다.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 교반기(배합기) 두 대 일을 시키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에서 숨진 A 씨(23)의 유족은 18일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동료 직원들의 증언을 전했다. A 씨는 15일 오전 6시 20분경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A 씨 유족과 동료들은 평소 공장에서 근로자에게 과중한 작업량을 할당했으며 소스를 섞는 교반 작업은 회사 내규와 달리 사실상 1인이 했다고 밝혔다. 한 유족은 “2명이 함께 교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려 달라고 직원들이 요청했고, 그게 안 되면 배합기 앞에 안전 펜스나 재료 이동 보조장치를 설치해 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회사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소스통을 들어 올려 배합기에 붓던 중 상반신이 기계에 끼이며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동료 직원은 재료 운반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A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사전담팀을 꾸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위반 사항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특히 ‘2인 1조’ 근무 관련 작업 매뉴얼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2인 1조 근무가 현행법상 의무는 아니지만, 사내 지침에 기재돼 있고 사측이 어겼다면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관해 SPC 관계자는 “2인 1조 근무는 기계 옆에 2명이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오가며 작업하는 공정이다. (당시) 한 명이 작업기에 (재료를) 넣고, 다른 한 명은 문 앞에서 포장지 등 폐기물 정리 작업을 했던 것”이라며 내규 위반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숨진 A 씨가 사고 직전 남자친구에게 “치킨봉 500개를 까야 한다. 난 이제 죽었다”, “일 나 혼자 다 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간 근무자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집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8일 SPL 안전책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배합기에 자동 멈춤 설비가 없었는데, 해당 설비 설치가 의무인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서 “바로 옆에서 동료가 기계에 끼여서 목숨을 잃었는데 또 기계를 돌려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충격적이겠는가”라며 “정말 반노동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24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사고 경위 및 대응책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회사는 ‘2인 1조’ 근무를 시켰다는데 현장에선 사실상 지켜진 적이 없다.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 교반기(배합기) 두 대 일을 시키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에서 숨진 A 씨(23)의 유족은 18일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동료 직원들의 증언을 전했다. A 씨는 15일 오전 6시 20분 경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다. A 씨 유족과 동료들은 평소 공장에서 근로자에게 과중한 작업량을 할당했으며 소스를 섞는 교반 작업은 회사 내규와 달리 사실상 1인이 했다고 밝혔다. 한 유족은 “2명이 함께 교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려달라고 직원들이 요청했고, 그게 안 되면 배합기 앞에 안전 펜스나 재료 이동 보조장치를 설치해달라고 수 차례 얘기했지만 회사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소스통을 들어 올려 배합기에 붓던 중 상반신이 기계에 끼이며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동료 직원은 재료 운반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A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사전담팀을 꾸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위반 사항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특히 ‘2인 1조’ 근무 관련 작업 매뉴얼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2인 1조 근무가 현행법상 의무는 아니지만, 사내 지침에 기재돼 있고 사측이 어겼다면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관해 SPC 관계자는 “2인 1조 근무는 기계 옆에 2명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 오가며 작업하는 공정이다. (당시) 한 명이 작업기에 (재료를) 넣고, 다른 한 명은 문 앞에서 포장지 등 폐기물 정리 작업을 했던 것”이라며 내규 위반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숨진 A 씨가 사고 직전 남자친구에게 “치킨봉 500개를 까야 한다”, “일 나 혼자 다 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간근무자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집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8일 SPL 안전책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교반기에 자동멈춤 설비가 없었는데, 해당 설비 설치가 의무인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이라며 ”안전교육 미이수, 2인1조 근무 여부 등 안전의무 준수 여부를 폭넓게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사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서 “바로 옆에서 동료가 기계에 끼어서 목숨을 잃었는데 또 기계를 돌려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충격적이겠는가”라며 “정말 반노동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24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사고 경위 및 대응책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에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을 촉구했다.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김예윤기자 yeah@donga.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주의자” 등의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17일 의결했다. 국회모욕죄와 위증죄 혐의다. 이날 환노위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 중에 김 위원장 고발 건을 상정했다. 표결 결과 재석 15인 중 찬성 10명(민주당 9명, 정의당 1명)·반대 0·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표결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 5명은 퇴장했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인 셈이다. 여야는 12일부터 김 위원장 고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면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수령에게 충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다. 당일 국감이 3차례 중지되고 김 위원장은 퇴장당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 고발에 대한 동의 이유서에서 “해당 발언들은 윤건영 위원 및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위원들을 모욕한 것으로 국회모욕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국감 전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별위원장과 저녁 식사를 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민노총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며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고발에 반발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에 답했을 뿐”이라며 “이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로 범죄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으며 다수당의 횡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위증죄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만난 인물이 한때 민노총 산별위원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허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 위원회 증언 등에서 폭행, 협박, 그 밖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증인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국감에서 허위로 진술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날부터 두 달 안에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노위 차원의 고발장이 작성되는 대로 검찰에 송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향후 거취나 유감 표명 등의)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며 “고발이 진행될 경우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사진)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한 데 이어 13일 “문 전 대통령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2년형을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17년형”이라며 “문 전 대통령은 훨씬 더 심하게 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토론회에서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선 “우리나라에 총살 제도가 없지만 광장에서 사람들이 흥분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간담회에선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으로 선정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소유권을 침해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사노위가 막말 극우 유튜버를 위원장으로 앉혀도 되는 곳이냐”며 “김 위원장을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김문수를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 참사에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