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강우석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46

추천

2015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경제부에서 금융 정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wskang@donga.com

취재분야

2026-03-12~2026-04-11
경제일반64%
금융18%
기업5%
부동산4%
사건·범죄4%
인사일반2%
국제일반2%
사회일반1%
  • 佛, 월 590만원 연금 수급자 75만명… 韓, 부동산 대출이자에 허덕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금 백만장자인 영올드가 소비의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집 한 채에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어 소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피델리티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연금 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 이들 연금 부자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영올드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상당수 한국의 고령자들이 은퇴 후 소득절벽에 시달리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대출도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에 생활비 부족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며 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60대 이상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20%까지 뛰었다. 이제 올해 1965년생 은퇴를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가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시장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의 연금화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성향이 단기간 내에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및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은 “올해 성장률 1.6~1.7% 전망… 계엄여파 0.2%P 하향”

    한국은행이 약 두 달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1.6∼1.7%로 기존 대비 최대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공식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수정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한은은 2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2025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은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앞서 작년 11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이번 분석은 정국 불안이 올 1분기(1∼3월)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4∼6월)부터 해소될 것을 전제로 했다. 통상적으로 한은은 매년 2, 5, 8, 11월에 경제전망 수치를 발표한다. 2월 공식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이례적으로 밝힌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의 한국 경제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이에 대해 한은은 “그동안의 관례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과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의 확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그 결과를 2월에 공식 전망치가 나오기 전에 공유하는 것이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리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한은은 다음 달 25일 수정된 전망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다음 달 전망치가 이번 달에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지 여부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기,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미국 신(新)정부 경제정책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은은 또 작년 4분기 석 달간의 성장률이 0.2%를 밑돌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앞서 해당 기간 0.5% 성장률을 전망했었으나 정치적 충격,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내수가 위축돼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2.1%로 기존(2.2%) 대비 하향 조정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소비 22% 노인 지갑서 나와… 돈있는 ‘영올드’, 경제활력 무기로

    《자산과 소득, 건강을 갖춘 6070 ‘젊은’ 고령층 ‘영올드(Young Old)’가 소비의 주체로서 선진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K팝에 열중하고, 순수 학문에 심취하며 더 나아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축이 된 것이다. 한국도 ‘영올드’가 부상하고 있지만 ‘집 한 채’에 자산이 묶여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2023년 십수 년간 근무했던 콜센터 직장을 떠났다. 이제는 평생 모은 금융 자산과 연금 등 월 33만 엔가량의 실소득을 기반으로 하루를 한국어 공부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국어학당을 두 번 이상 다니며 틈이 나면 한국 여행에도 나선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함안을 찾아 전통 문화를,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식도락을 즐겼다. 그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70)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이웃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연금(월 4000달러) 덕에 틈틈이 돈을 모아 여행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올해 9월에는 70세 생일을 맞아 두 아들과 네 명의 손주와 유람선 여행을 계획 중이다.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는 강력한 소비 및 사회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충분한 자산을 기반으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은 기업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돈 있는 영올드가 경제의 ‘비밀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 세대는)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움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강연자로도 변신 지적 호기심을 자랑하며 배움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영올드의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 지하 2층의 한 강의실. 흰머리에, 돋보기를 코 아래로 내려 쓴 수강생 40여 명이 모여 앉아 판서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천문학. 시간제로 일하며 짬짬이 수업에 나오는 60대부터 100세가 임박한 수강생까지 ‘별의 법칙’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강의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네덜란드 대학 5곳이 운영하는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는 약 7000명의 시니어가 수업을 듣고 있다. 네덜란드 전체로 넓히면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수강생을 모집한 ‘미술사 코스’가 매주 2시간씩 10회 진행되는데 강좌 가격이 355유로(약 54만 원)로, 전반적으로 수강료가 저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올드들의 등록 열기는 뜨겁다.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피터 그리피스 씨(76)는 은퇴 이후 영국 남동부에 소규모 강의를 다니며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홍콩 국적기 조종사부터 러시아 석유 재벌, 카자흐스탄 광업 재벌, 벨기에의 한 금융인 등의 개인 파일럿으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영어 교육” 사회적 가치 창출도 2010년 교사로 은퇴한 영국의 제니퍼 윌슨 씨(70)는 2016년부터 은퇴자 학습공동체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활동에 여념이 없다. 영국 U3A는 회원 수 40만 명 이상, 산하 소규모 그룹만 1000곳이 넘는 대형 노인 커뮤니티다. 윌슨 씨는 “U3A 구성원들이 새로운 노년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U3A는 단순 친목단체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0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영국 옥스퍼드대의 지원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의 일상 이야기와 물건을 담은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영올드가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3년 기준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올드의 등장과 동시에 한국 노인들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 역시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65만5000가구로, 이 중 213만8000가구(37.8%)가 홀몸노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8%)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1기 랠리 재연 기대” vs “관세폭탄, 증시 악재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맞이해 국내외 증시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감세 등 친(親)기업 행보 효과로 트럼프 1기 당시와 같이 ‘트럼프 랠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관세 폭탄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한 충격에 글로벌 증시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 트럼프 취임에 기대·우려 공존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7% 내린 2,519.1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도 0.33% 오르는 등 국내 증시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이라는 이슈 때문에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3%), 대만 자취안지수(0.51%) 등은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1.13% 뛰면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은 기업 감세다. 이에 기업 실적은 높아지고,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가 1년 만에 23.73% 상승하는 등 ‘트럼프 랠리’가 이어졌다. 코스피 역시 같은 기간 21.59% 상승하면서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S&P500지수를 비롯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나 나스닥지수 등 미국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효과가 크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트럼프가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 보편 관세 도입 등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서 고금리 장기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1기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가던 무렵으로 기준금리는 최대 0.75%,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대였다.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까스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넘긴 현 상황에 경기 부양책을 펼쳤다가 되레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發 3고에 신음하는 韓 증시 트럼프발(發) 신(新)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 적자를 3% 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관세를 높여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베센트 지명자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5%대 국채금리, 4%대 기준금리, 3%대 인플레이션율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심의 보호 무역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마저 무너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금리 격차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이를 통해 환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연방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화를 찍지 않겠다는 뜻이고, 강달러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 체력은 떨어지고, 외환 시장이나 금융 시장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가 만든 ‘$TRUMP’ 코인, 1만8000% 폭등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사흘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을 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코인의 가치가 급등한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 측이 코인의 80%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 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오후 9시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의 새로운 공식 트럼프 밈이 나왔다. 지금 당장 ‘$TRUMP’를 받으라”며 코인 구매 링크를 걸었다. 폭스비즈니스는 “발행한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TRUMP의 가치가 몇 센트에서 33.87달러로 상승해 1만8000%가 넘는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였다”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 기준 세계 30대 가상화폐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값은 이날 오후 한때 1억5855만5000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17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1억5719만8000원)를 33일 만에 넘어섰다. WSJ는 트럼프 밈 코인의 80%를 트럼프 당선인의 계열사나 관련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직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트럼프 2기가 윤리적 경계를 위반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WSJ는 “트럼프 코인은 일부 열렬한 암호화폐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며 “워싱턴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국 정부나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호의를 얻기 위해 토큰을 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규모 공매도 법인, 잔액 관리 시스템 의무화

    앞으로 대규모 공매도 법인은 잔액 관리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야 한다. 올 3월 말 공매도 재개를 앞둔 가운데 당국 차원에서 공매도 거래액이 큰 법인을 별도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세칙’의 개정을 사전 예고하고 공매도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당국은 앞으로 공매도 잔액의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을 거래한 대규모 공매도 법인들이 기관 내 잔액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거래소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과의 정보 연계를 위해 법인이 보유 중인 모든 종목에 대한 잔액과 거래 내역도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앞서 금감원은 등록한 법인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이달 7일부터 등록번호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공매도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의 점검 항목 역시 마련됐다. 증권사들은 연 1회씩 거래 법인의 내부 통제, 업무 체계 명확성, 관리 시스템 등을 의무적으로 점검하고 확인일로부터 1개월 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체계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바클리, 씨티 등 글로벌 IB들은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나 다른 증권사에 빌려준 주식이 반환되기 전에 이를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벌이다가 최근 적발됐다. 현행법에서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창용 “계엄에 성장률 둔화… 추경 서둘러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빠르게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및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10∼12월) 석 달간의 경제성장률이 0.2%를 밑돌 가능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 이외의 경기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추경을)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어려운 자영업자를 골라 타깃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외부 요인으로 둔화된 성장률을 보완하려면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그는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둔화된 수준을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시기 면에서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까지의 데이터를 보니 소비, 내수, 건설경기 등의 (수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0.4%가 아니라 0.2%보다도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치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계엄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1분기(1∼3월) 이후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쓸 것인지, 헌법재판소 프로세스가 정상화될 것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제유가 하루에만 3% 넘게 뛰었다

    국제 유가가 하루에만 3% 넘게 오르면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쟁 리스크가 완화됐으나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미국 내 원유량 감소 등의 요인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2.54달러(3.28%) 오른 80.0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82.0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11달러(2.64%)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이달 10일 러시아 석유회사, 러시아산 석유 수송업체 등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 유가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15일 휴전 협상 타결로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지만, 미국발(發) 유가 이슈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 감소로 인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재고가 2022년 4월 이후 가장 적은 양의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국내 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6일 L당 1711.73원으로 나타났다. 심수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국제 유가는 적은 재고와 상반기(1∼6월) 중 지속적인 재고 유출로 인해 상승 가능성이 우세할 것”이라며 “계절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 러시아 제재 여파 등이 공급 불안을 수시로 높일 수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韓, 60세이상 근로자 30만명 늘었는데 노하우 못 살리고 단순 노무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은 “추경, 경기 둔화 대응 정도면 물가 자극 가능성 낮아”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놨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추경 규모를 묻는 서면 질의에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정도의 추경 편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한은은 “정부가 농산물 수급 안정, 공공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 등 물가 안정 대책을 추진 중인 점도 추경의 인플레이션 자극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의 추경 규모를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지출 형태, 시기,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추경은 수요를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올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2%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해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선제적으로 추경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7%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바클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인 1.70%보다 0.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관두라고 하는 건 차별 아닌가요.”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괴틀 씨(67)는 유럽 전역 30여 곳에 지점을 둔 화물 운송 업체의 중역이다. 10년 전에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괴틀 씨는 “작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역으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 만난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은 왕성한 경제 활동을 자부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 현지 은행의 위험관리 업무 총괄자인 맵 카트리 씨(64)는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75세가 넘어도 은행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나 역시 건강만 허락한다면 70대에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진국 ‘영 올드’들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현역 시절 숙련된 기술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임시직에 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올해부터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소득 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구조개혁이 없을 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2〉 ‘영 올드 현역’이 뛴다네덜란드-영국, 정년제도 없애고… 독일은 정년 67세로 단계적 상향민관 플랫폼으로 경제활동 지원한국 고령층 일자리, 복지성 대부분… “직무설계 등으로 질적 성장 유도를”“돈 때문에만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게 여전히 재밌어요.”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벨리 아부다크 씨(68)는 2년 전 정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지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부다크 씨는 “난방비, 관리비 등 웬만한 물가가 다 올랐는데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기 시작하니 생활비에도 물론 제법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인터뷰한 건축 설계 엔지니어 얀 브륀덜 씨(73)는 네이메헌 지역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브륀델 씨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과 네이메헌을 오가는 열차가 1시간에 세 번 정도 오는데, 이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이라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까지는 당연히 일을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업무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며 전기 분야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내비쳤다.● 유럽에서는 70대도 엔지니어로 활약본보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만난 ‘영 올드’들은 정년 이후에도 숙련자로서 활발히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영 올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숙련 노동자가 갈수록 귀해지는 데다 ‘영 올드’ 소비자의 부상에 발맞춰 고령 근로자를 중시하는 움직임이다.아부다크 씨는 “숙련된 인력이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요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기업들의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륀덜 씨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나 같은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 역시 고령층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독일 기업 보쉬(Bosch)는 기술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역시 고용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50대로 구성하고 있다.각 정부도 ‘영 올드’들이 일터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정년 제도를 사실상 없앴으며, 독일은 현재의 정년 연령인 만 65세를 2029년까지 만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독일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퇴직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경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는 조기 퇴직한 고령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게 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다방면으로 장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정부 차원에서 ‘생애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영국 노동연금부는 중장년층들이 노후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재취업 관련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Mid-life MOT’를 출시했다. MOT는 차량의 정기 점검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장년층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자는 취지를 담았다.영국 런던에서 파트타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기정(가명·58) 씨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존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기업 등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교육기관, 지역사회 등도 ‘영 올드’들이 고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5개 대학이 합심해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학습 프로그램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HOVO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롤린 판베르헌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번역일을 하는 60대 학생이 건축 수업을 들은 다음 관련된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네덜란드에는 은퇴자들을 매년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PUM’이란 비영리단체도 있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수십 년간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전수해주는 역할이다. PUM은 197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네덜란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900여 개의 ‘시민대학’이 영 올드 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하에 양질의 강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시니어사무소’도 독일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현지 지역 기업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연결해준다.전문가들은 한국도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장기간 근무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존의 고령자 일자리는 질적인 수준과 지속 가능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직무 설계, 취업 개선 능력 등을 지원해 시니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은 “경기 부양용 추경, 인플레 부추길 가능성 낮아”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14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추경 규모가 얼마냐는 질의에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추경 편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은 “정부가 농산물 수급 안정, 공공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 등 물가 안정대책을 추진 중인 점도 추경의 인플레이션 자극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다만 한은은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의 추경 규모를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지출 형태, 시기,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추경은 수요 증대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지난해 12월 1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은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하며 잠재 성장률(2.0%)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선 전망치를 더 낮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편 민간 연구기관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7%로 제시했다. 글로벌 증권사 8곳(골드만삭스·노무라·바클리·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JP모건·HSBC·UBS)의 평균 전망치인 1.70%보다 0.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14
    • 좋아요
    • 코멘트
  • “생활비 얼마 썼냐 묻던 남편, 은퇴후 연금 받자 돈 걱정 안해”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1〉 초고령사회, 갈길 먼 韓 실버시프트호주, 월급 12% 붓는 퇴직연금 기본… 없을땐 月최대 209만원 노령연금英은 기초-퇴직-개인 3중 연금… 노년층 ‘영올드’ 소비-생산 주체 부상韓, 준비없이 초고령사회 진입… 취업제도 개선-연금개혁 서둘러야‘부파(BUPA) 은퇴자 마을’의 여유로운 노인들 뒤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슈퍼)’이 자리한다. 1992년 도입된 슈퍼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월 450호주달러(약 41만 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라면 의무 가입해야 하는 ‘국민 퇴직연금’이다. 의무납입액(월 급여의 11.5%)은 전액 고용주가 내지만 높은 수익률 덕에 근로자들이 여윳돈을 추가로 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의 슈퍼로 생활하는 닷 비숍 씨(81)는 “남편이 일할 때는 항상 내게 ‘생활비를 얼마나 썼냐’고 묻곤 했지만 은퇴 후에는 돈 걱정이 사라졌다. 2년에 한 번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오래 쉬어 슈퍼에 미처 많은 돈을 붓지 못한 호주인들에게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노령연금이 노후 버팀목이 되어 준다. 67세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데 1인 기준으로 한 달에 2300호주달러(약 209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금-일자리에 선진국은 여유로운데… ‘노후 버팀목’ 없는 한국지난해 말 영국 헨리온템스의 개인 회원제 클럽 필리스 코트에서 만난 캐런 그리브 씨(70)도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다. 삶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국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기초연금 외에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은퇴 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66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에 평균 815파운드(약 145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으며, 퇴직연금 수익률도 10년 평균 연 7% 정도다. 이렇듯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탄탄한 다층 연금, 재취업 시장 등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로서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부상 중이다. 반면 준비 없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한국의 상황은 딴판이다.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 산업 구조를 변화된 사회 구조에 맞게 전환하는 ‘실버 시프트’엔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준비 없는 초고령화 탓에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과 부족한 일자리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10년(2013∼2022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은 7.79%, 호주가 6.72%, 일본은 4.10%인 반면 한국(2014∼2023년 기준)은 2.07%에 불과하다. 전체 적립금의 87.2%가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린 결과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도 대출을 끌어다 ‘집 한 채’에 자산을 몰아뒀다가 은퇴 후 자금난에 처했다. 전 씨는 “집을 팔고 싶지만 가격을 1억 원 내려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고령층 일자리 시장도 열악하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25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2050년 4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강력한 제도 변화로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연금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노년 일자리 확보와 같은 정책 지원이 급선무라는 진단도 나온다. 로허르 플라녜 네덜란드 사회고용부 연금 프로그램 디렉터는 “연금 개혁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기까진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금-의료-소득 노후버팀목이 없다”… 초고령사회, 경제도 늙어가는 한국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 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금개혁, 돈 덜 내면 서비스도 나빠진다는 것부터 이해시켜야”

    “연금 개혁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 서비스(수급액 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국 정부도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국민에게 이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자 세이케 아쓰시(清家篤) 일본적십사자 총재 겸 일본 고령화대책위원장(전 게이오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말 일본적십자사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의 공적연금인 후생연금도 우리 국민연금과 유사한 진통을 겪었다. 1990년대 장기침체 여파로 2002년 후생연금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2100년까지 연금 지급액 740조 엔이 필요한데, 480조 엔이 부족하다는 추정치가 나와 연금 고갈 우려가 커졌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를 계기로 2004년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 역시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인상했다. 또 이에 발맞춰 노사 합의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실시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획일적 정년 연장 추진이 아니라 기업에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세이케 총재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모델 제시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연금 지급 개시 나이 인상에 대응한 고용 연장 합의 등이 연금 개혁 성공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노인 고용 확대 정책을 둘러싼 청년층의 반발이 없었냐고 묻자 “일본은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해 젊은이들 취직이 어렵지 않아 저항이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노인 일자리 확대로 국민연금 납부자가 늘면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인기 정책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뚝심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는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는 대명제에 합의가 이뤄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비인기 주제”라면서 “한국에서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반발이 거셌으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연금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당 정책 추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라고 귀띔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원화가치, ‘계엄 파장’ 지난달 5.3% 뚝… 전쟁중 러 이어 하락폭 최대

    작년 12월 한 달 사이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에 비해 5%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 중 러시아에 이어 하락 폭이 두 번째로 컸다. 강(强)달러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진정세를 보여 온 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0일 미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5.3% 하락했다. 주요 20개국(G20) 통화 중 원화보다 하락세가 큰 통화는 전시 상태인 러시아의 루블화(―6.4%)뿐이었다. 일본(―4.7%), 중국(―0.8%), 인도(―1.3%) 등 아시아 주변국들과 비교하면 원화의 하락은 더욱 두드러진다. 원화 값이 하락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강달러 기조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여왔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계엄 및 탄핵 정국의 장기화라는 정치 리스크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일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1402.9원으로 마쳤지만, 갑작스럽게 한밤중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야간 거래에서 장중 1441.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불임명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12월 2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6.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에는 1472.5원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1997년 말(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10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465.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으나 11일 야간 거래에서는 1472.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발표한 고용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리란 전망에 더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부터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제법 진정됐다는 판단 때문에 지난해 10, 11월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할 수 있었는데 환율 때문에 다시 물가가 꿈틀거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임 의원실에 “작년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을 0.05∼0.10%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달 CPI 상승률도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남짓의 환율 불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1% 끌어올렸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한은이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1.5%) 대비 0.4%포인트 높아진 1.9%였다. 전문가들은 정국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불가피한 만큼 경제 충격을 줄이고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물가와 소비자 물가가 올라 가계의 실질소득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당장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선 정부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크립토 대통령’이 온다”… 비트코인, 뭉칫돈 줄유입에 들썩

    《비트코인, 트럼프 취임후 어디로‘크립토(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친(親)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약 120% 상승해 미국 증시나 금 등의 연간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일각에선 친가상자산 정책들이 온전히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가상자산 기업과 투자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미국을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4’에 참석해 던진 말이다. 2019년 대통령 재임 당시만 해도 X(옛 트위터)에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라고 남겼던 트럼프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180도 입장을 바꿔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이달 20일 트럼프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이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은 과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도 계속해서 오를 것이냐에 쏠려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꿈의 가격’이라고 불리는 10만 달러(약 1억4600만 원) 고지에 처음으로 진입한 바 있다.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정책’이 충실히 현실화되면 비트코인이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디지털 금(金)’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일각에서는 정책상 예상되는 호재가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됐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美 현물 ETF 상장으로 제도권 진입9일 가상자산 가격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78% 하락한 9만5219달러(약 1억3875만 원)에 거래됐다. 소폭의 등락은 있었으나 작년 12월부터 10만 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약 120% 상승해 금(26.7%), 나스닥(25.6%), S&P500(24.9%) 등의 연간 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2023년 한 해 동안에도 약 156%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2022년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장기 하락 추세)를 끝내고 상승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랠리’가 지속된 가장 큰 이유는 투자 통로가 다변화되며 금융자산의 위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작년 1월 10일 자산운용사 11곳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거래 개시를 승인했다.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현물 ETF가 승인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김현범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차장은 “막대한 투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제도권 안에서 가상자산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투자할 통로가 열린 것”이라며 “사실상 가상자산이 제도권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물 ETF가 상장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일반 주식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별도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계좌를 개설해 직접 매수해야 했는데, 이제는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간접적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물 ETF 도입 이후 투자금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비트보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자산 규모는 총 1155억 달러(약 168조 원)에 이른다. 미 SEC가 ETF 상장을 승인한 지 약 1년 만에 미국 금 ETF 운용 자산과 맞먹는 수준으로 덩치가 커진 것이다.● 트럼프 친(親)가상자산 정책 기대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 역시 비트코인의 상승을 부추겼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약을 대거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비트코인 채굴 산업 지원 △조 바이든 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철폐 △대통령 직속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신설 등이다. 그는 또 ‘가상자산 저승사자’로 불려 온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취임 첫날 해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차기 위원장으로는 가상자산에 호의적이라고 평가받는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이런 기조로 인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앳킨스 전 위원은 가상자산이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입장이며 (이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는 인물”이라며 “오랫동안 제도권의 가상자산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법적 리스크가 대폭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해 온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5월 미 하원을 통과한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안(FIT21)’은 가상자산 규제 권한을 SEC 대신 시장 친화적인 상품거래위원회(CFTC)로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담은 ‘비트코인 2024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에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트코인 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이 담겨 있다. 매년 최대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여 최대 100만 개까지 매입하고,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연방준비은행들이 매년 순이익의 일정 금액을 비트코인 매입에 활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대해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영구적 국가 자산으로 만들 것”이란 계획까지 밝힌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불명확한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미국 의회의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허락하는 유일한 달러 헤지(위험 상쇄) 수단이 비트코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보유하자는 논의 역시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비트코인 20만 달러 갈 것”이렇다 보니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간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투자은행(IB), 운용사, 연기금 등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심지어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IB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20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기관투자가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ETF 등을 통해 68만3000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며 “금년에도 비트코인으로의 기관 자금 유입이 작년 속도 이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IB인 번스타인도 6일(현지 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 시스템에 통합되는 ‘인피니티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비트코인 채택량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 커 신중론 제기도그렇다고 비트코인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가상자산 정책들이 온전히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도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이행률이 신통치 않았던 바 있다. 미국 팩트체크 전문기관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시 총 102개의 공약을 제시했는데, 실제 이행된 공약과 파기된 공약은 각각 24개, 55개였다. 공약 이행률로 따지면 23.5%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47%) 때에 비해 크게 낮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보유하려는 차기 정부의 행보를 두고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0만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 암호 해독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2022년 양자컴퓨터를 통한 비트코인 해킹으로 금융시장에서 3조 달러(약 4375조2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기 침체가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아서 허먼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누군가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 능력을 갖추고 가상자산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에 직접적인 위협 수준으로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발표한 날 비트코인 가격은 4% 하락했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평범한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감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변수, 불확실성도 많고 가상자산의 탈중앙화나 실물자산연계(RWA) 등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도 많다 보니 투자를 추천하기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 2025-0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상자산 투자 관심 높아져… “무분별한 상승세 주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더리움이나 리플 등 일부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묻지 마 상승’을 보이는 알트코인에 잘못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가격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리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가상자산 중 하나다. 미국 대선 전인 지난해 11월 초까지 개당 0.5달러에 불과했던 리플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까지 최대 2.7달러로 치솟았다. 한 달 새 5배 이상 뛰면서 시가총액도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3위까지 올랐다. 9일 기준으로는 2.3달러로 떨어지면서 시총 순위도 테더에 밀린 4위로 내려왔다. 리플은 저렴하게 국제 송금을 처리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는데, 최근의 급등에는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인 수혜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리플의 운영 업체인 리플랩스가 202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소송을 당한 이후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과 갈등을 빚어왔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즉시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할 것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겐슬러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 후 지난해 11월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놓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날 사임하겠다고 먼저 발표했다.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겐슬러 위원장의 사임으로 미 SEC와의 소송이 끝날 경우 리플의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리플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될 경우 투자금이 몰릴 수도 있다. 다만 단시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만큼 대규모 가격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더리움은 중앙은행 같은 기관 없이 이용자끼리 금융 활동이 가능한 ‘탈중앙화’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 이에 트럼프 정부에서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시스템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인 비탈리크 부테린은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더리움에 대한 투자도 몰리며 지난해 12월 한 달간 이더리움 현물 ETF에 21억 달러(약 3조996억 원)가 순유입되면서 월간 최고 유입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머시 피터슨 가상자산 분석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이더리움 상승률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의 상승률보다 75%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알트코인이 급등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트코인의 무분별한 상승세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닷컴버블 시기에 닷컴 관련 모든 자산이 올랐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가상자산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잘나가던 자영업자마저 한숨… 대출 연체율 팬데믹때의 3.4배

    경기 남양주시에서 10년째 입시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 씨(39)는 최근 수익성이 나빠져 고민이 많다.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이 생기면서 수강생 유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사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은행 단기 대출을 가끔씩 받기도 한다”며 “경쟁은 치열한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들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원리금이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잔액 비율)은 1.35%였다. 2015년 3월 말(1.7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비스업 경기가 얼어 붙었던 2020∼2021년에도 연체율은 0.4% 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고소득 자영업자 중에서도 대출 원리금 상환을 버거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작년 9월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이 1.70%로 2015년 3월 말(2.05%) 이후 최고치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점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11.55%로 2013년 9월 말(12.02%)에 이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란 다수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자를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이전에 비해 둔화됐지만, 연체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득과 신용면에서 중상층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감소하고 신용도가 하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한 재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매출 감소로 사업을 접고 실업급여를 받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폐업한 뒤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3319명으로 2023년 한 해(3248명)보다도 많았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내수 침체가 악화된 여파를 감안하면, 지난해 12월 한 달 사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말 800명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8%가 사업 목적으로 대출을 받고 있으며 34.9%가 대출액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4.99%였다. 5% 이상의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비중도 6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영업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빚을 내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 채무조정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뿐 아니라 내수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소득 자영업자도 힘들다…대출 연체율 9년반만에 최고

    경기 남양주시에서 10년 째 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 씨(39)는 최근 수익성이 나빠져 고민이 많다.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이 생기면서 수강생 유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사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은행 단기 대출을 가끔씩 받기도 한다”며 “경쟁은 치열한데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들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원리금이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잔액 비율)은 1.35%였다. 2015년 3월 말(1.7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비스업 경기가 얼어붙었던 2020~2021년에도 연체율은 0.4% 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고소득 자영업자 중에서도 대출 원리금 상환을 버거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작년 9월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이 1.70%로 2015년 3월 말(2.05%) 이후 최고치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점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11.55%로 2013년 9월 말(12.02%)에 이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란 다수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자를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이전에 비해 둔화됐지만, 연체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득과 신용면에서 중상층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감소하고 신용도가 하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한 재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매출 감소로 사업을 접고 실업급여를 받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사이 폐업한 뒤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3319명으로 2023년 한 해(3248명)보다도 많았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내수 침체가 악화된 여파를 감안하면, 지난해 12월 한 달 사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득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영업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빚을 내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 채무조정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뿐 아니라 내수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5-01-08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