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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사실상 사우디 정보기관에 의해 계획적으로 피살된 것으로 드러나 약 40년 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피살 사건의 데자뷔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알 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25일 카슈끄지 살해를 ‘사전 계획된 살인’으로 결론 내렸다고 사우디의 관영 통신이 보도했다. 카슈끄지 사건은 외교 공관 내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정치권력에 의한 살해’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카슈끄지 사건’은 살해 과정이 마치 원한 관계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잔인해 ‘왜 한 사람의 언론인을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죽였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개입 의혹이 제기돼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여성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개혁 군주’로 평가받아 온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김형욱과 카슈끄지 사건, 닮은 점과 다른 점 두 사건의 피해자는 전 정보기관 수장과 언론인으로 다르지만 모두 국가권력이 눈엣가시처럼 여긴 인물들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김형욱은 1979년 4월 일본에서 회고록을 펴낸 뒤 그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피살됐고, 카슈끄지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망명한 뒤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정 체제와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죽임을 당했다. 모두 제3국에서 활동하다 제거된 점도 같다. 2005년 국가정보원의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중정 연수생 2명이 동구권 외국인 2명을 매수해 권총 7발로 김형욱을 살해한 뒤 인근 숲에 버렸다고 발표했다.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고문 끝에 손가락이 잘리고 참수형을 당하는 등 시신이 훼손된 카슈끄지도 총영사 관저의 정원에 매장되거나 우물에 유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살해 과정이 처참하고 시신도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고 버려진 점도 닮은꼴이다. 김형욱은 △파리 근교에서 살해 후 양계장 분쇄기로 처리 △파리에서 살해 후 센강에 유기 △서울로 납치 후 청와대 지하실에서 살해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도는 등 사건 진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김형욱 사건은 정권이 몇 차례 바뀐 후 26년 만에 정부 발표가 나온 반면 카슈끄지 사건은 현장 상황을 담은 녹취록 내용이 공개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다르다. 첨단 감청 장비와 시설 등으로 과거 은밀하게 이뤄지던 범죄의 진상도 오랫동안 감춰질 수 없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 들으며 토막 살인, 시체 유기’, 친왕실 인물을 “왜 이렇게까지”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문과 살해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밖에서 해라. (여기서 해서) 나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요원들에게서 “사우디로 돌아가서도 살고 싶다면 조용히 하라”는 협박을 들었다. 15명의 ‘살해 요원’ 중 한 명인 법의학자 살라흐 무함마드 알 투바이끼는 범행 과정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른 ‘살해 요원’들에게도 함께 듣자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58년 사우디 메디나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다닌 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카슈끄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사우디의 신문 잡지 등에서 언론인 활동을 했다. 그는 ‘아랍의 봄’ 이후 사우디 왕정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고 최근에는 카타르와의 단교, 예멘 공습 등 사우디의 핵심 외교 정책에도 대립각을 세웠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그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신청한 뒤에는 WP에 사우디와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를 맹공격하는 칼럼을 실었다. 그는 지난해 9월 18일 ‘사우디는 항상 억압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글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권력에 오르면서 사회적 포용과 경제적 개혁을 약속하고, 보다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도부에 반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많은 지식인과 종교 지도자를 체포했다”고 비판했다. 10월 31일에는 “사우디의 왕세자가 극단주의자를 분쇄하려고 하지만 엉뚱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일주일 후에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푸틴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칼럼에서 “고위 관리와 사우디 왕실의 왕자들은 여느 나라처럼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 규모를 엄청나게 부풀리거나 신기루 같은 계약을 하면서 억만장자가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1월에는 “사우디 왕자는 이란의 시위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내부적인 저항을 부추기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공개한 마지막 미공개 칼럼 ‘아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근 언론에 칼럼을 집필해 온 유명 작가가 영장도 없이 5년형에 처해졌다”며 자유가 없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달 초 실종되기 전까지 제목에도 ‘왕세자’를 꼭 집어 거명하는 칼럼을 잇달아 썼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나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차기 대권’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다른 왕자들과 벌인 ‘왕자의 난’에서 카슈끄지가 정적의 편에 섰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에 맞서다 참혹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의 집안은 왕실과 친했다. 언론 보도와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터키계인 카슈끄지의 조부 무함마드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정을 세운 압둘라 알 사우드 초대 국왕의 주치의였다. 삼촌 아드난 카슈끄지는 1980년대 초반에는 무기 거래 등으로 40억 달러의 부를 축적한 유명한 무기상이었다. 사우디 정치 체제에서 왕실과 가까운 집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카슈끄지는 1997년 8월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집트인 애인 도디 파예드의 조카라고 위키피디아는 전한다. ○ 카슈끄지 사건 파장 어디까지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의 아들을 만나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가족들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등 사건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입 의혹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치적 운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그는 2015년 30세 나이로 국방장관을 맡는 등 사우디 정치 경제 외교를 장악하고 있다. 왕자 11명과 반대 세력 수십 명을 체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차기 대권’을 예약해 놓으며 ‘개혁 군주’로 기대를 모았다. 랜드 폴 민주당 상원의원 등 미국 일각에서는 왕세자 교체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지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미국에 사우디는 대중동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동맹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버릴 수 없는 관계”라며 “장기적으로 카슈끄지 사건을 어느 정도 덮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왕세자의 급진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있지만,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에 왕세자 교체가 쉽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카슈끄지 사건이 중동 인권 운동을 여는 분수령이 될지도 관심사다. 한국외국어대 김수완 교수는 “아랍의 봄 이후 인권 이슈가 대두됐지만 사우디는 ‘석유 복지’로 인권에 대한 열망을 눌러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람을 타고 젊은층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데, 카슈끄지의 사건이 인권 문제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미국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만큼 사우디 정부를 감쌀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김 교수는 “사우디가 지나치게 미국을 믿고 무리한 암살 계획을 실행한 것 같다. 재러드 쿠슈너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미국이 나를 배신할 줄 몰랐다. (미국이 아닌) 다른 창구를 찾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했다. 사우디의 오판은 인권 감수성에 대한 양국의 온도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미국이 인권 문제에 민감하고 강경하게 대응해 온 반면 중동은 인권 문제를 방조해 왔다. 사우디가 이런 온도차를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금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인권 사건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중동 외교 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24일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가졌다. 통화 후 터키 관리와 언론 매체의 사우디 왕세자 때리기가 급격히 수그러들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터키는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자국 내 쿠르드족에 대한 사우디의 지원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우디 측을 옹호하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에 생기는 긴장 관계의 틈새를 파고들려는 의도도 나타내고 있다. ○ ‘권력 살인 의혹 사건’들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권력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은 카슈끄지 사건 외에도 적지 않다. 올 3월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서 쓰러진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사건도 그중 하나다. 당시 영국 광역경찰청 대테러작전 팀은 “스크리팔 부녀는 러시아에서 1970년대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노출됐다. 이는 명백한 테러”라고 말했다.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으로 망명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해 오다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러시아 정보요원들과 홍차를 마신 지 2주가 지난 뒤의 일로 그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찻잔에서 인공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이 검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살해됐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중국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미국 직원들이 올해 5월 집단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집단 두통 등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고도의 음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청 장비에서 나오는 전파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 연구팀 등은 “은밀히 감춰지거나 원격에서 작동하는 초음파가 잘못 작동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며 “의도적인 음파 공격보다는 도청 장치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 사건은 각국의 정보 전쟁에서 도·감청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경각심을 울리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외교 공관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사망한 사건은 언론인 테러로 미국과 사우디 등 관련국 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주목하게 했다. ○ 언론인 살인 뒤의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 ‘어떻게 녹음했나?’ 카슈끄지는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이후 터키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 끝에 참수당한 정황을 녹음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나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흐는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총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과 연동돼 전송됐다는 것이다. 데일리사바흐는 “사우디의 암살팀이 숨진 카슈끄지의 지문으로 애플 워치 암호를 해제해 녹음파일을 삭제했지만 이미 파일이 연동된 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가 애플 워치를 차고 영사관에 들어갔고 그의 약혼자가 카슈끄지의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영사관에서 파일이 연동된 휴대전화에 고문 등의 정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전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와이파이에 연결됐다고 해도 총영사관 밖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또 터키는 3세대 애플 워치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구타 고문 등을 하면서 손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있게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정황들 때문에 터키 언론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 이는 터키 정보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감청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분석가 로버트 베어는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는 “터키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알려진 사우디 영사관 내의 음성 파일 등은 도·감청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보기관의 도·감청과 대응 수준은 ‘능력’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떠나 국가 간 서로 눈감아 주는 게 관례”라고 했다. ○ 회담과 외교협상 미소 뒤에서는 첩보 정보 전쟁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중 하나는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정보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회담장 주변의 호텔과 식당에서 직원을 이용한 정보 탐지 및 도청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선망을 활용한 간접 도청을 막는 것에도 주의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과 미국 협상단이 움직이는 공간 주변에 반도체 탐지기, 전자장 탐지기, 렌즈 탐지기 등을 갖춘 초소형 첨단 장비가 심어져 있는지를 찾기 위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날 때 워싱턴이 아닌 뉴욕으로 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평양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망이 있어 도·감청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것도 한 이유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첩보전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호텔 키,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몰래 칩을 심거나 회담장 안팎에 소형 카메라를 심는 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올해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중국 군 장성들이 손목시계를 이용해 녹음하려다 양측 간 감정이 격해진 일도 있다고 한다. 미 수사 당국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 기업과 공공기관 서버에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CIA, NSA의 막강 도·감청 능력 미국이 정보전에서 구사하는 도·감청 능력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국가안보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도·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도·감청 대상은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이고 한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동맹국 고위 관리의 휴대전화도 비켜가지 않았다. 미국 CIA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MS의 컴퓨터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전원이 꺼진 TV까지 도·감청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CIA 사이버정보센터의 문건에 따르면 CIA는 일상에서 활용하는 각종 가전제품을 해킹하는 툴을 개발했다. TV, 라디오,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주변의 소리를 도청하고 화면을 녹음할 수 있다. TV가 꺼진 것처럼 보이도록 해킹해 주변의 소리를 도청한 TV용 악성코드 ‘우는 천사(Weeping Angel)’가 대표적이다. CIA는 또 왓츠앱, 웨이보(微博),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데이터도 가로챌 수 있다. 위키리크스 자료에 따르면 CIA는 자동차 주행 조정 스마트 시스템에도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SA가 2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유타주에 조성 중인 인터넷 클라우드 ‘적란운’ 단지는 전 지구의 이메일, 휴대전화의 정보를 저장하는 용량(제타바이트)을 갖게 된다. 온라인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는 “불법 도·감청 프로그램인 ‘스텔라 윈드’는 이미 2000년대 초 미국 내에서만 3억2000만 통의 전화를 도·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이마저도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 능력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임종인 교수는 “미국은 도·감청 수준이 높지만 미국의 해외 공관 건물 내외부 벽돌을 자국에서 공수해 쓸 만큼 도·감청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국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자재는 물론이고 건설 근로자도 미국에서 데려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가 간 도·감청 필요악” 스노든의 폭로 당시 독일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독일 정보기관의 도·감청 실태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1998∼2006년 백악관과 주독일 미국대사관 등을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것에 대해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독일도 결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체면이 구겨졌다. 앞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 혐의로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도·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ICTY 재판관으로 밀로셰비치 판결에 참여한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전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한 내용이지만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각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비밀리에 도·감청하는 것은 세세히 드러나지 않을 뿐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은밀히 진행하고 들키는 경우 오리발로 일관하기 때문에 도·감청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먼저 파악할 경우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감청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필요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편 이 같은 도·감청 전쟁 속에서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대응 수준, 위험 인식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서울의 몇몇 정보기관 건물 인근에 외국의 해외 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해당 국가의 도·감청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이설 기자}

중국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미국 직원들이 올해 5월 집단적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집단 두통 등의 증상에 이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고도의 음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청 장비에서 나오는 전파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 연구팀 등은 “은밀히 감춰지거나 원격에서 작동하는 초음파가 잘못 작동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며 “의도적인 음파 공격보다는 도청 장치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 사건은 각 국의 정보 전쟁에서 도감청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경각심을 울리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외교 공관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사망한 사건은 언론인 테러로 미국과 사우디 등 관련국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해 주목하게 했다. ● 언론인 살인 뒤의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 ‘어떻게 녹음했나?’ 카슈끄지는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이후 터키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 끝에 참수당한 정황을 녹음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나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는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총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과 연동돼 전송됐다는 것이다. 데일리사바는 “사우디의 암살 팀이 숨진 카슈끄지의 지문으로 애플 워치 암호를 해제해 녹음파일을 삭제했지만 이미 파일이 연동된 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역할에 의문 제기되면서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가 애플 워치를 차고 영사관에 들어갔고, 그의 약혼자가 카슈끄지의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영사관에서 파일이 연동된 휴대전화에 고문 등의 정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전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와이파이에 연결됐다고 해도 총영사관 밖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또 터키는 3세대 애플 워치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구타 고문 등을 하면서 손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있게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정황들 때문에 터키 언론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 이는 터키 정보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감청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분석가 로버트 베어는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는 “터키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알려진 사우디 영사관 내의 음성 파일 등은 도·감청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보기관의 도·감청과 대응 수준은 ‘능력’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떠나 국가간 서로 눈감아주는 게 관례”라고 했다. ● 회담과 외교협상 미소 뒤에서는 첩보 정보 전쟁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하나는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정보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회담 장 주변의 호텔과 식당에서 직원을 이용한 정보 탐지 및 도청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유무선 망을 활용한 간접 도청을 막는 것에도 주의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과 미국 협상단이 움직이는 공간 주변에 반도체 탐지기, 전자장 탐지기, 렌즈 탐지기 등을 갖춘 초소형 첨단 장비가 심어져 있는 지를 찾기 위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날 때 워싱턴 DC가 아닌 뉴욕으로 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평양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망이 있어 도·감청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첩보전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호텔 키,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몰래 칩을 심거나 회담장 안팎에 소형 카메라를 심는 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올해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중국 군 장성들이 손목 시계를 이용해 녹음하려다 양측간 감정이 격해진 일도 있다고 한다. 미 수사당국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국이 미국 기업과 공공 기관 서버에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정보전에서 구사하는 도감청 능력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국가안전보장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도·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도감청 대상은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 한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동맹국 고위 관리의 휴대전화도 비켜가지 않았다. 임종인 교수는 “미국은 도·감청 수준이 높지만 미국의 해외 공관 건물 내, 외부 벽돌을 자국에서 공수해 쓸 만큼 도·감청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국 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자재는 물론 건설 근로자도 미국에서 데려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의 폭로 당시 독일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독일 정보기관의 도감청 실태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1998~2006년 백악관과 주독일 미국 대사관 등을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것에 대해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비판했지만 독일도 결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체면이 구겨졌다. 앞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 혐의로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도·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ICTY 재판관으로 밀로세비치 판결에 참여한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전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한 내용이지만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각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 수집을 위해 공공 기관을 비밀리에 도감청 하는 것은 세세히 드러나지 않을 뿐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은밀히 진행하고 들키는 경우 오리발로 일관하기 때문에 도·감청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먼저 파악할 경우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감청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필요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한국의 도감청 ‘방어’ 미흡 지적도 2015년 국가정보원의 도·감청 논란이 올해 불거지면서 국정원이 이탈리아로부터 해킹 소프트웨어(RCS)를 구입해 운용한 사실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공개됐다. RCS는 다른 사람의 PC나 스마트폰에 피싱 문자, 메일 등을 통해 ‘스파이웨어’라는 악성 코드를 심어 통화 내용이나 이미지 등 각종 정보를 탈취하는 프로그램이다. 원격 조종을 통해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도 있고, PC나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조작할 수도 있다. 한국 정보기관도 정보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몇 대의 감청 장비와 시설을 보유했는지는 기밀사항”이라며 “국방부·검찰·경찰·관세청에는 400여대의 감청 시설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대응 수준, 위험 인식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서울의 몇 몇 정보기관 건물 인근에 외국의 해외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해당 국가의 도감청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사람들은 쇼스타코비치가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기대에 부풀어 올랐죠. 그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노신사가 60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 미하일 유롭스키(73)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와 인연이 깊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쇼스타코비치로부터 어린 시절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고 2012년 제3회 국제 쇼스타코비치상을 수상하는 등 쇼스타코비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쇼스타코비치는 공손하지만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의 음악은 깊고 넓고 유머러스하죠. 인간적 면모와 음악의 성격이 너무 달라 ‘신이 대신 작곡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에서 지휘를 전공한 그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등을 이끌다가 1989년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북서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총감독,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등을 거쳐 현재 폴란드 신포니아 유벤투스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지는 지휘자 데이비드 블록, 아버지는 영화음악 작곡가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다. 두 아들인 블라디미르와 드미트리는 지휘자이고 딸은 피아니스트다. 특히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인 첫째 블라디미르는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적 잣대로 예술가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큰아들은 훌륭히 성장했고 형보다 여섯 살 어린 작은아들도 앞날이 밝다”고 했다. 그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8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선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Op.93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Op.37을 지휘한다. 교향곡 10번은 스탈린이 사망한 뒤 작곡한 곡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블랙홀 같아서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피날레 부분은 스탈린은 갔지만 독재는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쇼스타코비치는 옛 음악이지만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6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먹방 크리에이터 엠브로(MBRO·사진)는 대식으로 유명하다. ‘MBRO’는 ‘Monster Brothers’의 약자로, 괴물같이 어마어마한 식성을 뜻한다. 남들보다 2배나 큰 위를 가져 치킨 10마리, 라면 17봉지, 햄버거 15개를 거뜬히 먹어치운다. 최근 전화 인터뷰한 그는 먹방 규제 논란에 대해 “먹방은 기본적으로 대리 만족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먹방이 비만을 조장한다는 논란에 대한 생각은…. “‘먹방을 보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투병 중이라 못 먹는 음식이 많은데 먹는 모습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는 시청자분들을 자주 만난다. 먹방은 과식을 조장하기보다 식단에 제한이 있는 분들에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장했다. 먹거리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과 1인 방송은 맛있는 음식과 새로운 요리법을 소개하고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전하는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메뉴 선정은 어떻게 하나. “시각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등 맛이 다양한 것처럼 소리도 그렇다. 바삭한 소리, 질겅이는 소리, 눅눅한 소리, 꾸덕한 소리 등으로 음식을 분류해 조화롭게 상을 차리려 노력한다. 메뉴의 색 조합도 고려 대상이다. 눈과 귀가 즐거운 상차림을 상상한다.” ―배가 부를 땐…. “‘배가 불러서 그만 먹을게요. 남은 음식은 다음 방송 때 데워서 먹을게요’라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남긴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다 먹으라고 강요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행복하게,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아침마다 공복 운동, 즉 위를 비운 채 운동을 한다. 식단은 닭가슴살, 소시지, 연어, 소고기 우둔살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종일 알차게 챙겨 먹는다. 낮에 적게 먹고 밤에 폭식해 다이어트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해외 시청자 비율은…. “미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꽤 많은 분들이 방송을 시청한다. 한 아르헨티나 시청자는 방송을 보고 내가 운영하는 식당까지 찾아왔는데, 그때의 고마움과 뿌듯함은 잊을 수 없다. 메뉴 선택, 시청자와의 소통, 섬세한 소리 높낮이 등 편집에 최선을 다해 오래 방송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내가 먹는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vs “남이 먹는 걸 왜 보느냐.” 2008년 1인 인터넷 플랫폼에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이 등장했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색 방송에 환호와 비난이 교차했다. 반짝 유행에 그칠 거란 예측과 달리 먹방은 10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에선 장르 변화를 거듭하며 방송과 유튜브를 평정했고, 해외에선 먹방의 한글 표기 ‘mukbang’이 그대로 쓰인다. 한국의 먹방 시청을 넘어 직접 요리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먹방 한류, 먹방의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 ‘먹방’ 원조 코리아 태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자니 웨이글 씨의 롤모델은 한국의 스타 크리에이터 양수빈 씨다. 페이스북 팔로어 330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34만 명을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로 최근 태국에 진출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국내 MCN(다중 채널)업체 트레져헌터 소속인 웨이글 씨는 “태국에서 양수빈 씨는 특급 스타다. 그의 먹방을 참고해 멋진 먹방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유튜브의 본고장은 미국이지만 먹방의 원조는 한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문 ‘mukbang’의 구글 검색량은 2015년 등장한 뒤 급증세다. 2016년 10월 미국 CNN이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CNN은 ‘mukbang’을 ‘함께 식사하는 소셜이팅(social eating)’으로 정의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가 소통하며 식사하는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이후 먹방은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구독자 약 289만 명)의 방송은 20% 이상이 해외에서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짧은햇님’, ‘떵개떵’, ‘엠브로’, ‘프란’, ‘슈기’ 등의 인기 크리에이터 채팅창엔 해외 팬들이 자국 음식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올린다. 먹방은 아니지만 한국 전통시장의 음식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푸디보이 채널’은 해외 시청 비율이 90%에 이른다. MCN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황수연 파트너십 매니저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해외 시청자가 60%에 육박한다. 지역은 동남아시아,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미국, 남미 등 다양하다”며 “음식에 대한 관심은 만국 공통이라 먹방에는 국경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 먹방 세계화 ‘시즌2’ ‘맥도날드 신제품 시식,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맵지 않게 먹는 법, 4세 소녀의 먹방….’ 유튜브에서 ‘mukbang’을 치면 각종 먹방 영상이 줄줄이 뜬다. 다양한 피부색의 크리에이터들이 스시, 타코, 햄버거, 양고기 등 각국 음식을 먹는 장면을 내보낸다. 최근에는 한국 먹방을 모방해 창작에 도전하는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1년 사이 먹방이 유튜브 주류 문화로 부상했다. 먹방은 국경 없는 문화유전자”라며 “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오클리를 비롯해 트리샤 페이타스, 제임스 찰스, 매니 무아, 제프 스타, 셰인 도슨 등 스타 유튜버들이 먹방을 찍고 있다”고 전했다. MCN업체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약 2년 전부터 해외 구독자가 늘면서 구독자 10만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1500팀 이상으로 늘었다. 공감과 공유를 거쳐 모방·창작을 통해 크리에이터로 성장한 해외 팬들이 많다”고 했다. 먹방 시청 붐이 일었던 3년 전 ‘세계화 시즌1’에 이은 ‘먹방 세계화 시즌2’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대표 메뉴는 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떡볶이, 라면, 김치 등 매운 음식이다. 한국의 매운 음식에 도전해 보겠다며 양동이에 면을 가득 담고 먹어 치우기도 한다. 불고기, 잡채, 갈비, 김밥 등 한국의 대표 음식도 단골 메뉴다. 먹방 유행을 타고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먹방을 통해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3년 사이 수출액이 6배나 늘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렸다. 유럽,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 고공 인기 속 규제 논란도 “식사 시간마다 방송을 보다 보니 같이 밥을 먹는 식구 같아요. 크리에이터도, 방송을 함께 보는 시청자들도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손미혜 씨(38)는 자취 생활 18년 차다. 혼자 밥 먹을 땐 늘 TV와 마주했는데 먹방을 안 뒤에는 노트북을 펼친다. 밥 먹을 땐 이야기를 곁들인 방송을, 식사가 끝난 뒤에는 먹는 소리만 들려주는 ‘먹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를 튼다. 그는 “먹방 5년 차다. 가끔 오랜 시청자들끼리 모여 먹방 투어도 한다”며 “먹방은 실질적 허기뿐 아니라 정서적 허기까지 달래준다”고 했다. 먹방은 방송과 유튜브 등 1인 방송 플랫폼을 넘나들며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특히 먹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줘 친근한 느낌을 주는 유튜브에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는 “먹는 행위에 대한 높은 관심과 1인 가구 증가, 다이어트 열풍, 소확행 트렌드가 겹치면서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먹는 건 가장 본능적인 행위다. 사회가 복잡하고 각박해지면서 생각 없이 즐기기 좋은 먹방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먹방이 변방문화에서 주류문화로 편입한 데는 장르의 다변화도 한몫했다. 초기 먹방 대부분은 특이한 음식을 먹거나 대식에 도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음식을 소재로 할 뿐 내용과 형식이 다 다르다. 다이아 TV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엔 요리법을 알려주는 ‘레시피 먹방’, 하루를 마감하는 형식의 ‘라디오 먹방’, 1인 가구를 위한 ‘혼밥 먹방’ 등으로 다변화됐다. 대식을 자랑하는 밴쯔, 입담을 강조하는 ‘권회훈’, 시골 가족의 밥상을 보여주는 떵개떵, 요리하며 먹는 ‘입짧은햇님’, 부산 음식에 특화된 ‘나름’, 80대 고령의 ‘영원씨’ 등이 대표적이다. 먹방이 보편화되면서 시청 계층도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여성이 즐겨 보던 먹방은 최근 10대부터 50대까지 성별과 관계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이 국내외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비만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올 8월 먹방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론의 강한 반발로 정부는 한발 물러섰지만 비만과 먹방이 관계가 있다는 학계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먹방 글로벌 전략을 세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대표는 “문화권에 따라 오래 관심을 끌 만한 먹방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수익 나눔 등을 통해서 친근함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뒤집힌 자동차,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변한 해안, 울부짖는 아이들…. 중장비가 부족해 시체들이 잔해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우유 음료수 사탕 따위를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파고들었다.” 지난달 28일 규모 7.5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참상이 태평양을 둘러싼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나무 판잣집이 해안을 수놓던 소박한 섬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비명 울음 시체 썩는 냄새가 뒤섞인 섬은 비현실적으로 비극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재난 당국에 따르면 지진으로 1588명이 숨졌다. 연락이 끊긴 동갈라 지역에도 사망자가 많아 희생자는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여진과 화산 폭발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술라웨시섬에서 400km 정도 떨어진 소푸탄 화산이 분화했고 술라웨시섬 남쪽으로 약 1600km 떨어진 숨바섬에서는 규모 5.9와 6.0의 지진이 15분 간격으로 발생했다. ○ 불의 고리와 ‘대지진 50년 주기설’ ‘남반구의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일본, 북아메리카 서부,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으로 이어지는 큰 고리 모양의 지역.’ 인도네시아는 이 ‘불의 고리’에 위치한다. 불의 고리란 환태평양 조산대 판을 이은 고리 모양의 봉긋 솟아오른 지역. 이곳에서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고 세계의 활화산과 휴화산 75%가 여기에 모여 있다. 지난달에만 6일 대만(규모 6.4), 12일 괌(규모 6.0), 16일 멕시코 남부(규모 7.5), 17일 일본 미야기현 인근 해상(규모 4.5)에서 지진이 이어졌다. 불의 고리에 위치한 국가 중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캐나다 미국 멕시코 뉴질랜드 등에서 특히 지진이 잦은 편이다. 최근 강진이 이어지자 불의 고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지진 50년 주기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지질학계에서 나오는 대지진 50년 주기설은 10년간 빈번하던 규모 8.5 이상의 강진이 한동안 잦아들었다가 50여 년이 흐른 뒤 다시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1950, 60년대에 불의 고리 지역에서 대지진이 빈발했다. 1960년 칠레(규모 9.5), 1964년 미국 알래스카(규모 9.2) 등 규모 8.5 이상 지진이 발생하다가 한동안 잠잠했다. 이후 40년을 건너뛰어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서 규모 9.1 지진이 일어났다. 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지진 중 4번째로 큰 규모로 당시에도 대지진 50년 주기설에 불을 붙였다. 손문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불의 고리는 조금씩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며 “불의 고리는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지질학적 시간을 기준으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간 응축된 에너지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불의 고리에 있는 땅의 지각판 모양이 변하는 등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이후 또 다른 강진이 불의 고리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화산인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화산과 일본 오사카부 난카이 트로프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옐로스톤 화산은 210만 년 전, 130만 년 전, 63만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다. 난카이는 1946년 대지진 이후 조용하던 지각판이 최근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예측 불가의 팔루 쓰나미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위력은 예상 밖이다.” 팔루 지진 이후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가 기존에 알려진 쓰나미의 생성 조건과는 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는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한 약 30분 뒤 6m 높이의 쓰나미가 덮쳤다. 손 교수는 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은 3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라고 설명한다. △지진 규모가 진도 6 이상이어야 하고 △수심 1000m 이상 해저에서 지진이 시작돼야 하며 △땅이 수직으로 단층 운동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팔루 지진은 첫 번째 조건만 충족했는데도 큰 쓰나미가 일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주향 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진앙도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한 쓰나미를 동반하기 힘든 상황이다. 홍 교수는 “단층운동이 아닌 다른 운동으로 인해 쓰나미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의 가설이지만 지진으로 해저 사면에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바닷물이 출렁거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분석관은 “일반적으로 쓰나미는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발생하지만 이번 인도네시아 쓰나미는 진앙이 내륙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층 길이가 길어 단층의 끝부분이 해양에 위치해 쓰나미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 브루넬대의 연구를 인용해 “쓰나미의 원인이 해저 산사태 때문이라고 해도 파도가 1m밖에 높아지지 않는다”며 “6m에 이르는 쓰나미의 높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 한반도도 쓰나미 안전지대 아니다 한반도는 불의 고리가 지나가는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는 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 분석관은 “판 경계에서 발생하는 판과 판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판 내부로도 전달된다”며 “전달된 에너지가 축적되어 (한반도) 지진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쓰나미는 어떨까.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 올해 2월 포항지진 등 한반도에도 지진이 잇따르고 있지만 쓰나미로부터는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이 한반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한반도가 쓰나미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단층은 ‘주향(走向)이동단층’이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팔루처럼 쓰나미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쓰나미로 추정되는 정황이 여러 차례 기록됐다”며 “동해안 쓰나미를 일으키는 일본판 대부분이 주향이동단층이어서 인도네시아 사례처럼 특수한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동해안은 과거 쓰나미를 여러 차례 겪었다. 1741년 강원 평해, 1940년 나진·묵호, 1983년 동해안 일원에서 쓰나미가 있었다. 강원 묵호항은 1983년과 1993년 일본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쳐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재고품 소각을 전면 중단하겠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이달 초 앞으로 재고 상품을 불태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5년간 약 1320억 원어치의 물품을 소각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두 달 만이다. 버버리 측은 “소각 과정에서 얻은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책임감 있는 폐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예 소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재고상품 소각은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진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페라가모, 프라다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고급 브랜드가 시즌이 지난 제품을 불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이미지다. 저렴하게 판매하느니 태워 없애는 게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백화점·면세점-해외명품대전-아웃렛-패밀리세일’로 이어지는 라이프사이클을 거친다. 이 중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는 명품대전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할인판매도 안 한다. 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근무했던 김모 씨는 “마지막 유통 단계인 직원 세일은 90% 전후의 가격에 판매되는데, 번호표를 뽑은 뒤 원하는 사이즈 제품을 건지는 수준이다. 여기서도 남은 물건은 소각장으로 간다”고 귀띔했다. 소각 물량도 많지 않다. 럭셔리 브랜드는 대부분 수제(手製)로 소량만 만들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버버리는 지난해에만 420억 원어치를 소각했는데 그중 3분의 1은 화장품 관련 제품이었다. 사업 부문을 재조정하면서 화장품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의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상당수 대형 브랜드는 ‘백화점(백화점 세일)-행사-아웃렛-기부’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을 거쳐 남은 제품들을 소각 처리한다. 물샐틈없는 재고 관리는 불가능한 걸까. 패션디자이너 안윤정 씨는 “유행을 타는 의류는 재고 관리가 가장 어려운 품목이다. 또 사이즈가 제각각이어서 선물하거나 기부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도 한 이유로 재고품을 소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윤리적 생산 경영은 최근 패션계의 화두다. 구찌, 아르마니, 스텔라매카트니 등은 ‘퍼 프리(Fur Free·모피를 사용하지 않음)’를 선언했다. 동물성 소재 대신 신소재를 연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버려진 물품을 활용한 ‘업 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도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재고로 소각될 옷을 모아 재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래코드’, 버려진 이불과 베개에서 추출한 오리털로 점퍼를 만드는 블랙야크의 ‘나우’ 등이 시장에 안착했다. 래코드를 총괄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한경애 상무는 “래코드는 연간 소각 대상 재고의 10∼15%를 새로운 의류로 제작한다. 소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셈”이라고 자랑했다. 국내 의류업계에서도 재고를 불태우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까. 주보림 이화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의류업계의 트렌드다. 국내 브랜드도 윤리적 생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를 기부하거나 저렴하게 팔면 짝퉁으로 둔갑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소비문화가 성숙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잘 해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압박감에 3일 내내 잠을 설쳤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마냥 어렵던 사이먼 래틀도 조금은 편해졌죠.” 최근 전화로 만난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4)의 목소리에선 도전 과제를 무사히 마친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는 9일(현지 시간) 스위스 루체른 콘서트홀 KKL에서 열린 슈토크하우젠의 ‘그루펜’ 공연에서 거장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지휘자 3명이 한 무대에서 3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형식의 대곡으로, 사이먼 래틀 영국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영국 대표 작곡가 덩컨 워드와 함께했다. “당초에는 보조 지휘자로 그루펜 공연 무대 아래에 머물 예정이었어요. 한데 공연 사흘 전 마티아스 핀처(독일 작곡가 겸 지휘자)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됐으니 대신 지휘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뜻밖의 제안에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루체른 콘서트홀 KKL에서 쿠르다그의 ‘석판’, 치머만의 두 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대화’를 지휘했지만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로 불리는 래틀과 한 무대에 서는 건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래틀은 동작을 크게 하고 숨을 자주 쉬라고 강조했어요. 그의 말대로 기본을 실천해보니 놀랍게도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눈에 띄게 좋아지더라고요.” 그는 몇 차례 낙방 끝에 올해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보조 지휘자 오디션에 붙었다. 합격자 3명은 페스티벌 기간에 세계적인 지휘자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올해는 래틀, 현대 음악 거장 외트뵈시 페테르 , 마티아스 핀처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음악감독 등이 참여했다. 핀처는 재학 중인 줄리아드음악원 스승이고, 외트뵈시는 5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마스터클래스에서 인연을 맺었다. 래틀과의 만남은 처음이다. “외트뵈시는 악보를 완벽히 재현해요. 정확하고 군더더기가 없죠. 핀처는 주로 프랑스곡을 예로 들며 단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요. 래틀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데,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도 존재감이 대단했어요.” 6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한 최재혁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월넛힐 예술학교와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 예비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현재 줄리아드음악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11월 제72회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 같은 시각예술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작곡과 지휘 모두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작곡과 지휘를 공부하며 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무작정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보다 클래식의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또 어렵지만 왜 가치가 있는지 많은 이들과 진지하게 토론해보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긴 추석 연휴에 급한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 위치 정보이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허둥지둥하다 보면 필요한 내용을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정리한다. ○ 응급실, 24시간 가동한다 대다수 민간 의료 기관이 추석 연휴에 문을 닫지만 전국의 525개 종합병원과 개인병원의 응급실은 평소처럼 24시간 운영한다. 관련 정보는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129 보건복지콜센터, 120 시도콜센터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와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도 연휴 기간 문을 여는 의료기관을 안내한다. 특히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이용하면 가까운 병원과 문을 연 약국의 지도도 볼 수 있다. 진료시간, 진료과목, 응급처치 방법,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정보 등도 제공한다. 연휴에는 환자가 몰리므로 미리 가까운 지역의 병원 등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화상, 기도폐쇄 등에 대한 응급처치법도 미리 숙지하면 도움이 된다.○ 은행들, 일부 지점 운영한다 추석 연휴 기간 대부분의 은행은 기차역과 공항 등에 64개 지점을 운영한다. 일부 은행은 기차역과 휴게소 등에 이동점포를 설치하고 입·출금과 신권 교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휴 기간에 은행 운영 현황은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연휴 기간(23, 24일 제외)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이스피싱 등 피해 예방을 위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한다. 피해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금감원 신고센터 또는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부터 요청하는 게 좋다.○ 대중교통, 연장 운행한다 서울시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버스는 기차역 5곳(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수서역)과 버스터미널 4곳(센트럴시티·동서울·남부·상봉터미널)을 지나는 129개 노선이 대상이다. 심야 전용 택시 2800여 대와 올빼미버스 9대도 연휴 기간에 정상 운행한다. 서울시는 시립묘지를 찾는 성묘객을 위해 24일과 25일 망우리와 용미리 시립묘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운행 횟수도 늘린다. 용미리 시립묘지에서는 9월 22∼25일 4일간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20분 간격으로 무료 순환버스를 운영한다. 연휴 기간의 교통정보는 서울교통정보센터, 서울교통포털, 버스정보안내단말기, tbs교통방송 추석특집 방송 등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식품 원산지, 알고 나면 쉽다 일반인이 추석 차례상에 올릴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홈페이지에 농수산물 원산지를 가려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관리원에 따르면 도라지는 국산은 뿌리가 2, 3개로 갈라진 것이 많고 중국산은 뿌리가 대부분 일직선이다. 고사리는 국산은 단면이 울퉁불퉁하게 잘려 있지만 중국은 칼로 자른 듯 매끈하다. 밤은 알이 굵고 속껍질이 두꺼우면 국산, 그 반대면 중국산이다. 곶감은 국산은 밝은 주황색에 꼭지는 둥글다. 중국산은 갈색에 가까운 주황색에 과육이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한 경우가 많다. 대추는 국산은 연한 갈색에 주름이 적고 중국산은 색이 짙고 주름이 많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제가 드라마에서 들었던 가방입니다. 낙찰 받을 분 손들어 주세요.” 이달 14일과 15일 서울 여의도 IFC몰 앞 잔디광장.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쇼핑하면서 기부하는 ‘2018 러브플리마켓’ 방문객들이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네이버스’가 모델 겸 굿네이버스 홍보대사인 변정수 씨가 이끄는 재능기부 ‘위프렌즈(wefriends)’와 함께한 나눔 바자회였다. 이날 바자회에는 패션 잡화 식음료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150여 곳이 참가했다. 특히 스타들의 애장품 경매 행사는 방문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변 씨 외에도 가수 이승기 황혜영, 야구선수 박찬호 홍성흔 이용규, 배우 이서진 전인화 김수미 이보영 지성 배종옥 황정음 등이 물품을 기증했다. 특히 박찬호는 직접 사인한 사인볼 20개를 기부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희진 씨는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뜻깊은 행사였다. 먹거리도 함께 판매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그동안 다양한 소외 아동들을 후원해 왔다. 특히 이번 바자회를 통해 모은 사전기부금 및 판매 수익금의 일부인 약 1억 7000만 원은 선천성·특발성 심장질환 및 급성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의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변 씨는 “나눔은 나눌수록 채워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진정으로 ‘좋은 이웃’(굿네이버스)이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활동해 왔다. 매년 국내는 물론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해외봉사를 정기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인터뷰를 통해 그는 “처음엔 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봉사를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됐다. 첫째는 영어를 잘하니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남편은 이것저것 수리를 하곤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양진옥 굿네이버스 회장은 “굿네이버스와 오랜 시간 뜻을 같이해 온 변정수 굿네이버스 홍보대사와 함께 국내 환아를 도울 수 있는 러브플리마켓을 진행하게 되어 기쁘다”며 “러브플리마켓을 통해 모인 소중한 수익금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통해 의료, 빈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내 환아들에게 지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굿네이버스는 스타와 팬의 참여로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고 지구촌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영상 채널 ‘굿네이버스 TV’를 운영 중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온라인 패션몰 ‘스타일 난다’를 6000억 원대에 매각한 김소희 대표, 자신을 내세운 뷰티 브랜드로 22세에 1조 원대 부자가 된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 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밴쯔’, ‘씬님’…. 최근 성공 신화의 주인공 대부분은 인플루언서(Influencer).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를 뜻한다. 일반인으로 시작해 이후 부와 인기를 거머쥐게 된 이들의 스토리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지금 현실에서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일부 인플루언서의 무책임한 언행이나 검증되지 않은 물건 판매로 사회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인플루언서 세계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귀하신 몸, 인플루언서 ‘추석 전 금요일엔 한복을 입혀주세요.’ 김윤주 씨(38)는 아이 유치원에서 온 안내문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즐겨 찾는 ‘셀럽’들의 계정에 들어가니 앙증맞은 아기 한복 사진이 떴다. 계정 3, 4개를 훑은 뒤 딸과 똑 닮은 모델 사진이 걸린 곳에서 한복을 샀다. 예전에 김 씨는 검색은 인터넷, 쇼핑은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서 했지만 요즘은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한다. 육아 정보, 예쁜 아동복, 맛집, 화장법, 시댁 흉…. 필요한 모든 정보가 그 안에 다 있었다. “매일같이 그들의 일상을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댓글로 고민도 나누니까요. 오래 봐온 만큼 그가 권하는 물건도 믿고 사게 되죠.” 셀럽형 인플루언서의 무기는 친근함이다. 보고 듣고 먹고 즐기는 일상을 전시해 팔로어를 확보한 뒤,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거나 제품을 판매한다. 대학원생 김선민 씨(25)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빼어난 감각과 럭셔리한 일상을 자랑하는 이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인플루언서는 수없이 많다. 이 가운데 메가(팔로어 100만 명 이상), 매크로(10만∼100만 명), 나노(1만∼10만 명) 인플루언서는 준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린다. 이사배, 포니, 씬님, 헤이지니, 대도서관, 밴쯔 등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연예인처럼 소속사에서 관리한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계약 기간은 3년, 수익 배분은 6 대 4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마케팅 채널도 이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캠페인당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동영상 인스타그램 게재와 게시물 서너 건, 행사 참석 등을 묶어서 계약한다. 한 유통업체 인플루언서 마케터는 “인플루언서를 팔로잉하는 일명 ‘추종자’들은 충성도가 높아 홍보 효과가 좋다. 대부분 기업이 이들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마케터를 두고 있다”고 공개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직접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CJ오쇼핑의 모바일 전용 생방송 채널 ‘쇼크라이브’, LF몰의 ‘냐온’,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티비온’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아카데미를 열고 인플루언서를 직접 육성할 계획도 세웠다. 이동규 롯데홈쇼핑 홍보팀장은 “기존 인플루언서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리스크도 크다. 참신한 새내기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20, 30대 소비자를 끌어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 언니? 82피플? “명품 비슷한 제품을 팔아서 진짜 명품 사고,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그러면서 매일 우는 소리 하며 위로해 달라니 눈꼴 시릴 수밖에요.” SNS에서 물건을 파는 셀럽을 마켓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최근 5년간 급성장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추종자들은 유행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어 편리하다며 편을 든다. 반면 온갖 스토리를 갖다 붙여 물건을 파는 ‘반짝 상인’이라는 뜻에서 ‘82피플(빨리(82) 변하는 아이템을 파는 사람)’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직장인 서모 씨는 “좋은 판매자도 있겠지만 옷부터 간장게장까지 돈 되는 모든 것을 파는 모습은 장사꾼 그 자체다. 진심이라며 늘어놓는 일상도 결국 물건을 팔기 위한 수순 같다”며 비판했다.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더니 ‘악플러’로 차단당했다. 물건 팔기 전엔 예쁜 동생이라더니 졸지에 악플러가 됐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반감은 최근 파인애플 식초 사태로 불이 붙었다. 한 업체에서 판매한 파인애플 식초를 먹고 하혈 등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항의를 하자 업체가 이들을 악플러로 몰아간 것.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광고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주로부터 협찬받은 제품을 직접 사서 사용한 것처럼 후기를 올리는 마케팅 수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화장품, 대체 의약품, 다이어트 제품, 소형 가전제품 등에 대한 리뷰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방침에 따라 광고성 게시물을 올릴 땐 해시태그 #ad #sponsored를 붙여 광고임을 알려야 한다. 공정위도 2016년 광고 명시 방침을 내렸으나 소속사에 속한 인플루언서들만 이를 따르는 실정이다.○ 1%의 성공 신화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다. SNS 셀럽들은 자신들의 일이 화려하거나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뷰티 인플루언서인 ‘쏭냥’ 송지혜 씨(28)는 인플루언서가 되는 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 “부업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내용이 주다. 그는 “팔로어 1만 명 이상을 목표로 한다면 확실한 정체성과 각오를 갖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루언서는 넘쳐나고 콘텐츠 아이디어는 고갈되다 보니 뒤처지지 않으려고 매일같이 유행어를 공부하며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이 일은 쉬우면서도 위험하다. 자유로운 건 시간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셀럽분들은 실제로 만나면 흥이 많고 당당하다. 실제 그 생활을 즐겨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 마켓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과거 수익과 관계없이 붙던 광고료는 구독자와 동영상 시청 시간 등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유튜브는 시청시간 4000시간이 넘어야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한 게임 인플루언서는 “게임은 비교적 일찍 인플루언서 시장이 형성돼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조건 없이 게임계 셀럽 ‘모시기 전쟁’을 했는데 지금은 조건이 까다롭다. 다른 분야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송지혜 씨는 “조회 수 340만을 기록한 국내 유튜브 동영상도 있다. 이건 해외에서도 많이 본다는 건데, 실제 해외 시장을 준비하는 인플루언서가 적지 않다. 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루언서를 준비하는 이들은 공모전과 학원을 찾거나 관련 서적을 독학하면서 SNS 스타를 꿈꾼다. 대부분 얼굴이 알려진 셀럽형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만,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도 있다. 개인 신상을 드러내지 않고 페이지를 내세워 활동하는 이들이다. 부업으로 게임 전문 페이지를 운영하다가 전업해 관련 회사까지 세운 손유종 위드공감 대표(30)는 “마케터형 인플루언서의 경쟁력은 개인의 매력이 아닌 전문성이다.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제공하되 운영자 신분은 철저히 숨긴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온라인 패션몰 ‘스타일 난다’를 6000억 원대에 매각한 김소희 대표, 자신을 내세운 뷰티 브랜드로 22세에 1조원 대 부자가 된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 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벤쯔’, ‘씬님’…. 최근 성공신화의 주인공 대부분은 인플루언서(Influencer·온라인 마케팅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를 뜻한다. 일반인에서 ‘조회수 1’의 흑역사를 딛고 부와 인기를 거머쥔 이들의 스토리는 ‘계층 이동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에서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일부 인플루언서의 무책임한 언행이나 검증되지 않은 물건 판매로 사회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임을 알리지 않은 인스타그램의 제품 후기에 칼을 빼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리는 업체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뉴미디어를 타고 유통채널을 통째로 삼킨 인플루언서 세계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 귀하신 몸, 인플루언서 ‘추석 전 금요일엔 한복을 입혀주세요.’ 공기업에 다니는 김윤주 씨(38)는 유치원에서 온 안내문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즐겨 찾는 셀럽들의 계정에 들어가니 앙증맞은 아기 한복 사진이 떴다. 계정 3, 4개를 훑은 뒤 딸과 똑 닮은 모델 사진이 걸린 곳에서 한복을 샀다. 예전에 김 씨는 검색은 인터넷, 쇼핑은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서 했다. 하지만 요즘은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한다. 초기에는 처한 상황이나 취향이 비슷한 셀럽들의 일상을 엿보는 즐거움이 컸다. 육아 정보, 예쁜 아동복, 맛집, 화장법, 시댁흉…. 필요한 모든 정보가 그 안에 다 있었다. “매일같이 그들의 일상을 접하다보니 어느 순간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댓글로 고민도 나누니까요. 오래 봐온 만큼 그가 권하는 물건도 믿고 사게 되죠.” 셀럽형 인플루언서의 무기는 친근함이다. 보고 듣고 먹고 즐기는 일상을 전시해 팔로워를 확보한 뒤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거나 제품을 판매한다. 셀럽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일부 팔로워는 충성고객이 된다. 대학원생 손지혜 씨(25)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빼어난 감각과 럭셔리한 일상을 자랑하는 이들의 일상은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인플루언서는 셀 수 없이 많다. 이 가운데 메가(팔로워 100만 명 이상), 매크로(10만~100만 명), 나노(1만~10만 명) 인플루언서는 준 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린다. 이사배, 포니, 씬님, 헤이지니, 대도서관, 벤쯔 등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연예인처럼 소속사에서 관리한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계약 기간은 3년, 수익배분은 6대 4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마케팅 채널도 이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가 인플루언서들은 캠페인 당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동영상 인스타그램 게재와 게시물 3, 4건, 행사 참석 등을 묶어서 계약 한다. 한 유통업체 인플루언서 마케터는 “인플루언서를 팔로잉하는 일명 ‘추종자’들은 충성도가 높아 홍보효과가 좋다. 대부분 기업이 이들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마케터를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직접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CJ오쇼핑의 모바일 전용 생방송 채널 ‘쇼크라이브’, LF몰의 ‘냐온’,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티비온’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아카데미를 열고 인플루언서를 직접 육성할 계획도 세웠다. 이동규 롯데홈쇼핑 홍보팀장은 “기존 인플루언서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리스크도 크다. 참신한 새내기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20, 30대 소비자를 끌어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 언니? 82피플? “명품 비슷한 제품을 팔아서 진짜 명품 사고,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그러면서 매일 우는 소리하며 위로해달라니 눈꼴 시릴 수밖에요.” SNS에서 물건을 파는 셀럽을 마켓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최근 5년간 급성장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추종자들은 유행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어 편리하다며 편을 든다. 반면 온갖 스토리를 갖다 붙여 물건을 파는 ‘반짝 상인’이라는 뜻에서 ‘82피플(빨리(82) 변하는 아이템을 파는(82) 사람)’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직장인 서모 씨는 “좋은 판매자도 있겠지만 옷부터 간장게장까지 돈 되는 모든 것을 파는 모습은 장사꾼 그 자체다. 진심이라며 늘어놓는 일상도 결국 물건을 팔기 위한 수순같다”며 비판했다.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더니 ‘악플러’로 차단당했다. 물건 팔기 전엔 예쁜 동생이라더니 졸지에 악플러가 됐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반감은 최근 파인애플 식초 사태로 불이 붙었다. 한 업체에서 판매한 파인애플 식초를 먹고 하혈 등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항의를 하자 업체가 이들을 악플러로 몰아간 것.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문성 없이 의학 지식을 남발하거나 제품의 효용을 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셀러들이 소통을 한다며 선을 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프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광고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주로부터 협찬받은 제품을 직접 사서 사용한 것처럼 후기를 올리는 마케팅 수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화장품, 대체의약품, 다이어트제품, 소형 가전제품 등에 대한 리뷰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방침에 따라 광고성 게시물을 올릴 땐 해시태그 #ad #sponsored를 붙여 광고임을 알려야 한다. 공정위도 2016년 광고 명시 방침을 내렸으나 소속사에 속한 인플루언서들만 이를 따르는 실정이다. ● 1%의 성공신화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다. SNS 셀럽들은 자신들의 일이 화려하거나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뷰티 인플루언서인 ‘쏭냥’ 송지혜 씨는 인플루언서 되는 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 “부업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는 “팔로워 1만 이상을 목표로 한다면 확실한 정체성과 각오를 갖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인플루언서는 넘쳐나고 컨텐츠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늘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해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 매일같이 유행어를 공부하며 미래를 고민하죠. 이 일은 쉬우면서도 위험해요. 방송을 보는 분들께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말과 행동이 늘 조심스러워요. 자유로운 건 시간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셀럽분들은 실제로 만나면 흥이 많고 당당하다. 실제 그 생활을 즐겨야 성공할 수 있다. 셀럽처럼 보이고 싶은 이들은 다른 이의 시선이 불편해 오래 못 간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마켓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과거 수익과 관계없이 붙던 광고료는 구독자와 동영상 시청 시간 등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유튜브는 시청시간 4000시간이 넘어야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한 게임 인플루언서는 “게임은 비교적 일찍 인플루언서 시장이 형성돼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조건 없이 게임계 셀럽 ‘모시기 전쟁’을 했는데 지금은 조건이 까다롭다. 다른 분야도 시장이 포화되면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른 의견도 있다. 송지혜 씨는 “조회수 340만을 기록한 국내 유튜브 동영상도 있다. 이건 해외에서도 많이 본다는 건데, 실제 해외 시장을 준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적지 않다. 업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루언서를 준비하는 이들은 공모전과 학원을 찾거나 관련 서적을 독학하면서 SNS 스타를 꿈꾼다. 대부분 얼굴이 알려진 셀럽형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만,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도 있다. 개인 신상을 드러내지 않고 페이지를 내세워 활동하는 이들이다. 부업으로 게임 전문 페이지를 운영하다가 전업해 관련 회사까지 세운 손유종 위드공감 대표(30)는 “마케터형 인플루언서의 경쟁력은 개인의 매력이 아닌 전문성이다. 대중이 관심 가질 만한 정보를 제공하되 운영자 신분은 철저히 숨긴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 수익 1억 원을 기록한 10대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는 “청소년 주부 직장인 등 얼굴을 알리고 활동하기 힘든 이들이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로 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전셋집을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인플루언서를 상류사회로 가는 고속티켓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플루언서의 성공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데 불학실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뛰어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보다 신중해질 것을 당부했다. 한 20대 취업준비생은 “메이크업을 좋아해 뷰티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행여 이름을 알리지 못하더라도 준비한 시간은 줄길 수 있을 테니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열정적인 연주 매너와 록 스타 같은 옷차림, 길게 풀어 헤친 파마머리…. ‘21세기의 파가니니’라 불리는 세르비아 태생 바이올리니스트 네만야 라두로비치(33)가 10월 9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e메일로 만난 그는 “2년 전 한국의 클럽 무대에 잠깐 오른 이후 다시 올 날을 손꼽아 기대했다. 열정적인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했다. 라두로비치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일곱 살 때 처음 찾은 음악학교에서 그를 눈여겨본 은사의 추천으로 바이올린을 들었다. 14세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뒤 2006년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름을 알렸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음악상인 ‘음악의 승리상’도 받았다. 그는 실력 외에도 틀을 벗어난 연주 매너와 외모로 유명하다. 모든 무대에 가죽 재킷과 부츠 등 개성 있는 그만의 스타일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로 명성을 얻으려 한다는 뾰족한 시선이 날아들기도 한다. “정장을 입고 무대에 섰을 땐 내가 펭귄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어요. 무대에서는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니면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헤어스타일을 표현하고 옷을 입습니다.” ‘나다움’은 무대 밖에서도 1순위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는 종종 재미있는 연주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그 가운데 팝그룹 ‘아바’의 ‘Gimme! Gimme! Gimme!’를 동료들과 어깨춤 추며 연주하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록, 전통음악, 팝, 재즈, 블루스도 즐겨 듣는다. “클래식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가까이 합니다. 요즘은 아름답고 강렬한 인디언 음악에 빠져 있죠. 음악은 장르에 관계없이 다채로운 감정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라고 생각합니다.” 라두로비치는 솔리스트뿐 아니라 앙상블 활동도 활발히 한다. 현악 오중주인 ‘데블스 스릴’과 현악 오케스트라인 ‘더블 센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만족스러운 앙상블이 나올 때 더 완벽한 솔리스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1800년대 중후반에 활동한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단조’, 라벨의 ‘치간’, 쇼송의 ‘시’ 등이다. 그는 “소품곡들은 개성이 뚜렷해 비교하며 감상하기에 좋을 것이다. 소나타는 프로그램 전체의 중심을 잡는 기둥 역할을 하는데, 프랑크에서 드뷔시로 이어지는 두 개의 소나타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살피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4만∼10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몰라서 다행이다. 상처는 우리 부모들이 안고 가마.”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은 해당 지역에 한방병원을 유치하는 등의 조건을 내세워 일단락됐다. 부모들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조건부 설립’ 합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무릎 꿇기 눈물의 호소’ 이후 1년은 장애 아이들의 특수교육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은 관심과 이해다. 이들의 애환은 특수학교 한 곳이 설립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무릎 꿇은 엄마 등 장애 아이를 둔 엄마와 아빠 10여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 “‘평생 껌딱지’ 돌보려면 부모가 무너지지 말아야 해” 아이는 첫돌 전부터 원 돌리기에 집착했다. 공, 접시, 자동차 바퀴…. 아이는 동그란 물건을 솜씨 좋게 돌린 뒤 넋 놓고 바라보곤 했다. 그저 아이의 특성이라 여기고 또래에 비해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두 돌쯤이었나. 한 TV 저녁 뉴스에서 자폐아의 특성에 대한 보도를 봤다. ‘보통 유아들은 자동차를 일렬로 세운 뒤 바퀴를 굴려 달리게 한다. 자폐아는 자동차를 뒤집은 뒤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가슴이 철렁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자폐 2급 진단을 받았다. 며칠간 날벼락을 맞은 쇼크 상태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두 달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장애 판정을 받은 엄마들은 대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다 현실을 받아들인 뒤에는 치료법을 찾는 데 목을 맨다. 비교적 빨리 마음을 수습한 줄 알았는데 6세 때 재검에서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고 2차 쇼크가 왔다. 사실 지적장애와 자폐증 등을 아우르는 발달장애 아동은 유아기에는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치료를 통해 개선될 거라는 희망을 붙들고 좋다는 건 다 시도한다. 언어, 놀이, 특수체육, 인지, 그룹인지, 그룹음악…. 아이가 8세인 지금 한 달 치료교육비는 250만 원이다. 통합어린이집을 다녀온 뒤 월 30만∼70만 원짜리 수업 7개를 듣는다. 지출이 큰 편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훨씬 줄었다. 매월 400만∼500만 원 정도 쓴 적도 있다. 여유가 있어서 교육에 ‘올인’하는 건 아니다. 지능과 사회성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않을까. 어느 날 마치 거짓말처럼 다른 평범한 아이들이 쓰는 언어로 말을 걸어주진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거다.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인터넷에서 ‘자폐’를 검색했다. 수천만 원짜리 산소탱크를 이용한 고압산소치료, 머리카락을 채취해 부족한 체내 성분을 검사한 뒤 필요한 성분을 집중 공급하는 생의학치료, 한 번에 수십만 원씩 하는 청각·지각 훈련…. 반신반의하면서도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홀린 듯 지갑을 열기도 한다. 이런저런 치료를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선배 엄마’들을 만났다. “이건 마라톤이다. 처음부터 진을 빼면 나중엔 엄마도 아이도 지쳐. 이제 두 살배기인 아이를 평생 돌보려면 부모가 무너지지 않고 몸과 마음이 버티는 것이 중요해.” 선배들의 조언은 비슷했다. 치료에 집착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치면 후회할 거라고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검증된 놀이치료 위주로 알아봤다. 유아교육처럼 눈높이 교육을 하면 발달장애인이 보이는 공격적 행동인 ‘도전적 행동’이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복지기관과 큰 병원, 알려진 센터의 프로그램은 대기 기간이 기본 1, 2년이었다. 통합어린이집도 집 근처엔 자리가 없어 1시간 반 거리를 3년간 통학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건 선배 엄마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대목이 또 있다. 비장애인 형제자매에게도 관심을 나눠주란 것이다. 22세 발달장애 1급 딸(둘째)을 둔 A 씨는 큰딸이 중학생 때 하도 반항해 ‘같이 죽자’고 했더니 ‘난 안 죽어. 엄마만 죽어. 그리고 엄마가 죽어도 동생은 안 돌볼 거야’라고 했단다. B 씨는 막내아들이 3세 때부터 여덟 살이나 많은 발달장애 1급 큰누나에게 모든 걸 양보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C 씨는 세 남매를 같은 초등학교에 보냈는데 장애인 형제자매를 뒀다고 친구들이 놀려대며 따돌린 이야기를 들려줬다. D 씨는 “19세 다운증후군인 큰딸보다 17세 둘째가 더 속을 썩인다. 비장애인 자녀가 키우기 더 힘들다”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첫째는 장애아라서, 셋째는 늦둥이라서 관심을 쏟았지. 둘째는 뭐든 혼자하고 얌전하고 눈에 안 띄고. 늘 관심 밖이었어. 한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둘째에게 엄마 노릇을 했나’ 싶더라고. 그걸 깨달았을 때 둘째는 이미 내게 마음을 닫은 상태였어.” 뒤늦은 후회에 D 씨는 둘째와 함께 가족상담을 시작했다. “‘됐어’ ‘필요 없어’ ‘괜찮아’ 세 마디만 하던 아이가 요즘은 ‘싫어’ ‘뭐 해줘’ 하는데 너무 고마워.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가정불화도 적지 않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아빠는 엄마에 비해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편이 참여하는 ‘장애 아동 아빠 자조모임’에서 아빠들의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한 결과 1위 경제적 문제, 2위 아내의 무관심, 3위 불안한 아이의 미래, 4위 비장애 자녀가 방치되는 상황 순이었다. 13세 발달장애 2급 딸을 둔 E 씨는 남편이 처음에 ‘자신 없다’며 힘들어해 부부관계가 악화된 케이스다. 둘째를 낳은 뒤에야 남편은 첫째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첫째가 그걸 아는지 아직도 아빠에게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중학생 발달장애 1급 아들을 둔 40대 F 씨는 시댁 문제로 불화를 겪었다. 그는 “매일같이 임신 기간에 뭘 잘못했나 자책하는 내게 시어머니가 ‘너 때문에 아이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서운한 마음에 남편과 다투는 일도 잦아진다.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가장 힘 빠지는 순간은 모든 노력이 헛된 것처럼 느껴질 때다. 아이가 냉동실 물건을 다 꺼내 바닥이 김칫국물로 흥건할 때, 뾰족한 물건을 집어던져 다른 자녀의 눈가가 찢어졌을 때, 죽을힘을 다해 한 보 나아간 줄 알았는데 원점으로 돌아갔을 때. 이럴 땐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장애아를 둔 일가족 자살 소식을 접할 때면 이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아프다.○ “주저앉기보다 열심히 뛸게” 보통 발달장애 아이는 8세가 돼도 입학을 1, 2년 미룬다. 지능지수가 많이 낮지 않아도 늦게 입학시키기도 한다. 그사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2018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유치원·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은 7만1253명으로 처음 7만 명을 넘겼다. 2014년 6만6363명, 2015년 6만7374명, 2016년 6만7731명, 지난해 6만952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유아기엔 치료와 교육에 정신이 없다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현실의 불합리에 눈뜨기 시작한다. 규정상으로만 보면 발달장애 학생은 일반학교나 특수학교 가운데 원하는 곳을 택해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선택할 권리’는 없다.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하고 통합교육을 하는 일반학교는 경쟁이 치열하다. 부모들은 교사의 역량에 민감하다. 아이들의 표현력이 부족해 알게 모르게 학교생활에서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기 때문이다.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편견 학대를 느끼지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대응하지 못할 뿐이다. 이 때문에 학교 가 있는 동안 교사가 부모의 눈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훌륭한 교사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 해당 일반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거나 전입신고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1년 전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부모들이 무릎을 꿇어 짓게 된 서진학교는 이제 막 삽을 떴을 뿐인데 벌써 전입신고가 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비장애 아동 부모와 우리의 처지가 비슷한 것 같아.” 발달장애 부모 모임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비장애 아동이 ‘엄마 껌딱지’인 시기는 유아기 무렵이 전부다. 우리 아이들은 평생을 엄마 껌딱지로 산다. 표현이 서투른 발달장애 유아들은 물리적 정서적 학대에 쉽게 노출된다. G 씨는 일반 중학교에 다니던 다운증후군 딸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을 쳤다. 딸은 언젠가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자주 아팠고, 급기야 어느 날 기절까지 했다. 의사는 “아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했지만 아이는 말이 없었다. “알고 보니 학대를 당했더라고. 일반 반에서는 도우미 친구가, 도움반(발달장애 아동 학급)에서는 체구가 큰 다른 발달장애 친구가 꼬집고 때렸대. 다른 친구가 일러주지 않았으면 모를 뻔했지. 더 원통한 건 선생님도 알면서 이를 묵인했다는 거야.” G 씨는 당장 전학이 가능한 특수학교를 수소문했지만 거주지인 강서구 특수학교엔 자리가 없었다. 통학 가능한 거리의 일반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H 씨는 18세 아들의 친구들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종종 묻는다. 누군가 아이를 괴롭힌다고 귀띔하면 교사와 상담하는데, 그럴 때 돌아오는 반응은 80%가 ‘아이들은 거짓말을 잘한다’는 거다. 그는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들보다 학교 관계자들에게 상처받을 때가 더 많다. 통합반이 생긴 2007년 이후 학교생활을 한 젊은 교사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은 익숙하다. 키 180cm로 겉으로는 성인이 다 된 아이가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치마를 들쳐 경찰서에 가거나 공공장소에서 괴성을 질러 ‘자식교육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장애가 유전되는 것 아니냐’며 비장애인 형제자매의 혼사가 깨지는 일도 있다. 지적장애 딸을 둔 부모는 아이가 ‘나쁜 일’을 겪을까 노심초사한다. 마음고생이 심할 때는 아이들이 사회적 편견과 배제를 이해하지 못해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G 씨는 무릎 꿇은 날 몰래 눈물을 훔치던 자신의 어깨를 해맑게 토닥이던 딸에게 이렇게 읊조렸다고 한다. ‘몰라서 다행이다. 상처는 우리 부모의 몫이다.’ 하지만 주저앉을 시간이 없다. 교육 공간을 확보하고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지원 제도를 늘리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분단 현실이 지속될수록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자 정명훈(65)은 남북 간 화합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3일 열린 ‘도이체그라모폰(DG) 설립 120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최근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북한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는 통일이 경제적으로 무익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인으로서 남북이 하나 되는 일(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고 밝혔다. DG는 세계적인 독일 클래식 음반사이다.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남북 합동 공연을 실행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는 “남북이 함께 공연하려면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북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명훈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일 열린 두 번째 원코리아 오케스트라 평화 콘서트에서 북측 성악가를 초청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국내외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 20여 명이 모인 교향악단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첫 번째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했다. 당시 실황 음반이 최근 발매되기도 했다. 정명훈과 조성진은 12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DG 12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이날 조성진이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20번을, 하루 뒤인 7일엔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등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약 11년 전 당시 13세이던 조성진 군의 연주를 처음 들었는데 그처럼 재주가 뛰어난 연주자를 본 적이 없다”며 “자녀가 잘 성장하면 부모의 마음이 흐뭇한 것처럼 음악가의 가장 큰 기쁨은 후배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는 2011년 1월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한 서울시향과 협연했던 곡”이라며 “7년 만에 선생님과 함께 이 곡을 다시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2015년까지 이끌었던 서울시향과의 재회에 대해 정명훈은 “음악감독으로 일하던 때보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라며 “과거엔 약간의 부담을 안고 자녀를 대하던 부모의 마음이었다면 이번엔 귀엽기만 한 손주를 대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대한민국에 취미생활 시대가 열렸다. ‘소확행’ ‘워라밸’ 트렌드가 취미 시장에 지핀 군불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학원 문화센터 등 오프라인 시장에 ‘프립(Frip)’ ‘2교시’ ‘소모임’ 등 온라인 플랫폼이 가세해 취미 산업은 날로 커지는 추세다. 놀아본 적이 없어 남는 시간을 멀뚱하게 흘려보내는 사람들이 참가할 만한 활동이 적지 않다. ○ 부담 없이 체험하는 ‘1일 수업’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모임 문화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요즘 취향 공동체는 예전 모임과 다르다. 취미 종류가 더 세분화·전문화되고 1일 모임, 학기 모임, 정규 모임 등 형식도 다양해졌다. 최근 취미 시장에서 약진하는 형태는 단연 ‘원데이클래스’, 즉 1일 수업이다. 1일 수업을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립은 20대, 30대 ‘취미 인구’에 힘입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학원, 각종 공방들도 1일 수업을 도입하고 있다. 직장인 김아현 씨(28)는 2년 전부터 쿠킹클래스, 메이크업 강의, 온라인 마케팅, 핫요가, 수제맥주 만들기 등 30여 종류의 1일 수업을 경험했다. 그가 꼽는 1일 수업의 매력은 다양한 취미를 가볍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 김 씨는 “정규강좌를 덜컥 신청했다가 작심삼일에 무너지곤 한다. 하루만 수업을 듣는 원데이클래스는 나와 취미활동 간 궁합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1일 수업 마니아인 양수경 씨(30)는 지난달부터 모임 강사 격인 ‘호스트’까지 겸하고 있다. 한강에서 캠핑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 수업을 5번 진행했다. 간단한 먹거리와 질문지를 준비해 회원들 간 소통을 돕는다. 주야 교대근무를 서는 그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활동을 같이할 지인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캠핑 호스트로 나서게 됐다”고 했다. ‘정모(정기 모임의 준말)’와 달리 1일 수업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이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해 ‘스펙’보다 취향과 경험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양 씨는 “인간관계, 진로 등 또래의 관심사를 나누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 만남에 지속성이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고민을 털어놓기에도 좋다”고 했다. 모두가 1일 수업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3년 차 학원 강사인 이모 씨는 “6차례 정도 수업에 참여했는데 편차가 컸다. ‘스마트폰 사진 강의’는 굉장히 유용했던 반면 한 강의는 모임의 취지가 불분명해 시간과 돈만 낭비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박아름 프립 마케팅 팀장에 따르면 야간 하이킹, 요가, 외국어 강의 등이 특히 인기가 많다. 참가자 모두 반말로 진행하는 ‘수평어 모임’도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감정소모 ‘NO’… 취미에 집중하기 좋은 ‘학기모임’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학기제 모임도 인기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남경수 씨(36)는 지난달부터 직장인 취미 공유 플랫폼인 ‘2교시’에서 디제잉 수업을 듣는다. 1일 수업인 디제잉 스팟모임이 마음에 들어 같은 강사가 진행하는 학기모임을 신청했다. 매주 10여 명이 음악기기를 갖춘 강남의 사무실에 모여 전문 강사에게 디제잉을 배운다. 남 씨는 “동호회나 학원에 가면 기존 멤버들 사이에 끼지 못해 서먹할 때가 있다. 학기모임은 모두가 어색하게 시작해 공통 관심사를 나누며 빠르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6년 전 직장인 사교모임에서 출발한 2교시는 직장인 기반 취미모임을 표방한다. 전문 강사와 ‘모임장’이 모임을 이끌며, 회사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직장인만 활동이 가능하다. ‘복싱 다이어트’, ‘와인 교실’, ‘한 잔 마시면서 그리는 마셔그려’, ‘독립영화 함께 보는 크랭크 인’ 등 다양한 취미와 자기계발 모임이 개설돼 있다. 2교시의 차별점은 체계적인 관리. 이훈석 2교시 공동대표(33)는 “강사와 모임장 모두 면담을 거쳐 선발한다. 또 회원들 간 원활한 소통과 활동을 위해 대학생은 안 되고 직장인만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직장인이 모이다 보니 인맥도 쉽게 형성된다. 수도권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김지민 씨는 “직장 업무가 다소 정적이라 인맥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2교시 모임을 통해 회계사, 의사, 광고인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이렇게 형성된 인맥은 본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최모 씨는 과거 본업과 관계없는 취미는 무용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요가 모임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이직에 성공한 뒤 생각을 바꿨다. 그는 “취미에 몰두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이디어도 더 풍부해진다. 무엇보다 의외의 순간에 ‘취미친구’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읽고 대화하는 ‘독서모임’ 독서는 취미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독서모임을 위한 플랫폼 ‘트레바리’ 회원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골목마다 들어서는 독립서점 열풍도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대형 서점과 출판계도 오프라인 모임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트레바리는 강제성을 지닌 유료 독서모임이다. 3개월 단위로 운영되며 독후감을 제출한 뒤 정기적으로 모여서 독서토론을 한다. 2015년 9월 4개로 출발해 현재는 모임 180여 개, 회원 30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창업 분야의 독서모임에 참가한 3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전문가가 이끄는 모임과 회원끼리 운영하는 모임 등 2가지 버전으로 운영된다. 서로의 신상보다 관심사와 경험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돼 유익했다”고 했다. 독립서점이 진행하는 모임도 활발하다. 저자 강연은 물론 강독 모임, 필사(筆寫) 모임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운영하는 강남구의 ‘최인아 책방’, 종로구와 마포구의 ‘북바이북’, 아나운서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연 마포구의 ‘당인리 책발전소’ 등에서는 독서모임, 전시, 북토크 등 문화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마포구의 ‘퇴근길 책 한권’과 ‘책바’에서는 술을 곁들여 책을 즐길 수 있다. 서대문구의 ‘순화동천’, 종로구의 ‘카페에무’는 직장인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종종 열린다. ○ 유튜브와 함께하는 ‘독학취미생활’ 육아 등의 이유로 혹은 그냥 집이 좋아서 외출을 꺼리는 이들은 책과 유튜브를 활용하면 된다. ‘다취미 증후군’을 앓고 있는 40대 직장인 홍기석 씨는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커피, 사진, 목공, 철공 등을 섭렵했다. 비결은 책과 유튜브. 최근 목공에 빠져 있다는 그는 “책으로 기초지식을 익힌 뒤 DIY가 발달한 미국 유튜브를 보면서 공구 사용법, 안전지식 등을 배웠다. 공방에 다니는 것보다 저렴한 데다 시간도 절약돼 ‘독학취미’를 선호한다”고 했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는 제2의 직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장모 씨는 1년 전부터 스시 장인에게 생선회 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식조리학원에는 겸업으로 배우는 이들이 드물어 친구와 함께 주말마다 개인교습을 받는다. 그는 “스시를 워낙 좋아하는데 가격이 사악해 직접 회 뜨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한데 하다 보니 향후 제2의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대한민국에 취미생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소확행’ ‘워라밸’ 트렌드가 취미 시장에 지핀 군불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학원 문화센터 등 오프라인 시장에 ‘프립(Frip)’ ‘2교시’ ‘소모임’ 등 온라인 플랫폼이 가세해 취미 산업은 날로 커지고 있다. 놀아본 적이 없어 남는 시간을 멀뚱하게 흘려보내는 사람들이 참가할 만한 것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 부담 없이 체험하는 ‘1일 수업’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모임 문화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요즘 취향 공동체는 예전 모임과 다르다. 취미 종류가 더 세분화·전문화되고 1일 모임, 학기 모임, 정규 모임 등 형식도 다양해졌다. 최근 취미 시장에서 약진하는 형태는 단연 ‘원데이 클래스’, 즉 1일 수업이다. 1일 수업을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립은 20대, 30대 ‘취미 인구’에 힘입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학원, 각종 공방들도 1일 수업을 도입하고 있다. 직장인 김아현(28) 씨는 2년 전부터 쿠킹클래스, 메이크업 강의, 온라인 마케팅, 핫요가, 수제맥주 만들기 등 30여 종류의 1일 수업을 경험했다. 그가 꼽는 1일 수업의 매력은 다양한 취미를 가볍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 김 씨는 “정규강좌를 덜컥 신청했다가 작심삼일에 무너지곤 한다. 하루만 수업을 듣는 원데이클래스는 나와 취미활동 간 궁합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1일 수업 마니아인 양수경(30) 씨는 지난달부터 모임 강사 격인 ‘호스트’까지 겸하고 있다. 한강에서 캠핑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 수업을 5번 진행했다. 간단한 먹거리와 질문지를 준비해 회원들 간 소통을 돕는다. 주야 교대근무를 서는 그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활동을 같이할 지인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캠핑 호스트로 나서게 됐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정모(정기 모임의 준말)’와 달리 1일 수업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이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해 ‘스펙’보다 취향과 경험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양 씨는 “인간관계, 진로 등 또래의 관심사를 나누다보면 금세 친해진다. 만남에 지속성이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고민을 털어놓기에도 좋다”고 했다. 모두가 1일 수업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3년차 학원 강사인 이모 씨는 “6차례 정도 수업에 참여했는데 편차가 컸다. ‘스마트폰 사진 강의’는 굉장히 유용했던 반면 한 강의는 모임의 취지가 불분명해 시간과 돈만 낭비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박아름 프립 마케팅 팀장에 따르면 야간 하이킹, 요가, 외국어 강의 등이 특히 인기가 많다. 참가자 모두 반말로 진행하는 ‘수평어 모임’도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감정소모 ‘NO’…취미에 집중하기 좋은 ‘학기모임’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학기제 모임도 인기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남경수 씨(36)는 지난달부터 직장인 취미 공유 플랫폼인 ‘2교시’에서 디제잉 수업을 듣는다. 1일 수업인 디제잉 스팟모임이 마음에 들어 같은 강사가 진행하는 학기모임을 신청했다. 매주 10여 명이 음악기기를 갖춘 강남의 사무실에 모여 전문 강사에게 디제잉을 배운다. 남 씨는 “동호회나 학원에 가면 기존 멤버들 사이에 끼지 못해 서먹할 때가 있다. 학기모임은 모두가 어색하게 시작해 공통 관심사를 나누며 빠르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6년 전 직장인 사교모임에서 출발한 2교시는 직장인 기반 취미모임을 표방한다. 전문 강사와 ‘모임장’이 모임을 이끌며, 회사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직장인만 활동이 가능하다. ‘복싱 다이어트’, ‘와인 교실’, ‘한 잔 마시면서 그리는 마셔그려’, ‘독립영화 함께보는 크랭크 인’ 등 다양한 취미와 자기계발 모임이 개설돼 있다. 2교시의 차별점은 체계적인 관리. 이훈석(33) 2교시 공동대표는 “강사와 모임장 모두 면담을 거쳐 선발한다. 또 회원들 간 원활한 소통과 활동을 위해 대학생은 안되고 직장인만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직장인이 모이다보니 인맥도 쉽게 형성된다. 수도권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김지민 씨는 “직장 업무가 다소 정적이라 인맥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2교시 모임을 통해 회계사, 의사, 광고인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이렇게 형성된 인맥은 본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최모 씨는 과거 본업과 관계없는 취미는 무용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요가 모임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이직에 성공한 뒤 생각을 바꿨다. 그는 “취미에 몰두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이디어도 더 풍부해진다. 무엇보다 의외의 순간에 ‘취미친구’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읽고 대화하는 ‘독서모임’ 독서는 취미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독서모임을 위한 플랫폼 ‘트레바리’ 회원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골목마다 들어서는 독립서점 열풍도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 대형 서점과 출판계도 오프라인 모임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트레바리는 강제성을 지닌 유료 독서모임이다. 3개월 단위로 운영되며 독후감을 제출한 뒤 정기적으로 모여서 독서토론을 한다. 2015년 9월 4개로 출발해 현재는 모임 180여 개, 회원 30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창업 분야의 독서모임에 참가한 3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전문가가 이끄는 모임과 회원끼리 운영하는 모임 등 2가지 버전으로 운영된다. 서로의 신상보다 관심사와 경험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돼 유익했다”고 했다. 독립서점이 진행하는 모임도 활발하다. 저자 강연은 물론 강독 모임, 필사(筆寫) 모임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운영하는 강남구의 ‘최인아 책방’, 종로구와 마포구의 ‘북바이북’, 아나운서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연 마포구의 ‘당인리 책발전소’ 등에서는 독서모임, 전시, 북토크 등 문화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마포구의 ‘퇴근길 책 한권’과 ‘책바’에서는 술을 곁들여 책을 즐길 수 있다. 서대문구의 ‘순화동천’, 종로구의 ‘카페에무’는 직장인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종종 열린다. # 유튜브와 함께하는 ‘독학취미생활’ 육아 등의 이유로 혹은 그냥 집이 좋아서 외출을 꺼리는 이들은 책과 유튜브를 활용하면 된다. ‘다취미 증후군’을 앍고 있는 40대 직장인 홍기석 씨는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커피, 사진, 목공, 철공 등을 섭렵했다. 비결은 책과 유튜브. 최근 목공에 빠져 있다는 그는 “책으로 기초지식을 익힌 뒤 DIY가 발달한 미국 유튜브를 보면서 공구 사용법, 안전지식 등을 배웠다. 공방에 다니는 것보다 저렴한 데다 시간도 절약돼 ‘독학취미’를 선호한다”고 했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는 제2의 직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장모 씨는 1년 전부터 스시 장인에게 생선회 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식조리학원에는 겸업으로 배우는 이들이 드물어 친구와 함께 주말마다 개인교습을 받는다. 그는 “스시를 워낙 좋아하는데 가격이 사악해 직접 회 뜨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한데 하다보니 향후 제2의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영화상류사회(사진)감독 변혁. 출연 박해일, 수애. 청소년 관람불가. 29일 개봉.욕망의 민낯 그린 블랙 코미디. ★★☆ (★ 5개 만점)서치감독 아니시 차간티. 출연 존 조, 데브라 메싱. 12세 관람가. 29일 개봉.컴퓨터 모니터만으로 설명되는 개인의 일상. ★★★★ ■ 공연뮤지컬 지하철 1호선(사진) 그때 그 시절 서울 풍경을 담은 객차가 다시 달린다. 9월 8일∼12월 30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소극장. 6만 원. ♥♥♥(두근지수 ♥ 5개 만점)연극 ‘아라비안나이트’무더운 여름날, 마법에 걸린 아파트에서 일어난 기묘한 이야기.9월 4∼16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3만 원. ♥♥♥ ■ 클래식오페라 ‘코지 판 투테’(사진)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모차르트의 3대 희극 오페라.9월 6∼9일 평일 오후 7시 반, 주말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가을을 앞둔 날씨에 어울리는 연애 사기 소동. ♥♥♥서울시향 2018 리오넬 브랭기에의 프로코피예프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9월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7만 원. 1920년대 파리의 정취를 담은 클래식 공연. ♥♥♥ ■ 콘서트엘리 골딩(사진)유튜브 조회수 17억 회를 기록한 ‘Love Me Like You Do’를 부른 영국 싱어송라이터. 9월 6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8만8000∼9만9000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어바웃 타임’…. 영화에 어울리는 극적인 노래들. ♥♥♥♥에이치얼랏모던 록, 펑크 록, 헤비메탈을 교배해내는 뜨거운 그룹. 9월 1일 오후 7시 서울 플랫폼창동61 레드박스. 2만 원. 멜로디와 에너지의 황금비율. ♥♥♥♥}

“엉뚱하면서도 듣는 이를 즐겁게 하는 곡입니다. UFO(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와 이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을 다루고 있죠.” 스코틀랜드 태생 타악기 거장 콜린 커리(42)가 9년 만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30일 ‘서울시향 2018 영웅의 생애’ 무대에서 마이클 도허티의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UFO’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연주한다. 최근 e메일로 만난 그는 아시아에서 초연하는 ‘UFO’에 대해 “14가지의 타악기를 두들기면서 UFO의 이미지를 소리로 그려낸다. 아이러니와 유머, 독특한 에너지를 담은 멋진 작품이다”라고 했다. 6세 때 처음 드럼을 접한 커리는 미국의 재즈 드러머 버디 리치(1917∼1987)와 드러머 진 크루파(1909∼1973)의 연주를 보며 타악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2000년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영 아티스트 어워드를 시작으로 각종 연주자상을 휩쓸며 독보적인 타악기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커리는 “타악기는 누구나 한 번쯤 연주해 보고 싶다고 느끼게끔 한다. 또 비주얼적인 면이 강하고 리드미컬해서 청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타악기의 매력을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는 주류는 아니다. 뒤편에서 이따금 한 방을 날리는 ‘신 스틸러’에 가깝다. 20세기 들어 현대음악의 성장과 함께 타악기는 존재감을 더했고, 스트라빈스키와 슈토크하우젠 등 작곡가에 힘입어 영역을 넓혔다. 타악기 연주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뭘까. “타악기 연주자는 시간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 필수적입니다. 또 소리와 방향성 색감에 대해 정확히 인지해야 하죠. 그래야 다른 악기와 어우러져 협주곡 실내악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작품을 타악기 중심으로 편곡했다. 타악기 입문용 곡으로 커리는 스티브 라이시의 ‘드러밍’과 스코틀랜드 출신 작곡가인 제임스 맥밀런의 ‘타악기 협주곡 2번’을 추천했다. 3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1만∼7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