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부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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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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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살인 의뢰’, 우연히 잡은 뺑소니범의 마지막 범행은 여동생…

    몇몇 영화는 볼 땐 재밌으나 돌아서면 잊는다. 어떤 건 그냥저냥 봤는데 묘하게 잔상이 끈덕지다. 영화 ‘살인의뢰’는 뒤편에 속한다. 12일 선뵈는 ‘살인의뢰’는 스릴러 계열이나 속도감이 뛰어나진 않다. 반전도 딱히 없다. 제목 보면 대충 흐름이 잡힌다. 그런데 뭔가를 지녔다. 잠깐 포스터 얘기를 하자. 주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의 얼굴만 가득한. 그 눈빛들을 주목하길. 이 영화는 이들의 눈에 담긴 결여(缺如)를 따라가야 한다. 능글맞은 태수(김상경)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강력계 형사. 우연히 뺑소니를 친 조강천(박성웅)을 붙잡았더니 다름 아닌 살인용의자가 아닌가. 허나 이 ‘운수 좋은 날’은 곧 지옥으로 바뀐다. 그가 저지른 마지막 범행 대상이 다름 아닌 여동생 수경(윤승아).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강천은 끝내 수경의 행방을 불지 않는다. 괴로운 건 태수만이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수경의 남편 승현(김성균)은 슬픔에 몸부림치다 태수와 연락마저 끊는다. 3년 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태수는 우연히 폐쇄회로(CC)TV에서 승현을 마주하는데…. 줄거리에서 보듯 ‘살인의뢰’는 관점이 생경하다. 범죄스릴러는 주로 범인을 쫓는 과정을 담는 게 전형. 허나 이 작품은 범인이 잡힌 뒤부터 시작한다. 마구잡이 살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선택’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살인자는 사형을 선고받긴 했으나 한줌의 뉘우침도 없이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상황. 상처 입은 이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보복인가 용서인가. 사실 영화는 다소 한쪽으로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 범죄에 대한 응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나 할까. 물론 숱한 액션영화(심지어 드라마도)가 폭력을 미화하는 시대에 이 정도쯤이야 여길 수도 있다. 허나 감정적 공감과 현실적 적용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적 복수’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다시 눈빛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도 포스터도 태수와 승현, 강천은 하나같이 공허하다. 자의건 타의건 살인과 연을 맺는 순간 인성 자체를 파괴당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우리 사회가 범죄율을 낮추는 데도 힘써야겠지만, 피해자들을 얼마나 잘 보듬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사족 하나. 박성웅은 2013년 ‘신세계’에서 최고의 악당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최고의 악마를 그려냈다. 아무리 연기라도 주위에서 잘 ‘회복’하도록 챙겨주면 좋겠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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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하긴 뭘… 한국 에로가 더 짜릿해”

    아내에게 물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보러 갈래?” 순간 정색한 표정. “왜 이래? 느끼하게.” 지난달 25일 선보인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출발이 지지부진하다. 1일 기준 24만 명(누적매출액 19억여 원). 하루 평균 5만 명이 안 된다. 해외에서 개봉 열흘 만에 4억 달러(약 4408억 원)를 벌어들인 기세는 찾을 길 없다. 국내에선 왜 이리 잠잠할까. 작품성이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외국에서도 평단 반응은 참혹했다. 미국 언론 허핑턴포스트는 개막 날 독자를 초대했다가 ‘(이런 영화 보게 해서) 미안하다(We‘re sorry)’를 제목으로 뽑은 기사를 실었다. 궁금하면 물어볼 수밖에. ‘그레이의…’는 원작 소설 때부터 ‘주부들의 포르노’로 불린 작품. 주 타깃이 30대 이상 여성이란 소리다. 딸을 둔 37세 직장인 여성 A와 아들 둘인 40세 전업주부 B, 40대 후반 전문직 여성 C(자녀 없음)에게 영화 관람을 요청했다. 반응은…, 거칠었다. 주말에 시간 내준 그들에게 미안했다. A=일단 안 야하다. 포르노는 웬걸. 최근 한국 에로가 더 찐하다. 친구랑 어이없어 서로 쳐다봤다. 극장에서도 실소가 자주 들렸다. 딱 한 번, 이병헌 유행어 ‘로맨틱’이 나왔을 때 크게 웃었다. 무조건 벗으면 단가. 분위기가 끈적끈적해야지. 베드신도 색다른 게 없더라. 1990년대 한국 에로영화 수준이다. B=책 보고 은근 기대했다가 실망이 크다. 소설도 짜임새야 별로지만 한 번씩 훅 들어오는 게 있었다. 엘리베이터 신은 정말…. 크리스천(제이미 도넌)이 “도저히 못 참겠다”며 갑자기 키스하는 장면이 짜릿했는데. 영화는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SM(사디즘+마조히즘)도 수위가 뭐 그러냐. 엉덩이 때리는 거 보고 쇼킹하길 바라나. C=좀 불편했다. 솔직히 한국 정서랑은 안 맞지 않나. 남편(50대)도 “뭐 이런 걸 보냐”며 성질냈다. 차이를 인정해도 가학적 성애는 공감하기 어렵다. 여성을 노예처럼 다루는 방식도 기분 나빴다. 아무리 상대가 잘 생기고 부자여도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가 사랑에 빠진 맥락을 모르겠다. A=할리퀸 로맨스(청소년 연애소설)의 성인 버전이더라. 모든 걸 다 가진 나쁜 남자가 평범한 여주인공에게 빠져 모든 걸 다 해주는 설정. 외국에선 여전히 먹힐지 몰라도 한국에선 힘들 거다. 그동안 그런 한국 드라마에 얼마나 단련됐는데.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은 같은 설정이라도 훨씬 쫄깃하다. TV만 틀면 공짜로 보는데, 왜 돈 내고 극장 찾나. B=어느 정도 예견된 거라 본다. 소설도 외국에선 1억 부 이상 팔렸다지만 국내에선 고만고만했지 않나.(출판사 시공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6권 합쳐 55만 부가 팔렸다. 이 가운데 전자책이 18만 부를 차지한다) 게다가 책은 혼자 보지. 극장은 누가 같이 가야 제맛인데,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말 꺼내기도 힘들다. A=그래도 혹시나 하고 찾는 사람은 있겠지. 주위에 물어보면? 각자의 선택이지만 추천할 맘은 안 든다. 다만 인터넷 찾아보니 2, 3부가 나온다던데 뒤가 궁금하긴 하다. 기다려지는 게 아니라 1편이 너무 싱겁게 끝나서. 근데 원작자랑 감독이랑 다퉜다는데 나올 수 있을까.(실제로 샘 테일러존슨 감독은 원작자 E L 제임스와의 불화를 실토했다) C=딴 건 다 제쳐두더라도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진다. 허여멀게 가지고…. 구릿빛 피부에 더 늘씬해야지. 뭣보다 여자 꼬드기며 노트북 1대가 뭐냐. 우리 남편도 그 정돈 사준다. 물론 헬리콥터나 전용기는 없지만. 자꾸 어느 수위까지 SM을 할 것인지 계약서 쓰자는 거 보니 좀스럽기도 하고.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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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장군, 너무 매력적이죠?”

    배우 신하균은 ‘한겨울 개미’를 닮았다. 베짱이와 달리 열심히 달린 자만이 갖는 여유랄까.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곤조곤하면서도 쾌활했다. 모진 계절을 날 양식을 쌓았기에 평온한, 허나 봄이면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된.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는 1398년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등 권력 암투에 얽힌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작품. 신하균은 바닥에서 출발해 조선 무장의 정점에 섰으나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장군 김민재를 맡았다. ―1998년 영화 데뷔인데 사극이 처음이다. “나도 놀랐다. 의식적으로 피한 건 아니다. 막상 해보니 재밌더라.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조선 초기를 했으니 다른 시대로. ‘순수의 시대’는 다양한 면을 가진 작품이다. 액션과 멜로에, 진한 에로티즘까지.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김민재란 캐릭터 자체는 우직하고 단순하다.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끌렸다. 그런 성격이라 순수한 사랑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땐 안쓰러웠다. 권력 상층부에 올랐지만 자기 인생은 없는 인물이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자 맹목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실에선 보기 드문, 영화니까 가능한 사랑이지.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정사 장면이 많았는데 몸이 엄청 좋더라. “감독님이 김민재는 몸에서부터 캐릭터가 묻어나길 원했다. 밑바닥에서부터 악으로 살아온 풍파의 흔적이랄까. 잔 근육 키우려고 엄청 고생했다. 체지방률을 2.7%까지 낮췄다. 지방이 부족하니 체력이 떨어져 촬영조차 쉽질 않았다. 실제 조선시대 무장은 힘을 써야 하니 씨름선수 같은 체형이 많았겠지. 허나 그런 몸으로 애정 신을 찍긴 그렇잖나, 하하.” ―정치물인 줄 알았더니 ‘야한’ 영화였다. “앞서 말했지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양한 면을 가졌다. 여주인공 강한나가 신인인데 고생 많았다. 장혁 강하늘까지 세 배우와 모두 베드신을 찍었다. 힘들었을 텐데 뚝심이 있더라.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조언할 건 없었다.” ―차기작은 뭔가. “확정은 아닌데 밝은 영화다. 무겁고 답답한 캐릭터를 했으니 행복한 역할을 하고 싶다. ‘지구를 지켜라’(20003년)의 병구 같은 독특한 인물은 언제든 환영인데, 요즘 그런 영화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어떤 작품이건 내 만족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전달해 관객이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배우가 할 일 아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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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의 시대’ 신하균 “씨름선수 같은 몸으로 베드신은…”

    배우 신하균은 ‘한겨울 개미’를 닮았다. 베짱이와 달리 열심히 달린 자만이 갖는 여유랄까.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곤조곤하면서도 쾌활했다. 모진 계절을 날 양식을 쌓았기에 평온한, 허나 봄이면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된.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는 1398년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등 권력 암투에 얽힌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작품. 신하균은 바닥에서 출발해 조선 무장의 정점에 섰으나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장군 김민재를 맡았다. -1998년 영화 데뷔인데 사극이 처음이다. “나도 놀랐다. 의식적으로 피한 건 아니다. 막상 해보니 재밌더라.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조선 초기를 했으니 다른 시대로. ‘순수의 시대’는 다양한 면을 가진 작품이다. 액션과 멜로에, 진한 에로티즘까지.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김민재란 캐릭터 자체는 우직하고 단순하다.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끌렸다. 그런 성격이라 순수한 사랑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땐 안쓰러웠다. 권력 상층부에 올랐지만 자기 인생은 없는 인물이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자 맹목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실은 보기 드문, 영화니까 가능한 사랑이지.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정사 장면이 많았는데 몸이 엄청 좋더라. “감독님이 김민재는 몸에서부터 캐릭터가 묻어나길 원했다. 밑바닥부터 악으로 살아온 풍파의 흔적이랄까. 잔 근육 키우려고 엄청 고생했다. 체지방율을 2.7%까지 낮췄다. 지방이 부족하니 체력이 떨어져 촬영조차 쉽질 않았다. 실제 조선시대 무장은 힘을 써야 하니 씨름선수 같은 체형이 많았겠지. 허나 그런 몸으로 애정 신을 찍긴 그렇잖나, 하하.” -정치물인 줄 알았더니 ‘야한’ 영화였다. “앞서 말했지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양한 면을 가졌다. 여주인공 강한나가 신인인데 고생 많았다. 장혁 강하늘까지 세 배우와 모두 베드신을 찍었다. 힘들었을 텐데 뚝심이 있더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조언할 건 없었다.” -차기작은 뭔가. “확정은 아닌데 밝은 영화다. 무겁고 답답한 캐릭터를 했으니 행복한 역할을 하고 싶다. ‘지구를 지켜라’(20003년)의 병구 같은 독특한 인물은 언제든 환영인데, 요즘 그런 영화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어떤 작품이건 내 만족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전달해 관객이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배우가 할 일 아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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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락하는 버드맨에겐 날개가 있다

    혹 금연이나 금주에 도전하고 있나. 그럼 당분간 ‘버드맨’은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 마지막 들이켰던 잔, 비벼 껐던 꽁초가 비릿하게 입안을 맴돌 테니.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이 국내에서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감독상에 각본상 촬영상까지 주요 부문상을 거머쥐었으니 올해 오스카 승자라 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도 극찬을 쏟아내며 시상식 전부터 작품상 수상작 0순위로 꼽았다. 줄거리만 간추리자면 그다지 복잡하진 않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인기를 끌었던 왕년의 톱스타 리건 톰슨(마이클 키턴)이 주인공. 지금은 퇴물로 낙인찍힌 신세지만 권토중래를 꿈꾸며 연극판에 도전한다. 허나 빚까지 끌어다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다. 함께 출연하는 여배우 레슬리(나오미 와츠)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매니저 역할을 맡은 딸 샘(에마 스톤)은 시종일관 냉소적이다. 게다가 평단의 사랑을 받는 연극배우 마이크 사이너(에드워드 노턴)를 우연찮게 영입했으나 제멋대로 굴며 골치를 썩이고…. 과연 버드맨 톰슨은 브로드웨이에서 꿈처럼 날아오를 수 있을까. ‘21그램’(2004년) ‘비우티풀’(2011년) 등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돋보였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이제 그는 버드맨으로 확실히 장인의 경지에 오른 솜씨를 펼쳐 보인다. 블랙코미디인데도 웃음보단 씁쓸함이 가득한 대사. 롱테이크(한 장면 길게 찍기)와 숨 가쁜 편집이 엉키며 빚어내는 영상. 이 모든 걸 재즈뮤지션 안토니오 산체스의 드럼 하나로 어우르는 음악까지. 낯선 흐름이 어느 순간 심장박동처럼 ‘쿵짝’ 합이 맞아 가는 희한한 경험을 선사한다. 발군의 연기는 이를 매조지하는 용의 눈깔(畵龍點睛)이다.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 스톤이나 와츠도 근사하다. 원래도 브로드웨이 무대 출신인 노턴은 ‘역시나’ 감탄스럽다. 하지만 키턴. 그가 없었다면 버드맨이 이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팀 버턴 감독의 ‘배트맨’을 연기했던 그의 이력 때문에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 인터뷰에서 “전혀 설렘을 느끼지 못한 오랜 시기가 있었다”는 고백처럼, 그는 그간 분출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이 한 편에 폭발시키는 ‘마스터 키튼’(일본만화 제목)으로 우뚝 섰다. 버드맨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6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짙푸른 바닥까지 떨어지는 벤(니컬러스 케이지)의 서글픈 침잠과 위태롭게 쌓아올린 톰슨의 신경질적인 표류는 색깔이 다르다. 허나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다 못해 영혼을 불안에 내맡겨버리는 안타까움이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듯 우는 듯 창밖을 내다보는 샘의 눈빛. 어쩌면 가끔씩 자신의 인생조차 구경꾼처럼 속절없이 바라보게 되는 우리네 무력한 심정이 그럴까. 날아오르건 떨어져 내리건 추락하는 버드맨에겐 날개가 있다. 한데 ‘버드맨’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 국내에서 엉뚱한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극 중 스톤의 대사인 “꽃에서 역겨운 김치 냄새가 난다(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가 한국 비하가 아니냔 지적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스톤은 2014년 출연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선 “요즘 한국 음식에 완전 중독됐어”란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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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감독-각본-촬영상… 버드맨 날았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에서 마리아(줄리 앤드루스)는 일곱 남매를 두루두루 잘 돌본다. 올해의 오스카는 개봉 50주년을 맞은 마리아를 닮고 싶었던 걸까. 한국 연말 TV 대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처럼 골고루 상을 뿌려댔다. 23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가 남이가’ 분위기가 진득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8개 영화가 모두 한 부문 이상씩 상을 거머쥐며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배려(?)했다. 최다 부문(9개) 후보였던 ‘버드맨’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역시 각각 4개 부문을 챙겨 최다 수상작에 다정하게 이름을 올렸다. 음악영화 ‘위플래쉬’가 3개 부문(남우조연 편집 음향)으로 뒤따랐다. 씨알 굵은 월척은 ‘버드맨’이 쓸어갔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촬영상 등 4개 부문을 알차게 챙겼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각본도 직접 써서 세 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멕시코 태생 감독의 수상. 잊혀진 무비스타가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서 재기를 노리는 내용을 담은 버드맨은 국내에선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약 78만 명을 동원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음악·미술·의상·분장 부문이라 중량감이 떨어졌다. ‘버드맨’도 아쉬움은 남았다. 남우주연상에서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마이클 키턴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 실제로 ‘배트맨’ 1, 2편에서 주인공이었던 키턴이 버드맨이란 슈퍼히어로로 인기를 끌었던 퇴물 배우로 나와 ‘인생 연기’를 펼쳤다. 키턴에게 쓴잔을 내민 이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복사한 듯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브래들리 쿠퍼는 2013년 숨진 미국의 전설적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로 분해 3년 연속 주연 후보에 올랐으나 또다시 다음을 기약했다. 반면 줄리앤 무어는 다섯 번째 도전에서 열매를 땄다. 할리우드 ‘연기 갑’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던 무어는 ‘스틸 앨리스’로 마침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교수를 실감나게 연기한 그는 1998년 ‘부기 나이트’를 시작으로 네 번이나 주연·조연상에 노미네이트(지명)됐었다. 무어는 “아카데미상을 받으면 5년은 젊어진다는 기사를 봤다. 남편이 연하라 꼭 받고 싶었다”며 농담 섞인 기쁨을 표현했다. 이날 시상식은 섭섭지 않은 수상 안배 말고는 인상 깊지 못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50주년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뮤지컬 분위기를 강조한 볼거리는 풍부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문신 가득한 레이디 가가가 정통 드레스를 입고 ‘사운드 오브 뮤직’ 테마송을 부른 뒤 앤드루스와 포옹하는 장면 정도가 색달랐다. 지난해 두드러졌던 유색 인종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조명도 올해는 살짝 발만 담그는 모양새였다. 86회 아카데미는 흑인 인권을 다룬 ‘노예 12년’과 에이즈 환자를 소재로 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각각 3개 부문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해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다룬 ‘셀마’는 주제가상, 동성애자 앨런 튜링 교수를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은 각색상 하나씩 획득했을 뿐이다.:: 부문별 수상자 ::▶ 작품상=버드맨▶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버드맨)▶ 남우주연상=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여우주연상=줄리앤 무어(스틸 앨리스)▶ 남우조연상=J K 시먼스(위플래쉬)▶ 여우조연상=퍼트리샤 아켓(보이후드)▶ 각본상=버드맨▶ 각색상=이미테이션 게임▶ 촬영상=버드맨▶ 편집상=위플래쉬▶ 음향상=위플래쉬▶ 음향편집상=아메리칸 스나이퍼▶ 음악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주제가상=글로리(셀마)▶ 시각효과상=인터스텔라▶ 미술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의상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분장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외국어 영화상=이다(폴란드)▶ 장편 애니메이션상=빅 히어로▶ 단편 애니메이션상=피스트▶ 장편 다큐멘터리상=시티즌포▶ 단편 다큐멘터리상=크라이시스 핫라인▶ 단편 영화상=더 폰 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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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호한 욕망, 비열한 일상… 묵직하게 남는 불편함

    《 ‘개가 되어버린 사내들 vs 새가 되고픈 여인네들.’ 설의 끝자락. 북적거리던 연휴가 마무리되면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이럴 땐 시끌시끌한 영화보다 잔잔하되 무게감을 지닌 영화가 딱. 적은 예산이지만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한국 영화 2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26일 개봉하는 ‘조류인간’과 다음 달 5일 선뵈는 ‘개: dog eat dog’는 각각 순제작비 1억 원과 5500만 원을 들인 작품이다. 많게는 수백억 원씩 들이는 대작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허나 넘치는 에너지는 남부럽지 않다. 뭣보다 독립영화다운 짙은 사회적 현실이 배어있어 한 입 깨물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삶은 비리도록 슬픈 꿈의 한 자락 “꿈을 꿨어요. 꿈에서 이룰 수 없는 많은 꿈들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꿈이란 걸.”(‘조류인간’에서 소연의 대사) 소설가 정석(김정석)은 집필도 중단한 채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 까칠하고 사회성도 부족하지만 실은 15년 전 행방이 묘연해진 아내를 찾고 있다. 홀연히 나타난 소연(소이)이란 여인은 부인을 안다며 길동무를 자처하나 왠지 의심스럽다. 어느 날, 자기처럼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이들을 찾는다는 실종자 가족들이 진실을 찾을 단서를 제공하는데…. 영화 ‘조류인간’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뒤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주목받았던 2013년 ‘배우는 배우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소규모 영화지만 김정석 소이 정한비 등 낯익은 얼굴들이 친숙함을 더했다. 눈치 빠른 관객은 금방 알아채겠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사건의 단초가 들어있다. 실종자들은 ‘진짜로’ 새가 되려고 수술을 받았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허나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왜 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 그들은 왜 인간이란 틀을 벗어나고 싶었을까.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안개처럼 뿌옇던 진실은 자막이 올라간 뒤에도 모호하다. 허나 원래 삶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누구나 맘속에 뭔가를 담고 살지만, 그걸 꼭 꼬집어 얘기하긴 힘들다. 어쩌면 새가 되겠다는 욕망을 좇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일지도. 그 진실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우린 새가 날아가 버린 허공을 멍하니 응시할 수밖에. 15세 이상 관람가.시큼한 현실을 찢어발기는 악마의 일상 형신(김선빈) 일당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는 이들. 해외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던 그들은 급기야 국내로 밀입국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괴롭힌다. 같은 조직의 두진(박형준)도 우연히 터키 여행을 하다 새로운 먹잇감 준교(정준교)를 감금하고….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라 증거 확보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맘껏 활개치고 다니는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개: dog eat dog’는 2007년 무렵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당시 범인들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제물로 삼아 4년간 19건의 납치 및 강도 행각을 벌였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사건 자체보다는 그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에게 주목했다.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갔다는 소리다. 카메라에 담긴 그들의 일상은 전율스럽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하루는 너무 덤덤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평범한 직장생활이라도 하듯 타인을 괴롭히고 돈을 뜯는다. 진짜 현실에서 정의란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인 것처럼. 이를 극대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범죄 패거리 지훈(곽민호), 두진의 연기도 좋지만 우두머리 형신은 비열함의 화신이다. 이런 배우가 무명이라는 게 더 놀라울 정도다.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으나 문득문득 소름이 돋아 불편할 수도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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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시장’, ‘아바타’ 넘었다…역대 흥행 ‘명량’ 이어 2위 올라

    영화 ‘국제시장’이 ‘아바타(2007년)’를 넘어 역대 흥행기록 2위에 올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20일 약 30만 명이 관람해 누적 관객수 1381만 1254명을 기록했다. 역대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자 전체 2위였던 ‘아바타’(약 1361만 명)보다 20만 명가량 많은 숫자다. 역대 1위는 ‘명량’(1761만여 명)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국제시장’은 이로써 관객 14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현재까지 누적매출액은 1074억여 원. 아이맥스 상영이 많았던 ‘아바타’(약 1285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명량’은 1357억여 원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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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가 된 사내들 vs 새가 되고픈 여인들, ‘그들은 왜…’

    ‘개가 되어버린 사내들 VS 새가 되고픈 여인네들.’ 설의 끝자락. 북적거리던 연휴가 마무리되면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이럴 땐 시끌시끌한 영화보다 잔잔하되 무게감을 지닌 영화가 딱. 적은 예산이지만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한국영화 2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26일 개봉하는 ‘조류인간’과 다음달 5일 선뵈는 ‘개: dog eat dog’는 각각 순제작비 1억과 5500만 원을 들인 작품이다. 많게는 수백억 씩 들이는 대작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허나 넘치는 에너지는 남부럽지 않다. 뭣보다 독립영화다운 짙은 사회적 현실이 배어있어 한 입 깨물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삶은 비리도록 슬픈 꿈의 한 자락 “꿈을 꿨어요. 꿈에서 이룰 수 없는 많은 꿈들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꿈이란 걸.”(영화 ‘조류인간’에서 소연의 대사) 소설가 정석(김정석)은 집필도 중단한 채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 까칠하고 사회성도 부족하지만 실은 15년 전 행방이 묘연해진 아내의 행방을 찾고 있다. 홀연히 나타난 소연(소이)이란 여인은 부인을 안다며 길동무를 자처하나 왠지 의심스럽다. 어느 날, 자기처럼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이들을 찾는단 실종자 가족들이 진실을 찾을 단서를 제공하는데…. 영화 ‘조류인간’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뒤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주목받았던 2013년 ‘배우는 배우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소규모 영화지만 김정석 소이 정한비 등 낯익은 얼굴들이 친숙함을 더했다. 눈치 빠른 관객은 금방 알아채겠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사건의 단초가 들어있다. 사라진 실종자들은 ‘진짜로’ 새가 되려고 수술을 받았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허나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왜 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 그들은 왜 인간이란 틀을 벗어나고 싶었을까.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안개처럼 뿌옇던 진실은 자막이 올라간 뒤에도 애매모호하다. 허나 원래 삶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누구나 맘속에 뭔가를 담고 살지만, 그걸 꼭 꼬집어 얘기하긴 힘들다. 어쩌면 새가 되겠단 욕망을 쫓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일지도. 그 진실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우린 새가 날아가 버린 허공을 멍하니 응시할 수밖에. 15세 이상 관람가.○시큼한 현실을 찢어발기는 악마의 일상 형신(김선빈) 일당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는 이들. 해외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던 그들은 급기야 국내로 밀입국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괴롭힌다. 같은 조직의 두진(박형준)도 우연히 터키여행을 하다 새로운 먹잇감 준교(정준교)를 감금하고….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라 증거 확보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맘껏 활개치고 다니는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개: dog eat dog’는 2007년 무렵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당시 범인들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제물로 삼아 4년간 19건의 납치 및 강도 행각을 벌였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사건 자체보단 그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에 주목했다. 피해자보단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갔단 소리다. 카메라에 담긴 그들의 일상은 전율스럽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하루는 너무 덤덤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평범한 직장생활이라도 하듯 타인을 괴롭히고 돈을 뜯는다. 진짜 현실에서 정의란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인 것 마냥. 이를 극대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범죄패거리 지훈(곽민호) 두진의 연기도 좋지만 우두머리 형신은 비열함의 화신이다. 이런 배우가 무명이라는 게 더 놀라울 정도다.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으나 문득문득 소름이 돋아 불편할 수도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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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오달수 “관객 1억 배우? 그건 술자리 땅콩안주 같은 것이라오”

    《 “전 연기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게 업(業)인 사람입니다. 숫자는 상관없어요. 한 명이라도 귀 기울여 주면 됩니다. ‘1억 배우’요? 그건 술자리 땅콩 안주 같은 겁니다. 정말 위대한 건 제가 하고팠던 얘기를 기꺼이 들어준 분들이죠.” 배우 오달수는 듣던 대로 술을 좋아했다. 9일 오후, 연이은 인터뷰로 벌써 몇 순배는 돌았을 터. 앉자마자 “일단 한 잔 하시고” 잔을 채운다. “어젯밤 피아니스트인 조카와 인생 상담하느라 새벽 4시까지 달렸다”며 해장술을 마셔야 된다나. 엉겁결에 받고 보니 참 달다. 1000만 영화 ‘국제시장’이 상영 중인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11일 개봉)도 벌써 100만 명 돌파했다. 그가 내민 술잔엔 무슨 얘기가 담겨 있을까. 》―연달아 작품을 선보인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아닌가. “체력이 부칠 때도 있다. 연기란 게 쏟아붓는 일이니까. 아직 마실 수 있어 다행이다, 허허. 역할에 깊이 빠지는 성향이 아니라 다작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추송웅 선생님은 ‘전생에 뭔 죄를 지어 피터(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를 떠나보내게 됐나’라고 하셨다. 그 정도로 몰입한 적이 없었나 보다. 연극은 가끔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 무대에 오른다. 극단(신기루만화경) 대표잖나. “배우에게 연극은 밥이다. 안 먹고 살 순 없다. 영화는 19세기 말 발명된 매체지만, 연극은 인류 초기부터 이어졌다. 본능 같은 거라 할까. 물론 힘들다. 영화는 한 신 찍고 쉬기라도 하지. 연극은 영혼이 빠져나간다. 그래도 막을 올리면 안식을 얻는다. 무대에서 주고받는 호흡, 관객과의 교감은 배우에게 모든 것이다.” ―영화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두 번째다. 안 맞았다면 다시 찍질 않았겠지. 내 연기 인생에서 손에 꼽을 배우다. 최고는 송강호 형 아닐까. 일곱 편을 함께 찍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눈빛만 봐도 안다. 그런데도 ‘변호인’ 때는 많이 놀랐다. 뭔가를 뛰어넘어 버렸다. 그렇게 친한데도 몰입할 땐 근처에 가지도 못하겠더라.” ―본인도 연기의 달인 아닌가. “부탁인데 면전에서 그런 소리 마라. 부끄러워 죽겠다. 어떤 작품이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배우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데, 난 ‘거리 두기’를 선호한다. 일상적인 덤덤함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줄곧 그 틀을 지켜 왔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이젠 칭찬도 가끔 듣는다. 역시 뭐든 오래 하고 볼 일이다. 연극판 후배들에게도 ‘버텨라’란 얘길 자주 한다.” ―버틴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나. “목적을 갖고 버티면 거의 실패하더라. 유명해져야지, 돈 벌어야지 하면 맘대로 안 된다. 연기 자체만 봐야 한다. 서른일곱에 ‘올드보이’ 찍고 겨우 얼굴도장 찍었다. 그때까지 어떻게 살았겠나. 최근 영화 ‘쎄시봉’에 나온 조복래(송창식 역)한테도 그랬다. 조급해 마라. 버티면 기회는 온다. 아버지도 살아계셨으면 이젠 맘 좀 놓으셨을 텐데….” ―영화 ‘국제시장’ 보셨으면 좋았겠다. “크으…, 장난 아니었겠지. (잠깐 허공을 보더니) 당신 세대 얘기니 더 반가워하셨을 텐데. 윤제균 감독부터 배우들 모두 그랬지만, 아버지 생각 많이 났다. 학교 선생님이셨다. 자식 연기하는 극장 꼴 보기 싫어 퇴근 때마다 빙 둘러서 돌아가셨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기죽지 마라며 술값 찔러 주는 건 아버지였다.” ―1억 배우가 될 때까지 수많은 작품이 있었는데…. “그런 숫자는 배우에게 독과 같다. 한 번 재밌게 웃을 뿐, 절대 맘에 둬선 안 된다. 그냥 영화를 많이 찍은 거다. 영화계 식구들이 자주 찾아준 게 고마울 뿐이다. 맘에 남는 건 흥행작이 아니다. 오히려 ‘구타유발자들’처럼 안타까운 작품이 눈에 밟힌다. 연기하면서 행복했고, 원신연 감독도 고생 많았는데….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 아, 공포물은 안 된다. 무서우면 아예 시나리오 자체를 읽질 못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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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배우’ 오달수 “그런 숫자는 배우에게 독과 같아”

    “전 연기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게 업(業)인 사람입니다. 숫자는 상관없어요. 한 명이라도 귀 기울주면 됩니다. ‘1억 배우’요? 그건 술자리 땅콩안주 같은 겁니다. 정말 위대한 건 제가 하고팠던 얘기를 기꺼이 들어준 분들이죠.” 배우 오달수는 듣던 대로 술을 좋아했다. 9일 오후, 연이은 인터뷰로 벌써 몇 순배는 돌았을 터. 앉자마자 “일단 한 잔 하시고” 잔을 채운다. “어젯밤 피아니스트인 조카와 인생 상담하느라 새벽 4시까지 달렸다”며 해장술을 마셔야 된다나. 엉겁결에 받고 보니 참 달다. 1000만 영화 ‘국제시장’이 상영 중인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11일 개봉)도 벌써 100만 명 돌파했다. 그가 내민 술잔엔 무슨 얘기가 담겨있을까. -연달아 작품을 선보인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아닌가. “체력이 부칠 때도 있다. 연기란 게 쏟아 붓는 일이니까. 아직 마실 수 있어 다행이다, 허허. 역할에 깊이 빠지는 성향이 아니라 다작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추송웅 선생님은 ‘전생에 뭔 죄를 지어 피터(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를 떠나보내게 됐나’라고 하셨다. 그 정도로 몰입한 적이 없었나 보다. 연극은 가끔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 무대에 오른다. 극단(신기루만화경) 대표잖나. “배우에게 연극은 밥이다. 안 먹고 살 순 없다. 영화는 19세기말 발명된 매체지만, 연극은 인류 초기부터 이어졌다. 본능 같은 거라 할까. 물론 힘들다. 영화는 한 씬 찍고 쉬기라도 하지. 연극은 영혼이 빠져나간다. 그래도 막을 올리면 안식을 얻는다. 무대에서 주고받는 호흡, 관객과의 교감은 배우에게 모든 것이다.” -영화에서 배우들과 호흡은 어떤가.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2번째다. 안 맞았다면 다시 찍질 않았겠지. 내 연기인생에서 손에 꼽을 배우다. 최고는 송강호 형 아닐까. 7편을 함께 찍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눈빛만 봐도 안다. 그런데도 ‘변호인’ 때는 많이 놀랐다. 뭔가를 뛰어넘어버렸다. 그렇게 친한데도 몰입할 땐 근처에 가지도 못하겠더라.” -본인도 연기의 달인 아닌가. “부탁인데 면전에서 그런 소리 마라. 부끄러워 죽겠다. 어떤 작품이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배우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데, 난 ‘거리두기’를 선호한다. 일상적인 덤덤함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줄곧 그 틀을 지켜왔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이젠 칭찬도 가끔 듣는다. 역시 뭐든 오래하고 볼 일이다. 연극판 후배들에게도 ‘버텨라’란 얘길 자주 한다.” -버틴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나. “목적을 갖고 버티면 거의 실패하더라. 유명해져야지, 돈 벌어야지 하면 맘대로 안 된다. 연기 자체만 봐야 한다. 서른일곱에 ‘올드보이’ 찍고 겨우 얼굴도장 찍었다. 그때까지 어떻게 살았겠나. 최근 영화 ‘쎄시봉’에 나온 조복래(송창식 역)한테도 그랬다. 조급해마라. 버티면 기회는 온다. 아버지도 살아계셨으면 이젠 맘 좀 놓으셨을 텐데….” -영화 ‘국제시장’ 보셨으면 좋았겠다. “크으…, 장난 아니었겠지. (잠깐 허공을 보더니) 당신 세대 얘기니 더 반가워하셨을 텐데. 윤제균 감독부터 배우들 모두 그랬지만, 아버지 생각 많이 났다. 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자식 연기하는 극장 꼴 보기 싫어 퇴근 때마다 빙 둘러서 돌아가셨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기죽지 마라며 술값 찔러주는 건 아버지였다.” -1억 배우가 될 때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런 숫자는 배우에게 독과 같다. 한번 재밌게 웃을 뿐, 절대 맘에 둬선 안 된다. 그냥 영화를 많이 찍은 거다. 영화계 식구들이 자주 찾아준 게 고마울 뿐이다. 맘에 남는 건 흥행작이 아니다. 오히려 ‘구타유발자’처럼 안타까운 작품이 눈에 밟힌다. 연기하면서 행복했고, 원신연 감독도 고생 많았는데….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 아, 공포물은 안 된다. 무서우면 아예 시나리오 자체를 읽질 못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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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급 출연료 7억+α… ‘지분 할당’으로 수십억 챙기기도

    톱스타 A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최고 수준인 7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수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화 수익의 5∼7%를 더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 업계에서 ‘지분 할당’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A는 정산 후 20여억 원을 더 챙겼다. 영화 1편 찍고 3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번 셈이다. 스타들의 출연료가 치솟고 있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영화인 30.3%(10명·복수 응답)가 ‘과도한 배우 몸값 등 제작비 급증’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와 시장 독점’(84.45%·28명)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출연료 고액 논란은 늘 존재했지만 이젠 한계선을 훌쩍 넘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배우 출연료는 2013년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인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제작사끼리의 소송 판결문에서 주연을 맡았던 류승룡과 정진영의 러닝개런티가 공개된 것.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으면서 둘은 각각 10억6000만 원과 5억2000만 원을 보너스로 가져갔다. 한 영화인은 “관객 1인당 얼마씩 계산해서 받는 러닝개런티도 한물 간 방식”이라며 “요즘 특급스타들은 매출이나 수익에서 약속된 몇 %를 가져가는 지분 할당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올해 개봉하는 한 대작 영화에 출연하는 남녀 주연 배우는 아예 총 매출의 5%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작사 대표는 “배우 몸값을 대느라 컴퓨터그래픽을 줄이는 등 작품 완성도를 포기할 때도 있다”며 개탄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투자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개런티를 주더라도 스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충을 겪던 프랑스에서는 출연료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는 앞으로 영화진흥기금의 지원을 받는 영화는 배우 출연료가 제작비의 5%를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제작비가 커져도 99만 유로(약 12억4000만 원) 이상 줄 수 없다. 한 제작사 대표는 “할리우드는 배우 몸값이 수천만 달러라도 제작비의 10%를 넘지 않는다”며 “국내도 제작 규모에 맞춰 적정한 출연료를 받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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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PTV-VOD 시장 4년만에 3배로 성장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은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다. 한류스타 송승헌이 출연한 치정멜로로 입소문을 탔지만 극장가 흥행은 시원치 않았다. 1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었는데 최종 스코어는 144만 명을 겨우 넘겼다. 하지만 인간중독은 적자를 면한 것은 물론이고 짭짤한 수익까지 남긴 승자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에서 한몫 단단히 챙겼기 때문. 지난해 디지털케이블 및 인터넷TV(IPTV) 영화 순위에서 8위에 오르며 27억5000만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게다가 컴퓨터로 보는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순위는 당당히 전체 1위(매출액 8억 원)를 차지했다. 영화의 부가판권 시장은 2010년만 해도 매출 규모가 1000억 원대였으나 지난해는 2971억 원으로 뛰었다. 4년 만에 덩치가 3배 가까이로 커져 국내 영화시장 규모(2조 원)의 15%를 차지했다.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영화계에서 주목할 흐름으로 응답자의 39.4%(13표·복수 응답)가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을 꼽았다. 이렇다 보니 VOD 시장에서 선호되는 에로영화 등은 극장에 거는 시늉만 하고 곧장 IPTV 등으로 넘어가 승부를 거는 경우도 흔하다.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은 영화계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는 “대기업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를 제작할 길이 열렸다”며 “최근 다양한 중소 배급사가 등장한 것도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최근 주목할 흐름 중 ‘다양한 중소 배급사 등장’이 8표를 얻은 것도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한다. 그러나 VOD와 온라인 시장이 아직 불투명한 점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양소은 대리는 “오프라인 영화 상영관의 통합전산망처럼 시장의 영화 유통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온라인 상영관 통합전산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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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에서 배급까지 ‘큰손’이 좌우… 다양성 영화 보호해야

    《 한국 영화 시장 2조 원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영화계는 2가지 큰 경사를 맞았다. ‘명량’은 관객 176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1위에 올랐고 ‘변호인’과 외화 ‘겨울왕국’ ‘인터스텔라’까지 4편의 ‘1000만 영화’가 한 해에 탄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영화산업 매출은 사상 최초로 2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국제시장’ 역시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외양만 보자면 한국 영화계란 꽃이 만개한 듯하다. 하지만 본보가 영화계 주요 인사 33명에게 설문 및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내부 체감온도는 강추위를 맞고 있었다. 2조 원 시대를 맞은 한국 영화계의 현안을 3회에 걸쳐 진단했다. 》영화계 최고 권력은 과연 누구일까?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또는 개인은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3.3%(25명·무응답 3명 제외)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꼽았다. 2위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2명)와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 1위다.○ 충무로 절대 권력 CJ 응답자 일부는 CJ엔터테인먼트를 “절대 권력”이라고 표현했다. 한 제작사 대표 A 씨는 “CJ는 영화 제작부터 투자와 배급, 심지어 부가판권 시장까지도 휩쓸고 있다”며 “영화계 전체의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관객점유율은 24.9%. 산술적으로 영화 관객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CJ가 배급한 영화를 본 셈이다. 같은 대기업 투자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12.1%)의 2배가 넘는다. 한국 영화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큰손’인 CJ는 계열사인 CJ CGV가 극장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체 멀티플렉스 295관 가운데 126관(42.7%)을 갖고 있으며, 비멀티플렉스를 포함한 전체 극장 스크린(2281개)의 41.5%(948개)를 차지하고 있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CJ를 비롯한 대기업이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산업을 체계화시킨 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이윤 추구의 잣대로 영화계가 균형성을 잃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영화계 현안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에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시장 독점’을 꼽은 응답자가 압도적(84.4%)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화사 대표 B 씨는 “대기업의 편파적인 상영관 운영 탓에 중소 배급사 영화는 예고편 상영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는 영화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낸 ‘2014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투자 수익률은 0.3%로 추정된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플러스 수익이 나긴 했지만 2013년 14.1%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이 기획 제작한 대형 영화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중소 제작사들이 제작한 영화들의 흥행이 저조했기 때문에 전체적 수익률이 낮아졌다. 영화계에서 흔히 ‘중박’이라 부르는 관객 500만∼800만 명의 한국 영화는 지난해 단 1편도 없었다. ○ 중장년층 위한 텐트 폴(tent pole) 영화 득세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알아줄까?” “힘든 세상 풍파를 자식이 아닌 우리가 겪어 참 다행.” 1000만 영화인 ‘명량’과 ‘국제시장’의 이 대사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젊은 세대에게 하고픈 얘기를 콕 집고 있기 때문이다. 두 영화의 성공은 제작 단계부터 중장년층 관객을 염두에 둔 기획영화의 힘이란 해석이다. 설문 응답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최근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묻는 질문에 23명(71.9%)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티켓파워 상승을 꼽았다. ‘명량’과 ‘국제시장’의 총 제작비는 각각 약 200억 원. 관객이 최소 600만 명을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과거 주요 티켓파워였던 20, 30대를 넘어 40대 이상의 호응이 있어야 가능한 수치다. 투자 배급 상영을 한 손에 쥔 대기업 입장에선 ‘최다 관객의 최대 관람 시기’를 노릴 수밖에 없다. 연말 추석 방학 등 성수기에 개봉할 대형 영화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40대 이상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선정한 뒤 다수의 영화관에서 집중적으로 틀어 확실한 흥행을 보장하는 ‘텐트 폴(지지대) 영화’로 삼으려는 것이다. 한 제작자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앞으로 1000만 영화가 수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다양성 영화지만 ‘CJ 파워’와 중장년층의 호응이 겹쳐 성과를 냈다.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인 CGV아트하우스가 상영관을 많이 잡아줬기 때문에 479만 명이란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님아…’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은 “소규모 다양성 영화에 균등한 상영 기회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문 및 인터뷰 참여자 33명 (분야별 가나다순.)▽감독=김한민(대표작 ‘명량’), 김현석(‘쎄시봉’), 윤제균(‘국제시장’), 진모영(‘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사=권병균(시네마서비스 대표), 길영민(JK필름 대표), 김미희(드림캡쳐 대표), 남지웅(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신규(팔레트픽쳐스 대표), 송은주(빅스톤픽쳐스 이사), 심영(팝콘필름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이우정(제이필름 대표), 이유진(영화사 집 대표), 주필호(주피터필름 대표) ▽수입 배급사=권미경(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 김시내(AUD 대표), 서동욱(NEW 부사장), 유정훈(쇼박스 대표), 유현택(그린나래미디어 대표), 이상무(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상무), 최낙용(백두대간 부사장) ▽홍보 마케팅=김광현(영화사하늘 대표), 신유경(영화인 대표), 윤숙희(이가영화사 대표) ▽평론가=강유정(강남대 교수), 김시무(한국영화학회장), 남동철(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윤성은(영화평론가협회 출판이사), 전찬일(부산국제영화제 연구소장), 정지욱(Re:WORKS 편집장), 편장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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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비주얼, 헐거운 이음매

    러시아 이민자 집안의 ‘주피터’(밀라 쿠니스)는 목성이란 거창한 이름과 달리 매일 뼈 빠지게 일을 해도 곤궁한 삶을 벗어날 길 없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작스레 외계인들이 찾아오더니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게 아닌가. 전직 우주전사 케인(채닝 테이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목숨을 구하면서 주피터는 엄청난 진실과 맞닥뜨린다. 자신이 단순한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아브라삭스 가문과 관련 있다는 것. 지구인을 하찮은 벌레로 여기는 그들과 엮이며 주피터는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5일 개봉하는 ‘주피터 어센딩’은 2013년 배두나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라나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2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매트릭스’부터 꾸준히 매진해 온 SF(공상과학) 액션영화의 계보를 여실히 잇는다. 매트릭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가상현실이란 설정이었다면, 주피터 어센딩은 지구는 ‘진짜 인류’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농장 같은 존재라는 설정을 깔고 있다. 주피터 어센딩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영화다. 일단 워쇼스키 감독의 전작들처럼 비주얼이 화려하다. 환상 속 고대 도시 같은 우주제국의 풍채는 3차원(3D) 아이맥스로 보면 더욱 근사하다. 액션 역시 흠 잡을 데 없다. 특히 시카고의 밤하늘을 무대로 펼쳐지는 전투신은 몰입도가 매우 높다. 쿠니와 테이텀을 비롯한 출연진도 맡은 역에 꽤나 잘 어울리는 편. 다만 주피터는 절대자의 환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약하고 주위에 기대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살짝 떨어진다. 전작에 이어 다시 출연한 배두나는 짧은 분량만 소화했으나 인상적이다. 아쉬운 건 전체적인 얼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이 뻔한 데다 전 우주를 호령한다는 가문이 왜 이렇게 허술한지.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다소 난해한 구성이었다면, 주피터 어센딩은 훨씬 간결해져 보긴 편해졌으나 이음매가 헐겁다. 공을 들여 퍼즐을 다 맞춰 놓았는데 중요한 피스 몇 개가 빠져 어색한 기분이다. 매트릭스 이후 꽤나 부침이 심했던 워쇼스키 감독의 흥행 성적이 이번엔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12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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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비주얼, 느슨한 얼개…워쇼스키 신작 ‘주피터 어센딩’

    러시아 이민자 집안의 ‘주피터’(밀라 쿠니스)는 목성이란 거창한 이름과 달리 매일 뼈 빠지게 일을 해도 곤궁한 삶을 벗어날 길 없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작스레 외계인들이 찾아오더니 자신을 죽이려드는 게 아닌가. 전직 우주전사 케인(채닝 테이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목숨을 구하면서 주피터는 엄청난 진실과 맞닥뜨린다. 자신이 단순한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아브라삭스 가문과 관련 있다는 것. 지구인을 하찮은 벌레로 여기는 그들과 엮이며 주피터는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5일 개봉하는 ‘주피터 어센딩’은 지난해 배두나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라나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매트릭스’부터 꾸준히 매진해온 SF(공상과학) 액션영화의 계보를 여실히 잇는다. 매트릭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가상현실이란 설정이었다면, 주피터 어센딩은 지구는 ‘진짜 인류’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농장 같은 존재라는 설정을 깔고 있다. 주피터 어센딩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영화다. 일단 워쇼스키 감독의 전작들처럼 비주얼이 화려하다. 환상 속 고대도시 같은 우주제국의 풍채는 3D 아이맥스로 보면 더욱 근사하다. 액션 역시 흠 잡을 데 없다. 특히 시카고의 밤하늘을 무대로 펼쳐지는 전투신은 몰입도가 매우 높다. 쿠니와 테이텀을 비롯한 출연진도 맡은 역에 꽤나 잘 어울리는 편. 다만 주피터는 절대자의 환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약하고 기대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살짝 떨어진다. 전작에 이어 다시 출연한 배두나는 짧은 분량만 소화했으나 인상적이다. 아쉬운 건 전체적인 얼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이 뻔한데다, 전 우주를 호령한다는 가문이 왜 이렇게 허술한지.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다소 난해한 구성이었다면, 주피터 어센딩은 훨씬 간결해져 보긴 편해졌으나 이음새가 헐겁다. 공을 들여 퍼즐을 다 맞춰놓았는데 중요한 피스 몇 개가 빠져 어색한 기분이다. 매트릭스 이후 꽤나 부침이 심했던 워쇼스키 감독의 흥행 성적이 이번엔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12세 이상 관람가.정양환기자 ray@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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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정우 “세대 초월, 설렘 가득한 영화죠”

    “어르신들에게 ‘쎄시봉’이란 이름은 분명 그리운 추억일 겁니다. 하지만 영화 ‘쎄시봉’은 어느 세대라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을 ‘설렘’이 가득한 작품이기도 해요.” 90년대 쓰레기(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60년대 포크가수로 돌아왔다. 5일 개봉하는 ‘쎄시봉’은 당시 서울 무교동에 실존했던 동명의 음악 감상실을 무대로 한 작품. 조영남, 이장희, 그리고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배우 정우는 트윈폴리오와 함께 노래하다 데뷔 직전 잠적한 오근태란 가상 인물을 연기했다. 최근 만난 그는 “우연찮게 옛 시절을 그린 작품을 연달아 했는데 왠지 엄마 품 같은 푸근함이 가득해서 좋다”고 말했다. ―응사 이후 1년여 만의 복귀다. “벌써 시간이 그리 됐다. 계속 영화 촬영하느라 쉬진 않았는데 공백기처럼 보인다.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까 긴장된다. 첫 시사 때 경직돼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연기도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어찌나 많은지…. 중장년의 근태 역을 맡은 김윤석 선배가 잘 표현해주셔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내가 나온 부분은 다 맘에 걸린다, 하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근태와 사랑에 빠지는 한효주(민자영 역)는 근사했다. 열정도 가득하고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하더라. 강하늘(윤형주 역)과 조복래(송창식 역)는 심성이 맑고 밝은 친구들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친하게 나오는 진구(이장희 역)와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마음을 열고 친구처럼 지냈다. 그런 분위기가 스크린에도 묻어난다.” ―영화에 추억의 명곡들이 쏟아진다. “그 세대는 아니지만 노래들이 정말 멋졌다. 원래도 올드 팝을 즐겨 듣는 편이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나나 무스쿠리를 좋아한다. 영화에서도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 기억에 남는다. 트윈폴리오가 발표한 번안곡 ‘웨딩케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음악들이 있었기에 영화가 풍성하고 따뜻해졌다.” ―응사에 이어 또 사랑에 빠지는 무덤덤한 경상도 사내다. “차기작 ‘히말라야’에서도 사투리를 쓰는데…. 이젠 좀 벗어나야겠다, 하하. 특정 지역을 선호한 건 아니다. 설정보단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주목하는 편이다. 영화가 지닌 온도랄까. ‘쎄시봉’만 해도 단순한 러브스토리면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에 대한 그리움과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담겨 마음이 움직였다. 아, 물론 삶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이 첫 번째긴 하다.” ―응사 이후 주목받는 연기자로 삶이 바뀌었다. “고맙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배우로서 많은 시나리오와 출연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건 영광이다. 급하게 서둘진 않으려 한다. 요즘은 자주 푸른 하늘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때 잔디밭에 누워 멍하니 바라봤던. 모자란 게 많지만 여유를 가지고 한 발씩 내딛고 싶다. 관객들이 ‘이 친구가 아무렇게나 작품을 선택하진 않는구나’ 하고 알아주면 바랄 게 없겠다. 참, 뭣보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부터 반가워하신 어머니가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쎄시봉’은 공중전화에 동전 넣던 시절을 살던 그분들의 이야기니까.”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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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우 “쎄시봉, 설렘 가득"…90년대 쓰레기가 60년대 포크가수로

    “어르신들에게 ‘쎄시봉’이란 이름은 분명 그리운 추억일 겁니다. 하지만 영화 ‘쎄시봉’은 어느 세대라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을 ‘설렘’이 가득한 작품이기도 해요.” 90년대 쓰레기(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60년대 포크가수로 돌아왔다. 5일 개봉하는 ‘쎄시봉’은 당시 서울 무교동에 실존했던 동명의 음악 감상실을 무대로 한 작품. 조영남, 이장희, 그리고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배우 정우는 트윈폴리오와 함께 노래하다 데뷔 직전 잠적한 오근태란 가상인물을 연기했다. 최근 만난 그는 “우연찮게 옛 시절을 그린 작품을 연달아 했는데 왠지 엄마 품 같은 푸근함이 가득해서 좋다”고 말했다. -응사 이후 1년여만의 복귀다. “벌써 시간이 그리 됐다. 계속 영화 촬영하느라 쉬진 않았는데 공백기처럼 보인다. 대중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긴장된다. 첫 시사 때 경직돼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연기도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어찌나 많은지…. 중장년의 근태 역을 맡은 김윤석 선배가 잘 표현해주셔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내가 나온 부분은 다 맘에 걸린다, 하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근태와 사랑에 빠지는 한효주(민자영 역)는 근사했다. 열정도 가득하고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하더라. 강하늘(윤형주 역)과 조복래(송창식 역)는 심성이 맑고 밝은 친구들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친하게 나오는 진구(이장희 역)와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마음을 열고 친구처럼 지냈다. 그런 분위기가 스크린에도 묻어난다.” -영화에 추억의 명곡들이 쏟아진다. “그 세대는 아니지만 노래들이 정말 멋졌다. 원래도 올드 팝을 즐겨 듣는 편이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나나 무스꾸리를 좋아한다. 영화에서도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 기억에 남는다. 트윈폴리오가 발표한 번안곡 ‘웨딩케이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음악들이 있었기에 영화가 풍성하고 따뜻해졌다.” -응사에 이어 또 사랑에 빠지는 무덤덤한 경상도 사내다. “차기작 ‘히말라야’에서도 사투리를 쓰는데…. 이젠 좀 벗어나야겠다, 하하. 특정지역을 선호한 건 아니다. 설정보단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주목하는 편이다. 영화가 지닌 온도랄까. ‘쎄시봉’만 해도 단순한 러브스토라면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에 대한 그리움과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담겨 마음이 움직였다. 아, 물론 삶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이 첫 번째긴 하다.” -응사 이후 주목받는 연기자로 삶이 바뀌었다. “고맙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배우로서 많은 시나리오와 출연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건 영광이다. 급하게 서둘진 않으려 한다. 요즘은 자주 푸른 하늘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때 잔디밭에 누워 멍하니 바라봤던. 모자란 게 많지만 여유를 가지고 한발씩 내딛고 싶다. 관객들이 ‘이 친구가 아무렇게나 작품을 선택하진 않는구나’ 하고 알아주면 바랄 게 없겠다. 참, 뭣보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부터 반가워하신 어머니가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쎄시봉’은 공중전화에 동전 넣던 시절을 살던 그분들의 이야기니까.”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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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불균형 바로잡으려 그가 돌아왔다

    마트에서 일하는 맥콜(덴절 워싱턴)은 동료에게 은퇴한 노인네 취급받는 인물.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의 유일한 낙은 홀로 심야카페에서 책 읽는 것이다. 우연히 카페에서 친해진 콜걸 테리(클로이 머레츠)가 러시아 마피아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불합리한 세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던 맥콜은 오랫동안 숨겨 왔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28일 개봉한 영화 ‘더 이퀄라이저’는 국내 팬이라면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줄거리만 들어봐도 2010년 6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아저씨’가 떠오르니까. 워싱턴이 원빈이라면, 머레츠는 김새론쯤 되는 셈. 물론 올해 61세인 워싱턴은 원빈보다 훨씬 나이가 많긴 하다. 그래도 ‘인물값’ 했던 걸로 치자면 그도 한때 엄청났다. 아저씨 표절인가 의심도 들겠지만, 사실 ‘더 이퀄라이저’는 1980년대 미국의 동명 인기드라마가 원작이다. 국내에서도 ‘맨하탄의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영돼 꽤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는 전직 미 정보부 요원이었던 맥콜이 정의로운 사립 탐정으로 활약하는 내용. 반면 영화는 아내를 잃은 뒤 모든 걸 등지고 초야에 묻혔던 그가 다시 ‘세상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러’ 돌아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더 이퀄라이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는 영화다. 좀 늙었어도 여전히 연기력은 출중한 워싱턴의 액션을 즐기면 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만큼 꽤나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할리우드 여동생’이라 불리는 머레츠의 성인 연기 변신도 눈길을 끈다. 전형적인 다 때려 부수는 영화이니 개연성 같은 걸로 딴죽 걸진 말자.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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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판 늙은 원빈? 덴젤 워싱턴의 ‘아저씨’ 뺨치는 액션 볼만

    마트에서 일하는 맥콜(덴젤 워싱턴)은 동료에게 은퇴한 노인네 취급받는 인물.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의 유일한 낙은 홀로 심야카페에서 책 읽는 것이다. 우연히 카페에서 친해진 콜걸 테리(클로이 모레츠)가 러시아 마피아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불합리한 세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던 맥콜은 오랫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28일 개봉한 영화 ‘더 이퀄라이저’는 국내 팬이라면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줄거리만 들어봐도 2010년 6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아저씨’가 떠오르니까. 워싱턴이 원빈이라면, 모레츠는 김새롬 쯤 되는 셈. 물론 올해 61세인 워싱턴은 원빈보다 훨씬 나이가 많긴 하다. 그래도 ‘인물 값’했던 걸로 치자면 그도 한때 엄청났다. 아저씨 표절인가 의심도 들겠지만, 사실 ‘더 이퀄라이저’는 1980년대 미국의 동명 인기드라마가 원작이다. 국내에도 ‘맨하탄의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영돼 꽤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는 전직 미정보부요원이었던 맥콜이 정의로운 사립 탐정으로 활약하는 내용. 반면 영화는 아내를 잃은 뒤 모든 걸 등지고 초야에 묻혔던 그가 다시 ‘세상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돌아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더 이퀄라이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는 영화다. 좀 늙었어도 여전히 연기력은 출중한 워싱턴의 액션을 즐기면 된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만큼 꽤나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할리우드 여동생’이라 불리는 모레츠의 성인연기 변신도 눈길을 끈다. 전형적인 다 때려 부수는 영화이니 개연성 같은 걸로 딴죽 걸진 말자.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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