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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 성과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다채롭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의원들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What planet is the president on?” 민주당은 대통령의 초라한 회담 성과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입니다. 북한이 확실히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이제 북한 핵무기의 위협은 사라졌다”고 호언장담하는 대통령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대통령,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습니까?” △“Chuck Schumer said ‘the Summit was what the Texans call all cattle and no hat.’” 슈머 원내대표는 상원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에게 또 한방 날립니다. “이번 회담은 흔히 텍사스 사람들이 말하는 ‘all cattle and no hat’이었다.” 슈머 원내대표는 흥분한 나머지 이 농담의 순서를 틀리게 말했는데요. ‘All cattle and no hat’이 아니라 ‘all hat and no cattle’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카우보이가 자신이 몰고 다닐 소 떼도 없는데 모자에 부츠에 온갖 치장을 하고 폼을 잡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회담이 ‘실속 없는 겉치레’였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슈머 발언의 단어 순서가 틀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로 트위터에 옮깁니다. 그리고 반격에 나섭니다. “척(슈머 원내대표), 그런데 제대로 알고 있는 거야? 앞으로 북한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없을 텐데 말이야. (이래도 알맹이 없는 회담이었나.)” △“He is a total weirdo who would not be elected assistant dog catcher in any democracy.”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talented guy”(재능 있는 사람)라고 칭찬한 것에 대해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은) 완전 ‘또라이(weirdo)’”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Be elected dog catcher’는 길에 돌아다니는 주인 없는 개를 잡아 보호소로 데려가는 일을 하는, 하찮은 선출직을 의미입니다. 물론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나라를 움직일 만한 중요한 일은 확실히 아닙니다. 심지어 ‘assistant(보조)’입니다. “김정은은 (권력을 세습 받았을 뿐)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랐다면 도그 캐처 조수로도 선출되지 못할 완전 ‘또라이’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12일 공동합의문 내용에 대해 미 전문가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USA투데이는 이날 “미국 역사상 외교성과에 대한 전문가와 언론의 반응이 이토록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고 밝혔다. 우선 이번 합의문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일정, 검증, 이행 절차 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데이비드 애들먼 전 싱가포르 주재 미 대사는 CNBC 인터뷰에서 “나는 회담 성과에 대해 김정은에게 ‘A’(최고 학점), 트럼프 대통령에게 ‘I’(유보 학점)를 줄 것”이라며 “김정은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일정도 없는 비핵화 약속만을 얻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은 “(합의 결과에 따라) 미국은 북한 정권의 등에 올라타는 거친 ‘로데오 경기’(북한이 날뛰는 대로 미국은 흔들리는 신세라는 의미)로 되돌아갔다”며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가 나와 있지만 김정은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충분히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에이든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 명예교수는 “이번 합의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전쟁 위협을 하며 극한 대치를 했을 때보다는 낫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왕쥔성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세계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북-미 간 의견 일치가 이뤄져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것 자체가 기념비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양국 간의 길고 어려운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의 성과는 고위급 협상과 비핵화 검증 절차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를 보자니 너무 웃긴다. 이들은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깎아내리려 애쓴다. 우리 국가에 최대 적은 바보들이 쉽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다”라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비판적인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오늘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미국 정가는 한동안 이 문제를 두고 시끌시끌했지만 이제 잠잠해졌습니다. 당파적 싸움은 접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싸우고 오라고 응원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 화합하는 것이 미국 정치의 특징이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미국 정치인들의 당부 보실까요. △If you’re a great deal maker, be interested in the details.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같은 당이지만 의견 충돌이 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인 매코널 대표지만 이번 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압니다. ‘당신이 뛰어난 딜 메이커(거래의 해결사)라면 디테일에 신경을 써라.’ 디테일에 약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뼈 있는, 그러면서도 진심 어린 당부입니다. △When you find yourself on the same side as Bolton, go back and re-examine your position. 요즘 미국 정치를 보면 북한을 보는 시각이 예전과 정반대입니다. 공화당은 화해를 말하고, 민주당은 제재를 강조합니다. 민주당의 시각은 대북 슈퍼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민주당에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만약 당신 의견이 볼턴과 동일한 면이 있다면, 돌아가서 (뭐가 잘못됐는지) 재검토하라.’ △I think we should be rooting for Trump to succeed with the North Korea negotiations.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영방송 PBS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 역시 민주당 출신인지라 트럼프 대통령이 잘나가는 게 못마땅하겠죠. 그러나 그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99∼2000년의 북-미 관계 화해를 경험했던지라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뭔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직감합니다. ‘우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성공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맘껏 조롱했던 사람입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개인적 원한이나 당파적 이해관계에 매달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합니다. 미국 전직 대통령의 포스.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核) 담판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 외교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북아 패권 다툼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미국, 북-미 간 화해 무드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본,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의 두 축인 미일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북-미 회담 및 비핵화 전망을 들어봤다. 이들은 ‘싱가포르 회담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란 인식을 보였다. 》 ▼ 불완전한 비핵화라도 전쟁보다 나아… 첫 합의문 나오면 그게 바로 첫 걸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막상 만나면 말이 잘 통할 것이다. 이번에는 결국 폭넓은 합의를 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풀어가자는 수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스러워할 것이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64·사진)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는 질문에 “불완전한 합의를 한다고 해도 전쟁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이미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그걸 협상을 통해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모든 일이 다 될 것으로 보는 건 환상이다. 두 정상이 첫 합의문만 내놓을 수 있다면 그게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을 늦추고, 협상도 계속 해 나갈 수 있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평양의 기대치와 워싱턴의 기대치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워싱턴은 완전하면서도 빠른 비핵화를 원하지만 평양은 그걸 ‘항복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워싱턴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나머지 2년 내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뜻대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끝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비핵화에는 필요한 단계와 절차가 있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듯 말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해 본 사람들은 북한이 절대 핵을 ‘완전하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북한도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지, 언제 ‘완전하게 하겠다’거나 ‘빨리 하겠다’고 했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은 그들만의 비핵화 타임테이블(시간표)을 갖고 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지만, 북한은 ‘스스로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이 ‘우선 핵무기를 다 가져가라. 그 다음에 우리를 돌봐 달라’고 말하는 날은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국제압력-조율-비상대책-대화채널… 조화롭게 돌아가야 北 비핵화 성공 ▼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패할 경우 북한이 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71·사진) 전 일본 외무성 심의관은 최근 일본 도쿄에서 기자와 만나 이런 역설적인 이유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점쳤다. 그는 “1990년대 이래 북한 비핵화를 위한 많은 노력과 좌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세계의 기대감이 고조된 적은 없다. 만일 ‘이번에도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그 책임과 부담은 오롯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짊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9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으로 일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방북과 평양선언을 이끌어내며 대북 외교사에서 북-일 양국이 가장 가까워졌던 상황을 진두지휘한 인물. 6자회담의 틀을 만든 공로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리비아식 모델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북한과 리비아의 핵개발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도 미국이 체제 보장 및 보상을 제대로 해줄지 우려하고 있다. 단계적인 보상을 통해 북한의 이러한 불안감을 조금씩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북한도 먼저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최소한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해야 한다. 비핵화는 아주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과정(긴 여정)에서 P3C가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압력(pressure)이 있는 가운데 관계국 간의 조율(coordination),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contingency plan), 북한과의 대화 채널(communication channel)이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회담 추진 과정에서 나온 이른바 ‘저팬 패싱’ 논란에 대해선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가 주도하건 결과가 일본 국익에 맞는다면 좋은 일 아닌가. 추후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양국 간에 국교 정상화를 향한 조짐이 보이면 일본도 북-일 국교 정상화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일본은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납치 문제와 같은 주권과 관련된 문제를 (일본이) 한국이나 미국에 부탁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제재 해제’ 김정은-‘북핵 성과’ 트럼프… 더 절박한 야심이 회담 성패 가를 것 ▼ 과거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75·사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다른 유형의 리더”라고 6일 평가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으로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허버드 전 대사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권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야망이 크고 결단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위협을 몇 개월 만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화해 무드로 180도 바꿔 버린 김정은의 노련한 정치술에 솔직히 놀랐다”고 덧붙였다. 허버드 전 대사는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풀고 지원을 받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김정은의 야심과 북한 문제를 해결해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 이 둘 중 누구의 야심이 더 절박한 것인지가 회담의 결과와 성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버드 전 대사는 인터뷰에서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skeptical yet hopeful(회의적이면서도 희망적)”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회담의 궁극적 성공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북-미 간 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기준이 비핵화(의 완전합의)라면 회담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들이대겠지만 북한은 애초에 회담에 나오는 목표가 비핵화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요구를 (쉽게) 들어줄 것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미국 대표단도 북한의 그런 의중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축소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군 문제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한 미대사로 근무하면서 미국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주한미군 부대를 가장 먼저 찾는 것을 많이 봤다”며 “주한미군 문제를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 호텔 숙박비용을 대신 내줄 계획이 없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북한은 호텔 숙박에 지불할 만한 돈이 없다. 미국에 대신 내달라는 요청을 해왔느냐”고 묻자 “이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미국은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 호텔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호텔 숙박비 대납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3일 ‘미국은 김정은 호텔비를 지불할 신중한 방안을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대납 논란을 촉발시킨 워싱턴포스트 존 허드슨 기자는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은 (한국의) 햇볕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른 때라면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일들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흔치 않은 것들을 요구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만큼 일정 곳곳에 투입될 비용 역시 기록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로 확정된 카펠라호텔의 경우 △회담 장소 대관 △의전 비용 △‘베이스캠프’ 용도로 사용될 객실 비용 등을 더하면 하루에만 최소 1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또는 11일 현지 도착이 유력한 가운데 양국 정상 및 관계자들이 쓰고 갈 숙박비가 얼마나 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을 위해 자신이 머물 스위트룸이 있는 층은 물론 그 아래위 몇 개 층까지 통째로 빌릴 것으로 보여 3박 4일만 머물러도 객실 및 식사 등 부대비용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양국 정부가 자체 투입할 인력과 싱가포르 정부 제공 인력까지 합친 경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경비로만 이틀에 25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를 쏟아부었다. 이번엔 자국에서 열리지 않는 데다 일정 역시 더 긴 만큼 경비도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신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 호텔 숙박비용을 대신 내줄 계획이 없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북한은 호텔 숙박에 지불할 만 한 돈이 없다. 미국에 대신 내달라는 요청을 해왔느냐”고 묻자 “이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미국은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 호텔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호텔 숙박비 대납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3일 ‘미국은 김정은 호텔비를 지불할 신중한 방안을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대납 논란을 촉발시킨 워싱턴포스트 존 허드슨 기자는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은 (한국의) 햇볕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른 때라면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일들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흔치 않은 것들을 요구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만큼 일정 곳곳에 투입될 비용 역시 기록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로 확정된 카펠라호텔의 경우 △회담 장소 대관 △의전 비용 △‘베이스캠프’ 용도로 사용될 객실 비용 등을 더하면 하루에만 최소 10억 원 이상 필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또는 11일 현지 도착이 유력한 가운데 양국 정상 및 관계자들이 쓰고 갈 숙박비가 얼마나 될 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을 위해 자신이 머물 스위트룸이 있는 층은 물론 그 아래 위 몇 개 층까지 통째로 빌릴 것으로 보여 3박 4일만 머물러도 객실 및 식사 등 부대비용이 수십 억 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양국 정부가 자체 투입할 인력과 싱가포르 정부 제공 인력까지 합친 경비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경비 비용으로만 이틀에 25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를 쏟아 부었다. 이번엔 자국에서 열리지 않는 데다 일정 역시 더 긴만큼 경비 비용도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취재를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30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얼마나 쓰고 갈지도 관심사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 안에 초대형 미디어센터를 준비 중이다. 정미경 전문기자mickey@donga.com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북-미 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샷 담판 대신 여러 차례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재확인하면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3국 정상 간 종전선언 채택 가능성은 일단 낮아지고 있다.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에 대한 최종 사인을 후속 회담으로 미룰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자연스레 비핵화 회담 이후 단계인 종전선언도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종전선언 등 추가 의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남북미와 국제사회의 협의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싱가포르 종전선언 채택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청와대 안팎에선 싱가포르에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3국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선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제 조율 등 실무 접촉 스케줄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한 검토를 막 시작한 단계라는 점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6·25전쟁은) 가장 오래된 전쟁이다. 거의 70년? (회담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것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종전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war)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회담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싱가포르 회담을 ‘첫 회담(first meeting)’, ‘큰 성과를 위한 시작(the start)’으로 규정하며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회담으로 합의를 미루는 속도조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이날 “이번(싱가포르 회담)에는 만나고, 합의는 나중에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첫 회담에서는 비핵화라는 큰 틀에만 합의하고 구체적 로드맵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후속 회담을 통해 다뤄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문은 “두 정상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푸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종전선언과 함께 검토되고 있는 불가침협약과 적대행위 종식 등도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구속력이 약한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채택돼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협상 개시와 함께 불가침협약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는데, 종전선언과 불가침협약이 같이 묶여서 가는 건 아니다”며 “(불가침협약은)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난 뒤에 논의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가 막판 속도를 높여 극적인 ‘빅딜’ 합의를 통해 종전선언을 채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청와대 역시 북-미 실무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에 대비해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협상의 자세한 진행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CNN 방송이 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그가 협상 경과를 알리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상준 기자·정미경 전문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갔습니다. 18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지켜본 미국인들, 할 말이 많습니다. △“Steak and corn on the cob?”=김영철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찬을 가졌습니다. 만찬장 앞에서 쫄쫄 굶어가며 대기하던 미국 기자들은 만찬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리에게 “메뉴가 뭐냐”고 끈질기게 물어봅니다. “김치(한국음식)가 나왔냐”라고 한 기자가 물어보자 관리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Steak and corn on the cob?”이라며 묻습니다. ‘스테이크와 옥수수 구이(steak and corn on the cob·사진)’는 독립기념일 같은 휴일에 미국인들이 야외에서 바비큐 그릴에 구워 먹는 음식입니다. 칼로리는 좀 높지만 미국의 역사와 정신, 뭐 그런 것들이 담긴 음식입니다. 김치가 한국인들에게 그런 것처럼요. 그 기자는 단순히 ‘steak’와 ‘corn on the cob(통옥수수)’이 나왔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 나왔냐고 묻는 겁니다. △“North Koreans have gotten the whole enchilada”=계속 음식 얘기입니다. 엔칠라다는 토르티야 속에 여러 재료를 넣고 둘둘 말아서 구운 겁니다. 엔칠라다는 속재료들이 줄줄 밖으로 나와 폼 내면서 먹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Whole enchilada’는 밖으로 줄줄 새어나오는 것이 없는 완전한 상태, ‘전부’라는 뜻입니다. 이 발언을 한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반대론자 또는 회의론자입니다. 김영철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사진 찍는 것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습니다. 북한에만 좋은 일을 시켰다는 거죠. “북한은 이제 전부를 가졌다.” 외부적으로는 북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북한 주민에게 대단한 선전거리가 됐다는 겁니다. △“I may be in for a big surprise”=김영철로부터 거대한 크기의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 바로 기자들 앞에서 말합니다. 친서에 대해 “좋은 내용이다” “너희들한테도 보여줄까” 하더니 말미엔 “사실은 아직 안 봤지롱” 하면서 약을 올립니다. 이어 “(친서에) 내가 크게 놀랄 내용이 들어있을지도 모르지(I may be in for a big surprise)”라며 궁금증을 유발하려 하지만 트럼프의 변덕에 질린 기자들은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습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내가 지금 초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건가.” 2016년 북한 대학에서 공부한 미국인 트래비스 제퍼슨 씨(36)는 북한 거주 당시 매일 오전 5시에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기상곡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곤 했다. 북한을 세 차례 여행했던 그는 북한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2016년 여름 한 달간 김형직사범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생활은 그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게 했다. 일반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갈 때마다 북한 감시인 두 명이 언제나 따라붙었다. 그는 지금도 누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고 한다. 제퍼슨 씨는 북한에서 겪은 얘기들을 엮은 책 ‘평양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 in Pyongyang): 김정은 북한으로의 여행’을 지난주 미국에서 출간했다. 제퍼슨 씨는 3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데일리메일 등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동물원에 놀러갔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주민들이 멍한 얼굴로 개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6000여 종의 동물이 뛰논다’는 동물원 선전문구와는 달리 눈에 보이는 것은 개와 고양이밖에 없었다는 것. 사람이 먹을 식량도 부족하다보니 동물에게까지 관심을 쓸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의 주민 통제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번은 북한 정부 관리 집을 방문해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리가 일어나 커튼을 치고 텔레비전을 껐다. 그러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할리우드 영화 ‘주토피아’ 해적판 DVD를 꺼내 같이 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제퍼슨 씨는 “북한은 획일적인 사회이지만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패션에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컬러풀한 반팔 셔츠를 입고, 비록 모조품이기는 하지만 롤렉스시계를 차기도 한다. 북한 여성들의 최고 유행은 양말 위에 하이힐을 신는 것이라고 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퍼슨 씨는 북한 생활이 힘들었지만 주민들은 친절하고 착해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도 가고 싶지만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북한 여행은 불가능해졌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미국의 북한 여행 금지가 풀리면 그의 북한행도 가능할 듯하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Big’(워싱턴포스트), ‘Really Big’(버즈피드), ‘Huge’(CNN), ‘Extra-Large’(ABC), ‘Enormous’(호주 데일리텔레그래프), ‘Giant’(배니티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을 백악관이 공개한 뒤 세계 주요 언론의 관심이 친서의 사이즈(크기)에 집중됐다. 일단 ‘친서(봉투)가 엄청 크다’는 점을 강조한 제목을 뽑았다. 봉투 안의 실제 편지 사이즈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A4 용지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친서가 유독 큰 이유에 대해선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 간 최고위급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친서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의 정통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북한에서는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편지를 접을 수 없기 때문에 봉투를 크게 만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일각에선 ‘외교적 쇼맨십’이 강한 북한이 초대형 봉투를 통해 선전 효과를 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인터넷에는 초대형 친서를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을 소재로 수많은 유머와 패러디가 나돌고 있다. 편지는 더 크게 하고, 트럼프 대통령 손은 아주 작게 만들어 ‘편지를 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유난히 작아 보인다’는 우스갯소리를 붙인 사진도 돌아다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작은 손’은 지난 대선에서 화제가 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핵 버튼보다) 내 핵 버튼이 더 크다”고 자랑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김정은이 일부러 큰 봉투를 사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특파원은 “역시 사이즈가 중요한가 보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김정은이 책상만 한 크기의 초초대형 답장을 받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는 유머도 나돌고 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Point person, Top dog, Right-hand man, Spy guy….’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30일 밤(현지 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역사적인 뉴욕 만찬 도중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두 사람을 북-미 양국의 ‘Point person’이라고 표현했다. ‘Point person’은 중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위험도 가장 먼저 감지해서 자신의 상관에게 알려야 한다.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에 대해 ‘Top dogs’라는 표현을 썼다. 영어권에서는 정치인을 가리켜 ‘dog’(개)라고 많이 쓴다. 주인(유권자)을 위해 지치지도 않고 일한다는 의미다. ‘Top dog’는 개들의 치열한 싸움에서 최고 승자를 말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주인(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 치열한 싸움도 불사하는 최고위급 정치 인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CNN 등은 김 부위원장에 대해 ‘Right-hand man’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김정은의 ‘오른팔’이라는 의미다. 미국도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많다. ‘오른팔’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최고 부하를 가리킨다. 폭스뉴스는 김 부위원장을 가리켜 ‘Top Spy Guy’라는 제목을 뽑았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주목돼온 김영철에게 ‘spy guy’라는 표현을 쓰니 ‘낭만적인 스파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너무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다시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거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회담일인 다음 달 12일까지 두세 번의 취소 결정이 더 있을 거라고 합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데요. 앞으로도 가슴 철렁할 날이 두세 번은 더 남은 건가요. 회담 취소부터 재추진까지 기억할 만한 발언들을 소개합니다. △We got a lot of dial tones, Senator=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한 말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담당자들이 미국 실무팀과의 미팅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공개했습니다. 미국 팀이 북한 측에 수없이 연락을 해도 무응답(unresponsive)이었다는 겁니다. ‘Get dial tone’은 상대에게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The art of diplomacy is a lot harder than the art of the deal=회담을 안 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하겠다고 하자 미 정가는 시끌시끌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대통령 발언의 신뢰도가 이렇게 바닥을 쳐도 되는 거냐고 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의 외교통인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점잖게 트럼프 대통령을 타이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한껏 비꼬면서요.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어렵다.’ 당신이 사업 거래할 때 통했던 전술이 외교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라는 의미입니다. △He has banked not just his presidency but his career on reconciliation=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을 사전에 연락받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caught off guard(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존 울프스탈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왜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열과 성을 다하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직뿐 아니라 커리어를 남북 간, 북-미 간 화해에 걸었다.’ ‘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커리어 전부가 달린 문제다’라고 보면 될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24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족한 영어 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편지의 틀린 부분에 빨간 줄을 좍좍 긋고 F나 D 같은 최하위권 점수를 준 수정본들이 넘쳐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트윗에서 철자 실수를 자주 했으나 다행히 이번 서한에선 오탈자는 없었다. 하지만 어색한 표현이 다수 등장했다. 예컨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전할 때 ‘please let this letter serve to represent that’이라고 장황하게 썼으나 이런 경우 ‘please be informed that’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간결하면서 격식을 차린 표현이다. 공식 서한이므로 ‘I look very much forward’는 ‘I very much look forward’로, ‘call me or write’는 ‘call or write me’로 단어의 순서를 정확하게 쓰는 것이 좋다. 또한 ‘very much(매우)’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연발하며 감정 과잉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정본을 만든 마이클 스톤 씨는 “백악관에 (글을 손보는) 에디터가 없는 듯한데 내가 할 용의가 있다”고 비꼬았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핵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이유가 핵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현장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방송이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 관련 책들을 저술한 브루스 벡톨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정치학)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핵실험장 폐기는) 살인 현장(murder scene)을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들이 마구 짓밟고 뭉개도록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문가들이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이 사라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35년 동안 에스토니아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핵무기 폐기 작업과 화학무기 감독 업무를 해온 화학자 셰릴 로퍼 씨는 “만약 풍계리 터널에 들어갈 수 있다면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북한 핵장비의 디자인을 판별할 수 있고, 핵무기의 종류와 어느 정도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북한 핵무기에 들어갔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프랑스 파리 하원의사당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마리아 헤푸리나 대외담당 위원은 “완전한 해체를 검증하려면 치밀한 기술이 필요하며 전문 기관들이 해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최근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는 식의 발표를 잇달아 했습니다. 미국 언론도 이 뉴스를 주요 기사로 다뤘습니다. 기사를 읽기 전에 우선 제목에 눈길이 가기 마련인데요. 미국 언론은 어떤 제목을 달았을까요. △North Korea’s About-Face? It’s a Return to Form=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입니다. 갑작스러운 변화, 돌변을 ‘about-face’라고 합니다. ‘Return to form’은 스포츠 기사에 많이 나오는 표현인데 (부상이나 슬럼프를 딛고) 원래의 좋은 상태로 돌아가는 겁니다. ‘북한이 돌변한 거라고? 아니야, 원래 상태로 돌아간 것뿐이야’라는 뜻입니다. 원래 상태란 회담을 막판에 파기하고 상대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오랜 전통의 북한식 협상술을 말합니다. △North Korea’s bluff should be a White House wake-up call=워싱턴포스트 사설 제목입니다. 북한의 태도를 ‘bluff’라고 했네요. 진짜 회담을 파기할 마음은 없으면서 허세에 가깝다는 거지요. 허풍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회담을 취소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은 지금 노벨 평화상 수상 꿈에 빠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제 일어나라’ ‘꿈 깨라’라는 모닝콜(wake-up call)이 될 것이라는 뜻이지요. △North Korea plays chicken=위클리스탠더드라는 잡지의 팟캐스트 방송 제목입니다. ‘Play chicken’은 ‘담력, 배짱을 겨루다’라는 뜻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 이런저런 양보 조치를 내놓으며 뒤로 물러서는 듯했습니다. 그러더니 ‘북-미 정상회담 재고’라는 발표 한 방으로 다시 치킨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두고 펼치는 트럼프-김정은의 담력 게임이 볼만합니다. △‘Think twice’ before you ‘Thunder’=블룸버그 기사 제목입니다. 북한의 발표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미국과 한국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게(Think twice) 좋을 거야’라고 경고하는 겁니다. 무슨 경고냐 하면 ‘Thunder’에 대한 겁니다. 여기서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한미 연합 공군훈련 ‘Max Thunder(맥스선더)’를 하기 전에 재고하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thunder’(천둥치다)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라고) ‘호통 치기 전에’ ‘쾅쾅 퍼붓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게 좋을 거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은 그의 외교 스타일인 ‘오락외교’(디플로테인먼트·Diplomacy(외교)와 Entertainment(오락)의 합성어)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워싱턴포스 트(WP)가 1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용보다는 포장을 중시하고, 지지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벤트 위주의 정치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의 최고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비핵화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는 좁은 폭의 합의를 이끌어낼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제거 수준에서 김정은과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오락외교의 대표적인 사례로 새벽 시간에 앤드루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열린 미국인 억류자 귀환식에 참석한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귀환 생중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자랑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내부적으로 회담 장소와 일시는 이미 결정됐는데도 곧바로 발표하지 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관심을 극대화한 것이다. WP는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어떤 공개발언을 할지, 정치적 승리를 위한 어떤 무대를 마련할지 등에 너무 초점을 맞춰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그는 자신의 행동이 TV에서 어떻게 비칠지를 늘 신경을 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오락외교는 치밀한 각본에 의해 연출되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미국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비핵화 드라이브에 반발하며 북미회담 재고를 언급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켜보자(We‘ll see)”라는 답변을 6번이나 반복할 뿐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평소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을 기대한다”는 트윗을 연신 날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석좌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등을 TV중계함으로써 시청자와 대상의 친밀감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는 김정은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모여들 군중의 규모를 생각해봐라. 거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외형적인) 것들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내용적인 것)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미경 전문기자mickey@donga.com}
북한이 핵을 포기해 한반도에 평화가 계속 유지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그 비용은 ‘향후 10년간 2조 달러(약 2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영국 유라이즌캐피털연구소의 스티븐 젠과 조애나 프라이어 연구원은 ‘비핵화된 북한’이 경제적으로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연구해왔는데 그 예측액이 2조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경제전문지 포천이 10일 보도했다. 두 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가 주는 위협을 고려할 때 김정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보하려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매우 큰 재정적 헌신(기여)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비핵화되더라도 계속해서 저개발 상태에 있다면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가 된다면, 그것(비핵화)엔 북한이 경제적으로 독자 생존하는 것을 보장해야 하는 가격표(막대한 비용)가 붙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비용(2조 달러)을 4등분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이 각각 부담할 경우 향후 10년 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미국 1.7%, 중국 1.6%, 일본 7.3% 한국 18.3%로 추산된다고 포천은 전했다. 이 비용 관련 분석에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독이 동독에 지원했던 총비용(1조2000억 유로·현재 가치로는 1조7000억 유로) 등을 참고했고, 북한이 동독에 비해 인구는 많으면서 경제적으로는 더 뒤떨어져 있는 상황도 감안했다고 포천은 전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북한의 비핵화를 모두 환영하지만 이에 따르는 비용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12일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엄청난 경제지원 청구서를 내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포천은 영국 유리존 캐피탈 연구소와 함께 북한 핵 포기에 따라 세계가 앞으로 10년 동안 짊어져야 할 비용을 2조 달러(약 2100조 원)로 추산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비용은 전 세계가 부담하지 않고 북한 비핵화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이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포천은 밝혔다. 이 비용을 4등분한다고 가정했을 때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미국 1.7%, 중국 1.6%, 일본 7.3%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경우 GDP 대비 무려 18.3%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포천은 “물론 이론적인 추산이지만 한국은 비핵화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들 4개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및 금융 지원,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핵화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2조 달러라는 금액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독이 동독에 지원했던 총비용 1조2000억 달러(현재 비용으로 추산하면 1조 7000억 달러 정도) 등을 기초로 산출한 것이라고 포천은 밝혔다. 북한의 경우 동독은 가지지 못했던 핵무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대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연구를 수행한 유리존 캐피탈 연구소의 스티브 젠 및 조앤나 프레이어 연구원은 “만성적으로 가난하고 개발이 뒤진 북한이 호락호락하게 세계에 ‘평화’라는 선물을 줄 리가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프라이스 태그’(가격표)가 붙어있다. 그 태그의 액수는 자신들이 대대손손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게 살아나갈 수 있을 정도의 보장 금액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업무수행 능력에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해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인터넷 정치매체 리얼폴리틱스는 WP가 최근 북-미 화해 분위기의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평양 방문 때 AP통신과 함께 동행 취재한 유일한 언론사다. 동행했던 WP 애덤 테일러 기자는 “WP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동행 취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WP의 폼페이오 장관 평양 1차 방문 단독 보도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귀띔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WP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칼날을 잠시 접고, 지지 또는 관망의 논조를 보이고 있다. 이 신문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폼페이오를 밀어줘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외교의 커다란 승리”라며 “트럼프-폼페이오 조합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엔 기삿거리를 제공하기보다 유명 기자와 칼럼니스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얘기를 나누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리얼폴리틱스는 “5, 6명의 NYT 기자가 최근 백악관을 다녀갔다”고 전했다. NYT의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니스트는 PBS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은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보다 더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이란 핵합의 파기 결정으로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트럼프의 전략은 훌륭하다” 등의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다른 패널들이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샌드라 퍼킨스 델라웨어대 정치언론학 교수는 “‘언론과의 전쟁’을 벌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호재를 만나 적어도 외교 문제에서만큼은 (비판적이던)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입니다. 김정은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면 자신이 백전백승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트럼프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 “I don′t know what all the fuss is about.”(도대체 왜 다들 난리인지 모르겠다)=미국 언론도, 전문가들도 비관론이 우세합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손안에서 놀아날 것이다’부터 ‘회담은 꽝 날 것이다’(The meeting will be a bust)까지 다양한 언어로 회담 실패를 예견합니다. 자신의 협상능력을 100% 믿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반대파들이 못마땅합니다. 그런 속마음을 사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털어놨다고 미 CBS방송이 보도했습니다. 그가 한 말은 “도대체 왜 다들 야단법석이야.” ‘I don′t know’로 문장이 시작하지만 진짜 모른다는 뜻은 아니고, ‘쟤네들 왜 저래’ 하는 비웃음이 담겨 있습니다. ‘Fuss’는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을 크게 부풀리고 흥분해서 소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비관론자들의 얘기가 그냥 소란 떠는 것으로 들릴 뿐이지요. △ “Just get me in the room with the guy, and I′ll figure it out.”(그냥 그 사람이랑 한방에 두기만 하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할게)=골프장에서 지인이 “회담 준비 잘돼 가고 있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Figure out’은 ‘곰곰이 생각해서 상황을 이해하다’라는 뜻입니다. ‘Find out’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Find out’은 어떤 상황을 보자마자 즉각 알게 되는 것인 반면 ‘Figure out’은 머리를 굴려서 상황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위 문장에서 ‘the guy’는 김정은입니다. 한방에 앉아서 얘기하다 보면 ‘이 사람의 생각은 뭔지, 나는 이런 제안을 해야 될지’ 등이 머리에 떠오를 거라는 겁니다. 김정은에 대해 미리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으스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대의 수가 뭔지 알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입니다. “니들이 협상을 알아?” 기업가 시절 ‘딜 메이커’(거래의 해결사)로 명성이 자자했던 트럼프 대통령. 아마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