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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정부가 공급하는 서민 정책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일제히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햇살론’을 이용한 고객이 원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은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말 21.3%로 1년 전(15.5%)보다 5.8%포인트 급등했다.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이 20%대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금원 등 정책 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 밖에도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 원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11.7%)과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을 위한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14.5%)도 지난해 말 기준 10%를 웃돌았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한 달에 몇천 원 수준인 소액대출의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국내 보험사에서 돈을 빌린 3명 중 1명이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차주 수 기준 보험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32.1%다. 다중채무자는 고금리에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 대출자로 분류된다. 특히 보험사 다중채무 차주의 경우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약 4300만 원으로 제2금융업권 중 상호금융(7500만 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햇살론이나 보험사 대출의 경우 취약 대출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체율 등이 높아져 대출 경로가 막히면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은 대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함께 정책 금융 수혜의 폭을 넓히는 등 서민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요즘 비트코인 오르는 거 보면 아무리 좋은 예·적금이라도 비교가 안 돼요. 아버지, 친구들 모두 코인으로 돈 버는 거 보니까 뒤늦게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청년희망적금 만기를 맞은 A 씨(27)는 1310만 원의 목돈이 생겼다. 이 씨는 5년간 매월 70만 원씩 넣으면 5000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 연계 신청 대신 비트코인 투자를 택했다. 그는 “이달 초 1310만 원 중 400만 원으로 비트코인을 샀는데 벌써 100만 원 정도 수익을 봤다”며 “가격이 조금 내리면 남은 돈으로 더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디스카운트, 코인은 프리미엄 11일 국내 원화마켓에서 비트코인이 최초로 1억 원을 넘어서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가상자산 투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15일 낮 12시 기준 15조98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피 거래액(12조9180억 원)보다 많고, 전날(12조2380억 원)보다는 3조 원 넘게 늘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한 11일 이후 닷새간 무려 70조 원이 넘는 가상자산 거래가 일어났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상자산 투기 심리에 유독 한국에서만 가상자산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 웨이브릿지에 따르면 국내와 해외 주요 거래소 간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지수화한 김치 프리미엄은 15일 9.23%였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에서 살 때보다 10% 가까이 비싸다는 의미다.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이 5000만 원대에서 거래되던 1월 2∼3%에 머물다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함께 상승했다. 15일에는 해외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급락했지만 원화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오히려 더 크게 올랐다. 김치 프리미엄이 9%를 넘어선 것은 2021년 5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코인 투자 열풍과는 정반대로 국내 증시는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5일에도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전날보다 1.91% 급락하며 지수가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올 들어 크게 오르는 와중에도 유독 국내 증시는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시중 자금 빨아들이는 코인 시장 자본 시장의 대기성 자금도 가상자산 시장에 뭉칫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최근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5대 시중은행에서 적금 13조 원이 빠져나갔다. 이 돈은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이동한 상황이라 언제든 가상자산 시장에 몰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유통 물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가상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 등의 코인 거래가 엄격히 규제돼 있는 상황도 심한 가격 급등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관 등의 코인 거래가 통제되다 보니 투기가 과열돼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이 생기기 어렵다”고 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만이 들끓는 고립된 투기판이 된 셈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은 글로벌한 자산이라 이동이 많은 편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자금 흐름이 막혀 있다 보니 김치 프리미엄도 생기는 것”이라며 “자금 흐름 통제를 보다 여유 있게 풀어주면 가격 차이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우리금융지주가 조병규 은행장을 이사회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 가운데 은행장이 이사회에서 배제된 건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2일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주주총회에 현재 공석인 비상임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사임하며 공석이 된 비상임이사 자리에 조 행장이 후보로 추천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종룡 회장과 사외이사진으로 꾸려져 임 회장 중심의 리더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지주의 소통 활성화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은행장이 지주 이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장이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는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각 금융지주에서 등기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비상임이사에서 중도 사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올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룹 내 2인자 격인 조 행장이 이사회에서 빠지면서 임 회장 중심의 ‘원톱 체제’가 강화됐다고 보고 있다. 그간 임 회장이 ‘지주는 전략 중심, 자회사는 영업 중심’ 기조를 강조해온 만큼 이사회 구성에서도 일원화를 추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꼭 은행장이 이사회에 합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금융에서는 은행장이 이사회에 들어간 경우도 드물다”며 “현재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여성 사외이사를 신임 추천하는 등 이사회 보완을 추진하고 있어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우리금융지주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5만7960주(지분율 약 1.24%) 전량을 자사주로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26년 만에 완전 민영화 될 전망이다.우리금융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거래는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당 매입가는 13일 종가 기준인 1만4600원이며 총 매입대금은 1400억 원 가량이다. 우리금융은 취득한 자사주를 즉시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예보는 공적자금 회수를 완료하고, 우리금융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10월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 간에 체결한 ‘주식양수도에 관한 기본협약’에 따른 이행 절차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뤄졌다. 우리금융 측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시장의 높아진 기대치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설명했다.우리금융은 1998년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26년에 걸친 공적자금 상환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고 100% 민영화를 완성하게 됐다. 특히 현재 우리금융을 이끌고 있는 임종룡 회장은 2016년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 7개 과점주주에 지분 30%를 매각하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이번 거래로 재임 기간에 우리금융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다른 은행보다 화면 글씨도 큼직하고, 안내 방송도 커서 나이 든 사람들이 은행 업무 보기엔 편하네요.” 5일 경기 고양시 하나은행 탄현역 출장소에서 만난 최모 씨(67)는 본인을 ‘단골 손님’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최 씨가 방문한 탄현역 출장소는 ‘시니어 특화점포’로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은행 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최 씨와 같은 고령층은 물론이고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어나며 은행권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시니어 특화점포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고령층 고객을 위한 큰 글씨와 안내방송이었다. 차례를 알려주는 예금 창구 안내판에는 담당 직원 이름, 사진, 광고 등이 없이 간단히 숫자만 큼직하게 실려 있었다. 대기 번호를 안내하는 방송도 다른 지점에 비해 컸다. 창구에선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를 통해 난청 고객을 위해 은행 직원의 음성이 앞에 놓인 태블릿에 바로 입력되기도 했다. 이날 은행에 방문한 김모 씨(63)는 “다른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귀가 안 좋은 고객을 부르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데 여기는 애초에 방송을 크게 해주니 편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쉬운 용어로 메뉴를 구성한 쉬운 말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하는 등 고령층이 은행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시각장애인용 실물 점자 보안카드와 음성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무상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청각장애인을 위해 콜센터 수어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앞장서고 있다. 은행권이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에 앞장서고 있는 건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의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추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점포를 폐쇄하더라도 디지털 취약계층 등 소비자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합산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3931개로 2020년 9월 말(4539개)보다 13.4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는 6개에서 12개로 2배가 됐다. 은행권은 시니어 특화점포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 만큼 은행권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시니어 특화점포 개설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며 일반 영업점은 축소할 수밖에 없는 추세”라며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80대 초반의 A 씨는 2021년 1월 예금에 가입하러 은행 지점에 갔다가 직원의 권유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2500만 원을 투자했다. 과거 ELS 상품에 두 차례 가입해 예·적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적이 있지만 직원은 상품 설명 과정에서 투자 위험 일부를 빠뜨리고 왜곡된 내용을 전달했다. 부당 권유 정황과 고령자 보호 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A 씨의 경우 판매자 요인(50%), 투자자 특징(고령자, 예적금 가입 목적·25%) 등을 고려하면 약 75%의 배상 비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LS 가입 경험이 2회뿐이고 가입 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이라 차감되는 배상 비율은 없었다. 반면 6000만 원을 투자한 40대 초반 B 씨는 손실의 약 30%를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8번의 ELS 투자 경험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1억 원을 투자한 50대 중반 C 씨는 62회나 가입 전력이 있는 데다 손실 경험까지 있고, 누적 이익이 이번 손실액을 초과해 한 푼도 배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분쟁 조정 기준안’에서 판매자, 투자자별 배상 비율 가산 및 차감 요인을 이와 같이 정교하게 세분화했다. ELS가 공모 형태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팔린 상품임을 고려한 조치다. 투자 연령대가 높고 조기 상환이 가능한 상품 구조상 반복 가입 사례가 많은 점도 금감원의 기준안에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마다 배상 비율 제각각 금감원은 배상 비율을 판매사 요인과 투자자별 특성 등으로 나눠 산정했다. 금융사에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가입 고객의 투자 성향까지 고려하기 위해서다. 판매사 요인만으로는 최대 50%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적합성 원칙(20%), 설명 의무(20%), 부당 권유 금지(25%) 등 불완전 판매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이 적용된다. 이 중 두 가지를 어긴 경우는 30∼35%, 세 가지를 모두 어긴 경우에는 기본 배상 비율이 40%로 책정된다. 여기에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따라 은행은 최대 10%포인트, 증권사는 최대 5%포인트의 추가 배상 비율을 적용받는다. 투자자 요인으로는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이 증가 또는 감소한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5∼15%포인트)이거나 애초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금융사를 방문한 경우(+10%포인트), ELS 첫 투자인 경우(+5%포인트) 등의 사례에서는 판매사의 배상 비율이 그만큼 높아진다. ELS에 반복해서 고액을 투자했거나 과거 투자로 재미를 본 경우에는 배상 비율이 낮아진다. ELS 가입 횟수가 21회 이상인 투자자는 2%포인트, 31회 이상은 5%포인트, 41회 이상은 7%포인트, 51회 이상은 10%포인트 배상 비율이 깎인다. ELS 손실 경험이 있을 때도 배상 비율이 15%포인트 낮아지는 등 상품 이해도가 높을수록 배상을 덜 받게 된다. 또 ELS 가입 금액이 5000만 원을 넘어서면 금액에 따라 5∼10%포인트 배상 비율이 줄고, 과거 가입한 ELS의 누적 수익이 현재 상품의 손실을 초과하면 비율이 10%포인트 깎인다.● 배상안 강제성은 없어금감원은 ELS 가입자 다수가 투자 손실액의 20∼60%를 배상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제시했던 배상 비율인 20∼80%보다 판매사 책임을 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다수 케이스가 20∼60% 정도로,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구체적인 배상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한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판매사들이 자율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하는 눈치다. 개별 지점을 넘어 금융사 판매 시스템 차원의 불완전 판매 행태가 확인된 데다 구체적인 기준안까지 마련된 만큼 금융사들의 자율 배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사의 자율 배상과 금감원의 분쟁 조정 절차 모두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판매사와 투자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향후 법적 소송으로 비화해 다툼이 장기화될 수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등 최근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지난해 금융회사 사외이사진이 ‘거수기 역할’에 그치며 경영진의 견제 및 감시라는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평균 7500만 원이 넘는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37명이었다. 이들은 이사회에서 162건의 안건을 논의했지만 반대표가 나온 경우는 없었고, 안건들은 수정·조건부 가결 3건을 포함해 100% 가결됐다.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행태는 금융그룹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시·통제해야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너 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5대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수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홍콩H지수 ELS,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언급은 단 두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36명은 지난해 평균 7531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간 평균 근무 시간은 390시간으로 평균 시급은 19만 원에 달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우려를 표했다.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중 한 명을 사장 후보로 선정할 예정이다.농협중앙회는 NH투자증권과 다른 계열사의 시너지를 위해 농협 내부 인사인 유 전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표는 NH투자증권, 사 전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일한 ‘증권맨’ 출신이다.임추위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른바 ‘농협맨’과 증권업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 중 누가 더 적합한지에 대한 견해 차이가 극명히 나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금감원은 손자회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했으며 은행, 증권, 생명, 보험 등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농협중앙회의 주주권은 완전 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의 경영진 교체건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손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사항을 수시검사에서 들여다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금감원은 이달 7일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 과정을 비롯한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은행 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높은 연체율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등이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무디스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총 19개 은행 및 금융지주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이내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국내 은행들은 달러채 자금을 더 높은 금리로 조달해야 한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향후 12∼18개월 내 한국 은행들의 영업 환경과 자산 건전성, 수익성 약화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2025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과 인터넷은행 점유율 확대 등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고금리와 그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자 부담과 높은 생활비로 인해 민간 개인 소비력이 감소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NIM은 악화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의 NIM 추정 평균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1.5%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또 높아진 연체율이 국내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38%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향후 18개월 내 0.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관련 이자 및 원금 상환 유예 연체율과 부동산 대출이 자산 위험의 핵심 원천”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해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등을 끝내 ‘양보’(concession)했는데, 이 또한 NIM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불완전 판매로 판단할 경우 투자자 보상의 문제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을 당시에도 건전성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포함됐고 그에 맞춰 이행했다”며 “ELS 불완전 판매 사안은 도덕적 해이를 범한 금융사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의사결정이 어려운 고객에게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경우에는 100% 손실 배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 특성 등에 따라 배상 비율은 차등화하겠다며 일괄 배상에는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고객에게 상품을 판 경우엔 해당 법률 행위 자체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다”며 “이런 경우엔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 때처럼 일부 ‘계약 취소’에 의한 100% 배상안도 열어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금감원은 투자자의 연령, 투자 경험, 직원의 설명 의무 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 기준안을 정리하고 있다. 실제로 불완전 판매가 이뤄진 사례들도 확인되고 있다. 이 원장은 “ELS는 판매 시 과거 손실 실적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금융회사는 2008년 금융 위기 등 특정 시기를 빼고, 10년에 한해서만 손실을 분석해 손실률이 0%에 가까워 보이게 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일괄 배상안에 대해선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배상이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H지수 ELS 관련 2차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감원은 이달 11일 배상 기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새 5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대출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은 9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9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1월 말보다 4779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증가 폭은 크게 줄었다. 올 1월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2조9049억 원 늘었는데 2월에는 증가 폭이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5월(1431억 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그간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37조964억 원으로 전달보다 2조7713억 원 늘었다. 1월 증가 폭(4조4329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건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며 대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05∼0.20%포인트 인상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공인중개사, 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등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8명이 올해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집값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주택 가격 하락 흐름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3일 발표한 ‘2024년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 중 74%, 공인중개사와 PB 중 79%가 올해 주택 매매 가격 전망에 대해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4.6% 하락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2.4%)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는데,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보고서는 KB경영연구소가 건설·시행·학계·금융 등 관련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172명), 전국 공인중개사(523명), KB금융 PB(73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하락 폭에 대해선 “1∼3% 하락한다”는 예측이 시장 전문가(28%)와 공인중개사(26%)에서 가장 많았다. PB들 중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3∼5% 하락’(27%)을 전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하락 전망이 우세했지만 비수도권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하락 전망 88%)의 시각이 수도권(하락 전망 66%)보다 더 비관적이었다. 주택 매매시장의 경기 최저점은 시장 전문가(50%)와 공인중개사(59%) 모두 올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그쳐 늦어도 2025년에는 주택 경기가 최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금리 인하’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지원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박진욱(가명) 씨는 2017년 서울 성북구의 주상복합상가 내 지하 점포를 4억 원에 사들이면서 A은행에서 2억2000만 원의 담보 대출을 받았다. 이곳에서 몇 년간 스포츠 오락 시설을 운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급락했고 대출 원금과 이자조차 못 내는 상황에 이르렀다.결국 A은행은 채권 회수를 위해 해당 점포를 경매에 넘겼고 2022년 초 첫 경매가 시작됐다. 그런데 3억7000만 원이던 최초 입찰 가격이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7000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진행된 경매에서도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A은행으로서는 채권 대부분을 손실 처리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3일 동아일보와 지지옥션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2년 1개월간 경매가 개시된 부동산(주택, 토지, 상가 등) 매물 중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채권(채권 최고액 기준)은 약 10조901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2년간 경매가 개시된 부동산 매물 중 5대 은행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등기부등본 1만974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또 이 중 5대 은행이 대표 채권자로서 경매를 신청하며 반환 청구한 금액도 1조8588억 원으로 나타났다. 경매 신청 건수도 연일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법원에 접수된 전국의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만619건으로 2013년 7월(1만1266건)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소상공인, 기업 등이 저금리 시기에 무리하게 일으킨 담보 대출이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지적한다. 담보 가치가 낮은 ‘한계 매물’이 속속 경매시장에 쏟아지면서 민간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부동산 담보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가장 낮은 편인데,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한 것”이라며 “한동안 이런 추세가 더 거세질 전망이라 담보 대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11억 담보 토지 3억에 낙찰… 영끌족 ‘한계 매물’ 경매 쏟아져 5대 은행 ‘부동산 부실채권’ 10조 ‘대출 감당 못해 경매’ 갈수록 늘어… 감정가에 못미치는 낙찰도 속출5대銀, 최근 2년 채권반환 청구액… 2338억 회수 실패 등 손실 증가전문가 “담보대출 부실 관리 시급” 김인중(가명) 씨는 20대였던 2019년 7월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약 2억4000만 원을 받아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전용면적 84㎡) 한 채를 4억 원에 매입했다. 그 후 아파트값이 2021년 한때 7억 원까지 올라 김 씨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성공한 듯싶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졌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추가 대출까지 일으켜야 했다. 결국 은행 측은 대출을 연체한 김 씨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다. 김 씨의 아파트 감정가는 6억 원에 육박했지만 경매가 유찰됐고, 이달 예정된 두 번째 경매에선 최저 입찰 가격이 4억 원까지 낮아졌다. 김 씨 같은 영끌족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아 쓰러지면서 부동산 경매가 급증하고 있다. 채무자들이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자 돈을 빌려줬던 은행들이 담보물을 처분해 채권 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담보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감정가를 낮춰도 경매가 유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보 대출의 채권 회수에 실패한 은행들로선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끌족 ‘한계 매물’ 쏟아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담보로 대출을 내줬다가 차주가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한계 매물’은 갈수록 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지옥션과 함께 경매 대상 부동산 등기부등본 약 2만 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22년 부동산 경매가 개시된 매물 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근저당권 총액은 3조5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또 이 수치는 지난해 6조1000억 원 수준으로 7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채권 반환 청구액’(대표 채권자로서 경매를 신청하며 반환 청구한 금액)도 8000억 원에서 9500억 원으로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추이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월 5대 은행의 근저당권 총액은 약 49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달(2000억 원)의 2.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채권 반환 청구액 역시 544억 원에서 1028억 원으로 89% 뛰었다. 특히 영끌족의 투자 실패 사례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아파트 담보 대출 부실도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1월 5대 은행이 경매로 넘긴 아파트 담보 채권 반환 청구액은 354억 원으로 1년 전(115억 원)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할 수 없이 아파트를 포기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 채권 회수 성공률 절반에 그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채권 회수에 실패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이정민(가명) 씨는 약 10년 전 충남 천안시 토지를 담보로 3차례에 걸쳐 은행에서 11억 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후 이 씨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기 시작했고, 은행 측은 결국 2022년 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토지를 경매로 넘겼다. 문제는 그사이 땅값이 급락하면서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경매가 개시됐을 때 최저 입찰 가격은 처음 대출액에 크게 못 미치는 6억 원대. 하지만 이 가격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을 거듭하던 토지는 입찰 가격이 3억 원대로 떨어지고 나서인 지난해 6월에야 3억4000만 원에 팔렸다. 은행은 약 8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셈이다. 이 씨의 사례처럼 최근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담보 부동산이 감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리는 사례가 흔하다.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내 5대 은행이 직접 채권 반환을 청구한 6292건 가운데 1602건(25.5%)은 낙찰자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매각에 성공한 4690건 중 1235건(26.3%)은 낙찰가가 은행의 채권 반환 청구액보다 낮았다.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한 주채권은행조차 45.1%는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았거나 채권을 전액 회수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대출액 기준으로 5대 은행은 채권 반환 청구액(1조8588억 원) 중 12.6%(2338억 원)를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1순위 근저당을 설정한 금융권이 채권 전액 회수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은 2, 3순위 근저당을 설정한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율은 훨씬 더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은 대출 부실에 대비해 미리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손실액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소지가 크다.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액의 0.5% 안팎을 충당금으로 쌓지만 주담대는 대출액의 0.05% 수준에 그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회계상으로는 손실이 바로 잡히지 않더라도 한계 물건의 경매가 본격화될수록 예상치 못한 손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한동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담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 비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금융당국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기간과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심사는 현행 3심제에서 한 단계를 생략해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에 자본잠식, 횡령 및 배임 등 시장거래에 부적합한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열게 돼 있다. 이후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폐를 결정하면 상장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개선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최장 4년, 코스닥 상장사는 2년이다. 여기에 심사 보류, 소송 등까지 이어지면 절차는 더욱 장기화된다. 문제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의 상폐가 지연되면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 사냥꾼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투자자 역시 투자금이 묶이면서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실제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있는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는 71곳으로,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 원이다. 일각에선 상폐 절차가 단축되면 페널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의 상폐 심사 제도 개선은 밸류업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진행된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공인중개사, 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등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8명이 올해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집값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주택 가격 하락 흐름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3일 발표한 ‘2024년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 중 74%, 공인중개사와 PB 중 79%가 올해 주택 매매 가격 전망에 대해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4.6% 하락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ㅡ12.4%)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는데,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해당 보고서는 KB경영연구소가 건설·시행·학계·금융 등 관련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172명), 전국 공인중개사(523명), KB금융 PB(73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하락폭에 대해선 “1~3% 하락한다”는 예측이 시장 전문가(28%)와 공인중개사(26%)에서 가장 많았다. PB들 중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3~5% 하락’(27%)을 전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하락 전망이 우세했지만, 비수도권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하락 전망 88%)의 시각이 수도권(하락 전망 66%)보다 더 비관적이었다.주택 매매시장의 경기 최저점은 시장 전문가(50%)와 공인중개사(59%) 모두 올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그쳐 늦어도 2025년에는 주택 경기가 최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금리 인하’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지원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 주택 공급 등의 변수가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롯데카드가 성장성, 혁신성을 가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업을 공개 선발하고 해당 기업들을 지원하는 육성 프로그램 ‘띵크어스 파트너스’를 실시한다. 롯데카드 띵크어스 파트너스는 지역·사회·환경 분야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는 브랜드를 발굴해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해 9월 ESG 기업 모집 공고를 냈다. 1차 서류 전형에 총 223개 기업이 지원했고 이후 서류 전형에 통과한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공개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롯데카드는 전문가 심사를 통해 기업의 ESG 적합성, 성장성, 혁신성 등을 평가해 최종 6개 기업을 선발했고 이들 기업에 1억 원 규모의 상금을 수여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선발된 띵크어스 파트너스 기업은 △그린컨티뉴(대상) △위플랜트(최우수상)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최우수상) △리플레이스(우수상) △서스테이블(우수상) △인비저블컴퍼니(우수상)이다. 롯데카드는 올 한 해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롯데카드 디지로카 애플리케이션(앱) ‘띵샵’ 입점 지원, 디지로카앱·롯데카드 SNS 활용 홍보 및 마케팅 지원, 브랜드 마케팅 컨설팅, 전문가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상을 수상한 ‘그린컨티뉴’는 국내 최초로 선인장 소재로 친환경 식물성 원단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버려진 선인장잎, 부산물 등 농업 폐기물을 소재로 활용하는 등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 ESG 적합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위플랜트’는 땅에 꽂으면 식물로 성장하는 스마트 포트를 통해 산불 피해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마찬가지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장애, 질환, 노령 등으로 운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 ‘어댑핏’을 운영한다. 둘 다 상생 시너지 측면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우수상을 수상한 ‘리플레이스’ ‘서스테이블’ ‘인비저블컴퍼니’는 각 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유사 업종을 운영하는 타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과 혁신성을 가지고 있고 소외계층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측면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선발됐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그동안 ESG 캠페인 ‘띵크어스’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환경보호 등을 실천하는 ESG 기업의 마케팅을 도와 매출을 높이는 등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며 “올해 실시될 띵크어스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홍보나 마케팅은 물론 경영, 마케팅 컨설팅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인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BC카드는 2022년 8월 출시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올 1월을 기준으로 1년 반 만에 누적 충전 회원 수가 226만 명을 돌파했다고 28일 밝혔다. BC카드는 KT와 함께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기존 지류형과 달리 온누리상품권 애플리케이션(앱)에 자신이 평소 쓰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하고 필요한 금액만큼 온누리상품권을 충전해 사용할 수 있게 고안됐다. BC카드뿐만 아니라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 등 본인이 소유한 신용·체크카드 모두 등록 및 충전할 수 있다. 전통시장 등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할 시 개인 카드 신용한도나 연결 계좌 잔액이 아닌 충전된 온누리상품권 잔액 내에서 금액이 먼저 차감된다. 오는 6월 말까지 전통시장에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경우 상향된 소득공제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최근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전통시장 카드 이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 40%에서 80%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최근 경비 지출, 임직원 복리후생 등 법인 대상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 한국동서발전,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에서도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도입해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김호정 BC카드 상무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자신이 평소 쓰던 카드라는 익숙한 방법을 통해 편리하게 온누리상품권의 혜택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라며 “BC카드는 온누리상품권 활성화에 앞장서 고물가 시대 가계 부담 경감과 영세 중소상공인 매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근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업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인가 방식을 변경한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는 컨소시엄이 3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아직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주주사를 찾지 못해 인가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공식적으로 준비 중인 곳은 소소뱅크·KCD뱅크·U-Bank(유뱅크) 3곳이다. 가장 최근 구성된 유뱅크 컨소시엄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핀테크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다. 유뱅크는 노년층,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인터넷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엔 핀테크 업체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만들겠다며 ‘KCD뱅크’를, 지난해 12월엔 소상공인·소기업 연합 단체 35곳이 주축이 된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소소뱅크)’가 차례로 출사표를 냈다. 둘 다 ‘소상공인 맞춤형 은행’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3곳 모두 아직 정식으로 인가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연이어 인터넷은행 설립 도전에 나서는 건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은행 인가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 방침을 발표할 때만 신청 및 심사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적합한 사업자가 인가를 신청하면 당국이 상시적으로 신규 인가를 내주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출범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제4 인터넷은행 경쟁을 촉진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합산 이용자 수는 2021년 말 기준 2640만 명에서 2023년 말 4127만 명(중복 집계)까지 늘었다. 2년 만에 이용자 수가 1500만 명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제4 인터넷은행의 관건은 ‘자본력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250억 원의 최소 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안도 필요하다. 실제로 앞서 2019년 소소뱅크는 금융위에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자본조달방안 미흡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과거 인터넷은행 3사도 시중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터넷은행 업계도 대체로 새로운 ‘메기’의 등장을 환영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의 자본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시중은행, 금융그룹 등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소뱅크·KCD뱅크·유뱅크 모두 은행권, 금융그룹 등과의 논의를 통해 주주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들의 자본력을 꼼꼼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제4 인터넷은행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만큼 인가 신청을 하면 꼼꼼히 평가할 것”이라며 “특히 자본금 요건, 자본 조달 능력 등을 엄격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6일부터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면 최대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4% 넘게 줄어든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처음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규제는 점점 더 강화돼 대출 한도는 올해 7월부터는 최대 9%, 내년에는 최대 17%까지 감소한다.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 일부 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소득 5000만 원이면 1700만 원 ↓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26일부터 은행 주담대에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은행들은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내주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여기에 미래의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늘어날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반영함으로써 대출 한도는 기존보다 줄어들게 된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5000만 원인 대출자가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1700만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이전까지는 최대 3억45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었는데, DSR 산정 시 스트레스 금리 0.38%포인트가 얹혀지면서 대출 한도는 최대 3억2800만 원으로 4.9% 감소한다. 다만 같은 조건으로 금리를 5년 넘게 묶어두는 혼합형, 주기형 상품으로 대출을 받으면 대출 한도 감소 폭은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했을 때보다 작다. 변동금리 상품보다 혼합형은 600만 원, 주기형은 1200만 원가량 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 DSR 도입 취지가 변동금리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인 만큼 대출 상환기간 내 고정금리 기간이 길수록 스트레스 금리를 덜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 주담대 금리 최대 0.3%포인트 인상 1단계가 시작된 스트레스 DSR은 올 7월부터는 2단계, 내년부턴 3단계로 들어간다. 1단계에서 25%인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은 2단계 50%, 3단계 100%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 축소 폭도 더욱 커진다. 26일부터 3억2800만 원이었던 대출 한도는 7월부터 다시 3억12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내년부터는 2억8400만 원까지 감소한다. 약 1년 만에 주담대 한도가 6100만 원(17.7%) 줄어드는 셈이다. 6월부턴 은행권의 신용대출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주담대도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에 포함돼 대출 한도는 더욱 감소한다. 한편 일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0.30%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이미 KB국민은행은 7일 주담대 변동·혼합금리를 모두 0.23%포인트씩 올렸고, 신한은행도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씩 인상했다. 최근 가계대출은 약 두 달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13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조7209억 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주담대는 535조6308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7386억 원 증가했다.스트레스 DSR 규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미래의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의 한 전통시장 인근에서 불법 사금융 업체를 운영했던 40대 김모 씨. 그는 시장 상인들에게 10만 원 안팎의 돈을 빌려준 뒤 14∼15일간 매일 1만 원씩을 수금하는 일수업자였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000%를 넘는 초고리였지만, 업체를 운영했던 수년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출과 수금의 전(全) 과정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안민석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는 “단기 급전이 필요한 시장 상인이 연락을 주면 퀵서비스로 대출금을 지급하고, 매일 오토바이 기사가 시장을 돌며 원금 및 이자를 수금하는 형태의 범죄”라며 “이자 지급이 늦어지며 부담이 커진 피해자가 뒤늦게 불법 사금융으로 신고하려 해도 증거 자체가 부족해 피해 회복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관련 범죄 척결에 나섰지만, 단속 및 처벌을 면하기 위한 범죄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퀵서비스를 활용해 수금에 나서거나, 점조직 형태 운영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교란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단속과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와 수요 분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점조직’ 형태 운영에 ‘행동강령’까지 마련 불법 사금융 업체 A조직의 20대 조직원 김모 씨와 박모 씨는 2021년부터 전남 여수시와 충남 천안시, 충북 청주시 등지에서 불법 사금융 범죄에 가담했다. 두 사람은 2022년 말까지 1만 회에 걸쳐 최고 5200%의 고리로 40억 원의 대출을 알선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이자 및 연체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범죄 수익만 28억 원이 넘는다. 그 과정에서 저지른 악질 불법 추심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두 사람이 검거된 것은 지난해 초. 약 2년의 기간 동안 수사망을 피할 수 있던 것은 A조직이 철저한 관리 체계를 두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콜팀’ ‘면담팀’ ‘수금팀’ ‘인출팀’ ‘총무팀’ 등으로 구성된 A조직은 다른 팀 조직원은 물론이고 같은 팀 소속의 조직원들끼리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구조였다. 면담팀과 수금팀의 조직원들은 본명 대신 미리 정해준 별칭만 사용해야 했다.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는 일은 절대 금지됐다. 업무 시에는 대포폰과 대포통장만 이용할 수 있었고, 공용 와이파이 대신 휴대용 와이파이만을 써야 했다. 출금팀 소속 조직원 역시 철저히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1개 체크카드로는 1개 은행에서만 인출하고 이를 전달할 때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찾아 주차했다. 심지어 퇴근할 때도 집에서 3km 이상 떨어진 곳에 주차해 놓고 걸어서 귀가해야 했다. 이처럼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범죄 수법 진화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직원들의 행각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장모 씨(45)는 가족을 들먹이며 위협하는 범죄 조직의 불법 추심에 경찰서를 찾았지만, 오히려 좌절하고 말았다. 장 씨는 “신고 당시 수사관이 직접 불법 사금융 업체 조직원과 통화했는데, 그 조직원은 수사관에게 어차피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며 “조직원이 대포폰을 사용해 검거가 어렵다는 말에 고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단속에 한계 예방 및 수요 분산에 초점 둬야 이처럼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로 불법 사금융 이용 수요가 커지는 추세에서는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높은 수익을 노리고 계속 진화하는 범죄를 원천 차단하기 쉽지 않다. 실제 최근 들어 저신용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종사자 등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변형된 형태의 불법 사금융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때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고수익을 벌 수 있는데 단속 및 처벌은 어려운 방식이 활용된다. 대기업 과장 이모 씨(38)는 2년 전 알게 된 지인 김모 씨에게 2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만에 40만 원을 돌려받았다. 이 씨가 원금만 갚으라고 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그렇게 대출금을 수십, 수백만 원씩 늘려갔고 그때마다 단기간에 이자를 포함해 원금의 두 배를 돌려받았다. 그렇게 불어난 돈이 지난해 1억 원에 달했을 때, 김 씨는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사라졌다. 잦은 돈 거래로 신뢰 관계를 쌓은 뒤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이 씨는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일종의 불법 사금융에 당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일반 불법 사금융과 달리 내가 고리로 돈을 빌려준 입장이기 때문에 고소하더라도 자칫 ‘피의자’로 취급될 수 있다는 설명에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불법 사금융 범죄 조직 척결이 단속 강화보다 피해 예방 및 수요 분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할 때도 단속으로는 범죄 조직 타진에 한계가 뚜렷했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범죄 수법과 심각성을 알리는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저신용자들을 위한 급전 창구를 다양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규제나 범죄 처벌 강화 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변호사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은 대부분 거리의 현수막 명함이나 온라인 광고를 통해 불법 사채에 접근하게 되는데, 정작 광고 처벌은 과태료 수준에 그친다”며 “불법 사금융 광고업자들을 불법 사채업자와 공범으로 보고 처벌해야 관련 범죄가 위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