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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제안한 ‘소상공인 전용 신용카드’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구체적인 검토도 없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조차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홍 장관은 18일 열린 ‘최저임금 추진 실태 점검’ 당정협의에서 소상공인 전용 신용카드를 도입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되 그만큼 줄어드는 카드사의 수익을 공적자금으로 보전해 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서 홍 장관은 16일에도 “금융위가 올해 한 차례 카드 수수료를 낮출 계획이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려고 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홍 장관은 카드 수수료를 얼마나 낮출 것인지, 카드사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예산을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홍 장관이 정책의 구체적인 효과와 필요한 예산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아이디어’만을 제시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저임금으로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들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여 카드 수수료를 낮춘다는 아이디어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실제 관련 법안이 발의된다고 해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카드 수수료 주무 부처인 금융위는 홍 장관의 제안에 대해 “실행하기 쉽지 않은 아이디어”라며 난색을 표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금융위가 조정하고 있다. 현재 연매출 3억 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매출액의 0.8%, 5억 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은 1.3%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과 내년 1월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르면 6월부터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보험사에서 대출액이 집값의 60% 이상인 고위험 대출을 받기가 한층 더 까다로워진다. 현재 별도의 고강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받고 있지 않은 경기 용인 안양 수원시 등의 수도권과 지방 같은 ‘비(非)청약조정대상지역’이 해당된다. 정부가 부동산으로 쏠린 대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가계대출을 옥죄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에 나서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향후 3∼5년간 가계대출 증가폭이 최대 40조 원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금융회사가 가계대출을 늘리면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해 부담을 증가시키는 반면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이런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에서 LTV가 60% 넘는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금융위가 LTV 60% 이상인 주택대출을 ‘고위험 LTV’로 규정해 위험 가중치를 현재의 35%에서 최대 2배로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위험 가중치가 높아지면 금융회사는 추가로 자기자본을 쌓아야만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고위험 차주에 대해 대출 한도를 조이거나 대출을 아예 거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는 LTV 40%, 경기 과천 성남 고양시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은 LTV 60%의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수도권과 지방이 이번 고위험 LTV 규제를 받는다. 또 저축은행과 보험사에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대출자가 원금의 10% 미만을 갚는 대신 만기를 재연장하던 관행이 어려워진다. 주택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즉시 해당 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가 은행권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은행권의 ‘예대율 산정 규정’도 전면 개편된다. 예대율은 금융회사가 받은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로, 현재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3분기(7∼9월)부터는 은행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15%를 더하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15%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가중치를 차등화해야 한다. 은행들이 예대율 100%를 맞추려면 가계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 문턱은 훨씬 더 낮아진다. 1분기(1∼3월) 중으로 은행들이 기업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구조조정 기업이나 기계·설비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지역 농·신협,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회사도 경기민감업종(부동산, 건설, 도소매 등)에 속하지 않는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22일 국내 금융지주회사 9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점검에 나선다. 하지만 이날 차기 회장 후보 발표를 강행하기로 한 하나금융지주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22일 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에서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력 사정상 22일엔 일부 지주사만 조사한 뒤 하나금융 등 나머지 회사들은 다음 달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22일 조사 대상에서 하나금융을 제외한 것은 관치 논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 대출, 채용 비리 의혹을 조사 중인 만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절차를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이에 불복해 회추위의 회장 후보 결정을 위한 절차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회장 선출 시까지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회장 선임 절차가 끝난 뒤 강도 높은 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하나금융은 22일 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한다. 3명의 후보 중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의 3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4월 말부터 은행에서 대출을 연체했을 때 물리는 가산금리가 현재의 최고 8%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낮아진다. 또 대출받은 사람이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빚을 갚을 형편이 안 되면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늦춰준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약·연체차주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출자가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고, 연체를 한 뒤에는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우선 4월 말부터 모든 금융회사에서 대출 연체 때 내야 하는 이자가 ‘대출금리+3%포인트’로 제한된다. 현재는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연체하면 대출금리에 5∼8%포인트를 더한 높은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제2금융권에서 연체했을 때 붙는 가산금리는 저축은행의 경우 5∼25%포인트 등으로 더 높다. 이번 연체금리 인하 조치는 가계대출은 물론이고 기업대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또 제도 시행 이전에 대출을 받았거나 연체를 시작한 사람이더라도 4월 말부터 인하된 가산금리를 적용받는다. 당장 대출을 연체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95만1000명(지난해 11월 기준)의 이자 부담이 4월부터 크게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연체이자 부담이 연간 5조3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연체를 했더라도 곧바로 은행이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에 넘길 수 없도록 최대 1년간 경매(담보권 실행)를 미뤄주는 제도도 시행된다. 아울러 다음 달부터 병에 걸리거나 실직, 폐업 등으로 갑자기 대출을 갚기 어렵게 된 이들이 연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원금 상환을 최대 3년간 유예해주는 제도가 시행된다. 주택 가격 6억 원 이하의 집을 보유한 1주택자 등이 대상이다. 이번 조치로 금리 상승에 취약한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빚 부담이 줄고 연체자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빚을 제때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부 악의적인 채무자를 제외하고 차주가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을 유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재 은행들은 고객이 대출을 연체했을 때 최고 8%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린다. 지역농협, 수협 같은 상호금융권의 가산금리는 최고 14%포인트, 저축은행은 25%포인트에 이른다. 이런 높은 이자 때문에 한번 연체에 빠지면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고 나락으로 빠지는 이들이 많다. 금융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취약·연체차주 지원 방안’에 따라 모든 금융회사의 연체 가산금리가 3%포인트로 떨어지면 연체자들의 빚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연체금리가 얼마나 낮아지나. A. 현재 대출을 연체하면 은행들이 처음 계약한 대출금리에 5∼8%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를 물린다. 이 가산금리가 4월 말부터 모든 금융회사에서 3%포인트로 내려간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1억 원을 빌려 대출이 4개월간 연체됐다고 하자. 지금은 가산금리로만 매달 67만 원을 내지만 앞으로는 25만 원만 내면 된다. Q. 4월 이후 받은 대출만 적용되나. A. 4월 이전에 대출 계약을 맺은 사람도 제도 시행 이후 연체를 하면 3%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이미 연체이자를 내고 있는 사람들도 4월부터 가산금리가 똑같이 인하된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해 한 해에 39만7000명(2014년 기준)이 새롭게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대출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Q. 카드대금을 연체하면 어떻게 되나. A. 은행, 저축은행 등과 달리 현재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연체했을 때 15% 안팎의 연체금리를 일률적으로 매긴다. 금융당국은 이런 금리 산정 방식을 변경할 방침이다. 변경된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기준 카드 연체금리는 7∼9% 수준으로 떨어진다. Q. 가산금리가 낮아지면 은행들이 대출이자를 올리지 않을까. A. 금융회사의 연체 채권 관리 비용은 대출액의 3%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은행권의 전체 이자 수익 중 연체이자 수익은 0.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내려간 가산이자를 보전하기 위해 대출이자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연체가 되지 않도록 원금 상환도 유예해주나. A. 연체 위기에 놓인 대출자를 대상으로 원금 상환 시기를 최대 3년 뒤로 미뤄주는 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대출 심사 결과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3년(1회 1년, 2회 추가 연장 가능), 신용대출은 최대 1년(1회 6개월, 1회 연장 가능) 동안 유예된다. 유예 기간에 대출자들은 ‘정상 채무자’의 상태로 이자만 갚으면 된다. Q. 누가 신청할 수 있나. A. 실직, 폐업, 질병, 자연 재해 등으로 갑자기 대출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가 은행에 신청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이 6억 원 이하인 1주택자, 신용대출은 대출액 1억 원 이하,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 4억 원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Q. 담보권 실행 유예 제도는 뭔가. A. 연체가 발생해 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집을 갑작스럽게 경매에 넘기면 대출자들은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최대 1년간 담보권 실행(경매)을 유예해주는 제도가 2월 말 시행된다. △연체기간 30일 초과 △주택가격이 6억 원 이하인 1주택자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요건을 모두 만족하고 대출금액의 50% 이상을 보유한 금융회사의 동의를 받으면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유예 기간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2.25%포인트를 더한 금리를 적용받는다. 또 신청하기 전까지 발생한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 받는다. Q. 이런 지원책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나. A. 금융당국은 일단 연체를 하면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강유현 yhkang@donga.com·황태호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소상공인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저렴한 상가 점포를 영세 상인에게 직접 임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7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추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는 식의 처벌 강화에서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 쪽으로 최저임금 보완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영세상인 자금난 덜어 불만 최소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 우려에 대해 관계 부처가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달 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 수수료 및 상가 임대료 부담 완화, 상권 내몰림 방지, 자금 부족 완화 등을 보완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번 최저임금 보완책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상가 임대료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지금의 9%에서 5%로 낮추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달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즉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부문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숙원인 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이 나온다. 7월부터 편의점과 소형 슈퍼마켓, 빵집 등 소액 결제가 많은 신용카드 가맹점부터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다. 신용카드사가 밴(VAN)사에 보내는 수수료가 7월부터 현재의 건당 95원에서 결제금액의 약 0.2%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소액결제 수수료가 줄어 슈퍼마켓이나 빵집 같은 가맹점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초 소상공인이 고용 규모를 유지할 경우 금리를 인하해 주는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LH 등 공공기관이 영구임대주택 단지 안에 있는 상가를 소상공인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 정책 정부가 이번에 소상공인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만난 식당 주인, 편의점 사장 등은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종업원이 많아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1인당 월 15만 원)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동안 낮은 인건비로 버티던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만약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첫 단추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좌초한다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기조도 순항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7월 마련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 76개 가운데 현재 68개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대책 가운데는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연결짓기 어려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또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핵심 보완책은 올해 중반부터 적용되는 등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강유현·천호성 기자}
시중은행들이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가상통화 거래소의 법인계좌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하고, 해당 계좌와는 거래를 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인계좌로 투자금을 입금 받아 거래를 중개하는 주먹구구식 영업을 해온 소형 거래소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다음 주 이런 내용을 담은 가상통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소형 거래소들이 회사나 임원 명의로 계좌를 만든 뒤 투자자들의 자금을 송금받아 수기(手記)로 관리하고 있어 고객 자금이 뒤죽박죽 섞이거나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거래소 계좌들의 목록을 공유하고 거래를 중단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법인계좌를 쓰는 거래소들에 대해 고객별 거래명세, 회사와 고객 자산을 구분하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가 사실상 법인계좌를 활용하기 어려워져 점차 실명계좌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3월까지 가상통화 거래소의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치기로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거래소의) 전자상거래법, 약관법 위반 조사에 대해 3월까지는 결과를 내려고 한다”며 “필요하다면 시장 경제원리에 맞는 규제, 제재 수단을 마련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는 거래소들이 시스템 장애, 해킹 등에 대비해 소비자 거래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했는지와 약관에 불공정 조항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연초부터 달아오른 코스닥 시장이 16년 만에 900 고지를 탈환했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과 바이오주 열풍을 타고 조만간 1,000 선에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거침없는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과열 논란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코스닥이 ‘셀스닥(셀트리온+코스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거래일 만에 100포인트가량 급등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9.62포인트(1.08%) 오른 901.2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900을 넘어선 것은 2002년 3월 29일(927.30) 이후 약 16년 만이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812.45) 10년 2개월 만에 800 선을 넘어선 데 이어 10거래일 만에 900까지 돌파한 것이다. 이날 코스닥 시가총액은 319조475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배기원 신한금융투자 신한PWM압구정센터 부지점장은 “오랫동안 짓눌려 있던 코스닥 투자 심리가 정부의 시장 활성화 기대감 등으로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며 “상반기(1∼6월)에 950 선까지 무난히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해 들어 코스닥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개인과 외국인투자자들이다. 특히 연말 양도소득세를 피해 증시를 떠났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돌아왔다. 올 들어 15일까지 개인은 1조1952억 원, 외국인은 713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종목은 역시 제약·바이오주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처음 입성한 셀트리온헬스케어(2706억 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신생 바이오 기업인 신라젠(740억 원)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도 1∼4위를 제약·바이오 기업이 휩쓸었다.○ ‘셀스닥’ 된 코스닥 우려 하지만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너무 커 ‘삼스피(삼성전자+코스피)’로 불리는 것처럼 코스닥 시장도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개 종목의 주가에 따라 출렁이는 ‘셀스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셀트리온 3형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날 현재 약 21%에 이른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효과를 빼면 코스닥 상승세가 미약하다는 분석도 많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달 12일 현재 셀트리온 3형제를 제외하면 코스닥지수는 759.04에 그친다. 당시 실제 코스닥지수(873.05)와 격차가 110포인트가 넘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이오 버블’이 꺼지면서 코스닥 시장이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3%이지만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며 “증시와 실물 경제의 괴리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상승세는 다음 달로 예정된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다. 대장주의 이탈로 코스닥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셀트리온의 독주가 끝나면서 나머지 종목들로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옥석 가리기에 나설 때”라며 “구체적인 실적이 없는 기업에 주가 상승세만 보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박성민 min@donga.com·강유현 기자}

4월부터 질병이 있더라도 최근 2년간 수술을 받은 경험이나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이력이 없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어도 증상이 가벼운 수준이면 실손보험에 들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출시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만성질환자, 수술 및 입원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보험을 통해 예기치 못한 합병증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을 완화한 실손보험 상품이 4월에 나온다.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가입 요건이 어떻게 완화되나. A. 현재는 5년 내에 △입원, 수술을 받았거나 △7일 이상 치료를 받았거나 △30일 이상 투약한 경우 보험회사에 미리 고지해야 했다. 이런 경우 보험사들은 대부분 실손보험 가입을 거부했다. 하지만 4월부터는 2년 내에 △입원, 수술한 적이 있거나 △7일 이상 치료받은 이력만 고지하면 된다. Q. 모든 질병에 적용되나. A. 암을 제외한 모든 질병에 적용된다. 현재는 5년 내 치료 이력 외에도 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간경화증 뇌출혈·뇌경색 당뇨병 등 10대 중대 질환에 대해서는 5년 내 진단 이력만 있어도 실손보험에 가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4월부터는 암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질환에 대해서는 2년 내 진단 및 치료 이력이 없으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암은 추적 조사가 필요하고 전이 가능성이 있어 5년간 이력을 본다. Q.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있다. 보험 가입이 되나. A. 그렇다. 가입 심사 항목에서 투약 여부가 아예 빠진다. 이에 따라 특별한 치료 없이 처방받은 약만 복용하는 경증 만성질환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 대신 보장항목에서 약값은 제외된다. Q. 다른 가입 심사 항목은 얼마나 간소화되나. A. 일반 실손보험의 가입 심사 항목은 총 18개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6개다. 일반 실손보험은 가입 때 질병 이력 5개, 임신 및 장애 여부, 부업이나 음주 흡연 여부 등을 심사한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질병 이력 3개,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만 본다. Q. 가입 요건이 완화되면 보장 항목도 줄어드나. A. 보장 항목은 일반 실손보험과 거의 비슷하다. 약값이 제외된다는 점만 다르다. 다만 실손보험에 있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등 3대 특약이 없다. Q. 얼마를 보장받을 수 있나. A. 외래 진료는 회당 20만 원 1년에 180회까지, 입원은 질병·상해당 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실손보험보다 보장액이 적다. △진료비의 30% 또는 △최소부담금(입원 1회당 10만 원, 외래진료 1회당 2만 원) 중 더 큰 금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Q. 보험료는 얼마인가. A. 보험개발원은 50세 기준 남성은 평균 월 3만4230원, 여성은 평균 4만8920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 실손보험(평균 남 2만340원, 여 2만9400원)보다는 비싸다. 보험료는 매년 갱신되며 상품구조는 3년마다 변경된다. Q. 합병증으로 보험금을 여러 번 청구하면 나중에 보험료가 오르는 거 아닌가. A. 실손보험은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해서 갱신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다만 보험회사들은 1년간 해당 상품의 손해율을 따져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보험료를 조정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4월부터 질병이 있더라도 최근 2년간 수술을 받은 경험이나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이력이 없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어도 증상이 가벼운 수준이면 실손보험에 들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출시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만성질환자, 수술 및 입원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보험을 통해 예기치 못한 합병증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을 완화한 실손보험 상품이 4월에 나온다.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Q. 가입 요건이 어떻게 완화되나.A. 현재는 5년 내에 △입원, 수술을 받았거나 △7일 이상 치료를 받았거나 △30일 이상 투약한 경우 보험회사에 미리 고지해야 했다. 이런 경우 보험사들은 대부분 실손보험 가입을 거부했다. 하지만 4월부터는 2년 내에 △입원, 수술한 적이 있거나 △7일 이상 치료받은 이력만 고지하면 된다.Q. 모든 질병에 적용되나.A. 암을 제외한 모든 질병에 적용된다. 현재는 5년 내 치료 이력 외에도 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간경화증 뇌출혈·뇌경색 당뇨병 등 10대 중대 질환에 대해서는 5년 내 진단 이력만 있어도 실손보험에 가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4월부터는 암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질환에 대해서는 2년 내 진단 및 치료 이력이 없으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암은 추적 조사가 필요하고 전이 가능성이 있어 5년간 이력을 본다. Q.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있다. 보험 가입이 되나.A. 그렇다. 가입 심사 항목에서 투약 여부가 아예 빠진다. 이에 따라 특별한 치료 없이 처방받은 약만 복용하는 경증 만성질환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 대신 보장항목에서 약값은 제외된다.Q. 다른 가입 심사 항목은 얼마나 간소화되나.A. 일반 실손보험의 가입 심사 항목은 총 18개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6개다. 일반 실손보험은 가입 때 질병 이력 5개, 임신 및 장애 여부, 부업이나 음주 흡연 여부 등을 심사한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질병 이력 3개,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만 본다.Q. 가입 요건이 완화되면 보장 항목도 줄어드나.A. 보장 항목은 일반 실손보험과 거의 비슷하다. 약값이 제외된다는 점만 다르다. 다만 실손보험에 있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등 3대 특약이 없다.Q. 얼마를 보장받을 수 있나.A. 외래 진료는 회당 20만 원 1년에 180회까지, 입원은 질병·상해당 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실손보험보다 보장액이 적다. △진료비의 30% 또는 △최소부담금(입원 1회당 10만 원, 외래진료 1회당 2만 원) 중 더 큰 금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Q. 보험료는 얼마인가.A. 보험개발원은 50세 기준 남성은 월 3만4230원, 여성은 4만8920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 실손보험(남 2만340원, 여 2만9400원)보다는 비싸다. 보험료는 매년 갱신되며 상품구조는 3년마다 변경된다.Q. 합병증으로 보험금을 여러 번 청구하면 나중에 보험료가 오르는 거 아닌가.A. 실손보험은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해서 갱신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다만 보험회사들은 1년간 해당 상품의 손해율을 따져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보험료를 조정한다.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지 나흘 만에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도 여전히 불확실한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무조정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거래소 폐쇄 방안은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방안은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며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 장관이 11일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에 비해 수위가 낮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나흘 만에 새로운 입장을 내놓은 것은 거래소 폐쇄를 반대하는 국민과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에도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정부는 “가상통화는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상통화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며 투자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1년 넘게 가상통화 문제를 방치해 오다가 부작용이 부각되고서야 뒤늦게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10월 디지털 통화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가상통화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이미 일본은 가상통화를 법적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고 미국 뉴욕주는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이후 정부가 가상통화제도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가상통화 가격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에야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가상통화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24시간 내내 거래 차트만 바라보는 투자자인 ‘비트코인 좀비’가 넘쳐나고 해외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40% 이상 높은 ‘김치 프리미엄’ 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와 개개인이 입을 수 있는 큰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금융당국의 인선 절차 제동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15일 당초 예정대로 차기 회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강행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해 ‘적폐’라는 표현까지 쓰며 우회적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인 우월의식 버려라”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회장 후보군 16명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8명에 대한 인터뷰를 마쳤다. 16일 나머지 후보에 대한 면접을 본 뒤 최종 후보자 3명을 추려낼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날 하나금융에 “CEO 리스크를 감안해 회추위 일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회추위 일정을 2주가량 연기하라는 금감원의 구두 권고를 회추위가 거부하자 공문을 보낸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하나금융과 관련해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된 몇 가지 의혹을 확인 중이고, 이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며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만약 금융인 중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과도한 황제 연봉’ 등을 금융권 적폐로 꼽았다. 이를 두고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앞서 김 회장을 겨냥해 “CEO가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 연임’을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나금융 “금융위 모범 규준대로 이사회 운영” 금융당국은 현행 지배구조상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후보군 간의 실질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김 회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 은행 채용비리 의혹 등을 검사 중인 상황에서 김 회장이 선출되면 향후 CEO 공백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하나금융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금융지주 CEO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대표이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며 “하나금융 회추위는 CEO가 고발된 상황과 이에 따른 리스크를 회장 선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계속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15년 금융위가 만든 모범 규준에 어긋나지 않게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했는데도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자 또다시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CEO 인선에 본격 개입하면서 ‘관치 금융’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특정 개인을 배제하기 위해 룰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금융계 및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다시 하나금융을 지배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청와대도 문제 삼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금감원에서 검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회장 추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강유현·한상준 기자}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에서 ‘실명제 도입’으로 돌아선 것은 가상통화 시장을 무조건 틀어막기보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면서 투기과열을 식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명 확인’과 ‘과세’라는 투 트랙 방식을 통해 이상 과열을 이끄는 투기세력과 불법자금을 차단하고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거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가상통화 투기 열풍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거래소 폐쇄를 장기적으로 계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실명제-과세’ 투트랙으로 과열 식힌다 최근 가상통화 대책을 놓고 혼선을 빚었던 정부는 당분간 실명제와 과세 조치에 주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거래 실명제와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달 말부터 6개 은행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실명 확인을 거친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다. 이러면 은행들이 투자자의 거래 내용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게 돼 불법자금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또 거래 내용이 남아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가상통화 과세 원칙 아래 향후 어떤 세목(稅目)에 과세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적용이 유력한 세목으로는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이 거론된다. 법인세는 현재 세법으로도 거둬들일 수 있지만 거래소들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새해 들어 국세청이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법인세 징수를 위한 자료 수집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양도세를 물리기 위해서는 세법을 고쳐야 한다. 현재 부동산과 달리 금, 채권 등은 양도세를 물리지 않고 있어 가상통화에만 양도세를 매길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투자자도 실명 확인 거쳐야 입금 이달 말부터 실명제가 도입되면 불법자금으로 가상통화를 매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 도입과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실명제가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 A. 현재 가상통화 거래는 투자자가 개인 은행 계좌에서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돈을 옮긴 뒤 가상통화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이 거래소 명의로 된 수십만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면 거래소가 이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형태였다. 하지만 실명제가 도입되면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이 투자자별로 실명 확인을 거쳐야 거래 계좌가 발급된다. 예를 들어 A거래소와 KB국민은행이 계약을 맺으면 국민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A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 Q. 기존 가상계좌는 어떻게 되나. A. 기존 가상계좌를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계좌에서는 돈을 출금할 수만 있고 입금은 안 된다. 추가 투자를 못 하는 것이다. 가상통화를 추가로 사려면 실명 거래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 확인 거래계좌를 통해서는 입금도 할 수 있고 출금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일부 거래소는 가상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자사 명의의 법인계좌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이 법인계좌들은 어떻게 되나. A. 현재 일부 거래소는 거래소 명의의 법인계좌를 만들어놓고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투자금을 송금받아 거래를 대행해주고 있다. 이 계좌는 불법자금이 들어와도 걸러내기가 쉽지 않고 해킹에도 취약하다. 앞으로 은행들은 이런 법인계좌로 거액의 수상한 자금을 입출금하는 의심거래가 있으면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Q. 앞으로 거래가 막힐 염려는 없나. A. 실명제가 도입된 후 신규 계좌를 얼마나 더 만들어줄지는 은행의 결정에 달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에 자율적으로 새 투자자들에게 거래계좌를 발급하라고 허용했다. Q. 그렇다면 거래소 폐쇄는 없던 일로 된 건가. A. 정부는 여전히 거래소 폐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에도 과열이 진화되지 않는다면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폐쇄는 입법 사항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한상준 / 세종=박재명 기자}
이달 말부터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기존 가상계좌로 입금을 할 수 없고 출금만 할 수 있게 된다. 신규 투자자는 물론이고 기존 투자자도 가상통화를 구입하려면 본인 확인을 거친 거래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신한 NH농협 IBK기업 KB국민 KEB하나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시행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새로운 투자자들도 실명 확인 거래계좌를 통해 가상통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은행들이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상태여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가상통화를 살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또 기존 투자자들은 현재 쓰고 있는 가상계좌에는 출금만 할 수 있게 된다. 추가로 가상통화를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은행들은 가상계좌를 쓰지 않고 법인계좌로 가상통화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견되면 거래를 곧바로 중단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또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물리기로 하고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실명제와 과세를 통해서도 가상통화 시장의 투기 과열을 식히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거래소 폐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김 회장의 연임을 결정지을 선임 절차를 보류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예정대로 선임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2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요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2주가량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회장이) CEO가 되면 최악의 경우 CEO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할 때까지 연기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김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온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 등을 검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회장 선임을 예년보다 1개월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예정대로 15일부터 회추위를 열어 16일 최종 후보 3인을 선정하고 22일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회추위는 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16명으로 압축했다. 김 회장과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등 내부인사 4명과 외부인사 12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제동을 건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회추위 간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후 CEO 리스크가 불거지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회추위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기업공개(IPO) 공모금액이 3조5000억 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 공모 규모는 74건, 3조52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치였던 2000년의 2조5686억 원을 17년 만에 갈아 치웠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IPO 시장도 들썩거린 것이다. IPO 기업들이 조달한 평균 공모금액은 476억5000만 원. 1000억 원 이상 공모에 성공한 기업도 6곳이나 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모금액이 1조8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제일홀딩스(4219억 원), 스튜디오드래곤(210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종전까지는 1999년 상장한 아시아나항공(3750억 원)의 공모금액이 가장 많았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방침을 밝힌 것은 투기장으로 변한 가상통화 시장을 강력하게 규제해 국민들의 피해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또 투자자들을 향해서도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데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큰 만큼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무장관, “가상통화 거래는 도박” 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통화 열풍을 투기와 도박으로 본다는 기본 인식을 나타냈다. 거래소가 도박장의 역할을 하는 만큼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장관은 가상통화 열풍이 현실화된 지난해 말부터 “거래소 폐지를 검토하고 거래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는 없는지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지금 정부, 특히 법무부 입장은 가상통화 거래가 극히 위험한 거래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정부의 입장이 뭔가 가상통화를 정상적인 거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거래소 폐지로 인한 투자자 반발에 대해서도 “가상통화 거래를 하는 분들에게 있어선 위험 감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걸 얻으려고 지속적으로 거액을 거래할 경우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또 “주식 공매도와 같은 거래방식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범죄적 요소가 있는 거래 양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다. 검찰, 경찰, 금융위원회가 합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며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에 조율된 것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 간 이견, 정치권 반대 등 산 넘어 산 법무부에선 부처 간 협의가 끝나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가상통화 거래소의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정부입법이나 의원입법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입법 심의를 하게 될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트위터에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거래소 폐쇄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록체인·가상통화 관련 기술 발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거래소 폐쇄 발표는 한마디로 국민패싱”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거래의) 부작용은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거래소) 폐쇄하는 것이 옳은 조치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법무부 내에서는 그간 부처 협의 과정에서 박 장관이 보인 강경한 태도에 대해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부처 협의 초기부터 ‘거래소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기획재정부 등 다른 경제 관련 부처 실무자들은 부처 간 협의에서 “그건 좀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법무부가 다소 머쓱한 상황이 됐다고 한다. 11일 청와대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한 것도 정부 내 조율이 미흡한 상태에서 박 장관이 강경 조치를 밀어붙인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유현·김상운 기자}

다음 달 8일부터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연 24%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이 은행의 연 금리 20% 안팎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새로운 대출 상품이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가 현재의 27.9%에서 24%로 인하됨에 따라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날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는 취약 차주 38만8000명 가운데 최대 15만 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범부처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다음 달 1일부터 불법 사금융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연 24% 넘는 고금리 대출, 은행 대출로 갈아타기 보완 대책에 따르면 다음 달 8일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총 1조 원 규모로 ‘안전망 대출’(가칭)이 나온다.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연 24%를 초과하는 금리로 받은 대출을 국민행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연 12∼24% 금리에, 만기 최대 10년짜리 은행 대출로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깐깐히 하게 되면서 대출 만기가 돌아온 취약 차주들이 대출을 연장하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갈아타기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신청 대상은 2월 7일 이전에 고금리 대출을 받아 대출 만기가 3개월 이내로 남은 저소득자 및 저신용자다. 저소득자는 연체가 없는 상태로 연소득이 3500만 원 이하인 사람이며, 저신용자는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이 4500만 원 이하인 사람이다. 안전망 대출 신청을 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의 심사를 거쳐 상환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 2000만 원 한도로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을 성실히 갚으면 6개월마다 금리도 최대 1%포인트씩 낮아진다. 하지만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게 된다. ○ 39만 명 취약계층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우려 금융위는 다음 달 8일부터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38만8000명 이상의 차주가 불법 사금융 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모로는 2조5000억 원이다. 1인당 평균 대출액(644만 원)을 감안했을 때 안전망 대출을 통해 1조 원이 공급되면 약 15만5000명이 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또 다른 대출 상품을 만들어 연명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대출자들은 대체로 상환 능력이 떨어져 안전망 대출이 ‘빚 돌려 막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채무 연명보다는 채무 조정과 사회적 안전망으로 포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정부가 서민금융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저축은행, 캐피털 같은 제2금융권에서 저신용 계층의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사금융업자에 대한 벌금 상한이 기존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올라간다. 금융회사가 법정 최고금리를 위반했을 때 벌금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또 취약계층이 각종 지원 제도를 제대로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복지와 금융을 연계해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황태호 기자}

새해 들어 코스닥 시장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10년여 만에 800 선을 돌파하면서 올해 안에 ‘1,000 고지’를 밟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혁신·성장 기업 지원 정책이 구체화되면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2000년대 초반의 ‘벤처 붐’처럼 반짝 열기로 그치지 않으려면 코스닥 시장이 체질 개선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바이오주 견인, 정부 정책 기대감도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92포인트(0.59%) 오른 834.91에 마쳤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은 ‘10년 만의 전성기’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오름세가 가파르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812.45에 마감해 2007년 11월 6일(800.92) 이후 10년 2개월 만에 800 선을 넘어섰다. 이어 8일(839.51)에는 2002년 4월 19일(858.80)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이날까지 무려 182.09포인트(27.9%) 급등한 실적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기에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던 온기가 현재 코스닥 시장의 중소형주로 퍼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코스닥 상승세를 이끄는 것은 ‘바이오의 힘’이다. 정부의 신약 개발사업 지원, 바이오기업의 대규모 기술 수출 등의 호재가 잇따르면서 코스닥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신라젠, 티슈진 같은 신생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채워졌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새해 들어 약 25% 뛰며 시가총액이 코스피시장 3위인 현대자동차를 넘어서기도 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코스닥 시장으로 개미들의 ‘머니 무브’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정부는 개인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 시장에 연기금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 비중을 1% 늘리면 약 1조 원의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효과’도 더해졌다. 연말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증시를 떠났던 개인투자자 등의 자금이 다시 돌아오면서 코스닥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새해 들어 이날까지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코스닥 주식은 1조5724억 원어치에 이른다.○ 1,000 돌파 기대감 솔솔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코스닥지수가 1,000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97개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평균 6조5920억 원으로 사상 처음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39.2% 늘어난 규모다. 여전히 코스닥 시장이 저평가돼 있어 상승 동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많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시장 상승세를 보면 아직 한국은 정보기술(IT) 종목이 저평가돼 있다”며 “올해 4차 산업혁명 기대주를 중심으로 IT 종목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바이오와 IT로 양분된 코스닥에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특정 기업이나 업종의 악재에 따른 시장 전체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제약·바이오주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주 투자 열기가 진정되면 상반기 중 조정이 올 수 있다”며 “다시 상승 곡선을 탈 때는 4차 산업혁명 종목들이 코스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코스닥 시장이 구조적 체질 변화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코스닥 상장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부실기업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이 센터장은 “2000년대 초 상장된 벤처기업 중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었다”며 “상장 문턱을 낮추려면 부실기업을 걸러낼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박성민 min@donga.com·강유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급등한 데 따른 혼란은 일시적이며 곧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에도 해당 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만든 최저임금 대책(일자리 안정기금)을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원책이 제대로 작동하면 해결될 문제라는 답을 내놓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상당히 높은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1월 한 달은 혼란이나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월 급여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세업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 지원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제도권 속으로 들어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영세업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할 방법은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소득과 근무 여부가 불투명해 부정 수급 가능성이 있어 일자리 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사회보험료 부담률을 낮추고 세액공제 혜택까지 내놓았으나 일부 사업장이나 근로자는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월 급여가 지급된 뒤 대상자 약 300만 명 중 230만 명이 일자리 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까지는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연 3.2%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도 연 3%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같은 고도성장이 아니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면 만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대해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이고 경제성장의 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채용 비리,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근절하겠다”며 공정 경제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7월에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7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 결제를 대행하는 밴(VAN) 사업자의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는 신용카드사가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95원을 밴 사업자에 수수료로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카드사가 결제금액의 약 0.2%를 수수료로 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신용카드사는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밴 수수료가 줄어들어 소형 슈퍼마켓이나 빵집 같은 가맹점에 수수료를 인하해줄 여력이 생긴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강유현·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