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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업체마다 리모델링 견적이 천차만별일까. 믿을 만한 곳은 없을까.’ 2014년 당시 MBC 편성PD였던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39)는 신혼집 인테리어 입주를 앞두고 리모델링 업체를 알아봤다. 하지만 업체별로 부르는 가격은 제각각이었고 원하는 디자인에 맞춰 리모델링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였다. 그는 3개월에 걸쳐 직접 정보를 모으고 시공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발로 직접 뛰어다닌 끝에 결국 그는 원하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틈틈이 블로그에 리모델링 과정과 노하우를 글로 써서 올렸다. 누리꾼들은 ‘우리 집 인테리어도 해주면 안 되겠냐’는 댓글을 달았다. 블로그 글을 모아 책 ‘인테리어 원북’을 출간하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9년 차 PD였던 윤 대표가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한 계기다.○ ‘언론고시생’ 때에는 인터넷 의류 사업 창업은 윤 대표에게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열었던 경험이 있었다. 스물두 살이던 2005년 윤 대표는 동대문에서 옷을 매입해 인터넷으로 팔았다. 네이버에는 170번째 쇼핑몰로 등록됐다. 당시 PD 준비를 하던 ‘언론고시생’이었던 그는 ‘방송사 입사 경쟁률이 너무 높아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당시만 해도 ‘쇼핑몰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표현이 딱히 없었고, 쇼핑몰을 창업한 내게 다들 창업이라는 말 대신 ‘왜 대학생이 장사하냐’는 질문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4개월 동안 매주 1000만 원씩 손에 쥘 정도로 쇼핑몰은 잘됐다. 하지만 윤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꿈꿔 온 PD의 꿈도 접지 않았다. 윤 대표가 MBC에 최종 합격할 무렵 동업한 친구는 홈쇼핑 PD가 돼 이들은 사업을 접었다. 쇼핑몰에 별다른 미련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온전히 PD로 향하지도 않았다. MBC 입사 1년 차 때부터 ‘PD는 10년까지만 하고, 11년 차 때부터는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의 기회가 왔을 때 PD를 그만두는 아쉬움보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펼쳐졌다’는 생각이 든 건 그래서다. ○ 디자인을 모듈화하고 가격을 표준화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한 윤 대표는 신혼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몸소 느낀 불편함을 서비스에 그대로 녹여냈다. 프랜차이즈 인테리어 업체는 가격이 비싸고, 동네 업체는 정보가 별로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 또 소비자들은 공사 과정에서 기존 견적보다 비용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는 이런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인을 모듈화하고 평형대별 가격을 표준화했다. 이른바 ‘프라이스태그(price tag·가격표) 시스템’이다. 스타일 옵션과 자재를 명시하기 때문에 고객은 정확한 가격을 사전에 받아볼 수 있다. 윤 대표는 “아파트 리모델링에 집중하면서 데이터가 계속 쌓였고, 이를 통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변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 쌓기에도 주력했다. 리모델링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데다 한번 공사를 하고 나면 수년간 사용하게 된다. 아파트멘터리는 혹여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실내건축업 등록을 하고 100% 애프터서비스(AS)와 1년 워런티 시스템을 갖췄다. 아파트멘터리가 창업 후 처음으로 받았던 리모델링 의뢰는 좋은 자양분이 됐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자 당시 고객은 집 안 곳곳에 수정사항이 담긴 빨간색 포스트잇 100여 개를 붙여 놨다. 윤 대표도 예산 안에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신혼집을 리모델링했지만, 마감의 디테일이 아쉬웠던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윤 대표는 고민 끝에 업계 최초로 ‘마감확인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고객과 함께 어떤 부분에서 추가 보수가 필요한지 확인해 한 달 이내에 처리해주는 것이다. ○ “단순 리모델링 아닌 고객 경험에 집중” 윤 대표는 2017년 8월 투자은행(IB)업계에 있던 김준영 공동대표(37)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회사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아파트멘터리는 윤 대표와 김 대표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윤 대표는 마케팅과 기획 등을, 김 대표는 재무와 투자유치 등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아파트멘터리를 스타벅스에 비유한다. 스타벅스는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한편으로 고객 경험에 집중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서 비즈니스를 확장시켰다. 그는 “아파트멘터리도 쇼룸뿐 아니라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집 ‘고치기’에서 ‘꾸미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리빙 제품으로까지 비즈니스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게 스타트업이란: “빛나는 순간만 스타트업을 뜻하지 않는다. 계속 혁신하면서 오래 살아남아야 훗날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그 시기가 스타트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에게 스타트업이란: “고객 입장에서 뜯어고치고 개선해 변화를 만드는 회사.”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싸이월드가 2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트래픽이 몰리면서 사용자들이 접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3일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2일 낮 12시쯤 싸이월드 앱을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2019년 10월 서비스를 중단한 싸이월드는 지난해 2월 ‘싸이월드 리부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싸이월드제트 주주들의 투자를 비롯해 초록뱀컴퍼니, 한글과컴퓨터, 다날, NHN벅스 등 협력업체들의 전환사채 인수까지 140억 원이 투자된 프로젝트다.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170억 장의 사진과 1억6000만 개의 동영상 등이 모두 복원됐고, 새로운 싸이월드 앱과 웹도 구축했다”며 “노후된 서버를 전면 교체하고 보안 솔루션을 금융기관급으로 올려 개인정보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싸이월드에서는 사진첩뿐 아니라 일촌맺기, 파도타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2015년 1월 1일 이전에 가입한 고객은 당분간 아이디 찾기와 로그인까지만 할 수 있다. 복원된 사진이 아직 사진첩으로 업로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고객은 이달 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싸이월드제트는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싸이월드 앱 서비스 개시가 지연된 데 대한 사과의 뜻을 담아 앞으로 한 달간은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싸이월드 앱이 선보이자마자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구글플레이에서는 다운로드 오류가 계속됐다. 다운로드를 마치더라도 싸이월드의 실명 인증 과정에서 트래픽 폭주로 오류가 발생했다. 싸이월드제트는 오류들을 수정·보완하는 데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네이버가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을 지난해 대비 10% 증액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위한 기구도 설립하기로 했다. 3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이 회사 노조는 1일 오후부터 2일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한 끝에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을 지난해 대비 10% 늘린다는 임금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연봉 재원 인상 폭은 재작년 5%, 지난해 7%에 이어 올해 두 자릿수로 상승한 것이다. 개인별로는 근속 기간이나 직책과 관계없이 최소 300만 원의 연봉 인상을 보장하기로 했다. 통신비, 자기계발 비용 등 개인업무지원금도 15만 원씩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구도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 기구는 이사회 직속으로 신설되기 때문에 신고 사실이 회사 쪽에 노출되지 않고 조사도 독립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네이버의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 조처다. 네이버 노조는 조만간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해 이번 잠정 합의안의 확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사물인식,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첨단 기술이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사물을 구별하고 글까지 읽는 AI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됐다. 사회 문제를 기술로 푸는 소셜벤처 기업을 소개한다.》사회 약자 돕는 ‘따뜻한 기술’ “아리아, 앞에 뭐가 보여?” “텍스트 감지. ‘모니터에 사번을 입력해주세요’, ‘필요 시 유니폼으로 환복해주세요’, ‘소지품은 잘 챙겨주세요’….” SK텔레콤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한울’ 헬스케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민수 씨(44)에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설리번플러스’는 든든한 동반자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전방의 물체를 인식하고, 이를 음성으로 전달해 위 씨의 이동이나 사물 인식 등을 돕는다. 처음 만난 이의 명함을 읽어주고, 얼굴을 인공지능(AI)이 인식해 나이·성별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도 주요 명소의 역사나 특징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읽지 못해 아쉬웠지만 설리번플러스의 도움으로 불편함이 해소됐다고 한다. 위 씨는 “스마트폰에 앱을 많이 깔아 놔도 볼 수 없으면 무용지물인데 설리번플러스 덕분에 잘 활용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사물 인식, AI, 빅데이터 등의 정보기술(IT)을 통해 장애인들의 시각적·청각적 불편함이나 사회적 난제 등을 해소하는 ‘따뜻한 기술’이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셜벤처들은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기술의 ‘적용’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 나갈 수 있는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돼 주는 기술, 세계에서도 호평2018년 개발돼 국내에 출시된 설리번플러스는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언어로 이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는 ‘생태계’까지 구축된 상태다. 현재는 SK텔레콤의 AI플랫폼 ‘누구’와 협업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투아트의 조수원 대표는 “세상이 ‘디지털화’되며 편리해지고 있지만 소외되는 사람들도 많다”며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닷’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를 내놨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닷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태블릿PC인 ‘닷 패드’를 만들었다. 닷 패드는 촉각 디스플레이다. 수천 개의 핀이 상하로 움직이면서 글자뿐 아니라 표, 그래프 등 그래픽 요소를 나타내 시각장애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올해 9월부터는 미국 교육부를 통해 미국 내 시각장애인 학교에 닷 패드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주윤 닷 공동대표는 “미국에 있을 때 세 차례 창업해 봤고 사업도 나름대로 잘됐지만 의미와 보람을 찾기 어려웠는데 교회에서 시각장애인이 부피가 큰 종이 점자 성경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며 “이후 시각장애인과 관련 단체 등 수십 명을 인터뷰하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이 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소셜벤처 ‘오파테크’는 2015년부터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가르치는 IT 기기 ‘탭틸로’를 개발했다. 학부모나 선생님이 선택한 언어가 점자로 변환돼 기기에 표시되고, 시각장애인 학습자는 그 점형(點形)을 익힐 수 있다. 점자를 모르는 사람도 점자를 가르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수업이 제한되자 교사가 비대면으로 탭틸로를 제어할 수 있는 식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오파테크의 이경황 대표는 “점자 교육 입문뿐 아니라 점자를 익히고 난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음성을 수어와 문자로… 자동통역 기술도 개발 중음성언어를 청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수어’로 변환시키는 기술도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AI수어통역 시스템 ‘스마트 수어, 손말’ 개발을 진행 중인 ‘함께 걷는 미디어랩’의 박성환 대표는 “우리가 쓰는 말이 ‘소리언어’인데 청각장애인들은 소리에 대한 경험이 없어 의미 파악을 위해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 대표는 청각장애인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음성과 수어를 자동 통역해주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KT도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프로그램 ‘따뜻한 기술 더하기 챌린지’를 통해 기술 고도화를 지원 중이다. 현재 자동통역 시스템은 데이터 축적을 위한 대규모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박 대표는 많은 수어 데이터를 쌓고 당장 통역이 필요한 청각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청각장애인-수어통역사-비장애인’ 간 3자 영상 통화 연결을 도와주는 모바일 앱을 준비 중이다. 사실 첨단 기술은 아니다. 이미 영상 통화를 위한 전용 단말기가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스마트폰에 접목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고객이 불편을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때 그것이 항상 ‘첨단’과 ‘혁신’일 필요는 없잖아요. 신규성과 혁신성도 중요하지만 ‘사회문제 해결’에도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코액터스’가 운영하는 ‘고요한 M’이 그 주인공이다. 택시 내에서 승객과 청각장애인 기사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태블릿 기기를 개발해 지난해 기준 111명의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를 배출했다. SK텔레콤과의 협업을 통해 차로 이탈 및 보행자 추돌 등 각종 위험을 시각이나 진동 등으로 경고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으로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지원하고 있다. ‘소리를 보는 통로(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시간 문자통역 서비스(STT)를 개발했다. AI를 기반으로 음성을 인식해 문자로 실시간 바꿔준다. 대표적인 제품은 컴퓨터에서 작동되는 소프트웨어인 ‘PC소보로’와 태블릿에서 작동하는 앱 ‘소보로 탭’ 등 두 가지다. 개인뿐 아니라 교육기관, 회사, 공공기관 등에서도 이용되고 있으며 서비스 누적 이용 시간이 4만5000시간을 돌파했다. 창업자인 윤지현 대표는 포스텍에 재학 중이던 2016년 IT 제품 기획 관련 수업을 수강하면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청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담기 위해 청각장애인 수백 명을 만나 직접 이야기도 들었다. 윤 대표는 “앞으로도 좋은 보조공학 소프트웨어들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체육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2019년부터 선보이는 ‘언리미트’라는 이름의 대체육은 모양뿐 아니라 식감까지 소고기와 흡사하다. 대두 추출 식물성 조직 단백(TVP)에 쌀가루, 비트 등 다양한 원재료와 양념을 배합해 콩 특유의 향을 줄이고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육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30일 aT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60억7100만 달러였지만 2025년에는 110억3300만 달러로 5년 사이 81.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등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미국이 이끌고 있다. 2020년 미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14억7950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4분의 1(24.4%)을 차지했다. 영국(10.8%)과 독일(5.1%), 중국(5.1%) 등이 뒤를 잇는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0.3%(약 174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키우고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2020년 콩, 밀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대체육 상품을 선보인 스타트업 ‘알티스트’는 주요 대형마트의 판로를 개척하며 지금까지 235억 원을 투자받았다. ‘디보션푸드’는 식물성 결착제와 식물성 지방을 개발해 대체육의 식감을 향상시키고 영양을 보완했다. ‘위미트’는 대두가 아닌 새송이버섯 기반의 식물성 조직 단백을 개발했다.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고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를 넓힌다’는 목표로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식품 대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롯데푸드는 식물성 대체육 함박스테이크와 너깃 등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만들어 돼지고기 대체육을 선보였다. 풀무원은 대체육 불고기와 순살치킨 등을 내놨고 동원 F&B는 미국 비욘드미트의 제품을 수입해 대체육 소시지를 유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뿐 아니라 동물의 조직을 배양해 만든 대체육인 ‘배양육’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배양육이 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못했고 미국에서도 아직 허가 기준이 없어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제 육류와 가장 유사한 식감을 갖출 수 있는 것은 배양육이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매년 배양육 회사가 새로 생기고 투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SK인천석유화학은 인천 서구 지역의 작은도서관에 도서를 기증하며 지역에 독서문화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상생경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24일 SK인천석유화학에 따르면 10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개관한 청호초중학교 작은도서관에서 도서기증식이 열렸다. 기증식에는 이재현 서구청장, 권영민 청호초중학교장, 홍욱표 SK인천석유화학 경영혁신실장을 비롯해 청라2동 주민자치위원 및 새마을부녀회장, 학부모 대표 등이 참석했다. 청호초중학교 작은도서관은 인천 서구청이 학교 복합시설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건립한 도서관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주민들이 함께 하는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국비 2억1755만 원이 투입돼 지난해 12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고 이달 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509m² 규모에 일반 자료실과 어린이 자료실, 프로그램실, 회의실 등을 갖췄고, 395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곳에 1000만 원 상당의 도서를 기증했다. 또 청호초중학교 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인천 서구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 환경, 과학도서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기증하는 ‘책 드림(Dream) 행복드림’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 실장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사 인근지역의 학생과 주민들이 보다 풍성한 독서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도서를 기부하게 됐다”며 “교육, 문화 분야의 공헌 사업을 폭넓게 추진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인공지능(AI) 영상 검색 기술 스타트업 ‘트웰브랩스’가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와 AI 석학들 등으로부터 6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트웰브랩스는 미국 아마존과 삼성전자에서 AI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이재성 대표가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 동기 3명과 함께 2020년 1월 한국에서 설립한 회사다. 20일 트웰브랩스에 따르면 이번 시드 투자는 ‘인덱스벤처스’가 주도했다. 인덱스벤처스는 엘라스틱, 노션, 디스코드 등 90곳 이상의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 국제적인 벤처투자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인 창업자들이 세운 스타트업에 인덱스벤처스가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등 AI 석학들도 에인절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회사의 AI 영상 검색 기술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영상 중 검색어에 해당되는 영상과 영상 내 장면을 정확히 찾아준다. 기존 기술과는 다르게 사람이 관여하지 않아도 AI가 시각적·대화적인 맥락을 이해한다. 예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A 배우가 짜장면을 먹고 있는 장면’이라고 입력하면 영상을 찾아주는 것이다. 트웰브랩스는 지난해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 ‘VALUE(영상·언어이해평가) 챌린지’에 참가해 영상 검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역대 최고 정확도를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트웰브랩스 관계자는 “영상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데이터”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상 이해 인프라를 구축해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유니콘 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업계가 주식 지급과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 등을 제시하며 대규모 인재채용에 나섰다. ‘제2 벤처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타트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투자뿐만 아니라 고용도 활발히 일어나는 모양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테크 기업 ‘몰로코’는 올해 기존 재직자 수를 뛰어넘는 대규모 상시 인재채용을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몰로코는 한국, 싱가포르, 영국 등 8개 지사를 두고 매년 100% 이상 성장해 지난해 5월 유니콘이 됐다. 채용 분야는 △데이터 분석 △인프라 개발 △머신러닝 △프로덕트 △사업 개발 및 운영 △크리에이티브 등 6개 분야로 개발 직군 채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주식(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지급하고 전사 자율 출퇴근제 및 무제한 휴가제를 실시한다. 매일 2만5000원 상당의 점심을 제공하고 자기계발비와 출퇴근 교통비 등도 지원한다. 몰로코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이 구성원에게 보상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한편 자율성을 부여하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지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도 글로벌 콘텐츠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두 자릿수의 경력직 공개채용을 진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리디는 웹툰 및 웹소설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를 선보이며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모집 분야는 △개발 △데이터 △PM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마케팅·홍보 △경영지원 등 6개 직군 40여 개 직무다. 리디는 입사자에게 직전 연봉의 30% 인상을 보장할 계획이다. 연간 최대 240만 원의 운동비와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사운드 리디’ 제도도 지원한다. 주택 매입 및 전세에 대한 이자를 대출금 1억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임직원 대출 이자 지원제도’도 제공한다.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도 세 자릿수 규모의 개발자 신규 채용을 이달까지 진행하고 있다. 모든 입사자에게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고, 연봉과 스톡옵션 등의 보상 패키지를 맞춤 설계한 뒤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복리후생 제도로는 조·중·석식 지원, 본인 및 배우자와 양가 부모님 건강검진 지원, 리프레시 휴가 및 장기근속 포상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복지 혜택이 있어야 유능한 인재도 모을 수 있고, 일에 몰입할 환경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회사 차원의 복지를 늘려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2016년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차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관련 안건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번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고정식 충전기는 일정 주차 면적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데, 소수의 전기차 사용자를 위해 충전기를 설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 부결의 이유였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훈 삼성전자 부장(당시 40세)도 걱정이 커져갔다. 온라인으로 테슬라 모델 3의 구매예약 신청을 해뒀는데,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없으면 사용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전기차 충전 문제 ‘커다란 보조 배터리’로 해결할 수 있을까그는 그때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을 시작했다. 주차면을 점유하지 않는 충전기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다 떠올린 게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였다. ‘큰 보조배터리가 주차장에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은 ‘바퀴를 달고 자율주행기술도 탑재한 충전기가 전기차를 찾아다니며 충전해 준다면 공공주차장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지 않을까’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2년 후 그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에바’를 차리게 된 계기다. 구체적인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 대표는 ‘자율주행 충전로봇’ 아이디어로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에 지원했다.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1년간 월급을 그대로 받으면서도 현업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개발비 등을 지원받으며 과제에만 집중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대표를 포함해 제품 개발에 함께한 멤버 모두 충전이나 자율주행 관련 업무를 맡아본 적은 없었지만 오픈돼 있는 기술 등을 참고하며 만들다 보니 아이디어는 실제로 제품으로 이어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2018년 ‘삼성전자 C랩 인사이드’ 출신 스핀오프(spin-off·분사 창업) 35호 기업으로 독립했고, 그는 월급쟁이 부장에서 한 회사의 ‘대표’로 변신했다.자율주행 규제, ‘수동형’으로 해결 모색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번째 장애물에 부딪혔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교통법규, 보험체계, 교통표지판 등 법 제도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까지 바뀌어야 했다. 그는 “당시에도 자율주행 충전로봇을 당장 상용화하는 것은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규제만 풀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바뀌어야 하는 게 굉장히 많다는 걸 삼성전자를 퇴사한 후에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핀오프 후 3개월 만에 사업 방향을 틀었다. 충전기에서 자율주행 요소를 제외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직접 끌 수 있는 쇼핑카트 형식의 ‘수동 이동형’ 충전기를 만들었다. 700kg에 달하는 충전기를 누구나 쉽게 밀 수 있도록 손잡이에 사람의 힘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고, 이에 맞게 모터가 구동하도록 하는 근력증강 이동 보조기술을 적용했다. 안전 규제, 끈질긴 설득으로 돌파구두 번째 장애물은 안전 규제였다. 수동 이동형 충전기를 상용화하려면 전기사업법상 전력재판매 관련 규제가 해소돼야 했다. 이 대표는 규제자유특구사업 신청에 나섰지만 정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계속 발생하면서 ‘가만히 있는 ESS도 불이 나는데, 이동하는 카트는 더 불안한 것 아니냐’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때가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배터리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매일 담당 공무원을 찾아갔다. 그의 절박함이 전해졌을까. 안전 조건들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제주도 전기차 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에 실증 사업자로 참여해 시제품을 운영해볼 수 있었다. 요구된 조건에 따라 기존에 출시한 수동 이동형 충전기의 구조설계를 다시 하고 센서를 다는 등 새롭게 개발해 제작했다. 실증도 성공적으로 마쳐 올해부터는 임시 허가로 전환이 된 상태다. “충전 불편함 없애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에바의 모토는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다. 지난해 중순 선보인 ‘전력 공유형 스마트 충전기’는 올해 초 CES 2022 혁신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떠오르면서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의 불편함이 해소되면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타고, 이는 곧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가에게 규제라는 것은: 금방 바뀌지 않는다. 어떻게 풀지, 안 풀리면 얼마나 버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대기업 후배들에게: 대기업에 다니는 게 창업보다 더 많은 도전과 난관,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분법으로 보지 말고 자기 인생 가치에 따라 판단해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라운지랩’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로봇 협업 카페 ‘라운지엑스’ 신규 매장을 연다. 7일 라운지랩에 따르면 라운지엑스 에버랜드점에 설치되는 협동 로봇은 6대로, 단일 매장으로는 최다 대수다. 이 중 두 대는 쉼 없이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핸드드립 바리스타 로봇이다. 자동화 레일 시스템도 탑재해 효율성을 강화했다. 3대의 아이스크림 로봇은 한 번의 신호로 다수의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돼 특정 시간대에 로봇이 동시에 춤을 추도록 하는 등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이달 중에는 새롭게 개발된 ‘초콜릿 바리스’ 로봇도 선보일 예정이다. 인공지능 비전 기술이 적용된 이 로봇은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고객을 인지하고 인사를 건네거나 초콜릿을 선물로 주는 등 고객과 교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개 20년 정도 경험을 갖춘 의사는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그만큼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갖는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데이터를 습득하면 진단도 더 정확해지지 않을까’. 2013년 설립된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루닛(Lunit)’은 이런 질문을 갖고 그 답을 AI에서 찾았다. 루닛의 목표는 뚜렷하다. AI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것, 서범석 루닛 대표(39)는 “루닛의 AI가 지금까지 학습한 데이터가 약 400만 건”이라며 “이는 흉부 엑스레이는 150년, 유방촬영술은 120년의 경험을 가진 전문의(醫) 수준”이라고 말했다.○ 딥러닝 AI가 폐암과 유방암 진단 루닛의 대표 제품은 2018년 나온 ‘루닛 인사이트’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가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술로 찍은 영상을 분석해 폐 질환이나 유방암을 진단한다. 루닛 인사이트의 판독 정확도는 97% 이상이다.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을 판독하는 과정에서 30% 이상의 위음성률(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암일 확률)이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루닛 인사이트는 국내 톱10 병원 중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7곳이 사용 중이다. 40여 개국, 500여 곳의 의료기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루닛 창업자인 백승욱 의장(39)과 서 대표는 AI 연구 인력뿐 아니라 전문의와 과학 자문단을 모으는 데 초기부터 정성을 기울였다. 무명(無名)의 스타트업이 세계적 전문가들과 약속을 잡는 것은 대체로 어렵다. 그래서 해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부지런히 참석해 석학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거나 함께 걸으면서 회사를 소개해 나갔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풍부한 서 대표가 회사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 루닛의 직원 중 15%는 외국인이다.○ 공학박사와 암에 관심 많던 의사의 만남 백 의장은 KAIST 전자공학과 01학번, 서 대표는 생명과학과 00학번인데 나이는 서른아홉 살 동갑이다. 백 의장이 KAIST 박사과정에 있던 2013년 창업한 루닛에 서 대표가 2016년 합류했다. 이들은 KAIST 시절 방송동아리를 함께했다. 당시 백 의장은 연출과 편집, 서 대표는 아나운서였다. KAIST 졸업 후 서울대 의대 본과로 편입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하던 서 대표는 환자 진료보다는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따로 창업을 준비하다가 ‘AI로 암을 정복하자’는 백 의장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이때 서 대표가 가장 고려한 것은 ‘루닛이 과연 글로벌한 생각이 있는가’였다. 사실 루닛은 설립 때부터 목표가 글로벌 회사였다. 백 의장이 대학원 선후배들과 창업할 당시 KAIST에는 글로벌 1등만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연구소 동료들이 주로 취업하는 회사가 삼성전자나 애플 같은 1등 회사였기 때문이란다. “대학원에서의 시간은 창업을 위한 시간이었어요. 딥러닝이 등장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 ‘딥러닝 기술의 AI로 풀 수 있는 세상의 문제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급한 마음 안 갖고 공부하면서 인간적으로 깊게 친한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사업의 힘든 시기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백 의장)○ “AI는 인간을 돕는 도구” 루닛의 다음 목표는 암 진단(루닛 인사이트)을 넘어 암 치료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암 환자에게서 떼어낸 조직세포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주는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를 올해 상반기(1∼6월) 미국에서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7월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로부터 3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는 등 지금까지 1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소식에 ‘몸값’이 오르고 있다. 회사의 성장을 바탕으로 수익을 키워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만약 의료 AI가 발전을 거듭해 의사들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일부의 우려에 대해 백 의장과 서 대표는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의사가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는데 사람 눈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AI는 복잡한 데이터를 잘 분석할 수 있도록 인간을 도와주는 도구”라고 말한다. 비행기가 비행할 때 10%는 조종사가 맡고 나머지 90%는 자동 비행하는 것처럼 많은 일을 AI가 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의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고 한다. 다만 창업을 안 해보고 삶을 마감하면 너무 분해 못 견딜 것 같다면 그땐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백 의장) “열정이 없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단,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팀을 꾸려 잘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서 대표)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동아일보는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Question & Change’를 신문 지면에 연재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가가 걸어온 길을 한정된 지면에 싣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대화 내용을 추가로 싣는다.▶지면기사 보기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24/112031438/13D프린팅으로 맞춤 안경을 만드는 콥틱의 성우석 공동 대표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전에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IBK증권과 삼성증권에서 M&A(인수합병) 컨설턴트를 했다. 심신이 지쳤던 어느 날, 생각해봤다. ‘50세, 60세가 됐을 때 나는 무엇을 할까’. 직업의 수명이 길지 않은 세계에서 답이 안 나왔다. 답답한 심정으로 이런 저런 공부를 하다가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 책에서 답을 찾았다. 그 책을 통해 3D 프린팅을 알게 된 후 책에 나온 것들을 하나하나 다 실행해봤다. ▽성우석 ㈜콥틱 공동대표(43)―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더라. 통계학과는 사실 점수를 맞춰서 갔다(웃음). 공부하다보니 통계학과는 잘 안 맞는다는 생각에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회계사 준비도 그 당시에 했다. ―회계사 일은 얼마동안 한 건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 다녔고, 군대 갔다가 제대하면서 M&A뱅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IBK증권에서는 M&A와 사모펀드 업무를 했고, 삼성증권에서는 M&A를 맡았다.―아버님이 사업을 하셨는데, 그걸 이어받을 생각은 안 했나. 삼성증권에서 컨설팅을 계속 해야 하나, 아니면 사모펀드로 옮겨볼까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이쪽(제조업) 업무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하게 됐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아버지 사업을 도와드렸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엔지니어 생활을 했고, 엔지니어링을 바탕으로 20~30년 사업을 하셨다. 원래는 내게 사업을 이어받으라 하셨다. 하지만 내가 가보니 그곳에선 아버지의 말씀이 곧 법이었다. 내가 “이렇게 해야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봐야 그곳에서는 신입사원 급이 사업을 하겠다고 설치는 것과 같았다. 갑갑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공부를 하다가 롱테일 경제학의 창시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라는 책을 접했다. 그 책을 통해 3D 프린팅을 알게 됐다. 책에 나온 것들을 하나하나 다 실행해봤다. ―책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하나씩 해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제조는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분야였다. ‘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이라고, 다시 제조업이 각광받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역이 발달하지만 결국은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고비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얘기도 많이 나오지 않나. ‘제조업은 근처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3D프린팅이 핵심 기술이었다. ‘메이커스’ 책을 읽다보니 ‘이런 게 있네,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조업에 적성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공장을 많이 다녔던 기억이 있다. 또 M&A 업무를 할 때도 제조업 분야를 자주 맡았다. M&A를 하려면 회사를 잘 파악해야 했는데, 당시 나는 현장을 많이 다녔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 현장을 많이 갔다. M&A 뱅커들은 전화 통화로 필요한 부분을 해결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 가서 일하는 체질이라, 일하기 시작하면 공장 등 현장을 다니며 그 곳 분들과 생활을 함께 했다. ―본업을 그만둘 때 걱정은 안 됐나. 회계법인은 군 복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뒀고, 그 다음에는 뱅커 생활을 했지만 워낙 이직이 많은 직업군이라 퇴사 자체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었다. 일을 ‘무대뽀’ 방식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는 군복무 전이었는데, 당시 미필·미혼 남자는 출장을 많이 보내거나 연속성 없는 일을 많이 시켰다. 답이 없는 컨설팅 업무도 많이 했다. 선배들과 다같이 밤을 새워가면서 답을 찾았다. 이 모든 게 창업을 위한 준비와 교육이었던 셈이다. 심신이 지쳐서 관둔 것도 있었지만, 내 상사들의 모습이 감당이 안 됐다. (그 연차가 되어도) 여전히 지금 나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컨설턴트라는 직업 자체가 수명이 짧다. ‘50세, 60세가 됐을 때 나는 무엇을 할까’ 라는 생각 했을 때 답이 안나왔다. 지금은 평생 직업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가족의 반응은. 아내는 나를 믿어줬다. 회계사 자격증도 있으니 최악의 경우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었다. 내가 처음에 3D프린팅을 한다고 했을 때는 다들 ‘두세 달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점점 살을 붙이고 구체화시키니 ‘네가 사업을 아느냐’며 아버지가 특히 많이 말렸다. 지금은 아버지가 제일 지원을 많이 해 준다.―사업가인 아버지로부터는 뭘 배운 거 같나 외주를 어떻게 쓰는지, 전문가는 어떻게 찾아내는지 등을 배웠다.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 전문가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어떻게 얼마나 버텨야 하는지도 배운 것 같다.―3D 프린팅을 어떻게 공부하고 실행에 옮겼나. 당시 나는 집에 장비를 들여오고, 컴퓨터를 한 대 사서 모델링부터 했다. 하다보니까 정말 재밌었다. 3D 모델링 프로그램 종류도 굉장히 많은데, 그 중에 한 프로그램으로 모델링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모델링을 해서 유럽 회사에 주문했다. 첫 제품은 아이폰 케이스였다. 모델링이 제일 쉽고 제품화하기도 편한데다 다양한 니즈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몰드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 몰드 비용을 아껴서 만들면 재밌는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공장을 별도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당시는 모델링해서 업체에 주문하면 흰색의 거친 표면을 가진 형태로 나왔다. 이걸 연마해야 해서 내가 손으로 일일이 다 사포질을 했다. 3D 프린팅 후 후가공이 중요했다. 또 안경은 3D 프린터로 최대 200개까지 한 번에 만들 수 있는데, 직접 사람 손으로 일일이 연마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연마 후에는 염색을 해서 색을 입혀야 한다.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설비가 필요했는데, 찾아보니 관련 동영상들이 있었다. 그 영상을 몇 천 번 반복해 보면서 필요한 기계를 하나씩 주문해나갔다. 아버지 지인들 중에 중소제조업을 하는 분들이 많아 도움을 받았다. 지금 인덕원 공장에 있는 라인이 그렇게 영상 하나하나를 찾아서 만든 라인이다. ―사업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모아둔 돈으로 시작했고,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3억 원을 받아 프린터를 들였다. 그 이후부터는 속도가 빨랐다.―기술보증기금은 뭘 믿고 자금을 대준 건가. 일단 내가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완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주는 생산 플랫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팩토리형 디맨드’라고 해서, 요구가 있으면 팩토리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때 안경은 무조건 해야 하는 아이템이라 생각했다.―안경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나 관심이 있나. 어릴 때부터 안경을 써왔는데 내 귀는 짝귀라 위치가 다르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걸 맞춰줄 수 있는 서울 논현동의 한 작은 안경점에서만 안경을 맞췄다. 늘 ‘왜 이 안경점은 잘 맞춰주는데 왜 다른 안경사한테 안경을 맞추면 안경이 비뚤어지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을 안경 제조에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맞춤형 안경을 제작하면서 쌓이는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되나 설계 노하우는 당연히 쌓이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본인과 비슷한 얼굴의 유형을 선택하면 어울리는 안경을 추천해줄 수 있도록 데이터화시킨 알고리즘을 만들게 된다. 안경은 동그란 형태부터 네모에 가까운 형태까지 전통적으로 분류가 있다. 그 안에서 디테일 차이가 발생하는데, 변주가 발생하면서 디자인이 40여 가지로 확 늘어난다. 안경 디자이너들은 “여기에 0.2mm만 올리자” “0.3도를 꺾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 ―2017년 설립 후 지난해까지 회사가 쭉 성장했는데. 올해는 어떤 단계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스케일업 단계에 있다. 스케일업 할 때 문제가 터지면 안 된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브랜딩에 대해 많이 다잡고, 생산 과정도 훨씬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을 했다. 직원은 계속 뽑고 있다. 지금은 개발자를 중심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동안 제품 디자인 쪽을 꽤 갖췄기 때문에 개발 인력과 그에 따른 디자인 백업도 많이 필요하다. UI, UX 디자이너 위주로 충원을 많이 하고 있고, 마케터들도 뽑는다. 올해는 브리즘의 오프라인 매장을 10호점까지 낼 계획이다. 다음달(3월)에 서울 잠실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콥틱의 조직문화는 어떤가.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다 보니 격이 없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는 팀장체제로 전환해 팀장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하고 있다. 팀장들이 개선하는 시스템도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내가 직접 했다면, 지금은 팀장 등 직원이 하는 일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팀장은 경력직이 입사하자마자 맡기도 하고, 신입사원이 팀장을 맡기도 한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재무와 관련해 조언한다면. 나는 현금흐름을 중요시 한다. 보통 매출에서 비용을 빼면 남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매출채권과 매입채무의 시기도 매우 중요한다. 그런 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날짜관리를 정확히 해야 한다. 콥틱은 B2C라 돈이 바로 들어오지만, B2B인 업체는 ‘(돈을) 3개월 뒤에 줄게’라고 했을 때 뭐라 말을 못한다. 즉각적으로 돈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관리가 잘 안 되면 자금은 순식간에 구멍 난다. 자금 계획은 6개월 이상 세워놓아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쓰는지’ 확인하고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투자 라운드가 도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처음엔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거의 막판까지 끌고 가다가 시기가 안 맞아서 (사업을) 더 진행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으로 안다. ―창업을 꿈꾸는 문과 출신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나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스타일이라, 필요하다 싶으면 직접 만들어본다. 잘 만들지 못해도 계속 만들다보면 필요한 부분이 생길 것이다. 그때 그 부분에서 필요한 사람을 찾아도 되고, 외주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올해 CES에 참가한 성과는. ‘우리가 미국으로 가면 잘 될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이 아니라 ‘미국으로 가면 잘 되겠지만 고생은 많이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고생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도 가늠하게 됐다. 미국에는 올해 3월 크라우드펀딩으로 온라인에 먼저 진출할 예정이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 내는 것이 목표다. 매장 내는데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서 빠르면 내년 초가 될 것 같다.―창업해서 가장 위기는 언제였나. 매일이 위기다.(웃음) 나 같은 경우 5개년의 사업계획을 잡고, 자금을 늘 모니터링하고, 매일 밤 통장잔고를 확인한다. 나는 소소한 실패를 많이 했다.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결국 혼자하려다가 타이밍을 놓친 경우가 많았다. 개발이 그런 경우다. 초창기에는 내가 많이 시스템을 맡았는데 엉성했다. 지금은 개발팀이 세팅되면서 전혀 다른 차원이 펼쳐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들을 더 믿고, 그 사람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황을 자꾸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창업가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들이 만든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 ―창업해서 보람 있던 순간은. 직원들이 우리의 비전을 믿고 전력을 다해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보람이다. 각자 자신의 젊음과 소중한 시간들을 쏟아 붓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게 보람 있다.―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겠다. 그렇다. 면접 볼 때 ‘우리는 아직 작은 기업이라 한 명이 들어왔을 때 우리 문화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잘 맞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보통 면접은 1시간가량 진행되는데, 지원자보다 우리가 오히려 말을 많이 한다.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고, 이런 문화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우리랑 잘 맞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스킬적인 부분은 뻔한 부분이 많다. 디자인 쪽은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디자이너들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새로운 툴을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데 배움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지 등이 중요하다. ―롤모델이 있나. 스티브잡스가 롤 모델이다. 잡스는 자기의 방향을 꿋꿋하게 믿고 갔다. 돈을 벌어다주는 제품이더라도 다음 단계를 위해서는 다 버리는 추진력도 있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 하나 그때그때 끌리는 운동을 한다. 예전에는 테니스를 쳤다. 공으로 하는 운동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야구도 좋아해 경기할 때는 내야수로 뛴다. 다만 골프는 안 친다.성우석 ㈜콥틱 공동대표 △고려대 통계학과 △2002~2005년 삼일회계법인 △2009~2010년 IBK투자증권 IB본부 △2011~2012년 삼성증권 IB본부 △2015~현재 더메이크 대표이사 △2017~현재 콥틱 대표이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넷마블은 지난달 회사 전략을 소개하는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를 통해 자체 지식재산권(IP) 확보 회사로의 변화를 표명하고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우선 넷마블은 직접 개발하고 퍼블리싱하는 게임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개발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블록체인에 게임뿐 아니라 메타휴먼, 웹툰, 웹소설, 커머스 등 콘텐츠들을 결합하는 모델로 확장해나간다. 넷마블은 게임의 재미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넷마블에프앤씨는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게임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모델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다음달 ‘A3: 스틸얼라이브(글로벌)’을 필두로 △골든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챔피언스: 어센션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넷마블의 메타버스는 게임에서 구현한 다양한 콘텐츠를 이식할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과 융합해 가상을 넘어 두 번째 현실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이번 NTP에서 넷마블은 부동산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를 메타노믹스(메타버스+경제) 분야의 결과물로 내세웠다. 메타휴먼 분야에서는 제나와 리나, 시우 등을 선보였다. 모두 그동안의 게임 개발 역량을 활용했다. 넷마블은 새로운 주요 개발 라인업을 공개하며 강력한 IP 확보 회사로의 변화 의지도 보였다. 자체 및 공동개발 IP 게임 15종, 외부 IP 게임 5종 등 멀티플랫폼 게임 20종을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넷마블은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모바일뿐 아니라 PC 콘솔 플랫폼까지 영역도 적극적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준비 중인 신작 대부분이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구현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 액션배틀게임 ‘스쿼드배틀’과 ‘오버프라임’은 스팀을 통해 PC플랫폼으로,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스터길들이기 2’는 모바일을 넘어 PC와 콘솔로도 출시될 계획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넷마블이 퍼블리셔로 시작한 만큼 자체 IP가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와 노력을 해왔다”며 “강력한 자체 IP 보유회사로 변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효성은 ‘자체 개발한 원천 소재는 혁신제품의 근간이자 경쟁력 창출의 핵심’이라는 철학으로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대표적으로 ‘섬유의 반도체’라 불리는 스판덱스는 효성이 1992년 국내 기업 최초로 독자기술로 개발한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섬유다.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을 확대해 나가면서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creora®)’는 2010년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에 대한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군을 개발했다. 100% 재생 폐기물로 만든 재활용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regen), 다양한 색 구현이 가능한 스판덱스인 크레오라 컬러플러스(color+), 일반 스판덱스 대비 낮은 온도에서 작업이 가능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크레오라 에코소프트(eco-soft)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 개발도 성공시켰다. 탄소섬유는 수소차의 연료탱크를 제조하는 핵심 소재로 철보다 강도가 10배 강한 반면 무게는 25%에 불과하다. 2003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400도의 열을 견디는 난연섬유로 고성능 타이어나 방탄복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00년 압축천연가스(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다. 수소충전소 부문에서 생산·조립·건립의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수소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서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와 협력해 2023년까지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 단일 규모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립할 예정이다. 올 1월에는 전남도와 손잡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1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효성티앤씨는 2007년 국내 기업 최초로 리사이클 섬유 개발에 성공해 국내 친환경 섬유 시장을 창출했다. 효성티앤씨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인 ‘리젠’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섬유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친환경 섬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각 지자체와 협업해 수거한 페트병은 ‘리젠서울’ 등의 리사이클 섬유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동아일보는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Question & Change’를 신문 지면에 연재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가가 걸어온 길을 한정된 지면에 싣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대화 내용을 추가로 싣는다.▶지면기사 보기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24/112031438/13차원(3D) 프린팅 안경 브랜드 ‘브리즘’의 서울시청점 매장에 들어서면 여느 안경점과는 다른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장 한 쪽에 성인 남성 키보다 큰 열십자(十) 모양의 기계가 있다. 바로 3D 스캐너다. 직원 안내에 따라 스캐너 앞에 서자 기계 중심부를 비롯해 열십자 방향으로 달려있는 카메라가 기자의 얼굴을 3초간 스캔했다. 이어 30초 뒤 카메라 바로 아래에 놓인 태블릿PC 화면에 3D 스캐닝된 기자 얼굴이 나타났고, ‘결과보기’ 버튼을 누르자 얼굴 너비와 눈동자 사이 너비, 콧등 높이 등 18개 항목의 측정결과가 나왔다. 이에 맞는 안경 사이즈와 모델도 추천됐다. 브리즘은 3D 프린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안경을 제작한다. 브리즘 운영사 ㈜콥틱의 박형진(48)·성우석(43) 대표는 이 아이디어로 창업하기 위해 1년 넘게 3D 안경 공부 모임을 했다고 한다. 안경과 제조업에 대한 질문을 갖고 창업에 뛰어든 두 대표의 창업기(記)를 동아일보가 들어봤다. 우선 박 대표 이야기다.▽박형진 ㈜콥틱 공동대표(48)―동업이라는 게 쉽지 않을텐데. 두 분은 잘 맞나? 다퉜던 적은 없나. 일로 엮이지 않았으면 안 친해졌을 것 같다(웃음). 관심사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싸운 적이 없다. 평생 안 싸우고 살았다는 부부가 있던데, 가만 보면 이런 관계라면 그게 가능하겠구나 싶다. 의견이 다른 경우는 이슈마다 너무 많다. 하지만 성 대표와 역할 구분이 확실하고, ‘저 분야는 저 사람이 전문가다’라고 인정한다. 또 내가 반응하는 지점과 성 대표가 반응하는 지점이 다르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인 반면 성 대표는 차분하다보니 짧게 짧게 섭섭할 수는 있었겠지만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나와 성대표는 이미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상태에서 40대 이후에 만났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심을 많이 내려놨다. 나는 예전에 사업할 때는 ‘사업의 중심은 나고,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야한다’는 생각에 목적을 갖고 사람을 선택했다. 그렇다보니 뜻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끌고 갔고, 문제가 생겼던 경험이 있었다. 사업이라는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만났기에 처음에는 ‘사업을 같이하자’라는 말은 안 했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만났지만 사업이라는 건 시기가 있고, 기술 수준의 성장과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던 상태여서 1년간 매주 수요일에 만나 스터디를 했다.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나보다. 대학 졸업 후 P&G코리아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디즈니코리아에서 ‘비즈니스 플래너’라는 직함으로 2년간 서울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중국 상해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고민 중 일본 여행을 하다가 봤던 안경점이 생각났다. ‘안경 소비자들이 안경을 구매할 때 잘 맞지 않는 문제 등으로 고충을 겪는데, 왜 일본 안경점은 잘 되지’ 라는 질문을 갖게 됐다. 디즈니 안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내가 직접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알로(ALO)’라는 이름으로 안경사업을 시작하게 됐다.―‘알로’가 설립 후 꽤 알려졌는데. 알로는 2006년에 설립해 2012년에 매각했다. 순조로운 매각이 아니었고, 엑싯하면서 거의 창업자인 나는 정작 돈을 벌지 못했다. 당시 업(業)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던 상태에서 ‘내가 마케팅을 한 사람인데 저거보단 잘하겠다’라는 과도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다보니 3~4년간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헤맸다. 요즘 같은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가 있고, 기관들이 관심을 가졌다면 좋은 자금을 받아서 잘 성장시켰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금을 개인들에게 의존해야하는 상황이었고, 그러다보니 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잘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준비도 안 돼 있었다. 내부 관리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밖으로 확장을 하는 데에 몰두했던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다. 알로는 내게 매우 아픈 스토리다. ―‘알로’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나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유능한 스타트업 대표나 기업을 일군 사람 중에서는 다양한 역량을 골고루 갖춘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로를 계기로 나라는 사람을 가만히 봤더니 한쪽으로 치우쳐있더라. 그걸 자각하지 못했었다.―매각 후에는 뭘 했나. ‘알로’로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갈데가 없어서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서 6개월을 숨어 지냈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다. 3개월은 ‘출근한다’고 말하고 도서관으로 갔다. 아내가 그 시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난 후 더 이상 속일 수 없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아내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많이 힘들었겠네’라는 한 마디만 했다. 아직도 그 순간이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퇴사가 쉽지 않은데 용기의 근원은 어디서 나왔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업이 직장생활보다 더 힘들거나 덜 힘든 문제는 아니다. 이보다는 각자 라이프스타일과 기질에 따라 이 길이 더 편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사업은 죽을 수도 있는 싸움이기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뒤에서 누군가 관리한다는 느낌 때문에 큰 조직에 있을 때 더 힘들었다. ―창업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업이라는 과정 자체가 인간이 진정으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창조의 영역’인 것 같다. 사업에 대해서 보통 ‘내가 아이템이 없으니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라고 많이 말하는데, 아이템과 아이디어는 마치 정자와 같다. 수억 마리가 떠돌아다니는 가운데 상황, 돈, 조직이라는 난자를 만나야 수정된다. 수정됐다고 해서 아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착상이 되고,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게 스타트업이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다고 해서 끝나는것도 아니다. 사업의 과정이 이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살면서 이런 과정을 해보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 같다. 결과가 잘되면 제일 좋겠지만, 무엇보다 과정이 즐겁다. ―CES 2022에는 왜 가게 됐나. 지난해 온라인으로 열린 CES에 참여했었는데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전시회라는게 아무생각 없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이뤄지는 만남이 중요한건데, 온라인은 그런 게 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둔 상황에서 CES는 가장 좋은 창구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열렸는데,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 가기 전에는 걱정이 컸다. 콥틱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CES에서 서울관에 부스를 설치했는데, 제일 안쪽에 위치해있어 흥행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서울관의 공간 기획을 잘 해 밖에서 봤을 때 들어가고싶게끔 만들었고, 사람들도 많이 보러왔다. 게다가 안경은 인구의 절반이 관심을 갖는 분야고, 방문객이 콥틱 부스에서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보니 콥틱 부스 자체가 흥행에 성공했다. ―CES 참석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확신은 생겼나? 미국은 안경이 비싸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찾기 힘들다. 다인종 사회인데 반해 안경 시장은 보통 백인 얼굴에 맞춰져있다보니 소비자들의 불만도 많다. CES 2022 전시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안경을 구매하고싶다는 문의도 꽤 있었고, 실리콘밸리 베이스의 벤처투자자(VC)가 투자하고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콥틱 내부 분위기가 궁금하다. ‘대표님’과 같은 직급 호칭을 쓰지 않고 닉네임을 부른다. 나의 경우 직원들이 ‘젠마’라고 부르고, 성 대표는 ‘윌’이라 칭한다. 팀장 중에 40대가 한 명 더 있긴 한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다. 예전에 20대 직원들이 일을 할 때 ‘박 대표님께서 성 대표님께 이렇게 말씀하셨는데’라고 호칭을 쓰다가 시간이 다 가더라. 그래서 호칭을 붙이지 말자고 정했다. ―직원은 어떤 기준으로 뽑나. 콥틱 직원들은 다양하다. 안경 디자이너의 경우, 조용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가 일하고 있다. 반면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은 파이팅이 넘치는 스타일이고, 브랜딩을 맡은 직원은 아티스트 출신이다. 나는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넓은 시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작은 것에 목을 매거나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고객 경험은 여러 가지 요소가 연결돼 완성되는데, 이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안경 시장은 8%씩 성장중인데 반해 한국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것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콥틱의 경쟁력은? ‘맞춤형 안경’이라는 개념은 옛날부터 소규모로 안경을 만드는 장인들 사이에서 있긴 했다. 하지만 편안함이 아니라 개성을 위한 맞춤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한국에서 착용감에 초점을 맞춘 안경은 브리즘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안경산업의 미래는.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내에 스마트폰이 안경으로 들어온다고 본다. 수많은 IT기업, 광학기업이 여기에 엄청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안경에 칩과 배터리가 들어가면 안경은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안경 착용감에 대한 이슈도 더 커질 것이다. ―앞으로의 꿈은. 사업적으로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외형이 얼마가 되는지보다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고 ‘이 기업을 통해 내 삶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좋은 팀과 함께 과정을 즐겁게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박형진 ㈜콥틱 공동대표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2002~2004년 P&G 코리아 마케팅 본부 △2005~2006년 월트디즈니코리아 디즈니랜드 개발 담당 △2006~2012년 ALO 대표이사 △2014년~현재 어반딜라이트 대표이사 △2017년~현재 콥틱 대표이사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 사람마다 얼굴 모양과 크기가 다른데 왜 안경은 미리 만들어 놓은 걸 그냥 쓸까. 우연히 간 일본 여행에서 사람들의 안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보다 더 다양한 취향을 보여주는 안경이 많았다. #2. 금형을 만들 필요 없는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제조업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생산하기 전에 금형을 만들 필요도 없고, 생산량이 딱 한 개인 제품도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 공동대표가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각기 다른 질문을 품고 안경 전문가와 3D 프린팅 전문가로 방향을 튼 박형진(48), 성우석(43) 두 사람은 2015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2017년 공동 대표로 콥틱을 창업한 뒤 얼굴 형태에 맞춰 디자인해주는 3D 커스텀 안경 브랜드 ‘브리즘’으로 각자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P&G코리아에서 마케팅을,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 디즈니랜드 개발 담당 일을 했던 박 대표는 일본 여행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2006년 안경 회사 ‘알로(ALO)’를 창업했다가 회사를 매각했다. 과도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문제였다. “스토리를 얘기하려면 소주 10병은 필요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서 6개월을 숨어 지내듯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성 대표를 만났다. 당시 성 대표는 ‘롱테일 경제학’의 창시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를 읽고 3D 프린팅에 푹 빠져 있었다. 회계사, 컨설턴트로 일했지만 엔지니어 출신으로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공장을 많이 다녀서인지 제조업이 익숙했다. 컨설팅 맡은 회사의 공장에서 지내며 답을 찾는 ‘현장파’였다. 제조업의 미래를 바꾸는 ‘메이커’(만드는 사람)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성 대표는 자신이 직접 만든 3D 안경을 쓰고 나왔다. 3D 프린팅 안경 제조라인을 찍은 동영상을 몇천 번 돌려본 뒤 중소 제조업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생산라인을 갖춰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모은 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받은 3억 원으로 장만한 3D 프린터를 사용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박 대표는 ‘앞으로 함께 일할 운명’을 느꼈다. 하지만 둘은 서두르지 않았다. ‘안경 전문가’와 ‘3D 전문가’는 1년 넘게 3D 안경 공부 모임을 한 뒤 창업에 나섰다. ○ “10년 안에 스마트폰이 안경으로 들어올 것”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콥틱 부스는 문전성시였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기술담당 임원이 찾아와 안경을 가상 착용해 보며 관심을 보였다. 브리즘은 3D스캐너로 얼굴을 측정해 1만 명 이상 누적된 빅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로 안경의 크기와 모양을 추천한다. 열흘 정도 제작을 거치면 ‘나만의 맞춤 안경’이 완성된다.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쓰면서 젊은층의 고도 근시가 늘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안 인구도 증가하면서 우리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안경을 쓴다. 카카오벤처스 등이 2019년 콥틱에 시드 투자할 때 가장 주목한 점도 “이 사업이 충분히 큰 시장을 가졌느냐”였다. 콥틱의 포부는 전 세계 안경시장의 27%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미국은 다인종 사회인데도 안경이 백인 얼굴에 맞춰져 고객 불만이 많다고 봤다. 국내에서 금지된 안경의 온라인 판매도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아이폰용 브리즘 앱을 활용하면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스캔하고 인공지능(AI)이 추천한 안경을 주문할 수도 있다. 박 대표와 성 대표는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스마트폰 기능이 안경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증강현실 기술로 안경과 스마트폰의 경계가 무너지는 방향으로 안경이 진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공동대표의 회사 내 호칭: 10년 넘게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려 온 박 대표는 ‘젠마’(젠 마스터), 성 대표는 영어 이름 윌리엄의 앞 글자를 딴 ‘윌’로 불린다. 20대 직원들이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는데”라고 길게 말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영어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콥틱의 목표: “브리즘 안경으로 내 삶이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싶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내 스타트업 투자사 10곳 중 7곳 이상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트리플라잇이 발간한 ‘The Big Wave: ESG, 2021∼2022 스타트업 투자사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사 122곳 중 77.9%가 ‘ESG 투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투자사들은 ESG를 고려한 투자가 투자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투자가 투자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8.5%인 반면 투자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60.6%였다. 투자사가 체감하는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ESG 관심도는 100점 만점에 70점 수준이었다.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는 ‘정부 정책 및 규제 대응’(65.6%), ‘환경·사회적 문제 중요성 인식’(56.6%) ‘고객 관심 및 요구’(42.6%)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SK텔레콤은 국내외 기업 기관 등과 함께 ESG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ESG 코리아 2021’을 통해 스타트업 14곳을 선발해 육성한 결과 △주요 공모전 수상 23건 △투자 유치 6개사 100억 원 △사업 연계 3곳(검토 9곳)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동아일보는 14일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Question & Change’ 연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가가 걸어온 길을 한정된 지면에 싣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대화 내용을 추가로 싣는다.▶지면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16/111845153/1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받은 CES2022 ‘최고 혁신상’을 펫나우라는 스타트업이 받았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말로만 스타트업이지 규모가 꽤 큰 회사는 아닐까. 서울 서초구 AI양재허브에 위치한 펫나우 사무실에 들어서자 의구심이 무색하게 직원 규모도, 사무실 규모도 단출했다. 설립된 지 만 4년이 채 안 된, 직원 12명의 스타트업이었다. 사무실 내에선 인터뷰를 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AI양재허브에 입주한 회사들과 함께 쓰는 공용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준호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CES에 전시부스를 설치하려면 수 천만 원이 들기 때문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갈 엄두를 못 냈습니다. 직원들과 ‘상 받게 되면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이번에 상을 받게 됐지 뭐예요. 그냥 혁신상이면 모르겠는데 최고 혁신상이어서 바로 미국 가는 항공권을 끊었습니다. 최고 혁신상은 주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휩쓸기 때문에 사실 꿈도 안 꿨습니다.” CES에 갔을 때의 상황과 펫나우를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어떤 점을 인정받아 CES2022 최고 혁신상을 받게 된건가. 미국은 반려동물 천국이다보니, 반려동물 관련 회사들이 상을 제법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 목걸이 등을 착용하는 방식으로 나왔고, ‘비문(鼻紋·코의 무늬)’과 같은 생체인식은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느낄 만큼 없었던 기술이었다. ―CES에 가서 어떤 점을 부각시켰나. 미국에 가기 전에 미국의 반려인을 인터뷰해 한국 반려인과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봤다. 대체로 비슷했지만 미국이 한국보다 좀 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동물의 신원확인을 위해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방식에 대해 미국의 많은 반려인들은 “우리 강아지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이라며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미국은 유기동물이 1년에 1000만 마리씩 나오기 때문에 마이크로칩 삽입은 대부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관리 차원에서 쓰이고 있었다. 일반 반려인이 펫나우의 비문 인식 기술에 대해 듣더니 깜짝 놀라며 ‘이렇게 간편하고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미국) 정부는 뭐하고 있는 거냐’고 하더라. 이런 반응을 듣고 ‘아이(반려견)에게 피해주지 않고, 집에서 편안하게 등록할 수 있고 조회할 수 있다’는 점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사실 마이크로칩의 단점은 명확하다. 반려견 몸 속에 삽입하는 것을 반려인이 굉장히 싫어하고, 침습행위라 수의사에게 가야해서 번거로운데다 비용도 10만 원가량 든다. 일반인은 마이크로칩을 인식하는 스캐너를 갖고있지 않기 때문에 길가다 길 잃은 강아지를 만났을 때 바로 주인을 찾아줄 방법이 없다. 결국 스캐너가 있는 동물병원이나 보호소로 데려가야 하는데, 거기로 데려갈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반면 펫나우의 앱은 비용도 안 들고, 아무데서나 등록할 수 있다. 신고도 바로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장점이 훨씬 많다보니 미국인들도 쉽게 이해하더라. ―동물 신원인증 수단으로 왜 하필 비문을 선택했나. 사람의 경우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문, 홍채, 귀의 정맥무늬 등 7가지가 있다. 하지만 접근성과 보편성, 편리성 등을 따졌을 때 지문이나 안면을 많이 쓴다. 강아지도 홍채로 구분할 수 있지만 (사람만큼 계속) 눈을 뜨지 않는다. 또 미용 전후로 얼굴의 윤곽선이 달라져 안면인식도 어렵다. 그래서 비문을 선택하게 됐다. ―비문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반려동물이 워낙 많은 미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비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코에 잉크를 묻혀서 도장을 찍는 방법이 나왔는데 불편해서 더 이상 발전하진 않았다. 그러다 5년 전쯤 휴대전화에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되면서 이 기술을 동물 신원확인에 활용해보자는 니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10여 개의 회사가 이 아이디어로 창업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인식율을 높이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초기 비문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했나. AI는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을 할 수 있다. 사람 안면인식 관련 데이터는 전세계적으로 몇십억 장이 있다. 하지만 강아지는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선명한 코 사진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나랑 CTO 등이 DSLR카메라를 들고 5개월 동안 전국의 반려견 카페, 유기동물 보호소, 애견미용학원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강아지 비문사진을 찍었다. 갈만한 곳은 다 다녀보니 2만 장의 비문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더 남았다. 펫나우의 비문 인식 관련 논문이 SCI급 해외 저널인 IEEE의 심사를 통과해 게재됐는데, 당시 약 10만 개의 데이터로 AI가 학습한 결과 인식률이 98.97%로 나왔다. 하지만 이건 실험실의 데이터고, 실제 환경에서는 조명과 거리 상황 등에 따라 인식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려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반려견의 코 사진을 찍어서 앱에 올려주면 AI가 더 똑똑해져 인식율이 높아지게 된다. 데이터를 많이 올릴수록 그 자체만으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가깝게 간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펫나우 기술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비문 인식은 물론, 비문 사진 촬영에도 AI를 도입한 것이다. 강아지가 휴대전화 카메라를 보고만 있으면 아무리 움직여도 3개의 AI가 강아지 모습을 끊임없이 추적하면서 코에 초점을 맞춰 선명한 사진을 찍는다. 이 AI는 촬영한 사진이 선명한지 여부까지 판단하고, 만에하나 흐릿하면 사진을 버린다. 이 모든 과정이 0.08초 안에 일어난다. ―펫나우의 수익 모델은 뭔가. 보험사와 연계해 펫보험 상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펫보험에 가입하거나 반려견이 진료를 받고 보험료를 청구할 때 펫나우로 신원인증을 하면 인증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신원이 확인되면 펫보험의 가격은 내려간다. 견종마다 잘 걸리는 질환이 무엇인지 통계가 하나씩 쌓여가면서 보험사에서 수가도 정할 수 있게 된다. 펫보험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동물의 신원확인이 어렵다는 데 있다. A 강아지로 펫보험에 가입을 했는데, B 강아지가 치료받은 뒤 A 강아지가 치료받은 것처럼 속여 보혐료를 청구해도 보험사가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펫나우의 원래 창업자는 따로 있다던데. 펫나우는 내가 칩스앤미디어에서 대표이사로 있었을 때 직원으로 고용했던 후배가 2018년 8월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창업 1년 뒤인 2019년 여름, 후배가 ‘창업을 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나에게 컨설팅을 의뢰했다. 문제를 진단한 뒤 나오려 했는데, 후배가 ‘회사를 맡아달라’고 해서 펫나우의 대표를 맡게 됐다. 펫나우는 본래 강아지 비문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로 플랫폼 사업을 하려 했다. 하지만 비문의 인식율이 잘 나오지 않아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비문 인식율을 높이려면 기술기반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고, 딥테크 회사로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했다. 자금 유치도 시작하고, 사업모델도 새로 만들고, 연세대에서 AI 영상처리를 전공한 박대현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회사 규모가 작으면 인정받기 쉽지 않을텐데. 아무리 공익적인 목표가 있어도 반려인 입장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에 자신의 반려견 비문을 등록하는 것은 꺼림칙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의 인정도 받고, 학계로부터 기술적인 공인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과 포스코의 벤처플랫폼 지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각각 30대 1,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SCI급 해외 저널인 IEEE에도 논문을 제출했고, 두달동안 검증을 받은 후 심사를 통과해 공식적으로 게재됐다. 최고의 학회로 꼽히는 미국 전자공학계로부터 기술적으로 공인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신뢰를 하나씩 쌓아나갔고, CES로 향할 자신감도 얻게 됐다. ―펫나우 이전에 창업한 경험이 있나. 펫나우는 내게 세 번째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창업은 2003년 반도체 설계회사 ‘칩스앤미디어’였다. 당시에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고 운도 좀 따라서 잘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가 궤도에 오르니 재미가 없었다. 내 전공이 반도체를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보니 반도체 설계가 욕심이 났다. 칩스앤미디어를 매각하고 첫 창업 성공에 힘입어 2008년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를 따로 차렸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사업이었고, 금융위기 등이 겹쳐 고생을 많이 하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다. 성공과 실패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니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경험이 있다보니 쉬는 동안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다. 작은회사들의 미래전략 등을 세워주거나 특허전략을 세우는 등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2000년대 초반의 제1 벤처붐 시기에 이어 현재의 제2 벤처붐 시기에도 창업을 하신건데, 첫 벤처붐과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벤처버블이라고 불렸던 제1 벤처붐 때는 창업이 비교적 용이했지만 성장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했다. 대부분 공학자 출신이다보니 창업을 한 뒤에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세울지, 자금은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창업투자회사가 많지도 않았고. 망한 회사도 정말 많았다. 요즘도 내 눈높이로는 아직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굉장히 좋아졌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유기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펫나우의 모토다. 이 모토를 추구하다보면 펫보험 비용도 저렴해져 펫보험의 대중화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올 여름에는 고양이 비문 인식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CES에서 고양이 비문 인식 서비스를 정식으로 내놓을 예정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국내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반려동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어두운 그늘도 있다. 몰래 버려지는 유기 반려동물이 연간 13만 마리나 된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55)는 생각했다. 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휴대전화로 동물의 비문(鼻紋·코의 무늬)을 찍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도, 행여 주인을 잃은 동물도 주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동물 신원확인에 뛰어든 반도체 전문가펫나우는 2018년 8월 설립됐다. 임 대표는 이 회사의 설립자는 아니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2003년 칩스앤미디어라는 반도체 설계회사를 창업해 매각한 적이 있다. 이 성공에 힘입어 2008년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를 따로 차렸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사업이라 결국 사업을 접었다. 창업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셈이다. “성공과 실패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니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스타트업 창업을 돕는 컨설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2019년 8월 펫나우에 합류했다. 당초 펫나우라는 회사를 만든 사람은 임 대표가 칩스앤미디어에서 뽑았던 직원이다. 동물 신원확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긴 했지만 촬영의 낮은 인식률을 해결하지 못해 사업을 접고 싶어 임 대표에게 컨설팅을 받으러 찾아왔다. 이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임 대표에게 창업자는 부탁했다. “그럼 이 회사를 맡아 주세요.” 임 대표는 기술 기반의 딥테크 회사로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했다. 연세대에서 AI 영상처리를 전공한 박대현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고 개발자들을 모았다. “한 번씩의 성공과 실패를 겪었더니 어디에 어느 분야의 고수가 있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움직이는 강아지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회사 방향을 정하고 인재를 영입했지만 근본적인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AI는 반복적 학습을 통해 데이터가 쌓여야 정확도가 높아진다. 문제는 AI가 학습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초기 데이터가 마땅하지 않았다. 강아지의 선명한 코 사진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와 박 CTO는 직접 비문 사진 촬영에 나섰다. DSLR 카메라를 들고 반려견 카페, 유기동물 보호소, 애견미용학원 등을 찾아다녔다. 5개월 동안 갈 만한 곳은 다 다녀보니 약 2만 장의 개 비문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유기동물을 찾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이 비문 인식도 잘해야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비문 촬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펫나우는 강아지가 휴대전화 카메라를 보고만 있으면 아무리 움직여도 초점이 맞는 사진이 촬영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앱을 켜서 반려견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기만 하면 3개의 AI가 끊임없이 강아지 모습을 추적하면서 선명한 이미지를 도출해 낸다. “사진이 앱에 입력되면 AI가 이미 확보된 기존 데이터들과 비교해 강아지의 신원을 확인해주는 원리입니다. 촬영에 AI를 도입한 회사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펫나우 앱 정식 서비스는 올해 6월경 나올 예정이다. 현재의 베타서비스로도 등록과 조회, 잃어버렸거나 길 잃은 동물의 신고가 가능하다. ○ “반려동물과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임 대표가 마주친 또 다른 과제는 펫나우 회사와 기술력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직원이 12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두드린 게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이었다.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포스코의 벤처플랫폼 지원도 받게 됐다. 학계도 공략했다. 그 결과 펫나우의 비문 인식 관련 논문은 SCI급 해외 저널인 IEEE의 심사를 통과해 게재됐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펫나우의 다음 단계 목표는 보험사와 연계해 펫보험 상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유기동물을 없애자는 취지로 아무리 공익을 추구해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기업은 버틸 수 없다. 펫보험에 가입하거나 반려견이 진료를 받고 보험료를 청구할 때 펫나우로 신원인증을 하면 인증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펫보험 가입률이 0.3%에 불과합니다.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이 어려워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에요. 이 신원확인이 가능해지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습니다.” #펫나우의 사명: 전 세계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앞으로의 계획: 조만간 고양이 비문 인증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동아일보는 14일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Question & Change’ 연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가가 걸어온 길을 한정된 지면에 싣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대화 내용을 추가로 싣는다.▶지면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13/111761814/1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2018년 이 회사를 차리고 2019년 3월 비대면 모바일 세탁서비스인 ‘런드리고’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액은 750억 원. 최근엔 국내 최대 규모의 호텔 세탁 사업을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B2B 세탁시장에 진출했다. 워커힐 노보텔앰베서더 등 국내 5성급 특급호텔 등 30여 개 호텔의 침구와 유니폼 등을 세탁하게 됐다. 런드리고가 대체 어떤 서비스기에. 그리고 그가 꿈꾸는 미래는.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인구학적 분석을 해 봤나. 1인 가구 이용자가 월등히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조사를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1인가구가 40%, 2인가구가 30%, 나머지가 30%정도였다. 가구를 구성하는 인원수보다 가구 구성원의 성격이 중요하다. 3인가구라 해도 남편이 스타트업에 다녀 셔츠를 자주 입지 않는다면 드라이클리닝보다는 물빨래를 많이 해야 한다. 런드리고 서비스는 돈을 내고 세탁을 외부에 맡긴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소득이 높을수록 이용이 많다. 그래서 국내 1000대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흥미롭게도 부동산 집값과 런드리고 이용 빈도가 거의 일치한다. 서울 강남지역의 이용이 월등히 높고 서초 송파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순이다. 그 중에서도 한남더힐이나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아파트는 열 채 중 한 채가 런드리고를 이용한다. ―세탁시장의 어떤 부분을 노려 진출했나. 드라이클리닝은 이미 대안적인 성격이 많이 있다. 세탁소도 많고 프랜차이즈 형태도 있다. 현재 드라이클리닝 시장은 크지만, 결국에는 세탁이라는 단어가 재정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세탁의 절반은 물빨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생에서 세탁이라는 주제가 절반밖에 해결되지 않는 거다. 빨래에 대한 주도권과 경쟁력을 누가 미래에 가져가는가가 중요하다. ―런드리고는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가. 필요한 때에만 이용할 수도 있고 월정액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런드리고’라는 앱을 휴대전화에 깔아 세탁을 신청하면 ‘런드렛’이라는 이름의 세탁수거함을 보내드린다. 그 수거함에 세탁물을 넣어 오후 11시까지 문 밖에 내놓으면 하루 만에 세탁을 완성해 가져다드린다. 물빨래 30L 3번, 와이셔츠 20벌, 드라이클리닝 3벌, 수거 및 배송 3회 기준으로 현재 한 달에 6만 원대(할인 적용 중)부터 이용할 수 있다. 국내 7만 가구가 월정액으로 이용 중이다. 세탁수거함인 런드렛은 현재 120cm 높이의 천 소재 박스에 자물쇠가 달린 형태인데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보관하기 편하도록 올해 상반기 내로 완전히 접히는 형태의 ‘런드렛 2.0’ 버전을 선보이려고 한다. ―런드리고는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텐데. 그렇긴 하다. 그걸 ‘규모의 경제’로 해결하려고 한다. 기계화 자동화를 통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었으니까 그걸로 수익성을 만들어가려는 거다. ―빨래가 덜 말라왔거나 얼룩이 안 지워졌다는 등의 고객 불만도 있더라. 세탁 비즈니스가 그래서 어려운 거다. 워낙 이용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세탁에 대한 만족도가 까다롭기도 하다. 고객 눈높이에는 100점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90점 이상의 서비스는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더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세탁을 재정의하고 혁신해 이루려는 것이 뭔가. 세탁이 혁신되면 주거 공간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집 안에 세탁기가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요즘 이삿짐을 보면 세탁기 대신 런드렛이 실려 있는 경우를 본다. 세탁기의 점유율을 우리가 빼앗아 온 셈이다. 1인 가구 증가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 TV보다는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고 냉장고에서 냉동고 이용을 많이 한다. 얼마 전 LG전자에 가서 우리 서비스에 대해 강의했다. ‘가전의 LG’도 이런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긴장하고 있었다. ―런드렛을 훔쳐가는 경우는 없나. 한국은 굉장히 안전한 나라다. 아직까지는 이걸 들고 훔쳐간 사건이 없다. ―앞으로 세탁산업의 모바일화가 가속화할 것인가. 배민프레시 대표로 일할 때 모바일로 신선식품을 사는 비율은 미약했다. 불과 5년 사이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생활의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세탁도 그런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아직도 세탁산업은 98%가 오프라인 기반이다. 신선식품도, 대부분의 모든 산업도 모바일화 온라인화 됐는데 유독 세탁만큼은 안됐다. 물류적 성격 때문에 안 됐던 것이다. 현재 세탁소가 연간 1500개씩 없어지고 있다. 모바일과 경쟁하다 없어진 게 아니라 이미 2012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노령화가 원인이다. 세탁업주들이 고령화했는데 세탁 종사하는 분들 중에서 이 사업을 꼭 내 자식에게 물려줘야겠다는 분은 드물다. 그래서 이 분들이 은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탁업계의 ‘대사직 시대’인가. 정말로 세탁산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미 선진국은 이미 이런 형태를 지나 미국과 일본은 동네세탁소가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가 이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65세 이상 분들이 경제활동을 길게 이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기존 세탁업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실버 서포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 분들이 힘들어하는 세탁 부분이나 배송을 우리가 돕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업계에 뛰어들지 않았어도 10년 뒤면 동네 세탁소의 70%는 사라질 추세다. ―고객 입장에서는 그동안 동네 세탁소 말고도 프랜차이즈 세탁소라는 대안이 있었다. 30년 전 나온 프랜차이즈 세탁 서비스는 2세대 세탁서비스로 한 시대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이다. 프랜차이즈 세탁소에는 여전히 고객이 직접 가서 빨래를 맡기고 2, 3일 걸려 찾아야 한다. 직장인은 밤늦게 퇴근해 세탁소를 찾아갈 수 없어 주말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고객이 배달을 원할 경우에는 프랜차이즈 사장들이 본인 또는 고객의 비용으로 배달해야 한다. ―그래서 ‘모바일 비대면 세탁’을 생각한 건가. 모바일을 대주제로 삼고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지 비대면이 나왔다. 모바일로 버튼만 눌러 서비스를 신청해도 세탁 수거와 회수 등 사람을 만나는 건 답이 없다. 세탁은 원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더 자동화 기계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탁업은 일본문화가 많이 반영돼 도제식 장인문화가 심하다. 곁다리에서 보면서 배워야하고 지식의 전파가 안 된다. 사람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사람이 해야 높여주는 그런 특이한 문화가 있다. 사람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은 기계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런드렛을 쓰면 세탁소 비닐을 안 사용해도 되겠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깨야 한다. 런드렛은 일반 세탁소에서 쓰는 흰 옷걸이도 안 쓴다. 돈 좀 더 주고 만들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게 했다. ESG가 별건가. ―올해 매출 목표는. 올해 5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직원 300명인데 모바일 서비스와 인사 등 여러 분야에서 직원도 계속 뽑고 있다. 저희는 인프라를 많이 깔아야하고 소프트웨어 기술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 공장 1층에서 세탁이 마쳐져 2층으로 올라오면 개별 고객의 옷이 분류돼 포장된다. 최근 B2B 세탁서비스를 하기 위해 아워홈에서 운영해 온 국내에서 가장 큰 세탁공장을 인수했다. 호텔 레스토랑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작년부터 수선 서비스도 하던데. 수선도 산업과 관련이 있다. 소비자들이 이젠 해외직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입어보고 사지 않는다. 각 브랜드마다 ‘라지’ ‘38’ 등이라고 해도 사이즈가 미묘하게 다르다. 온라인 패션이 성장을 계속 하면 수선의 니즈가 같이 따라간다. 이걸 모바일 비대면 서비스로 제공했더니 잘 된다. ―감각파 패션 디자이너 오유경 씨가 ‘라이프고즈온’(Lifegoeson) 타월을 만들었더라. 호텔 어메티니처럼 고급스러워 보였다. 지난해 12월 ‘라이프고즈온’ 제품을 내놓았다. 샴푸 타월 치약 목욕 가운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다. 세탁수거함 ‘런드렛’은 집 안팎을 드나드는 신기한 물류구조를 갖고 있다. 세탁물을 런드렛에 넣어 보낼 때 제품을 집 안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는 거다. 고객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필요한 걸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고, 배송비가 세탁 서비스에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추가 배송비를 낼 필요가 없다. 일단 시작은 정기적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삼고 욕실 주방 제품을 만들었고 제품군을 더 확장해나갈 것이다. ―결국 의식주 완성을 이루는가. 결국 주거다. 의식주를 플랫폼에서 올인원 해결하게 해주고 싶다. ―Lifegoeson은 누가 작명했나. 제가 직접 했다. 상표권도 제가 갖고 있고. 의식주컴퍼니의 영어 사명이다. 세탁으로 글로벌 1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만큼 깊은 고민을 하면서 세탁하는 곳은 다른 나라 어디에도 없다고 자부한다. 내년에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 진출하려고 한다. ―만약에 누가 나서 이 업체를 팔라고 한다면.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진짜 좋은 서비스를 해서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게 저한테는 행복인거 같다. 첫 번째 차렸던 덤앤더머스를 엑싯(투자 회수)하면서 돈은 동년배에 비해서는 많이 번 편이다. 돈은 적정하게 있으면 된다. 욕심은 부리다보면 끝이 없다. ―직원 뽑을 땐 뭘 보고 뽑나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에는 스타트업이니까 비정상적인 에너지를 써야 할 일도 있고, 어려운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 대기업에서는 조직이 천천히 해결할 일을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풀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그래야 성장한다. 기본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삶을 바꾸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디에서 사업의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나.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다. 요즘 다시 읽는 게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달리오가 쓴 ‘원칙’이다. 그 책에는 ‘극단적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을 믿어라’는 구절이 있다.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을 보면 모두가 진실을 투명하게 제대로 보지 못하면 인류 멸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다소 섬뜩한 내용이지만 회사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한국의 일하는 문화는 진실을 투명하게 적극적으로 나누는 것을 불편해 하고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면 진짜 근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공급자 중심의 불투명한 세탁산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투명해져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당신의 사명은. 일상의 변화가 각 가정에서부터 사회로 전염돼 삶이 윤택해졌으면 한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서 벗어나 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더 소중한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의 생각“창업은 다시 혼자가 되는 과정.”“창업가는 망각의 동물. 성취의 기쁨만 생각나.”“돈이 목적이면 문제가 생길 때 무너진다.”“창업은 비정상적 에너지를 써야 결과가 나오는 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