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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치인이 저한테 ‘한 일이 뭐냐’고 묻지만 정작 서울시민들은 알고 있어요. 시민들은 커다란 개발 구호보다는 ‘내 삶이 변하는’ 도시를 원해요. 저는 여기 집중했고, 또 집중할 겁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는 지난 7년간 시정에 대한 서울시민의 평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시장은 20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득표율 66.26%로 결선투표 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돼 3선에 도전한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서울시장 공관에서 만난 박 시장의 얼굴은 홀가분해 보였다.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을 여러 번 했지만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경선에서 큰 득표율 차로 1위를 했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당원들께 감사하다. 경쟁 후보 박영선, 우상호 의원도 스타들이라 위협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다만 저의 시정 활동이 지켜봐 온 시민들의 피부에 가닿은 것이 표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당 내외 경쟁자들이 ‘특별한 업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개발을 위한 외형적 투자 요구가 많았는데, 이는 1970, 80년대 고속성장과 개발 시대에 통했던 논리에 불과하다. 감히 말하자면 내가 ‘도시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본다. 나는 그동안 8조 원대 채무를 감축하고, 4조 원대 복지 예산을 10조 원 이상으로 늘렸다.” ―관점을 바꾸면 한 게 많다는 취지인가.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몽준 후보가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은 ‘이제 잠 좀 자자’였다. 시민들이 서울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도서관, 공원, 힐링, 휴식, 교육, 생태 등이다. 우리가 일본 도쿄를 제치고 올 3월 세계적 권위인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은 것도 도시재생과 시민 참여에 힘쓴 덕분이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철학의 차이일 뿐이다. 오죽하면 프랑스 사회학자가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했겠나. 한 동네를 싹 밀고 아파트를 지으면 (그 지도자가)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시민 삶이 각박해진다. 최근 개통한 ‘우이신설선’에 상업광고를 없애고 발달장애인 등의 미술품으로 전동차를 채웠다. 앞으로 서울 모든 지하철에 상업광고 대신 문화예술 광고를 입힐 계획이다.” ―3선 도전으로 서울시장을 꿈꾸는 당내 차기 세대가 성장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장 자리는 ‘시장 본인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다. 중요한 건 서울시민이고 서울의 미래다.” 박 시장은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결국 시민이 판단해줄 것이다. 경선에서도 많이 얻어맞았지만 가만있었다. 본선에서도 네거티브는 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인연이 있나. “노동문제와 사회변혁을 위해 투쟁한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었다. (1986년경) 김 후보가 감옥에 있을 때 내가 변론해준 적도 있다. 김 후보가 한때 저에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다시 만날 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정치인으로서 안철수 후보의 행보는 어떻게 보나. “시민들이 평가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안 후보는 탁월한 학자로서, 의사로서, 기업가로서 기억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양보’를 할 때 아름다운 인연이 있다. 제가 요청해서 아름다운재단 이사를 했고, 당시 프로그램이던 ‘착한 MBA’에 7번의 강연을 모두 와주셨다.” ―안 후보와 관련해 제기되는 ‘양보론’에 대한 생각은…. “안 후보가 ‘두 번 양보했는데 한 번은 성공했고 한 번은 실패했다’고 한 적이 있다. (웃으며) 성공한 게 박 시장이라고 하지 않느냐. 지금 안 후보와 나는 당도, 서 있는 위치도, 가는 길도 굉장히 달라졌다. 참 너무 애매한 관계가 됐다.” ―안 후보가 2강 구도로 보는데…. “글쎄…. 시민들의 판단과 인식에 달린 문제다. 시민들이 2강으로 볼지 1강으로 볼지, 3강으로 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시작 아니냐.” ―서울시장 후보로서 본인만이 가진 강점은…. “굳이 말하자면 ‘시대를 바라보는 눈’인 것 같다. 리더는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 정확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래를 보는 눈이 없었던 것 같다. 저는 지난 정부의 ‘박원순 제압 문건’에서 볼 수 있듯 중앙정부의 지원을 못 받고도 이렇게 잘했는데, 문재인 정부와 저는 ‘환상의 커플’이다. 앞으로 더 좋은 변화들이 있을 것이다.” ―3선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선이 시장 재임 기간 안에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코앞에 있는 선거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어떻게 먼 미래를 이야기하겠나.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안 지났는데, 다음 대선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야당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특검을 도입하자고 한다. “진선진미한 정부가 있을 수 있나. (중앙정부가 아닌) 서울시만 해도 언론과 야당이 있고 (서울시의회라는) 국회 기능이 있어서 비판과 피드백이 일상화돼 있다. 수사 중인 마당에 온갖 정치적 공세를 취하는 건 적절치 않다.”장관석 jks@donga.com·김상운 기자}

19일 오후 4시 30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두 눈이 충혈된 채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오늘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정쟁 중단’과 ‘정치 공세’ 부분을 읽을 땐 목소리가 한 톤씩 올라갔다. 김 의원은 이날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 30분 경남도청 서부청사에서 예정된 출마 선언을 불과 1시간 40분 전에 갑자기 취소한 뒤 당 긴급 대책회의가 잇따랐고 하루 종일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민하다 출마를 선택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를 포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함께 고민했다. 당에서 지도부와 상의하고 (출마 여부를)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어제는 “불출마” 오늘은 “출마” 김 의원은 이미 18일 저녁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범계 수석대변인 명의로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19일 오전 9시 국회 정론관 김경수 의원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19일 오전에 보내도록 전날 오후 10시경 예약발송을 걸어놨다. 19일 오전 9시 기자회견 내용은 김 의원의 경남도지사 불출마 선언이었다. 이는 박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이미 전날 김 의원의 불출마 의사를 전달받고, 그의 뜻을 수용할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8일 경남 김해 자택에서 하룻밤을 묵은 김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오전 7시 김해공항에서 서울행 첫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오전 상황이 급반전됐다. 민주당은 예약발송 서비스에 따라 김 의원의 ‘오전 9시 기자회견’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한 지 2분 만인 오전 8시 32분 서둘러 ‘기자회견 취소’를 알리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이어 17분 뒤 김 의원 측은 이날 오전 10시 반으로 예정된 경남도지사 출마선언을 취소한다는 공지를 돌렸다. 그 시간 이미 서울에 와있던 김 의원이 1시간여 만에 경남도청으로 가서 기자들을 만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무엇이 경남도지사 불출마로 기울었던 김 의원의 마음을 돌려놓았을까.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새벽 김 의원의 불출마 소식을 접한 몇몇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는 걸로 비칠 수 있다”며 적극 만류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가 처음에는 김 의원의 불출마 의사를 수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불출마 선언이 가까워오니 ‘뚜렷한 죄가 없는데 왜 책임을 지느냐’는 목소리가 번졌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판 자체가 드루킹 파문으로 뒤덮일 것을 우려해 김 의원의 불출마를 받아들이려던 당 지도부도 ‘김경수가 무슨 죄냐’는 당내 여론이 확산되자 입장을 바꿔 출마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靑 “김경수 불출마 안 돼” 당에 메시지 실제로 19일 오전 11시 추미애 대표와 이춘석 사무총장, 박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오후 4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도 “불출마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가 입장을 바꿔 김 의원에게 출마를 설득한 데에는 청와대의 메시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상황이 바뀌자 김 의원은 이날 몇 시간 동안 서울 모처에서 장고를 거듭하다 결국 오후 4시 30분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취소했던 경남도청 기자회견을 20일 오전에 열겠다”고 밝혔다. 당청은 김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명분은 물론 선거전략에도 불리하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특검 추진을 주장하며 드루킹 파문을 쟁점화할 것인 만큼, 그럴 바에는 출마해서 당당하게 해명하고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야당이 그의 불출마를 계기로 댓글 조작 사건으로 정국 자체를 흔들려 했을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어차피 바람이다. 김경수가 흔들리면 야권이 댓글 조작 사건으로 똘똘 뭉쳐 PK(부산경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

“선관위가 위법행위라는 유권해석을 한 것은 여론몰이식 정치적 해석을 한 것으로 유감을 표명하며…선관위는 직무를 유기하고 무능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마땅하다. 선거법 개정은 물론 헌법재판소 심판 청구까지 검토하겠다.” 17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더좋은미래’ 소속 국회의원 13명이 한꺼번에 카메라 앞에 섰다. 이들은 준비한 A4용지 2장 분량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석에 대한 입장’을 읽어 내려갔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각종 의혹에 대한 선관위의 결정을 대놓고 반박한 것으로, 집권여당 의원들이 선관위 결정에 대해 헌재 심판까지 거론하며 조직적으로 반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래서 인사검증 부실을 반성하기보다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與, ‘김기식 사퇴’ 선관위에 화풀이 정치권에서는 김 전 원장 논란을 계기로 여권이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선관위 결정 하루 만인 17일 잇따라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전 원장에 대한 문젯거리로 삼은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자. 이 문제를 덮는다면 야당이 정략적으로 이번 사안을 활용했다는 비난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여야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를 모두 까보자며 아직도 물타기 공세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홍익표 의원은 이 회의에서 “선관위의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본 매우 무책임한 해석”이라고 말한 뒤 “차제에 선거법 전체를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선거법이라는 레버리지를 통해 선관위를 옥죄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의원은 김 전 원장이 한때 소속됐던 ‘더좋은미래’ 연구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전 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의원모임에 정책 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썼다. 그는 특히 선관위가 2년 전 유권해석에서 ‘위법 소지’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의 조치를 하지만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했다.○ 불리하면 적폐, 유리하면 위대한 결정이라는 與 전문가들은 여당이 선거법 결정에 불복하거나 선관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를 길들이려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 해석을 뒤집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겠다는 건 3권 분립에 위배되고 집권당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선관위 결정을 무시하는 건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헌법 기관에 대해 불리하면 공격하고, 유리하면 환영하는 모순된 행동을 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도 ‘내로남불식’ 행태를 보인 적이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하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을 땐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평가했다. 당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유권해석을 의뢰해 헌법기관이 내놓은 결정을 여권이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선관위가 여당이 좋은 말만 하길 기대해선 안 된다. 야당이 제기한 문제가 아닌, 청와대가 직접 선관위에 질의해서 나온 답변이라면 받아들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사법부 권위와 법치주의 근간을 무시한 신(新)적폐”라고 반박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유근형 기자}
자유한국당은 17일 민주당원의 댓글 사건 및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위법 행위 진상 규명을 위해 ‘김경수·김기식 특검법’ 수용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하며 국회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원내 3, 4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특검 도입에 맞장구를 쳤다. 한국당 의원 110명은 최교일 의원 대표 발의로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및 김경수 의원 등 연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또 ‘전 금융감독원장 김기식의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제출했다.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 6명을 제외한 한국당 의원 전원이 동참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으로 가야 진실을 밝힌다. 정권의 정통성·정당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 사건은 모든 국회 일정을 걸고서라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적었다. 바른미래당도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연루까지도 의심되는 부분이라 조속히 특검을 도입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 중인 정의당은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방선거용이자 정략적 특검”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4월 임시국회 현안 및 개헌 등과도 맞물려 있어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원내 1당인 민주당(121석)의 동의 없이는 특검법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상임위 통과가 어렵고,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상운 기자}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 후원금 사용에 대한 부분이 논의 내내 핵심 쟁점이었다.” 1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임기 만료 직전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후원한 건 불법이라고 판정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야권에서 제기한 김 원장의 이른바 ‘후원금 땡처리’ 의혹이 정치자금 관련 법률이나 판례에 비춰 위법인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얘기다. 이날 권순일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이 논의를 벌인 원탁 위에는 선거 관련 법규집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규집 등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약 3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의 결과 김 원장 사퇴의 분수령이 된 위법 결정이 내려졌다. 다른 선관위 위원은 “청와대 질의서에 대해 객관적 기준을 갖고 신속하게 회신함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선관위, 예상 밖 신속한 결정 당초 정치권은 이 건을 놓고 검찰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인 데다 청와대가 내부 검증 결과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발표한 만큼 선관위가 위법이라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만료 직전 자신의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후원한 뒤 퇴임 후 곧바로 이 연구모임이 설립한 단체에 소장으로 이동해 급여로 8500만 원을 받는 등 이른바 ‘셀프 후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법 판단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걸로 분석된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으로서 회비 등을 납부하는 경우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2년 전 김 원장이 더좋은미래에 후원금을 내기에 앞서 선관위로부터 받은 유권해석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야당은 김 원장이 더좋은미래 기부 약 두 달 전인 2016년 3월 25일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당시 김 원장은 “더좋은미래가 만든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에 월 회비(20만 원)를 내고 있는데 일시 후원할 경우 금액 제한이 있는지”를 선관위에 물었다는 것. 이에 선관위는 “종전 범위 안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 규정에 위반된다”고 회신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김 원장이 위법 소지가 있음을 알고도 후원을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월 회비의 250배에 달하는 거액을 후원한 데 대해 선관위가 ‘종전 범위’를 넘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선관위원 대다수는 “5000만 원이라는 금액이 ‘종전 범위를 현저히 초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미 한 차례 선거법 113조에 대한 판단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좌진 퇴직금 지급은 위법 아니다” 김 원장의 이른바 ‘후원금 땡처리’ 논란은 더좋은미래 후원뿐만 아니라 보좌진 퇴직금 지급, 동료 의원 후원 등도 포함된다. 이 중 선관위가 위법으로 본 것은 연구모임 후원 1건이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선출된 김 원장은 20대 총선에선 서울 강북갑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탈락했다. 재선이 막히자 김 원장은 임기가 끝나기 열흘 전인 2016년 5월 19일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의원실 보좌진 6명에게 총 2200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 대한 후원금도 한꺼번에 챙겨줬다. 현행법상 남은 후원금은 소속 정당이나 국고로 귀속된다. 그러나 선관위는 “정치활동 보좌에 대한 보답과 퇴직에 대한 위로를 위해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금전을 지급하는 것은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야당이 문제 제기한 피감기관 후원 해외출장에 대해 선관위는 판단을 유보했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는 “해외출장 목적과 내용, 출장 필요성 내지 업무 관련성, 비용 지원 범위와 금액, 국회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 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청와대 질의가 김 원장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인 내용이어서 답변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
한국정당학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원으로 ‘혁신과 자치: 지방분권과 정책선거를 위한 과제’ 학술회의를 13일 열었다. 사회혁신을 위한 주민자치제도 발전 방안이 주제였다. 현행 주민자치제도를 평가하고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공약의 지역 대표성을 분석한 연구결과 등이 발표됐다.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 강원 영남 호남권 등으로 나눠 지자체장 선거공약을 연도별로 분석한 연구도 소개됐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유권자 설문조사를 통해 바라본 한국 주민자치의 실태’ 논문에서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2016년 촛불집회 이후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장 교수는 논문을 통해 “촛불집회를 계기로 국내 유권자들의 직접 민주주의 형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음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권한이 너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70.9%에 달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지방정부 권한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돼야 한다는 데 유권자들이 동의한 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집권 2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가 완전한 성과를 내려면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성이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실무 총괄하고 있는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12일 지방선거 두 달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손발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노무현 정부 때 사례를 들었다. 당시 연일 치솟는 집값으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가 다양한 부동산 투기대책을 내놨지만,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 뉴타운 개발계획을 추진해 정책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 개혁정책이 속도를 내려면 지방선거 승리를 통한 국정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여권의 친문 핵심 중 한 명으로 통하는 김 의장은 지방선거 전략에 대해 선제적인 재정투자를 통한 일자리 정책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문재인 케어를 골자로 한 노동복지 정책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개헌 이슈에서 지방선거와 밀접한 각종 지방분권 강화 공약을 내놓겠다고 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당정은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이것이 문재인 정부 탄생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요구와 바람에 충실히 부응하려면 중앙정부 차원으로는 부족하다.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성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에서 내세울 대표 정책은 무엇인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과감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정책이다. 인구구조상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취업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일자리 대란이 벌어진다. 선제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단순히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게 아닌 국민 안전이나 건강, 환경, 복지에 긴요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규제를 혁신하고 중소기업 체질을 강화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도 유도할 것이다. 추경을 통해 청년실업과 GM 사태 등에 따른 고용위기에 대응하려고 한다.” ―야당은 추경을 지방선거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지율을 봐도 우리가 지금 추경을 선거 전략으로 사용할 상황은 아니지 않나.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서 실업률이 4.5%로 나왔는데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위기 상황에 정치권이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다. (여론조사를 하면) 추경이 필요하다는 국민 목소리가 월등히 높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고자 한다면 국민들과 엇나가서야 되겠나.” ―호남 민심과 밀접한 GM 사태는 어떻게 풀 건가. “당정은 GM 사태도 금호타이어나 STX조선해양 사례처럼 매우 원칙적인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 지원 이전에) GM이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공장을 살리고 계속 기업 활동을 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특히 부품 협력업체들이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GM과 협의하고 싶다.” ―집권 1년을 맞아 잘한 정책을 꼽아 달라. “집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핵 위기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게 커다란 성과다.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으로 경제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아쉬운 정책은…. “미세먼지 대책이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겠지만 국민이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고 송구스럽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요인이 크기 때문에 해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외교까지 포함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화력발전소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더 분발하겠다.”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
연일 확산되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해임은 없다”고 버티면서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에도 물러나지 않았다가 종국에 자진 사퇴했던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 원장에 대한 별도의 논의는 없다. 기존의 태도 그대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를 떠났다는 의혹에 이어 국회의원 임기 종료 전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소진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지만 여전히 해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종료 전 보좌진에게 수천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법에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는 김 원장의 의혹에 대해 집중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일제히 ‘김기식 불가론’으로 쏠리면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임 실장으로부터 “김 원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요지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도 일단은 김 원장 엄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과도한 비난은 인격살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임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물밑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사퇴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김두관 의원이 우 원내대표에게 보낸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9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김 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를 확인했지만 모두 적법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너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는 매듭을 지으려는 의도였겠지만 그 뒤로도 추가 의혹이 나오니 민정 라인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여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병도 정무수석만 곤란한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충남·충북도지사, 대전시장 경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 문제가 수습되지 않으면 선거 캠페인 초반부터 악재를 안고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야당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빌미를 줬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상운 기자}

“정말 도와드리고 싶은데 선거 앞두고 민감한 거 다 아시잖아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세계에서 금속활자로 찍은 가장 오래된 책으로 프랑스에서 보관 중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 간행·이하 직지·사진)의 첫 국내 전시를 위해 ‘압류면제법’ 발의 서명을 받으려 최근 접촉한 같은 당 의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 법은 해외 문화재를 들여와 전시할 때 압류·압수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인데 일부 시민단체가 법안에 반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칫 문화재 환수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우려스럽다”며 서명을 거부했다는 것. 그가 언급한 선거는 두 달 뒤 6·13지방선거와 2년 뒤 국회의원 총선거를 말한다. 노 의원 측은 한 달 넘게 발의 정족수(10명)도 못 채우다가 12일에야 법안을 가까스로 발의한다. 표를 먹고 사는 국회에서 선거는 정언명령(定言命令)과도 같은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법은 선거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게 학계와 문화예술계의 중론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大)고려전’을 열기로 하고, 프랑스 일본 대만 정부에 직지와 고려불화 등의 전시대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대전지법의 쓰시마 불상 판결을 거론하며 “압류면제법이 제정돼야 유물을 안심하고 빌려줄 수 있다”고 회신했다. 대전지법은 2012년 한국인 절도단이 훔친 불상을 돌려 달라는 일본 쓰시마 사찰의 요구를 거부하고 충남 서산 부석사에 넘길 것을 결정했다. 정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민주당 박경미 의원과 협의해 압류면제법 발의를 추진했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2월 초 입법을 포기했다. 국회가 여론 눈치만 살피느라 130년 만의 직지 귀향(歸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노 의원 역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원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회 교문위와 본회의 통과도 선거를 앞두고선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 의원은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려면 이 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 측은 법안 서명을 받기 위해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직지를 대표 지역 문화재로 홍보하는 청주·충북지역 국회의원들도 설득했다. 그러나 교문위 위원 28명 중 고작 3명만 서명에 동참했을 뿐이다. 문화재 환수 논란이 국제 문화교류에 차질을 빚자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세계 각국이 압류면제 조항을 뒀다. 우리 국회도 말로만 문화강국을 외치지 말고, 직지 감상을 갈망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
개헌과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도 취소됐다. 총리 시정연설이 여야 대치로 무산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청와대는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시정연설을 언제하게 될지 모르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의결돼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인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의 반대가 있으리라고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선거 이후 추경을 편성해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을 둘러싼 충돌로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추경의 필요성을 앞세워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 청년을 고용할 중소기업, 조선과 자동차 구조조정으로 경제위기를 맞은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진해 울산 동구를 지원하는 추경입니다. 국회의 도움을 간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후폭풍으로 인한 일자리 재난 상황에도 정치권이 추경안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조찬과 오찬으로 이어진 세 차례 연쇄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들은 이어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본회의를 열어야 대정부 질문도 가능하다. (임기 중) 제 마지막 임시국회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분산 내용을 개헌안에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 선거구제 개편이 수용되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헌 협상에 전혀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도 “시대적 추세가 분권이니 대통령중심제를 기본에 놓고 다양한 권력분산 장치를 합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불참한 걸 언급하며 “말로는 개헌을 말하면서 국민 개헌을 반드시 좌초시키겠다는 본심을 드러냈다”고 맞받아쳤다. 방송법 개정안 갈등도 본회의 무산에 핵심 요인이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여당이 방송법에 대해 완전히 ‘내로남불’로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서 정부 여당의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다수제(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처리 불가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면서 말을 바꾸는 민주당을 믿고 협상할 수 없다. 오늘 중 민주당에서 야권이 받을 수 있는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안을 낸다면 받을 수 있다는 최종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2016년 7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도 모두 심의한 뒤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문제가 된 방송법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합의된다면 4월 중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구재회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20여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 중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5월 구 소장을 직접 만난 직후 “소장 임기는 3년으로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연구소 정관(定款)에 명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구 소장이 8년간 재직한 점을 감안하면 1년 후에 사퇴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지난달 정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USKI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예산 지원 중단을 통보하기 3년 전에 김 원장이 비슷한 요구를 한 셈이다.○ 김기식 “USKI 소장 임기 명시해야” 국회 정무위원회가 KIEP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던 2015년 5월 26일(현지 시간) KIEP 관계자들과 미 워싱턴의 USKI를 방문해 구 소장, 제니 타운 부소장, 칼 잭슨 교수를 만났다. 이 만남은 KIEP가 후원해 자유한국당이 ‘황제 출장’이라고 비판하는 그 출장 도중 이뤄졌다. 김 원장은 “연구소가 북한 문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에 너무 치우친 느낌이다. 북핵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슈들을 적극 반영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SKI가 북핵 관련 오래된 이슈에 대한 평가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USKI는 당시에도 38노스 사이트를 통해 북핵 시설을 모니터링한 위성자료를 잇달아 공개해 주목받았다. 김 원장은 특히 연구소 운영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구 소장과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을 직접 거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의해 프로그램이 좌우되거나 시스템이 흔들리는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USKI 관계자들과 면담한 직후 김 원장은 KIEP 관계자들에게 “연구소 정관에 소장 임기를 명시해야 한다. ‘소장 임기는 3년이며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키는 걸 검토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각 시도했던 구 소장 KIEP가 2006년부터 매년 20여억 원을 지원해 온 USKI에 대한 논란은 2014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 또한 김기식 당시 의원이 주도했다. 김 의원은 당시 정무위에서 “USKI에 예산만 지원할 뿐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선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이 이어받아 지난해 8월 구 소장의 장기 재직 문제 등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재직 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무위 간사였던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기식 의원이 하도 ‘우리 예산 20억 원을 어떻게 썼는지, 연구소가 내는 성과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고 해서 KIEP가 참여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했다”고 말한 뒤 “이학영 의원이 정무위에 들어와서는 회계보고서 등 각종 운영 자료를 다 보고하라고 했고 이에 USKI는 ‘말이 되느냐’고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아무튼 김기식 원장의 문제 제기를 비롯해 현 여권에선 USKI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가 정권 교체 후 폭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외교 소식통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던 구 소장을 교체하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계 미국인인 구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각을 시도했을 정도로 자타공인 보수 성향 인사.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과 막역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현 여권 관계자들이 USKI에서 연구하도록 배려하기도 했으나 보수 인사들과 가까웠다.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에서 구 소장을 해임하라는 많은 메시지를 받았으며 제니 타운 부소장 해임 요구도 있었다”고 밝혔다. ○ 靑 “국회·경사연이 진행한 일”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8일 “청와대가 나서서 구 소장 교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 이 문제는 국회의 문제 제기에 따라 관리 감독을 맡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가 진행한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USKI에 자금을 지원한 KIEP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사연이 관리 감독을 맡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멘토인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올 2월 경사연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성 이사장도 이날 “USKI에 대한 국회의 지적이 수년간 있었는데 KIEP가 만든 개선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3월 29일 KIEP 이사회에서 예산 중단을 최종 결론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과 홍일표 선임행정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김준동 KIEP 부원장이 지난해 11월 2일 이 비서관과 홍 행정관에게 보고하겠다고 왔다. 두 사람이 별도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문제가 자칫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형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일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인식이 마치 사실처럼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상운 sukim@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6·13지방선거 예비후보 여론조사에서 쓰지 못하도록 한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해 당내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6일 열리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당 선관위 결정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거치지 않은 일부 예비후보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선관위 결정에 대해 청와대 일부 관계자와 친문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예비후보들의 핵심 이력에 대통령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은 청와대 출신 후보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 4일 당 선관위 비공개 회의에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청와대 경력이 없는 예비후보들과 형평성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경선 지역에 속한 민주당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들의 약 3분의 1(26명 중 9명)이 자신의 경력에 두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해왔다. 실제 두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여론조사 지지율은 제외한 것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는 걸로 알려졌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전해철 의원(노무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 출신), 전남도지사에 도전한 신정훈 전 비서관(문재인 대통령 농어업비서관 출신) 등이 대표적이다. 친문 의원들이 포함된 4일 당 선관위 회의에선 찬반 논란 끝에 5(찬성) 대 4(반대)로 대통령의 이름을 빼는 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날 선관위 회의 직후 추미애 대표는 당 선관위 결정에 대해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이름을 사용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준용한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고 밝혀 최고위에서 당 선관위 결정이 어떻게든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당 관계자는 “당 선관위 결정을 최고위 등 지도부가 나서 철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둘러싼 친문 주류와 비주류 간 세력 다툼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6·13지방선거 당내 예비경선 후보들이 전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선관위는 4일 회의를 열고 대통령 이름 사용을 허용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5 대 4로 통과시켰다. 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청와대 경력이 없는 예비후보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며 “공정 경선을 위해 예비후보 경력에서 두 대통령의 이름을 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넣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뺀 것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건이 조만간 열릴 최고위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전해철 의원은 경기지사 경선을 위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이 아니라 ‘16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으로 소개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농어업비서관을 지내고 전남도지사 경선에 뛰어든 신정훈 전 비서관,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문대림 전 대통령제도개선비서관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이번 조치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예비후보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있다. 추미애 대표는 선관위 결정 직후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준용한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당시는 대통령 이름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 관계자는 “호형호제하지 못한 홍길동도 아니고 대통령 이름을 못 쓰게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여야가 6·13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잇따라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하면서 대진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경남(PK) 공략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2일 김경수 의원을 경남도지사 후보로 추대한 데 이어 3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부산시장 후보로 결정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게 될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서병수 현 부산시장과 결전을 치르게 됐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7개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심사결과 오 전 장관을 비롯해 △울산 송철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 △세종 이춘희 현 시장 △강원 최문순 현 지사 △경북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5명을 단수 후보로 확정했다. 공관위는 심사총점과 공천 적합도 조사(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를 20% 이상 앞선 후보들에 한해 단수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대구, 인천, 대전 등 10곳은 경선 지역으로 분류했으며, 한 후보가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들 경선지역 후보는 늦어도 이달 안으로 확정짓기로 했다. 민주당이 PK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를 경선 없이 확정한 건 내부 잡음을 최소화하고 서둘러 본선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PK에 최초로 입성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집권은 물론 차기 대선구도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바로미터 격인 서울에선 민주당에서 현 박원순 시장과 박영선 의원, 우상호 의원이 경선을 벌인다. 여기서 승리한 후보는 본선에서 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본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에게 연고지를 중심으로 선거지역을 할당해 득표율을 평가하고 이를 향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역조직이 강한 중진 의원들이 전력을 다해줘야 어려운 선거를 이길 수 있다. 이번 선거 득표율을 다음 총선에서 공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반홍(반홍준표) 중진 의원들의 비협조를 방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우열 기자}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발표한다. 6·13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중도 포기한 후 7년 만이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문에 7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을 때와 달라진 생각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장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미래 서울에 대한 구상과 미세먼지 대책 등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비전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 장소는 서울광장 등을 물색하고 있으며, 선거 캠프는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시장직과 한국당 무력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독한 마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한국당은 무력화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시장이든 누구든 민주당 후보와 경쟁해 이기거나, 지더라도 한국당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얻어 ‘의미 있는’ 2위를 한다면 한국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자 이상의 다자구도에선 민주당을 이기기 쉽지 않은 만큼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에서 야권연대 차원의 후보 단일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안 위원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안 위원장은 1일 인재영입 행사를 마친 뒤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은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말해왔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사석에서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나의 서울시장 당선을 편하게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내보내 훼방을 해야 한국당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찾기에 번번이 실패해온 한국당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그래서 당 지도부까지 나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우는 데 공들이고 있다. 3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 지낸 김 전 지사는 다른 후보군보다는 그나마 인지도가 높다. 한국당으로선 3자 구도를 형성해 보수 우파를 확실히 묶어 보겠다는 전략이다. 반대로 김 전 지사의 ‘박근혜 탄핵 반대’ 경력이 중도우파의 등을 돌리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은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구속에 대해 잊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척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첫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권 표가 분산되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슈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서 선거전에 늦게 뛰어드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다음 달 이후에나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에게 도전하는 민주당 우상호,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후보 등록을 마치고 일찌감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우 의원은 2025년까지 서울 시내버스의 50%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고,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등 한류스타의 이름을 내건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1일 발표했다. 박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할 때 내가 협상팀장으로 직접 안 후보를 상대했다. 그만큼 내가 안철수에게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고야·김상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스스로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이 6월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추미애 대표가 영입한 송기호 변호사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최 전 의원은 29일 김경수 황희 전재수 권칠승 의원 등 친문(친문재인) 핵심들을 대동하고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제 신념인 정치혁신의 길을 가기 위해 송파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문 대통령이 열고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날 회견을 놓고 “차기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방불케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부 의원은 “친문들이 위력 시위를 하듯 한꺼번에 몰려간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권 교체보다 정권 재창출이 훨씬 더 힘든 길이다.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어떤 일이 요청되거나 필요한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원내 진입 직후 당권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 지도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당 안팎의 관심이 높다. 최 전 의원 외에도 당 대표 경선에 김진표 송영길 의원 등이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전당대회에 앞서 최 전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변호사와의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강남 3구’로 소득 수준이 높고 야당세가 강한 송파을 본선에서 당선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자유한국당 후보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의 전략공천이 유력하며, 바른미래당에선 박종진 전 앵커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요구에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일종의 월권으로 보고 탐탁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따져 묻기는 어려웠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활비 상납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모 전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이 털어놓은 진술이다. 오 전 보좌관은 남 전 원장 지시로 2013∼14년 매달 5000만 원씩 총 6억 원을 박근혜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는 “남 전 원장이 (특활비 상납에 대해) 과연 적절한 행동인가, 비서관들이 장난치지 않을까 순간 의구심이 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수뇌부는 끝내 최고 권부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오 전 보좌관은 “(남 전 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사실이냐고 따져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국정원장조차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 한 통에 ‘비밀’ 금고문을 연 것이다.○ ‘권력기관장 인사권’ 견제 빠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할 예정인 헌법 개정안 전체 조문 공개 직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권력의 원천인 인사권, 그 가운데서도 4대 권력기관장 인사권이 여전히 대통령 손에 쥐여져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주요 권력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제가 탄생한 미국에서도 각 부처 장관은 물론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장, 각국 대사 등에 대해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도 권력기관장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서 보듯 대통령이 바뀌어야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주요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국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권력기관장은 물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투표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를 위해 대통령과 국회, 대법관회의가 각 3명씩 감사위원을 선임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관회의가 사실상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원이 완전한 독립기관으로 기능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지명 3명 중 여당 몫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감사위원은 최소 7명”이라고 지적했다. ○ ‘대독 총리’ 권한 그대로 내각을 이끄는 국무총리 권한과 임명절차에 대한 개헌안이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는 데 미흡하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책임총리제 구현을 위해 현행 헌법 조항(‘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독 총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취약한 총리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 학회장은 “총리의 ‘대통령 보필’ 문구를 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총리에게 분담할 국정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은 물론 추천 권한까지 배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국회 불신이 깊고 대통령제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의 의원내각제로 흐를 수 있는 국회의 임명·추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가 총리 후보를 복수로 추천한 뒤 대통령이 낙점토록 하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사법부 독립’ 역행 우려 이른바 ‘거점 판사’ 논란을 의식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약화시키는 과정에서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입김이 오히려 세졌다는 우려도 있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을 제청토록 했다. 문제는 대법관추천위가 대통령 지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법관회의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법관을 추천할 수 없었던 대통령이 추천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차 교수는 “대법원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대법원장이 대법관 전체에 대해 제청권을 갖는 한 사법부 독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장 임명권을 삭제하고, 헌재 재판관들이 호선(互選)으로 소장을 결정하는 개헌안을 마련했다. 헌재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였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호선으로 인해 헌재소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 없어진 만큼 국회가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법부의 동의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제한하고 입법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법안 발의 요건에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추가한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도 정부가 의원 입법을 추진할 때 여당 국회의원들을 동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차원에서 입법권은 국회에만 주는 게 옳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정치권 팽팽한 시각차 이제 개헌안 논의는 국회로 넘어왔다.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는 핵심 쟁점은 역시 대통령 권한 축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여론을 근거로 국회가 국무총리를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권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선호하고 있고 한국의 정치 특성까지 감안했을 때 대통령제는 매우 당연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인사권을 보장하려면 현행대로 국회의 총리 임명 동의권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야4당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려면 반드시 총리 임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반박한다. 자유한국당은 “책임총리 구현을 위해 국회 선출 혹은 추천이 필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총리제를 내걸었고,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야 협상의 열쇠를 쥔 정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제1야당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야4당이 정책협의체를 구상해 국민 개헌안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화당과 정의당이 반대해 야4당의 별도 개헌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소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민주당에 이어 한국당도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이후 1차 고비는 청와대의 국민투표법 개정 요구 시한인 다음 달 27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국회가 개헌안을 의결할 수 있는 데드라인인 5월 25일도 개헌 성패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상운 sukim@donga.com·홍정수 기자}
여당 일각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를 헌법 개정안에 포함해 야권을 설득할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선거제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예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비례성 강화를 조건으로 ‘야4당 개헌 정책협의체’를 제안한 데 대한 맞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1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세워 민주평화당, 정의당으로부터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례성 강화를 고리로 국무총리 국회 추천에 대한 야권의 양보를 얻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으나 대통령 4년 연임제나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에 비해 당내 관심이나 선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소선거구제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정당이 다름 아닌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논의 중인 평화당과 정의당은 다당제를 열 수 있는 비례성 강화 개헌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두 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야 개헌안이 일괄 타결될 수 있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당장 정부 여당의 개헌안에 맞서 야권 결집이 필요한 한국당은 평화당과 정의당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에 ‘야4당 개헌정책협의체’ 구성을 21일 제안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관제 개헌안을 굳이 국회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기보다 국회에서 국민개헌안을 제시하고 국회와 국민 중심으로 개헌을 성취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다른 조항을 어느 정도 양보하더라도 야4당 개헌안을 만들어 정부 여당을 상대로 이른바 ‘분권대통령-책임총리’ 개헌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에도 “26일부터 아무 조건 없는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홍정수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촉발된 네거티브 논란에 휩싸인 충남도지사 후보 경선을 다른 지역보다 1주일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사퇴 과정에서 예비후보들의 ‘내부 총질’이 도를 넘어섰다는 당내 비판에 따른 것이다. 충남도지사 조기경선 방침이 광주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 경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4월 하순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다음 달 22일까지 모든 지방선거 경선을 마치기로 했다. 당초 예정된 5월 4일보다 2주일 가까이나 전체 경선 일정을 당긴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릴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피해 경선 흥행 분위기를 최대한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퇴로 선거 판이 크게 흔들린 충남도지사 후보 경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가뜩이나 안 전 지사 미투 폭로로 민심이 좋지 않은데 박 전 대변인 사퇴 당시 상대 후보들의 네거티브가 지나쳤다”며 “충남도지사 경선을 다음 달 15∼17일경 치러 내부 상처를 서둘러 봉합한 뒤 본선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20일 충남도청에서 가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짧은 경선 기간 당원 동지의 마음이 갈라지고 도민들께 실망을 드렸다. 경선 후보로서 도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양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단합보다 분열 양상을 보여 송구스럽다”고도 했다. 당 지도부는 네거티브가 극심한 광역단체장 경선에 대해 조기경선과 더불어 전략공천 카드까지 쓸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 당원 명부 유출을 놓고 고소·고발을 벌인 것도 지도부 방침에 영향을 끼친 걸로 보인다. 미투 후폭풍으로 3파전으로 압축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결선투표 실시를 놓고 후보들 간 ‘룰 싸움’이 벌어졌다. 박영선 우상호 의원은 20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경선 흥행을 위해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음 달 22일로 경선이 당겨진 데다 현직 국회의원 10% 감산으로 인해 국회에 몸담지 않은 박원순 시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 “후보가 3명밖에 되지 않는데 굳이 결선투표를 거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 의원들의 요청을 외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박 시장 측은 서울시장 경선에만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20일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개정안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22일까지 내리 사흘간 현행 헌법의 주요 틀 상당수를 손보는 개헌안을 설명하며 여론전을 편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야당이 ‘누더기’라고 비판하는 등 정치권은 벌써부터 정면충돌할 태세다. 일각에선 헌법 전문부터 이념 갈등의 도마에 오르면 국민 통합형 개헌이라는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보장 조항은 안 그래도 심각한 노사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이념 계승”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먼저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날 발표한 개헌안은 4·19 뒤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촛불집회는 전문에서 제외됐다. 조 수석은 “촛불 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가장 가까운 사건이 6·10항쟁인데 그 정도의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헌법에 들어가기 마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에는 자치 분권 강화를 강조하는 문구도 포함된다. 진성준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은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고’라는 어구가 전문에 포함된다”며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라는 문구를 통해 환경보호의 의미도 확립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주화 이념의 명시와 지방분권, 환경보호는 모두 문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던 내용들이다. 진 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함께) 개헌안에 대해 3회 독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등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도 이를 포함시킨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역사적 사건 포함 놓고 논쟁 격화될 듯 청와대는 5·18민주화운동은 특별법이 제정돼 있고 6·10항쟁은 현행 헌법 개정의 계기가 된 만큼 이미 충분한 역사적 평가를 거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또 현행 헌법 전문이 이미 4·19혁명으로 상징되는 민주국가 이념을 밝히고 있는 만큼 민주국가 이념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건을 추가하는 것이지 새로운 이념을 더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회도서관이 2013년 펴낸 ‘세계의 헌법’에 수록된 35개국 중 헌법 전문이 있는 국가는 16개국. 이 중 특정 역사적 사건을 전문에 담은 곳은 프랑스와 이라크, 중국, 포르투갈 정도다. 하지만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사건들의 역사적 평가가 끝났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5·18 관계자들에 대해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를 헌법에 적시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5·18은 일부 반대가 있어도 어느 정도 역사적 평가를 받지만 부마항쟁이 들어가긴 아직 좀 (역사적 의미가) 약할 수도 있다. 5·18을 넣으니 부마(부산 마산) 항쟁을 넣는 정치적 절충으로 비치는 것은 옥에 티”라고 말했다.○ ‘직접민주주의’도 대폭 확대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도 대거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강조해 왔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하는 것.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 수석은 “국회의원들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직접민주제를 대폭 확대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자 여야의 공방은 더욱 격화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어떤 경우라도 전문에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는 사례는 없다”며 “촛불도 넣고 5·18도 넣고 온갖 것 다 넣어보라 이거다. 누더기다, 누더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상운·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