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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 씨(39)는 지난해 목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6개월에 걸쳐 20번의 도수 치료를 받았다. 매번 20만 원씩 총 400만 원을 썼지만 본인이 부담한 금액은 10%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는 실손보험을 가입한 보험사에 청구해 돌려받았다. 박 씨는 “병원에서 도수 치료를 권유받았다”며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증은 사라졌지만, 자기부담금이 얼마 안 되니까 치료를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지난해 보험업계의 연간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이 14조 원을 넘어섰다. 가입자 수는 2022년과 변화가 없었지만 지급보험금만 1조2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잉 진료’를 부추기면서 실손보험 적자 역시 2조 원에 육박했다. 이대로 손해가 누적돼 보험료가 인상되면 선량한 계약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정부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4조81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12조8868억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5%(1조1945억 원) 늘었다. 보험금 지급 규모는 증가했지만 보험 가입자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2022년 말 3997만 명이던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에도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이는 영양주사나 도수 치료 같은 비급여 항목에서의 치료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항목의 규모는 8조126억 원으로 2021년(7조8742억 원), 2022년(7조8587억 원)과 비교해 증가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적자(1조9738억 원) 역시 1년 전(1조5301억 원)보다 4437억 원 증가해 2조 원에 육박했다.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다수의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서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의료개혁 관련 주요 정책 과제 중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과제 등을 검토하고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된 의료개혁특위는 지난달 말 첫 회의를 열고 ‘실손보험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개선’을 우선 추진 의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비급여 진료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해 의료비 누수를 막고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보험업계에서는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 같은 행태가 이어질 경우 다른 선량한 계약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라며 “이대로라면 보험료를 높이고 보험 가입 요건을 더 깐깐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이번 주부터 주요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산된다. 배상 비율이 낮은 고객과의 협상이 관건인 상황에서 최근 H지수의 가파른 반등으로 향후 관련 배상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 절차에 돌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표 피해 사례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참고해 내부 위원회에서 계좌별 배상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손실 배상 협의에 나선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번 주 첫 배상금 지급을 앞두고 있고, 협의 속도가 가장 빠른 신한은행은 합의 사례가 곧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제시한 배상 비율에 이의를 제기하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배상 속도와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지수가 최근 6,600대까지 반등하면서 향후 관련 배상 규모가 급감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만기 도래한 상품의 손실률은 거의 50%에 달했는데 현 상태만 유지돼도 8월 이후부터는 손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안모 씨는 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 치료와 무관하게 후유증 완화 및 면역력 증진을 위한 요양 치료를 받았다. 이후 보험사에 입원 일당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지급이 거절됐다. 암 질병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보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탓이다.23일 금융감독원은 질병·상해보험과 관련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밝혔다. 금감원은 수술보험금은 약관에서 정하는 수술의 정의에 해당하는 치료를 시행 받은 경우에만 지급한다고 전했다. 시행받은 치료의 명칭에 ‘수술’ 또는 ‘~술’이라는 표현이 있어도 모두 약관상 수술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약관에서 ‘수술’이란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 절제 등의 조작에 해당하는 행위로 정의한다는 것이다.입원비의 경우 약관상 지급일수 한도가 있고 이를 초과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뇌혈관질환진단비 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진단의 근거가 되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검사결과가 필요하다. 후유장해 보험금은 ‘영구적인’ 장해 상태에 대해 지급되며 보험가입전 동일 부위에 기존 장해가 존재하는 경우 보험금이 차감 지급될 수 있다.금감원은 “실제 보험금 지급대상 여부는 개별 보험약관 및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당 약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시사하며 시장이 들썩이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관련 내용을 일축했다.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금감원장이 언론에 언급해 시장에 혼란이 생기자 대통령실이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불과 이틀 전 대통령실이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대책 발표에 따른 혼란을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도 혼선이 일면서 정부 정책 전반의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 혼란에 용산, 공매도 재개설 일축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특별하게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발표한 방침에 따라 불법 공매도를 점검·차단할 전산 시스템이 완비될 때까지는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주가가 내려야 이익을 내기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며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런 주장을 수용해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대통령실이 기존의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은 최근 이 원장이 다음 달 공매도 일부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야기된 시장 혼란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 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이나 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내 혼선에 정책 신뢰도 ‘흔들’ 문제는 이 원장의 발언 내용이 금감원 내부에서도 정리된 바 없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관련 보도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공매도 재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아직까진 재개 시점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희망’ 정도로 말씀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시장으로 전가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공매도 재개라니 과연 사실일까”, “총선 끝났다고 바로 약속을 어기나” 등 개인 투자자들이 이 원장의 발언에 의문을 표하는 내용의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외신들 역시 “공매도 일부 재개”라는 이 원장의 발언을 속보로 내보냈다. 금융업계에서는 공매도 재개와 같이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을 두고 정부 내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식 석상에서의 금감원장 발언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바라볼 시장 참여자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이 오해였다 하더라도 이를 고치는 것은 금감원장이어야지 대통령실에서 마치 반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스스로 투자자들의 혼선을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공매도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꺾이나 싶었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약 2년 만에 다시 700조 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하반기(7∼12월)에 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700조34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98조30억 원)과 비교하면 2조3000억 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 잔액이 7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가 누적되던 2022년 5월 말(701조615억 원) 이후 2년 만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693조5684억 원) 전월 대비 2조2238억 원 줄면서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부진,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겹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추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불과 한 달 만에 반등하며 4조4346억 원 늘어난 데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43조337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 원 넘게 늘었고, 개인신용대출 잔액 역시 103조182억 원으로 1조2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금 재원으로 공급되다 소진 시 은행 재원으로 공급되는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 대출의 영향으로 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다”며 “공모주 청약 등으로 신용대출 잔액도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0.51%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에는 연체율이 0.43%로 소폭 감소했지만, 분기 말 은행권에서 대거 연체채권 정리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환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소비에 나서는 것은 결국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를 무조건 막기보다 건전성 관리에 더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역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전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들의 기업 여신이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부실화되면 취약 중소기업까지 도미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경기 광명시에서 전용면적 300㎡ 규모의 마트를 오픈한 이모 씨(38)는 올해 설 명절 연휴 이후 직원 수를 줄였다. 3명이던 캐셔를 2명으로 줄이고 배달 직원 2명도 해고했다. 오픈 초기만 해도 하루 매출이 800만 원 정도 나왔지만 올 들어 매출이 2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명절이 낀 달에는 매출이 평달의 3배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더라”라며 “5년 정도 마트에서 근무하다 창업했는데 명절 매출이 이렇게 떨어진 건 처음 본다”고 토로했다. 올해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이유로 지급받은 ‘노란우산 공제금’ 규모가 2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54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39억 원)보다 19.9% 늘었다. 공제금 지급 건수도 3만9148건에서 4만2888건으로 9.6% 증가했다. 현재의 추세대로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지급액(1조2600억 원)과 지급 건수(11만 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란우산은 중기중앙회가 운영하고 정부가 감독하는 지원 제도로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퇴직금 성격의 자금으로 여겨진다. 폐업으로 인해 공제금 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퇴직금을 깰 정도로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64.8, 전통시장 BSI는 56.1이었다. 소상공인 2400명과 전통시장 13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나아진 것으로, 낮으면 나빠진 것으로 판단한 업체가 많았다는 뜻이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모두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을 꼽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폐업이 잦아지는 상황”이라며 “대출액을 늘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버텨 왔지만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서 이자 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 의원은 “고금리·고물가에서 실질임금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소상공인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며 “재정 정책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직장인 신모 씨(38)는 이달 초 국내 증시에 투자하던 4000만 원을 빼고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했다. 올해 2월 말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그는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다. 신 씨는 “해외 주식은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 투자를 꺼렸는데 코스피가 너무 지지부진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주변 친구들도 국내 주식은 워낙 변동성이 작아 눈길을 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의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지원책 없이 기업의 자율 참여에만 의존하는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여권의 총선 참패로 밸류업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데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 등을 두고 정책 혼란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도 증시를 이탈하는 모양새다. 이달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하자 관련 부처에서는 밸류업 대책을 보완, 홍보하기 위해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알맹이 없는 밸류업에 증시 떠나는 개미들 시장에서는 올해 2월 말 밸류업 정책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기업 참여를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도 이런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시장의 기대도 커져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 과세하겠다”며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2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초안)에서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가 거의 유일한 ‘당근’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을 검토하겠다며 시간만 끌고 구체 방안을 확정하지 않는 것은 ‘간 보기’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 증시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만 닛케이225지수가 16% 가까이 오른 일본은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자율에 맡기면서도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상장사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꾸준히 압박하는 한편 증시 상장 유지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대신 최상위 부문인 ‘프라임 시장’에 속한 기업에는 은행 융자나 기업 신용등급 산정 시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도 확실히 부여했다. 증시가 장기 침체를 면치 못하던 중국 역시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미이행 시 페널티 부여를 핵심으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난달 발표한 뒤 약 한 달 새 상하이종합지수가 4.5%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75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같은 기간 미국 주식을 대거 순매수했다.● “기업 유인책 없으면 공염불” 금융당국은 밸류업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증시 밸류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상속세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밸류업에 참여할 만한 유인책과 관련 제도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페널티를 통한 기업 참여보다는 인센티브 강화로 기업을 유인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세제 혜택 등의 발표가 미뤄지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국내 증시 부양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금융당국이 다음 달부터 전국 500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재평가에 돌입하는 가운데 사업장 상당수가 부실 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추가 충당금 적립 등 부담이 급증하고 건설업계 역시 연쇄 도산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개선안의 최초 평가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체(약 5000곳)의 약 30% 수준이다. 당장 1500여 개의 사업장에서 사업성 재평가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후 9월과 12월에 각각 2차, 3차로 사업성 평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업성 평가 기준은 기존 3단계(양호, 보통, 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 우려)로 세분화된다. 부실 우려의 경우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비율이 최대 75%(악화 우려는 20∼30%)까지 늘어 금융사 부담이 급증한다. 사업성 평가 체계에는 인허가나 만기 연장 등 사업 단계별 핵심 위험 요인도 포함된다. 브리지론(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필요 자금 단기 대출) 단계의 사업장에서 최초 대출 만기 도래 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았다면 ‘유의’, 12개월이 지나도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으면 ‘부실 우려’ 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금융권은 현재 브리지론 단계의 PF 사업장 중 다수가 인허가를 완료하지 못한 만큼 구조조정 대상 등급(유의, 부실 우려)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2금융권이 보유한 브리지론(실제 집행된 금액 기준)의 절반 이상이 인허가 미완료 사업장에 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허가 미완료 비중은 업권별로 중소형 증권사(75%)가 가장 높았고 △신용등급 AA급 이하 캐피털사(61%) △대형 증권사(58%) △저축은행(48%) △A급 이하 캐피털사(44%) 등의 순이었다. 구조조정 대상이 늘면서 당장 2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분석에서 증권(최대 1조9000억 원), 캐피털(최대 3조5000억 원), 저축은행(최대 3조3000억 원) 등 3개 업종의 부동산 PF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가 최대 8조70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최근 긴급 좌담회를 열고 “(이번 대책은)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사업장 간 연대보증이 많은 만큼 한 곳을 정리하면 다른 정상 사업장까지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소통을 이어가며 보완 조치를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곧 부동산 PF 연착륙 추진 상황을 정기 점검·보완하는 관계 기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며 “연착륙 유도·지원 과정에서 금융·건설업계와 상시 소통하며 추가 필요 조치 사항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대구·경북권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구’ 영업이 가능한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7월 모기업인 DGB금융그룹의 김태오 회장이 “올해 안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지 10개월 만이다. 지방은행의 첫 시중은행 전환이자,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시중은행 과점 깰 ‘메기’로 등판 16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정해진 권역에서만 점포를 개설할 수 있는 지방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전국 단위 점포망을 갖출 수 있다. 대구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에 이어 7번째 시중은행이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을 포함하는 5대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업의 과점 체제가 공고한 탓에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올해 2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은행업 인가 내용을 변경하는 은행업 본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자본금, 대주주, 사업계획 타당성 등 인가요건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지난해 불거진 ‘증권계좌 불법 개설 금융사고’ 등의 영향으로 심사가 미뤄지면서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은 지난해 금융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해왔다”며 “내부통제 개선사항 관련 이행실태를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별성 확보, 체급 차이 극복이 관건 대구은행이 국내 5대 은행의 굳건한 과점 체제를 뒤흔들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정부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통한 은행권 경쟁 촉진”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 확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으로서 축적한 ‘관계형 금융’ 노하우을 앞세웠다. 신용도가 낮더라도 사업 전망이 양호한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여신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이날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도 ‘iM뱅크(아이엠뱅크)’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화가 분명했던 인터넷은행과는 달리 대구은행은 영업망이 대구·경북권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체급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점도 숙제로 꼽힌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약 4조7000억 원 규모로 30조 원 안팎인 다른 시중은행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자산 규모 차이가 많이 나서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바로 깨기엔 역부족”이라면서도 “시중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고 온라인 쪽에 강점을 더 갖추면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구·경북권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구’ 영업이 가능한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7월 모기업인 DGB금융그룹의 김태오 회장이 “올해 안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지 10개월 만이다. 지방은행의 첫 시중은행 전환이자,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한 셈이다.● 시중은행 과점 깰 ‘메기’로 등판16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정해진 권역에서만 점포를 개설할 수 있는 지방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전국 단위 점포망을 갖출 수 있다. 대구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에 이어 7번째 시중은행이 됐다.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업의 과점 체제가 공고한 탓에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올해 2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은행업 인가 내용을 변경하는 은행업 본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자본금, 대주주, 사업계획 타당성 등 인가요건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다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지난해 불거진 ‘증권계좌 불법 개설 금융사고’ 등의 영향으로 심사가 미뤄지면서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은 지난해 금융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해왔다”며 “내부통제 개선사항 관련 이행실태를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별성 확보, 체급 차이 극복이 관건대구은행이 국내 5대 은행의 굳건한 과점 체제를 뒤흔들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정부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통한 은행권 경쟁 촉진”이라고 설명했다.관건은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 확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으로서 축적한 ‘관계형 금융’ 노하우을 앞세웠다. 신용도가 낮더라도 사업 전망이 양호한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여신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이날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도 ‘iM뱅크(아이엠뱅크)’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화가 분명했던 인터넷은행과는 달리 대구은행은 영업망이 대구·경북권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체급 차이를 극복하는 점도 숙제로 꼽힌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약 4조7000억 원 규모로 30조 원 안팎인 다른 시중은행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자산 규모 차이가 많이 나서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바로 깨기엔 역부족”이라면서도 “시중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고 온라인 쪽에 강점을 더 갖추면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김모 씨(27)는 수년 전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쫓겨나 찜질방을 떠돌던 그는 지난해엔 서울 중구 충무로의 빈 상가 점포 등에서 노숙을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김 씨의 마지막 버팀목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 대출이었다. 그는 “100만 원을 대출받고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백반을 시켜놓고 울면서 먹은 기억이 난다”며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할 힘을 얻었고 지금은 작지만 두 다리 뻗고 누워 쉴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면서 최대 100만 원 한도의 소액생계비 대출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대출 이용자 7명 중 1명은 월 1만 원이 안 되는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및 원금 상환 지연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재원 마련 없이는 사업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 대출 29.1% 늘고 연체율도 급등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 누적 대출액은 1244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말(958억 원) 대비 29.1%(286억4000만 원) 증가했다. 대출 건수는 16만5325건에서 21만8285건으로 32.0%(5만2960건) 늘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주관하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성인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6개월간 이자를 성실하게 상환하면 최고 연 15.9%의 대출 금리는 연 9.9%까지 낮아진다. 올 들어 소액생계비 대출을 이용한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4만1000원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대출액(58만 원)보다는 감소했다. 매달 부담해야 하는 1인당 평균 이자액 역시 7200원으로 지난해(약 7700원)보다 적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3월 말 15.5%까지 치솟았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다.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연체율은 21.1%, 30대 연체율은 18.2%로 집계됐다. 50대(12.5%), 60대(9.9%)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창구 막힐 수도…추가 재원 마련 시급” 소액생계비 대출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급전 창구다. 타 금융대출 연체자나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한 만큼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면 연체율 상승세를 꺾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은 금융권 기부금과 기존 대출 회수금이 전부다. 올해 총 1000억 원의 재원 역시 은행권 기부금(500억 원)과 금융사의 자발적 기부에 따른 국민행복기금 초과 회수금(440억 원), 대출 회수금(60억 원) 등으로 마련했다. 금융권의 추가 기부가 없다면 기존 대출의 이자 및 원금 상환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취약한 분들이 계속 이용하는 만큼 다방면으로 예산을 확보해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 당국과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70대 고령자 A 씨는 2021년 NH농협은행에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2개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이 과정에서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이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기본 배상비율을 최고 수준인 40%로 적용했다. A 씨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였고, 예·적금 가입 목적이었다는 사실 등도 인정돼 30%포인트가 추가 가산됐다. 다만 A 씨가 과거에 가입한 ELT에서 지연 상환을 경험했던 점을 고려해 5%를 차감하면서 최종 배상비율은 65%로 산정됐다. 5개 은행(KB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배상비율이 30∼65%로 결정됐다. 구체적인 사례별 배상비율이 공개된 만큼 추후 은행권의 배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3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5개 은행별로 각각 1건씩 선정한 H지수 ELS 불완전 판매 대표 사례의 투자 손실 배상비율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은행별 기본 배상비율에 투자자별 가산·차감 요인을 반영한 수치다. 분조위는 “민원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ELS 분쟁조정기준안에서 제시한 예·적금 가입 목적, 금융 취약 계층 해당 여부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 경험, 매입·수입 규모 등 차감 요인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 조정은 금융소비자와 은행이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가 나기 전부터 자율 배상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대표 사례의 배상비율을 당국이 명확히 못 박은 만큼 은행권과 투자자 간 배상비율 견해차가 줄면서 배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모 씨(27)는 수년 전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거주하던 고시원에서는 쫓겨나 찜질방을 떠돌던 그는 지난해엔 서울 중구 충무로의 빈 상가 점포 등에서 노숙을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김 씨의 마지막 버팀목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 대출이었다. 그는 “100만 원을 대출받고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백반을 시켜놓고 울면서 먹은 기억이 난다”며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할 힘을 얻었고 지금은 작지만 두 다리 뻗고 누워 쉴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면서 최대 100만 원 한도의 소액생계비 대출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대출 이용자 7명 중 1명은 월 1만 원이 안 되는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및 원금 상환 지연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재원 마련 없이는 사업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 대출 29.1% 늘고 연체율도 급등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 누적 대출액은 1244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말(958억 원) 대비 29.1%(286억4000만 원) 증가했다. 대출 건수는 16만5325건에서 21만8285건으로 32.0%(5만2960건) 늘었다.소액생계비 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주관하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성인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6개월간 이자를 성실하게 상환하면 최고 연 15.9%의 대출 금리는 연 9.9%까지 낮아진다. 올 들어 소액생계비 대출을 이용한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4만1000원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대출액(58만 원)보다는 감소했다. 매달 부담해야 하는 1인당 평균 이자액 역시 7200원으로 지난해(약 7700원)보다 적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3월 말 15.5%까지 치솟았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다.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이하 연체율은 21.1%, 30대 연체율은 18.2%로 집계됐다. 50대(12.5%), 60대(9.9%)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창구 막힐 수도…추가 재원 마련 시급”소액생계비 대출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급전 창구다. 타 금융대출 연체자나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한 만큼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면 연체율 상승세를 꺾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은 금융권 기부금과 기존 대출 회수금이 전부다. 올해 총 1000억 원의 재원 역시 은행권 기부금(500억 원)과 금융사의 자발적 기부에 따른 국민행복기금 초과 회수금(440억 원), 대출 회수금(60억 원) 등으로 마련했다. 금융권의 추가 기부가 없다면 기존 대출의 이자 및 원금 상환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다.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취약한 분들이 계속 이용하는 만큼 다방면으로 예산을 확보해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 당국과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최대 23조 원 규모의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선다. 민간에선 은행과 보험업권이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좀비’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고, 공공에서도 1조 원대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에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일부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했다. 이 중 최저 등급인 ‘부실 우려’로 분류되면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게 했다. 사실상 사업장 정리(경·공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유의·부실 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체의 5∼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의 규모(230조 원)를 고려하면 최대 23조 원에 달한다.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곳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필요 자금을 지원한다. 캠코 펀드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PF 채권을 매도한 금융사에 추후 재매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민간에서는 은행·보험업권이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의 채권 매입을 돕고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도 진행한다.7조규모 부실 PF 사업장 퇴출 수순, 정상 사업장엔 추가자금 공급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사업성 평가로 옥석가리기 세분화… 만기 4회 연장-경·공매 3회 유찰땐‘부실 우려’ 평가… 사업정리 유도은행-보험권 최대 5조 뉴머니 투입… 금융사 손실 임직원 면책범위 확대 금융당국이 13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좀 더 세분화된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실 우려를 털어내는 것이다.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건설·금융업계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7조 원 규모 부실 사업장 정리 압박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엄정한’ 사업성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현행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은 사업장별 특성과 위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사업성 평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로 분류된 기존 사업성 평가등급에서 ‘악화 우려’가 두 개 등급으로 세분화된다. 악화 우려 사업장은 사업 진행 지연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곤란한 곳을 뜻하는데, 이를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유의’와 추가 사업 진행이 곤란한 ‘부실 우려’로 나누는 것이다. 부실 우려의 경우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비율이 최대 75%(악화 우려는 20∼30%)까지 늘어 금융사 부담이 급증한다. 그만큼 경·공매를 통한 PF 사업장 정리 압박도 커진다. 사업성 평가 체계 역시 강화된다. 기존에는 연체, 부도 등 체크리스트가 단편적이었다면 앞으로는 만기 연장, 경·공매 유찰 등 사업 단계별 핵심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기가 4회 이상 연장되거나 경·공매가 3회 이상 유찰된 사업장은 부실 우려 등급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약 230조 원 규모의 전체 PF 사업장 가운데 부실 우려 등급은 2∼3% 수준으로 추산돼 최대 7조 원 규모의 경·공매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들은 다음 달부터 새로운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된다. 금감원은 7월부터 사후 관리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 은행·보험권, 최대 5조 원 ‘뉴머니’ 투입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PF 사업장 지원 방안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재구조화 및 정리를 원칙으로 한다. 2회 이상 만기 연장 사업장은 대주단 4분의 3(기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채권은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해야 한다. 민간·공공 차원의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은행·보험업권 10개사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부동산 PF 경·공매 매입 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해주는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다. 상황에 따라 최대 5조 원까지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 원에 더해 올해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에는 추가 자금 공급에 나선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PF 사업자 보증(30조 원 규모)을 포함해 총 56조 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여전히 32조 원 규모의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된다. 부실 사업장에 금융사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손실 발생 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PF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기 전에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브리지론 같은 고위험 PF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 금융·건설사는 큰 타격이 있겠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정부가 13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부실 사업장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지역 기반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단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정책 실효성을 위해서는 금융권의 호응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금융사는 정해진 평가 기준에 따라 스스로 PF 사업장에 대한 등급 판단을 진행해 대출 만기 연장이나 퇴출 등의 조치를 취하고, 금융감독원에 사후관리 이행사항에 대한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업장에 대한 부실 판단이 많아질수록 금융업계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어 금융권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부실 우려’ 등급을 대거 늘릴 이유가 많지 않다”며 “충당금 부담이 크지 않다면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겨 구조조정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 그리고 부동산 경기 반등을 기대하고 금융회사들이 ‘버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금융업계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 결과 저축은행, 캐피털, 증권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예상 손실은 최대 13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국은 금융권의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해 말부터 제2금융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해 추가 적립 규모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지방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보다 유동성이 부족한 데다 주요 입지 지가가 큰 폭으로 오른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투자금 대비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적지 않은 사업장이 부실 처리돼야 할 것으로 본다”라며 “부실 사업장을 매입하기 위한 수요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부실 사업장이 경·공매로 넘어간다고 해도 거래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경·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토지)이 매물로 나와도 값이 크게 하락할 때까지 금방 소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내 대표 부동산 개발 시행사인 네오밸류는 지난달 임직원 70여 명 중 40여 명을 내보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자 자금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대형 시행사 위기를 PF발 부동산 위기론의 ‘전조 증상’으로 보고 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이나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로까지 ‘도미노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5조 원을 넘어섰다. 12일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증권사, 캐피털의 PF 대출 예상 손실액은 최대 13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경매시장에서 감정평가액 대비 최종 낙찰가율이 하위 25%에 들어갈 것을 전제로 한 보수적인 추정치다. 업계별로는 캐피털 5조 원, 저축은행 4조8000억 원, 증권사 4조 원 등이다. PF 현장이 무너지면 지분을 가진 시행사는 물론이고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지급 보증을 서 준 건설사, 그리고 마지막에는 금융권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선 지방 PF 현장을 중심으로 ‘준공후 미분양’이 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187개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할 때 금융위기가 끝난 2011년(222건) 이후 가장 많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의 위험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총 자산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17.5%로 증권사(4.1%)나 여신전문금융회사(7.4%)보다 크게 높아서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PF사업장 토지 인수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LH가 2조 원 규모로 지난달 진행한 건설사 보유 토지 매입 사업에 대한 건설사 신청액은 전체 사업의 2.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실 사업장의 질서 있는 퇴장은 물론이고 건설 현장의 자금 유동성 위기를 넘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걸 막으려면 악성 미분양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며 “과세 기준에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대책 등과 관련한 법 개정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강남 노른자 PF사업도 위태… 구조조정 미루다 위기 반복 ‘사업성 보장’ 강남-용산도 돈줄 막혀주요 건설사 11곳 리스크 10조 넘어정부, 경기회복 바라보다 늑장대응올들어 위기설 반복돼 불안감 증폭 서울 강남구 개포동 도시형생활주택인 ‘대치 푸르지오 빌라드’ 75채가 2일 8번째 공매 절차에서도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강남 노른자위인데도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업 시행사(대치176PFV)는 이스턴투자개발(42.9%), 대우건설(42.9%), 키움증권(7.2%)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3월 만기 도래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주택 78채 전부를 공매로 넘겼는데 지금까지 겨우 3채만 팔린 것이다. 12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국내 주요 시행사의 유동성 위기로 심화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이미 돈줄이 막히면서 ‘연쇄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말 시공능력 순위 16위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후 PF발 위기가 현실화했는데도, 부실 현장 구조조정 등 정부 대책 시행이 늦어지면서 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성이 보장돼 있다던 강남이나 용산 등의 현장도 시장 침체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알짜 입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준비하던 한 시행사는 분양 단계인 본PF로의 전환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사가 시행사가 분양 계약자를 책임지고 확보하는 ‘임의분양률’을 30%에서 60%로 올렸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PF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라며 “PF 대출 심사는 10건 중 1건도 통과하기 쉽지 않아 사업 현장에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했다. PF사업은 토지 매입 자금을 확보하는 브리지론을 시작으로 시공 및 분양 단계인 본PF로 넘어간 뒤 수분양자 분양대금으로 앞서 받았던 PF 대출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금융사는 통상 본PF 단계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보증 등을 대출 요건으로 내건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그 책임이 건설사로 직접 전이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총선 이후 건설사 줄도산을 뜻하는 ‘4월 위기설’이 돌았다. 지금은 다시 ‘5월 위기설’, ‘6월 위기설’ 등으로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태다. 실제로도 건설사 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태영건설 외에도 광주의 한국건설(시공능력 99위)이 지난달 법인 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국내 주요 11개 건설사의 책임준공 약정금액은 61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잠재 손실 3조8000억 원에 PF 보증 6조3000억 원을 더하면 리스크 규모가 10조 원이 넘는다. 육성훈 나이스신평 선임연구원은 “최근 PF 상황으로 인한 건설사 유동성 부담이 심각해지다 보니 계열 지원 여력을 포함한 재무 여력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침체 여파는 금융권 중에도 제2금융권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5633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총 자산 대비 17.5%인 22조1000억 원에 이른다. PF 연체율도 6.9%로 상대적으로 높다. 증권업의 경우 자본 3조 원 이상 대형 증권사 9곳과 중소형 증권사 20곳의 올해 주요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만기 도래액이 각각 6조9000억 원, 3조4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2022년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했는데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부실 규모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 경기 회복을 예상하며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사업장 정리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PF 부실에 중소 증권사나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건전성 관리와 빠른 PF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버티기’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주초 발표할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통해 압박의 강도를 더 높일 방침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업권에 비상시 자본확충방안 및 건전성 관리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또 부동산 PF 토지담보대출 사업장 현황도 함께 요청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와 부실 가능성을 살펴보고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경·공매를 통한 부실 사업장 정리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 저축은행업권에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부실 PF 사업장을 대출 만기 연장에 기대 끌고 가는 것이 시장 전체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에 따라 6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에 대해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하는 방안을 지난달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달 2일부터는 이런 내용의 경·공매 활성화 방안이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권으로도 확대됐다. 앞서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통한 부동산 PF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CR) 리츠와 세제 혜택 등의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3월 민간 자본으로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게 하는 CR리츠를 부활시켰다. CR리츠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해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해 세율을 12%에서 최대 1%까지 낮추고 5년간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세제 지원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CR리츠를 도입해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츠도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으로 투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주초 부동산 PF 정상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업성이 있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PF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 하반기(7∼12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면서 조금만 버티면 PF 사업장을 더 비싼 값에 정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하다”며 “결국 저축은행이나 중소 증권사가 부실 PF 사업장 구조조정에 얼마나 적극 동참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韓 가계빚, 주요 34개국중 1위 올 1분기(1∼3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밑돌았지만 여전히 국제금융협회(IIF) 집계 대상인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 회복세 지연,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 등에 따라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2020년 이후 4년째 ‘세계 최대 가계부채국’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부채 비율도 123.0%로 34개국 가운데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향후 수출 실적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1분기(1∼3월)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3년 반 만에 국내총생산(GDP)보다 작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 비율 역시 GDP의 1.2배를 넘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가계부채 비율도 다시 오를 수 있는 만큼 추가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째 세계 최대 가계부채국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7∼9월·100.5%) 100%를 넘어선 뒤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90%대로 내려왔다.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6.6%포인트 낮고 1년 전(101.5%)과 비교하면 2.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조사 대상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에서는 홍콩(―3.8%포인트), 영국(―3.5%포인트), 미국(―2.8%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고금리 기조로 이자 부담이 늘고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더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며 “현재 100%를 넘는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1차 목표는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가계부채 비율 자체는 여전히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이후 벌써 4년째 세계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부분이 부동산 대출인데 추후 부동산 경기가 반등하면 가계부채 비율도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80%대까지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추가로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기업부채 비율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3.0%로 1년 전과 같았다. 우리보다 부채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261%), 중국(170.6%), 싱가포르(127.2%) 등 3곳에 그쳤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고 내수 회복세도 더디다는 점이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28%에서 올해 1분기 0.33%로 1년 만에 0.05%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25%에서 0.29%로 0.04%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기업대출의 부실 속도가 가계대출보다 더 빠른 상황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기업대출 부실이 더욱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회복세는 뚜렷한데 부진이 이어지는 자동차나 2차전지 등의 수출 실적에 따라 대출을 통한 기업의 투자 확대 성과가 결정될 것”이라며 “고금리에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도 계속되고 있어 자칫하면 높은 기업부채 비율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 강동구에서 닭갈비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 씨(35)는 올해 들어 개인 사업자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매출이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비 30% 이상 급감한 탓이다. 박 씨는 “1년 전 거치 기간이 종료된 이후 매달 이자와 원리금을 더해 100만 원 정도를 내왔는데 매출이 줄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대로는 대출 상환은커녕 가게 월세도 못 낼 판”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경기 회복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조356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870억 원)과 비교하면 37.4%(3690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 역시 314조6860억 원에서 322조3690억 원으로 2.4% 늘었고, 5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도 0.31%에서 0.42%로 뛰었다.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3년 전 급증한 대출의 만기 시점이 도래하고 고금리에 이자 부담마저 늘어나면서 다중채무 자영업자 등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난 영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와 거치 기간 만료 등이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며 “경기 부진으로 매출까지 하락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돼 연체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고금리 기조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빚부터 갚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 예금은 771조7490억 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 말(796조3480억 원) 대비 24조5990억 원(3.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중 23조9210억 원이 줄어들었고, 하반기(7∼12월)에도 6780억 원이 감소했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이 두 개 반기 연속으로 줄어든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은 개인보다 기업이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정기예금에서 목돈을 빼 다른 곳에 쓰고 남은 돈은 입출금 예금 등에 넣어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항목별로도 정기예금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531조8180억 원으로 1년 전(564조5460억 원) 대비 5.8%(32조7280억 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0억 원 초과 기업자유예금 잔액은 219조8900억 원에서 229조61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자유예금은 법인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으로 정기예금보다 입출금이 자유롭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이자보다 대출 이자 비용이 더 큰 만큼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기업이 많은 상황”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있어 이런 추이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