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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 쟁점 법안 협상이 벽에 부닥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당정 회의를 소집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은 반드시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노동개혁 법안을 예산안과 연계하겠다며 야당을 향해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노동개혁 5법, 막판까지 진통 이날 긴급 당정 회의에는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와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김성태 예결특위 여당 간사가 참석했다. 정부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이 참석했다. 예산안은 거의 여야 간 잠정 합의한 상태이고 쟁점 법안이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점을 기울인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김 대표가 다급하게 나선 이유다. 김 정책위의장도 “여당이 하도 답답하니까 부득이 연계 전략을 썼다”며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대략 야당과 절충해 서로 양보하면 타결이 가능한데 문제는 노동개혁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는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협상이 결렬되면 2일 본회의에서 정부 예산안 원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한다.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비해 의원 총동원령을 내려 155명 본회의 참석을 확보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강력 반발하며 협상 잠정 중단까지 선언했다가 오후 9시경에서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결국 여야는 쟁점 법안 처리에는 상당 부분 의견을 모았지만 노동개혁 법안 문제는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쟁점 법안 주고받기 여야 원내지도부는 쟁점 법안을 두고는 ‘주고받기’식으로 서로가 원하는 법안을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양쪽 모두 수를 다 쓰고 마지막 필살기만 남아 있다”고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새누리당은 국제의료지원법과 관광진흥법을, 새정치연합은 대리점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전공의특별법 제정안 처리를 ‘빅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막판 협상으로 일단 정부 예산안의 원안 통과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노동개혁 법안 연내 처리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날 오후 11시 현재까지 최종 합의에 진통을 거듭했다. 협상 막판에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을 늦추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한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하면 본회의 자동 부의 시한을 미뤄도 된다’는 조항을 활용한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지원 문제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지도부를 잇달아 만나 테러방지법 처리를 호소했다. 고령(75세)의 정보기관 수장이 하루 종일 여야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며 법안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 법안소위 직전 회의장에도 들러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입법을 당부했다. 여야는 이날 열린 정보위 법안소위에서 국정원의 정보 수집 대상을 유엔이 정한 29개 단체로 한정하는 방안에는 사실상 합의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테러센터’를 국정원 산하에 둘지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길진균·홍정수 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국가장 5일은 ‘통합’과 ‘화합’의 시간이었다. YS와 평생을 함께했던 사람도, 그와 얼굴을 붉히며 싸웠던 사람도, 그를 가뒀던 사람까지도 서로 손을 잡았다. 가까웠던 사람들은 서로의 추억을 회상했고, 경쟁했던 사람들은 구원(舊怨)을 털려고 했다. 5일 동안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직접 지켜본 모습이었다.○ YS 서거, 분열된 정치권을 하나로 묶다 5일간 YS 빈소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축소판’이었다. 여야 정치인들은 빈소에 모여 한목소리로 그를 애도했다. YS가 마지막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는 울림이 컸다. 이 화두는 갈등과 반목에 빠진 여야 정치권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YS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YS가 전한 통합과 화합은 지금 꼭 필요한 말씀”이라며 “그분의 진심이 국민에게 전해질 날이 와야 한다. 그런 정치가 다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YS의 가신그룹인 상도동계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YS의 서거를 계기로 굳건히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공동 상주’ 역할을 맡았다. 상도동계 김덕룡 전 의원과 동교동계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함께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빈소에서만큼은 계파도 정적도 없었다.○ 전직 대통령들과의 악연을 끊다 YS와 불편한 관계였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서로 화해의 끈을 잡았다. 전 전 대통령은 25일 YS의 빈소를 예고 없이 찾았다.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쓴 뒤 차남 현철 씨 등 유족을 위로했다. 그동안 YS와 불편했던 과거를 정리하는 메시지였다. 거동이 불편해 빈소를 찾기 어려웠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아들 재헌 씨(변호사)를 대신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재헌 씨는 현철 씨 손을 잡고 서로를 위로했다. 이를 지켜본 조문객들은 “아버지들끼리 화해의 손을 맞잡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전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요구하던 YS를 가택연금과 정치활동 금지로 탄압했다. YS는 대통령 재임 기간에 5·18특별법을 제정해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 혐의 등으로 구속시켰다. 그러나 YS의 서거를 계기로 두 전직 대통령이 얽힌 과거의 악연을 끊은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빈소 방문에 이어 26일 발인식에도 참석했다. 평생 박정희 정권과 각을 세워온 YS이기에 박 대통령의 조문이 갖는 의미가 남달랐다는 관측이 많았다.○ YS의 유언, 새로운 화합 계기로 “YS가 꼭 좋아서 칼국수를 자주 먹은 건 아니다.” 김영삼 정부 대통령의전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빈소를 찾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칼국수는 과거 정권의 기득권과 선을 긋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상징이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칼국수를 통한 솔선수범의 메시지는 YS의 의지였다”고 회상했다. YS의 영정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었다.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YS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찾았다. 안철수 의원도 “YS가 마지막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에 대한 말씀을 가슴속에 기억하겠다”고 했다. 35년 동안 YS를 보필한 김기수 전 수행실장은 “거산(巨山·YS의 아호)은 역시 거산”이라며 “거산의 이름 아래 통합과 화합이라는 시대정신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1시 반 고인의 운구가 빈소를 떠날 때까지 이곳을 찾은 정관계 인사와 시민은 3만7000여 명이었다. YS의 빈소는 단순한 조문의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그가 걸어온 대로 의회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국회는 국민을 위한 무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였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YS는 성숙한 민주화로, 실질적 민주화로 이끌어 달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줬다”며 “지난 30여 년간 민주화에 앞장섰던 YS의 서거는 지역갈등 해소와 새로운 화합으로 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 대한민국 민주화의 ‘거산(巨山)’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40여 년 동안 한국 정치사를 풍미한 지도자였다. YS와 수십 년을 동고동락한 ‘상도동계’와 김영삼 정부 고위인사, 정치적 숙적이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YS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는 ‘헌사(獻辭)’를 보내왔다.(가나다순) 》 ▼ 빈소 찾은 전두환… ‘화해 맞느냐’ 질문에 침묵 ▼5共때 충돌… YS 집권뒤 구속 악연현철씨에 “나이 많으면 다 가는것”… 노태우 前대통령 아들도 조문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가 빛을 발한 것일까. YS와 ‘악연(惡緣)’으로 얽힌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대병원 빈소를 전격적으로 찾았다. 이날 오후 4시 빈소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정장 차림에 건강한 모습이었다. 오전까지도 별도의 방문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오후 3시쯤 비서진에게 “영결식에 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냥 오늘 가자”며 조문을 결정했다고 한다. 부인 이순자 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고만 적었다. 이어 분향소로 이동해 YS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 뒤 차남 현철 씨의 손을 잡고 “애 많이 썼다. 나이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다”며 위로했다. 그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김 전 대통령의 나이를 물은 뒤 “나하고 4년 차이 났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27년생, 전 전 대통령은 1931년생이다. 다음은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나눈 대화 내용. ▽전 전 대통령=100세 시대면 뭐해요. 건강하게 살다가 떠나는 게 본인 위해서 좋고 가족들 위해서도 좋고…. 자다가 싹 가버리면 본인을 위해서도 그렇고 가족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지. ▽김현철 씨=건강 괜찮으세요? ▽전 전 대통령=나이가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지.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먹고 그러니까 좀 나을 거야. 술은 맛을 몰라요, 나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우리 대통령(전 전 대통령)은 굉장히 장수하실 거야. ▽전 전 대통령=아주 친한 사람은 내가 술 안 먹는 걸 아는데 보통 사람들은 내가 술 잘하는지 알아. 내가 군에 있을 때 작전하고 나면 한 서너 잔을 착 마시고 하니까. 어떤 술이든 석 잔 먹고는 도망가지. 전 전 대통령은 10분간 빈소에 머문 뒤 “먼저 실례하겠다”며 일어섰다. 전 전 대통령은 ‘이번 조문이 YS와의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YS와 전 전 대통령은 악연의 연속이었다. 1979년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요구하던 YS를 가택연금했다. 이후 YS는 정권을 잡은 뒤 5·18특별법을 제정해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구속시켰다. 앙금은 이후에도 풀리지 않았다.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초대한 만찬에서 YS가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대이”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 씨(변호사)도 이날 전 전 대통령에 앞서 빈소를 찾았다. 재헌 씨는 분향한 뒤 자리를 뜨려 했지만 유가족이 차 한잔 하고 가라고 권해 7분 정도 빈소에 머물렀다. 재헌 씨는 “아버지가 ‘거동이 힘드니 (대신)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는 뜻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YS는) 한때 아버지와 국정을 같이 운영했고 대통령도 됐기에 당연히 조의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YS의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된 전 전 대통령은 영결식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의 뜻을 전했다. ‘YS 키즈’를 자처하며 나흘간 빈소를 지킨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덕룡 전 의원, 김기수 비서실장은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김 전 의원은 “YS의 업적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부족했는데 서거 이후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차길호 kilo@donga.com·길진균 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유훈인 ‘통합과 화합’ 정신을 살리기 위해 ‘용광로 장례위원회’가 꾸려졌다. YS의 가신그룹인 상도동계는 물론이고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대거 장례위원회에 망라됐다. 장례위 고문단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포함됐다. DJ가 서거한 2009년에 이어 6년 만에 정치권 전체가 다시 손을 맞잡은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24일 YS 국가장 장례위원으로 2222명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국장으로 치러진 김대중 전 대통령 때(2375명)보다는 153명 적고 국민장으로 치러진 노무현 전 대통령 때(1404명)보다는 818명이 많은 것이다. 장례위원장은 법령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는다. 부위원장에는 유족 대표로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이 위촉됐다. 관례에 따라 고인의 고향이 있는 광역지자체 장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부위원장을 맡는다. 장례위원 2222명 중 정부 추천은 808명, 유가족 추천은 1414명이다. 이 가운데는 1984년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손을 잡고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회원 350여 명도 포함됐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엄수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
“휴∼. 어른들이 너무 많아 앉아 있을 수가 없네요.” 24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접견실을 빠져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접견실에 앉아 있을 만한 ‘급(級)’이 아니라는 얘기다. 빈소에 설치된 별도의 ‘VIP 접견실’엔 4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수한 전 국회의장,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김덕룡 홍인길 전 의원,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 등 상도동계 원로들이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현직 장관급 인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거물급 정도만 접견실에서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초·재선 의원들은 웬만한 다른 빈소에선 ‘VIP’ 대접을 받지만 YS 빈소에서 그런 대접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한다. 수십 년 전에 정치판을 쥐락펴락했던 원로들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접견실을 들렀던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접견실엔 까마득한 선배들이 많은 데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 얘기를 나누고 있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가시방석이더라”라고 전했다. 빈소에는 여당 출신들이 많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상도동계와 나란히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손 전 고문은 “발인(26일)할 때까지 빈소를 지킬 예정”이라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성명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고인의 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69)은 김 전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A4용지 2장짜리 성명서를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1980년 5월 23일’ 작성된 이 성명서에서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는) 나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계엄통치를 강화하다 쿠데타적 5·17 폭거(비상계엄)를 저질러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 아무리 강한 정부도 강권으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는 의로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은 유신체제 연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희생된 영령들과 유가족, 부상자에게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며 끝을 맺고 있다. 성명서 말미에는 ‘1980년 5월 23일 신민당 총재 김영삼’이라고 적혀 있다. 정 전 회장은 이 성명서를 19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처 작은 도시에 있는 교회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 유치원 옆에 있던 컨테이너에 5·18 민주화운동 자료가 가득 차 있어 일주일 동안 정리하다 성명서 원본을 찾아 복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파울 슈나이스 목사가 활동했던 곳이다. 슈나이스 목사는 1970년대 한국을 드나들며 국내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해외 체류 인사들 간 메신저 역할을 하다 1978년 강제 추방됐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서울에 있던 일본인 부인을 통해 광주 상황을 외부로 전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슈나이스 목사의 부인이 성명서를 김 전 대통령 측에서 받아 외국에 한국 상황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YS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덕룡 전 의원은 “(YS가) 외신을 통해서라도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극비리에 인편으로 일본과 독일 등에 몇 통의 글을 보냈다”며 “내용과 글씨체, 사인 등을 보니 그때 YS가 보냈던 글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길진균 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이름의 근조 화환이 두 개나 도착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측이 각각 아버지 명의로 따로 화환을 보낸 것. 빈소 안에는 신동빈 회장의 이름으로 된 화환도 있어 빈소 밖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화환 두 개와 함께 롯데 측 화환이 세 개나 도착했다. 신 총괄회장 명의의 두 화환은 최근 롯데가 겪고 있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이름으로 된 화환을 22일 보내면서 신동빈 회장의 화환도 동시에 보냈다”며 “원래 화환을 보낼 때 두 분의 이름으로 각각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SDJ코퍼레이션의 정혜원 상무는 “신 총괄회장이 화환을 보내라는 뜻을 22일 오전에 밝혀 화환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김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조문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손가인 gain@donga.com·길진균 기자}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하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3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이 사자성어를 적었다. 이 전 총재는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나라에 생활화돼 마치 공기처럼 어디서 왔는지 생각을 안 한다”며 “YS가 민주화의 중요한 주역 중 한 명이었음을 생각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이기도 하다. 또 이 전 총재는 “YS가 대통령 할 때 미국 대통령 만나고 오면 ‘꽉 눌러줬다’며 기 싸움 한 얘기를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고 소개했다. YS는 이 전 총재를 정치적으로 입문시켰지만 두 사람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정면충돌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이날 YS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만나 위로했다. 이 여사와 함께 온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YS는 우리 사회 민주화와 투명화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앞으로 (많은 정치인이) YS를 따라 정치 발전을 이끌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가 빈소를 방문해 “민주화의 투사로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존경해 온 분이어서 삼가 조의를 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재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도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YS가 대통령 재직 시 실시한 금융실명제가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아침 일찍 빈소를 조용히 방문해 방명록에 “미국을 대신해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날 YS의 입관식을 지켜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평온한 얼굴이었다. YS답게 구김살 없이 훤하니 좋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차길호 kilo@donga.com·길진균 기자}

“어이구, 어이구….”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최형우 전 내무장관은 22일 오전 11시 반경 고인의 빈소에 들어서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영정 앞에 털썩 주저앉아 서럽게 곡을 했다. ‘민주화 동지’였고, ‘YS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었던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최 전 장관은 1997년 자신의 대선 도전에 제동을 건 YS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 무렵 중풍에 걸려 지금도 거동이 어렵다. ○ 오열한 ‘우(右)형우’ 최 전 장관과 함께 빈소를 찾은 부인 원영일 여사는 “(최 전 장관이) 충격을 받아 잘 못 걷는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이 빈소에서 회한과 슬픔이 담긴 듯한 격정적인 말들을 쏟아내자 원 여사는 “이러다 오늘 쓰러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최 전 장관은 상도동계 1세대다. 특히 김동영 전 정무장관(1991년 작고)과 더불어 YS의 ‘오른팔, 왼팔’을 자처한 ‘투 톱’이었다. 김 전 장관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암 투병 사실을 숨긴 채 대선 한 해 전 저세상으로 떠났다. 이날 김덕룡 홍인길 전 의원,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상도동계 인사들은 앞다퉈 상주를 자처하며 빈소에서 YS 차남인 현철 씨와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조문객을 맞았다.○ 김무성 “나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다” YS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새벽부터 정관계 인사를 비롯해 3200여 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한목소리로 “민주화의 상징이 떠났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빈소로 전화를 걸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분은 김영삼 대통령밖에 없다”고 애도했다. 반 총장은 YS 정부 시절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여야 대표도 오전에 조문했다. 이날 오전 8시 빈소를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나는 김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고인이 가시는 길을 정성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문 도중 흐느낀 김 대표는 “상주 역할을 하겠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지키겠다”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대한민국의 큰 별이 가셨다. 애통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최고위원과 함께 조문한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기자들에게 “(YS가 일주일 전 서 최고위원 꿈에 나타나) 서 총무 잘하라고 해서 ‘한번 찾아가야 되겠다 싶었다’고 서 최고위원이 말했다”고 전했다. 서 최고위원은 YS 정부 시절 여당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오전 11시경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조문했다. 문 대표는 조문 직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신과 철학을 우리가 다시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강조했다. ○ 줄 이은 조문 행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나라의 마지막 남은 민주화의 상징이 떠났다”며 아쉬워했다. YS 재임 시절 마지막 국회의장을 지낸 김수한 전 의장은 오전 2시 반경 가족 등 친인척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전 의장은 26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은 “너무나 대통령다우셨던 분이고,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분이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23일 이희호 여사와 함께 합동 조문에 나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고인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도 영향을 끼친 분이다”라며 “손명순 여사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도 “정치 지도자로서,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한 고인의 삶과 업적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대한민국헌정회는 “(YS는) 재임 시 금융실명제, 지방자치제, 총독부 건물 철거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빈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에서 일반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S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던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빈소를 찾아 “YS는 정치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인 ‘담대한 용기’를 우리에게 가르쳐 줬다”고 애도했다.길진균 leon@donga.com·권오혁·차길호 기자}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18일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를 공식 제안하자 이같이 밝혔다. 동의가 아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비쳤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적당히 떡이나 몇 개 주고 데려가려는 식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날 안 의원은 기자에게 “당을 바꾸라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고 토로했다. 문 대표의 ‘광주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문 대표 측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너무 많은 혼수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안 의원 측은 “문 대표 측근의 발언이 이러니 문 대표가 어떤 발언을 해도 혁신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안 의원도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장고에 들어간 분위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내년 총선과 내후년 정권교체에 희망이 있느냐’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달 중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따라나설 의원이 20명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이날 서울에서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천 의원은 “민심은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을 완전히 떠났다”면서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주는 방식은 경계한다”고 말했다. 야권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는 이어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다. 나도 출마할 생각”이라며 “기존 양당과 함께 3당 정립 구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문-안-박 연대’에 대해선 “당을 해체하고 새로 만드는 수준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천정배 신당’은 내년 1월 중앙당 창당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추진위원 32명 중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으로 ‘거물급 인사’를 얼마나 영입하느냐가 신당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 등 비주류 진영은 16일 예고했던 문재인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유보했다. “사태 수습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동료 의원들의 만류 때문이다. 그러나 불씨는 꺼진 게 아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이날 모임 직후 “23일 (사퇴를 촉구할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에게 일주일 안에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시한부 선전포고’인 셈이다. 문 대표의 거취가 다시 기로에 섰다. 9월 재신임 투표를 벼랑 끝으로 밀면서 정면 돌파했지만 이번엔 사퇴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 대표의 호남권 지지율이 5%까지 추락한 게 불씨를 지폈다. 비주류 일각에선 문 대표가 물러나거나 계파별 지분을 보장하는 통합선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친노 원로인 문희상 유인태 원혜영 정세균 의원은 이날 오후에 만나 “문 대표의 자기희생을 포함해 지도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며 계파색 없는 세대교체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사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분 나누기’식 통합선대위 구성에도 부정적이다. 문 대표는 돌파구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3자 연대’에서 찾으려 한다.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내홍을 수습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표는 18일 당의 심장인 광주를 방문해 ‘문-안-박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지도체제 개편 구상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 전략공천관리위,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 구성 등 핵심 인사권을 안 의원 측에 넘겨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에서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가져온다)’의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겠다는 것이다. ‘문-안-박 연대’ 카드는 비주류 일각에서도 호응하고 있다. 당내 중립 성향의 8인 모임인 ‘통합행동’은 이날 문 대표와 안 의원의 협력을 토대로 한 세대혁신비상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통합행동은 “안 의원이 제시한 부정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 수권비전위원회 구성 등을 공론화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류 및 비주류 의원 모임인 ‘7인회’도 “문 대표와 안 의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가세했다. 당내 일각에선 통합행동의 요구를 놓고 기존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대체하려는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3자 연대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문 대표와 박 시장은 전략적 공조를 하고 있지만 안 의원은 3자 연대에 부정적이다. 안 의원은 이날 “(3명이 손잡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문제인식은 너무 안이하다”며 “모든 협력의 단초는 신뢰할 수 있는 혁신의 진정성과 실천 의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문 대표에게 제안한 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연대가 가능하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이 특단의 결단을 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행정자치부가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 비용 486억 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아 내년 3월 이전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소관부처인 행자부의 직무 태만과 함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는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0월 16일 고시를 통해 해양안전경비본부를 포함한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확정했다. 이전 대상공무원은 1038명 정도다. 하지만 사무실 이사 및 공사 등 ‘이전 비용’의 국회 예산 심사 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9월 11일이지만 확정 고시가 지난달 16일에야 이뤄진 탓에 2016년 예산안에 이전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안전처의 세종시 이전계획은 이미 지난해 결정됐기 때문에 확정 고시를 내세우는 행자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행자부는 뒤늦게 사무실 공사 등 당장 시급한 373억 원을 올해 남은 예산으로 활용하되 113억 원이라도 내년도 예산에 추가 편성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또 다른 변수다. 인천 지역 의원은 여야 모두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안전경비본부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며 그대로 인천에 남겨둘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눈앞의 총선을 의식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예산 반영에 소극적인 이유다. 물론 충청권 의원들은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예산 협의를 제대로 못한 행자부는 확정 고시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며 “뒤늦게 국회 차원에서 예산을 추가 편성하려다 보니 지역구 의원들의 정쟁으로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3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11월 둘째 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지지율은 5%로 나왔다.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26%), 안철수 의원(14%)에 비해 크게 밀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지난달 처음으로 한 자릿수(8%)를 기록한 것에서 더 떨어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문 대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실질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놓고 당내 분란이 계속되면서 당을 책임져야 할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2·8 전당대회 직후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29%였으나 9개월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박지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충격이다. 92%의 지지를 받던 광주, 90%였던 전남북에서 5%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라며 “문 대표가 살아야 새정치연합이 살고 호남이 살아야 문 대표도 새정치연합도 산다”고 적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총선 심판론으로 번지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국민공천제’로 맞섰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촉발된 전략공천 요구가 부산경남(PK)과 서울 강남지역 등 텃밭 전역으로 번지자 비박계의 반발이 가시화한 것. 정병국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전략공천이나 물갈이론이 나오는 것은 공천권 때문”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가 불발로 끝났지만 야당 의원 80여 명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에 힘입은 듯 정 의원은 “(실현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도 “오픈프라이머리가 원칙이고, 설령 전략공천을 하더라도 TK 등 ‘텃밭’ 지역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박심’을 업고 나오는 출마예상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즉 수도권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여당 강세인 TK가 아니라 ‘험지’인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을 뽑는 일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물갈이라는 표현이 묘하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물갈이론’을 옹호했다.▼ 비노 “하위 20% 교체? 공정경선 필요” ▼친노는 “기득권 지키기 하나” 의총서 격론… 文대표는 자리 떠여권의 물갈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야당에서도 ‘물갈이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의 물갈이 혁신안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쏟아져서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의 공천 배제’를 핵심으로 한 물갈이 혁신안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는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대표 제안한 최규성 의원 등 78명이 서명하면서 이뤄졌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경선에 유리한 현역 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만큼 문재인 대표 측의 물갈이 시도에 각을 세운 것이다. 최 의원은 “그동안 당 대표가 마음대로 (현역 의원을) 잘랐다”며 혁신위의 ‘하위 20% 물갈이’ 방침을 비난했다. 이어 공정 경선을 보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했다. 그러나 혁신위원이었던 우원식 의원은 “중앙위를 거친 혁신안을 의총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의결하며 무력화시킨다면 ‘일부 의원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받아쳤다. 문 대표는 의총이 비공개로 진행되자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찬반 설전 속에 절반 이상의 의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당론 채택은 무산됐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문 대표를 만나 “대표가 결단을 내려 달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문 대표가 n분의 1로 참여하는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든지, 물러나 대권의 길로 간다면 당신(문 대표)도 살고 우리 당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당의 통합과 단결,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면서도 대표직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국방안보연구소’를 설립하고 장성 등 군 출신 인사 20명을 영입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대장 출신의 백군기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한 적은 있지만 군 출신을 대거 영입해 공식기구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표의 ‘안보 강화’ 노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로 입당한 군 인사는 송영무 전 해군 참모총장, 이영하 전 공군 참모차장, 장종대 전 육군훈련소장, 정표수 전 공군 소장, 김달윤 전 해군 준장, 이태엽 전 해군 준장 등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폭풍 전야’다. 비주류 의원들이 곳곳에서 ‘반(反)문재인 체제’ 목소리를 높이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당내 갈등이 다시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당 소속 의원들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2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입법화 논의 및 정기국회 주요 법안 논의를 위한 의총을 연다”는 거였다. 오픈프라이머리 의총은 최규성 의원 등이 줄곧 소집을 요구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 등을 이유로 지연돼 왔다. 그러나 이날 이 원내대표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문 대표가 주도한 당 혁신위원회의 ‘하위평가 20% 의원 물갈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치다. 문 대표 측은 “의총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 등 비주류 의원 10명은 국회에서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모임’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의원이 간사를 맡았고 권은희 노웅래 송호창 유성엽 이상민 이춘석 정성호 최원식 최재천 의원이 참여했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성향 의원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출신이 대다수다. 이들은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했지만 속내는 다르다. 참여한 의원들의 면면을 볼 때 결국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과의 주도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의원은 “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지도체제가 중요 토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임 구성원은 통합 전당대회를 하는 게 가장 명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당외 인사까지 포함한 통합 전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2020 모임’은 준비 단계부터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여러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은 최근 “이제 비주류는 안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도 포함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이 모임에 참여한 의원 대부분이 17대 국회 당시 천정배 의원(무소속)을 주축으로 움직였던 ‘민생정치모임(민생모)’ 소속이어서 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비주류의 목소리가 ‘백가쟁명(百家爭鳴·여럿이 각자 자기주장을 내세움)’ 식으로 터져 나오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중도 성향의 전·현직 의원 8명이 모인 ‘통합행동’의 박영선 의원 등도 통합 전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친노와 비노를 아우르는 야권 단일화 등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통합행동 내부에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선 주자급을 간판으로 하는 선대위나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강창일 의원 등 당 중진 사이에선 “통합선대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은 “문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대표들이 ‘n분의 1’ 권한으로 공동선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 속에서 잠복했던 문재인 대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번 주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10·28 재보선 참패가 제공했다. 하지만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두고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문 대표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들은 이번 주부터 당내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양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통합선대위 구성을 본격화할 태세다. 문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고 각 계파 수장급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함께 총선을 준비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민집모는 이번 주 중 성명서 발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집모 소속인 강창일 의원은 “당내 통합을 위해 조기 선대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혁신과 당내 통합을 기치로 내건 비주류 결사체인 가칭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이 11일경 공식 출범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2020 모임에는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정성호 문병호 최원식 의원 등 10여명이 참여한다. 호남 비주류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0·28 재보선 결과 야권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명 등에서도 새정치연합이 패배한 것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지지층이 아예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문 대표로는 총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번 주부터 문 대표 퇴진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주류에서 새로운 지도체제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문 대표가 통합선대위 카드를 전격 수용한 뒤 정면 돌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표 측의 한 인사는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 정국 때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며 “총선 승리가 최우선”이라고 전했다. 다만 총선 공천권을 포함해 통합선대위의 권한과 위상을 대표 및 최고위와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4일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키맵 대학 강연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지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전 고문은 이어 “어린 학생들은 편향되지 않은 역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편향되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역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편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30재·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에서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번 카자흐스탄 강연 이후 정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정계 복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기자들에게 “(향후)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정계복귀론’과 거리를 뒀다. 다만 “언제까지 강진에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 “강진 산이 지겨워 더 못 있겠다 하면…”이라며 여운을 남겼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로 정국 대치가 가속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모처럼 역사전쟁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사불란하게 속도전에 나서려는 청와대와 달리 예산국회를 앞둔 새누리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정부가 확정 고시를 앞당기면서 야당은 국회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고시 이후’ 전략이 마땅치 않은 듯하다. 국정화 정국의 키를 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속내를 짚어봤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국민 담화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3일 담화에 대한 반박의 성격도 띤다. 당 관계자는 “황 총리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주장한 만큼 반론권 차원에서라도 담화를 하고 국정화 추진의 문제점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날 소속 의원들의 국회 로텐더홀 농성을 주도했다. 당 대표가 된 뒤 처음으로 국회 농성 카드를 꺼내 든 것.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앞당긴 상황에서 ‘비상한 각오와 결단’을 보여 줘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대국민 담화에 이어 장외 집회를 여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법원에 확정 고시 효력 정지 신청을 내는 한편 고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 검토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문 대표의 강공은 당내 반발을 잠재우는 부수 효과도 있다. 공천 룰이나 혁신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일 수는 있어도 ‘역사 전쟁’에서는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 당장 안철수, 박영선 의원도 4일 대구시당 사무실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 기자회견을 한다. 하지만 문 대표로서도 무작정 강공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기 어렵다. 예산 국회를 볼모로 한 국회 농성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도 그렇지만 당장 소속 의원들의 투쟁 동력을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이 “전면적인 장기전으로 가자”며 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단돈 1원이라도 더 많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국회 보이콧이 마뜩지 않아 보인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1월 30일까지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탓에 보이콧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위 간사인 정성호 의원은 당 지도부의 방침과 달리 4일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위한 상임위 개최를 여당과 합의했다. 뒤늦게 원내지도부의 만류로 상임위 개최는 취소했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강공으로 나가겠지만 언제까지 싸우기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이슈와 민생 경제는 별개’라는 투 트랙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문 대표 리더십도 다시 시험대에 섰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확정 고시를 3일로 앞당기기로 방침을 정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저녁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가 합의한 3일 본회의는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농성을 한 건 ‘세월호법’ 정국에서 여야가 대치했던 지난해 8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우리 당은 정부의 포기 선언이 있을 때까지 농성을 하며 정부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끝까지 국정화를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민생 국회 차원에서 예산안 심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국정화 조기 확정 고시 때문에) 이제는 그것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확정 방침을 발표한다.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전자관보에 확정 고시한다. 당초 5일 고시할 예정이었지만 국정화를 놓고 찬반 대립이 격화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고시 시점을 앞당겼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확정 고시 이후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달 중순까지 집필진을 구성해 이달 말부터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에 들어간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2일 청와대 앞에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이들은 “국정화가 확정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해당 교과서를 쓰지 않는 방안을 찾겠다”고 주장했다.길진균 leon@donga.com·김희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