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12

추천

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68%
미국/북미7%
국제일반7%
사회일반3%
국제교류3%
문학/출판3%
유럽/EU3%
인사일반3%
중동3%
  • [글로벌 피플]유로존 최대 은행, 첫 여성회장 맞아

    스페인에 본사가 있는 유로존 최대 은행인 방코산탄데르가 처음으로 여성 회장을 맞이했다. 산탄데르 이사회는 10일 에밀리오 보틴 전 회장의 큰딸 아나 파트리시아 보틴(54·사진)을 신임 회장으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보틴 전 회장은 하루 전 심장마비로 숨졌다. 신임 회장은 “나와 가족의 어려운 시기에 이사회가 보여준 믿음에 감사하며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임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5개 언어를 구사한다. JP모건 미국 지점에서 일하다 1988년 산탄데르에 입사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부터 영국 산탄데르를 이끌며 그룹 전체 이익의 20%를 거둘 정도로 키워내 경영 능력도 검증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가인 기예르모 모레네스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뒀다. 보틴 전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페인 북부의 작은 은행이던 산탄데르를 세계적 대형은행으로 키워냈다. 예금과 대출에 집중하는 전통적 경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9-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하정민]9·11과 다크 투어리즘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대참사가 일어난 역사적 장소를 돌아보는 여행을 말한다. 2000년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언대의 존 레넌 교수와 맬컴 폴리 교수가 출간한 같은 이름의 책에서 나온 표현이다. 사고를 반성하며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그리프(Grief) 투어리즘 또는 블랙(Black) 투어리즘이라고도 한다. 9·11테러가 발생한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 평화박물관, 킬링필드의 현장인 캄보디아 투올슬렝 대학살박물관, 원전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발전소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이 중 올해 5월 개관한 9·11 추모박물관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넓은 땅에 두 개의 연못 공원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방대하고 사실적인 자료를 다양하게 갖춰 4개월 만에 뉴욕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떠올랐다. 박물관 안에는 희생자 2983명의 얼굴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 2만3000점, 재난 담당자들의 교신 내용을 포함한 음성 기록 2000건, 생존자와 유족들의 인터뷰 및 당시 상황을 전한 뉴스 보도 등을 담은 500시간 분량의 영상물이 충실히 전시돼 있다. 건물 잔해에서 발견된 희생자의 각종 유품, 불에 타서 망가진 앰뷸런스와 사다리, 생존자 수백 명이 빠져나올 때 사용한 원형 그대로의 계단, 일그러진 세계무역센터 간판 등을 보노라면 13년 전 벌어진 참사의 충격과 아픔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 박물관은 비정부기구인 9·11추모재단이 건립했다. 기부금과 공적자금을 포함해 3억 달러(약 3075억 원)가 넘는 돈이 들었고 공사 기간만 8년 2개월이 걸린 대형 사업이다. 테러 발생 약 5년이 지난 2006년 3월에야 첫 삽을 뜬 것은 자금과 관련 물품을 모으고 유족과 협의하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 사회가 9·11을 기리는 방식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참사가 일어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6월 “희생자 추모비와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한 뒤 구체적인 진척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건립 및 운영 주체를 누가 맡고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특히 엄숙하고 진지한 추도의 장소가 자칫 싸구려 단체관람지로 변질되지 않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그렇다. 물론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수색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긴 하다. 다만 이와 함께 논의해야 할 중요 사안들이 세월호 특별법 정쟁(政爭) 때문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 안타깝다. 뼈아픈 참사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그 기억을 쉽게 지우지 말아야 한다. 망각의 늪에 빠지면 반성과 발전은 없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말이 어폐가 있을 수 있고 꼭 박물관 건립이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릴지에 대한 논의를 더 미뤄선 안 될 것 같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9-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경찰, 범인 추적 과정서 TV 제작진 1명 오인 사살

    미국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 경찰이 식당에 든 강도를 추적하던 중 이 과정을 찍고 있던 TV 프로그램 제작진 1명을 오인 사격해 그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언론들은 27일 경찰을 소재로 한 유명 리얼리티 쇼인 '캅스(Cops)'의 음향 담당 직원 브라이스 다이언(38)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989년 폭스 방송이 만든 캅스는 25년간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왔으며 지난해 제작사가 스파이크 TV로 바뀌었다. 이날 사고는 오마하 경찰이 남성 강도 용의자 체포를 위해 한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이 용의자가 경찰에 공기총을 발사하자 경찰은 즉각 응사했고 범인은 총에 맞은 채 레스토랑 밖으로 도망치다 숨졌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과정을 보고 있던 다이언도 경찰의 총에 숨졌다는 것. 다이언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탄알 1발이 그의 팔을 거쳐 가슴을 관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슈마데레르 오마하 경찰서장은 "경찰관들이 무척 상심한 상태다. 브라이스는 그들과 매우 친했다"고 밝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28
    • 좋아요
    • 코멘트
  • 브라질發 커피플레이션 온다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두가격이 갈수록 치솟는 데다 세계 커피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세계 2, 3위 생산국인 베트남과 콜롬비아에서도 커피 수요가 급증하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커피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브라질 커피 생산이 2013년보다 18% 적은 4010만 자루(1자루는 60kg)에 그칠 전망이라고 26일 보도했다. 또 내년 생산량은 4000만 자루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브라질 커피 생산량도 2012년보다 3.1% 줄어들어 3년째 생산 감소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브라질 커피 생산량이 3년 연속 줄어든 것은 1965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커피 농장이 밀집한 브라질 남동부는 10년 만의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무지아나, 세라두 등 주요 커피 산지에는 올해 1∼8월 과거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비가 내렸다. 곳곳에서 땅이 갈라지고 있지만 관개시설과 저수지가 부족해 주민들이 비가 오기만을 기도하는 형편이다. 수출에 주력했던 커피 생산국의 자국 내 수요가 급증한 것도 수급 불안을 부추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올해 브라질 커피 수요가 총 103만 t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미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커피 소비를 주도했지만 이제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등이 소비를 이끈다는 것. 임금 수준이 높아진 베트남의 커피 판매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커피 원두 값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브라질이 주산지인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올해 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원자재 가격이 불과 5.7% 오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블룸버그는 올해 말까지 원두 값이 20% 이상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국 커피업체 스타벅스와 J.M. 스머커는 이달 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스타벅스와 커피빈, 동서식품이 가격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가격이 미국의 2배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21일 세계 커피 공급 부족 현상이 201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연준, 매파 목청 높여… 조기 금리인상 신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금리 조기 인상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연준이 공개한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대다수 참석자들이 지금의 초저금리 정책을 바꾸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12명의 FOMC 위원 중 공석인 연준 이사 2명을 제외한 1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 축소를 향해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연준이 정한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넘어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기준인 고용과 물가가 기대 이상의 개선을 보이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회귀하는 ‘출구전략’을 앞당겨 인플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예상보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당초 금융시장은 연준이 10월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정책을 종료한 뒤 내년 하반기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무함마드 엘에리언 전 최고경영자는 “임금 인상률이 개선되는 모습만 보이면 연준이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 유입됐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비관론과 금리인상은 경기 호전을 전제로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의견이 맞선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바마 “IS는 癌덩어리”… 미군, 요충지 14회 공습

    미국인 기자가 참수되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외교노선인 ‘제한적 개입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또 다른 미국 인질 스티븐 소틀로프 기자까지 처형하겠다고 위협해 공습 외에 추가 군사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IS를 ‘암(cancer)’으로 규정하며 “이 시대에 IS가 발붙일 곳은 없다. 미국은 IS에 무자비해질 것이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추가 군사 조치를 언급하진 않았다. 특히 미군이 참수당한 제임스 폴리 기자를 포함해 IS가 억류한 미국인 인질 구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제한적 개입주의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질들이 억류됐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시리아의 한 지역에 특공대를 투입했지만 인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한적 개입주의는 미국 이익이 직접 침해받거나 미국 본토가 공격을 당할 때만 군사 개입을 단행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라크에 미군이 공습을 실시하면서부터 이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미군은 오바마 대통령 회견 직후에도 이라크 북부 모술 댐 부근의 IS 목표물을 14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미 하원 대테러소위 위원장인 피터 킹 의원(공화·뉴욕)은 “IS가 폴리기자를 참수한 것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군사개입 확대를 촉구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에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프랑스는 아랍국도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자고 주문했다. 한편 미 언론들은 IS가 최근까지 폴리기자의 석방 대가로 1억 유로(약 1360억 원)를 가족과 소속사인 글로벌포스트에 요구했으나 미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테러범에게 몸값을 주면 납치가 반복된다며 협상을 거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폴리기자가 숨진 데다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이 더 있어 이 원칙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하정민 기자}

    • 2014-08-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하정민]교황같은 지도자를 보고싶다

    2002년 초 미국 보스턴 대교구의 60대 신부 존 지오건이 10세 소년을 추행한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가 30년간 다른 소년 130명에게 비슷한 일을 저질렀음이 밝혀졌다. 대교구는 이를 알면서도 지오건의 담당 교구만 계속 바꿨다. 수감된 지오건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동료 죄수에게 목을 졸려 숨졌다. 사제 성범죄 문제가 있을 때마다 바티칸은 늘 사제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이 사건으로 가톨릭의 조직적 은폐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요즘 말로 적폐(積弊)다. 바티칸이 뒤집혔지만 파킨슨병을 앓던 말년의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후임 베네딕토 16세는 더했다. 그의 형 게오르크 라칭거 신부가 한때 이끌었던 소년성가대 내의 추행이 밝혀져 교황 개인의 권위까지 추락했다. 세계 곳곳에서 유사 사건이 드러났고 소송비와 합의금으로 파산하는 교구가 속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존립을 뒤흔든 이 문제에 응답한 유일한 교황이다. 올해 3월 아동성추행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7월 피해자를 만나 사과했다. 모두 역대 교황 최초다. 유엔이 교황청 대표를 조사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바티칸 내부와 마피아 연루 의혹에도 칼을 댔다. 역대 교황 최초로 마피아를 파문했고 돈세탁, 횡령, 마피아 연계설에 휩싸인 바티칸은행 경영진을 싹 바꾸고 계좌 1600개도 폐쇄했다. 말이 쉽지 목숨을 걸고 내린 결단이다. 전임 교황들이 교회 내 성범죄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가톨릭의 최대 치부를 공개했을 때 예상되는 엄청난 파장과 수많은 추가 소송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마피아에 맞서고 교황청 내부를 개혁하는 일도 보통 용기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조직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위 사제, 정치인, 판사도 죽이는 집단이 마피아다. 마피아 연계 의혹을 받던 한 주교를 해임한 요한 바오로 1세는 즉위 33일 만에 급사했다. 독살설은 아직도 나돈다. 교황의 개혁이 성공할지 예단할 수 없다. 여러 교황이 나름의 쇄신을 시도했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신변 위협도 있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한 그가 설교하려던 성당에서 폭탄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는 “이 나이에 무엇이 두렵겠느냐”며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 4박 5일간 세월호 참사 유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고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를 어루만진 교황의 여운이 짙다. 그가 한국에서만 반짝 감동을 준 게 아니라 2000년 된 가톨릭 조직 곳곳의 병폐를 해소하는 가운데 전 세계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듬는 일까지 소홀하지 않았기에 울림이 더 크고 깊다. 요즘 우리 사회에선 누구나 혁신과 개혁을 외친다. 하지만 교황처럼 목숨과 지위를 걸고 나서는 지도자가 안 보인다. 작은 차를 타고 허름한 숙소에 묵는다고 교황과 비슷해지는 게 아니다.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개혁에 수반되는 거센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교황을 바라보던 국민의 눈에 대한민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허전하게 비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8-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미주리 퍼거슨市 전쟁터 방불… 州방위군 투입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미국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 군 사건으로 시위가 격화하자 제이 닉슨 미국 미주리 주지사가 18일 퍼거슨 시에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닉슨 주지사는 이날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이 고조되고 있다. 주 방위군이 이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군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닉슨 주지사는 16, 17일 이틀간 퍼거슨 시에 야간 통행금지를 포함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젊은 흑인이 대다수인 수백 명의 시위대는 통금이 발효되는 18일 0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시내 곳곳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현장은 전쟁터처럼 변했다. 이날 시위는 브라운 군의 2차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크게 확산됐다. 퍼거슨 시 경찰이 주도한 1차 부검에 대해 반발한 유족이 독립적인 부검에 나선 것이다. 2차 부검을 실시한 뉴욕 시 검시관 출신의 법의학자 마이클 베이든 박사는 “두 발은 머리에, 네 발은 오른팔에 맞았다. 몸에 탄약가루가 묻어 있지 않은 만큼 총알이 가까이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총알이 멀리서 발사됐다는 대목은 경찰이 10대 비무장 소년을 조준 사격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베이든 박사가 브라운 군의 옷을 검사한 것은 아니어서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퍼거슨 시 경찰은 당초 브라운 군의 사인이 총상이라고 밝혔을 뿐 몇 발을 어디에 쏘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7일 브라운 군에 대한 연방 차원의 2차 부검을 지시했지만 유족은 이와 별개로 부검을 실시했다. 연방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건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7일 밤 백악관으로 돌아와 이틀간 머물며 이 사건을 최대 현안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 수사관 40여 명을 추가로 퍼거슨 시에 파견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하정민 기자}

    • 2014-08-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베의 女참여 통한 성장전략, 성희롱-야유 횡행 日선 힘들것”

    여성의 경제 참여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구상이 일본 특유의 여성비하 문화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도쿄신문이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CRS는 1일 ‘일본의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의 경제 참여를 통한 경제성장)’라는 보고서에서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 사회 풍토, 여성 근로자를 배려해주지 않는 직장 문화가 위미노믹스의 정착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남성 근로자 중 육아 휴직을 택한 사람의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근로자의 긴 노동시간, 업무 후 직장 동료와 종종 술자리를 갖는 문화 또한 아이가 있는 여성 근로자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일본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의 소득 차이는 세계 선진국 중 가장 높은 편이라고 CRS가 지적했다. 2020년까지 여성 지도자를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현재 아베 내각의 여성 각료는 전체 19명 중 2명에 불과하다. CRS는 올 6월 도쿄 도의회에서 일어난 여성 의원에 대한 성희롱이 ‘여성 지도자를 멸시하고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만 국한돼 있다고 간주하는 뿌리 깊은 정치 문화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각국 여성 리더 약 100명을 도쿄로 불러 국제회의를 연다. 아베 총리는 이를 매년 개최해 여성판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CRS는 지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감 25년만에 친딸살해 누명벗은 재미교포

    수련관에 불을 질러 친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재미교포 이한탁 씨(79)가 2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미국 연방법원 펜실베이니아 지법의 윌리엄 닐런 판사는 8일 이 씨에 대한 유죄 평결 및 종신형 판결을 무효화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주 검찰에 120일 안에 새 증거를 찾아 그를 재기소하거나 이 씨를 석방하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1989년 7월 29일 새벽 불을 질러 우울증을 앓던 큰딸(당시 20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그의 딸은 펜실베이니아 주 포코노 산의 한 수련관에 머물렀고 이 씨는 딸을 보려고 이곳을 찾았다. 당시 오전 3시쯤 수련관 숙소에서 불이 났고 그는 딸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불길을 견디지 못해 먼저 뛰어나왔다. 그의 딸은 결국 숨졌다.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은 이 씨가 휘발유 등 여러 발화성 물질을 건물 내부에 뿌려 불을 질렀다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이 씨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항소와 재심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기각 당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인 피터 골드버거 씨가 뉴욕 시 소방국 화재수사관 출신인 존 렌티니 씨의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한 뒤 법원이 증거 심리를 명령했다. 2012년 미 항소법원은 “이 씨의 옷에 묻은 발화 물질이 모두 다른 등 당시 검찰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렌티니 씨의 증언을 받아들였다. 그 후 2년여 만인 올해 5월 29일 열린 증거 심리에서 검찰은 렌티니 씨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다. 골드버거 변호사는 빠른 시일 내에 이 씨에 대한 보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씨는 올해 안에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시아의 노벨평화상’ 막사이사이상, 필리핀 교육자 할라산 씨 등 6명 선정

    ‘아시아의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재단은 31일 필리핀 교육자 란디 할라산(사진), 중국 경제잡지 차이징(財經)의 편집인 후수리(胡舒立) 씨 등 6명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필리핀 온라인 매체 인콰이어러넷이 보도했다. 특히 32세인 할라산 씨는 필리핀 최대 분쟁지역 민다나오 섬에서 소수 부족과 함께 생활하며 아동 교육에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시상식은 이달 31일 마닐라에서 열리며 1만 달러의 상금과 메달이 수여된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자 유엔학교 또 피격… 19명 사망

    이스라엘이 30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소로 이용하고 있는 가자지구 내 자발리야 난민캠프 유엔학교에 탱크로 포격을 가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다쳤다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대변인은 이날 오전 4시 반쯤 이스라엘이 이 학교에 집중 포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포탄 여러 발이 짧은 간격으로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교실 두 곳과 목욕탕에 떨어져 벽이 무너지거나 구멍이 뚫리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유엔학교 공격은 벌써 두 번째다. 이스라엘은 24일에도 가자 북부 베이트하눈의 유엔학교 건물을 공격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아직 이날 포격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29일에는 이스라엘 군이 가자 내 75곳을 포격해 무려 128명이 숨졌다. 8일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한 뒤 하루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이날 공격으로 가자의 유일한 화력발전소도 완전히 파괴됐다. 외부 전력 공급이 대부분 끊긴 상황에서 가자지구 전력 공급의 3분의 2를 담당했던 이 발전소마저 가동을 멈춤에 따라 가자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3일째 계속된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최소 1240명이 숨지고 7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민간인 3명과 군인 53명 등 56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7-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하정민]가자분쟁을 보는 우리의 자세

    나크바(nakba).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한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인 80만 명이 추방당하고 1만5000명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교전으로 1100명 이상이 숨지면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가렸던 나크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이 3년째로 접어들자 연합군 리더 영국은 애가 탔다. 독일 잠수함이 곳곳에서 연합군 함선을 격침했지만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으로 집안 단속도 힘겨워 큰 도움이 못 됐다. 유대 자본의 힘이 절실했던 영국 외교장관 아서 밸푸어는 1917년 7월 유대계 거부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유대 독립국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편지를 보낸다. 그 유명한 밸푸어 선언이다. 문제는 영국이 세 다리를 걸쳤다는 점. 영국은 독일 편인 오스만튀르크를 교란하기 위해 오스만 치하의 팔레스타인에도 독립을 약속했다. 같은 편 프랑스와는 전쟁 뒤 두 나라가 중동을 나눠먹자는 사이크스피코 협정도 맺었다. 일종의 삼중 사기다. 밸푸어가 뛰어난 외교관일 순 있어도 훌륭한 인간은 아닌 이유다. 식민통치에 대한 관점으로는 딱히 나을 것도 없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조차 “밸푸어는 도덕적이지만 사악하다”고 했다. 영국이 만든 불길에 기름을 부은 건 미국.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편만 들며 유엔 결의안 채택을 반대해왔다. 이에 미국 유명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미친 개에게 물렸을 때 그 책임은 개가 아니라 주인에게 있다. 현 사태의 책임도 이스라엘을 지지한 미국에 있다”고 원색적 비판을 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언론도 앞다퉈 이를 보도한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피해자들의 참혹한 사진이 시시각각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너무 피상적이다. 한국형 ‘아이언 돔(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체제)’ 도입이 절실하다느니, ‘한국인과 유대인은 교육열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는 그들의 저력을 본받자’느니 하는 글을 볼 때마다 피해자의 아픔보다 가해자의 물질적 성공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의 ‘리트윗’ 버튼을 누르는 손길 또한 피로 흥건한 참상을 구경거리로 여기는 것 같다면 과장일까. 힘의 논리를 무시한 순진한 발상이라고, 먹고살기 바쁜데 지구 반대편 비극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는 알아도 ‘나크바’를 모르는 이가 태반인데 이 정도 관심이 어디냐는 반박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구 먼 곳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이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강대국 간 땅따먹기로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한국 현대사가 그 증거 아닌가. 기계적 중립 혹은 이스라엘 편향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시선이 필요한 때다. 이런 노력이 당장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해도.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7-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글로벌이슈]15년만에 다시 주목받는 美 ‘지퍼게이트’… 그리고 두 여인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깊이 후회하고 있다. 이제 그와 만날 때 썼던 베레모를 불태우고 그때 입었던 푸른색 드레스를 묻을 때가 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성 추문, 이른바 ‘지퍼게이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15년 만에 돌아왔다. 1999년 3월 자서전 ‘모니카 이야기’ 출간과 동시에 이뤄진 유명 방송인 바버라 월터스와의 독점 인터뷰 때 100만 달러(약 10억 원)를 받았던 그는 그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둔 생활을 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유명세로 취직 연애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지퍼게이트 당시 법정에 불려 다니며 쓴 변호사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다이어트 비디오를 찍고 가방 사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흔한 살이 되도록 일자리도 잡지 못해 이력서에 쓸 말이 ‘백악관 인턴’뿐이었다. 르윈스키의 처지를 바꿔놓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된 힐러리의 정치적 위상이 치솟자 역설적으로 르윈스키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르윈스키는 2014년 5월 미 연예잡지 배니티페어에 등장했고 이달 초에는 미 NBC와 인터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3부작 미니시리즈 출연 등 외부활동을 부쩍 늘리고 있다. 특히 클린턴과의 악연을 끊을 뜻을 강조한 배니티페어 인터뷰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미국 언론은 르윈스키의 행보에 특별히 주목한다. 인터뷰, 회고록 출간 요청도 빗발친다. 16년 전에는 미국을 뒤흔들었지만 이제는 케케묵은 스캔들을 뒤로하고 르윈스키의 새로운 행보가 힐러리의 대선 행보와 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연적(戀敵)이라 하기는 애매하고 친구는 더더욱 아닌 두 여자가 일종의 운명공동체로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을 향한 조명의 밝기가 올라가기 마련이다.보통 가정의 똑똑한 딸 vs 부잣집 철없는 딸 힐러리와 르윈스키에 대한 세간의 주목도가 동시에 올라가자 두 사람의 인생 궤적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그런데 두 사람은 도무지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력과 경력을 지녔다. 힐러리는 1947년 미국 중부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직물회사에 다니던 아버지 휴 로댐은 깐깐하고 권위주의적인 인물로 전해진다. 치약 등 생필품을 아껴 쓰라고 자식들을 닦달했고 시험을 잘 봐도 칭찬은커녕 더 잘하지 못했다며 딸을 나무랐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던 힐러리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명문 사립여대 웰즐리에 진학했다. 당시 학생회장이던 힐러리는 다른 여학생들을 향해 “언젠가 우리 여자들이 지도력과 힘을 발휘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예일대 법학대학원에서 남편을 만난 그는 빌 클린턴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또 클린턴 재임 당시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 부인으로 평가받으며 ‘빌러리(빌+힐러리)’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이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도 넘보고 있다. 르윈스키는 1973년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유명 종양 전문의였던 아버지 버나드 르윈스키는 나치 독일의 압제를 피해 미국으로 피신한 유대인 후손이다. 르윈스키 가족들은 베벌리힐스, 벨에어 등 로스앤젤레스 지역 부촌을 옮겨 다니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르윈스키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포틀랜드 소재 루이스&클라크 칼리지에 입학했지만 연애로 바빴다. 상대는 자신이 고등학생일 때 연기수업 지도를 했던 유부남이었다. 빈둥대는 딸을 보다 못한 그의 부모는 1995년 7월 딸을 리언 패네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인턴으로 밀어 넣었다.희대의 스캔들, 아직도 폭발력 있어 르윈스키는 지퍼게이트를 또 이용할 수 있을까. 그의 재등장에는 ‘돈과 명성을 다시 얻기 위해 일부러 나왔다’는 말이 꼬리를 문다. 지퍼게이트는 지금 시점에서 복기해 봐도 폭발력이 다 소진되지 않은 사건이다. 르윈스키는 1995년 백악관 입성 4개월 만에 대통령의 연인이 됐다. 당시 클린턴은 49세, 그는 불과 22세였다. 비서실 간부들은 특별한 용무 없이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얼쩡거리는 르윈스키가 못마땅했다. 1996년 4월 그를 국방부로 보냈지만 둘의 밀회는 계속됐다. 르윈스키가 국방부로 자리를 옮길 때 린다 트립이라는 여직원도 같이 이동했다. 르윈스키는 트립에게 대통령과의 밀회를 시시콜콜 털어놨다. 트립은 클린턴 정권이 오랫동안 백악관에서 일하던 자신을 이유 없이 내쳤다며 앙심을 품고 있던 터였다. 르윈스키 본인과 트립이 흘리기 시작한 염문은 당시 클린턴을 상대로 성희롱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전 아칸소 주정부 직원 폴라 존스의 변호인단에 포착됐다. 존스 변호인단은 클린턴의 여성편력 사례를 입증하기 위해 르윈스키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언론의 전방위 압박과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집요한 수사가 죄어들자 클린턴은 1998년 8월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했다. 같은 해 9월 초 스타 검사는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1995년 11월부터 1997년 3월까지 10회의 성관계를 가졌으며 르윈스키가 제출한 푸른 드레스에 묻은 정액이 클린턴의 것이라고 공개했다. 유사성행위 등 낯 뜨거운 내용들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공개 당시 미국인 2000만 명이 읽었다.르윈스키 복귀, 힐러리에게 호재일까 클린턴이 퇴임하자 르윈스키도 서서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008년 힐러리와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일 때 르윈스키를 언급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힐러리가 패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완전히 잊혀지는 듯했던 르윈스키는 올해 힐러리의 부상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당초 많은 사람들은 르윈스키라는 이름이 힐러리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6월 초 두 번째 자서전 ‘힘든 선택들’을 출간하고 사실상 대선 행보를 공식화한 그에게 남편의 어두운 그림자가 또다시 악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르윈스키가 짜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클린턴 진영에 유리한 발언만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르윈스키는 “클린턴과의 성관계는 전적으로 상호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사건을 힐러리 옭아매기용으로 사용하려 했던 공화당의 셈법을 완전히 헝클어뜨렸다. 당초 공화당은 이를 성(性)이 아니라 권력남용 문제로 봤다. 즉,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어린 여자 인턴을 성적으로 착취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은폐하려 했으며 힐러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르윈스키 본인이 이를 강력 부인함에 따라 공화당의 공격 무기가 무뎌져버렸다. 르윈스키는 힐러리가 스캔들이 터졌을 때 자신을 ‘자아도취에 빠진 미치광이’라 비난한 것도 “그 말이 힐러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말이라면 나는 오히려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미안하다는 뜻을 표했다. 이어 스타 특별검사가 자신을 조사할 때 도청을 지시했지만 그 제의를 거부했다며 의도적으로 클린턴 집안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도 이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루스 마커스 워싱턴포스트(WP)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는 “르윈스키가 의도했건 안 했건 그가 힐러리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쿠스도 “르윈스키 스캔들을 이용하려는 공화당의 전략은 1990년대에도 먹히지 않았으며 지금도 여성 유권자의 표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두 여자의 묘한 공생 관계 공화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르윈스키 사건으로 힐러리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키스 어펠은 “르윈스키는 1998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클린턴이라는 이름의 오점”이라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상은 르윈스키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스캔들을 낱낱이 알고 있다. 그런데 힐러리나 르윈스키가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자신만이 피해자인 양 행세하면 서로 손해 보는 게임에 빠진다는 것이 미국 정가의 중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캔들에 넌더리가 난 미국인에게 더 큰 짜증과 환멸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 출간 직후 인터뷰에서 르윈스키에 관한 질문을 받은 힐러리가 “앞으로 르윈스키의 인생이 잘 풀리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 이유도, 르윈스키가 클린턴 측에 유리한 말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상대방에 관한 부적절한 언급과 신경전으로 논란을 만들어봐야 자신을 공격하는 측에 먹잇감만 던져줄 뿐이고 자신의 이익에도 악영향을 줄 뿐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사람이 앞으로도 묘한 공생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악연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싫든 좋든 한 묶음이 돼버린 두 여자. 과연 힐러리는 백악관 주인이 되고, 르윈스키는 남들처럼 직장과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결말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2016년 대선이 끝날 때까지 두 여자가 ‘꺼진 불’로 알았던 지퍼게이트 때문에 마음을 졸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7-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MS “2015년까지 1만8000명 감원”

    지난해 9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총 1만8000여 명의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감원은 MS 전체 직원 12만7000명의 14%에 이르며 MS가 창립한 이후 3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번 감원은 노키아 및 노키아와 업무가 겹치는 MS 내 사업부, MS의 마케팅 및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10일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MS의 효율성 높이고 군살을 빼야 한다”며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과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MS의 신규 인력이 2만5000명 늘어났었다. MS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향후 1년간 최소 11억 달러에서 최대 16억 달러의 비용 지출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대부분은 고용계약 해지로 인한 비용(7억5000만 달러∼8억 달러)이다. MS는 과거에도 소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으나 감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2009년이 유일했다. 당시 미국 경기침체 속에 MS는 전체 직원의 5%에 이르는 5800명을 해고했다. 지금까지 MS의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수십 명에서 많아야 수백 명에 불과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큰손 버핏, 2조8000억원 기부

    세계 3위 거부이자 전설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개인 기부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약 28억 달러(약 2조8840억 원)를 기부했다. 버핏 회장은 14일(현지 시간)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2173만 주를 5개 자선단체에 나눠 기부했다. 가장 많은 금액인 21억 달러를 받은 단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부부가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버핏 회장의 첫 부인 수전이 만든 수전톰프슨버핏 재단은 2억1500만 달러를 받았다. 그의 세 자녀 이름을 딴 하워드버핏 재단, 수전버핏 재단, 피터버핏 재단에도 각각 1억5000만 달러가 할당됐다. 기부금은 전 세계 교육, 보건,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버핏 회장은 2006년부터 게이츠 창업주와 함께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자’는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래리 엘리슨 오러클 창업주,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 등 세계적 유명인사 1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까지 그가 기부한 금액은 총 230억 달러로 그의 재산 658억 달러의 3분의 1에 이른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7-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크라정부군, 도네츠크 맹폭격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2일 동부 친(親)러시아 무장세력의 주요 거점을 습격해 1000명 가깝게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무장세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부군은 이날 전투기들을 동원해 도네츠크 전역을 집중 공습했다. 안드레이 리센코 정부군 대변인은 “러시아 제르진스크와 도네츠크 사이에 있는 무장세력 핵심 전투기지 한 곳을 파괴해 약 500명을 사살했다. 또 도네츠크 북부 페레발스크도 공격해 약 500명을 사살하고 탱크 2대, 장갑차 10대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습은 11일 도네츠크 젤레노폴리예에서 무장세력 공격으로 정부군이 최소 23명 사망한 데 따른 보복으로 단행됐다.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장세력은 정부군 한 명의 목숨당 수십, 수백 배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루간스크 지역의 무장세력 관계자는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군이 공습한 지역에 무장세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재 무장세력의 마지막 보루인 동부지역 도네츠크에서는 현재 주민들의 피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군을 피해 이곳으로 모여든 무장세력은 결사항전을 다지며 최후 반격을 준비 중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무장세력 지도자들에게 제재를 내렸다. 제재 명단에는 동부 분리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알렉산드르 보로다이를 비롯해 11명의 지도부가 포함됐다. EU는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하는 반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관련된 개인 61명 및 2개 에너지 기업에 자산 동결과 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7-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하정민]의리에 대한 의리

    한국 사회를 강타한 단어 ‘의리’는 이중성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믿음과 신뢰를 뜻하나 내 식구 감싸기와 편 가르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폐막을 앞둔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의리가 부정적으로 쓰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8강을 넘본다던 한국, 우승을 노리던 개최국 겸 최다 우승국 브라질, 2010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은 다 ‘의리 축구’로 망했다. 국가대표가 동창회도 아니건만 선수단 23명 중 15명을 자신과 청소년대표팀, 런던 올림픽을 같이 한 ‘홍명보의 아이들’로 채운 한국은 저조한 성적을 냈고 홍명보 감독이 끝내 사퇴했다. 브라질과 스페인도 능력 우선이 아니라 감독과 친분이 두텁고 이름값 높은 선수를 기용해 쓴맛을 봤다.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이 내세운 최전방 공격수 프레드와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했던 골키퍼 세자르는 소속팀에서 별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독일과의 4강전에서 프레드는 슛 한 번 제대로 날리지 못했고 세자르는 무려 7점을 내줬다. 한국 누리꾼들은 둘을 ‘브라질의 박주영’ ‘브라질의 정성룡’이라 부른다. 유로 2008과 2012,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제패해 축구 역사를 새로 쓴 스페인도 마찬가지. 33세 노장 골키퍼 카시야스는 소속팀에서 두 시즌 연속 벤치 멤버였다.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경험이 중요하다며 그를 고집했고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리더가 자신과 일한 경험이 있는 특정 조직원을 편애하는 현상을 내집단 선호(ingroup favoritism) 혹은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 한다. 내집단(內集團)이란 말을 만든 이는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 그는 원시부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우리’라고 평가하는 내집단 이외의 사람을 혐오하고 배척한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우리 편만 중요하고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은 적이라는 ‘사적(私的) 의리’다. 지연과 학연을 유달리 따지는 한국에서 의리는 종종 부정적으로 발현된다. ‘소속팀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한 선수를 뽑겠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고 홍명보의 아이들로 ‘그들만의 월드컵’을 치른 한국 대표팀은 이제 ‘부정적 의리’의 대명사가 됐다.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해외파를 중용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며 ‘K리그 선수들은 유럽 가면 B급’이라는 발언을 해 ‘엔트으리(엔트리+의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축구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코드 인사, 진영 논리, 원칙 파괴의 근간에는 사적 의리와 내집단 선호가 자리한다. 단순히 결과가 나빠서 월드컵 대표팀과 홍 감독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스포츠라는 가장 공정해야 할 분야에서 편법과 불통으로 팀을 운영했다는 점, 자신이 아끼는 선수 15명에 대한 의리를 위해 축구 팬 및 국민과의 의리를 저버렸으면서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 점이 문제다. 얼핏 촌스럽고 시대착오적 단어로 여겨지던 ‘의리’가 히트를 친 지 몇 달 만에 다시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됐다는 점도 아쉽다. 이거야말로 의리에 대한 의리가 아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7-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블라터 FIFA회장 퇴진을”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 유치 비리 의혹에 대해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했다. 블라터 회장은 9일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가 아프리카 FIFA 관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거 없는 인종차별이다. 영국 일부 언론이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카타르를 지지하는 대가로 FIFA 임원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유럽 축구계는 곤경에 빠진 블라터 회장이 일부러 인종차별 카드를 꺼냈다고 보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임원들은 내년 5월 회장 선거에 또 출마할 뜻을 밝힌 블라터가 물러나야 한다며 압박했다. 미하엘 판프라흐 네덜란드축구협회 회장 겸 UEFA 위원은 1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FIFA 연례총회 갈라 만찬 중 블라터 회장 면전에서 “최근 FIFA의 이미지는 모든 면에서 나빠졌으며 이는 전적으로 블라터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질 잉글랜드축구협회 부회장도 “블라터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거들었다. 블라터는 1998년 회장이 된 이후 16년간 FIFA를 이끌고 있으며 2011년 4선에 성공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6-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글로벌 Hot 피플]18일 왕비되는 레티시아 왕세자비

    18일 스페인 차기 국왕으로 즉위하는 펠리페 왕세자(46)의 대관식을 앞두고 레티시아 왕세자비(42·사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명 앵커 출신으로 뛰어난 미모와 패션 감각까지 갖춘 그는 사상 첫 평민·이혼녀 출신 왕세자비라는 점에서 결혼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1972년 스페인 서북부 아스투리아스에서 태어났다. 기자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의 3녀 중 장녀로 가정 형편은 유복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부모는 이혼했다. 고등학교 때 마드리드로 이주했고 철학 교사 겸 작가 알론소 게레로 페레스를 만나 10대 시절부터 동거했다. 둘은 1998년 결혼했지만 1년 뒤 이혼했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보수 일간지 ABC를 비롯해 EFE통신, CNN 스페인 지사 등에서 일했다. 2001년 9·11테러 때는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2002년 공영방송 TVE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방송인으로 발돋움했다. 2002년 말 방송국 주최 만찬에서 펠리페 왕세자를 만났고 이듬해 11월 약혼했다. 약혼이 알려지자 스페인이 술렁였다.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에서 평민 출신 이혼녀 왕세자비가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가 전 남편과 살던 시절 낙태를 했고 마약에 손을 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두 사람은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결국 2004년 5월 결혼식을 올렸다. 마드리드 알무데나 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은 1981년 찰스 영국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결혼식에 맞먹을 정도로 성대했다. 40여 개국에서 사절단을 보냈고 세계 12억 명의 시청자가 생중계로 결혼식을 지켜봤다. 경비를 선 경찰이 2만 명이었고 결혼 비용도 2100만 달러(약 210억 원)에 이르렀다. 그는 왕세자비가 된 뒤 소탈한 면모를 보여 국민 지지를 얻었다. 두 딸 레오노어(9), 소피아(7)를 학교에 직접 데려다주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도 했다. 마드리드 교외에 있는 자신의 집 대출금도 아직 갚고 있다. ‘현대판 신데렐라’가 됐지만 아픔도 있다. 2007년 초 그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을 때 막내 여동생 에리카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친족의 장례식장에서도 근엄한 모습을 유지하는 대다수 왕족과 달리 동생의 죽음 앞에서 펑펑 우는 왕세자비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왕실이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야 군주제 존속에 대한 회의론이 줄어든다는 점을 파악한 시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결혼 때부터 내내 며느리를 지지했다. 고질적인 경제난 속에 최근 왕실의 사치 및 부패 추문이 잇따라 불거지자 스페인 일각에서는 군주제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인 왕실은 젊고 매력적인 국왕 부부의 등장이 이 논란을 상당부분 잠재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펠리페 왕세자가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한 부친과 달리 개혁적 풍모를 지녔다는 점도 이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두 딸을 둔 그는 줄곧 “남자만 왕이 될 수 있는 왕위 계승법을 바꾸겠다”고 공언해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6-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