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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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취재분야

2026-02-16~2026-03-18
칼럼77%
사회일반7%
문학/출판7%
미국/북미7%
국제교류2%
  • [@뉴스룸/하정민]슬로 리딩의 미학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으면 각기 다른 책 열 권, 스무 권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양(量)’의 독서를 끝내야 한다. 속독 후에 남는 건 단순히 읽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런 독서는 무의미하다.” 데뷔작 ‘일식’으로 1999년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39)의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최대한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슬로 리딩(slow reading), 즉 지독(遲讀)을 권하는 그의 주장은 바쁜 일상과 넘쳐나는 정보로 책조차 중요한 부분만 읽고 넘어가는 요즘 세태와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빨리 읽는 속독이 아니라 느리게 음미하며 읽는 지독이 한 인간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독서법이라며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거쳐 작가가 됐다고 소개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14세 때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金閣寺)’를 처음 읽었다. 사찰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말더듬이 청년이 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불을 지른다는 내용의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난해한 면이 있다. 소년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도 읽기 시작했고, 그의 소설과 에세이에 등장한 괴테 실러 도스토옙스키 등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혔다. 그후 다시 금각사를 읽자 내용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약 10년 후 소년은 일본 문단의 스타가 됐다. 공자의 사례도 있다. 말년에 주역에 빠진 그가 이 책을 얼마나 열심히 읽었던지 책을 묶는 가죽 끈, 즉 위편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 당시 책은 종이가 아니라 대나무 쪽으로 만들었기에 가죽 끈도 무척 튼튼했다. 이 질긴 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한 권의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고사성어가 ‘위편삼절(韋編三絶)’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이런 취지를 살린 모임, 즉 슬로 리딩 클럽이 화제다. 모임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차례 모여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헤어진다. 모임을 통한 사교활동도, 책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토론하는 일도 없다. 그저 조용히 책을 읽다 가는 게 전부. 유일한 철칙은 모임 전에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전원을 끄는 것이다. 독서에 완전히 몰입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말로는 늘 여유와 휴식을 찾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선 속도만 추구한다. 출근 버스와 배달 음식이 늦어지면 화를 내고 ‘당일 배송’이 아닌 쇼핑 사이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책도 마찬가지여서 속독은커녕 책 자체를 읽지 않는다. 그런데도 슬로 리딩, 슬로 푸드, 슬로 패션, 슬로 트래블 등 수많은 ‘느림’이 화두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속도 추구에 피폐해진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 10권의 목록을 만든 뒤 이를 주변인과 공유하는 ‘북 버킷(book bucket)’이 유행이다. 친구들과 각자 북 버킷에 등장하는 책으로 슬로 리딩을 해보면 어떨까. 먹고살기 바빠도 가을이 가기 전 책 한 권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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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IS와 싸우는 쿠르드반군 거점 공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국제연합전선 동참국에 단합을 요청했다. 그러나 터키는 IS와 싸우는 쿠르드노동자당(PKK) 거점을 공습해 연합전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국제연합전선 동참 21개국 군 수뇌부와 회동해 IS 공습 전략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공습 작전은 장기전이 될 것이며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때로는 전진하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전장에서 싸웠던 ‘고전적’인 적들과 전혀 다른 상대와 싸우고 있다. 이념적이기도 하고 중동지역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 정세와 맞물린 상대와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 행동에서 연합군 간에 호흡을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IS 공습을 위해 터키 내 공군기지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터키 정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터키 공군이 13일 밤 F-16과 F-4 전투기를 동원해 남동부 학카리 주에 있는 쿠르드족 반군인 PKK의 거점을 공습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터키군이 PKK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인 것은 지난해 초 양측의 평화 협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터키 군 총사령부는 지난주 동부를 중심으로 일어난 시위 사태 당시 치안기지 공격과 암살 사건에 연루된 장소를 공습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S가 터키 국경 코앞까지 진격한 상황에서 IS와 싸우는 쿠르드족을 공습한 것은 터키에 골칫거리인 PKK를 없앨 좋은 기회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하정민 기자}

    •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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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3연임 성공

    남미의 대표 좌파 지도자이자 ‘제2의 체 게바라’, ‘볼리비아의 우고 차베스’로 불리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55·사진)이 3연임에 성공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12일 볼리비아 대선의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좌파 사회주의운동(MAS)의 후보인 모랄레스 대통령이 61%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야권 후보인 국민통합당(UN)의 사무엘 도리아 메디나 후보는 24%에 그쳤다. 1위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넘기면 당선이 확정된다. 2006년 1월 처음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2020년 1월까지 14년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헌법 개정을 통해 당초 단임제였던 대통령 임기의 연임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09년 12월 대선, 이번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또 개헌을 추진해 2019년 말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볼리비아 독립 200주년인 2025년까지 집권 연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의미다.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그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7명의 형제자매 중 4명이 생후 1년을 넘기지 못했고 고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생존을 위해 코카인 원료인 코카잎을 재배하던 그는 코카잎 재배농 이익단체를 이끌다 1995년 MAS를 창당했다. 그는 지난 9년간 지속적 경제성장, 물가안정, 빈곤층 감소라는 성과를 내 국민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빈민층 및 원주민의 지지가 두텁다. 하지만 반미, 반제국주의 노선을 고수해 미국, 다국적기업, 볼리비아 보수 우파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2008년 9월 미국과 외교관계를 잠시 중단했고 코카잎 재배를 양성화하면서 유엔 등 국제기구와도 충돌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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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대선 호세프 1위… 네베스와 26일 결선투표

    5일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42%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다만 과반을 기록하지 못해 26일 2위 아에시우 네베스 브라질사회민주당 대표와 결선투표를 치른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이날 1차 투표에서 집권 브라질노동자당의 호세프 대통령이 41.6%, 네베스 후보가 33.6%,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사회당 대표가 21.3%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여전사’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시우바 후보는 선거자금과 고정 지지층 부족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3위로 밀려났다. 반면 정치 명문가 후손으로 브라질 우파의 지지를 받은 네베스 후보는 제1야당 대표다운 뒷심을 발휘해 결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결선투표에서도 호세프 대통령이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드러났듯 경제난 심화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부터 이어져온 브라질노동자당 집권에 국민 지지가 견고하다. 네베스나 시우바가 집권하면 지난 12년간 집권당이 추진한 사회복지정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호세프 측의 선거전략도 표심을 자극했다. 현재 호세프 대통령은 네베스 후보와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7∼10%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다만 시우바 후보의 지지표가 네베스 후보 쪽으로 쏠릴 수 있고 과거 대선에서도 2차 투표에서 1, 2위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든 경향이 있어 호세프 대통령의 승리를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네베스 후보는 조부, 외조부, 아버지가 모두 유명 정치인이며 20대에 정계에 입문한 정치 엘리트다. 41세에 연방 하원의장이 됐고 1년 뒤 외조부의 뒤를 이어 미나스제라이스 주지사에 뽑혔다. 브라질 우파의 거두인 외조부 탄크레두 네베스는 1985년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취임을 앞두고 갑자기 숨졌다. 네베스 후보는 하원의장이던 2001년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함께 외국 순방에 나서 3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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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엽기 노벨상이라도 어디야

    노벨상의 계절이다.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평화상(10일), 경제학상(13일)을 받는 영광의 주인공이 발표된다. 문학상은 매년 목요일에 발표됐던 전례로 볼 때 9일이나 16일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인류와 문명 발전에 기여한 주역을 선정하는 노벨상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렇다면 이보다 조금 먼저 발표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은 어떨까. 엽기 노벨상,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노벨상을 패러디했다. 이그(Ig)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 ‘비열하고 품위 없는(ignoble)’ 같은 말에서 따왔다. 한마디로 황당하고 이색적인 연구를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 과학잡지인 ‘규명 불능 연구 연감(AIR)’이 선정한다. 물리 문학 평화 의학 경제 생물학 의학 수학 환경보호 사회의 10개 분야를 시상하고 하버드대 샌더스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을 준다. 처음엔 우스개 연구를 하는 괴짜 학자에게 주는 상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 과학자라면 한 번쯤 받고 싶은 상이 됐다. 2000년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추출해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웃자고 만든 상도 아니고 수상자 면면도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도 흥미롭다. 물리학상은 바나나 껍질의 마찰 계수를 연구한 마부치 기요시 일본 기타사토대 교수가 받았다. 그는 바나나 껍질이 작은 주머니 형태의 다당류 젤로 이뤄져 있으며 이것이 미끄러움을 일으킨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외 ‘고양이 키우기의 정신적 위험성’ ‘절인 돼지고기 조각으로 과다 출혈 막기’ ‘지구 자장과 개의 용변 보는 방향의 상관관계’ 등 재기발랄한 과제를 연구한 팀들이 수상자로 뽑혔다. 매년 이맘때면 한국 언론에 ‘왜 우리는 노벨과학상을 못 받느냐’는 기사가 단골로 실린다. 일본이 16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사실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2002년 명문대 교수도 박사도 아닌 학사 출신 연구원 다나카 고이치 씨가 노벨화학상을 받았을 때 이런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그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왜 한국에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바나나 껍질이 왜 미끄러운지를 연구하겠다고 할 때 지원을 아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이 같은 과제를 연구하겠다고 나서는 학자가 나올 수 있을까. 과학자들의 대단한 업적이 실은 얼마나 사소하고 엉뚱한 물음에서 시작되는지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풍토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노벨상은커녕 이그노벨상 수상도 몽상일 뿐이다. 노벨상이 만년 남의 잔치가 되지 않게 하려면 톡톡 튀는 창의성부터 꺾지 말고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창의성마저 ‘교육’시킨다는 한국 풍토에서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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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전사 vs 女전사… 한발 앞선 호세프, 결선땐 예측불허

    “게릴라 여전사(호세프)냐, 아마존 여전사(시우바)냐.” 5일 치러질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브라질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과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사회당(PSB)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약간 우세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1차 투표에서 절반을 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26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달 26일 여론조사회사 다타폴랴 조사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지지율 47%로 시우바(43%)를 근소하게 앞섰다. 같은 달 15일에는 호세프가 41%로 42%의 시우바에게 간발의 차로 뒤졌다. 그 뒤 호세프 진영은 막대한 선거자금으로 정치 신인 시우바의 경험 부족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퇴임 뒤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까지 이끌어내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다. TV 광고 비용을 시우바 후보보다 5배나 더 많이 쓴 호세프 진영은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거리 유세 때 룰라 전 대통령을 초청해 ‘호세프=룰라의 후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MDA의 지난달 29일 조사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도 47.7%의 지지를 얻어 38.7%의 시우바 후보를 앞설 것으로 관측됐다. 당초 이번 선거는 호세프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올해 1, 2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브라질 경제 침체, 2014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저조한 성적 등으로 집권당 인기가 떨어져 판세가 흔들렸다. 당초 사회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시우바는 8월 13일 에두아르두 캄푸스 사회당 후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져 갑자기 대선 후보가 됐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룰라-호세프로 이어진 브라질노동자당의 12년 집권에 지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적극 끌어냈다. 8월 말∼9월 초 조사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호세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막바지 선거전에서는 자금과 경험을 내세운 호세프 진영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개신교 신자인 시우바 후보의 지지층이 젊은 유권자에 국한돼 있는 것도 불리한 여건이다. 시우바 진영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최근 선거 캠페인에서 ‘동성결혼 지지’ 문구를 뺐지만 장년층 유권자의 눈초리는 여전히 차갑다. 이번 대선은 대조적 이력을 지닌 두 여걸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다. 한때 독재정권에 맞선 게릴라 단체에서 활동했던 호세프 대통령은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하고 경제학 박사를 받은 전형적인 백인 엘리트다. 반면 아마존 정글에서 11명의 자녀 중 한 명으로 태어난 시우바 후보는 자수성가했다. 16세 때 처음 글을 배웠으며 가족 중 문맹을 벗어난 사람도 그가 처음이다. 가정부 등 허드렛일을 하며 26세에 대학을 졸업했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젊은층의 지지를 얻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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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대통령 오바마 “IS 죽음의 네트워크 해체시키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공습에 대해 “죽음의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연합세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에는 폭력적 이슬람 극단주의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IS 합류자들은 전장에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경고했다. 앞서 22일 전격 이뤄진 IS 공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만에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벗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놓았다. 미 국방부는 24일에도 시리아 동부의 이라크 접경지역과 이라크의 바그다드, 아르빌 등을 5차례 공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동부는 IS가 이라크에서 노획한 무기를 들여가는 요충지다. BBC는 이날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도시인 아인알아랍 인근에서도 추가 공습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영국 등 맹방들이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고 러시아는 공개 비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균열 드러낸 강대국 국제정치 시리아 공습 직후 유엔총회로 향한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 대표단을 향해 ‘국제공조’를 외쳤다. 지구촌 분쟁을 동맹국 및 협력국과의 공조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칙은 올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제한적 개입주의’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습에 중동 5개 국가가 참여한 것은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했던 아랍 국가들은 대체로 공습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중동 맹주인 이집트마저 IS 격퇴 작전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다만 전통 우방국인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아직도 공습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공습이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뤄졌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공습 지지 태도를 밝힌 것은 미국의 위안이 되고 있다.○ 중동 내 ‘적과의 동침’ 딜레마 공습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등 수니파 5개국은 ‘적의 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IS의 약화 또는 붕괴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회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시리아-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로 이어지는 중동의 시아파 세력 연대가 더욱 강력해지는 것을 뜻한다. 아직 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않은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공조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란은 IS 퇴치를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지상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미국은 ‘핵 문제와 IS 공조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이 핵 협상에서 융통성을 보여준다면 IS 격퇴 전략에 협력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민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IS 격퇴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돌고 돌아 ‘전쟁 대통령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의도와 무관하게 ‘전쟁을 수행한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S 격퇴가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 상황에 따라선 2017년 1월 퇴임 때까지 IS와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이는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비난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과 충돌한다. 그는 시리아 공습 다음 날인 23일 기자로부터 ‘이번 공습으로 전쟁 대통령(war president)으로 인식되게 생겼는데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고맙다”라고만 답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하정민 기자}

    •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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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피플]유로존 최대 은행, 첫 여성회장 맞아

    스페인에 본사가 있는 유로존 최대 은행인 방코산탄데르가 처음으로 여성 회장을 맞이했다. 산탄데르 이사회는 10일 에밀리오 보틴 전 회장의 큰딸 아나 파트리시아 보틴(54·사진)을 신임 회장으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보틴 전 회장은 하루 전 심장마비로 숨졌다. 신임 회장은 “나와 가족의 어려운 시기에 이사회가 보여준 믿음에 감사하며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임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5개 언어를 구사한다. JP모건 미국 지점에서 일하다 1988년 산탄데르에 입사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부터 영국 산탄데르를 이끌며 그룹 전체 이익의 20%를 거둘 정도로 키워내 경영 능력도 검증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가인 기예르모 모레네스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뒀다. 보틴 전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페인 북부의 작은 은행이던 산탄데르를 세계적 대형은행으로 키워냈다. 예금과 대출에 집중하는 전통적 경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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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9·11과 다크 투어리즘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대참사가 일어난 역사적 장소를 돌아보는 여행을 말한다. 2000년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언대의 존 레넌 교수와 맬컴 폴리 교수가 출간한 같은 이름의 책에서 나온 표현이다. 사고를 반성하며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그리프(Grief) 투어리즘 또는 블랙(Black) 투어리즘이라고도 한다. 9·11테러가 발생한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 평화박물관, 킬링필드의 현장인 캄보디아 투올슬렝 대학살박물관, 원전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발전소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이 중 올해 5월 개관한 9·11 추모박물관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넓은 땅에 두 개의 연못 공원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방대하고 사실적인 자료를 다양하게 갖춰 4개월 만에 뉴욕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떠올랐다. 박물관 안에는 희생자 2983명의 얼굴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 2만3000점, 재난 담당자들의 교신 내용을 포함한 음성 기록 2000건, 생존자와 유족들의 인터뷰 및 당시 상황을 전한 뉴스 보도 등을 담은 500시간 분량의 영상물이 충실히 전시돼 있다. 건물 잔해에서 발견된 희생자의 각종 유품, 불에 타서 망가진 앰뷸런스와 사다리, 생존자 수백 명이 빠져나올 때 사용한 원형 그대로의 계단, 일그러진 세계무역센터 간판 등을 보노라면 13년 전 벌어진 참사의 충격과 아픔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 박물관은 비정부기구인 9·11추모재단이 건립했다. 기부금과 공적자금을 포함해 3억 달러(약 3075억 원)가 넘는 돈이 들었고 공사 기간만 8년 2개월이 걸린 대형 사업이다. 테러 발생 약 5년이 지난 2006년 3월에야 첫 삽을 뜬 것은 자금과 관련 물품을 모으고 유족과 협의하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 사회가 9·11을 기리는 방식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참사가 일어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6월 “희생자 추모비와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한 뒤 구체적인 진척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건립 및 운영 주체를 누가 맡고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특히 엄숙하고 진지한 추도의 장소가 자칫 싸구려 단체관람지로 변질되지 않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그렇다. 물론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수색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긴 하다. 다만 이와 함께 논의해야 할 중요 사안들이 세월호 특별법 정쟁(政爭) 때문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 안타깝다. 뼈아픈 참사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그 기억을 쉽게 지우지 말아야 한다. 망각의 늪에 빠지면 반성과 발전은 없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말이 어폐가 있을 수 있고 꼭 박물관 건립이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릴지에 대한 논의를 더 미뤄선 안 될 것 같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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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경찰, 범인 추적 과정서 TV 제작진 1명 오인 사살

    미국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 경찰이 식당에 든 강도를 추적하던 중 이 과정을 찍고 있던 TV 프로그램 제작진 1명을 오인 사격해 그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언론들은 27일 경찰을 소재로 한 유명 리얼리티 쇼인 '캅스(Cops)'의 음향 담당 직원 브라이스 다이언(38)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989년 폭스 방송이 만든 캅스는 25년간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왔으며 지난해 제작사가 스파이크 TV로 바뀌었다. 이날 사고는 오마하 경찰이 남성 강도 용의자 체포를 위해 한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이 용의자가 경찰에 공기총을 발사하자 경찰은 즉각 응사했고 범인은 총에 맞은 채 레스토랑 밖으로 도망치다 숨졌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과정을 보고 있던 다이언도 경찰의 총에 숨졌다는 것. 다이언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탄알 1발이 그의 팔을 거쳐 가슴을 관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슈마데레르 오마하 경찰서장은 "경찰관들이 무척 상심한 상태다. 브라이스는 그들과 매우 친했다"고 밝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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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發 커피플레이션 온다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두가격이 갈수록 치솟는 데다 세계 커피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세계 2, 3위 생산국인 베트남과 콜롬비아에서도 커피 수요가 급증하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커피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브라질 커피 생산이 2013년보다 18% 적은 4010만 자루(1자루는 60kg)에 그칠 전망이라고 26일 보도했다. 또 내년 생산량은 4000만 자루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브라질 커피 생산량도 2012년보다 3.1% 줄어들어 3년째 생산 감소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브라질 커피 생산량이 3년 연속 줄어든 것은 1965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커피 농장이 밀집한 브라질 남동부는 10년 만의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무지아나, 세라두 등 주요 커피 산지에는 올해 1∼8월 과거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비가 내렸다. 곳곳에서 땅이 갈라지고 있지만 관개시설과 저수지가 부족해 주민들이 비가 오기만을 기도하는 형편이다. 수출에 주력했던 커피 생산국의 자국 내 수요가 급증한 것도 수급 불안을 부추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올해 브라질 커피 수요가 총 103만 t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미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커피 소비를 주도했지만 이제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등이 소비를 이끈다는 것. 임금 수준이 높아진 베트남의 커피 판매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커피 원두 값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브라질이 주산지인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올해 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원자재 가격이 불과 5.7% 오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블룸버그는 올해 말까지 원두 값이 20% 이상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국 커피업체 스타벅스와 J.M. 스머커는 이달 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스타벅스와 커피빈, 동서식품이 가격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가격이 미국의 2배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21일 세계 커피 공급 부족 현상이 201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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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준, 매파 목청 높여… 조기 금리인상 신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금리 조기 인상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연준이 공개한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대다수 참석자들이 지금의 초저금리 정책을 바꾸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12명의 FOMC 위원 중 공석인 연준 이사 2명을 제외한 1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 축소를 향해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연준이 정한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넘어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기준인 고용과 물가가 기대 이상의 개선을 보이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회귀하는 ‘출구전략’을 앞당겨 인플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예상보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당초 금융시장은 연준이 10월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정책을 종료한 뒤 내년 하반기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무함마드 엘에리언 전 최고경영자는 “임금 인상률이 개선되는 모습만 보이면 연준이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 유입됐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비관론과 금리인상은 경기 호전을 전제로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의견이 맞선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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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IS는 癌덩어리”… 미군, 요충지 14회 공습

    미국인 기자가 참수되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외교노선인 ‘제한적 개입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또 다른 미국 인질 스티븐 소틀로프 기자까지 처형하겠다고 위협해 공습 외에 추가 군사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IS를 ‘암(cancer)’으로 규정하며 “이 시대에 IS가 발붙일 곳은 없다. 미국은 IS에 무자비해질 것이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추가 군사 조치를 언급하진 않았다. 특히 미군이 참수당한 제임스 폴리 기자를 포함해 IS가 억류한 미국인 인질 구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제한적 개입주의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질들이 억류됐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시리아의 한 지역에 특공대를 투입했지만 인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한적 개입주의는 미국 이익이 직접 침해받거나 미국 본토가 공격을 당할 때만 군사 개입을 단행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라크에 미군이 공습을 실시하면서부터 이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미군은 오바마 대통령 회견 직후에도 이라크 북부 모술 댐 부근의 IS 목표물을 14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미 하원 대테러소위 위원장인 피터 킹 의원(공화·뉴욕)은 “IS가 폴리기자를 참수한 것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군사개입 확대를 촉구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에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프랑스는 아랍국도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자고 주문했다. 한편 미 언론들은 IS가 최근까지 폴리기자의 석방 대가로 1억 유로(약 1360억 원)를 가족과 소속사인 글로벌포스트에 요구했으나 미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테러범에게 몸값을 주면 납치가 반복된다며 협상을 거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폴리기자가 숨진 데다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이 더 있어 이 원칙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하정민 기자}

    •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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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교황같은 지도자를 보고싶다

    2002년 초 미국 보스턴 대교구의 60대 신부 존 지오건이 10세 소년을 추행한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가 30년간 다른 소년 130명에게 비슷한 일을 저질렀음이 밝혀졌다. 대교구는 이를 알면서도 지오건의 담당 교구만 계속 바꿨다. 수감된 지오건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동료 죄수에게 목을 졸려 숨졌다. 사제 성범죄 문제가 있을 때마다 바티칸은 늘 사제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이 사건으로 가톨릭의 조직적 은폐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요즘 말로 적폐(積弊)다. 바티칸이 뒤집혔지만 파킨슨병을 앓던 말년의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후임 베네딕토 16세는 더했다. 그의 형 게오르크 라칭거 신부가 한때 이끌었던 소년성가대 내의 추행이 밝혀져 교황 개인의 권위까지 추락했다. 세계 곳곳에서 유사 사건이 드러났고 소송비와 합의금으로 파산하는 교구가 속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존립을 뒤흔든 이 문제에 응답한 유일한 교황이다. 올해 3월 아동성추행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7월 피해자를 만나 사과했다. 모두 역대 교황 최초다. 유엔이 교황청 대표를 조사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바티칸 내부와 마피아 연루 의혹에도 칼을 댔다. 역대 교황 최초로 마피아를 파문했고 돈세탁, 횡령, 마피아 연계설에 휩싸인 바티칸은행 경영진을 싹 바꾸고 계좌 1600개도 폐쇄했다. 말이 쉽지 목숨을 걸고 내린 결단이다. 전임 교황들이 교회 내 성범죄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가톨릭의 최대 치부를 공개했을 때 예상되는 엄청난 파장과 수많은 추가 소송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마피아에 맞서고 교황청 내부를 개혁하는 일도 보통 용기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조직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위 사제, 정치인, 판사도 죽이는 집단이 마피아다. 마피아 연계 의혹을 받던 한 주교를 해임한 요한 바오로 1세는 즉위 33일 만에 급사했다. 독살설은 아직도 나돈다. 교황의 개혁이 성공할지 예단할 수 없다. 여러 교황이 나름의 쇄신을 시도했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신변 위협도 있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한 그가 설교하려던 성당에서 폭탄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는 “이 나이에 무엇이 두렵겠느냐”며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 4박 5일간 세월호 참사 유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고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를 어루만진 교황의 여운이 짙다. 그가 한국에서만 반짝 감동을 준 게 아니라 2000년 된 가톨릭 조직 곳곳의 병폐를 해소하는 가운데 전 세계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듬는 일까지 소홀하지 않았기에 울림이 더 크고 깊다. 요즘 우리 사회에선 누구나 혁신과 개혁을 외친다. 하지만 교황처럼 목숨과 지위를 걸고 나서는 지도자가 안 보인다. 작은 차를 타고 허름한 숙소에 묵는다고 교황과 비슷해지는 게 아니다.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개혁에 수반되는 거센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교황을 바라보던 국민의 눈에 대한민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허전하게 비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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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미주리 퍼거슨市 전쟁터 방불… 州방위군 투입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미국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 군 사건으로 시위가 격화하자 제이 닉슨 미국 미주리 주지사가 18일 퍼거슨 시에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닉슨 주지사는 이날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이 고조되고 있다. 주 방위군이 이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군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닉슨 주지사는 16, 17일 이틀간 퍼거슨 시에 야간 통행금지를 포함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젊은 흑인이 대다수인 수백 명의 시위대는 통금이 발효되는 18일 0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시내 곳곳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현장은 전쟁터처럼 변했다. 이날 시위는 브라운 군의 2차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크게 확산됐다. 퍼거슨 시 경찰이 주도한 1차 부검에 대해 반발한 유족이 독립적인 부검에 나선 것이다. 2차 부검을 실시한 뉴욕 시 검시관 출신의 법의학자 마이클 베이든 박사는 “두 발은 머리에, 네 발은 오른팔에 맞았다. 몸에 탄약가루가 묻어 있지 않은 만큼 총알이 가까이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총알이 멀리서 발사됐다는 대목은 경찰이 10대 비무장 소년을 조준 사격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베이든 박사가 브라운 군의 옷을 검사한 것은 아니어서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퍼거슨 시 경찰은 당초 브라운 군의 사인이 총상이라고 밝혔을 뿐 몇 발을 어디에 쏘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7일 브라운 군에 대한 연방 차원의 2차 부검을 지시했지만 유족은 이와 별개로 부검을 실시했다. 연방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건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7일 밤 백악관으로 돌아와 이틀간 머물며 이 사건을 최대 현안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 수사관 40여 명을 추가로 퍼거슨 시에 파견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하정민 기자}

    • 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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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의 女참여 통한 성장전략, 성희롱-야유 횡행 日선 힘들것”

    여성의 경제 참여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구상이 일본 특유의 여성비하 문화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도쿄신문이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CRS는 1일 ‘일본의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의 경제 참여를 통한 경제성장)’라는 보고서에서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 사회 풍토, 여성 근로자를 배려해주지 않는 직장 문화가 위미노믹스의 정착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남성 근로자 중 육아 휴직을 택한 사람의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근로자의 긴 노동시간, 업무 후 직장 동료와 종종 술자리를 갖는 문화 또한 아이가 있는 여성 근로자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일본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의 소득 차이는 세계 선진국 중 가장 높은 편이라고 CRS가 지적했다. 2020년까지 여성 지도자를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현재 아베 내각의 여성 각료는 전체 19명 중 2명에 불과하다. CRS는 올 6월 도쿄 도의회에서 일어난 여성 의원에 대한 성희롱이 ‘여성 지도자를 멸시하고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만 국한돼 있다고 간주하는 뿌리 깊은 정치 문화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각국 여성 리더 약 100명을 도쿄로 불러 국제회의를 연다. 아베 총리는 이를 매년 개최해 여성판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CRS는 지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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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감 25년만에 친딸살해 누명벗은 재미교포

    수련관에 불을 질러 친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재미교포 이한탁 씨(79)가 2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미국 연방법원 펜실베이니아 지법의 윌리엄 닐런 판사는 8일 이 씨에 대한 유죄 평결 및 종신형 판결을 무효화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주 검찰에 120일 안에 새 증거를 찾아 그를 재기소하거나 이 씨를 석방하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1989년 7월 29일 새벽 불을 질러 우울증을 앓던 큰딸(당시 20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그의 딸은 펜실베이니아 주 포코노 산의 한 수련관에 머물렀고 이 씨는 딸을 보려고 이곳을 찾았다. 당시 오전 3시쯤 수련관 숙소에서 불이 났고 그는 딸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불길을 견디지 못해 먼저 뛰어나왔다. 그의 딸은 결국 숨졌다.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은 이 씨가 휘발유 등 여러 발화성 물질을 건물 내부에 뿌려 불을 질렀다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이 씨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항소와 재심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기각 당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인 피터 골드버거 씨가 뉴욕 시 소방국 화재수사관 출신인 존 렌티니 씨의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한 뒤 법원이 증거 심리를 명령했다. 2012년 미 항소법원은 “이 씨의 옷에 묻은 발화 물질이 모두 다른 등 당시 검찰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렌티니 씨의 증언을 받아들였다. 그 후 2년여 만인 올해 5월 29일 열린 증거 심리에서 검찰은 렌티니 씨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다. 골드버거 변호사는 빠른 시일 내에 이 씨에 대한 보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씨는 올해 안에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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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의 노벨평화상’ 막사이사이상, 필리핀 교육자 할라산 씨 등 6명 선정

    ‘아시아의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재단은 31일 필리핀 교육자 란디 할라산(사진), 중국 경제잡지 차이징(財經)의 편집인 후수리(胡舒立) 씨 등 6명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필리핀 온라인 매체 인콰이어러넷이 보도했다. 특히 32세인 할라산 씨는 필리핀 최대 분쟁지역 민다나오 섬에서 소수 부족과 함께 생활하며 아동 교육에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시상식은 이달 31일 마닐라에서 열리며 1만 달러의 상금과 메달이 수여된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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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 유엔학교 또 피격… 19명 사망

    이스라엘이 30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소로 이용하고 있는 가자지구 내 자발리야 난민캠프 유엔학교에 탱크로 포격을 가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다쳤다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대변인은 이날 오전 4시 반쯤 이스라엘이 이 학교에 집중 포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포탄 여러 발이 짧은 간격으로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교실 두 곳과 목욕탕에 떨어져 벽이 무너지거나 구멍이 뚫리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유엔학교 공격은 벌써 두 번째다. 이스라엘은 24일에도 가자 북부 베이트하눈의 유엔학교 건물을 공격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아직 이날 포격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29일에는 이스라엘 군이 가자 내 75곳을 포격해 무려 128명이 숨졌다. 8일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한 뒤 하루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이날 공격으로 가자의 유일한 화력발전소도 완전히 파괴됐다. 외부 전력 공급이 대부분 끊긴 상황에서 가자지구 전력 공급의 3분의 2를 담당했던 이 발전소마저 가동을 멈춤에 따라 가자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3일째 계속된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최소 1240명이 숨지고 7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민간인 3명과 군인 53명 등 56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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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가자분쟁을 보는 우리의 자세

    나크바(nakba).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한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인 80만 명이 추방당하고 1만5000명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교전으로 1100명 이상이 숨지면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가렸던 나크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이 3년째로 접어들자 연합군 리더 영국은 애가 탔다. 독일 잠수함이 곳곳에서 연합군 함선을 격침했지만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으로 집안 단속도 힘겨워 큰 도움이 못 됐다. 유대 자본의 힘이 절실했던 영국 외교장관 아서 밸푸어는 1917년 7월 유대계 거부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유대 독립국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편지를 보낸다. 그 유명한 밸푸어 선언이다. 문제는 영국이 세 다리를 걸쳤다는 점. 영국은 독일 편인 오스만튀르크를 교란하기 위해 오스만 치하의 팔레스타인에도 독립을 약속했다. 같은 편 프랑스와는 전쟁 뒤 두 나라가 중동을 나눠먹자는 사이크스피코 협정도 맺었다. 일종의 삼중 사기다. 밸푸어가 뛰어난 외교관일 순 있어도 훌륭한 인간은 아닌 이유다. 식민통치에 대한 관점으로는 딱히 나을 것도 없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조차 “밸푸어는 도덕적이지만 사악하다”고 했다. 영국이 만든 불길에 기름을 부은 건 미국.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편만 들며 유엔 결의안 채택을 반대해왔다. 이에 미국 유명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미친 개에게 물렸을 때 그 책임은 개가 아니라 주인에게 있다. 현 사태의 책임도 이스라엘을 지지한 미국에 있다”고 원색적 비판을 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언론도 앞다퉈 이를 보도한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피해자들의 참혹한 사진이 시시각각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너무 피상적이다. 한국형 ‘아이언 돔(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체제)’ 도입이 절실하다느니, ‘한국인과 유대인은 교육열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는 그들의 저력을 본받자’느니 하는 글을 볼 때마다 피해자의 아픔보다 가해자의 물질적 성공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의 ‘리트윗’ 버튼을 누르는 손길 또한 피로 흥건한 참상을 구경거리로 여기는 것 같다면 과장일까. 힘의 논리를 무시한 순진한 발상이라고, 먹고살기 바쁜데 지구 반대편 비극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는 알아도 ‘나크바’를 모르는 이가 태반인데 이 정도 관심이 어디냐는 반박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구 먼 곳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이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강대국 간 땅따먹기로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한국 현대사가 그 증거 아닌가. 기계적 중립 혹은 이스라엘 편향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시선이 필요한 때다. 이런 노력이 당장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해도.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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