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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 다들 왜 그런데요?”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자세를 낮췄다. 13일 2018∼2019시즌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본보가 실시한 10개 구단 감독 설문조사에서 유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사령탑이 모두 우승 후보로 현대모비스를 꼽았다는 결과를 전달했을 때였다. 현대모비스는 라건아(라틀리프)를 영입하고,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센터 이종현이 복귀해 높이를 보강했다. 양동근, 문태종, 함지훈, 이대성, 박경상에 외국인 선수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유 감독은 “무엇보다 식스맨이 많아진 게 긍정적인 요소다. 몇 년 전 현대모비스 전성기 시절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던 선수들이 이젠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체력 부담과 열정 유지는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평균 연령은 28.8세로 SK(29.1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감독들은 KCC(6표), SK(5표)도 우승권으로 분류(복수 응답 가능)했다. 목표를 우승으로 밝힌 사령탑은 KCC 추승균 감독이 유일했다. 추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만족스럽다. 하승진도 좋다. 내·외곽 조화가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KCC 브랜든 브라운은 지난 시즌 전자랜드에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는 자유 선발에 장신(200cm 이하), 단신(186cm)으로 나뉘었다. KCC 마퀴스 티그, LG 조쉬 그레이, 현대모비스 섀넌 쇼터 등은 실력파 단신 외국인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단신 외국인 선수 가세로 감독들은 공통적으로 빠른 농구를 강조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SK는 애런 헤인즈, 최준용 등 주축 선수 부상으로 시즌 초반 고전을 예상했다. 데뷔 무대였던 지난 시즌 9위에 그쳤던 LG 현주엽 감독과 새롭게 프로 무대에 뛰어든 지난 시즌 최하위 KT 서동철 감독은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SK텔레콤이 타이틀을 맡은 이번 시즌 공식 명칭은 ‘SKT 5GX 프로농구’다. 이정대 총재가 이끌고 있는 KBL은 통합티켓시스템 도입을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관중 증가를 노리고 있다. 직장인 관람 편의를 위해 평일 경기 시작을 오후 7시 30분으로 30분 늦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종석 kjs0123@donga.com·정윤철·임보미 기자}

NH농협은행 여자테니스 팀이 고사리 손을 위해 뜻 깊은 재능기부에 나섰다. NH농협은행 여자테니스 팀 김동현 감독과 정영원, 최지희, 박상희, 김세연 등 선수들은 8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테니스장에서 ‘농촌지역 어린이 초청 매직 테니스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평소 테니스를 접하지 못한 전북 고창군 성내, 신림 초등학교와 부안군 백산, 백룡 초등학교 4~6학년 남녀 어린이 60명이 나와 밝은 표정으로 그립, 스트로크 등 기본을 배웠다. 다음주 전북 완주에서 열리는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앞둔 NH농협은행 테니스부 선수들은 바쁜 일정을 쪼개 어린이들과 추억 쌓기에 나섰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어린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고안한 매직 테니스는 기존 라켓, 볼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용품을 사용한다. 이날 행사에는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송하진 전북도지사도 참석했다. 테니스부 감독 출신인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박용국 단장은 “지역에서 처음 여는 매직 테니스 행사인데 어린이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보람이 크다. 22일 개최 예정인 대전 행사도 기대가 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무대에는 6명의 필드 스타들이 올랐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두 명에게 집중됐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박성현(25)과 2위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은 마치 타이틀매치를 앞둔 프로복서처럼 번갈아 질문 공세를 받았다. 8일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 공식기자회견 자리였다. 두 선수는 하루 전날인 7일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맞붙은 뒤 11일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리턴매치를 갖는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박성현이 2홀 차로 패해 설욕을 노리게 됐다. 두 선수는 전날 경기를 되짚으며 말문을 열었다. “어제 박성현이 먼저 말도 걸어 굉장히 재밌게 경기했다. 박성현은 단점을 찾기 힘들다. 운이 따랐다.”(쭈타누깐) “에리야는 장타에 쇼트게임까지 훌륭했다. 많이 배웠다. 어제 에리야가 ‘이 많은 사람이 다 너의 팬이냐’고 물어봐 ‘아니다. 반은 내 팬이고, 반은 네 팬’이라고 답했다.”(박성현) 두 선수는 소문난 장타자다. LPGA투어에서 박성현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71.2야드(5위)이며 주로 3번 우드로 티샷을 하는 쭈타누깐은 267.3야드로 12위에 올라있다. 박성현은 “에리야는 3번 우드로 나보다 멀리 친다. 같이 칠 때 거리는 마음을 비워야 할 정도”라며 웃었다. 반면 쭈타누깐은 “내 생각은 다르다”며 상대를 치켜세웠다. 두 선수는 이번 결과에 따라 세계 랭킹이 뒤바뀔 수도 있다. 1라운드 조편성은 9일 발표되는데 같은 조로 묶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현은 “쭈타누깐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와의 경쟁이 내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인비, 유소연, 김인경은 출전하지 않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2018~2019시즌 주목할 신인으로 임성재(20)를 지목했다. 올해 웹닷컴(2부) 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상금 1위에 오른 경력을 높이 산 것이다. 괜한 칭찬은 아니었다. 임성재는 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오픈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밸리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노스(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비록 1타 차로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챔피언 조에서 화끈한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두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로 출발한 그는 1, 2번홀 연속 보기로 주춤거렸다. 이대로 주저앉는 듯했으나 매서운 뒷심으로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15번홀(파5)에서 222야드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한 뒤 4.5m 이글 퍼트를 놓친 게 아쉬웠다. 성공했더라면 연장전도 가능했다. 이날 상금은 웹닷컴 투어 한 시즌 동안 받은 약 53만 달러의 절반 정도인 24만 달러였다. 331.5야드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를 기록한 임성재는 경기 후 동반자였던 PGA투어 9승의 브랜트 스네데커(38)에게 고개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했다. 그는 “스네데커는 어려서부터 TV로 보던 선수여서 같이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그는 “첫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오면 덜 긴장하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승은 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거둔 밥 트웨이의 아들 케빈 트웨이에게 돌아갔다. 트웨이는 스네데커, 라이언 무어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이겨 PGA투어 첫 승을 신고하며 부자 챔피언의 영광도 안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핫식스’ 이정은(22)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사상 첫 6관왕에 올랐다. 대상, 다승(4승), 상금(약 11억4900만 원), 평균타수(69.80타) 등 주요 부분을 싹쓸이했다. 개인 타이틀 가운데 가장 애착이 많은 건 평균타수다. 이정은은 “평균타수가 적다는 건 그만큼 우승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고르게 잘해야 한다.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지키고 싶은 타이틀로도 평균타수를 첫 손에 꼽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평균타수 1위를 유지하던 이정은은 8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골프장에서 끝난 K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2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했다. 태풍 영향으로 거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3번 홀에서 4번홀로 이동하다 내리막 카트 도로의 과속 방지턱에 칠한 페인트 부분을 밟았는데 너무 미끄러워 중심을 잃었다. 넘어지면서 무릎을 부딪쳤고 오른쪽 손목으로 지면을 짚다 부상을 입었다. 이정은은 이후에도 플레이를 강행해 78타로 경기를 마쳤다. 당시 부상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경기를 계속하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어졌다. 샷 할 때마다 통증을 느껴 심리적인 부담이 생긴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만약 이정은이 2라운드 도중 경기를 포기했다면 그의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해 시즌 평균타수 계산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은은 이날 18홀을 다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기권을 해 평균타수를 갉아먹게 됐다. 지난주 69.5763타로 1위였던 이정은의 평균 타수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종료 시점에는 69.8728타로 올라갔다.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위 최혜진(69.9327타)과의 격차는 0.2511타에서 0.0599타로 줄어 시즌 막판 초접전 양상이 됐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이정은이 부상 직후 기권했다면 최혜진과 격차는 0.3564타로 더 벌어질 수 있었다. 이정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크라우닝 김정수 대표는 “평균타수를 관리한다는 의심을 받기 싫어 이정은 프로가 끝까지 완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정은 역시 “다친 뒤 바로 기권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메이저 대회였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평균타수 기록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도 여러 차례 출전하느라 KLPGA투어 출전 대회수가 적었기에 기권으로 괜한 구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정은은 이번 시즌 15개 국내 대회에 나서 보통 20개 이상을 소화한 다른 선수들보다 출전 대회수가 적다. KLPGA투어 규정에 따르면 상금 랭킹은 전체 대회(28개)의 30%, 평균타수는 50% 이상(14개 대회)만 출전하면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KLPGA 한 관계자는 “일부 상위권 선수들이 스코어가 안 좋을 경우 기록 관리를 위해 부상 등을 이유로 고의 기권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록상을 폐지했던 프로농구 기록을 다투는 스포츠 세계에서는 때론 개인 타이틀을 향한 과열 경쟁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2003~2004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날 경기가 기록 밀어주기 추태로 얼룩진 적이 있다. 당시 전자랜드 문경은(현 SK 감독)은 TG삼보와의 경기에서 역대 최다인 3점슛 22개 터뜨리며 66점을 퍼부었다. 하지만 모비스 우지원도 같은 날 3점포 21개에 70점을 터뜨려 3점슛 1위를 차지했다. 2년 연속이자 통산 4번째 3점슛왕을 노렸던 문경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문경은, 우지원의 3점포 폭발은 상대 팀의 느슨한 수비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승패에 큰 의미가 없던 경기였기에 상대 팀 선수의 기록상 도전에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겠다는 그릇된 동업자 정신이 작용했다. 당시 TG삼보 김주성은 전자랜드전에서 블록슛을 11개나 하며 국내 선수 첫 블록슛왕에 트리플더블까지 했다. 문경은이 뛴 전자랜드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올 만 했다. 영광스러워할 기록상이 민망한 지경에 이르게 되자 한국농구연맹(KBL)은 기록에 따른 시상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기록 관리로 만든 타격왕 논란 프로야구에서 타율은 일단 규정 타석만 채우면 시즌 막판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하다. 타격왕 안정권에 들어간 경우 감독은 포스트시즌 대비나 컨디션 난조 등을 이유로 해당 선수를 더그아웃에 줄곧 앉혀놓는 경우도 있다. 타율을 까먹지 않게 할 의도다. 1984년 삼성 이만수는 정규시즌 2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타율 0.340으로 2위 롯데 홍문종(0.339)에 불과 1리(0.001) 차이로 쫓겼다. 묘하게도 삼성의 마지막 2경기 상대는 롯데였다. 당시 김영덕 삼성 감독은 롯데와 2경기에 이만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대신 홍문종을 9타석 연속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이만수는 홈런, 타점에 이어 타율까지 1위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최초 타격 3관왕에 올랐지만 기록을 위한 기록이라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는 롯데 최동원에게 돌아갔다. 2009년 LG 박용택과 롯데 홍성흔의 타격왕 경쟁도 막판까지 뜨거웠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타격 1위 LG 박용택의 타율은 0.374, 2위 롯데 홍성흔은 0.372였다. 당시 LG 김재박 감독은 박용택을 뺐다. 그리고 홍성흔을 4연타석 볼넷으로 걸렀다. 결국 박용택(0.372)은 0.001 차로 홍성흔을 제치고 타격왕이 됐지만 오랜 세월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미국 메이저리그 테드 윌리엄스(보스턴)는 1941년 시즌 마지막 날 연속 경기를 앞두고 타율 0.3995를 기록하고 있었다. 반올림하면 4할이었다. 타석에 나가지 않아도 11년 만에 4할 타자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감독에게 굳이 출전할 필요가 없다는 권유까지 들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진정한 4할 타자가 되지 않는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마지막 2경기에서 8타수 6안타. 시즌 타율 0.406은 그렇게 탄생됐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순위표에는 두 명의 김지현이 나란히 공동 선두로 이름을 올렸다. 4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 때 일이다. 한명은 한화 김지현이고 다른 한 명은 롯데 김지현이다. 두 선수는 27세 동갑내기다. 이날 경기 초반에는 박주영(동부건설)과 박주영5가 나란히 선두권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한 날 한 시에 프로 입문 동명이인인 두 선수는 2009년 6월 나란히 프로 테스트를 통과한 입문 동기다. KLPGA투어는 1부 투어와 드림(2부) 투어에서 활동하는 정회원의 경우 이름이 같은 선수는 입회 순서에 따라 이름 뒤에 숫자를 붙여 구분한다. 홍길동1, 홍길동2, 홍길동3…, 이런 식이다. 한화 김지현과 롯데 김지현은 입문시기가 같아 당시 평균 타수에 따라 번호가 갈렸다. 한화 김지현의 회원 번호가 653번, 롯데 김지현은 656번을 받아 이름 뒤에 ‘2’가 붙었다. KLPGA투어 리더보드에 김지현과 김지현2가 엇갈린 이유다. 두 선수는 KLPGA투어에서 시즌 1승씩을 포함해 똑같이 통산 4승씩을 기록했다. 상금 랭킹은 김지현2가 11위, 김지현은 15위다. 이름이 같아 겪는 에피소드도 많다. 김지현은 “아직도 헷갈리는 분들이 계시다. 그럴 때는 제가 아니다 ‘롯데 지현’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 동료 선수는 “연습 그린에서 지현아 라고 부르면 두 선수가 동시에 쳐다보는 일이 많다”며 웃었다. 김지현2는 2016년까지 무관에 그치다 지난해 3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은 김지현의 활약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한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는 두 선수는 2016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때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초청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 1라운드에선 1,2위에 올랐다. 그동안 동반 플레이를 숱하게 했다는 두 선수가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적은 없다. 김지현은 “지현이랑 경기 스피드도 잘 맞고 재밌게 친 기억이 난다”며 “2,3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김지현 3승, 김지현2 2승에 ‘지현’이란 이름을 가진 오지현 2승, 이지현 1승을 거둬 ‘지현 천하’라는 말이 나온 적도 있다. ●최다 동명이인은 이정은과 김민지KLPGA투어에 따르면 현재 정회원 1242명 가운데 동명이인인 선수는 192명(이름수 83개)에 이른다. 정회원과 준회원(점프투어), 티칭프로를 포함해 가장 많은 동명이인을 갖고 있는 이름은 이정은과 김민지로 각각 8명에 이른다. 이정은은 지난해 ‘핫식스’라는 별명과 함께 KLPGA투어 전관왕에 오른 막내 이정은6가 선두주자다. 이정은은 “저를 부를 때 이름을 빼고 ‘식스야’라고만 부르는 선배나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6 보다 8세 위인 이정은5는 K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올린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다. 이정은5는 캐디백과 골프화에 이름과 함께 영어로 ‘FIVE’라고 새겨 눈길을 끈다. 이정은은 정회원만 6명에 이르며 준회원은 2명에 이르는 최대 계보를 자아한다. 이정은6는 “앞으로 이정은 언니가 1부 투어에 올라오면 이정은7도 탄생한 날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정은6은 자신의 볼을 구별하기 위해 공에 숫자 ‘6’을 큼지막하게 써둔다. 고카페인 음료인 ‘핫식스’에서 따온 별명은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세영이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이정은, 김민지 다음으로 많은 이름은 김민정과 박소현으로 각각 7명이다. 김민선5의 팬클럽 회원들은 ‘FIVE STAR’라는 모자를 쓰기도 한다. 선수 등록 때 부여받은 숫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브랜드화 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2016년 한국여자오픈 1,2라운드 조편성 때는 동명이인을 한 조에 묶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명이인에게 숫자를 부여하는 정회원과 달리 준회원은 이름 뒤에 영어 대문자가 따르며 티칭프로는 영어 소문자로 구별한다. 김지현은 김지현A, 김지현a도 있다. 이름 뒤 숫자가 건너 뛴 경우도 있다. KLPGA 홍보팀 임정수 사원은 “특정번호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 결번 처리하고 다른 번호를 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숫자 4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경우 5를 주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박세리2의 꿈 한때 국내 야구에 국민타자 이승엽과 동명이인 이승엽이 활약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은 LPGA투어 개척자로 불린다. 이 가운데도 동명이인을 갖고 있다. 박세리가 이모나 고모뻘인 박세리2(21)는 드림투어에서 뛰며 내일의 필드 스타를 꿈꾸고 있다 원조 박세리의 US여자오픈 ‘맨발 투혼’ 1년 전인 1997년 태어난 박세리2는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박세리2 아버지 박승호 씨는 “골프를 모를 때 그저 한글 이름이 예뻐서 지었다”며 “우리 세리가 중학생 때 우연한 자리에서 박세리 프로님을 만나 조언도 듣고 하면서 롤모델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에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프로 전향 후에는 박세리 프로의 업적에 버금가는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당찬 목표를 갖게 됐다고 한다. 175cm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박세리2는 최근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0년 1부 투어 승격을 노리고 있다. ‘땅콩’ 김미현은 의외로 동명이인이 없으며 박지은2 역시 드림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4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출전 8개국 선수들의 개성 있는 유니폼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1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한국의 박성현과 유소연은 흰색 바탕에 어깨엔 빨간 줄, 허리엔 파란 줄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었다. 호주 대표팀 상의는 전통적인 색깔인 녹색이었다. 각국 선수단에 지급된 유니폼은 대회 공식 의류 스폰서인 JDX멀티스포츠가 자체 제작해 지원했다. JDX는 선수, 스태프 등 약 800명에게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대회 개막에 앞서 열린 유니폼 쇼케이스에는 500명 넘는 인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선수 유니폼은 대회 기간에 한정 판매한다. 이 회사 김한철 대표는 “공식 유니폼은 각 나라의 국기가 지닌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JDX의 전문성을 반영하고자 했다”며 “공식 유니폼을 통해 20년간 이어온 JDX 브랜드만의 저력과 위상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NH농협은행 여자 정구부는 1959년 창단 후 이제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 한국 정구 스타의 산실이 됐다. 1994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아경기에서만 23개의 메달(금 13, 은 8, 동 2개)을 수집했다. 비인기 스포츠 정구를 효자종목으로 이끈 NH농협은행이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뛰어들었다, 6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경기 고양시 농협대에서 시도대항 생활체육전국정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 대회는 7개 시도에서 약 330명이 출전하는 정구 축제다. 단체전 9개부와 개인전 4개부에 걸쳐 정구 동호인 최고수를 가린다. 정구는 테니스보다 경기 시간이 짧고, 신체에 부담이 작아 어르신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스포츠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 소속인 김동수 김문석 씨는 만 90세의 나이로 출전 신청을 마쳤다. NH농협은행이 생활체육 정구 대회를 후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구 감독 출신인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부단장은 “정구 동호인들도 엘리트 선수처럼 더욱 쾌적한 대회 환경에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계속 출전하고 싶은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처장은 “동호인 체력 향상과 정구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NH농협은행과 정구단의 재능기부 성격도 띠고 있다”고 대회 의미를 설명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4년 10월 3일 개천절에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인천 아시아경기 정상에 올랐다. 한국을 12년 만의 금메달로 이끈 주역은 유재학 대표팀 감독(55)과 간판 슈터 문태종(43)이었다. 그로부터 딱 4년이 흘러 3일 유 감독과 문태종은 현대모비스 선수단과 함께 부산행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13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고지 울산에서 코트 적응 훈련에 나설 목적이었다. 문태종이 5월 오리온을 떠나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데는 다시 한번 유 감독과 함께 우승의 꿈을 이룬 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미국 집 트로피 룸에 잘 모셔뒀다. 대표팀에서 유 감독님과 동고동락했기에 익숙함이 있다. 당시 대표팀 동료였던 양동근, 이종현과 다시 뛰는 것도 너무 반갑다. 라틀리프(라건아)와의 호흡도 잘 맞는다. 모비스는 내 마지막 팀이 될 것이다. 우승반지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모비스에는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너무 많고, 누구 하나 게으르거나 포기하는 동료가 없다. 시즌이 기다려진다.” 유 감독은 문태종과 같은 나이(43세)였던 2006∼2007시즌에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고 처음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예전 같으면 이미 지도자의 길을 걸었을 문태종은 그 어느 때보다 시즌 준비에 공을 들였다. 2일 삼성과의 연습경기가 열린 경기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세월은 못 속인다. 무릎, 발목, 팔꿈치가 예전 같지 않아 지난 몇 달 동안 근력 강화에 집중했다. 1주일에 다섯 번 매일 훈련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문태종은 미국 집에 3000달러(약 336만 원)짜리 하체 강화 운동 기구까지 들여놓고 몸을 만들었다. 농구 선수인 그의 둘째 아들(12세)은 아버지 훈련 파트너를 자처했다. 문태종은 “아들 키가 194cm인데 신발 사이즈는 350mm나 된다. 아들과 농구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근력 테스트 결과 문태종이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보다 더 좋게 나온 항목도 많다”고 칭찬했다. 2남 1녀를 둔 문태종은 국내 무대에서 9시즌 만에 처음 홀로서기에 나선다. 교육 문제로 아내와 자녀 모두 미국으로 떠났다. 며칠 전 숙소 근처에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그에게 외롭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10대 두 아들과 7세 딸이 한창 클 때라 순간순간 변한다. 그런 모습들을 놓치는 게 아쉽다”면서도 “팀 훈련량이 많아서 다른 생각 할 틈이 없다. 요즘 생활은 농구, 밥, 잠 세 가지뿐이다”라며 웃었다. 국내 리그에서 8시즌 동안 평균 12.7점을 넣은 문태종은 “3점슛으로 여러 팀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출전 시간은 경기당 20분 전후를 예상한다.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감독 역시 “문태종이 상대 수비를 많이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장수하고 있는 문태종의 존재는 후배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문태종은 “훈련할 때 늘 한결같이 똑같은 걸 반복해야 한다. 슈팅 몇 개를 넣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팔꿈치 각도에서 손의 위치가 어디에 있을 때 슈팅 성공률이 높아지는지 등에 대해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지만 그걸 완성해야 실전에서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태종 주요 경력 ::-생년월일 : 1975년 12월 1일-체격 : 199cm, 96kg-신발 사이즈 : 340mm-소속팀 : 전자랜드(2010~2013년) LG(2013~2015년) 오리온(2015~2018년) 모비스(2018년~)-2014년 정규시즌 우승(LG)-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한국 대표 금메달-2016년 챔피언결정전 우승(오리온) 용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이 (결승에) 한 종목이라도 올라가야 할 텐데….” 코트를 지켜보던 그의 표정에는 걱정스러움이 흘렀다.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에 29명의 선수를 비롯한 대규모 일본 선수단을 이끌고 출전한 박주봉 감독(54)이었다. 박 감독의 염원과 달리 이날 한국은 남자 복식, 여자 단식, 혼합 복식 준결승에서 연이어 패해 아무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이 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내 대조를 이뤘다. 일본 배드민턴은 여자 복식에서 4개조가 모두 준결승에 올라 코리아오픈인지 저팬오픈인지 모를 정도였다. 이로써 일본은 여자복식에 걸린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석권했다. 일본은 남자복식에서도 2개조가 모두 결승에 올라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보했다. 30일 열릴 이 종목 결승은 ‘집안싸움’이 됐다. 일본 여자 단식의 간판 오쿠하라 노조미는 4강전에서 일본의 야마쿠치 아카네를 2-1로 꺾고 결승 티켓을 차지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 5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 결승에 올랐다. 이 중 2개 종목은 일본 선수끼리 우승을 다툰다. 이같은 성적표는 일본이 역대 이 대회에서 거둔 최고 기록이다. 1991년 시작된 코리아오픈에서 일본은 2개 종목 이상에서 결승 진출자를 배출한 적이 없다. 최상의 결과를 맺은 중심에는 역시 2004년부터 15년째 일본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주봉 감독이 있다. 박 감독은 코리아오픈이 출범한 1991년 한국 대표로 출전해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정상에 올라 2관왕에 등극했다. 원년 챔피언으로 이 대회와 각별을 인연을 보인 박 감독은 현역 시절 ‘셔틀콕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렸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주요 국제대회 우승을 휩쓴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은퇴해 세계적인 지도자로 변신했다. 장기 침체를 겪던 일본 배드민턴은 박 감독을 중심으로 어느덧 세계 최강으로 떠올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일본 셔틀콕은 다카하시 아야카와 마쓰토모 미사키가 여자 복식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오쿠하라 노조미는 단식 종목에서 첫 메달(동)을 땄다. 반면 당시 한국은 역대 최악인 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올 5월 일본은 세계여자단체선수권(우버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일본은 여자 단체전에서 대회 6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무너뜨리고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 이후 48년 만에 이 종목 정상에 섰다. 당시 박주봉 감독은 “일본팀을 맡은 뒤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2년 뒤 도쿄 올림픽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출전한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유니폼에는 5개 일본 기업의 로고가 붙어있다. 일본 대표팀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기대감이 높아져 후원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 대표팀이 유럽 대회에 나갈 때는 영양사와 식사를 책임질 조리사까지 대동할 정도로 차별화된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04년 부임한 박 감독은 훈련 환경 개선, 코치 보강, 전폭적인 권한 위임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가 처음 팀을 맡았을 때만 해도 일본올림픽위원회에서 급여가 나오는 지도자는 박 감독뿐이었다. 나머지 코치들은 실업팀에서 돈을 모아 월급을 챙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코치진을 꾸리기 힘들었고, 대표팀에 대한 실업팀의 입김이 강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건의로 4명의 종목별 코치와 2명의 상비군 코치가 완전 월급제로 일하게 돼 외풍 차단과 함께 집중적인 대표팀 지도가 가능해졌다. 박 감독은 “내 주관과 철학대로 대표팀을 끌고 갈 수 있도록 일본협회가 밀어주고 있다. 내가 1년 스케줄을 짜면 거기에 맞춰 예산을 배정할 정도다.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통역 없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그는 오키나와 백사장을 뛰게 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유망주 발굴을 위해 일본 중고 대회까지 참관했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배드민턴의 도움으로 실력을 키웠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감독의 아버지는 일본 잡지를 번역해 박 감독에게 건네줬다. 박 감독은 고교 시절 일본인 코치의 서울 강습회를 통해 선진 기술에 눈을 떴다.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박 감독이 이젠 일본에서 신(神)을 뜻하는 ‘가미사마’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배드민턴을 새롭게 바꿔놓고 있다. 그래도 박 감독은 국내 배드민턴 선후배를 의식해 말을 아꼈다. “한국 배드민턴은 그동안 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주니어 때부터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박 감독과 이야기를 마친 뒤 옆에 있던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배드민턴부 선수가 기자에게 물었다. “저 아저씨. 한국 사람이에요? 근데 왜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어요?” 또래 보다 키가 무척 큰 이 셔틀콕 꿈나무가 성인이 될 때쯤 박주봉 감독은 뭘하고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셔틀콕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2년 연속 노골드에 머물렀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남자복식, 여자단식, 혼합복식 3개 종목에 선수들이 나섰으나 모두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동메달 3개로 이번 대회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이 대회 5개 종목 가운데 단 한 종목에서도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장예나와 이소희가 땄고, 손완호는 남자 단식 동메달을 수확했다. 전체 메달 개수로만 보면 지난해보다 한 개가 늘었다. 이날 남자복식 4강전에서 차세대 유망주 최솔규(23·요넥스)와 서승재(21·원광대)는 세계랭킹 29위 호키 다쿠로-고바야시 유고(일본)에게 0-2(11-21, 14-21)로 패했다. 대회를 지켜본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은 “아직 선수들이 어려 부담감이 커보였다. 결정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키-고바야시는 28일 8강전에서 한국의 이용대(30·요넥스)-김기정(28·삼성전기)를 꺾었다. 여자단식 세계 랭킹 9위 성지현(27·인천국제공항)은 4강전에서 세계랭킹 12위 베이웬 장(미국)에게 0-2(18-21, 19-21)로 패했다. 2015년 이 대회 챔피언인 성지현은 2016년 은메달 이후 2년 만에 다시 메달을 목에 건데 만족해야 했다. 서승재는 혼합복식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혼합복식 세계랭킹 66위 서승재-채유정(23·삼성전기)은 세계랭킹 6위 마티아스 크리스티안센-크리스티나 페데르센(덴마크)에게 1-2(22-20, 13-21, 15-21)로 역전패했다. 서승재(182cm)와 채유정(162cm)은 크리스티아센(188cm)과 페테르센(178cm)과의 신장 차이 극복이 아쉬웠다. 채유정은 “앞선 한국 선수들이 모두 결승 진출을 못해 우리가 꼭해야 한다는 마음에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장신 선수들 공략에도 애를 먹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승재는 “3세트 접전 상황에서 달아날 수 있었는데 서브 실수가 나와 기회를 놓쳤다”며 “한국 배드민턴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이번 대회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0년 만에 노메달에 그친 한국 배드민턴은 여전히 답답한 전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서승재, 최솔규 등 20대 초반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건 수확으로 꼽힌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여자 복식에서 4개조가 모두 4강에 올라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휩쓰는 초강세를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배드민턴 혼합 복식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서승재(21·원광대)와 채유정(23·삼성전기)은 ‘코트의 별종’으로 불린다. 둘 다 왼손잡이이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테니스 등에서 복식 파트너는 전체 선수의 80∼90%를 차지하는 오른손잡이끼리 묶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만남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이상적인 궁합으로 꼽힌다. 하지만 왼손 선수가 적다 보니 조합이 쉽지 않다. 현재 한국 배드민턴 대표 선수 40명 가운데 왼손잡이는 5명에 불과하다. 5월 처음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세계 랭킹 66위 서승재와 채유정은 28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오픈 혼합 복식 8강전에서 세계 10위인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와 히가시노 아리사를 39분 만에 2-0(21-16, 21-16)으로 누르고 4강전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강경진 대표팀 감독은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는데 투지가 강한 채유정이 후배 서승재를 잘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중수 부회장은 “왼손잡이끼리 복식 파트너가 된 건 국내 최초다. 상대 선수가 플레이 도중 순간적으로 헷갈려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서승재는 고교 시절 성인 대표에 뽑힌 기대주였다. 채유정은 배드민턴 대표로 활약했던 어머니 김복선 씨로부터 경기 감각을 물려받았다. 채유정은 “같은 왼손이다 보니 내가 어느 쪽으로 유도를 해야 승재가 쉽게 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이 대회에 복귀한 이용대와 김기정은 남자 복식 8강전에서 세계 29위 호키 다쿠로-고바야시 유고(일본)에게 1-2(21-23, 21-17, 15-21)로 패했다. 서승재는 최솔규와 짝을 이룬 남자 복식에서도 4강에 올랐다. 여자 단식 간판 성지현도 4강에 합류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추석 연휴 기간 경기 용인 88CC(사진)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은 뛰어난 코스 상태로 출전 선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국내 최고 장타로 유명한 김아림은 이 대회에서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거둔 뒤 “빠른 그린이 나와 잘 맞아떨어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폭염이 심했는데도 그린은 올해 대회를 치른 골프장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퍼트를 한 뒤에 공이 튀는 걸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코스에 누구보다 민감한 프로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던 88CC가 골프장 예약서비스 업체인 XGOLF,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선정하는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골프장 이용 후 매긴 코스 관리, 캐디 서비스, 그린피, 식음료 등의 평가에서 XGOLF 회원들은 10점 만점에 9.1점을 줬다. 특히 코스 관리 점수는 9.3점이었다. 한 XGOLF 회원은 “골프장이 가까워서 부담이 없었다. 전장이 긴 편이라 거리가 안 나는 사람에겐 힘들 수도 있지만 탁 트인 페어웨이가 도전의식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 이름은 개장 연도인 1988년에서 따왔다. 3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내장객은 443만 명에 이른다. 36홀 규모로 서울 강남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주변 우회도로가 많아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코스는 여성스러우면서도 85개의 벙커가 있어 세밀한 공략이 필요하다. 동코스는 산악지형에 조성돼 있지만 업다운이 심하지 않으며 광활한 코스가 장타의 유혹을 자극한다. 보훈기금 조성을 위해 설립된 88CC는 수입금 전액이 국가 유공자 복지 증진, 장애인 재활체육 지원 등에 사용된다. 2009년부터 해마다 골프 꿈나무 10∼15명을 뽑아 9홀 코스, 퍼팅 그린, 연습장 등을 제공해 훈련 편의를 봐주고 있다. 이소영, 최혜진 등은 대표적인 88CC 장학생이다. 88CC 내장객은 공도 치고 선행도 하게 돼 일거양득이라는 얘기가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경기를 1시간 정도 앞두고 연습장에 들어서는 그들의 손에는 아이스커피 잔이 들려 있었다. 엄격한 단체생활을 강조하는 과거 대표팀 시절에는 개별로 음료수 잔을 들고 훈련을 시작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27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 출전한 이용대(30·요넥스)와 김기정(28·삼성전기)이었다. 두 선수가 이 대회에 출전한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다 이번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 태극마크 없이 이 대회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이들의 출전이 가능했던 건 국가대표가 아닌 31세 이하 남자 선수는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이 법원 판결로 정지됐기 때문이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숙소도 한국 대표팀과 따로 쓰고 있다. 두 선수는 대표팀 동료 선후배를 의식해 말을 아끼면서도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편해졌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공백으로 세계 랭킹이 169위인 이용대와 김기정은 이날 16강전에서 세계 4위로 톱시드인 우승 후보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게이고(일본)를 상대로 59분의 접전 끝에 2-1(18-21, 21-10, 21-9)로 역전승하며 8강에 올랐다.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 3세트 수비가 살아난 게 승인이었다. 경기 후 이용대는 “이용대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남은 3경기 모두 이길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정은 “용대 형과 복식을 뛴 기간은 짧지만 삼성전기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마이웨이’를 선언한 이용대와 김기정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이달 초 처음 손발을 맞추고 출전한 스페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순조롭게 첫발을 뗐다. 이용대는 “내년 4월까지 최대한 랭킹 포인트를 쌓아 세계 8위 이내 진입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이용대는 “앞으로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요넥스와 계약돼 있어 빅터의 공식 후원을 받은 대표팀에선 용품 사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한 배드민턴 전문가는 “해외나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의류는 빅터를 입고 다른 용품은 개별 사용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배드민턴은 아시아경기에서 40년 만에 노 메달에 그치는 등 침체에 빠졌다. 배드민턴 팬들은 세계 1, 2위를 다투던 이용대와 김기정의 가세가 새로운 활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자 단식 성지현(인천국제공항)과 혼합 복식 서승재(원광대)-채유정(삼성전기)도 8강에 합류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JDX멀티스포츠가 다음 달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국가대항전인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공식 후원한다. JDX는 10월 4일부터 나흘간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스태프 800여 명에게 자체 제작한 의류를 지원한다.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영국, 태국, 대만, 스웨덴 등 8개 출전국 32명 선수의 유니폼은 각국의 콘셉트에 따라 라운드마다 새롭게 제공된다. 대회를 찾는 갤러리에게 매일 바뀌는 JDX 선수 유니폼은 색다른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 기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리미티드 제품을 한정 판매할 계획이다. JDX는 LPGA 후원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4년 시작된 이번 대회가 미국 외 지역에서 치러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 대표로는 박성현, 유소연, 김인경, 전인지가 나선다. JDX 후원을 받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호주 교포 이민지, 재미교포 미셸 위 등도 주목받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인도네시아 스망앗(Semangat·화이팅)” 코트에는 인도네시아 관중의 응원 함성이 쉴 새 없이 메아리쳤다. 인도네시아의 셔틀콕 인기 스타인 앤서니 시니스카 긴팅이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남자단식 1회전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긴팅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에 이어 올해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날 경기장에는 100명 가까운 인도네시아 팬들이 찾아 자국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 중에는 시티 소피아 수다르마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부대사도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배드민턴이 최고 인기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최근 자국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인도네시아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풍성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 현지를 찾은 한국 기자들은 이 대회에 불참한 한국 이용대의 안부와 근황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질문 공세를 듣기도 했다. 아시아경기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자는 인도네시아 배드민턴 전설 수시 수산티였다. 수산티는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런 열기를 국내 무대로 옮겨오기 위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추석 연휴 기간 경기 관람을 사전 신청하는 참가국 대사관과 교민들에게 무료 입장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인도네시아 대사관 직원인 이차 씨는 “모국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많이 만나 즐거웠다. 우리 선수를 열심히 응원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기자 얀토 씨는 “주말에도 많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고 전했다. 열띤 응원에 힘입어 긴팅은 프랑스 선수를 완파하고 가볍게 1회전을 통과해 타이틀 방어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경기 후 긴팅은 “홈에서 경기를 하는 듯한 분위기여서 큰 힘이 됐다. 계속 승리를 전해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중수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덴마크, 말레이시아, 대만 등도 서포터즈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대회 흥행에도 도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전국 시도에서 결성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도 관중석을 채웠다. 서포터즈는 전국 시·도에서 활동하는 배드민턴 동호인 2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날은 대전 지역 동호인들이 한국 대표팀 응원에 나섰다. 배드민턴은 국내 동호인만해도 40만 명이 넘는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서포터즈가 배드민턴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 간판스타인 성지현을 응원하는 대형 플래카드도 경기장에 내걸렸다. 성지현은 일본의 오리 아야에 첫 세트를 먼저 내준 뒤 2-1(18-21, 21-16, 21-13)로 역전승했다. 성지현은 “안방에서 치르는 첫 경기라 조금 부담이 됐다. 초반에 욕심을 냈던 것 같다. 팬들이 불러주는 내 이름 소리에 한발 더 뛰게 되면서 서서히 플레이가 되살아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 이용대, 2년만의 복귀 무대서 승리 ▼이용대(30·요넥스)는 2년 만의 코리아오픈 복귀 무대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용대는 김기정(28·삼성전기)와 짝을 이뤄 남자 복식 1회전에서 세계랭킹 16위 블라디미르 이바노프-이반 소조노프(러시아)를 2-0(22-20 21-16)으로 제압하고 16강에 올랐다. 이용대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유연성과 정상에 오른 뒤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최근 개인자격으로도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는 판결에 따라 김기정과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용대는 “경기장에 들어설 때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응원을 와 주셔서 살짝 긴장했다. 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우승까지 가도록 준비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미녀 테니스 스타로 이름을 날린 전미라(40)는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된 듯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가위 연휴 기간 끝난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여자 복식에서 최지희(23·NH농협은행)와 한나래(25·인천시청)가 정상에 오른 것을 두고 한 얘기였다. 한국 선수가 WTA투어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미라와 조윤정이 2004년 이 대회에서 처음 달성한 뒤 14년 만의 일이다. 전미라는 코리아오픈 1회 대회 때 챔피언에 올라 한국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미라 조윤정 이후 한국 여자 테니스는 오랜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전미라는 “한국 여자 테니스가 많이 침체돼 있다. 메이저 대회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도 뛰는 선수가 거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미라는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1994년에는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 결승에 올라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로선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미라 이후 김선용 정현 등이 메이저 대회 주니어 부문 단식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 여자 테니스에선 이렇다할 기대주를 찾기 힘들었다. 전미라는 “내가 갖고 있는 기록 가운데 깨지지 않았던 게 윔블던 준우승과 코리아오픈 복식 우승 두 가지였다”며 “진작에 깨졌어야 했는데 이번에 한 가지가 이뤄졌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선배로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승을 거둔 후배들을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결승은 비록 싱겁게 끝났지만 대회 기간 비가 내려 스케줄이 안 좋았고, 2번 시드와 3번 시드 상대를 꺾은 건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이었어요.” 전미라는 “후배들이 내 기록보다 훨씬 좋은 기록들을 세워 한국 여자 테니스 위상을 높여주면 좋겠다”며 “단식에서도 남의 잔치가 아닌 우리 잔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여자 테니스가 오랜 슬럼프에 빠진 반면 일본은 2018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오사카 나오미가 단식 챔피언이 됐다. 오사카에 앞서 중국의 리나도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단식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한국 선수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지닌 중국, 일본 선수들의 선전은 큰 자극이 돼야 한다는 게 전미라의 말이다. 전미라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인기 방송인 윤종신과 결혼한 뒤 1남 2녀를 둔 전미라는 은퇴 후에도 잡지사 기자, 해설가, 홍보대사 등 테니스와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테니스 클럽에서 주말마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30년 전 이맘때 1988 서울올림픽 테니스를 치른 올림픽코트 동쪽에 커다란 달이 떠올랐다. 한가위 전야를 맞아 한국 테니스가 모처럼 경사를 맞았다. 최지희(23·NH농협은행)와 한나래(25·인천시청)가 한국 선수로는 14년 만에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우승을 합작했다. 최지희와 한나래는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WTA투어 대회인 코리아오픈 복식 결승에서 대만의 친 자매 선수인 셰쑤웨이-셰수잉 조를 2-0(6-3, 6-2)으로 완파했다. WTA 투어 대회 복식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4년 이 대회에서 전미라-조윤정 이후 14년 만에 사상 두 번째다. 당시 최지희와 한나래는 10세 전후의 초등학생이었다. 현재 최지희의 복식 세계 랭킹은 313위에 불과하며 한나래는 복식 205위. 반면 셰쑤웨이는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강자로 현재 복식 17위이며 단식 랭킹도 29위에 올라 있다. 복식 본선 출전 자격이 없어 와일드카드로 본선 무대를 밟은 최지희와 한나래는 강호들을 연파한 끝에 한국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경기 후 최지희는 “파트너인 한나래 선수가 감기로 몸상태 나빴는데도 4강, 결승에서 너무 잘 해줘 고맙다. 우승하고 나니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내년에 꼭 타이틀 방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나래는 “13년 전 주니어 시절 볼키즈를 했던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기뻐했다. 대회 도중 감기에 걸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던 한나래는 도핑 테스트 때문에 약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비타민에 의지한 채 코트에 나선 끝에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한나래는 “테니스는 정신력의 스포츠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승인에 대해 최지희는 “로브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경기에 이를 많이 활용하려 했다. 상대 조 동생인 셰수잉 선수가 실수를 많이 해 그 부분을 더욱 집요하게 공략했던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최지희는 지난 연말 강원도청에서 NH농협은행으로 이적한 뒤 기량을 활짝 꽃피우고 있다.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박용국 단장은 “한국 테니스의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최지희 선수가 더 큰 세상을 향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12위 키키 베르턴스(27·네덜란드)가 세계 53위 아일라 톰리아노비치(25·호주)를 2-1(7-6<2>, 4-6, 6-2)로 누르고 우승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이 코트에 복귀한다. 정현은 24일 중국 청두에서 개막하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청두오픈에 나선다. 이 대회는 ATP투어 250시리즈로 우승 상금은 19만885 달러(약 2억1000만 원)이다. 세계 랭킹 23위 정현은 2번 시드로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하게 됐다. 정현의 대회 출전은 지난달 31일 US오픈 2회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현은 발바닥 물집에 시달리며 상대 선수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에도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현의 물집은 한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높기도 했다. 1월 호주오픈 때는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심한 물집으로 진통제 주사까지 맞아가며 4강 신화를 썼으나 로저 페데러와 경기 도중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어 기권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벌겋게 생살을 드러낸 정현의 두 발바닥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국 테니스를 이끌고 있는 정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롱런하려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는 ‘물집 악령’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정현 역시 “남은 시즌만큼은 부상 없이, 후회 없이 마무리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물집은 왜 생기나홍정기 차의과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의 조언에 따르면 물집(blister)이 자주 잡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물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발 뼈들이 앞뒤, 옆으로 계속 움직이면서 피부 밑에 작은 손상을 일으켜 그곳에 물이 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shear’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 단지 피부에 마찰이 생겨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이나 하지 근육들의 컨디셔닝 상태가 중요하고 발목이나 발에 입었던 부상들 역시 재활이 잘돼야 한다. 홍 원장은 “발이 미끄러지는 동작에서 근육들이 발의 26개 뼈가 잘 안정화 되도록 역할을 한다면 shear가 줄기 때문에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다”며 “단지 발이나 하지의 컨디셔닝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좋은 심폐체력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폐기능이 좋으면 갑작스런 움직임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니 발의 과한 동작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정현에게 물집이란 국내 테니스 전문가들은 정현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물집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현을 중학교 때 발굴해 삼성증권 지원을 성사시킨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정현은 치아가 부정교합이었다. 그러면 신체에 언밸런스를 일으켜 다른 관절에도 문제가 올 수 있다”며 “메이저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려면 철저한 체력 관리가 필수다”고 말했다. 정현의 ATP투어 프로필을 보면 키 187cm, 몸무게 87kg으로 나온다. 노박 조코비치와 키(188cm)는 엇비슷한데 몸무게(77kg)는 10kg 더 나간다. 운동선수에게 적당한 체중은 부상 예상과도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와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노갑택 명지대 교수는 “메이저 대회 5세트 경기를 견디려면 체중 조절도 필수다. 정현은 순간적으로 쓰는 힘은 좋은데 근지구력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체력 상태에 따른 기복이 보인다. 열흘 넘게 한 토너먼트에서 버틸 수 있는 뒷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또 “정현은 자기가 몰려다니면서 공을 치는 경향이 짙다. 공 하나하나를 치는 데 모든 체중이 발바닥에 실리는 느낌을 준다. 스플릿 스텝, 사이드 스텝 등 뛰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도 스텝을 언급했다. 박 단장은 “테니스는 좌우 사이드 스텝 비중이 70~80%를 차지한다. 무빙 동작에서 체중의 2배 이상 압력이 발바닥에 전달된다”며 “정현은 양발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코비치를 보면 준비 동작에서 테니스화가 코트 표면과 마찰하는 소리를 쉴 새 없이 들을 수 있다. 상대가 공을 임팩트하는 순간 제자리에서 수차례 살짝살짝 점핑해 자세를 잡는 스플릿 스탭 등 다양한 스텝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최적의 스트로크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또 “무게중심을 낮게 하고 하체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스텝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호주오픈 당시 정현의 아버지인 테니스 감독 출신 정석진 씨는 “현이가 이렇게 장기간 뛰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현은 시즌 초반 발바닥 문제로 고심하며 라켓 후원사인 요넥스를 통해 특수 깔창을 알아보기도 했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여러 브랜드 신발을 번갈아 신고 있다.●이형택이 말하는 물집 정현에 앞서 한국 테니스의 살아 있는 역사였던 이형택도 물집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수도 없이 많다. 이형택은 “물집이 양쪽 발바닥에 너무 자주 생겼다. 굳은 살을 배게 하려고 일부러 맨발로 코트를 걷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물집이 잘 잡히는 체질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윤)용일이 형(선수 시절 이형택 선배)은 아무리 뛰어도 물집이 잘 생기지 않았다(웃음). 정현도 물집이 잘 생기는 타입 같다”고 말했다. 이형택도 스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텝 연습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ATP에서는 경기 전 쿠션이 있는 패드를 발에 붙이도록 하거나 테이핑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뜨거운 코트 바닥에서 경기 도중 급하게 턴을 하다보면 굳은 살 안쪽으로도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물집은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물집을 의식하다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물집 탓에 평소와 다르게 발바닥을 내딛다 보면 밸런스가 안 좋아진다. 만이 뛰는 선수를 만나거나 클레이코트에선 부담을 더 느낀다.” 그러면서 이형택은 어차피 물집은 생기기 마련인 만큼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예방과 사후 조치에 신경 쓸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물집 관리 요령은 이미 발에 굳은살이 있다면 잘 관리해 주어야 물집을 예방할 수 있다. 두꺼운 굳은 살을 좀 깎아서 원래 피부 높이로 낮춰 주고 발이 건조하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적인 예방책으로는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운동 할 경우 신던 신발과 적당히 교체해가며 신어서 적응기를 가져야 한다. 신발 끈을 너무 타이트하게 매거나 느슨하게 매지 말고 적당히 매는 것도 중요하다. 마찰과 열을 감소시켜줄 수 있는 재질의 양말을 신는 것도 좋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회. 페덱스컵 랭킹 1위에게 돌아가는 1000만 달러(약 111억 원) 보너스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무대.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는 3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타이거 우즈(미국)가 맨 먼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즈는 21일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열린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쳐 리키 파울러(미국)와 동타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이로써 우즈는 2주 전 플레이오프 2차전인 BMW챔피언십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첫 라운드를 선두로 마쳤다. BMW챔피언십 때는 1라운드에 62타를 쳐 단독 선두로 출발해 최종 순위는 공동 6위였다. 마지막 18번홀(파5·590야드)에서 나온 이글이 하이라이트였다. 320야드 티샷을 날린 뒤 핀까지 256야드 거리에서 5번 우드로 투 온에 성공했다. 8.5m 이글 퍼팅을 성공시킨 그는 주먹을 내질렀다. 우즈가 상승세를 유지해 정상에 오른다면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후 5년 만에 PGA투어 80승 고지에 오른다. 우즈는 “BMW챔피언십 때(62타)보다 코스가 딱딱하고 러프가 길기 때문에 오늘(65타) 더 잘 친 셈이다. 올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우즈는 4차례 그린을 놓쳤지만 모두 파를 지켰으며 18홀을 도는 동안 퍼팅수를 28개까지 줄였다.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공동 3위(4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달 제주에서 열리는 PGA투어 더 CJ컵에 출전하는 저스틴 토머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언더파 공동 5위.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