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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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미술42%
연극20%
문학/출판13%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음악3%
  • 피부같은 목걸이, 철조망 브로치… 발언이 된 장신구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에바 아푸스가 1980년대 이스라엘을 여행한 후 폭력과 분쟁을 떠올리며 만든 ‘철조망 브로치’(1982년), 에바 슈마이저차디아가 18k 금으로 굽을 만들어 일부러 닳게 만든 구두 ‘금과의 소통’(1987년), 왼쪽 가슴을 가리키는 삼각형 펜던트가 달린 브리기테 랑의 목걸이 ‘심장’(1982년)…. 오스트리아와 한국 장신구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장식 너머 발언’전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유럽 현대 장신구를 이끈 1세대 작가부터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스트리아 57명(팀), 한국 54명(팀)의 작품 67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선 작가들이 장신구를 예술적,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 매체’로 삼은 경향을 소개한다. 유럽의 선구적 디자이너로 꼽히는 엘리자베트 J Gu 데프너가 새의 해골을 이용해 만든 ‘되부리장다리물떼새 해골’(2003년), 핏줄과 검버섯이 보이는 피부처럼 느껴지는 기괴한 목걸이 ‘배짱이 있나요?’(2011년) 등이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는 동물의 내장이나 도금한 머리카락을 재료로 하는 전은미, 쌀을 가공해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 같은 형태를 만드는 공새롬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7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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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작업 고집’ 伊 다미아니 보석 컬렉션의 첫 한국 나들이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발렌차는 19세기부터 금세공과 장신구 제작의 중심지였다. 불가리, 카르티에 등 명품 브랜드도 이곳에 제작 시설을 두고 있다. 발렌차에서 역시 유명했던 장인 엔리코 다미아니가 만들고 100년 동안 수공예 기술을 발전시켜온 다미아니의 주얼리들이 한국을 찾는다. 30일 개막하는 ‘다미아니 100 × 100 이탈리아니’전은 다이아몬드는 물론이고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 희귀 원석을 재료로 한 장신구 100점을 선보인다. 3월 이탈리아 밀라노 이후 해외 전시는 한국이 처음이다. 23일 한국을 찾은 조르조 그라시 다미아니 부회장(53)은 “100점 전부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디자인”이라며 “크기와 색채 면에서 희귀한 것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다미아니는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 결혼할 때 브래드 피트가 디자인에 참여해 만든 결혼반지 ‘D사이드링’ 시리즈가 유명하다. 소피아 로렌, 제시카 채스테인 등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와 중동 왕족들이 찾는 작품들이다. 그는 “기계를 사용하면 마감이나 착용감이 다르기 때문에 100년 전과 비슷한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케링그룹이나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가족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특징. 원석 확보 등 노하우가 이 기업의 강점이다. “11, 12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인도와 태국 등 여러 곳을 다녔다. 좋은 원석을 고르는 법, 가격 협상하는 방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이번 전시 대표작 ‘마르게리타 데저트 가든’은 20여 캐럿의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금을 조합한 색채로 빈센트 반 고흐의 붓 터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그는 “필요한 원석을 구하는 데 2년, 수공예로 제작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다미아니 소속 장인인 엘레오노라 미타가 수작업 제작 시연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국에 우리 고객이 많다. 다이내믹한 한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큰 행사를 서울에서 꼭 치르고 싶었다.” 한국에 이어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도 찾는다. 한국 전시는 6월 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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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븐틴, 한국가수 두번째… 日최대 7만명 수용 규모, 닛산스타디움서 콘서트

    그룹 세븐틴이 25, 26일 일본 닛산스타디움에서 ‘FOLLOW AGAIN TO JAPAN’ 콘서트를 열었다. 일본 최대 규모 공연장인 닛산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가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은 동방신기 이후 세븐틴이 두 번째다. 26일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세븐틴이 올 3월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연 앙코르 투어의 마지막 행사다. 닛산스타디움은 약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 최대 공연장으로, 앞서 동방신기가 2013, 2018년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세븐틴의 멤버 정한은 25일 공연 마무리 발언에서 “2018년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공연할 때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닛산스타디움에서 공연하자’고 했는데 오늘 의미 있는 공연장에서 추억을 만들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은 일본 영화관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생중계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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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는 어땠나[영감 한 스푼]

    2년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가장 오래된 국제 미술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가 4월 20일 개막했습니다.요즘 미술인들은 만나면 “베니스 비엔날레 어땠냐”는 질문을 인사처럼 나누고 있는데요.프리뷰 기간인 4월 16~19일 찾은 베네치아에서는 마리아 발쇼 영국 테이트 미술관장, 아담 와인버그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장 등 국제 미술사를 이끄는 기관장들은 물론 비엔날레에 각국을 대표해 참가한 수많은 큐레이터와 작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이번 비엔날레의 본전시는 역사상 첫 남미 출신 예술 감독인 아드리아누 페드로자가 기획을 맡아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주제로 펼쳐졌습니다.지난주에는 화제의 국가관과 병행 전시를 소개했는데, 오늘은 메인 전시인 국제전 리뷰를 보내드립니다.점잖은 큐레이팅, 돋보인 작품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은 자르디니 정원 내 중앙 파빌리온 전시장, 과거 조선소 겸 무기공장인 아르세날레 전시장 두 곳에서 나눠서 열립니다.중앙 파빌리온은 화이트 큐브의 성격이 강하고, 아르세날레는 층고도 공간도 넓어 좀 더 과감한 설치 작품을 펼칠 수 있는 장입니다.우선 중앙 파빌리온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20세기 미술을 조명한 섹션에서 처음에는 당혹감을 느꼈습니다.이 섹션을 페드로사 감독은 크게 추상화, 초상화 등 장르로 구분했는데 미국과 유럽 중심의 20세기 미술사에 기록되지 못한 작가들로 채운 것이 특징이었습니다.그런데 처음 추상화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거 피카소 같은데?’, ‘이건 몬드리안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들어 당황스러웠던 것입니다.이런 시각은 전통적인 미술사 교육을 받은 관객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전통 미술사는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계보를 설정하듯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가려내고 분류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설치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비교적 전통적인 미술관 방법론으로 작품을 전시한 페드로사의 큐레이팅은 오히려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었고,덕분에 개별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미술사에 가졌던 편견을 깨는 계기가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즉 어떤 사조를 따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작가가 처한 삶이나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만이 느낀 바를 표현했다는 것에 더 집중하면서 작품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전통적 미술관 방법론 때문에 어떤 관객들은 ‘실험적인 전시를 기대했는데 실망이다’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그러나 오히려 서로 비슷하거나 장르를 공유하는 작품을 모아준 것은 적절한 큐레이팅이라고 제게는 느껴졌습니다.또 추상화, 초상화 섹션을 지나 동시대 미술 전시 섹션으로 향하면 퀴어 작가를 모은 방이나 자연을 소재로 한 작가들,또 사이즈가 너무 작아 코앞에서 봐야 하는 작품들을 모아 놓은 전시장이 이어졌습니다.전시장을 보면서 ‘미술사 밖에도 재밌는 작품이 많구나’하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우리는 아직 세계 미술을 모른다”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발을 옮기면, 입구에 페드로사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해 놓은 두 작품이 관객을 맞이합니다.클레르 퐁텐의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네온 사진 작품과 잉카 쇼니바레의 ‘난민 우주인’이 그것입니다.특히 ‘난민 우주인’은 낡은 그물로 된 봇짐을 짊어지고 화려한 패턴이 그려진 천 옷을 입고 있습니다.고도로 발달한 줄 알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결점을 가진 인류의 ‘허름한 문명’을 상징한 작품은 “우리는 문명뿐 아니라 세계 미술도 아직 잘 모른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마타아호 컬렉티브의 대형 설치 작품, 또 퀴어 시각 언어를 초대형 패널로 펼쳐낸 프리에다 토란소 하에헤르의 회화나 남미 선주민들의 자수 작품이 감탄을 자아냅니다.단순하지만 강렬한 시각 언어가 연이어 펼쳐지면서 보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그러다 20세기 이탈리아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방에 가면 적극적인 큐레이팅이 나타났는데요.작품을 유리 판 위에 걸고, 캡션은 뒷면에 부착해 앞에서 보면 그림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이런 설치 방법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분명하죠. ‘다른 정보 없이 그림만 봐달라. 그래도 훌륭하지 않느냐’.이밖에 남미 선주민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펼쳐졌습니다.아르세날레 전시장의 3분의 2 지점을 지나면 반복되는 조형 언어 스타일에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규모에 비해 꽤 오랫동안 집중력을 갖고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세심한 큐레이팅이 보였습니다.전시를 다 보고 나서 남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술사에서 배제된 작품을 조명하는 경향은 최근 수십 년간 유럽과 미국 주요 미술 기관에서도 활발하게 실천해오고 있는 것인데요.앞으로 이렇게 미술사를 확장하기만 할 수 있을까? 그럴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관점에서 향후 미술사에서 펼쳐질 관건은, 확장된 미술사 속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낼 새로운 기준을 찾는 것이 될 듯합니다.그러니까 미국 유럽 중심 미술사가 찬양했던 ‘사조’가 아니라 세계 미술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을 ‘클래식’을 어떻게 판별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듯합니다. 앞으로 ‘역사적인 작품’의 기준은 무엇이 될까? 여러분의 의견도 들려주세요.-※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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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구 들떴다 한없이 추락… 사진이 포착한 여성 심리

    미국 사진가 신디 셔먼(70)의 두 작품이 전시장 한쪽 벽에 나란히 걸려 있다. 왼쪽 작품에선 셔먼이 광대 분장을 하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화려하게 차려입었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움츠린 듯한 중년 여성의 모습이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어떤 날은 마구 기쁘다가 또 다른 날엔 온갖 치장을 해도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느냐”며 “셔먼은 여성의 다양한 자아와 심리를 표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셔먼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 ‘A Brink of Infinity(무한함의 끝)’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폴란드 출신 프랑스 작가 로만 오파우카가 같은 촬영 조건에서 시간차를 두고 여러 차례 자화상을 기록한 연작 중 1965년 작품 두 점, 칸디다 회퍼가 독일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를 담은 ‘Elbphilharmonie Hamburg’(2016년), 볼프강 틸만스의 정물 ‘Blumenfrau’(2007년) 등이 눈길을 끈다. 토마스 루프의 인터넷 누드 연작 사진, 로니 혼의 아이슬란드 풍경 사진, ‘성형수술 프로젝트’로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 가며 사진을 찍는 오를랑 등 작가 15인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현대 사진가들이 사진 장르를 예술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비교해볼 수 있다. 6월 2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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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황창배 작가의 ‘순위 없는 그림 잔치’, 22년 만에 다시 열려

    1996년 9월 6일 충북 괴산군의 백봉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 현수막이 걸려 있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잔치는 1990년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직을 내려놓고 괴산 작업실에서 그림에 열중하던 황창배 작가(1947∼2001)가 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자녀들이 7회까지 열고 멈췄던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가 22년 만에 다시 열렸다. 황창배가 어린이 그림 잔치를 열었다는 사실은 유족의 기억에만 남아 있었다. 황창배의 아내 이재온 황창배미술관장은 “황창배는 그림에서 기교만 앞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고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일부러 왼손으로 그림도 그렸다”며 “아이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주는 것은 물론 본인도 아이들의 그림에서 배우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림 잔치가 다시 열린 건 이근우 중원대 교수가 학교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낸 것이 계기였다. 학교 자료실에는 당시 사진과 팸플릿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최인숙 백봉초 교장은 “유명 화가가 지역 학교를 찾아와 학용품을 나누어주고 그림 잔치를 열어준 것은 지금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과거 기록을 토대로 올해 열린 ‘제8회 백봉 어린이 그림 잔치’에는 유치부 학생 10명을 포함한 백봉초 전교생 56명이 참가했다. 14∼17일 학교 체육관에서 전시를 열었고, 2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황창배미술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황창배의 작업실 이웃 이처용 씨(69)는 “그림 대회를 열자 하니 황창배가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왜 순위를 매기냐’며 잔치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회고했다. 3∼6회에 자녀들이 참여한 한석호 씨(64)는 “아이들을 칭찬하고 때로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짓던 황창배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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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 작품 중심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 2024’ 23일 코엑스 개막

    조각, 부조, 유리 등 입체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 2024’(PLAS)이 23일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열린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조형아트서울은 회화 위주인 국내 미술시장에서 입체작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참가 갤러리에게 입체 작품 1점 이상을 출품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올해 페어에는 ‘뉴 웨이브’를 주제로 국내 85개 해외 20개 등 105개 갤러리가 참여해 작가 850여 명의 작품380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청작화랑, 금산갤러리, 갤러리 위, 갤러리 가이아 등이 참가하며 해외는 대만 더 홍 아트 갤러리, 일본 야마키 아트 갤러리 등이 참여한다.입체 작품을 크기와 가격별로 나눠 ‘대형 조각 특별전’, ‘신진 작가 조각전’, ‘캐릭터 조각전’ 등 3개 특별전이 열린다. 대형 조각전에는 세종대왕상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 김영원 등 11명이 참여해 3m가 넘는 조각을 전시한다. 신진 작가 특별전에는 20개 대학 교수가 추천한 작품이, 캐릭터 조각 특별전에는 75만원 이하의 작품이 출품됐다.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관람객이 큰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조형아트서울이 1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일본 오사카 엑스포 기간에 오사카 아트페어인 ‘스터디’와 협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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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파크’ 만든 英 건축가 노먼 포스터 작품 ‘亞 최대 규모’로 국내 첫 선

    애플의 본사 건물인 미국 캘리포이나주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 오이 피클(gherkin) 모양을 닮아서 ‘거킨 빌딩’이란 애칭이 붙은 영국 런던의 ‘30 세인트 메리 엑스’ 등을 만든 세계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89)를 소개하는 전시가 국내에서 처음 선을 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에선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포스터의 건축 철학과 대표작 모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포스터가 설립한 회사인 ‘포스터+파트너스’가 공동 기획한 전시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전시에선 포스터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행한 500여 건의 프로젝트 중 대표작 50건의 건축 모형과 드로잉, 영상 등 3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960, 70년대 포스터가 고안한 도시 계획이나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시작된다. 포스터가 노르웨이 선박 회사를 운영하는 프레드 올센의 의뢰를 받아 만든 ‘고메라 지역 연구 프로젝트’ ‘프레드 올센을 위한 숲속 파빌리온’ 등이다. 두 프로젝트는 주변 자연과 최대한 공생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 것이 특징이다. ‘고메라 지역…’에서는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광산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올센의 의뢰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자율 에너지 시스템, 폐기물 재활용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또 ‘숲속 파빌리온’은 그늘진 숲 아래에서 차가운 공기를 끌어 올려 통풍을 유도하는 등의 방식이 돋보인다. 전시는 이렇게 유명 건축가가 되기 전부터 ‘지속가능성’을 고민했던 포스터를 적극 조명한다. 초기 작업을 보여준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유’ 섹션 이후 전시는 ‘현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 ‘공공을 위한 장소 만들기’ ‘미래건축’으로 이어진다. 각각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프로젝트, 고도의 기술을 활용한 대형 프로젝트,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디자인, 우주와 관련된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유명 건축물의 모형을 볼 수 있는 가운데 각 프로젝트에 대한 포스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193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포스터는 지역 건축 사무소에서 계약사원으로 일하다 드로잉 실력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일하게 됐다. 대학생 때도 드로잉으로 왕립영국건축가회(RIBA)로부터 은메달을 받았다. 그런 그의 드로잉을 통해 포스터가 어떻게 환경을 해석하고 그것을 바꾸려고 했는지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 전시장에서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건물은 물론이고 도시 계획까지 이어진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진행 중인 ‘자이드 국립 박물관’과 마스다르 시티 프로젝트는 전통 사우디 건축물을 토대로 에어컨이나 공조 시스템 없이 건물이 자체적으로 공기 순환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 영국 런던 블룸버그 유럽 헤드쿼터 빌딩도 자체 공기 순환이 되도록 만들었는데, 영상을 통해 건물의 모형을 물속에 넣은 뒤 공기가 흐르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날개 등의 장치를 이용해 공기 순환을 조절하는 복잡한 과정이 펼쳐진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미술관 공용 공간에서 상영되는 ‘노먼 포스터-건축의 무게’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데, 포스터가 설명하는 여러 건축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다. 7월 2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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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감정에 언어 입히자 공감이 시작됐다

    ‘당신이 원하는 삶과 살고 있는 삶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오즈유리). ‘눈앞을 지나가는 익명의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고, 나는 엑스트라일 뿐이라는 깨달음’(산더). 살다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한다. 이 순간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보다 마음속 감정과 연관될 때가 많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단순하고 확실하며 말하기 쉬운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새나 배를 가리키는 단어는 수천 개나 있지만 인간 경험의 미묘함을 포착하는 어휘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렀다”는 저자는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는 아픔, 분위기, 충동, 혹은 기쁨을 새롭게 정의했다. 책 제목의 ‘슬픔’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기쁨의 반대말로서 ‘슬픔(sadness)’이 아니라 어원인 라틴어 ‘satis(충분한, 만족스러운)’의 의미를 살려 강렬한 경험으로 마음이 차오르는 순간을 뜻한다. 부정적 감정이 아닌 인생이 얼마나 찰나적이고 신비로운지 깨닫는 활기찬 솟구침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을 2009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이름 붙이기’ 했는데 책에서는 300여 개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덴마크어부터 라틴어까지 넘나들며 책은 그간 우리의 사고를 제한했던 틀을 깨고자 노력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단어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더욱 즐거움을 느낀다. ‘맞아, 나도 이런 감정을 느꼈어’ 하고 공감하거나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 평범한 인간일 뿐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바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라고 말한다. 블로그에서 시작한 작업은 동명의 유튜브 계정으로도 이어졌고, ‘산더’를 주제로 한 영상은 142만 조회수를, ‘독창성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베이모달렌’은 101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번역 불가능한 감정’은 없다며 감정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은 호응을 얻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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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하고 일시적인 것들의 아름다움 [영감 한 스푼]

    인공지능(AI)이 미치는 영향은 미술계에서도 뜨거운 화두입니다.이에 관해 최근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의 저자 마틴 푸크너 하버드대 교수의 대담을 들었는데요.‘AI와 창의성’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푸크너 교수는 ‘문화’를 아래의 말로 정의했습니다.    “문화는 의미를 만드는 행위죠.인류가 자연을 변화시키며 축적해온 과학, 기술적 지식이 ‘노하우’(know-how)라면,문화는 ‘노와이’(know-why)입니다. 우리는 왜 지구에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왜 사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입니다.”AI에 관한 담론도 흥미롭지만 문화에 관한 정의가 제겐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예술도 이미 100년 전부터 ‘노와이’의 영역으로 확장됐는데 종종 ‘노하우’만 있는 것으로 오해받기 때문입니다.오늘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두 전시로 최전선의 현대미술이 제시한 ‘노와이’는 어떤 모습인지 소개합니다.2시간 기다려 관람한독일관 전시 ‘문턱들’아주 복잡한 구조로 경계를 흐리며 독일관 전시는 묻습니다.왜 누군가는 과거를 향한 맹목적인 노스탤지어에 기대고, 또 다른 쪽은 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대립하는지. 그 가운데 문턱에 서서 양쪽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태도가 아닌지를 말입니다.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직전 관계자와 미디어에만 공개되는 프리뷰 기간 내내 길게 줄이 늘어선 곳 중 하나는 독일관이었습니다.줄을 서서 2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보게 된 독일관 전시는 ‘문턱들(Thresholds)’이라는 제목의 그룹전이었는데요.특히 안과 밖, 과거와 미래, 중심과 주변 등 상반되는 개념의 경계를 흐리려는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건 야엘 바르타나와 에르산 몬타크의 두 작품이었습니다.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바르타나의 작품을 만납니다. 작품들은 인류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그다음 전시장 가운데 지어진 작은 건물로 들어가면 몬타크의 설치, 퍼포먼스가 펼쳐집니다. 튀르키예에서 독일로 이주해 석면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노동자의 삶을 그렸습니다.바르타나의 작품은 우주를 다루니 미래 같고, 몬타크의 작품은 20세기 노동자 삶이니 과거 같지만 직접 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바르타나의 영상 작품은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를 토대로 합니다.그런가 하면 몬타크의 작품은 살아있는 배우들의 퍼포먼스로 이뤄져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전달됩니다.이를 통해 관객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새로워 보이지만 결국 오래된 환상이 아닌지, 또 희망을 품고 타지로 이주했다가 덫에 걸린 노동자의 삶은 지금도 미래에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게다가 ‘문턱들’ 전시는 독일관 밖 세토사섬으로도 이어집니다. 이렇게 아주 복잡한 구조로 경계를 흐리며 전시는 묻습니다.왜 누군가는 과거를 향한 맹목적인 노스탤지어에 기대고, 또 다른 쪽은 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대립하는지. 그 가운데 문턱에 서서 양쪽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태도가 아닌지를 말입니다.시적 언어 돋보인베를린드 드 브뤼케르죽은 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줘야 할 천사들이 지독한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입니다. 이 천사의 뒤로는 커다란 거울이 세워져, 슬프고 불안한 천사의 모습과 견고하고 화려한 성당을 대비시킵니다.이런 연출을 통해 드 브뤼케르는 견고한 확신이 아닌 기울어진 불안이, 영원이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일시성이 때로는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독일관이 큐레이터의 견고한 설계로 이 시대에 관한 ‘노와이’를 보여줬다면,벨기에 작가 베를린드 드 브뤼케르의 개인전은 이런 ‘노와이’를 작가의 뛰어난 감각과 ‘노하우’가 뒷받침한 전시였습니다.‘도피성(城) III(City of Refuge III)’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16세기에 지어진 베네치아의 성당 산 조르조 마조레가 배경이었습니다.드 브뤼케르는 이 성당의 메인 공간인 네이브에 거대한 고철 덩어리 위에 선 천사(archangel) 조각을 설치했습니다.천사가 서 있는 철판은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은 듯 녹슬었고, 조금만 균형이 무너지면 앞으로 넘어질 듯 기울었습니다.가장 충격적인 연출은 천사들이 동물의 가죽 같은 모포를 여러 겹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입니다.얼굴이 다 가려지도록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것처럼 고개를 숙인 천사들은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데요.죽은 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줘야 할 천사들이 지독한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천사의 뒤로는 커다란 거울이 세워져, 슬프고 불안한 천사의 모습과 견고하고 화려한 성당을 대비시킵니다.이런 연출을 통해 드 브뤼케르는 견고한 확신이 아닌 기울어진 불안이, 영원이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일시성이 때로는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네이브를 떠나 수도원 갤러리로 향해 가장 깊은 방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시체처럼 누워 있는 인물 조각을 만납니다.이 조각 역시 얼굴과 상반신은 보이지 않고, 동물의 가죽처럼 털이 난 모포를 뒤집어쓴 다리와 발만 보입니다.자칫하면 두려움을 자아낼 수 있지만 세심한 재료 선택과 색채의 조절로 그 감각은 날 선 매혹으로 다가옵니다. 죽음은 가까이서 보면 두렵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듯 말이죠.“육신은 한없이 연약하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드 브뤼케르.“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문턱에 서 보자”고 제안한 독일관.섣불리 확신을 구하기 전에 우선 불확실함 자체를 받아들이고 끌어안아 보자고, 현대미술 최전선의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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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서 조국을 생각하며… 한지에 펼친 색채의 향연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과 땅을 뜻하는 다색(암갈색)이 가공하지 않은 천 위에 그대로 스며들어 번져 나간다. 가장 진한 곳은 검은색으로, 옆으로 퍼질수록 푸른색이 보이던 윤형근(1928∼2007)의 색채 스펙트럼은 한지를 만나 더욱 극적으로 펼쳐진다. 그가 1980년대 초 프랑스 파리에 머물 때 한지에 그린 작품들이 전시에 나왔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는 윤형근이 파리에서 그린 작품들을 선보이는 ‘윤형근/파리/윤형근’전을 연다. 1980년대 파리 체류 당시 한지 작업과 그 전후 시점의 리넨 회화, 2002년 장 브롤리 갤러리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등 27점이 소개된다. 윤형근은 생애 두 번 파리를 찾았다. 첫 번째는 1980년 12월, 5·18민주화운동 직후 군사 독재의 억압에 환멸을 느꼈을 무렵이다. 이때 잠시 한국을 떠난 윤형근은 1년 반 동안 파리 작업실에서 자신이 탐구해 온 ‘천지문’ 회화를 실험한다. 그다음엔 2002년, 한국을 방문한 화상 장 브롤리가 윤형근에게 파리에서 머물 곳을 마련해 주었고, 이때 3개월 동안 대형 회화를 제작해 가을 장 브롤리 갤러리에서 전시했다. 6월 2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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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치아에서 만난 현대미술 최전선의 화두[김민의 영감 한 스푼]

    인공지능(AI)이 미치는 영향은 미술계에서도 뜨거운 화두입니다. 이에 관해 최근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의 저자 마틴 푸크너 하버드대 교수의 대담을 들었는데요. ‘AI와 창의성’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푸크너 교수는 ‘문화’를 아래의 말로 정의했습니다. “문화는 의미를 만드는 행위죠. 인류가 자연을 변화시키며 축적해온 과학, 기술적 지식이 ‘노하우(know-how)’라면, 문화는 ‘노와이(know-why)’입니다. 우리는 왜 지구에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왜 사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AI에 관한 담론도 흥미롭지만 문화에 관한 정의가 제겐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예술도 이미 100년 전부터 ‘노와이’의 영역으로 확장됐는데 종종 ‘노하우’만 있는 것으로 오해받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두 전시로 최전선의 현대미술이 제시한 ‘노와이’는 어떤 모습인지 소개합니다.2시간 기다려 본 독일관 ‘문턱들’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직전 관계자와 미디어에만 공개되는 프리뷰 기간 내내 길게 줄이 늘어선 곳 중 하나는 독일관이었습니다. 2시간을 기다려 본 독일관 전시는 ‘문턱들(Thresholds)’이라는 제목의 그룹전이었는데요. 특히 안과 밖, 과거와 미래, 중심과 주변 등 상반되는 개념의 경계를 흐리려는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건 야엘 바르타나와 에르산 몬타크의 두 작품이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바르타나의 작품을 만납니다. 작품들은 인류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다음 전시장 가운데 지어진 작은 건물로 들어가면 몬타크의 설치, 퍼포먼스가 펼쳐집니다. 튀르키예에서 독일로 이주해 석면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노동자의 삶을 그렸습니다. 바르타나의 작품은 우주를 다루니 미래 같고, 몬타크의 작품은 20세기 노동자 삶이니 과거 같지만 직접 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바르타나의 영상 작품은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를 토대로 합니다. 그런가 하면 몬타크의 작품은 살아있는 배우들의 퍼포먼스로 이뤄져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새로워 보이지만 결국 오래된 환상이 아닌지, 또 희망을 품고 타지로 이주했다가 덫에 걸린 노동자의 삶은 지금도 미래에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게다가 ‘문턱들’ 전시는 독일관 밖 세토사섬으로도 이어집니다. 이렇게 아주 복잡한 구조로 경계를 흐리며 전시는 묻습니다. 왜 누군가는 과거를 향한 맹목적인 노스탤지어에 기대고, 또 다른 쪽은 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대립하는지. 그 가운데 문턱에 서서 양쪽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태도가 아닌지를 말입니다. 시적 언어 돋보인 드 브뤼케르 독일관이 큐레이터의 견고한 설계로 이 시대에 관한 ‘노와이’를 보여줬다면, 벨기에 작가 베를린드 드 브뤼케르의 개인전은 이런 ‘노와이’를 작가의 뛰어난 감각과 ‘노하우’가 뒷받침한 전시였습니다. ‘도피성(城) III(City of Refuge III)’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16세기에 지어진 베네치아의 성당 산 조르조 마조레가 배경이었습니다. 드 브뤼케르는 이 성당의 메인 공간인 네이브에 거대한 고철 덩어리 위에 선 천사(archangel) 조각을 설치했습니다. 천사가 서 있는 철판은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은 듯 녹슬었고, 조금만 균형이 무너지면 앞으로 넘어질 듯 기울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연출은 천사들이 동물의 가죽 같은 모포를 여러 겹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얼굴이 다 가려지도록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것처럼 고개를 숙인 천사들은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데요. 죽은 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줘야 할 천사들이 지독한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천사의 뒤로는 커다란 거울이 세워져, 슬프고 불안한 천사의 모습과 견고하고 화려한 성당을 대비시킵니다. 이런 연출을 통해 드 브뤼케르는 견고한 확신이 아닌 기울어진 불안이, 영원이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일시성이 때로는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네이브를 떠나 수도원 갤러리로 향해 가장 깊은 방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시체처럼 누워 있는 인물 조각을 만납니다. 이 조각 역시 얼굴과 상반신은 보이지 않고, 동물의 가죽처럼 털이 난 모포를 뒤집어쓴 다리와 발만 보입니다. 자칫하면 두려움을 자아낼 수 있지만 세심한 재료 선택과 색채의 조절로 그 감각은 날 선 매혹으로 다가옵니다. 죽음은 가까이서 보면 두렵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듯 말이죠. “육신은 한없이 연약하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드 브뤼케르.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문턱에 서 보자”고 제안한 독일관. 섣불리 확신을 구하기 전에 우선 불확실함 자체를 받아들이고 끌어안아 보자고, 현대미술 최전선의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 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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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렉-아이언맨 속 ‘그 의자’… 사옥서 한자리에 선보인 이정재

    한국인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입성한 배우 이정재(52)가 이번엔 디자이너 가구 전시를 연다. SF 고전인 ‘스타트렉’과 제임스 본드 시리즈, ‘아이언맨’ 등 다수 영화에 디자인 제품이 등장했고, 프랑수아 미테랑 등 여러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 실내 인테리어를 맡은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폴랭(1927∼2009)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앞장선 것. 폴랭의 아들 뱅자맹 폴랭(46)과 협업한 전시 ‘Starring Pierre Paulin(주연 피에르 폴랭)’이 개막한 9일 두 사람을 만났다. 이번 전시는 폴랭의 아내 마이아, 아들 뱅자맹, 며느리 알리스가 설립한 회사 ‘폴랭, 폴랭, 폴랭’이 주최했다. 자신의 회사인 아티스트컴퍼니의 서울 강남구 사옥 1층과 지하 1층을 전시 공간으로 내준 이정재는 “지난해 가을 첫 제안을 받고 영상 통화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전시를 만들었다”며 “잡지나 영화로 유명 작품은 봤지만, 다른 디자인도 실제로 어떨지 굉장히 궁금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1층에서는 ‘그루비 체어’(1964년), ‘텅 체어’(1963년) 등 폴랭이 1960년대에 만든 의자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뱅자맹은 “튜브 모양의 구조 위에 신축성 있는 천을 양말처럼 씌워 의자의 뼈대가 보이지 않는다”며 “어떻게 만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사용된다”고 했다. 폴랭의 디자인은 최근에도 영화 ‘바비’나 ‘어벤져스’처럼 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등장했다. 폴랭이 198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집무실 인테리어를 맡았을 때 만든 의자도 전시됐다. 뱅자맹은 “폴랭이 60세가 넘은 나이에 디자인한 것으로, 과거에는 곡선적인 형태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프랑스의 육각형 지형을 본떠 각진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라며 “국가에 헌신한다는 마음이 담긴 특별한 디자인”이라고 했다. 지하 1층으로 가면 모래 언덕에서 영감을 얻은 ‘듄 앙상블’, 필요에 따라 등받이를 접었다 펼 수 있는 ‘타피 시에주’ 등 최근 생산되는 디자인 제품이 전시됐다. 이정재는 다음 달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 공개를 앞두고 전 세계로 홍보 행사를 다니고 있다. 그는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래 이어진 시리즈에 참여해 감격스러운 일이고 ‘오징어 게임 2’도 촬영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를 연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도 기업과 협업해 디지털 아트 전시를 했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앞으로도 (사옥 공간을) 서울의 다양한 전시 문화를 즐기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정재는 배우가 되기 전에 공간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꿨을 정도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그는 폴랭의 디자인에 대해 “전통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에서 1960년대부터 현대적인 디자인에 새로운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특히 이렇게나 많은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나온 디자인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에도 이렇게 세계적 디자이너를 비롯한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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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편안한 자를 방해해야 한다”… 한국에 온 ‘뱅크시즘’

    1998년 8월 영국 브리스틀. 주말 이틀간 유럽의 그라피티(상가나 담벼락에 몰래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 빨리 완성하는 그림) 예술가들이 모여 365m 길이의 벽면에 마음껏 예술 활동을 펼쳤다. 그라피티는 통상 불법인 경우가 많지만 이날 행사는 시청 승인을 받아 치러진 공식 행사였다. 이 행사를 주최한 예술가는 바로 뱅크시. 영국 최대 규모의 합법 그라피티 행사였던 ‘월스 온 파이어’를 연 1998년부터 최근까지 20여 년간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가 10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옛 아라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선 2019년 소더비 경매로 유명해진 ‘풍선을 든 소녀’(2004∼2005년)의 파쇄되지 않은 버전은 물론 ‘꽃 던지는 소년’(Love is in the air·2003년), ‘몽키 퀸’(2003년) 등 대표작을 선보인다. ‘디즈멀랜드’(2015년), ‘월드 오프 호텔’(2017년)처럼 뱅크시가 주도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영상과 기록으로 만날 수 있다. 또 브리스틀 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전 포스터, 1995년과 2000년대 초에 진행된 뱅크시 인터뷰 영상도 전시됐다.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 4층에서 뱅크시의 작품 활동을 다룬 연표로 시작한다. ‘월스 온 파이어’부터 브리스틀 수상 레스토랑에서의 첫 개인전(1999년), 소더비 첫 경매(2007년),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개봉(2010년), 영국 글래스고 미술관 개인전 ‘컷 앤드 런’(2023년)까지 뱅크시의 주요 작품 활동을 짚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가자지구의 분리 장벽 바로 옆에 뱅크시가 세운 숙박시설로 ‘세상 최악의 뷰를 자랑하는 호텔’이라고 홍보하며 지난해까지 운영됐다. ‘디즈멀랜드’는 뱅크시가 만든 놀이공원으로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아름다운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을 설치해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두 작품은 세계적 분쟁에 뛰어들어 폭력과 권위, 차별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4섹션에서도 사진과 판화, 영상을 중심으로 뱅크시의 활동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전시는 202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뱅크시, 하늘에 성을 쌓다(Banksy, Building Castles in the Sky)’전을 한국 관객에게 맞게 변형한 것도 특징이다. 기존 전시가 뱅크시의 활동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관련 작품을 모은 것이라면, 한국 전시는 그라운드서울의 거대한 공간에 맞게 각종 조형물이나 포토존을 추가했다. 지하 4층의 개방된 공간에 14m 높이로 디즈멀랜드 드로잉이 그려져 있고, 그 옆에 회전목마가 설치됐다. 회전목마는 뱅크시의 작품이 아닌 디즈멀랜드의 분위기에 맞춰 전시팀이 특별 제작한 조형물이다. 이 밖에 전시장을 오가는 계단에도 뱅크시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벽화와 그라피티가 장식돼 있다. 윤재갑 그라운드서울 관장은 “예술이 불안한 이들을 위로하고 편안한 자들을 방해해야 한다는 뱅크시즘과 늘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 1만5000∼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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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스 “루이스 부르주아? 내겐 늘 두려웠던 존재!”[영감 한 스푼]

    지난주에 이어 프란시스 모리스 전 테이트모던 관장 인터뷰를 소개합니다.모리스 관장의 학창 시절과 젊은 큐레이터였을 때 일화,그리고 테이트 모던 터빈홀을 커다란 거미로 채운 루이스 부르주아와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되어있습니다.오늘 평소보다 분량이 약 1.5배 정도 되는데요. 궁금할 독자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 같아 자세히 소개드립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금지를 금지한다”68혁명과 저항의 시대가 낳은 변화제가 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 캠퍼스에서는 세계를 향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아우성이 빗발쳤어요. 학자들도 미술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았죠.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담론을 비롯해 인문학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캐논’을 의심하고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지난 뉴스레터에서 모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2000년대 초반 처음 문을 열 때,시대와 사조에 따라 이뤄지는 큐레이팅 방법론을 버리게 된 과정을 전해드렸는데요.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이어지는 문답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미술기관이 반응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관장님은 1980년대부터 큐레이터로 일을 해오셨잖아요?“네. 더 정확히 말하면 1980년대 후반부터 일을 했죠.”- 그렇다면 당연히 전통 아카데믹 미술사 교육을 받았을 텐데, 그렇게 배워 온 프레임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제가 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 캠퍼스에서는 세계를 향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아우성이 빗발쳤어요. 학자들도 미술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았죠.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담론을 비롯해 인문학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캐논’을 의심하고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제가 이 답변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입니다.조금만 생각을 더 해본다면, 이 때는 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반권위주의, 반제국주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실로 다양한 억눌린 목소리가 터져 나온 시기였습니다.‘68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을 대표하는 구호는 바로‘금지를 금지한다 (Il est interdit d‘interdire)이런 분위기에 푹 젖어 있는 대학 분위기를 상상해보면, 전통 미술사를 버린다는 귀결은 당연한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물론 그것이 현실로 오기까지는 1968년에서 테이트모던이 문을 연 2000년까지, 30년이 걸린 셈입니다. 계속해서 모리스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1970년대에는 존 버거의 ‘다르게 보기’ 같은 중요한 책들이 있었어요. 이 내용을 BBC 다큐멘터리로 처음 봤을 때 저도 충격을 받았죠.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굉장히 편협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러니까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었던 첫 번째 계기는 (존 버거와 같은) 인문학적 성취들이었어요.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는 영국의 흑인 지성인들도 눈부신 결과를 내며 문화를 확장하는 데 힘썼습니다.”(특강에서 모리스는 존 버거의 ‘다르게 보기’ 외에도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었는가’ 등의 저서를 언급했고, 스튜어트 홀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학자로 꼽았습니다.)- 학계뿐 아니라 예술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많았죠?“흑인뿐 아니라 비백인 예술가들, 여성 예술가들 등등 미술기관의 테두리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예술가들이 많았습니다.그 경계에는 특히 젠더와 인종이 작용했는데요.두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두 명의 훌륭한 여성 예술가가 있었어요.한 명은 40대에 세상을 떠난 헬렌 채드윅이에요. 페미니스트이자 영리한 예술가였고, 제 기억에는 그녀가 했던 미니멀한 조각 연작이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채드윅의 작업은 미니멀리즘과 분명한 연결점이 있었는데, 미니멀리즘은 미국 남성 예술가들의 영역이었거든요. 채드윅은 이런 조각을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재료로 했어요.채드윅의 예술 작업을 구성하는 또 다른 줄기 하나는 사진이었는데요.제가 테이트에서 일하기 전부터 저는 채드윅을 알았고, 그녀의 작업 세계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었죠.그래서 테이트에 채드윅의 작품을 소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당시 시니어 큐레이터가 바로 ‘No!’라고 하는거에요. 그 이유는? 우리는 ‘사진’을 소장하지 않는다는 거였죠!그런데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이제 25년 30년이 되었나요? 이제서야 내년 런던 화이트채플 미술관에서 그녀의 첫 회고전이 열린답니다.또 다른 예술가는 소니아 보이스에요. 작년에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죠.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걸 아주 훌륭한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에요. 테이트는 보이스의 작품을 소장했지만, 그녀 역시 알려지기 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그러니까 이렇게 채드윅, 보이스 같은 작가들을 1970년대에 만난 것이 또 제가 프레임을 깰 수 있었던 계기에요.여기에 휘트니 비엔날레와 파리 퐁피두센터의 대지의 마법사들(Magiciens de la Terre) 같은 전시를 보고. 이렇게 캐논 밖에서 훌륭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을 이미 보고 듣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테이트 모던을 준비할 때 한 일은 그냥 미술 기관이 굳게 걸어 잠그고 있었던 문을 활짝 열고, 그 시대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네요?맞아요. 게다가 유럽뿐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동유럽 같은 곳에서 뛰어난 현대미술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있었죠.그런 다양한 곳을 방문하면서, ‘아 이건 새로운 역사가 아니라 각 지역마다 고유의 훌륭한 역사가 존재하고 있는 거구나’를 깨달았어요. 캐논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요.루이스 부르주아,내겐 늘 두려웠던 존재부르주아는 어린시절의 기억을 보물을 캐내듯 계속해서 끄집어내면서 작업을 했고. 정신분석학을 진지하게 연구하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부르주아가 그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치유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되짚어보고 고민하고 곱씹는 과정 자체가 그녀에겐 아주 중요했던 거죠.이런 가운데 모리스는 루이스 부르주아, 야요이 쿠사마, 힐마 아프 클린트 처럼 미술사에서 배제된 여성 예술가를 재조명 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그 중에서도 루이스 부르주아는 테이트 모던이 개관할 때 터빈홀에 대형 거미 설치 작품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그래서 부르주아와 함께 일한 경험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우선 1995년에 부르주아와 전시를 한 적이 있어요. 이 때 그녀의 작품 일부도 테이트 소장품이 되었고요.부르주아가 초현실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 등등 20세기 수많은 사조와 연결 고리를 맺고 있으며 당시 나이가 많았음에도 왕성하게, 신선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터빈홀 커미션에 그녀를 초청했죠.또 회고전을 같이 준비하며 그녀가 머무르던 뉴욕을 정말 여러 차례 오가면서 만났어요.- 직접 만나 일할 때 부르주아는 어떤 사람이었나요?아. 무서운,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어떤 점에서요?아주 까다로운 사람이었거든요. 당신이 원하는 바를 늘 구체적으로 말했고 또 반대 의견도 서슴지 않고 말했어요.제 질문을 단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무서웠어요. 제가 하자는 거의 모든 일에 항상 ‘노’라고 했고, 1도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었거든요.만약 제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당장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죠.그러다가 갑자기 돌변해 아주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제가 선물로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영국 딸기잼을 사갔을 때의 일이에요.그 잼을 보고 부르주아가 어시스턴트를 불러요. ‘제리, 숟가락 좀 가져와 봐’ 하고요. 그러면 저와 부르주아, 제리 이렇게 세명이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아 나란히 잼을 스푼으로 떠서 나눠 먹었어요. (웃음)-아니, 빵도 없이 그냥 잼을?빵도 뭣도 없이 그냥 잼을요. 이상하죠. (웃음).그러니까 부르주아는 항상 제게 두려운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저는 꿋꿋이 20년 동안 뉴욕에 갈 때마다 부르주아를 만났어요. 마치 명절에 꼭 해야할 일을 하는 것처럼요.그 결과 부르주아의 회고전뿐 아니라 첫 번째 패브릭 작품 전시도 할 수 있었으니 아주 보람찬 노력이었죠.제 커리어에서 부르주아를 만난 건 손에 꼽을 만큼 멋진 일이고, 저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곤혹스러운 경험이기도 했어요. -그랬겠어요. 그런데, 예술 작품을 보면 그 작가가 어떤 사람이겠다, 이런 상상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관장님이 개인적으로 경험한 부르주아의 모습을 작품에서 찾는 다면 어떤 측면이 있을지도 궁금해지네요.음. 부르주아가 거미를 보고 자기 엄마라고 이야기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그 커다랗고 무서운 거미가 부르주아 그녀 자신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네요. 때로는 연약하지만 때로는 강철만큼 단단한 그런…그렇죠. 물론 그것뿐 아니라 패브릭 작업도 있고, 또 부르주아가 같은 주제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그러면서 실마리를 풀어가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부르주아는 아주 강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런 측면이 작품에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부르주아가 자신의 유년기가 보물 창고라고 했잖아요. 그 때의 기억을 계속해서 다시 곱씹으며 작업을 했기도 하고…네 그 때의 기억을 보물을 캐내듯 계속해서 끄집어내면서 작업을 했고. 정신분석학을 진지하게 연구하기도 했잖아요.그런데 저는 부르주아가 그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치유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되짚어보고 고민하고 곱씹는 과정 자체가 그녀에겐 아주 중요했던 거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부르주아에겐 그런 복잡한 문제들이 하나의 단위였어요. 그녀가 ‘내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말이 아니라 복잡하게 꼬인 문제들. 그것을 이리저리 상징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예술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거죠.-모리스와의 이날 대화는 강릉 솔올미술관에서 예정된 아그네스 마틴 개인전, 또 이화여대에서 9월 열릴 예정인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이마프(EMAP)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아그네스 마틴 개인전에 관한 내용은 링크된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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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세상 풍자 그림으로 만난다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130여 점이 한국을 찾는다. 영국 출신 화가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며 활동하기 때문에 작가가 직접 참여한 전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10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개막하는 ‘리얼 뱅크시’전의 큐레이터 피에르니콜라 디로리오를 8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디로리오는 “뱅크시의 대다수 작품은 스프레이 벽화인데, 이 중 일부를 뱅크시가 승인한 기관을 통해 석판화 작품으로 만든다”며 “페스트 컨트롤은 이러한 판화의 진위를 판명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인증받은 작품에는 ‘풍선을 든 소녀’(2004∼2005년), ‘꽃 던지는 소년’(Love is in the air·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몽키 퀸’(2003년) 등 대중적인 작품도 있다. ‘풍선을 든 소녀’는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직후 저절로 파쇄된 버전의 작품이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는 찢어지지 않은 다른 에디션 작품이 전시된다. ‘파쇄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 봤느냐’란 질문에 디로리오는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디로리오는 “뱅크시가 활동한 지 30년 정도 됐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시리즈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며 “정치부터 사회문제까지 많은 사람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며 소통하는 작가로서 뱅크시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했다. 디로리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으로 ‘네이팜’(2003년)을 꼽았다. 그는 ‘네이팜’에 대해 “베트남전쟁 피해자인 9세 소녀 판티킴푹의 팔을 맥도널드의 대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붙잡고 있는 장면”이라며 “내가 아홉 살 소년일 때 디즈니 영화를 보고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와 미국 문화를 즐겼는데 그 돈이 다른 한쪽에서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또 “뱅크시가 동시대 작가로서 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든 관객이 저마다의 해석을 갖고 바라보면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고국에서도 여러 차례 뱅크시 전시를 기획하고 관련 저서도 출간했다. 그런 그는 뱅크시의 정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디로리오는 “안경을 끼고 후드티를 걸쳤으며 평범하게 생긴, 거리에서 흔히 보는 50대 남자가 아닐까 추측해본 적은 있다”라면서도 “뱅크시를 만난 적은 없고, 또 그가 종교나 정치 등 성역을 넘나들며 풍자하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파이더맨의 얼굴이 알려지면 재미가 없는 것처럼, 뱅크시의 정체는 지금처럼 신비로운 곳에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번 전시가 열리는 그라운드서울은 6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2016년 부산 비엔날레 전시 감독을 맡았던 윤재갑 큐레이터가 관장을 맡았다. 윤 관장은 “뱅크시는 1980년대 말 이후 상업화된 문화 예술에 가장 큰 반작용을 보여준 작가 중 한 명이므로 개관전에 소개하고 싶었다”라면서 “작가와 큐레이터부터 컬렉터와 대중이 모두 모이는 마당(그라운드)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10월 2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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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M 솔로 2집 수록곡 포스터 공개… ‘성난사람들’ 이성진이 뮤비 연출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솔로 2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7일 소셜미디어에 신곡 ‘Come back to me’의 포스터(사진)를 공개했다. ‘Come back to me’는 24일 발매 예정인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수록곡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이 ‘Come back to me’ 뮤직비디오의 연출, 제작, 극본을 맡아 눈길을 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암살’에 참여한 류성희 미술감독과 영화 ‘1987’, ‘만추’의 김우형 촬영감독도 참여했다. 배우 김민하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RM과 호흡을 맞췄다. 곡 작업에는 밴드 혁오의 오혁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대만의 5인조 밴드 선셋롤러코스터의 멤버 궈궈가 기타, 베이스 세션으로 참여했다. 10일 오후 1시 ‘Come back to me’가 선공개되는 데 이어 24일 총 11곡이 수록된 2집이 발표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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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희진, 하이브 상대로 법원에 ‘해임안 의결 금지’ 가처분 신청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해임안을 법정에서 다투게 됐다. 하이브는 앞서 민 대표 해임안 등의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냈는데, 민 대표 측이 이에 대해 해임안을 의결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7일 민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 안건에 대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것은 주주간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하이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배임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와 기업 가치를 지키고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어도어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이달 말 경 임시주총을 소집할 예정이었다. 다만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민 대표 해임안은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 법원에서 먼저 다뤄질 전망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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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밀한 일기같은 윤석남의 드로잉

    ‘나는 착한 동생을 잃은/그 친구의 슬픔이 버거웠습니다. (중략) 상가를 돌아 나오면서/내 마음이 깊어졌습니다./일상인 죽음이 편안해졌습니다./참/소중한 하루였습니다.’(‘어제 이른 아침 전화 한 통 받았습니다…’) ‘이유도 없이, 혹은 이유가 있듯이/언제나 바쁜/당신 (중략) 너무나 바빠서/자기 몸이 어디 있는지도 잊어버렸다.//슬프구나/잊은 몸이 더 바쁘다.’(‘토요일 저녁 6시 50분’)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볼 수 있는 윤석남(85)의 드로잉 속 글귀다. 흔히 드로잉이라고 하면 작품을 제작하기 전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스케치를 생각한다. 그런데 윤석남의 드로잉은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느꼈는지 그 내밀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기에 가깝다. ‘어제 이른 아침…’은 가까운 친구의 동생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 상가에 갔다가 느낀 점을, 또 ‘토요일 저녁 6시 50분’은 바쁜 일상에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누군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다. ‘외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작품은 자식을 키워 온 모든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전시된 작품들은 윤석남이 2000∼2003년 그린 드로잉 700여 점 중 96점을 선별한 것이다. ‘여성주의 작가’라고 불리는 그답게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도 있지만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단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그 가운데서 느껴지는 건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 생명에 대한 존중, 자매애 같은 가치를 작가가 보편적 영역으로 확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항상 지상에서 20cm 정도 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세태에 흔들리지 않고 사랑과 평화 같은,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 온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윤석남의 동생인 윤석구(77)의 신작 조각 15점도 함께 소개한다. 버려진 나무를 알록달록한 천으로 감싸며 지금의 소비 행태가 올바른 것인지 되묻는다. 2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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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의 차이… 장효주, 촉감 강조한 개인전

    스크린에서 보이는 것과 눈앞에서 보고 만지는 것의 차이를 조각, 설치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 장효주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가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장 속 작품들은 실리콘, 지퍼, 폴리우레탄 같은 산업용 재료를 주로 사용해 삭막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얇은 막 아래로 솜이 욱여넣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매끈한 모니터 너머로 무언가를 볼 수는 있지만, 복슬복슬하거나 울퉁불퉁한 것 등 여러 가지 촉감은 느낄 수 없는 답답한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촉감에 더 강조점을 두기 위해 일부러 색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장효주는 국민대 입체미술 전공 후 독일 뮌헨조형미술대에서 공부했다. 2021년(독일 뮌헨), 2022년(서울)에 이어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지갤러리의 신진 작가 육성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엑시비션’ 공모전으로 선정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매년 열리는 ‘그레이트 엑시비션’은 앞서 이현우, 김상소, 조재, 허수연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정승진 지갤러리 대표는 “향후 공모 프로그램은 신진 기획자를 선정해 전시를 선보이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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