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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네이버의 한 여성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함께 있는 모습이다. 두 사람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글도 이어졌다. 게시자의 아이디(ID)는 ‘K○○’. 다음 날 같은 커뮤니티에 같은 아이디로 다른 글이 올라왔다. “김경수 의원이 좋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커뮤니티는 회원이 300만 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K○○’는 자신을 ‘독박 육아’를 하는 여성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다른 웹사이트에서는 “아이 아빠”라고 밝혔다. 추적 결과 그는 2016년 11월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드루킹님 과거 글에 답이 다 있다”는 글을 남겼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K○○’를 드루킹 일당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의원 팬카페 홍보를 위해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K○○’는 커뮤니티에서 자취를 감췄다. 다음의 유명 친문(친문재인) 카페인 ‘문팬’에서는 ‘파○○’라는 아이디의 회원이 눈에 띈다. 지난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파○○’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드루킹이 만든 문 대통령 지지 모임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의 글을 수차례 옮겨왔다. 언더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런 활동을 ‘침투’라고 부른다. 언더마케팅은 온라인에서 드러나지 않게 입소문만으로 홍보하는 기법을 말한다. 침투는 일반 사용자로 가장해 온라인 카페에 가입한 뒤 눈치채지 않게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홍보하는 수법이다. 23일 본보가 드루킹 일당과 관련된 여러 아이디의 활동 기록을 살펴본 결과 적극적으로 언더마케팅 활동을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언더마케팅 기법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조작이다. 김 씨는 휴대전화 170여 대를 ‘깡통 스마트폰(공기계)’으로 이용해 뉴스 댓글 ‘공감’ 수를 조작했다. 공기계는 인터넷주소(IP주소)를 수시로 바꾸기 위한 장비다. 온라인 여론 조작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또 블로그 ‘경인선’에는 드루킹 일당이 ‘품앗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흔적도 보인다. 품앗이 프로그램은 이름 그대로 홍보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상대방의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를 홍보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로 서로의 블로그나 카페에서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달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다. 3월 중순 경인선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60개 남짓 공감을 얻었는데 일부에서 품앗이 프로그램이 사용된 흔적이 포착됐다. 주오사카 총영사 청탁이 실패로 끝난 뒤 올 2월 드루킹 일당은 김 의원 관련 기사에 ‘김경수 오사카’라는 댓글을 반복해서 달았다. 업계에서 말하는 ‘역공격’이다. 작업을 의뢰한 고객이 약속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이들을 상대로 여론 조작을 하는 것이다. 언더마케팅 업자 A 씨는 “식당 한 곳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 하나로 프랜차이즈 업체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더마케팅은 이용자를 속이는 부정행위와 다름없다. 불법 소지도 많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홍보는 물론이고 역공격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 등은 문제가 확인되면 검색 결과 노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 해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보좌관 사이에 돈 거래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경찰이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자금책으로 알려진 A 씨(49)를 수사 중이다. 경공모 핵심 관계자로 알려진 A 씨가 돈 거래에 관여했거나 배경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 닉네임이 ‘파로스’인 A 씨는 경공모에서 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와 함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씨 일당의 자금 확보 통로로 활용된 것으로 의심받는 천연비누 쇼핑몰 ‘플로랄맘’에도 A 씨 이름이 등장한다. 구매대금 입금용 계좌의 주인이 바로 A 씨다. A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의 계좌로 2차례에 걸쳐 100만 원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같은 해 A 씨는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드루킹’ 김 씨도 당시 같은 혐의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주식 의결권을 모아 합법적 방법으로 하나의 기업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보일 겁니다.” 2014년 2월 10일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가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남긴 글이다. 5년간 숨겨진 존재였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외부에 드러내겠다는 뜻이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소액주주 운동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게 진행됐다. 경공모는 소액주주 운동을 통한 기업화 대신 온라인에서 정치활동을 펼쳤다. 경공모는 일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확보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진캠프’ 성격의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런 움직임은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6년 말부터 본격화했다.○ 경공모 중심으로 전위조직 운영 2016년 12월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 만들어졌다. 김 씨는 경인선을 통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 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른바 ‘국민선플단’이다. 이후 경인선은 약 1400건의 글을 올리며 온라인에서 문 대통령 지지 활동을 벌였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대선 이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비난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경인선 회원은 약 1000명이다. 김 씨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개인계정으로 지지 활동을 했다. 2016년 10월경 트위터 활동을 재개하고 문 대통령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여론 조작 공범으로 지목된 ‘서유기’(온라인 닉네임) 박모 씨(30)도 2016년부터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엠엘비파크’에 꾸준히 김 씨의 글이나 문 후보 지지 글을 올렸다. 김 씨와 박 씨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과 친구를 맺고 김 의원의 글을 자주 공유하기도 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설된 김 의원 팬카페 ‘우경수(우윳빛깔 김경수)’도 이들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비누 등을 판매하는 경기 파주시의 온라인 쇼핑몰 ‘플로랄맘’은 일종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개설된 맘카페 ‘세이맘’도 김 씨가 개설과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맘카페는 구매력과 여론 주도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주로 가입해 이른바 ‘언더마케팅’ 업자들이 탐내는 곳이다. 세이맘을 통하면 플로랄맘으로 연결된다. 세이맘에는 22일 폐쇄될 것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한 경공모 회원은 “소액주주 운동 같은 것이 어려움에 부딪히자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그것이 온라인 정치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적자라더니…” 김 씨 출판사 월급은 ‘600만 원’ 본보가 19일 확보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근로계약서에는 김 씨 월급이 600만 원으로 기록됐다. 세부항목을 보면 ‘총무관리와 제품 제조’ 명목으로 570만 원, 중식비 10만 원, 차량유지비 20만 원이다. 근무시간은 월∼토요일(화요일은 제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일주일에 30시간이다. 강의가 열리는 토요일을 근무시간으로 지정했다. 이 계약서는 2월에 작성됐다. 계약 기간은 무기한이다. 김 씨는 이 같은 사실을 회원들에게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만난 회원들은 “경공모는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 등으로 꾸려졌고 매년 적자였다. 김 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플로랄맘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경공모 회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만들었다고 한다. 대부분 무보수로 일했다는 게 회원들의 증언이다.권기범 kaki@donga.com·김은지·조응형 기자}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김 씨는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직후 온라인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속을 강조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폐쇄했던 블로그를 차례로 공개한 건 그의 변호인으로 전해졌다. 블로그 재공개는 사건이 알려지고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던 시점이다. 이를 놓고 김 씨가 경공모 내부뿐 아니라 여권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내부 결속 다지고… “여권에 저항” 김 씨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건 지난달 28일로 알려졌다. 구속 사흘 후다. 이 편지는 한 회원이 전달받아 소수의 다른 회원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 편지에서 이번 수사를 ‘정치적 보복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또 “저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집행유예를 목표로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저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신이 접촉했던 국회의원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소송비용 모금과 함께 ‘산채’ 지원을 요청했다. 산채는 느릅나무 출판사가 있는 경기 파주시 사무실을 일컫는다. ‘텔방’(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소통하며 뭉쳐달라는 부탁도 남겼다. 김 씨의 편지는 내부 결속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자신의 구속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회원들에게 계속 믿음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김 씨가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13일 언론 보도로 처음 사건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 씨와 관련된 블로그와 카페 등이 일제히 폐쇄된 건 하루 뒤인 14일. ‘드루킹의 자료창고’와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등이 모두 비공개로 바뀌었다. 그러나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청와대가 잇달아 해명에 나서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16일 오후 ‘드루킹의 자료창고’가, 17일 오후에 ‘경인선’이 차례로 공개됐다. 블로그 재공개는 김 씨의 변호인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씨 자신의 뜻으로 보인다. 김 씨 변호인은 일부 언론에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재미있는 글이 많다”는 내용을 먼저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든 글이 일제히 공개로 바뀐 것은 아니다. 경인선 블로그의 경우 2016년 12월 6일 등록했던 ‘국민 선플단 프로젝트란?’ 글은 여전히 비공개다. 여기에는 “민주 세력 집권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악의적으로 편파적으로 가짜 여론을 생성 유통하는 인터넷상의 ‘악플들’을 국민의 진짜 목소리로 정화하는 것” 같은 내용이 있다. 반면 지난해 8월 1일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올렸던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고 싶어하셨던 이유, Cheer Up!’이라는 글은 공개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장에 참가한 경인선 회원들의 모습과 김 여사가 “경인선에 가야지”라고 말하는 동영상도 있다. 김 씨 측이 블로그 게시물을 선별적으로 공개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성 또는 압박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사카 총영사는 일본 자금 유치용” 경공모의 최상위 등급인 ‘우주’ 회원 A 씨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강연하는 걸 직접 들었다”며 “김 씨가 경공모 회비로 정치인들에게 강연료 수백만 원을 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4년 6월 서울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노 원내대표 측은 “2014년 6월에 단 한 번 강의했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이 와서 방대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다”며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상태여서 당시 강연을 많이 다녔다”고 해명했다. A 씨는 김 씨가 경공모 고문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앉히려 했던 것은 경제적 공진화를 위해 일본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신뢰받을 수 있는 ‘간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올해나 내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도쿄가 물에 잠길 거라고 예언하며 그 후 일본 기업들의 자금을 한국으로 대거 끌어오는 방안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김경수 의원을 통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한 인물이 경공모 회원인 변호사 B 씨(46)인 사실도 확인됐다. B 씨는 경공모 고문변호사 역할을 맡아온 핵심 인사로 전해졌다. B 씨는 평소 김 씨의 법률 자문에 응해주긴 했지만 댓글 여론 조작 사건 변호를 맡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울대 동문인 B 씨와 김 의원이 평소 가까운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조응형 기자}

“두 눈을 부릅뜨고 한 달 동안 그를 지켜줘야 합니다. (중략)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댓글을 달고 전화를 하면서 그를 지켜줘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가 2017년 4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대선을 불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이다. 김 씨는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다면 정말 위태로운 경선이 됐을 것”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치명타를 입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뒤 “남은 한 달 ‘이명박근혜’ 잔당이 문재인에 맞설 것이다.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불리한 기사만 쏟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폐쇄된 블로그 다시 ‘공개’ 전환 이 글은 김 씨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있는 게시물 200여 건 중 하나다. 김 씨의 블로그는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인 14일 폐쇄됐다가 16일 오후 늦게 다시 공개됐다. 일부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였다. 뒤이어 김 씨의 또 다른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도 폐쇄상태에서 17일 오후 8시경 공개로 바뀌었다. 김 씨가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다른 운영자가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증폭되는 시점에 민감한 내용이 담긴 블로그를 굳이 공개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김 씨는 지난해 대선 직후 쓴 글에서 “당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 정권도 실패한다”며 지지자 결집을 촉구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를 언급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 지사만 깐다. 저는 이거를 일부러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장기적 전술이라고 본다”고 썼다. 다른 세력의 여론전 가능성을 주장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이런 작업이 내 눈에는 띈다.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라는 거대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로그 ‘경인선’에는 2016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꾸준히 글이 올라왔다. 대선 기간이던 4월 말에는 한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해 “안랩 직원들이 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에 동원돼 왔다”는 글을 썼다. 선거 뒤에는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등 현 정부를 응원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고서·경선 동원해 ‘아전인수’식 해석 고서와 경전을 이용해 정치나 사회 문제를 해석한 글도 많았다. 특히 ‘송하비결의 재해석’ ‘우주방정식 자미두수(紫微斗數)’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송하비결이란 조선 말기에 쓰였다는 일종의 ‘예언서’다. 자미두수는 중국의 도교에서 시작한 점술이다. 2017년 1월 김 씨는 “송하비결에 나온 구절”이라며 ‘해룡기두(海龍起豆)’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 사진과 고향인 거제도 지도를 첨부한 뒤 “바다에서 태어난 자를 대통령으로 뽑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훌륭하냐는 뜻”이라고 썼다. 2014년 7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예견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예언했다”(2016년) “일본 대지진이 오고 통일한국이 온다”(2017년)는 내용도 있다. 경공모 회원도 우주와 은하, 태양, 지구(열린 지구와 숨은 지구로 구분), 달, 노비라는 단계로 구분됐다. 50대 전 회원 A 씨는 “우주에 관심이 많아 이런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노비’는 자조적 표현인데 ‘우리는 아파트 한 채에 목숨을 거는 금융제도의 노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를 활동의 본거지로 삼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느릅나무 출판사가 입주한 건물 관계자는 “김 씨와 회원들은 ‘교하(交河·지금의 파주시 교하읍)천도론’을 자주 운운했다. 파주를 찍은 항공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하천도론은 1600년대 조선 광해군 때 수도를 교하로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 복도와 벽면에는 ‘교하’를 중심으로 한 가로 길이 2m의 대동여지도가 걸려 있다. 전 경공모 회원들은 김 씨의 행각을 “사이비 교주 같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소액주주 운동을 하자며 주식 10만 원어치를 사서 양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짜(사기꾼)’ 냄새가 났다”는 글을 올린 전 회원도 있다.권기범 kaki@donga.com / 파주=김은지 / 조응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주범 김동원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 등 3명을 구속한 지 17일 만에 이들의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1일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다시 5일이 지난 16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17일 발부됐다. 경찰은 구속된 3명 등 피의자 5명의 은행 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17일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이 임의로 제출한 계좌 15개만 들여다봤고 김 씨가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법인 계좌는 조사하지 않았다. 출판사는 댓글 여론 조작 활동의 근거지였기 때문에 그 운영비 조달 경위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피의자 5명과 출판사 계좌를 압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김 씨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댓글 활동을 전달받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 여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부담스러워 늑장을 피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17일 수사팀 인원을 13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지난해 대선 당시 댓글 여론 조작 여부도 수사하기로 했다. 또 출판사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 대 중 검찰에 넘겼던 133대를 돌려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 대는 대부분 댓글 여론 조작을 위한 이른바 ‘깡통 스마트폰(공·空기계)’으로 확인됐다. 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아 가입자 식별 정보를 담은 유심칩(SIM카드)이 없다. 경찰은 김 씨 등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이런 스마트폰을 PC와 연동시켜 인터넷주소(IP주소)를 마음대로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IP주소가 일정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많은 사람이 댓글 추천을 한 것처럼 조작해 순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김 씨 등이 ‘깡통 스마트폰’을 대량 매입한 시점이 지난해 5월 대선 이전이라면 대선에서 댓글 여론 조작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바른미래당은 이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김 씨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김경수 의원의 댓글 조작 관여 여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와 김 씨의 연관성 등을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과거 김 씨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MB) 아바타’로 지목됐던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댓글 여론 조작 개입 사건은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기범·최고야 기자}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제시한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 인사안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대선 당시 김 의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온라인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던 김 씨의 인사 추천이 청와대까지 들어간 것이다. 김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에게서 주오사카 총영사를 추천받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에서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드루킹에게 연락했더니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후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은 김 씨와 김 의원이 주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던 법무법인 광장의 A 변호사를 청와대로 불러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 비서관이 피추천자로부터 얘기를 듣고 난 뒤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6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텔레그램 일반 대화방을 통해 댓글 활동 등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김 씨와 김 의원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32건이다. 또 김 씨는 올 3월 7일부터 20일까지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115건의 메시지와 3190여 건의 기사 주소(URL)를 보냈다. 김 의원은 이 내용을 읽지 않았다. 비밀 대화방에는 ‘대화 자동 삭제’ 설정 기능이 있어서 3월 7일 이전에 김 씨가 보낸 메시지 등을 김 의원이 봤을 가능성은 있다. 경찰은 김 씨와 공범 2명의 사무실과 집 등에서 휴대전화 170여 개를 압수해 검찰과 함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정보 분석) 중이다.권기범 kaki@donga.com·유근형기자}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주범인 김모 씨(49·구속·온라인 닉네임 ‘드루킹’) 등이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대화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김 씨 등은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 내용과 기사 주소(URL) 등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의원이 김 씨 등의 댓글 여론 조작 활동을 알고 묵인했거나 개입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 의원이 경찰 조사 결과 댓글 여론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아 사용했다. USB로 텔레그램을 작동하면 PC에 대화기록이 남지 않는다. 김 씨 등은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이 USB를 화장실 변기에 버려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김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가 지난해 대선 경선 전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며 의원실을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텔레그램을 통해 김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 적은 있지만 상의를 하듯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댓글 조작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김 의원은 이어 “김 씨가 무리한 인사를 요구해 거부하자 반감을 품고 악의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소액주주 운동을 목표로 삼는 단체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운영한 김 씨는 이 단체 회원들에게 “일본 대사와 총영사 자리를 김 의원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거절하자 김 씨는 회원들에게 “문 대통령에게 을(乙)질 당하는 건 올해 말까지만 하자”고 공지했다. 또 구속 전 SNS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 씨 등 3명은 올 1월 17일 네이버에 게재된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를 비판하는 댓글의 추천 횟수를 불법적으로 늘려 해당 댓글을 리스트 상단에 올린 혐의(업무방해)로 지난달 구속됐다. 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장관석 기자}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쓰고 추천수를 조작한 파워 블로거 김모 씨(49·구속·온라인 닉네임 ‘드루킹’)는 대선 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 지지 글을 자주 올렸다가 올해 전후부터 돌변해 정부 비판 댓글을 확산시켰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지인의 주오사카 총영사와 일본 대사 자리를 요구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 때문에 김 씨가 왜 친여 성향에서 반(反)정부로 돌아섰는지, 김경수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었는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루킹, 일방적으로 김 의원에게 접근했나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김 씨는 2016년 12월부터 문 대통령 관련 글을 트위터에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2017년 초에는 본인이 주축으로 활동하던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라는 블로그의 글을 공유하며 문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김경수 의원은 김 씨에 대해 “지난 대선 경선 전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해 왔다. 당시 수많은 지지그룹들이 그런 식으로 돕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고 ‘드루킹’도 그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의원에게 대선 전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해 왔다는 얘기다. 검경 수사에서 핵심은 김 씨가 대선 당시에도 매크로(여러 댓글과 추천을 한꺼번에 입력할 수 있는 기능) 기능으로 댓글 조작을 했는지, 이 과정을 김 의원 등 친여 핵심이 관여했거나 알고도 묵인했는지다. 지금까지 김 씨 등의 댓글 조작이 확인된 것은 대선이 끝난 뒤인 올해 1월의 일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김 씨가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보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김 씨는 구속 전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 진짜 까줄까?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다”는 글을 남겼다.○ 드루킹, 친문(親文) 자처하며 영향력 과시 민주당 관계자는 “그가 민주당 의원 여럿은 물론이고 정의당 의원에게도 접촉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했다. 실제로 김 씨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정권을 우리가 바꾸고 문재인이 당선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진보진영 정치인과의 인연도 과시했다. 그는 “초청인사 데려오면 평소 인연 있는 유시민이나 노회찬 의원, 친문 의원 몇 명 부를 수야 있다”고도 했다. 김 씨는 1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불러 강연을 열기도 했다. 김 씨는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에 ‘추천’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댓글 조작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일을 일방적인 인사 청탁이 거절된 김 씨의 앙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14일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을 정권 실세로 판단해 오사카 총영사 자리 관련 인사 청탁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김 씨가 주일본대사 자리를 요구한 정황도 포착됐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김 씨의 인사 청탁이 1건 외에도 더 있지만, (김 의원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경 수사로 김 씨가 인사 청탁 등을 대가로 뒷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알선수재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씨는 회원들에게 “오사카 총영사 인사 결과를 보고, 만약 외교 경력이 없는 인사가 뽑히면 거짓말한 김 의원을 ‘날려줘야’ 한다”는 글도 썼다. 김 의원의 올 2월 언론 인터뷰 기사에는 ‘김경수 오사카’라는 댓글이 계속 달린다. 일부 댓글은 “약속도 안 지키는 게 무슨, 이제 김경수 따라다니면서 낙선운동 할 거다”라는 등 노골적으로 김 의원을 비난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애초 김 씨 측과 김 의원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김 씨가 김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면, 김 의원 측이 김 씨의 SNS 활동을 방조했을 가능성까지도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장관석 jks@donga.com·박성진·권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 날려줘야죠.” ‘드루킹’으로 알려진 김모 씨(49)가 올해 초 자신이 주도해 결성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 회원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김 씨는 채팅방에 “우리가 1년 4개월간 문재인 정부를 도우면서 김경수 의원과 관계를 맺은 건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며 “두어 번 부탁을 한 게 우리 회원 분들을 일본대사(로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김 의원은) 분명히 외교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해야 돼서 못 준다고 했다”며 “외교경력 없는 ‘친문(재인)’ 기자 나부랭이가 오사카 총영사로 발령받으면 그때는 도망갈 데가 없겠죠”라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로 오사카 주재 총영사로 한겨레신문 출신인 오태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임명되자 김 의원을 공격하자고 회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한테 ‘을(乙)질’ 당하는 건 올해까지만 합시다”라고도 했다. 이어 메시지를 보내 올 초 비트코인 등 암호화 화폐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혼선을 비판한 기사 링크를 올린 뒤 “여기에 가서 ‘악플’에 추천, ‘선플’에 비추(천)를 눌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드루킹의 이 같은 활동상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드루킹이 김 의원을 정권 실세로 판단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14일 기자회견에서 “드루킹이라는 분이 직접 찾아와 인사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했고,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인 드루킹은 2005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했다. 당시 그는 한 중소기업의 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9, 2010년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되면서 온라인에서 명성을 얻었다. 주식투자자로 활동하며 ‘드루킹의 차트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후 정치와 시사 분야로 온라인 활동의 폭이 넓어진다. 2012년 10월 당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를 향해 “안철수가 문재인과 결합하는 것은 MB의 부활”이라고 주장한 글도 올렸다. 이 주장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안철수 MB 아바타설’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2014년 김 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개 카페 운영을 시작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씨는) 특정 정치인을 콕 집어 비판하기로 유명했다. 팔로어가 많아 그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의원실이 신경 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나도 지난해 이 사람으로부터 음해공격을 받았다.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근거 없는 것이었지만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나는 졸지에 ‘동교동 즉, 분당한 구(舊)민주계 정치세력이 내분을 목적으로 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상호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도 14일 “(드루킹이) 온갖 ‘카더라’ 정보를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고 나를 음해하는 글을 게시해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사실이라 믿고 나에게 댓글로 욕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박성진 psjin@donga.com·권기범 기자}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된 주범 김모 씨(49) 등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은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뉴스와 댓글 상황을 점검할 모니터 요원까지 운용했다. 그만큼 조작 과정이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15일 본보가 입수한 김 씨 일당의 ‘모니터 요원 매뉴얼’에는 온라인 기사의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아 상위권에 노출되기까지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과 유의사항이 7개 항목으로 정리됐다. 이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시간대별 기사 모니터링 인원 배분→기사 선정 후 구미에 맞는 댓글 선별→해당 댓글 추천 수 조작→상위권 유지되도록 추이 관찰→타 세력의 반격 감지되면 즉시 보고’ 등으로 분석된다. 매뉴얼에 따르면 모니터 요원은 김 씨 등으로부터 각각 근무시간을 할당받는다. 이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주요 기사를 선별하는 일이다. 모니터 요원은 주로 정치 관련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와 초기 댓글 수 등을 김 씨 등에게 보고한다. 모니터 요원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작업 상황을 공유했다. 텔레그램을 구동할 때는 반드시 김 씨 일당에게서 지급받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PC에 대화 기록을 남기지 않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에는 ‘산채에 방문해 텔레그램이 깔린 USB메모리를 받아가야 하며 화면을 캡처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도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산채’는 김 씨 일당이 자신들의 근거지로 운영해온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작업 관련 보고와 논의도 특정 대화방에서만 하도록 했다. 김 씨 등은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며 ‘작업’ 대상으로 삼아야 할 기사 주제와 댓글 선정 기준을 정했다. 정부의 북핵 대응이나 평창 올림픽, 가상통화, 부동산 정책 관련 기사가 주요 대상이다. 모니터 요원은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기사를 고른 뒤 상위권으로 순위를 조작할 댓글을 정했다. 조작은 추천 횟수를 부풀리는 것이었다. 댓글 추천 횟수가 많을수록 댓글이 상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위해 아이디 한 개당 1회로 제한된 추천을 불법적으로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김 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댓글 상위권을 장악한 기사를 ‘작업 기사’라고 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올 1월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의 댓글이 각각 4만여 개의 추천을 받아 최상위에 노출됐다. 모니터 요원은 조작 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의 뉴스 갱신 주기에 맞춰 수시로 상황을 점검했다. 김 씨는 매뉴얼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김경수 전해철 의원,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특정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며 수시로 뉴스를 검색하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댓글 조작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한 조치 요령도 매뉴얼을 통해 공유한다. 이들은 ‘추빠’(추 대표 지지자 비하 표현)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비하 표현) ‘문꿀오소리단’ 등의 표현을 쓰며 견제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특정 댓글을 상위로 올려놓았는데 이들 누리꾼이 ‘비추천’ 수를 급격히 늘리는 방식으로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수시로 댓글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댓글 여론 조작을 위해 이 같은 조직을 운영하게 된 경위와 비용 조달 방식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 등에게 여론 조작을 사주하거나 금전적 지원을 해온 배후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매크로 프로그램 ::컴퓨터상에서 특정 행위의 단순 반복을 실행하는 프로그램. 주로 게임 진행이나 포털 게시물의 조회 수 및 추천 수 증가 등 반복적인 클릭 작업에 활용된다.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 기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벌어지는 뉴스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 올 1월 17일 처음 제기했다. 당시 추미애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네이버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라며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포털사이트도 공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이 의혹에 불을 질렀다. 이 글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의 비판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 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 링크가 첨부됐다. 온라인 닉네임이 ‘드루킹’인 민주당원 김모 씨(49·구속)가 댓글 추천을 불법적으로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순위를 조작한 바로 그 기사였다. 이 청원에는 모두 21만2992명이 서명을 했다. 청원의 여파로 ‘여론 조작이 사실이었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1월 19일 네이버 측은 경찰에 댓글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네이버 측은 같은 달 21일 수사 의뢰 사실을 공개하며 “일부 온라인 뉴스에 달린 댓글 공감 수가 급속히 올라가는 것이 조작이라는 주장이 있는 만큼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은 1월 말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 정황을 수집해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월 7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성격을 감안해 수사 보안 유지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김 씨 등의 댓글 여론 조작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지난달 22일 김 씨가 운영하는 경기 파주시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 씨 등 3명을 긴급체포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한 뒤 30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수사였는데 범인들이 민주당원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지난달 초 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 목소리를 수사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때까지 경찰은 김 씨 등을 구속하고 공범들을 수사 중인 사실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4월 13일 언론을 통해 김 씨 등의 구속 사실이 보도된 뒤에야 경찰은 수사 결과를 일부 밝혔다. 그러나 김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 내용 등을 알렸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 이전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씨 등이 대가를 받고 댓글 여론 조작을 했는지를 조사하면서 공범 3명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3명이 구속됐다. 권리당원은 특정 기간 당비를 꾸준히 내고 있는 당원이다. 이들은 보수 진영이 반(反)정부 성향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네이버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모 씨(48) 등 3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민주당이 1월 말 “조작 방식이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며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고 네이버도 수사를 의뢰해 시작됐다.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월 17일 네이버에 게재된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다’ 기사를 비판하는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 자동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디(ID) 614개로 추천 수를 높인 것. 추천 수가 많을수록 댓글 리스트 상단에 배치되는 것을 노렸다. 이렇게 조작한 댓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국민들 뿔났다!!!’(추천 4만2390개),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추천 4만692개)는 약 3만1000개 전체 댓글 중 ‘공감’ 수 1, 2위에 올랐다. 출판사 동료인 이들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회사 사무실을 경찰이 압수수색하자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다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보수 세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 ‘보수 세력이 사용한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서 시험해 보려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여권 특정 세력과 함께 조직적으로 댓글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친노(친노무현) 성향 정치 논객으로 통한다. 그가 2005년부터 운영한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가 982만 명이나 된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안철수 MB 아바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권 유력 정치인들 이름을 거론하며 친분을 주장했다고 한다. 한 현직 국회의원과는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전부터 수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정밀 감식하고 있다. 김 씨는 2월 초 온라인에 유출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여론 조작 매뉴얼에도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작업 대상인 포털 기사 목록과 댓글 조작의 세부지침이 담겨 있다.구특교 kootg@donga.com·권기범 기자}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다음 주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해 임시로 치워가는 수거 업체들은 대부분 이번 주말이나 이달 말까지로 시한을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쓰레기와 인력 부족으로 더 이상 수거하지 않겠다는 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 13일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10곳을 살펴본 결과 4곳에서 여전히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마포구 600가구 규모의 A아파트에는 폐비닐을 담은 포대가 60여 개나 쌓여 있었다. 수거 업체가 음식물이 묻었거나 색깔 있는 비닐이 섞여 있다며 2주째 가져가지 않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민들에게 배출 방법을 홍보하고 업체에도 수거를 요청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서울 한 자치구의 담당자는 “구와 주민의 압박에 수거를 재개했지만 한 번만 치우고는 그만인 경우도 있다. 아파트와 비용 협의가 되지 않으면 다시 수거를 거부하겠다는 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수거를 거부하는 업체 대신 다른 업체 등에 지원금을 주고 임시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들도 장비와 인원이 더 필요하다며 역부족을 호소한다. 종로구 요청으로 임시 수거하는 A실업은 “왜 안 하던 일을 하느냐”는 직원들 불만이 크다. 일반 주택 쓰레기만 수거하다 아파트 단지 것까지 치우다 보니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가 평소보다 20% 늘었다. 지원금도 일반 주택 처리할 때의 절반만 받는다. A실업 관계자는 “우리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다 일반 주택 쓰레기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중구에서 임시 수거를 맡은 B업체 대표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하고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수거 업체의 비용 협상도 난항인 곳이 많다. 노원구 상계동 C아파트는 가구당 1160원을 내고 수거해 가던 업체가 금액을 80% 깎아달라고 하면서 협상이 결렬돼 계약을 해지했다. 마포구 공덕동 D아파트 단지도 업체가 ‘수거 가격 인하’와 ‘돈 안 되는 폐비닐 수거 거부’라는 조건을 내걸자 다른 업체를 찾고 있다. 경기도는 수거 거부 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안양과 안산 일대를 담당하던 업체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수거를 중단할 방침이다. 시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광명에서는 시가 “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업체들이 반발해 수거 거부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관계자는 “비닐 쓰레기를 서울시청 앞에 쏟아버리겠다는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다. 이달 말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본격 추진된다. ‘3·1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민추진위원회’(국민추진위)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 순국선열 현충사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김시명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장과 이기후 ‘우사 김규식 박사 기념사업회’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임원 30여 명에 회원 약 300명이다. 이날 현판식에는 두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 도재영 전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진철훈 ROTC중앙회 회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3·1운동에 이어 ‘등재 운동’을 펼치자”고 다짐했다. 이어 1895년 을미사변 이후부터 광복 직전까지 독립운동을 하다 숨진 순국선열 위패 2800위에 참배했다. 국민추진위 결성은 올 3월부터 추진됐다. 김 회장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3·1운동의 정당성과 비폭력성 그리고 우리 민족의 도덕성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축사에서 “3·1운동은 비폭력 독립운동인 동시에 당시 아시아 각국에 영향을 미친 세계사적 사건이다. 외국에서도 3·1운동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움직임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판식에는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3),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증손자 이항증 씨(79) 등 독립운동가 자손들도 참석했다. 이 씨는 “외세에 항거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전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꼭 필요하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온 국민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추진위는 2020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3·1운동 관련 각종 자료를 추적해 수집한다. 관련 기관과 개인에게 자료를 요청한 뒤 목록을 만들어 문화재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회원 5만 명을 모아 등재 촉구 서명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창립총회를 가진 ‘3·1운동 유엔·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기념재단’과의 협력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은지 eunji@donga.com·권기범 기자}

7일 오후 3시경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1000석 규모 강당의 대형 화면에 막대그래프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좌석 곳곳에서 스마트폰이 쑥쑥 올라왔다. 화면 사진을 찍는 소리는 연예인 팬 미팅을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마련한 ‘2019학년도 진로진학콘서트’. 지난해 고려대 입시 분석결과를 공개하고, 내년도 입시 전형을 안내하는 입시설명회였다. 오전 9시 반, 오후 2시 등 두 차례에 모두 2000명이 객석을 채웠다. 참가자들은 고려대의 올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기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고려대는 전체 모집 정원 3796명 중 72.6%인 2757명을 학종으로 선발한다. 최근 학종이 ‘깜깜이’ ‘금수저’ 논란에 휩싸인 것을 의식한 듯 이날 관련 정보를 대거 공개하며 투명성과 심층성을 강조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수시 전형에서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 중 일반고 비중이 73.5%로 정시(66.5%)보다 7%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를 이날 공개했다. 실기 위주의 몇몇 학과를 빼고는 대부분 학종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정시보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일반고가 불리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결과였다. 박민규 고려대 인재발굴처 부처장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 선발이 특목고나 자사고를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입학사정관들은 “지각, 결석이 있어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불리하지 않다” “절대적인 수상 횟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등 구체적 판단 기준을 하나씩 설명했다. 고3 수험생을 둔 김모 씨(50·여)는 “자기소개서에 실수로 ‘신촌에 있는 Y대에 가고 싶다’고 써도 무조건 탈락시키지는 않는다던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남았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학종의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부 토크 콘서트에 나온 올해 고려대 신입생들이 자신의 학기별 내신등급을 공개하자 장내가 살짝 술렁였다. 한 신입생이 다른 신입생을 바라보며 “저 친구의 가장 안 좋았던 내신 등급이 제가 가장 잘 받은 점수와 비슷하다. 그런데 나도 합격했다”며 너스레를 떨자 학부모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언제까지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줄 세우기식 입시를 해야 하느냐. 학종을 통해 인성 좋고 더불어 사는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전형 과정을 더 정교하게 만들 계획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5일째로 접어들었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부랴부랴 업계와 접촉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단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칫 쓰레기 대란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환경부 관계자와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등 업체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업체 대표들은 “지자체나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한 달에 가구당 수거비 1000원 정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맹도 미리 준비한 자료를 통해 “긴급 조치로 지자체가 현재 쌓여 있는 쓰레기를 직접 또는 대행업체를 통해 수거해야 한다” 등의 안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재활용 쓰레기 순환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이도록 하겠다. 다만 단기적으로 (가격 회복이) 어려우면 그 차이를 보조해줘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선별업체나 수거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사실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4일부터 이틀간 수도권 지자체들도 자체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환경부 간담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체들은 쓰레기 수거를 재개하려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당장 지원을 약속하는 게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 경기 군포시는 “14일부터 시가 책임지고 수거하겠다. 그때까지만 계속 수거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업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포시 관계자가 “조금만 더 손해를 봐 달라”고 말하자 업체 대표들이 “그게 말이나 되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연맹과 선별업체 등은 “정부가 고형연료(SRF) 생산 및 사용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해서 폐비닐 가격이 떨어진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SRF 관리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요 확대 방안을 세우라고 환경부에 요청했다.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는 폐비닐은 SRF를 만드는 주 원료다. SRF 규제 완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환경오염 우려 때문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공급되는 SRF가 품질 기준에 맞지 않아 정부도 관련 기준을 강화했던 것이다. SRF 완화는 미세먼지 심화로 이어져 도리어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승희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장(경기대 교수)은 “SRF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대부분 집적시설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자체 수거 체계를 활용해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송파구 등은 기존 업체 대신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업체를 통해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재개했다. 도봉구 등도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조응형 yesbro@donga.com·권기범·조유라 기자}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1일부터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많은 주민이 혼란에 빠졌다. 일부 업체는 “플라스틱 가격이 계속 내려가 공짜로도 가져간다는 곳이 없다”며 페트병 수거마저 거부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는 ‘4월 1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수거업체들이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를 중단했으니 당분간 집에 보관하라고 공지한 곳도 있다. 일부 아파트는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안내했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재활용 폐기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다가 적발되면 10만∼3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해당 주민들은 “우리 보고 과태료를 물면서 쓰레기를 버리라는 거냐.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던 중국이 올 1월부터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수입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재활용 쓰레기 업체들의 중국 수출이 막히고 선진국 재활용 폐기물 수입량이 늘면서 폐지와 플라스틱, 고철 등의 가격이 폭락했다. 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고물상과 수거업체 등을 취재한 결과 3월 말 기준으로 고물상과 수거업체가 아파트에서 사들이는 폐지의 가격은 kg당 20∼3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kg당 100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50% 이상 떨어진 것이다.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kg당 500원 하던 의류가 이제는 2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고철 가격도 반값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활용 업체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폐지와 고철, 유리병을 수거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폐비닐과 폐스티로폼도 같이 가져갔다. 그러나 폐비닐과 폐스티로폼을 수거해 처리하는 비용이 수익보다 커져 가져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재활용 폐기물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수거 거부 품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거업체들은 “돈이 되는 품목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권기범 kaki@donga.com·조유라·조응형 기자}

“페트병도 내놓지 말라니, 생수도 사먹지 말라는 건가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주민 이모 씨(40)는 1일 쓰레기 수거장에 붙은 공고문을 보며 탄식했다. 공고문은 ‘재활용 폐기물 가격 급락으로 수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에 보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횟수를 주 1회에서 3주에 1회로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이 씨는 “집이 쓰레기장으로 돌변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페트병이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에 들고 온 다른 주민은 “페트병을 조금씩 들고 나가 공공장소에서 버려야 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비닐, 종량제봉투에 넣으면 과태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비용 부담이 크다”며 이날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의 수거를 거부하자 주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잘못 안내하면서 혼란과 불만이 가중됐다. 주민들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늘게 생겼다며 울상이다. 이경미 씨(56·여)는 “비닐은 그나마 부피가 작지만 스티로폼을 버리려면 100L 종량제 봉투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활용 폐기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면 법 위반이다. 적발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10만∼30만 원을 내야 한다. 환경부도 “일부 업체가 착오로 잘못된 안내를 한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 비닐 등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환경오염 우려도 크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소각장 환경오염 방지 설비에 무리가 오고 오랫동안 썩지 않아 사후 토지 이용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주로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반 주택은 지자체가 수거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비닐이나 스티로폼 처리 비용을 보전해주거나, 자체 재활용품 선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거 거부 첫날 아파트마다 ‘혼란’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가 현실화되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A아파트. 30대 여성이 재활용품 수거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닐을 담던 자루가 없었다. 한참을 서성대다가 쓰레기를 손에 든 채 집으로 돌아갔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6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쓰레기 배출을 금지했다. 안내문을 단지 곳곳에 붙였지만 헛걸음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달 31일에는 경비원들이 다른 재활용품 속에 들어간 비닐을 골라내느라 오전 11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분리수거함을 뒤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B아파트 주차장 입구에는 하얀색 스티로폼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며칠 전부터 수거업체가 스티로폼과 비닐, 일부 질 나쁜 폐지는 가져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주민 대표는 “업체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니 어디에 항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업체는 재활용품 수거를 해주되 웃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활용 수거 업자 김모 씨는 동대문구 C아파트에 “재활용품을 이전처럼 수거해 줄 테니 한 달에 6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은 김 씨가 아파트에 4만 원을 건넸는데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김 씨는 “한 번 걷어 가는 비용만 5만 원이 든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갑자기 늘어난 업무에 불만을 토로했다. 1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D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는 ‘비닐류와 스티로폼의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스티로폼 박스가 수북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들은 몰래 내다놓고, 수거업체는 나 몰라라 하니 분통이 터진다. 이젠 자포자기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비닐이나 스티로폼은 폐지나 캔처럼 그나마 돈 되는 물건을 수거하는 김에 챙겨준 건데 다른 품목 가격이 뚝 떨어져 버렸으니 어쩔 수 있나요.” 서울 도봉구 B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재활용품 수거 거부 논란에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폐기물 가격이 일제히 떨어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닐 수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강북구 M재활용업체 사장은 “비닐은 다른 쓰레기와 섞인 경우가 많아 중간 업체에서 받지 않을 때가 많다”고도 했다. 외국산보다 처리비용이 더 들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받은 국산 페트병도 몇 년 새 가격이 폭락해 업체들은 수거를 꺼린다. 국내 재활용 폐기물 처리는 민간 업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및 주택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면 중간업자가 이를 분류 후 처리해 국내외 제지·제강업체 등에 넘기는 구조다. 가격은 주로 최종 구매자가 결정한다. 정부 개입의 여지가 없어 재활용품 가격이 불안정해져도 손쓰기 어렵다. 업계는 정부 개입을 요구한다. 일부 지자체는 “외국 재활용자원 수입 기준 강화를 검토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폐지와 플라스틱 가격 문제를 풀어 비닐 문제까지 해소할 방침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정부가 보관 장소 제공이나 융자 지원으로 가격 변동에 따른 수거업체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