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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북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지 13시간 만인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에 나섰다. 핵기습 타격이 가능한 SLBM을 실무 협상 직전에 선보이면서, 비핵화에 나설테니 체제보장이나 제재완화 등 제값을 내놓으라고 워싱턴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선 단거리 발사체들을 용인했던 미국은 SLBM 도발에도 정면 대응을 삼가며 어렵게 살린 협상 불씨를 유지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SLBM도 있다” 값 높이는 北 올해 북한은 5월 4일 첫 도발 이후 9월 10일까지 10차례 걸쳐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가깝게는 9월 23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남 단거리 발사체로는 워싱턴이 움직이지 않자 협상 재개를 코 앞에 두고 SLBM까지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북한에 이어 미국도 실무협상 재개를 공식화하자 기다렸다는 듯 13시간 만에 도발에 나선 것. 정부 당국자는 ”결국 실무협상을 눈앞에 두고 협상력을 급히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빨리 끌어들이려고 SLBM 발사라는 도박을 벌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이후 가장 사거리가 긴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면서 워싱턴에 ”정상회담까지 너무 시간 끌지 말라. 톱 다운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날렸다는 분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실무진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협이다’라고 보고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하루빨리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더 많은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분명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SLBM을 실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며 ”값 높이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우 센터장은 “북한이 이번 도발을 통해 이번 협상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비핵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과 같은 ‘군축 협상’을 하는 자리라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SLBM 도발에도 일단 참는 美 미국은 실무협상 날짜를 받아놓고 SLBM이란 ‘재’를 뿌린 북한에 대해 정면 대응을 삼가는 기류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도 이날 동아일보의 질의에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의 지역 내 동맹들과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앞선 단거리 도발 때와 비슷하게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SLBM 능력을 깎아내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미국 CNN은 2일 정통한 미 당국자의 설명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을 SLBM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지만 잠수함에서 발사된 건 아니라는 게 미국 당국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도 “아직 북한 잠수함의 활동 영역이 동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북한 SLBM이 아직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잠수함의 작전 반경이 아직 한반도 안팎인 만큼, 태평양을 통해 미 본토 인근해까지 와서 SLBM를 발사할 수준의 잠항 및 핵운용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기존 재직자의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어제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개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5곳의 2017년 이후 정규직 전환자(3048명) 중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비율은 10.9%에 달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고용세습’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서울시는 2016년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청년의 죽음 이후 승강장 안전관리 위탁업체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하기로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를 미리 인지한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이 위탁업체 이사와 노조위원장에게 친·인척 1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청탁했다고 한다. 이들 중 14명은 지난해 3월 서울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편승해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의 꿈을 품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뎌냈던 20대 비정규직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이 ‘친·인척 스펙’을 가진 일부의 채용으로 귀결된 것이다. 또 구 도시철도공사는 재직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 45명을 면접 등 약식 절차만 거쳐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했는데 이들도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됐다. 지난해 10월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원 감사를 자청했던 서울시는 어제 “친·인척 채용 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위법인지 아닌지는 감사원이 검찰 수사를 요청한 만큼 차분히 기다리면 밝혀질 것이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청년의 고용 안정을 위한 구의역 사고대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데 대해 자성부터 해야 한다. 정규직 아니면 노동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청년들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청년들과 탈락한 취업준비생들이 역차별이라고 분노하는 데 대해 서울시는 뭐라 답할 것인가.▼ [반론보도] “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관련 ▼본지는 10월 1일자 오피니언 A31면 “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종합 A8면 “112명이라더니…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192명” 기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근거해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과정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기사에 언급된 15명 중 청탁을 통해 위탁업체에 입사한 사실이 확인된 건은 2명이며, 직원 추천 입직자 45명의 정규직 전환과정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북쪽 정부도 잘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책임을 덜려는 교활한 속내”라고 비난했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8일 ‘사실을 오도하는 후안무치의 극치’란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하고 긴장 상태가 지속돼 온 데는 ‘북의 책임’도 있다고 하면서 북남관계를 교착상태에 빠뜨린 저들의 책임을 덜어보려는 교활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3일 한 추석특별방송에 출연해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이 적반하장 격으로 북남관계 교착의 책임을 떠넘기는 놀음을 벌여놓는 것은 참으로 경악할 일”이라며 “지금처럼 본말을 전도하는 부질없는 형태에 계속 매달린다면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판 입장을 내며 문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고, ‘북쪽 정부’라고 이례적으로 부른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에 공감하면서도 좀처럼 테이블에 마주 앉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29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행사와 노동신문을 총동원해 ‘안전 보장’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라는 대미 압박에 나섰다. 대략 일정은 잡아놓고, 구체적인 협상 의제를 놓고 벌이는 북-미의 막판 기싸움이 더욱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신문은 29일 ‘군사적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술책’이란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오히려 그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외세의 군사적 지배를 반대하는 남조선 인민들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한국군 대장이 전·평시 모두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되지만, 최근 유엔사가 전시 작전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은 28일(현지 시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 미국을 겨냥해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신뢰 조성과는 대립되는 제재 유지 발언을 공공연히 일삼고 있다”며 “미국이 심사숙고해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 가지고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성명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28일 컬럼비아대 강연 자리에 참석해 북-미 실무협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시점이 낙관적”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북-미 3차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그건 아직 제가 말할 게 못 된다”고 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수주(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미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선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이) 협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에서 열릴 가능성에 대한 인터뷰 질문엔 “굉장한 가설(big hypothesis)”이라며 현 단계에선 가능성을 낮게 봤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공전을 거듭하던 북-미가 오랜만에 대화 재개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막판 기싸움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일 관계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1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냉랭한 ‘시계 제로’ 상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일본의 아사히신문사, 중국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28일 서울에서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을 열어 한중일 전문가들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및 한일 관계를 심층 분석했다.》“마지막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어젠다를 유지하는 게 한중일 3국의 공동 목표다. 북핵이 용인되는 상황은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 지즈예(季志業)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고문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에서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3국은 분명한 공동 목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 정세를 바라보는 한중일의 시각이 갈리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최종 목표엔 3국 간 이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 평화연구소가 일본 아사히신문사와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중일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고리로 한 3국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심도 깊게 진행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북-미 3차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빅딜’ 가능성” 한중일 전문가들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단계적 이행 방안이 담긴 큰 틀에서의 합의’가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하나의 ‘프레임워크(큰 틀) 합의’를 만들어 이 속에 2, 3개의 (부속)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자기가 주장해온 ‘빅딜’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초반 단계에서 원하는 것을 갖고, 후반의 것은 이행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엔드스테이트(최종 목표)’를 일단 정해 두고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는 ‘프레임워크 합의’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즈예 고급고문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언제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단계적으로 간다는 데 미국도 동의할 거 같다”며 이를 ‘단계적인 빅딜’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몰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톈충(劉天聰)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동북아연구소 부연구원은 “비핵화라는 최종적 목표는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고 북한의 군사능력 발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스몰딜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북제재의 효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를 얘기할 때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변수는 대북제재”라며 “중국이 제재 실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 (중국을 통해) 제재의 뒷문이 반쯤 열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류 부연구원은 “중국은 굉장히 엄격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개발에서 경제 발전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도 (제재 등) 외부적 압박은 부차적이다. 내재적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김정은 ‘돌발 거래’ 가능성 우려 북-미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라는 예측 불허 지도자들의 결단에 달린 만큼 ‘돌발 거래’가 성사돼 한중일 3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지 고급고문은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후 미국이 단호하게 반대하다가 추후 몰래 인정한 사례를 돌아보면 (북한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양측 간 비밀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중일의 최종 목표는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해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의 결과로 한미·미일 동맹 관계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사하시 료(佐橋亮) 도쿄대 준교수는 “북-미가 비핵화 합의를 하기도 전에 미국이 먼저 군사훈련의 정지와 같은 양보를 해버린다면 한미·미일 동맹의 근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빅딜’ 등 제대로 합의가 이뤄졌을 때 북한에 안전 보장을 해주는 것은 일본도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신패권 경쟁’을 벌이며 북핵 문제가 사실상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경쟁 구도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압도해버리는 상황”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된다면 북한은 (중-러와의 밀착을 통한) 핵무기 보유 인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하시 교수도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의 종결을 통해 (국내) 정치적 인기를 얻으려 한다면, 미중 관계에서 북한 문제를 통한 전략적인 협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한일갈등 안보까지 영향… 정상회담 시급” ▼“민족주의 성향 지도자 리스크 우려… 경제분야부터 타협점 찾아가야”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본격 점화된 한일 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며 정치,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에 한중일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한중일 모두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3국 관계 협력에 ‘지도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일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 발제에서 “국제 관계가 국내 정치에 점점 지배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른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제’ 이후 발전해 왔던 한일 양국 관계가 다시 출발점, ‘제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토론에서 “한일 정상이 모두 ‘투 트랙(과거사-미래지향)’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원 트랙(과거사)으로만 가는 상황”이라며 “외교 논리가 아닌 법적 논리를 들이대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즈예(季志業)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고문은 “한일, 한중 간 영토 및 역사 문제가 한중일 3각 협력의 장애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협점을 찾기 위해 우선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회담 불발이 한일 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그 이하 장관, 국장급, 실무자 회담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무역 부문”이라면서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했고, 이어 열리는 실무협의에서 충분히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경제를 출발점으로 다른 부분도 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철희 교수는 “무엇보다 한일 국민감정까지 악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한국’, ‘아베 신조=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양국 국민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근본적 관계 전환(transform)’이란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며 한미 연합훈련 비난을 재개했다.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다시 제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선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라며 비판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서해에서 풍겨오는 대결의 화약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부터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군부는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하지 않고 ‘도발’ ‘무장충돌’ 따위의 궤변을 계속 설파하며 미국과 함께 북침합동군사연습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남(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차단하고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은 논할 나위도 없이 명백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 과감한 외교(bold diplomacy)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북 접근법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비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은 일축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6일 ‘떡 줄 생각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베가 국제회의에서까지 ‘북조선과 마주 앉겠다’라고 하면서 객기를 부려댔다”며 “우리는 후안무치한 섬나라 족속들과 무턱대고 마주 앉는 데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결의를 갖고 있다”며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근본적 관계 전환(transfrom)’이란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며 한미연합훈련 비난을 재개했다.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다시 제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선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라며 비판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서해에서 풍겨오는 대결의 화약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부터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군부는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하지 않고 ‘도발’ ‘무장충돌’ 따위의 궤변을 계속 설파하며 미국과 함께 북침합동군사연습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남(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차단하고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은 논할 나위도 없이 명백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 과감한 외교(bold diplomacy)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북 접근법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비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은 일축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6일 ‘떡 줄 생각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베가 국제회의에서까지 ‘북조선과 마주 앉겠다’,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하면서 객기를 부려댔다”며 “우리는 후안무치한 섬나라 족속들과 무턱대고 마주 앉는 데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결의를 갖고 있다”며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새로운 방법(new method)’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을 “현명한 정치적 결단”이라며 환영했다. 자신을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직접 밝히면서 기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고수할 뜻도 내비쳤다. 김 대사는 이날 첫 담화를 통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이제 진행하게 될 조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최근 해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하며 “볼턴이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서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 ‘새로운 방법’이 좋을지 모른다”며 유연한 접근법을 시사했다. 김 대사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서울 광화문에 8월 14일 천막이 하나 더 세워졌다. 세월호 추모공간 길 건너편이다. 광화문광장 인근 다른 천막들처럼 설치한 날은 있어도 철거 날짜엔 기약이 없다. 천막의 주인공은 탈북민들이다. 발단은 안타까운 사연 하나였다. 7월 31일 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바짝 마른 상태의 탈북민 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어머니는 마흔두 살, 아들은 여섯 살이었다. 텅 빈 냉장고엔 고춧가루만 남아 있었다. 3월부터 양육수당 10만 원이 이들 모자의 유일한 정기 수입이었다. 정부는 탈북민 전수조사 및 사각지대 지원이란 대책을 내놨다. 모자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보름여 만이었다. 이렇게 일단락될 것 같았던 사건은 실은 현재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들 모자의 장례식이 아직 치러지지 못했다. 탈북민 단체들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장례 일정 등을 놓고 여러 차례 비공개 협의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의 요구 사항은 크게 3가지다. 모자의 사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탈북민이 함께하는 공식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책임자 격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사의를 표시했고, 통일부 장관의 수리만 남은 상태다. 또 정부와 탈북민이 참여하는 협의기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긍정적 입장이다. 마지막까지 장례의 걸림돌로 남은 것은 ‘아사 여부’다. 지난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사인 불명’이어서 경찰은 아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사망 시점 역시 ‘추정 불능’으로 나왔다. 이러자 탈북민들은 “정부가 아사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는 “경찰이 ‘사인 불명’으로 판단한 것을 어떻게 뒤집느냐”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탈북민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이번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정부에 누적됐던 탈북민 사회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넘겼지만 지난해 탈북민 생계급여 수급률(23.8%)은 일반 국민(3.4%)의 7배나 된다.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간다는 탈북민들의 불만도 높다. 북한을 의식해 북한 인권이나 탈북민 보호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탈북민 A 씨는 “정부가 북한과 동등하게 협상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단체들은 21일 광화문 분향소에서 시민애도장을 열 예정이다. 모자를 추모하는 행사로 실질적인 장례행사는 아니다. 정부와 탈북민 단체들은 시민애도장 이후 장례를 치르는 것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일부 탈북민 단체의 불만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발견됐던 탈북민 모자는 아직도 관악구의 한 병원 안치실의 좁은 공간에 놓여 있다. 5월 말 사망 뒤 두 달여 만에 발견된 모자가 이제는 한 달 넘게 좁은 관 속에 누워 있는 것이다. 망자에게도 엄연히 인권이 있다. 탈북 모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 더는 늦춰지지 않게 정부와 탈북민 단체들이 접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기에 놓인 탈북민에 대한 지원 정책도 사각지대 없이 더욱 촘촘해져야 할 것이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정부가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최초 발생이 확인된 다음 날인 18일 북한에 공동 방역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관 접촉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피해 상황과 함께 남북 방역 협력의 추진 필요성을 담은 대북 통지문을 전달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돼지열병과 관련해 남북 간 정보 교류와 공동 방역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우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우리 근무 인원의 입출경 때 방역을 강화했다는 내용 등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협동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폐사됐고, 22마리를 도살 처분했다는 것을 보고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정부는 다음 날 북한에 “공동 방역에 나서자”는 제안을 했으나 북한은 여태껏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북한은 OIE에도 추가적인 피해 상황이나 방역 실태를 전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이 공동 방역에 응할 경우 제재에 해당 안 되는 소독약 등을 우선 지원해 북한의 방역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미국을 향해 ‘9월 하순 실무협상’ 개최를 제안한 지 7시간 21분 만인 10일 오전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전격 발사했다. 전날 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이번엔 “접수 가능한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압박한 데 이어 동시에 무력시위에까지 나선 것. 북-미 실무협상 성사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전 6시 53분과 7시 12분에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17일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10번째다. 이날 한 발은 북한 내륙을 가로질러 약 330km 떨어진 무인도에 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북한 도발 때 발사체의 정점 고도와 최대 속도 등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했던 합참은 이날 사거리 이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일본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군은 “대북 정보력 노출 우려 때문”이라며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1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가진 뒤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은 일단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 흥미로울 것”이라며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 시점에 발표할 (북한과의) 어떠한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손효주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정권수립 71주년인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함께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을 계승 발전시키고 두 나라 친선 협조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더욱 발전되도록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큰 행복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선 김 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과 자신의 6월 방북을 언급하면서 “우리 사이에 이룩된 광범한 공동 인식이 적극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 건국 70주년(10월 1일), 북-중 수교 70주년(10월 6일)에 맞춰 중국을 답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8일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여의도 면적 157배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올해 식량 부족 상황에 놓인 북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국가비상재해위원회에 현재까지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국적으로 460여 세대의 살림집과 15동의 공공건물이 완전 및 부분 파괴되거나 침수됐다”며 “4만6200여 정보(약 458km²)의 농경지에서 작물이 넘어지거나 침수 및 매몰됐다”고 전했다. 집계된 농경지 피해 면적이 여의도 면적(2.9km²)의 약 157배에 이르는 것이다. 태풍은 7일 오후 2시경 황해남도 강령반도 옹진군과 해주시 부근에 상륙한 뒤 개성시와 황해북도 사리원시, 남포시를 통과해 오후 6시경 평양시 서쪽과 평안남도 남부의 대동군과 평원군 일대를 강타했다. 해주, 개성, 사리원, 함흥 등지의 도심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가로수와 전신주가 넘어졌으며, 건물이 파손됐다고 조선중앙TV는 7일 전했다. 태풍이 대표적인 곡창 지대인 황해도, 평남 등을 직접 강타해 농작물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일 오전 당 중앙군사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당과 정부의 간부들은 (태풍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으로 300여 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하거나 실종된 바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이 리영길에서 박정천 포병국장(육군 대장)으로 교체됐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박정천 육군대장을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새로 임명하였으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의 지휘성원들을 해임 및 조동(전보)하고 새로운 간부들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명수에서 리영길로 총참모장이 교체된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총참모부 수장이 교체되고, 작전총국의 물갈이에 나선 것.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북한 총참모장은 주로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거친 야전 사령관이 주로 맡아왔기에 정통 포병 출신인 박정천의 승진은 다소 의외로 분석된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성공에 고무된 김 위원장이 파격 승진 결정과 함께 추가 도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대남, 대미 압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천은 2006년 군 소장(별 한개)에 올랐지만 중장 진급(별 2개)은 김 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에야 이뤄졌다. 이후 2013년 상장(별 3개)에 올랐고, 2014년 총참모부 부총모장 겸 화력지휘국장에 올랐고, 2015년 영관급이 대좌로 강등되기도 했으나 다시 승진을 거듭해 군 ‘넘버 2’에 올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4일 함경남도 선덕에서 동해로 발사한 후 ‘초대형 방사포’라 주장한 발사체에 주한미군이 KN-25라는 코드명을 붙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 발사체의 직경(탄두 지름)은 600mm이고 사실상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평가됐다. 주한미군은 이런 분석 결과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미 국방부에 보고했고 한국군과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이 발사체를 분석한 뒤 북한이 7월 31일과 8월 2일에 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다른 기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경이 더 크고 탄체도 더 긴 새로운 기종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정찰위성 및 레이더에 포착된 정보 등을 토대로 주한미군은 이 발사체의 직경을 600mm로 평가하고 KN-25로 명명했다. 미군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방사포 등에 KN(Korea North)과 숫자를 결합한 식별부호를 붙여 관련 동향을 감시한다. 앞서 5월 초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첫 발사 직후 주한미군은 이를 신형 SRBM으로 결론 내리고 KN-23으로 명명한 바 있다. 주한미군이 KN-25로 명명한 이 발사체는 직경이 600mm로 북한이 보유한 가장 큰 방사포(300mm·KN-09)의 2배다. 북한의 방사포 주장을 수용하면 중국, 러시아를 능가하는 현존 최대 규모의 방사포를 독자 개발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방사포는 지금껏 개발된 적이 없고, 전체적인 비행궤적과 속도(음속의 6.5배 이상)가 탄도미사일과 거의 일치해 주한미군은 SRBM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비행 패턴(정점고도 97km, 비행거리 380여 km)도 전형적인 탄도미사일의 포물선 궤적을 그렸다. KN-25의 발사관은 4개에 불과하고, 수십 분 간격을 두고 쏘는 방식도 방사포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KN-25를 ‘다연장 탄도미사일(MLBM)’로 규정한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 1발씩 실어서 쏘지만 북한은 4∼6개의 발사관에 넣어서 연달아 쏘는 형태로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방사포의 장점을 취한 탄도미사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향후 북한이 직경을 더 키운 ‘괴물 방사포’를 선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덩치가 커지면 추진력과 비행거리가 늘어나고, 탄두 중량도 늘어나 파괴력도 커진다.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소형 핵(전술핵)을 탑재하는 ‘핵방사포’를 전력화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차례의 핵실험 등 20여 년간 축적된 북한의 핵기술력을 감안할 때 전술핵 개발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SRBM인 방사포의 덩치를 계속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전술핵을 장착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가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불렀던 북한 출신 공격수 한광성(21·사진)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유벤투스는 3일 트위터를 통해 “유벤투스에서 뛰게 된 한광성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팀은 세리에A 우승 35회를 달성한 이탈리아 최고 명문 구단으로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뛰고 있다. ‘풋볼 이탈리아’에 따르면 한광성은 임대 후 완전 영입 조건으로 이적했다. 향후 완전 영입이 될 경우 유벤투스가 한광성의 소속팀 칼리아리에 지불할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66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3월 이탈리아에 진출한 한광성은 칼리아리(1부), 페루자(2부) 등에서 51경기에 출전해 12골을 넣었다. 한광성은 당분간 유벤투스 23세 이하 팀 소속으로 3부 리그 격인 세리에C에서 뛰면서 1군 진입 가능성을 점검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한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한광성의 유벤투스 입단과 관련해 “조국에 아주 좋은 일”이라고 미국의소리(VOA)에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길 일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설립하며 축구 스타 발굴에도 집중해 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광성이 유벤투스로부터 받는 연봉 등의 상당 부분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즉, 유엔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대북 유입을 제한한 안보리 제재 결의(2087호, 2094호)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유벤투스가 한광성 영입을 공식 발표한 것을 보면 결국 제재 회피 방안을 찾은 것 같다”면서 “당장 체류비 정도는 지원하되 연봉과 같은 목돈은 제재 해제 이후 지급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황인찬 기자}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의 요격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북한이 신형 단거리 무기의 연쇄발사에 이어서 MRBM 이상의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훈련으로 해석된다. 미 육군과 미사일방어국(MDA)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레인 환초 인근 상공에서 사드 요격시험이 진행됐다. 사드의 요격 테스트는 2017년 7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그 이틀 뒤 미국은 사드로 MRBM을 요격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번 시험은 군 수송기가 공중 투하한 표적용 MRBM을 지상의 탐지레이더가 포착한 뒤 이동식발사대에서 요격 미사일을 쏴 격추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사드의 레이더와 발사대, 요격통제소 등을 서로 다른 지역에 배치해 실시한 첫 요격시험이라고 미 육군은 설명했다. 이로써 2005년 이후 실시된 16번의 사드 요격시험이 모두 성공했다고 미 MDA는 전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2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옹호하는 논평을 쏟아냈다. 노동신문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는 촛불 민심의 승리, 촛불 시민이 이룩한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의 실망과 불만에 대해선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라며 “(이것이) 계속되면 거세게 일고 있는 반일운동이 미국을 향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 기자}
‘제2 을사조약’이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파기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북한은 지난달 22일 정부의 파기 결정 이후 침묵해왔다. 그러다가 파기 열흘째를 맞은 2일 노동신문을 필두로 외곽 선전매체까지 동원해 총 5개의 ‘지소미아 기사’를 쏟아냈다. 한미일 대북 공조의 틈을 한층 벌리는 한편 지소미아 복원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데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일 ‘내짚은 걸음은 더욱 과감하게’란 글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친일 적폐 잔재를 청산하려는 남조선 민심의 강렬한 의지의 반영으로 촛불 투쟁이 이룩한 자랑찬 성과물”이라고 했다. 반면 한미일 3각 공조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의 불만과 우려에 대해선 “실로 파렴치하고 부당한 내정간섭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남조선 당국에 거듭 압력을 가하고 일본을 공공연히 편들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이 한국엔 내정간섭을 하고 일본 편만 든다고 비난하며 한미일 공조 흠집 내기에 나선 것.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지소미아 파기 이후 노동신문의 첫 입장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가 지소미아 파기 후 실무노선을 정하고 후속 조치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앞으로 북한은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 복원은 생각도 말라”는 강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예속을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치욕스러운 한미동맹을 끝장내야 한다”며 “촛불 민심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현 정권이 (지소미아 복원) 재검토를 떠들고 있는 것은 민의를 저버리는 배신적 행위”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복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 등을 겨냥한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지소미아 파기는 실질적인 한미일 군사정보 교환이 약화된다는 의미보다는 3국 동맹의 상징과 협력 정신이 훼손됐다는 의미가 크다. 이를 아는 북한 또한 지소미아 파기란 약한 고리를 파고들면서 한미일 공조의 추가 균열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과 연합훈련 재편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 보도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침 연습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거나 이를 복수의 소규모 훈련으로 나눠서 실시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VOA에 밝혔다.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훨씬 앞선 한국은 더 이상 미군을 필요로 하지 말고 병력과 장비 등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 미국은 억지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편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일 북한을 방문해 4일까지 머물며 리용호 외무상을 만날 예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접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일 중국 외무성을 인용해 “왕이 부장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7월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결정으로 본격화된 한일 갈등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이후 두 달 만에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열흘 남짓한 사이 미국의 공개 불만, 정부의 유감 표명이 연달아 나오며 한미 간 급속 냉기류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본과 각을 세운 것처럼 미국에도 동등한 동맹 관계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청와대가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을 언급한 것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좋은 관계’ ‘지켜보겠다’고 했다. 긍정 여부를 떠나 상황을 좀 더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표현. 미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한 한국을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하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한국 정부가 주한 미국대사 초치에 전격적으로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한 일련의 한미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장 추석 이후 9월 중순 시작될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반환 절차를 금년 내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미군기지 반환 이슈가 방위비 협상을 놓고 한미 간 긴장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용산 기지에 남은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르면 2021년 말까지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국력이 성장한 만큼 일본과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대일(對日) 메시지’로만 비쳤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등 여권에선 무조건 미국이 원하는 대로만 가는 게 맞느냐는 기류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가 “동맹 관계여도 국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식 시작되기 전에 올해 분담금의 약 5배인 ‘48억 달러(약 5조8056억 원) 명세서’를 다양한 경로로 강조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류도 여과 없이 여권에선 감지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12일 라디오에서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 내 일부 ‘대미 자주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서로 필요에 의한 것이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도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상적인 양국 간 채널 역할을 해야 할 외교부가 좀처럼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청와대 주도의 대미 외교에 이른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지금 대미 외교는 청와대 안보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외교부는 ‘지원 조직’으로 격하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북한 비핵화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해 한미 관계가 호전될 동력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반도에 덮친 퍼펙트 스톰(전방위적 악재)을 가장 힘센 동맹국과 헤쳐 나가느냐, 동맹국마저 밀어내고 태풍의 눈으로 뛰어들 것이냐, 한국은 그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박효목 기자}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한 선박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부부와 이들이 연관된 대만·홍콩 해운회사 3곳을 제재하는 추가 제재에 나섰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지 두 달이 넘도록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북-미 간 북핵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최선희 “인내심 더 이상 시험 말라” 최선희는 지난달 31일 담화를 통해 “(지난달) 27일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북조선의 불량 행동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비이성적 발언으로 우리를 또다시 자극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어 있는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 재향군인회 행사에서 북한을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하는 국가로 부른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을 ‘독초’로 비난한 지 8일 만에 최선희가 비난에 가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최선희는 “(폼페이오의 발언이)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북한)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미국과의 대화 시작 이후 중단했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선희는 “미국의 외교 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무슨 계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며 대화 기조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최선희의 담화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무협상 지연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북한이 먼저 답할 때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7, 8월 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에 집중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4월 8일 대성백화점 시찰 이후 넉 달여 만의 경제 시찰 재개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방북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6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미, 실무협상 응답 않는 북에 추가 제재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만인 황왕건(黃旺根)과 부인 천메이샹(陳美香) 등 2명, 대만 해운회사 루이방(瑞邦)해운과 루이룽(瑞榮)선박관리, 홍콩 선박회사 루이청(瑞誠)해운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황왕건은 루이방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대주주다. 천메이샹은 루이방 이사 겸 루이룽 소유주다. 재무부는 두 사람이 지분을 가진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號)도 동결 자산으로 지정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황왕건은 지난해 4, 5월 사이 170만 L의 정제유를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상위안바오호에서 북한의 백마호로 옮겨 싣는 일에 관여했다. 앞서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6월 북한 선적의 명류1호와도 정제유를 환적했다.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은 지난달 20일 한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는 북한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시걸 맨들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북한과 거래하는 해운회사들은 스스로를 중대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며 “재무부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 불법적인 해상 환적에 연루된 개인, 법인, 선박들에 대해 미국 및 유엔의 기존 제재들을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