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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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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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베토벤 첼로, 파면 팔수록 혹독하더라

    “첫 녹음 때는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때와 비교하자면 이번 녹음은 혼을 담는 작업이었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55·연세대 교수)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 및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3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2007년 프랑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부아용과 같은 레퍼토리를 처음 앨범으로 선보인 지 15년 만이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거니까 두 번은 하고 싶었죠(웃음). 그동안 음악의 뿌리가 더 깊어졌고 내면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곡들과 제 사이가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가까워졌습니다.” EMI에서 데카로 음반사가 달라진 것, 5분짜리 소품인 소나티나 C단조가 추가된 것 외에 뚜렷한 변화는 두 가지다. 10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이번 앨범에 함께했다. 그리고 첼로 현 네 개 중 저음현(絃) 두 개에 19세기 스틸(강철)현 등장 이전의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을 사용했다. 그는 동갑내기 파체를 ‘현존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파체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등 세계 최고 현악 연주자들의 협업 요청을 한 몸에 받는 피아니스트다. “같이 있으면 수도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대화가 잘 통하죠. 리허설할 때 아침에 만날 시간은 정해도 끝나는 시간은 정하지 못해요. 저녁식사 끝난 뒤에도 한참을 맞춰보고 몇 시인지도 몰라요. 리허설 때마다 음악적으로 큰 만족을 얻습니다.” 거트현은 양날의 칼이다. 우선 표현이 풍부하다. “스틸현은 파워가 있지만 색채를 여러 가지로 바꾸기 어렵죠. 15년 전에는 네 현 모두 스틸현을 썼습니다. 거트현은 섬세하고 사람 목소리와 더 가까워요. 저음도 한층 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가도 치러야 한다. “거트현은 예민하죠. 특히 습도에 민감해요. 금방 튜닝(조율)이 틀어져 버리곤 합니다. 네 현 모두 거트현을 쓴다면 녹음 일정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베토벤 첼로곡들은 첼리스트들에게 ‘신약성서’로 불린다. ‘구약성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집이다. 양성원은 ‘구약’도 2005년에 이어 2017년에 두 번째로 녹음했다. 바흐도, 베토벤도 두 번째 과정이 훨씬 혹독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아는 만큼 혹독해집니다. 이번 베토벤은 유럽에서 여러 차례 연주회를 한 다음에 녹음했고, 이상을 추구하면서 녹음도 길어졌죠. 만약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어떻게 그리는 게 실제 베토벤에 더 가까워질까, 상상했습니다. 10대와 20대 때의 연주가 연습의 결과물이라면, 40대 이후는 매일의 삶이 음악을 통해 드러나게 되죠.” 그는 최근 새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달 독일 라인 음악축제(Musiktage am Rhein)에서 실내악단 마인츠 비르투오시와 이 축제에 참여한 학생 연주가들이 함께한 악단을 지휘했다. “예전에 준비 없이 서울에서 한 번 지휘한 것 외에는 처음입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를 끄집어내는 일이 중독성 있더군요. 실수도 했지만 만족이 컸습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신중하게 조금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파체와 전국을 돌며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연다. 9월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경남 통영, 대전, 전남 여수 등에서 공연한다. 서울에서는 9월 29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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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리스트 양성원 “15년만에 다시 녹음한 베토벤…혼을 담는 작업이었죠”

    “첫 녹음 때는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 때와 비교하자면 이번 녹음은 혼을 담는 작업이었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55·연세대 교수)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 및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3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2007년 프랑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 같은 레퍼토리를 앨범으로 처음 선보인지 15년 만이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거니까 두 번은 하고 싶었죠.(웃음) 그동안 음악의 뿌리가 더 깊어졌고 내면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곡들과 제 사이가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가까워졌습니다.” 15년 전의 EMI에서 데카로 음반사가 달라진 것, 5분짜리 소품인 소나티나 C단조가 추가된 것 외에 뚜렷한 변화는 두 가지다. 10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이번 앨범에 함께 했다. 그리고 첼로 현 네 개 중 저음현(絃) 두 개에 19세기 스틸(강철)현 등장 이전의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을 사용했다.그는 동갑내기 파체를 ‘현존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파체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등 세계 최고 현악 연주자들의 협업 요청을 한 몸에 받는 피아니스트다. “같이 있으면 수도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대화가 잘 통하죠. 리허설 할 때 아침에 만날 시간은 정해도 끝나는 시간은 정하지 못해요. 저녁식사 끝난 뒤에도 한참을 맞춰보고 몇 시인지도 몰라요. 리허설 때마다 음악적으로 큰 만족을 얻습니다.” 거트현은 양날의 칼이다. 우선 표현이 풍부하다. “스틸현은 파워가 있지만 색채를 여러 가지로 바꾸기 어렵죠. 15년 전에는 네 현 모두 스틸현을 썼습니다. 거트현은 섬세하고 사람 목소리와 더 가까워요. 저음도 한층 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가도 치러야 한다. “거트현은 예민하죠. 특히 습도에 민감해요. 금방 튜닝(조율)이 틀어져 버리곤 합니다. 네 현 모두 거트현을 쓴다면 녹음 일정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베토벤 첼로곡들은 첼리스트들에게 ‘신약성서’로 불린다. ‘구약성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집이다. 양성원은 ‘구약’도 2005년에 이어 2017년에 두 번째로 녹음했다. 바흐도, 베토벤도 두 번째 과정이 훨씬 ‘혹독’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아는 만큼 혹독해집니다. 이번 베토벤은 유럽에서 여러 차례 연주회를 한 다음에 녹음했고, 이상을 추구하면서 녹음도 길어졌죠. 만약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어떻게 그리는 게 실제 베토벤에 더 가까워질까, 상상했습니다. 10대와 20대 때의 연주가 연습의 결과물이라면, 40대 이후는 매일의 삶이 음악을 통해 드러나게 되죠.” 그는 최근 새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달 독일 라인 음악축제(Musictage am Rhein)에서 실내악단 마인츠 비르투오지와 이 축제에 참여한 학생 연주가들이 함께 한 악단을 지휘했다. “예전에 준비 없이 서울에서 한 번 지휘한 것 외에는 처음입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를 끄집어내는 일이 중독성 있더군요. 실수도 했지만 만족이 컸습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신중하게 조금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파체와 전국을 돌며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연다. 9월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통영, 대전, 여수 등에서 공연한다. 서울에서는 9월 29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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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러시아에 등 돌린 ‘발트 3국’ 음악가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서로 다른 민족 배경을 갖고 있지만 지리적 역사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1940년 소련에 함께 병합됐다가 1990년 소련에서는 처음으로 나란히 독립을 성취했다. 세 나라 인구를 합치면 600만 명 남짓이며 영토를 다 합쳐도 17만5000km² 정도로 한반도의 5분의 4가 채 안 된다. 이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뉴스의 조명을 받고 있다. 라트비아는 소련 시절 건립된 높이 80m의 전승기념탑을 25일 쓰러뜨려 해체했다. 에스토니아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멘토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인 다리야 두기나가 암살된 뒤 범인이 에스토니아로 도주했다고 러시아가 발표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리투아니아는 6월 러시아 본토와 떨어진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 통행을 제한해 러시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발트 국가들에서 온 음악 손님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9월 2일에는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이끄는 실내악단 크레머라타 발티카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발트 3국의 연주가들로 구성한 악단이다. 3일에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고 5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도 콘서트를 연다. 크레머라타 발티카는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Fratres(형제들)’를,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역시 페르트의 ‘벤저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를 프로그램에 넣었다. 발트 3국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풍요한 음악문화를 가진 음악대국으로 꼽힌다. 세 나라의 독립운동도 ‘노래 혁명’으로 불린다. 에스토니아의 합창 축제에서 애국적 노래를 부른 것이 애국 운동으로 발전되면서 세 나라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는 지휘자 예르비 및 그의 아버지 네메 예르비, 네메의 작은아들인 크리스티안 등 ‘지휘자 3부자’로 알려졌다. 크리스티안도 2008년 세 나라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한 ‘발트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휘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크레머 외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안드리스 넬손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소프라노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 바이올리니스트 바이바 스크리데 등을 배출했다. 리투아니아는 소프라노 아스미크 그리고리안과 여성 지휘자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 등이 유명하다. 기자는 이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넬손스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와 그리고리안이 주역으로 출연한 푸치니 오페라 ‘3부작(Il Trittico)’을 큰 감동으로 관람했다. 이들을 염두에 두고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발트 3국 음악가들은 유럽 음악계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소련 시절 세 나라의 음악가들은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오늘날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대표되는 러시아 음악계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육성됐다. 이번에 내한하는 파보 예르비의 부친 네메는 레닌그라드음악원에서 전설적인 지휘자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의 지도를 받았다. 크레머도 모스크바음악원에서 거장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문하로 소련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그러나 이 음악가 중 많은 수가 소련에 등을 돌렸다. 네메 예르비는 1980년 가방 두 개와 200달러만 들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번에 내한하는 아들 파보가 열일곱 살 때였다. 그는 미국에서 음악 교육을 이어갔다. 크레머도 같은 해 소련을 떠나 독일에 정착했다. 친한파 첼리스트로 유명한 마이스키도 1970년 체포돼 감옥과 노동교화소, 정신병원에 차례로 수용된 뒤 이스라엘로 망명했다. 러시아 스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간직한 채 이들은 러시아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가 되었다. 이번 내한에 앞선 이메일 인터뷰에서 파보 예르비는 이렇게 밝혔다. “전쟁이 우리 국경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소련이 에스토니아를 점령했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개개인은 피해자를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폭력과 침략을 실패로 만들어야 합니다.” 크레머도 같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대 유럽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 중 하나입니다. 이웃 나라를 침략하는 일을 절대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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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쿠르 휩쓰는 ‘K클래식’의 비결, 경쟁과 희생

    “한국인은 늘 열심이죠. 성실하고 성과를 중시하며 준비가 철저해요. (연주가로 성공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집중할 각오가 필요해요.”(프리데만 아이히호른·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예술감독) ‘K클래식’ 돌풍의 배경에 숨은 ‘특종’은 없었다. 벨기에 다큐멘터리 감독 티에리 로로가 한국인들이 국제 클래식 콩쿠르를 휩쓰는 이유를 분석한 두 번째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이 31일 국내 개봉한다. 2019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촬영했고 지난해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됐다. 로로 감독은 2012년에도 영화 ‘한국 음악의 비밀’을 내놓은 바 있다. ‘K클래식 제너레이션’은 2014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 황수미와 다음 해 같은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자 임지영에게 초점을 맞춰 이들의 일상과 무대 앞뒤를 기록했다. 2015년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2018년 위그모어홀 현악4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한 에스메 콰르텟, 2016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윤지도 모습을 보인다. 로로 감독이 찾아낸 K클래식의 키워드는 ‘경쟁’과 ‘희생’이다. 희생은 가족도 마찬가지다. 임지영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만났던 정치용 한예종 교수는 “콩쿠르는 학생의 노력뿐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최선을 다해 조건을 맞춰줄 때 훌륭한 성적이 나온다”고 말한다. 임지영은 서울의 자기 방을 ‘눈물과 희생을 담은 곳’이라고 부른다. 그의 아버지는 “뒷받침해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일을 더 열심히 했다”고 전한다. 경쟁은 희생의 다른 얼굴이다. 젊은 한국 연주가들을 소개해온 KBS 클래식 FM 진행자는 “한국에서는 부모 세대가 많은 희생을 했고 살 만해진 다음에는 자녀들의 교육에 집중했다”고 전한다. 피아니스트 김윤지는 “한국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한다. 실력을 증명할 자격을 항상 요구한다”고 털어놓는다. K클래식이 가진 다른 밝고 어두운 표정도 드러난다. 황수미와 호흡을 맞춰온 세계적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독일인은 한국인을 시칠리아인에 비교한다. 감정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한국인의 기질에 K클래식의 비결이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황수미는 “한국 문화엔 윗사람에 대한 공경이 녹아 있어 음악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속내를 전한다. 영화가 끝난 뒤 떠오르는 생각은 복잡하다. 도이치는 “유럽에는 젊은 관객이 없다”며 한국 클래식 팬들의 열정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여러 한국 클래식 팬들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무대의 수가 적다. 관객이 젊은 게 아니라 나이 든 관객이 적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국제콩쿠르 우승자를 중심으로 한 ‘팬덤’이 한국 클래식 시장을 이끌지만, ‘세계 1등’을 획득하지 못한 연주가들에게 주어지는 조명과 시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가 제작된 뒤 올해 5, 6월에만 한국 음악계는 시벨리우스 콩쿠르(바이올린 양인모)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첼로 최하영) 밴 클라이번 콩쿠르(피아노 임윤찬) 등 최고 권위의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를 잇달아 배출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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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죽음은 고통의 해결책이 될 수 있나

    상상해 보자. 지금 나는 불치병 말기인 상태이며 매 순간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연속이다. 의사는 내가 앞으로 몇 개월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금 내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일이 허용되어선 안 되는가? 최소한 예전보다는 ‘허용해야 한다’는 답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쉽지 않다. 죽음을 허용할 만한 고통의 크기는 어떤 기준에 따라야 하나. 아파서 존엄한 삶이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큰 장애와 질병을 안고 태어난 삶은 존엄하지 않은 것인가. 질병에 따른 ‘존엄사’를 인정한다면 병이 주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다큐멘터리의 시선으로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 조력자들을 만난다. 무엇이 바람직하고 무엇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않는다. 점점 근육을 쓸 수 없게 되는 다발성경화증 환자, 자신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조기 치매 환자, 강박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정신질환 환자. 이들의 실제 모습과 존엄사를 추구하는 현실적 이유들을 차분히 기록하면서 ‘자발적이고 존엄한 죽음’이 허용되는 미국 오리건주,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을 만난다. 존엄사 지지자들은 “삶은 선물이다. 버리지 못한다면 선물이 아니라 부담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네덜란드 안락사 감독위원회에서 일했던 신학 교수는 “병의 아픔으로 안락사를 생각하기 전에 완화치료의 향상에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통에 대한 해결책으로 죽음을 먼저 고려하는 분위기가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논란들을 먼저 겪은 사회들의 경험은 어느 나라보다 노령 인구 비율이 가파르게 치솟는 한국 사회에서도 제때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숙제를 남긴다. 우리 국회에서는 올해 6월 15일 처음으로 존엄조력사법(연명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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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클래식의 미래 이끌 ‘샛별’ 한자리에

    제6회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본선 경연이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23, 24일 열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동아꿈나무재단과 서울교대가 후원한 이번 콩쿠르는 초·중·고등부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부문으로 치러졌다. 103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이달 2∼4일 예선을 거쳐 44명이 본선에 올라 각 부문 1위 11명 등 31명이 수상했다. 초등부 플루트 부문에서는 이서현(11·내정초 5년) 정서연(11·신구초 6년) 등 두 명의 1위 수상자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점수 합계 결과 1점도 차이가 없는 동점이 나온 데다 두 참가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량과 높은 완성도의 경연을 펼쳤다.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재목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31일 오후 6시부터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juniormusic)에서 채점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평도 함께 게재되며 본선 연주 동영상은 다음 달 유료로 서비스한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고등부 ▽피아노 △2위 김도겸(18·서울예고 3년) △3위 김동재(18·서울예고 3년) ▽바이올린 △1위 박에스더(16·서울예고 2년) △2위 진영훈(17·홈스쿨링) ▽첼로 △1위 이윤지(17·서울예고 2년) △2위 이예원(18·서울예고 3년) △3위 김수민(17·홈스쿨링) ▽플루트 △1위 서진영(17·선화예고 3년) △2위 이경민(16·서울예고 1년) △3위 이예빈(18·경기예고 3년) ◇중등부 ▽피아노 △1위 홍민우(14·예원학교 2년) △2위 허소율(15·홈스쿨링) △3위 김하경(13·예원학교 1년) ▽바이올린 △2위 김다연(13·예원학교 1년) △3위 김현정(14·예원학교 2년) ▽첼로 △1위 조윤서(15·예원학교 3년) △2위 김주영(14·예원학교 2년) 원민(13·홈스쿨링) ▽플루트 △1위 신채린(15·예원학교 3년) △2위 강예서(14·예원학교 2년) △3위 김채은(14·예원학교 2년) ◇초등부 ▽피아노 △1위 이주언(11·어정초 5년) △3위 김건호(12·국립서울맹학교 6년) ▽바이올린 △1위 이현정(11·서울버들초 6년) △2위 박하엘(11·마포초 6년) △3위 홍해든(11·상명초 6년) ▽첼로 △1위 김세현(12·서울대도초 6년) △2위 배소율(11·서강초 5년) 전서우(12·경기 한국외국인학교 6년) ▽플루트 △1위 이서현 정서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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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 날려버릴 첼로의 선율 속으로…

    첼로 음악의 다양한 매력을 맛보는 축제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24일부터 29일까지 네 차례의 무대를 마련한다.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등에서 처음 열린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은 세계적 첼로 축제인 독일 크론베르크 첼로 페스티벌이나 네덜란드 첼로 비엔날레 암스테르담을 모델로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첼리스트 홍채원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4일 ‘세상의 모든 아침’ 콘서트에서는 바흐와 그의 아들 C.P.E 바흐 등 바로크 시대 새로운 음악의 형태를 창조한 작품을 연주한다. 26일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 및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대 교수인 첼리스트 옌스 페터 마인츠의 무대를 마련한다. 28일 ‘Creation’에서는 첼리스트 작곡가들이 자신의 악기를 위해 작곡한 작품을 소개한다. 29일 ‘활의 노래’에서는 번스타인과 생상스, 슈베르트, 드보르자크 등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첼로곡이 중심이 된다. 김민지 이상은 이호찬 등 첼리스트 11명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피아니스트 김태형 등이 출연한다. 홍채원 음악감독은 “크론베르크 페스티벌 등 해외 첼로 페스티벌에서 세계 첼리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첼로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눈뜨게 됐다. 우리나라 무대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첼로를 통해 교감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6일 리사이틀을 여는 마인츠는 1994년 당시 17년 동안이나 우승자를 내지 못했던 ARD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27세 나이로 우승하면서 세계 첼로계 화제의 얼굴로 떠올랐다. 1997년 바흐와 코다이 등의 곡을 담은 앨범으로 독일 대표 음반상인 ‘에코 클래식상’을 수상했다. 홍 음악감독은 “마인츠는 현재 유럽 무대를 이끄는 첼리스트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음악 축제를 통해 교류하게 됐다. 한국 첼로계에 여러 지혜를 전해줄 수 있도록 올해 축제의 멘토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24, 28, 29일 3만 원, 26일 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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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선후배 ‘깜짝 화음’… 김선욱-임윤찬, 포옹은 뜨거웠다

    20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올해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쏟아지는 갈채에 거듭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앙코르를 기대하며 박수를 보내던 청중은 무대 오른쪽 문이 열리고 피아노 의자 하나가 더 들어오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즉시 환호와 함께 한층 커다란 갈채를 보냈다. 임윤찬은 이날 공연의 지휘자인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34)과 함께 ‘네 손 앙코르’를 선보였다. 이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한 ‘클래식 레볼루션 2022’ 축제 열 개 무대 중 아홉 번째인 ‘KBS 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이었다. 이날 임윤찬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 G단조를 협연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의 승전보가 전해지기 전에 미리 확정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낭만주의 피아노 기교와 극한의 도취를 선보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이미 피아노 팬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한층 규모가 작고 단아한 멘델스존의 협주곡에서 어떤 새로움을 선사할지 일찌감치 관심이 집중됐다. 콘서트의 문은 20세기 초의 신동 작곡가이자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코른골트가 열네 살 때 작곡한 ‘연극 서곡’이 열었다. 김선욱이 지휘한 KBS 교향악단은 곡의 도취적인 고조보다는 선명한 음향의 색상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번째 순서는 이날 청중의 기대가 쏟아진 멘델스존의 협주곡이었다. 20분 남짓한 간소한 규모와 구르는 듯한 경묘한 터치로 피아노 팬들에게 기억돼 온 작품이다. 시작부터 단단했다. ‘빠름’이란 인상이 앞서는 이 곡의 템포를 임윤찬과 지휘자 김선욱은 한 클릭 더 조였다. 첫 악절부터 관객은 안심했다. ‘편히 들으세요, 믿고 가죠’라는 듯 임윤찬의 정교한 타건은 한순간의 빈틈조차 없었다. 그는 타악기처럼 옥타브로 오가는 상행 하행 음형을 온몸을 써서 질주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독주부와 관현악 반주부의 주고받기도 이보다 더 흥미로운 ‘티키타카’가 없었다. 중기 낭만주의 음악 특유의 가벼움과 열병 같은 열정이 절묘하게 섞인 멘델스존 협주곡의 색깔은 이전에 듣던 임윤찬의 레퍼토리들과 다른 ‘케미’를 이뤘다. 2악장의 명상적인 악구들에서 지어내는 페달의 차분한 색깔도 일품이었다. 화음 연결을 더없이 달콤하게 이어가면서 잠시도 색상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협주곡에서 선보인 16년 선후배의 찰떡 호흡은 환호 속에 앙코르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소나타’ K. 521 2악장 안단테에서도 한결같았다. 두 사람의 깨끗한 터치와 절묘한 음량 배분은 한 몸에 네 손이 달린 듯했다. 앙코르 요청이 계속되자 김선욱은 자신이 앉았던 피아노 의자를 멀찍이 옮겨놓고 제2바이올린 단원들 뒤에 풀썩 앉았다. 임윤찬은 두 번째 앙코르로 ‘스코틀랜드풍 소나타’라는 별명이 있는 멘델스존의 환상곡 F샤프단조를 꿈같이 명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콘서트 2부에 김선욱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연주했다. 녹음으로 듣는 이 곡에 비해 현의 에너지감이 약간 적어 이탈리아의 선연한 색상이 줄어들었지만 플루트 두 대의 화사한 색감이 이를 보충해주었다. 연주 뒤에 김선욱은 플루트 주자들을 가장 먼저 일으켜 세웠다. 19세기 예술가가 해석한 남국의 여름밤 같은 달콤한 저녁이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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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임윤찬, 선배 김선욱과 나란히 앉아 ‘네손 앙코르’

    20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 올해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쏟아지는 갈채에 거듭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앙코르를 기대하며 박수를 보내던 청중은 무대 오른쪽 문이 열리고 피아노 의자 하나가 더 들어오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즉시 환호와 함께 한층 커다란 갈채를 보냈다. 임윤찬이 이 날의 지휘자인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34)과 함께 선보인 ‘네 손 앙코르’였다. 이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한 ‘클래식 레볼루션 2022’ 축제 열 개 무대 중 아홉 번째 순서인 ‘KBS 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이었다. 이날 임윤찬은 멘델스존의 피아노협주곡 1번 G단조를 협연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의 승전보가 전해지기 전에 미리 확정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낭만주의 피아노 기교와 극한의 도취를 선보이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이미 피아노 팬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한층 규모가 작고 단아한 멘델스존의 협주곡에서 어떤 새로움을 들려줄지 일찌감치 관심이 집중됐다. 콘서트의 문은 20세기 초의 신동 작곡가이자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코른골트의 열네 살 때 작품 ‘연극 서곡’이 열었다. 김선욱 지휘 KBS교향악단은 곡의 도취적인 고조보다는 선명한 음향의 색상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번째 순서는 이 날 청중의 기대가 쏟아진 멘델스존의 협주곡이었다. 20분 남짓한 간소한 규모와 구르는 듯한 경묘한 터치로 피아노 팬들에게 기억돼온 작품이다. 시작부터 단단했다. ‘빠름’이란 인상이 앞서는 이 곡의 템포를 임윤찬과 지휘자 김선욱은 한 클릭 더 조였다. 첫 악절부터 관객은 안심했다. ‘편히 들으세요, 믿고 가죠’라는 듯 임윤찬의 정교한 타건은 한 순간의 빈틈이 없었다. 그는 타악기처럼 옥타브로 오가는 상행 하행음형을 온 몸을 써서 질주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독주부와 관현악 반주부의 주고받기도 더 이상 흥미로운 ‘티키타카’가 없었다. 중기 낭만주의 음악 특유의 가벼움과 열병 같은 열정이 절묘하게 섞인 멘델스존 협주곡의 색깔은 이전에 듣던 임윤찬의 레퍼토리들과 다른 ‘케미’를 이뤘다. 2악장의 명상적인 악구들에서 지어내는 페달의 차분한 색깔들도 일품이었다. 화음 연결을 더없이 달콤하게 이어가면서 잠시도 색상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협주곡에서 선보인 16년 선후배의 찰떡 호흡은 환호 속에 앙코르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소나타’ K. 521 2악장 안단테에서도 한결같았다. 두 사람의 깨끗한 터치와 절묘한 음량 배분은 한 몸에 네 손이 달린 듯했다. 앙코르 요청이 계속되자 김선욱은 자신이 앉았던 피아노 의자를 멀찍이 옮겨놓고 제2바이올린 단원들 뒤에 풀썩 앉았다. 임윤찬은 두 번째 앙코르로 ‘스코틀랜드 풍 소나타’라는 별명이 있는 멘델스존의 환상곡 F샤프단조를 꿈 같은 명상의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콘서트 2부에 김선욱 지휘 KBS교향악단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들려주었다. 녹음으로 듣는 이 곡에 비해 현의 에너지감이 약간 적어 이탈리아의 선연한 색상이 줄어들었지만 플루트 두 대의 화사한 색감이 이를 보충해주었다. 연주 뒤에 김선욱은 플루트 주자들을 가장 먼저 일으켜 세웠다. 19세기 예술가가 해석한 남국의 여름밤 같은 달콤한 저녁이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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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부인’ 마음 보여주듯… ‘카멜레온 조명’ 압권

    배신당한 나비의 영혼은 한 덩어리의 화염이 돼 보덴호숫가의 하늘로 사라졌다. 7월 20일 개막해 이달 21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은 행복과 절망을 오가는 여인의 심리를 미니멀리즘적 무대와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으로 형상화했다. 11일(현지 시간) 저녁 보덴호수 위에는 말았다가 편 듯 주름진 한 장의 거대한 종이 모양 조형물이 이곳을 찾은 이들을 맞이했다. 어둠이 짙어지는 호숫가 저편에서 여객선이 도착하고 관객들이 자리를 잡자 음산한 전주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동양의 산수화가 그려진 ‘종이’는 가수들이 연기를 펼치는 무대가 되었다. 미국 영사가 언덕을 걸어 올라오는 첫 장면에서 밝은 햇살을 표현한 조명은 1막 결혼식 장면에선 신부 초초상(나비부인)이 친구들과 함께 언덕을 넘어 다가오자 붉은 노을의 색감으로 변했다. 이후 무대의 색은 장면과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다. 지금까지의 브레겐츠 페스티벌 무대와 사뭇 달랐다. 2017, 2018년 공연된 비제 ‘카르멘’은 무대 양쪽의 손이 흩뿌린 16장의 카드 모양 조형물과 조각조각 나눠진 평면 무대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2019, 2021년의 베르디 ‘리골레토’는 무대 위의 거대한 광대머리와 기구(氣球) 모양 조형물 위에서 출연자들이 서커스를 펼치듯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와 달리 올해 ‘나비부인’은 종이 무대 위에 표현된 산수화가 상징하듯 여백의 미감이 두드러졌다. 종이 모양 무대 외의 장치란 ‘종이’를 뚫고 폭력적으로 솟아오르는 성조기와 무대 뒤를 돌아 다가오는 종이배가 전부였다. ‘과거 화려한 브레겐츠 페스티벌 무대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자칫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까.’ 지난달 31일 국내 복합상영관에서 중계한 브레겐츠발 ‘나비부인’ 영상을 보았을 때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인물을 쫓아다니는 영상물과 달리 두 눈만으로 접한 무대는 실제 산수와 같은 장엄함이 있었다. 가수들의 움직임이 더 설득력 있게 눈에 들어왔다. 계속 변하는 조명도 영화관에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다양한 분위기의 색감을 전했다. 연출가 안드레아스 호모키는 원작에 없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흰 옷을 입고 절제된 동작으로 연기하는 ‘혼령’들이 그 주인공. 푸치니 첫 오페라 ‘빌리’의 귀신들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속의 정령들을 연상시켰고 분위기 전달에 나름대로 효과적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나비부인과 미 해군 대위 핑커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본 전통 축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나비부인이 일본의 종교와 법률, 풍습을 조롱한 캐릭터란 점에서 서양 옷을 구해 아이에게 입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2막 간주곡 직후에는 푸치니가 연극 ‘나비부인’을 오페라로 만든 동기가 된 해돋이 장면이 나오는데 불과 3분 남짓한 이 장면이 공연에서 생략됐다. 이유에 대해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메인 공연은 주요 배역마다 세 성악가가 번갈아 출연한다. 이날 주연을 맡은 아일랜드 소프라노 셀린 번과 조지아 테너 오타르 조르지키아는 서로 어울린다 싶을 정도의 졸연(拙演)을 펼쳤다. 마이크를 이용한 믹싱 음향인데도 최고음의 클라이맥스가 관현악의 반주를 뚫고 나오지 못했다. 아예 마이크에 의존해 성악 발성을 포기했다 싶은 순간들도 느껴졌다. 27세의 대만 여성 지휘자 린이천은 튀는 점 없이 무난하게 전곡을 이끌어 앞으로의 발전에 기대를 갖게 했다.브레겐츠=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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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덩어리 불꽃으로 사라진 나비부인의 꿈

    배신당한 나비의 영혼은 한 덩어리 화염이 되어 보덴호숫가의 하늘로 사라졌다. 7월 20일 개막해 이달 21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푸치니 ‘나비부인’(2022, 2023년 공연)은 행복과 절망을 오가는 여인의 심리를 미니멀리즘적 무대와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으로 형상화했다. 11일(현지시간) 저녁. 보덴 호수 위에는 말았다가 편 듯 주름진 한 장의 거대한 종이 모양 조형물이 이곳을 찾은 이들을 맞이했다. 어둠이 짙어지는 호숫가 저편에서 여객선이 도착하고 관객들이 자리를 잡자 음산한 전주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동양의 산수화가 그려진 ‘종이’는 가수들이 연기를 펼치는 무대가 되었다. 미국 영사가 언덕을 걸어 올라오는 첫 장면에서 밝은 햇살을 표현한 조명은 1막 결혼식 장면 중 신부 초초상(나비부인)이 친구들과 함께 언덕을 넘어 다가오자 붉은 노을의 색감으로 변했다. 이후 무대의 색은 장면과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다. 지금까지의 브레겐츠 페스티벌 무대와 사뭇 달랐다. 2017~2018년 공연된 비제 ‘카르멘’은 무대 양쪽의 손이 흩뿌린 16장의 카드 모양 조형물과 조각조각 나눠진 평면 무대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었다. 2019, 2021년의 베르디 ‘리골레토’는 무대 위의 거대한 광대 머리와 기구(氣球) 모양 조형물 위에서 출연자들이 서커스를 펼치듯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와 달리 올해 ‘나비부인’은 종이 무대 위에 표현된 산수화가 상징하듯 여백의 미감이 두드러졌다. 종이모양 무대 외의 장치란 ‘종이’를 뚫고 폭력적으로 솟아오르는 성조기와 무대 뒤를 돌아 다가오는 ‘종이배’가 전부였다. 과거 화려한 브레겐츠 페스티벌 무대에 익숙한 관객들이 자칫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까. 지난달 31일 국내 복합상영관에서 중계한 브레겐츠발 ‘나비부인’ 영상을 보았을 때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인물을 쫓아다니는 영상물과 달리 두 눈만으로 접한 무대는 실제 산수와 같은 장엄함이 있었다. 가수들의 움직임이 더 설득력 있게 눈에 들어왔다. 계속 변하는 조명도 영화관에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다양한 분위기의 색감을 전했다. 연출가 안드레아 호모키는 원작에 없는 인물들을 무대 위에 등장시켰다. 무용단이 흰 옷을 입고 절제된 동작으로 연기하는 ‘혼령’들이었다. 푸치니 첫 오페라 ‘빌리’의 귀신들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속의 정령들을 연상시켰고 분위기 전달에 나름 효과적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나비부인의 아이는 일본 전통 축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일본의 종교와 법률, 풍습을 조롱한 실제 나비부인은 서양 옷을 구해 아이에게 입혔을 것이다. 2막 간주곡 직후에는 푸치니가 연극 ‘나비부인’을 오페라로 만드는 동기가 된 해돋이 장면이 나오는데 불과 3분 남짓한 이 장면이 공연에서 생략됐다. 이유에 대해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메인 공연은 주요 배역마다 세 성악가가 번갈아 출연한다. 이날 주연을 맡은 아일랜드 소프라노 셀린 번과 조지아 테너 오타르 조르지키아는 서로 어울린다 싶을 정도의 졸연(拙演)을 펼쳤다. 마이크를 이용한 믹싱 음향인데도 최고음의 클라이맥스가 관현악의 반주를 뚫고 나오지 못했다. 아예 마이크에 의존해 성악 발성을 포기했다 싶은 순간들도 느껴졌다. 27세의 대만 여성 지휘자 린이첸은 튀는 점 없이 무난하게 전곡을 이끌어 앞으로의 발전에 기대를 갖게 했다.브레겐츠(오스트리아)=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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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시간 거슬러 푸치니를 다시 만나다

    소프라노 아스미크 그리고리안(41)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완벽히 침투해 상대의 매력에 ‘용의 눈’을 그려주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9일(현지 시간) 만난 푸치니 ‘3부작’(Il Trittico)은 최고의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푸치니 오페라 가운데 그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이 작품은 올여름 유럽 음악계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날 무대는 7월 29일부터 여섯 차례 열리는 ‘3부작’ 공연 중 세 번째다. 독일 바이에른방송(BR)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빛나는’ ‘승리’라는 표현으로 성공을 축하했다. 푸치니가 1918년 발표한 ‘3부작’은 치정살인극인 ‘외투’와 종교적 배경에 모성이라는 강렬한 본능을 입힌 ‘수녀 안젤리카’,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인 ‘잔니 스키키’ 등 단막 오페라 세 편을 차례로 하룻밤 무대에 올리도록 엮은 작품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잔니 스키키’가 가장 유명하지만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잔니 스키키-외투-수녀 안젤리카’로 순서를 바꿨다. 소프라노 주역의 비중이 높은 작품일수록 뒤에 배치해 세 작품 모두 주연을 맡은 그리고리안이 최대한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한 구도였다. 리투아니아 출신인 그리고리안은 2017년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와 2018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두 오페라로 이 축제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는 서정미가 두드러지는 푸치니의 세 단막 오페라에서 완벽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2010년 라트비아 국립오페라의 ‘3부작’에 출연해 성공을 거뒀던 그는 한층 깊고 서늘해진 공명과 영화배우 러네이 젤위거를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외모 및 연기로 세계에서 모여든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명점이 다소 낮으면서도 투과력과 호소력이 강한 그의 목소리는 유명한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서부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 막으로 배치된 ‘외투’에서 그는 주저하면서도 육욕을 뿌리치지 못하는 뱃사람 아내 조르제타를 선명하게 소화했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장면 ‘나의 꿈은 달라요’에서 그의 유연한 포르티시모는 가사에 나오는 ‘이상한 노스탤지어’를 극장 가득 불러 모았다. 아이를 빼앗긴 어미가 ‘엄마 대(對) 엄마’로 성모에게 구원을 탄원하는 ‘수녀 안젤리카’의 막이 내리자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리안뿐만 아니라 유명 소프라노 출신으로 ‘수녀 안젤리카’의 알토 역인 공작 부인 역에 도전한 카리타 마틸라와 러시아 대표 바리톤 중 한 명으로 ‘외투’의 잔인한 선장 미켈레를 연기한 로만 부르덴코도 각 막의 완성도를 높이며 갈채를 받았다. 전 빈국립오페라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의 지휘는 푸치니가 감정의 절정마다 터뜨리는 육중한 ‘한방’이 부족했지만 균형 잡힌 템포 설정과 파트별 역할 배분으로 무리 없는 근대 이탈리아 오페라를 들려주었다. 연출 콘셉트는 보수적이었지만 ‘수녀 안젤리카’에서 안젤리카가 죽기 전 담배를 피우며 신에 대드는 모습은 푸치니가 정결의 극치로 설정한 관현악 라인과 들어맞지 않았다. 앞서 8일 같은 장소에서 관람한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5번 무대는 전날 마티네(낮 공연)에 이은 두 번째 무대였으나 명암이 교차했다. 전반부에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정밀한 터치가 인상적이었지만 충분한 음량을 들려주지 못했다. 메인 곡인 말러 교향곡 5번은 현악부가 종종 흐트러졌고 안쪽 성부의 음량이 멜로디를 넘어서다 흠칫하는 경우도 귀에 걸렸다. 빈 필 현악단원들의 노련함으로 긴장이 바로 바로 흡수되는 모습이 오히려 프로 정신을 느끼게 했다. 넬손스는 자연의 찬미가 두드러지는 5악장 피날레의 거대한 절정부에서 템포를 늦춰 잡고 거대한 풍경이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이 작품 특유의 낙관적 결말이 한층 선연하게 부각됐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주관 악단 격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으로 시작해 리카르도 무티 등 다섯 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오페라로는 푸치니 ‘3부작’ 외 베르디 ‘아이다’,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등 여덟 작품을 마련했다.잘츠부르크=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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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라노 그리고리안, 푸치니 ‘3부작’서 세 여인 연기…더 깊어진 공명

    소프라노 아스미크 그리고리안(41)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완벽히 침투해 상대의 매력에 ‘용의 눈’을 그려주었다. 9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만난 푸치니 ‘3부작’(Il Trittico)은 최고의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푸치니 오페라 가운데 그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이 작품은 올 여름 유럽 음악계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날 무대는 7월 29일부터 여섯 차례 열리는 ‘3부작’ 공연 중 세 번째다. 독일 바이에른방송(BR)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등은 ‘빛나는’ ‘승리’라는 표현으로 성공을 축하했다. 푸치니가 1918년 발표한 ‘3부작’은 치정살인극인 ‘외투’와 종교적 배경에 모성이라는 가장 강렬한 본능을 입힌 ‘수녀 안젤리카’,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인 ‘자니 스키키’ 등 단막 오페라 세 편을 차례로 하룻밤 무대에 올리도록 엮은 작품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자니 스키키’가 가장 유명하지만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자니 스키키-외투-수녀 안젤리카’로 순서를 바꿨다. 소프라노 주역의 비중이 높은 작품일수록 뒤에 배치해 세 작품 모두 주연을 맡은 그리고리안이 최대한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한 구도였다. 리투아니아 출신인 그리고리안은 2017년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와 2018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두 오페라로 이 축제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는 서정미가 두드러지는 푸치니의 세 단막 오페라에서 완벽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2010년 라트비아 국립오페라의 ‘3부작’에 출연해 성공을 거뒀던 그는 한층 깊고 서늘해진 공명과 영화배우 러네이 젤위거를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외모 및 연기로 세계에서 모여든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명점이 다소 낮으면서도 투과력과 호소력이 강한 그의 목소리는 유명한 ‘자니 스키키’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서부터 강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두 번째 막으로 배치된 ‘외투’에서 그는 주저하면서도 육욕을 뿌리치지 못하는 뱃사람 아내 조르제타를 선명하게 소화했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장면 ‘나의 꿈은 달라요’에서 그의 유연한 포르티시모는 가사에 나오는 ‘이상한 노스탤지어’를 극장 가득 불러 일으켰다. 아이를 빼앗긴 어미가 ‘엄마 대(對) 엄마’로 성모에게 구원을 탄원하는 ‘수녀 안젤리카’의 막이 내리자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청중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리안 뿐만 아니라 유명 소프라노 출신으로 ‘수녀 안젤리카’의 앨토 역인 공작부인 역에 도전한 카리타 마틸라와 러시아 대표 바리톤 중 한 사람으로 ‘외투’의 잔인한 선장 미켈레를 연기한 로만 부르덴코도 각 막의 완성도를 높이며 갈채를 받았다. 전 빈국립오페라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의 지휘는 푸치니가 감정의 절정에서마다 터뜨리는 육중한 ‘한방’이 부족했지만 균형 잡힌 템포 설정과 파트별 역할 배분으로 무리 없는 근대 이탈리아 오페라를 들려주었다. 연출 콘셉트는 보수적이었지만 ‘수녀 안젤리카’에서 안젤리카가 죽기 전 담배를 피우며 신에 대드는 모습은 푸치니가 정결의 극치로 설정한 관현악 라인과 들어맞지 않았다. 앞서 8일 같은 장소에서 관람한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5번 무대는 전날 마티네(낮 공연)에 이은 두 번째 무대였으나 명암이 교차했다. 전반부에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정밀한 터치가 인상적이었지만 충분한 음량을 들려주지 못했다. 메인 곡인 말러 교향곡 5번은 현악부가 종종 흐트러졌고 안쪽 성부의 음량이 멜로디를 넘어서다 흠칫하는 경우도 귀에 걸렸다. 빈 필 현악단원들의 노련함으로 긴장이 바로 바로 흡수되는 모습이 오히려 프로 정신을 느끼게 했다. 넬손스는 자연의 찬미가 두드러지는 5악장 피날레의 거대한 절정부에서 템포를 늦춰 잡고 거대한 풍경이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이 작품 특유의 낙관적 결말이 한층 선연하게 부각됐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주관 악단 격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으로 시작해 리카르도 무티 등 다섯 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오페라로는 푸치니 ‘3부작’ 외 베르디 ‘아이다’,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등 여덟 작품을 마련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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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휴가지에 가져가고 싶은 여름 음악

    ‘육체는 슬퍼라, 아, 나는 모든 책들을 읽었건만/떠나자, 저 멀리 떠나자!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새들은 벌써 취하였구나!/그 무엇도, 두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바다에 젖어든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덥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상상해보면 한결 나을까. 오케스트라의 풍경화가로 불렸던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는 영원의 도시 로마의 역사와 역사를 배경으로 한 교향시 로마 3부작을 썼다. 그중 첫 번째인 ‘로마의 분수’ 중에서 2악장 ‘한낮의 트레비 분수’는 꿈속의 여행지 한가운데의 물과 빛, 무지개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바야흐로 휴가의 정점이다. 휴가도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창조력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했던 사람들이 있다. 브람스도 수많은 명작을 휴가지에서 썼다. 그의 교향곡 2번은 오스트리아 남부의 뵈르터 호숫가에 있는 푀르차흐에서 작곡한 곡이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감돌아 한여름 휴가 때 듣기 좋다. 1악장 시작 부분부터 아, 이제는 쉴 수 있다, 너무 평화롭다며 길게 심호흡을 해보는 듯한 기분이다. 여름은 음악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더위가 덜한 쾌적한 고지대에서 콘서트도 열고, 음악가들의 마스터클래스도 여는 축제가 많다. 이런 축제에서 들어보고 싶은 곡이 있다. 산속 숲 사이로 흐르는 청량한 물살이 느껴지는 듯한 곡,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이다. 이런 여름 음악축제들에는 훤히 뚫린 자연 공간과 함께하는 콘서트가 많다. 1967년 미국 말버러 음악축제에서 연주된 송어 5중주는 악기 연주 사이 잠시 쉬는 부분에 신비한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수풀의 가수로 불리는 귀뚜라미들이다. 체력을 소진시키는 더위 속에서 바다나 시냇물이나 계곡을 찾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음악으로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때도 있다. 기자는 여름 더위로 지칠 때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집 작품 90을 꺼내든다. 산속 계곡을 흐르는 시냇물, 어디선가 퐁퐁 흐르는 샘물 같은 여러 가지 물의 표정을 이 작품집은 전해주는 것 같다. 더위가 심할수록 밤은 달콤해진다. 낮에 활동하기 어려운 만큼, 저녁 나절 그나마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면 밤 산책을 한번 나가볼까, 달큰한 밤공기를 맡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작곡가 보로딘은 밤을 사랑하는 작곡가였다. 현악사중주 1번의 3악장은 ‘노트루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밤의 음악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진하고 달콤한 온갖 자연의 냄새가 코에 밀려드는 여름밤을 전해준다. 보로딘이 묘사하는 러시아는 춥고 눈에 덮인 한겨울의 러시아가 아니라 남쪽 초원지대 여름의 러시아다. 그가 끝맺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오페라 ‘이고르 공’에서 주인공인 이고르는 초원지대 민족을 정복하러 원정을 떠났다가 포로가 된다. 초원 민족의 추장은 이고르를 잘 대접하고, 연회를 열어서 호의를 베풀며 북쪽으로 돌아가지 말고 자기들과 함께 지내자고 제의한다. 초원 저 너머 아련히 해가 저물고, 열기가 식은 땅 위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전사들과 처녀들이 춤을 추는 이국적인 장면이 있다. 보로딘의 ‘이고르 공’ 중에서 ‘폴로베츠인의 춤’이다. 이탈리아는 성악의 나라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나폴리 민요가 인기 있다. 민요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 대부분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그 시대 민중의 가요다. ‘오 솔레미오’ 같은 화창한 곡도 있지만 어딘가 울분 같은 어두움이 느껴지는 곡들도 많이 있다. 우리가 오늘날 나폴리에 가면 느껴지는 화려함 이면의 퇴락함과도 같게 느껴진다.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나폴리 노래 ‘엄마, 뭘 알고 싶은 거죠’를 듣고 있으면 나폴리의 남루한 한 부두노동자가 머리에 떠오른다. 러닝셔츠만 입은 채 종일 고된 노동을 하고 밤중에 돌아온 그는 창을 열고 빛나는 항구를 바라본다. 그의 머릿속에 종잡을 수 없는 슬픔이 치민다. 너무나도 태양이 뜨거울 땐 구름 한 점이라도 하늘을 가려주고, 어디선가 소슬한 미풍이 불어오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이 바로 그런 느낌을 전해준다. 저 구름을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 삼킬 수 있다면!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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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티스 동창’ 선우예권-레이 첸의 환상 소나타

    2017년 ‘원조’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한국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3),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대만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3). 미국 커티스음악원 동창인 두 동갑내기 스타 연주가가 프로 연주 세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1일 열리는 ‘슈퍼 듀오 시리즈 레이 첸 & 선우예권’이다. 두 사람은 커티스음악원 재학 당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지만 세계적 아티스트로 도약한 뒤 함께 꾸미는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인 풀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헌정한 벨기에 출신 작곡가 프랑크의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 모두 피아니스트에게 화려하고 극적인 역할을 부여해 바이올린과 대등한 표현력을 펼쳐내도록 한 작품들이다. 첸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다음 해인 2010년 처음 내한해 서울바로크합주단(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과 협연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8년 등 두 차례 내한 리사이틀을 가져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16년에는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듬해에는 다비트 아프캄 지휘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랄로 스페인교향곡을 협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로 활발히 소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가 운영하는 레이 첸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26만여 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집에서 직접 녹음한 리코딩을 공개하는 등 팬들과의 접촉면을 꾸준히 넓혀 왔다. 음반 활동도 활발하다. 그가 2018년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등을 담아 내놓은 음반 ‘골든 에이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연주”(그라머폰 매거진)라는 찬사를 받았다. 9월 1일에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일에는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3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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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으로 생긴 마음의 변화, 내면의 세계 선율에 담아”

    “프랑스 피아노 음악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게 늘 꿈이었습니다.” 다섯 달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고 했던 피아니스트 이혁(22·사진)은 그사이 파리로 근거지를 옮겼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쇼팽 콩쿠르 결선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올라 팬들을 잠 못 들게 했던 그는 지금 파리 에콜노르말 음악원에서 폴란드 태생 프랑스 피아니스트 마리안 리비츠키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파리 아니마토 콩쿠르 쇼팽 에디션에서 우승했는데 리비츠키 선생님이 아니마토재단 이사장이시거든요. 그때 제의를 받았죠. 모스크바의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 선생님도 제가 프랑스 음악을 사랑하는 걸 잘 알고 외국인이 러시아에서 공부하는 것도 어려워진 만큼 이해해 주셨습니다.” 이혁은 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다섯 달 만의 모국 리사이틀 ‘낯선 세계로의 초대’를 연다. 금호문화재단은 “그동안 보여준 투명하거나 밝은 모습과 달리 내면의 세계와 명상적인 면모에 집중하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작곡가 메트네르의 ‘회상 소나타’로 시작해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지인들에 대한 추모를 담아 작곡한 ‘쿠프랭의 무덤’, 브람스의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 Op.118, 버르토크의 모음곡 ‘문 밖에서’로 이어진다. “전쟁을 비롯한 여러 상황으로 생긴 마음의 변화를 프로그램에 담았습니다. 메트네르의 회상 소나타는 그동안 가장 위로를 주었던 곡이고, 청중과 많이 공감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벨은 파리에서 깊이 있게 프랑스 음악을 공부할 수 있게 되어 택했죠.” 올해 말까지 독일과 모로코, 폴란드, 일본에서 리사이틀과 협연 일정이 꽉 차 있다.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자선 콘서트가 눈에 띈다. “9월에 폴란드에서 체스 대회가 열리는데, 바르샤바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협회가 점자 체스판을 제작합니다. 연주비는 이 활동에 사용될 거고요. 기쁜 마음으로 연주를 수락했습니다.” 이혁은 ‘체스 대회에 출전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3, 4월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응원해준 청중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에서 멀리 와서 거듭 연주를 들으신 분도 계셨습니다. 최선을 다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닮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를 꼽았다. “황혼의 나이까지 매 공연을 진실하게 연주한 점이 늘 닮고 싶었습니다. 저도 언제까지 연주하게 되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의와 사랑을 본받고 싶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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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본윌리엄스의 ‘바다 교향곡’ 국내 초연

    “보라, 저 바다를!/끊임없이 요동치는 가슴,/그 위에 떠 있는 배들을!/보라! 바람 속에 부풀며,/초록빛과 푸른빛으로 점점이 부서지는 그 하얀 항해를!” 관현악과 합창이 한데 어울리는 영국 작곡가 랠프 본윌리엄스의 대곡 ‘바다 교향곡’이 국내 초연된다. 국립합창단이 8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2022 서머 코랄 페스티벌 I―바다 교향곡’. 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 지휘봉을 들고, 클림오케스트라와 광명시립합창단, 시흥시립합창단, 파주시립합창단이 협연해 모두 170명이나 되는 합창단과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바다처럼 광대한 화음을 펼쳐낸다. 미국 합창음악 전문 소프라노인 첼시 헬름과 베이스 겸 지휘자로 활동 중인 마르케스 러프가 솔로를 맡는다. 바다 교향곡은 영국 근대음악을 대표하는 본윌리엄스가 1910년 발표한 곡으로 그의 첫 교향곡이다. 미국 시인 휘트먼의 시집 ‘풀잎’을 발췌해 가사로 사용했다. 근대 관현악과 합창의 효과를 총동원한 웅장한 사운드가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오케스트라가 아닌 합창단이 교향곡을 기획해서 연주하는 일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문 경우로 꼽힌다. 윤 감독은 “바다 교향곡에 쓰인 휘트먼의 시는 인간이 거친 바다와 싸우며 운명에 도전하고 방황과 죽음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염병과 경제 불황, 기후문제 등 여러 위기를 겪는 오늘날 인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8월 30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2 서머 코랄 페스티벌 시리즈의 2편 ‘마지막 눈사람’이 공연된다. 오페라 ‘1945’로 알려진 작곡가 최우정이 최승호의 시적 우화집 ‘눈사람 자살사건’을 합창곡으로 엮었다. 배우 김희원이 내레이터로 출연한다. 두 공연 각 1만∼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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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에 음악샛별이 쏟아진다

    ‘금난새뮤직센터(GMC)’가 있는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새 음악축제 ‘F1963 서머페스티벌’이 열린다. 8월 첫 한 주 동안 콘서트 18개를 엮은 화음과 선율의 축제다. F1963은 고려제강이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옛 공장 터를 살려 만든 복합문화공간. 지난해 4월 이곳에 GMC를 연 뒤 실내악 콘서트 ‘GMC 챔버 시리즈’ 등 60회 이상의 콘서트를 열고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와 바이올린 아카데미 등 음악교육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해 왔다. 이번 페스티벌은 GMC를 중심으로 F1963의 중정 야외무대, 정원의 그린하우스 등 다양한 실내외 공간에서 펼쳐진다. 오전, 오후, 저녁 등 세 개의 시간대를 활용해 25개 실내악 팀과 70명 이상의 젊은 음악가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솔로에서 체임버 오케스트라, 재즈 그룹까지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펼치며 GMC 챔버 시리즈에서 소개해온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개막 공연은 8월 1일 오전 11시 GMC에서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엘리아스 에컬리의 무대로 열린다. 2017년 스코틀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대회 대상, 2018년 영국 EPTA 피아노대회 1등을 차지한 세계 피아노계 샛별이다. 2021년 루마니아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연민도 8월 3일 오전 11시 리사이틀을 마련한다. 최근 미국 신시내티 교향악단 부지휘자로 발탁된 비올리스트 이승원도 8월 4일 오후 4시 피아니스트 박세준, 3중주단 트리오 젠과 함께 무대를 갖는다. 축제는 8월 7일 저녁 7시 반 성남 목관5중주단과 박세준의 무대로 마무리된다. 금난새 예술감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부산 지역 9개 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축제를 열게 돼 매우 뜻깊다”며 “젊고 역량 있는 음악가들을 키워 나가고 소개하는 장으로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콘서트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만 7세 이상 입장 가능하며 금난새 뮤직 페스티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도 일정과 신청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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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개국 35명 바이올린 부문 1차 예선무대 올라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부문)’ 1차 예선 경연에 참가할 11개국 35명이 가려졌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25일 열린 참가자 제출 영상 예비심사에는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현아 연세대 교수, 정준수 경희대 명예교수, 정호진 한세대 교수, 이석중 인제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심사위원들은 13개국 66명의 지원자가 제출한 연주 영상을 보며 예선 출전 가능 여부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채점한 뒤 합산해 예비심사 합격자를 정했다. 합격자 35명의 국적 및 인원은 한국 18명, 일본 5명, 미국 중국 캐나다 각 2명, 폴란드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각 1명이다. 심사위원들은 “지원자들의 수준이 모두 높아 합격자를 가리기가 힘들었다. 매우 어려운 심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예비심사 합격자들은 10월 13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리는 1차 예선에 참가한다. 예비심사 결과는 29일 콩쿠르 홈페이지에 공지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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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음악가들 한 자리에…한여름 달구는 음악축제 펼쳐진다

    ‘금난새뮤직센터’가 있는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새 음악축제 ‘F1963 서머페스티벌’이 열린다. 8월 첫 한 주 동안 콘서트 18개를 엮은 화음과 선율의 축제다. F1963은 고려제강이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옛 수영공장 터를 살려 만든 복합문화공간. 서점과 국제화랑 분관, 현대모터스튜디오, 예술전문도서관과 카페, 야외 산책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4월 이곳에 금난새뮤직센터(GMC)를 연 뒤 금난새 예술감독의 주도로 실내악 콘서트 ‘GMC 챔버 시리즈’ 등 60회 이상의 콘서트를 열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와 바이올린 아카데미 등 음악교육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해왔다. 이번 페스티벌은 GMC를 중심으로 F1960의 중정 야외무대, 정원의 그린하우스 등 다양한 실내외 공간에서 펼쳐진다. 오전, 오후, 저녁 등 세 개의 시간대를 활용해 25개 실내악 팀과 70명 이상의 젊은 음악가를 선보인다. 솔로에서 체임버 오케스트라, 재즈 그룹까지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펼치며 GMC 챔버 시리즈에서 소개해온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개막 공연은 8월 1일 오전 11시 GMC에서 미국 커티스 음대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엘리아스 에컬리의 무대로 열린다. 2017년 스코틀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대회 대상, 2018년 영국 EPTA 피아노대회 1등을 차지한 세계 피아노계 새별이다. 2021년 루마니아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연민도 8월 3일 오전 11시 리사이틀을 마련한다. 최근 미국 신시내티 교향악단 부지휘자로 발탁된 이승원도 8월 4일 오후 4시 피아니스트 박세준, 3중주단 트리오 젠과 함께 무대를 갖는다. ‘어깨 힘 빼고 셔츠 단추 하나 풀고’ 들을 만한 곽윤찬 재즈 트리오의 콘서트도 8월 4일 저녁 중정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축제는 8월 7일 저녁 7시 반 GMC에서 열리는 성남 목관5중주단과 박세준의 무대로 마무리된다. 주요 공연이 열리는 GMC는 경기 고양 아람누리홀과 경남 통영 국제음악당 등 좋은 음향으로 유명한 공연장들의 설계에 참여해온 김남돈 삼선엔지니어링 대표가 음향 컨설턴트를 맡았다. 명료하면서도 균형 잡힌 음향이 특색으로 꼽힌다. 금난새 예술감독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고려제강을 비롯한 부산 지역 9개 기업들의 스폰서십으로 축제를 열게 돼 매우 뜻 깊다”며 “젊고 역량 있는 음악가들을 키워나가고 소개하는 장으로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콘서트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만 7세 이상 입장 가능하며 금난새 뮤직 페스티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도 일정과 신청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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