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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SG에서 뛰며 홈런 20개를 친 내야수 최주환(35)이 키움으로 이적한다. SSG 프랜차이즈 선수 김강민(41)도 한화로 팀을 옮긴다. 4년 만에 다시 도입된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2일 진행한 2차 드래프트에서 모두 22명이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최주환, 김강민처럼 베테랑 선수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이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다는 건 원소속 구단들이 35명의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해 정규시즌 순위 역순에 따라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키움은 최주환의 이름을 불렀다. 2006년 두산에서 프로 데뷔를 한 최주환은 2020년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4년 42억 원에 SK(현 SS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9홈런으로 주춤했으나 올해 20홈런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통산 타율 0.279, 115홈런을 기록 중이다. 키움 구단은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며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2002년 SK 입단 후 올해까지 22년간 한 팀에서만 뛴 김강민도 한화가 4라운드에 지명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강민은 SK에서만 두 번 FA 계약을 하면서 다섯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던 베테랑이다. SSG는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김강민이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SSG는 김강민에게 코치 자리를 제안한 상태였다. 손혁 한화 단장은 “내가 SK에서 코치를 할 때부터 워낙 좋게 봤던 선수다. 나이가 있지만 충분히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삼성의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38)은 1라운드에서 KT의 지명을 받았다. 2004년 LG에서 데뷔해 2017년부터 삼성에서 뛴 우규민은 7년 만에 팀을 옮기게 됐다. 올해 56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1의 기록을 남겼다. KT는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마무리 투수 김재윤(33)을 삼성에 빼앗겼다. 이강철 KT 감독은 김재윤이 떠나면서 팀에 고참급 투수가 없어지자 ‘우규민이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1라운드에서 뽑아 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지난해 말 친정팀 한화와 FA 계약을 한 16년 차 내야수 오선진(34)은 2라운드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4년 만에 다시 열린 2차 드래프트 시장에서 예전과 달리 즉시 전력감 베테랑들이 많이 이적한 건 올해부터 도입된 샐러리캡(구단별 연봉 총액 상한)의 영향이 크다. 올해와 내년 샐러리캡은 팀당 114억2638만 원이다. 이를 초과하면 제재금이나 지명권 박탈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리빌딩을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구단으로선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은 베테랑들을 보호선수 명단에 올리기가 어려웠다. 4년 전 2차 드래프트 때 40명이던 각 구단 보호선수가 35명으로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구단별로는 팀 체질 개선에 나선 SSG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LG,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NC가 소속 선수 4명씩 빼앗겼다. 반면 롯데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한 곳도 없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감독으로서, 또 남자로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팀이다.”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56)은 여전히 거침없었다. 팀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21일 만난 김 감독은 “감독 자리는 모든 야구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가장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는 롯데는 야구 감독이라면 꼭 한번 맡아보고 싶은 팀”이라고 했다. ‘롯태형(롯데+김태형)’ 소문은 올해 정규시즌 중반부터 구단 안팎에서 꾸준히 돌았다. 정규리그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의 숙원을 풀어줄 ‘우승 청부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올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김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두산 사령탑을 맡는 동안 7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이 중 세 번 우승한 ‘명장(名將)’이다.● 우승의 키는 수비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10개 팀 중 가장 오래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1992년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이다. 2017년 이후로는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아보지 못했다. 올해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롯데를 향한 관심이 더 커졌다. 김 감독은 정상으로 가는 첫걸음은 ‘수비’라고 했다. 그는 “올해 팀 실책(103개·팀 최소 실책 공동 3위)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수비 실수 이후 팀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수비가 강해야 팀이 단단해지고 짜임새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자마자 김민재 수석 코치와 김민호 수비 코치, 고영민 주루 코치 등을 데려왔다. 모두 수비 전문가다. 김 수석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이다. 김민호 코치와 고 코치는 선수 시절 각각 유격수와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롯데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루수 안치홍이 한화로 팀을 옮기면서 내야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김 감독은 “박승욱, 노진혁, 이학주, 한동희 등이 자리를 잘 잡아줘야 한다”며 “2년 차 신예 정대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주찬도 내야 수비에 힘을 보탤 자원들”이라고 했다.● ‘봄데’는 이제 그만김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봤던 롯데에 대해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고 올라오는 힘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초반 잠깐 선두에 올랐던 롯데는 초여름부터 순위가 떨어졌고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해마다 초반에 반짝하다가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별명도 붙었다. 김 감독은 “위기 때는 결국 리더가 팀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며 “선수들이 리더를 따라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 리더로 전준우(37)를 지목했다. 4년간 총액 47억 원에 개인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며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게 된 전준우는 내년 시즌 주장을 맡아 후배 선수들을 이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과 박세웅, 나균안 등이 있는 투수진은 계산이 선다. 나승엽, 김민석, 윤동희 같은 젊은 야수들이 잘 성장해 준다면 멋진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년 시즌 1차 목표인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패기에 연륜 더해롯데는 이날 김용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68)을 퓨처스(2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구단이 김 감독과 의견을 나눈 뒤 내린 결정이다. 김 감독은 “예전에 내가 SK(현 SSG)에서 코치를 할 당시 김용희 선배님이 SK 2군 감독이었는데 야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육성이 필요한 2군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 시절 ‘방장’으로 모셨던 김광수 일구회장(64)을 벤치 코치로 영입했다. 그는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 연륜 있는 선배님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희영(3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4년 9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양희영은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양희영은 공동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 앨리슨 리(미국)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5억8000만 원)를 받았다. 양희영이 투어에서 우승한 건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 이후 처음이다. 투어 16년 차 베테랑 양희영은 이번 우승으로 통산 5승째를 거뒀는데 미국에서 열린 대회 정상을 밟은 건 처음이다. 그동안엔 2013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한 차례 우승했고, 나머지 세 번의 우승은 모두 태국에서 개최된 혼다 LPGA 타일랜드(2015, 2017, 2019년)에서 따냈다.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한 양희영은 좋은 신체조건과 부드러운 스윙을 가져 ‘제2의 박세리’가 될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LPGA투어 본고장인 미국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상위 랭커들이 일부 불참한 대회에서 주로 우승하면서 그는 실력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했다. 2019년 우승 당시에도 메인 스폰서가 없어 민무늬 모자를 쓰고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를 하타오카와 공동 선두로 시작한 양희영은 전반에 하타오카에게 1타 뒤진 2위로 처졌다. 하지만 13번홀(파4) 이글로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80야드를 남기고 58도 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은 핀을 살짝 지나친 뒤 백스핀을 먹고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하타오카가 16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는 사이 양희영은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양희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자축했다. 올해도 양희영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취미인 암벽 등반을 하다가 팔꿈치를 다쳤다. 부상은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번 대회 후 L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골프를 해오면서 기복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처럼 은퇴까지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가족 같은 코치와 캐디의 도움으로 난관을 헤쳐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이번 대회에 쓰고 나온 모자에도 나타났다. 양희영은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자 앞면을 비어 있는 채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소 모양을 수놓았다”고 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양희영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자”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시즌 최종전인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올해 각 부문 수상자도 모두 결정됐다.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시즌 4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릴리아 부(미국)는 이번 대회를 4위(21언더파 267타)로 마치며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350만2303달러)을 차지했다. 베어트로피(평균 최저 타수상)에 도전했던 김효주(69.628타)는 아타야 티띠꾼(태국·69.533타)에게 밀려 2위를 했다. 유해란은 신인왕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에 고진영(2승), 유해란, 김효주, 양희영(이상 1승)이 모두 5승을 합작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오지환(LG·사진)이 KIA 박찬호와 함께 올해 처음 제정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을 공동 수상하게 됐다. KBO 사무국은 19일 “유격수 부문에서 오지환과 박찬호가 총점 87.5점으로 동률을 이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국판 골드글러브’를 표방하는 KBO 수비상은 수비 능력만을 평가해 주는 상이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와는 별개의 상으로 올해 처음 신설됐다. 각 구단 감독과 코치 9명, 단장 등 구단당 11표씩 총 110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투표 점수 75%와 다양한 수비 통계 기록을 활용한 기록 점수 25%를 합산한다. 오지환은 투표 점수 75점과 기록 점수 12.5점을 받았다. 박찬호는 투표 점수(66.67점)는 오지환보다 낮았으나 기록 점수(20.83점)가 높아 동률을 이뤘다. 한국시리즈 MVP로 구본무 LG 초대 구단주(1945∼2018)가 남긴 롤렉스 시계를 받은 오지환은 또 하나의 뜻깊은 상을 받았다. 오지환은 내달 열릴 예정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수상에 도전한다. 포수 부문에서는 한국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두산)가 총점 92.41점을 얻어 한국시리즈 우승 팀 포수 박동원(LG·80.80점)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루수 부문 수상자인 박병호(KT)는 투표 점수와 기록 점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총점 100점을 기록했다. 2루수 부문은 김혜성(키움), 3루수 부문은 허경민(두산)이 수상했다. 앞서 17일 발표된 투수 부문에서는 총점 94.91점을 받은 NC 외국인 투수 페디가 1위에 올랐다. 좌익수는 에레디아(SSG), 중견수는 박해민, 우익수는 홍창기(이상 LG)가 초대 수상자가 됐다. 수상자들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KBO 시상식에서 트로피와 함께 상금 200만 원씩을 받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김민선(24·사진)이 금메달을 향해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 김민선은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2차 레이스에서 37초85를 기록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같은 종목 금메달리스트 에린 잭슨(미국·37초54)에게 0.31초 뒤졌다. 김민선은 17일 열린 같은 대회 1차 레이스 동메달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선은 대회를 치를수록 성장하며 지난해 모습을 되찾고 있다. 김민선은 지난 시즌 월드컵 1∼5차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빙속여제’로 불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케이트화를 교체한 김민선은 지난주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1차 레이스에선 5위, 2차 레이스에선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치른 2차 대회에서 동메달에 이어 은메달까지 따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민선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대비해 올해 8월 스케이트화를 교체했다. 새 스케이트화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김민선은 예상보다 빨리 적응해 가고 있다. 김민선은 지금 타는 스케이트화로 2026년 올림픽까지 치를 계획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박지은 SBS골프 해설위원(44)은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예쁜 외모와 패션 감각, 그리고 뛰어난 실력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그레이스 박(Grace Park·박지은의 영어 이름)과 꼭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2012년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난 그는 요즘 가정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 두 딸을 둔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로 보낸다. 그리고 간간이 골프 해설을 한다. 그는 “해설이 쉽지만은 않다. 한번 자리에 앉으면 6시간, 날씨 등으로 경기가 미뤄지면 10시간을 해야 할 때도 있다”며 “그래도 많은 엄마가 공감하듯 내겐 해설하는 시간이 ‘휴가’인 것 같다”며 웃었다. 올여름엔 스키를 좋아하는 큰딸을 위해 미국 오리건주 마운트 후드로 약 50일간 ‘스키 캠프’도 다녀왔다. 다운타운까지 차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시골인 그곳에서 그는 엄마이자 요리사, 운전사 등 1인 다역을 했다.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스키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그는 오전 3시 반에는 일어나 밥을 차렸다. 박 위원도 어릴 때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다. 초등학생 시절 그는 스케이트와 스키, 수영 등에서 모두 교내 1등을 했다. 골프는 시작한 지 1년 만에 70대 타수를 쳤다. 큰딸 역시 그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골프를 고작 닷새 배운 뒤 거의 완벽한 스윙으로 드라이버로 80m를 보냈단다. 결혼 후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 때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둘째를 39세에 낳았다. 동년배 엄마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관리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하루 ‘1.5끼’를 먹는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전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점심에는 먹고 싶은 걸 양껏 먹는다. 대신 저녁은 간단한 과일 등으로 대신한다. 2년 전부터는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50분씩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는다. 그는 “4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 운동을 시작했다”며 “부위별로 운동을 하기보다 상체와 하체, 복근 등 전신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혈색이 달라지고 활력이 돋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틈나는 대로 집 근처인 서울 남산 둘레길을 걷는다. 남산타워까지도 종종 올라간다. 박지은은 “가능한 한 하루 만 보 이상을 걸으려고 한다. 운동량을 체크하려고 얼마 전에 애플워치도 구매했다”고 했다. 골프 선수로 인생 1막, 가정주부로 인생 2막을 보낸 박 위원은 40대 중반이 된 요즘 인생 3막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면 둘째 딸도 초등학교에 입학해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생기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지난 10년간 현모양처로 행복하게 살았다. 이제는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재단 같은 걸 만들어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일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박지은 SBS골프 해설위원(44)은 전성기 시절 인기가 대단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지만 미국에선 그레이스 박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 했다. 2003년 그는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골프와 후원 계약을 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골퍼로는 1호였다.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신성; 김주형의 메인스폰서이기도 한 나이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등 특급 스타들만 후원하는 걸로 유명하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박지은의 팬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박지은은 2002년 미국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인 2002현대팀매치스 프로암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프레드 커플스 등과 함께 라운드를 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박지은에게 “꼭 한 번 당신과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박지은에게 여러 차례 동반 라운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들과의 라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박지은은 “돌이켜보면 왜 그때 같이 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시즌이 끝나면 빨리 한국에 돌아와서 쉬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며 웃었다. 박지은은 주니어 시절부터 미국에서 유명했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그는 골프 명문인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에 다니며 전미 아마추어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름을 날렸다. 프로에 입문해서도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격적인 플레이 역시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버디를 많이 해 ‘버디 퀸’으로 불리기도 했다. 뛰어난 기량과 외모를 갖춘 그는 2004년 LPGA투어 사이트가 팬 투표로 뽑은 베스트 드레서 1위에 올랐다. 미국 골프전문 인터넷 사이트 ‘골프닷컴’이 2007년 선정한 ‘섹시한 여성 골프 선수’ 8명에도 이름을 올렸다.2012년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난 그는 요즘 오랜 꿈이었던 ‘현모양처’의 삶을 살고 있다. 초등학교 때 골프채를 잡은 후 은퇴할 때까지 운동이 일상이었던 그는 결혼 후 요리를 배우고 꽃꽂이도 익혔다.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 두 딸의 엄마인 그의 생활 대부분은 육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간간이 골프 해설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 그는 “올해는 3주에 한 번 꼴로 해설을 했다. 해설이 쉽지만은 않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6시간, 날씨 등으로 경기가 미뤄지면 10시간을 해야 할 때도 있다”며 “그래도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듯 그렇게 밖에 나가는 게 쉬는 것이다. 방송국 PD님들께도 해설이 내겐 ‘휴가’인 것 같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지난 여름에는 스키를 좋아하는 큰딸을 위해 미국 오레곤 주 마운트 후드로 약 50일간 ‘스키 캠프’를 다녀왔다. 이곳은 여름에도 눈이 남아 있는 곳으로 ‘여름 스키 캠프’로 잘 알려진 곳이다. 다운타운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시골인 이곳에서 그는 엄마이자 요리자, 운전수 등 1인 다역을 해야 했다.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스키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그는 오전 3시 반에는 일어나 밥을 차렸다. 그리고 낮 12시에 훈련을 끝낸 아이를 다시 차로 데려왔다. . 비어있는 오전 시간에 그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 카트를 타지 않고 푸쉬 카트를 끌며 잔디를 밟았다. 그는 “골프장은 오전 8시에 문을 열었다. 같이 와 있는 다른 엄마들과 항상 첫 팀으로 나갔다”며 “18홀을 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운동 삼아 9홀 골프를 쳤다. 선수 때 종종 해 봤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하루의 첫 잔디를 밟는 경험이 새삼 새로웠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그도 어릴 때 여러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다. 초등학생 시절 그는 스케이트와 스키, 수영 등에서 모두 교내 1등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 골프채를 잡고서는 두 달 만에 90대 타수를 쳤고, 5학년 때 첫 대회에서 88타를 쳤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70대 타수에 진입했다. 큰딸 역시 그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지난해 골프를 딱 5일 배운 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스윙으로 드라이버로 80m를 보냈다. 그는 “딸 아이가 골프를 좋아하게 된다면 골프 선수를 시킬 생각도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가 어릴 때 못해본 리듬체조나 발레 등을 먼저 가르치고 싶다. 골프는 나중에 뜻이 생겼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필드를 주름잡았던 그는 요즘은 라운드를 자주 나가진 않는다. 학부모 모임이나 친구 모임, 또는 몇몇 행사에서 가끔 골프채를 잡는 정도다. 스코어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즐기는 골프를 한다. 지난달 부산 기장에서 열린 ‘박세리 월드매치’에서는 79타를 쳤다. 그는 “그날 아웃 오브 바운스(OB)를 몇 방 내고도 79타를 쳤으니 그리 못 친 것 아니다”고 했다. 그는 “골프장에 가면 일부러 카트 도로 근처로 공을 친다”며 “그렇게 쳐야 걸어 다니면서 골프채를 쉽게 바꿀 수 있다”며 웃었다. 결혼 후 본격적인 육아에 뛰어든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 때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둘째를 39살에 낳았다. 동년배 엄마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해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원래부터 살찌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운동 그만두더니 살 쪘더라’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1.5끼’를 먹는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전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점심에는 먹고 싶은 걸 양껏 먹는다. 대신 저녁은 간단한 과일 등으로 대신한다. 결혼 후 육아 등으로 인해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던 그는 2년 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선수 때 워낙 운동을 많이 했다. 기본 체력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세 번씩 퍼스널 트레이닝(PT)를 받는다.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한 번에 50분 가량 운동을 한다. 많은 무게를 들기보다는 근력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그는 “부위별로 운동을 하기보다는 상체와 하체, 복근 등 전신운동을 한다”며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고 나면 혈색이 달라지고 활력이 돋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무리한 운동은 피한다. 그는 “과하게 운동하면 피곤해 질 수 있어 피곤해지기 직전까지만 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틈나는 대로 집 근처인 서울 남산 둘레길을 걷는다. 남산타워까지 올라갈 때도 있다. 박지은은 “가능한 한 하루 만 보 이상을 걸으려고 한다. 운동량을 체크하려고 얼마 전에 애플워치도 구매했다”며 했다. 골프 선수로 인생 1막, 가정주부로 인생 2막을 보낸 박지은은 40대 중반이 된 요즘 인생 3막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면 둘째 딸도 초등학교에 입학해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생긴다. 박지은은 “바빴던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지난 10년간 현모양처로 행복하게 살았다. 이제는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재단 같은 걸 만들어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일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려움과 망설임은 나의 최고의 적이다!’ 서울 잠실야구장 내 LG 선수단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통로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지난해 11월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55)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선수들은 라커룸을 드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겼다. 올 시즌 LG 선수들은 두려움이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리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KT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1차전에서 패했지만 2∼5차전을 내리 따내며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일궜다. 15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염 감독은 “작년까지의 LG는 위기에서 무너지고, 한 번 무너지면 일어서지 못하는 팀이었다. 두려움을 없애야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뛰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죽더라도 공격적으로 뛰다 죽으라는 것이었다. LG는 정규시즌에서 도루 166개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1위였다. 도루 실패 역시 101차례로 제일 많았다. 도루 성공률이 62.2%밖에 되지 않자 구단 안팎에선 “뻔히 보이는 작전이 작전이냐”며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염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팬들과 언론은 도루 실패 숫자를 봤겠지만 내가 집중한 건 공격적인 팀 컬러를 만드는 것이었다. 도루 자체의 효과보다는 뛰는 야구를 통해 선수들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LG 선수들의 플레이는 과감해졌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올해 LG는 정규시즌에서 86승(2무 56패)을 거뒀는데 이 중 42번이 역전승이었다. 염 감독은 “성적이 나면서 거꾸로 선수들이 내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렇게 LG라는 팀은 위기 속에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가른 건 10일 3차전이었다. 두 팀이 1승 1패를 주고받은 뒤 열린 3차전에서 LG는 8회말 KT 박병호에게 홈런을 얻어맞으며 5-7로 역전을 당했다. 염 감독은 “분위기가 넘어갔다. 예전의 LG라면 거기서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정규시즌에서 더 큰 점수 차이도 역전한 경험이 있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먼저 ‘뒤집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그리고 9회초 2사 후 드라마 같은 오지환의 재역전 3점 홈런이 터졌다. 염 감독은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의 실투가 나왔다. 그걸 오지환이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어 내더라. 그 순간 ‘우주의 기운’이 우리 쪽으로 향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했다. 8일 2차전도 극적이긴 마찬가지였다. LG는 선발 투수 최원태의 난조 속에 1회에만 4점을 내줬다. 하지만 이후 7명의 구원 투수들이 8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타선도 힘을 내 결국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LG 선수단에 새겨진 ‘역전 DNA’가 드러난 한국시리즈였다. 그동안 염 감독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익숙한 지도자였다. 2014년 넥센을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나선 염 감독은 삼성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은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SK(현 SSG) 사령탑이던 2019년엔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두산에 막판 역전을 허용했다.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SK는 키움에 3연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염 감독은 “2014년엔 겁 없이 야구를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 차이까지는 극복하지 못했다. 2019년엔 정규시즌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지난 두 번의 실패를 경험 삼아 올해는 투수 필승조를 다양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승운까지 따라 줘 오래 기다려주신 팬들께 우승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염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염 감독은 우승한 다음 날인 14일 포수 박동원과 투수 유영찬에게 사비로 각각 1000만 원을 직접 송금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와는 별도로 수훈 선수에게 상금 100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수훈 선수가 2명이 되면서 2000만 원을 내놨다. 그는 “시즌 내내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고민하다가 상금을 주기로 했던 것”이라며 “우승만 한다면 돈이야 얼마든지 써도 아깝지 않다”며 웃었다. 최강의 전력에 자신감과 경험까지 붙은 LG는 앞으로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올해가 ‘LG 왕조’의 원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은 구광모 구단주님부터 프런트 직원, 선수들까지 모든 구성원이 같은 목표를 향해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프로야구 LG 선수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명예를 얻었다. 그리고 연봉 외에 적지 않은 가욋돈도 기다리고 있다. LG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포스트시즌 배당금 약 30억 원을 받는다. 여기에 구단 보너스 15억 원을 더해 약 45억 원을 나눠 갖게 된다. 우승팀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우승의 맛’이다. 그렇지만 LG 선수단의 시선은 이미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LG를 정상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13일 우승 확정 후 “이제 시작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달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주장 오지환은 한술 더 떠 “우리는 왕조 시기를 누릴 것이다. 이 멤버 그대로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올해 LG는 다른 9개 팀을 압도하는 막강한 전력으로 통합 우승을 거뒀다. LG는 올해 6월 27일 이후 한 번도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팀 타율(0.279)과 팀 평균자책점(3.67), 팀 도루(166개)도 모두 1위였다. 투타를 가리지 않고 선수층이 가장 두껍고, 주전과 백업 선수 간 차이가 가장 적은 팀이 LG였다. 1990년대 ‘신바람 야구’로 최고 인기 팀이 된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눈앞의 성적과 선수 육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고, 감독들은 수시로 바뀌었다. 신예 선수들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박병호(KT) 등 LG를 떠나 잠재력을 터뜨린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LG는 이제 젊은 선수들을 가장 잘 키우는 팀이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오지환,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등은 모두 LG의 지명을 받아 LG에서 데뷔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 이정용, 유영찬, 백승현 등 투수 필승조도 모두 LG에 스카우트돼 LG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취약한 포지션은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와 채웠다. LG는 2017년 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외야수 김현수를 4년 115억 원에 잡았다. 4년 후엔 ‘4+2년’ 115억 원에 김현수를 잔류시켰다. 2021년 말 4년 60억 원에 영입한 외야수 박해민은 공수 양면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65억 원에 데려온 포수 박동원은 안정적인 투수 리드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한국시리즈 제패의 공신이 됐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LG 선수들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값진 경험도 쌓았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은 신구 조화가 잘되어 있다. 매년 어린 선수들을 한두 명씩 더 키워낸다면 지속적인 강팀으로 갈 수 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4년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유광점퍼를 입고 좋아했던 LG 어린이 회원들은 어느덧 중년이 됐다. 이후로 LG는 지난 시즌까지 28년간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LG가 13일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29년 만의 한국시리즈(7전 4승제)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LG 어린이 회원 출신인 투수 임찬규(31)와 고우석(25)은 눈물을 흘렸다. LG 선수단은 30년 가까이 기다려준 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날 잠실구장엔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찾았다. LG 팬들은 “무적 LG”를 연호하며 챔피언 세리머니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선 상황에서 이날 5차전을 맞은 LG는 선발투수 켈리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공수에서 활약한 중견수 박해민을 앞세워 KT를 6-2로 꺾었다. 1차전을 내줬던 LG는 이후 내리 4연승하면서 1990년, 1994년에 이어 구단 3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LG의 통산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두 정규리그 1위에 이은 통합 우승이었다. 이날 5차전의 영웅은 2번 타자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0-0이던 3회말 1사 2, 3루 기회에서 KT 선발투수 고영표를 상대로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박해민은 1-3으로 쫓긴 4회초 수비 2사 1, 2루에선 KT 대타 김민혁의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가 박해민이었다면 이번 시리즈를 지배한 선수는 LG 주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오지환이었다. 1차전을 내준 LG는 2차전에서도 초반 0-4로 끌려가며 힘든 경기를 했다. 하지만 1-4로 따라붙은 6회 오지환이 솔로포를 날리며 경기 흐름을 바꿔 놨다. LG는 3-4까지 따라붙은 8회말 박동원의 역전 2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3차전과 4차전은 오지환의 독무대였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혈투를 벌였던 3차전에서 오지환은 5-7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오지환은 15-4 대승으로 끝난 4차전에서도 7회 쐐기 3점 홈런을 때렸다. 2∼4차전 3경기 연속 결정적인 홈런포를 쏘아 올린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돼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오지환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왕조 시기를 누릴 것이다. 이 멤버 그대로 야구를 오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사령탑 첫 우승을 맛봤다. 현대에서 선수와 코치, 프런트로 우승했고, 2018년 SK(현 SSG) 단장으로 정상을 밟았던 염 감독은 넥센(2013∼2016년)과 SK(2019∼2020년) 사령탑 시절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LG 지휘봉을 잡은 첫해 팀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끈 데 이어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밟으며 오랜 꿈을 이뤘다. 시즌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LG는 6월 27일 1위로 올라선 뒤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LG의 우승으로 한국, 미국, 일본, 대만에서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들이 모두 ‘한풀이’에 성공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텍사스가 창단 후 62년 만에 처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일본에선 한신이 38년 만에, 대만에선 웨이잔이 2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94.1% vs 5.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9분 능선을 넘은 LG와 또 한 번의 대역전 드라마를 노리는 KT가 13일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을 치른다. 정규시즌 1위 LG는 1차전을 패했지만 2∼4차전을 모두 잡으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까지 1승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무승부 포함)로 앞선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17번 중 16번(94.1%)이었다. 이 중 8번은 5차전에서 축배를 들었다. 2013년의 삼성이 1승 3패에서 역전한 유일한 예외 케이스였다. 삼성은 당시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른 KT와는 사정이 달랐다. KT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을 남기겠다’며 역전 우승을 꿈꾸고 있다. KT는 NC와의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도 먼저 2패를 당한 뒤 3연승을 거뒀다.● LG의 기세 이어질까, 막힐까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3차전을 8-7로 따낸 LG는 11일 4차전에서는 15-4로 이겼다. 선발 투수 김윤식이 5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깜짝 호투한 가운데 김현수, 문보경, 오지환 등이 홈런 3방을 합작했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279)를 기록했던 LG 타선은 한국시리즈 들어서는 더욱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1∼4차전까지 네 경기 팀 타율은 0.324, OPS(출루율+장타율)는 0.954에 달한다. 그 중심에 주장 오지환이 있다. 2차전에서 솔로 홈런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오지환은 3차전에서는 9회초 2사 후 경기를 뒤집는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이어 4차전에서도 7회 쐐기 3점포를 때리며 세 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KT로서는 기세가 좋은 LG 타선을 막아내야 승산이 있다. 한국시리즈 들어 부진에 빠진 ‘필승조’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이 2∼4차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정규시즌부터 플레이오프까지 계속 큰 위기를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고 각오를 다졌다. KT 타선에서는 황재균이 14타수 5안타(타율 0.357) 4타점으로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심타자 박병호(15타수 2안타)와 알포드(12타수 2안타)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켈리 vs 고영표 선발 재대결5차전 선발 투수로 LG는 외국인 에이스 켈리, KT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각각 예고했다. 두 선수는 7일 1차전에서도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켈리는 6과 3분의 1이닝 2실점(1자책), 고영표는 6이닝 2실점(1자책)을 남겼다. 9회에 승부가 결정되면서 둘은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다. 켈리는 시리즈 도중 내년 시즌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받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 반면 고영표는 벼랑 끝에 몰린 팀을 위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야 하는 숙제를 안고 등판한다. 만약 KT가 이날 승리하면 6차전과 7차전에는 외국인 원투펀치 쿠에바스와 벤자민이 등판할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로 삼았던 다승과 시즌 상금 10억 원 돌파를 모두 달성한 임진희(25)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한다. 임진희는 12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SK쉴더스·SK텔레콤 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한 임진희는 이다연(11언더파 205타)을 다섯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시즌 4번째이자 통산 6번째 정상을 밟은 임진희는 이예원과 박지영(이상 3승) 등을 따돌리고 다승 단독 1위를 했다. 임진희는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고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0월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을 제패했다. 우승 상금 2억 원을 더한 임진희는 시즌 상금 11억4583만 원으로 이 부문 2위를 했다. 이다연에게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임진희는 8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이다연에게 잠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9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옆에 붙여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단독 선두가 됐다. 11번홀(파5)에서 이다연의 3퍼트 보기로 2타 차 여유를 되찾은 임진희는 14번홀(파4)과 1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17번홀(파3)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임진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자축했다. 경기 후 임진희는 “시즌 전에 목표가 상금 10억 원 돌파와 다승을 거두는 것”이었다며 “이번 시즌 나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2월 열리는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 나서는 임진희는 “미국행에 대비해 비거리를 늘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많이 할 것”이라며 “내년 LPGA투어에 진출하게 된다면 세계 랭킹 1위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세계 랭킹은 52위다. 2018년 KLPGA투어에 진출한 임진희는 오랜 무명 시절을 보냈다. 상금 랭킹 60위 밖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시드전을 세 번이나 다시 치러야 했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2021년 BC카드·한국경제 레이디스컵에서 첫 우승을 거뒀고, 지난해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4승을 거두며 KLPGA투어 대표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상금과 대상 포인트(628점)에서 모두 2위에 올랐고, 평균타수(70.99타)에서는 3위를 했다. 이번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상금(14억2482만 원), 대상 포인트(651점), 평균타수(70.64타) 등 3관왕을 확정 지었던 이예원(20)은 공동 11위(2오버파 218타)로 대회를 마쳤다. 신인상 포인트에서 2969점을 얻은 김민별(19)은 황유민(20·2656점)을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7년 5월 26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당시 SK(현 SSG) 수석코치이던 이만수 전 SK 감독(65·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팬티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돈 것이다. 그는 “만원 관중을 달성하면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16년이 지난 올해 이 전 감독은 다시 한번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했다. 이번엔 라오스 야구 대표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승 시 세리머니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전 감독과 라오스 선수단 40여 명은 지난달 20일 상의를 벗은 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대통령궁 앞을 한 바퀴 돌았다. 라오스 정부가 그간 이 전 감독의 헌신을 인정해 이례적으로 행사를 허락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 전 감독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이 아니었다. 수십 년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도 여전했다. 이 전 감독은 40세 이상 차이 나는 선수들 사이에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몸매를 자랑하며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65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는 유니폼을 입으면 더욱 ‘청춘’이 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주최한 올해 고교 동창 야구 대회에 출전해 안타를 곧잘 때렸다. 같은 대회 올스타전에서는 모처럼 포수 마스크도 썼다. 그는 “평생을 했던 야구다. 지금도 방망이에 공이 잘 맞더라”면서 “이 나이에도 안타를 칠 수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행여 다칠까 봐 젊을 때처럼 풀스윙을 하진 않는다”며 웃었다. 사실 그도 몸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SK에서 감독과 코치를 지내면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몸무게가 10kg 이상 불었다. 평소 82kg이었던 몸무게가 94kg까지 올라갔다. 건강검진 결과 모든 수치가 빨간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후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하루 두 끼만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먹고, 하루에 최소 1만 보 이상을 걷는 거였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결심한 게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독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2주간 격리 통보를 받아 좁은 호텔 방에 격리됐다.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은 공간에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걸었다. 그는 “체중 관리를 위해 적게 먹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나중에 보니 하루에 2만5000보씩 걸었더라”라고 말했다. 왕성한 봉사활동 역시 몸매 유지의 비결이다. 그는 재능기부를 하면서 1년에 전국 50여 곳의 전국 초중고교를 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 활동도 열심히 한다. 라오스와 베트남 등 외국에도 종종 나간다.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야구캠프에 참가했던 그는 이달 말에는 야구 전수를 위해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홈리스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리커버리 야구단’ 총재도 맡고 있고,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티볼 활동도 열심히 한다. 선수 시절 훈련을 위해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았던 그는 요즘도 하루 6시간 정도만 잔다. 그는 “적게 자는 덕분에 더 많은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야구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포수로 활약했던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65)은 지난달 20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대통령궁 앞에서 ‘속옷 세리머니’를 했다. 이 감독은 상의를 탈의한 채 라오스 야구 대표팀 선수단 및 관계자 40여 명과 함께 대통령궁 주변을 돌았다. 라오스 대표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1승 공약을 실천한 것이다. 이 전 감독이 처음 이 공약을 내세운 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부터다. 하지만 당시 예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다시 5년 뒤로 미뤄졌다. 올해도 쉽지 않았다. 라오스는 태국과의 예선 라운드 첫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마지막 기회는 싱가포르와의 9월 27일 열린 예선 2차전이었다. 라오스 대표팀은 이날 안타를 5개밖에 치지 못했다. 실책도 4개나 범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8-7 승리였다. 이 전 감독이 라오스에 야구의 씨앗을 뿌린 지 10년째에 거둔 값진 1승이었다. 이 전 감독은 “경기 후 아무도 없는 코치실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도, 선수로 타격 3관왕을 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왠지 모르는 눈물이 한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속옷 세리머니는 역사적인 승리 후 약 3주 후에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건 아니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서 대통령궁 앞에서 상의를 벗고 달린다는 것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이 전 감독의 헌신을 잘 알고 있는 라오스 정부도 이례적으로 이 행사를 허가했다. 다만 속옷이 아닌 마라톤 복장을 갖추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 전 감독은 “대통령궁이 보이는 곳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소리 지르면서 한 바퀴 돌았다”며 “2007년 5월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원 관중 달성 공약이었던 팬티 퍼포먼스를 펼친 것처럼 이번에도 기분 좋게 세리머니를 했다”고 전했다. 이 전 감독의 팬티 세리머니 역시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SK 수석코치이던 이 전 감독은 “홈구장이 만원 관중으로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뛰겠다”고 약속했고, 3만4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서자 흔쾌히 약속을 지켰다. 이 전 감독은 원숭이 엉덩이 모양을 덧붙인 익살스런 팬티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 전 감독의 몸이었다. 2007년 팬티 세리머니 당시 그는 40대 후반에도 탄탄한 몸을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덧 6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그는 여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40살, 많게는 50살 가까이 차이나는 선수들 틈에서도 그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몸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니폼을 입으면 그는 더욱 ‘청춘’이 된다. “유니폼만 입으면 없던 힘도 생겨난다”는 그는 지금도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야구를 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주최한 ‘2023 NO Brand배 고교 동창 야구 대회’에도 선수로 출전했다. 타석에서는 곧잘 안타를 때렸고, 올스타전에서는 모처럼 포수 마스크도 썼다. 그의 모교인 대구상원고는 지난 달 29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군산상일고에 8-9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평생을 했던 야구라서 그런지 지금도 공이 잘 맞더라”며 “65살이 된 지금도 공을 칠 수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행여 다칠까 봐 풀 스윙을 하진 않는다”며 웃었다. 현역 선수 시절 그의 몸무게는 82kg이었다. 현재 그의 몸무게도 82kg이다. 꾸준히 몸무게를 유지한 것 같지만 그도 불어나는 살이 큰 고민이었던 적이 있다. 그는 SK에서 2007~2011년까지 수석코치와 2군 감독 생활을 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3년간 감독을 했다. 엄청난 승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탓에 그때 살이 많이 쪘다. 감독직을 내려놓고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운동량은 줄었는데 먹는 건 그대로니 살이 찌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때 그의 몸무게는 94kg까지 올라갔다. 건강 검진 결과 모든 검사 수치가 빨간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후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하루에 두 끼만 먹고, 만 보 이상을 걷는 거였다. 선수 시절부터 그는 결심한 게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독종이었다. 그는 지금도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려 애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인 2021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그는 베트남 야구협회 일을 돕기 위해 베트남에 입국했다가 2주간 격리 통보를 받았다. 약 5평 안팎의 호텔 방안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걸었다. 2주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 2만 5000보씩을 걸었다. 식사로 나온 도시락은 반 정도만 먹었다. 그는 “처음엔 열심히 하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아 걱정이 되기도 했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쑥쑥 빠지더라. 10kg이상 넘게 감량한 지금은 예전처럼 가벼운 몸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생활과 걷기보다 그의 현재의 탄탄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쁘고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1년에 전국 50여 곳을 돈다. 고등학교는 3박 4일, 중학교는 2박 3일, 초등학교는 당일이 기본이다. 고교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아 미래의 포수들을 찾는 것도 그의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 위원 자격으로 유소년 캠프에도 빠짐없이 나간다. 여기에 라오스와 베트남 등 외국도 종종 나가니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는 이달 말에도 야구를 전수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이 전 감독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는 제주도에서 열린 ‘리커버리 야구단’의 미니캠프에도 참가했다. 리커버리 야구단은 홈리스와 조현병 환자,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인 야구단이다. 그는 이 야구단 총재도 맡고 있다. 그가 또 많은 신경쓰는 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티볼 활동이다. 발달장애인 야구단 협회 명예회장을 맡고있는 그는 6월에 제1회 발달장애인 티볼 야구대회를 열었다. 그는 “야구가 사회에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리커버리 야구단과 발달장애인 티볼 등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며 “몸은 하나인데 할 일이 너무 많다. 이 모든 일들은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야구를 다소 늦게 시작한 그는 ‘성실한 선수’의 대명사였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하루 4시간만 자면서 훈련에 매진했다. ‘독종’과 함께 ‘쌍코피’라는 별명도 그때 생겼다. 그는 “한양대에 다닐 때 오전 4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뛰어 여자 친구 집에 갔다. 오전 5시부터 데이트를 한 것이다. 그 여자친구가 지금은 내 아내로 평생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6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는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산다”며 “지금도 야구가 너무 좋다. 유니폼을 입으면 신이 나서 강연을 할 때도 꼭 유니폼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강철 KT 감독은 10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앞선 2경기를 복기하며 LG 유격수 오지환의 이름을 꺼냈다. KT는 8일 2차전에서 4-0으로 앞서다 4-5로 역전패했다. 이 경기 결승타는 8회말 LG 포수 박동원이 날린 역전 2점 홈런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박동원의 홈런이 결정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6회 오지환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뼈아팠다. 그 홈런으로 경기의 흐름이 LG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지환이 다시 한번 경기를 지배했다. 이번엔 9회 2사 후 드라마 같은 역전 결승 3점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LG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역대급 명승부 끝에 KT에 8-7로 승리했다. LG는 이날 승리로 2승 1패로 앞서며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한발 앞서 나갔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무승부 포함)로 맞선 뒤 먼저 2승째를 거둔 팀의 우승 확률은 85%(20회 중 17회)였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LG는 3회초 오스틴의 선제 3점 홈런으로 앞서 나갔다. 3회말 한 점을 추격한 KT는 5회말 LG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 후 3안타를 집중시키며 3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자 LG는 6회초 박동원의 역전 2점 홈런으로 다시 앞섰다. LG는 5-4로 앞선 8회말부터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등판시켜 경기를 매듭지으려 했다. 하지만 KT는 1사 2루에서 황재균의 좌익선상 2루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2차전까지 부진했던 4번 타자 박병호가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1, 2차전에서 8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로 부진했던 박병호는 1사 2루에서 고우석의 5구째 몸쪽 낮은 패스트볼(시속 152km)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KT는 7-5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9회초 KT의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또 다른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5회 실책으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줬던 오지환이 다시 한번 경기를 뒤집는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5-7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2구째 패스트볼(시속 145km)을 잡아당겨 담장을 넘긴 뒤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이날 결승포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오지환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9회말도 쉽게 끝나진 않았다. 고우석은 9회말 1사 후 몸에 맞는 볼과 피안타로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이정용에게 넘겼다. 이날 LG의 8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정용은 초구 폭투로 1사 2, 3루 위기를 맞은 뒤 고의사구로 만루를 채웠다. 그리고 2번 타자 김상수를 투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양 팀의 4차전은 1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T는 사이드암 엄상백, LG는 왼손 투수 김윤식이 각각 선발 투수로 나선다.수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경기 포천에 있는 27홀 대중제 골프장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이 좋은 접근성과 다이내믹한 코스로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 후보에 올랐다. 국내 최대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대표 조성준)와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공동 주최하는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은 올해 말까지 골퍼들의 라운드 후기를 반영하는 두 차례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의 장점 중 하나는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구리∼포천 고속도로 포천 나들목(IC)에서 차로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자동차로 약 35분 걸리는 등 수도권에서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다는 게 이 골프장의 설명이다. ‘가든’ ‘팰리스’ ‘캐슬’ 등 3개 코스로 구성된 이 골프장은 평지와 산악지형을 조화롭게 꾸몄다. 가든 코스는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했다. 이 코스 7번홀은 유일한 아일랜드 홀로 세컨드샷 지점에서 연못을 넘겨야 투온에 성공할 수 있다. 팰리스 코스에선 라운드 내내 큰 연못을 감상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연못에 솟아 있는 5개의 육중한 바위를 티샷으로 넘겨야 하는 이 코스 6번홀은 할롱베이 홀로 불리는 시그니처 홀이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캐슬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골프장에선 매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대회가 열린다. 한 이용자는 “코스 구성이 재미있고 다양한 클럽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서울에서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회가 열린 직후에 이용했는데 러프가 길어 또 다른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골프장 인근에 산정호수와 백운계곡, 포천 이동갈비촌, 허브아일랜드, 폐채석장 업사이클링 관광지인 아트밸리 등이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1승 1패를 나눠 가진 LG와 KT가 10일 KT의 안방 수원KT위즈파크에서 우승의 향방을 가를 3차전을 치른다. 일진일퇴를 거듭한 두 팀에 3차전이 중요한 것은 이 경기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컵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무승부 포함)로 맞선 뒤 먼저 2승째를 거둔 팀은 85%의 확률(20회 중 17회)로 정상에 올랐다. 양 팀의 운명을 좌우할 3차전 선발투수로 LG는 임찬규, KT는 벤자민을 각각 예고했다.● 팀 내 최다승 투수들 선발 맞대결정규시즌 성적은 두 투수가 비슷하다. 임찬규는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KT 외국인 투수 벤자민 역시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상대 성적으로 따지면 벤자민이 우위다. 왼손 투수 벤자민은 왼손 타자가 많은 LG 타선을 상대로 ‘킬러’의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LG 상대 성적은 5경기 등판에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다. 오지환, 홍창기, 박해민을 모두 피안타율 0.167(12타수 2안타)로 처리했고, 중심타자 김현수도 11타수 2안타(피안타율 0.182)로 묶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1, 2차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LG 타자 중 벤자민에게 2할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건 박동원(0.273)이 유일하다. 벤자민은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5일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6이닝 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임찬규는 올해 KT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6.61로 부진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자신만만하다. 임찬규는 시리즈 전 미디어데이에서 “엘린이(LG 트윈스 어린이 회원) 출신으로 한국시리즈에 등판하게 된 나 자신이 ‘성공한 덕후(오타쿠)’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타자들의 공격이 막강하고, 뒤를 받쳐 주는 불펜도 화려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두 팀 모두 고민은 방망이1, 2차전에서 양 팀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이 나오지 않아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했다. LG는 정규시즌 팀 내 최고 타율(0.332)을 기록한 홍창기가 하루 빨리 살아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 2차전에서 모두 톱타자로 출전한 홍창기는 8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KT는 중심타자 알포드와 박병호의 침묵이 고민이다. 3번 타순에 위치한 알포드는 6타수 무안타에 삼진 4개, 4번 타자 박병호도 8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를 기록했다. 알포드와 박병호는 NC와 맞붙었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도 각각 14타수 2안타, 20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양 팀 사령탑은 엇갈린 반응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홍)창기에게 하던 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남은 경기에서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강철 KT 감독은 2차전 후 “타순 변경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크레이그 카운슬 전 밀워키 감독(53·사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령탑 역대 최고 대우를 받고 시카고 컵스로 옮긴다. 컵스는 7일 데이비드 로스 감독(46)을 경질하고 카운슬 감독과 5년 총액 4000만 달러(약 524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카운슬 감독이 이끈 밀워키는 올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컵스는 같은 지구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구 라이벌 팀으로 옮긴 카운슬 감독이 5년간 받게 되는 연평균 800만 달러(약 105억 원)는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등을 지휘했던 조 토리 전 감독(83)이 2000년대 중반에 받았던 750만 달러(약 98억 원)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두 손을 머리 높이 치켜드는 타격 준비 자세로 유명했던 카운슬 감독이 선수 때 받은 최고 연봉은 2004년 316만 달러(약 41억 원)였다. 2015시즌 도중 밀워키 사령탑에 오른 카운슬 감독은 올해까지 9년 동안 707승(605패)을 기록했다. MLB 대표 ‘스몰 마켓 팀’ 밀워키 구단 역사상 최다승 사령탑이 카운슬 감독이다. 그는 이 기간 5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1969년 창단한 밀워키는 카운슬 감독 부임 이전 46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 3번밖에 없던 팀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밀워키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그는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뉴욕 메츠, 클리블랜드 등과는 면접까지 마쳤다. 밀워키 역시 현역 감독 최고액인 연평균 500만 달러(약 65억 원)를 제안하며 그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카운슬 감독은 ‘빅 마켓 팀’ 컵스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카운슬 감독은 다음 주 컵스 안방인 리글리필드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9년 만에 정상에 도전하는 LG와 리버스 스윕(2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KT가 7일부터 한국시리즈(7전 4승제)에서 맞붙는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오랜 우승의 한을 풀 기회다. KT는 통합 우승을 한 2021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린다. 이강철 KT 감독(57)과 염경엽 LG 감독(55)은 광주일고 2년 선후배 사이다. 염 감독이 넥센 사령탑이던 2013∼2016년 당시 이 감독은 넥센 수석코치를 맡아 4년간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있다. 고교 동문 감독끼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LG의 창 vs KT의 방패올해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선 LG가 10승 6패로 앞섰다. 하지만 염 감독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많이 이겼지만 매 경기가 까다로웠다.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 관전 포인트는 LG의 공격이 KT 선발 투수진을 뚫을 수 있느냐다. LG는 정규시즌 팀 타율(0.279), 팀 득점(767점), 팀 도루(166개)에서 모두 1위를 했다. 톱타자 홍창기를 시작으로 김현수 오스틴 문보경의 중심 타선, 오지환 박동원의 하위 타선까지 짜임새가 좋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 등 필승조도 탄탄하다. 다만 선발 투수진 무게에선 KT가 우위다. LG는 외국인 투수 플럿코가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켈리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벤자민 쿠에바스 고영표 배제성 등으로 이뤄진 KT 선발진은 올 정규시즌에서 10개 구단 최다인 38차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NC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불펜도 업그레이드됐다.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의 필승조는 NC 타선을 상대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LG 타선이 워낙 강하다. 공을 잘 맞히는 타자가 많다. 우리 선발진이 가능한 한 길게 던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KT 선발진을 얼마나 빨리 무너뜨리느냐가 키포인트”라고 했다. 이 감독은 시리즈가 최종 7차전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염 감독은 “6차전에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1차전 선발 LG 켈리, KT 고영표LG는 외국인 에이스 켈리, KT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2019년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는 올 시즌 들어 중반까지 다소 부진했지만 후반기에 구위가 살아나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거뒀다. 역대 가을야구 성적도 3승 1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준수하다. 올 시즌 KT를 상대로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평범했지만 최근 등판이었던 9월 27일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KT 고영표는 정규시즌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LG를 상대로는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왼손 타자가 대거 포진한 LG에 약했다. 이 감독은 “깜짝 선발을 발표할까 고민했지만 로테이션에 따르기로 했다. 순리대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KT 선발 투수 중 LG에 가장 강한 선수는 왼손 에이스 벤자민이다. 벤자민은 올해 LG를 상대로 5경기에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했다. 5일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을 던진 벤자민은 한국시리즈에선 10일 열리는 3차전에 등판할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T가 마법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며 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KT는 5일 NC와의 202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최종 5차전 수원 안방경기에서 3-2로 역전승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PO를 통과한 KT는 7일부터 정규시즌 1위 LG와 7전 4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KT가 한국시리즈에 오른 건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정규시즌 2위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기세를 타고 올라온 4위 NC에 1, 2차전을 내줬다. 지난해까지 5전 3승제로 열린 PO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17차례 중 두 번(11.8%)밖에 되지 않았다. KT는 2, 3일 적지인 창원에서 3, 4차전을 챙기며 분위기를 바꿨다. KT는 3, 4차전 두 경기에서 14점을 뽑는 동안 2점만 내줬다. 5차전에서 경기 흐름을 바꾼 선수는 KT 외야수 김민혁이었다. 정규시즌에서 팀 내 최고 타율(0.297)을 기록한 김민혁은 시즌 막판 허벅지를 다쳐 PO에선 내내 대타로만 나섰다. 이날도 0-2로 뒤진 5회말 1사 1, 3루 기회가 오자 이강철 KT 감독은 김민혁을 대타 카드로 내세웠다. 김민혁은 호투하던 NC 선발투수 신민혁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동점 2루타를 쳐냈다. KT는 2-2 동점이던 6회말 무사 만루 기회에서 박병호의 2루수 앞 병살타 때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아 3-2를 만들었다. KT의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도 승리의 발판이 됐다. KT는 2-2로 맞선 6회초 NC 선두 타자 박건우에게 출루를 허용하자 잘 던지던 선발투수 벤자민을 내리고 구원투수 손동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손동현은 이날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6회말 KT 타선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손동현은 승리투수가 됐다. KT는 8회 셋업맨 박영현, 9회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차례로 올려 한 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손동현은 경기 후 기자단 투표에서 PO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71표 중 39표를 받았다. 손동현은 이번 PO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 1홀드 7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시즌 개막 전 약체로 평가됐던 NC는 한국시리즈 진출엔 실패했지만 돌풍을 일으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PO 1,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6연승을 달리기도 했지만 막판에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행복한 여정이었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시즌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에 쏠린다. 이 감독은 LG와의 대결을 묻는 질문에 “PO가 이제 막 끝났으니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선발투수들의 로테이션 등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정규시즌 종료 후 약 3주간 휴식과 연습경기 등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우승에 대한 우리 선수들의 간절함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10승 6패로 앞섰다. 수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